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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 3D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UP&DOWN

    화제의 3D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UP&DOWN

    그간 수없이 영화화됐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팀 버턴 감독의 지휘 아래 재탄생했다. 4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앨리스(위 미아 와시코스카)는 원작과는 달리 19살의 처녀로 성장했고, 배경이 됐던 ‘원더랜드’는 ‘언더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영화는 이전에 언더랜드를 방문했던 기억을 잃은 앨리스가 붉은 여왕의 독재에서 시름하는 이 곳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아바타’ 이후 3D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 이 영화의 강점과 한계를 ‘업(Up) & 다운(Down)’으로 살펴본다. ●UP 유쾌하고 재치 만점 영상… 팀 버턴 매력 그대로 녹아 역시 팀 버턴 감독이다. 그의 매력 그대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팀 버턴의 영화는 주로 선악의 경계에 서 있다. 선과 악을 규정하고, 선에 의해 악이 무너지는 포맷을 어지간히 사랑하는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와는 선을 긋는다. 심지어 원작부터 선악의 뚜렷한 경계를 전제한 ‘배트맨’(1989)조차 이를 모호하게 만들어 놨다. ‘이상한’은 붉은 여왕(아래 헬레나 본햄 카터)이라는 ‘악’과 하얀 여왕이란 ‘선’의 대립 구도가 근간이다. 따라서 전자는 공포스러운 존재로, 후자는 후덕한 캐릭터로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하얀 여왕은 뭔가 공주병에 걸린, 결벽증 환자 같은 깍쟁이다. 하얀 여왕의 허우대를 다른 영화에 삽입시킨다면? 아마 왕따 역할을 맡았을 게다. 반면, 붉은 여왕은 정이 간다. 음식을 훔쳐 먹은 개구리를 향해 ‘목을 베라!’고 외치는 장면, ‘머리가 크면 모든 게 용서된다.’고 말하는 부분은 위트가 넘친다. 개그콘서트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붉은 여왕 패러디물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될 정도로. 즉, 공포 정치로 은근히 ‘왕따’를 당하고 있는 붉은 여왕을 위해 관객들의 ‘사랑’을 유발하는 셈이다. 왕따와 사랑이라는 극적인 충돌을 교묘히 결합시켜 선과 악이란 충돌을 모호하게 만든다. ‘진실’과 ‘허구’의 충돌도 있다. 그의 2001년작 ‘혹성탈출’에서 미지의 세계를 거짓이라 믿는 주인공은, 그 곳에서 깨닫게 되는 인류의 진실을 파헤친다. ‘이상한’의 ‘언더랜드’도 마찬가지다. 원작에선 꿈에 불과했지만 팀 버턴은 이를 현실로 만들어 버린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모호한 줄다리기를 통해 거짓은 진실이 될 수 있고, 진실은 또 거짓이 될 수 있다. 결국 진실이건 허구건, 중요한 것은 개인의 생각이라는 팀 버턴의 철학을 보여준다. 이는 분명 관객들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하고, 가벼운 모습을 통해 무거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팀 버턴이다. 사족이지만 사실 이런 식의 냉철한 분석이 필요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냥 봐도 유쾌하다. 어른이 봐도 좋고 아이들이 보면 더 좋다. 재치있는 영상미, 엉뚱한 캐릭터만으로도 신이 난다. 또, 그래서 팀 버턴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DOWN 매트릭스와 너무 닮아… 관객 눈높이 못맞춘 3D 팀 버턴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림은 입체, 이야기는 평면’으로 요약된다.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크지 않다. 예측 가능한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 전개 과정에서도 긴장감이나 흥미가 유발되지 않는다. 뻔한 이야기를 조합했지만 흥미진진함을 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와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원작 특유의 말장난이나 풍자가 국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도 의문. 여러 판타지 영웅담 가운데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매트릭스’의 그림자가 진하게 느껴지는 점도 ‘이상한’의 진부함을 부채질한다. ‘매트릭스’도 루이스 캐럴의 원작 동화에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이상한’은 ‘매트릭스’와 닮아도 정말 많이 닮았다. ‘이상한’과 ‘매트릭스’ 둘 다 하얀 토끼가 주인공인 앨리스와 네오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아이콘 역할을 한다. 두 사람 모두 세계를 구원할 영웅으로 운명이 정해진 것도 비슷하다. 처음부터 그 운명을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는 물론, 그 주변 인물들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앨리스에게 운명을 확신시켜 주는 애벌레 압솔렘은 ‘매트릭스’에 나오는 예언자 오러클과 모습이 겹친다. 앨리스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받아든 재버워키의 피가 담긴 약병은, 네오 앞에 던져진 알약과 마찬가지다. ‘이상한’은 3D의 덫에도 걸린다. ‘이상한’이 보여주는 3D는 ‘아바타’로 인해 한껏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일부 장면에서는 인물과 배경이 부자연스럽게 보이고, 영상이 또렷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먼저 2D로 찍은 뒤 컨버팅 작업을 통해 3D로 전환했다고 하는데 기기묘묘한 캐릭터들과 이상한 나라의 매력이 3D 전환을 통해 더욱 돋보이게 된 것 같지 않다. 기괴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유머러스한 영상미를 빚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난 팀 버턴 감독은 개인적으로 역대 최고 제작비인 2억 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들여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는데 대체로 어두웠던 이전 작품에 견줘 밝고 부드럽고 경쾌해졌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어 오던 그가 이번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만든 것 같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테이크아웃 무비] ‘이상한’ 팀 버튼, ‘미친’ 조니 뎁 ‘예쁜’ 앨리스

    [테이크아웃 무비] ‘이상한’ 팀 버튼, ‘미친’ 조니 뎁 ‘예쁜’ 앨리스

    [리뷰]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음부터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단어들이 난무하고 때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원더랜드’는 12살 소녀 앨리스를 시종일관 휘두르다가 가까스로 그녀를 꿈에서 깨운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위해 팀 버튼 감독이 3D로 창조한 무대는 ‘이상한 나라’의 붉은 여왕과 ‘거울 나라’의 하얀 여왕, 미친 모자장수와 하얀 토끼 등 원작의 기괴하고 제멋대로인 캐릭터들을 아낌없이 스크린으로 불러들였다. 다만 이 혼란과 위기를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도록, 히로인 ‘앨리스’를 19세의 예쁘장한 소녀로 훌쩍 성장시켰다. ◆ ‘버튼스러운’(Burtoneque) 캐릭터의 향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팀 버튼 감독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당시 기준으로) 결혼 적령기가 된 소녀 앨리스의 약혼식장에서 시작된다. 회중시계를 지닌 흰 토끼를 만난 앨리스는 덜떨어진 귀족 자제의 청혼으로부터 도망쳐 나무 밑 이상한 나라로 떨어져 온갖 모험과 시련을 겪는다. 이번 영화에서 팀 버튼 감독의 앨리스로 간택된 배우는 미아 와시코우스카. 제작 초반 린제이 로한이 앨리스 역에 거론되기도 했지만, 팀 버튼 감독은 할리우드의 익숙한 ‘문제아’ 대신 호주 출신의 뉴페이스를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팀 버튼의 결정은 탁월했다. 도자기 인형처럼 창백하고 우아한 금발의 소녀는 조니 뎁, 앤 해서웨이 등 쟁쟁한 대선배들 틈에서도 똑똑하고 때론 엉뚱한 앨리스를 잘 소화해냈다. 팀 버튼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조니 뎁의 미친 모자장수도 나무랄 데가 없다. ‘가위손’ 에드워드부터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까지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를 맡아온 조니 뎁은 팀 버튼 감독의 모자장수를 위해 전례 없이 파격적인 분장을 시도했다. 오렌지색 가발과 초록색 눈동자, 분칠한 얼굴에 당대 모자장이의 직업병이었던 수은중독으로 오락가락하는 정신 상태를 더했지만 극중 조니 뎁은 감출 수 없는 섹시함으로 여성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조니 뎁이 선사하는 댄스 장면을 놓치지 말 것. 또 틈만 나면 “목을 잘라!”라고 외치는 붉은여왕 헤레나 본햄 카터와 눈부신 미모 속에 결코 순진하지 않은 영혼을 가진 하얀여왕 앤 헤서웨이의 대결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팀 버튼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헬레나 본햄 카터는 여배우에게 민감한 머리 크기를 CG로 2배 이상 늘려 시선을 집중시킨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사랑받은 앤 해서웨이도 매 순간 황당할 만큼 우아한 포즈를 취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 팀 버튼의 상상력이 빚은 3D ‘원더랜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팀 버튼 감독이 처음으로 3D에 도전한 영화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은 초현실적인 세계를 그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팀 버튼 감독이 가장 고전적인 소재를 가장 현대적인 기술로 살려냈다는 데 열광하고 있다. 팀 버튼 감독이 ‘이상한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제작비는 2억 5000만 달러(한화 2897억 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하기도 한 로버트 스트롬버그와 스테판 데샨트는 CGI(컴퓨터형성이미지)와 모션 캡처, 3D 영상 등을 통해 팀 버튼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묘함을 환상적으로 표현해냈다. 물론 영화 속에 구현된 3D가 ‘아바타’만큼 선명하지는 않아 한층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에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앨리스가 토끼굴을 통해 언더랜드로 떨어지는 장면은 ‘아바타’ 이상의 정교함으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아찔함과 재미를 안겨준다. 또 실제 배우들뿐만 아니라 음흉하게 웃어대는 체셔고양이, 쌍둥이형제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골초 애벌레 압솔렘, 앨리스가 물리쳐야하는 괴물 재버위크 등 디지털 캐릭터도 팀 버튼 감독의 기묘함을 듬뿍 반영했다. 이 캐릭터들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총동원된 알란 릭맨, 마이클 쉰 등 유명배우들의 친숙한 목소리도 반갑다. 오는 4일 개봉을 앞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개봉 11주차에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아바타’의 3D 관람 열기를 잠재울 유일한 영화로 기대를 모은다. 유난히 한산한 3월 국내 극장가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3D 열풍의 또 다른 주역이 될지 주목된다. 전체 관람가. 사진 = 소니 픽처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시조] 바람의 산란/배경희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시조] 바람의 산란/배경희

