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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oom in서울] 폐타이어 보도블록 애물?

    예쁜 색깔과 디자인 등으로 인기를 끌던 ‘폐타이어 보도블록’이 장대비에 휩쓸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자치구에서는 많은 비도 문제지만 재생고무 블록 자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싼 돈을 들인 블록을 걷어내야 할지, 비올 때마다 천으로 덮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28일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지정 호우가 쏟아지자 종로5가에서 대학로까지 200m 인도에 깔려 있던 알록달록한 고무블록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블록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면서 블록이 떨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비가 잠시 그쳤을 때 구청 복구반이 고무블록의 아귀를 맞추었으나, 비가 다시 오자 블록은 빗물에 휩쓸려 차도를 막아 지나는 차량들이 곡예운전을 하는 상황마저 연출했다. 휩쓸린 고무블록이 다시 배수구를 막아버린 탓에 빗물이 인도로 넘치고, 이 때문에 고무블록 수십개가 우르르 차도로 쏟아지며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구는 흩어진 고무블록을 치우고 맨땅에 두꺼운 천을 깔았다. 재생고무 블록은 일반 콘크리트 블록보다 장점이 많고 주민들이 좋아해 자치구마다 앞을 다퉈 도로에 깔고 있다. 학교·공원놀이 시설에도 많이 쓰인디. 고무재질이라 색깔과 디자인이 예쁘고 블록에 금이 가거나 깨지는 단점도 없다. 무게가 일반 블록의 3분의1 수준이어서 포장작업이 수월하고 빠르다. 가격이 4배 정도(1㎡당 3만원선) 비싸지만 폐타이어의 재활용이라는 명분이 있어서 호응을 받는다. 재생고무 블록은 못 쓰는 타이어를 특수분쇄기로 곱게 갈아 폴리우레탄과 혼합한 뒤 고온에서 순간적으로 압축해 만든다. 밀착력이 좋아 다진 모래 위에 그대로 깔아도 평소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순식간에 쏟아지는 장대비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강남·서초·마포 등 자치구는 재생고무 보도블록 구간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섰다. 종로구는 이날 납품업체 ㈜부성리사이클링과 함께 사고 구간을 둘러보고 개선점을 논의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뚜렷한 묘안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모래 위에 얹어놓은 블록을 시멘트로 밀착하는 방법도 많은 비가 내리면 소용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증권가 초단기 ‘주식 대박’ 2題] 신동수 평산대표 평가액 1262억

    지난 2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평산의 신동수(52) 대표이사가 나흘 만에 1000억원대 주식 부자에 합류했다. 코스닥시장에서 1000억원대 부자는 10명 남짓으로 추정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 대표는 상장 주간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빌려준 60만주를 포함해 480만주(34.3%)를 갖고 있다. 지난 25일 종가 2만 6300원을 적용하면 평가액은 1262억 4000만원대이다. 신 대표뿐 아니라 특수관계인의 평가액도 크게 늘었다. 특히 20대 초반의 두 자녀는 각각 48만주씩 보유, 평가액이 126억 2400만원씩이다. 평산은 지난 1994년에 세워진 단조(鍛造)업체다. 단조란 쇠를 성형이 가능한 상태까지 가열한 뒤 압축기나 망치 등을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모양으로 금속을 가공하는 작업이다. 국내 단조 시장은 평산, 태웅, 현진소재 3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평산의 상장으로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평산은 풍력발전에 있어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프라이드] 데니스 강 ‘정상’ 보인다

    “정상이 보인다.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다.” ‘슈퍼 코리안’ 데니스 강(29·스피릿MC)의 일본 종합격투기(MMA)대회 프라이드 웰터급(83㎏ 이하) 4강 상대가 압축됐다. 미사키 가즈오(30), 고노 아키히로(32·이상 일본)와 파울로 필리오(28·브라질) 등이다. 오는 11월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준결승전·결승전이 잇따라 열리는 무사도13 웰터급 그랑프리 파이널의 대진표는 새달 초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데니스 강은 4강전에서 일본 선수 가운데 한 명과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내 흥행을 생각하면 일본 선수끼리 4강전을 벌여 한 명을 결승에 올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미사키와 고노가 소속팀(그라바카)이 같기 때문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데니스 강으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상황. 브라질리안탑팀 소속인 필리오는 평소 스파링과 훈련을 같이 하는 등 데니스 강과 절친한 친구다. 따라서 데니스 강은 내심 필리오와 준결승을 피해 결승에서 붙기를 바라고 있었다. 가장 경계심을 드러냈던 지난해 웰터급 챔피언 댄 헨더슨(36·미국)이 미사키에게 뜻밖에 판정으로 져 탈락한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데니스 강은 “내 마음은 벌써 파이널이 열리는 11월5일로 향하고 있다.”면서 “한국인 최초로 프라이드 챔피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교육부총리 후임으로 조규향·김영식씨 경합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역대 처음으로 교육관료 출신의 발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후임에 정통 교육관료인 조규향(64·행시 4회·경남 김해) 한국방송통신대 총장과 김영식(55·〃 22회·〃 거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등으로 압축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또 전직 장관과 총장을 지낸 이모씨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을 종합 판단하고 있지만 현재 교육 관료의 기용에 대해 비중있게 논의 중”이라면서 “후보군에 대해 정밀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총장이나 김 사무총장 모두 전직 교육부 차관인 만큼 노무현 대통령이 이들 중 한명을 지명할 경우, 정부 수립 이후 첫 교육 수장이 되는 셈이다. 지금껏 49명의 교육부총리(장관)가 임명됐지만 교육관료 출신은 단 한명도 없었다. 청와대 측은 “다음주 목요일(31일)에 정기 인사추천회의를 갖지만 검증이 끝나는 대로 회의를 열 방침”이라고 밝혀 이르면 다음주 초에 교육부총리의 지명이 이뤄질 수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 총장의 경륜, 김 사무총장의 실무 및 교육정책의 연속성 등 후보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따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중국영화 가을 스크린 물들인다

    중국영화 가을 스크린 물들인다

    올가을 들머리엔 ‘메이드 인 차이나’로 스크린이 물든다. 중국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이 주최하고 CJ엔테인먼트,CJ CGV가 주관하는 ‘2006년 CJ중국영화제’가 9월1일부터 6일까지 CGV 서울 용산점(1∼5일)과 부산 서면점(4∼6일)에서 이어진다. 이번 행사에서 선보일 작품은 중국영화 역사 100년을 압축하는 명작 20편.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국내 미개봉작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듯하다. 개막작은 200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루추안 감독의 ‘사라진 총’. 작은 소도시의 경찰관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살해범으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폐막작에는 독거 노인과 소녀의 우정을 그린 마리원 감독의 ‘우리 둘’이 선정됐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고, 중국영화를 차분히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흔치 않았다. 이 행사는 중국 역사를 모두 5개의 시대로 나눠 각 시기별 대표작들을 통해 그 이면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신하고도 유익하다.‘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전’에서는 ‘신녀’‘십자로’ 등 중국영화 태동기의 대표작 4편을,‘건국부터 문화혁명까지’에서는 ‘임씨네 가게’‘조춘이월’ 등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을 각각 선보인다. 문화혁명 이후를 보여주는 ‘베이징의 추억’‘황토지’‘붉은 수수밭’‘귀주 이야기’, 최근 제작된 상업영화 ‘천하무적’‘고요한 마니석’ 등도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 동안 방문하는 감독, 배우의 명단이 화려하다. 개·폐막작 감독인 루추안과 마리원, 중국 서민들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 호평받는 황지엔신 등 대표 신예감독 3인방이 방한해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다.‘중국의 장동건’이란 별명을 지닌 미남배우 천쿤도 출연작 ‘이발사’와 함께 내한한다.www.cjcff.com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4) 자연적 사실주의의 인식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4) 자연적 사실주의의 인식

