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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미폰 태국 국왕 서거…후계자는 와치라롱껀 왕세자(종합)

    푸미폰 태국 국왕 서거…후계자는 와치라롱껀 왕세자(종합)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현지시간) 서거했다. 향년 88세. 왕실 사무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폐하께서 오늘 오후 3시 52분 시리라즈 병원에서 영면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주치의들이 최선을 다해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치료했지만, 국왕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은 채 계속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후계구도와 관련,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국영 뉴스채널을 통해 이날 밤 열리는 과도의회 격의 국가입법회의(NLA)에 후계자를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정부는 왕위 승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국왕께서 지난 1972년 왕세자를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국가입법회의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1972년 유일한 왕자이자 장손인 와치라롱껀(64)을 왕세자이자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바 있다. 쁘라윳 총리는 또 앞으로 1년간 애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태국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아버지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며 “앞으로 30일간은 축제를 열지 말라”고 말했다. 푸미폰 국왕은 1946년 6월 9일부터 이날까지 70년 126일간 왕위를 유지해오며,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9년부터 고열과 저혈압, 심장 박동수 증가 등 증세로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면서 건강 이상설을 낳았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1월 병원에서 치료 도중 휠체어를 탄 채 왕궁을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왕실 사무국은 지난 9일 혈액투석 및 과도하게 분비되는 척수액을 빼내기 위한 삽관 교체 후 국왕의 건강상태가 ‘불안정’하다고 밝혀 우려를 낳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보신각 광장에 선 ‘故 백남기 추모의 벽’

    보신각 광장에 선 ‘故 백남기 추모의 벽’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고(故) 백남기씨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벽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었던 김서경·김운성 부부가 제작했다. 벽은 너비 1m, 높이 2m의 철제 구조물로 비석과 비슷한 모양이다. 벽면에는 백씨의 얼굴 그림, ‘농민 백남기 선생을 위한 추모의 벽’이라는 글귀, 국화꽃 등을 새겼다. 백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접착식 메모지를 붙일 수 있게 여백을 넓게 두었다. 실제 이날 애도의 뜻을 적은 메모지를 추모의 벽에 붙이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추모의 벽은 11월 14일까지 유지되며 철거 이후 보존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운성 작가는 “선생의 죽음이 살해인지 아니면 병사인지 시민들에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이 벽은 추모의 벽이자 통곡의 벽이며 다짐의 벽”이라며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서울포토] 故 백남기 농민 ‘애도와 추모의 벽’ 설치

    [서울포토] 故 백남기 농민 ‘애도와 추모의 벽’ 설치

    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고(故) 농민 백남기 농민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벽 설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애도와 추모의 벽’에 국화 한송이

    [서울포토] ‘애도와 추모의 벽’에 국화 한송이

    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 설치된 고(故) 농민 백남기 농민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벽에 시민들이 국화와 추모메시지를 붙이고 있다.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中 원저우 건물 붕괴…숨진 부모가 감싸 극적 구조된 아이

