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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시, 삼학사 충절 기리는 ‘현절사 제향’ 거행

    광주시, 삼학사 충절 기리는 ‘현절사 제향’ 거행

    경기 광주시는 22일 남한산성 내 현절사에서 병자호란 당시 척화를 주장하다가 청나라에 끌려가 순절한 삼학사 홍익한·윤집·오달제 선생과 척화파의 거두 김상헌, 정온 선생의 충절을 기리는 ‘현절사 제향’을 거행했다. 제향식에는 현절사 도유사를 비롯해 신동헌 광주시장·유림·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제향행사 초헌관으로 신동헌 시장, 아헌관에는 박현철 시의회 의장, 종헌관은 이창희 광주문화원장이 맡아 제를 올렸으며 전국 각지에서 위패를 모신 분들의 후손이 참석해 선조의 넋을 기리며 애국애족 의식을 높이는 시간을 함께 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현절사는 숙종 14년(1688년)에 광주유수 이세백이 건립했으며 현절사 제향은 2008년 광주시 무형문화유산 제2호로 지정된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이 청 태종의 12만 대군에 포위됐을 때 항복하지 말고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해 패전 후 청나라 심양에 끌려가 죽음을 당한 삼학사의 위패와 함께 당시 척화를 주장했던 김상헌·정온의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제향은 춘계 음력 3월 중정일과 추계 음력 9월 중정일에 올리고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오는 23일, ‘2018년 서울특별시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 개최… 7천 명 규모 개최 ‘눈길’

    오는 23일, ‘2018년 서울특별시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 개최… 7천 명 규모 개최 ‘눈길’

    ‘2018 서울특별시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를 오는 23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지체장애인의 건강증진과 체육활동을 통한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 및 체육 생활화를 구현하기 위해 개최됐다. 올해 대회는 서울특별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도전과 열정으로 하나되자!”라는 슬로건으로 전국 17개 시·도협회 임직원 및 회원들과 자원봉사자 등 약 7천여명이 참가하여 장애인 체육을 통하여 모두 함께 화합하는 축제의 장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지체장애인협회와 서울시지체장애인체육회가 주관하며, 서울특별시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본 대회는 매년 전국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열리는 전국 지체 장애인들의 체육 한마당이다. 식전공연은 취타대 연주를 시작으로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애국가를 불러 감동을 선사한 장애인합창단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할 예정이며, 대북팀의 웅장한 공연으로 참가자 모두가 하나되는 축제의 장으로 진행된다. 대회 순서는 식전공연에 이어 진행되는 개회식, 체육경기, 브라스밴드와 초대가수의 축하공연에 이은 시상 및 폐회식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개회식은 23일 화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며, 복지부장관상 및 서울시장상 수여식을 갖고,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창원 위원장, 오중석 시의원, 지원이 가수에게 감사패 수여식이 진행된다. 이어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김광환 중앙회장의 대회사를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대신하여 윤준병 행정제1부시장님이 환영사를,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축사와 국회의원 등 내빈의 축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본 경기는 단체줄다리기, 휠체어 400m 릴레이, 육상 400m 릴레이, 한궁, 좌식배구 등 총 5개 종목으로써 모두 예선을 거쳐 결승전을 치르게 되며, 시도별 종목 성적을 최종 집계하여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시·도가 종합우승을 하게 된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신체적인 불리로 인해 각종 운동경기 참가의 기회가 적은 지체 장애인들이 서울의 한복판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마음껏 스포츠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예정이며 특히, 지체장애인들의 주 종목인 휠체어 400m 릴레이는 각 시·도 협회 응원단의 열렬한 응원과 박수 속에서 남,여 선수들이 교대로 그라운드를 질주하면서 경기가 진행된다. 본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특별시지체장애인협회장 황재연 위원장은 “2018년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가 서울특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장애인이 행복한 무장애 세계 일류 도시인 이곳 서울에서 개최되는 만큼, 전국의 지체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끝까지 함께 동행하고, 상호 협력하는 꿈과 희망을 나누는 화합의 장이 되도록 대회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당 보수대통합에 계륵 된 ‘태극기부대’

    포용땐 바른미래 간 의원들 복귀 못할 듯 내치면 지지율 하락… 친박 탈당 가능성 보수대통합 작업에 시동을 건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와 석방을 주장하고 있는 ‘태극기부대’ 포용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보수진영을 정당이라는 하나의 틀 속에 가두기보다 각 세력이 기본적인 철학을 공유하고 이슈에 따라 협력하는 네트워킹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도부터 우파 성향이 강한 진영까지 범보수가 한국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도 지난 15일 “태극기부대는 극우가 아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 그룹인데 ‘그들을 보수 세력에서 제외할 것이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태극기부대를 받아들이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만약 태극기부대와 함께하는 통합을 추진하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했던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이 친정으로 복귀할 명분을 잃게 된다. 보수통합의 한 축이 흔들리는 셈이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태극기부대와 바른미래당 출신 의원이 어떻게 한배를 탈 수 있겠나”라며 “혁신도 없이 ‘덮고 가자’는 식의 통합을 하면 한국당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했다. 태극기부대를 제외한 통합을 단행하면 후유증이 예상된다. 태극기부대 이탈과 함께 당 지지율 하락은 물론,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당에서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받는 대한애국당은 19일 한국당에 ‘보수 정통성 및 박 전 대통령 탄핵 토론’을 제안한 상태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아직 애국당 측으로부터 토론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태극기 부대를 어쩌나…한국당 보수대통합 딜레마

    태극기 부대를 어쩌나…한국당 보수대통합 딜레마

    보수대통합 작업에 시동을 건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와 석방을 주장하고 있는 ‘태극기부대’ 포용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보수진영을 정당이라는 하나의 틀 속에 가두기보다 각 세력이 기본적인 철학을 공유하고 이슈에 따라 협력하는 네트워킹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도부터 우파 성향이 강한 진영까지 범보수가 한국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도 지난 15일 “태극기부대는 극우가 아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 그룹인데 ‘그들을 보수 세력에서 제외할 것이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한국당이 태극기부대를 받아들이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만약 태극기부대와 함께하는 통합을 추진하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했던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이 친정으로 복귀할 명분을 잃게 된다. 보수통합의 한 축이 흔들리는 셈이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태극기부대와 바른미래당 출신 의원이 어떻게 한배를 탈 수 있겠나”라며 “혁신도 없이 ‘덮고 가자’는 식의 통합을 하면 한국당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했다. 태극기부대를 제외한 통합을 단행하면 후유증이 예상된다. 태극기부대 이탈과 함께 당 지지율 하락은 물론,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당에서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받는 대한애국당은 19일 한국당에 ‘보수 정통성 및 박 전 대통령 탄핵 토론’을 제안한 상태다. 당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일부 한국당 의원을 향한 러브콜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아직 애국당 측으로부터 토론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자 외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18일 라디오에서 “한국당에서 이야기하는 보수대통합은 정치적인 이합집산으로 어중이떠중이를 다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20(끝)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20(끝)

