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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삼성차 부지 ‘환골탈태’

    삼성 상용차가 퇴출된 뒤 애물단지로 남았던 대구시 달서구 옛 삼성상용차 부지가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옛 삼성상용차 부지는 14만 3100평에 이른다. 시는 이곳을 디스플레이,LCD, 휴대전화와 반도체부품 등 첨단제품 생산업체가 입주하는 정보기술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입주가 확정된 업체는 8개 업체. 지난 20일에는 LCD TV 전문업체인 ㈜디보스가 입주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디보스는 지난해 73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으로 외주·협력업체만도 120개가 넘는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희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입주해 3만평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LCD TV를 생산하는 ㈜KTV글로벌은 지난달 생산설비 공사를 끝내고 최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대LCD㈜, 한국OSG㈜ 등 5개 업체들도 곧 공장을 준공하거나 새로 지을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은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는 데다 협력업체만 400여개나 돼 침체에 빠진 대구 경제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2008년에는 9000억원이 넘게 투자되고 59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과 6조 9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새영화] ‘모두들, 괜찮아요?’

    일본의 감독 겸 배우 기타노 다케시가 수년 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가족이란 남들이 안 보면 갖다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벗어버리고 싶으나 결코 벗어버릴 수 없는 운명적 길항작용을 하는, 가족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담백한 정의를 그가 했던 게 아닐까. 24일 개봉하는 ‘모두들, 괜찮아요?’(제작 마술피리)는 가족을 고민하는 드라마이다. 톱스타를 대동하지 않은 조촐한 영화(순제작비 8억 5000만원)이지만, 또랑또랑한 어조로 현대사회의 가족문제를 깊이 성찰하려는 사려깊은 홈드라마.10년째 시나리오를 쓰며 ‘입봉’을 꿈꿔온 신인 감독 남선호의 장편 데뷔작이다. 한 가정의 일상을 폐쇄회로 카메라로 찍어낸 듯한 영화는, 사실상 가장인 여자의 좌표에서 가족의 군상을 그려나간다. 한때 전도유망한 무용수였다가 동네 무용학원 원장으로 눌러앉은 주부 민경(김호정)은 애물단지 가족들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10년째 영화감독 지망생으로만 빈둥거리는 백수 남편 상훈(김유석)을 참아내는 것만도 힘든데, 치매에 걸려 툭하면 사라지는 친정아버지(이순재)로 골머리가 썩는다. 아홉살난 아들과 아버지를 챙기는 최소한의 임무만 해오던 상훈에게 1년만 더 백수생활을 유예해주기로 한 민경이지만, 남편의 바람기를 목격하면서 참았던 뇌관은 폭발하고야 만다. 줄거리를 언급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머물러 있다. 연립주택에 사는 일가족을 훑는 스크린의 외양만 보자면 끝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 무료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출구를 찾지 못해 서로 다른 몸짓으로 갈등하고 오해하며 상처받는 가족 구성원들을 시종 코믹 어조로 열거해간다. 그런데 그 낱낱의 상황들이란 모두에게 그저 너무나 익숙한 일상의 편린들일 뿐이다. 그 점, 영화적 상상력의 빈곤을 지적당할 여지가 많다. 하지만 눈밝은 관객이라면 애초에 영화의 출발 동기가 걸출한 영화적 성취를 노렸던 게 아니었음을 간파할 듯싶다. 무작위로 선택한 한 가정의 대문을 열어젖혀 가감 없이 퍼낸 리얼리티. 감독 자신의 지리멸렬했던 스크린 입성기를 그대로 영화화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영화는 순식간에 동조세력을 확보해낼 것이다. ‘플란다스의 개’‘나비’ 등 작지만 힘있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호정이 또 한번 ‘연기 잘하는 배우’로 신뢰받을 작품이기도 하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성남 구시가지 공단부지 용도 변경 논란

    성남 구시가지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대형 공단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성남시 승격당시 조성돼 30년을 버텨온 이들 공단이 시가지 확장과 더불어 이전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자치단체와 주민과 땅주인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수년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3일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시는 1976년 수정구 신흥동 일대 3만 2000여평에 지방산업단지를 조성했으나 이후 도심이 팽창하면서 이전 문제가 제기됐다.2001년 용도변경작업에 착수했으나 2002년 7월 도 도시계획위원회가 대체용지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반려해 진행이 중단됐다. 그러나 용도변경작업이 시작되면서 공단 내 14개 입주업체가 땅을 매각해 공단기능을 상실했으며 현재 도로를 제외한 공장용지는 ㈜새로운성남과 군인공제회 등이 이전업체로부터 땅을 사들여 지난해 11월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을 건립하겠다며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제안했다. 시도 지난 8일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차원에서 1공단 부지를 일반공업용지에서 아파트 및 주상복합건물 건축이 가능한 일반상업 및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겠다며 지난달 8일 주민 공람공고를 시작했다. 이에대해 수년째 공단부지의 공원화를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은 “시가 여러가지 안건이 포함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계획안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특혜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공단녹지문화공간만들기 시민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1공단은 열악한 구 도심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며 “시가 녹지를 훼손하면서까지 대체용지(동원동)를 조성, 특정 지주에게 막대한 이득을 주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제주도로 방향 튼 한류

    ‘제주발 한류 열풍이 불까.’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드라마 태왕사신기(김종학 프로덕션)로 제주가 들썩거리고 있다. 제주도는 28일 한류 열풍의 주인공인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가 3월 중순부터 본격 촬영에 들어가면 겨울연가의 무대였던 남이섬과 춘천에 못잖은 관광객이 제주로 몰려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일본 관광객 부쩍 늘어 태왕사신기의 제1 야외세트장으로 고구려 궁궐이 들어설 북제주군 구좌읍 김녕리 묘산봉 일대에는 벌써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드라마 세트장을 짓기 위해 터 고르기 작업이 진행중인 이곳에는 매일 40∼50대 일본 중년여성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세트장이 들어선 것도 아니고 드라마 촬영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욘사마’ 열성팬인 일본 여성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투어 공사현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김형호 현장소장은 “하루에 수십여명의 일본 관광객이 몰려와 세트장 주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간다.”면서 “공사도 공사지만 앞으로 이들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까지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 드라마가 촬영에 들어가고 내년부터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 방영이 시작되면 앞으로 2∼3년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이미 태왕사신기 관광상품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며 “드라마에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더해져 관광효과가 겨울연가의 남이섬과 춘천을 능가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드라마 제작사는 현재 격구장과 서민주거지 등을 설치할 제2 야외세트장 건설부지도 물색중이다. 이달 중순 성공기원제를 갖고 촬영에 들어가 연말까지 촬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어린이 SF드라마 세트장도 설치제작사는 올부터 3년간 어린이 SF드라마인 ‘이레자이온’도 제주에서 촬영키로 하고 현재 제주도와 세트장 입지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중이다. 지구를 지키는 별자리 싸움을 그린 이 드라마 세트장 건설을 통해 장기적으로 제주도에 미니 디즈니랜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김종학 감독은 “SF드라마 세트장은 어린이들이 와서 별자리도 공부하고 꿈을 키워가는 작은 디즈니랜드가 될 것”이라며 “어른들의 관광지만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제주도에 가자고 부모를 조르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드라마 세트장 관광은 반짝특수에 그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 신라항공여행사 최경달(50) 사장은 “국내의 세트장이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반짝 관광특수를 누렸다가 드라마가 끝나면 모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면서 “드라마세트장 조성 초기부터 주변 관관광지와 연계한 지속가능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전공수업 한과목뿐… 교양교수 전락”