    ■ 당선소감 - “방황하는 난 늘 뒤에 있었다” 현재 진행형, 내면의 방황을 하면서 늘 나는 뒤에 있었습니다. 어릴 적 대추나무 아래서 어머니를 온종일 기다렸던 시간들, 먼 한천 내를 바라보면서 질경이를 질기도록 뜯었던 시간들, 한천 둑방길을 끝없이 걸었던 시간들, 그러한 기억들이 저를 있게 한 힘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이 납니다. 아무도 없는 마당 위 햇빛 재잘거림과 나무의 그림자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한낮은 구름 양떼를 이끌고 돌아온 하늘 집이었습니다. 그 그리움으로 외로움을 지탱하며 시를 습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 도종환 선생님, 송찬호 선생님께서 큰 힘을 주셨습니다. 그 길을 근근이 걸어 온 10년이라는 세월, 저의 시는 더뎠습니다. 우연히 정수자 선생님 시조를 읽고 느낀 시조의 깊이와 여백의 미. 그것은 큰 나무가 되기 위해 잔가지를 치는 것 같았습니다. 시조는 격이 있는 나무였습니다. 그 격조와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취미 삼아 그림 붓질을 해온 터이지만, 시조는 그림과 다른 위안과 힘을 주었습니다. 시조는 길가에 핀 들풀이나 풀잎에 맺힌 물방울, 그 안에 숨은 우주를 보는 것, 징을 울릴 때의 파문, 울림 같은 것이었습니다. 파편 속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마음을 기르겠습니다.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더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하고 더없이 부족한 저를 격려하고 이끌어 주신 수자 선생님, 그리고 보이지 않게 성원해준 우리 가족과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서울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 약력 -1967년생 충북 청원 출생 -2009년 7월 중앙일보 시조 장원 ■ 심사평 - 이미지와 정형미의 융합 문단의 지형도에 첨예한 서슬과 싱그러운 기세를 불어넣는 것이 신춘문예이다. 시조 부문에서는 해마다 응모작이 수적으로 늘어나고 문학적 성취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반가운 움직임은 견고한 천년의 내력을 간직한 시조에 바로 지금 시점의 생기 도는 감각을 선사함으로써 새로운 심미를 탐색하고 있는 시도들이다. 당선작에 선정된 배경희의 ‘바람의 산란’은 감수성이 흐드러진 시상을 펼치는 가운데 시조만의 정형 또한 탄탄하게 지키고 있다. 이러한 조합을 기반으로, 시적 이야기를 매끄럽게 전개시킨 것도 주시할 만하다. 인간의 삶을 ‘바람’으로 투영하는 과정에서, 실체 없는 심상을 선연한 이미지로 옮기고 있어 부단한 생각의 깊이와 무게가 느껴지며, 가락을 유희하는 듯이 구성한 정서의 흐름이 노련하다. 최종심에 오른 후보작은 강연숙의 ‘청자상감범나비-애벌레의 꿈’, 송필국의 ‘새하얀 삘기꽃만 눈발처럼 흩날리고-장 프랑수와 밀레의 이삭줍기’, 장은수의 ‘새의 지문’, 김대룡의 ‘우항리를 지나며’, 이상근의 ‘그림 일기’ 등이다. 이미 각자 뛰어난 특질을 갖추고 있으므로, 내면 세계에만 머무르지 않는 소통의 시어를 찾으며 장르에 부합할 정형미를 가다듬고, 소재와 묘사에 접근하는 발상을 과감히 바꾼다면 모두가 시조 시단의 놀라운 기량이 될 것으로 믿는다.
  • [엄마와 읽는 동화] 내이름은 버그파이 5번/백미숙

