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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배구] 현대 용병 美·伊 출신 압축

    “용병,4라운드 전까진 옵니다. 안 오면요? 그럼 우리끼리 해야죠.” 프로배구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남자부 코트에 외국인 선수가 첫선을 보인 건 지난 05∼06시즌부터. 현대는 ‘특급 용병’으로 구단과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숀 루니(미국)의 활약 덕분에 삼성화재의 ‘10년 독주’를 끊고 V-리그 첫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리그가 이미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외국인 선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개막전부터 삼성에 패한 뒤 현재 8승4패로 6개팀 가운데 3위. 초청팀 한국전력과 상무를 빼고나면 하위권의 옹색한 형편인 데다 4위 LIG와도 승차가 그리 넉넉지 못하다.지난 9일 LIG전에서 3-0으로 승리한 김호철 감독의 속내는 한편으론 흐뭇하지만 또 한편으론 걱정이다.“올 시즌 1승씩을 주고받은 호각세를 깨고 우위는 지켰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언제까지 남아날지가 남은 시즌의 관건이다.”고 했다.6명이 뛰는 배구판에서 외국인 선수 1명이 맡는 역할은 절대적이다. 높이와 스파이크의 파괴력은 둘째 치고라도 나머지 공격수들의 로테이션에 기름칠하는 역할이 더 크다. 김 감독으로선 시즌 직전까지 줄다리기를 하다 러시아리그로 날아간 루니의 공백에 경기 때마다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가슴시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용병을 영입하지 못한 건 점찍어 놓은 선수들이 죄다 베이징올림픽 대륙예선전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예선전이 모두 끝나는 14일 이후면 본격적인 ‘입질’이 가능해진다. 후보도 미국과 이탈리아 선수 2명으로 압축해 놓았다. 둘 모두 레프트 공격수에다 2m급의 장신. 김 감독은 “조만간 직접 교섭을 위해 프런트를 현지에 보낼 것”이라면서 “조건이 맞지 않으면 올 시즌을 용병 없이 지낼 수도 있다.”는 복안까지 세웠다.“우승은 힘들겠지만 높이에도 변함이 없고, 수비 조직력도 한결 좋아졌으니 3강 플레이오프에만 올라가면 어떻게든 비벼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계산까지 마쳤다.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끊어 놓았다는 전언으로 보면 V-리그 첫 이탈리아 외국인 선수가 한국 코트에 설 확률도 높다. 한편 대한항공은 1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3라운드에서 주전들의 고른 활약으로 상무에 3-0(25-17 36-34 25-16) 완승을 거뒀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책꽂이]

    ●뮤지엄(기울리아 카민 지음, 마은정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다양한 배경과 소장품으로 유명한 세계 유명미술관(박물관)들의 건립배경, 역사, 소장품, 건축양식 등을 300여점이 넘는 화려한 도판자료를 곁들여 소개했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를 낳은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러시아 박물관의 백미로 꼽히는 에르미타슈 미술관 등이 현장 답사기처럼 생생히 소개됐다.4만 9000원.●붉은 광장의 아이스링크(김현택 등 지음, 한국외대출판부 펴냄) 현대 러시아 사회·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압축한 입문서.2000년 푸틴 집권 이후 급변하는 러시아 정치·경제 상황을 비롯해 소련 붕괴 이후 국민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 새로운 개념의 건축과 도시계획 등이 김현택 외대 노어과 교수를 포함한 러시아 전문가 5인의 시각으로 조명됐다.1만 8000원.●일본 지식 채널(조양욱 지음, 예담 펴냄) 일본문화연구소장이 108가지 키워드 아래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정치, 언어, 생활에 관한 정보들을 망라했다. 기모노에는 왜 방석이 달렸을까. 다다미의 사이즈가 왜 다 다르며, 스모는 왜 인기가 많을까. 지은이는 “일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진짜 모습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1만 2000원.●회복하는 인간(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고즈윈 펴냄)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편안한 문체로 소소한 주변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집. 어린 시절 추억, 가족사 등에서 고희를 넘긴 노작가의 삶의 지향을 엿본다.“(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인간은 회복하는 존재”라는 정의로 삶의 희망을 얘기했다.1만 1800원.●서대문 형무소(김동현·민경원 사진, 리영희·나명순 글, 열화당 펴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서대문형무소.1908년 일제가 ‘경성감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지 꼭 100주년이 됐다.1987년 경기 의왕시로 옮겨갈 때까지 80년간 파란만장한 한국현대사를 품었던 서대문형무소의 기록을 담은 ‘서대문형무소-옮기던 날의 기록, 그리고 그 역사’의 증보판.1만 6000원.●생명과 약의 연결고리(김성훈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 지난 100년간 인류가 가장 애용해온 소염진통제이자 50종이 넘는 약물의 주요성분인 아스피린은 장기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의 부작용이 따른다. 인체라는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질병과 약이 엮는 혼란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서울대 약학대 교수.9000원.●세상을 바꾸는 사랑의 열정가들(바바라 메츨러 지음, 윤현봉 옮김, 마고북스 펴냄) 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 구세군,YMCA, 메이크어위시 재단 등 미국을 움직이는 자원봉사 단체 32개의 파워를 소개한다. 시민사회는 적극적인 자원봉사 운동을 통해 성장해 간다는 주장이다.1만 2000원.