    中 원저우 건물 붕괴…숨진 부모가 감싸 극적 구조된 아이

    지난 10일 새벽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温州)에서 발생한 건물 붕괴 사고에서 숨진 부모의 품 안에서 발견된 여아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10일 저녁 6시35분 쯤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무장경찰과 구조대원은 무너진 가옥 아래 두 명의 성인 남녀가 십자형태로 어린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급히 손을 썼지만, 부모 두 명은 이미 숨진 뒤였다. 하지만 부모 사이에서 십자형태로 몸을 보호받고 있던 여자아이는 구조대원에게 손을 뻗어왔다. 무장경찰과 구조대원은 즉각 여아를 병원으로 옮겼고, 여아는 응급조치를 받아 살아났다. 이번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누리꾼들은 부모의 희생에 감사와 애도를 표하고, 여자아이의 평안을 빌었다. 또한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을 피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비극"이라며, "두 번 다시 이같은 사고가 발생해선 안된다"고 질타했다. 한편 10일 새벽 원저우 루청공업구(鹿城工业区)에서는 3~5층짜리 가옥 4채가 무너져 지금(11일 새벽)까지 총 2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신화망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美, 사우디 지지 재검토… 예멘 수천명 거리 시위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심이 된 이슬람 수니파 동맹군이 예멘 수도 사나의 한 시아파 반군 유력인사의 장례식장을 8일 폭격해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디를 지원한 미국마저도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비난을 의식한 사우디도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백악관 “사실로 밝혀지면 지원 조정”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장례식장 공습으로 사우디와 오랜 동맹 관계에 있던 미국도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안보협력이 ‘백지 수표’(blank check)는 아니다”라면서 “(공습의 참상이) 사실로 밝혀지면 미국의 원칙과 가치, 이익에 들어맞도록 우리의 지원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엔 “어떤 상황도 민간인 공격 안 돼” 캐나다를 비롯해 유엔 등은 이번 사건에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민간인을 겨냥한 어떤 공격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수천명의 예멘 시위대는 사나 남부에 있는 유엔 빌딩 밖에서 공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도 시위에 참여해 ‘야만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사우디의 해명을 촉구했다. ●사우디 연합군 “애도… 美와 조사할 것”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성명에서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감스럽고 고통스러운 폭격에 대해 미국 전문가와 함께 조사를 즉각 실시하겠다”면서도 “예멘에서 반군과 싸우는 유일한 부대가 연합군 공군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베테랑 다이버, 싱가포르 수족관서 가오리 쏘여 숨져

    베테랑 다이버, 싱가포르 수족관서 가오리 쏘여 숨져

    싱가포르 수족관에서 베테랑 다이버가 가오리 독침에 찔려 숨졌다. 워싱턴포스트 등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수족관 '언더워터월드'에서 수족관을 청소하던 다이버 필립 챈(62)이 노랑가오리(스팅레이)의 꼬리가시에 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챈은 5000번 이상의 다이빙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 다이버였다. 경찰은 "챈이 가오리에 찔린 뒤 곧바로 싱가포르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족관 측은 "챈은 수족관 동물들을 돌보고, 이들을 위해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는 직원이었다"며 "언더워터월드 개장 때부터 함께한 베테랑 다이버였다"고 애도했다. 싱가포르 언더워터월드는 1991년 개장한 뒤 센토사섬의 관광명소가 됐지만 최근 들어 경영 압박에 시달리다 지난 6월말 문을 닫았다. 챈은 해양생물을 다른 수족관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노랑가오리는 열대 해역의 얕은 바다에 서식하며 꼬리에는 독이 든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있다. 사람이 실수로 얕은 해변에서 접촉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는 있지만,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대단히 드물다. 지난 2006년 호주의 생존 전문가 스티브 어윈이 노랑가오리에 심장을 찔린 뒤 숨진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급류 속 구조 나섰다 돌아오지 못한 소방관

    급류 속 구조 나섰다 돌아오지 못한 소방관

    지난 5일 태풍 ‘차바’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인명 구조에 나섰던 20대 소방관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지 하루 만에 주검으로 돌아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울산시소방본부는 6일 오전 11시 10분쯤 울주군 온양읍 회야강변 덕망교 하류 150m 지점에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던 온산소방서 강기봉(29) 소방사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강 소방사는 “고립된 차 안에 사람 2명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2명과 함께 회야강변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 이들은 도로가 침수돼 차량으로 접근할 수 없자 구급차를 세운 뒤 종아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150m가량 헤치며 걸어가 차량을 확인했다. 차 안에 사람이 없어 돌아가던 중 순식간에 불어난 물이 대원들을 덮쳤다. 강 소방사와 동료 1명은 전봇대를, 다른 1명은 도로변의 굴착기를 붙잡고 버텼다. 전봇대에 매달렸던 2명은 힘에 부쳐 급류에 휩쓸렸다. 동료는 탈출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양동마을 이장은 “소방관 3명이 불어나는 물에도 불구하고 구조에 나섰다”면서 “위험하다 싶어 밧줄을 구하러 자리를 비운 2~3분 새에 급류가 덮쳐 소방관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종 소식을 접한 강 소방사의 아버지(63)가 제주에서 급히 울산으로 와 구조 소식을 기다렸으나 시신으로 발견되자 오열했다. 강 소방사는 제주 출신으로 오현고와 제주한라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해 4월 구급대원으로 특채됐다. 강 소방사의 아버지도 30여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2014년 정년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강 소방사는 항상 웃는 얼굴로 남을 먼저 배려하는 순수한 청년이었다”며 “간호학과 출신답게 구급출동하면 응급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며 안정시켜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경찰청장 “백남기 유족에 위로… 조문 검토”