    “전공수업 한과목뿐… 교양교수 전락”

    A대학 독어독문과 이모 교수는 요즘 부쩍 한숨이 잦아졌다. 인문학의 기본이라는 자부심으로 독문학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공부해 왔는데 이제는 학생들의 외면은 물론 학교에서조차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1학년 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전공신청을 받았더니 중문과와 영문과에만 200명 이상이 몰렸다. 독문과를 신청한 학생은 고작 5명뿐이었다. 그것도 이 교수가 애걸복걸해 데려왔다. “우리 과로 온 5명이 고맙긴 하지만 별로 내켜하지 않던 학생들이어선지 솔직히 정은 덜 가요.1∼4학년 다 합쳐도 20명이 안 되니….” 이번 학기 이 교수가 가르치는 세 과목 중 전공은 한 과목뿐이다. 수강신청한 학생이 없어 전공과목이 줄어들자 학교측에서 서양사 등 교양 두 과목을 배정했다. 이러다 교양교수로 직종전환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교수들의 이런 답답한 사정은 인문학만의 얘기가 아니다.B대학 무역학과의 한모 교수는 올해부터 명함에 ‘무역학과’ 대신 ‘경영학부’라고 새기고 다닌다. 학교에서 경영학과와 무역학과를 경영학부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였지만 손상된 자존심과 무역학과의 사멸에 대한 아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C대학 서어서문학과 고모 교수는 인기학과로만 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현행 학부제의 맹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성적에서 밀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과를 어쩔 수 없이 전공하게 된 학생은 4학년이 돼서도 간단한 문장조차 읽지 못하는 ‘얼치기’로 전락한다.”면서 “소신 지원한 상위권 몇몇 학생들과 다수의 하위권 학생들이 섞여 수업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대 권두환 학장은 “현재로서는 학부모나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만 듣고 고정관념을 갖고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교수 개개인이 끊임없는 대화와 노력을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알려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애물단지 ‘안개’ 이슬·서리로 변신?

    애물단지 ‘안개’ 이슬·서리로 변신?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서 안개가 끼는 날이 잦아졌다. 요 며칠새 새벽에 낀 안개가 오후까지 그대로 남아 하루종일 희뿌연 세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혹자는 “운치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의 안개는 교통 대란을 일으키고 인체에 적지 않은 위협을 가하는 등 이른바 ‘공공의 적’ 취급을 받는 애물단지가 됐다. 과학적으로 안개의 실체를 파헤쳐 보자. ●안개는 이슬·서리의 사촌격 안개는 구름이 땅으로 내려와 앉은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안개는 공기의 온도가 갑자기 떨어질 때 대기 중에 머금은 수증기가 응결, 물방울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때 물방울의 크기가 공중에 떠다닐 정도로 작으면 구름이나 안개(霧)가 된다. 조금 더 커서 땅 위의 식물 등에 달라붙으면 이슬(露)이 되고 이것이 얼어서 고체가 되면 서리(霜)가 되는 것이다. 한자어로 봐도 물방울(雨)과 관련됐음을 알 수 있다. 광명북고등학교 조영우(지구과학담당) 교사는 도심에서 발생하는 안개는 대부분 ‘복사안개’라고 말했다. 태양의 복사에너지로 따뜻했던 지표면의 온도가 대기의 온도보다 낮아지면서 쉽게 이슬점에 도달해 발생하게 된다는 것. 그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클수록, 바람이 불지 않을수록 안개가 잘 낀다고 설명했다. 바다 등 물 위를 지나온 공기가 수증기를 많이 품고 내륙으로 올라오면 더욱 짙은 안개가 생기게 된다. ●안개낀 날엔 조깅 피하고 저녁에 운동하라. 새벽녘 안개낀 도로 위를 달리는 것만큼 상쾌한 경우도 없다. 하지만 아침 운동을 한 뒤 옷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세한 이물질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럴 경우의 안개는 순수한 안개가 아니다. 오염 물질이 응결되면서 뒤섞여진 이른바 ‘스모그(‘smoke’+‘fog’)’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햇빛이 강한 맑은 날인데도 도심 전체가 잿빛 안개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 많은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 등이 공기 중에 떠돌다가 강한 자외선을 받아 2차 오염 물질인 광산화물을 만들고, 이것이 안개에 섞여 발생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안개가 낀 날에는 저녁에 운동하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안개 없앨 수 있다. 그러면 안개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개로 직접적 피해를 보는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안개제거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바다안개(海霧)가 잦아 항공기 운항이 자주 중단되는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최근 안개를 제거하는 장치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용하기도 했다. 안개를 제거하는 고전적 방법은 ‘인공강우(人工降雨)’를 만들 때처럼 드라이아이스 등 빙정핵(氷晶核)을 뿌리는 것이다. 가벼운 물방울인 안개를 얼려 무겁게 만들어 비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섭씨 0도 이하의 ‘찬 안개’에, 그것도 좁은 지역에서만 효과가 있어 실용화하지는 못했다. 반대로 항공 교통과 관련돼 생기는 안개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는 ‘따뜻한 안개’에는 이온발생기를 통해 ‘전자기장’을 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안개 속에 고전압의 전기를 발생시키면 대기속 분자는 이온화된다. 이러한 이온이 응결핵(凝結核)으로 작용하면서 빙정핵 역할을 해, 빗방울로 떨어지게 되는 원리다. 인천국제공항 예보팀 정장아 주임은 “최근 국내에서 이온발생기를 이용한 ‘안개제거장치’ 2대를 도입, 시범 운영했다.”면서 “그러나 넓게 퍼져 있는 바다안개를 제거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본격적인 도입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열린세상] 청계천 실험,끝나지 않았다/이건영 중부대 총장·전 건교부 차관

