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위기 4년 어떻게 구했을까
애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지난 6월말 인터넷 기반 휴대전화기 ‘3G iphone(아이폰)’을 설명하기 위해 나타나자 애플의 주식값은 폭락했다.볼이 움푹 파인 비쩍 마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잡스의 건강이 악화돼 애플사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이었다.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손꼽히는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의 비중과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린더 카니 지음,안진환 박아람 옮김,북섬 펴냄)은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이다.부제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이 암시하듯 1997년 파산지경에 이른 애플을 11년 만에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디자인기업으로 성장시킨 잡스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경영능력을 소개하고 있다.현재 금융위기로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경영에서 필요한 것들을 점검할 수 있겠다.
여기서 잠깐 애플사의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애플은 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천재적인 전자공학도와 창업,1980년 주식시장에 공개한 회사였다.그는 1985년 자신이 스카우트한 전문경영인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퇴출당했다.그러나 1997년 애플사가 파산위기에 빠지자 잡스는 비즈니스 사상 가장 위대한 컴백을 하게 된다.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만든 픽사사의 잘나가는 CEO였는데 말이다.그해 8월부터 임시CEO(iCEO)로 경영에 복귀한 잡스는 애플이 정상화된 2004년 3월에서야 ‘임시’자를 떼고 CEO직을 수락한다.애플은 이미 베스트셀러 컴퓨터 ‘아이맥’을 600만대나 팔았고,‘아이팟’을 개발해 공전의 히트를 친 다음이다.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 역시 그의 창의력과 마케팅 능력이 발휘된 것으로 모두 평가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4년 만에 애플을 위기에서 구출했을까.그는 우선 40개에 이르는 애플의 잡다한 제품 라인을 극히 단순화했다.그는 애플 컴퓨터를 전문가 일반인을 위한 휴대컴퓨터와 데스크톱 등 4가지만 만들기로 했다.이것은 삼성이나 소니가 수백 가지 제품으로 시장에 ‘융단폭격’을 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물론 요즘의 애플은 다양한 제품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잡스는 애플 컴퓨터를 저가의 컴퓨터가 아니라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기로 했다.잡스는 “어떤 자동차도 그 역할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달리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돈을 주고 BMW를 구입한다.”고 주장했다.그 결과 잡스는 델컴퓨터가 연간 6.5%의 수익을 거두는 동안 업계 최대 마진율인 25%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같은 전략에 집중하기 위해 잡스는 최고의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디자이너,마케터를 중심으로 핵심 A팀을 구축한다.픽셀 하나가 완성될 때까지 직원들을 달달 볶기도 하고,맥 OS X를 만들기 위해 1000명의 직원이 3년간 쉬지 않고 일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지치기와 조직개편을 위해 직원들에게 ‘스티브식 종결(getting Steve)’을 강요하기도 했다.수년 동안 해오던 프로젝트를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리는가 하면,잡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직개편에 속한 직원들을 몰아붙인 뒤 적절하게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해고했다는 루머도 있다.잡스는 그렇게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현재 스티브식 종결은 프로젝트가 허무하게 종결됐을 때 사용되는 전문용어가 됐다.
잡스는 또한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못하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위임했다.그는 신제품 개발,제품 프레젠테이션,마케팅 등에 남다른 능력이 있었다.매매협상도 달인의 경지인 그의 몫이다.그러나 픽사의 영화를 제작한다든지,애플의 재무제표를 관리한다든지,운영하는 일은 더 나은 사람들에게 넘겼다.CEO라고 여기저기 집적대지 않고 잘할 만한 일에 집중한 것이다.
지독한 엘리트주의자인 잡스는 또한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하느냐고 묻는 법도 없다.애플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가이 가와사키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시장조사도 하지 않는다.그는 자신의 우뇌가 좌뇌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그것을 시장조사라고 한다.”고 증언한다.직관으로 미래의 흐름을 파악했던 것,그것도 잡스의 역할이었다.
잡스가 더 알고 싶다면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인터넷 검색창에 ‘스티브 잡스&스탠퍼드대학’을 치면 된다.이 책에도 살짝 소개했지만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블루칼라의 양자로 입양됐던 잡스의 인생과 우연은 늘 필연으로 연결된다는 삶의 법칙을 깨달을 수 있다.1만 2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