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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베스 “美, 작년 사임요구”

    |멕시코시티 연합|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정변시 군부내 반대 세력이 자신을 감금하고 암살하려 했을 때 미국이 이 쿠데타 세력에 동조했으며 나아가 자신의 공식 사임을 요구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 유력 일간 엘 우니베르살과 가진 회견에서 지난해 4월12일 새벽 쿠데타 세력에 의해 카리브해의 투리아모 해군기지로 강제 이송돼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공수부대 구출작전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일 등 그동안 밝힌 적이 없는 정변 비사를 털어놓았다. 그는 엘 우니베르살 15∼16일자 총 4면에 걸쳐 소개된 회견 내용에서 그동안 정변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해온 미국이 사실은 자신에게 사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차베스 대통령이 아버지같이 여기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건 전말을 전세계에 전함으로써 이틀 만에 권좌에 복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4월13일 쿠데타 세력에 의해 투리아모 해군기지에서 라 오르칠라 섬으로 강제 이송됐을 때 쿠데타군이 데리고 온 주교가 내가 사임문서에 서명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후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미국이 내가 서명한 사임서 사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 국무부가 베네수엘라 담당관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미국은 과도정부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으나,긴급히 내가 서명한 사임서가 필요하다고 전해왔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쿠데타 주동자들은 주교를 보냈으며 비행기가 한 대 대기하고 있어 내가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4월11일 밤 대통령궁으로 전화를 걸어와 “자존심을 갖고 협상하고 자신을 희생하지 말라.”는 충고를 해왔으며 이 말에 힘을 얻어 사퇴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차베스는 밝혔다. 또한 자신의 둘째딸인 마리아 가브리엘라(22)가 카스트로 의장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성공해 의장을 통해 자신이 사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세계에 처음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이후 사태가 급진전해 국민이움직이기 시작했으며 티우나 군기지에 있던 ‘애국군인’들이 자신을 구출하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공산당 발언’ 덧날까 / 野 “탄핵 사유” 靑 “대응 안해”

    한나라당은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 중 공산당 허용 발언을 한 데 대해 “대한민국의 국체와 기본질서,헌법을 문란케 한 것”으로 규정했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내각 총사퇴 요구 등을 검토하기로 한 데서 한나라당의 향후 대응강도를 읽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체·헌법 문란케” 김용갑 의원은 “북한 공산당의 목표는 남한을 공산화해 적화통일하자는 것으로,국보법 및 국정원 폐지,주한미군 철수,애국단체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등을 ‘4대 선결요건’으로 꼽고 있다.”면서 “현재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하고,친북인사가 국정원장을 하고 국보법이 유명무실화한 상황에서 이제는 공산당까지 만들어줘 활동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냐.”고 비난했다.그는 “북한의 공산당에 남한의 공산당까지 앞으로 2대1로 우리를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방호 의원은 “6월 호국보훈의 달에 공산당 허용 발언을 하고,평생을 항일운동에 헌신한 김구 선생을 일본인 앞에서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폄하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현충원에서 분향할 수 있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박진 의원은 “노 대통령의 나쁜 습관 중 하나가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해놓고 감당 못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에 가서는 ‘몸과 마음으로 미국을 좋아하게 됐다.’고 하고,일본에서는 ‘과거사는 덮고 가자.공산당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하면 김정일과 만나면 ‘남쪽에 북한노동당 남쪽 지부가 있어야 한다.’고 덕담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영수회담 피할 이유는 없어” 한나라당은 결의문을 통해 발언의 경위를 국민 앞에 해명하고,국민에게 사과할 것과 함께 국체와 헌법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할 것을 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으며,영수회담 제의 검토에 대해선 “진실한 대화를 위한 생산적인 장을 마련한다는 차원이라면 피할 이유는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어떻게 하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지운기자 jj@
  • 여중생 사망 1주기 / 北대학들 한총련에 공동추도문 전달

    북한 대학들이 한총련 소속 대학에 지난해 미군장갑차에 치여 숨진 두 여중생에 대한 공동추도문을 보내왔다. 김일성종합대학·김정숙사범대학 등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북측본부 소속 대학 학생위원회는 12일 범청학련 해외본부를 통해 지난달 자매결연한 한양대·충북대 등 한총련 소속 대학에 팩스를 통해 공동추도문을 전달했다. 북측 학생위원회는 공동추도문을 통해 “한반도와 세계 악의 근원인 미국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청년학생의 희망과 미래는 있을 수 없다.”면서 “1년 전 억울하게 숨진 효순이·미선이와 같은 희생자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청년학생들이 하나로 단결하여 반미 애국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청학련 북측본부 소속 조선학생위원회는 13일 오전 10시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미군살인만행규탄 신효순 심미선 추모모임’을 갖고 범청학련 공동결의문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두걸기자 douzirl@
  • 北고위인사 집단탈북 추진/ 美 종교·인권단체 ‘세이프하버 계획’ 착수

    |로스앤젤레스 연합|미국내 종교ㆍ인권단체들이 북한내 고위 공직자와 과학자 수백명을 미국으로 탈출시키려는 계획이 더욱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워싱턴의 허드슨연구소 마이클 호로위츠 수석연구원과 미국내 기독교ㆍ유대교 단체와 애국부인회(CWA) 등 인권단체들은 최근 김정일 정권 붕괴를 촉진하기 위해 북한의 고위 관리와 고급 두뇌들을 빼내오려는 ‘세이프 하버 계획(Safe Harbor Project)’을 구상,본격 작업에 착수했다고 6일 한반도평화포럼 ‘엑소더스 21’ 신동철(재미목사) 대표가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수백명 혹은 수 천명에 이를 탈북 고위 관리나 과학자들의 미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추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 기고 / 애국선열 나라사랑 정신 미래밝힐 등불

