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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안동 영신연립 14년만에 공사재개

    지난 14년 간 도심의 흉물로 방치됐던 건설공사장이 가까스로 공사를 재개했다.동대문구는 장안동 경남호텔 뒤편에 있는 옛 영신연립 공사현장이 14년 만에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이 공사장은 1994년 11월 지하 4층, 지상 17층에 연면적 2만 2844㎡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로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조합원 33명이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1996년 1월 지하층 공사를 끝낸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어 1997년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한파로 시공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오랜 기간 방치돼 왔다.이곳은 그동안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주변 경관을 해쳐 왔을 뿐 아니라 비행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악용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주민들이 생활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해 악취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애물단지였다. 구는 건축주인 영신연립재건축조합과 여러 차례 관계자 회의를 거쳐 내부의 반대 민원을 해소하고 새로운 시공사(서희건설)를 선정, 공사 재개의 발판을 마련했다.앞서 영신연립재건축조합은 지난 3월 지하 4층, 지상 17층에 연면적 2만 8577.80㎡의 아파트 143가구와 오피스텔 136호를 건립하는 내용의 건축허가를 다시 신청했다.동대문구 관계자는 “온 동네 사람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아온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내년 12월 완공되면 인근 주민의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뿐 아니라 어려운 장안동의 지역상권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괴산 가마솥 다시 끓어오를까

    괴산 가마솥 다시 끓어오를까

    충북 괴산군이 4년째 잠자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마솥을 살리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군민 화합을 위해 수억원을 들여 만든 초대형 가마솥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11일 괴산군에 따르면 괴산읍 서부리에 있는 가마솥은 상단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 무게 43.5t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솥뚜껑을 열려면 기중기를 동원해야 한다. 군민성금 5억원을 들여 2005년 7월 완성됐다. 가마솥은 2007년까지만 해도 괴산청결고추축제 이벤트 등에 활용되며 지역홍보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2005년에는 동지팥죽 5000명분을 끓이고 옥수수 1만개를 찌어 군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제공했다. 2006년에는 5000명이 한꺼번에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창포물을 끓였다. 2007년엔 옥수수 6000개를 쪘다. 하지만 일각에서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호주에 더 큰 질그릇이 있어 기네스북 등재 계획도 물거품됐다. 기네스북이 가마솥을 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가마솥 제작을 이끌었던 김문배 군수가 재선에 실패하면서 가마솥은 잊혀지기 시작했다. 가마솥 이벤트는 임각수 군수가 취임하자 2008년부터는 고추축제에서도 빠졌다. 요즘 가마솥을 보러 오는 하루 방문객은 손으로 셀 정도다. 고장의 번영을 기원하고 군민 화합을 위해 제작됐지만 골칫덩어리가 된 것이다. 노승균 괴산군의회 의장은 “단체장이 바뀌면 전임 단체장 사업이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중한 뜻이 담겨진 가마솥의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최근 들어 가마솥 활용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군은 대순진리회가 설립한 중원대(괴산읍 동부리) 캠퍼스 안에 있는 세계 자연사 박물관~괴강관광지~가마솥을 연결하는 관광코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중원대 홍기형 총장은 “민족의 전통신앙을 중시하는 대순진리회와 조상들이 밥을 해먹던 가마솥과는 연관성이 있다.”며 “자연사박물관과 가마솥을 돌아보는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마솥 인근에 가마솥 제작 체험시설과 미니어처 판매장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괴산군 문화예술과 김기태 과장은 “예산 등을 고려해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며 “일단 중원대와 관광상품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의회는 가마솥 이전을 제안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괴강관광지 인근에 가마솥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의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가마솥제작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안이신씨는 “옥수수뿐만 아니라 수제비도 끓일수 있다.”며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이벤트를 마련해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괴산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올 ‘문경 찻사발축제’ 풍성

    올 ‘문경 찻사발축제’ 풍성

    경북 문경은 한때 광산도시로 이름을 날리며 인구가 16만명에 이를 만큼 활기찬 산업도시였지만 지금은 인구 8만명의 한적한 농업도시로 돌아갔다. 이런 문경에 도자기는 커다란 문화산업 자산이다. 이곳엔 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흙과 물, 땔감이 풍부하다. 그릇을 대량 소비하던 서울과 영남을 최단거리로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에 자리잡았다는 지리적 이점이 보태지며 조선시대 백자가 대량 생산됐다. 지금도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 보유자(인간문화재)인 백산 김정옥을 비롯해 30명 남짓한 사기장인이 활동하고 있다. 새달 1일부터 10일까지 펼쳐지는 ‘2009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이렇듯 경쟁력 있는 전통 문화 자산을 새로운 지역발전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문경을 비롯한 경남북 일대에서 생산된 찻사발은 막사발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름처럼 수수한 그릇이 조선 초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떠받들어지며 찻그릇으로 정착했다. 당당하면서도 꾸밈이 없고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막사발이 일본인들의 정서와 미의식에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찻사발은 가루로 된 말차를 타서 마시는 데 주로 쓰인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방법으로 차를 마시지만, 우리나라에선 대중화되지 않았다. 노력에 따라서는 무궁무진한 찻사발 수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경찻사발축제도 이것을 노리는 듯하다. 문경찻사발축제는 올해로 11회째를 맞는다. 그동안에는 문경도자기전시관을 중심으로 펼쳐진 사기장인들의 조촐한 잔치였다면 이번에는 장소부터 문경새재도립공원 일원으로 범위를 크게 넓혔다. 문경전통도자기명품전과 무형문화재특별전, 문경의 도자 100년 사진전 등 지역 도자기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뿐 아니라 전국도예명장8인특별전으로 다른 지역 찻그릇과 비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도 어른스럽다. 나아가 일본과 중국, 타이완, 영국, 미국, 캐나다 등 25개국이 참여하는 찻사발국제교류전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차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TV드라마 ‘대왕 세종’의 세트장을 체험행사장으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도 신선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다투어 세트장을 지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찾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애물단지가 되어 고민스러운 지방자치단체라면 한번쯤 벤치마킹해 봐야 할 것 같다. 경복궁의 각 전각을 70% 크기로 재현했다는 대왕 세종 세트장에선 문경의 대표적인 사기장인들이 찻사발 제작을 시연한다. 관람객은 찻사발 빚기, 찻사발흙 맨발걷기, 문경 특유의 망댕이가마 불지키기 등을 체험하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축제장 곳곳에 문경이 자랑하는 산채 비빔밥과 한우, 두릅을 맛볼 수 있는 저잣거리도 펼쳐진다.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054)550-6395.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sabal21.com 서동철 문화부장 dcsuh@seoul.co.kr
  • [이춘규 선임기자 글로벌 뷰] 주택거래 지표 호전 美 부동산시장 바닥?

    세계경제 위기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미 주택시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을 유발, 금융위기로 파급돼 실물경제까지 악화시킨 애물단지로 인식됐다. 따라서 미 주택시장의 회생 조짐은 위축된 세계경제에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미국 주택 거래 동향의 주요 지표인 잠정주택, 신규주택, 기존주택 판매는 2월에 모두 호전됐다. 예상 밖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월 잠정주택 판매지수는 82.1로 전달의 80.4보다 2.1% 상승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1%를 웃돌았다. 잠정주택 판매는 계약이 체결됐지만 거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를 뜻하며 기존주택 매매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지난달 25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2월 신규주택 판매도 전월보다 4.7% 늘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역시 예상치를 웃돌았다. 2월 기존 주택판매 실적도 472만채(연간환산)로 전달보다 5.1% 증가, 6년 만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선행지표 격인 2월의 신규주택 착공실적도 전달에 비해 22.2%나 급등한 58만여채를 기록, 19년 만에 최대의 상승폭을 보였다. 반면 주택 재고물량은 33만채로 2002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로는 하락세지만 일부 지역 주택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따라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말 주택대출이 의미있게 증가하고 있고 대출 금리도 사상 최저의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이 “주택시장이 바닥을 친 뒤 안정될 가능성을 약속해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NAR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로런스 윤은 CNBC에 주택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액세스모기지 리서치 창립자인 데이비드 올슨은 “주택시장이 이르면 9월께부터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분석가 아트 호간도 AP통신에 “주택시장이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P통신은 2일 1·4분기 부동산·주식시장, 소비지표 등을 결산하면서 “힘겨웠던 한 분기가 끝나고 희망찬 신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향후 경제상황을 낙관했다. 물론 세계경제가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선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란 신중론도 기세가 여전하다.미 주택시장의 지표 호전이 추세로 이어질지 급락 뒤의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인지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taein@seoul.co.kr
  • [영화리뷰] 애물단지 괴물, 지구방위 수호대로

