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애국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중계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상금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강의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평창동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362
  • [사설] 독도, 이제는 차분하고 내실있게

    독도 문제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치·외교적 차원을 넘어 경제와 민간교류로 파급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의 뜨거운 애국심을 이해하나, 감정의 무절제한 발산으로 우호협력을 해친다면 발전적이어야 할 양국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국기를 짓밟거나 불태우고, 국내 거주 일본인들에 대한 신변위협,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의 극단적 반일감정의 표출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이제 양국 정부간 입장 표명으로 냉정을 되찾아가는 시점이다. 마산시의회가 일본 시마네현에 대응해 ‘대마도의 날’을 조례로 제정한 데 대해 정부가 철회를 요청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독도 문제는 정부가 열화 같은 국민의 여망을 거듭 확인한 만큼, 대내외적으로 차분하게 국토수호정책을 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국민들도 다수의 이성적인 일본 국민과 소수의 극우파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하며, 일본 국민 전체와 등지는 우(愚)를 피함으로써 정부와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경제계의 우려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8.6%인 210억달러, 수입의 20.7%인 447억달러를 차지한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금융과 자유무역협정 등 현안도 많아 독도 문제가 경제 쪽으로 파급되면 피차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감정이 절제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일어업협정 재협상 문제도 나라간 신뢰가 걸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한·일 우정의 해’도 포기해서는 안 되며, 과거의 원한과 피해를 우정과 협력으로 바꾸는 노력에 양국 국민은 적극 동참해야 한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3)세계지도서 사라진 이름 ‘동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3)세계지도서 사라진 이름 ‘동해’