    만물이 성장을 거듭하고,녹음이 푸름을 더해 가는 6월이다.선열들의 위국헌신 정신이 빛을 발하는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자연이 가을의 풍요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여름의 따가운 햇볕과 지루한 장마를 이겨 내듯이 국가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헌신한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와 발전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딛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자원봉사자,일제 강점기 국권회복을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지사,6·25전쟁 때는 하나뿐인 몸을 바친 호국용사가 있었다. 물론 어느 것 하나 고귀하지 않은 희생이 없겠지마는 그 중에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한 희생은 개인과 가족의 이익보다는 타인과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하고 존경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단단한 결속을 보이는 가족일수록 그 이면에는구성원 누군가의 숨은 헌신이 있기 마련이다.그러한 희생에 대해 가족 모두 진심으로 감사해 할 때 가족의 사랑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국민의 화합과 단결도 이와 다르지 않다.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을 지켜 낸 분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최대한의 예우를 함으로써 국민의 공동체 의식을 높여 나갈 수 있는 것이다.국가유공자에 대한 응분의 보상과 사회적 예우를 통해 국민적 일체감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공동체를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 일,바로 여기에 보훈의 참뜻이 있다. 보훈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국가존립은 보장되지 않는다.국가보훈의 중요성은 선진국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미국 등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들은 보훈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국가유공자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신뢰는 실로 대단하다. 심지어 수도(首都) 자체를 보훈시설물 위주로 설계할 정도이다.이들에게 보훈은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며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발전 수준에 비해 국가보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정부에서는 지난 5월 전문 여론조사기관과 공동으로 국민의 보훈의식을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5.6%가 국가유공자가 국가발전에 기여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분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는 대답은 38.2%에 불과했다.호국·보훈의식도 47.8%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변한 반면,좋아졌다는 의견은 19.6%에 그쳤다.이처럼 갈수록 호국·보훈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정부에서는 미래지향적인 보훈정책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호국보훈정책 중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하는 등 보훈문화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이에 못지않게 국민적 관심과 성원도 절실하다.보훈가족에 대한 보다 많은 감사와 존경,국가유공자의 희생을 되새겨 보고 우리가 터 잡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역사는 선조들이 영위해 온 삶의 거울이자 앞으로 우리가 꾸려 나가야 할 미래의 살아있는 교과서라는 말이 있다.동서고금을 통해역사의 교훈을 소중하게 여긴 민족은 ‘위기와 도전’을 오히려 ‘기회와 희망’으로 전환시켜 국가발전의 계기로 삼아 왔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애국선열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단순히 잊혀져 가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밝혀 줄 수 있는 기본가치로 자리매김하는 일,오늘날 우리에게 부여된 책무가 아닌가 싶다. 안주섭 국가보훈처장
  • [CEO 칼럼] 시인의 나라사랑

    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영국의 시인 중에 루퍼트 브루크(1887∼1915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시인은 케임브리지대학을 나왔고 크리켓·축구·테니스·수영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고 대단한 미남이었기 때문에 별명이 ‘골든 영 아폴로’였다고 합니다.안타까운 일은 이 시인이 젊은 나이에 크림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하여 지금도 그곳에 묻혀 있다는 것입니다. 스물 여덟 살의 짧은 인생을 살고 갔기 때문에 많은 시를 남기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 중에 ‘군인(The Soldier)’이라는 소네트 형식의 시는 그야말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 있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상록수’의 작가 심훈(1901∼1936년)의 ‘그날이 오면’이라는 애국시가 있습니다.일제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을 목타게 기다리며 읊는 이 시는 가슴을 절절하게 울려주고 있습니다.더구나 이 시인이 ‘그날’을 못보고 요절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두 시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게 지극합니다.다만 루퍼트 브루크의 시는 내 나라 내 민족이 정말로 자랑스럽고 우러나오는 사랑을 어쩔 수 없어 저절로 읊어지는 그런 느낌을 받지만 심훈의 시를 읊으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을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절감하게 됩니다. 중국의 한나라 때 왕충(王充·AD 27∼97년)이라는 명리학자가 ‘좌전’을 인용하면서 “국가의 운명은 개인의 운명을 지배한다.”고 했습니다.기원전 524년 5월13일 춘추시대 때 송(宋),위(衛),진(陳),정(鄭) 네 나라가 다같이 재해를 당했는데 그 네 나라 사람들 중에는 틀림없이 녹명(祿命)이 왕성해서 망하지 않아야 할 사람도 있었겠지만 나라의 거대한 재앙이 개인의 운명을 이겼다는 것입니다.나라를 잃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부강하지 못하고,기강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국민들이 겪는 고초는 말할 수 없이 크고 비참해집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난을 면하려고 독일에 광부로,간호사로 떠나 갖은 고생과 멸시를 받았습니다.20년 전에는 중동의 뜨거운 모래 벌판 건설현장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외환위기를 맞아 수만명이 일시에 직업을 잃고 가장들이 집을 나와 거리에서 숙식하는 홈리스가 되었고,집안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되는 집안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이렇듯 나라가 잘못되면 그 국민들은 말할 수 없는 고초와 비애를 겪어야 합니다. 올해 들어 카드채,SK글로벌의 분식결산,개인신용 부실,부동산 투기과열 등 여러 가지 경제문제뿐 아니라 북한핵,노사대립,전교조와 교총대립 등 정치·사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어수선하고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잘못된 뒤에 후회하면서 고칠 것이 아니라 아직 버틸 만할 때 미리 반성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감싸며 여러 가지 난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절실합니다.그것이 바로 나라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우리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더라도 자랑할 수 있는 그야말로 금수강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그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질서와 예의를 지키고 환경을 보전하면서 살면 누구라도 루퍼트 브루크 같은 시인이 되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노래를 저절로 부르게 될 것입니다. 김 종 욱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 기고 / 월드컵 감동 재현한 평화콘서트

