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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이프 코리아] ‘산불과의 전쟁’ 동해안 르포

    [세이프 코리아] ‘산불과의 전쟁’ 동해안 르포

    동해안 지역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사이 6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서울 여의도의 95배에 달하는 2만 8572㏊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특히 산불의 80%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측면에서 울창한 숲이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백두대간은 ‘안전불감증의 현주소’와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산교육장이다. ●벌거벗은 낙산사 주변 지난해 4월4~5일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한 강원도 양양지역의 복구현장을 11개월여 만에 찾아보았다. 화마에 휩쓸렸던 양양 낙산사 주변은 천년 사찰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사찰 주변에 울창하던 소나무 숲은 타다 남은 나무들을 전기톱으로 모두 잘라내 황량한 민둥산으로 변했다.40∼50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모두 잘려 밑둥만 남았다. 나무를 잘라내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의 노란꽃이 한눈에 들어왔다. 낙산사에서 만난 한 스님은 나무가 우거졌을 때는 숲이 우거져 ‘복수초’를 잘 볼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경내도 홍현암과 의상교육관 등 일부만 남고 모두 탔다. 주변에는 복원공사를 위한 목재가 이곳 저곳에 놓여 있고 잘라낸 나무를 치우기 위한 굴착기 굉음소리만 요란했다. 관광을 위해 이곳을 찾은 최모(55·여·강원 철원군 갈말읍)씨는 “천년 사찰의 모습을 보러왔다가 민둥산과 황폐화된 사찰을 보면서 마음속에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만 새기고 간다.”고 푸념했다. 동부산림청 소속 이석주(8급)씨는 “낙산사 주변의 40∼50년된 소나무들은 모두 불에 타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모두 베어냈다.”고 말했다. 시야에 들어온 주변의 모든 산들은 검게 타버렸거나 민둥산으로 변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씨는 “지난해 불이 날 당시 낙산사 도로 반대편에 있던 산불이 강한 바람과 함께 100m가 넘는 도로를 건너 옮겨붙었다.”면서 “산불에 대해 조심하고 대비했더라면 이 같은 처참한 피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당시 산불의 원인은 자동차에서 무심코 던진 담뱃불 때문으로 밝혀졌다. ●해안 주변도 온통 민둥산 국도를 타고 2시간 가량 남쪽으로 내려온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일대는 2000년 4월에 대형 산불로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곳이다. 7번 국도 주변의 강릉∼삼척 야산도 모두 불타 속살을 드러냈다. 삼척국유림관리소 안범모 소장은 “불이 나지 않았을 때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림이 울창한 곳이었는데 순식간에 그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이곳에서는 4월7일부터 15일 사이에 고성·강릉·삼척·동해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모두 2만 338㏊를 태웠었다. 삼척시 근덕면 궁리 야산 해발 250m 임도에서 바라본 산불피해 지역은 삭막함 그 자체였다. 시야에 들어온 곳은 조림을 하기 위해 모두 벌목을 한 상태라 황량함만 더했다. 산림청은 불탄 지역 가운데 9204㏊에 대해 5개년 계획을 세워 복원을 추진 중이다. 이중 27%인 2480㏊에 대해서는 이미 인공조림을 마쳤다. 불탄 지역의 나무를 모두 잘라내고 소나무와 활엽수 등을 다시 심었다. 하지만 잘라낸 나무들이 너무 많아 아직도 실어내지 못하고 쌓아놓은 나무들이 거대한 계단을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땔감으로 서로 가져 갔을텐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 능선을 따라 쌓아 놓은 것이다. 인공조림을 했다고 하지만 어린 나무들이라서 멀리서 바라보면 민둥산으로 보였다. 조림한 지 2∼3년밖에 되지 않아 이제 겨우 잡풀 속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다. 동부산림청 김중기 자원조성팀장은 “조림된 소나무가 푸르름을 찾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커야 하고, 성장을 돕기 위해 3∼5년 주기로 풀베기와 솎아주기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보다 불이 더 무서워요” 대형 산불이 났던 궁촌 4리에서 ‘산마을터전’이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남순(47·여)씨는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때 산불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김씨는 “아랫마을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난 불이 집 앞산까지 번져 하루종일 지붕에 물을 뿌려댔다.”면서 “불길이 잡혀 안심했는데 8일이 지난 뒤 다시 불길이 동네로 번져 마을을 다 태웠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씨 집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집들이 불 탔다. 김씨는 일부 집들이 남아 있는 것은 불길이 집으로 덮치는 것을 막기 위해 온종일 물을 뿌려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인근 산의 송이 채취권을 8700만원에 계약했다가 산불로 모두 소실돼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큰 불을 겪은 뒤 2002년엔 태풍 루사가,2003년엔 매미가 휩쓸고 가 또 다른 고통을 겪었다. 그는 물과 불난리를 다 겪었지만 물보다 불이 훨씬 더 무서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속초에서 차량으로 10여분 달려 도착한 고성군 죽왕면 삼포·야촌·인정리 일대가 나왔다. 이곳은 1996년 3700㏊와 2000년 2696㏊가 불에 탄 지역이다. 이곳에선 인공조림과 자연복원을 곁들이며 복원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1996년에 불에 탔던 곳에 복원작업을 진행했지만, 이중 상당수는 2000년 다시 불탔다. 이 때문에 1996년 조림이 된 뒤 불에 타지 않은 곳의 나무는 2m정도 성장했지만,2000년 불타 다시 조림된 곳은 70∼80㎝밖에 자라지 않은 모습이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아직도 당시의 처참한 생채기가 아물지 않은 채 곳곳에서 흉한 몰골로 버려져 있었다. 동해안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선거·짝수해 대형산불” 주민 긴장 요즘 강원 동해안에선 주민들이 차량에 ‘산불조심’이란 붉은색 깃발을 달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매년 3∼4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관(官)과 민(民)이 나서 산불예방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1980년 이후 동해안에서 100㏊ 이상 산림을 태운 산불은 13건. 소형 산불까지 계산하면 헤아릴 수조차 없다. 특히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대형 산불이 거의 ‘선거가 있는 짝수해’에 발생했다는 점이다.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1996년엔 고성 산불로 3700㏊를 태웠다. 또 전국 지방동시선거가 있었던 1998년엔 강릉 사천에서 산불이 발생했고,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던 2000년엔 동해안 지역 산불로 2만 3794㏊를 태웠다. 이 때문에 짝수해인데다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올해도 ‘혹시나’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강릉 등 동해안에선 소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강릉시 난곡동 인근 야산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산으로 옮겨붙어 사유림 2000여평(강릉시 집계)을 태웠다. 지난해 양양 산불로 낙산사가 불탔던 악몽이 가시지 않은 터라 불이 민속문화재 5호인 선교장 인근으로 번질까 당국이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강릉시 옥계에서도 산불이 나 272평을 태우는 등 올들어만도 20건이 넘는 산불이 동해안에서 발생했다. 특히 일부는 방화로 추정돼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김용하 동부산림청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불 방화범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잠복근무를 하는 등 사실상 ‘산불과의 전쟁’을 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동지역은 태백산맥의 급한 경사면을 따라 바다로 연결되기 때문에 해양성 기후에 가깝다. 반면 태백산맥 반대편의 영서지역은 대륙성 기후인데, 이런 기후 특성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온도 및 습도차이, 강한 바람 등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후와 지형 탓에 조선시대에도 대형 산불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왕조실록의 산불 기록에는 “3월3일 사나운 바람이 크게 일어나 산불이 크게 번져 삼척 강릉 양양 간성 고성에서 통천에 이르는 바닷가 여섯 고을에서 민가(民家) 2600여호, 원우(院宇) 3곳, 사찰 6곳, 창사(倉舍) 1곳, 곡식 600섬 등이 불타고 타 죽은 사람이 61명이다.”고 기록돼 있다(조선왕조실록 순조 4년 3월12일). 현종 13년 4월5일엔 “원양도의 양양 강릉 등 네 고을에 산불이 크게 나서 불타버린 민가가 1900여호이고 곡물과 군기 등이 한꺼번에 다 타버렸고, 불 타 죽은 사람도 65명이다.”고 적혀 있다. 정부는 이같이 산불이 빈발하자 동부산림청에 동해안 산불관리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동해안 지역의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신속한 진화를 위해 17개 민·관 기관이 공동 참여한다. 평상시에는 산불 예방활동을 하며, 대형 산불이 번지면 도지사 예하로 편입돼 진화작업을 하게 된다. 동해안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부동산플러스] 대구 수성 I’ PARK 370가구