    드림웍스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설명을) 30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드림웍스가 새로운 첨단 기법으로 내놓은 3D 애니메이션 ‘몬스터vs에이리언’은 신선하고 색다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했다. 특수안경을 끼고 봐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탁구공이나 운석이 눈앞으로 날아오는 것 같았고, 흩날리는 나뭇잎이나 파편 등은 손만 내밀면 잡힐 듯했다. 또렷한 화질이나 음향, 화면 속 원근감도 기존 입체영상과는 확실히 달랐다.이야기는 단순하다. 처지곤란한 존재로 비밀 수용소에 갇혀 있던 몬스터들이 지구를 침략한 에이리언을 물리칠 희망으로 나선다는 게 뼈대다. 순간이동 장치의 오류로 바퀴벌레 머리를 갖게 된 천재 과학자 닥터 로치 박사, 빙하기에 얼음에 갇혔다가 2만년 뒤 깨어난 물고기인간 미싱링크, 유전자 변형 토마토와 디저트 소스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젤리형 괴물이 된 밥, 핵 방사선 누출로 애벌레에서 100m짜리 거대 괴수가 된 인섹토사우르스는 장기 수용자다. 여기에 결혼식 당일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 부딪힌 뒤 몸집이 거대해졌고, 거대렐라라는 이름으로 수용소 신참이 된 주인공 수잔 머피가 힘을 보탠다. 1950년대 괴수 영화나 광고물, 삽화에서 따온 캐릭터들은 익살스러움과 개성이 넘친다. 어디서 본 듯한 여러 장면들도 비빔밥처럼 맛을 보탠다. 대통령이 에이리언이 보낸 거대 로봇과 맞닥뜨리는 장면에선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가 떠오른다. 거대 로봇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대통령은 ‘베벌리힐스캅’의 테마음악을 연주하며 춤을 춘다. 거대 로봇을 향해 ‘ET 고 홈’이라고 적힌 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ET’의 메인테마가 스친다.거대 로봇과의 대결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액션 신도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무대인 액션 작품이라면 대개 등장하는 내리막길 추격 장면도 유머스럽게 재현된다. 금문교에서 벌이는 사투는 ‘판타스틱 4’가 겹쳐진다. 단순한 줄거리에 기시감이 있는 부분이 많지만 그다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 연출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샤크’를 연출했던 롭 레터맨이 시나리오에 참여하고, ‘슈렉2’로 데뷔한 콘래드 버넌과 공동 감독을 맡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고 빨리 자리를 뜨면 놓칠 수 있는 장면이 있다.아쉽게도 국내에선 리즈 위더스푼, 휴 로리, 키퍼 서덜랜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펼친 목소리 연기를 입체영상과 동시에 즐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입체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데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입체영상은 한예슬 등이 참여한 더빙판으로 상영되며 2D 상영본은 자막이 깔린다. 4월23일 개봉.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애교 떠는 똘이, 얼굴 못보는 자식보다 낫지”

    “애교 떠는 똘이, 얼굴 못보는 자식보다 낫지”

    우울증을 앓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우울증은 고독감과도 연결된다.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은 외로움에 빠지고 우울증을 앓게 된다. 급기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자살하는 노인 대부분은 독거노인이다. 독거노인 수는 현재 100만명을 넘보는 수준이다.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 또한 노인들도 스스로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나름의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건 강아지뿐” 김정진(59)씨는 26년간의 직업군인 생활을 청산하고 얼마 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제대를 했지만 ‘영원한 군인’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집안을 호령하던 김씨였지만 나이가 들고 은퇴하자 분위기가 예전 같지가 않았다. 상명하복에 익숙하고 집에서도 군대식으로 행동해서 다정다감한 남편이나 아버지를 원하는 부인이나 자식들과의 사이가 원활하지 못하다. 그는 “아내가 계절마다 친구들과 꽃구경을 다니는데 함께 다니자고 말하기는 부끄러웠다.”면서 “자식들도 일 바쁘다는 핑계로 바깥으로 돌아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다 가족들 모두 집에 있는 날에도 혼자 거실에서 우두커니 텔레비전을 보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그는 외톨이 아닌 외톨이가 됐다. 이런 김씨에게 가장 소중한 건 강아지 ‘똘이’다. 2년 전에 아들이 키워보겠다고 데려온 ‘테리어’와 ‘몰티즈’ 잡종이다. 그러나 아들이 잘 돌보지 않으면서 애물단지가 된 똘이가 자신의 신세처럼 느껴져 애처로웠다. 한두 번 밥을 챙겨주자 김씨를 따르는 강아지에게 정이 붙었다. 집에 오면 그를 반겨주는 건 똘이뿐이다. 요즘 김씨는 직장만 빼고 어딜 가든 똘이와 함께다. 잘 때도 침대에서 같이 자고, 영양식을 매일 사다 나른다. 쥐포를 좋아하는 똘이를 위해 가락시장까지 가서 고급 쥐포를 사오기도 했다. 김씨는 “똘이는 내 친구이자 자식과 같다.”며 “군말 한마디 없이 애교 떨어주는 똘이가 없으면 정말 우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배배 잉꼬부부, 손자 키우는 것 같죠”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혜숙(64·여)씨는 혼자 꽃집을 운영하며 두 남매를 키웠다. 남편은 20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재혼할 기회도 몇 번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딸은 이씨를 이해했지만 아들이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이다. 반대하던 아들도 제 갈 길 찾아 결혼하고 나니 남과 다름 없었다. 이씨는 “가끔 아들이 원망스러웠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요즘 이씨의 유일한 즐거움은 ‘잉꼬’ 한 쌍을 키우는 것이다. 시집간 딸이 엄마가 외로울 것이라며 새해 선물로 가져왔다. 처음엔 “냄새나게 뭐하러 키우느냐.”며 다시 가져가라고 말했지만 혼자 적적한 집에서 새소리를 듣는 게 나쁠 것 없다고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잉꼬 두 마리가 지지배배 거리는 모양을 보면 남편 생각도 나지만 손자를 키우는 것처럼 애착이 간다. 그는 “얼굴도 못 보는 자식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조리사 자격증 땄더니 남편이 달라졌어요” 경남 창원에 사는 최정자(55·여)씨는 평생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았다. 바깥 일이라고는 모르고 음식, 청소, 빨래 등 살림만 한 주부다. 다정하던 두 아들, 무뚝뚝한 공무원이었던 남편까지 넘치는 것은 아니어도 부족한 것 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행복했던 최씨의 삶은 두 아들이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부터 바뀌었다. 딸만큼 살갑게 굴던 아들의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최씨는 “당시 폐경기까지 겹쳐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면서 “그때는 너무 외로워서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르곤 했다.”고 말했다. 매일 집에만 있던 최씨는 이웃의 권유로 동네 아줌마들과 뭔가를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요리에 자신이 있던 최씨는 처음에는 양식조리사자격증에 도전했다. ‘자격증 따는 게 그리 쉬운 줄 아느냐.’고 핀잔주던 남편이 얄미워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따냈다. 수지침을 배워서는 집안에서 ‘의사’ 노릇을 했다. 그러자 최씨를 은근히 무시하던 남편의 태도도 조금씩 변했다. 재봉틀 일을 배워 옷도 만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살림왕’ 최씨에게는 쉽기만 했다. 최근에는 컴퓨터 사용법을 배워서 ‘인터넷 고스톱 게임’도 한다. 그는 “바쁘게 사니까 외로움이란 말을 잊었다.”면서 “자신을 위해 배우고,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이렇게 뿌듯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온가족 힘모아 식당 운영… 대화도 술술~”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김수정(56·여)씨는 보험설계사로 평생을 살았다. 뛰어나게 영업을 잘한 것은 아니어도 애들 학원비를 내거나 반찬값 정도는 벌었다. 동네에서 조그마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남편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1년 전 남편 학원이 문을 닫자 김씨는 졸지에 ‘가장’이 됐다. 보험설계사로 버는 돈으로는 턱도 없었다. 대학생인 막내는 휴학을 해야 했다. 주말에 예식장 식당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등 동분서주했다. 일이 없는 남편과 학교를 못 간 딸은 집에서 겉돌았다. 그는 “낭떠러지로 내몰린 기분이었다. 외로워서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외로움을 이겨냈다. 가족들이 합심해서 해물요리 식당을 차린 것. 이대로 있을 순 없다는 생각에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았다. 쀼루퉁하던 딸도 함께 가게를 보러 다니는 등 열심히 도왔다. 남편은 계산대를 맡았다. 일은 고되도 가족들 사이에 대화가 늘어났다. 김씨는 “바쁘게 살다 보니 고독감도 저절로 사라졌다.”면서 “고독감을 해소하는 방법을 멀리서 찾지 말고 우리 주변에서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현용 이민영기자 junghy77@seoul.co.kr ■ 고독한 노인 줄이는 방법은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의 노인 고독이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의 붕괴와 노인의 사회적 지위 하락에 따라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풀이한다.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한형수 교수는 “가부장제가 우세했던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을 어른으로 모시는 전통이 있어서 별로 외롭지 않았다.”면서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혈족간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노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하락해 고독감을 느끼는 노인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노인 고독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활 속의 ‘노인 커뮤니티’를 제안했다. 그는 “지금은 경로당에서도 목소리 큰 노인만 발언 주도권을 갖는 등 커뮤니티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단순한 만남에 그치고 있다.”면서 “개인의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인의 성 문제를 사회적인 통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노인들끼리 숨어서 만나는 이른바 ‘노인콜라텍’ 같은 음지를 양지로 전환해 노인간 교류도 긍정적 사회현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애완동물의 긍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교수는 “애완동물도 노인 고독 치료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대화’를 할 수 없어 다소 한계가 있다.”면서 “반드시 최종적인 부분은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는 단순히 ‘물리적인 고독’, 즉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고독감의 문제보다 개인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심리적인 고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물리적인 고독은 주변에 사람만 많아지면 금방 해결되지만 인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거나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뒤떨어져 마음속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고독은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층 독거노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고독에 빠져 있는 노인들의 실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 “노인끼리 ‘상부상조’ 정신으로 다가가 친구가 돼 주는 방법으로 이들의 고독감을 해소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인 스스로 의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따지고 보면 내일 죽을 것도 아니고 앞으로 10~20년은 더 살 수 있는데도 70세만 넘으면 인생을 포기하는 노인들이 많다.”면서 “운명론적인 생애 의식을 버리고 남들과 어울리며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복지비 횡령 막게 조직 또 만든다는데…