    세계지도의 90% 이상이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고 있다.‘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를 불러왔는데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란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지금 한국의 관심은 온통 독도로만 쏠려있을 뿐, 정작 동해에 관해서는 독도에 쏟는 관심의 1할도 주지 않는다. 이런 작금의 상황을 냉철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이전의 대다수 외국지도는 ‘동해’‘한국해’‘조선해’‘오리엔탈해’ 등으로 표기했다. 문제는 1929년에 발간된 국제수로기구(IHO: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의 ‘해양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에 일본해로 등재되면서 발생했다. 몇십 쪽에 불과한 얇은 책자가 동해의 운명을 바꿔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까. ●세계지도 90%이상 일본해 표기 국제수로기구는 국제간 수로 부문 협력체제를 모색하고, 수로 관계자료의 국제적 조정을 수행하는 기구. 바다 지명에 관한 건도 수로기구 관할이다.1921년 설립된 이래 74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한국은 1957년, 북한은 1987년에 가입했다.‘해양의 경계’는 세계 해양지명의 표준화 교본으로 지명에 관한 한 ‘바이블’과 같다. 이 책에 기초하여 세계 각국이 자체 해도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 관광지도·특수지도 등 2차 지도들을 만들어 낸다. 이 영향력은 교과서는 물론 신문·방송에까지 확대된다.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 뜻과 무관하게 여기에 ‘일본해’로 등재됐고, 그 명칭이 전 세계에 유포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 전에도 16세기 이래 일본을 찾은 서구인들에 의해 일본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한국해, 동해 등과 혼용됐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쓰는 일본해 명칭은 국제기구의 공인을 받아 이전과는 격이 다른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식민지의 또 다른 아픔이다. 일제는 물리적인 영토 탈취에 머물지 않고 지명에까지 제국주의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한반도 곳곳에서 창씨개명이 자행돼 마을, 도읍, 거리 이름이 모조리 바뀌어 오늘날까지 잔재를 남기고 있으니 일본해의 세계화도 제국주의 음험한 유산에 다름 아니다. ‘해양의 경계’는 1929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3판이 1953년, 그리고 거의 반백년 만인 2007년에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3판까지 전부 일본해로 명기되어 있다는 점. 주권을 강점한 일본이 제국의 힘으로 이를 관철시켰으며,1953년 한국전쟁의 와중에 3판을 밀어붙였다. 제국주의가 힘으로 관철시킨 명백한 과오이다. 당시 세계수로국을 지배하던 영국, 러시아,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열강의 입김이 책자 곳곳에 강하게 배어 있다. 문제는 냉엄한 국제법의 현실이다. 한국인이 한반도에서 수천년간 동해로 불러왔다고 아무리 증거물을 내밀어도 제국주의적 패권에 의해 형성되어 오늘에 이른 국제적 힘의 질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2007년 개정판 동해 부분 ‘공란’ 고구려 호태왕 비문에 동해가 분명히 적시되어 있으니, 이것만 해도 서기 414년의 일이며, 삼국사기에는 이미 BC 37년에 동해가 등장한다. 우리 옛 지도나 외국인이 그린 옛 지도에 등장하는 무수한 증거들, 그리고 풍부한 서지학적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으나 현실은 여전히 1929년의 표준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제 아비를 아비라 못 부르는’ 현실이 바로 국제 해양질서다. 우리끼리야 영구히 동해로 부를 것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일본해가 공용화되다시피 하고 있으니 ‘식민의 바다’는 아직도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통상적인 한국인들의 정서와 국제질서 사이에는 극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아직도 바다는 제1세계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동해 표기는 1965년의 한·일어업협정에서도 문제가 됐다. 한국측에서 ‘수준 낮은’ 협상단이 파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빚은 끝에 각자 명칭으로 쓰기로 합의하였다. 이때에도 동해표기는 합의를 보지 못한 어정쩡한 단계로 남아 지금의 분란을 예고했다. 한국 정부는 1992년에 동해 영문표기를 ‘East Sea’로 결정하고, 국제사회에 대해 단일명칭으로 합의할 때까지 ‘동해/일본해’의 병기를 요구하고, 그 해 유엔지명표준회의 및 97년 제15차 IHO총회에서 동해 표기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2007년판 ‘해양의 경계’ 를 준비하면서 2002년에 초판본을 회람시켰는데 한·일간에 이견이 팽팽하자 동해 부분은 아예 백지인쇄를 했다. 즉, 국제법상 동해 표기문제는 아직도 미완의 장인 셈이다. 우리의 입장은 당연히 동해 단독 표기이다. 그러나 국제기구에서는 양국간에 논란이 있는 지명에 관해서는 병기를 권장한다. 가령 영국명으로만 표기되다가 프랑스에서 논란을 제기한 영국해협(English Channel)을 ‘La Manche’로 병기하여 해결한 사례도 있다. 동해 단독표기가 정답임은 분명하지만 지명 분규에 관한 양국의 협의가 이루어지기까지 잠정적으로 ‘동해/일본해’ 병기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은 강력하고 체계적으로 ‘일본해’를 전 세계에 강요하고 있다. 병기는커녕 오로지 일본해 단독표기만을 고수한다. 독도의 예에서 보이는 염치 없고, 전례도 없는 후안무치한 밀어붙이기를 동해 명칭에서도 자행하는 중이다. 일본학 석학으로 지난해 영면한 아미노 요시히코(網野善彦) 같은 이도 ‘일본’이라는 명칭 자체가 가상의 전제로부터 출발했음을 비판하면서, 일본해 따위의 명칭이 성립할 수 없음을 역설하지 않았던가. 일본해 명칭은 마테오 리치가 1602년에 제작한 세계지도 ‘Mappamondo’에 처음 등장한다. 한국인들이 동일 해역을 동해라 부른 지 1600년 후에야 사용한 이름이다. 세계 지리학계에서는 ‘역사성과 대표성’을 지명 결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일본은 2000년 이상을 사용해 온 동해를 밀어내고 제국주의적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 일본해를 세계 만방에 선전하는 중이다.17세기에서 19세기 후반 사이에 일본에서도 조선해라는 명칭이 다수 쓰였다. 일인 학자 카스노의 ‘일본해연구’(1975)에 의하면 1815년 경부터 서양인들이 일본해를 많이 썼으며,19세기까지 일본서해, 타라해, 조선해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했다고 밝힌 바 있다. ●1602년 세계지도 일본해 첫 등장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어떤가. 국제적 외교야 외교통상부 관할이지만 동해 연구·조사자료의 축적과 실제적으로 국제수로기구를 상대하는 중추는 해수부 해양조사원이다. 이곳 곽인섭 원장은 “쉽게 해결될 싸움이 아니므로 체계 있고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분쟁 현장에서 뛰어온 오순복 과장도 “경험으로 미뤄 일본의 대응은 전 세계적이며 국제사회 로비도 엄청나다.”며 고개를 젓는다. 동해 표기 해도를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내리게 하는 이들이야말로 한·일간 새로운 영토싸움의 주역들이다. 길거리에서 고함 지르고 일장기 태운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싸움판의 예산이 얼마냐고 물으니 연간 1억원 내외란다. 고작 1억원! 세금은 제대로 쓸 데 써야하지 않을까. 독도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료축적도 돼 있고 이론적 기반도 갖춰 가지만 동해는 참으로 고난의 연속이다. 작금의 시마네현 폭거로 빚어진 독도에 대한 열정의 반의 반이라도 동해에 쏟아야 한다. 독도와 동해문제는 별개이지만 긴밀한 내적 연관성을 지니며, 일본의 해양침탈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양자는 불가분이다. 동북공정이 문제되니 고구려재단을 만들고, 독도 문제가 불거졌다고 대뜸 독도특별법이니, 독도재단 만들기 따위의 단말마적 대응이 이어지는 현실을 보노라면 도대체 동네싸움을 하려는 것인지, 원대한 국가정책적 대응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면 일본의 논리는 어떨까. 일본측은 일본해 명칭이 일본의 확장주의와 식민화의 결과라는 주장을 거부한다. 한국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한 사안을 두고 강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한반도를 강점한 가운데 시마네현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일본의 일처리 방식은 이렇듯 식민지배에 관한 뉘우침이나 반성 없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상생의 사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北 ‘조선해’ 주장… 남북공동대응 필요 이 문제가 불거지면 일본은 예의 1602년판 마테오리치 지도 등을 증거로 제시한다.‘일본해/동해’ 병기 주장도 세계 해양명칭의 혼란을 이유로 거부하는 그들 아닌가. 관계국의 합의를 얻을 때까지 과거의 합의를 답습해야 하므로 일본해 명칭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은 계속된다. 동해는 한반도의 남해, 서해, 동해의 연속선상에 있는 방향 표시이므로 국제 명칭으로 부적당하다는 주장이다. 심지어는 우리가 황해를 ‘West Sea’로, 동중국해를 ‘South Sea’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일본해만 문제 삼아 ‘East Sea’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본만을 고의로 ‘표적삼았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도 말하는 그들이다. 희망은 없는가. 우리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관되게 ‘조선해’나 ‘조선 동해’를 주장해 온 북한의 줄기찬 노력도 평가해야 한다. 남북 공동대응이야말로 둘이 아니라 셋도 되고 넷도 되어 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간의 힘이다. 전 세계 사이버 전장에서 동해되찾기, 독도영유권, 역사교과서 왜곡시정 등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사이버 독립군’ 반크(www.prkorea.com) 같은 존재가 유독 빛나 보인다. 일본해만 쓰던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동해 병기로 돌아선 것도 이들의 공로다. 사재를 털어 동해표기 옛 지도를 전 세계에서 수집해 온 이들의 희생도 기려야 한다. 일본의 국가팽창주의가 아무리 힘으로 밀어붙인다 해도 시민의 힘을 꺾을 수는 없는 일. 갈등이 심해지면서 불행하게도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국가주의의 병폐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양국의 양심적인 시민들이다. 을사늑약 100주년에 과거 반성은커녕 해묵은 갈등이 동해에서 재연되고 있으니 한·일 양국의 선량한 백성에게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이번 시마네현 폭거를 계기로 독도뿐 아니라 동해표기, 나아가서 예상되는 중국과의 갈등까지 먼 바다를 내다보는 대응책으로 해양전략의 차원을 끌어올릴 것을 국가 및 우리사회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 조작된 공포/폴 토드·조너선 블로흐 지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보기관들의 부정적 이미지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조작과 공포’다. 이들은 정보를 왜곡하고, 적대국의 경제적 위협이나 테러 같은 ‘표적’을 과장함으로써 공포심을 조장해왔다. 그러나 냉전이 사그러지면서 예산이 축소되고 권한도 크게 약화돼 쇠퇴의 길을 걷는가 하더니 다시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분기점은 9·11테러다.9·11 이후 정보기관들은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새로 제정된 테러리즘 관련 법안들을 토대로 정보기관들은 시민운동과 환경운동, 반세계화운동까지 감시하기에 이른다. ●시민운동·환경운동까지 감시 ‘조작된 공포’(폴 토드·조너선 블로흐 지음, 이주영 옮김, 창비 펴냄)는 냉전 종식, 그리고 9·11 이후 세계 정보기관들의 역할 모델에 주목하고,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정보활동의 변화양태를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보기관의 어두운 과거를 고발하면서 공포와 조작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이스라엘 등 전통적으로 강력한 정보기관을 갖고 있던 나라들은 물론, 아직까지 생소할 수도 있는 시리아·파키스탄·미얀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세계 국가의 정보기관까지 총망라해 정보기관들의 활동과 조직규모, 예산 등 객관적 사실들과 서로 협력과 경쟁, 반목해온 각국 정보기관들의 비사도 서술했다. 책에 따르면 9·11 이후 미국에선 국토안보부가 신설되고, 연방재난관리국이 확대 개편되었으며, 애국법·반테러법이 제정되었다. 유럽연합에선 ‘반테러 로드맵’이 한층 진전되었고, 이스라엘은 슬그머니 팔레스타인과 테러조직 사이의 연계설을 쟁점화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테러와의 전쟁’을 체첸 분리주의자 탄압의 명분으로 삼았다. 결국 9·11은 냉전 종식으로 엄청난 감량을 감당해야 했던 이들 정보기관들에 돌파구를 마련해준 셈이었다. 미국 국가안보기록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폴 토드,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활동에 참여했으며 현재 영국 런던 지역의회 의원으로 있는 조너선 블로흐가 공동 집필했다. 저자들은 지금을 ‘감시의 시대’로 명명하면서, 전지구적 차원의 위성감시 시스템인 에셜론(Echelon)에서부터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최신 감시기법들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감시능력이 더욱 강화된 정보기관의 모습을 살펴본다. ●첨단 정보시스템 무기로 기업과 개인까지 표적 책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이 기획·조정하는 전 지구적 감시시스템인 에셜론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주로 국제 전자통신네트워크상의 암호화되지 않는 이메일, 팩스, 전화를 감시·도청하는 데 이용된다. 개인 관련 키워드를 검색어로 해서 수백만개의 메시지를 검색하고, 다양한 분류단계를 거쳐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에셜론이 이전의 첩보시스템과 다른 점은 비군사적 표적, 이를 테면 정부나 단체, 기업과 개인이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보를 토대로 미국 언론들은 에어버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관리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폭로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에어버스사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그 계약은 이후 미국 기업 보잉사와 맥도널더글러스사의 차지가 됐다. 미국 항공기회사 레이시온이 톰슨-CSF 컨소시엄을 제치고 아마존 유역의 감시시스템 구축 사업체로 선정된 것도 역시 NSA의 작품이었다. 각국 정보기관은 국내의 사회운동, 반정부운동을 통제하기 위해 악행을 마다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정치와 경제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아프리카 지역의 끔찍한 학살전쟁 배후에는 아프리카의 광물과 석유자원 등 경제적 이권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한 미국·프랑스 등 서방 강대국의 정보기관이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군부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훈련케 한 것도 미국 정보기관이었다. 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에 의한 표적 암살도 고발한다. 아울러 산업과 경제정보가 정보기관의 중요한 활동 영역으로 자리잡으면서 정보기관들이 거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추악한 모습도 폭로한다. 그리고 권력의 사유물이 되어버린 시리아·이라크·파키스탄·미얀마의 정보기관들의 음모 등도 상세히 파헤쳤다. ●정보 오용과 왜곡의 결과는 끔찍한 참극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는 거짓으로 판명된 정보 때문에 큰 전쟁이 개시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정보기관의 왜곡된 정보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환기시킨다. 당시 문제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느냐였다. 하지만 공식주장은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에서 ‘무기개발 계획이 존재한다’로, 이어 ‘무기개발과 관련된 움직임이 있다’로 후퇴를 거듭했다. 정보기관은 단순한 말바꿈으로 끝날 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수십만명의 목숨이 희생되는 참극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정책결정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본래부터 애매모호한 절차가 오용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순신 장군님~ 38년 묵은 때 미시죠

