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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나면 도망간다? 남성 4명 중 1명 “軍입대” [밀리터리 인사이드]

    전쟁 나면 도망간다? 남성 4명 중 1명 “軍입대” [밀리터리 인사이드]

    ‘전쟁 때 직·간접적으로 軍 돕겠다’ 75.1%‘도피’ 17.2% 그쳐…10년간 큰 변화없어‘군 생활 과거보다 나아졌다’ 94.2% 동의여러분은 ‘애국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애국심은 각 개개인의 마음 속에 있을 뿐 구체적으로 크기를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당장 전쟁이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어떨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전쟁 나면 남아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라고 생각할 겁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총 잡을 사람은 노인 밖에 없다. 젊은 사람은 다 도망 갈 거다”라는 비아냥도 흔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3일 국방부가 발간한 ‘2019 국방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8년 19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전쟁 발발시 행동’을 조사한 결과 ‘군대에 들어가 직접 싸우겠다’는 비율은 12.5%로 집계됐습니다. 10명 중 1명 꼴이면 너무 적은 수치인데, 여기엔 통계적 착시현상이 숨겨져 있습니다. 남성 502명에게 물었더니 23.3%, 즉 4명 중 1명 꼴로 군대에 들어가 싸우겠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은 1.8%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남녀 응답을 평균을 내다보니 12.5%로 크게 낮아진 겁니다. 여성은 징집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참전 의사가 적게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여성 63.6% “직접 싸우진 않지만 軍 돕겠다”‘직접 싸우지는 않더라도 군대를 돕겠다’는 응답은 남성 61.8%, 여성 63.6%로 여성이 더 높았습니다. 남녀를 통틀어 75.1%, 국민 4명 중 3명은 직·간접적으로 군대를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전쟁이 없는 국내로 피난 가겠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습니다. ‘외국으로 도피한다’는 응답은 3.1%였습니다. 이런 응답 성향을 볼 때 우리 국민의 애국심은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군대에 들어가 싸우겠다는 인원은 2014년 12.7%에서 2015년 16.7%까지 높아졌다가 서서히 하락해 2018년 12.7%가 됐습니다. 직접 싸우진 않더라도 군대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비율은 2014년 66.5%에서 약간의 등락을 보이다 2018년 62.7%가 됐습니다. 참전 의사는 지난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2010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군대에 들어가 직접 싸우겠다’는 응답이 15%, ‘직접 싸우지 않더라도 군대를 돕겠다’는 응답이 62.7%였습니다. ●20대는 “직접 참전” 중노년층은 “軍 돕겠다”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는 유행어처럼 과거에 애국심이 훨씬 높았다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연령별로 군대에 들어가 싸우겠다는 비율은 19~29세가 22.1%로 가장 높았고 30대 16.2%, 40대 10.6%, 50대 10.9%, 60세 이상 6.2%였습니다. 직접 싸우진 않더라도 군대를 돕겠다는 비율은 19~29세가 44.9%로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이 73.3%로 가장 높았습니다. 군대를 돕겠다는 의사는 중노년층에서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20대의 참전의사도 그다지 낮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외국으로 도피한다는 비율은 60세 이상이 0.4%, 50대가 1.6%, 40대는 1.9%에 그친 반면 19~29세는 7.2%, 30대는 6.1%로 훨씬 높았습니다. 국내를 포함한 피난 응답은 19~24세가 24.2%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13.4%로 가장 낮았습니다. ‘군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9.5%로 ‘신뢰하지 않는다’(40.5%)는 응답보다 높았습니다. 군에 대한 신뢰는 사형이 확정된 임모 병상의 총기 난사사건과 선임병 구타로 사망한 윤모 일병 사건이 크게 부각된 2014년 50.9%까지 추락했다가 2016년 68.7%까지 높아졌다가 2017년 50%대로 하락한 뒤 다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군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당시 국방부가 추가로 다른 기관과 비교·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군 신뢰도는 65.0%로 공공기관·교육계(56.8%), 경찰(54.0%), 시민단체(47.7%), 정부(47.4%), 대기업(39.0%), 종교계(34.6%), 법원(33.1%)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軍 생활 나아졌다’ 인식 90%대로 높아져 특히 국회(8.6%)와 비교하면 7.5배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과거 군사정권을 거치며 군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군이 국가방위라는 본연의 길을 가면서 다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병사 군 생활 여건에 대한 조사에서는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는 응답이 2014년 85.1%에서 2018년 94.2%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반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2014년 9.2%에서 2018년 2.8%로 3분의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군내 자살 사고는 2011년 97건에서 2018년 56건, 안전문제로 인한 사고사는 같은 기간 42건에서 26건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병사가 여군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한 사건을 비롯해 음주운전, 각종 성범죄가 연이어 여론의 도마에 올라 비판 여론이 커진 만큼, 군 기강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日서 훔쳐온 불상 ‘한일 소유권 분쟁’ 2라운드

    日서 훔쳐온 불상 ‘한일 소유권 분쟁’ 2라운드

    한국인 도둑들이 일본에서 훔쳐온 고려 때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을 둘러싼 항소심이 28일 10개월 만에 재개됐다. 국내 초유의 국외 문화재 소송이다. 대전고법 민사1부(부장 권혁중)는 이날 315호 법정에서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 인도 항소심 재판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6월 25일 4차 변론기일 후 중단됐었다. 이날 공판은 부석사 측 변호사와 정부 대리인인 검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법원 관계자는 “불상을 도난당한 일본 관음사에 2018년 7월 재판 이해관계인이니 참석하라고 통보했는데 회신이 없어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 재판은 1심 재판부가 2017년 1월 26일 “불상에 ‘고려국 서주(서산)’라는 기록은 있으나 옮긴 기록이 없다”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 준 뒤 피고 항소로 3년째 진행 중이다. 사건은 2012년 10월 김모(당시 69)씨 등 한국 문화재절도단이 일본 쓰시마 간논지(觀音寺)에서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반입한 것이다. 경남 마산 조직폭력 장모(당시 51)씨가 활동 자금을 댔다.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으로 1330년 부석사에서 제작했으나 이후 ‘왜구’의 약탈로 일본에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김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일본이 약탈해 간 문화재를 가져왔으니 우린 애국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불상은 1973년 일본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김씨 등은 몰래 팔려다 수상히 여긴 매입 희망자가 문화재청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김씨 등은 징역 4년형, 장씨 등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1심에서 “결연문이 실제로 고려 말에 작성됐는지 입증 자료가 없고, 현 부석사가 그 사찰인지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NHK 등 일본 언론사 기자도 대거 몰렸다. 한 달 후 같은 재판부는 ‘훼손과 회수 난항이 우려돼 최종심까지 국가의 보관이 옳다”고 결정해 불상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정부가 최종심에서 이기면 불상은 일본에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우리 정부에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보름째 잠행중 김정은…원산관광지구 건설 일꾼에 감사 인사