    경북도가 최근 잇따른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들의 예산 횡령 문제 등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기존 사회복지 조직과는 별개의 관련 조직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도는 19일 도청 제1회의실에서 경북 행복재단 설립 추진위원회를 열어 재단 설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한다고 18일 밝혔다. 관련 조례 제정과 발기인 대회 등을 거쳐 7월까지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비영리 재단법인인 행복재단은 1차로 도비 25억원이 출연되며 신규로 30여명이 충원된다. 도는 재단 설립으로 ▲복지정책 및 프로그램 개발·보급 ▲복지지원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 지원 ▲복지시설 종사자 교육훈련 지원 ▲도·시·군 위탁 및 법인 목적에 필요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건·복지예산 절감 및 보조금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간다는 것. 그러나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행복재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연간 수 십억원씩의 적자를 내는 기존의 도립 병원과 대학 등처럼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도 안팎에서는 “도가 기존의 사회 복지 관련 공무원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강화하고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은 모색하지 않고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굳이 재단을 설치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만성적자로 도에 엄청난 재정 압박을 가하고 있는 김천의료원 등 기존 도립 재단의 현주소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이에 대해 도 백선기 사회복지과장은 “도의 보건·복지예산이 도 전체 예산의 30.8%를 차지하지만, 정작 도민 만족도와 서비스 체감도는 낮다.”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행복재단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북지역에는 지난해 말 현재 복지시설 2242곳과 공공보건기관 555곳이 있으며, 복지종사자는 5342명, 보건종사자는 4828명이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Zoom in 서울] 회현·한강대교 북단 고가차도 8월 철거

    서울시는 도심 경관을 해치는 고가차도 14곳을 단계적으로 정비키로 하고 우선 남산과 한강의 조망을 가로막는 회현과 한강대교 북단 고가차도 2곳을 올 8월쯤 철거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고가차도는 1960~70년대 설치돼 20년 주기의 교통예측 기한을 이미 넘겼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20년 교통예측 기한 넘겨…생명 다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고가차도를 퇴출하는 대신 탁 트인 하늘과 강의 조망권은 시민들에게 되돌아간다. 우선 폭 15m, 길이 300m 규모의 회현 고가차도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역을 연결하는 역사적인 도로다. 왕복 4차선으로 과거 서울의 내부순환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명동에서 진출입하는 차량과 고가 하부 이용 차량이 엇갈려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울러 남산 조망권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금도 회현 고가차도 인근에는 늘 경찰관이 배치돼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한다. 이에 시는 회현 고가차도 철거와 함께 병목구간인 한국은행 앞에서 명동 방향으로 기존 좌회전 2개 차로를 3개로 늘릴 방침이다. 철거와 동시에 횡단보도를 신설해 보행자 편의도 도모한다. 지난해 광희 고가에 이어 회현 고가차도가 철거되고, 2011년 서울역 고가도로마저 사라지면 퇴계로 인근 남산 조망권은 모두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한강대교 북단 고가차도는 옛 강변도로 상에 설치돼 동서 방향의 간선도로 역할을 해왔다. 왕복 4차선 도로로 폭 15m, 길이 327m에 달한다. 하지만 보행자들의 한강 조망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시는 과감히 철거키로 했다. 대신 좌회전 2개 차로를 신설, 동부이촌동에 가기 위해 고가를 돌아서 접근해야 했던 불편을 덜었다. ●되찾은 탁 트인 하늘 서울시에는 현재 100여개의 고가차도가 존재한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것과 철도 횡단을 위한 것, 급경사 등 지형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시는 우선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과거 설치한 고가차도의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 1987년 63만대에 불과했던 차량대수가 2007년 293만대로 4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는 12월 발표될 용역결과 보고서에 따라 도시경관을 훼손하고 교통기능이 저하된 12개 고가차도에 대해 본격적인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대문, 구로, 화양, 강남터미널, 아현 고가차도 등이다. 고인석 서울시 도로기획관은 “이들 고가도로는 90년대 이전 교통 상황에 맞게 건설돼 현재의 교통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발언대] 도심 흉물로 전락한 고가차도/김기래 서울 중구의회 부의장

    [발언대] 도심 흉물로 전락한 고가차도/김기래 서울 중구의회 부의장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걸작 중 하나다. 청계고가차도의 철거와 공사로 일어날 교통체증을 우려했다면 손도 못 댔을 일이다. 국가산업 발전기에 교통의 효율성만을 중시했던 ‘고가차도 패러다임’은 청계고가가 철거되면서 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시 공간과 조망,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요즘에 효율이란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부당한 요구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규제일 수 있다. 청계천 복원 이후 일대의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 수치가 대폭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고가차도가 철거됐는데도 차량 통행이 오히려 줄었고 칙칙하고 어둡기만 하던 공간이 활기차고 밝은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고가차도는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주변 생활환경 자체도 나빠지게 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도심 고가차도의 하부지역은 슬럼화되는 경향이 있다. 중구 광희고가차도는 철거 후에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로 오히려 더 원활한 소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인 중구에는 고가차도 2개가 더 있다. 서울역을 지나 관광특구인 남대문시장과 명동을 이어주는 회현고가와 장충동과 강남권을 연결해 주는 약수고가다. 하지만 제 기능을 상실한 지역의 흉물로 철거를 희망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회현고가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외 관광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명소이자 쇼핑 공간인 남대문시장과 명동의 한가운데 위치해 흉물스러울 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 퇴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센트럴 파크가 뉴욕의 자부심이듯 남산이 서울의 자부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 포부대로 남산을 센트럴 파크처럼 멋스러운 자연공원으로 꾸미기 위해서는 그 초입을 가로막는 애물단지인 회현고가 철거와 함께 시작하기를 희망한다. 김기래 서울 중구의회 부의장
  • “1000억원도 사양합니다”