  • “함께 국정운영을” 전화 누가받나

    ‘이명박 정부’의 첫 성패를 가늠할 조각(組閣) 명단이 오는 25일쯤 나올 전망인 가운데 벌써부터 정가에는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은 최종 후보군을 3∼5배수로 압축해 정밀 검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경제정책을 총괄케 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획재정부(가칭)의 ‘수장’ 자리에 누가 낙점될지 관심이 쏠린다. 인수위 국가경쟁력특위 부위원장인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과 재경원 차관을 거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근접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공일 국가경쟁력특위위원장, 정덕구 전 산자부 장관, 진동수 재경부 전 차관과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이한구 의원, 이종구 의원 등도 거론된다. 법무장관에는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사시 12회)과 김종빈 전 검찰총장(사시 15회), 이정수 전 대검차장(사시 15회) 등이 물망에 오른다. 외교장관에는 공동 선대위원장을 지낸 인수위원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 현역 외교관인 이태식 주미대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식품업무관리 흡수로 몸집 확대가 예상되는 농림수산부(가칭)장관으로는 이 당선인의 농어업 부문 공약을 총괄한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와 이상무 전 농림부 기획관리실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방장관에는 안광찬 국가비상기획위원장과 이상희 전 합참의장, 홍두승 서울대 교수, 황진하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꼿꼿 장수’로 불리는 김장수 현 장관의 유임 여부도 관심이다. 행자장관에는 이만의 전 행자차관과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권형신 전 한국소방검정공사 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건교장관에는 이 당선인의 ‘경제 브레인’이자 인수위원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와 최재덕 전 건교부 차관 그리고 장석효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 팀장 등이 거론된다. 산자장관에는 이윤성 의원, 노동장관에는 문형남 전 한국기술대학교 총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복지장관에는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낸 신영수 서울대 의대교수 등이 후보군에 든다는 관측이다. 몸집 축소가 예상되는 교육부장관에는 총선출마 의사를 밝힌 이주호 의원이, 존속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통일장관에는 김석우 전 통일차관과 남성욱 고려대 교수 등이 거명되고 있다. 문화부장관에는 방송·연극인 유인촌씨와 박찬숙·정병국 의원이, 환경장관에는 이선룡 전 금강환경관리청장과 환경부 공보관 출신인 신현국 문경시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어청수 경찰청장 내정자에 이어 임채진 검찰총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은 유임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李정부 첫 총리 3~4명 압축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르면 9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할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동관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0여 명의 예비후보 리스트가 당선인에게 보고됐고 지금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빠르면 9일 중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 후보군을 압축할 경우 그간 물망에 올랐던 비정치인 가운데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과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이 우선 거론된다. 정치인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총리직 고사 뜻을 밝히긴 했지만 여전히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이 당선인의 테니스 멤버이기도 한 안병만 전 총장의 경우 대학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몇 안되는 인물인데다 충청권(충북 괴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된다.