    청계천이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주말마다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자동차 물결과 매연으로 가득하던 고가도로와 그 밑의 음습한 그늘풍경들이 산뜻한 모습으로 바뀐 것은 놀라운 일이다. 10여년 전쯤, 나는 ‘서울의 흉물(凶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대다수의 도시전문가들이 흉물 1호로 꼽은 것은 청계천 고가도로였다. 그리고 여의도 광장, 시청앞 광장 순으로 많이 지적되었다. 그후 황량한 여의도광장은 산뜻한 공원으로 바뀌었고,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시청앞 광장도 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계천 고가도로도 철거되었다. 이렇게 서울의 모습이 다듬어져 왔다. 시카고의 흉물은 고가전차일 것이다. 철거논쟁이 몇십년째 계속되고 있다. 도쿄 시내의 고가도로도 꼴불견이다. 도쿄의 흉물이다. 보스턴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흉측한 고가도로를 엄청난 돈을 들여 지하화하고 있다. 어느 도시건 개발 초기에 허겁지겁 만든 시설들이 나중에는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청계천 고가도로는 서울의 자동차 대수가 지금의 80분의1 정도밖에 안 될 때 만든 것이다. 당시 서울 바닥에는 개발의 삽질이 그치지 않았고, 간선도로에는 버스트레인(버스정류장에 줄을 이어 선 버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자동차는 많지 않았지만 교통처리 기술이 미흡하여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손쉬운 방안으로 고가도로가 채택되었다. 개발이 곧 미덕인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의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이제 자연을 말하고, 환경을 고려하고, 녹지에 욕심을 부리고, 미학을 논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도심지에 있던 명동공원, 서린공원 등을 몇푼 받고 팔아야 했던 시절에서, 이제는 공원용지를 사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뿐인가. 도시마다 호화판 청사를 짓고, 문화회관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청계천을 둘러보면 복원이라기보다 조경이라는 편이 옳다. 어디에도 옛 청계천의 모습이나 정서는 찾을 길 없다.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창조된 공간이다.‘자연 그대로’를 살린 ‘양재천 실험’과는 다르다. 수표교 이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쉽기는 하나, 이 정도의 실험이라도 얼마나 신선한 발상인가? 복원에는 역사의 향기가 배어나야 한다. 경희궁을 복원한답시고 손질하다가 이런저런 아쉬운 시설이 들어가서 결국 잡동사니가 되었지 않은가? 청계천에도 역사가 담기고, 물과 함께 도시자연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다듬어졌으면 한다. 정부는 광화문의 위치를 복원하는 서울역사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정치적인 냄새만 난다. 나는 그보다 광화문에서 세종로네거리까지의 가로공원 조성이 더 매력 있는 안이라고 본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지만 도시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영국의 잠언이 있다. 자연은 어수룩해 보여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름답고 오묘하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도시는 무엇하나 편안한 것이 없다. 선진국의 대도시들도 쇠퇴해 가고 있다. 아무리 리모델링을 하고 환경이란 이름의 분칠을 해도 점점 비인간적인 삭막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의 개발은 복개식이었다. 한때 하천 복개는 동네마다 숙원사업이었다. 앞으로의 개발은 개천과 함께 가는 개발이어야 한다. 도심지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 흉물이 얼마나 많은가? 청계천과 대조적으로 버림받은 신림천, 너저분한 골목길, 병영같은 아파트 등등. 성장시대의 상처이기도 하고 서투른 화장의 흔적이기도 한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서울도 차츰 세계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도시의 미학을 정립하고 싶다. 이에 걸맞은 리모델링이 계속되어야 한다. 이건영 중부대 총장·전 건교부 차관
  • 신촌 다주상가 자리에 공원

    신촌 다주상가 자리에 공원

    서울의 부도심인 신촌 발전에 걸림돌이 됐던 다주상가가 철거되고, 이 곳에 공원이 조성된다. 서울 마포구는 노고산동 57의 53 일대 2006평(6620㎡)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같은 내용의 세부 개발 계획안을 18일 공개했다. 개발안에 따르면 신촌로터리 인근 다주상가 부지 955평(3152㎡) 가운데 600여평에 공원이 들어선다. 또 상가 후문에 있는 270여평의 어린이 공원 부지와 상가부지 일부를 합쳐 쇼핑몰을 짓는다. 이 쇼핑몰에는 다주상가 상인들을 우선 입주시켜 이들이 상업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는 또한 상가 지하에 묻혀있는 하수도를 재정비한다. 구 관계자는 “하수도가 있는 지상부지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지만 다주상가 건축 당시에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971년 준공돼 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 신촌 지역의 대표 상가로 자리매김했던 다주상가는 상가 오른편에 그랜드마트가, 맞은편에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상 3층 건물인 다주상가에는 현재 각종 수입상가와 의류매장, 재래시장과 체육시설 등이 자리하고 있으나 90년대 초반부터는 신촌의 애물단지로 취급받아 왔다. 직사각형 형태로 길게 늘어선 다주상가는 상가 오른편 일반상업지역과 왼편 준주거지역의 흐름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해 이 지역 발전 속도를 더디게 했다. 다주상가 후문쪽 어린이 놀이터에는 노숙자와 취객들이 전전하고 있다. 게다가 상가 왼편 준주거지역 안에는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여성들을 살해했던 집도 있다. 마포구는 다주상가가 철거되면 신촌에서 가장 낙후된 상가 북서쪽 준주거지역도 재정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는 지역주민과 상인조합의 의견을 수렴한 뒤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이르면 내년초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훈 마포구 도시관리국장은 “다주상가를 허물지 않고서는 신촌 지역의 종합적인 발전을 꾀할 수 없다.”면서 “인천공항철도와 경의선이 완공되면 신촌이 국제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지금부터 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불법주차 견인업무 ‘애물단지’

    광주시 도시공사와 시내 자치구가 불법 주·정차된 차량에 대한 견인업무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영준 도시공사 경영본부장은 15일 “올 말까지 견인 업무를 자치구가 환수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부터 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치구는 “도시공사가 요구한 인원과 장비를 모두 승계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이들 기관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견인업무 자체가 마비될 전망이다. 도시공사 측은 10년이 넘게 적자가 누적된 만큼 견인사업을 더 이상 대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열린 자치구와의 협의에서는 불법주차 견인업무를 내년 하반기부터 자치구로 이관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또 각 자치구가 올 말까지 인력과 장비에 대한 환원 계획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견인업무를 전격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도시공사는 견인업무를 대행한 1993년부터 지금까지 30여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데다 올해도 5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 자치구는 견인업무와 관련된 근로자들을 모두 승계하기에는 열악한 재정상 곤란해 최소 운전원인 15명 정도만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도시공사 소속 근로자의 인건비가 자치구보다 30%가량 더 높은데다가 장기 근속자들이 많아 전원 수용시 재정 부담이 늘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불법주차 견인은 지난 1993년 광주시교통관리공사가 광산구를 제외한 4개구와 협약을 통해 대행해 왔으며, 지난 1995년 9월까지는 자치구가 적자를 보전해 줬으나 같은 해 10월 구의회 의장단의 건의에 따라 적자 보전이 중단돼 견인업무 관할권 논란이 빚어졌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자치구 홍보의 ‘첨병’