    “1000억원도 사양합니다”

    세상에 준다는 돈 마다하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요즘 금융권에선 뭉칫돈을 앞에 두고 싫다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은 단기자금이다. ●기업 단기자금 찬밥 신세 A기업체 자금담당 부장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여유자금 1000억원을 3개월 정도 운용하려고 자산운용사에 문의 전화를 했다. 답변은 “죄송하지만, 받을 수 없습니다.”였다. 다른 곳에 전화를 해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로 높은 금리를 부르며 자금부장 모시기에 바빴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사나 법인을 대상으로 한 증권사의 수신 영업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이유는 세가지 정도다. 우선 개인과 달리 법인 자금 대부분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상품에 지나치게 많이 집중돼 적정 운용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밑지는 장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규 자금이 들어오면 과거보다 수익률이 떨어진 채권 등을 사 혼합해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 평균을 깎아먹게 돼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법인의 뭉칫돈을 덥석 받지 못하는 요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액은 몰라도 거액의 법인 자금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법인에서 자산 운용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오면 대놓고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끼리 이른바 안면거래도 통하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곳 돈은 안 받아주면서 제식구만 챙겼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법인 자금이 몰리는 단기상품은 수수료도 낮아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시중자금 단기화를 막아야 한다며 MMF의 수탁고 규모를 3개월간 점진적으로 줄이고 규모도 50조원 미만으로 유지하기로 결의했다. ●돈 많이 넣으면 금리를 덜준다(?) 애물단지가 된 자금은 은행을 찾지만 역시 홀대받는다. 시중은행들은 법인고객들이 단기로 목돈을 굴리는 데 애용해온 수시입출식예금(MMDA) 금리를 개인고객의 금리보다 더 낮게 책정하고 있다. 13일 현재 신한은행은 개인이 MMDA에 1억원 이상 맡기면 연 1.45%의 이자를 주지만, 법인은 10억원 이상을 맡겨도 1.25%만 주고 있다. 10배나 많은 돈을 맡기는 기업고객에는 이자를 0.2%포인트 빼고 준다는 계산이다. 다른 은행도 기업고객의 MMDA 고시금리는 개인에 비해 0.1%포인트 정도씩 낮다. 국민과 하나은행은 개인이 1억원을 맡기면 각각 1.4%와 1.75%의 금리를 적용하지만, 기업이 10억원을 맡기면 1.3%와 1.65%의 금리를 준다고 고시했다. 돈의 규모가 큰 법인에는 고맙다는 표시로 우대금리를 쳐 줬지만, 단기자금이 넘치다 보니 금리를 4~5%였던 1년 전의 3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부장은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는 단기자금은 요즘 같은 시기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면서 “단기자금의 은행 쏠림 현상도 은행이 감당해야 할 수준을 이미 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100년만이라는 금융위기 탓에 금융계의 전통적인 갑을 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읽힌다. 돈을 가진 법인이 갑에서 을로, 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을에서 갑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는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영규 장세훈기자 whoami@seoul.co.kr
  • [新귀거래사] 추리 소설계 거장 김성종씨

    [新귀거래사] 추리 소설계 거장 김성종씨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있는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운대 옛 도로인 송정으로 넘어가는 달맞이길을 따라 자동차로 5분쯤 가다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달맞이집’ 쪽이다. 여기서 2분여 달리면 언덕배기에 5층짜리 건물, 추리문학관이 나온다. ●‘여명의 눈동자’ 등 베스트셀러 문학관 입구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시원한 동해가 한눈에 잡힐 듯 들어온다. 창작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동경할 만한 곳이다. 추리문학관장이자 작가 김성종(68)씨를 7년여만에 다시 만났다. 그는 여전히 도수 높은 뿔테 안경을 끼고,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캐주얼 차림이었다. 근엄한 표정이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일흔이 가까운 탓인지 얼굴에는 또 다른 연륜이 느껴졌다. 건강은 여전히 좋단다.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추리소설계의 거장이다. 그가 부산에 둥지를 튼 지는 강산이 세번이나 변했다. 중·장년층이라면 1970, 80년대 최고 반열에 올랐던 그를 들추어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명의 눈동자’, ‘최후의 증인’, ‘나는 살고 싶다’ 등 수많은 작품이 그의 베스트 셀러였다. ‘여명의 눈동자’는 TV드라마로 제작돼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작가가 처음부터 해운대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1989년엔 남천동에 터를 잡고 창작활동을 하다 1992년 이곳에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추리문학관을 개관했다. 그의 고향은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다. 그가 왜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택했을까. 작가는 “당시(80년대)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문득 번잡한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고향은 교통과 통신수단이 대도시에 한참 뒤떨어졌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가끔 머리를 식히러 찾던 부산 바다가 떠올랐다. 문화와 통신수단도 흡족해 부산에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생활이 그립지 않으냐는 물음에 노() 작가는 “이 애물단지(추리문학관)만 없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 이젠 체념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문학관엔 책 4만여권 빼곡히 추리문학 전문 문학관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곳에는 국내·외 추리소설 6000여권을 포함해 모두 4만여권의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세계 문호들의 사진 100여점도 걸려 있다. 해운대 주민을 넘어 부산시민이 추리문학관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김성배 해성출판사 대표는 “부산에 추리문학관과 추리 소설계의 거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작가는 창작 외에도 후진양성과 지역 문화발전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운영해온 추리소설 창작교실 수강생이 30명에 이른다. 추리소설 이해, 추리소설 걸작읽기, 추리소설 작법, 추리영화 보기 등을 강의한다. 최근에는 그의 지도를 받은 3명이 추리작가로 등단,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3년째 ‘달맞이 축제’ 이끌어 또 부산시 소설가협회장 등을 지내면서 10명 안팎이던 회원을 60여명으로 끌어올렸다. 해운대 지역 문화계 인사와 인근 화랑·카페·레스토랑 등 업주들과 함께 ‘달맞이 축제’를 만들었다. 13년째 접어든다. 몇년 전부터 축제 이름을 ‘달맞이 철학 축제’로 바꿨다. 여름밤에 철학과 사랑을 가지고 달을 바라보며 토론을 해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축제에는 전시회와 재즈공연, 문화공연 등도 곁들여진다. 작가는 “여생을 제2의 고향인 부산 문화발전에 힘쓰겠다.”며 말을 맺었다. 글ㆍ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김성종 작가 약력 -1941년 12월31일생 -조선일보 신춘문예, 한국일보 ‘최후의 증인’ 당선(1969년)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1986년) -부산으로 이주(1989년) -추리문학관 개관(1992년)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 봉생문화상 수상(2001년) -제17회 평화문학상 수상(2002년)
  • 뚝섬 프로젝트 위기