    서울신문은 대한제국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찾았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작가가 직접 조선과 일본에 머물려 취재해 쓴 이들 소설에는 고종의 해외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도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대한제국이 배경인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먼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 <마지막회(20회)>베델(어니스트 토머스 베델)과 소녀, 그리고 내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작은 드라마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에 실패한 뒤 소녀와 나는 요트를 타고 상하이로 건너왔다. 그 뒤 나는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 뉴욕 브루클린에 터를 잡았다. 우리가 모험을 펼쳤던 조선은 어떻게 됐냐고? 베델과 민영환 대감이 황제를 데리고 궁으로 돌아간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11월 17일. 마침내 하세가와(당시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관으로 훗날 조선의 2대 총독이 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군대를 소집해 경운궁을 에워쌌다.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이토(이토 히로부미)가 궁에 직접 들어가 겁쟁이 황제(고종)에게 “조선은 일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호통을 쳤다. 결국 일본은 이날 강제로 조약(을사늑약)을 체결했다. 그 일 뒤로 2년이 지난 1907년 7월. 우리가 구하려 했던 조선의 늙은 왕은 일본에게 왕위마저 빼앗겼다. 이후 궁에 갇혀 사실상 옥살이를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조선의 애국자들이 의병대를 꾸려 서울 곳곳에서 봉기를 일으켰지만 안타깝게도 일제에 의해 잔혹하게 처단됐다. 조선 역사에 큰 죄를 지은 황제는 지금(이 소설을 출간하는 1912년 12월)도 궁에서 살고 있다. 민 대감은? 조선 왕이 일본의 총검 앞에서 외교권을 포기하는 조약(을사늑약)에 서명한 다음날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적어도 언론을 통한 ‘공식적인’ 경로로는 그렇게 알려졌다. 하지만 저 너머에 있는 진실을 과연 누가 알겠나... (번역자주:이 부분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민영환이 일본인들에게 의해 타살된 뒤 자살로 위장 처리됐을 것이라는 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죽지 않고 해외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아마도 작가가 이 소설을 시리즈로 쓰려고 ‘열린 결말’의 형태로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가장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건 나의 오랜 벗 베델이었다. 영국은 동맹국인 일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그를 재판정에 세웠다. 영국의 벗인 일본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반역을 선동했다는 혐의다. 결국 베델은 영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상하이에 있는 영국 감옥에서 복역했다. (번역자주:실제로 베델은 1908년 6월 서울 주재 영국총영사관에서 재판을 받고 3주간 금고형(6개월 근신 포함) 선고를 받았습니다. 당시 조선에는 영국인을 구금할 시설이 없어 중국 상하이에 있던 영사관 내 감옥으로 보내졌습니다. 인천과 상하이 간 정기 배편이 없었기에 영국 군함 ‘클리오’호가 베델 한 사람을 데리러 인천에 오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그는 감옥살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영자지)를 발간하며 일본인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이 저항은 오래 가지 못했다. 조선에서 몸과 마음의 병을 얻었고 얼마 안 가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내가 아는 한 베델은 지금도 그 유령의 땅(조선)에 묻혀 있다. (번역자주:베델은 평소에도 몸을 돌보지 않던 성격이었던데다 일제의 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독주와 담배로 달랜 것이 원인이 돼 1909년 5월 1일 37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토 히로부미는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듯 주도면밀하게 조선 병합 작업을 진행하다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한 조선인(안중근)의 총에 맞아 숨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생전에 그토록 원하던 바람이 이뤄졌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이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몰카범’ 경찰·성추행 교사… 솜방망이 징계가 그들을 키웠다