    지난주에 인격적 정신주의에 대한 철학적 문제점이 논의되었다. 그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인격적 정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주재한다면, 세상은 그 인격이 쓴 책과 같다. 그런 경우 세상의 그 숱한 역사적 무의미와 부조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 인격적 정신이 절대적이라면, 그 정신은 자기동일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부가 분열되지 않는 절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정신의 인간적 주체인 의식은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지난번 글의 요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인격적 정신주의에 대하여 자연적 사실주의는 세상을 책으로 보지 않는다. 해체철학자 데리다는 세상을 책이 아닌 ‘텍스트’(text)라고 규명했다. 여기서 ‘텍스트’는 흔히 말하는 교재의 뜻이 아니다.‘텍스트’는 직물(textile)과 같은 어원을 가진 것으로 단지 책과 대비하기 위하여 데리다가 그렇게 불렀을 뿐이다. 데리다는 그의 저서인 ‘표지학(문자학)’에서 유명한 명제를 던진다.“텍스트 바깥은 없다.” 저 구절은 이 세상이 온통 가로 세로 실이 엮어지면서 천짜기(텍스트)를 하는 것과 같은 그런 차연(差延=differance)의 법칙만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차연의 의미를 몇 차례(14·26·27·30회 글) 설명했으므로 여기서 더 설명하지 않겠다. 간단히 예시하자면, 부부로서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르지만 제각각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남편 속에 아내의 흔적이 연기 또는 연장되어 있고, 그 역도 그러하다고 보는 것이 차연적 세상보기다. 세상이 다 그런 상관관계로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사가 일방적으로만 결정되지 않고 다 작용과 반작용이 함께 왕래하므로 일방은 100% 옳고, 타방은 100% 그르다고 흑백으로 결판내릴 수 없는 셈이다. 그리고 세상에 순수와 비(非)순수가 선명하게 쪼개지지도 않는다. 순수와 비순수는 서로 연기법처럼 얽혀 있어서 순수와 비순수가 노자가 말한 화광동진(和光同塵=빛과 먼지가 서로 뒤엉켜 있음)처럼 뒤엉켜 있다. 인격적 정신주의는 말과 소리를 매우 귀하게 여기고 문자를 천시한다고 지난번 지적됐다. 말과 소리는 신과 영혼의 내면적 일치를 표현하는 인격적 정신의 영역인데, 문자는 외적 정보만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적 사실주의는 문자(writing)나 표지(mark)를 말소리(speech & voice)보다 더 진리의 본질에 적합하다고 여긴다. 말소리는 단가적이다. 내가 진실을 말하든지, 거짓을 말하든지 둘 중의 하나다. 그러나 문자나 표지는 두 가지를 동시에 알린다. 즉 문자와 표지는 차연과 천짜기처럼 이중적이다. 종이 위에 내가 줄을 그으면, 거기에 대뜸 차이가 나누어진다. 하나의 종이에 두 공간이 나누어진다는 점에서, 원효대사가 자주 쓰던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님)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두 공간이 중간의 선으로 말미암아 생겼지만, 그 두 공간은 서로 상대방이 있기에 자기가 성립하는 그런 차연의 상관성과 같다. 도장의 양각과 음각도 이중적 현상이지만, 그 두 개가 완연히 이원론적으로 갈라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 긴 줄과 짧은 줄도 서로 상관적이므로 한 사실의 이중성이다. 일방이 없으면 타방도 생기지 않는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인간들의 자기중심적 이기심 때문에 자기 것만 보려고 하지만, 자연의 사실은 늘 이처럼 이중성을 동시에 머금고 있다. 상생과 상극은 자연의 생명세계에서 이원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상생현상을 보면 상극현상이 뒤에 숨어 있기에 비동시적이나, 상생은 상극과 늘 함께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죽음을 초래하는 상극은 늘 삶의 생기를 촉진하는 상생을 가능케 한다. 삶과 죽음이 비동시적이지만, 동시적으로 상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자연적 사실이다. 자연적 사실은 문자(writing=이것을 ‘글쓰기’로 잘못 생각하는 학계의 풍조가 있음)나 표지처럼 같음(同)과 다름(異)이 서로 의지해서 동시에 이루어지는(32회 글) 의타기적(依他起的=다른 것에 의거해서 생김)인 차연적 사실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문자를 또 ‘글자’(letter)와 같은 의미로 좁게 읽어서도 안 된다. 씌어진 모든 흔적과 표지를 데리다가 문자나 문자학(표지학=grammatology)으로 사용하고 있다. 말소리 대신에 문자나 표지가 해체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주의 자연적 사실을 상징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엇이 사실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가 다시 제기된다. 보통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만을 연상한다. 객관적 사실이외에 자연적 사실이 있다.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위적 사실’(arte-fact)과 자연적 사실(fact)을 구분했다. 전자는 어떤 데이터를 얻기 위하여 제한된 시공의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과 행위의 결과를 제3자적 입장에서 검토해 보는 것이고, 후자는 어떤 사건을 인위적으로 제한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사건을 일체 세상사와의 연관 구조 아래서 함께 읽는 태도를 말한다. 예컨대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관은 제한된 시공 안에서만 일어난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행동을 가리고 교통법의 위반여부를 조사한다. 이것이 인위적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적 사실은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한 모든 직간접적인 원인들, 즉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제반사항 등의 연관관계를 다 보는 사고방식이다. 자연적 사실은 사법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기 위한 행정적 조치로써는 전혀 쓸모가 없다. 모든 것이 모든 것에 다 얽혀 있다는 일체 연관의 사유방식으로는 세상사를 판단할 수 없다. 세상사의 일체 연관구조는 자연적 사실처럼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서, 예컨대 남미의 자연적 사실이 남미의 것으로 제한되지 않고 전 지구적 차원의 충격으로 다가오고, 이것이 또 다른 행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과 같다. 사법적 판결은 시비고리의 문제를 푸는 제한적이고 인위적 제도지만, 그런 판단의 진리가 전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길이 아님을 자연적 사실주의가 말하려 한다. 사법적 판결은 인격적 독립성의 실체를 인정하는 가설에서 출발한 제도다. 저 제도가 인격적 정신주의의 문명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 동안 인격적 정신주의 철학은 판단으로 진리가 구성된다고 주장해 왔다. 전통적 서양철학의 진리론은 곧 판단론이었다. 이것은 동양의 주자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도덕판단을 통해서 선악 시비를 가리고, 악의 교정을 도덕의지가 수행해야 한다고 서양의 도덕철학과 주자학은 다 역설해 왔다. 모든 판단적 진리는 진리의 절대성을 주장한 사유에서 파생됐다. 진리의 절대성은 절대적 선과 호환되므로 진리와 선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사유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판단에 의지해서 불순한 사회악을 도려내야 한다. 철학적 판단론은 외과적 수술론과 같다. 정사(正邪)와 시비(是非)를 가리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의 절대성이 없으면, 판단이 의지해야 할 권위가 사라진다. 순수성(절대성, 불변성)은 판단적 진리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자연적 사실주의는 그런 순수성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말한다.20세기 프랑스의 시인 발레리가 정신의 순수성을 찾으러 모든 철학적 노력을 경주했다. 그가 순수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면 할수록, 원초적 순수가 있기는 커녕 모든 것은 다른 것들에 의하여 이미 매개되어 있음을 느꼈다. 나라는 의식은 너라는 것이 있기에 생겼고, 나(I)도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기는 커녕 나자신(myself)과 어떤 간격을 늘 운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차이에 불과함을 시인 발레리는 깨달았다. 순수가 허상이고 낭만적 환상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자연적 사실주의는 절대주의가 철학적 신화라는 것을 폭로한다. 전체주의와 사회주의는 국가전체와 사회공동체를 각각 다 대표하는 불변의 유일한 진리로서의 절대선이 있다고 믿는 점에서, 이들 사상은 순수주의적 절대주의의 신화에 현혹된 허상이라고 자연적 사실주의는 생각한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는 절대주의를 다소 부드럽게 한 측면을 지니고 있는 상대주의이므로 유일 절대주의의 허상을 떨쳐버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들 사상도 상대주의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기실 다양한 개인적 절대주의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경연장에서 승리자가 되기를 갈망하므로, 나를 절대시하는 자아성의 철학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말소리와 달리 문자표지가 세상을 동시적 이중성으로 보게 하듯이, 세상은 노자가 말한 바처럼 ‘화광동진’이다. 세상은 늘 명/암(明/暗), 정/염(淨/染), 선/악(善/惡), 약/독(藥/毒) 등이 직물처럼 한 쌍으로 짜여져 있다. 이것은 흔히 쉽게 생각하듯이 암/염/악/독(暗/染/惡/毒) 등의 국면을 어쩔 수 없이 용인하자는 패배주의를 뜻하지 않는다. 세상이 진리의지와 선의지의 판단으로 정화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깨끗한 빛은 더러운 먼지가 있음으로 반사되어 빛난다. 세상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선택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젠 체하거나 오만하지 않고 일체 자연의 사실처럼 사실의 이중성을 다 수용하고, 그러면서 그 이중적 가치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지 않고 초탈하면, 세상은 이미 그리고 늘 공평무사하게 있어왔다는 것이다. 밝음에 집착하는 이는 밝음을 좋아해도 자기를 못 보는 청맹과니가 되고, 깨끗함에 집착하는 이는 그 깨끗함으로 인하여 고고한 귀족주의에 젖게 되고, 선에 집착하는 이는 그 선을 감당하지 못해 위선이 되고, 약에 집착하는 이는 그 약으로 죽는다. 그래서 자연적 사실주의는 가치의 양가성을 수용하나, 거기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 일체개공(一切皆空=모든 것이 다 공임)의 진리를 터득한다. 데리다가 그의 저서 ‘산종’(散種)에서 세상이란 텍스트(직물)가 ‘파르마콘’(pharmkon=약이 곧 독)의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또한 그 ‘파르마콘’이 ‘코라’(khora=빈 공간)를 자궁으로 해서 태어난 일란성 쌍생아처럼 언급한 것은 세상을 ‘파르마콘’의 이중적 존재와 ‘코라’의 공(空)사상으로 읽기를 종용하는 것이겠다. 공은 절대주의적 진리의 해체를 뜻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새 교육부총리 이달말 내정

    청와대는 오는 31일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후임을 내정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30여명의 후보를 놓고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다음주에나 후보군을 최종 압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 관료 출신의 발탁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후보군에는 교육부 차관 출신인 조규향 방송통신대 총장, 서범석씨, 김영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대법관을 지낸 경북대 조무제 총장, 이희범 무역협회장, 오영교 전 행자부장관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김성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11) ‘원불교 발상지’ 영광 영산성지