    뚝섬 프로젝트 위기

    서울시 강북권의 랜드마크 건설사업인 ‘뚝섬 프로젝트’가 판이 깨질 위기에 놓였다. 부지만 낙찰받으면 대박이 날 줄 알았던 초고층 뚝섬 주상복합건물이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일부 사업은 첫삽도 못 뜨고 쪽박을 찼거나, 눈덩이 손실로 사업이 물거품될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의 분양가(3.3㎡당 4598만원)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뚝섬 프로젝트가 1년도 안 돼 고개를 숙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강북의 랜드마크로 기대했던 뚝섬 프로젝트는 상당 기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의 ‘땅 장사’ 논란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뚝섬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숲 역세권 개발계획’. 총 1~4구역 가운데 2구역(성동구민체육센터)만 빼고 입찰이 진행됐다. 1구역은 개인이, 3구역은 대림산업, 4구역은 피앤디홀딩스가 낙찰받았다. 1구역은 4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2개동(233~377㎡ 아파트 230가구)이 들어선다. 3구역은 51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2개동(330㎡짜리 아파트 196가구)과 33층 규모의 오피스빌딩, 아트센터 1개동이 지어진다. ●부지 매입 뒤 2000억~3000억 손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뚝섬 3구역 사업자 대림산업(한숲 e편한세상)은 공사를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저조한 분양률에 갈수록 늘어나는 금융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부지를 매각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대금이 끊긴 데다 부동산 경기악화로 앞으로도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골조작업 시작전인 지금이라도 그간의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을 접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2005년 6월 대림산업이 3구역 부지를 사들인 뒤 발생한 손실이 2000억~3000억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비용(연간 300억원)과 간접비, 홍보비, 부대시설 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분양률은 2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계약자에게 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일부 금융비용을 안고서라도 토지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등에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분양정보를 제공하는 ‘한숲 e편한세상’의 홈페이지(www.hansoop.co.kr)는 폐쇄됐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홍보팀 배선용 부장은 “평형이 330㎡ 단일 규모로만 이뤄져 있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방안을 검토한 적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부지 매각계획이 없으며 사업을 자체적으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1구역도 저조한 분양률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을 맡은 H건설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에 얽혀 있다. 이에 앞서 4구역은 착공도 못 하고 끝났다. 계약자 피앤디홀딩스가 잔금 미납으로 낙찰가의 10%인 계약금(444억원)을 날렸다. 서울시는 현재 재매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땅 장사’ 원죄 논란 커져 뚝섬 프로젝트가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서울시가 ‘원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서울시는 2005년 1구역을 2998억원, 3구역 3824억원, 4구역 4440억원에 매각했다. 3.3㎡당 5665만~7732만원으로 당시 서울시가 너무 비싸게 팔았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특히 비싼 땅값 때문에 분양가가 국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서울시의 ‘땅장사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전광삼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장훈·오정연 사랑에 빠진 ‘문제의’ 동영상

    서장훈·오정연 사랑에 빠진 ‘문제의’ 동영상

     또 하나의 스포츠스타-아나운서 커플 탄생?  오정연(26) KBS 아나운서가 ‘국보급 센터’ 서장훈(35 전자랜드)과의 교제가 사실임을 간접적으로 밝혀 눈길을 끈다.  스포츠·연예 전문 인터넷 매체인 ‘오센’에 따르면 23일 오전 KBS 아나운서실의 한 관계자가 “오전에 기사를 보고 오정연 아나운서에게 교제가 사실인지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며 “두 사람이 좋은 만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상의 사적인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는 것.  서장훈은 한 스포츠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정연 아나운서와 결혼을 전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정연 아나운서는 2004년 청주MBC 아나운서로 처음 데뷔했으며 이후 경력직으로 2006년 KBS에 입사했다.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KBS 2TV ‘스타골든벨’을 비롯해 다수의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지난해 1월 오정연 아나운서가 MC를 맡고 있었던 KBS 1TV ‘비바 점프볼’에서 서장훈이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두 사람은 처음 인연을 맺어 같은 해 5월 지인의 소개로 다시 만나며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선씨 종부 ‘350년 간장’ 인터넷에 팔았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뉴타운이 애물단지가 된 이유 또 다른 철거민들…세운상가 떠난 이들의 겨울 “나도 힘깨나 썼지만 요즘같은 폭력 국회는…” 29년만에 벗은 ‘간첩 누명’
  • 상수원 관리지역 지원비 줄줄 샌다

    상수원 관리지역 지원비 줄줄 샌다

    #사례1(전남 장흥댐 상류). 1억원가량을 빚 진 A씨는 6년 전 지은 양옥집을 지난해 1억 3000만원을 받고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에 팔았다. A씨는 빚을 갚고 남은 돈을 합쳐 같은 마을에 부인의 이름으로 다시 집을 지어 이사했다. 그가 판 집은 곧바로 헐렸고 나무가 심어졌다(사진 위). 건축허가는 지자체에서 내줬다. #사례2(순천 주암댐 상류). 보성군 복내면사무소 직원인 B씨는 2007년 9월 율어면 문양리에 밭 25㎡(8평)를 33만원에 샀다. 이장 등의 동의서를 받아 1994년 5월에 산 것처럼 계약서를 꾸민 뒤 지난해 수변구역 주민지원사업비 70만원을 타냈다가 발각됐다. 지난해 이렇게 돈 욕심을 냈다가 적발된 공무원이 보성군에서 48명이나 됐다. 보성군에서만 돈 수령자가 1660명에서 2280명으로 늘면서 주민지원비가 85만원에서 70만원으로 줄자 기존 수령자들이 진정을 제기해 들통이 났다. ●한쪽은 헐고, 한쪽은 짓고 상수원 관리지역에서 주민지원사업비가 허술한 법망 밑으로 줄줄 새고 있다. 이 돈은 모두 물을 마시는 주민들이 낸 물 이용부담금에서 나온다. 전남 서남부 9개 시·군에 먹는 물을 대는 전남 장흥군 유치면 장흥댐. 댐 상류인 유치면 원등리는 2002~2003년 수몰 이주민들이 옮겨와 새로 생긴 마을이다. 당시 수몰민들은 보상금을 쥔 터라 다들 무리해서 집을 지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당시 주민들이 땅값과 건축비 등을 합쳐 보통 7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 들여 집을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돈벌이가 별로 없는 일부는 2000만원 주택 융자금과 생활비 부담 등으로 빚에 몰려 집을 팔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 마을 한 주민은 빈 땅을 가리키며 “여기에 있던 중국집 상가 건물은 농협 빚 때문에 경매에 들어갔는데, 민간인이 경락받은 뒤 영산강유역환경청에 팔아 5000만원가량 이문을 남겼다는 말이 돈다.”고 증언했다. 다른 주민은 “저기 저 노래방 간판이 달린 2층 상가건물(사진 아래)도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사들였는데, 곧 헐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빚에 쪼들린 주민 3명도 매입신청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일러줬다. 이 때문에 주민들 한쪽에서는 보상 형평성에 의문을 달면서 주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이 유치면사무소로 찾아와 “왜 멀쩡한 건물을 뜯도록 내버려 두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최경석(46) 장흥군의원은 “원등리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설치돼 있어 수질오염은 큰 문제가 안 된다.”며 “주민들이 판 건물을 군에서 사들여 수몰민 전시관 등으로 재활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지번 한 곳에 소유자가 90여명 주민지원비를 둘러싸고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흥 유치면의 한 마을 주민들은 필지별로 소유자를 3명에서 93명까지 늘려 모두 23필지에 대해 주민지원사업비를 신청했다. 관련법에서 토지소유자이면서 현지 주민이어야 지원 대상에 해당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1심에서는 주민이, 2심에서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승소했다. 이 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몇해 전 주암댐 수계인 순천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축사를 보상받은 뒤 인근에 부인 이름으로 다시 축사를 짓는 일이 벌어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는 맑은 물 보전 차원에서 상수원 보호구역과 주변지역에서 오염원인 논과 밭, 집과 축사, 공장 등을 주민지원사업 명목으로 해마다 사들인다. 이 사업은 댐 주변마을 주민들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원되는 마을발전기금과는 별개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보상받은 주민이 집을 다시 짓더라도 10년 안에는 이를 매입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인별 거래에는 제재수단이 없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2003~2008년 사들인 토지는 순천과 장흥 등 전남도내 8개 시·군, 22개 읍·면에서 1235건에 1269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주민지원사업비로 전남도내 8개 시·군에서 9515명에게 135억여원을 지원한다. 한편 지난해 상수도요금 고지서에 첨부해 거둬들인 물 이용부담금은 광주와 전남도 등 19개 시·군에서 649억원이었고, 올해(t당 170원)는 713억원이다. 글 사진 장흥·보성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선씨 종부 ‘350년 간장’ 인터넷에 팔았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뉴타운이 애물단지가 된 이유 또 다른 철거민들…세운상가 떠난 이들의 겨울 “나도 힘깨나 썼지만 요즘같은 폭력 국회는…” 29년만에 벗은 ‘간첩 누명’
  • 저소득층 정규직 공무원채용 첫 가동