    [관가 인사이드] ‘몰카범’ 경찰·성추행 교사… 솜방망이 징계가 그들을 키웠다

    작년 국가·지방 공무원 성범죄 400건 특수강간 등 강력범죄도 매년 증가세 10명중 6명 교육 공무원…4년새 3배↑ 경찰관도 급증…중징계는 36%에 그쳐 내년 100만원이상 벌금형땐 즉시 퇴출국정감사에서 유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게 있다. 각 부처 일부 공무원들이 저지른 성범죄와 이들에게 내린 솜방망이 징계다. 각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성범죄는 해마다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그럼에도 징계 수위가 낮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내년부터 공무원의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시행되는데 어느 정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성폭력처벌법 위반 공무원 4년간 288명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가·지방공무원이 저지른 성범죄 건수는 400건이었다. 2013년(191건)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해까지 총 1475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이 중 강간이나 강제추행이 대다수(1251건·84.8%)를 차지한 가운데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몰카’ 범죄가 두 번째(182건·12.3%) 자리에 올랐다. 인사혁신처가 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는 더욱 충격적이다. 특수강도강간, 미성년자·장애인 강간, 친족 강간 등 죄질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범죄에 해당하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88명이나 됐다. 2014년 36건이었던 성폭력처벌법 위반 건수는 2015년 89건, 2016년 78건, 지난해 85건으로 증가세다. 부처별로는 교육부 공무원들의 성범죄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건수(85건) 중 가장 많은 54건(63.5%)이 중·고등학교 교사를 포함한 교육부 공무원이 저지른 것이었다. 2014년(18건)에 비해 3배 늘었다. 지방교육청 공무원도 2013년 성범죄 34건에서 지난해 135건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민중의 지팡이도 ‘제 식구 감싸기’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경감 A씨는 경찰서 여자화장실에 미리 들어가서 기다렸다. 옆 칸에서 여성이 용변을 보는 소리가 들리자 변기를 밟고 올라서서 이를 내려다보다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위 B씨는 몰카범을 단속하긴커녕 몰카범을 자처했다. 지하철 열차와 승강장에서 지나가는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걸렸다. 둘 다 지난해 12월 해임됐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행안위)이 공개한 경찰공무원의 성 비위 민낯이다. 성범죄를 단속해야 할 경찰관의 성범죄는 매년 늘었으며 이들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실(행안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209건의 경찰관 성범죄가 확인돼 징계가 내려졌다. 2015년엔 경찰 성범죄 건수는 50건이었는데 2년 만인 지난해 78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24건의 경찰관 성 비위가 적발됐다고 조 의원실은 밝혔다.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높지 않았다. 중징계로 분류되는 파면·해임은 76건(36%)에 불과했고 상대적으로 경징계인 정직(38%)과 강등·감봉·견책(26%) 순이었다. 솜방망이 징계로 제 식구를 감싼 것은 경찰청뿐만이 아니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각종 문제를 일으킨 해양수산부 공무원 159명의 징계 현황이 나온다. 이 중에서 성범죄에 연루된 4명 중 2명에게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정부 부처 중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였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용부 임직원의 성 비위는 8건이 적발됐는데 성매매·성추행으로 적발된 직원 2명에게 견책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수부·고용부, 가장 낮은 ‘견책’ 징계 내년 4월부터 성 관련 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들은 즉시 퇴출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지난 3월 행정안전부가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검토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성희롱 등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에겐 실·국장 보직제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부 교수는 “그간 공공부문에서 (성희롱 등에)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내년 시행되는 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공무원에 대한 성 인지 교육을 넘어 인사상 불이익을 비롯한 강력한 조치들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서간도 독립운동 선구자…반일 군사항전 이끌었던 거목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서간도 독립운동 선구자…반일 군사항전 이끌었던 거목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든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만주벌 호랑이’ 일송(一松) 김동삼. 평생을 만주 벌판과 밀림을 누비며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선생은 이런 유언을 남겼다. 독립운동 연구가들은 김구, 안창호보다 김동삼 선생을 더 높이, 최고로 받든다. 선생의 호(號) 때문인지 ‘일송정(一松亭)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로 시작되는 가곡 ‘선구자’의 실제 모델이 선생이라는 설도 있다. 서간도 독립군기지 개척의 선구자이며 만주의 독립전쟁을 이끌었던 선생은 1878년 6월 23일 경북 안동 임하면 천전리(川前里) 278에서 태어났다. 행정 지명처럼 선생이 나고 자란 마을 이름은 ‘내앞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낙동강 지류인 반변천이 굽이쳐 흐른다.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강 두물머리처럼 안동에서 물길이 갈라지는데 북동쪽으로 안동호와 이어지는 강이 낙동강 본류이고 동쪽으로 임하호로 연결되는 하천이 반변천이다.경북독립기념관이 있는 마을 어귀에서 차를 내려 200여m 들어가니 선생의 생가가 있다. 원형을 잃었고 평생을 헌신한 독립운동가의 생가로서는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300m쯤 더 들어가 선생의 족숙(族叔)이며 석주 이상룡의 처남인 독립운동가 백하 김대락의 고택인 ‘백하구려’(白下舊廬)를 찾았다. 김대락의 후손인 김시중(81)씨가 기거하며 집을 돌보고 있었다. 김씨는 “김대락을 필두로 임신부와 아이들까지 의성 김씨 일족 150여명이 한꺼번에 만주로 독립운동을 하러 떠났다”면서 “‘3000석 부자’였던 백하 선생이 멀리는 강원도까지 흩어져 있던 많은 토지를 50일 동안 처분했는데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동삼은 일제의 침략과 만행이 본격화된 1907년 유인식, 이상룡과 3년제 중등학교 ‘협동학교’를 세웠다. 퇴계 이황의 학통이 면면히 내려오는 유학의 본고장에서 영어와 수학 등 신학문을 가르친 협동학교는 완고한 유림의 극렬한 반발을 샀다. 초대 교장 유인식은 부자 절연, 사제 절연을 당했다. 김대락 또한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마음을 바꾸어 백하구려를 교사(校舍)로 내주었다. 보수 유림은 의병을 가장해 학교로 사용되던 백하구려를 덮쳐 교사 2명 등 3명의 목을 치는 사건을 저질렀다. 경술국치 넉 달 후인 1910년 12월 말 김대락은 65세의 나이에 일가를 이끌고 망명길에 올랐다. 얼어붙은 압록강을 걸어서 건너고 만주에서는 수레를 타고 이동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협동학교 1회 졸업생이 배출될 무렵인 1911년 초 김동삼도 애국청년 20여명과 함께 중국으로 망명했다. 김동삼은 길림성 유하현 삼원포에 도착, 이회영, 이상룡, 이동녕 등과 서간도 독립운동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그해 4월 군중대회를 열어 경학사라는 자치단체를 결성했다.김동삼은 한겨울에도 싸이혜라는 만주족의 여름 신발을 신고 어깨에 담요 한 장을 둘러멘 채 만주 전병으로 끼니를 이으며 광야의 모랫길을 매일 100여리나 걸어 동포들을 독려했다. 만주 생활은 초기부터 고난의 길이었다. 혹독한 추위, 참혹한 흉년, 목숨을 앗아 가는 풍토병, 중국 마적의 약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행이 이어졌다. 김동삼은 농지를 개척해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한편 신흥강습소를 설립했다. 서간도 독립운동의 요람인 신흥무관학교의 전신이다. 1914년 무렵 선생은 극심한 재정난 등 시련을 견뎌가며 신흥강습소 졸업생들과 함께 백두산 서쪽 고원에 백서농장이라는, 사실상의 독립군 병영을 만들어 장주(庄主)로서 조직을 이끌었다. 중국에서도 조소앙이 기초한 ‘대한독립선언서’가 발표됐다. 서명자 39명에 선생도 들어 있다. 그 무렵 남만주에는 이미 수십만명의 동포가 이주해 있었다. 경학사는 부민단, 한족회로 확대 개편됐다. 한족회는 독립군을 지휘할 군사조직으로 서로군정서를 설치했다. 독판(督辦)에는 이상룡을 추대하고 김동삼은 참모장을 맡아 반일 군사항전에 뛰어들었다. 신흥무관학교 졸업생과 백서농장, 서로군정서 출신은 봉오리·청산리전투를 이끈 주역이 됐다. 서로군정서 독립군들은 국내로 잠입해 주요 기관을 습격하고 일제의 경찰과 밀정을 처단했다. 독립군과 맞붙어 대패한 보복으로 일제는 1920년 10월부터 적어도 3700여명의 무고한 한국인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경신참변을 일으켰다. 이때 삼원포 삼광학교 교장이었던 선생의 동생 김동만도 붙잡혀 말꼬리에 묶여 끌려다닌 끝에 살해당했다. 가족을 멀리하던 선생도 사흘 밤낮을 걸어 삼원포로 가서 애통해 마지않았다. 김동만의 부인은 충격을 받고 정신병을 앓았다. 임시정부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1922년 1월 3일 상하이에서 국민대표회의가 개최됐다. 김동삼은 의장에 선출됐다. 안창호, 윤해가 부의장이었다. 통합을 외친 김동삼의 노력에도 충돌은 수습되지 않았고 그는 의장직을 사임하고 만주로 돌아왔다. 김동삼의 통합 노력은 만주에서 빛을 발했다. 통합단체인 대한통군부에 이어 대한통의부를 출범시켜 김동삼은 최고지도자인 총장에 추대됐다. 통의부는 정의부로 재탄생, 김동삼은 참모장으로서 무장투쟁을 지휘했다. 초산, 벽동, 철산 등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의 일제 경찰서와 주재소를 습격해 일경을 사살,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1925년 7월 내각책임제로 바뀐 임정의 초대 국무령 이상룡은 김동삼을 국무위원으로 발령했다. 그러나 선생은 끝내 사양하고 만주를 떠나지 않았다. 김동삼은 정의부, 참의부, 신민부 3부의 통합을 주도하면서 민족유일당 조직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31년 어느 날 김동삼은 하얼빈의 옛 동지인 의사(醫師) 정진영 집에 들렀다가 일경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항일운동의 거목에게 일제는 악랄한 고문을 서슴지 않았다. 전기고문을 하고 양팔을 등 뒤로 결박해 공중에 매단 뒤 코에 물을 부었다. 단식을 하자 영양주사를 놓으며 고문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동지들의 이름을 팔지 않았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민족의 아픔으로 받아들였다. 가족을 동원한 회유에도 “이제 더 살아서 무엇 하겠느냐”고 단호히 말했다. 면회 온 맏아들 정묵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정한 자리에서 죽게 되는 것도 과분한 일이다. 독립군이라면 대개 풀밭이나 산 가운데서 죽는 것이다.” 선생은 1937년 4월 13일 59세의 나이로 싸늘한 감방에서 쓸쓸히 영면했다. 만주 독립운동 최고 지도자의 비통한 최후였다. 만해 한용운이 시신을 서울 정릉 심우장으로 옮겨 장례를 치렀다. 유해는 유언대로 화장해 한강에 뿌려졌다. 한용운은 단 한 번 눈물을 흘렸는데 선생의 장례 때였다. 후손들도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장남 정묵의 큰딸은 북한에서 폭격으로 사망했고 큰아들, 즉 김동삼의 장손자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다 실종됐다. 셋째 아들은 정신 이상으로 사망했다. 정묵의 부인인 선생의 큰 며느리 이해동(1905~2003) 여사가 둘째 아들 김중생(2016년 사망)씨와 1989년 1월 근 80년 만에 조국 땅을 다시 밟았다. ‘만주생활 77년’이란 여사의 수기에 형극의 삶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여사는 “시아버지를 세 번 뵈었는데 결혼 2년 후, 첫 손자를 낳았을 때, 일제에 붙잡혀 감금돼 있을 때였다”고 썼다. 정부는 1962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삼일공원에 역사체험공간 만든다