    보름째 잠행중 김정은…원산관광지구 건설 일꾼에 감사 인사

    북한 평양이 아닌 강원도 원산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2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보름째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 관영 매체는 여전히 김 위원장에 대한 일상적인 동정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라디오매체인 중앙방송은 이날 오전 첫 보도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적극 지원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셨다”고 전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원산시 일대에 호텔, 오락시설, 수상공원 등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김 위원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관광사업이다.2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완공식 등 관련 행사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김 위원장의 원산 별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조선중앙방송 보도에 김 위원장이 감사를 전달한 시점이나 다른 움직임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방송은 “김정은 동지께서 보낸 감사를 크나큰 격정 속에 받아안은 일군들과 근로자들은 숭고한 공민적 양심을 지니고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한 한길에서 애국적 헌신성을 더 높이 발휘해갈 열의에 넘쳐 있다”고만 전했다.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 등에 보도된 뒤 보름째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지난 21일 이후 원산의 기차역에 정차해 있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26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이후 원산에서 머물고 있으며 건강하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애국보수가 바라본 2020 대한민국/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애국보수가 바라본 2020 대한민국/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6~7년 전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유행했었다. 지금은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주모라는 단어가 인터넷 밈으로 유행하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한국이 과거에 비해 강대국이 됐다는 근거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여러 선진국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진적인 행태들이 관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주모드립을 탄생시킨 요소들이 손흥민과 류현진,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산발적이었다면 이제는 그런 요소들이 더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BTS를 시작으로 갈수록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동요와 동화 등 한국산이 문화 전반에 퍼져 나가고 있다. 근래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한국의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신천지 집단으로 인한 환자 폭증을 강력한 봉쇄 없이 대처하면서 진압해 감염자 숫자를 크게 줄였고, 이제는 고품질의 진단키트를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반면 다른 선진국의 감염자와 사망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초반에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는 것처럼 보였던 싱가포르와 일본 역시 이제는 무력하다. 여기에 영국에서는 음모론에 의해 엉뚱하게도 5G 기지국이 파괴됐고 미국에서는 내 몸의 자유를 지킨다며 마스크와 셧다운을 거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IMF는 지난 14일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한국의 조정폭은 선진국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이며 주요 개도국보다도 낮았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한국이 제일 적게 받을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이제 한국은 명실공히 강대국이 됐다. 아무런 국가적 문제가 없어야 강대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기준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충분히 좋은 나라는 강대국이며 한국은 여기에 포함된다. 원래 국뽕드립과 주모드립은 자조적인 요소나 조롱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가 정말로 강해졌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애국심을 내가 가진 힘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 절대로 ‘불행배틀’을 하면서 다른 나라가 더 심하니 우리 나라는 대충 만족하고 살자는 뜻이 아니다. 여전히 힘든 사람들이 많고 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삼고 힘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노력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충분히 갖춘 국가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시스템을 파괴하고 다시 세우는 급진적인 과정은 위험하다. 미국이 오바마를 버리고 트럼프를 세웠다가 지금 겪는 혼란이 대표적인 예시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고 노력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나는 스스로 애국보수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증진되기를 바란다. 국가안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사회개혁에서 점진적인 해결 방식을 더 선호한다. 3년 전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여러 면에서 대한민국은 발전하고 있다. 박근혜 시절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무시를 당했다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 군사력 순위도 3년 만에 5계단이 올라서 6위가 됐다. 며칠 전 총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격 속에서 무사히 진행됐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애국보수의 가치를 높이는 정치 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한국에 좀더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애국심이 국수주의가 돼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일본에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한국이 일본에 크게 뒤지지 않으니 여유롭게 대응하면 된다는 관점이 더 중요하다. 당분간 난제가 많다. 현재까지 방역이 성공적이지만 안심할 수 없으며,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다른 나라보다 덜하지만 절대로 작은 충격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와 젠더 문제, 부족한 사회 안전망 등의 고질적인 문제도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해결한 것처럼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며, 적당한 애국심은 문제 해결에 큰 힘이 될 것이다.
  • [In&Out] 독립과 호국, 게다가 민주까지/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

    [In&Out] 독립과 호국, 게다가 민주까지/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

    한국의 보훈은 6·25전쟁 희생자와 그 유족·가족을 돌보는 정책에서 시작됐다. 점차 독립운동 애국지사 및 4·19혁명 희생자, 나아가 베트남전 참전용사에 대한 지원 정책 등으로 확대됐다. 한국 보훈 정신의 근간이 ‘독립’과 ‘호국’인 셈이다. 그런데 독립과 호국은 적을 전제한 언어다. 보훈이 일본, 북한, 베트남 등의 ‘적’과 싸우다 생긴 희생에 대한 보답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이러한 보답은 국내적 차원에서는 사회와 국가의 통합에 기여한다.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지구화 시대에는 이런 보훈 정책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좁은 의미에서는 일본을 위한 호국적 행위지만 그것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불쾌하게 만들고, 동아시아 정치적 긴장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도 비슷한 상황 속에 놓여 있다. 한편에서는 고엽제 피해자를 중심으로 베트남전 참전용사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예우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 당시 상대방에게, 특히 무고한 민간인에게까지 피해를 준 사례도 적지 않다.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국내외의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특정 국가의 보훈 대상자가 상대국에 대해 가해자일 수도 있을 가능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적, 문화적 교류가 증폭되고 있는 만큼 베트남에 대해 적대적인 듯한 정책이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보훈이 전쟁 희생자에 대한 지원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전쟁 자체가 사라진 세계, 서로에게 상생이 될 수 있는 문화의 건설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북 적대성을 전제로 하는 보훈으로는 통일과 평화 시대를 열 수 없다. 한국은 물론 북한의 보훈 정책(유자녀 정책)도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품을 수 있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독립과 호국은 오늘의 한국을 설명하는 명백한 근간이지만, 결국은 일본이나 북한도 품을 수 있는 보훈으로 확장돼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때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률(5·18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2002)이 주는 보훈적 함축성은 작지 않다. 여기서는 독립과 호국에 비해 ‘민주’를 강조하고 있다. 독립과 호국이 주로 국경 중심의 민족국가 체제 안에서 유의미한 데 비해 민주라는 가치는 종종 국경을 넘어 적용된다.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보지 않으려는 세력도 여전할 만큼 독립과 호국에 민주적 가치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건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수해야 하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독립, 호국, 민주라는 세 축 간 균형을 잡아 나가야 한다. 독립과 호국 유공자를 지속 발굴하고 지원하면서 초연결 시대 민주적 가치를 화학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 남북, 아시아, 나아가 세계가 상생적으로 연결되는 보훈의 미래를 꿈꿔 본다.
  • 종로 마을 곳곳 퍼지는 책 향기