    감동의 월드컵 비빔밥이었다.‘스포츠’와 ‘콘서트’가 절묘하게 결합된 거대한 라이브 축제였다.전주비빔밥보다 훨씬 맛있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원형이었다.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발랄한 순발력으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놓아 풍족함이 넘친 축제였다. 하루 만의 위안일지라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월드컵 감동의 재현이었다.경기 침체와 새 정부 이후에도 계속되는 각종 사건에 지쳐 있는 시민들에게 모처럼 가슴을 하나로 열게 한 의미 있는 콘서트였다.단합된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스포츠’와 ‘문화’가 얼마나 진실한 설득력이 있는가를 보여준 시민 참여의 즐거운 콘서트였다. 그러나 5월의 마지막 밤 ‘한·일 월드컵 1주년 기념 평화콘서트’가 열린 상암동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초반 분위기는 썰렁했다.붉은악마의 환호로 가득했던 지난해의 열기에 비하면 냉랭하기조차 했다.가족들이 모처럼 나들이한 야외 음악회 정도인 듯했다. 그러나 도쿄에서 열리는 축구 한·일전이 중계되며 분위기는 달구어졌다.골문으로 러시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탄성은 우렁찬 함성으로 들렸다.한편으론 걱정이 들었다.이런 열기를 잠재우고 콘서트가 먹혀 들어갈 수 있을까. 그러나 축구 경기의 전반이 끝나고 콘서트로 이어지면서 어둠속의 화려하고 격조 있는 무대는 이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안익태의 ‘코리아 환타지’를 합창과 록 밴드가 버무려 놓았다.월드컵에서 태극기 패션이 선보였듯 ‘코리아 러브 송’ 역시 변형의 기법을 보여주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던 파페라 가수 임형주가 티 없이 맑은 순정조의 음색으로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혔다.카치니의 ‘아베마리아’와 ‘동심초’.눈을 감고 들으면 여성 같기도 하지만 익지 않은 열매의 풋풋함이 특유의 맛을 느끼게 했다. 윤도현 밴드는 구경꾼에 불과했던 관객들을 한순간 축제의 주인공으로 바꾸어 놓았다.록의 원초적 생명력이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후반전 축구 경기 장면들은 콘서트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아리랑을 부르고 ‘대∼한민국’을 외칠 때 안정환의 골이 터졌다.동시에 ‘오 필승코리아’가 터지고 감격은 절정에 달했다.윤도현은 마이크만 쥔 채 필드로 내려와 골 세리머니를 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어진 조수미 콘서트는 최고의 절정감을 맛본 뒤여서 분위기를 다시 살린다는 게 쉽지 않았다.일단 한국팀이 이긴 뒤여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편곡한 서울시합창단과 조수미의 합창은 승리의 축가로 들렸다.그러나 종교적인 ‘상투스’는 반감을 가져온 듯했다.일부 자리를 뜨는 청중이 생겼다. 그러나 조수미는 이내 자신의 세계로 청중을 끌어들였다.‘보석의 노래’‘봄의 소리 왈츠’의 화려한 콜로라투라의 기교와 감미로운 뮤지컬을 통해 스포츠의 열기에 취한 관객들을 예술 세계의 시민으로 바꿔 놓았다. 파페라 가수 알레산드로 사피나의 등장은 분위기를 상승시켰고 조수미와의 이중창은 더욱 무르익어 갔다.‘축배의 노래’ 이중창으로 끌나야 할 음악회는 자리를 뜰 줄 모르는 청중들에 의해 거듭 앙코르로 이어졌다.조수미는 ‘서울의 찬가’를 함께 부르자고 했다.오래 전 노래가 신선하게 몸에 저려왔다.서울시 홍보대사인 그는 “모두가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숲이 가득한 서울을 만들자.”는 메시지도 전했다.가슴 뭉클한 자긍심이 느껴졌다. 오늘 저녁처럼 정치를 할 수는 없을까.오늘 저녁처럼 감동적으로 나라를 이끌 수 없을까.황금 옷을 입은 조수미는 어느 동화 속의 왕녀처럼 보였다.그리고 그는 너무도 당당하고 알찬 목소리로 외쳤다.‘라데츠키 행진곡’을,그리고 월드컵 로고송인 ‘챔피언스’를 불러 그날의 감격을 다시 확인시켰다.평화 콘서트는 기발한 기획력으로 경기 현장과 콘서트를 결합한 ‘스포츠 콘서트’의 효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월드컵의 자신감을 스포츠와 문화로 푼 대성공작이다. 탁계석 음악평론가
  • [열린세상] 남미형 경제추락?

    기업인들은 경제가 IMF 시절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화물연대 파업이니 NEIS 파동이니 사회가 요동친다.인터넷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변절’을 둘러싸고 연일 공방전이 오간다.뭐가 한참 꼬였다.이럴 즈음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소위 경제의 ‘남미화’다.유럽형으로 갈 것인가,남미형으로 갈 것인가?우리는 카산드라 크로스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N자 커브냐,M자 커브냐 그것이 문제라고 한다. 학자나 언론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마치 애국자처럼 해댄다.이들 논리를 요약해 보자.“남미형 국가 특징은 분배 지향적,인기 영합주의,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상승”이라고 지적한다.“인기에 매달리면 남미처럼 경제가 추락할 수 있다.”며 “인기 영합주의 정책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이들이 즐겨 애용하는 M자 커브 사례는 아르헨티나다.“아르헨티나는 1980년 1인당 국민소득 8000달러 가까이 달성한 뒤 2000달러 밑으로 내려 갔다가 20년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논법은 너무 피상적인 관찰과 아전인수식 해석에 기초해 있기에,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노·사·정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할 구조조정의 문제를 근로계층의 임금상승 압박 문제로만 보는 근시안적인 태도이다.하나씩 따져보기로 하자.첫째 분배지향을 남미형 국가의 특징으로 삼고 있지만,지난 20년간 중남미 사회의 분배는 크게 악화되어 왔다.그 결과 인구의 절반 수준이 빈곤층에 속한다.둘째 인기 영합주의란 표현도 지난 20년의 중남미 경험과는 별로 맞지 않는다.중남미 국가들처럼 월스트리트-재무부-IMF가 제시한 경제 개혁과 개방 스케줄을 모범적으로 적용한 경우도 없었다.민영화,규제완화,개방 모두 원하는 대로 들어주었다.아르헨티나는 메넴 대통령 시절에 민영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팔지 않았던가?작년에 경제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더 이상 팔 것이 없어서 국제 금융권은 국세청을 팔라고 요구할 정도였다.셋째,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 운운도 지난 20년간의 경험과 너무 거리가 멀다.멕시코,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 등은 대부분 꾸준히 개혁의 이름 아래 노동시장의유연화,실질임금의 하락을 경험했고,그 결과 고용불안이 대단히 높은 사회로 바뀌었다.비공식 부문이 과도하게 팽창했고,가족 전체가 노동판에 뛰어들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든 사회로 바뀌었다.실업과 고용의 불안정은 곧 사회적 안정을 해치고,치안 부재로 둔갑한다.상파울루와 멕시코시티의 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그러면 도대체 뭐가 문제였단 말인가? 남미형을 억지로 정형화한다면,그것은 잘못된 개방정책,사회개혁의 부재,정실 자본주의로 추락한 경제라 요약할 수 있다.‘개방은 곧 경쟁력 강화’란 도식에 집착하여 국내의 중소기업들이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시장을 일방적으로 너무 빨리 열었고,그 결과 내수 산업은 대부분 무너지고 말았다.농지개혁,세제개혁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양극화 체제가 지속되고,또 재정의 기반도 허약한 것이다.중남미 국가들의 수세구조에서 직접세의 비중은 대단히 낮다.부자들은 돈을 많이 벌지만,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대신 소비자는 부가가치세 16∼18%를 부담한다.그만큼 공정성이 결여된 사회이다.기업인들의 능력은 정치인 로비 능력과 거의 일치한다.그렇기에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중남미에서 정치는 ‘시장 바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시 정리해보자.남미형 경제가 추락한 이유는 결국 정치적 부패,사회개혁의 부재,잘못된 개혁과 개방정책 때문이다.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남미 사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배울 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부단한 사회개혁,투명한 정치와 행정,잘 조정된 개혁 프로그램일 것이다.더 이상 ‘분배지향적,인기 영합주의,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상승’같은 1970년대의 낡은 가락은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그런 ‘남미’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이 성 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 “쟁쟁한 동료들에 밀렸지만 탁구를 그만둘순 없었어요”한국국적 취득한 中탁구선수 주페이준