    주민참여예산으로 무궁화동산 등 조성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 동작구가 삼일공원 재단장에 나선다. 동작구는 사당로에 자리한 삼일공원을 오는 12월까지 역사적 의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꾸민다고 15일 밝혔다. 삼일공원은 한국 최초의 여기자로 알려진 고 최은희(1904~1984) 기자가 1967년 한 일간지에 독립공원 설립을 제안하는 글을 기고하면서 조성된 곳이다. 1989년 공원으로 지정되며 독립선언서 기념비, 국기 게양대, 어린이 놀이터 등이 설치돼 주민들의 쉼터가 돼 왔다. 구는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점에 주목, 당초 공원을 만든 취지를 되살리고 애국의 의미를 퍼뜨리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으로 재단장을 추진한다. 공원 안에는 무궁화동산이 새로 들어서고 3·1운동에 대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회전·퍼즐 안내판, 태극기, 바람개비 등의 설치물들이 세워진다. 이는 지난 7월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또 사당3동 남성초등학교 진입로에 해당하는 약 100m 길이의 공원 옹벽에는 3·1운동을 테마로 한 타일 벽화를 꾸며 역사가 깃든 통학로를 만든다. 이를 통해 구는 삼일공원이 인근 주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나 학생들에게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공원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원식 공원녹지과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삼일공원이 주민들이 산책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나라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아들의 못다 이룬 꿈 이뤄달라” 31년 모은 유족연금 육사에 기부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발병한 위암으로 숨진 이상엽 소위의 아버지 이승우(84)씨가 31년간 모아온 아들의 유족연금을 육사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이씨는 지난 8일 육사를 방문해 1억원을 육사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고 육군이 14일 밝혔다. 이씨의 아들 이 소위는 1984년 육사 44기로 입학, 생도 1학년 시절 우수생도로 선발돼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로 파견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이 소위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도중 생도 2학년 때 위암에 걸렸고 미국 내 최대 군 병원인 월터리드 육군의료센터에서 치료받았지만 1987년 2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이후 육군 소위로 추서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매달 나오는 유족연금을 31년간 모았고 아들이 중·고교 시절 저금통에 모았던 용돈까지 더해 1억원을 기금으로 전달했다. 이씨는 기금을 전달한 자리에서 “육사는 국가에 헌신하는 청년 장교를 양성하는 곳”이라며 “이 돈은 아들이 못다 이룬 꿈의 값이다. 이 돈으로 아들이 못다 이룬 애국의 꿈을 후배 생도들이 이뤄달라”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2030 세대] 민족주의를 변호하다/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3학년

    [2030 세대] 민족주의를 변호하다/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3학년

    요즘은 어딜 가나 근대국가의 발명품인 민족주의(nationalism)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2002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민족주의가 다원성을 무시한다는 지식인들의 비판이 먼저였고, 그 후 청년들이 가세했다. 이들은 민족주의의 폭풍과 강요된 애국이 삶의 질과는 별 관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역사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한국인들 안에 수많은 이민족이 녹아들었다는 것이 알려졌고, “세계 유일의 단일민족”이라는 것은 그저 신화라는 것도 밝혀졌다. 동시에 대거 유입된 이주민들로 인해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경계도 흐려졌다. 이제 전통적 민족주의는 생각이 굳은 50대 이상에서야 간신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하지만 중동, 이슬람을 공부하다 보면 민족주의가 나쁘기만 한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대체로 이 지역에서 고통을 야기한 것은 민족주의 과잉이 아니라 민족주의 결핍이었기 때문이다. 한 국가 아래에서 영토와 역사를 공유하는 국민이라는 소속감보다는 부족과 종교라는 소속감이 더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에 의해 강제로 이식된 국가 체제는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중동의 정치인들은 국민을 대표한다지만 그 ‘국민’은 특정 부족이나 종파의 구성원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각 부족은 국가의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려고 경쟁적으로 부패를 저질렀고,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내전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국가를 넘어선 정체성도 문제를 일으키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슬람은 분명 민족과 언어에 무관하게 사람들을 포용하는 종교였다. 하지만 이 점은 양날의 칼이었다. 이슬람의 이름 아래 국경을 넘어서는 지하드 전사들의 연대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서유럽과 북미의 정치적 위기는 그래서 국가적 연대의식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중동의 위기와 유사점이 많다. 먼저 유럽연합은 국민 대신 “유럽인”을 만들어 냈는데, 이들은 다수 국민과는 관계없는 엘리트들이어서 그들의 정책은 각국 국민의 삶과 유리되고 있다. 사회 하층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섞일 때 포용적 태도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국민국가가 제시하던 공동선은 사라졌고, 사회는 다양한 정체성의 그룹들로 쪼개져 누가 국가로부터 더 많이 자원을 받아가는지를 두고 경쟁 중이다. 그 결과 찾아온 것이 유럽 각국의 포퓰리즘 운동이다. 나는 그래서 우리를 억눌렀던 민족주의의 퇴조가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민족은 분명 상상된 공동체고, 실체가 아니다. 하지만 그 상상은 유난히 효율적이어서 관계없는 사람들을 묶어 서로 협력하게 만들었다. 그 상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더 나은 협력 기제를 발명할 수 있을까? 진보 지식인들이 상상한 세계시민주의 공동체는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된 것 같다. 대신 현재로서는 대다수의 사람이 마주쳐야 할 세상은 중동에서 보다 명확히 보인다. 다양한 정체성으로 쪼개져 협력의 이점은 사라진 혼돈의 세상 말이다.
  •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장 17일 회고록 출판기념회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장 17일 회고록 출판기념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90) 회장의 회고록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 출판기념회가 오는 1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3·1 운동 100주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을 앞두고 출간한 김 회장의 회고록을 소개하는 자리다.김 회장 가족의 독립운동은 1919년 대한제국 대신이었던 할아버지 동농 김가진의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망명으로 시작돼 아버지 김의한(건국훈장 독립장)과 어머니 정정화(건국훈장 애족장)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석오 이동녕, 성재 이시영,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주역의 품에서 자란 ‘임시정부의 손자’였다. 그러나 광복은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졌고 김 회장은 백범 김구의 서거와 아버지 김의한의 납북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2004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창립한 김 회장은 2006년 재북애국지사후손성묘단을 조직, 평양을 방문해 아버지 김의한이 묻혀 있는 재북인사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국감현장]오들오들 뱅갈 고양이부터 ‘대통령은 여적죄’ 고함까지