    [김성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11) ‘원불교 발상지’ 영광 영산성지

    전남 영광군은 이런저런 명물과 사연들로 이름난 곳이지만 종교계에선 단연 ‘원불교의 고장’으로 통한다. 그중에서도 영광읍 중심부로부터 약 10㎞ 떨어진 백수읍 길룡리 일대는 원불교가 시작된 제1성지로 연중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교조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탄생해 구도, 대각하고 원불교의 문을 연 근원성지. 소태산 대종사가 탄생한 이후 원불교의 교법을 제정하기 위해 변산으로 자리를 옮기기 이전까지 29년간에 걸친 ‘구도자의 혼’이 묻어있는 곳이다. 그런 만큼 탄생가, 구도지, 대각지를 비롯해 교단 초기의 각종 행적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적, 유물들이 곳곳에 보관 전시되고 있다. 주위에는 영산수도원, 영산원불교대학교, 대안학교인 영산성지고등학교, 영산성지송학중학교 등이 둘러서 있어 거대한 원불교 단지를 이루고 있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는 이곳 길룡리 영촌마을의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나 1916년 26세의 나이로 깨달음을 이룬 인물. 지금도 길룡리 주민들에게 소태산 대종사는 어려서부터 자연현상과 생로병사에 대해 의심이 많았던 범상치 않은 인물로 전해진다.“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와 인과 보응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뚜렷한 기틀을 지었도다.”라고 대각의 기쁨을 표현했다는 소태산 대종사. 그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9인의 제자들과 함께 생활불교, 대중불교를 표방하며 창시한 게 바로 원불교다. ●5만평 간척지 ‘정관평´… 낙원 건설 의지 서려 전남 영광은 예로부터 조창이 있었고 쌀·소금·굴비 생산이 많아 ‘삼백고’,‘옥당골’로 불렸던 곳. 특산물과 ‘먹을 것’이 풍부했던 만큼 이 것들을 진상해 출세하려는 관리들이 다투어 눈독을 들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6·25전쟁중에는 민간인이 2만 1000명이나 사망했고 전국에서 부녀자와 어린이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넓은 지역이다. 이에 비해 지금의 영산 성지가 있는 길룡리 일대는 대대로 궁벽산촌이었고 지금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성지에서 동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선진포에서 법성포까지 배를 이용해 다닐 만큼 바닷물이 성지 인근까지 들어왔고 성지 앞은 개펄지대였다. 소태산 대종사가 대각후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바닷물을 막아 이 개펄을 농토로 만든 간척사업인 방언공사다. 제자들과 함께 2차례에 걸친 공사 끝에 모두 5만평 200마지기의 논·밭을 일구었다고 한다. 이른바 정관평으로, 중국 당태종의 연호인 정관에서 따 평화 안락한 낙원세계 건설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대종사는 정관평 간척사업을 하면서 저축조합을 운영했는데 이 저축조합을 독립운동 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한 일경들에게 붙들려 수감되는 등 숱한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지금 이 정관평 논·밭 가운데 130마지기는 원불교 교무들이,70마지기는 주민들이 나누어 경작하고 있다. 성지 한가운데 자리잡은 초가집 영산원은 대종사와 제자들이 방언공사를 하면서 공사 사무실 겸 집회소로 썼던 원불교 최초의 건물. 지금 전국에 퍼져있는 교당들의 효시 격이다.1918년 지금의 성지에서 400m 떨어진 생가 터 옆에 지은 구간도실(九簡道室)이 원래의 건물로 1923년 성지를 조성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아홉칸 방 ‘구간도실´엔 ‘백지혈인´ 전설이… 구간도실이란 가로 세칸, 세로 세칸의 아홉 칸 방에서 제자들이 함께 공부하고 기도하는 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그런데 이 구간도실에는 원불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지혈인(白紙血印)’이란 이적의 전설이 담겨있다. 방언공사를 끝낸 대종사가 여덟 명의 제자들에게 각각 칼을 나누어주고 원불교의 큰 뜻, 즉 공도를 위해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정신을 시험했던 것. 대종사로부터 자결할 것을 명령받은 제자들이 자결하기 전 흰 종이에 맨 손가락으로 도장을 찍었는데 모두 핏자국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교단의 신성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설로 통하지만 원불교 교역자인 교무들은 한결같이 교역의 으뜸정신으로 되새긴다. 영산원 맞은편의 초가 법모실은 대종사와 2대 교주 정산 종사의 인연을 보여주는 건물. 정산 종사는 경상도 성주 출신으로 증산교를 찾아 정읍에 들어와, 원불교 총장을 지낸 김삼룡 박사의 조모 집에 기숙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정산 종사와는 아무런 안면이나 인연이 없었던 대종사가 직접 정산 종사를 찾아가 연을 맺어 정산 종사와 가족들이 모두 옮겨 살았던 곳이 바로 이 법모실이다. 대종사와 정산 종사의 인연은 후계 전통이 되어 최고 지도자는 임기중 반드시 후계자를 양성해 지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산원, 법모실을 중심으로 둘러선 대종사 탄생가·일원상을 새긴 옥녀봉·방언공사를 마친 뒤 이를 기념한 삼밭재 마당바위·대종사가 자주 찾아 정진했다는 선진포 입정터·깨달음을 얻은 노루목 대각터·만고일월비·정관평 방언답·방언공사 제명바위·구간도실터·구인기도봉 등에는 모두 나름대로의 사연이 담겨 있다. 석가모니불의 영산회상에 연원을 두었다는 영산. 소태산 대종사와 제자들은 ‘영산회상’을 재현할 것이라는 뜻에서 이름붙여 일군 이곳을 떠나 1924년 전북 익산군 북일면 신룡리(현재 익산시 신룡동)에 본산인 총부를 세웠다. 하지만 대종사가 득도했다는 대각터에 세워진 대각기념비에는 지금도 ‘만고일월(萬古日月)’의 글씨가 또렷하다. 대종사의 뒤를 이은 정산 종사의 제의로 새겨진, 원불교의 과거이자 미래의 압축 상징이다. kimus@seoul.co.kr ■ 1916년 개교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대종사가 개교한 원불교는 흔히 불교와 혼동된다. 그러나 불교와는 엄연히 구별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족종교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불교가 출가승 중심의 수행과 승단 구조를 갖는데 비해 원불교는 불교의 ‘처처불상’, 즉 ‘우주 만물 어디에든 불성(佛性)이 있다’는 원칙 아래 출가승 아니라도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생활불교의 특성이 강하다. 그래서 수행을 통한 깨달음과 견성보다는 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실 세계에서의 실질적인 도덕 훈련을 강조한다. 불상 대신 원(圓)을 모시는데 이 일원상(一圓相)은 시작과 끝이 없는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의 진리를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교단에선 특히 ‘은혜’를 중시하며 사은(四恩), 즉 ‘내가 받은 천지(天地)·부모(父母)·동포(同胞)·법률(法律)의 4가지 은혜를 돌려 갚는다’는 것을 핵심 교리로 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에 15개 교구 550여개 교당과 180여 기관, 국외에 5개교구 14개국 51개 교당과 9개 기관 등을 두고 교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신도수는 140만명. 심성계발훈련, 마음공부확산, 은혜심기운동, 남북 통일운동, 종교협력운동 등을 통해 교세가 급속히 확장되고 있으며 현재 국내 4대종교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 부산 익산에 원음방송국을 연데 이어 최근 군종 진입과 함께 평양에 국수공장을 설립하고 캄보디아에 무료 구제병원을 연 것을 계기로 일반인들에게 훨씬 친숙해졌다. 한국 최초의 대안(代案) 중·고등학교인 영산성지고, 성지송학중학교를 비롯해 새터민 청소년 교육기관인 한겨레중·고등학교 등 7개교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영어·중국어를 비롯해 체코어·힌두어 등 21개 언어로 교서 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 [농업 희망을 쏜다] 유리온실과 화훼경매장 르포

    [농업 희망을 쏜다] 유리온실과 화훼경매장 르포

    |알스미어(네덜란드) 백문일특파원| 서울에서 비행기로 10시간 남짓 떨어진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30여분을 달리다 알스미어(Aalsmeer) 지역으로 들어섰다. 다시 10분쯤 2차선 도로를 달렸을까. 햇살에 부딪쳐 끝없이 반사되는 ‘유리의 성’이 차창 좌우로 끊임없이 지나친다. 세계 화훼시장을 평정한 네덜란드 ‘유리온실’ 농가가 펼쳐진 곳이다. 이 곳에서 국화 종묘를 재배해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세계 15개 국가에 판매하는 CBA(국화육종협회)의 한 유리온실을 찾아갔다. ●첨단시설과 기술로 통제되는 네덜란드의 유리온실 온실의 높이는 3∼4층, 면적은 500∼2000평에 이른다. 실내 체육관만 한 크기이다. 이곳까지 오는 길목에도 이같은 온실들을 수십개나 봤다. 그 주변에는 온실 농가가 사는 유럽풍의 2층 주택들이 드문드문 있다. 수십억원대의 고급주택이나 별장을 뺨치는 수준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국내 꽃 농가들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다. 유리온실에 들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2군데를 접촉했는데 갑자기 1곳이 취소됐다. 온실 입구마다 가이드가 지키면서 출입을 통제한다. 방문 목적을 확인한 뒤 직원이 나왔다. 온실내 온도와 습도, 관수 등은 100% 컴퓨터로 조절된다. 때문에 직원은 많아야 5∼10명 정도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 1가지 품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 CBA의 제너럴 매니저인 니코 반 루이텐은 “육종 기술이나 정보에 대한 질문이라면 지금 돌아가라.”고 말했다. 농업대학이나 실습훈련센터(PTC)에서 터득한 기술이기 때문에 공개할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정보를 빼가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전후 사정을 얘기했음에도 유리온실을 안내하면서 “1가지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100만번 가지를 친다.”는 정도의 일반적인 설명만 해줬다. ●경매장과의 역할 분담으로 세계 꽃시장을 석권 대신 네덜란드 화훼산업의 특징을 물었다. 그랬더니 전문화와 규모화를 꼽았다.“유리온실 농가의 90%는 보통 1∼2가지 꽃만 키우는 전업농입니다.5㏊(1만 5000평)가 넘는 유리온실에서 생산된 꽃이 80년에는 전체 화훼 생산의 1%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0%를 넘습니다.”연간소득은 가족농 평균(4만 8000유로)보다 많고 기업농(160만 유로)보다는 적다고 했다. 분위기는 연구소 같다. 그 역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품종만 개발하면 시장이나 판매망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전업농이 가능한 밑바탕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곳은 화훼단지인데도 서울 양재 꽃시장에서 볼 수 있는 좌판이나 소비자·꽃 소매상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하루 2200만 송이가 거래되는 세계 꽃시장의 창구 그 이유는 화훼경매장에 있었다. 유리농가에서 자동차로 20분을 타고 세계 최대 규모라는 알스미어 화훼경매장을 찾아갔다.1912년 화훼농가 28명이 중간상인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경매장을 만들었다. 주차장에 내려서 경매장이 있는 본건물로 가는데 족히 20분이 걸렸다. 대지는 66만평으로 축구장 165개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하루 거래되는 꽃은 자그마치 2200만 송이. 연간 17억유로로 우리 돈으로 하루에 58억원 어치다. 네덜란드에서 재배된 꽃 이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산 꽃들이 이 곳에서 판매된다. 이 곳에서 거래된 꽃의 85%가 다시 외국으로 수출된다. 네덜란드의 다른 경매장 4곳을 합치면 세계 꽃 시장의 60∼90%가 네덜란드를 거친다. 경매에 부쳐지는 꽃은 장미와 튤립 등 1만 3000여종. 베스트셀러는 장미로 연간 20억 송이가 팔린다. 가격은 10유로센트에서 4∼5유로달러로 다양하다. ●경매뿐 아니라 육종 보급을 위한 연구시설도 갖춰 경매장은 태동할 때부터 농민이 주인인 협동조합이다. 국화 품종을 개발하는 CBA도 이곳의 조합원이다. 공급이 안정됐기 때문에 경매장은 판매와 연구에 주력할 수 있고 이익은 화훼농가가 제공하는 꽃의 가격으로 반영된다. 경매장 단지는 각국의 화훼기업들이 입주한 건물로 빼곡하다. 경매가 이뤄지는 본건물의 2층에 있는 경매룸에는 대형 경매시계가 2∼3개씩 설치돼 있다. 바이어들은 하루전에 들어온 꽃들을 새벽에 봤다가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경매 때 주문을 낸다. 대형 경매시계에는 꽃의 종류와 가격·고유번호 등의 공급자 정보와 함께 바이어들의 주문 가격과 번호가 표시된다. 경매는 높은 가격에서 낮은 가격으로 이뤄진다. 경매 1건이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초 안팎. 모든 바이어들은 경매시계에 연결된 컴퓨터로 주문을 낸다. 관광객들을 위해 경매장을 안내하는 나타샤는 “꽃을 거래하는 경매 이외에도 이 곳에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꽃 연구소가 있다.”고 말했다. 박사급 1000여명 등 3000여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며 신품종은 농가에 보급된 뒤 다시 경매장으로 피드백된다고 설명했다. mip@seoul.co.kr ■ “꽃의 생명은 신선도… 운송·분배 첨단화 주력” 위니 푸 알스미어화훼경매장 홍보담당 |알스미어 백문일특파원| 알스미어 화훼경매장은 세계 꽃 시장의 심장이다. 처음부터 화훼농가의 협동조합으로 출발해 현재 절화류 농가의 80%, 분화류 농가의 90%가 조합원이다. 위니 푸 홍보담당은 “꽃을 팔거나 사는 사람 모두 가격과 품질이 최우선인데 이같은 욕구를 합리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경매”라고 말했다. ▶경매를 통한 화훼산업이 번성한 배경은. -오래전부터 해상무역이 발달해 로테르담이나 알스미어처럼 항구에 가까운 지역에 채소와 화훼농가들이 많았다. 생산농가들은 점차 중간상인의 횡포에 맞서면서 생산과 유통의 전문화를 대안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11년과 1912년에 조합 방식의 경매장이 탄생했고, 합병을 거치면서 알스미어 같은 대형 경매장으로 압축됐다. 네덜란드에 5개의 화훼 경매장이 있다. 특히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채소보다 생산성이 높은 화훼 쪽에 몰렸고, 신선도가 중요한 꽃의 특성 때문에 운송과 분배 시스템이 크게 개선됐다. ▶정부로부터의 지원은. -한푼도 없다. 농가들이 경매장에 꽃을 팔면서 일정액을 회비로 내고 경매 참여자로부터 커미션을 받는다. 지난해 세전(稅前) 이익은 900만유로이다. 과거에는 경매장 주변의 도로를 정부가 건설했으나 지금은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건설을 요청할 정도이다. 화훼 운송을 위해 경매장에서 주변 항구와 공항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도 추진 중이다. ▶조합원과 경매참여자의 제한은. -조합원 자격은 네덜란드 농가로 한정하지만 까다롭지는 않다. 다만 생산된 꽃 전체를 경매장에 납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10∼20%를 도매업체에 넘기기도 한다. 현재 3000여 농가가 조합원이다. ▶한국과의 거래나 경매장 설립은. -신선도 때문에 거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멀리서 수입하는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도이다. 한국내 경매장 설립은 생산과 유통을 고려해야 한다. ▶팔리지 않는 꽃은 어떻게 처리되나. -아깝지만 신선도 유지를 위해 모두 파기한다. 그래야만 신뢰할 수 있고 최고의 값으로 팔린다. 직원들이 팔리지 않은 꽃을 갖고 나가다 적발되면 바로 해고된다. mip@seoul.co.kr ■ 암스테르담의 명암 |암스테르담 백문일특파원| 네덜란드하면 풍차와 튤립의 나라를 떠올린다. 요즘은 ‘히딩크의 친정’으로 유명하지만 유럽에서는 알아주는 선진 농업국이다. 하지만 수도 암스테르담은 농업선진국의 그늘에 가려 소매치기와 매춘, 마약 등으로 얼룩져 있다. 지난달 암스테르담 중앙역 주변의 노상 카페에서 직접 당한 일이다. 현금과 카메라가 든 배낭을 의자에 놓고 점심을 주문한 뒤 돌아보자 배낭이 없어졌다. 관할경찰서로 가 신고하려 했더니 사무실을 이전한다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간신히 다른 경찰서를 찾았지만 신고 접수와 사실 확인, 서류 작성에 1시간씩 3시간을 허비했다. 그 사이 여권을 도난당한 폴란드 여성 2명과 귀중품을 분실한 영국인 3명이 경찰서를 다녀갔다. 중앙역 주변 운하를 따른 도로변에는 밤거리 관광으로 유명한 ‘홍등가’가 1㎞ 가까이 뻗어 있다. 밤 10시까지 환한 ‘백야’ 때문에 11시가 넘어서야 입구에 내 건 ‘빨간등(紅燈)’이 빛났지만 오후 7시부터 매춘부들은 알몸을 드러냈다. 최근 관광상품으로 합법화했지만 매춘부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 불법 매춘에 나선다고 한다. 한마디로 ‘관광 따로 매춘 따로’이다. 어두워지면서 거지들과 마약을 피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늘었다.0.5g까지 마리화나의 소지를 허용, 마약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이 적고 경찰도 단속에 관심이 없다. 카페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교통도 최악이다. 기차는 수시로 연착하고 시내는 버스와 택시, 전차에다 자전거까지 뒤섞여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나기 일쑤다. 현지 교민은 “소득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내자 부자들이 주변 나라로 떠나 최근 치안과 인프라가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mip@seoul.co.kr
  • [신나는 과학이야기] 기화열 원리 이용한 에어컨