    자치구 홍보의 ‘첨병’

    서울에서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는 자치단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치구가 주최하는 축제나 각종 문화행사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은 물론, 구청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까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곳도 있다. 이밖에도 인터넷 방송을 통해 문화강좌나 어학강좌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해, 주민들의 학습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몇몇 자치구에서는 ‘예산 낭비’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다른 자치구가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방송국을 운영하는 자치구도 있다. 이들에게는 인터넷 방송국은 ‘애물단지’라 할 수 있다. 인터넷 방송국 운영의 선두주자 격인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는 각각 4억원과 2억 4000만원을 인터넷 방송에 투자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자치구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큰 액수다. 그렇지만 강남·마포구 인터넷 방송은 다른 곳에 비해 질이 높고 제공하는 콘텐츠도 다양하다. 자치구의 인터넷 방송국은 현재 걸음마 단계이다.‘생색내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는 올해 3월 ‘동대문구 인터넷 방송국(DBS)’을 개국하기 위해 여성 아나운서 1명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1명을 뽑는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39명. 구청이 운영하는 작은 인터넷 방송국에 불과하지만 영국 유학을 다녀온 응시생과 대학원생, 유명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수료한 사람, 각 종 방송 경험자 등 ‘쟁쟁한 인재’들이 도전장을 냈다. 최종 선발된 김선희(24·여)씨 역시 국군방송에서 라디오를 진행한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도 ‘중랑구 인터넷 방송국(JBN)’아나운서 선발 시험을 치렀다. 이 시험을 통해 지상파 방송국 리포터 출신이 46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됐다. 서울시 각 자치구의 인터넷 방송은 ‘구 홍보의 첨병’이자 ‘지역의 소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아직까지 제 역할을 찾지 못하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예산 낭비”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곧 다가올 ‘인터넷 구청시대’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준급 방송부터 ‘걸음마’까지 다양 서울시 자치구들의 인터넷 방송국 운영 현황은 다양하다. 이미 안정기에 접어든 곳이 있는가 하면, 걸음마 단계에서 힘겹게 버티는 곳도 있다. 부자 자치구인 서울 강남구(구청장 권문용)는 자치구 인터넷 방송의 선두 주자다. 강남구청은 2004년 6월 1일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과 ‘강남구청 인터넷 방송’을 동시에 개국했다. 유명 입시학원 못지않게 인기가 높은 강남구 수능방송은 논외로 하더라도, 구청 인터넷 방송 역시 양질의 콘텐츠와 높은 기술력으로 웬만한 케이블TV 못지않다. 강남구 인터넷 방송은 전면 외주 형태로 총 10명의 인원이 제작하고 있다. 내년에 배정된 예산만 4억원에 달한다. 다른 구청이 1∼4명의 인원으로 최대 2억원 이내에서 예산이 배정된 데 비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든 방송 시설은 구청이 구입해 청사 내에 설치했다. 외주 업체의 팀장과 PD·아나운서·기자·편집디자이너 등이 구청에 상주하면서 강남구의 구정과 문화행사, 동네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 구청장 주재로 매주 열리는 강남구청 확대간부회의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기도 해 다른 구청과 수준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구 아나운서가 최고”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아나운서를 선발해 구청 인터넷 방송의 인기몰이를 하는 곳도 있다. 강동구(구청장 신동우)는 지난해 10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여성 아나운서 한 명을 뽑았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한 실력파다. 강동구 인터넷 방송이 시작된 것은 2000년 12월이지만 외부에서 아나운서를 채용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이후로 강동구에서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관심이 구청내에서 먼저 불기 시작했고, 점차 구청 밖 일반 구민들에게까지 번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서 가장 먼저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강동구는 처음엔 외부에 스튜디오를 임대해 사용했으나 올해 11월 자체 스튜디오 완비했다. 촬영과 편집을 맡은 PD 1명과 아나운서 1명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모든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중랑구(구청장 문병권)에서도 지난해 12월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하면서 여성 아나운서를 채용했다. 중랑구도 지상파 방송국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최종 선발했다. 구는 방송국 개국을 위한 스튜디오 설비 및 장비 구입에 1억 2000만여원을 투입했다. 인터넷 방송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여성 아나운서를 내세워 구정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인터넷 방송 역할비중 높이기에 안간힘 구로구(구청장 양대웅)는 2003년 5월 인터넷방송국을 개국했다. 모든 프로그램을 외주업체에 맡겨 제작하고 있다. 구로구 인터넷 방송은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교육(영어·중국어·교양강좌)과 연계해 주민들이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 동에 한 명씩 19명이 포진하고 있는 명예기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도 구로구만의 장점이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는 ‘디지털 마포’라는 구의 슬로건에 부합하도록 인터넷 방송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하고 있다. 마포구는 강남구 다음으로 많은 2억 4000여만원을 인터넷 방송국 운영에 지원한다. 지난 2004년 8월1일 개국한 마포구 인터넷 방송국은 다른 자치구 인터넷 방송보다 가장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전체 프로그램만 15종류 이상이며 이 가운데 특히 구민들이 마포구청장과 직접 만나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책을 들어보는 ‘금요사랑방’을 구민들에게 인터넷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월 1회 열리는 확대간부회의도 빼놓지 않고 인터넷 방송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구청 인터넷방송국 아나운서 3인 인터넷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계약직 공무원으로 아나운서를 채용한 자치구는 동대문구·중랑구·강동구 등 3곳이다. 이곳의 아나운서들은 지상파 방송국 아나운서 못지않은 실력과 개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공무원과 아나운서라는 신분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보이고 있는 듯했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선희 아나운서(2005년 3월 입사) “내부 고객(공무원)과 외부 고객(주민)을 잇는 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동대문구 인터넷방송국(DBS)김선희(24·여)씨는 구청 인터넷방송국 아나운서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가교(架橋)론’을 펼쳤다.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방송이 공무원과 주민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 수준의 인터넷방송은 존재를 알리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지방자치가 좀더 정착되면 구청 인터넷 방송이 나름대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린 나이이면서 당찬 성격인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나운서가 되자, 동대문구로 이사해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는 등 동대문구 인터넷방송국에 열성적이다. 그러면서도 공무원의 틀 속에서 자신의 아나운서로서의 개성을 잃지는 않을지 염려하기도 했다. ●임영은 아나운서(2004년 12월 입사) 중랑구 인터넷방송국(JBN)의 임영은(27·여)씨는 아나운서 본연의 역할은 물론 방송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재간둥이’다. 그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대학에서 배운 편집 기술을 이렇게 잘 써먹을 수 있을지 몰랐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물론 전문성은 좀 떨어지겠지만, 아나운서가 편집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경쟁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최근 구청에서 일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지난 4월부터 중랑구가 주최하는 대형 음악회에 사회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후로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어떤 주민들은 음악회가 끝난 후 꽃을 선물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은 사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중랑구 인터넷 방송이 알려지면서 ‘아나운서 임영은’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46대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으면서도 그는 겸손하다. “아나운서라고 하면 다들 예쁘다고 생각할 텐데 저는 솔직히 그렇지 않거든요. 다만 중랑구라는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조미란 아나운서(2004년 11월 입사) “방송 카메라를 보고 지상파 방송인 줄 알고 깜짝 놀라는 분들도 구청에서 나왔다고 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시더라고요. 이것이 구청 인터넷 방송의 매력인 것 같아요.” 강동구 인터넷방송(GDIB) 조미란(24·여) 아나운서는 지상파 방송국 기상캐스터와 리포터 등을 거친 나름대로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방송인이다. 그는 “구청 인터넷방송국 아나운서들은 주민들에게 각인된 구청의 경직된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나운서는 구청하면 떠오르는 ‘주민등록’‘딱딱함’‘불친절’ 대신 ‘친근함’‘상냥함’ 등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주민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거든요. 카메라를 들고 아나운서들이 직접 찾아가면 주민들은 매우 좋아합니다.” 그는 최근 이 지역의 옷가게와 백화점 등에서 아나운서 의상을 한두벌 협찬받을 수 있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옷값이 아낀다는 차원보다는 강동구청 인터넷방송이 그만큼 많이 알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란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12년 방치 구성공단 골프장으로