    앞으로 2년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저소득층은 공무원 진출이 한결 쉬워진다. 행정안전부는 22일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차관회의를 열고 9급·기능직 신규채용인원의 1%를 저소득층에 할당하는 내용의 ‘공무원임용시험령’과 ‘지방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28일 국무회의에 상정·의결된 뒤 즉시 시행된다. 때문에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올 9급 공채(2350명 선발) 원서접수와 함께 저소득층 구분 모집 공고도 곧바로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저소득층 구분 모집’은 행정인턴이나 임시직과는 다른 ‘정규직’으로 공무원연금은 물론 고용 안정성도 보장받는다. 저소득층 9급 공채는 국가직 24명, 지방직 40명 등 총 64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기능직은 특채 형식으로 각급 기관별로 선발할 계획이다. 선발인원은 차후 공지한다. 대상은 선발 공고일 기준 2년 이상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최저생계비(4인 기준 132만 6606원) 이하 소득자로 등록된 기초생활수급자로 한정하며, 같은 세대여야 한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는 155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의 120% 소득자인 차상위계층과 휴업, 실직 등에 의해 생겨난 신(新)빈곤계층 등은 수급자 등록이 돼 있지 않은데다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이번 선발에서 제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차상위계층은 등록이 돼 있지 않아 대상자 확인이 사실상 어렵고, 신빈곤계층은 법적 개념 정립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공정성을 기해야 하는 시험인 만큼 기준이 애매해 현재로서는 포함시키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보건복지가족부와 협의해 내년 이후 이들의 포함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저소득층 구분 모집은 일반 수험생 모집인원의 일부를 할당해 선발하는 강제 할당이 아니라 장애인 채용처럼 저소득층 수험생들만의 경쟁으로 뽑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수험생들의 지난해 9급 공채 경쟁률은 45대1, 2007년에는 65대1이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선씨 종부 ‘350년 간장’ 인터넷에 팔았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뉴타운이 애물단지가 된 이유 또 다른 철거민들…세운상가 떠난 이들의 겨울 “나도 힘깨나 썼지만 요즘같은 폭력 국회는…” 29년만에 벗은 ‘간첩 누명’
  • [만나고 싶었습니다]‘국회의원 역도선수’ 황호동 前 신민당 의원

    [만나고 싶었습니다]‘국회의원 역도선수’ 황호동 前 신민당 의원

    ‘국회의원 역도선수 황호동’을 기억하시나요. 1973년 9대 총선에서 야당인 신민당 소속으로 전남 장흥·강진·영암·완도에서 당선된 황호동(73) 의원. 110㎏에 180㎝의 거구인 그는 이듬해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게임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역도 선수로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그해 서울신문은 9월 6일자 1면 기사에서 “역도 슈퍼 헤비급 黃鎬東선수(국회의원)가 132.5㎏으로…은메달을 보탰다.”고 보도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국제대회 선수로 뛰었던 일이나, 메달을 딴 것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런 황 전 의원을 전직 국회의원들의 사랑방인 서울 을지로 헌정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그를 만나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국회의원 역도선수가 된 배경부터 물었다.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김택수 당시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어요. 북한이 아시안 게임에 참가하는데, 아무래도 북한과 메달 한두 개를 놓고 순위경쟁을 할 것 같으니 선수로 뛰어달라는 얘기였지요.” 역기를 놓아버린지 10년이 넘었고, 아시안게임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런데도 김택수 회장에게 “진작에 말하지 그랬느냐.”고 말하는 그의 마음 속에는 이미 출전 결심이 서 있었다. ●슈퍼헤비급 체중 통과하려 맹물 엄청 마셔 황 전 의원은 출전을 하려던 이유에 대해 “내 의지를 테스트해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선수생활을 그만둔 10년의 세월과 젊음을 뛰어넘어 국제경기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삶의 도전이었던 것이다. 결심은 했지만 국회의원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고 하면 “미쳤나 보다.”는 말을 들을까 봐서 친한 대학 선배 한 명에게만 출전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는 38세의 노장 역도선수는 태릉 선수촌으로 들어갔다. 유신헌법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할 무렵 야당 의원이 정부 측의 요청에 덥석 응했다면 이상한 눈길을 받았을 터.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하다 TV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나오자 욕설을 하면서 “왜 또 나왔어?”라고 소리를 지르는 강한 야당성향을 보여줬다. 그리곤 그의 모습은 두 차례나 선수촌에서 며칠씩 사라졌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있는 남산에 끌려갔다 왔던 것이다. 짧은 기간에 가장 어려운 것은 훈련의 강도 보다 몸무게였다. 슈퍼헤비급에 출전했지만 훈련을 해도 몸무게는 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에서 몸무게를 재기 몇시간 전부터 맹물을 엄청나게 마시고 간신히 통과했다. 그리고 은메달을 땄다. 한국대표팀은 금메달 16개·은메달 26개로 4위, 북한은 금메달 15개·은메달 14개로 5위였다. 냉전이 한창일 당시였기에 남북 승부 결과는 국민적 관심사였던 시절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역도로 다져진 그는 당시로서는 거구였다. 그래서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인 1956년에 ‘고려대 덩치’ 4명에 선발됐다. 4명은 신익희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호에 투입됐다. 하지만 신익희 후보가 선거를 불과 10일 남기고 유세 도중 돌연 숨지면서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의 큰 덩치는 국회의원이 돼서도 인기를 누렸다. 여야 대치가 있을 때면 전면에 나서달라는 요구는 그에게 돌아왔던 것이다. 1972년의 10월유신으로 8대 국회가 해산되고 실시된 총선에서 탄생한 9대 국회에서는 극심한 유신반대 투쟁이 벌어졌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개헌 추진을 위한 대여 강경투쟁 노선을 선택했다. 공화당은 국회(현 서울시의회) 건물 문을 걸어잠그고 운영위를 열어 야당이 발의했던 개헌특위구성결의안 폐기를 시도했다. 복도에 몰려 있던 신민당 의원들은 “황호동 의원 어디있어?”라고 찾았다. 불려나간 황 의원은 회의장 문짝 아래 위를 두 손으로 잡고 틀었다. 그가 문을 틀어놓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이에, 다른 이가 틈 사이로 손을 넣어 문고리를 열었다. 문을 부수지 않고도 회의장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의안 폐기가 선언되고 난 뒤였다. 해머와 소화기가 등장한 35년 뒤의 18대 폭력국회 장면을 보면서 소감이 어땠을까. 그는 “요새 정치 싸움은 치열해요. 무슨 시장 깡패들도 아니고….”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에는 나를 김두한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나는 비폭력주의자였어요. 김영삼 총재 시절에 여야가 부딪치기는 했지만 의자에 앉아서 말로 싸웠지, 저런 폭력은 쓰지 않았어요. 지금 야당이 너무 지나치다고 봐요.”라고 혀를 찼다. 그리고는 “매우 저질 국회요. 대통령에 국회 해산권이 없으니까 국회가 자진해산해야 할 판이오.”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여야 대치때 선봉섰지만 난 비폭력주의자 개헌특위구성결의안이 폐기되자 김영삼 총재는 가두시위를 벌이고 청와대까지 쳐들어가자고 했다. 그때 황 의원이 나서 “바깥에 경찰이 쫙 깔려 광화문에도 못갈 판에 무슨 청와대를 가느냐.”고 반대했다. 주변에서 “기운 센 사람이 왜 반대하느냐.”는 핀잔이 쏟아졌지만 황 의원은 “기운이 세니까 반대한다.”고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야당 내에서도 파벌 대립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지곤 했다. 1975년 신민당 옥천·보은·영동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나선 이용희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당에서 최형우 사무차장이 파견됐다. 최 사무차장은 현지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국회 내에서는 폭력이 없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철승 계보였던 그는 호남출신이면서 김대중보다는 김영삼을 지지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유세장에 갔더니 연설대 위에 김대중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달라는 메모가 올라와 있었다. 그는 메모 요구대로 하기는커녕 김대중 욕을 실컷 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1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황 전 의원은 인터뷰를 마친 뒤 헌정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지금 국회는 너무 사납다.”면서 “참을성을 키워서 국회와 국회의원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어떻게 지내시나요 1주에 3일 신장투석…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 황호동 전 의원은 몇년째 투병 중이다. 신장기능에 문제가 생겨 1주일에 3일을 병원에 가서 투석치료를 받는다. 그래서 인터뷰 날짜도 병원에 가지 않는 날로 잡았다. “건강은 어떠시냐.”는 질문에 “한번에 피를 4㎏씩 투석하고 나면 어지러워서 계단에서도, 길에서도 넘어지기 일쑤요.”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슈퍼헤비급 은메달리스트여서 장미란 선수를 연상하면서 인터뷰에 나갔지만 황 전 의원은 ‘키 큰 전직 의원’ 모습이었다. 한때 어른 허리만했다는 팔뚝은 여느 70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 병과 싸우느라 약간 지쳐보였지만 목소리는 정정했다. 요즘도 하루에 담배 한 갑 반을 핀다고 했다. 병원비는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일반 병원에 다녔지만 요즘은 종교단체에서 투석을 하기 때문에 돈은 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돈 얘기가 나오자 황 전 의원은 “집이 워낙 좁아서…. 응접실이 없어서 손님을 집으로 오라고 하지를 못해요.”라고 했다. 나이 등을 감안해서 자택으로 인터뷰를 가겠다던 기자를 굳이 말리고 헌정회 사무실을 고집했던 데 대한 해명인 셈이다. 전남 강진 갑부였던 조부로부터 140여평의 불광동 주택 등 부동산 몇 채를 물려받았지만 남은 것은 30평짜리 아파트뿐이라고 했다. 정부 예산에서 전직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100만원으로 생활을 한다. 이 가운데 자신의 용돈은 20만원, 나머지 80만원으로 부인과 함께 생활을 한다. 생활비가 적지 않으냐고 하자 “우리 사회와 경제가 어느 상황인데, 이 정도면 고마워해야지요.”라고 손사래를 친다.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서 생활하는 박영록 전 국회 부의장의 사정에 비하면 자신은 낫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가 10대 국회에서 낙선하고 나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난 뒤에 정치규제에 묶여버렸다. 그 뒤에 그는 정치계를 떠났다. 떠난 이유를 물으니 “돈이 없어서….”라고 했다. 그의 국회의원 시절에는 낭만과 멋이 있었던 듯했다. 국회의원 시절 월급을 타는 날이면 당시 국회의사당 부근의 무교동 다방에는 대학 후배들이 그득했다고 한다. 월급봉투를 들고 다방에 들어가서 후배들과 만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월급을 나눠주다 보면 월급 봉투는 금방 비어버렸다. 때로는 집으로 찾아오는 후배들을 빈 손으로 보내지 못해 용돈을 쥐어줬다고 했다. ●황호동 前 신민당 의원 ▲ 73세 ▲ 전남 강진 출생 ▲ 강진 농고 졸·고려대 경제학과 졸 ▲ 9대 신민당 소속 국회의원(전남 강진·장흥·영암·완도) ▲ 3선개헌반대범국민투쟁위 발기위원 ▲ 신민당 중앙당 청년지도국장 ▲ 체육훈장 백마장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선씨 종부 ‘350년 간장’ 인터넷에 팔았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뉴타운이 애물단지가 된 이유 또 다른 철거민들…세운상가 떠난 이들의 겨울 29년만에 벗은 ‘간첩 누명’
  • [마을이 사라진다] (하) 주민이 지켜낸 울산 장생포