    종로 마을 곳곳 퍼지는 책 향기

    2010년 취임 후 구립도서관 17곳 건립 시청각·생태·국악·영어 등 주제별 특화 “코로나 기간 온라인 독서 이벤트 열 것”“주민들이 문화가 있는 삶을 향유하며 보다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책 읽는 종로’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최초의 3선 구청장인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민선 5기에서부터 7기까지 ‘생동하는 문화도시 종로’를 지향하며 마을 곳곳에 주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크고 작은 공간 조성에 매진해 왔다. 구는 김 구청장이 2010년 취임 이후 건립한 구립도서관만 총 17곳이라고 26일 밝혔다. 특히 종로에 있는 구립도서관의 특징은 문학에서부터 시청각, 생태, 국악, 영어 등 다양한 주제로 내실 있게 꾸민 공간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으로 ▲문학에 특화된 청운문학도서관 ▲시청각 자료가 많은 아름꿈도서관 ▲생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는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국악을 주제로 한 우리소리도서관 ▲전통문화를 담은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영어 영상 자료 등을 갖춘 통인어린이 작은도서관 ▲국학 전문 도서를 소장한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생활밀착형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청운효자동북카페 ▲꿈꾸는평창동 작은도서관 ▲무악다솜방 ▲홍파랑 북카페 ▲지혜만들기 작은도서관 ▲이화마을 작은도서관 ▲혜화마을 북카페 ▲창이 작은도서관 ▲숭인마루 작은도서관 등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구 최초 한옥공공도서관으로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문학 도서를 소장한 곳이다. 주민들에게 독서와 사색,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국토교통부 주최 ‘올해의 한옥’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시 창작교실, 기획전시 등을 운영해 주민들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청운·부암동 일대의 고즈넉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문화강좌 개최에 더없이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명륜동에 있는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은 과거 이 지역이 교육적으로 역사가 깊은 성균관이 있었다는 점에서 착안, 자라나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애국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자 조성했다. 일반도서는 물론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국학진흥원 등의 정기간행물을 만나 볼 수 있고 보학, 예학, 역서 등을 기증받고 수집해 많은 국학 주제도서를 갖춰 더욱 큰 의미가 있는 도서관이다. 김 구청장은 “현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구립도서관 17곳이 임시 휴관한 상태지만 구민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재미난 독서 관련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너와 나의 시간이 멈춘 듯, 신록에 물들다

    너와 나의 시간이 멈춘 듯, 신록에 물들다

    최근 ‘춘불회(春佛會) 추내장(秋內藏)’이란 말을 들었다. 봄날의 경치로는 전남 나주 불회사의 신록이 으뜸이고, 가을 풍경은 전북 정읍의 내장사 단풍이 최고라는 거다. 내장산 단풍이야 귀에 익다. 한데 과문한 탓에 불회사는 도무지 생경하다. 신록이 전하는 풍경이 어떻길래 내장산 단풍과 견줄 만하다는 걸까. ‘4대강 사업’으로 빼어난 봄 풍경의 동섬이 사라지고 코로나19 탓에 문 닫은 곳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나주의 봄은 화사했다. 드들강의 소박한 풍경이 여전하고, 영산강이 휘돌며 만든 ‘느러지’며, 하루가 다르게 신록의 이파리들을 내놓는 들녘의 나무들도 정겨웠다. 산자락을 타고 신록이 쏟아져 내리는 불회사야 더 말할 게 없다. 이웃한 화순에도 세량제 등 봄의 명소들이 많다. 함께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안심할 단계는 아닌 만큼 아직은 ‘지면 속 풍경’으로만 즐기시길.산자락의 신록들이 절집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불회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불회사를 감싸 안은 덕룡산은 활엽수 관목이 많다. 나무들은 가지 끝에 채도가 제각각인 연둣빛 이파리를 매달고 있다. 이 덕에 무리지은 활엽수 관목들을 멀리서 보면 꼭 ‘무도장’의 미러볼이 여럿 뭉쳐 있는 듯하다. 혹은 연둣빛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듯한, 딱 그런 느낌이다. 여기에 진초록으로 추임새를 넣는 나무들이 있다. 늙은 비자나무와 동백 숲, 그리고 우뚝 솟은 삼나무들이다. 늙었으되 여전히 성성한 나무와 여리되 싱싱한 나무들이 어우러지며 봄날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물론 이를 내장산 단풍에 견주는 것엔 의견이 다를 수 있겠다. 미적 감각은 저마다 다르니 말이다. 한데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풍경이란 것엔 다들 동의하지 싶다.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드는 길. 어딘가 느낌이 다르다. 소나무가 아닌 삼나무가 도열해 있다. 여느 절집 진입로와 달리 상점도 없다. 불국으로 가는 돌길 위의 연꽃 문양만 조용히 이방인을 맞고 있다. 이런 길은 걸어 줘야 제맛이다. 연꽃을 즈려밟을 때마다 머리가 말개지는 듯하다.진입로에 세워진 벅수(돌장승·중요민속자료 11호)도 인상적이다. 여러 설이 있지만 절집으로 부정한 기운이 드는 것을 막는 수문장 구실을 한다는 것이 정설로 보인다. 벅수는 남녀 한 쌍이다. 남장승은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을, 여장승은 주장군(周將軍)을 각각 가슴에 새겼다. 당(唐)나라건, 주(周)나라건 모두 중국이다. 그럼 절집에도 사대주의가 있었다는 얘기? 그렇지는 않다. 불회사 벅수가 만들어진 건 300여년 전인 1719년이다. 이웃한 운흥사 돌장승(중요민속자료 12호)에 새겨진 조각 연대로 추정한 것이다. 이 시기에 가장 무서운 역질은 천연두였다. 당시 우리 선조들은 천연두를 중국에서 들어온 잡귀로 여겼다. 중국 잡귀가 우리 말을 알아듣지는 못할 터. 무시무시한 주 장군, 당 장군을 동원한 것은 이런 이유다. 어딘가 300여년 뒤 발생할 코로나19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운흥사 입구에도 한 쌍의 돌장승이 서 있다. 돌장승 뒤엔 ‘강희 58년’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조각 연대가 명문으로 새겨진 건 드문 경우다. 불회사와 덕룡산을 나눠 쓰는 운흥사는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출가한 절집이다. 초의선사가 차에 심취했던 것도, 이 일대 지명이 다도면(茶道面)인 것도 덕룡산 일대의 야생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운흥사 역시 독특하다. 무엇보다 여느 절집과 달리 가람 배치가 ‘제멋대로’다. 담장은 아예 없고 경내엔 잡초들이 무성하다. 대웅전 밑의 웅덩이-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에선 도롱뇽 알이 부화를 앞두고 있다. 좋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쁘게 보면 전혀 관리가 안 된 것이다. 그간 여러 절집을 다녔어도 운흥사처럼 자유분방한 곳은 여태 보지 못했다. 불회사 일대의 신록이 다채로운 색감의 파스텔화라면 드들강의 신록은 수묵화에 가까워 보인다. 그림의 소재는 단색의 나무와 강물이 고작이지만, 그 단순함 때문에 아랫입술로만 부는 하모니카처럼 어딘가 애잔하면서도 말간 느낌을 준다. 드들강의 공식 명칭은 지석강이다. ‘4대강 삽질’에 사라진 동섬의 몫까지 더해 나주 사람들의 쉼터 노릇을 하는 곳이다. 현지인들은 드들강이라 즐겨 부른다. 경기 여주를 지나는 한강을 여강, 충남 부여 앞을 흐르는 금강을 백마강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드들강 건너 전남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쿼이아 숲길, 그 한 발짝 옆에 있는 전통마을 도래마을, 풍류 넘치는 벽류정, 바위 하나에 일곱 석불을 새긴 철천리 칠불석상 등도 사정상 길게 설명하지 못할 뿐, 봄 풍경이 빼어난 곳들이다. 나주 시내에선 완사천을 찾아야 한다. 목마른 남정네에게 버들잎 동동 띄운 물을 건넨 지혜로운 처자의 전설이 담긴 곳이다. 버들잎 고사는 지역별로 몇몇 버전이 전해지는데, ‘나주 버전’의 주인공은 고려 태조 왕건과 나주 호족 오다린의 딸이다. 둘은 현 나주시청 앞 완사천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바로 그날 함께 밤을 보낸 뒤 고려 2대왕 혜종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금성(나주)은 후백제의 도시였지만 왕건의 편에 선 덕에 이후 1000여년간 전라도의 핵심 도시로 번성할 수 있었다. 전라도의 ‘라’ 자가 나주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만 봐도 ‘라떼’ 시절 나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영산강 끝자락, 무안과 인접한 곳에 느러지 전망대가 있다. ‘느러지’는 물살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강물이 이 일대에서 ‘U’ 자 모양으로 휘어지며 물돌이동을 만들었는데, 그게 ‘느러지’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 조롱박 모양이라면 영산강변의 느러지는 한반도를 닮았다. 느러지를 지난 영산강은 무안에서 ‘꿈여울’ 몽탄(夢灘)으로 이름을 바꾼 뒤 바다로 흘러간다. 글 사진 나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나주의 먹거리로 첫손 꼽히는 것은 영산포 홍어회다. 특히 초봄에 보리 싹과 홍어 내장을 넣고 끓인 ‘보리애국’의 칼칼한 맛은 놓칠 수 없는 제철 별미다. ‘홍어의 거리’ 어느 집에서나 맛볼 수 있다. 나주목사 내아 앞에는 곰탕집들이 즐비하다. 나주곰탕은 국물이 말갛다. 소뼈로 육수를 내는 일반적인 곰탕과 달리 양지나 사태 등 살코기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나주곰탕 거리에 ‘하얀집’, ‘남평’, ‘노안’ 등 맛집이 몰려 있다. ‘왕곡가든’은 생고기비빔밥이 맛있는 집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식사 때면 번호표를 들고 대기해야 할 만큼 사람들이 몰린다. 화순에선 지리산 아래 ‘우리들목장’, ‘너와나목장’ 등이 흑염소 요리로 알려졌다. -숙소를 겸하는 나주 목사내아, 신록의 메타세쿼이아 숲이 아름다운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동복호의 화순적벽 등은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가기 전에 미리 해제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 -화순 별산풍력발전단지는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다. 주소창에 ‘화순군 동면 청궁리 438’을 쳐야 한다. 도로 옆으로 ‘화순풍력발전소’ 이정표가 있다. 표지판에서 3㎞ 정도 올라야 한다.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이다. 험하지는 않지만 승용차는 조심해서 운행해야 한다.
  • [황제의 옥새8] “조선 독립 요구 문서에 옥새 찍어 헤이그 보내야”