    [엄마와 읽는 동화] 내이름은 버그파이 5번/백미숙

    내 이름은 버그파이 5번. 벌레로 만든 파이가 아니다. 스파이 벌레라는 뜻이다. 비록 겉모습은 애벌레지만 하찮게 잎사귀나 갉아먹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특수 임무를 띠고 만들어진 위대한 몸이라 이거다. 그래봤자 버그, 벌레 아니냐고? 겉모습은 작은 벌레지만 내 몸 속에는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내가 보고 듣는 것을 본부로 보낼 수 있는 송신장치가 있다. 나를 개발하는 데 몇 명의 박사가 몇 년 몇 달 몇 일을 연구했는지 모른다. 어디 그뿐인가? 내 앞에 수백 마리에 이르는 벌레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다. 버그파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다섯 번째, 나는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시험 단계를 거치기 위해 임무에 나섰다. 버그파이 작전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바로 나에게 달린 것이다. 나는 꽃집 진열장 안에 있는 국화꽃다발 속에 있었다. 몸을 숨기기엔 소국만한 게 없다. 백합이나 장미에는 숨을 곳이 별로 없다. 소국의 잎과 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면 쉽게 들키지 않는다. 어느 아줌마가 꽃집 문 안으로 들어와 꽃들을 들여다본다. “와, 예쁘다. 이건 얼마예요?” “요거는요?” 아줌마는 손가락으로 이 꽃 저 꽃을 가리키며 값을 물었다. 지갑을 꺼내 들여다보며 잠깐 망설이더니 소국 한 다발을 샀다. 꽃집 언니, 아니 사실은 우리 본부 비밀요원이 나를 꽃다발 안에 살짝 넣었다. 눈에 안 띄게 잘 숨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는 잎사귀와 비슷한 색깔에 아주 작아서 숨으면 절대로 들킬 염려가 없다. 버그파이 1번은 파리였는데 사람 집에 들어가자마자 파리채에 맞아 부서졌다고 한다. 그러니 나도 사람 눈에 띄면 큰일이다. 애벌레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까. 집에 도착한 아줌마는 꽃병에 국화를 꽂았다. 그러고는 식탁에 올려놓았다. “와, 예쁘다. 가을분위기 나네.” 하고 중얼거리더니 카메라를 가져다가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꽃병 옆에 찻잔을 놓아보기도 하고, 표지 그림이 멋있는 책을 놓기도 했다. 이 아줌마도 혹시 사람파이는 아닌지 모르겠다. 카메라에 잡힐까봐 나는 국화 줄기 뒤로 꽁꽁 숨었다. 우리 버그파이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또 있다. 그건 바로 살충제다. 버그파이 2번은 바퀴벌레였다고 한다. 날랜 데다가 어디든 잘 다닐 수 있어서 버그파이로 아주 훌륭했는데 어느 날 살충제를 맞고 그만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해충으로 버그파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살충제는 사람 몸에도 해롭다고 하니 내가 식탁 위에 자리 잡은 것은 참 행운이다. 설마 음식을 먹는 식탁 위에 살충제를 뿌리진 못할테니까. 나는 아줌마를 열심히 감시했다. 아줌마는 꽃병이 놓인 식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집 아저씨와 아이들이 나간 뒤에 아줌마가 신문을 보며 밥을 먹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아줌마는 내가 보는 것도 모르고 밥을 씹다가 흘리기도 하고, 방귀를 뀌기도 했다. 아마도 본부에서는 내가 보낸 영상을 보며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아줌마가 내 눈에서 사라져도 소리는 들린다. 아줌마가 친구와 전화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의 소리 탐지 마이크로 들어오니까. 아줌마가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줌마네 집안일 뿐 아니라 아줌마 친구, 친척네 일까지도 다 알 수 있다. 아줌마 동생이 인터넷 홈쇼핑을 통해 무엇을 샀는지, 아줌마네 친구들이 한 달에 한번하는 모임을 어디서 하는지 모두 들린다. 아줌마와 그 주변에 대한 모든 소식을 예민한 나의 소리 탐지 마이크에 다 담아서 본부로 보낸다. 본부에서는 벌써 아줌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가만 보면 아줌마는 좀 웃긴다. 아줌마네 아이가 학교 갈 때면 졸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면서 아줌마는 신문을 보다가 끄덕끄덕 졸기 일쑤다. 저녁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컴퓨터를 켜고 있으면 조금만 하라며 끌 때까지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의 몇 배를 아줌마가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걸 나는 다 알고 있다. 아니 우리 본부에서는 다 알고 있다. 우리 본부가 버그파이를 개발한 목적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므로 나, 버그파이 5번은 이제 성공한 셈이다. 나는 본부에서 시킨 대로 아줌마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데, 살펴본 뒤에는 어떻게 될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원래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만들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만 국화잎의 쌉쌀한 냄새가 옆구리의 숨구멍으로 솔솔 들어온다. ‘하찮은 잎사귀 따위를 먹을 수는 없다. 나는 위대한 버그파이 5번인 것이다.’ 이렇게 외쳐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내 앞에서 뭔가를 자꾸 먹어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다. 나도 모르게 입을 오물대며 잎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잎사귀는 맛도 괜찮다. 나는 잎들을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국화 잎이 점점 없어졌다. 내가 먹어치우기도 했지만 시들어 먹을 수 없는 것도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줄기 위로 올라가 꽃잎을 먹었다. 꽃잎은 잎처럼 쌉싸름한 맛이 나면서 향긋했다. “아니 이게 뭐야?” 가까이서 큰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아줌마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벌레잖아! 준영아, 이리 와 이것 좀 봐.” 아줌마가 큰소리로 아들을 불렀다. 드디어 나는 들켜버린 것이다. “이 벌레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작은 벌레였는데 우리 집에 와서 크게 자란 거 같아. 처음엔 안 보였잖아.” 아줌마와 아들은 나를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은 무척 커져 있었다. 처음 이집에 왔을 때의 네다섯 배는 되는 듯싶었다. 이제 들켰으니 내 임무는 여기서 끝인가? 무사히 본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버그파이 3번은 무당벌레였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귀여운 모습의 벌레로 개발됐다. 들켜도 파리나 바퀴벌레처럼 죽는 일은 없도록. 채소가게에서 열무 단에 묻어 사람 집에 들어가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런데 인정 많은 그 집 아이가 꽃밭에 놓아준다고 바로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임무에 실패했다는 거다. 버그파이 3번에 비하면 나는 꽤 오래 버텼다. 아줌마는 카메라를 가져다가 꽃잎을 갉아먹는 내 모습을 찍었다. 이쪽 꽃에 뒷발을 걸치고 저쪽 꽃으로 건너가는 모습도 찍었다. 이 덩치로는 어디 숨지도 못한다. 내 몸을 가려줄 만큼 큰 잎도 없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나는 놀라서 몸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아주 기분이 나빴다. 누군가가 나를, 내가 하는 행동을 구경하는 건 참 언짢은 일이었다. 아줌마의 행동을 우리 본부 사람들이 다 보았다는 걸 알면 아줌마 마음은 어떨까? “식탁 위에 까만 게 떨어져 있기에 뭔가 했더니 벌레 똥이었나 봐.” “윽! 똥! 더럽게 식탁에…. 엄마, 벌레 얼른 밖에 버려.” 아들의 말에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를 밖에 버리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내가 똥을 쌌다는 사실 때문에. 그럼 나, 버그파이 5번은 먹고 똥도 싸고 몸도 자라는 살아있는 벌레였던 거야? “야, 불쌍하잖아. 밖에 버리면 추워서 얼어 죽을 거야. 곧 나뭇잎도 다 떨어지면 먹을 것도 없을 텐데. 저도 살아 있는 생명이라고 열심히 이만큼이나 자랐는데.” 내게는 더 이상 아줌마와 아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버그파이 4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같이 애벌레였던 버그파이 4번은 분명 시험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본부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다. 꽃집 언니가 나를 데리러 올 리도 없고, 내가 이 집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본부로 가는 길을 모른다. 내가 버려진 것처럼 그 애도 버려졌던 거다. 맛있게 먹던 꽃잎도 더 이상 먹기 싫어졌다. 그냥 아줌마를 엿보고 그것을 본부로 보내는 일이 내 임무라면서 내가 벌레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안 써줬다. 아니 내가 살아 있는 벌레라는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걸 가르쳐준 건 바로 아줌마다. “널 어쩌면 좋니? 곧 겨울인데 언제 번데기 짓고 나비인지 나방인지로 깨어날 거니? 참 딱하다.” 아줌마의 이야기대로라면 나는 지금 이 상태가 아닌 또 다른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아줌마한테 미안해졌다. 내가 얼마나 아줌마를 창피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나를 파리채로 때리지도 않고, 살충제를 뿌리지도 않고, 밖에 내다 버리지도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버그파이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줌마네 집에 불이 꺼져 깜깜한 밤에 나는 조용히 내가 살던 꽃병에서 내려왔다. 식탁을 타고 기어서 또 아래로 내려갔다. 따뜻한 바닥을 기어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는 곳을 향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처음 이 집에 오던 날, 좁은 마당에 잎이 많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가려는 곳이다. 거기 가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게 될 것 같다. 나는 신발들 사이를 지나 찬바람이 불어들어오는 틈으로 빠져나갔다. ●작가의 말 집에 꽂아놓은 국화꽃 화병에서 제법 자란 애벌레를 발견했다. 벌레가 징그러웠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어쩌지 못해, 잎과 꽃을 갉아먹으며 제 몸을 불린 벌레가 가엾어서 그대로 두고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벌레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어딘가로 숨어들어서 번데기를 짓고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 벌레를 보며 상상한 것을 동화로 만들었다. ●약력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꽃은 흙에서 핀다’로 당선했다. 제7차 교육과정 2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에 동화 ‘오른쪽이와 동네 한바퀴’가 실렸다. 저서:오른쪽이와 동네 한바퀴, 감자는 약속을 지켰을까?, 작은 숲이 된 의자, 코끼리 때문이라고? 등.
  • [HAPPY KOREA] 전남 함평군 나비연꽃마을

    [HAPPY KOREA] 전남 함평군 나비연꽃마을

    서해안고속도로 함평 나들목에서 7분 거리에는 나이가 560살쯤이나 되는 느티나무가 손님을 맞는 마을이 있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에서 북쪽으로 12㎞에 위치한 함평군 신광면 월암리의 나비연꽃마을. 연천마을, 신촌마을, 가야마을, 월성마을 등 마을 네 곳을 포괄해 행정안전부와 함평군청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을 펼치는 곳이다. 나비와 연꽃을 결합한 지역개발 사업으로 나비축제에 이어 함평을 또다시 주목받게 하고 있다. ●함평, 나비를 연꽃에 앉히다 나비연꽃마을의 초입에 들어서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커다란 그늘을 만들며 방문객들을 맞는다. 연천마을에서 당산나무로 모시는 것으로 560살쯤 된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실개천이 흐르는데 송사리들이 뚜렷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마을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면 일명 ‘부엉이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은 “경남 봉하마을에도 이름이 같은 바위가 있는 인연으로 생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교류협약을 맺었던 곳”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함평군은 나비연꽃마을을 농촌주민의 복지와 생태관광 네트워크 구축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모델로 삼으려 한다. 함평군은 현재 경관·생활환경정비와 문화복지시설 확충을 통해 공간의 질과 삶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공동체를 강화하고 다양한 수익 방안을 마련해 소득기반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연꽃광장을 조성하고 마을안길을 정비한 것을 비롯해 대동저수지를 따라 애벌레 생태탐방로를 구축했다. 월암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온창고를 지난 6월부터 짓기 시작해 오는 12월 완공할 예정이다. 함평군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내년 중반쯤에는 소득증대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을숲 정비… 전통 대동제 부활 지역공동체 복원도 주요과제다. 마을숲을 정비하고 전통 대동제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동저수지 바로 옆에 위치해 주변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뜬봉에 전망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월암리 일대를 나비연꽃마을로 개발하려는 것은 무엇보다 월암리가 가공산업과 연계된 친환경농업이 활발하고 마을 대동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관광자원이 분포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교통이 편리한 지리적 입지도 염두에 뒀다. 함평군 북쪽에 위치한 월암리는 서울에서 315㎞, 광주에서 40㎞ 거리에 있으며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곧바로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함평읍에서 출발하더라도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동행한 함평군 창조디자인과 관계자는 “소득사업과 연계해 주민들 스스로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느끼게 하려 한다.”면서 “이를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견학을 실시해 각종 사업에 대한 주민의 참여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평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행정안전부 공동 기획
  • 물, 빛, 바람, 소리…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