    현대산업개발은 대구광역시 수성구 파동에 수성 I’PARK 370가구를 분양한다. 분양가는 평당 720만∼920만원. 단지 앞으로 신천과 산성산이 있고 뒤로는 법니산이 있어 우수한 전망을 갖추고 있다. 신천대로, 앞산순환로, 동부순환로를 통해 시내외 진입이 쉽다.2007년 12월 입주 예정.(053)764-6633.
  • [역세권 아파트 탐방] 도곡동 도곡렉슬

    [역세권 아파트 탐방] 도곡동 도곡렉슬

    입주를 시작하자마자 강남 주택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아파트가 바로 ‘도곡렉슬’이다.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도곡렉슬은 34개동 26∼68평형 3002가구로 이뤄졌다. 도곡주공1차를 재건축한 단지로 26·33평형이 1537가구,43·50·51·68평형이 1465가구로 중소형 비율이 더 많다. 요즘 대형 평형 위주로 지어지는 강남 아파트 추세와는 다른 것이지만 강남 진입을 원하는 중산층 수요가 밀려들면서 이 아파트 33평형 시세가 최고 12억원까지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68평형은 매물이 없고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분양 당시 평당 가격이 1400만∼1800만원인 데 비해 지금은 평당 2500만∼45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단지는 동시분양에서 단일 평형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 곳으로도 유명하다.43평형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무려 4795대1을 기록했다. 단지 전체 경쟁률은 431대 1이었다. ●특급 조경·풍부한 녹지공간 16만 8600만평에 쌍용·현대·GS 등 대형건설 3개사가 함께 지었다. 현대건설은 43평형과 50평형이 몰려있는 남쪽 부분을,GS건설은 26평형과 33평형이 많은 북쪽을, 쌍용건설은 서쪽부분을 시공했다. 주차장은 모두 지하에 있어 동간 거리가 생각만큼 좁지 않다. 특히 각종 테마공원, 호수, 산책코스 등 조경을 잘 꾸며 놓은 점이 눈에 띈다. 매봉공원과 바로 연결돼 있어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일부 동은 앞산 조망권도 누릴 수 있다. 모든 평형의 거실벽은 후지산 화산재로 만든 타일을 설치, 실내 습도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 타일은 새집증후군의 대명사인 포름알데히드도 흡수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평형보다 내부 공간이 비교적 작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다. ●8학군+더블 역세권 강남 8학군을 배정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과 더블 역세권 수혜단지라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분당선 한티역이 도보 5분 거리다. 대도초, 경기여고, 숙명여중·고, 단대부고, 중대부고 등 각급 학교가 가깝다. 롯데백화점, 월마트, 영동세브란스병원, 매봉공원 등 편의시설도 골고루 갖추고 있다. 50평형대가 몰려있는 단지 남쪽 304∼306동은 대도초등학교와 중대부고를 사이에 두고 타워팰리스까지 아무런 장애가 없어 조망이 탁 트여 선호도가 가장 높다. 특히 도곡렉슬 인근에는 타워팰리스와 동부센트레빌 등 유난히 고급 주택이 많다. 또 맞은편에는 도곡 주공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고 있는 대치아이파크(768가구)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자연스럽게 단지 고급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 도움말 내집마련정보사 김정용 팀장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섬진강 24-맑은 날/김용택 지음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할머니의 죽음과 그 애상을 시로 썼더랬습니다. 연작시 ‘섬진강 24-맑은 날’을 내놓은 게 1986년.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가 됐네요. 그런데 시인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요. 아이들에게 그 시집을 읽히고 싶어, 다시 교열을 보고 어려운 한자말은 쉬운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그렇게 다듬고 다독거려 나온 책이 ‘맑은 날’(전갑배 그림, 사계절 펴냄)입니다. 엄마아빠 서재에서나 봤던 시집을 그림책으로 만나는 즐거움이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색다르겠지요. 수묵채색 삽화가 단아한 이 책은, 한 글자 한 글자 아이의 귓속에 집어 넣어주듯 읽어주면 더 좋을 것같구요. 초등 고학년 이상의 자녀라면 호젓한 시간에 반복해 읽기를 권유하면 좋겠습니다. 책장을 열면, 아흔네해 긴 생을 마감하려는 할머니의 가는 숨결이 호르륵 끼쳐옵니다. 뒷산 늙은 귀목나무를 올려다보며 한해 농사를 내다볼 줄도 아시던 할머니가, 살구나무 앵두나무가 꽃그늘을 던지는 춘삼월에 졸음에 빠지듯 그렇게 떠나시네요. 이 그림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는데도 어둡거나 엄숙하지 않답니다. 할머니와의 영영 이별은 가족 모두에게 크나큰 슬픔이되 상(喪)을 치러내는 고비고비는 한바탕 축제마당입니다. 죽음이란 무르익은 삶의 아름다운 뒤끝임을 역설하는 거겠지요. 그 장면장면들이 꿈처럼 몽롱하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삶의 소란과 죽음의 고요가 엇갈리는 사이, 하루해가 맘껏 길게 지고 산그늘이 뒷산을 내려오자, 느티나무 까치집 그림자가 마당에 떨어졌다가 조용히 마당을 떠나 앞산을 넘어갔습니다.(…)” 좁은 관에 몸을 누이는 할머니를 보며 시인은 그 옛적 청상(靑裳)의 할머니의 한을 새삼 돌아다보기도 합니다. 상복에 건을 두른 상주, 시골집 앞마당의 꽃상여, 상여꾼들의 소란스러운 상엿소리….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연방 물음표를 날릴 사실묘사의 대목들도 많습니다. 까맣게 잊혀져가는 전통 상례의 풍속과 아련한 서정에 푹푹 발이 빠질 그림책입니다. 시시콜콜 뜻을 다 모르고 읽은들 또 어떨까요. 투명하고도 천진한 시인 특유의 시어들이 오롯이 흡수되면, 아이들 마른 가슴이 양껏 포옥 젖을 테니까. 상례를 돌아보는 틀거리 속에 기승전결 뚜렷한 서사구도가 돋보입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이야기 마당에 혼돈스레 휘둘리던 어린 독자들을, 책은 평온한 현실 속으로 되돌려놓아 줍니다. 할머니를 보내는 철부지 손녀딸들의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운지요.“천원어치는 되겄다야.” 소복 치맛자락에 푸른 봄나물을 뜯어 싸담는 아이들 모습이 봄볕 아래로 노곤히 감겨듭니다. 곰삭은 서정이 한됫박은 녹아든, 그저 가슴으로만 읽어도 좋을 책임에 틀림없습니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儒林(536)-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6)

    儒林(536)-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6)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6) 1년 반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도중에 상운정에서 자신의 소회(所懷)를 털어놓은 율곡의 시는 다음과 같다. “가을바람에 풍악(금강산)을 떠나,/ 석양 무렵 상운정에 당도하니, 모래 위에는 바위들 늘어섰고,/소나무 사이에는 길이 하나 나 있구나. 파도소리 우르르 바다를 몰아가고,/기러기 떼 듬성듬성 전자모양 형성했네. 말 죽 먹여 급히 길 떠나니,/앞산에 벌써 저녁 안개 어둑어둑(秋風別楓岳 斜日到祥雲 沙上千巖列 松間一路分 殷雷波捲海 疎篆雁成 馬催程發 前山晩霧昏)” 이 무렵 율곡의 고향 임영에는 외할머니 이씨가 눈이 빠져라 율곡을 기다리고 있었다. 율곡의 생애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외할머니 이씨. 흔히 율곡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을 율곡의 어머니였던 신사임당 한 사람으로 압축하고 있으나 오히려 율곡의 천재성을 처음으로 꿰뚫어 본 사람은 외할머니 이씨였다. 이러한 사실은 세살에 불과한 율곡에게 이씨가 석류를 들어 보이며 ‘이것이 무엇과 같으냐.’고 묻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때 율곡은 옛 고시를 인용하여 ‘석류껍질이 부서진 붉은 구슬을 감싸고 있네(紅皮囊裏 碎紅珠)’라고 대답함으로써 주위사람을 탄복시켰는데, 어쨌든 이 ‘석류시’가 율곡이 지은 최초의 절구이고 보면 율곡의 천재성을 제일 먼저 알아본 사람은 외할머니 이씨였던 것이다. 이 무렵 외할머니 이씨는 76세의 노인이었고, 특히 4년 전에 사랑하는 딸 신사임당을 여의고 시름에 잠겨있었으므로 간다온다 일체의 흔적도 없이 홀연히 사라졌다 살아 돌아오는 율곡을 본 순간 미친 듯이 맨발로 뛰어가 율곡을 맞아들였을 것이다. 율곡은 이곳 강릉에서 한겨울을 지낸다. 이듬해 봄 또다시 강릉을 떠나 한성시에서 장원으로 뽑혔으니, 비록 한겨울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금강산에서 있었던 불자로서 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잡은 암중모색(暗中摸索)의 의미 깊은 전환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겨울 동안 율곡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인간으로서 지향해야 할 목표를 곰곰이 생각한 후 그가 평생 동안 좌우명으로 삼아온 ‘자경문(自警文)’을 지어 자신을 경책하는 지표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경계하는 글’이라는 뜻의 자경문은 불교와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글이며, 또한 다시 청산을 버리고 세속으로 환속하여 복귀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의 아폴로기(apology)였던 것이다. 한겨울 동안 율곡은 치열하게 외갓집에서 입산하기 전부터 계속해왔던 과거시험공부를 계속하였던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이듬해 봄 한성부에서 주관하는 한성시에 응모하기 위해서 율곡은 서둘러 한양으로 귀향하였으며, 결과적으로는 장원에 급제하여 화려하게 입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강남 ‘부자 축’ 옮겨가나