    [신나는 과학이야기] 기화열 원리 이용한 에어컨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무가 울창한 숲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물 속에 들어갔을 때 못지않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름 숲이 시원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나무는 뿌리를 통해 흡수한 물에서 양분을 남기고 물만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것을 증산작용이라고 하는데, 나무는 증산작용을 통해 주변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뿐 아니라 식물 자신의 온도와 물의 양도 조절합니다. 증산작용을 통해 대기 중으로 기화돼 나가는 물의 양은 나무마다 다르지만, 다 자란 단풍나무의 경우 시간당 생수통 수십 개 분량이나 되고, 반나절 동안 6000㎏의 물이 날아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산작용은 햇볕이 강할수록, 온도가 높을수록, 습도가 낮을수록, 바람이 강할수록 잘 일어납니다. 더운 여름일수록 숲과 나무의 시원함을 더 잘 느낄 수 있겠죠? 나무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줄기를 거쳐 잎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질 때는 수증기 상태로 증발합니다. 액체 상태의 분자들 중 더 빠르게 움직이던 것들은 열을 흡수해 기체가 돼 떠나게 되는데, 액체 상태인 물이 기체 상태의 수증기로 변하는 과정을 기화라고 하며 기화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기화열이라고 합니다. 물이 수증기가 되면서 주변으로부터 기화열을 빼앗아 주위 온도를 낮추기 때문에 우리가 시원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숲과 나무 밑이 아무리 시원해도 통째로 집안으로 들여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이 준 기화열의 원리를 생활 속으로 가져온 것이 바로 에어컨입니다. 에어컨도 액체상태의 냉매가 기체가 될 때 주변에서 열을 빼앗는 기화열의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체가 된 냉매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지 않고 다시 높은 압력에 의해 주위로 열을 내놓고 액체가 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에어컨은 크게 실내에 있는 에어컨 본체(증발기)와 실외에 두는 실외기(응축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냉매가 관을 통해 본체와 실외기를 순환하는데 실외기에서 본체로 올 때는 액체, 본체에서 실외기로 갈 때는 기체 상태로 이동합니다. 먼저 실외기에서 좁은 관을 통해 본체로 보내진 액체 냉매는 본체로 들어오기 전 드라이어를 통과하면서 수분을 빼앗기고 팽창밸브를 지나면서 높은 압력으로부터 벗어난 뒤 에어컨 본체 내에서 빠르게 기화됩니다. 이때 기화에 필요한 열을 주위로부터 흡수하게 되고, 열을 빼앗긴 차가운 공기가 프로펠러를 통해 시원한 바람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본체를 통과하면서 열을 흡수해 기화된 저온저압의 냉매는 압축기를 통과하면서 높은 압력을 받은 뒤 실외기에서 액화되면서 주위로 열을 방출합니다. 실외기를 통해 밖으로 방출되는 뜨거운 바람은 바로 기체 상태의 냉매가 액체가 될 때 방출한 열을 흡수해 뜨거워진 공기입니다. 또한 기체 상태의 냉매를 압축시켜 액체 냉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때 전기에너지를 이용합니다. 에어컨의 소비전력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에어컨 때문에 실내온도는 낮아지지만 실외온도는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어느덧 가정의 필수품이 된 에어컨.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도 그 기본원리는 결국 자연으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이세연 명덕고 교사
  • 3~5곳 정해 맞춤형준비, 소신지원을

    올해 대입 수시 2학기 모집에서는 예전에 비해 경쟁률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모집인원이 크게 늘어난 데다 200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새 대입 제도를 피하기 위해 올해 안정적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부 성적이 우수한 재학생들이 정시 모집에서 상위권 성적의 재수생들을 피하기 위해 지원하면서 상위권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려대·서강대 일반전형 논술중요 올해 수시 2학기 모집의 큰 특징은 전형 유형이 다양하다는 점이다.학생부 중심의 전형만 해도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비롯해 성균관대의 학업우수자 전형, 연세대 일반전형, 서울여대 고교장 추천 전형 등으로 다양해졌다.고려대와 서강대, 중앙대 일반학생 전형은 논술 중심이다. 경희대와 광운대, 숭실대, 아주대, 인하대, 한성대, 홍익대 등 11곳은 인·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이 대학에는 수능이나 학생부 성적에 자신 없는 수험생들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학과별로 신입생을 뽑는 곳도 많다. 서울대는 모집단위별로 광역 선발과 학과별 전공예약제를 함께 실시한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도 학과별로 신입생을 뽑는다. 전공예약제는 어문계열이나 자연대 등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다.●대학별 논술·면접유형 반드시 숙지를 학생부 성적에 자신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신 지원해볼 만하다. 정시 모집 기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하향 지원은 삼가야 한다. 수시 2학기 모집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면 자신의 강·약점을 파악해 지원 가능한 대학을 3∼5곳으로 압축한 뒤 대학별로 맞춤형으로 준비해야 한다.복수지원의 기회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논술이나 구술면접 등 대학별고사의 기출 문제를 통해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정보 홈페이지(univ.kcue.or.kr)에 들어가면 대학별 정보도 얻고, 진학지도 교사로 구성된 ‘대입상담 교사단’에 무료 진학·진로 상담도 받을 수 있다.●유의사항 수시 2학기 모집을 실시하는 대학 가운데 시험 일정이 다른 여러 곳에 복수지원할 수 있지만 추가 합격을 포함해 한 곳이라도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정시·추가 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수시 1학기 모집에 합격한 수험생도 수시 2학기 이후 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여러 곳에 합격하면 한 곳에만 등록해야 한다. 이러한 복수지원 및 이중등록 금지 원칙은 대학과 교육대, 산업대, 전문대에 모두 적용된다. 다만 경찰대나 카이스트 등 특별법에 따라 설치한 대학 등은 예외다. 대입 전형이 모두 끝난 뒤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모든 대학의 합격이 취소된다. 지원하려는 대학의 모집요강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같은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모집단위별로 전형 시기가 다를 수 있다. 수능 성적을 최저학력기준으로 요구하는 고교장·교사 추천전형 등은 수능 시험일 이후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반면 특기자 전형 등은 9∼10월에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원서를 낼 때는 확실히 접수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시론] 민선4기 지자체장 지역경제 살리기부터/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민선4기 지자체장 지역경제 살리기부터/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1995년 6월 4대 지방 동시 선거를 통해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된 지 11년이 됐다.5·31 지방선거로 민선 4기 광역자치단체장 16명과 기초자치단체장 230명이 취임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이들 광역·기초자치단체를 막론하고 모든 단체장들이 공통으로 외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정책의 최우선은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지역경제가 IMF 경제위기 때보다도 어렵다고 하고,KDI 같은 국책연구기관도 경기상승 둔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일자리와 지방경제에 직결되는 건설투자가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점 등을 반영하고 있다. 단체장들의 ‘지역경제 살리기’ 노력의 예를 살펴보면, 김완주 전북지사는 취임식 현장에서 ‘대 중국 시장개척단’을 출범시켰고,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군산항에서 자동차 수출 선박에 승선해 군산항 살리기와 대 중국 시장개척에 대한 강한 의지와 비전을 선포했다. 대구의 김범일 시장은 ‘경제 올인’이란 용어까지 써가며 ‘희망경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산하 기업현장민원지원팀은 기업민원과 관련된 공장용지, 기업금융, 환경, 건축 등의 업무 협조를 위해 담당공무원들을 온라인 회의에 불러 최우선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주고 있다. 특히 경제국의 국·과장을 모두 40대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단체장들의 ‘지역경제 살리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변혁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지식정보시대에는 ‘살아 움직이는 자치단체’ 즉, 경제환경 변화에 스스로 반응·진화·발전해가는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현재를 기준으로 100% 완벽하게 보이는 시책을 기획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획안을 준비하는 데 지나치게 긴 시간이 걸려 대사를 그르쳤다면 차라리 현재 기준의 70∼80% 정도 완벽성을 갖고 기민하게 현장 대응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결국 경제환경이 엄청나게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변혁지향적이고 기민성(機敏性)을 겸비한 단체장을 요구한다. 이런 변혁적 리더십은 단체장이 전체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그들이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그들에게 자치단체에 대한 비전과 영감을 제공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더불어 요구되는 것은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다. 완벽한 시스템이 있다면 리더가 필요 없을 것이고, 완벽한 리더가 있다면 시스템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완벽한 리더도, 완벽한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리더와 시스템 모두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행정조직은 산업화 시대의 압축성장과 정보화 시대의 지식정보화를 이끄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 자치단체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데도 그러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단체장의 리더십이었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조직과 시스템을 통해서 자치단체의 개혁을 이루는 것은 필수적이겠지만, 그와 동시에 자치단체의 개혁을 이루는 데 단체장의 변혁지향적 리더십은 더욱 더 그 중요성을 더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변혁해라! 변혁 당하기 전에’라는 슬로건은 단체장 모두에게 던지는 화두라고 하겠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하얀 나비’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하얀 나비’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2)