    경찰청장 “백남기 유족에 위로… 조문 검토”

    野 “경찰 과잉대응이 사망 원인… 진상규명 하려면 특검으로 가야” 與 “서울시 살수차 물 공급 중지… 한강서 물 떠다 사용하란 얘기냐” 이철성 경찰청장은 6일 고 백남기 농민이 시위 현장에서 진압용 물대포를 맞아 의식을 잃은 뒤 사경을 헤매다 사망한 것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또 여야 의원들과 함께 조문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청장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 간부가 백씨의 사망에 대해 애도를 표한 것은 처음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청장의 발언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추후 조문 가는 것을 고려해 보겠느냐”고 묻자 이 청장은 “여야 의원들과 함께 가는 것이라면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살수차 안전장비를 보강하고 운용지침 개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안전과 인권에 유의하도록 교육훈련도 강화하겠다”면서 “집회시위 참가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평화적인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국감에 돌입하자 여야는 백씨 사망 사건을 둘러싼 공방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백남기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전날 야당이 ‘백남기 특검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면, 이날은 새누리당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찰 물대포 물 공급 중단’ 발언을 문제 삼으며 역공을 가했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서울시에서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경찰의 살수차 운용이 어려워진다”면서 “물을 한강에서 떠다 사용하란 얘기냐”라고 반발했다. 강석호 최고위원도 “박 시장의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면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청장 역시 “살수차의 소방용수 사용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며 박 시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 시장의 발언을 적극 옹호했다. 더민주 김정우 의원은 “서울시 소방 총책임자로서 마땅한 말씀”이라고 거들었다. 백씨의 부검 영장 논란도 계속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인 규명을 위해 조속히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것이 명백하므로 부검을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하려면 부검이 아닌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더민주 이재정 의원은 이 청장이 의도적으로 ‘백남기 사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제발 정치하지 마시고 경찰 하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죽은 애완 물고기에 바이킹 장례식 치러준 남성

    죽은 애완 물고기에 바이킹 장례식 치러준 남성

    중세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살던 바이킹족은 전사자의 시신을 나무배에 태워 불을 붙이고서 물에 띄워 멀리 떠내려 보내곤 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는 한 남성이 키우던 물고기에게 치러준 바이킹식 장례 영상을 소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남성은 자신이 키우던 물고기의 사체를 휴지 위에 올려 변기에 띄웠다. 엄숙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남성은 물고기 사체에 촛불을 갖다댔고, 이윽고 물고기는 활활 타올랐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남성은 변기의 물을 내렸고, 물고기는 변기 속에서 소용돌이치며 모습을 감췄다. 남성은 노래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물고기의 죽음을 애도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애도하는 것은 좋은데 묻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변기에 사체를 버리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라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후 5일 현재 27만 건에 이르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영상=Joe Genco/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우주를 아우르는 老시인의 퍼런 기백… 그 거침없는 진혼곡