    물, 빛, 바람, 소리…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

    고도 100km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제주도의 이미지는 거대한 야수의 눈처럼 보인다고 한다. 검푸른 환태평양 위에 떠 있는 푸른 제주도는 밖으로 바라보며 세계를 보듬고, 안으로 영혼을 성숙시킨다. 지난 6월 말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이 개관전 타이틀을 ‘환태평양의 눈’으로 정한 이유다. 세계로 열려 있는 제주도에서 도립미술관이 생명을 집어 넣는 눈동자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이다. 연일 섭씨 30도 이상 계속되는 지난 주말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은 일명 ‘도깨비 도로’와 인접한 곳으로, 제주공항에서는 차로 20~30분 거리에 있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제주도립미술관은 3만 9000㎡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087㎡ 규모. 노출 콘크리트 건물로 건립에만 181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미술관 공원 입구에는 노란 원복 차림의 유치원생들이 병아리떼처럼 줄을 지어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었다. 미술관 전면을 감싸고 있는 얕은 연못에는 서성봉씨의 설치 작품이 보였다. 갈색 나무둥치를 금속의 알루미늄 선이 감싸고 있다. ●새달 30일까지… 빌 비올라 등 세계 유명작가 36명 작품 전시 개관전인 ‘환태평양의 눈’에는 4개의 전시가 한번에 진행됐는데, 이 중 반드시 봐야 하는 메인전시는 국내외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는 ‘숨비소리’다.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뱉는 휘파람 소리 ‘호오이’를 뜻한다. 전시는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며 생명의 무게를 정화하는 숨비소리를 모티브로 삼아 제주도의 바람과 물, 빛, 소리를 형상화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빌 비올라, 제임스 터렐, 테오 얀센 등 세계적 작가들을 포함한 11개국 36명의 회화, 사진, 설치, 미디어 작품을 모았다. 전시는 자연과 생명의 에너지를 주제로 한 1부 ‘생명의 에너지-바람, 물, 빛 그리고 소리’와 2부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 ‘호흡하는 공간들’로 나뉘어진다. 우선 미술관 오른쪽 입구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파도처럼 율동하는 유리조각을 만날 수 있다. 키네틱아티스트인 톰 윌킨슨의 작품 ‘라이트웨이브(Light Wave)’로 런던에서 빌려 온 작품이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소리· 빛 · 바람을 보여 주는 작가 개별적인 작품들이 펼쳐진다. 미래세계의 기계곤충이나 기계꽃, 기계애벌레와 같은 조각품을 설치한 최우람씨의 작품이나, 깜깜한 방에 스피커 수십 개를 공중에서 수평으로 연결해 설치한 뒤 빗소리를 들려 주는 김기철씨의 ‘소리보기-비’는 소리의 시각화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스피커에 매달아 놓은 투명한 낚싯줄은 가늘게 들이치는 비처럼 보인다. 제주 출신인 부지현씨의 작품 ‘휴(休)-집어등과 LED’는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을 줄을 지어 늘어 놓고, 파랗게 노랗게 불을 켜기도 하고 때론 암전을 만들어 색다른 경험을 제시한다. 집어등에 걸리는 것이 오징어만이 아니라 욕망에 시달리는 인간이기도 한데, 깜깜해진 전시실에서 마음을 내려 놓을 법도 하겠다. 김수영의 시를 연상케 하는 파란 풀들이 누웠다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것만 같은 안병석씨의 회화 ‘바람결’에서는 바람을 느껴 보기도 한다. 이 배경의 ‘Mirror of minds’는 관객들의 움직임을 미디어영상으로 재현케 해 주는 상호작용의 작품이다. 점점 녹아 가는 빙하와 미지의 대륙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 주는 릴릴의 영상 드로잉 작업도 신선하다. 긴 파이프에서 아름다운 새소리 등을 뱉어 내는 김병호씨의 작업도 익숙하지만 재밌다. ‘빛과 공간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홀로그램은 빛의 속성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인기가 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크기와 형태, 색깔이 변화한다. 명상와 치유의 빛이라는 평가. ●제주 출신 부지현·日 오니시 야스아키 작품 눈길 끌어 2부에서도 볼 만한 작품이 많다. 일본 작가 오니시 야스아키의 작품 ‘레스트릭션 사이트(Restriction Sight) AAC’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다. 깜깜한 방에 놓인 엷고 투명한 비닐에 공기가 차오르면서 부풀었다가 가라앉는다. 형광색의 노란 점들이 비닐의 팽창에 따라 조밀하게 모여 있다가 퍼져 나가는 모습이 우주의 빅뱅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면 큰 공 안쪽에도 작은 비닐 공이 숨쉬듯이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며 마치 숨을 쉬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영국 작가 잉카 쇼니베르의 비디오 작품은 잘 봐야 한다. 거울 앞에 발레리나 한 명이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명의 무용수가 ‘백조의 호수’의 ‘오딜과 오데트’ 역할을 맡아 아주 똑같이, 진짜 거울처럼 춤추고 있다. 한 사람은 흑인, 한 사람은 백인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근접 촬영했을 때 확인할 수 있다. 백인을 중심으로 흑인이 거울 속 인물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거울 속 인간은 백인 무용수로 바뀌는 트릭도 숨어 있다. 선과 악은 이렇게 바뀌고 교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미국출신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비디오작품 ‘의식(Observance)’은 대단히 느리게 재생되는 비디오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18명의 배우는 누군가의 장례식장이나 비통한 상황에서 보여 주는 슬픔과 고통을 얼굴 표정과 손가락의 움직임, 몸짓 등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의 사회와 정치, 문화가 모두 담긴 3.8t 분량의 신문을 쌓은 뒤, 그 사이사이에 식물 씨앗을 심고 발아시킨 김주연씨의 작업은 개막시점에서 보여준 파란 싹들이 이제 사라지고, 갈색으로 죽어 있어서 아쉬웠다. 외부에서 대부분 빌려온 개관전 작품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만큼 방문길에 꼭 관람하길 기대해 본다. 다만 제주도립미술관을 둘러싸고 잡음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다음 기획전들에 대한 걱정은 적지 않다. 9월 30일까지. 무료. (064)710-4300 제주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축제 종합세트’ 장르별로 즐겨볼까