    이순신 장군님~ 38년 묵은 때 미시죠

    서울 세종로에 우뚝 서 있는 ‘불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38년 묵은 때를 싹 벗겨낸다. 한·일간 독도 영유권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장군의 애국충정을 기리려는 뜻이 담겼다. 서울시는 20일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고가 장비를 동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 세척작업을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세척작업은 그동안 먼지를 씻어내기 위한 물 청소와는 차원이 다르다. 세척작업에는 2500만원이나 하는 25m짜리 고가 사다리와 450만원짜리 고성능 고압세척기가 동원된다. 동상 본체는 물론, 받침대인 좌대의 묵은 때와 녹, 새 배설물로 생긴 화강암 백화현상을 없애는 작업도 이어진다. 이같은 작업은 1968년 5월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자리잡은 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시는 전례가 없는 동상 세척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당초 19,20일 이틀 동안 교통통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용역업체인 C산업 관계자가 한나절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 일부구간만 교통이 통제된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서울신문사가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를 발족시켜 건립한 것으로 서울시에 기증, 시가 특별관리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안익태선생 ‘독립유공자’ 예우할듯

    안익태선생 ‘독립유공자’ 예우할듯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 독립유공자 예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16일 문화관광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부처간에 안익태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예우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이같은 예우를 바라는 유족들의 뜻을 정부가 받아들일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애국가 저작권 무상양도 기증서를 전달키 위해 문화관광부를 방문한 안익태 선생의 부인 롤리타 안(89)여사 등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 장관은 “현재 독립기념관에 있는 안익태 선생의 유품들은 오는 10월 개관하는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로 ‘안익태 유품 전시실’을 마련해 전시하는 것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있는 음악당의 하나를 ‘안익태 홀’로 이름짓는 계획도 갖고 있다.”면서 “스페인에 남아있는 안익태 선생의 유품들을 중앙박물관 전시실로 옮겨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유족들과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측은 이에 대해 “적극 협력할 뜻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유족들은 정 장관에게 애국가 저작권을 한국민에게 무상양도하겠다는 기증서를 공식전달했다. 유족들은 기증서에 “애국가가 한국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불리기를 소망하며 고인이 사랑했던 조국에 이 곡을 기증합니다.”라고 적었다. 기증서를 받은 정 장관은 “애국가의 감격과 소망이 언제나 함께 하길 바라며 한국 국민들의 고마움을 이 패에 담아드립니다.”라는 글귀를 새긴 감사패와 자개 보석함을 롤리타 안 여사에게 전달했다. 이날 롤리타 안 여사는 “이번 방한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에 안익태 선생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럽다.”고 울먹였다. 이어 딸 레오노르 안과 외손자 미겔 익태 안이 대신 읽은 편지글을 통해 “지난 50년 동안 어떻게 한국이 성장을 지속하며 남편의 꿈이 이루어지는가를 지켜봤다.”면서 “한국은 이제 국제적인 국가로 변모했으며, 국민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만세!”라고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노구를 이끌고 한국에 온 여사는 “이번 여행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쳤던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한 한국인(남편)을 저와 함께 공유했던 모든 한국 국민들과 작별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애국가는 한국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며, 그래서 애국가를 한국 국민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드리겠다.”고 기증의 뜻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문화부는 애국가를 신탁관리해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공문을 보내 애국가를 관리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 저작권료 지불은 16일부터 중단됐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日 독도주권 침해] “영유권 우리손에… 흥분 말자”

    “영토를 지키는 일에는 국민도 정부도 강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냉철한 논리로 판단해야지 뜨거운 가슴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이 독도 대책을 세우고 있는 정부에 “어떠한 경우라도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국민들이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당연한 애국심의 발로지만, 정부의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를 보고 칼을 뽑다)식 강경대응은 일본정부가 만세를 부르며 영유권 주장을 더욱 강화하도록 부추기는 ‘자살골’이 된다는 것이다. ●강경일변도 대응은 日 돕는 꼴 박 재판관은 최근 국정홍보처의 국정브리핑(news.go.kr)에 실린 기고문에서 “일각에서는 주한일본대사를 기피인물로 추방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영토문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려고 50년 동안 노력해 거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일거에 거머쥘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의 영유권 논리가 확고하니까 국제재판소에 가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에도 “국제재판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국제법 규범은 국내법에 비해 훨씬 엉성한 데다 특히 영토분쟁에 관해서는 성문규범이 전무하고, 판례에서 나온 원칙이 몇 가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승소 확률이 100%가 아닌 한 우리 수중에 있는 영토를 가지고 재판소를 찾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옛 지도에 너무 열광하지 말아야 박 재판관은 얼마 전 보도된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 제출된 영국지도’에 대한 반응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어느 학자가 그 지도를 힘들여 찾아내자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일본은 할 말이 없게 되었다.’고 쾌재를 불렀다.”면서 “그렇다면 그 지도를 찾아내기 전에는 우리 영유권 논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았더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의 영유권은 우리가 확보하는 것이지 영국이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그 지도에 열광하여 매달리면 우리 조상들이 구축해 놓은 영유권의 근거는 그만큼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은 격분하면 분노를 분출해도 좋고 또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국민이 뜨겁고 강하게 나갈 때에도, 정부는 차갑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리가 고지를 점하고 있고 시간은 고지를 점한 쪽의 편인데, 우리 편에 있는 시간을 잘라서 상대편에게 안겨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정광태씨 “이번엔 호랑나비떼 독도에 급파”

    정광태씨 “이번엔 호랑나비떼 독도에 급파”

    “호랑나비 떼를 독도에 급파할 겁니다. 아무리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입니다.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분명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음모요, 천인공노할 폭거입니다.” 가수 정광태(50)씨. 지난 1983년 ‘독도는 우리 땅’을 불러 전국적으로 독도사랑의 불을 지폈다. 지금도 세대를 초월한 ‘애국가요’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씨가 오는 4월 중순 ‘독도로 날아간 호랑나비’라는 신곡으로 또 한번 독도수호의 국민적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 곡은 ‘독도는 우리땅’의 작사·작곡가 박문영씨가 다시 작사와 편곡을 맡았으며, 정씨와 ‘호랑나비’ 김흥국씨가 듀엣으로 부른다. 노랫말은 호랑나비 떼들이 독도로 날아가 일본의 음모에 결연히 맞서 독도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16일 오전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이 가결되던 바로 그 시각 정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기도 일산의 자택. 역시 휴대전화 벨소리는 ‘독도는 우리땅’이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우리나라는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반면, 일본은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역사학자들을 동원, 세계지도를 바꾸기 위해 치밀한 로비와 음모를 꾸며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우선 주한 일본대사의 입국을 막는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독도는 울릉도 어민들의 생활근거지 그 자체이자 대한민국의 땅이다.”면서 조상과 후손에게 떳떳해지자고 촉구했다. 아울러 23년전 부른 ‘독도는 우리 땅’은 일본에 대한 경고메시지였는데 결국 이런 사태까지 벌어져 안타깝다고 했다. 현재 독도 명예군수인 그는 지금까지 독도를 10여차례 다녀올 정도로 독도사랑이 남다르다. 지난해 8월 전국에서 모여든 독도지킴이 45명과 함께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헤엄쳐 건너기도 했다. 그는 ‘독도로 날아간 호랑나비’라는 노래발표 외에도 다음달 2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독도 현지에서 열리는 시 낭송회에 참석한다. 또 오는 8월 광복60주년 행사로 열리는 울릉도∼독도간 수영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한·일 독도 파고] 경북도 “시마네현과 결연 취소”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 처리를 하루 앞둔 15일 강도 높은 반일 시위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28개 단체로 이뤄진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청년학생본부’는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남북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모든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카노 주한 일본대사의 사진을 붙인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역사왜곡 중단하라.’고 적힌 종이비행기 30여개를 대사관 안으로 날렸다. 서울흥사단과 독도재경향우회는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독도 망언을 한 일본대사를 외교상 기피인물로 규정, 공관 직무를 종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파공작원(HID)·애국청년동지회 회원 100여명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 의사의 대형 사진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인 뒤 고이즈미 총리의 사진과 일장기가 붙은 피켓을 불태웠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대사관을 비롯한 관련 시설에 20개 중대를 배치했다. 대한민국독도향우회 회장단은 시마네현 의회 의장단과 면담하고,16일 본회의장에서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 의결을 막기 위해 이날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편 독도를 관할하는 경북도는 조례안이 가결되면 시마네현과의 자매결연을 취소하고, 도립 경도대학과 시마네현립 대학의 교류도 중단키로 했다. 도의회는 시마네현의회와 1997년 체결한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파기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야욕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효용·대구 한찬규기자 utility@seoul.co.kr
  • 故안익태 유족 한국방문 애국가 저작권 무상인도