    [마을이 사라진다] (하) 주민이 지켜낸 울산 장생포

    한국의 포경(고래잡이) 전초기지였던 울산 남구 장생포. ‘경찰서장 할래, 고래잡이배 탈래?’라고 물으면 아이들 누구나 “포경선 탈랍니더.”라고 답했다던 어촌이 당시의 면모를 되찾기까지는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1일 아침 찾은 장생포 주민들은 고향을 찾는 설 손님 맞이에 분주했다. 마을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주변 청소도 말끔히 했다. 장생포는 60년대 ‘고래해체장’, 80년대 ‘포경선’, 90년대 ‘환경오염 이주’, 2000년대 ‘고래박물관’ 등 수십년간 진행된 온갖 풍상을 견뎌 왔다. ●공해 이주로 주민 10분의1로 감소 주민들이 일손을 잠시 접고 방문객을 맞는다. 80년대 포경선 포수로 이름을 날린 주민 손남수(73)씨는 “장생포는 일본에 고래고기를 수출하게 된 1975년부터 10년 동안 황금기를 맞았다.”고 회고했다. 현금이 넘쳐나던 이 마을에 1985년부터 위기가 닥쳤다. 몇해 전부터 들어선 울산석유화학공단이 주범이다.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싼 공장에서는 매일 매연과 폐수를 내뿜었다. 마을 주민들의 삶은 갈수록 위협을 받았고 황폐해졌다. 정부는 그해 석유화학공단 주변 장생포, 매암, 여천 등을 ‘환경오염 이주지역’으로 지정했다. 보상작업도 시작됐다. 이듬해에는 상업적 포경까지 금지됐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 터전과 생계수단이 한 순간에 날아갔다. 주민들은 동요했고, 하나 둘 마을을 떠났다. 전성기 때 1만 5000명에 이르던 인구는 90년대 들어서면서 1500명으로 줄었다. 10분의1로 급감한 것이다. 마을은 흉물스러운 폐가로 넘쳐났다. 살길을 찾아 마을을 떠난 것은 주로 젊은이들이었다. 전 장생포발전협의회장 정두열(59)씨는 “노인들은 자녀들과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별 수 없었다.”고 당시의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젊은이들은 ‘옥상에 빨래도 못 널고, 썩어 가는 항구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고 항변하며 도회지로 떠나갔다. ●환경감시 초병으로 나선 마을 주민들 마을을 살리는 것은 고스란히 남은 주민들의 몫이었다. 대책위를 만들고 하루에 한 번씩 행정기관을 찾아 “환경오염 이주지역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들이 조를 짜 공단을 돌면서 환경오염 감시활동도 벌였다. 주민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턱없이 높은 이주 보상금을 불러보기도 했다. 전 청년회장 고정구(45)씨는 “주민들에게 마을을 떠나더라도 전출 신고를 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도 했었다.”고 말했다. 8년여간 지속된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주민들 목소리는 울산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울산 시민들은 ‘이주지역 제외·상업포경 허용’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너도나도 서명해 정부와 국회 등에 전달했다. 1993년 이 마을은 이주지역에서 풀렸다. ●국내 유일의 고래 문화 툭구로 지정 이주지역에서 해제되고도 주민들의 생계는 포경 금지조치로 여전히 어려웠다. 그물에 걸리거나 죽은 고래고기를 팔아 생계를 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활동으로 마을은 다시 유명세를 탔다. 울산시와 남구는 ‘고래마을’이 뜨자 2000년대 들어 장생포의 고래문화·관광사업에 발벗고 나섰다. 고래박물관은 2005년 문을 열었고, 이듬해 고래연구소가 개관됐다. 지난해에는 장생포 일대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됐다. 오는 4월 국내 첫 해양 고래관광 사업도 본격 닻을 올린다. 요즘 고래박물관에는 하루 1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공단 주변이 깨끗해지자 관광객과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장생포는 옛날 고래잡이 항구에서 이제는 고래 문화·관광지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면서 “올해 고래관광선 출항을 시작으로 고래마을·분수광장·생태연구센터·테마공원·컨벤션센터 등 고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선씨 종부 ‘350년 간장’ 인터넷에 팔았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뉴타운이 애물단지가 된 이유 또 다른 철거민들…세운상가 떠난 이들의 겨울 “나도 힘깨나 썼지만 요즘같은 폭력 국회는…” 29년만에 벗은 ‘간첩 누명’
  • 29년만에 벗은 ‘간첩 누명’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는 22일 ‘80년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석달윤(75·18년 복역)씨와 박공심(70·여·1년6개월형)씨, 장제영(81·2년형)씨에게 29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석씨는 “한숨과 눈물 속에서 29년을 기다렸다.”며 감격했다. 그러나 같은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김정인(당시 41세)씨는 아직 ‘간첩 누명’을 벗지 못했다. 김씨의 부인 한화자(66)씨가 남편을 대신해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첫 재판조차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80년 진도 간첩단 사건’은 진도 임해면 한 어촌 마을에 모여 살던 일가족이 6·25 때 월북한 친척 박모씨를 도와 10여년간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7년 6월 김씨 등 4명이 간첩으로 조작됐다고 결정했다. 남편 김씨의 재심 재판을 기다리는 부인 한씨는 석씨가 먼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참 좋은 일”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이내 한씨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그리고 “날 구하려고 남편이 허위 자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가 중앙정보부 조사실에서 물고문을 받아 까무러칠 때 남편은 “마누라는 죄가 없으니 나만 죽이시오.”라고 울부짖었다. “당신과 자식들만 살 수 있으면 나는 100번이라도 누명 쓸 것”이라고도 했다. 당시 큰아들이 열일곱, 막내딸이 세 살이었다. 그래서 한씨는 두 달간 고문을 받았지만, 허위 자백하지 않았다. 한씨는 ‘간첩 가족’이라는 손가락질에 시어머니(지난해 사망·91세)와 5남매를 데리고 고향 땅을 떠났다. 목포에서 식모살이, 공장 야간작업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남편의 누명을 벗기려면 자식들을 가르쳐야 했다.”고 다짐했다. 남편 김씨는 1985년 10월31일 사형이 집행됐다. 눈을 기증한 남편은 붉은 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다. 새옷을 장만할 돈이 없어 그대로 묻었다. 남편이 품고 있던 가족사진에는 ‘하느님,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도록 지켜주십시오.’라는 기도 글이 적혀 있었다. 지난해 12월12일 한씨는 석씨의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고문하던 중정 수사관들을 맞닥뜨렸다. 살이 찌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그러나 그들은 “28년이나 지났는데 알 턱이 있나.” “그렇지.”라고 희희낙락했다. “남편은 생명을, 나는 인생을 잃었는데 그들은 죄책감이 전혀 없더라. 남편도 무죄를 받으면 그때 이 한을 다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선씨 종부 ‘350년 간장’ 인터넷에 팔았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뉴타운이 애물단지가 된 이유 또 다른 철거민들…세운상가 떠난 이들의 겨울 “나도 힘깨나 썼지만 요즘같은 폭력 국회는…”
  • 애간장 태우는 ‘350년 간장’