    우주를 아우르는 老시인의 퍼런 기백… 그 거침없는 진혼곡

    팔순을 넘긴 노시인이 우주를 아우르는 상상력으로 백지 위를 내닫는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도 거칠 것 없는 그의 담대함은 “미래여 옛날이여 여기 오라” 호령하기에 이른다. “내 시의 리듬은 우주의 율동에서 생긴다”던 시인다운 기세다. 이에 “저 망구(望九·아흔을 바라본다는 뜻)의 퍼런 기백을 보라. 운명이 떠밀지 않고 가능한 노릇이겠는가”(김사인 시인)라는 찬사가 터진다. 보편성과 특수성의 경계를 허물며 세계 시단에 서 온 고은(83) 시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 시력(詩曆) 58년을 맞는 그가 3년 만에 새 시집 ‘초혼’(창비)을 펴냈다. 평소 그는 “시란 지금 없는 자를 쓰는 것”이라며 “때문에 내가 내 문학에 명령하는 것이 애도이며 숱한 죽음을 현재화시키는 게 내 과제”라고 말해 왔다. 이처럼 현대사의 수많은 죽음이 자신에게 지워져 있음을 되뇌는 시인은 2부 장편 굿시 ‘초혼’(원고지 130장 분량)으로 죽은 넋들을 애도하는 사제를 자청한다. 백제, 고구려 등 상고시대 망령부터 한국전쟁, 제주 4·3 사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로 스러진 혼들까지 불러내는 그의 절창은 도저한 에너지와 역사에 대한 분노로 들끓는다. ‘나 소월의 초혼 신 내려/이 고려강토/이 고려산천 도처마다 떠돌며/신방울 울려/신북 치며/신피리 불며/내 비록 맺힌 소리나마/이 소리로 소리제사 소리공양 내내 울리며/이 땅의 반만년 원혼 혼령 위무하며/살아가고저’(초혼) ‘나 대신/누가 책을 던지는가/쨍그랑/누가 술잔을 던지는가/나 대신/누가 누대의 권력을 빈 잔으로 내던지는가//늦었다/벼랑으로 솟구쳐/저놈의 비바람 속에 서야겠다/저놈의 눈보라 속 두 다리 부들부들 떨리는 썩은 분노로/기어이 기어이 달려가야겠다’(만년) 시집의 1부에는 지나온 삶과 시에 대한 성찰이 주류를 이룬다. 또래의 반이 죽어나갔던 한국전쟁 당시 ‘재수 없는 그믐달 한 조각같이’ 살아남아 ‘음독도 마다하지 않았’던 허무의 시절을 통과한 사연, 선배 시인들의 눈에 들어 ‘현대문학’ 11월호 3회 추첨을 단회 추첨으로 때려잡고 나왔던 등단 뒷얘기 등을 새삼 되짚는다. 돌아보면 시인으로 산 지난 60여년은 ‘시의 무기수라는 천벌 감수하며/내 조국을/내 조국 밖을 유배의 세월로 삼아왔’(시 옆에서)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인은 ‘아직도 노래할 것을/노래하지 않았다’(2016년 이른 봄)며 갱신을 꿈꾼다. ‘말의 과잉과/욕망의 과잉을 때려부수’(알타이에 가리)겠다는 다짐과 함께.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검은 옷 시위’… 낙태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폴란드 여성들

    ‘검은 옷 시위’… 낙태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폴란드 여성들

    폴란드 여성들이 3일(현지시간) 바르샤바 거리에서 정부의 낙태금지법안 추진에 항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여성들은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이날을 ‘검은 월요일’로 명명했다.A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검은 월요일’… 낙태 전면 금지 법안 반대 시위하는 폴란드 여성들

    ‘검은 월요일’… 낙태 전면 금지 법안 반대 시위하는 폴란드 여성들

    폴란드 여성들이 3일(현지시간) 바르샤바 거리에서 정부의 낙태금지법안 추진에 항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여성들은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이날을 ‘검은 월요일’로 명명했다.A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링스 헬기 순직 장병 영결식 “참군인, 대한민국은 영원히 감사할 것”

    링스 헬기 순직 장병 영결식 “참군인, 대한민국은 영원히 감사할 것”