    [국감현장]오들오들 뱅갈 고양이부터 ‘대통령은 여적죄’ 고함까지

    국정감사 첫날인 10일 법제사법위, 정무위, 기획재정위, 국방위, 보건복지위, 국토교통위 등 13개 상임위가 각각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지난 한 해 집행한 예산과 정책 등을 검증했다.문재인정부 출범 후 두 번째인 이번 국감에서 첫날부터 다양한 이슈들이 터져나왔다.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는 ‘벵갈 고양이’가 깜짝 등장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월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가져왔다”면서 벵갈 고양이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날 눈치도 없는 퓨마가 탈출해 인터넷 실시간검색 1위를 계속 차지했다. 그랬더니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된 게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NSC 회의 소집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내가 회의 멤버이기 때문에 안다”고 답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후 국정감사에서 “고양이의 눈빛이 상당히 불안에 떨면서 사방을 주시했다”면서 “(퓨마를 사살한 것이) 동물학대라는 차원에서 질의했는데 우리 안의 고양이를 갖고 온 것은 동물 학대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국감장, 상임위장에 동물을 데려오는 것을 금지해 달라. 꼭 필요하면 여야 합의 하에 회의장에 데려오기로 하자”고 요청했다. 한편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한 연설과 관련 “대한민국 대통령은 남측 대통령입니까? 북측 대통령입니까?”라면서 고함을 쳤다. 조 의원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왜 평양에 가서 남측국민이라고 했나”면서 “그래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남측 대통령이라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문 대통령이 여적죄를 범해 시민단체들이 고발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영토보존 의무와 국가보위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여적죄를 조사하실 것이냐”고 물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에 대해 답변을 하려고 했지만, 조 의원은 답할 틈을 주지 않고 맹비난을 이어갔다. 이에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측이라는 표현은)통상적으로 해오던 것으로 노태우정부, 전두환정부, 다 그렇게 해 왔다”면서 “그걸 가지고 지금 국정감사장에서 국가원수 대통령을 함부로 모독하는 발언은 위원장이 적절하게 관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 의원이 소리를 지르면서 김 의원의 말에 반감을 표했다. 이후 인재근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이들을 제지했지만 5분여간 고성과 말다툼이 이어졌다. 이번 국감은 29일까지 14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734개 피감기관을 상대로, 이후 운영위원회·정보위·여성가족위 등 3개 겸임 상임위는 19개 기관을 상대로 오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별도로 이뤄진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세종대왕 영릉 찾은 文대통령 “한글, 위대한 애민정신 새깁니다”

    세종대왕 영릉 찾은 文대통령 “한글, 위대한 애민정신 새깁니다”

    문화·예술 인사들과 ‘왕의 숲길’ 걸어 13~21일 유럽 5개국 순방… 아셈 참석“한글, 위대한 애민정신을 마음 깊이 새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과 572돌 한글날을 맞은 9일 경기 여주시의 세종대왕 영릉을 방문, 방명록에 이처럼 ‘애민’(愛民)의 메시지를 남겼다. 현직 대통령의 세종대왕 영릉 참배는 1994년 김영삼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세종 영릉을 참배한 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목적은 백성 사이의 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함이었다”며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은 왕조시대가 아닌 민주주의 시대에도 본받아야 할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한 참석자와의 오찬에서 “세종 즉위 600주년에 맞는 한글날은 특히 감회가 깊다”며 “해마다 기념식을 치르지만 가능하면 국민과 함께 한글날의 역사성과 현장성을 살릴 수 있는 기념식이길 바라 왔고 오늘 처음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며 “영릉에서 기념식은 어렵지만 참배라도 하고자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케이팝을 보면 한글을 모르는 세계인도 모두 따라 부른다”며 “많은 세계인은 한글을 배우길 원하며 대학 내 한국어 강좌는 물론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고 들었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세종대왕과 한글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해 대선 당시 첫 공식 선거운동일인 4월 17일 일정의 마지막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했다. 당시 “세종대왕의 개혁과 민생, 이순신 장군의 안보와 애국을 잇겠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말 발의한 개헌안도 한자가 병기되기는 했지만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가능한 한 한글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효종과 인선왕후가 잠든 영릉(寧陵)을 참배한 뒤 ‘왕의 숲길’을 걸어 세종과 소헌왕후가 묻힌 영릉(英陵)을 참배했다. 오찬을 비롯한 이날 행사에는 미술가 임옥상, 시인 박준, 가수 이수현, 디자이너 송봉규, 정보기술(IT) 연구원 김준석씨 등과 한글을 활용해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과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한 외국인 소라비(인도), 몰찬 야나(벨라루스) 등이 함께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13~21일 7박 9일 일정으로 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벨기에·덴마크 등 유럽 순방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3∼18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각각 국빈 및 공식방문한 뒤 17∼18일 교황청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의사를 전달한다. 교황청은 문 대통령 면담 하루 전인 17일 오후 6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주재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18∼19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한·EU 정상회담을 갖는다. 덴마크에서 열리는 ‘녹색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충주에 항일독립운동역사관 개관

    충주에 항일독립운동역사관 개관

    일제에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의 투쟁과 희생을 추모할수 있는 공간이 충북 충주와 옥천에 마련됐다. 충주시는 5일 항일독립운동역사관을 개관했다. 충주시 칠금11길(칠금동620)에 위치한 역사관은 부지 355.1㎡, 연면적 882.72㎡에 지상 4층 규모다. 1층은 광복회충북지부북부연합지회 사무실로 쓰고, 2~4층은 전시관이 자리잡았다. 시는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역사관으로 꾸몄다. 예산은 13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에는 을미의병, 3.1운동 등 항일독립운동의 역사적 자료 233점이 전시돼 있다. 신채호, 유자명, 유인석 등 우리 지역 출신이거나 지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업적과 기록도 볼 수 있다. 역사관 개관은 윤경로 광복회충북지부북부연합지회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2015년부터 국내는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를 방문해 자료들을 수집한 뒤 역사관을 마련하자고 건의했다.조길형 충주시장은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독립운동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항일독립운동역사관 개관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주는 교육의 산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옥천에서는 항일 무장투쟁 독립운동가 범재 김규흥(1872~1936) 선생의 기념비가 그가 세운 창명(진명)학교 후신인 죽향초등학교에 세워졌다.1872년 옥천읍 문정리에서 태어난 그는 교육을 통해 민족을 일깨우려 한 선각자이자 독립운동가다. 1905년을 전후해 현 죽향초 전신인 사립 창명(진명)학교를 설립하고, 목화밭을 기증해 학교 터를 마련해줬다. 대한자강회 등에서 활동하며 나라를 개화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1921년 박용만과 함께 베이징에서 흥화실업은행을 세워 독립운동자금을 조달하기도했다.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36년 향년 65세로 중국 텐진에서 세상을 떠났다. 1998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았다. 2014년 9월 선생의 업적 발굴을 위한 기념 사업회가 설립됐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14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14