    [황제의 옥새8] “조선 독립 요구 문서에 옥새 찍어 헤이그 보내야”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나와 베델은 용 남작이 매우 중요한 일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변장을 했어도 그에게서는 신사의 기품이 느껴졌다. 보통의 조선 양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던 어리석음이나 게으름 같은 느낌이 없었다. 넓은 이마는 지성인의 면모를 보여줬고 달걀형 얼굴 또한 그가 상류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곱고 예리한 눈과 넓은 미간, 반듯한 코와 입술의 모양에서 애국의 열망이 묻어났다. 이 우울한 조선 땅에 용 남작 같은 이가 몇 명만 더 있었어도 역사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텐데... “존경하는 베델과 빌리!” 그는 열정에 가득 차 있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제가 오늘 조선을 구할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베델은 더 이상 그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우리는 작은 램프로 더 가까이 얼굴을 맞댔다. 그림자가 더 크게 만들어졌다. 남작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묘수를 찾았어요. 오는 9월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회의(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립니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주재해요. 그곳에 대한제국 대표가 참석해 전 세계에 정의를 촉구하며 도움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조선의 생존이 달린 일이죠.” 베델이 급하게 끼어 들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회의죠? 조선 특사가 헤이그에 가도록 일본이 가만 내버려 둘까요?” “제 말을 천천히 들어 보십시요.” 조선의 젊은 친구가 영국인 편집자를 제지했다. “앞서 제가 유럽과 러시아에 다녀온 사실을 두 분은 잘 알고 계시죠. 사실 저는 그때 폐하(고종)의 서신을 갖고 세상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 신발 속에 숨겨 지구의 반을 돌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고위층에게 전달했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도와 달라고 말이죠.“ 용 남작은 니콜라이 2세의 비밀 평의회 의원 한 명의 이름을 말했다. 그는 지금(이 소설을 발간한 1914년)도 유럽 외교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여기서는 가명을 쓰고자 한다. ‘애스터리스크(‘*’표시, 작은별을 의미) 왕자’쯤으로 해 두자. “그는 저에게 ‘조선에서 자행되는 일본의 행위들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조선이 국제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한다면, 그리고 동양의 작은 독립국에 서서히 칼을 들이대는 일본의 진실을 폭로할 수 있다면 차르(니콜라이 2세)가 분명 뒤에서 도울 것’이라고 확언했습니다. 일본이 손에 끈을 들고 이 나라의 목을 조르고 있음을 모두에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 밤 희미한 전등 불 아래서 무너져 가는 나라에 찾아온 마지막 희망을 잡아보고자 열망에 가득찬 눈빛으로 열변을 토하는 그 애국자를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남작과 자리를 함께 한 영국인(베델)과 미국인(빌리)은 마치 전 세계의 운명이 자신들의 손에 놓여 있는 것같은 전율을 느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기나긴 항해 끝에 신대륙을 발견하고 찬송가를 부르던 그때만 해도 조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던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둠 만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아무 힘도 없는 우리 세 명이 이 땅을 구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기댈 수 있는 곳은 러시아 차르 뿐이었다. 그만이 일본인 교살자의 손에서 조선을 구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용 남작을 지원할 수 있었다. 악인들의 감시 속에서 무섭고도 지루한 삶을 지내던 우리들에게 그 사실은 새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난 러시아가 이번 게임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잘 모릅니다. 조선을 도우려는 약속 뒤에 분명 뭔가 노리는 것이 있겠죠. 다만 이분(애스터리스크 왕자)는 뭔가를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일단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분입니다. 그를 믿고 이 모험을 감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황제의 옥새’는 9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황제의 옥새7] 넝마옷 입고 베델 찾아 온 조선의 우국지사