    지난달 26일 동해에서 한미 연합작전 중 순직한 해군 링스 해상작전헬기 조종사 등 순직장병 3명의 합동영결식이 2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엄수됐다. 조종사 김경민(33)·박유신(33) 소령,조작사 황성철(29) 상사 영결식은 이날 9시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유가족과 국회의원, 장관, 장병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엄 해참총장은 조사에서 “해군은 순직장병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고 대한민국은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며 “부디 하늘에서 이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 편안히 영면하시라”고 애도했다. 박 소령의 동기생인 박상홍 대위는 추도사에서 울먹이며 “박 소령의 부인과 세 살 아들,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중의 둘째는 전우들이 가족처럼 보살피겠다”고 다짐했다. 운구 과정에서 유족들은 오열했고 동료 장병들도 눈물로 배웅했다. 정조종사 김 소령은 2005년 육군 학사장교 46기로 임관, 2008년 육군 중위로 전역했으나 해군 조종사를 꿈꾸고 2010년 해군사관후보생109기로 임관했다. 2014년 해군 6항공전단 포술 최우수 승무원 선정, 지난해 해군 관함식 대함유도탄 발사 시범기 조종사 선발 및 해참총장 표창 수상 등으로 우수한 조종사이자 15개 자격증을 소유할 정도의 학구파 군인이었다. 부조종사 박 소령은 2004년 해병대 병장으로 전역한 후 해군 조종사가 되고자 재입대해 2011년 해군사관후보생 111기로 임관됐다.2014년 세월호 실종자 탐색 임무에 참여했고 지난해 1해상전투단 창설에 기여한 공로로 해군작전사령관 표창을 받는 등 대잠전술 분야 전문가였다. 2008년 해군부사관 217기로 임관한 조작사 황 상사는 헬기정비학과를 졸업했으나 비행에 대한 열정으로 링스 헬기의 장비조작과 기총 사격을 담당하는 항공조작사를 선택했다.2011년 청해부대 7진 파병에 자원해 아덴만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합동참모의장 표창을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공격…국경 긴장 고조

    인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공격…국경 긴장 고조

    인도가 파키스탄 출신의 테러범 침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28일(현지시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공격해 파키스탄군 2명을 사살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타은 이유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보복을 다짐, 양국 국경 일대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파키스탄 파이살라바드에서 사망한 파키스탄 군인의 관을 둘러싸고 애도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2016-09-30(이슬라마바드 AP=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바다의 뚜껑’

    [지금, 이 영화] ‘바다의 뚜껑’

    이상한 영화 제목이다. ‘바다의 뚜껑’이라니. 알고 보니 같은 이름의 원작이 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2004년 발표한 소설이다. 찾아보니 이 책도 같은 이름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에도 잠깐 등장하는 이 노래의 가사가 소설 맨 앞에 실려 있다. 하라 마스미가 부른 곡이다. “여름의 마지막 해수욕 누가 제일 늦게 바다에서 나왔나/ 그 사람이 바다의 뚜껑 닫지 않고 돌아가/ 그때부터 바다의 뚜껑 열린 채 그대로 있네/ 벚꽃, 달리아, 맨드라미/ 해바라기, 데이지, 개양귀비/ 꽃들은 왜 또 피고 지는가/ 그대 없는 이 세상에”(요시모토 바나나, 김난주 옮김, ‘바다의 뚜껑’, 민음사, 2016) 그대 없는 이 세상에 열매가 열리고, 별이 돋는다면서 노래는 길게 이어진다. 쉽게 말하면 이 음악은 상실의 슬픔을 전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노래는 물론이고, 노래의 정서를 표현하려고 한 소설과 그것을 바탕에 둔 영화의 의미까지 단순하게 뭉뚱그려진다. 하라 마스미가 상실의 슬픔이 지속되는 까닭을 닫아야 할 것을 닫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읊는다면,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것을 어떻게 닫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잘은 모르지만, 뭔가를 얻기보다 뭔가를 잃으며 사는 일이 인생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잃음 자체가 아니라 잃고 난 뒤의 어떤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되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실은 죽음과 같다. 그러니까 상실한 다음에 우리가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애도의 과정이다. 애도는 사라진 대상을 위한 진혼이자, 남은 자들이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도요시마 게이스케 감독의 연출 포인트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도쿄에서 생활하다 귀향한 마리(기쿠치 아키코)는 빙수 가게를 연다. 일손을 돕는 사람은 마리의 집에 잠시 의탁 중인 하지메(미네 아즈사)다. 두 여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다. 도쿄에서의 삶은 마리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집안 내 재산 분쟁 탓에 이곳으로 피신한 하지메도 불행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빙수 가게에서 같이 일하면서, 바다에서 함께 헤엄치면서, 한집에서 먹고 자면서 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회복해 간다. 극적인 위로나 치유의 순간은 없다. 각자의 애도는 담담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장면들은 당밀맛·귤맛만 파는 마리 가게의 빙수 메뉴처럼 심심하다. 단출하지만 정성 들여 만든 깊은 맛이 난다는 뜻이다. 애도를 잘한다고 흉터가 안 남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충실한 애도를 하고 나면, 흉터를 감추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어느 누구도 상처 없이 살기는 불가능하다. 상처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아문 흔적을 간직한 채 다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슬픔이 솟구치는 바다의 뚜껑이 닫힌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포토]페레스 장례식에 세계 지도자 대거 참석