    강남 ‘부자 축’ 옮겨가나

    잇따른 서울 강남 아파트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이 연일 상종가를 치는 아파트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가격인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곳은 3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 렉슬’아파트. 이 아파트 33평형 시세는 최고 12억원. 평당 가격이 3000만원을 넘어서면서 30평형대 아파트값을 1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타워팰리스, 센트레빌 아파트로 대표되던 강남 부자 아파트의 상징 축(軸)이 렉슬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도곡렉슬 “중소형·교육환경 장점” 도곡렉슬 광풍이 부는 것은 강남 진출을 원하는 중산층들의 수요 때문으로 보인다.26·33평형이 1537가구,43·50·51·68평형이 1465가구로 중소형 비율이 더 많다. 요즘 대형 평형 위주로 지어지는 강남 트렌드와는 차별된다. 재건축 규제로 강남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어렵다는 점도 렉슬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유다. 새 아파트인데다 강남 8학군을 배정받을 수 있는 교육 환경도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16만 8600만평 부지에 현대·GS·쌍용 등 대형건설 3사가 34개 동을 나눠 지었다. 주차장은 모두 지하에 있고 각종 테마공원, 호수, 산책코스 등 조경이 눈에 띈다. 매봉공원과 바로 연결돼 있어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일부 동은 앞산 조망권을 누릴 수 있다. 도곡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당장 2월 중순까지 주소지를 이곳으로 이전해야 이 지역 학군으로 배정받을 수 있어 입주도 하기 전에 거래가 활발했다.”면서 “렉슬상가안에 이 아파트를 거래하는 중개업소만 50개에 이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형평형 위주 타워팰리스 대형 평형 위주인 동부 센트레빌이나 타워팰리스는 강남 진출을 원하는 중산층이 엄두내기 어려운 단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렉슬은 중소형이 많아 수요층이 두껍고 손 바뀜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그런지 평당 가격이 이미 타워팰리스를 앞질렀다.404가구인 도곡렉슬 50평형은 최고 21억 65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월 입주한 대치 동부센트레빌과 타워팰리스 사이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최고가 기준 센트레빌 53평형이 22억 5000만원, 타워팰리스 57평형이 18억 5000만원이다. 강남 부자의 상징 축이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타워팰리스와 센트레빌이 도곡역에 붙어있다면 렉슬은 한티역에 가깝다. 부동산중개업소는 최근의 현상을 놓고 “강남 부자의 축이 대치역에서 도곡밸리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30평대 10억 바람 일으킨 주인공 렉슬 33평형은 지난 2003년 분양 당시 5억 8500만원이었지만 꾸준히 올라 3일 현재 11억∼12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타워팰리스도 지난 8·31이전부터 32평형이 10억원을 넘어선 뒤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을 기대하는 인근 대치 은마아파트 34평형이 최근 10억 7500만원에 팔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란 평이 나온다. 렉슬 광풍은 도곡·대치에서 끝나지 않고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삼성동 AID차관 재건축 아파트의 33평형 분양권은 3년 후 입주인데도 불구하고 8억원을 호가한다. 올해와 내년 입주할 예정인 잠실 시영 3·4단지의 30평형대 분양권도 이미 8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대형 평형이 인기 트렌드로 자리잡은 강남에서 30평대 아파트 값이 치솟는 것은 강남 진출을 희망하는 중산층이 그만큼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8·31 후속 대책에서도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강남 대체 신도시를 적극 개발해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광역단체장 새해 설계] 조해녕 대구시장

    [광역단체장 새해 설계] 조해녕 대구시장

    대구시는 올해 ‘과학기술 중심도시’와 ‘문화예술 중심도시’를 2대 전략으로 설정했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23일 “미래 대구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올해는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이 추진되는 등 과학기술 도시로 탈바꿈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기반 구축 2004년부터 달성군 현풍면 일대에 추진중인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이 전체적인 골격을 갖출 전망이다. 2월말까지 진입도로(달서구 월배∼현풍간 14㎞)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용역을 완료하고 연말까지 개발계획 수립 및 지구지정을 추진키로 했다. 조 시장은 “2008년부터 국책연구기관 유치,2011년부터 연구소 및 첨단기업 입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기술 거점인프라 구축을 위해 성서 3차 산업단지에 ‘신기술 산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하반기 한방산업진흥원(2007년 완공)공사에 들어간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기업 마인드 확산을 위해 5급이하 공무원들에게 대기업 및 국책사업장 체험기회를 갖게 하고,‘기업 민원SOS제’를 운영한다. 조 시장은 “보수적인 도시분위기 탓인지 아직 반기업 정서가 남아 있다.”면서 “기업민원을 최우선 처리하는 등 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계속 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월 엑스코호텔을 착공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어마을 조성과 외국인학교 설립도 본격 추진된다. 36만여평 규모의 봉무산업단지 조성과 지역특화 산업으로 2007년까지 패션주얼리 전문타운 건설도 착공하게 된다. ●문화예술 중심도시 건설 내년은 국채보상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해 10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나선다. 창작오페라를 제작하고 관련자료 발굴 및 자료전시관 등도 개관한다.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일원에 추진중인 게임·모바일콘텐츠, 디자인 중심의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립미술관, 방짜유기박물관 건립에 나서고 낙동강 대니산 인근 레저스포츠 시설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도 착수한다. 조 시장은 “차기 시장이 홀가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임기동안 앞산 터널도로 개설을 둘러싼 갈등 등 집단민원 해결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대구시 올해의 역점사업 대구시는 올해를 대중교통 혁신의 해로 정했다. 버스준공영제가 2월 첫 도입되고 지하철 1·2호선과 연계, 시내버스노선도 전면개편해 대중교통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게 된다. 버스 준공영제의 정착을 위해 ‘버스수입금 공동관리제’를 도입하고 교통카드 사용률을 현행 51%에서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교통카드 충전소도 612곳에서 2045곳으로 대폭 확대한다. 새로 개편하는 시내버스노선은 버스∼지하철간 상호보완적인 간·지선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급행간선은 주요 방사선축과 도심간을 연결하고 순환선은 간·지선과 지하철을 연결한다. 간선은 시외곽과 도심·부도심간을, 지선은 주거지와 지역생활권을 연결한다. 버스∼버스간, 버스∼지하철간 환승요금무료제를 도입하고 버스운행관리시스템을 도입, 운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승객들에게 제공한다. 오는 10월에는 버스∼지하철간 통합요금제와 일회권(토근·승차권)단일화도 시행할 예정이다.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버스전용차로를 현재 100.1㎞에서 117.2㎞로 확대하고 불법주차 이동식 무인단속차량도 7대 도입한다. 대구역∼반월당(1.05㎞)중앙로는 승용차가 진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장애인을 위해 저상버스 10대를 추가 도입한다. 지하철 2호선 경산연장사업(3.3㎞. 수성구 사월동∼경산시 영남대)은 기본·실시설계를 발주하고 3호선(칠곡∼범물 23.95㎞)은 기본설계를 추진한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국립공원 입장료 7월부터 단계적 폐지