    ‘경기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위촉돼 방한 중인 안익태 선생의 유족들은 14일 “애국가는 한국의 것이고, 우리 가족은 한국인이므로 저작권을 무상으로 한국에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수원 호텔캐슬에 머물고 있는 안익태 선생의 미망인 롤리타 안(90)과 딸 레노아 안(52), 외손자 미구엘 안(29·변호사)은 이날 “애국가는 고인(안익태 선생)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국민들이 언제나 부를 수 있도록 만든 노래이므로 한국의 소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족들은 이에 따라 이날 오후 문화관광부 관계자와 저작권 무상양도와 관련한 면담을 가진 뒤 16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 양도증서에 서명할 계획이다. 안익태 기념재단이 안익태 선생의 유품을 인수하고 그 대가로 6억원을 유족에게 전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유족측은 “재단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와는 협의가 없었다.”며 “저작권 양도는 돈을 바라고 결정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안익태 선생 탄생 100주년인 내년 한국인으로서의 안익태 선생의 삶을 담은 미망인 롤리타 안의 자서전 출판 계획도 이날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일대를 화성순환열차를 타고 돌아본 뒤 삼성전자를 방문했으며,15일에는 수원 동수원초등학교에서 열리는 ‘경기도 방문기념 음악회’에 참석한 뒤 오후 4시쯤 경기도청에서 손학규 지사로부터 경기방문의 해 홍보대사 위촉장과 함께 명예도민증을 수여받을 예정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광장] 독도 ‘벌떼외교’로 지키자/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독도 ‘벌떼외교’로 지키자/이목희 논설위원

    독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 독도를 둘러싼 전쟁 발발을 다룬 소설이 있긴 하지만, 무력으로 풀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영토가 분명한데 국제사법재판소(ICJ) 판단에 맡기자는 것도 웃기는 얘기다. 또 외교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내 땅을 갖고 왜 남과 소유권을 논의하는가. 억만금을 줘도 양보할 수 없는 게 영토주권이다. 일본이 억지를 부리는 근거는 지난 세기에 있었던 두가지 사건에 있다.1905년 시마네현 고시로 독도를 자국 영토에 편입시킨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2차대전 패전 처리를 규정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의 소속이 불명확하게 마무리됐다.1905년은 우리가 국권을 빼앗겼을 때고,1951년은 한국전쟁이 진행중이었다. 한국이 정신없는 틈을 타서 일방적 고시 및 국제로비를 통한 물타기가 진행된 것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러시아의 고르바초프 같은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 한 일본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전쟁,ICJ회부, 협상을 통한 일본의 양보, 그 어느 것도 우리 세대에선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고도의 선전전, 심리전으로 대세를 장악하는 쪽이 이긴다. 독도에 관해 그동안 한국은 ‘부자 몸조심’이었다. 우리의 해경 경비대가 파견돼 독도를 지키고 있다. 주변 12해리 영해와 영공도 광복 후 50년 이상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되도록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시간을 보내자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그럴듯해 보였다.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의 항의가 훗날을 내다본 외교적 수사를 넘어서고 있다. 독도와 다케시마를 함께 표기한 해외사이트가 지난해 7월 622개에서 지금은 2180개로 늘어난 것을 어찌봐야 하겠는가. 미 중앙정보국(CIA) 연감은 매년 일본측의 주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었다. 일본의 ‘독도 분쟁지역화’ 기도가 범정부 차원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망언·망동은 그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제 정부는 독도와 관련,‘소극 대응(Low Key)’ 정책을 버릴 조짐이다. 그렇더라도 정책의 완급은 조절해야 한다. 한·일간 외교분쟁 사실만 부각되면서 실리는 없는 조치를 골라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대사 소환·추방보다는 독도의 영유권을 더 확실히 하는 쪽이 나을 것 같다. 동해(East Sea)·일본해(Sea of Japan) 명칭 분쟁은 한국이 독도 논란을 헤쳐나가는데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한반도 식민통치 기간인 1920년대 국제수로기구(IHO)의 전신인 국제수로국에 동해를 일본해로 등록시켰다.1980년대까지는 국제지도 및 책자에서 일본해 표기가 압도적이었던 배경이 된다. 한국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이를 시정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등 민간의 적극 동참에 힘입어 지금은 동해와 일본해가 엇비슷하게 병기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본의 독도 논란 점화는 동해 명칭에서 밀린데 자극받은 측면이 있다. 동해 명칭에서의 부분 성공을 독도에선 일본에 내주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잠시 들끓었다가 잠잠해지는 ‘냄비외교’로는 국제 선전전에서 서서히 밀리게 된다. 우리가 경제·외교 등 국제적 영향력에서 일본보다 약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는 장점이 있다. 바로 애국심이다. 일본은 우파들이 앞장서는 형국이지만, 한국은 전 국민이 한 마음이다. 외교통상부에만 맡기지 말자. 반크와 같은 민간조직을 수십개 만들고, 국민 개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IT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보자. 독도를 분쟁지역이라고 표기하는 지도, 책자, 문건을 만드는 외국 행정기관, 언론사, 출판사 사이트를 다운시켜 버리자. 항의편지, 전화 등 4800만이 나서 ‘벌떼외교’를 펼쳐보자.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신세대감각 맞춘 ‘록버전’독립군가 7월출시

    “‘록(Rock) 버전 독립군가’ 부르며 애국정신 기억해요.” ‘독립군가’ 등 일제강점기 때 애국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들이 신세대 느낌에 맞도록 다시 만들어진다. 국가보훈처는 13일 “광복 60주년을 기념하여 독립운동과 관련된 곡들을 모아 리메이크 앨범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이달 말 정식 계약을 맺고 리메이크 사업을 본격 진행한다. 리메이크 대상으로 물망에 오른 곡은 ‘독립군가’와 ‘압록강 행진곡’,‘애국지사의 노래’,‘용진가’,‘최후의 결전’,‘고난의 노래’,‘조국행진곡’,‘소년행진가’,‘장검가’,‘선봉대가’,‘광복군행진곡’,‘광복군 2지대가’,‘광복군 3지대가’,‘기전사가’ 등 모두 14곡이다.5월 중 10∼15곡을 최종 선정해 발라드와 록, 국악곡 등으로 편곡할 예정이다. 보훈처는 이를 위해 3,4개 음반기획사와 접촉하고 있으며, 여러 가수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앨범 형식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메이크된 곡을 부를 가수로는 윤도현밴드와 조성모, 크라잉 넛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가보훈처 선양정책과 김주용 사무관은 “요즘 젊은이에게 수십년 전 불렸던 독립운동 노래를 알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신세대에 맞는 방식으로 독립운동가의 의미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메이크 앨범은 광복 60주년을 앞둔 오는 7월 출시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일본 교과서 왜곡 파장] 韓 “민관이 함께 강경대응해야”

    [일본 교과서 왜곡 파장] 韓 “민관이 함께 강경대응해야”