    [포토]페레스 장례식에 세계 지도자 대거 참석

    ’이스라엘의 국부’ 시몬 페레스 전 대통령의 별세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30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헤르츨 국립묘지에서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그의 장례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사진은 29일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의회에서 경호대가 페레스 전 대통령의 관을 옮기고 있는 모습. / 2016-09-29 (예루살렘 AP=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故 백남기 유족 “부검 반대”·우상호 “부검한다고 두번씩 달려드는 건 처음 본다”

    故 백남기 유족 “부검 반대”·우상호 “부검한다고 두번씩 달려드는 건 처음 본다”

    29일 법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유족은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 손에 다시 아버지 몸이 닿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부검을 반대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백남기 농민 가시는 길은 마지막 길 만큼은 국민들 애도 속에서 편안히 갔으면 좋겠다. 칼까지 휘둘러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부검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한 농민의 죽음도 끝까지 갈등과 파국으로 모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도대체 이 정부가 곳곳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곳곳에서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고 자꾸 감정을 유발하는 정책만 피는데 도대체 왜 이러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번처럼 부검한다고 두번씩 달려드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제가 1987년 이한열 열사가 병원에서 27일간 백남기 농민처럼 누워계시다 돌아가셔서 장례식 집행위원장을 했다. 그 후에도 수많은 장례식장을 봐왔는데 지난 30년 사이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한열 열사는 뇌속에 최류탄 파편이 있어 그 증거를 찾기 위해 부검했다”라며 “백남기 농민의 부검 이유가 뭔가. 생생히 영상으로 그 분 쓰러진 장면이 채증됐고 수개월간 병원에서 관찰한 의사들의 소견 외에 무엇이 또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엔 보고관 “백남기씨 부검 원하지 않는 유족 요구 받아들여야”

    유엔 보고관 “백남기씨 부검 원하지 않는 유족 요구 받아들여야”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8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농민 백남기씨의 사망과 관련해 독립된 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농민 백남기 씨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경찰의 물대포 사용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키아이 보고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유가족과 백씨의 동료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화적인 집회에서 긴장감을 일으킬 수 있는 물대포나 버스 장벽 등 집회 통제 수단이 적절한지 다시 검토하고 부검을 원하지 않는 유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가 이달 25일 끝내 숨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4. 화성과 금성이 만났다…소개팅 폭망하는 이유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4. 화성과 금성이 만났다…소개팅 폭망하는 이유