    그의 재능은 외탁인 듯하다. 서편제의 큰 줄기이자 창작판소리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던 월북 소리꾼, 박동실 선생이 바로 그의 외할아버지다. 월북으로 인해 그의 존재는 판소리사에서 한때 묻혀져 있었지만 박동실은 명창 김소희와 박송희 등을 키워냈던 인물로 김정호의 어머니인 박숙자 여사와 함께 ‘아성극단’을 만들어 만주나 상하이 등지로 공연을 다니기도 했던 ‘명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박숙자씨는 아들 정호가 6살 때 집안에 있던 국악기를 모두 내다버렸다. 심지어는 가야금 줄까지 모두 끊어버렸다. 그 힘들고 고된 악극단 생활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기억이 잡힐 듯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김정호는 운명처럼 ‘금지된 길’을 걷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생의 전부를 걸어 음악에 몰입했다. 여운이 긴 애상적인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했던 김정호, 노래들이 유독 슬프게 들렸던 것은 그가 노래 속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은 혹 아니었을까. 처음 김정호가 노래 만드는 일을 시작한 것은 대동상고 시절, 밴드부에 합류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졸업 후엔 기타를 둘러멘 채 방랑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종로 낙원상가 주변을 배회했으며, 심지어는 잠자리조차 없어 거리에 내놓은 이삿짐 속 캐비닛에 들어가 잠을 자기도 했다. 이즈음 잠시 미 8군 무대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얼마 안돼 또다시 떠돌이가 되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것은 ‘음악’보다 먼저 ‘배고픔’이었다. 당시 한 그릇에 5원하던 노동자 합숙소의 국수, 한 대접에 10원이었다던 남대문 시장의 수제비 등으로 허기를 채우며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한때 가수 백순진씨와 함께 ‘4월과 5월’의 멤버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어니언스가 그의 곡인 ‘작은 새’를 히트시키기에 이르자 음악성을 주목받으면서 작곡자에서 가수로 변신, 무대에 선다. 통기타를 멘 채 눈을 지그시 감고 꿈꾸듯이 노래하는 그의 독특한 모습. 그는 76년 3월, 자신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날, 부인 이영희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하나 이 축복도 잠시였다. 건강은 더욱 악화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방 공연하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방위 소집에 응하지 못해 결국 탈영병으로 군 영창에 갇히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군복무를 마치게 되지만 가정은 이미 어려워져 매번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는 그의 부인은 자신에게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부인은 그가 건강이 나빠져 공기 좋은 곳으로 가자면 그렇게 했고, 친구 곁으로 가자면 또 그렇게 했다. 경제적으로 정 버틸 수 없어 어머니 곁으로 가야겠다고 말하면 또 그의 뜻에 따랐다. 그러나 80년, 끈질긴 투병과 부인의 보살핌으로 완전히 나았다던 그의 결핵은 다시 재발되고 급기야 각혈이 시작되자 결국 인천요양소에 격리되어 요양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 시기를 ‘공백’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몹시 못마땅해 했다. 비록 그 시기에 대중들 앞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스스로는 늘 음악 한가운데에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그는 많은 곡을 만들었고 악기소리를 연구했으며 음반 또한 취입했다. 그가 타계하기 얼마 전, 담당의사는 그에게 경고했다. 최소한 6개월에서 3년 정도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한다고. 심지어 ‘노래를 다시 부르면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까지 경고했다. 결핵환자에게 노래는 호흡기관에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되레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병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음악에 대한 열병을 또 그렇게 앓고 있었다. “꽹배기(꽹과리)소리에 미쳐 삽니다.” 인터뷰 당시 그는 자신의 생활을 이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했다. 우리만의 것, 우리만의 맛, 우리만의 흥.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무엇인지 이제서야 비로소 찾은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그 무렵 뜻 맞는 친구들과 사물놀이 패를 조직하기도 했고 또 항시 꽹과리를 들고 다녔다. 병이 악화돼 병원에 다시 실려 갈 때도 꽹과리를 병실에 까지 가지고 들어가 담당의사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남은 열정을 모두 국악에 바치겠다.’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의지를 내보이던 김정호, 오늘 그가 새삼 그립다. sachilo@empal.com
  • 투자公 사장 민간인 출신 뽑기로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추천위원회는 6일 사장 후보에 정부 관료와 한국은행 출신을 전면 배제하고 100% 민간인 출신을 내세우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최근 3개 국책은행과 조달청, 통계청 등의 기관장에 앞으로 재정경제부 등 정부 관료 출신을 무조건 임명하지는 않겠다는 청와대의 내부 방침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아울러 사장추천위는 ‘인력 풀’을 더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재경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사장 선임은 최소한 1∼2주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 등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마감한 사장 공모에 신청한 한은 출신 전·현직 3명도 모두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경부 출신으로 민간에서 활동하던 인사들도 사장 후보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한 후보군에 포함됐던 홍석주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남은 임기 1년에 충실할 것이며 당초 KIC 사장에는 관심도 없었다고 직접 밝혀 왔다. 또한 사장추천위가 인력 풀을 확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새로운 인물이 부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재경부와 한은 출신 등을 배제할 경우 지금까지 거론되던 후보군은 김수룡 도이치뱅크코리아 회장, 전광우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 홍기명 JP모건 아시아지역 책임자그룹 멤버 등으로 압축된다. 전광우 부회장은 지난 KIC 사장 인선에서도 이강원 전 사장과 막판까지 경합했다. 하지만 100% 민간인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달 경우 증권이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금융통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KIC 사장의 자격은 ‘금융·투자 관련 분야에 10년 이상 종사한 자’로 제한돼 있다. 정부 관계자도 “한은이 KIC에 위탁할 외환보유고 200억달러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만 투자하도록 돼 있다.”면서 “때문에 해외 투자에 밝은 사람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재경부 등 관료 출신이 국책은행이나 산하기관에 자동적으로 임명돼야 한다는 원칙은 무의미하다.”면서 “능력이 있다면 관료 출신도 가능하지만 무조건 재경부 등의 몫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수소차 상용화 핵심물질 발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임지순 교수팀은 4일 수소 자동차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티타늄 원자가 부착된 폴리머’라는 이 물질은 다량의 수소를 고체상태로 저장할 수 있다. 이 기술이 현실에 응용될 경우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연료로 각광받는 수소연료 및 수소 자동차 상용화가 한층 앞당겨지게 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수소 자동차 상용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수소를 가스상태로 고밀도 압축해 저장할 경우 부피가 커지고 폭발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임 교수는 “이 물질은 쉽게 말해 수소를 흡수해 고체상태로 만들고, 쉽게 뱉어내기도 한다.”면서 “이 물질의 특징을 이용해 수소 자동차용 연료 저장 탱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 최신호에 실렸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론적으로 이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며 앞으로 실험을 통해 실제로 물질을 만들어 내는 일이 남았다.”면서 “이르면 1∼2년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새로운 수소 저장물질에 대해 국내외 특허를 이미 출원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재계 “순환출자 규제 직격탄” 우려

    재계 “순환출자 규제 직격탄”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의 순환출자를 규제하겠다고 밝히자 재계가 불만이다. 기업 규제의 상징인 출자총액한도제를 폐지한다면서 더 강력한 ‘칼’을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으면 외국 투자자의 적대적인 공격에 노출돼 결국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공정위, 구체적인 규제방안 검토 공정위는 4일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어 출총제 폐지를 전제로 한 대안 검토에 들어간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이 최근 “출총제를 없애더라도 기업집단의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사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맞물린다. 큰 방향은 ▲환상형 순환출자의 고리를 직접 끊는 방안 ▲기업집단별로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대안을 찾는 방안 ▲일본처럼 기업집단내 사업지배력이 큰 기업에 제한을 가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든 기업집단의 순환출자에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공정위의 확고한 방침이다. 현재 총수가 있는 자산 6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18개 가운데 계열사끼리 환상형 출자가 형성된 집단은 삼성, 현대차,SK, 롯데, 한진,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동부, 현대, 대림 등 11개다. ●재계,“외국 투자자의 공격 받을 것” 재계는 일단 “당정 협의를 거쳐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다른 조건을 달지 말고 출총제를 폐지하라.”고 주문한 데 힘을 싣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지 정부안이 나오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심 불쾌하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라고 하면 힘없는 기업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밝혔다. 자산 순위 5위권에 있는 한 기업집단의 관계자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순환출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했고, 수출 증대로 국가성장에 기여했는데 이제 와서 잘못됐다며 고리를 끊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기업 모델에 ‘최고의 선’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권 방어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순환출자의 쇠사슬을 처분명령이나 의결권 제한으로 풀려고 하면 외국의 투기성 자금인 ‘핫 머니’가 유입돼 경영권을 빼앗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생명이 7.26%, 삼성물산이 4.02%, 삼성화재가 1.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규제 방안으로 만약 의결권이 제한되면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분은 3.51%에 불과하고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 12.8%를 우호세력에 팔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 가운데 그만한 자금 여력이 있는 곳은 없다는 데 삼성의 고민은 깊다. ●순환출자란 재벌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연속적으로 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총수 일가가 행사할 수 있는 내부 지분율이 높아진다. 형태는 A→B→C→D→A 등으로 처음 출자한 계열사와 마지막 계열사가 일치하는 ‘환상형’과 A→B→C…→E 등으로 처음과 끝이 다른 ‘직선형’ 등이 있다. 상호출자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한 출자 방식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1) 은유법과 환유법의 철학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1) 은유법과 환유법의 철학