    일본 극우단체의 한층 왜곡된 역사 교과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시대착오적 교과서는 일본 군국주의·제국주의의 일면”이라면서 “민관이 공동으로 강경 대응하고, 국사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교육개혁시민연대 등 90여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11일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역사 왜곡을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지방별로 교과서가 채택되는 오는 6∼8월 일본 전국을 순회하면서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의 도움을 받아 채택저지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한·중·일 시민단체가 우익교과서 채택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고,7월 갈등·분쟁 예방을 위한 유엔 국제회의에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 교수는 “일본의 우파는 애국이라는 명분 하에 강경으로 선회하고 있다.”면서 “더불어 살 수 있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관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같은 피해국이라고 믿었던 중국까지 우리나라의 고대사 빼앗기를 하고 있다.”면서 “우선 한·중·일 학자가 모여 사관을 공유한 뒤 같은 맥락의 교과서를 편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역사바로세우기시민연대 우대석 사무국장은 “역사는 한 나라의 정신이므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정부와 민간 모두 양보하지 말고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일본의 학자 등 양심세력도 응집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사찾기협의회장인 고준환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일본의 역사 조작이나 독도에 대한 권리 주장 등은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정치지도자와 사학자의 역사 바로세우기 의식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은 “‘한·일 우정의 해’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교과서를 왜곡하는 행태는 일본의 ‘두 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성토했다. 독도향우회 최재익 회장은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주권 국가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일본의 우경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므로, 이를 우리나라의 국사 교육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면서 대학입시에서 홀대당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슨 대응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쿠르드족 귀환 새정부 출범뒤 본격 논의”

    |바그다드 모술 연합|이라크 총선에서 승리한 유나이티드이라크연맹(UIA)은 오는 16일 개원할 제헌의회를 통해 쿠르드족 공동정당인 쿠르드동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키르쿠크를 쿠르드 자치지역에 편입시키는 문제와 후세인 시절 키르쿠크에서 강제추방당한 쿠르드족의 귀향 문제도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시아파 정당 연합체인 UIA는 지난 총선에서 전체 275개 의석 중 146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고, 쿠르드동맹은 77석을 얻어 제2당이 됐다.UIA는 총리를, 쿠르드동맹은 대통령 자리를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UIA는 이브라힘 알 자파리 임시정부 부통령을 총리로, 쿠르드동맹은 쿠르드애국동맹(PUK) 총재인 잘랄 탈라바니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예정이다. 양측 관리들은 새 정부 출범 뒤 1980년대 후세인 정권의 ‘아랍화’ 전략에 따라 북부 유전지대 키르쿠크에서 강제 추방당한 쿠르드인 10만명의 귀환문제가 본격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쿠르드동맹 관계자는 “키르쿠크 문제는 2단계로 해결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면서 첫 단계는 우선 새로 구성되는 과도정부가 키르쿠크 상황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번째 단계는 키르쿠크를 쿠르드 자치지역(쿠르디스탄)에 병합하는 문제가 헌법 마련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 북부 모술의 장례식장에서 10일(현지시간)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 최소 47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부상했다고 목격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번 자폭테러는 시아파-쿠르드족 연정 구성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다수파인 시아파를 겨냥해 발생한 것이어서 종파간 갈등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폭 테러는 급진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모술 지역 대리인 히시마 알 아라지에 대한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던 한 건물에서 발생했다. 목격자는 “자살테러범이 장례식이 열리는 건물 안에서 폭탄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고 말했다.
  • 日 ‘군국의 꿈’ 가속페달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우경화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군대보유 금지, 엄격한 정교분리 등을 규정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물론, 주변국과의 영토분쟁도 뜨겁다. 패전 60주년인 올해 패전국의 멍에를 털고 ‘보통국가’로 들어갈 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집권 자민당과 자민당 소속 장관·고위인사들이 앞장서고 있다. 우선 자민당은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식 허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헌법의 정ㆍ교분리 원칙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헌법 전문에는 군국주의화로 연결될 수 있는 ‘애국심’ 고취를 삽입하려 하고 있다. 자민당 신헌법기초위원회는 4월에 마련할 신헌법초안 시안에 ‘사회적 의례’와 ‘습속적 행사’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정한 종교활동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7일 보도했다. 또 특정종교에 치우치지 않는 ‘일반적인 종교교육’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은 2차세계대전 전 ‘국가 신도(神道)’에 대한 반성으로 제정된 것이어서 자민당의 이런 방침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야당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인근 국가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민당이 허용하려는 종교활동으로는 진혼제, 참배료 지출, 순직 공무원의 장례에 대한 지출 등이다.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사회의례나 습속행사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는 복안으로 “정교분리의 구분이 불투명해져 확대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아울러 자민당 고위인사들의 문제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문부과학성 정무관인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의원은 6일 도쿄 시내에서 열린 ‘일본회의 수도권지방의원 간담회’ 설립대회 강연에서 “근린제국 조항이 생기는 바람에 자학사관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간과할 수가 없어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을 만들었다.”며 근린제국 조항을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했다. 근린제국 조항은 1982년 교과서 파동 때 마련된 교과서 검정기준의 하나로 근ㆍ현대사를 다룰 때 2차대전 때 피해국인 한국·중국 등 인근 아시아 국가를 배려토록 한 조항이다. 그의 발언은 문부성이 교과서 검정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검정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모무라 정무관은 또 “역사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나 강제연행 등의 표현이 줄어든 것은 잘된 일”이라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상의 발언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나카야마 문부상은 지난해 11월 강연을 통해 문제의 발언을 한 뒤 한국 등의 강한 반발로 파문이 일자 ‘부적절했다.’며 사과했었다. 따라서 시모무라 정무관의 언급은 이를 무색케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taein@seoul.co.kr
  • 3월, 애국심에 호소하라

    “태극기, 동해, 독도, 독립국….” 3·1절이 있는 3월엔 애국심 호소형 광고가 눈에 띈다. 해마다 이 맘때면 항일 등의 애국 열기가 달아오르고, 업체는 앞다퉈 애국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준비한다.KTF는 동해 바다 한 가운데 태극기를 휘날리며 우뚝 선 독도를 배경으로 “일본 휴대전화가 되는 곳은 일본 땅이고 한국 휴대전화가 되는 곳은 한국땅이다.”라는 제목의 신문 광고를 게재 중이다. 이어 “2002년 5월 국내 최초로 독도에서 이동전화 서비스를 개통한 KTF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아 우리 땅 독도와 함께 합니다.”고 적으며 애국심에 호소한다.SK는 한강에 유전을 세운 가상 그림을 배경으로 ‘에너지 독립국의 꿈’이란 신문 광고를 내놓았다. 아래에는 “대한민국을 에너지 독립국으로 만들기 위해 적도 뜨거운 바다에서도 아마존 깊은 정글에서도 SK주식회사는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고 적고 있다. 외국계 맥주 카스와 경쟁을 벌이는 국내 유일한 토종 맥주 브랜드 하이트도 애국심 광고를 펼치고 있다. 태국기를 배경으로 ‘우리 나라 우리 맥주, 대한독립 만세 맥주독립 만세’란 제목 아래 “그날엔 우리의 주권을 되찾자는 함성이 드높았습니다. 오늘은 우리 경제의 주권을 확립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맥주 시장을 외국 자본으로부터 지키는 일-하이트가 함께 합니다.”라고 적었다. 국내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레인콤은 지면 맨 위에 태극기를 내세우고 ‘아니 맨 몸으로 만세 부른다고 독립이 돼?’라는 제목을 달아 3·1절 신문 광고를 진행했다. 광고에는 “하드디스크 타입 MP3 시장은 미국 기업이 세계시장 대부분을 석권한다”면서 “MP3 종주국으로 이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고 적었다. 하드디스크 타입 세계 1위 업체인 미국의 애플컴퓨터가 최근 제품 가격을 인하하자 애국광고로 대응한 것이다. 또 최근 전자사전 겸용 MP3플레이어를 내놓은 만큼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는 전자사전 만큼은 우리가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국산품 애용을 강조했다. 한편 KT의 캠페인 ‘건강한 인터넷으로 하나되는 나라’는 해외 유명 기관 홈페이지에 잘못 게재된 대한민국의 정보를 바로 잡는 활동을 하는 사이버 민간 외교사절단 반크를 모델로 삼아 제작됐다. 관계자는 “애국심 호소형 광고는 IMF 경제위기 당시 기업들에 ‘IMF시대의 비상구’로 불릴 만큼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면서 “국민들에게 태극기에 대한 사랑을 호소함으로써 국민 감성을 자극하고 한국민이란 자신감을 일깨워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기업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소주파·맥주파’ 술 마니아 세계