    [황제의 옥새7] 넝마옷 입고 베델 찾아 온 조선의 우국지사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그녀는 식사를 마치자 곧바로 등을 가져 달라고 하더니 비걱거리는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와 베델은 서울의 외로운 밤에 지쳐 있었다. 루이가 천장에 달아놓은 단 하나의 등불에 의지해 그림자의 정글에서 당구를 쳤다. 9시가 조금 지났다. 거실에 우리 둘만 남았다. 호텔 밖 거리에서 야경꾼들이 돌아 다녔다. 그들이 발에 차고 다니는 작은 물체가 부딪치며 고드름이 우지직 떨어지는 듯한 금속성 소리를 냈다. 게임 열기 때문인지 크지 않은 공간이 금세 더워졌다. 우리는 바에 있던 창문 3개를 모두 열었다. 그러자 이 도시의 온갖 냄새가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 11시쯤 됐을까...그때까지도 우리는 당구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작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베델”을 불렀다.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뭔가가 들어왔다. 베델이 곧바로 입으로 바람을 불어 램프를 껐다. 침묵과 어둠만이 가득했다. 베델의 거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용 남작께서 오셨습니까?” “예, 접니다.” “용 남작, 이리로 와서 내 친구 빌리와 인사하시오, 이제 두 분은 제 손을 잡고 이동하시죠.” 나는 어둠 속에서 베델의 손이 내 손을 찾으려고 테이블 가장자리를 따라 더듬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쉿! 밖에서 일본인들이 우릴 감시하고 있는 거 다들 아시죠?” 그는 속삭이며 말했다. 그는 나와 어둠속의 유령같은 낯선 이의 손을 잡고 당구대를 떠났다. 베델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와 보조를 맞춰 계단을 걸어갔다. 침실이 있는 긴 복도를 기어가듯 지난 뒤 베델의 방으로 들어 갔다. 지독한 담배 냄새 덕분에 일부러 알려주지 않아도 그의 방임을 알 수 있었다. 성냥을 그어 불을 켠 뒤 침대 옆 램프 심지에 작고 약한 불을 붙였다. 베델이 방문을 걸어 잠갔다. 호주머니에서 자물쇠를 꺼내 문 손잡이 위에 올려놓은 뒤 정교하게 균형을 잡았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스파이 탐지 방법이었다. “누구라도 엿듣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알아 챌 수 있어요. 문 밖에서 손잡이를 조금만 움직여도 이게 밑으로 떨어지니까.” 꼭 코미디 오페라의 한 장면 같았다. 악당이 나오고 으시시한 음악이 나오는 오페라 말이다. 작고 아늑한 방 5개와 욕실, 어수룩한 웨이터와 관리인, 그리고 으스스한 분위기까지...이런 것들이 코믹 오페라의 필수 조건이니까... 나와 베델은 언제 터질 지 모를 일촉 즉발의 화염에 성냥을 들이 댄 바보들이었다. 자신의 능력은 생각지 않고 정의감에 약자부터 보호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앵글로 색슨 특유의 으스댐과 건방짐으로 대한제국 일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고나 할까. 희미한 불빛 아래서 나는 베델을 찾아 온 미지의 손님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용 남작’(baron)으로 불리던 조선의 유명 지식인이었다. 야간 작업자들이나 입는 더러운 흰색 넝마를 입고 왔으니 그의 실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더러운 누명 옷을 반쯤 걷어 올리고 양말도 신지 않았다. 옷에는 하층민의 직업을 뜻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머리에 튼 상투가 그의 신분을 말해줬다. 그는 잘 생겼고 키도 커 눈에 확 띄었다. 정장을 입고 이리로 왔다면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본명은 ‘용치선’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흥선대원군 시절 영의정을 지낸 거물이다. 치선은 미국 남부의 가장 큰 대학 가운데 한 곳에서 공부하고 프랑스 파리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며 국제 정세를 익힌 뒤 귀국했다. 그는 조선에 얼마 남지 않은 애국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때 그는 일본이 조선을 점령한 암흑 속에서도 애국단체인 ‘일진회’에 가입해 열정을 바쳤다. 원래 일진회는 이웃 섬나라에서 들어온 점령자(이토 히로부미)를 비난하려고 설립됐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본의 자금력에 굴복해 지금은 침략국을 옹호하는 단체로 타락했다. 그는 나와 베델을 만나고자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일본인들이 이 영국인 편집장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던 터라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번역자주:소설에 등장하는 일진회는 1904년 8월 독립협회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사회개혁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러일전쟁 뒤로 일본에 매수돼 친일행각을 일삼는 단체로 전락했습니다. 조선 병합의 뜻을 이룬 일제는 1910년 9월 이를 해산시켰습니다. 일진회는 조선의 망국을 이끈 대표적 매국집단으로 평가됩니다.) ‘황제의 옥새’는 8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급사 위험 있다며 보석 요청한 전광훈 석방되자 “이겼다”

    급사 위험 있다며 보석 요청한 전광훈 석방되자 “이겼다”

    광화문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허선아)는 20일 전 목사가 청구한 보석을 허가했다. 전 목사는 56일 만에 석방된 후 “우리는 이겼다. 석방을 위해 기도해준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일체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선 안 된다는 조건으로 석방된 전 목사는 “그건 재판부에 신청하면 얼마든지 유동적으로 될 수 있는 조건”이라면서 “일단 재판부에서 허락하기 전까지는 집회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열린 보석심문기일에서 전 목사 측은 “급사 위험이 있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전 목사는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엑스레이 사진을 꺼내들며 “저는 구속은 고사하고 애국운동 자체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설령 죄를 지었어도 이런 중환자를 구속할 수 있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선 “앞으로 시민재판(국민참여재판)도 하려는데 과연 범죄가 되는지 여러분들이 한번 재판해보라. 이건 웃기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선거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엔 “부인하는 게 아니고 재판을 한번 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구치소 앞에는 전 목사 가족과 지지자 및 유튜브 채널 운영자,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등 100여명이 몰렸다. 일부는 ‘전 목사를 무조건 석방하라’ ‘기독교 탄압에 분노하며 항거한다’고 적힌 입간판을 설치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인 전 목사는 총선을 앞두고 광화문 광장 집회 등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 우파 정당들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코로나 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집회를 강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대립구도 틀이 깨진다… 좌우에서 ‘정체성’으로