    ‘오성마크 대신 태극마크를’-.탁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얼마나 강렬했으면 국적을 포기했을까.중국 출신 탁구선수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주배준(주페이준·23).지난 1월 ‘특별귀화’ 자격을 얻어 한국 국적 취득이 확정됐다.탁구 최강 중국의 청소년대표로 활약한 그는 지난 1일 국내 실업팀인 포스데이타에 입단한 데 이어 23일 탁구협회에 선수 등록까지 마쳤다.다음달 14∼2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종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선수’로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우여곡절 끝에 ‘제2의 조국’에서 새로운 탁구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현재 서울 덕성여고 체육관에서 성큼 다가온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훈을 거듭하고 있다.중국에서 못다 펼친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에 흐르는 땀을 훔칠 틈도 없다.“마린(세계랭킹 2위) 등 쟁쟁한 동료들에게 밀려 라켓을 놓게 됐습니다.하지만 탁구를 계속하겠다는 꿈마저 접을 수는 없었습니다.” ●탁구를 위해 택한 한국행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7세 때 라켓을 처음 잡았으며12세 때 상하이에서 본격적인 탁구수업을 시작했다.18세 때인 지난 98년에는 청소년대표로 발탁됐다.함께 청소년대표로 뛴 마린 등이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하고,왕하오(세계 8위)와 탕펑(세계 29위) 등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국가대표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국가대표급 고수들이 모인 클럽만도 수백 곳에 달할 정도로 선수층이 두꺼운 중국에서 ‘오성마크’를 가슴에 단다는 것은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주배준은 상하이클럽 소속 선수로 국제대회에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선수생활 자체에 위기를 맞았다.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유럽 진출을 꾀했지만 여의치 않았다.이 때 마침 그의 아버지 주셴구이(47)와 친분이 있는 한국인이 그를 맡아 키워보겠다고 나서 흔쾌히 한국행을 택했다.그는 “중국에 계신 부모님도 탁구를 계속할 수 있다면 국적을 포기해도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태극마크’ 달고 국제대회 나설 터 한국땅을 밟은 지 4개월.아직은 한국말을 거의 모르지만 특유의 성실성 하나로 빠르게적응해 벌써 한국인이 다된 것 같다.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소갈비와 갈비탕을 즐겨 먹지만 국은 아직은 입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양현철 포스데이타 감독은 “식사를 너무 잘해 오히려 양을 줄이라고 충고한다.”며 환하게 웃었다.한때 라켓을 놓은 탓에 현재 체중이 72㎏이나 돼 정상 컨디션을 위해서는 3㎏ 정도 빼야 한다. 지난 25일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의 주세혁과 옛동료 마린이 맞붙자 주세혁을 응원할 정도로 벌써부터 ‘애국심’이 대단하다.연습에 쫓기면서도 하루 한 시간 이상씩 한국말을 배우고 있고,결혼도 꼭 한국여자와 할 계획이란다. 그의 선수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양현철 감독은 “기본기가 잘 돼 있고,공 배합이 좋으며,오른손 셰이크핸드 전진 속공형인 데다 돌출형 라버를 써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다면 1∼2년 안에 국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도 “한국인이 된 만큼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 목표”라면서 “이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꿈을 활짝 펼쳐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일찍 핀 꽃이라지만 빨리 시들진 않을것”/ 새달 데뷔무대 여는 파페라 테너 임형주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를 불렀던 그 어린 친구?” 사람들은 파페라 테너 임형주(17)를 TV 속의 한 장면으로 먼저 기억한다.나비 넥타이 대신 목까지 올라오는 티셔츠 차림으로 여유롭게 애국가를 선창했던 미소년.국내 남성 파페라 가수로는 드물게 부드러운 고음을 구사하는 그가 새달 13,14일 여의도 KBS홀에서 첫 단독무대를 연다. “첫 솔로 공연인 만큼 데뷔 앨범에 수록된 익숙한 곡 위주로 편안하게 무대를 꾸밀 생각이에요.” 또박또박 계획을 밝히는 말투가 군더더기없이 매끈하다.고등학생이란 사실을 깜박깜박 잊게 할 정도다.넘치지 않게 자신의 장기를 드러내는 요령도 보통이 넘는다.“카운터 테너는 인위적으로 다듬어 내는 목소리죠.제 목소리는 가성이 아니라 남성가수로는 드물게 하이테너로 분류되는 진성(眞聲)입니다.” ●美 카네기홀서 단독 리사이틀 목소리에 힘이 실릴만도 하다.데뷔무대를 장식하자마자 새달 30일 미국 카네기홀에서 단독무대를 갖는다.카네기홀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세계 최연소 남성 성악가로 기록을 세우게 되는것.“꼭 한번 서고픈 무대였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기회가 올 줄 몰랐다.”는 그는 “스승이자 파바로티의 반주자로 유명한 얼 바이가 손수 공연을 주선했다.”며 상기된 표정이다.세계적인 메조 소프라노 웬디 호프먼도 특별출연해 무대를 빛내준단다. 그에겐 운도 많이 따랐다.중학교(예원)때부터 국내 클래식 콩쿠르의 굵직한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독집 앨범도 이미 12세때 냈다.예원학교 성악과를 수석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얼 바이를 스승으로 모신 것도 큰 행운이었다.300만원짜리 데모테이프 하나를 밑천삼아 인터넷 메일로 클래식 거장들과의 접촉을 겁없이 시도한 성과였다.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성악과) 입학증도 일찌감치 따놨다. 맺힌 데 없이 평탄한 여정 덕분일까.첫 무대인데도 위축되는 눈치는 찾아볼 수가 없다.“국내 무대에서는 ‘그리워’‘찔레꽃’등 널리 알려진 우리 가곡을 섞을 겁니다.파페라의 저변확대를 위해서죠.그리고 카네기홀 공연에서는 1,2부를 클래식과 뮤지컬로 레퍼토리를 나눠 좀더 체계적으로 꾸미려고 해요.” 카네기홀 공연을 세계무대 진출의 관문으로 삼겠다는 요량이다. ●연내에 두번째 앨범 낼 계획 올해 안에 두번째 앨범도 낼 계획이다.파페라풍으로 편곡한 다수의 한국가곡과 순수 창작곡도 넣을 생각이다.새 앨범이 인터내셔널 음반으로 각광받는 꿈을 꿔본다.“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몇몇 세계적 메이저 음반사들이 계약조건을 타진해오고 있다.”고 귀띔한다. 일찍 핀 꽃이 빨리 시든다는 속담을 늘 경계하며 산다고 한다.무분별한 방송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파페라 테너로 우뚝 서는 게 유일한 꿈.그러나 “파페라를 하더라도 정통 오페라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욕심이 대단하다.“언젠가는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을 멋지게 소화해보고 싶다.”는 입매가 야무지다.(02)515-8882. 황수정기자 sjh@
  • “월드컵 함성 다시한번” 31일 평화콘서트

