[집중취재 이것이 문제다] 수수료 폭리 카드활성화 장애물
■실태와 외국사례 ‘신용카드사들이 신용카드 활성화를 가로 막는다.’ 턱없이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가 신용카드 사용 확대의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높다.신용카드사들만잇속을 챙기면서 업소들의 신용카드 가맹이나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결제 기피 현상을 촉발하고 있다.정부가 봉급생활자의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연간총급여액의 10%를 넘을 경우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수수료 인하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은 3.4%다.이는 프랑스(0.81%),영국(1.6%),미국(1.9%)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수수료율이 심지어 5%나 되는 업종도 있다.피아노 등의 악기류,골동품,애완동물,가방,구두,미용재료,유흥주점 등은 대부분의 카드사가 5%의 수수료율을부과하고 있다.
카드 사용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 역시 급증하고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85년 4,640억원이었던 신용카드 사용액은 97년에는 68조9,740억원으로150배 가까이 늘었다.그러나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율은 79년 신용카드제가 도입된 지 2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신용카드 시장에 경쟁관계가 유지되면 신용카드 업체는 수수료율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하는 것이 시장원리이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이치를 찾아볼 수 없다.예컨대 아동복이나 카메라 구입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6개 신용카드사가 똑같이 4%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 이를반증한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8월 3일부터 1주일 동안 1,400개 음식점을 대상으로신용카드 사용 기피 이유를 조사한 결과,‘높은 수수료’가 44.5%로 가장 많았다.‘사용 불편’은 17.7%,‘늦은 현금화’는 11.6%)에 그쳤다.
서울 YMCA 등 시민단체들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지금보다 평균 0.9%포인트낮은 2.34∼2.74%가 적정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종전에는 신용카드 발급 남발에 따른 신용 불량자 양산으로 인해 관리비용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카드 공동 이용제가 시행되고 있어 그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낮출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최대웅 지도국장은 “음식점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부가가치세 이외에 3%의 수수료가 더 붙기 때문에 영세 음식점 사업자들의 불만이많다”면서 “카드 사용이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입 역시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카드회사가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YMCA 신종원 부장 인터뷰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정착돼야 하고 신용카드사용이 활성화되려면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져야 합니다” 서울 YMCA 시민사회개발부 신종원(辛鍾元·40)부장은 요즘 몸집이 커진 신용카드사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올 연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사용 규모는 지난 85년보다150배쯤 늘 것으로 추정되지만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세 업소는 순이익이 매출액의 4%에 불과한데 신용카드 수수료도 4%이면 누가 과연 카드로 결제를 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높은 수수료율을 낮추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는 실효를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수수료율이 1.9% 정도로 낮아지면 가맹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을 기피할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며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업소에 대한 제재장치를 마련,수수료율이 낮아져도 신용카드 결제를 꺼리는 일이 없도록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현행법에는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한 사람을 제재할 수단이 없다.그는 “신용카드 결제를 활성화시켜 소비자들이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업소들에 대한 세금 부과가 투명하게 될 때까지 수수료율인하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이창구 기자■카드회사 움직임 신용카드 회사들은 시민단체들의 집단행동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반발감도 감추지 않는다.우선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상각비용을충당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금융업의 기초조차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한다.대손상각비용은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중의 하나이며,따라서 요율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선진국의 유수금융기관들도 채권관리비용을 감안해서 대출금리나 수수료율을 책정한다는설명도 곁들인다. 다만 부실채권 규모를 줄이기 위해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자제하고,신용카드연체자에 대한 신용정보 집중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수긍하고 있다.
수수료율을 79년 이후 20년동안 내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틀린 것이라고 반박한다.모 카드회사 관계자는 “지난 93년부터 98년까지 매년 평균 0.1%포인트씩 내렸다”며 “올해 상반기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86%이며,이는 3.5% 안팎인 일본보다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결성한 공동대책위원회에 대한변호사협회나 대한의사협회 등이낀 점에 대해선 한마디로 ‘우습다’는 반응이다.그동안 세원 노출 등 ‘약점’을 잡힐까봐 신용카드 사용을 극구 꺼려온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민단체 등의압력수위가 만만치 않는 등 여러 정황을 감안할때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조만간 인하작업에 나설 움직임이다.
내부적으로 인하 폭을 조정하고 있는 곳도 있다.그러나 이 경우에도 카드사들이 한꺼번에 요율을 내리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에 해당돼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박은호기자 unopark@ ■정부측 입장 카드가맹점 수수료 문제를 보는 정부의 시각은 두가지로 요약된다.신용카드이용 확산을 통해 사업자의 거래액을 노출시켜 공평과세를 실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수수료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다른 하나의 관점은수수료 결정이 시장자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정부의 개입은 담합등 부당행위가 있을 때로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카드사들의 담합여부와 수수료율 인하요인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물론 ‘강제로’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도록 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만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카드사 수수료율 책정 관련 감독기관이다.
정부가 카드사에 대해 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 조치는 담합여부에 대한 조사다.공정위의 이삼봉(李三奉) 공동행위 과장은 21일 “카드회사들이 카드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정할 때 담합으로 올렸는지에 관해 집중 조사하고있다”면서 “다음 달 초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일 경우에는 최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카드회사들이 모여서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했다거나 그렇게 하지는 않았더라도 묵시적으로 그런 교감이 있었으면 담합으로 볼 수 있다.수수료율이 같다고 해서담합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다르다고 해서 담합이 아니라고 볼수도 없다는의미다.정황을 봐야하기 때문이다.금융감독원의 이종호(李宗鎬) 비은행감독국장은 “외국의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외국과 비교해서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아 수수료율을 낮출 요인이 있다면 카드협회를통해 자율적으로 낮추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카드회사들이 수수료율을 제대로 공시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근로자들이 카드를 사용한 금액의 일정부분을 소득공제해주고있기 때문에 카드사용이 늘고 있다.그만큼 카드회사들의 수입증가 요인이 생긴다.카드 가맹점들이 지난 9월부터는 다른 카드들도 받아주는 공동가맹점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카드회사들의 불필요한 경쟁에 따른 경비부담도 줄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있다는 얘기다.
곽태헌기자 t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