    지방공단 부지가 12년이 되도록 분양되지 않자 골프장으로 개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무리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개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24일 한국토지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측은 경북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일대에 조성된 24만 6300평 규모의 구성공단을 211억원에 ING레저개발㈜에 매각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고 밝혔다. ING레저개발은 이곳에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과 9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 오는 2007년에 착공,2010년 완공할 예정이다. 구성공단은 경북 금릉군이 지역개발 차원에서 지난 1993년 12월 조성한 것이다. 이후 금릉군은 단 한 필지도 분양하지 못한 채 1995년 김천시와 통합되면서 사업비 부족 등으로 손을 들어 부지를 토지공사가 떠안았다. 구성공단은 김천시 외곽에 자리잡은데다 진입로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기업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더구나 김천시가 공단이 식수원 상류에 있다는 이유로 유치업종을 전기전자, 의료·정밀광학기기, 자동차조립 등 무공해 업종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가 없었다. 토지공사는 조속한 공단분양을 위해 입주업종 완화를 요구했으나 여론을 의식한 김천시는 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구성공단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채 12년 동안 방치돼왔다. 토지공사가 구성공단에 투입한 부지조성 등 비용은 252억원에 이르러 순수 손실액만 41억원이나 된다. 그동안의 금융비용과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실액은 더 늘어난다. 토공 관계자는 “장기간 미분양 상태로 방치된데다 기업들이 더이상 투자할 의향을 보이지 않아 부득이 대체용지로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구성공단은 지자체의 마구잡이식 공단개발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김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사제의 情 깨는 금속탐지기

    “이건 해외 토픽감이야. 감독관이 시험보는 애들한테 금속탐지기를 들이대며 화장실까지 동행하는 판이라니…”(서울 A여고 감독관),“금속탐지기에 검색당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까 화장실 가는 것도 참았어요.”(18세 수험생) 23일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2006학년도 대입수능시험에 처음으로 도입한 금속탐지기는 수험생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감독관에게는 차마 피하고 싶은 ‘애물단지’가 됐다. 이날 전국 966개 고사장의 2만 3076개 시험실에 비치된 금속탐지기는 4700여개.5개 교실당 1개꼴로 복도 감독관에게 지급했다.지난해 조직적인 수능부정 행위로 치욕스러운 불명예를 안았던 광주시교육청은 다른 지역보다 갑절이 넘는 탐지기를 확보해 시험실 2곳당 1개씩 배치했다. 서울 한 고사장의 복도감독관은 “현실적으로 모든 수험생을 일일이 검색할 수 없어 화장실에 갈 때만 신체검색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서 “화장실에 가는 수험생마저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K고교 고사장에서는 1교시 답안지 작성을 마치고 화장실에 가던 김모(19)군이 금속탐지기의 검색을 받게 되자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김군은 “검정고시 출신으로 수능 모의고사를 한번도 치지 않아 휴대전화가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여고 정근옥 교감은 “사제지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고 곤혹스럽다.”면서 “부정행위가 완전히 사라져 내년부터 금속탐지기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안동환 이유종기자 sunstory@seoul.co.kr
  • [생각나눔] 발길 뜸한 무인화장실 없애? 놔둬?

    [생각나눔] 발길 뜸한 무인화장실 없애? 놔둬?

    서울시가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도심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설치한 무인 자동화장실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청계천 주변이나 재래시장 등 무인 자동화장실이 절실한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용률이 저조하고 설치·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아 서울시는 향후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13곳은 시간당 1명도 안 찾아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9월 한달동안 서울시내 36개 무인 자동화장실을 이용한 시민은 5만 2757명으로 화장실 한 곳당 1465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인 자동화장실 제조사인 프랑스 데코사가 전 세계에 설치한 무인 자동화장실(2941개)의 월평균 이용 인원인 363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시간당 이용인원은 1.6명으로 2시간 동안 3명꼴로 이용한 셈이다. 이용인원이 한 명 이하인 곳이 중구 훈련원공원(0.4명), 영등포구 영등포구청(0.5명), 서대문구 서대문역(0.5명) 부근 등 전체의 36%인 13개에 달했다. 마포구 아현역(5.4명), 중랑구 사가정역(5.1명), 종로구 종로3가(4.7명) 부근은 비교적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꼽혔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총 27억 8000만원을 투입해 무인 자동화장실을 설치했다. 한 개당 연간 226만원의 수도·전기요금 등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설치·관리 비용으로 한 개당 월평균 80만원(화장실의 내구연한을 10년으로 가정)이 소요되는 셈이다. ●화장실 설치하면 건물주 반대 이처럼 무인 자동화장실의 이용실적이 저조한 것은 35개의 화장실 가운데 23개가 지하철역에서 300m 이내에 있고,8개가 주변에 개방·공중화장실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변에 무료 화장실이 있는데도 굳이 유료(100원)인 무인 자동화장실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화장실의 경우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부근에 설치된 화장실은 뚝섬유원지에 가는 방향과 정반대에 있어서 시간당 이용인원이 0.7명에 그친다. 서울시의회 보건사회위원회 조일호(한나라당·은평2)의원은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이용실적이 낮은 것은 장소를 잘못 선정한 것”이라면서 “무인 자동화장실을 설치하는 것보다 대형건물의 화장실을 시민들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주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위생과 김강열 과장은 “무인 자동화장실이 없으면 안 되는 곳도 상당수 있다.”면서 “하지만 무인 자동화장실을 설치하기까지 주변 건물주들의 반대가 심해 적절한 장소를 확보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가 매년 이용현황을 분석하고도 무인 화장실의 위치를 재배치한 곳은 2곳(면목동·종로)에 불과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애물단지로