한승주 고대 총장 서리는 김영삼 정부 시절 외교부장관에 이어 현 정권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인물로, 대미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 역시 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력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충청권 연고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카드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최우선 순위로 거론돼온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직 제의가 있어도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해 거부 의사를 거듭 내비쳤다. 이에 앞서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도 “신당 창당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가진 만찬에서 “지금은 이 일(인수위원장 업무)에 전념하고 싶을 뿐”이라며 “이것만 하고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고사할 뜻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의 최측근인 최시중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사실상 거부한 데 대해 “맡아 주면 좋겠다.”면서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맡으면) 나라도 뭔가 되는 것 같고, 국민도 얼마나 신이 나겠느냐.”고 강조했다.김지훈 구동회기자kugija@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미스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다 보면 사람이라는 것, 그 자체가 괴물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스트’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괴물들이 몰려온다. 사람들이 공포에 떤다. 대개 비슷한 상황들이다. 괴물의 모습이 달라진다. 때론 좀비이기도 하고, 때론 살인마이기도 하며 때론 유전자가 변형된 동물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안개다. 안개의 공포는 그것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영화 ‘미스트’의 전반을 감싸는 공포감 역시 여기서 비롯된다. 안개가 우리를 포위했다. 그런데 그 안개에는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것이 숨어 있다. 그것은 생명체일까 아닐까, 아니 지구상의 것일까 아니면 외계의 것일까. 그런데, 이 영화 ‘미스트’, 만만치 않다. 그 만만치 않음은 영화의 공포가 실은 외재적인 데 있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불온한 안개와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겁을 먹는다. 누군가가 괴생물체를 목격했노라고 말하지만 쉽게 믿어주지 않는다. 대도시에서 온 똑똑한 변호사에게 사람들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바보로 만든다며 외려 자신의 조직을 구성한다. 바보들을 따돌리고 밖에 나가보자고 말이다. 이 틈을 타서 종교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는 광신도 주부가 종말론을 외친다. 이 모든 것이 신의 징벌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그녀는 ‘희생양’을 바쳐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생물체라고 믿기 어려운 희한한 괴물들이 그들을 습격한다. 그런데 더 공포스러운 것은 이 미지의 괴물 앞에 선 ‘인간’이라는, 나약하고 간교한 생물체들이다. 그들은 그 작은 공간 안에서 편을 가르고 획책한다. 의견은 사람의 수만큼 갈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성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광신도로 돌변해 살인을 저지른다. 먹을 것이 해결된 ‘마트’라는 공간, 하지만 갇혀 있다는 불안이 준비된 식량으로 달래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공포 그 자체 때문에 공포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결국 선택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죽더라도 도망쳐 보는 것, 두 번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마지막은 사이비 종교와 같은 미망에 빠져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 카메라는 죽더라도 도망쳐 보자는 낙관적 행동주의자들을 따라간다. 그렇다면 그들은 탈출에 성공할까? 답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괴물이 나타나는 순간 이미 결말이 준비 되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당신이 선택하는 것, 바로 그것이 답이 되리라는 것. 따지고 보면, 미국의 스릴러 영화들은 외계 혹은 미지에서 온 가상의 적들을 많이 그려낸다. 좀비, 외계인, 괴생물체 등등. 가상의 적들로부터의 침공이라는 설정 덕분에 SF라는 장르가, 그리고 특수 효과가 발전되어 왔겠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미국은 진짜 미국을 침범할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침범당한 역사도, 유린당한 기억도 없는 그들에게 적은 늘 외재적인 것은 아닐까? 스릴러와 미스터리 속에서도 억압당했던 여성과 침략 당한 역사를 재구하는 우리 영화와 달리, 미국의 영화들은 자유롭다. 안개와 함께 안온한 일상에 틈입해 온 괴생물체, 억압이 없는 자들은 미지의 것이 두려운가 보다.