    서울신문은 일제 침략 당시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고종의 밀사’로 잘 알려진 호머 허버트(1863~1949), 노골적 친일 행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살된 더럼 화이트 스티븐슨(1851-1908),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작가가 실제로 조선에 와서 베델 등을 취재해 쓴 이 소설에는 고종의 연해주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도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서울신문은 이 소설 가운데 하나인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12월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를 번역해 연재 형태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14회>“황제(고종)께서는 이제 떠나실 준비가 되신 것 같소이다. 폐하가 해외 망명에 호의적이실 때 얼른 서둘러 주시오. 왕께서는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일본인의 눈을 피해 중국으로 도망치려다 잡히면 그들이 내 심장을 도려내지 않을까’라며 매우 무서워 하셨소. 그때마다 화가(소녀)가 현악기로 황제의 마음을 달래 두려움을 없애준 덕분에 어렵사리 승낙을 받아냈소.” 민 대감이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붓으로 캔버스에 황제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이토(이토 히로부미)가 꾸미는 대한제국 강탈 음모를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기면 폐하께서도 결국 사슬에 묶인 채 일본 감옥에 끌려갈 것이고 한반도 역시 피로 물들 것이라고요. 백성들은 일본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것도 여러차례 강조했소. 이 모든 일이 경운궁을 수시로 드나드는 하기와라(훗날 2대 조선총독이 되는 하기와라 슈이치)의 코앞에서 벌어질 것이라고도. 그가 궁에 없던 날 무당 두 명이 황제가 먹게 될 사슴고기를 시식했다가 숨진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전하자 황제께서는 공포로 전율하셨습니다. 결국 언제 없어질 지 모르는 불안한 옥좌에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차라리 외국으로 도망치다가 죽는 편이 더 낫다고 결정하셨소.” 나와 베델(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이 크게 기뻐하자 민 대감이 우리의 얼굴을 살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녀는 참으로 멋있는 여성이었소. 궁궐에 온 첫날부터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까. 폐하와 화가 그리고 나 이렇게 셋만 남아 조선 독립의 희망을 말하던 그 짧은 순간은 그간 이 나라의 수백년 황금기와도 맞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이었소...다만 황제께서는 처음에는 이 생각(해외 망명)에 흥분했지만 지금은 다소 차분해진 상태입니다. ‘하루 빨리 조선을 떠나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다가도 갑자기 왕좌에 시무룩하게 앉아서는 ‘겁이 난다’고 무서워하기도 하고 있어요.” 민 대감은 희망과 절망의 표정을 오가며 비겁한 늙은 군주(고종)의 모습을 직접 연기해 보였다. “한 번은 군주께서 점쟁이들과 상의해 언제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을 지 물어 보겠다고 제안했어요. 선악을 주관하는 신(神)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는 절대로 중요한 일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요. 그러자 소녀가 강하게 항의하듯 말했소. 폐하는 황제가 아니신가요?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십니까? 국가의 운명이 달린 문제를 고작 일개 무당들에게 맡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시겠다고요? 제가 초상화를 그린 분은 일국의 군주이시지 자신의 운명조차 스스로 결정짓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못난이가 아니었습니다...라고요. 그러자 폐하는 울음을 터뜨리셨고 자기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괴로워했어요...지금 황제께서는 망명을 결심하신 뒤 비극과 희극 사이에서 감정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기가 괴로울 정도로...” 조선의 유일한 애국자인 민 대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려고 애썼다. 베델은 그에게 소녀가 구상한 황제 납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황제의 내각대신 뿐 아니라 심지어 그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자들에게도 우리의 계획을 절대로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폐하께서는 신속한 탈출을 위해 세자(순종)를 궁에 그대로 두고 혼자 떠나셔야 합니다. 망명을 해야할 때가 되면 폐하를 무당 차림으로 변장시켜 주십시오. 궁은 세자와 신하들에게 맡기고 여성들이 드나드는 문을 통해 뒷문으로 빠져 나오십시오. 궁 바로 옆 사슴공원 한쪽 구석에 말을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그러면 저와 빌리는 북문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황제를 모시고 요트가 정박된 강가로 이동하겠습니다. 북문은 평소 거의 쓰지 않는 문이니 일본의 감시망도 거의 없습니다. 화가도 황제와 동행해야 하기에 북문에서 함께 기다리게 하겠습니다. 그녀는 황제를 태울 요트가 어디에 정박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만약에 일이 잘못돼 일본군에 계획이 노출돼도 정보를 알려줄 수 없게 하기 위해서죠.”그러자 민 대감이 자신있게 답했다. ”그렇다면 말은 내가 준비하겠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까...북문에서부터 요트가 있는 곳까지 폐하를 말에 태워 호위하는데 당신들의 도움을 받아야겠소. 폐하는 서울을 떠나시는 길에 일본인들이 따라붙을까 무서워하실 것이오. 그렇지만 당신들이 폐하와 함께 있다면 기뻐하고 안심하실 것이 분명하오. 이제 조선의 운명을 두 손에 쥔 위대한 여인에게서 어떤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따를 준비를 하십시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15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폭행혐의로 체포된 중국 여기자 아들 영국학교서 퇴학

    폭행혐의로 체포된 중국 여기자 아들 영국학교서 퇴학

    영국에서 열린 홍콩 자유 관련 토론회에서 자원봉사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던 쿵린린(孔琳琳·48) 중국 중앙(CC)TV 특파원의 아들이 영국 학교에서 퇴학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권 뉴스 매체인 둬웨이뉴스는 쿵의 아들이 학교에서 제적당했다는 소식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무단결석과 학교 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제적 사유로 전해졌다. 쿵 기자는 지난 30일 영국 버밍엄에서 홍콩 자유와 관련해 열린 토론회에서 “당신들은 중국 분리주의자며 반역자”라고 항의하다 행사장을 떠나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에 격분해 자원봉사자의 얼굴을 두 차례 때렸다. 폭행 혐의로 영국 경찰에 잠시 체포된 쿵 기자는 곧 풀려났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1일 쿵 기자가 영국 보수당이 연 행사에서 아무런 혐의 없이 실랑이 끝에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어떤 의도나 행동도 소용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대사관은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벌써 21년이 지났으며 ‘일국양제(一國兩制)’는 홍콩의 발전을 이룬 훌륭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으로 홍콩 문제는 순수하게 중국의 국내 문제로 영국 보수당과 인권 단체 ‘휴먼 워치’가 주최한 행사는 반중국 분리주의자들의 오만함만 키워준다고 비난했다. 이어 홍콩 문제에 대한 어느 누구의 어떤 행태의 개입도 반대한다고 명확한 입장을 전했다. 주영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언론의 자유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중국 기자를 이런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휴먼 워치와 영국 보수당은 중국의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중단하고 행사 주최자는 중국 기자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쿵 기자는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 기자의 애국적인 행동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비판적 입장이 제기됐다. 한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를 통해 “언론인으로서 그녀는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독자가 판단하도록 하면 되지 않나? 만약 그녀가 그날 기자로서 가지 않고 개인적으로 갔다면 또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무장헬기 탄 시진핑… 한반도 주도권·對美 무역전쟁 겨눴다