    경기도 광명시 한 초등학교가 학교에 날아드는 비둘기로 인해 조류독감 피해가 우려되자 퇴치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광명3동에 자리잡은 광명초등학교에는 10여년전부터 집비둘기가 학교로 날아들기 시작해 요즘은 500여마리로 늘어났다. 집비둘기는 매일 오후 4시를 전후해 본관 및 후관 창문 밖 난간에 모여들어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둥지를 틀고 있다. 이 학교는 비둘기 배설물의 악취로 교실문을 닫은 채 수업을 진행, 여름철에는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또 1주일에 한번씩 행정실 직원이 이를 치우느라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또 층별 난간에 늘어선 비둘기들이 한꺼번에 지저귈 경우 선생님의 말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 수업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는 등 밉지만은 않은 존재여서 적극적으로 퇴치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그럭저럭 지내왔다. 하지만 최근 조류독감에 대한 경각심이 깊어져 비둘기로 인한 감염 피해가 우려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학교 관계자는 “비둘기로 인한 피해를 10년 동안 감수해 왔으나 조류독감 감염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시에 퇴치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등 적극 대처키로 했다.”고 말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오늘의 눈] 피곤한 중앙-지방 힘겨루기/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난 4일 재정경제부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전환을 추진하자 격한 말들을 쏟아냈다. 안 시장이 그동안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 등에 공조를 취하자는 다른 수도권 단체장들의 손짓에 침묵을 지켜온 것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대해서였다.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으로부터 발을 빼달라.’는 재경부의 요구는 무엇보다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천시는 갯벌을 매립해 만든 송도신도시에 20년간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2년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사업이 지연되니까 ‘송도는 애물단지’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송도신도시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인천시가 재경부의 방침에 정색을 하고 나선 것은 이같은 기류변화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에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재경부가 뭔가 되는 것 같다 싶으니까 낚아채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대승적 차원에서 보면 인천시의 이같은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경제자유구역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시각이 엄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앙정부 주도로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경제자유구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예산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개발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동안 뒷짐을 지어왔던 재경부가 인천경제청의 지위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순수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우려되는 것은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또다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첨예한 대결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방자치 출범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이들은 걸핏하면 ‘국민’ 또는 ‘주민’의 이익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측면이 강하다. 지방자치제는 중앙과 지방간의 조화를 전제로 하지만 서로 발목을 잡기에 바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때문에 지방자치제가 너무 빨리 실시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kimhj@seoul.co.kr
  • 겉은 ‘번지르르’ 속은 ‘텅텅’

    경북 경산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립박물관을 건립해 놓고 각종 전시유물을 확보치 못해 개관시기가 지연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경산시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3년여간에 걸쳐 시내 사동 택지개발지구 내 1만 1700여㎡에 총 사업비 143억원(국비 30억원, 도비 14억원, 시비 99억원)을 들여 지상2층, 지하1층 규모의 시립박물관을 건립했다. 연면적 4800여㎡인 이 박물관은 1∼3 전시실을 비롯해 첨단 냉방시설, 유물 보관동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시는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을 제대로 확보치 못해 개관시기를 내년 10월로 장기간 연기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시는 그동안 박물관 건립과 함께 1억 4100만원을 들여 시중에서 경산과 관련된 책자 및 고문서, 민속품류 등 1051점을 구입했다. 또 주민들로부터 농기구 및 목기구류 등 생활사 관련 유물 408점을 기증받았다. 하지만 이들 유물 상당수가 당장 박물관에 전시·보존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박물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시는 이에 따라 8억 6000만원의 추가 예산으로 전시 유물을 구입키로 했으나, 지금까지 확보된 예산이 2억 8000만원에 불과한데다 제대로 된 유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 구입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시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시내 임당동 임당고분(사적 300호), 조영고분(사적 331호) 등에서 발굴돼 영남대 박물관 등이 보관·전시 중인 삼한시대 압독국의 유물(총 2만 2000여점)을 대여 전시할 예정이지만, 정작 박물관 등과 구체적인 협의조차 못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엄청난 예산을 들인 박물관을 장기간 공회전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시가 개관에 다급한 나머지 볼품없는 유물을 구입할 경우 누가 찾겠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빠른 시일내에 전시 유물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압독국 유물의 대여에 대한 협의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산 김상화기자shkim@seoul.co.kr
  • [김성수의 맛있는 영어 English]웃기는 영어(12)