    국립공원 입장료 7월부터 단계적 폐지

    때묻지 않은 자연과 빼어난 경관, 운이 좋으면 희귀 야생동·식물까지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국립공원이다. 한해 탐방객이 2000만명에 육박하는, 온 국민의 쉼터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런 국립공원이 앞으론 더욱 각광받을 것 같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서울신문 1월12일자 1면 참조)키로 하고, 구체적인 추진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불교계도 이런 방침에 적극 호응하고 있어 그 동안 국립공원 입장료와 공원내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함께 걷어 온 부당한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도 대부분 무료 입장 국립공원 입장료는 1970년 5월 속리산 국립공원부터 걷기 시작해 현재 전국 18개 국립공원,188개 매표소에서 받고 있다. 정부 재정형편이 어려워 공원관리 비용을 충당할 목적으로 도입돼, 최근 들어선 해마다 250여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국립공원은 사유재산이 아닌 국민 모두의 소유’라는 당위에 터잡고 있다.‘수혜자 부담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등산객의 호주머니를 털 것이 아니라 국가예산으로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다. 유럽의 모든 나라와 일본, 뉴질랜드 등 미주 대륙을 뺀 대부분의 국가들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입장료 징수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공원내 사유지가 많은 데다 출입구도 여러 군데 흩어져 있어 맘만 먹으면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는 형편이다. 특히 공원 주변지역 주민들의 경우 “동네 앞산에도 돈내고 들어가야 하느냐.”거나 “이웃집이나 친척집을 방문할 때도 입장료를 내야 하느냐.”는 불만과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측도 “성수기엔 순찰이나 공원관리 인력보다 단순 매표업무에 매달리는 직원들이 더 많아 전문적인 공원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입장료 폐지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정부부처간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예산엔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사정은 다르다. 이재용 환경부장관은 “입장료 폐지가 옳으며, 이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정부 내 분위기를 전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역시 “자체 예산을 활용해서라도 4개 해상·해안국립공원의 입장료 폐지를 우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불교계도 적극 호응 입장료와 함께 사실상 강제적으로 걷어 온 사찰 등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시비’도 해소될 전망이다. 현재 전국 14개 국립공원(22개 사찰)에서 입장료·문화재관람료를 등산객의 의사에 상관없이 통합징수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공원 입장객 1799만명 가운데 47%에 이르는 848만명이 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통합징수하는 매표지역으로 입장했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엔 이같은 통합징수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어 “정부와 불교계가 공공연히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문화재를 보지 않는 등산객에게도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도 시시때때로 들끓었다. 이 때문에 1997년엔 ‘별도 징수’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산문(山門)을 닫겠다.”는 불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밀리는 등 번번이 무산됐었다. 그러나 최근 불교계의 행보는 종전과는 딴판이다. 여론악화를 의식한 듯 오히려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지난달 25일 사학법 개정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과의 종단지도자 간담회에서 “공원 입장료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전달, 노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과 30일엔 김재규 공단이사장 및 이재용 환경부장관을 잇따라 만나 이런 방침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불교계에선 입장료 폐지에 대비해 매표소를 사찰 근처로 옮겨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키로 하거나, 수입 축소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6)세계의 음다풍습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6)세계의 음다풍습

    새해다. 아직도 앞산인 달마산은 눈을 모자삼아 구름을 목도리 삼아 유유자적 하늘과 세월을 떠받치고 있다. 새해들어 눈 덮인 골짜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인사를 하러 온 차인들도 많지만 일반 등산객들의 발길도 늘어가고 있다. 하얀 입김을 푸우 푸우 내뿜으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해남의 명산인 두륜산에는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두륜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큰절인 대흥사를 지나 일지암을 지나는 코스와 진불암을 지나는 코스가 있다.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일지암을 찾는 등산객들은 매우 드물었다. 마치 사시사철 선방처럼 한적한 곳이 바로 일지암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큰 절의 수련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등산객까지 일지암을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른바 웰빙음료로 각광받고 있는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인 것 같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중 가끔씩 차를 청하는 분들이 있다. 일지암에는 좀 독특한 차 풍습이 있다. 그곳에 머무는 사람이 아닌, 청하는 손님이 차를 직접 우려내서 마시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당황해 한다. 차를 어떻게 내야 합니까.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와 형식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쉽게 생각하세요. 직장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커피를 마시듯 편안하게 차를 끓여 드시면 됩니다. 우선 유천에서 물을 떠와 차를 끓이는 주전자에 넣고 사람 수에 맞게 잔과 차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물이 끓으면 차 주전자에 물을 붓고 마시면 되는 것이지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따르고 마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며 차를 마시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안타까워 다시 권해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차는 형식과 관념 속에서 머무는 뜬 구름이 아니라 존재와 현실의 내적 욕망을 갈무리하는 청적(淸寂)이 머무는 마음의 공간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차는 그 자체로 이미 편안함이며 실용적이며 삶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장자의 이야기다. 제나라 환공이 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당대최고의 목수인 윤편이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물었다.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책은 무슨 말을 쓴 책입니까.” “성인의 말씀이다.” “그 성인은 지금 살아계십니까.” “벌써 돌아가신 분이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읽고 계신 책은 옛 사람의 찌꺼기군요.”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목수 따위가 감히 시비를 건단 말이냐. 합당한 설명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 축인 굴대가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굴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깎음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뿐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깎아야 할 수레바퀴의 정확한 치수는 있기는 있습니다만 소신은 제 자식에게 그것을 말로 깨우쳐 줄 수가 없고 제 자식 역시 신으로부터 그것을 전수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흔 살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손수 수레를 깎고 있습니다. 옛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옛 사람들의 찌꺼기 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환공과 윤편의 대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형식인 말은 결코 그속에 담긴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형(形)과 색(色)이요 귀로 들어 알 수 있는 것은 명(名)과 성(聲)일 뿐이다. 차도 마찬가지다. 차는 거창한 삶의 형식이 결코 아니다는 것이다. 차의 본뜻은 삶의 실용속에서 자신을 발견해가는 작은 기쁨에서 시작되는 일상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구를 갖출 수 있고 차를 마시는 최소한의 지혜를 갖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차는 내 일상의 삶속에서 천연스럽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차는 곧 자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는 삶의 존재로서 우리에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구촌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형태든 차를 마신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것은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차를 많이 마시는 민족은 어디일까. 아이로니컬하게도 바로 티베트다. 그것은 높은 고원지대의 기후 탓이다. 티베트인들은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영양성분을 차로 보충한다. 그들이 마시는 수유차와 수유차를 만들 수 있는 통모, 그리고 차담은 티베트인들을 세계에서 가장 차를 많이 마시는 민족으로 만들고 있다. 티베트인들의 음다풍속은 매우 자연스럽다. 형식과 격식이 없이 앉는 곳이 바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티베트인들의 찻자리는 그런 점에서 매우 자유롭고 평안하다. 아마도 형식과 격식을 갖추지 않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차가 하나가 되는 찻자리를 펼치는 유일한 민족이 바로 티베트일 거라는 생각이다. 그들은 노동을 통해 생산하는 생산현장에서, 그리고 국가의 중대사를 논하는 회의장에서도, 높은 산에서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차를 마신다. 자세히 들여다면 그들의 일상은 이미 차 공동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는 그들의 모든 삶을 씨줄과 날줄로 이어준다. 척박한 문화속에는 아주 조용한 삶의 평화가 깃들어 있다. 그들의 종교적 성지인 라사의 포탈라궁을 가기 위해 온 가족이 7개월 동안 삼보일배를 한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차문화 공동체는 우리가 향후 지향해야 할 차의 살림살이가 어디에 있는가를 연구해줄 귀중한 것들이라고 보여진다. 중국 신강 위구르족의 밀크티와 향차(香茶)도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들이다. 위구르족의 밀크티와 향차는 한가한 여가시간보다는 식사와 함께 먹는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식사를 한 뒤나 편안한 시간을 따로내어 차를 마시는 반면 위구르족은 식사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이다. 위구르족은 북쪽의 민족들은 밀크티를 마시고 남쪽에 사는 민족들은 향차를 마신다. 위구르족의 밀크티는 매우 독특하다. 벽돌차로 불리는 전차를 쪼개 덩어리를 철제주전자나 알루미늄 주전자에 넣고 물을 부어 팔팔 끓인다. 차가 적당하게 푹 우러나면 신선한 우유 혹은 양젖을 넣고 다시 소량의 소금을 넣은 뒤 더 끓인다. 그리고 몇분이 지난 뒤 찻잔에 따른후 식사와 함께 차를 마신다. 향차 역시 마찬가지다. 주전자를 사용해 차와 함께 후추나 계피 정향 등 향로가루를 넣고 서서히 물을 부은 뒤 불위에 얹어 4∼5분가량 끓인다. 차 찌꺼기나 향료가루를 찻잔에 함께 나오지 않도록 걸러 마시며 보통 아침 점심 저녁식사와 더불어 차를 마신다. 몽골인들에게도 밀크티가 있다. 유목민인 몽골인들에게는 삼차일반(三茶一飯)의 음다풍습이 있다. 하루에 3번정도 차를 마시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과 함께 한번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운남지방에서도 독특한 음다풍습이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음다풍습은 염파차(炎波茶)와 용호투차(龍虎鬪茶)다. 염파차는 차 덩어리를 부숴 작은 토기그릇에 넣은 뒤 토관을 불위에 얹어 찻잎이 “퍽 퍽”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구운 다음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붓고 다시 5분정도 끓인다. 그런 후 다시 소금덩어리를 다탕에 넣고 끓여서 짠맛이 나면 화로에서 꺼내어 따른 뒤 각자의 기호에 따라 뜨거운 물을 더 부어 마신다. 운남에서는 염파차를 마실 때 옥수수떡을 함께 먹는 습관도 있다. 용호투차는 밀림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감기치료에 이용하는 비방으로 전해지고 있다. 먼저 진하게 우려낸 뜨거운 차를 알코올 도수 높은 술이 담긴 술잔에 부으면 마치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것과 같은 형상을 나타낸다. 감기에 걸렸을 때 마시면 땀이 나고 잠을 잘 자게 되고 몸이 가벼워져 큰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인들은 티베트인 다음으로 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 민족이다. 연간 1인당 차소비량이 약 4.5㎏이 될 정도로 차를 마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영국인들이 차를 마시는 습관은 매우 독특하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선 차를 한 잔 마신다. 그리고 아침 식사때 한 잔을 마시며,11시쯤 일을 하거나 대화를 하며 또 차를 한 잔 마신다. 점심식사때 한 잔, 오후 1시부터 4시사이에 한 잔, 잠을 자기 직전에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영국인들의 다시(茶時)다. 영국인들이 세계적으로 차 소비량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에서는 또 ‘5시 차’라는 음다풍습이 있다. 18세기 중엽 베드포드 공작부인인 안나가 고안해낸 방법으로 오후 5시에 많은 사람을 초청해 차와 과자 등을 제공하는 통상적인 차회를 말한다.5시 차회에서는 크래커 과일 등을 바구니에 담아 차와 함께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해 미국인들은 차가운 차인 ‘아이스티’를 즐겨 먹는다. 차는 통상적으로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신다는 통념을 미국인들은 깨고 있는 것이다. 아이스티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국제박람회에서 영국인 차업자인 리처드에 의해서 보급됐다. 차를 선전하기 위해 박람회에 온 리처드는 7월이라는 뜨거운 날씨 탓에 아무도 차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자 홍차에 얼음을 넣어 차게 한 다음 차가운 홍차라고 권유했다. 차가운 홍차인 아이스티는 뜻밖에도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고 전세계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사막의 나라 모로코에서는 박하차를 마신다. 박하차는 차를 넣고 먼저 끓이다 설탕과 함께 박하잎을 넣어 마신다. 차와 설탕 박하가 어우러져 상쾌한 기분을 전해주는 것이 바로 모로코의 박하차이다. 이밖에도 차는 유럽 러시아에서도 그 지역의 기후와 문화적 풍습에 알맞게 음용되고 있다. 차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유 설탕, 심지어 박하와 소금까지도 함께 섞어서 음용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차는 형식과 관념의 문제가 아닌 현실 삶의 존재조건이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 차가 함께 하는 매개고리로써 중요한 매체이기도 한 것이다. 일지암 암주 ■ 티베트의 수유차 ‘하루 양식은 없어도 되지만 차 없이는 못산다.’는 민족이 바로 티베트다. 그들은 하루 일과를 차로 시작해 차로 끝낸다. 최소 20∼30잔에서 100잔을 넘게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티베트에 가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명물이 바로 ‘통모’라고 부르는 차통이다. 보통 지름이 15∼18㎝이고 길이는 150㎝가량이며 왕대나무를 잘라 차통으로 만든 후 겉에는 아름다운 문양을 새긴다. 차통에는 피스톤 같이 생긴 막대가 끼여 있다. 통모에 야크의 젖으로 만든 버터를 빚어넣고 그위에 끓는 차를 붓는다. 소금과 입맛에 맞는 향로를 또 넣고 피스톤처럼 생긴 자루를 두손으로 잡고 절구질하듯 아래 위로 밀어 넣었다 뺐다 하며 골고루 섞는다. 절구질을 많이 할수록 차는 부드럽고 맛깔이 난다. 수유차라 불리는 이 차는 단백질과 지방질 풍부한 비타민과 카페인이 함유된 버터차가 된다. 쌀뜨물처럼 진한 게 탁한 우유맛이 난다. 수유차를 만들 수 있는 통모는 티베트 사람들의 빈부차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신분적 가치를 지닌다. 통모의 겉이나 절구질을 할 수 있는 막대기의 손잡이인 ‘자나’에 부자들은 아주 귀한 보석으로 치장한다. 수천만원이 넘는 귀한 통모가 티베트에는 존재한다. 수유차를 담을 수 있는 보온통인 ‘차담’도 매우 중요한 차 도구 중 하나다. 티베트 사람들은 집집마다 최소한 2∼3개의 통모와 4∼5개 정도의 차담을 가지고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찻자리가 따로없다. 찻상을 차리거나 차를 마시는 격식 없이 시장바닥이건 회의장에서건 앉는 곳이 바로 찻자리다. 어떤 자리든 앉으면 바로 차가 나오기 때문이다. 티베트 풍습상 손님으로 차를 접대받을 때 찻잔의 차를 모두 마셔서는 안 된다. 차를 모두 마셔버리면 차를 더 이상 마실 의향이 없다는 것으로 알고 더 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를 더 마시기 위해서는 찻잔에 차를 약간 남겨두어야 한다. 차가 일상화되어 있는 티베트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 소비량을 자랑하고 있다.1인당 연간 소비량이 15㎏가량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 대구시 “앞산 순환도로 6월 착공”