    ‘축제 종합세트’ 장르별로 즐겨볼까

    방학이 끝나고, 휴가철이 지나도 축제는 계속된다. 전통음악, 합창, 연극, 무용 등 장르별로 집중해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장료도 1만~2만원으로 저렴하다. 그야말로 ‘착한 공연’들로 가득 찬 축제가 줄줄이 이어진다. ■ 세계 문화예술 체험-15일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제13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15일부터 9일간 화성행궁 앞 광장무대, 만석공원 수상무대, 화서공원 성곽무대 등 경기 수원 8곳에서 열린다. ‘시민과 함께 즐기는 연극’을 주제로 한 올해 행사에는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 ‘노리단 스프로킷 퍼포먼스’ 등 국내 작품 11편을 비롯해 6개국 16개 작품이 초청됐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이 16일 오후 8시 만석공원에서 옛 궁중 잔치를 재현한 ‘하야연(夏夜宴)’을 개막공연으로 선보이고, 폐막 공연은 전남 진도의 전통 민속놀이인 ‘진도 명 다리굿’을 연희극으로 만든 중앙음악극단의 ‘명(命) 다리굿’이 23일 오후 8시 화성행궁 앞 광장 무대에 오른다. 해외 작품은 독특한 조형물과 인형들이 등장하는 호주 MK1의 팬터마임극 ‘애벌레의 꿈’, 전통 인형극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인도네시아 인형극 ‘데와루치’ 등이 공연된다. 공식 초청작 외에 4편의 시민연극 공연, 교육연극 워크숍, 학술 세미나, 설치미술전 등이 마련된다. 야외 공연은 전석 무료, 실내 공연은 1만~1만 5000원. (031)238-6496. ■ 전통·현대춤의 만남 -21일 창무국제예술제 전통춤의 계승과 세계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제15회 창무국제예술제가 21~30일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지난해에는 재정난으로 열지 못했지만, 올해부터 의정부예술의전당과 손잡고 새 출발을 한다. ‘다색화(Polychrome)’를 주제로 7개국 24개팀이 다양한 춤을 선사한다. 축제는 하용부의 ‘밀양북춤’, 조흥동의 ‘한량무’, 의정부시립무용단 ‘동방의 빛 한국의 소리’ 등을 선보이는 ‘전통춤 명인전’으로 시작한다. 창무회의 ‘천축’, 김충한무용단의 ‘무고의 옥’, 전미숙무용단의 ‘약속하시겠습니까’ 등 한국 무용팀의 작품을 비롯해 두 남성 무용수의 기교와 반전이 돋보이는 ‘더 뉴 45’(독일), 중국중앙발레단이 표현하는 현대발레 ‘회상’, 미국 나이니 첸 댄스컴퍼니의 ‘퀘스트’ 등 흥미로운 작품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전통으로 시작해 현대를 거쳐 춤의 미래를 조망하는 흐름에 따라 축제는 호주 잼버드 무용단이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만든 ‘메타댄스’로 마무리된다. 1만~2만원. (02)704-6420. ■ 합창음악의 진수-새달 2일 고양합창페스티벌 고양문화재단은 새달 2일부터 12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제1회 고양합창페스티벌을 펼친다. 올해 처음 여는 이 합창 페스티벌에는 국내 최정상의 전문 합창단이 한자리에 모인다. 재단측은 “많은 해외공연에 초청되며 높은 평가를 받는 한국 합창음악의 진수를 보여 주고 더욱 발전시키는 발판으로 삼고자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년 동안 협연자, 지휘자 등 새로운 클래식 스타를 발굴하며 한국 교향악의 발전을 이끈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의 ‘합창 버전’인 셈이다. 2일 고양시립합창단(지휘 이기선)을 시작으로 성남시립합창단(지휘 박창훈), 광주시립합창단(지휘 구천), 안산시립합창단(지휘 박신화), 대전시립합창단(지휘 빈프리트 톨), 인천시립합창단(지휘 윤학원), 부산시립합창단(지휘 김강규), 부천필코러스(지휘 이상훈) 등 8개팀이 참여한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등 익숙한 음악부터 말러와 바그너의 가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한 곡, 한국 작곡가의 창작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즐기며 합창음악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1만원. 1577-7766. ■ 흥겨운 소리놀이판-새달 23일 전주세계소리축제 새달 23~27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에서 제9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린다. ‘소리 울림, 신명의 어울림’을 주제로 판소리, 현대음악, 세계음악 등을 아우르며 판을 벌인다. 김명곤 축제조직위원장은 “예년보다 축제기간이 대폭 줄어든 대신 남녀노소가 입맛에 맞는 공연을 찾아 즐기고 호흡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고 소개한다. 축제 프로그램은 84개에 달한다. 개·폐막 공연과 함께 천하 제일의 소리를 모았다고 자신하는 ‘천하명창전’, ‘창작판소리 초대전-임진택’, ‘국악 고악보 고음반 재현’, ‘전주대사습 판소리 장원전’ 등 시선이 꽂히는 공연이 수두룩하다. ‘문학과 판소리’에서는 고은, 도종환, 김용택, 안도현, 조정래 등 저명한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을 판소리로 옮긴다. 가수 심수봉, 성악가 신영옥, 아르헨티나 가수 그라시엘라 수사나는 ‘월드 마스터스’ 무대에 선다.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집트의 구전 서사시,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의식, 아제르바이잔의 전통음악 등을 만나는 자리도 있다. 60여년 만에 국악계 원로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개막행사 ‘백 개의 별, 전주에 뜨다’는 축제의 의미를 더한다. 1만~2만원. (063)232-8398. 이순녀 최여경기자 coral@seoul.co.kr
  • [벌레들의 침공(상)] 벌레 얼마나 늘어났나

    [벌레들의 침공(상)] 벌레 얼마나 늘어났나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난 벌레는 꽃매미다. 2006년 출현 면적이 전국에 걸쳐 불과 1㏊였던 것이 올해는 2765㏊로 퍼졌다. 지난해 91㏊ 보다 30배 이상 늘었다. 한마리가 500개의 알을 낳는다. 꽃매미는 1932년 우리나라에 잠깐 나타났고, 1979년 또 잠시 출현했다 사라진 기록이 있다. 학계에서는 신종 벌레로 본다. 이준호 서울대 교수는 “이러다 국내에 정착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29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꽃매미는 경기 8곳, 충남 5곳, 경북 4곳, 충북 2곳, 강원·전북 각 1곳 등 전국 6개도 21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벼 해충인 애멸구도 올해 서해안을 강타했다. 농진청이 둘레 3m의 공중 포충망으로 성충을 하루 채집한 결과, 충남 태안과 서천이 963마리·919마리, 전남 신안 819마리, 전북 부안 597마리, 충남 서산 322마리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15~25마리에 불과했다. 1973년까지 남부지방에서 발생했던 것이 북상한 것이다. 애멸구는 치명적 바이러스인 벼줄무늬잎마름병을 옮긴 뒤 말라 죽여 ‘벼 에이즈’로 불린다.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할 때 논을 공격하는 흑다리긴노린재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안 보이던 멸강나방은 올해 1만 3877㏊에서 발견됐다. “징그럽고 냄새까지 풍기는 멸강나방애벌레 때문에 한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갔습니다.” 강원 평창 대관령 고랭지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는 김진묵(63)씨는 수확철인 요즘에도 옥수수 밭에 들어가기가 꺼림칙하다. 김씨는 “새까맣고 흉물스러운 애벌레 떼가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옥수수대와 잎사귀에 달라붙어 ‘사각사각’ 갉아먹는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얼마전 장맛비가 오기전 한창 때는 ‘쏴’하고 소나기가 내리는 듯했다. 김씨는 올해 1만 9835㎡(6000평) 옥수수농사를 모두 망쳤다. 멸강나방은 ‘강토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여름철 양쯔강 등 중국 남쪽에서 바람을 타고 온다. 장마와 태풍에 2~3일간 얹혀 오기도 한다. 밤꿀 등을 먹어 힘을 비축했다가 농작물을 초토화시킨다. 한 마리가 하루 벼 2포기를 먹어치운다. 며칠 집을 비우면 논밭이 초토화된다. 마리당 알 700개씩 연간 2차례 산란해 번식력도 엄청나다. 농진청 곤충산업과 김광호 농업연구사는 “날씨가 계속 따뜻해지면 국내에서 월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산 벌레들도 헤어릴 수가 없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의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전국에서 소나무 400만그루가 잘려나갔다. 2004년 경기 성남에서 처음 발생된 참나무시들음병의 매개체 광릉긴나무좀도 고온다습한 이상기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4087㏊의 참나무를 고사시켰다. 1963년 전남 고흥에서 처음 발견된 솔껍질깍지벌레는 지난해 충남 서천과 보령까지 진출했다. 신상철 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과장은 “각종 벌레들이 창궐하면서 지난해까지 서울 남산 면적(339㏊)의 1041배에 이르는 35만여㏊의 산림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미역과 다시마 등을 빨아먹는 바다벌레 이끼대벌레도 늘었고, 온실가루이·담배가루이·꽃노랑총채벌레 등 신종 온실 벌레도 들어와 있다. 김병철·평창 조한종기자 kbchul@seoul.co.kr
  • 강서 “20개 자치회관서 방학을 알차게”

    강서 “20개 자치회관서 방학을 알차게”

    서울 강서구가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동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3일 강서구에 따르면 20개 자치회관별로 파주영어마을, 강화달빛마을, 애벌레 생태학교 등 다채로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구는 어린이들이 도시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하기 위해 체험학습을 직접 보고 만들고 수확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꾸몄다고 덧붙였다. 구는 또 지역 내의 인적·물적 자원을 연계한 체험학습이 자치회관 중심의 지역공동체 형성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개 자치회관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으로는 울창한 숲속에서 삼림욕도 즐기고 다양한 풀벌레 등 곤충을 관찰하고 직접 벌레모형을 만들어 보는 ▲화곡1·2동의 광릉수목원 ▲화곡4동의 애벌레 생태학교, 장차 천문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는 ▲우장산동의 송암 천문대 체험, 어른들이 심은 농작물을 직접 캐보고 따보며 수확하는 기쁨을 맛볼 ▲가양1동과 공항동의 강화 달빛마을의 순무 버섯따기, 부모들의 어릴 적 방학생활 등을 체험하는 ▲가양2동의 외갓집 체험마을 등이다. 참여를 원하는 어린이들은 각동 주민센터에 직접 신청하면 되고, 참가비는 체험별 1인당 5000원에서 1만원이다. 지난 2007년부터 운영해 온 체험학습은 여름 및 겨울방학동안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기다리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나도 조종사 체험, 새터민 어린이 한옥마을 체험, 어린이 박물관 족장회의 체험, 국회배지 만들기 및 의정체험, 김포 덕포진박물관 옛날교실 체험 등이 인기를 끌었다. 전차동 자치행정과장은 “많은 돈이나 시간을 내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 자치회관에서 다채로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면서 “참가자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꿈과 창의력도 쑥쑥 자라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정유미 “‘차우’ 홍일점?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요” (인터뷰)

    정유미 “‘차우’ 홍일점?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요” (인터뷰)