    대립구도 틀이 깨진다… 좌우에서 ‘정체성’으로

    미국 백인 엘리트들이 2016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두고 지금도 의아하게 여기는 것은, 그토록 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왜 도널드 트럼프를 찍었을까 하는 점이다. 말도 안 되는 협잡꾼의 주장에 다들 집단 사기라도 당한 게 아닐까.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신간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트럼프 당선과 백인 하층 노동자들의 지지를 엮어 미국의 특이한 정체성을 분석했다. 둘은 재력과 학력에서 차이가 있을 뿐 취향이나 감성, 가치관 등에서는 아주 유사하다. 그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인종주의적이며, 반페미니스트이자, 거리낌 없이 애국을 외치는 이들이다. 백인 하층 노동자들은 이런 트럼프를 ‘같은 부족 사람’이라 생각했고, 기꺼이 표를 줬다고 봤다. 국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인 미국은, ‘민족’ 정체성은 약하지만 강력한 ‘국가’ 정체성으로 하나가 된 유일한 국가다. 이런 특징 때문에 미국은 다른 나라의 민족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하기도 했다. 냉전의 렌즈로만 바라봤던 베트남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베트남의 화교는 인구 비중이 1%밖에 안 되지만, 경제적 부의 70~80%를 장악한 상태였다. 미국이 친자본주의적 조치를 취할 때마다 오히려 베트남 사람들은 분노했다. 미국은 베트남의 수장인 호찌민이 그저 중국의 꼭두각시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호찌민은 화교를 향한 베트남 사람들의 증오를 적절히 활용해 미국을 물리쳤다. 저자는 미국이 간과한 건 공산주의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의 화교에 대한 증오였다고 지적한다.미국이 “민주주의가 자유를 사랑하는 이라크 사람들에게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라크를 침공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당시 복잡한 이라크의 민족 구성과 그들의 갈등을 간과했다. 당시 이라크는 수니파가 집권하고 있었지만, 전체 인구 60%는 반대편인 시아파였다. 민주적 선거 방식은 오히려 시아파 정권을 탄생시켰고 수니파에 대한 처참한 보복과 이에 맞선 무장단체이자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를 낳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민족과 유사한 ‘부족’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는 데 저자는 우려를 드러낸다. 2017년 2월 캔자스주에서 백인 퇴역 해군이 “우리나라에서 꺼져!”라면서 인도계 미국인을 죽인 일, 그해 5월 열차에서 무슬림을 욕하던 남자가 말리던 사람 2명을 찌른 일 등이 연이어 이어진다. 이제 미국을 바라보는 틀을 좌우 구도가 아닌 ‘부족´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은 미국의 특징을 설명하면서도, 우리에게 불편한 기시감을 준다.한국전쟁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좌우 이데올로기는 최근 들어 서서히 옅어지고, 대신 경제와 교육수준, 세대, 종교, 성별 등 다양한 정체성 갈등이 좌우 대결을 압도한다. 저자는 이런 정치적 부족주의를 경계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한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금기를 자유롭게 꺼내놓고, 비난 대신 관용을 보이며 보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4·15 총선도 끝난 상황에서 책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준다. 너와 나를 나누고 우리 편이 누군지를 가르는 데에 급급하면 파멸할 수밖에 없다고. 선거 이후 우리도 작은 한 발을 내디뎌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강남이 고향” 태구민 애국가 부르며 오열

    “강남이 고향” 태구민 애국가 부르며 오열

    태영호(태구민)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는 16일 탈북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태구민 당선인은 이날 ‘보수의 텃밭’ 강남갑 국회의원으로 확정되자 “대한민국은 저의 조국이고 강남은 저의 고향”이라며 “오늘 이 승리는 저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강남 구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애국가를 부르며 감정이 북받친 듯 오열했다. 태구민 당선인은 모든 역량을 바쳐 지속 가능한 대북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 당선인은 “과연 강남 주민들이 절 뽑아줄까 걱정을 했는데 오늘 당선되고 보니까 고마운 마음밖에 없다. 분단 70여년 역사에서 이 과정이 곧 남과 북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그런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 당선인은 “목숨을 걸고 찾아온 이 나라의 자유와 시장경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제 모든 것을 다할 생각이다”라며 “아직 강남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강남 주민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찾아서 온 저의 용기를 보고 더 큰 일을 해보라고 저를 선택하신 것 같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꼭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태 당선인은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으로 2016년 8월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뒤 강연·저술 활동 등을 해왔다. ‘북한 주민을 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태구민’이라는 주민등록상 이름으로 이번 선거를 치렀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전쟁을 멈춘 사나이 드로그바, 코로나19 멈추기 위한 싸움 지원

    전쟁을 멈춘 사나이 드로그바, 코로나19 멈추기 위한 싸움 지원

    재단 산하 병원을 코로나19 치료센터로 코트디부아르에 제공 ‘아프리카의 축구 영웅’ 디디에 드로그바(42)가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는 조국 코트디부아르를 지원하고 나섰다.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14일 드로그바가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 있는 자신의 재단 산하 병원을 코로나19 치료센터로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드로그바는 아프리카인들의 건강과 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 사업의 하나로 자국 축구의 전설인 로랑 포쿠의 이름을 따 2016년 이 병원을 열었다. 아비장 지역 의회 의장은 “애국심에서 나온 드로그바의 선물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의료 시설이 낙후된 아프리카 국가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지난달 11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4일 오전 기준 누적 확진자 수가 533명, 사망자가 4명이다. 드로그바는 세계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2004년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유니폼을 입으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두 차례 득점왕에 오르는 등 309경기에 나와 124골을 터뜨렸다. 국가대표로도 105경기를 뛰고 65골을 넣는 등 코트디부아르 최다 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전쟁을 멈춘 사나이로도 유명하다. 2006년 코트디부아르를 사상 첫 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뒤 경기를 생중계하는 TV카메라 앞에서 동료들과 무릎을 꿇고 당시 내전 중이던 조국에 휴전을 요청해 실제 휴전을 이끌어냈다. 또 이 일이 계기가 돼 코트디부아르는 2007년 내전(1차)이 종식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국토종주 끝내는 안철수 “코로나 위기 임진왜란과 닮아”

    국토종주 끝내는 안철수 “코로나 위기 임진왜란과 닮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일 시작한 국토종주를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무리한다. 안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 국토종주 14일째, 마지막 날로 오후 2시에 광화문까지 가려 한다”며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며 유권자들의 분명한 판단을 당부했다. 안 대표는 여수 이순신 광장에서 시작한 14일간 400㎞ 국토대종주를 끝내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400여년 전 국난 상황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400여년 전 정치인들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아 조선은 임진왜란을 맞았고 나라를 구한 건 의병을 일으킨 백성들의 희생정신과 애국심이었다고 주장했다. 대구에서 의료 봉사를 하면서 임진왜란 때와 같은 국민들의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보았으며 “현 정권의 무능으로 우리는 경제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장기불황이란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며, 현 정권은 선거가 끝나도 국채를 발행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그 이유로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소득주도성장, 기계적 주52시간제, 탈원전 등으로 경제를 망쳐왔는데 선거가 끝나면 갑자기 없는 능력이 생기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권은 코로나 대처과정에서 인기영합주의 행태만 보였다”며 “현 정권의 최대 관심은 선거에서 이기면 윤석열 검찰총장체제를 무력화시켜서 울산시장 불법공작선거, 라임, 신라젠, 버닝썬의 4대 권력형 비리를 덮는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청와대의 사병이 되어서 그 폐해가 독재정권시절 정보기관 못지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김종인 “선거 끝나면 확진자 폭증한다는 편지 쇄도”