    환경파괴 논란 등으로 건설이 지연돼왔던 대구 상인∼범물간 4차 순환도로 건설사업이 오는 6월 착공된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후임 시장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익집단간 갈등으로 추진이 지연되는 사업을 임기내에 추진토록 하겠다.”면서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도 있지만 앞산을 관통하는 4차 순환도로 건설은 6월에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지난 6일 환경영향평가 공람공고를 낸 상태며 현재 실시설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산을 동서로 관통하게 될 4차 순환도로는 대구 달서구 상인동 달비골에서 수성구 범물동 용지네거리를 잇는 길이 10.5㎞, 너비 35m 4차선 규모로 앞산 2곳에 총길이 5.5㎞의 터널이 설치된다. 사업비는 민간자본 2354억원과 시비 944억 원 등 모두 3298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2010년 완공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앞산순환도로는 포화상태”라며 “대구 서남쪽의 성서·달성공단과 동쪽의 수성·동구 주거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앞산에 터널이 건설되면 지하수맥이 끊어지는 등 생태계 파괴가 초래된다며 공사반대운동을 계속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대구의 허파인 앞산에 4차순환도로를 건설하고 터널을 뚫는다는 것은 환경파괴”라며 “대구시가 민간과 공동으로 환경조사를 실시한 후 공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대구 앞산 불 강풍타고 번져

    6일 오후 8시30분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앞산 중턱 안일사 계곡에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불이 났다. 불이 나자 소방차 10여대, 소방대원과 공무원,50사단 장병 등 300여명이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날이 어두워 현장접근이 어려운 데다 바람도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은 바람을 타고 앞산 정상 케이블카 승강장쪽으로 계속 번지고 있는 상태다. 한편 대구에는 이날 오후 5시 건조주의보가 건조경보로 대체 발령됐다.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3)한국 차문화의 다양성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3)한국 차문화의 다양성