    축구도 보고,콘서트도 즐기고…. 한·일 월드컵 대회 1주년을 기념하여 31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평화 콘서트’는 초유의 ‘축구 콘서트’가 될 것 같다.상암경기장에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축구시합을 일본 도쿄로 부터 생중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7시부터 한·일전 전반전이 중계되는 가운데 월드컵 당시의 응원열기를 재현하고 나면,윤도현밴드가 ‘오 필승코리아’와 ‘아리랑’ 등을 부르는 가운데 대형전광판에는 후반전 경기가 펼쳐지게 된다. 이에 앞서 오후 6시부터 ‘2002년 월드컵 하이라이트 영상 모음’으로 콘서트의 분위기를 달구게 된다. 평화 콘서트는 한·일전 축구중계가 아니더라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이탈리아의 파페라가수 알레산드로 사피나,한국의 신예 파페라가수 임형주,윤도현밴드가 나서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최선용이 지휘하는 서울시교향악단과 서울시합창단이 참여하기로 하여 월드컵 성공을 경축하는 분위기에 걸맞은 화려하고도 수준 높은 무대가 일찍부터 예고됐다. 이날 콘서트는 한·일전 전반전이 마무리된 오후 8시 임형주가 ‘애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하여,축구경기가 모두 끝난 오후 8시50분부터 조수미와 사피나가 아리아와 가곡,뮤지컬 히트곡 등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02)783-0114. 서동철기자 dcsuh@
  • [편집자문위원 칼럼] 오보파동과 언론의 함정

    지난주 3일만에 오보 해프닝으로 끝난 ‘북한 길재경 전 노동당 부부장 미국 망명설’은 우리 언론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그가 이미 3년 전에 죽어 평양의 애국열사릉에 안치되어 있음을 북한이 확인해주기까지 우리 언론의 호들갑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김일성이 정말 죽기까지 ‘김일성 사망설’을 수도 없이 들었기에 북한과 관련된 오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무감각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또한 북한 관련 취재가 일반적인 취재와는 크게 다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이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그동안 남북관계가 표면상으로는 진전된 것처럼 보였고 그에 따라 우리 정부나 언론의 북한에 대한 정보력도 향상되었으리라는 당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동의 근원지인 연합뉴스는 “신뢰할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망명설을 처음 접하고 나서 관련 정부부처에 다각도로 확인했으나 망명설을 부정할 만한 사실들이 확인되지 않아 그대로 보도했다고 변명했다.조금만 더 기다리며 사실 확인작업을 했어도 이런 망신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기 짝이 없다.확인이 안 된 정보를 뉴스로 밀어붙인 것은 특종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연합뉴스의 스트레이트 기사는 그렇다 치더라도,다른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왜 사실 확인 작업은 제쳐놓고 연합의 엉터리 밑그림에 색깔까지 입혀가며 시청자와 독자들을 우롱하였는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19일자 대한매일에도 그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2면에는 망명 설에 대한 이의 제기 등 정보 혼선이 있음을 보도하면서,3면에서는 ‘북체제 이상징후’라는 제목 하에 “잇단 최고위층의 망명 설로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신중하지 못한 분석기사로 독자들의 현실인식에 혼란을 주었다.공신력 있는 언론기관이라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이런 가정적이고,추론적인 분석기사는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언론사들이 줄줄이 오보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으로 이번 파동은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그러나이런 추론 보도가 사람들의 현실 인식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단 몇 줄의 사과문으로 무마될 수 있단 말인가.또 죽은 사람의 망명이라는 터무니없는 오보와 체제붕괴 조짐이라는 심각한 내용의 추론적 기사들이 남한의 자유언론에 대한 북한 지도층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이런 기사들은 자유언론에 대한 불신이 근본적으로 강한 그들이 그런 신념을 강화하고 이념을 재무장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뿐이다. 취재와 보도는 말 그대로 데드라인을 그어놓고 행해지는 시간과 진실의 게임이다.어느 한 쪽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승부욕에 집착하다 보면 진실보다는 시간에 쫓겨 오보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우리나라 언론의 취재 관행이나 편집국 운영 시스템을 보면 오보의 함정은 언론 스스로가 파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언론사 대부분의 통일·북한 관련 취재와 보도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기 짝이 없다.그런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오보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 오보 파동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남북관계의 발전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 언론에 대해 불안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 선 열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장
  • [시네 드라이브] 스타의 프로정신

    #장면1. 지난달 영화 ‘오!해피데이’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배우 인터뷰 자리.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장나라의 일거수 일투족을 챙기며 살뜰하게 물컵까지 가져다준 사람은 다름아닌 아버지 주호성.그런데 이상했다.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리광을 피우듯 아버지쪽을 힐끔힐끔 의식하던 장나라의 시선은 딱해보이기까지 했다. #장면2.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불러 일약 스타가 된 10대 파페라 가수 임형주의 최근 기자간담회.첫 기자간담회 자리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17세 스타의 답변은 조리있고 여유가 넘쳤다.인터뷰가 끝날 즈음.한 중년부인이,임형주가 미국 카네기홀 공연을 갖기까지의 경과를 조심조심 설명한 뒤 자리에 앉았다.음반제작사의 관계자라고 끝까지 신분을 숨긴 중년부인은 알고 본즉 임형주의 어머니였다. 대중스타는 ‘걸어다니는 기업’이다.웬만큼 인기궤도에 오르면 편당 출연료가 하루아침에 수억원대로 껑충 뛰어오르는 영화시장에서라면 더더구나 말할 것도 없다.스타들이 기업형 매니지먼트사의 치밀한 시장관리 시스템에 의존하는 정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그래서일까.요즘같은 현실에서 가족 매니저를 그림자처럼 대동하고 다니는 신세대 스타는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대표적인 경우가 장나라다.연기선배이자 아버지인 탤런트 주호성이 ‘본업’을 작파하고 딸의 매니저로 팔을 걷어붙인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물론 장나라에겐 쟁쟁한 소속사가 엄연히 있고 그쪽에서 월급을 주는 고용 매니저들이 따로 있다.그러나 TV드라마나 영화·CF 출연작품을 선별해 계약조건을 타진하는 등의 실질적인 인기관리는 아버지의 몫.심지어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장나라 팬들의 편지를 읽고 답글을 대신 써주기까지 할 정도다.“아들이 프로근성을 잃을까봐” 아들의 행사장에 나서지 않는다는 임형주의 어머니와는 대조적인 후원방식이다. 뜬금없이 장나라와 임형주의 인터뷰 장면을 극대비시킨 건 가족 매니저의 역할론을 따져 보려는 발상에서만이 아니다.신세대 스타가 신세대 대중의 우상이자 지표가 되는 현실이다.환상을 심어주는 게 스타의 기능이라면,또래팬들이 벤치마킹할 ‘프로정신’까지 보여준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깜찍한 표정 하나를 무기삼아 어느날 갑자기 영화 한편에 3억원 이상을 호가한 장나라의 몸값보다,낯선 미국땅에서 300만원짜리 데모테이프 하나 들고 클래식 거장들을 혼자 좇아다녔다는 임형주의 용기가 훨씬 더 값진 것이 아닐까. 황수정 기자 sjh@
  • [씨줄날줄] 일상속의 파시즘