    애간장 태우는 ‘350년 간장’

    “돈 때문에 전통을 버렸다.” “명품 간장을 대중화한 것뿐.” 충청도의 한 가문에서 350년간 전해 내려온 간장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종부(宗婦)가 2007년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간장을 판매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주인공은 충북 보은군에 있는 보성 선씨 가문의 종가 간장. 대대로 내려오는 간장에 매년 햇간장 20ℓ를 담아 섞는 덧간장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 왔다. 이 간장은 2006년 한 백화점이 마련한 판매전에서 1ℓ에 5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만큼 만드는 방법도 특별하고 보관 방법도 엄격하다. 매년 늦가을 무공해 콩으로 메주를 쑤고, 정월이 되면 여기에 1년 이상 묵힌 천일염 간수를 섞어 햇간장을 만든다. 그런 뒤 아미노산·핵산 등 발효균이 풍부한 덧간장을 섞으면 종가간장이 완성된다. 간장은 안채 앞 장독대에 특별보관되는데, 간장독에는 솔가지와 고추, 숯 등을 매단 새끼줄을 쳐 액막이도 한다. 21대 종부 김정옥(57)씨는 시할머니에게서 이런 방법을 물려받았다. 공방은 종부 김씨가 2007년 ‘아당골’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보은의 특산품인 대추를 가미한 간장을 팔면서 시작됐다. 엿기름을 달일 때 대추로 끓인 물을 넣은 뒤 350년 된 덧간장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만든 간장인데, 쇼핑몰에서는 1ℓ에 1만 5000원에 팔리고 있다. 종부는 충북도청·보은군청으로부터 1억 8000만원을 지원받아 중요민속자료 134호로 지정된 99칸 한옥에 ‘팔도 장독대 전시장’과 ‘장 체험장’도 열었다. 이에 대해 종가 간장을 ‘한국의 전통장’이라고 적극 홍보해온 김진흥 한국농어업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상행위에 빠져 350년의 전통을 날려 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김 위원장은 “보성 선씨네 간장보다 더 오래된 간장은 많다. 그러나 이 집 간장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엄격하게 전통을 지켜온 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면서 “잡물을 추가했으니 그 장에선 한국 장 특유의 깊고 중후한 맛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덧간장에 직접 대추를 넣지 않았다는 종부 김씨의 설명과는 달리 김 위원장은 김씨가 메주에 대추를 넣어서 쒔기 때문에 ‘종자 간장’인 덧간장 자체를 망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 김씨는 “맛이 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장을 망쳤다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간장에 대추를 추가하는 것도 원래 넣는 양보다 조금 많이 넣은 것일 뿐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김씨는 “보은군청과 손잡고 특산품인 대추도 홍보할 겸 만든 것이다. 종가 어르신들에게도 허락을 받았다.”면서 “대추의 단맛이 가미돼 오히려 더 맛있다.”고 반박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뉴타운이 애물단지가 된 이유 또 다른 철거민들…세운상가 떠난 이들의 겨울 “나도 힘깨나 썼지만 요즘같은 폭력 국회는…” 29년만에 벗은 ‘간첩 누명’
  • 공익시설 비용 압박 “뉴타운 싫다”

    공익시설 비용 압박 “뉴타운 싫다”

    ‘용산 참사’이후 뉴타운 등 도시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지역 낡은 주택 밀집지역의 원주민들에게 ‘장밋빛 꿈’을 던져준 뉴타운 사업이 이제는 지역민의 외면을 받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질 도로,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과 세입자 주거안정비, 영업보상비 등을 조합원, 즉 주민들에게 떠넘긴 결과다.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조합원 부담금 증가→원주민 재정착률 저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22일 원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한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 뉴타운 4구역을 찾았다. ●장밋빛 꿈에서 애물단지로 “억울하고 분해서 잠을 못 이룬다. 그럴 듯한 뉴타운이라고 해서 개발동의서에 도장을 찍어 줬는데 똑같은 평형의 아파트로 바꾸는 데 1억원 이상을 더 내라고 하니…” 김정순(68) 할머니는 흥분을 참지 못했다. 평생 벌어 단 집 한 채 갖고 있다는 김상민(59)씨도 “우리도 서민인데, 왜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까지 주고 도로 건설비 등을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20년 원주민을 떠나게 만드는 뉴타운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뉴타은 신축지 곳곳에서 이삿짐을 싸고 동네를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한쪽에서는 “대안 없는 뉴타운 지정을 철회하라.” “원주민 대책을 세워달라.”는 등 구호가 들린다. 뉴타운 사업은 정비지구 지정을 통해 기대되는 개발이익으로 도시기반시설 건설비를 충당하는 재개발사업이다. 기반시설 확보율은 뉴타운이 평균 35%로, 재개발 19%, 재건축 18.3%보다 높은 편이긴 하다. 문제는 이런 공익시설 건설비를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데 있다. 가재울뉴타운 4구역 조합에 따르면 조합원 2200세대가 세입자 3000세대와 1500여개 상가에 건네줄 보상금은 600억원이 넘는다. 조합원 한 세대당 평균 25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는 셈이다. ●지정 취소 행정심판 청구도 가재울뉴타운 조합 관계자는 “도시재정비촉진법이 강화돼 조합원 부담이 커지면서 뉴타운을 취소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기반시설 등 비용만 줄여도 분양가를 15%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서울 동작구 흑석동(흑석1·2·7·9 재정비촉진구역)의 뉴타운 주민 200여세대는 ‘뉴타운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랑구 중화동 주민들은 “구청이 지역노후도 통계를 조작해 뉴타운을 지정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하면서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하성규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장은 “근린공원 등 뉴타운의 기반시설 확보율이 35%를 웃돌 정도로 도시정비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주민 부담 전가에 따른 비판이 적지 않다.”면서 “개발이익 환수도 좋지만 합리적인 비용분담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선씨 종부 ‘350년 간장’ 인터넷에 팔았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또 다른 철거민들…세운상가 떠난 이들의 겨울 “나도 힘깨나 썼지만 요즘같은 폭력 국회는…” 29년만에 벗은 ‘간첩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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