    우리는 매일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무의식적으로 어떤 법칙을 띠고서 나타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법칙이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이나 러시아의 언어학자 야콥슨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은유법(metaphor)과 환유법(metonymy)이다. 우선 은유법과 환유법을 간략히 설명한다. 수사학적으로 은유법은 ‘백합화 같은 처녀’나 ‘사자 같은 소년’ 등으로 소녀의 순결성과 소년의 용맹성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단적으로 소녀의 순결성과 순진성과 아름다움들이 백합화로 ‘압축´됐고,‘상징적´으로 그 소녀가 백합화로 ‘대체´됐으며, 대체이유는 소녀와 백합화 사이에 정신적으로 같은 계열에 속한다는 ‘계열체적 집합´(paradigmatic set) 또는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표시는 은유법과 환유법의 의미를 알리는 핵심적 개념이다. 그래서 은유법(隱喩法)은 소녀와 소년을 보고 그 현장에 없는 유사한 숨은(隱) 단어를 상징적으로 찾는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환유법(換喩法)은 ‘술 마시자.’를 ‘한 잔 하자.’로,‘30척의 배’를 ‘돛 30개’로 표현하는 법인데, 이것은 술과 술잔과의 상호 ‘인접성´과, 전체(배)와 부분(돛)과의 양적 대소비교에서 장소를 ‘치환´(換)시키는 사고방식에서 생긴 수사법이다. 환유법은 은유법과 달리 이미 현장에 다 출현되어 있는 대상들을 보고서 술을 술잔으로, 배를 돛으로 ‘장소이동´해서 두 낱말의 생각을 결합시켜 나가는 ‘결합체적 맥락´(syntagmatic context)을 중시하기에 말의 이동이 필수적이다. 이런 은유와 환유의 수사학은 인간이 세상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지시하기 위한 소유의 방편에서 생긴 언어활동이다. 은유법이 세상에 대한 ‘내면적´ ‘정신적 이해´와 연관되어 있고, 환유법은 세상을 ‘외면적´으로 결합시키거나 분석하는 ‘과학적 지시´의 방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그것은 수사학이 세상을 인간중심으로 더 잘 소화하기 위한 소유욕의 표현임을 말한다. 은유법과 환유법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철학은 도가와 불가나 서양의 해체철학에서보다도 오히려 유가와 신학 또는 서양의 구성철학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세상을 인간중심적으로 구성하는 지성의 철학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로 세상을 장악함에서 무의식적으로 은유적이고 환유적인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주의는 은유법적으로, 현실주의는 환유법적으로 세상을 소유하려 한다. 은유와 환유에 의한 소유의 두 양식을 프랑스 실존철학자 마르셀 철학용어로 바꾸면, 각각 함유(implication)와 점유(possession)에 해당하겠다. 전자는 정신적 소유를, 후자는 물질적 소유를 의미한다. 은유적 이상주의와 환유적 현실주의를 가장 잘 대변하는 철학사상으로서 우리는 맹자와 순자의 유가철학을 내세울 수 있겠다. 맹자의 유학은 천명(天命)과 성인(聖人)을 일치시키는 사유의 틀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 천명이 세상을 바로 세우는 불멸의 도며, 그 도가 곧 인의(仁義)로 표현된다. 맹자가 말한 인(仁)은 ‘인간의 마음’(人心)이고, 의(義)는 ‘인간의 길’(人路)이라고 해석했다. 또 그는 ‘인(仁)은 인간의 편안한 집(安宅)이고, 의(義)는 인간이 다니는 올바른 길(正路)’이라고 표명했다. 이런 맹자의 비유가 이미 은유적이다.‘인간의 마음’이 바로 ‘인간의 편안한 집’과 동격으로 비유된 것은 인간의 마음이 ‘논어’에서 말하는 ‘어진 마을’(里仁)과 같아야 된다는 것을 함의한 것이겠다.‘편안한 집’은 부모형제가 동고동락하는 공동체와 같다. 마음은 화기애애하게 부모형제가 사는 ‘편안한 집’이나 ‘어진 마을’처럼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맹자가 내린 마음의 정의겠다. 의(義)는 그 공동체를 마비시키지 않고 혈액순환하게 하는 올바른 길이다. 인의는 바로 천명이 명령한 자연성의 법도다. 그 자연성의 법도가 사회성의 법도로 ‘대체´되면, 그것이 곧 성선(性善)의 사회라고 맹자는 생각했다. 그런 천명의 법도인 인의를 의인화한 것이 요순과 같은 성인이다. 맹자가 생각한 자연성은 ‘시경’(詩經)의 시구처럼,‘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하늘에서 날듯이’ 인(仁)의 생의(生意)가 천지에 가득하고, 각각의 생물이 다 제 마땅한(宜=義) 길을 가고 있는 그런 낭만적 자연관에 입각해 있다. 그런 자연적 인의(仁義)의 의인화로서의 요순은 성선(性善)의 ‘압축´인 셈이다. 요순은 단순히 성선의 압축인 것만은 아니다. 요순은 자연성인 생의(仁)와 자연만물의 마땅한 행로(義)를 ‘대체하는´ 인의적 인성의 표본이고, 그 인성은 자연성과 ‘유사하지만´ 자연성이 인성에 현전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단지 상징적으로 ‘숨어 있을´ 뿐이다. 맹자는 ‘인간이 다 요순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런 긍정의 증거로서 그는 인간이 다 잔인한 짓을 감히 하지 못하는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참아 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인간의 본성으로 두고 있다고 보았다. 인간이 이 ‘불인인지심’의 본성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다 요순이 되고, 사회적 이욕심의 악을 이겨낼 수 있다고 여겼다. 후천적 사회생활의 이욕심이 인간의 본성을 흐려 놓기에 인의예지의 마음을 확충하는 도덕심으로 무장하여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당위의 의지를 맹자는 아주 강조했다. 도덕의지로 복성(復性)한 인물이 탕무(湯武)임금이다. 이것이 맹자의 낭만적 이상주의다. 그의 이상주의는 인의를 자연성에서 빌려 인간본성으로 은유화시켜 놓고, 그 은유적 이상의 가치가 사회를 장악하도록 이기적 이욕심에 흔들리지 않는 도덕적 지성의 판단을 강조했다. 요순처럼 무위적 자연성과 인성이 일치하는 지고지선의 순정무구한 역사가 다시 생기하지 않으므로, 맹자는 탕무의 도덕적 노력의 길을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을 수 없었겠다. 그러나 문제는 탕무 이후에 대성(大成)으로 상징되는 공자를 제외하고 아무도 그 탕무의 길을 다시 회복한 현실적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공자와 맹자가 도를 밝혀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공맹의 도를 숭상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도 세상에 인의의 도가 실현되려는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지 율곡은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맹자의 길은 늘 꿈꾸는 낭만주의자의 헛된 이상의 투사로 끝나든지, 아니면 참담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지상 유토피아 건설의 혁명적 열병으로 오염되든지 해왔다. 사람들은 맹자의 사상이 형이상학적 함유의 소유론인 것을 모르고 존재론인 것으로 착각해 왔다. 인간중심주의는 존재론이 되기 어렵다. 맹자의 형이상학이 헛된 정열로 끝난 가장 큰 이유는 인간들에게 요순의 본성을 회복시키는 방식에서 도덕의식의 고취만을 강조하는 당위윤리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요순의 본성은 도덕적 지성의 판단에 의하여 사회악과 대결하는 의식에서 회복되기보다 오히려 모든 지성적 분별심을 쉬는데서 피어난다고 생각된다. 그래야만 분별심을 끝없이 흥분시키는 무의식의 뿌리가 고요해질 수 있다. 맹자가 자연을 본성적 성선의 차원에서 읽었다면, 순자는 자연을 본능적 생존투쟁의 잔혹한 경쟁으로 보았다. 맹자의 천(天)은 목적론적 하늘(heaven)이지만, 순자의 천은 그냥 기계론적 하늘(sky)에 불과하다. 맹자는 자연성과 인성의 일치를 겨냥한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생각했으나, 순자는 ‘천인지분’(天人之分)으로 자연과 인간을 완연하게 구별했다. 이것은 자연의 본능과 인간의 지능을 분리시킨 사상이다. 순자에게 있어 자연의 본성은 오히려 본능에 해당하고 인간의 지능은 인위적인 능력이다. 그는 또 ‘성위지분’(性僞之分=본능과 지능의 구분)을 주장했다. 여기서 위(僞)자는 거짓의 뜻이 아니고, 인위성을 가리킨다. 지능은 자연적인 것을 가공하여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 지도자를 순자는 ‘지인’(至人)으로 보았다. 지인은 도덕적 성인이 아니고, 지능적 기술인이다. 이 지인은 야생적 자연을 기술적 문명으로 변환케 하는 능동적 지성의 참여인 ‘능참’(能參)을 실시하는 자다. 자연적인 것은 모두 본능적인 생존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이기심의 경향이 있기에 순자는 이 자연의 본성인 본능의 이기심을 성악(性惡)이라 보았다. 인간의 지능이 사회생활을 경영하기 위하여 저 이기적 소유욕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그는 사회가 파괴되지 않고 생기나게 돌아갈 만큼 그것을 ‘양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자연의 소유욕은 대개 물질적 점유욕이므로 그 점유욕을 다소 둔화시키는 방법을 순자는 ‘예법’(禮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연과 사회를 구분했으나, 그것은 보통 생각하듯이 완전히 쪼개지는 것이 아니다. 순자는 지인의 경제정책을 ‘천양’(天養), 복지정책을 ‘천정’(天政), 경험적 인식을 ‘천공’(天功) 등으로 표상했다. 완전한 분리라면, 그가 지능적 사회경영의 개념에 자연(天)의 의미를 덧붙여 명사화했을 리가 없겠다. 이것은 순자가 자연적 본능과 사회적 지능을 상호 ‘인접´개념으로 여겨, 자연에서 사회로 ‘장소이동´(置換)을 시킨 환유법적 사고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 베르그송이 말한 바처럼 본능과 지능이 다르지만, 생존술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순자가 이미 간파한 것이겠다.(1회 글) 그리고 그는 자연적 본능을 없애지 않고, 그것을 예법으로 조절된 사회적 욕망으로 ‘결합´시켰다. 그는 정치의 요체를 ‘화성기위’(化性起僞=본성을 변화시키는 인위적 지능을 일으킴)라고 생각했다. 맹자의 철학이 의사 소유론(함유적 소유론=형이상학적 소유론)이라면, 순자의 철학은 진짜 점유적 소유론(형이하학적 소유론)이겠다. 환유법은 은유법처럼 낭만적 마음으로 세상을 화학적으로 영구히 바꿔 보려 하지 않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현실적 물리적 대처방안을 임시적으로 강구한다. 소유론적으로 세상을 보면, 맹자보다 순자의 사상이 훨씬 더 유효하고 실질적이다. 그러나 존재론적으로 보면, 순자의 철학은 적과 싸우는 전쟁사령관의 심리처럼 너무 냉엄하고 승부욕에 집착되어 있다. 세상은 전쟁터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상적 낭만파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존재론적 사유는 맹자와 순자의 길이 아닌 제삼의 길을 사유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지금 과천에선] ‘행정도시 이전’ 충격 딛고 자활의 길 개척 한창