    파시즘은 이탈리아어인 파쇼(fascio)에서 나온 말이다.파쇼는 결속·단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1919년 파시스트당을 조직하며 파시즘이 태동했다.파시즘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세계적 공황과 이탈리아 정치의 불안정,정부의 부패·무능 등 사회적 혼란 속에 등장했다.파시즘은 국수·권위주의적인 반공적 정치운동으로 출발했다.파시즘은 히틀러의 나치즘과 손을 잡고 폭력과 광기의 야만적 파괴의 역사를 만들어냈다.2차 세계대전에서 인간 이성의 힘이 만들어낸 근대문명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혼까지 파괴했다. 이탈리아의 파시즘 체제는 2차대전 후 무너졌다.그러나 파시즘은 세계 곳곳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반공주의와 군부독재가 지배해온 우리나라의 일상 속에도 파시즘의 잔재가 남아 있다.임지현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일상적 파시즘’이라고 부르고 있다.그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굴종하게 만들어 일상 생활의 미세한 국면에까지 지배권을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규율,교묘하게 정신과 일상을 조작하는고도화되고 숨겨진 권력장치로서의 파시즘이 일상적 파시즘이다.”라고 말했다.일상 속의 파시즘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 가운데 유시민 의원이 20일 “국기에 대한 경례는 군사 파시즘의 잔재”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군사 독재자들은 사실 ‘국기에 대한 경례’에 애국이라는 월계관을 씌워 독재권력을 유지하는 데 악용한 측면이 있다.영화관에서도 애국가를 들어야 했고 모든 행사에 국기에 대한 경례 절차가 빠지지 않았다.학교 교육도 국가에 대한 복종심과 집단에 대한 순응이 강조됐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군사독재 시대가 아니다.유 의원의 발언은 군사독재 시대의 렌즈로 보면 맞는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다른 눈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국기에 대한 경례를 순수한 애국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우리사회는 성숙했다.파시즘적 사고가 정치·문화·사회적 상상력을 좁은 틀에 억제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그러한 틀을 깨고 개성과 자율의 열린 사회로 가고 있다.개성과 자율이 지배하는 열린 사회일수록 하나의 구심점은 필요하다.국기와 애국심은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창순 논설위원
  • 사스 한달… 中 사회변화 / 中 사회시스템 투명하게 개선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축소·은폐 의혹으로 비난받던 중국 정부는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사스 전모를 공개했다. 그 후 한달,베이징과 중국 전역은 ‘사스 공황(恐慌)’에 휩싸였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4세대 지도부는 총동원령을 내려 ‘사스와의 전쟁’을 수행 중이다. 글로벌 경제에 노출된 경제구조와 전체주의적 폐쇄 정치체제로 이분되면서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지도부의 도덕성 문제까지 누적된 중국의 온갖 모순이 한꺼번에 표출됐다.일부 학자들은 사스 파문이 중국현대사 발전의 한 획을 긋는 이정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달 동안 베이징의 경우 사스 사망자와 환자는 18명,346명에서 145명,2420명으로 무려 7∼8배가 늘었다. 하지만 홍콩과 서방 언론들은 사스 파문을 계기로 사회 시스템이 투명하게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최근 70여명이 사망한 잠수함 사고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낙후된 의료체제도 대폭 손질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향후 3∼4년 이내에 중국의 의료체제가 정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인들의 위생 상태도 사스를 계기로 10년이 앞당겨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거리에서 침뱉는 행위가 현격히 줄었고 집과 거리에 대한 소독이 일상화됐다.대인 기피로 가정 위주의 생활 패턴이 자리를 잡아가는 등 건전 문화 정착에도 일조했다. 정보사회로의 이전 속도도 빨라졌다.사스 은폐 기간에도 인터넷과 e메일,휴대폰 등 첨단 통신매체를 통해 ‘진실’은 퍼져 나갔다.회사의 장기 휴무로 온라인을 통한 재택근무가 확산,통신산업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사스와의 인민전쟁(人民戰爭) 와중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애국심’ 확산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철밥통 관료사회의 변화 무사안일의 대명사인 중국 관료사회에서 능동적 변화가 감지된다.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총리 등 4세대 지도부는 무책임한 관료들에게 대대적 징계를 지시,120여명의 관료들이 철퇴를 맞았다.인바오윈(尹保雲) 베이징대학교 교수(사회학)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단일 사건으로 가장많은 관리들이 처벌받았다.”며 “그동안 인치(人治)가 지배적인 관료사회에서 법적 운용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폭동 등 집단이기주의 빈발과 경제적 타격 과거에 볼 수 없는 집단이기주의도 새로운 현상이다.개혁·개방으로 지난 6일 톈진(天津)에서 주민 300여명이 마을 인근에 사스 감시센터를 짓는데 반발,폭동을 일으켰다.지난달 27일 베이징 인근의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와 저장성(浙江省),쓰촨성(四川省)에서도 사스 진료소 건립 문제를 놓고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했다.중국은 7%대의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1∼2%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관광산업은 당장 매출 70% 이상이 감소됐고 사스 장기화를 전제로 전체 산업에서 2100억위안(31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oilman@
  • [LOOK 아시아]21ㅜ 아시아, 분열되면 서양에 또 당한다 (3)韓·中·日 젊은이 좌담