    눈의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에는 아스라한 차 향기처럼 포근한 향기가 넘쳐난다. 허공을 타고 내려오는 눈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한줌의 눈속에도 생멸이 있다. 멀리서 뚝뚝 끊어지는 설해목의 비명소리가 마치 눈속에 꺾여 비닐하우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하는 농심(農心)소리 같다. 무너지는 눈의 산(山)이 마치 무너지는 농심 같다. 그래서 아프다. 자연은 늘 인간의 삶속에 고통을 주기도하고, 때로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삶이란, 차의 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현실의 삶속에서 고통스러운 여정을 다스리고 위안하고 친구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속에는 희망도 있고 절망도 있고 고통스러운 아픔도 있다. 차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고통스러운 길을 가는 중생들의 위안처요 친구인 것이다. 우리곁에 차 문화는 과연 있는가. 있다면 어디까지 와있는가. 매우 궁금한 대목이다. 비공식적이지만 차 인구 700만 시대를 돌파하고 , 차 도구를 만드는 장인들의 전시회는 봇물처럼 이어지고, 차를 생산하는 농가와 다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차를 애용하고, 차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2000년 초입 한국에는 우후죽순처럼 국적 없는 차 문화가 생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화란 원래 잡식성이 강하다. 여러 갈래와 흐름이 합쳐지고 그 합쳐짐 속에서 어떤 주도권이 생겼을 때 그것은 하나의 문화로 일상에 향유되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차 문화는 마치 백가쟁명의 시대처럼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생성되고 결합되고 있다.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디지털시대 차 문화 역시 다양한 문화적 영역과 충돌하고 하나의 문화코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 방향성이 없더라도 정신의 고전이랄 수 있는 차와 현대문화의 버전들이 급속하게 변형·결합되는 것은 너무도 반가운 현실이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몇몇 대학에 다도학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나의 학으로서 차 교과목이 개설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일반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점을 이수할 정상적인 교과목으로서 다도학은 차가 중장년층의 문화에서 청장년층의 문화로 학습되기 시작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대학의 다도학과도 풍요로울 정도로 다양하게 개설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차 인구를 교육할 교육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차교육의 핵심은 형식과 내용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인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교양의 한 방법론으로서 차 교육은 절대적으로 지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차 교육자의 양성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중 하나다. 한 사람의 차인이 교육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격적인 성숙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일상의 차인으로 차의 형식과 내용은 한계가 있다. 결국 궁극적인 지향점은 차인으로서 정신성에 대한 담보가 얼마만큼 확보되어 있는가에 그 관건이 있는 것이다. 미래지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디지털적인 청년들에게 차는 하나의 호사일 수가 있다. 그같은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정적인 움직임으로 변환 시킬 수 있는 절제의 문화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현대 차인들의 산실일 수 있는 차 대학원과 모임들, 즉 차인회다. 전국을 포괄하고 있는 대규모 차인회 그리고 각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차인회등 전국에는 수천개의 차인회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다. 차인회는 오늘 한국차를 있게 한 산증인들이자 산실들이다. 기라성 같은 차인들이 차를 교육하고 제다하고 음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척박한 한국 차문화를 한단계 성숙시킨 원동력들이다.80년대 초반 1세대 차인들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차 생산지를 돌아보고 차인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차를 학습하고 교육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들은 1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차에 대한 열정 하나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냈다. 지금 각 지역에서 차인회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1.5세대 차인들로 불려질 만하다. 다음은 오늘의 차 문화를 이끌고 있는 하나의 힘이 있다. 바로 종교 차인회가 있다. 차의 본산이랄 수 있는 불교를 비롯, 기독교, 천주교 등에서 차회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차는 각 종교에서 명상차원이나 교양차원에서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많은 종교인들의 마음과 손을 사로잡고 있다. 종교차회는 차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을 깊고 깊은 차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차는 또한 문화적 변형을 과감하게 실시하고 있다. 명상, 음악, 공연, 음식 등 젊은이들의 문화적 코드와 결합돼 활발하게 변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음악분야다. 차음악은 명상음악과 함께 다악(茶樂)이란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수년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다악공연은 설치미술과 만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차와 음악의 결합은 아직까지 매우 실험적이다.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기에는 아직은 매우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는 행다공연이다. 행다공연은 전국에서 교육의 장을 맡고 있는 차인회의 핵심행사 중 하나다. 접빈다례, 궁중다례, 헌공다례, 들차회 등 다양한 다례를 일반대중들에게 시현하는 것이다. 많은 차인회에서는 행다공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 차회(茶會)만의 독특한 행다 아니면 전통적으로 해석된 행다 등 다양한 행다를 일반대중들을 위해 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병폐 또한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차 문화는 마치 형식만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많은 차인들이 행다공연을 위해 헌신한다. 오랜 시간을 걸쳐 똑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나 그같은 형식은 대중들의 구미를 채워주지 못한다. 행다를 공연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의 보완이 절실한 것이다. 공연예술로서 행다를 하기 위해서는 무대, 조명, 음악, 시나리오 등 가장 기본적인 절차나 형식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형식은 많은 재원과 그에 필요한 스태프들이 필요하다. 동호회나 차인회에서 행다공연은 차 문화의 성장이란 측면에서 볼때 원천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차인회와 차인회, 아니면 차인회 내의 행다공연이나 겨루기는 장려되어야 마땅하다. 행다는 또한 차 문화의 뿌리를 갖출 수 있는 조건이란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들차회는 행다문화의 새로운 접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할 수 있다. 들차회는 봄과 가을 특정날을 선택해 차인회 내에서 각기 연습한 행다 겨루기를 축제형식으로 치르는 것이다. 물론 그 차인회만 참가할 수 있는 폐쇄된 들차회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열린 차회로서 진행되어야 한다. 1년동안 각자 배웠던 행다를 보여주고, 음식을 함께 나누고, 또한 노래도 함께 부르며 내면에 쌓인 번뇌의 찌꺼기를 대중들 속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행다문화의 새로운 풍속도로 제기되어볼 만하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의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의 들차회는 가을에 열린다. 돌부처님이 아름다운 곳인 운주사를 비롯해 전국의 아름다운 사찰을 찾아 들차회를 1년에 한차례씩 갖는다. 서울 광주 부산 대구 등에서 공부해오던 각 지회 차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자리를 방문한 일반관람객들과 하나가 되어 찻자리를 즐기는 것이다. 노래도 하고 시도 함께 읊고 자신들이 연마한 행다의 기량도 한껏 선보이는 계기가 된다. 열린 공간에서 열리는 차 축제인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향후 차인들의 행다 시연에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가장 빠르게 응용되고 있는 것은 차의 먹을거리화이다. 한국대중 차를 선도해온 거대기업에서 도심에 만든 차 카페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접점을 시사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명동에 자리잡고 있는 이 카페는 젊은층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차 먹을거리와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반응 역시 매우 폭발적이다. 이 카페에서는 차로 만든 케이크, 차로 만든 아이스크림, 차 국수, 차 비누, 차 샴푸 등 다양한 차 관련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차와 우유의 만남을 통해 차라떼는 젊은이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차의 문화적 상품화의 변형은 한발짝 더나아가고 있다. 차를 이용한 벽지, 차를 이용한 속옷 등 웰빙상품으로서 차는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차와 웰빙은 이제 하나의 문화상품으로서 그 변형의 끝이 어디까지랄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차는 지금 현대인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웰빙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차의 기본정신은 인간의 건강한 정신적 삶의 추구를 통한 체용(體用)의 일체화다. 체용이란 정신과 육신의 건강을 함께 추구하고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의 문화적 양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차의 본질을 외면하고 하나의 건강상품으로서 차가 일반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크게 경계해야할 일이다. 세상이 온통 눈이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눈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 앞산도, 뒷산도, 일지암도 온통 눈에 파묻혀버렸다. 바람이 마치 칼처럼 대지를 휩쓸고 지나간다. 눈이 마치 폭풍처럼 일어났다 안개처럼 허공을 감싸며 사라진다. 시끄럽고 활활타는 세상을 식히는 듯하다. 설잠 김시습의 ‘간설’(看雪)이란 시가 생각난다. “여섯 모 가진 꽃이 공중으로부터 내리는데/ 창을 열고 누워서 보니 낮게 맴도누나/ 천상의 향기 없는 꽃을 전해줄줄 알아. 인간에 심지 않은 매화를 피워주네/ 동곽은 가난을 안고 길을 따라 돌아가고/ 자유는 흥겨워서 배를 타고 돌아오네/ 늙어가며 일이 없이 화롯가에 둘러앉아/ 도공의 차 한잔을 달여 마시네” ■ 일상화 된 차 명상 조선시대의 유명한 고승 서산 스님의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스님 대여섯 사람이/내 암자 앞에 집을 지었네/새벽 종 치면 함께 일어나고/저녁 북 울리면 같이 자네/한 시냇물 속의 달 그림자 밟으며/물 길러 차 달이매 그 푸른 연기 나는데/날마다 무슨 일 의논하는가/염불과 참선일세” 차는 자신의 내면을 수행할 수 있는 보조도구로서 매우 훌륭한 도반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차 명상이 많은 대중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차 명상, 이른바 선다(禪茶)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참 행복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방법이다. 차 명상센터가 서울을 비롯해서 각 지방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차 명상은 차의 정신을 통해서 지친 마음에 휴식과 활력을 주고 정서적 평온을 체험하며 차 마시기와 주변 일상생활을 명상화하여 마음을 정화하고 올바른 삶의 자세를 가꾸어주는 일련의 정신훈련과정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다선일미’(茶禪一味),‘중정청경(中正淸境)’ ‘화경청적’(和敬淸寂) 등 차 정신을 실현함과 동시에 참 행복을 열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차 명상은 사념처 팔정도 수행을 기본으로 하여 자각력·집중력·통찰력을 계발하고 강화시키는 데 있어 일상에서 활용하기 쉽도록 차 마시기와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행위들을 명상의 주요한 실천 도구로 이용한 명상법이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복잡하지 않고 일정하고 체계적인 동작이기 때문에 명상의 도구로 쓰기 좋으며, 적절한 행위 변화가 지속되기 때문에 지루해지지 않고 꾸준히 명상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정신적 긴장속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실습할 수 있으며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원리와 방법을 쉽게 이해하고 터득할 수 있다. 또한 일상 속에서 혹은 다른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도 명상을 응용할 수 있는 것이 차 명상의 장점이다. 차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예와 절제를 배우고 건강을 도모할 수 있으며 동시에 명상으로서 활용하게되면 자기 이해와 발전을 가져오고 육체적·정신적 건강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차명상은 차와 일상생활을 통해 명상을 실현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고 익숙한 우리의 행동양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부담감을 덜 느끼게 된다. 차뿐만 아니라 커피·음료수·냉수와 같은 것들도 모두 활용되며 일상생활에서는 걷기, 서있기, 청소하기, 씻기, 누워있기, 앉아있기 등 우리가 흔히하는 행동들에서 명상을 체험하게 된다. 차 명상은 일상에서 우리를 괴롭혀온 모든 번뇌 즉, 스트레스를 일상 속에서 해소해낸다는 점에서 권해볼 만한 명상법으로 보여진다. 차뿐만 아니라 차명상 역시 참 행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임을 명심해볼 일이다.
  •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서로에게 救人이 된다면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서로에게 救人이 된다면