    무장헬기 탄 시진핑… 한반도 주도권·對美 무역전쟁 겨눴다

    “새로운 정세 속 軍역할 중요” 강군 강조 종전선언 논의 등서 中역할 부각 의도 홍콩 언론 “근육질 과시한 푸틴 흉내”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이어 군사 갈등까지 커지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장 헬기에 탑승해 강군 사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3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 주석은 지난 27일 육군 제79집단군을 시찰하면서 최신형 공격용 헬기인 ‘즈(直)10’ 조종석에 앉아 전투 헬멧을 쓰고 헬기 내 기관총 등의 무기 조준 장치 등을 직접 조작했다. 시 주석은 이날 훈련 상황을 보고받고 주력 무기 장비들을 점검한 뒤 부사단장급 이상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새 시대의 강군 사상을 관철하고 새로운 정세 속에 군사 전략 방침을 잘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전에 대비한 훈련과 전투 준비를 모든 분야에서 전면 보강해 승전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의 이날 행보는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을 앞둔 군 기강 단속 차원이지만 최근 미·중 간 군사 갈등 격화를 의식해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한 측면도 강하다. 북부전구 소속의 제79집단군은 주둔지인 랴오닝(遼寧)성을 관할하는 것 외에 한반도 유사시 신속대응군의 임무를 띠는 것으로 알려져 미·중 갈등 격화와 한반도 정세의 전환기 속에서 이번 방문의 의미가 크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제일 먼저 행동을 취하는 것이 제79집단군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시 주석의 제79집단군 방문은 지난주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 랴오닝성 등 동북 지역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는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전방위로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시 주석이 군사력을 과시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민일보 등 주요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헬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시진핑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강력한 군사 지도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군 시찰 도중 “정치에 의한 군대 건설을 견지하고, 개혁으로 군대를 강력하게 만들며, 과학기술을 통해 군대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최고 지도자이자 군 통수권자로서의 위상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홍콩 빈과일보는 시 주석이 무장 헬기에 직접 탑승한 것은 전투기를 조종하거나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행동 등으로 지지도를 높이려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흉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은 군사적·전략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한 중국 군부를 제재하자, 중국은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했고 해군 사령관의 방미 계획을 취소했으며, 베이징에서 열 예정이던 중·미 합동참모부 대화를 무기 연기했다. 이어 지난 25일 미 국무부가 F16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 예비부품을 대만에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하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중국 주권을 침해했다며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3억 3000만 달러(약 3684억원)에 달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제3세대 야간표적 식별장비인 스나이퍼(Sniper) ATP 18기의 판매도 포함돼 있어 대만 F16 전투기의 주야간 지상공격능력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은 미국에 맞설 해군력을 갖춘다는 목표 아래 지난 1년간 각종 군함 25척과 해군 병력 1만 명 이상을 증강했다. 또 지난해부터 원양 보급선 1척, 강습상륙함 2척, 미사일 구축함과 호위함 20척 등을 차례로 취역 배치했다. 한편 시 주석은 30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사기념일을 맞아 지도부 전원을 이끌고 인민 영웅들에게 헌화하며 애국심 고취에 나섰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신상정보 등록 성범죄자 매년 1만명씩 느는데 고지대상은 단 8%뿐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신상정보가 등록된 범죄자가 매년 약 1만명씩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현황’에 따르면, 신상정보가 등록된 성범죄자는 2013년 1만 240명, 2014년 1만 8171명, 2015년 2만 7886명, 2016년 3만 7082명, 2017년 4만 7547명에 이어 올해 8월 기준으로 5만 6241명까지 증가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국민에게 신상정보가 공개·고지되는 인원은 4719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5만 6241명의 8.3%에 불과한 비율이다. 징역 10년형을 초과하는 징역형이나 사형 혹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 사람은 올해 8월 기준 528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568명은 신상정보를 국민에게 고지하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청은 올해 5월 8일부터 6월 12일까지 ‘상반기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소재불명자 집중검거기간’을 운영한 결과 소재가 불명한 93명 가운데 26명만 검거됐다. 성범죄를 다시 저지른 재범자는 2014년 1377명, 2015년 1357명, 2016년 1301명으로 조금씩 줄었다가 2017년 1722명으로 대폭 늘었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의 재범자 수는 2014년 166명, 2015년 251명, 2016년 236명, 2017년 349명으로 매년 늘었다. 조원진 의원은 “갈수록 강력 성범죄자가 증가하고 성범죄 재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 대상을 확대해 사회 불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문희상 의장, 조카 이하늬 언급 “탤런트 이하늬 아느냐, 내가 외삼촌!”

    문희상 의장, 조카 이하늬 언급 “탤런트 이하늬 아느냐, 내가 외삼촌!”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가 화제에 올랐다. 2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논산 육군훈련소를 찾아 외조카인 이하늬를 언급했기 때문. 문 의장은 이날 병영식당에서 열린 오찬 자리에서 “혹시 탤런트 이하늬를 아느냐”고 말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내가 이하늬 외삼촌이다”라며 “이하늬가 나를 닮아 그렇게 예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문 의장은 훈련소에 있는 훈련병들을 만나 “나를 대한민국 남자로 만들어 준 곳, 애국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곳이 바로 훈련소였다. 힘들고 괴롭겠지만 제대 후 가장 어려울 때면 이곳을 생각하게 된다”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하늬는 앞서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외삼촌 문희상 의장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MC 김구라가 “약간 외삼촌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말하자, 이하늬는 “제가 살찌면 외삼촌”이라고 답해 웃음을 줬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황성기의 시시콜콜]꼴보·노이즈 마케팅이 부른 일본 월간지의 ‘사실상 폐간’ 참사