    배우 정유미(26)는 처음부터 놀란 토끼 같았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는 듯 오래 생각하고 천천히 대답했다. ‘차우’ 시사회 때 핑크색 드레스가 참 예뻤다고 칭찬하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스타일리스트 언니들 덕분”이라며 배시시 웃는다. ◇도전 또 도전, ‘수난여배우’의 길 올해 들어 정유미에게 새로 생긴 별명은 ‘수난여배우’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차우’(감독 신정원·제작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생태학자 변수련으로 분한 정유미는 뛰고 넘어지고 다치기를 반복한다. “정말 힘들 때는 ‘다시는 이런 영화 안할 거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생생한 연기를 하려면 몸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잖아요.” 정유미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끔찍하게 꿈틀대는 살아있는 애벌레를 맛보는 장면까지 소화해냈다. 처음에 없었던 장면을 정유미는 자진해서 재촬영을 요구했다. “그 장면을 재촬영한 게 영화 개봉 3주 전이었어요. 개봉을 코앞에 둔 상태였는데 신정원 감독님께서 제 요구를 들어주신 거예요. 사소한 것이었지만 정말 행복했어요.” 물론 정유미도 겁이 나긴 했다. 하지만 변수린이라는 호기심 많은 캐릭터는 분명 애벌레의 맛을 보려고 시도했을 것이라며 맡은 역할을 충실했을 뿐이라는 겸손한 반응이 돌아왔다. “제가 거의 유일한 여배우라서 후한 점수를 주시는 데 감사해요. 하지만 제 고생은 고생도 아니었어요. 엄태웅 오빠가 특히 많이 다쳤구요. 영화에서 이장님으로 나오신 배우 분은 뱀한테 물리기까지 하셨는걸요.” ◇예쁘기보다는 조화롭고 싶은 욕심 식인 멧돼지와 목숨 건 사투를 담은 영화 ‘차우’(감독 신정원·제작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정유미는 차우 추격대의 홍일점이다. 하지만 ‘차우’에서 정유미가 분한 생태학자 변수련은 남자배우들과 다를 게 없다. 폐탄광을 달리고 진흙탕 속을 구른다. 영화 속 정유미는 결코 예쁘지는 않다.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여배우로서 속상할 법하다. 그래도 여배우의 생명은 아름다움이 아니냐는 말에 정유미는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면 ‘차우’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여배우=예쁘다’는 고정관념이 아닐까요? 중요한 건 영화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느냐하는 거죠.” 아름다움은 여배우의 필요조건일 뿐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정유미는 영화 속에서의 조화를 무엇보다도 중시한다고 했다. “일부러 원래 피부보다 한 톤 어둡게 화장을 했어요. 얼굴에 진흙도 잔뜩 바르구요. 변수련은 그런 설정이 맞는 캐릭터니까요.” ‘차우’에 이어 개봉될 영화 ‘10억’(감독 조민호ㆍ제작 이든픽쳐스)에서도 정유미는 호주의 사막을 비롯해 각종 오지를 돌아다녔다. 이제 몸 쓰는 연기에는 이골이 났겠다고 하자 정유미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웃었다. “하지만 제 몸을 영화에 더 던지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SPECIAL |가족] 가족, 숲과 들에도 있다

    [SPECIAL |가족] 가족, 숲과 들에도 있다

    생물학 또는 생태학적으로 인간만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아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많은 종류의 고등 동물들은 눈을 뜨고 처음 본 생물을 자신의 부모로 알고 살아간다는 “각인효과”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만이 아닌 숱한 생명체로부터 갖가지 유형의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니, 한 번쯤 찾아 나서 보자. 작년 이맘때 새로 이사 온 집의 베란다에 둥지를 튼 박새 한 쌍이 11개의 알을 낳았고, 이들이 살아가는 일들을 이것저것 기록해 보았다. 새벽 6시 반, 날이 어슴푸레 밝아오면 삑삑거리며 엄마아빠 새가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곤충의 애벌레들이 잎을 갉아먹느라 정신없는 오전 10시 전후가 되면 작은 부리에 한두 마리의 애벌레를 걸친 채 마치 스케이트 선수처럼 빠르고 잽싸게 미끄러지듯 둥지를 들락거린다. 갓 부화하여 등에는 시늉만 해댄 것 같은 털이 듬성듬성 난 새끼박새들…. 아직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끊임없이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타버릴 것 같은 부모들의 날개 온도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온종일 이리저리 자리바꿈에다, 엄마아빠 새가 들락거리는 때를 기가 막히게 맞춰 하얀 똥덩어리를 내지르느라 겨우 눈뜬 그들의 삶도 바쁘긴 매한가지이다. 거의 자신을 통째로 집어넣을 만큼 커다란 입을 벌려대는 이들에게 잦을 때는 한 시간 평균 10~15회를, 뜸할 때는 다섯 차례 정도 먹이가 공급된다. 한 마리당 평균 200회, 하루 10시간 먹이를 나르고 2시간 휴식을 한다 해도 한 시간에 20회 이상을 들락거리는 셈이니, 거의 2~3분에 한 번 꼴이다. 결국 매일 수백 마리가 넘는 곤충을 사냥하는 셈이다. 가장이자 부모 노릇 하기가 얼마나 힘들까 계산이 안 된다. 집 안에 온통 구물구물한 새끼박새들이 넘칠 줄 알았다면 그렇게도 많은 알을 낳았을까 싶다. 열한 마리나 되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느라 분주하게 들락거리는 숲은 박새 가족만이 있는 게 아니다. 딱새와 비둘기·노랑할미새 등도 가족을 이루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재미있게도 숲은 모든 새(鳥) 가족들이 먹고살기에 충분한 식당과 영양가 만점의 식단까지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전부 무료라는 점이다. 한 동네에 대략 30여 쌍의 박새 가족이 살고 있으니 하루 몇 천 몇 만 마리의 애벌레들이 사라지는 것인지 생각하면 참으로 경이롭기 그지없다. 이 모든 것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새 가족이 가진 힘이다. 최근 시화호의 개발과 맞물려 연안 갈대숲에 서식하던 고라니 처리 문제로 고민거리가 생겼다. 생포하거나 안전한 대체 서식처로 옮겨주지 못한 탓에 점점 살 곳이 줄어들자 사방이 훤히 보이는 맨 땅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사람의 눈에 띄는 고라니가 한두 마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가족 단위로 이동하고 먹이 활동을 하며 실제 어미고라니는 임신 중인 개체들이 대부분이다. 위기에 처한 이들 고라니를 안전한 보호시설로 옮기는 일을 맡은 안산시청 지구환경과의 최종인 선생님은 고라니 가족을 마취시켜 안전시설로 이송할 때마다 가족 이상의 애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들을 우리네 가족처럼 삶에 대한 불만이 없고 오직 잘난 인간들의 처분만 기다릴 뿐이라는 최 선생님의 걱정스런 목소리는 같이 살아야 할 가족의 의미가 얼마나 넓고 커야 하는지를 새롭게 일러주고 있다. 인근의 바위 절벽에서는 수리부엉이가 몇 년째 가족을 이루고 매년 후손들을 키워내느라 바쁘다. 특이하게도 수리부엉이 부부는 번식 철이 아닌 평시에도 끊임없이 교미를 하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아마 가족간의 유대강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하나라 생각된다. 평생을 한 쌍으로 살아가는 수리부엉이도 가끔은 로드킬로 짝을 잃거나 형제들이 비명에 숨지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끼들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거미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대식구들을 거느린 이동형 가족을 자랑한다. 동물들에게만 가족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잘 아는 아까시나무는 50년 정도 자라 죽음에 이르면 자신의 육중한 몸을 스스로 넘어뜨려 그동안 뿌려둔 후손인 종자들이 발아하기 좋게 숲에 커다란 하늘 구멍을 만들어 준다. 마치 적당한 유산을 남겨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같은 아까시나무가 젊어서 지나치게 많은 가족인 맹아를 남기기에 원성이 자자하고 묘지 부근에서 멸문지화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먹기 좋은 꿀과 질소고정을 통한 비옥한 토양 생성, 생태계에서 남기는 긍정적인 결과는 지구상의 모든 가족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터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일이다. 요즘 어떤 결합보다 강한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급격히 손상되고 있다. 취직과 공부를 당부하며 꿀밤을 올려댄 엄마를 고발하고 접근 금지 처분을 신청하는가 하면, 노부모를 유기하거나 친족을 불손한 목적으로 위해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언론을 탄다. 박새처럼, 고라니처럼 또는 쓰러져가며 후손을 배려하는 아까시나무처럼, 최고의 훈장으로도 담을 수 없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 가족에겐 그같은 사랑이 넘쳐야만 한다. 조건 없는 동식물의 가족 사랑이 유난히 돋보이는 5월이다. 글 · 사진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 소장 ※ 이 글의 모든 내용들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됩니다.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 소장. WDU 한방건강학과 교수. MBC ‘느낌표-이경규 다큐멘터리 보고서’에서 너구리박사로 출연. SBS ‘반달곰복원프로젝트’ 제작지원 및 출연. 《자연, 뒤집어 보는 재미》의 저자
  • “파주서 곤충·파충류 체험 즐겨요”