    제법 눈다운 첫눈이 오고 나서 열흘은 된 것 같은데도 앞산의 눈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바라보이는 앞산이 북향인 까닭도 있지만 근래에 드물게 추위가 오래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곧 한해가 가고 한살을 더하겠구나, 심란한 마음으로 잎 떨군 숲 사이로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순결한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시골서 보낸 어린 날의 세시풍속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 때 우리 마을엔 가까이에 절도 없고, 교회당도 없었다. 다만 고개를 두개나 넘어야 하는 이웃 마을에 무당집이 하나 있었는데 여러 마을이 다들 그 집 단골이었다. 단골이라고 해서 자주 가는 건 아니고 집안에 특별한 우환이나 걱정이 없다면 일년에 한번 구정 보름 안에 다녀오곤 했다. 머리에 한두 됫박가량의 쌀자루를 인 아낙네들이 수다를 떨면서 하얀 고개를 넘으면 그건 무당집 행차였다. 나는 그 새해 무꾸리에 곧잘 할머니를 따라가곤 했는데, 동네사람 사는 사정이 빤한 무당은 새해 운수를 점쳐 준다기보다는 무탈하고 무병하라는 덕담으로 일관했고, 객지로 나간 자식을 위해서 가는 곳마다 귀인을 만나라고 빌어주곤 했다. 정초에 무꾸리 다음으로 많이 하는 게 토정비결 보기였는데 거기에도 귀인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농촌이 피폐해지면서 살 길을 찾아 대처로 나가는 젊은이가 늘어날 때였다. 끼고 사는 식구보다 객지에 나간 자식을 위해 어른들이 귀인을 갈망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귀인으로도 들리고 구인으로도 들리는 그 말의 정확한 뜻은 모르고 있었다. 다만 간절하다 못해 비굴하기까지 한 어감으로 봐서 귀하고 높은 사람이려니 했다.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자식의 신상이 편해지고 출세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구차스럽고 의존적인 마음으로 그런 사람을 귀인으로 높여 부르는 줄 알았다. 그 시절 순박한 사람들이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 이가 귀할 귀(貴)자 귀인이 아니라 건질 구(救)자 구인이란 걸 안 지는 얼마 안 된다. 구인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를 돕는 사람으로 돼있다. 큰 곤경에 처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누구나 부딪힐 수 있는 타인의 불친절이 우리의 하루를 얼마나 살맛 안 나고 불행하게 하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목숨을 끊는다든가, 자포자기해 돌이킬 수 없는 과실을 저지르는 것도 그 직전에 누군가의 친절한 한마디만 있어도 일어나지 않을 불행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작은 불친절 때문에 지구를 떠나고 싶도록 참담해지기도 하고, 내 식구만 챙기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불빛 은성한 내 집 창문 밑에서 고독한 사람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요새는 마침 구세주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이다. 우리가 구세주라고 믿는 예수께서도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이가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고,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고,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는 게 바로 당신에게 해준 것과 같다고 가르치셨다. 예수님은 당신을 우리 중의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낮춤으로써 당신은 우리 가운데 계심을, 세상을 구하는 건 바로 너, 바로 나,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라는 걸 가르치셨다. 우리가 서로에게 구인이 되지 못한다면 구세주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런 뜻으로 근래에 기쁘게 읽고 크게 감동한 마더 테레사의 시를 한편 소개하고 이글을 끝마치고자 한다.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난 한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 바다는 그 한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녹색평론에서>
  • [부동산 플러스] ‘앞산 현대홈타운’ 320가구 분양

    현대건설은 대구 남구 봉덕2동에서 ‘앞산 현대홈타운’아파트 320가구를 분양한다.425가구 중 조합원분을 뺀 33∼56평형이 일반 분양된다. 평당 분양가는 33평형 기준 690만원선.2008년 5월 입주 예정. 남향 배치로 앞산 조망권이 뛰어나다. 비투기지역이라서 대출제한도 없다.(053)471-6800.
  •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벌과 멧돼지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벌과 멧돼지

    엊그저께는 마당에 있는 돌확의 물이 살얼음 져 있는 걸 보았다. 올겨울 들어 첫얼음이었다. 영하의 날씨 중에도 올해의 마지막 꽃인 노란 국화는 아직은 제철인 양 씩씩하게 피어있다. 그러나 벌은 날아오지 않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마당에서 잉잉대던 그 많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얼마 전까지도 날지 못하는 벌들이 양지쪽에서 빌빌 기어 다녔었는데. 한번은 손녀딸이 데리고 온 강아지가 별안간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뒤집어진 적이 있다. 낯선 사람을 봐도 짖지도 않던 순한 강아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렇게 죽는 소리를 치는지, 뒤집어져 떨고 있는 발끝을 살펴보았더니 벌이 붙어있었다. 날지 못하고 비실비실 기어 다녀도 벌은 벌이었다. 벌에 쏘여 죽은 사람도 있단 소리를 들은지라 동물병원엘 데리고 가야 하나, 약을 발라줘야 하나,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강아지는 뒤집어진 채 벌에 쏘인 자리를 핥기 시작했다. 어찌나 열심히 그리고 맹렬히 핥는지 우리는 그냥 바라볼 수밖에는 달리 손을 쓸 엄두를 못 냈다. 이윽고 강아지는 언제 그랬더냐 싶게 멀쩡해져서 사람을 앞질러 뛰기 시작했다. 낳자마자 아파트 속에 갇혀 인공사료 먹고, 텔레비전 보고, 문화생활(?)만 하던 강아지가 어디서 그런 신통한 응급조치법을 전수받은 걸까, 생각할수록 신기해하던 내가 같은 일을 당했다. 이번엔 마당이 아니라 실내에서였다. 어쩌다 실내까지 기어든 벌을 밟은 것이다. 양말위로 물렸는데도 악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을 만큼 지독한 아픔이었다. 나에게 밟힌 게 먼저인지, 나를 쏜 게 먼저인지, 아마 동시겠지만 벌은 이미 죽은 것 같은데도 나는 그놈을 휴지로 누르고 또 눌러 잔인하게 복수를 한 다음 행동은 나도 모르게 강아지 흉내였다. 나는 내 입으로 벌에 물린 엄지발가락을 핥으려 했지만 입이 닿지 않았다. 강아지처럼 뒤집어져서 애를 써보았으나 역시 닿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요가라도 배워볼 걸, 굳어버린 몸이 한심스러웠다. 그래도 나는 강아지한테 배운 응급조치법을 단념하지 않고, 약 대신 손가락으로 내 입의 침을 묻혀다가 물린 자리의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여러 번 발라주었다. 그 후 발등이 좀 부어오르고 그 자리가 가렵다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침을 안 발랐어도 그 정도로 치유됐을 것이나 나는 아직도 강아지한테 배운 자연 치료법을 신기해하고 있다. 첫얼음을 보고 나서 앞산을 바라보니 곱게 물들었던 나무들이 그 새 많이 헐벗었다. 우리 동네를 안아주고 있는 산은 요새 멧돼지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고 해서 유명해진 아차산이다. 인가나 아파트 주차장까지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친지나 자식들로부터 염려해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지방에 사는 딸은 전화 걸 때마다 엄마 대문 잘 잠그란 소리를 잊지 않는다. 현관문은 잘 잠그지만 대문 단속은 허술한 편이어서 한번은 취한 사람이 마당으로 들어와 한동안 법석을 떤 일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취한(醉漢)은 골칫거리였지만 멧돼지가 쓱 대문을 밀고 들어올 생각을 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길가다 마주치면 지레 까무러칠지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다. 만일 멧돼지를 만났을 때에는 우산을 펴들라는 대처법을 신문에서 읽은 것 같다. 시력이 나쁘니 바위로 착각할 거라나. 멧돼지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아나. 착각할 거라는 생각이야말로 인간의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멧돼지한테 공격당할 확률은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나 사나운 동네 개한테 물릴 확률에 비해 거의 제로에 가까우련만 사람들의 호들갑은 사뭇 요란하다. 이렇게 인간에게 집단 거주지가 들켰으니 종족을 보존하려면 멧돼지들 쪽에서 시급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그 집단에도 원로(元老) 멧돼지가 있을 것이다. 서둘러 젊은 것들, 어린 것들을 소집해서 빨리 인간이 얼마나 모진 동물인지, 총이나 마취 총으로도 부족해서 만일 멧돼지 요리법을 개발한다든지, 쓸개나 신에서 신효한 정력제가 들어있다고 떠벌이는 인간이라도 나타난다면 씨도 안 남아 날 테니, 제발 대가 안 끊기도록 자중자애하고 먹이를 이 산중에서 자급자족하자고 눈물로써 호소하길 바란다.
  • “민·관 합동 환경조사 실시해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산터널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8일 “대구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명체의 허파인 앞산에 4차선 순환도로를 건설하고 터널을 뚫는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환경파괴이자 행정적 횡포”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사업은 민간투자방식으로 진행돼 사전 환경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민투사업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추진될 경우 혈세 낭비로 시민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대구시가 앞산터널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합의, 민관 공동의 환경조사 등을 거친 뒤 사업 추진여부를 신중히 결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한편 대구시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앞산과 법이산에 터널과 다리를 설치, 달서구 상인동∼수성구 범물동간 길이 10.5㎞, 폭 35m의 4차선 순환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문화마당]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학교/김용택 시인·교사