    [황성기의 시시콜콜]꼴보·노이즈 마케팅이 부른 일본 월간지의 ‘사실상 폐간’ 참사

    발행부수 1만 6800부에 지나지 않은 월간지 ‘신초 45’가 일본 사회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국회의원의 혐오성 기고를 싣고는, 쏟아지는 세간의 거센 비판에 굴하는 게 싫었던지 아니면 노이즈 마케팅으로 판매 부수를 늘리려는 전략이었는지 ‘신초 45’는 두달 뒤 발매된 10월호(9월 18일 발매)에 그 국회의원과 주장을 옹호하는 특집을 게재한다. 하지만 ‘신초 45’는 두달 전 비판의 몇 배를 넘는 ‘쓰나미’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은 맹렬한 반발에 부딪쳐 결국 휴간이라는 선택에 내몰렸다. ‘신초 45 사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이번 소동은 쇠락해 가는 종이 매체의 단말마적인 폭주, 소수자·약자를 대하는 주류 사회의 오만, 그럼에도 이를 묵과하지 않고 맞서는 건강한 지식인의 당당한 대응이 펼쳐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 일본의 속살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성 소수자 차별을 주장한 친 아베 의원의 기고가 발단 ‘신초 45 사태’의 전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발단은 ‘신초 45’가 지난 8월호에 스기타 미오(51·자민당 소속) 중의원의원의 ‘LGBT에 대한 지원, 도가 지나치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게재한 데 있다. 이 기고에서 스기타 의원은 “아이를 만들지 않는 LGBT에게는 생산성이 없다”, “LGBT에 대한 대우가 너무 지나치다”, “LGBT에 대한 세금 투입을 줄여야 한다”는 등의 해괴한 논리를 폈다. 소수의 극우보수층으로부터 박수를 받았지만 ‘나치의 우생(優生) 사상 같다’며 대부분은 비판하는 대열에 섰다. LGBT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의 영어 첫 글자를 딴 일본식 조어다. 여기에는 아쿠타카와상 수상 작가로 한국에도 ‘일식’(日蝕)을 비롯한 수십권이 번역돼 있는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도 비난의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독자로서, 신초샤의 책으로 내 인생은 바뀌었고, 소설가로서 데뷔해 대표작도 (신초샤에서) 썼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경애의 마음을 갖고 있는 출판사이다. 일개 잡지라고는 하지만 왜 저런 저열한 차별에 가담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성 소수자를 포함한 비판론자들이 ‘신초 45’ 7월호가 나온 직후인 7월27일 자민당 본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는 이례적인 사태로까지 번졌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은 무려 5000명이었다. 집회 문화가 소규모화한 일본에서는 놀라운 숫자다.여기에서 끝났더라면 꼴보(꼴통 보수)·노이즈 마케팅에 편승한 잡지에 단골로 기고하는 우익계 의원의 일탈로 간주하는 데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신초 45’ 편집장은 부수의 감소 추세가 멈추지 않는 잡지의 판매를 늘릴 절호의 기회로 여겼는지 7명의 울트라 우익 논객을 긁어 모아 이들에게 스기타 의원을 옹호하는 기획을 꾸려 10월호를 발매했다. 기획의 타이틀도 ‘그렇게 이상한가, 스기타 미오 논문’이다.마치 세상을 향해 싸움을 거는 듯한 도전적인 이 기획에 등장하는 필자들은 장년층 이상의 보수층을 대상으로 한 ‘세이론’(正論), ‘월간 Will’, ‘월간 Hanada’ 같은 잡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오가와 에이타로라는 문예평론가의 글은 ‘신초 45’를 지켜보고 있던 일본 지식인들의 역린을 건드린다. 오가와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자 ‘아베 신조 총리를 원하는 민간인 유지의 모임’을 만드는 등 아베 총리의 사상과 궤를 같이 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승객이 가득한 전철을 탔을 때 여자의 냄새를 맡는다면 손이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마는, 그런 치한 증후군 남자의 고생이야말로 지극히 뿌리가 깊을 것이다. 재범을 일삼는 것은 제어불가능한 뇌에서 유래하는 증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치한)이 만질 권리를 사회는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하는 여자의 충격을 생각하라고 하는 건가. 그렇다면 LGBT님이 논란의 큰 길을 걷고 있는 풍경은 나에겐 죽을 만큼 충격이다” 출판 침체 속 극우노선 편승한 ‘신초 45’의 잘못된 선택 스기타를 옹호한다고 쓴 변태적이고 해괴한 글이 사태를 지켜보다 참다 못한 지식인의 집단적 분노를 사고, 여러 매체에 항의성·비판성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재되면서 순식간에 ‘신초 45 사태’로 비화하게 된다. 거기에는 ‘신초 45’를 발행하는 출판 노포(老鋪) 신초샤(新潮社) 트위터 공식 계정의 하나인 ‘신초샤 출판부 문예’가 ‘신초 45’의 기획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고 리트윗하면서 불에 기름을 붓는다. 이어 이와나미 서점 등 경쟁 출판사에서 응원의 글을 트윗하면서 비난의 쓰나미는 일파만파로 신초샤를 덮치게 된다. 신초샤 앞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고, 간판에 낙서를 당하는 수모도 겪는다. 결국 발매 이틀 뒤인 9월 21일 신초샤는 사장 명의로 성명을 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성명은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난 편견과 인식부족에 가득찬 표현이 있었다’고만 했을 뿐, 사죄의 문구 하나 없어 역효과만 낳는다. 결국 이 성명으로는 분노의 불길이 잡히지 않자 25일 신초샤는 ‘신초 45’의 휴간과 함께 사장과 관련 임원의 10% 감봉 3개월의 조치를 내놓는다. 신초샤는 1896년 설립된 이후 문예지와 단행본, 문고본을 등을 출판하면서 일본 문예를 이끈 역사, 전통을 자부하는 대형 출판사다. ‘신초 45’는 45세 이상의 중년을 타깃으로 1982년 창간했다. 논픽션물을 꾸준히 발굴하고 게재하면서 한때는 논픽션을 쓰는 저널리스트에게 ‘동경의 월간지’였다. 그러나 36년만에 사실상 폐간과 다름없는 기약없는 휴간이란 대참사를 자초했다. ‘양심에 반하는 출판은 죽어서도 하지 않을 일’이라는 설립자의 모토를 근간으로 122년 이어온 신초샤에서 왜 이런 ‘자폭’ 사태가 일어났는지 철저한 자체 검증을 기대한다. 자폭 원인은 몇 가지 면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신초 45’가 종이매체의 전반적인 축소 경향에 따른 위기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을 가능성이다. 일본의 출판과학연구소가 낸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일본 내 출판물 추정판매금액은 1조 3700억엔(13조 7000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정점에 달했던 1996년의 5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에서 잡지는 20년 연속 전년대비 축소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둘째는 생존을 모색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수년 전부터 일본에서 일정한 세를 얻고 있는 애국주의적 극우 성향 잡지의 ‘꼴보 노선’에 힌트를 얻었을 가능성이다. ‘신초 45’가 올들어 특집을 꾸민 타이틀을 보자. 2월호는 ‘반(反) 아베 병에 붙이는 약, 3월호 ‘비상식 국가 한국’, 4월호 ‘아사히신문이라는 병’, 7월호 ‘이런 야당은 방해일 뿐’ 등의 제목에서 보듯, 아베 총리를 반대하는 세력과 아베 비판의 선봉인 아사히신문을 두들기고, 반한(反韓)·반중(反中) 감정을 부추기는 꼴보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셋째, ‘자폭’의 보턴을 누른 10월호에 노이즈 마케팅까지 끌어들였다. 신초샤 내부에서 편집장의 재량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편집 방침을 용인했는지, 체크 기능은 살아있었는지는 향후 신초샤가 검증해서 세상에 밝혀야 할 부분이다. 다양한 비판 속 ‘처음부터 끝까지 총리 안건’ 주장 눈길 지식인들의 ‘신초 45’ 비판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칼럼니스트 오다지마 다카시가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에 기고한 ‘신초 45는 왜 불타는 길을 폭주했는가’라는 글이다. 그는 스기타 의원의 기고가 이렇게 활활 타오른 것은 “총리 안건이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길지만 그의 글을 인용해 보자. “아베 총리가 총애하는 여성 의원인 스기타는 여러 곳에서 총리의 내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의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글을 읽은 독자들은 행간에 숨어 있는 총리의 얼굴에 섬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아베 총리가 그런 것(성적 소수자 혐오)을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고 직감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과잉반응한 것이다. (중략) 자민당의 반응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 둔중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이 정도 발언으로 엄살은…’이라며 옹호한 것은 ‘총리 안건’이었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맞는다. (중략)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총리 안건이다. 반발하는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는 이유는 단순히 차별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게재 책임이나 출판인의 양심과 같은 이야기도 아니다. 이런 찜찜한 ‘생산성 차별 스토리’의 배후에 일관해서 총리의 의향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초 45 사태’라는 선을 잇는 점의 하나가 아베 총리라는 추론은 대단히 과격하지만 흥미롭다. 이번 사태가 일본 사회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소수자·약자에 대한 주류 사회 특히 현 집권세력의 오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깊다. 아쉬운 것은 사태를 여기까지 끌어온 주인공 스기타 미오 의원이 침묵하고 있는 점이다. 그야말로 정치인 실격이 아닐 수 없다.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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