    ‘소주파·맥주파’ 술 마니아 세계

    술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술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술이 너무 좋으니 마셔서 없애자.’는 등 술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다. 술에 대한 평가가 무엇이든 술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술 소비량은 슬로베니아에 이어 세계 2위다. 우리가 즐겨마시는 술은 소주와 맥주다. 경제난이 심각할수록 술 소비가 늘어난다는 통계를 보면 ‘화풀이’나 ‘사교용’ 등 각종 만남에서 술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불경기에 술 소비량이 늘어나지만 지갑이 가벼워서인지 소주 증가율이 맥주 증가율을 뛰어넘는다는 수치도 나와 있다. 지난해 국내 소주 소비량은 모두 108만 1833㎘(360㎖들이 30억 509만병)로 1년사이 3.8%, 맥주는 173만 4331㎘(34억 6866만병)로 1.2% 늘었다. 불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20세 이상 성인 3500만명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소주 86병, 맥주 99병을 마신 셈이다. 양으로만 따지면 맥주가 소주를 앞선다. 여러 동호회 가운데 소주면 소주, 맥주면 맥주만 찾아다니는 별난 마니아들도 있다. 이들의 별난 세계로 살짝 들어가 보자. “한국을 대표하는 술은 뭐니뭐니 해도 소주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술 동아리를 자부한다는 ‘소사모’(소주를 사랑하는 모임) 운영자 최경석(36·서울 송파구 송파동·인터넷마케팅)씨는 큰 부담 없이 진솔한 대화 속에 나눌 수 있는 술이 바로 소주라고 강조한다. ●“왜 술로 뭉쳤나” 지난 6일 오후 5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그와 동아리 회원들을 만났다. “술을 매개로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쳐 쫓기며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편안한 이웃으로 정(情)을 나누자는 게 동호회의 취지입니다.”. 비슷한 차원에서 볼링으로 심신의 피로를 푸는 ‘망치회’와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나는 ‘소나무회’라는 소모임도 거느렸다. 최씨는 “지금까지 회원끼리 결혼한 커플만 해도 12쌍에 이른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술 동호회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않는지…. 주변에서 ‘소사모’를 취재한다고 하니 음주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고 하던데요.”라고 되물었다. “천만에요. 그냥 술을 마구 마시기만 하는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예컨대 와인을 즐기는 모임이라면 문화적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이 잘못이지요. 그런 성격이라면 굳이 동호회까지 만들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어요.” 다시 물었다.“왜 하필 소주인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술은 나쁘게 비쳐지지는 게 사실이고, 더군다나 소주는 독주인데 마시다 보면 동료들 사이에 더러 실수도 따르잖아요.” 이번엔 옆에 있던 소사모 회원 명현숙(31·여·서울 강남구 압구정동·회사원)씨가 곧바로 맞받아쳤다. “명색이 같은 취향으로 뭉친 사람들이어서 주정한다거나 나쁜 모습을 보인 경우, 일부러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임에 나타나지 않게 돼요. 또 알코올 중독의 기미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이 혼자 즐기는 편이랍니다.” ●“가장 ‘술’스러운 소주” 소주 동아리는 1999년 6월 첫 발을 뗐다. 당시만 해도 그냥 술 동아리는 많은데 한국의 술 하면 내놓을 수 있는 고유의 소주에 대한 모임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출범한 지 한달 만에 회원 1000명을 돌파해 스스로도 놀랐단다. 현재 정식 회원은 전국적으로 1840여명이다. 나이를 따지면 26∼50세, 직종으로는 학교 선생님에서부터 자영업자까지 다양하다. 최씨는 “어떤 사이든 ‘쐬주 한잔 어때?’라는 말이 상대방을 친근하게 여기는 정감의 표시인 데다, 부담 없는 가격에 진솔한 얘기를 나누도록 만드는 게 바로 소주”라며 웃었다. 소주 서너잔이 돌았을까 말까 할 무렵 또 다른 회원 김한수(32·서울 마포구 아현동)씨도 거들었다. “누구든지 만취는 아니고 어느 정도 술 기운이 돌 때면 솔직해집니다. 위스키와 같이 너무 독하지도 않으면서 맥주에 비해서는 약간 도수가 높은 술이라 적당한 편에 속하잖아요.” 그는 “아직도 일반적으로 직장 등에서 갖는 술자리는 거의 반강요에 의한 게 많은 듯하다.”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마시는 술은 반드시 탈을 부른다.”고 덧붙였다. 최씨도 “직장에서 불편한 자리에 갔다가 어색하게 술을 마신 뒤, 편안하게 한잔 하자며 새벽에 회원끼리 연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래 맥주를 많이 마시다가 술자리에서 웬만큼 취하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오버’하는 버릇이 있어 소주로 술버릇을 고치려다가 동호회에 가입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맥주로는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소주의 경우 주량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매너’도 배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신바람나는 만남일 경우 소줏잔이 웬만큼 돌아도 걱정될 정도로 취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손꼽았다. ●20명이 236병 거뜬히 “새천년을 앞둔 1999년 10월의 마지막 밤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강원도 강릉에서 모였을 때입니다.” 소사모 회원 20명은 낯설지만 경치가 빼어난 바닷가에서 소주 236병을 비웠다고 했다. 오후 7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무려 16시간이나 술을 들이켰다는 얘기다. “아니, 그러고도 아무 일 없었느냐.”고 묻자 이들은 “티끌 만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다른 술자리에서는 어정쩡하게 놀며 묵묵히 술만 마시는 사람이 꼭 뒤탈을 낸다. 말이 곧 안주인 셈”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편한 술자리일수록 많은 얘기를 나누기 때문에 술도 덜 취한다는 근거에 대해 거짓말같은 얘기도 나왔다. 체내 알코올은 10% 정도가 호흡기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란다. 음주 뒤 노래를 부르거나 심호흡을 자주 하는 것도 숙취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 빨대로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는 것도 다름 아니라 호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은 한 사람의 주량이 평균 3병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안주를 잘 하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뜻이 뭉쳤다 하면 그런 곳으로 모여든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등 몇몇 곳에는 아예 회원들의 아지트도 생겼다고 한다. ●소주 감별에도 자신감 명씨는 “서울시내에 찍어둔 맛집만 30곳은 된다. 그런데 하루는 후배가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길래 웬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동원됐다고 하더라”면서 “특정 방송사의 맛집 지도는 어딘가 짜맞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서울신문의 송기원의 맛집 코너에 믿음이가 스크랩까지 한다고 거들었다. 안주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자 최씨는 중요한 게 있다며 끼어들었다. “보통 소주 하면 ‘진 안주’, 다시말해 국물 있는 안주가 좋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소주라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씹을 것이 나아요. 위장에도 물 종류만 들어가는 건 나쁘다고 하니 소주의 경우에도 들어맞지요.” 이들은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각 지역마다 대표자들이 주선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전국 모임도 갖는다. 전국 8개 지역에서 유통되는 소주를 회원들이 각자 갖고 참석하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소사모에는 특유의 퀴즈게임이 있다. 무작위로 술잔에 부어놓고 8개 지역별 소주의 생산지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도 맛이 공장별로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맛이 다르다는 점을 진짜로 알 수 있느냐.”고 하자 명씨는 기다렸다는 듯 “이 소주는 경기도 ××시에서 생산된 제품인 것 같은데….”라더니 병을 들어 확인까지 해줬다. ●“폭탄주, 소주가 아깝다” 이들의 소주 자랑은 계속됐다. 김씨는 “2002년 신혼여행을 호주로 갔는데 소주가 수출돼 값이 국내에 비해 훨씬 높더라.”고 했고 명씨는 “일본인들은 소주를 우리들이 양주를 마실 때처럼 술집이나 음식점에 ‘키핑’도 해놓는다.”고 알려줬다. 또 최근에 와서야 업체들에 의해 브랜드로 만들어졌지만 소주의 역사는 기록상 고려 성종 때인 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국민들이 소주를 즐겨 마시는 게 애국심 때문’이라는 묘한 말도 꺼냈다. 외국이나 다른 주종의 경우 업체에서 홍보에 엄청난 힘을 쏟는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데도 소비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소사모 회원들이 말하는 ‘술 빨리 깨는 방법’이 아주 흥미롭다. ‘속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토한다, 술자리에서는 담배를 삼간다, 술 한잔에 안주 한 점, 한 자리에서 뿐만 아니라 차수를 변경해도 절대 섞어 마시지 않는다, 술 마시기 전에 꼭 식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술로 생기는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법도 한번쯤 짚어 볼 만하다. 두통과 속쓰림에는 식초 생강차를 권한다. 얇게 썬 생강을 식초에 4∼5일 정도 절여 뒀다가,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이 생강을 2∼3조각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적당량의 벌꿀을 섞어 마시면 된다. 숙취가 남아 있어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으면 매실차를 마신다. 매실을 구워 놓았다가 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잘 으깬 다음에 마시면 좋단다. 시금치로 만든 주스도 숙취해소에 ‘딱’이라는 점도 참고사항이다. 녹차도 잎에 있는 폴리페놀이라는 물질이 혈중 포도당을 증가시켜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맥주밖엔 난 몰라! ‘소사모’와 달리 우리나라 대표 맥주가 없어 안타까운 나머지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모임도 있다. 홈 브루어리(Home brewery·자가양조 맥주) 모임 ‘맥주 만들기 동호회’(맥만동)이 그것이다.2002 월드컵축구대회 무렵 발족해 현재 정회원이 전국에 400여명이다. 그러나 실제 모임에 참여하지 않을 따름이지 자가 양조를 즐기는 인구는 1만 4000여명이나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하우스 맥주’나 집에서 만든 맥주를 돌아가며 맛보기 위해 끼리끼리 모여든다. 지난 5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맥주집에서 맥만동 회원 6명을 만났다. 회원 최원규(36·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회사원)씨는 “독일로 출장 갔다가 마신 맥주 맛에 빠졌는데 국내에서는 판매하는 곳이 없어 수소문 끝에 동호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맥주는 종류를 따지면 100가지도 넘는데 입맛에 맞는 맥주의 세계에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고, 시중에서는 가격이 비싸 거품을 빼자니 스스로 만들어 마시는 방법을 택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달려온다는 사아랑(34)씨는 “원래 소주파였는데 친구와 우연히 다른 종류의 하우스 맥주를 마신 뒤 이런 맛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맥만동에 가입했다.”면서 “회원들은 맥주 만들기에 쓰는 발효통 3∼5개에 원액캔과 영업용 냉장고까지 갖추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우리들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는 미국식 라이트 맥주는 마케팅 전략으로 다양한 맥주의 맛을 빼앗아 버린 술이라는 게 회원들의 얘기다. 맥주 만들기는 기구소독→원액 녹이기→원액 끓이기→1·2차 발효 과정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초보자들이 학습용으로 쓸 수 있는 ‘홈 브루어리’ 세트를 판매하는 업소도 늘고 있다. 맥만동 역시 맥주를 만드는 정보를 주고 받으며 건전한 음주문화 가꾸기에 힘쓰는 것은 소사모와 같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성강옥(44·여)씨는 “지난달 28일 집에서 남편 등 회원 17명이 모임을 가졌는데 맥주 20ℓ를 만들어 오후 7시부터 7시간이나 이어졌다.”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이웃처럼 많은 대화을 나누고, 즐기는 새로운 음주문화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술을 섞어 마시면 한꺼번에 두가지 물질을 분해하는 데 부담을 갖는 인체의 특성상 폭탄주는 금물”이라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만들어 마시다 보니 생강, 인삼, 계피, 심지어 고춧가루를 넣은 맥주 등 다양한 실험까지 가능해져 회원들과 나누어 마시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여담여담] 앙드레김 바로 세우기/최여경 주말매거진 We팀 기자