    [지금 과천에선] ‘행정도시 이전’ 충격 딛고 자활의 길 개척 한창

    전국 제일의 ‘살기 좋은 도시´인 경기도 과천시가 ‘도시 공동화’에 대비해 자활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행정도시 조성으로 모조리 옮겨 갈 정부종합청사를 지켜보며 말문이 막혔던 과천시가 스스로 상처 치유에 나선 것이다. 과천시는 아직도 행정중심도시 건설을 ‘수도분할’로 규정지으며 정부에 반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여인국 시장을 주축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천시의 청사진을 하나둘씩 만들어내고 있다. ●뼈아픈 ‘수도이전의 추억’ 지난해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정부부처 12부4처3청이 공주·연기지역에 이전될 것으로 발표됐다. 정부청사에 있는 부처 가운데 법무부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부처가 이전하고, 법무부마저 서울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여인국 시장은 “수도분할이 온 국민의 뜻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민과 함께 여러 방법을 통해 건의도 하고 집단행동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국민의 뜻을 무시한 헌재 결정에 대해 시와 주민들은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의 백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수도분할이 강행될 경우 ‘과천시 지원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다시 태어나는 과천 그래도 희망은 있다.‘과천시 지식정보타운’ 조성이 바로 그것이다. 지식정보타운 개발계획은 지식기반산업을 유치하고 도시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갈현동과 문원동 일대 50여만평을 교육과 연구, 문화와 여가, 주거가 가능한 지역으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대상부지는 북으로는 서울의 테헤란밸리와 포이동 IT밸리, 동편에는 판교IT벤처단지, 서편에 위치한 광명음악산업단지와 안양벤처밸리, 남으로는 수원 전자클러스터와 광교테크노밸리의 중심부에 자리잡아 지식산업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명실공히 수도권 중심부에 위치한 요지로 서울 중심부에서는 18㎞, 인천공항까지는 50㎞ 거리이다. 지하철과 국도 47호선, 과천∼의왕고속도로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여기다 관악산과 우면산, 청계산 등 수려한 자연경관까지 자랑한다. 지식정보타운의 미래비전은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와 지식기반산업의 핵심지역, 지속가능하고 쾌적한 웰빙타운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수요자 중심 3대 개발전략 성장동력 확보방안의 일환으로는 혁신환경 창조를 통한 선도기업의 유치, 공공선도산업 유치 등을 꼽고 있다. 지식기반산업 유치를 위해서 수요자 중심개발을 원칙으로 유연한 계획체계를 수립하고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웰빙타운은 매력있는 도시환경을 기본개념으로 자연과 주거, 교육,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를 가꾸게 된다. 환경친화적 개발이 원칙이다. 지식정보타운유역을 중심으로 단일 중심지를 형성하고 중심상업지 주변에 첨단업무용지를 배치하게 된다. 주거용지는 배후에 조성된다. 전체면적 가운데 9만평은 첨단업무, 상업지역은 3만평이다. 주거는 12만평 규모로 개발된다. 특히 공원녹지가 16만평으로 전체면적의 30%가량을 차지하게 된다.11만평은 레저와 스포츠 등을 위한 기타지역으로 남게 된다. 유치되는 첨단산업분야는 디지털콘텐츠와 IT제조업, 광고디자인, 과학기술, 정보통신, 서비스 등이다. 주택은 단독이 190호, 공동주택이 3980호이다. 주거밀도는 1㏊당 300인이다. 공동주택 용적률은 150%가량으로 극저밀도를 유지하게 된다. 지식정보타운은 한국토지공사가 선투자를 하고 과천시가 지방채를 발행,1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시는 오는 2007년까지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하고, 토지보상 및 주민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2008년부터 부지조성공사에 들어가 토지분양에 나선다. 기업경영활동은 2011년쯤 가능할 전망이다. ●교통체계 개선과 재건축 지속적인 교통체계 개선사업을 벌여 만성 체증현상을 보였던 과천시 문원IC 주변의 교통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시는 얼마전 평면으로 되어 있는 과천에서 문원동(사기막골)간, 문원동에서 과천·서울 방향 교차로에 30m 높이의 교각 2개를 세워 입체적으로 교차로를 만들고 교통안전 시설물을 확충했다. 방범용 폐쇄회로TV도 대폭 확대했다. 문원동 등 단독주택가의 도난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CCTV가 좀도둑 예방에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주택가 CCTV를 관내 전지역으로 확대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이동용 CCTV 1대를 주택가에 설치,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본격화됐다. 지난해 말 주공11단지(640가구)와 3단지 (3110가구)의 재건축 시작으로 인구유출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주공2단지(1680가구)와 주공6단지(1262가구) 등 1981년부터 1984년 사이 건축된 12개 단지 1만 3522가구의 아파트도 연차적으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시는 단지별 재건축 시차를 3년정도씩 둘 방침이다. ●과천의 명성 잇기 과천시는 학교 담장에다 주택 담장까지 없애는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단독주택가에서 담을 허물고 녹지를 만드는 가구에 최고 500만원까지 사업비를 지원한 결과, 문원동 7건 중앙동 4건 등 모두 15건이 접수돼 공사를 마쳤고 5건에 대해 공사를 벌이고 있다. 시는 의외로 주민 호응이 높자 지원액수를 크게 늘려나갈 방침이다. 올 10월쯤에는 현재 복원이 한창인 양재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과천시를 가로지르면서 하수도로 전락한 지천이 주민 휴식공간으로 바뀐다. 과천주유소∼새서울교회 사이 697m 양재천에 덮인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너비 25∼31m가량의 양재천에 산책로, 여울 등을 만들고 있다. 모두 142억원을 들여 연초부터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둔치에 차집관을 매설해 생활하수를 차단하고 수생식물을 심어 오염된 하천수질을 팔당상수원 수준인 2∼3급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이보다 상류인 코오롱사옥∼과천주유소 512m 구간에 대해서도 콘크리트를 걷어낼 계획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수도권 최고 자족도시로 과천시 자존심 지켜낼것” 정부종합청사 이전에 따른 주민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한 여인국(余仁國) 과천시장은 기쁨도 잠시, 곧바로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집무실을 찾았다. “기무사령부의 과천 이전과 수도분할 문제 등으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날이 없었습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지난 4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 시장은 기무사령부의 경우 당초 23만평의 부지를 5만 6000평으로 대폭 축소해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도분할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한다. 정부청사 이전계획에 따라 잦은 인터뷰 요청으로 졸지에 스타(?)가 된 여 시장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는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선거유세보다는 기무사와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주민들과 목소리를 높이다 쉰 목소리가 잘 낫지 않는다는 여 시장은 행정도시특별법 얘기만 나오면 지금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수도이전에 버금가는 정부부처의 이전 필요성과 문제점, 향후대책 등이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요 부처가 모두 충청도로 내려가는 반면 청와대, 행자부, 법무부 등은 서울에 남는다지만 각 부처가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과연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비효율과 비능률을 양산할 행정부처 이전작업이 과연 누구를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합니다.” 여 시장은 행정수도 이전반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이와는 별도로 ‘지속가능한 도시평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과천시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가 마련한 지식정보타운 조성계획은 여시장의 오랜 꿈이자 과천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종합청사 이전 문제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요. 지식정보타운은 시의 운명을 바꾸는 대역사가 될 것으로 자신합니다.” 정부청사 이전에 따라 자족기능이 미흡해질 과천시의 장래를 염두에 둔 여시장의 야심을 대변하고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과천에 불어닥친 고난을 이겨내고 명실공히 수도권 최고의 자치단체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여 시장은 또 새 임기 동안 과천의 깨끗한 이미지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여 시장은 ‘100년을 담은 공원녹지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양재천과 관문천의 자연형하천 복원사업, 도시자연공원내 패밀리파크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지금 과천에선] ‘행정도시 이전’ 충격 딛고 자활의 길 개척 한창