    아침 안개가 앞산 중턱을 하얗게 가리고 있다. 해다 뜨면서 안개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이내 사라지고 학교 둘레의 단풍 고운 산들이 장엄하게 드러난다. 산을 감고 돌아가는 강물에서도 물안개가 서서히 사라진다. 아침 햇살에 드러난 단풍 물든 산이 눈이 부시게 빛난다. 나는 내가 태어나 자라고 졸업한 곳에서 지금까지 초등학교 선생을 하며 지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군 단위의 한 학교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면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근무하는 이웃학교로 가서 1년 있다가 도로 집이 있는 이 학교로 오곤 했다. 그리고 5년을 근무하고 또 다른 이웃학교로 가서 1년 있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했는데, 지금 여섯번째로 다시 덕치초등학교로 와서 4년째 근무중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야, 김용택 선생은 인사이동 때 누가 봐 주나보다.”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5년을 근무하면 인사 이동시 점수가 높아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인사 원칙을 나는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다시 1년을 근무하고 덕치 초등학교로 올 때도 별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전주에서 통근거리가 멀어 덕치초등학교로 오려고 하는 교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원만 하면 되었다. 나는 인사이동을 정말 싫어한다. 제발 이 학교에만 있으면 좋겠는데,5년 후에 다시 옮길 생각을 하면 그 때부터 마음이 심란해지고 걱정이 된다. 우리 교육에 큰 지장이 없고 인사이동에 별 파문을 끼치지 않는다면 제발 이 학교에 정년 때까지 있게 좀 봐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내가 이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교실이 없었다. 전쟁으로 교사가 다 소실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운동장 가에 있는 아름드리 벚나무 밑에서 공부를 하다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우린 공부를 하다가도 집으로 갔다. 공부 시간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면 우리들은 얼마나 신이 났던가. 2학년 때 군인들이 벽돌을 찍어 교실을 지어 주었다. 내가 졸업할 때 학생 수는 모두 150명 이쪽저쪽이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 반 전부 해야 21명이었으니까. 이 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1972년도에 모교 선생이 되어 왔다. 그때 학생 수가 700명 정도 되었다. 나는 우리동네 아이들과 함께 걸어서 학교를 오갔다. 내 동생들도 이 학교를 다녔다. 우리동네에서 학교까지는 40분쯤 걸리는 강길이었다. 흘러오는 강물을 거슬러 학교에 갔다가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집으로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강길은 나의 훌륭한 ‘시인학교’였다. 그 학교 길에서 아이들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어느 해 그 길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길도 논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렇게나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그렇게나 살구가 많이 열리던 살구나무가 늙어 이제 봄이 오면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살구도 내가 셀 수 있을 만큼 적게 열린다. 나도 그 살구나무와 함께 이 학교에서 평생을 보내며 늙어간다는 생각을 그 살구나무 살구꽃을 보며 느끼는 것이다. 지금 나는 2학년 아이 셋을 가르친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도 가르쳤다. 학생수가 100명 이하인 시골 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 너무 사사로워서 사람들이 욕을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정년을 할 때까지 나는 덕치초등학교가 존립할까 그게 걱정이다. 초등학교 학생으로 6년, 교사로 26년, 내 일생이 저 산과 저 물과 저 살구나무와 함께 지금도 여기 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학교, 덕치초등학교. 김용택 시인·교사
  • “가을소리 들으러 오세요”

    대구시는 ‘낙엽의 거리’ 17곳(36㎞)을 지정해 은행·단풍·느티·참나무 등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낙엽 기간인 11월5일부터 21일까지 차도를 제외한 인도와 산책로의 낙엽을 쓸지 않는다. 또 낙엽 거리에서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 전시회 등의 행사를 갖는다.▲국채보상공원(종각∼조형분수)▲경상감영공원(관리사무실∼남쪽 산책로)▲대명남로(남명삼거리∼대명6동사무소)▲체육관 앞길(도청∼체육관)▲운암지공원(운암지 주변)▲수성못길(두산오거리∼수성하와이)▲무학길(지산청구타운∼보성맨션)▲서재로(신당네거리∼신당재)▲팔공로(공산댐∼공산터널),(미대동∼백암삼거리∼동화사 입구)▲파계로(파군재삼거리∼파계사삼거리)▲팔공산순환도로(동화삼거리∼파계사네거리)▲갓바위길(백안삼거리∼갓바위지구)▲월드컵경기장(야외공연장∼산책로)▲달성공원(토성산책로)▲앞산공원(은적사∼만수정∼대성사)▲두류공원(두류도서관∼산마루휴게소)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부동산플러스] 대구 봉덕2동에 320가구 분양

    현대건설은 대구 남구 봉덕2동에서 ‘앞산 현대홈타운´ 425가구 중 320가구를 이달 말 분양할 예정이다.33평형 40가구,37평형 60가구,47평형 138가구,56평형 82가구. 입주 예정일은 2008년 4월. 평당 분양가는 760만원선. 모든 가구를 남향으로 배치하고 앞산 조망 가능.(053)471-6800.
  • 멧돼지 퇴치엔 호랑이똥 특효

    ‘호랑이 똥 냄새에 멧돼지 줄행랑.’ 긴 주둥이로 마구 고구마 밭을 휘젓는 멧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박종천(54·전남 장흥군 장흥읍 건산리)씨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지난 6일 낮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마을 앞산 고구마 밭(500여평) 주변에 호랑이 똥을 군데군데 뿌렸다. 동물의 왕이 실례한 것이니 혹시나 효험이 있을까 해서다.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호랑이 9마리가 1주일 동안 배설한 똥 20㎏를 모아서 가져왔다. 노린내와 함께 지독한 냄새 때문인지 거짓말처럼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동안 멧돼지는 고구마 밭에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출몰해 재미를 본 이 멧돼지는 수컷으로 150㎏이 넘는 거구다. 때문에 박씨는 밭 가장자리에 움막을 짓고 불침번을 서면서까지 멧돼지와 숨바꼭질을 해왔으나 역부족이었다. 고구마 밭 100여평은 이미 멧돼지가 밟고 뒤엎어버려 못쓰게 됐다. 먹성이 좋은 멧돼지는 특히 고구마를 좋아한다고 한다. 박씨는 “호랑이 똥 냄새가 역겨울 정도로 짙어서인지 똥을 뿌린 뒤로는 멧돼지는 물론이고 초식동물인 노루나 고라니마저 밭 근처에 얼씬도 않는다.”고 좋아했다. 이 아이디어는 박씨의 친구인 김모(54) 전남도 의원으로부터 “호랑이 똥이 멧돼지 퇴치에 좋다더라.”는 말을 듣고 밑져야 본전이라며 즉각 실천에 옮긴 것. 요즘 농촌 산간지방에서는 급격히 불어난 멧돼지 개체수로 인해 밭농사는 물론이고 논농사마저 포기할 정도로 이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동물병원 수의사들은 “호랑이를 만나본 적이 없는 멧돼지라도 본능적으로 호랑이 채취가 남아 있는 똥 냄새에 놀라 얼씬도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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