    대지를 적시는 가을비가 촉촉히 나린다. 광화문 교보 빌딩 앞에는 가을을 맞이하야 이런 글귀가 내걸렸다.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 고맙다 /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내 곁에 내리는 것에 미화원 아저씨가 힘들게 치우실 낙엽이 전부라면, 그게 과연 고마운 일일까. 이 가을에 또 솔로는 생각이 많아진다. 찬 바람 부는 겨울을 앞두고, 시즌이 시즌인지라 주변에선 소개팅 소식이 많다. 승전보는 거의 없고, 패전 소식이 대부분이지만. 그리하여 ‘소개팅에서 잘 되는 법’을 탐문했더니 하나같이 ‘폭망(폭삭 망한) 사례’들만 늘어놓았다.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망 사례를 깨우치다 보면 잘되는 법도 알게 되겠지. 희망을 가지고 전술 복습에 들어가도록 한다. ◆ 그 남자, 갑자기 소개팅 도중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쉿’ 홍대 모처에서, 공기업에 다닌다는 건실한 그 남자를 만났다. 男: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女: 잘 생기고, 유머 코드 맞고…아, 그리고 저 노래 잘 하는 사람 좋아해요.男: 저 노래 잘하는데, 슈스케 예선도 통과했었어요.女: 오, 정말요?男: 어, 잠깐만요~ 그는 갑자기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로 갖다댔다. 소개팅 장소였던 그 곳, 모처의 이자카야에서는 마침 성시경의 ‘희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천하의 성시경도 컨디션 좋을 때만 부른다는 바로, 그 노래.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햇살이 우릴 위해 내리고~ 바람도 서롤 감싸게 하죠~” 내 앞의 남자가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후렴구만 빼고, 흥보가 완창하듯 ‘희재’ 1절을 완창했다. 입술에서 손가락을 떼며, 그는 말했다. “후렴은 높아서 안되겠네요.” “아, 예...” 그날의 소개팅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기자라는 일을 업으로 삼는 나는, 쓸데없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하는 일종의 직업병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기자회견장에 간 양 꼬치꼬치 캐묻는 호전적인 태도. 그게 가장 악질적(?)으로 드러나는 때가 소개팅으로 만난 상대에게 연애사를 물어보는 행태다. ‘희재’로 한 방 얻어 맞은 나는 곧바로 그에게 옛 연애사를 묻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 연애는 언제 하셨어요?” “아, 예. 그게...”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다’는 연애 신조를 가진 그는 여행 직전 사귄 여자친구와 여행 도중에 헤어졌으며, 여행에서 만난 다른 여자와 사귀어서 돌아왔다고 했다. 나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는 연애였다. 옹졸한 한 마디가 곧 날아갔다. “아, 공기업 다니신다더니 연애도 참 방만하게 하시네요~” 코카콜라와 멘토스의 만남 같던 그와 나의 소개팅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 우리가 소개팅에서 폭망하는 이유…대체 왜 때문에?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우리가 소개팅에서 ‘폭망’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나 최소 20년에서 30년, 40년 안팎으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남녀가 부지불식 간에 만나 ‘파바박’ 불꽃이 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얘쁜이(29·여)는 “우주의 충돌”이라는 말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오랜 동안 지켜온 나만의 우주가, 너라는 우주를 만나 대참사가 발생한다는 것. 물론 ‘볼빨간사춘기’는 최근 히트하고 있는 노래에서 “우주를 줄게~”라고 노래했지만 고이 간직해 온 내 우주를 처음 본 남자 혹은 여자에게 준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러브 이즈 미라클’ 이라고 하는 것이다.) 최근의 소개팅에서 역시 폭망한 커피광(29·여)은 “차라리 재고 따지는 게 많아서, 어렸을 때만큼 첫눈에 반하기 쉽지 않아서, 라고 쉽게 말해라”라고 쏘아 붙이기도 했다. 나처럼 쓸데없이 호전적인 자세로 임한다거나, 극한 오지랖을 펼치는 경우도 폭망하는 이유 중 하나로 들 수 있겠다. 또한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소개 받는 식의 주선자가 책임지지 않는 소개팅이 빚는 참사도 있겠다. 주선자가 중간에 끼어서 ‘오작교’로서의 소임을 다해, 미처 전달하지 못한 진심이 전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다음 편에는 소개팅으로 흥한 사례들을 엮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들도 절세 미남·미녀가 아닐진대, 기어이 기적을 이루어 냈다. 기적의 스토리는 다음 편에서, to be continued.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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