    Taxi Drivers’ Favorite Jokes A man and his wife love to compete with each other.They are always racing each other to do things,betting each other.Everything is a contest. The husband,though,is beginning to get very depressed because he never wins.From the day they were first married,the wife has always won everything. The man goes to a psychiatrist and tells him his problem.He explains that he wouldn’t mind losing to his wife once in a while,but he has never won anything. So the shrink says,“All we have to do is devise one game where you can´t lose.” He thinks for a moment,then says,“I’ve got it! Go home and challenge your wife to a pissing contest.Whoever can piss higher on the wall wins.Of course,you´ll win.You’re a man.” The husband goes home,runs in the house,and shouts upstairs,“Honey! Honey! I have a new game!” She yells,“Oh,good! I love games,” and runs down the stairs.“What is it?” she says. He says,“Come outside.” So they go out to the side of the garage.“Okay,look,” he says.“We´re both going to piss on the wall here,and whoever makes the higher mark wins.” The wife says,“Oh,good,good,good! I’ll go first!” She then lifts up her leg,lifts up her dress,pees on the wall,and makes a mark about six inches high. “Okay,” he says,“Now it´s my turn.” He unzips his trousers,takes himself out,and is just about to piss when his wife says,“Hey,wait a minute.No hands allowed!” (해석) 한 남자와 부인이 서로 시합하기를 좋아했습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내기를 하면서 항상 앞을 다투어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모든 게 시합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한 번도 이기지 못해 매우 낙담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결혼한 날부터 아내가 항상 모든 것을 이겼습니다. 남자가 정신과 의사한테 가 자신의 문제를 말했습니다. 남자는 가끔 지는 것에는 개의치 않지만 어떤 것도 이겨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가 말하길,“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댁이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을 고안하는 거예요.” 의사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생각났어요! 집에 가 아내에게 오줌 누기 시합을 거세요. 벽에 오줌을 더 높이 눌 수 있는 사람이면 누가 되었든지 이기는 거예요. 물론, 댁이 이길 거예요. 댁은 남자잖아요.” 남편이 집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위층에다 소리쳤습니다.“여보! 여보! 나 새 게임 있어!” 아내가 큰 소리로 “좋아요! 난 게임이 좋아” 하면서 계단을 뛰어 내려왔습니다.“무슨 게임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남자가 말했습니다.“밖으로 나와.” 그래서 이들은 창고 옆으로 나갔습니다.“자, 봐”라고 남자가 말했습니다.“우리 둘 다 여기 벽에다 오줌을 눌 건데, 더 높이 표시를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아내가 말했습니다,“오, 좋아, 좋아, 좋아요! 내가 먼저 하겠어요!” 여자가 다리를 들어 올리고, 드레스를 걷어 올리고 벽에 오줌을 누었는데 대략 육 인치 높이에 자국을 남겼습니다. “자, 이제 내 차례야”라고 남자가 말했습니다. 바지 지퍼를 열고 거시기를 꺼내 막 오줌을 누려는데, 아내가 말했습니다,“이봐요, 잠깐 기다려요. 손은 사용할 수 없어요!” (해설) 아내와 시합을 했다하면 지는 남자가 정신과 의사의 조언을 쫓아 아내와 누가 더 높이 오줌을 눌 수 있는지 시합을 하였습니다. 웬만한 여자라면 그냥 져줄 만도 한 게임인데, 아내가 당당하게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먼저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고 드레스를 걷어 올리고 벽에다 오줌을 누었습니다.15센티 높이에 오줌 자국을 남겼습니다. 이제 남편 차례가 되어, 거시길 꺼내 오줌을 누려는데, 아내가 제동을 걸고 나왔습니다. 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나요. 남자 오줌을 눌 때, 손을 사용하지 않으면 오줌이 어디로 떨어지나요? 결국 이번에도…. Life Essay for Wrighting요란한 선전에 고무되어,‘이번엔 영어를 꼭 끝내고 말거야! 이 교재라면 분명해!’ 하며 대단한 결심을 하고 영어 테이프 교재를 전집으로 구입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테이프 1,2편 내지 3,4편만을 듣고 하루만 쉬자며 보낸 하루가 몇 년이 되어, 비싼 돈 주고 구입한 교재를 애물단지로 만든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 된다(there are quite a considerable number of people who have rendered materials they bought for big money a nuisance). 영어 공부는 시스템이나 교재 내용도 중요하지만 운동이나 기능훈련과 같이 일단은 열심히 듣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 하지 않으면 절대로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학습지 교사들이 결과에 상관없이 테이프를 팔고 그것을 듣고 안 듣고는 부모나 학생 자신에게 맡겨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교재를 구입한 학생들의 일부만이 테이프와 교재로부터 학습효과를 얻었다. 이런 부정적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나를 만난 모든 학생들에게 엄포와 협박(?)를 하게 되었다.“이제 선생님하고 공부를 시작하는데 테이프가 헤질 때까지 듣던지, 아니면 테이프로 목을 매고 죽던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라(or hang yourself with tapes.It´s up to you).” 이런 애정 어린 협박과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나를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의 영어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런 결과로 영어 학습 교재는 판매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즈음에 영어 학습지 방문교사를 시작하는 선생님들과 현직 선생님들의 현장 교육을 하게 되었는데, 영어 학습지 관리교사의 수입은 바로 학생들에게 “테이프로 목을 맬 것이냐 안 맬 것이냐”란 애정 어린 협박과 그에 따른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실천력에 달려있음이 교육 내용의 핵심이었다.“수입이 많은 선생님이 많다는 것은 좋은 학생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곧 국가의 경쟁력의 향상을 의미한다”는 자부심을 강사 교육을 통해 나 자신과 선생님들이 함께 나누어 가졌다. 나와 많은 선생님들의 노력들이 요즘은 대부분이 하고 있는 전화관리와 체계적인 방문관리 시스템이 되었다. [절대문법 5 자리매김학습] 한국말과 다른 영어 문장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자리에 따른 역할과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문법 교육은 용어 설명과 단순한 암기를 위주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학습자 대부분은 수많은 용어의 암기와 언어 형식에 대한 규칙들을 외우는데 힘들어 했다. 절대문법이라는 개념에서는 문장의 쓰임에 맞는 단어의 자리와 그에 따른 역할 및 특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도식화된 자료를 활용한다. 영어 문장은 동사를 기준으로 앞뒤에 위치하는 단어들의 역할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구조로 변형될 수 있다. 이러한 기본 특성을 학습자 스스로가 알아갈 수 있도록 연습시키는 것이다. 오늘은 한국어의 개념에 없기 때문에 많이 어려워하는 보어 자리에 대한 내용이다. 보어는 주어와 동사 다음에 위치할 수 있는데 주어 자리의 명사나 목적어 자리의 명사를 보충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보어 자리를 차지하는 말은 명사와 형용사 두 가지 품사가 대표적이다. She makes my father happy. 동사 makes 목적어 my father 시제 현재 형용사 happy 주어 She 명사설명 father 보어 happy 이처럼 문장을 구성함에 있어 주어와 동사를 중심으로 다음에 필요한 말이 앞에 나온 명사의 상태를 보충 설명하는 말이 올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말은 보어라고 하는데 명사와 형용사의 역할과 특성을 이해하게 되면 문장에서 보어의 쓰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 카리수미 코믹 퀸~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 카리수미 코믹 퀸~