    김종인 “선거 끝나면 확진자 폭증한다는 편지 쇄도”

    총선 하루 앞둔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부모찬스’ 못해준 3040 투표해 달라기회 주면 유능한 야당으로 개조할 것”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4일 “총선이 다가오자 의심증상이 있어도 엑스레이로 폐렴이 확인돼야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서 “총선까지 확진자 수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선거가 끝나면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라고 전국에서 의사들의 편지가 쇄도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2일, 총리 주재 회의에서 ‘중국발 입국금지’를 결정했다가 그날 오후 정부 발표에서 방침을 바꿔 이 나라에 난리가 난 것”이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켜보려고 청와대가 개입했고, 그 때문에 초기 방역이 실패했다고 모두 의심하는데 선거가 임박하니 그걸 ‘방역 한류’라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 한 가지만 묻겠다. 한순간이라도 국민 앞에 진실했던 적이 있나”라면서 “정직하든 유능하든, 최소한 둘 중 하나는 갖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을 하루 앞둔 이날 “아이에게 엄마찬스·아빠찬스 주지 못해 울었던 30·40대, 반드시 투표해 달라”면서 “나라를 구하는 애국심으로 꼭 투표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부모 찬스’는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알바도 잘리고, 월세를 못 버텨 고시원으로 가는 젊은이들, 절대 포기하지 말고 투표하기 바란다. 어르신들도 마스크 하시고 꼭 투표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당이 흡족하지 않은 것을 잘 안다. 이번 총선에서 기회를 주면 이 정당을 유능한 야당으로 개조하겠다. 품격 있고 실력 있는 정당으로 바꿔 차기 정부를 책임질 만하게 만들어 놓겠다”고 덧붙였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 폭로한 린다 트립 사망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 폭로한 린다 트립 사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내몰았던 ‘지퍼 게이트’ 폭로자 린다 트립(사진70)이 8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을 폭로한 트립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그녀가 법의 지배를 지지한 영웅으로 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친구를 배신한 모사꾼으로 묘사한다.트립과 르윈스키는 1996년 국방부에서 알게 됐고, 24세 나이 차이에도 친구가 됐다. 1995년 여름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22세의 르윈스키는 11월부터 클린턴 전 대통령과 관계를 이어 오다 이듬해 4월 국방부로 발령이 났다. 당시 트립은 국방부에서 공보 업무를 하고 있었다. 트립을 신뢰했던 르윈스키는 대통령과의 육체적 관계를 털어놓았다. 트립은 이런 대화를 은밀히 녹음, 22시간 분량의 녹음 테이프를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에게 1997년 12월 넘겼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동산 투자회사에 대한 조사를 위해 1994년 8월 출범한 스타 특별검사는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녹음 테이프를 받았다. 트립은 당시 르윈스키에게 “등에 칼을 꽂는 느낌”이라면서도 “애국적인 임무”라며 폭로를 정당화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 내내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부인하는 동안 하원은 그해 12월 위증과 위증 교사 혐의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상원은 1999년 2월 12일 두 혐의를 부결시켜 클린턴은 대통령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 스캔들을 ‘지퍼 게이트’라고 불렀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르윈스키 성추문 폭로해 클린턴 ‘탄핵’ 이끈 린다 트립 사망