    “파주서 곤충·파충류 체험 즐겨요”

    경기 파주에서 어린이들이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곤충과 파충류를 직접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체험전이 열리고 있다. 7일까지 열리는 경기 파주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 행사장에 마련된 ‘곤충농장 숲속친구들’ 체험박람회에는 반딧불이, 풍뎅이, 애벌레 등의 곤충과 파충류 100여종이 전시돼 꽃축제를 찾은 어린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전시장에 온 아이들은 살아 있는 곤충들에게 직접 먹이도 주면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체험박람회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곤충 및 희귀 애완동물을 접할 수 있도록 방문체험교실도 운영한다. 체험학습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 없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을 직접 찾아 어린이들이 직접 동물들을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연사랑 정신을 길러줄 수 있다고 체험박람회 측은 밝혔다. 임형준 ‘곤충농장 숲속친구들’ 대표는 “아이들이 곤충과 파충류를 직접 만지며 체험하면 감성지수(EQ)가 향상되고, 담력도 좋아져 사회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는 ‘꽃, 책 그리고 자연’을 주제로 22㏊의 마을 들판을 꽃으로 수놓아 거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파주시는 축제기간 중 주행사장과 파주출판도시 진입로 등 4곳에 영상카메라를 설치, 꽃축제 현장을 인터넷으로 24시간 생중계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원준희, 교통사고 후 대박조짐 ‘애벌레’ 1위

    원준희, 교통사고 후 대박조짐 ‘애벌레’ 1위

    지난 4월 교통사고를 당해 컴백이 한달 늦춰진 가수 원준희(40)가 액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원준희의 새 싱글 앨범 타이틀곡 ‘애벌레’의 뮤직비디오는 독특한 곡목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며 지난 1일 오후 포털 검색어 차트에서 단숨에 1위에 랭크됐다. 당초 5월 초를 목표로 새 앨범 발표를 준비 중이던 원준희는 지난 21일 녹음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행 신세를 지게 됐다. 당시 원준희는 음반 작업 및 뮤직 비디오가 거의 마무리 된 단계였지만 머리와 목 등에 부상을 입어 활동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었다. 2일 원준희의 소속사 측은 “이번 앨범은 원준희 씨가 부활의 보컬과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 등이 참여를 더해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었다.”며 “사고로 인한 활동 연기가 본인에게도 큰 아쉬움이 됐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약 한달 늦어진 앨범에서 발 빠른 반응을 얻게 되자 오히려 지금은 몇 배나 기쁜 마음”이라며 “액땜한 듯 대박 조짐이 보인다.”고 기쁜 속내를 드러냈다. 원준희의 새 타이틀곡 ‘애벌레’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 취업난 등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곡. 특히 크로마키 촬영기법으로 촬영된 ‘애벌레’ 뮤직비디오는 땅이 갈라지고 피아노에 나비가 피어나고 배가 바다를 뚫고 솟아오르는 장면 등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VFX 기법들이 총 동원 돼 화제를 모았다. 한편 1989년 ‘사랑은 유리 같은 것’을 히트시킨 원곡 가수 원준희는 최근 힙합 가수 MC한새와 함께 ’사랑은 유리 같은 것’을 힙합 발라드 버전으로 재해석해 젊은 층까지 인지도를 넓히는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 바탕 뮤직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자동차 덮친 ‘쐐기벌레의 만행’ 포착

    길거리에 주차한 자동차를 단 며칠 만에 망가뜨려 놓은 쐐기벌레 습격 장면이 포착됐다. 이 사진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거리에서 촬영된 것으로, 쐐기애벌레 수천마리가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에서 자동차를 하얀색 고치로 에워싼 모습을 담았다. 곤충전문가들에 따르면 쐐기 벌레들은 조류와 벌 등에게서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나무 등에 고치를 만든다. 애벌레들은, 한낮 높은 기온을 피해 나무 그늘에 세워놓은 자동차를 나무라고 생각해 이렇게 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돌아온 자동차 운전자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과도 같은 이 모습을 보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농을 던졌다.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의 곤충전문가 스튜어트 하인은 “애벌레들이 이정도로 고치를 만드는 데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애벌레들은 특유의 배설물을 내놓는 고치들이 딱딱하게 굳었기 때문에 물세차를 해도 잘 안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영화리뷰] 애물단지 괴물, 지구방위 수호대로

    드림웍스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설명을) 30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드림웍스가 새로운 첨단 기법으로 내놓은 3D 애니메이션 ‘몬스터vs에이리언’은 신선하고 색다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했다. 특수안경을 끼고 봐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탁구공이나 운석이 눈앞으로 날아오는 것 같았고, 흩날리는 나뭇잎이나 파편 등은 손만 내밀면 잡힐 듯했다. 또렷한 화질이나 음향, 화면 속 원근감도 기존 입체영상과는 확실히 달랐다.이야기는 단순하다. 처지곤란한 존재로 비밀 수용소에 갇혀 있던 몬스터들이 지구를 침략한 에이리언을 물리칠 희망으로 나선다는 게 뼈대다. 순간이동 장치의 오류로 바퀴벌레 머리를 갖게 된 천재 과학자 닥터 로치 박사, 빙하기에 얼음에 갇혔다가 2만년 뒤 깨어난 물고기인간 미싱링크, 유전자 변형 토마토와 디저트 소스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젤리형 괴물이 된 밥, 핵 방사선 누출로 애벌레에서 100m짜리 거대 괴수가 된 인섹토사우르스는 장기 수용자다. 여기에 결혼식 당일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 부딪힌 뒤 몸집이 거대해졌고, 거대렐라라는 이름으로 수용소 신참이 된 주인공 수잔 머피가 힘을 보탠다. 1950년대 괴수 영화나 광고물, 삽화에서 따온 캐릭터들은 익살스러움과 개성이 넘친다. 어디서 본 듯한 여러 장면들도 비빔밥처럼 맛을 보탠다. 대통령이 에이리언이 보낸 거대 로봇과 맞닥뜨리는 장면에선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가 떠오른다. 거대 로봇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대통령은 ‘베벌리힐스캅’의 테마음악을 연주하며 춤을 춘다. 거대 로봇을 향해 ‘ET 고 홈’이라고 적힌 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ET’의 메인테마가 스친다.거대 로봇과의 대결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액션 신도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무대인 액션 작품이라면 대개 등장하는 내리막길 추격 장면도 유머스럽게 재현된다. 금문교에서 벌이는 사투는 ‘판타스틱 4’가 겹쳐진다. 단순한 줄거리에 기시감이 있는 부분이 많지만 그다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 연출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샤크’를 연출했던 롭 레터맨이 시나리오에 참여하고, ‘슈렉2’로 데뷔한 콘래드 버넌과 공동 감독을 맡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고 빨리 자리를 뜨면 놓칠 수 있는 장면이 있다.아쉽게도 국내에선 리즈 위더스푼, 휴 로리, 키퍼 서덜랜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펼친 목소리 연기를 입체영상과 동시에 즐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입체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데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입체영상은 한예슬 등이 참여한 더빙판으로 상영되며 2D 상영본은 자막이 깔린다. 4월23일 개봉.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능동 어린이 대공원 최고 식신은 누구?

    능동 어린이 대공원 최고 식신은 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 가운데 최고 대식가는?’ 정답은 올해 35세인 아시아코끼리 ‘태산’이다. 동물원 개관과 함께 터를 잡은 이 코끼리는 하루 먹는 양만 95㎏에 달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건초·사과·고구마·건빵 등 10종이나 된다. 무게가 약 3.5t까지 나가 어린이대공원 내 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크다. 젊었을 때는 하루 110~120㎏을 먹어 치웠다. 조류 중에서는 몸집이 가장 큰 타조가 ‘식신’으로 통한다. 하루 5㎏ 정도의 채소와 타조 전용 사료를 먹는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운영을 맡은 서울시설공단은 6일 동물원 81종 438마리의 동물들이 먹는 사료 종류와 양을 조사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동물들이 먹는 사료는 총 6종류 49품목. 초식동물을 위한 건초에서 맹수류가 먹는 닭고기, 캥거루고기와 백곰이 좋아하는 양미리까지 푸짐하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하루 소요되는 먹이 양은 460㎏이다. 금액으로 치면 90만원 정도이며, 이중 건초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보통 사육사들은 동물들에게 오전 중 한 차례 식사를 제공하는데 몸집이 작은 조류들은 수시로 먹이통에 사료를 채워 준다. 일반적으로 먹는 양은 덩치에 비례하지만 특이하게도 작은 새 종류는 몸무게 비율만 놓고 보면 대식가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원에서는 2005년부터 맹수류 먹이로 소고기 대신 캥거루고기를 제공한다. 소고기보다 광우병에 안전하고 가격도 싼 것이 가장 큰 이유. 또 호랑이나 사자들이 좋아할 뿐 아니라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다. 뼈째로 제공되기 때문에 맹수 본래 습성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이한 식사를 하는 동물로는 다람쥐원숭이가 꼽힌다. 곤충을 먹는 습성 탓에 채소 말고도 밀웜이라는 애벌레와 귀뚜라미를 먹인다. 1주일에 한번은 닭고기를, 환절기에는 단백질 공급을 위해 메추리알도 삶아 먹인다. 박승오 어린이대공원단장은 “먹을거리 불신이 커지면서 동물원 사료도 기생충 검사와 성분분석 등을 더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미술, 과학을 만나다