    “티켓 하나로 한·중·일 3개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다.”“3국 공동어가 있으면 어떨까.”“동질성도 좋지만,천박한 대중 문화로 젊은이들이 통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아시아의 동쪽에 나란히 위치,역내 질서 형성에 큰 축을 형성하는 한국·중국·일본 3개국의 젊은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21세기,고국의 울타리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이들에겐 ‘3국 협력’이란 말 자체가 고루하게 느껴지는 듯하다.‘톡톡 튀는’ 젊음 그 자체의 코드로 3국간 상생(相生)의 길은 찾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베이징대 한국어과 출신으로 평양에서도 8개월간 머문 적이 있는 한반도통(?) 왕옌,고등학교 때 엄마 따라 관광온 한국의 친절에 반해 서울로 유학온 구와바라 요코,세계는 넓고 할 일은 너무나 많다는 한국청년 서정환씨가 20일 대한매일 회의실에서 만났다.먼저 요코가 ‘3국의 섹스 문화’를 다뤄보자며 도발적 제안을 했다. ●굳이 동질성을 찾지 않아도 -요코 솔직히 얘기해 보자.나는 한국 사람들이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일본과 한국은 시내 간판의 글씨만 다를 정도로 모든 게 비슷한다.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혼전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섹스를 하는 것 아니냐. -정환 글쎄,고교 때까진 입시 준비에 몰두 하느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수험생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매우 밀접해 있고,특히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실제로 많이 변했다. -옌 중국도 마찬가지다.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개방되고 발달한 도시들에선 부모들에게 얘기하지 않고 동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동거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남녀간에 심각한 채팅도 많다.한국도 비슷하다.한·중·일 모두 동양사상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최근엔 몸으로 다 깨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환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육체적 접촉에 관한 한 체면을 중시한다는 점이다.2000년 유네스코 청소년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유럽에서 온 학생 둘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키스를 해댔다.눈살을 찌푸린 것은 한·중·일 3국의 참가자들이었다.나머지는 개의치 않았다. -요코맞다.우리가 굳이 동질성을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너무 비슷한 게 많다.한자를 쓴다는 점,젓가락과 숟가락을 쓴다는 점 등이다.최근 3국에서 비만아들의 증가가 사회 문제화되는 것도,모두 서양음식이 몸에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중국·일본 3각 고리 -옌 사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일본은 잘 알았지만,한국은 몰랐다.수교가 안됐기 때문이다.1988년 올림픽 때 처음 한국을 인식했다.사실 베이징대에 입학하면서 일본어과는 경쟁이 너무 세 한국어를 택했는데,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코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 어머니를 따라 한국을 여행했다.말이 안통하면 따라오라 해서 길을 가르쳐 줄 정도로 친절했던 사람들이 가슴에 남았고,유학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레 한국을 택했다. -정환 많은 교류를 통해 서로를 아는 게 중요하다.정신대 할머니들의 문제도 그렇고,내가 아는 일본 친구는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일본 대사관앞 수요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우리 같은 젊은이들은 직접 피해자·가해자가 아니어서 감정적대립은 없다. -옌 일본인들이 주변국과 역사를 모르는 것은 일본 정부가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개인 경험을 얘기해서 미안하긴 한데,나는 원래 과거사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그러나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일본 학생이 내 침대를 사용해 어지럽혀 놓은 일이 있었다.나의 항의는 아랑곳 않았고 아예 무시했다.불쾌했다.그때부터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에 하고 있는 역사관련 자세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3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 -정환 중국의 경우,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사상이 너무 강해 주변국들에 부담을 주지 않나 싶다.지난번 유네스코 캠프에서도 어떤 중국 참가자가 “지금은 경제적으로 한·일에 뒤지지만 결국 중국이 최고로 앞설 것”이라는 주장을 여러번 해서 다른 아시아 사람들이 불편해하곤 했다. -옌 개인적인 차이일 것이다.누구나 자기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자긍심이 있지 않느냐.상대방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모든 국가들이 함께 새겨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우리 아시아는 유럽연합(EU)처럼 정치·사회 통합을 지향하기는 힘들 것 같다.모두 각기 다른 주권국이다.중국은 정치적으론 사회주의 체제이다. -요코 한국인들도 강한 자의식을 극복해야 한다.외국인들에게 상당히 배타적이다.일본은 섬나라이고,한국도 반도여서 그런 심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옌 맞다.한국말로 한참 이야기 하다가,옆 친구가 내가 중국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면 그자리에서 입을 다물어 버려 당황한 적이 좀 있다.중국은 원래 다민족 국가니까 그런 부분은 좀 약한 것 같고,한국 일본은 단일민족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미래상은 -정환 한국의 가수 보아가 일본에서 대 인기를 끌고 있고,중국에선 한류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면,한·중·일 3개국 젊은이들의 문화코드는 이미 동질화된게 아닌가 한다.유럽 여러 나라들의 국경이 개방된 것처럼,우리 3국도 티켓 하나로 여행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으로 보인다.한·일 해저터널 연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하지만 저질 오락이나 만화,저급한 섹스 문화 등 천박한 문화로 동질화되는 것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본다. -요코 3국 공용어가 생기면 도움이 될 것이다.같은 한자권이니까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을 것 같다.3개국이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며 받아들일 때,그리고 자국의 고유 문화정체성을 살리면서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옌 지금 현재 하고 있는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를 잇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행사를 좀 더 자주 하고 청년 교류 프로그램을 늘리면 서로를 진지하게 알고 3국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정리 김수정·조승진 기자 crystal@ ●한국 서정환(24) 소속:서울대 영어교육과 3년 장래 희망:유엔 등 국제기구나 국제 NGO 단체 근무 기타:아버지의 해외 근무로 지난 86∼87년 2년간 미국 거주 ●일본 구와바라 요코(桑原陽子·24) 소속:일본 호세이(法政)대 국제문화학부.지난해 8월 연세대 교환 학생으로 내한,오는 6월 귀국 예정 장래 희망:해외여행 관련 사업 ●중국 왕옌(王岩·26) 소속: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학과.베이징대 한국어과 졸업한 뒤 2001년 8월 내한. 장래 희망:마케팅 분야 전문가
  • “국가 충성맹세 의식 군사파시즘의 잔재”유시민 발언 논란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이 20일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은 군사 파시즘과 일제의 잔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있다.이같은 발언은 국가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 안팎에 논란이 예상된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대학언론사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개혁성향을 어떻게 평가하나.’란 질문에 “야구시합하는데 왜 애국가 부르나.국기에 대한 맹세는 또 뭐냐.”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애국이라는 것은 내면적 가치”라고 전제,“주권자로 하여금 공개적인 장소에서 국가 상징물 및 국가에 대해 충성을 맹세하게 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이어 “자유는 전면적으로 실현하든,전면적으로 압살하든 둘 중 하나다.”면서 “부분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몰고올 파장을 예측한 듯 “이런 말을 하면 난리가 날 지도 모르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달면서 “국회에서 한 번 이의를 제기할테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 번 봐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신당 추진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어제 한 분(민주당 이강철 특보)이 5명(박상천·정균환·최명헌·유용태·김옥두 의원)을 실명으로 거명하며 같이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나도 그분들과는 같은 당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신당 추진 과정에서의 인적청산을 주장했다.그는 또 “(내년 총선에서) 영남을 한나라당으로부터 떼어놓는 게 개혁신당의 중요한 할 일”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수구냉전 세력의 위상에 걸맞는 의석 수만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혁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통합신당 운운하는 것은 지역주의 표를 구걸해 정치적 생명을 연명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아무리 화장을 해도 부패정당,지역주의 정당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이어 “지역주의자,부패한 자를 모두 아우르는 무분별한 통합신당론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 說로 끝난 망명설 / 北 길재경부부장 사망 확인