    [지금 과천에선] ‘행정도시 이전’ 충격 딛고 자활의 길 개척 한창

    전국 제일의 ‘살기 좋은 도시´인 경기도 과천시가 ‘도시 공동화’에 대비해 자활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행정도시 조성으로 모조리 옮겨 갈 정부종합청사를 지켜보며 말문이 막혔던 과천시가 스스로 상처 치유에 나선 것이다. 과천시는 아직도 행정중심도시 건설을 ‘수도분할’로 규정지으며 정부에 반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여인국 시장을 주축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천시의 청사진을 하나둘씩 만들어내고 있다. ●뼈아픈 ‘수도이전의 추억’ 지난해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정부부처 12부4처3청이 공주·연기지역에 이전될 것으로 발표됐다. 정부청사에 있는 부처 가운데 법무부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부처가 이전하고, 법무부마저 서울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여인국 시장은 “수도분할이 온 국민의 뜻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민과 함께 여러 방법을 통해 건의도 하고 집단행동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국민의 뜻을 무시한 헌재 결정에 대해 시와 주민들은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의 백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수도분할이 강행될 경우 ‘과천시 지원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다시 태어나는 과천 그래도 희망은 있다.‘과천시 지식정보타운’ 조성이 바로 그것이다. 지식정보타운 개발계획은 지식기반산업을 유치하고 도시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갈현동과 문원동 일대 50여만평을 교육과 연구, 문화와 여가, 주거가 가능한 지역으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대상부지는 북으로는 서울의 테헤란밸리와 포이동 IT밸리, 동편에는 판교IT벤처단지, 서편에 위치한 광명음악산업단지와 안양벤처밸리, 남으로는 수원 전자클러스터와 광교테크노밸리의 중심부에 자리잡아 지식산업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명실공히 수도권 중심부에 위치한 요지로 서울 중심부에서는 18㎞, 인천공항까지는 50㎞ 거리이다. 지하철과 국도 47호선, 과천∼의왕고속도로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여기다 관악산과 우면산, 청계산 등 수려한 자연경관까지 자랑한다. 지식정보타운의 미래비전은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와 지식기반산업의 핵심지역, 지속가능하고 쾌적한 웰빙타운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수요자 중심 3대 개발전략 성장동력 확보방안의 일환으로는 혁신환경 창조를 통한 선도기업의 유치, 공공선도산업 유치 등을 꼽고 있다. 지식기반산업 유치를 위해서 수요자 중심개발을 원칙으로 유연한 계획체계를 수립하고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웰빙타운은 매력있는 도시환경을 기본개념으로 자연과 주거, 교육,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를 가꾸게 된다. 환경친화적 개발이 원칙이다. 지식정보타운유역을 중심으로 단일 중심지를 형성하고 중심상업지 주변에 첨단업무용지를 배치하게 된다. 주거용지는 배후에 조성된다. 전체면적 가운데 9만평은 첨단업무, 상업지역은 3만평이다. 주거는 12만평 규모로 개발된다. 특히 공원녹지가 16만평으로 전체면적의 30%가량을 차지하게 된다.11만평은 레저와 스포츠 등을 위한 기타지역으로 남게 된다. 유치되는 첨단산업분야는 디지털콘텐츠와 IT제조업, 광고디자인, 과학기술, 정보통신, 서비스 등이다. 주택은 단독이 190호, 공동주택이 3989호이다. 주거밀도는 1㏊당 300인이다. 공동주택 용적률은 150%가량으로 극저밀도를 유지하게 된다. 지식정보타운은 한국토지공사가 선투자를 하고 과천시가 지방채를 발행,1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시는 오는 2007년까지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하고, 토지보상 및 주민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2008년부터 부지조성공사에 들어가 토지분양에 나선다. 기업경영활동은 2011년쯤 가능할 전망이다. ●교통체계 개선과 재건축 지속적인 교통체계 개선사업을 벌여 만성 체증현상을 보였던 과천시 문원IC 주변의 교통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시는 얼마전 평면으로 되어 있는 과천에서 문원동(사기막골)간, 문원동에서 과천·서울 방향 교차로에 30m 높이의 교각 2개를 세워 입체적으로 교차로를 만들고 교통안전 시설물을 확충했다. 방범용 폐쇄회로TV도 대폭 확대했다. 문원동 등 단독주택가의 도난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CCTV가 좀도둑 예방에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주택가 CCTV를 관내 전지역으로 확대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이동용 CCTV 1대를 주택가에 설치,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본격화됐다. 지난해 말 주공11단지(640가구)와 3단지 (3110가구)의 재건축 시작으로 인구유출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주공2단지(1680가구)와 주공6단지(1262가구) 등 1981년부터 1984년 사이 건축된 12개 단지 1만 3522가구의 아파트도 연차적으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시는 단지별 재건축 시차를 3년정도씩 둘 방침이다. ●과천의 명성 잇기 과천시는 학교 담장에다 주택 담장까지 없애는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단독주택가에서 담을 허물고 녹지를 만드는 가구에 최고 500만원까지 사업비를 지원한 결과, 문원동 7건 중앙동 4건 등 모두 15건이 접수돼 공사를 마쳤고 5건에 대해 공사를 벌이고 있다. 시는 의외로 주민 호응이 높자 지원액수를 크게 늘려나갈 방침이다. 올 10월쯤에는 현재 복원이 한창인 양재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과천시를 가로지르면서 하수도로 전락한 지천이 주민 휴식공간으로 바뀐다. 과천주유소∼새서울교회 사이 697m 양재천에 덮인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너비 25∼31m가량의 양재천에 산책로, 여울 등을 만들고 있다. 모두 142억원을 들여 연초부터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둔치에 차집관을 매설해 생활하수를 차단하고 수생식물을 심어 오염된 하천수질을 팔당상수원 수준인 2∼3급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이보다 상류인 코오롱사옥∼과천주유소 512m 구간에 대해서도 콘크리트를 걷어낼 계획이다. 과천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여인국 시장 인터뷰 “수도권 최고 자족도시로 과천시 자존심 지켜낼것” 정부종합청사 이전에 따른 주민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한 여인국(余仁國) 과천시장은 기쁨도 잠시, 곧바로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집무실을 찾았다. “기무사령부의 과천 이전과 수도분할 문제 등으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날이 없었습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지난 4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 시장은 기무사령부의 경우 당초 23만평의 부지를 5만 6000평으로 대폭 축소해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도분할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한다. 정부청사 이전계획에 따라 잦은 인터뷰 요청으로 졸지에 스타(?)가 된 여 시장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는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선거유세보다는 기무사와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주민들과 목소리를 높이다 쉰 목소리가 잘 낫지 않는다는 여 시장은 행정도시특별법 얘기만 나오면 지금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수도이전에 버금가는 정부부처의 이전 필요성과 문제점, 향후대책 등이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요 부처가 모두 충청도로 내려가는 반면 청와대, 행자부, 법무부 등은 서울에 남는다지만 각 부처가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과연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비효율과 비능률을 양산할 행정부처 이전작업이 과연 누구를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합니다.” 여 시장은 행정수도 이전반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이와는 별도로 ‘지속가능한 도시평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과천시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가 마련한 지식정보타운 조성계획은 여시장의 오랜 꿈이자 과천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종합청사 이전 문제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요. 지식정보타운은 시의 운명을 바꾸는 대역사가 될 것으로 자신합니다.” 정부청사 이전에 따라 자족기능이 미흡해질 과천시의 장래를 염두에 둔 여시장의 야심을 대변하고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과천에 불어닥친 고난을 이겨내고 명실공히 수도권 최고의 자치단체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여 시장은 또 새 임기 동안 과천의 깨끗한 이미지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여 시장은 ‘100년을 담은 공원녹지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양재천과 관문천의 자연형하천 복원사업, 도시자연공원내 패밀리파크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과천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5) 아랍에미리트 무역허브 두바이

    [이슬람 문명과 도시] (15) 아랍에미리트 무역허브 두바이

    아랍에미리트의 무역도시 두바이는 사막을 낙원으로 바꾼 21세기 오아시스의 신기루다. 진주 조개잡이를 하던 자그만 어촌이 이제는 세계 최고라는 무수한 브랜드를 가진 지구촌 무역·금융 허브로 급성장하고 있다.180층 세계 최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사막에 잔디를 심어 2시간마다 물을 주는 세계최고의 골프장도 건설했다. 그뿐이랴. 바다에 떠 있는 초호화 세븐 스타 호텔을 짓고, 바다를 매립하여 세계지도를 본뜬 인공섬을 만들어 분양하고 있다. 그 자존심 강하다는 아랍 지역에서, 유일하게 모국어인 아랍어가 통용되지 않을 정도로 국제화된 도시가 두바이다. 석유가 고갈되면 아랍은 끝장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아마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적인 밀 수출국이고, 국제적인 관광·쇼핑·스포츠·금융 허브로서 발돋움하고 있는 두바이의 모습을 보고는 생각을 고쳐먹게 될 것이다. 두바이는 원래 걸프해의 고대 무역항이었다. 인도양과 아라비아해가 만나는 걸프해의 입구에는 해마다 4월이면 계절풍인 몬순이 불기 시작한다. 이미 7세기부터 이 몬순을 타고 상인들은 인도나 중국으로 배를 저어갔다. 배에는 진주조개에서 채취한 영롱한 진주알과 금 세공품, 이웃 오만과 예멘 등에서 구입한 값비싼 향료와 약초를 잔뜩 실었다. 그러고는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니면 풍랑을 만나 영영 못 돌아올지도 모르는 긴 항해를 떠났다. 그래서인지 두바이에서 선원들을 만나면 웃음 속에서도 알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난다. 걸프해의 옛 항구 두바이에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상인들과 물건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렇지만 두바이 선원들은 더 이상 목숨 걸고 뱃길로 나가지 않는다.1940년대 양식 진주의 개발로 선원들의 생계가 한때 어려워졌지만,1966년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두바이에는 넘쳐나는 물건과 밤낮 구분 없는 흥청거림, 길거리를 메운 자동차만 가득하다. 지평선을 삼켜버린 고층 첨단빌딩으로 그 옛날 사막은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40도를 웃도는 날씨에 실내 스키를 즐기는 아이들의 표정에 어안이 벙벙하다. # 인도인과 세븐 스타 호텔의 절묘한 공존 10년만에 다시 찾은 새벽 도시에는 인도 사람들만 가득하다.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고 흥정을 한다. 그도 역시 인도 서부도시 케랄라에서 왔다고 한다. 박물관 수위, 기념품 가게 주인, 주유소 직원, 환전하는 은행 창구원도 대부분 인도인들이다. 심지어 커피 한잔 마시러 잠깐 들른 카페테리아에서는 젊은 아랍인들이 영어로 인도인 점원에게 음식주문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40만 두바이 인구 중에서 시민권을 가진 아랍 토착인은 20%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 도시를 먹여살리는 것은 온통 인도 중심의 외국인인 셈이다. 지금 두바이에는 옛날 아랍 도시의 분위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옛 모습이 궁금하여 시내에 있는 두바이 박물관부터 찾았다. 1787년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해 놓은 알 파히디 성채에 꾸며진 박물관은 작은 규모였지만, 두바이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잘 전시해 놓았다. 역사·민속·자연사 박물관 기능을 모두 갖춰 두바이의 참 모습을 떠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성채 안으로 들어가니 정원에는 두바이의 전통 목조 가옥과 진주잡이를 하던 목선을 그대로 복원해서 전시해 놓았다. 진흙으로 벽을 바르고 대추야자 잎으로 지붕을 엮었다. 고급주택이 늘어선 해변가 거주지 주메이라로 가보았다. 은은한 푸른 색이 감도는 배 모양을 한 건물 한 채가 바다 위에 떠 있다. 소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초호화 호텔로 잘 알려진 별 일곱개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이다. 구경하는 입장료만 50달러를 받는다. 엘리베이터도 천장도 벽도 온통 금으로 치장해 놓았다. 아래층에서 2층 로비로 가는 높은 벽면 전체를 수족관으로 만들어 놓아 호텔로 오르면서 바다 밑에서 수면으로 나가는 감동을 연출해 놓았다. 하룻밤에 수천달러씩 하는 방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지배인은 끝까지 나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 43도 날씨의 실내 스키장 시내 중심가의 쇼핑 센터는 고급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없는 것이 없는 작은 지구였다. 다른 쪽 실내 스키장에서는 리프트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영하의 온도에서 입김을 호호 불며 아랍의 젊은이들이 신나게 스키를 즐기고 있다. 아랍커피의 본산에 왔으니 쓰디쓴 모카 커피 오리지널 한 잔 마시고 싶었으나, 스타벅스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에 밀려 어느 커피숍에서도 전통 아랍커피는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무더운 바깥으로 나왔다. 오후 1시, 시계탑의 온도는 43도를 가리킨다. 때묻지 않은 두바이의 냄새를 맡고 싶어 옛 항구로 발길을 돌렸다. 대추야자가 늘어선 작은 공원을 지나 건너편 전통시장 수크로 가는 통통배에 올라탔다. 더위에 한참을 짜증을 내며 기다리는데 20명을 채워야 떠난단다. 뱃삯으로 우리돈 300원 정도하는 2분의1 디르함을 받는다. 두바이 옛 항구에는 아직도 거대한 목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전통시장 수크에는 진정한 삶이 있었다. 인도인과 하얀 터번을 둘러 쓴 두바이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흥정하고 차 마시는 시장에서 나는 진정한 두바이를 보았다. 그 옆 금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랍 지역 최대의 금시장이라 한다. 가게마다 금이 넘쳐난다. 가느다란 금 목걸이나 금반지가 아니라 금 옷이나 금 머플러를 연상케 하는 굵고 화려한 세공의 금 덩어리들이 눈을 부시게 한다. 나는 황금색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고 머리에 새겼다. 구름 한 점 없는 강한 햇살에 빛나는 그 황금색을 어떤 화가나 카메라도 도저히 담아낼 수 없을 것 같다. 석양이 몰려오면서 두바이를 떠날 채비를 한다. 사막 모래가 식으면 이곳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밤의 문화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텐트를 칠 공간마저 부동산 개발로 빼앗긴 두바이 사람들은 모래 대신 아파트의 화려한 카펫 위에서 전혀 새로운 밤의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다만 잠 속에서 신드바드의 꿈을 꾸면서 옛날을 희미하게 기억하게 될까? 이희수 한양대 교수·이슬람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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