    미술, 과학을 만나다

    ‘미래는 어떤 세상인가. 또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호기심과 추적은 예술가와 과학자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과학자는 최첨단 기계 장치 등을 활용해 세계를 분석하고 미래의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반면 예술가들은 오롯이 붓 한자루에 의지해 관찰하고 상상해 마땅히 그래야 할 미래 세상를 창조해 나간다. 사비나 미술관이 오는 28일까지 전시하는 ‘2050 퓨처 스코프:예술가와 과학자의 미래실험실’은 요즘 유행하는 두 학문간의 교류를 담고 있다. 이른바 ‘통섭(通攝·학문간 벽허물기)’이다. 주제는 4가지. 지구환경, 인공지능, 가상현실, 나노기술 등이다. 이 작업을 위해 작가들은 과학자들과 세미나를 함께 하고, 아이디어를 추적하고 형상화시키기 위해 1년을 투자했다. 그 결과물로서의 작품은 과학자들마저 깜짝 놀라고 매혹될 만한 수준이 됐다. 전시는 미술관 입구부터 시작된다. 오창근과 음악 및 컴퓨터 전공자 4명이 작업한 ‘시공간 초월의 시대’다. 이른바 가상현실. 복합미디어 아트로 전시를 구경하기 위해 오는 관람객을 촬영할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주요 지역인 인사동, 대학로, 명동 등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1층의 흰 벽에 뿌려댄다. 시간의 흐름과 인지범위를 뛰어넘은 영상이 동시성을 갖게 된다. 입구에서 방긋 웃었다면, 영상 어딘가에서 1~2분 뒤에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최정원의 작품이다. 이현욱의 ‘이모셔널 드로잉’은 암실처럼 차려진 어두운 방에서 형광 막대기를 휘두르면 화면에는 그림이 그려지고 천장에 부착된 센서가 그 움직임을 포착해 소리로 변환된다. 메인 전시실에는 나노 연구실에 영감을 받은 노진아 작가의 다소 으스스한 작품을 만나게 된다. 몸체가 없는 긴 목을 가진 얼굴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며 둥근 달을 바라보고 있다. 특수 스펀지로 만들어진 얼굴들은 집먼지를 나노 단위로 확대할 경우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설정이다. 일종의 환상인데, 우리가 모르는 생명체들에 접근했다. 작업에는 안성일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가 도움을 줬다. 연세대 의대에서 인체관련 해부도를 6년째 그리고 있는 장동수 작가는 뇌와 인간의 감정의 관계를 분석했다. 희로애락을 담은 뇌를 표현하기 위해 얼굴의 단면을 석고로 떠낸 뒤 여기에 색깔이 있는 뇌를 25개로 담아냈다. 농축된 기억을 담고 있는 뇌는 모형을 뜨지 않고 직접 만들어 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박문호 책임연구원이 의식과 무의식, 감정에 대한 뇌의 활동을 소개했다. 과학자들이 가장 매혹된 전시는 이희명 작가의 작품들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해석한 듯하다. 식물과 동물이, 애벌레와 사람의 얼굴이, 애벌레와 손가락, 사과와 손가락 등이 이종교배돼 있다. 이 작가는 “몸은 성숙했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애벌레와 닮았다는 자각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아름다움과 추함을 사람들이 자꾸 분류하지만, 사실은 같다는 것을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잘려나간 손가락이 하등한 애벌레로 변하는 작품 ‘진화’는 다윈의 ‘자연선택’ 을 잘 이해한 작품으로 생물학자들로부터 평가받았다. 한미영 한국과학창의재단 실장이 도움을 줬다. 캔버스 위에 숲을 피워내는 길현 작가의 ‘나노 가든’도 흥미롭다. 물감과 비료인 요소를 함께 섞어서 캔버스에 뿌리놓고 건조시키면, 요소가 마르면서 결정이 나무처럼 자란다. 항공사진으로 커다란 숲을 찍은 듯한 형상이다. ‘나노 가든’은 물질을 나노로 쪼개서 보면 ‘나노 플라워’가 보인다는 표현에서 차용한 이름이다. 10명의 작가와 13명의 과학자가 참여했고 조각, 설치, 영상 등 30여점으로 꾸며졌다. 입장료 2000원. (02)736-437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DMZ 멸종위기 곤충 낙원

    DMZ 멸종위기 곤충 낙원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 곤충이 다량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2007년부터 DMZ를 포함한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곤충자원을 탐색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 Ⅱ급 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 쌍꼬리부전나비,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꼬마잠자리와 환경지표 곤충으로 잘 알려진 늦반딧불이가 발견됐다. 붉은점모시나비는 2002년 강원도 삼척에 군락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뿐 일본에서는 이미 사라진 희귀곤충이다. 또 쌍꼬리부전나비는 국내 서식하는 나비 중 유일하게 날개 뒷부분에 두 개의 꼬리(돌기)가 있는 등 형태학적으로 독특하고 애벌레가 땅속 개미와 공생하는 습성을 지닌 곤충이다. 20~30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물장군, 애기뿔소똥구리는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환경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김영호 원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DMZ가 50여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원래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자연생태계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DMZ의 생태환경을 잘 보존하고 평화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설 선물] 천 잠

    [설 선물] 천 잠

    흔한 건강식품보다 좀 더 차별화된 선물을 준비하고 싶다면 천잠을 추천한다. 천잠은 참나무산누에나방의 애벌레로 몸 길이가 5㎝ 정도 된다. 누런 빛을 띤 녹색으로 우툴두툴한 돌기가 많고 성긴 털이 있는 게 특징. 누에의 집에 있는 실크아미노산은 현대인의 성인병 및 각종 인체 10개 기관에 없어선 안 되는 세포활성화 물질이 들어 있다. 인체조직과 가장 유사한 비율로 아미노산이 100%인 세포활성 물질로 천연 단백질인 피브로인과 세리신으로 100% 이루어져 있어 성인병을 잡아내는 데 효능이 있다고 한다. 천잠에 들어 있는 실크아미노산 18종은 93% 이상이 체내에서 흡수되며 노화 억제, 체력 증진, 면역성 강화, 종양 억제 등의 효능이 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사람들의 생활에 파고들어 1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클로렐라를 앞질렀다. 080-966-1003. www.chunzam.com
  • 독도 고유 생태계 흔들

    독도에 갓·쇠비름·쇠무릎 등 외부 유입식물이 늘고 있어 고유 생태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실시한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07년 모니터링 때와 달리 정상부근에서 보리밥나무로 추정되는 목본(木本)식물이 군락 형태로 관찰됐다. 또 해국·갯제비쑥·왕호장근 등 초본(草本)식물 군락이 동·서도에 두루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기존 문헌자료 등을 토대로 분류된 45종의 외부유입종 중 갓·쇠비름·큰이삭풀·쇠무릎 등 27종의 외부 유입식물이 이번에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나비잠자리·어리귀뚜라미·풀색노린재·흰등멸구 등 미기록 곤충 21종도 새로 발견됐다. 식물의 식재과정에서 알·애벌레·번데기·성충 상태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환경부는 이에 따라 외부유입종의 분포·확산이 독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여부 등을 2014년까지 모니터링한 뒤 제거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조사단은 “곰솔·쇠비름·쇠무릎·흰명아주·방가지똥·갓 등 2006년 제거한 외부 유입종의 분포면적이 비교적 넓다.”면서 “외부 식물 유입은 독도식생에 큰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한편 조사단은 이번에 독도를 터전으로 생활하는 51종의 식물과 조류가 45종, 곤충류가 71종, 해양무척추동물이 6개 동물군에서 70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때까치·물총새· 붉은가슴울새·비느러미발도요·바다비오리 등 조류 5종과 빨강촉각장님노린재·산뱀잠자리붙이·바바애기무당벌레 등 21종의 곤충류 및 갈색군소, 갈색반점군소, 보름달물해파리 4종의 해양무척추동물을 포함한 총 30종은 기존 문헌조사에서 기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생물종이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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