    일흔살의 디자이너는 이날도 무대에 섰다. 아침부터 진행된 행사 준비로 약간 지쳐 보였지만 화장은 들뜨지 않고, 화려한 하얀 옷은 여전히 깔끔하다.3일 저녁,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그의 이름을 건 안경브랜드 패션쇼. 그는 행사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정리하고,20여개국 대사·참사관 부부와 같은 명사를 찾아 인사를 하며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들은 그를 만났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표정이다. 순간 그가 디자인한 한국외국어대 부속외고의 교복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떠올랐다. 그의 말투를 흉내내며 ‘너무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하다.’는 것부터 ‘왜 하얀 옷이 아닌 걸까.’‘교복을 입으면 말투가 그처럼 될까.’까지. 안타깝게도 세련됐다, 멋스럽다 등 옷 자체의 평가보다 그를 희화한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의 옷을 입기만 해도 상류사회에 편입될 수 있는 듯하고, 헤어마스카라를 한 머리와 진한 아이라인의 눈매에,“오우∼”로 시작하는 말 속에는 뷰티풀, 엘레강스, 판타스틱, 엑설런트 등 온갖 영어표현이 뒤섞여 있어 우리는 그를 그저 사치의 중심에 선 디자이너나, 말투와 외모가 독특한 인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의 삶의 철학과 직업정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2시간동안 신문을 훑고,50년 가까이 계속해온 일을 하며 늘 쇼를 기획하고, 손님을 접대하며 그들이 갈 때 문까지 직접 배웅한다는 것을. 비록 이름은 외국어지만 장부를 꼼꼼히 정리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모범성실납세자이며, 자비를 들여 국내외에서 패션쇼를 열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각국의 대사의 동정을 챙기고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초대해 대한민국 민간외교관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애국자라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은 ‘앙마담’,‘앙샘(앙선생님)’ 정도로 부르는, 장점이 훨씬 많음에도 단점이 더욱 부각된 인물, 너무 세심해서 오해도 받는 인물…. 하지만 외국에서는 ‘놀라운 옷의 예술가’로 인정받는 패션 마에스트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문화훈장을 주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1999년과 2003년에 그의 날을 선포하기도 한 그가 바로 패션 대가, 앙드레김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는 끊임없이 진행돼야 한다. 그 연장선으로 앙드레김의 진가를 바로 알고 우리의 패션 역사 바로 세우기를 시작해야 한다. 최여경 주말매거진 We팀 기자 kid@seoul.co.kr
  • 두 거장감독 ‘스릴러 대결’

    영화사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큰 발자국을 남긴 거장 감독의 스릴러물이 오는 11일 나란히 개봉한다.‘양들의 침묵’조너선 드미 감독은 ‘맨츄리안 켄디데이트’에서 정치 스릴러의 진수를 선사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스파이더’에서 정신분열자의 1인칭 시점을 좇는 심리 스릴러를 펼쳐 보인다. 독특한 문법의 이 스릴러들은 지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정치음모 좇는 스릴러 걸프전증후군, 기억조작, 정치음모 등 영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가 아우르는 소재는 광범위하다. 하지만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한 개인의 추적이라는 스릴러 형식을 기둥줄기 삼아, 다양한 소재로 가지를 쳐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만만찮은 소재를 산만하지 않게 요리해 내는 영화는 애국주의로 포장된 정치적 야욕에 대한 비판이자, 과학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애국심에 대해 연설하는 걸프전 참전용사 벤 마르코 소령(덴젤 워싱턴). 겉모습과 달리 그는 전쟁이 끝난 지 12년이 지나도록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들추는 반전영화처럼 운을 떼는 영화는, 이내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으로 무대를 옮긴다. 벤은 걸프전 당시 공을 세운 부하 레이먼드 쇼(리브 슈라이버)를 추천해 훈장을 받게 했고, 레이먼드는 이를 발판삼아 정치계에 입문한다. 레이먼드의 어머니이자 상원의원인 엘리노어(메릴 스트리프)는 “국민은 전쟁영웅을 원한다.”는 논리로 아들을 부통령 후보에 올린다.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의 모습은 ‘왝 더 독’‘프라이머리 컬러스’류의 정치풍자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기억조작이라는 소재를 불러들이며 과학과 주체의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음모를 파헤치려는 자와 음모의 제공자가 모두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면 누가 어떻게 이 사건을 파헤칠 수 있을까. 이성의 힘을 지닌 주인공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보통의 스릴러와 달리, 지금까지 영화를 지탱해온 주체를 지우는 영화는 대신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전쟁, 정치, 과학이라는 다양한 문제를 돌아 인간으로 회귀하는 영화의 시선에는 비판의 칼날과 동시에 결코 세뇌될 수 없는 인간의 그 무엇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 원작은 리처드 콘돈의 베스트셀러 소설.15세 관람가. ●머릿속 미로찾는 스릴러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린다. 무언가를 찾으며 중얼중얼 걸어가는 품새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고 그가 찾아간 곳은 어딜까. 영화 ‘스파이더’(Spider)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기에, 초반부에는 무수한 의문부호만 남긴다. 남자의 정신세계는 안개처럼 뿌옇게 가리워져 있고, 관객은 그 안개를 하나 둘 걷으며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 여정에 동참하는 순간, 여러 갈래의 미로는 나름의 찬란한 빛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주인공 남자인 스파이더(랄프 파인즈)가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다가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로 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사회복귀시설에 들어온 것이라는 윤곽을 알게 될 즈음, 결코 한가지로 해석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거리를 거닐다가 30년전 자신이 살던 집 앞에서 과거와 맞닥뜨리는 스파이더. 스파이더의 머릿속 여행이기에 과거의 일들은 현실이 되어 그와 공존한다. 배관공인 아버지(가브리엘 번)와 조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어린 스파이더는, 아버지가 자주 가는 술집에서 매춘부 윌킨슨과 마주친다. 가정적인 어머니에게 싫증을 느끼던 아버지는 매춘부와 바람이 나고 어머니를 죽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스파이더의 눈에는 복지시설의 윌킨슨 부인조차 매춘부의 얼굴로 보인다. 어쩌면 매춘부와 어머니도 동일 인물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무심코 흘려보낸 단서들이 하나둘 뇌리를 스치면서 다양한 해석의 갈래를 뻗게 한다. 어린 시절 각인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심리 보고서이자, 부모의 섹슈얼리티 앞에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매력적인 배우 랄프 파인즈의 변신과, 정숙한 부인과 천박한 매춘부의 1인 2역을 연기한 미란다 리처드슨의 연기가 눈에 띈다.18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野, 명패·서류 던지며 격렬 항의