    “나 할머니 아니거든?” ‘일용엄니’ 김수미가 섹시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젊은 총각에게 화를 버럭 낸다.5일 첫 방송된 MBC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3에서다. 코믹한 그녀의 이미지가 어디 가겠냐만은 이번엔 더 웃긴다. 포복절도하는 애드리브가 생명인 시트콤에서 남자 한번 잘못 만나 정기를 빼앗기는 바람에 50대 중년의 쭈글쭈글한 외모로 변한 뱀파이어 ‘이사벨’역을 맡았기 때문. 그래도 여성적인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 손톱을 길게 길렀다. 그녀와의 유쾌한 일문일답. ▶요즘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데. 영화 ‘마파도’에 이어 ‘가문의 위기’ 등에서 웃기는 캐릭터가 어필한 거 같다. 지금이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전력투구를 할 만큼 여유롭다.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고 건강도 안좋았는데 신인이 된 기분으로 다시 시작했다. 여러가지 운도 좋았던 것 같다. ▶‘안녕, 프란체스카´ 출연 계기는. 마니아 코드라서 합류 제의를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10∼30대 마니아 위주에서 50∼60대로 시청자층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내가 등장함으로써 기존 마니아들이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입맛 당길 수 있게 서서히 바뀌도록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본이 재미있다. 게다가 시트콤은, 다른 드라마와 달리 애드리브가 용납된다. 애드리브로 한바탕 뱃살 아프게 웃으면 촬영이 덜 피곤하다. 애드리브 때문에 NG도 많이 나지만 내 나이에 비해 즉흥적 순발력이 있는 것 같아 시트콤 연기에 잘 맞는다. ▶‘이사벨’이란 캐릭터와 역할은. 한마디로 ‘공주과’다. 늙어버린 외모와 달리 주인공 ‘프란체스카’(심혜진 분)와 동갑내기 친구다. 그러나 그녀의 미모를 시기질투하며 옛 미모를 되찾으려고 여러 젊은 남자들을 만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래도 남자 앞에서 섹시하고 매력적이고 부드럽게 변한다. 여성의 본능과 아픔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나 할까?여성이라면 100% 공감할 것이다. 이사벨을 통해 외모중시 사회도 풍자한다. 의상은 검은색 드레스 하나이지만, 악세사리·매니큐어 등으로 얼마든지 치장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너무 코믹한 이미지로 굳혀져 이번 시트콤에서 6개월만 코믹으로 가고 이후 이미지를 일체 바꾸려 한다. 코믹 연기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실컷 놀아보려고 한다. 아쉬울 때 끝내는 것이 좋다. 내일모래면 내 나이 60인데, 코미디가 나쁜 건 아니지만 묵은 김치처럼 깊은 멋이 없다. 앞으로는 ‘비극’으로 가고 싶다. 깊이 있고, 비극적이고, 울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영혼까지 담글 정도로 가슴 깊이 울어야지…. 개인적으로는 ‘선플라워’의 소피아 로렌처럼 애절하게 기다리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 웃기는 연기는 이제 끝이라고 말했지만 반응은 ‘글쎄’. 아직도 그녀의 앞에 코믹한 역할을 주문하는 영화·드라마 대본이 가득 쌓여있기 때문일까?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안녕~스토리 안녕? 캐릭터‘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3은 기존 시즌들처럼 중간에 보면 이해하기 힘든 에피소드 중심이 아니라, 스토리 및 캐릭터 위주로 펼쳐진다는 것이 특징. 김현희 작가는 “마니아들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풍자적인 소재로 결말이 있는 스토리를 써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스토리를 위해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프란체스카’(심혜진 분)와 ‘소피아’(박슬기 분)가 ‘이사벨’(김수미 분) 등 새로운 뱀파이어 가족을 만나 기묘한 동거를 하는 것이 큰 줄거리다. 이들 뱀파이어를 지키기 위해 파견됐지만 천하의 겁쟁이인 ‘다니엘’역에는 가수 출신 강두가, 인간이 되고 싶은 간호사 뱀파이어 ‘다이아나’역에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현영이 캐스팅돼 애물단지 역할을 한다. 더욱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프란체스카를 제치고(?) 시즌 3의 핵심 키를 쥔 혼혈아 ‘인성’역의 아역배우 이인성이다. 범상치 않은 눈빛과 싸늘한 표정의 이단아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운명처럼 프란체스카를 만나 엄마와 아들같은 관계를 형성하지만 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일대 파란이 일게 된다. 가족들에게 평화가 지속될 수도, 감당치 못할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는 인성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도 재밋거리일 듯. 마니아라면 시즌 3에서 ‘안성댁’역의 박희진이 빠진 것이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만큼 특이한 집주인 ‘도향’역에 가수 김도향이 등장,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인간 흡혈귀’로 불리는 그는 프란체스카를 짝사랑하며 변태(?)심리를 보여줘 남자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희진 PD는 “시즌 1·2보다 덜 알려졌지만 친숙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섭외했다.”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캐릭터들을 최대한 살려 코믹과 풍자를 동시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Zoom in 서울] 90억 든 탄천 슬러지처리장 ‘낮잠’

    서울시가 운영하는 탄천 하수처리장 슬러지 시설이 3년째 가동 중단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강남구 일원동 580 일대에 자리한 시설이 3년 넘도록 가동되지 않은 채 ‘돈 먹는 하마’로 남아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으로부터 ‘이달의 밑빠진 독’ 상에 선정됐다. 이 시설은 사업비 90억여원을 들여 2002년 10월 준공됐다. 그러나 준공 이래 오는 10월까지 S중공업이 위탁운영하는 이 시설은 가동 2개월 만에 악취를 풍기는 등 기계적 결함을 나타내 멈춰섰다. 당초 하루 200t의 슬러지를 처리할 예정이었다. 설비고장의 원인으로는 건조 슬러지 이송배관 마모 및 파손과 분진을 포함한 배출가스가 필터를 통과하면서 필터에 응집돼 건조기 압력이 높아져 화재 및 폭발위험이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서울시는 2003년 4월 위탁운영을 맡은 시공사에 시설보수를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시설의 가동이 중단된 것은 인근 주민들이 가동 초기부터 악취가 발생, 이를 신뢰할 수 없다며 2002년 12월 가동중지 봉인을 부착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서울시가 시설보수 방침을 밝히자 주민협의체가 ‘주민과의 협의 없이는 봉인을 개봉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서울시로부터 받아낸 뒤 이제껏 별다른 협의가 따르지 않아 3년째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3년 7월부터 하수 슬러지에 대한 직매립 전면금지 조치와 해양투기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슬러지 처리시설은 당초 효과는 차치하고 연간 시설운영비만 23억 4000여만원을 먹는 고물이 됐다. 서울시의 회계결산을 담당한 한 시민단체 간부는 “더욱 심각한 것은 시설이 계속 봉인돼 내부점검조차 불가능해 노후화 정도를 가늠하기 힘든 상태”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협의가 이뤄진다 해도 재가동 여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서울시에 중립적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감사원 특별감사 청구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로 이뤄진 환경대책위원회 권용태(61) 위원장은 “심한 경우 구토증세를 보이는 주민이 많다.”면서 “악취도 악취지만 계속 환경개선 약속을 미루는 서울시를 믿지 못 하겠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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