    미국 망명설과 사망설을 두고 논란을 빚었던 길재경 북한 총비서 서기실 부부장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길 부부장이 2000년 6월 병으로 사망한 후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안치돼 있으며,동반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염기순 제1부부장의 차남 염진철도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길씨 망명설 파문은 지난 17일 연합뉴스가 길씨의 망명을 서울 외교소식통을 인용,보도하면서 시작됐다.평소 북한 사정에 대해 ‘신뢰성’을 인정받는 전문기자가 쓴 보도를,방송과 신문들은 핵과학자 경원하 박사의 망명설에 이어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정부측이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도 혼란을 부추겼다. 그러나 동반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한명철 조광무역 부사장이 18일 망명사실을 반박하면서 혼선이 일었고,19일자 중앙일보는 지난 2월 취재차 방북해 찍은 길 부부장의 묘지 사진을 공개했다.연합뉴스는 오보를 한 데 대해 사과문을 띄웠다. 김수정기자 crystal@ ●알림 대한매일은 19일자 2면에 ‘길재경 부부장 망명-사망 논란’ 기사를 실은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앞으로 북한 관련 보도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만큼 더욱 취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보도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미군 주둔 필요성 부시에 설명”/ 노대통령, 통외통위 의원 만찬 23명중 민주2명등 11명 불참

    노무현 대통령은 방미를 이틀 앞둔 9일 청와대에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만찬을 갖고 “주한미군은 그 존재를 거부할 수 없고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4500만명 국민을 생각해 부시 미 대통령에게 솔직히 도와달라고 청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지금까지의 수준을 다시 확인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나와 한국내 반미감정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노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 시절과 대통령이 된 지금은 말과 사고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애국심도 좋지만 세계질서의 현실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애쓰겠다.”고 강조했다.한·미투자협정 및 이라크 복구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야기 하겠지만 큰 틀에서 무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이날 만찬에 대해 “예상과 달리 상당히 우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만찬에는 통외통위 소속 의원 23명 중 한나라당 4명,민주당 7명,자민련 1명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한나라당 의원 8명을 비롯,11명이나 불참한 것은 노 대통령의 ‘잡초 제거론’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만찬에서 “잡초가 된 기분이라 (참석이)꺼려졌다.”고 했고,노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원론적으로 수십 번 쓰던 표현이었다.오해의 빌미가 됐다면 아무 저의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너그럽게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개혁신당론’에 비판적인 민주당 한화갑·추미애 의원과,지난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앙금이 쌓여 있는 자민련 이인제 의원은 불참했다. 문소영 김상연기자 symun@
  • [시론] 학벌주의 타파 왜 어려운가

    그간 학벌주의 타파를 외쳐오면서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절감할 때가 많다.무엇보다도 ‘학벌 타파’를 속된 말로 ‘밥그릇 싸움’이나 학벌이 변변치 못한 사람들의 ‘한풀이’ 비슷하게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다는 데에 자주 놀라게 된다.어찌하여 그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학벌주의의 폐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런데도 학벌주의 타파는 쉽지 않다.왜 그럴까? ‘학벌 타파’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마다 ‘언론 개혁’의 어려움과 어찌나 비슷한지 내심 놀라곤 한다. 세가지 공통점만 지적해보자.첫째,학벌과 언론 모두 독과점 체제로 그 체제의 수혜자들이 변화를 원치 않는다.그 수혜자들의 수는 전체 국민에 비해 극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언로(言路)의 위계질서에서 가장 막강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그들은 학벌과 언론 문제에 대한 전면적 논의를 배제하거나 왜곡시키는 ‘의제 설정’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둘째,‘학벌 타파’와 ‘언론 개혁’은 거의 모든 국민에게 큰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일이지만,그 이익이 다수에게 분산되고 간접적이라는 이유로 국민은 무관심하다.오히려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이익 때문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특히 자식들에게 좋은 교육 여건을 제공해줄 수 있는 여론 주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일수록 자기 자식이 공부를 잘해 좋은 학벌을 갖는 것이 학벌을 타파하는 것보다 더 이익이라고 보기 때문에 학벌 타파에 대해 시큰둥하게 생각한다. 언론개혁도 마찬가지다.여론 주도층 인사들은 우선 당장 유력 언론 매체를 이용하거나 그 매체와 가깝게 지내는 것이 자신에게 여러 모로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매체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비판적이다. 셋째,‘학벌 타파’와 ‘언론 개혁’은 바람직한 의미의 경쟁을 살려보자는 취지의 일인 데도 불구하고 그 반대자들은 경쟁 논리를 앞세워 자기들의 입장을 정당화한다.심지어 ‘하향 평준화’하자는 거냐고 떼를 쓰는 사람들도 많다.‘학벌 타파’는 하향 평준화가 아니다.그건 ‘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살리기’의 문제인 것이다.오랜 세월 온갖 특혜를 받아비대해진 몸집과 그 몸집을 지칭하는 ‘간판’ 하나로 경쟁없이 거저 먹으려 드는 건 나라 망치는 일이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학벌 타파’가 제시된 것이다.달리 말해,‘상향 경쟁화’를 시도해보자는 것이다.오랜 세월 자행된 불공정경쟁의 결과 비대해진 명문대에 대한 특혜를 중단하고 그 몸집도 줄여 ‘1극’ 또는 ‘3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의 전환을 꾀해보자는 것이다.진정한 경쟁을 해보자는 것이다. ‘언론 개혁’도 마찬가지다.독과점 체제의 수혜자들은 ‘시장 논리’를 외치지만,그건 서울이라는 ‘거대 괴물 도시’가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가소로운 일이다.시장 논리에 따른 독과점 체제라 한들 그게 정당하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엇 때문에 존재한단 말인가.의견의 다양성이 구현되지 않는 여론 독과점은 민주주의의 재앙이다. 바로 이런 공통점 때문에 독과점 체제에 안주하는 언론매체들은 학벌주의 문제를 외면한다.아니 그 매체들의 인적 구성 자체가 학벌주의의 소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학벌주의에 오염돼있는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랴.학벌주의 문제가 한국 엘리트 계급의 도덕심과 애국심 검증의 시금석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학벌주의 문제는 소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파편화된 대중이 언제까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자신들의 궁극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것인지 그걸 검증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개혁이 매우 어려운 이유가 학벌주의 타파에 따르는 어려움에 농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정이 그러한 만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싸워 나가야 할 것이다. 강 준 만 전북대 교수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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