    ‘상생의 정치’를 표방한 17대 국회가 2일 끝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임시국회 회기를 마감했다. 행정도시특별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이번 국회는 의정 사상 가장 많은 법률안을 포함해 안건 110건을 처리했지만, 여야 의원이 멱살을 잡으며 이전투구 양상을 재연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장면1:오후 10시45분 한나라당 의원총회 앞 행정도시법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 비공개 의총이 열린 본청 146호 앞.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가 급히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를 찾아왔다. 김 수석은 굳은 표정으로 “10시50분까지는 기다리겠지만, 그 이후에는 직권상정으로 처리하겠다.”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남 수석은 “설득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김 수석은 단호했다. 바로 그때 8일 동안 반대농성을 벌여온 이재오·박계동 의원 등이 뛰어나오며 “50분까지 기다릴 것 없다. 무조건 막겠다.”며 본회의장으로 뛰어올라갔다. ●#장면2:오후 10시50분 본회의장 전선(戰線)은 의석과 발언대가 만나는 지점. 열린우리당 의원 50여명이 양쪽으로 흩어져 야당의 진입에 대비했다. 의장석에 선 김덕규 부의장은 “의장이 직권상정하겠다.”고 말한 뒤 김한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특위위원장에게 법안을 설명할 것을 요청했다. 이 순간 한나라당 김문수·박계동·배일도·이재오·이재웅·전재희 의원 등 반대파가 고함을 지르며 의장석 근처로 뛰어갔다. 이들은 여당 의원에 가로막히자, 의석에 놓여있던 법안 서류뭉치를 김 위원장에게 마구 던졌다. 야당이 던진 서류뭉치에 얼굴과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김 위원장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제안설명을 마쳤다. 이재오 의원은 “야!김덕규!너 내려와. 이건 위헌이야.”라고 외쳤고, 김문수 의원은 “날치기야.”라고 가세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반대 토론자로 발언대에 서 “이게 법치국가의 일인가. 이런 분위기에서 왜 강행하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반면 여당 의석에선 “왜 진작에 찬성한 것을 반대해.”,“법사위에 왜 가지고 있었어.”라는 맞고함이 울려퍼졌다. ●#장면3:오후 10시55분. 입장하는 야당 의원들 김 부의장은 “법사위에 심사기간을 정해 오후 9시30분까지 부의하도록 했는데, 심사가 진행되지 않아 직권상정했다. 또 지금 제안설명했고, 반대 토론까지 기회를 줬는데, 토론하지 않으면 참여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회의를 계속 진행하겠다.”며 투표를 선언했다. 때를 맞춰, 한나라당의 ‘비(非)반대파’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20여명은 의석에 앉았고, 더러는 팔짱을 끼고 회의장 뒤쪽에 서서 동료 의원들의 몸싸움을 지켜봤다. 김문수 의원은 더욱 거칠게 반발하며 발언대로 뛰어 올라갔고, 의장의 명패를 집어던졌다. 뒤늦게 달려온 심재철 의원 등은 의석에 있던 서류뭉치를 던져가며 소리를 질렀다. 오후 11시쯤 재적의원 296명 가운데 177명이 투표에 응했고,158명이 찬성했다는 전광판 표시가 뜨자 열린우리당 의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기권했고, 김덕룡 원내대표는 찬성표를 던졌다. 한나라당 김기현·김희정·맹형규·이경재·김석준·주성영·최연희·고흥길 의원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투표가 끝났지만 김문수 의원은 분을 풀지 못하고 의장석으로 달려가 3분 가량 거칠게 항의했다. 한나라당의 나머지 의원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항의표시를 했다. 같은 시각 본회의장 밖에서는 서울시의회 의원 등 50여명이 몰려와 욕설을 퍼부었다. 박지연 김준석기자 anne02@seoul.co.kr
  • 3·1절에 울린 ‘독도의 분노’

    3·1절에 울린 ‘독도의 분노’

    제86돌 3·1절을 맞은 1일 삼일정신을 기리고 순국열사들의 넋을 달래는 기념행사가 전국에서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는 애국지사와 광복회원을 비롯한 정부인사 및 각계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3·1절 기념식이 열렸다. 대한민국 광복회는 오후 2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을 해 3·1운동의 진원지가 된 종로 탑골공원의 태각비 앞에서 독립운동으로 희생된 선열을 기리는 추모식을 가졌다. ●광복회 민족대표 33인 추모 독도에서는 낮 12시 울릉군의회 의원과 군민 등 175명이 태극기를 들고 참석한 가운데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을 규탄하는 ‘범 군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동도 선착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주한 일본 대사의 ‘독도영유권 망언’을 규탄했다. 참석자들은 대회가 끝난 뒤 500여개 고무풍선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드리워 일본쪽으로 날려보냈다. 부산지역 요트 동호회원 등 6명은 이날 오후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을 규탄하는 의미에서 이날 부산에서 요트를 타고 독도로 출발했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단체전국연합은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피해자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넘겨받은 48만명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전체를 공개하라.”면서 “민관이 합심해 보상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태평양유족회는 탑골공원 앞 인도에서 3·1절 기념행사를 가졌다. 진보와 보수 성향 단체들도 각각 3·1절 행사를 진행했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로 이루어진 국민행동본부는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북한해방 3·1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현 정부의 일방적 대북 지원은 독재를 옹호하는 반민족적 행위이며 친북좌익세력은 김정일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통일연대 회원 300여명은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명동성당까지 3.2㎞ 구간에서 ‘민족자주 3·1만세 행진’을 펼쳤다. 또 3·1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주민 29명이 일본군에 학살된 경기 화성시 제암리에서는 당시 참상을 재현한 마당극 ‘아!제암리 만세’가 공연됐다. 또 하남시 여성회는 시청광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3·1절 기념행사’를 열고,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경찰은 이날 전국 24개소에서 7만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1절 기념행사가 열렸다고 밝혔다. ●홈피·블로그 ‘사이버 태극기’ 물결 한편 사이버 세상에서도 태극기의 물결은 이어졌다.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고구려 지킴이’ 회원 70여명은 서울 명동에서 태극기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애국가와 만세삼창을 한 뒤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었다. 싸이월드와 네이버 회원들은 각자의 미니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사이버 태극기’를 게양하고 3·1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온라인게임사인 ‘엠게임’은 무협 게임 속에 ‘독도는 우리땅’이란 현수막과 태극기를 내걸었다. 이날 정오에는 게임 이용자들이 동시에 ‘3·1절 만세삼창’을 하는 깜짝 이벤트도 벌였다. 이효용 박지윤기자 utility@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