    르윈스키 성추문 폭로해 클린턴 ‘탄핵’ 이끈 린다 트립 사망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추문을 폭로해 탄핵 직전에 내몰리게 했던 린다 트립이 8일(현지시간) 췌장암으로 71세 생애를 접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고인의 아들은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에 코로나19는 사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트립은 24세나 나이가 많았는데도 르윈스키와 아주 친해져 1997년 그녀와 대통령의 성적 관계를 알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몰래 둘의 대화를 녹음해 클린턴 대통령의 전반적인 비위를 조사하던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에게 넘겨 이듬해 의회의 탄핵 심의에로 이끄는 결정적 동력을 제공했다. 녹음 분량은 22시간이나 됐다. 또 클린턴 대통령의 정액이 묻어 있던 르윈스키의 푸른색 드레스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폭로해 지금도 미국 대중의 뇌리에 박혀 있는 호색한 대통령의 추악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그녀를 내부제보자로 받들었지만 다른 쪽에서는 당파적 이해 때문에 추악한 문제를 들춘 인물로 폄하했다. 당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클린턴에 대한 탄핵 심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둘의 관계를 특별검사에게 위증했다는 이유로 1998년 12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듬해 2월 상원에서는 3주 격론 끝에 무죄로 뒤집혔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의 분열과 대립을 더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낳았다. 트립은 애국심에서 스타 특별검사에게 관련 증거를 넘겼다고 주장했지만 그녀를 믿고 털어놓은 르윈스키를 배신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2001년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날에 국방부에서 해고된 그녀는 나중에 남편과 버지니아주에서 가게를 차리기도 했다.WP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의회에서 진행된 국립 내부제보자의 날 행사 도중 트립은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조금 더 일찍 폭로하지 않은 일이라며 “옳고 그름의 문제였으며 좌우의 문제가 아니었다. 위증과 사법방해를 재단한 것이었다. 결코 정치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의 팟캐스트 ‘슬로 번’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클린턴의 행동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있는 자유세계의 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 누구에게도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르윈스키는 유명 방송인 바버라 월터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립이 몰래 녹음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놀랍고 침해당하고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일생을 통틀어 그렇게 걱정했던 적이 없었다. 죽고만 싶었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전날 트립이 몹시 아프다는 소식을 접한 르윈스키는 “과거와 상관 없이 그녀가 회복하길 기원한다. 이 일이 그녀의 가족에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상상이 안 된다”고 의연하게 밝혔다. 탄핵 심판 때 최후진술을 통해서도 르윈스키는 “모든 일, 그리고 내가 린다 트립을 미워한 일이 진짜 유감”이라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화웨이가 호실적에도 삼페인을 터뜨리지 못하는 까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화웨이가 호실적에도 삼페인을 터뜨리지 못하는 까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를 헤치고 화려한 성적표를 내놨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하고 동맹국에도 이를 따를 것을 요구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중국인의 ‘애국 소비’와 유럽 각국에서 통신장비 도입이 잇따르면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2019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19.1% 늘어난 8588억 위안(약 148조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5.6% 증가한 627억 위안에 이른다. 미국의 강력 제재가 이어지자 중국인들에게 ‘미국에 맞서는 국산품’으로 인식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덕분이다. 실제로 중국 내 매출액(5067억 위안)은 36.2%나 폭증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라는 악재를 중국인의 ‘애국 소비’로 돌파한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지난해 2억 4050만대를 출하했고 매출액도 34%나 급증했다.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2억9510만대)에 바짝 따라붙었다.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29.7%가 늘려 1317억 위안을 기록했다. R&D투자 비중이 무려 15.3%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1위의 자리를 넘볼 수준이다. 쉬즈쥔(徐直軍) 화웨이 순환회장은 이날 “2019년은 화웨이에게 매우 도전적인 한 해였다”며 “외부의 엄청난 압박에도 오로지 고객가치 창출에 전념해 견고한 비즈니스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화웨이는 지난 20년 간 급성장세를 이어갔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와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올라섰다. 화웨이의 고위 관계자들은 2~3년 전부터 “조만간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처음 상용화된 지난해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왕좌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9년 5G 스마트폰 시장조사에서 화웨이는 36.9%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은 4G 롱텀에볼루션(LTE)과 5G를 통틀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35.8%로 2위에 머물렀다. 세계 최초로 5G폰을 출시하고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빌 페트리 우코나호 SA 부사장은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은 거의 모두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비돼 미국의 제재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하지만 화웨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강력 제재 조치가 풀리기는커녕 더욱 강화되는 데다 올들어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락하고 5G 장비시장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하고 부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보다 더 강력하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미국에서 설계된 반도체 장비로 생산되는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수출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대적공사(臺積公司·TSMC)가 화웨이에 더이상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 상무부는 2주 전 미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45일 연장해주는 유화적인 조치를 내린 것을 전격 철회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장비들이 전세계에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고 의심된다며 화웨이를 지난해 5월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 때문에 인텔과 퀄컴, 마이크론 등 미 반도체 업체들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규제를 피해왔으나, 이젠 이마저도 어렵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쉬 회장은 “그저 시나리오이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 제재마저 현실화한다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 칩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미디어텍 칩이 화웨이의 고사양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단시간에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10월 2220만대, 11월 1960만대, 12월 1420만대, 올해 1월 1220만대로 각각 감소했다. 특히 지난 2월 화웨이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보다 69%나 곤두박질친 550만대였다. 1년 전의 절반도 채 못팔았다. 1위인 삼성전자(1820만대)의 30% 수준이다. 애플은커녕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샤오미(小米·600만대)에도 밀려 4위로 추락했다. SA는 화웨이 스마트폰의 올해 글로벌 판매량이 1억 8000만대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의 75% 수준으로 화웨이의 성장세가 처음으로 꺾이는 것이다. SA는 화웨이가 세계 2위 자리도 애플에 다시 내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7% 축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화웨이는 더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애국 소비’라는 중국 내수 판매에 너무 기댄 결과다. 화웨이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의 69%가 내수였다. 중국의 스마트폰 애국 소비도 올해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재정적·물질적으로 힘든 만큼 지난해처럼 화웨이를 구제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올해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G메일이나 유튜브와 같은 구글 서비스가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만 해도 주력 스마트폰엔 구글 서비스가 탑재됐지만 올해 신제품에는 모두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가 빠져 유럽 등에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 ‘P40’엔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 ‘EMUI 10’이 탑재됐다. 지난 2월 선보인 화웨이의 2번째 폴더블폰인 ‘메이트Xs’에도 EMUI 10이 들어갔다. 화웨이는 구글의 서비스에 맞서기 위해 화웨이 맞춤형 모바일 서비스(HMS)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SA는 “화웨이가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 HMS를 개발하는 것은 위험하고 험난한 여정”이라고 말했다.잔뜩 기대를 걸었던 5G 통신 장비시장도 성장 정체가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5G 통신망 구축 일정이 지연될 조짐이다. 화웨이로선 고객의 투자가 감소하는 셈이다. 지연될수록 1위 화웨이와 이를 쫓는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수 년간 선행 개발한 노하우의 효과가 반감되는 셈이다. 화웨이의 중국 내 생산, 오프라인 매장 중심 판매 전략도 추락을 가속화했다.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 스마트폰 대부분을 만든다. 그런데 중국 곳곳이 코로나19 사태로 이동 제한 명령을 내리면서 직원들의 출근도 어려워졌고 공장 가동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샤오미가 화웨이를 역전한 이유로 샤오미의 온라인 판매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꼽는다. 코로나로 매장 중심 화웨이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말이다. 화웨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고수했던 샤오미, 오포, 비포 등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샤오미·오포·비보는 고성능의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화웨이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더군다나 샤오미가 화웨이에 도전장을 던졌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샤오미는 이미 가격 한계를 떨어뜨렸고 고급 모델 스마트폰 생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공개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하이엔드(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화웨이에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화웨이는 중국 내 최고급 스마트폰 판매를 둘러싸고 이젠 중국 업체들과도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여야 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예비군 훈련보상비 인상 고려”…제52주년 예비군의 날 축전

    문재인 대통령 “예비군 훈련보상비 인상 고려”…제52주년 예비군의 날 축전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52주년 예비군의 날’을 맞아 “2022년까지 병장봉급 수준을 고려해 훈련보상비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전을 통해 “예비군의 날을 맞아 각별한 격려를 보낸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생활지원센터, 방역현장 등 곳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예비군의 애국심과 헌신을 국민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훈련이 예비군들의 생업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예비군 훈련 보상비를 정부 출범 전에 비해 4배 인상했다”며 “앞으로 2022년까지 병장 봉급 수준을 고려해 추가로 인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격려사에서 “북한이 지난 2월과 3월 합동타격훈련을 실시하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는 등 무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빈틈없는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코로나19 지원에 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예비군의 날 기념식은 당초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행사가 취소됐다. 국방부는 예비군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부대·기관·개인을 포상하고, 모범예비군 40명을 선발했다. 표창 수여식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추후 별도 시행할 계획이다. 예비군육성 우수부대로 선발돼 대통령 표창을 받는 육군 2군단과 50보병사단 등 총 24개 군부대와 기관이 단체 포상을 받는다. 예비군 업무 발전에 기여한 예비군, 공무원, 군인, 민간인 등 282명은 대통령 표창 등 개인포상을 받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애국가 못 부른 외국인 귀화 불허 판정 정당”

    한국으로 귀화하려는 외국인이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지 등을 허가 기준으로 삼는 현행 심사 방식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장낙원)는 외국인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국적 신청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남아시아의 한 국가 출신인 A씨는 2017년 귀화를 신청했지만 이듬해 법무부는 ‘면접 불합격’을 이유로 불허했다. A씨는 1·2차 귀화 면접 심사 당시 ‘대한민국 국민의 자세’,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신념’, ‘애국가 가창’ 등 항목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았다. 재판부는 “개별 심사항목 내용을 보면 국어 능력 및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세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신념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췄다”며 정당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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