  • 스펙터클한 무대 VS 생기발랄한 연주

    스펙터클한 무대 VS 생기발랄한 연주

    프랑스와 미국의 오리지널 뮤지컬 두 편이 서울에서 맞붙었다.2006년 내한해 극찬을 받았던 프랑스 뮤지컬 ‘레딕스-십계’가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앙코르 무대를 차리고 서서히 관객 몰이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배우들에 의해 숱하게 무대에 올려져 대중적 인지도 측면에서 ‘먹고 들어가는’ 뮤지컬 ‘42번가’의 첫 오리지널 무대도 5일 막을 올렸다. ●레딕스-십계… 한층 밀도있는 무대 구약 성서의 모세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의 매력은 주옥 같은 노래, 난이도 높은 춤, 스펙터클한 무대다. 초연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무대 사이즈. 코엑스 대양홀 2개관을 터서 만든 무대는 압축적으로 다가와 집중도를 높였다. 그러나 60명의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오기에는 다소 작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랑해’나 ‘사랑하고 싶어’ 등 일부 노랫말을 한국어로 바꿔 부르니 환호와 갈채가 나올 수밖에. 무용수들이 장기자랑을 펼치는 뜨겁고 긴 커튼콜도 여전하다. 다만 고대했던 2막의 하이라이트,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은 드라이아이스의 분사 방식이 바뀌어서 그런지 다소 싱거운 느낌이다.19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4만∼14만원.1588-4558. ●42번가… 화려한 명성 그대로 심장을 두드리는 것 같은 경쾌한 탭댄스, 번쩍번쩍 휘황찬란한 의상,25인조 오케스트라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 여기에 무명의 뮤지컬 배우가 일약 스타가 되는 아메리칸 드림까지. 배경은 1930년 대공황기. 시골 출신의 코러스걸 페기 소여의 브로드웨이 성공기를 그린 이 작품은 뮤지컬 안에 또 한편의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가 올려지는 과정이 나오는 만큼 쉴새없이 쏟아지는 춤과 노래가 배가 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이번 내한 공연은 2001년 새롭게 ‘버전 업’된 것. 대형 거울과 회전하는 턴 테이블로 밋밋했던 무대를 입체적으로 살렸다.2월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4만∼13만원.(02)742-9005.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관악산 낡은 로프 교체를”

    “관악산 낡은 로프 교체를”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 펼치는 의정모니터에는 지난 12월 한 달 동안 모두 68건의 의견이 쏟아졌다. 이들 의견은 2차례의 심사를 거쳐 13건의 우수의견으로 압축됐다. 장애인용 휠체어 뒷부분에 형광처리를 하자는 의견 등 장애우나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한편 2007년 한해 동안 모두 963건의 의견이 접수돼 이 가운데 206건이 우수의견으로 뽑혔다. ●낡은 로프 때문에 인명사고 우려 김진숙(44·노원구 상계5동)씨는 관악산 정상에서 사당동 방면으로 가다보면 로프에 의지해야 하는데 이 로프가 너무 낡아서 자칫 인명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수관로에 그물망을 씌우자 김기선(53·동대문구 답십리4동)씨는 도로변 우수관로에 낙엽이 쌓여 하수의 원활한 배수를 가로막는다며 우수관로에 그물망을 씌우자고 주장했다. ●초교 주변 횡단보도에 LED 신호등을 박경주(37·양천구 신정6동)씨는 초등학교 주변의 횡단보도 바닥과 인도 사이에 LED(발광다이오드) 신호등을 설치해 주의력이 부족한 어린이의 등하교시 교통안전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장애인용 휠체어 뒷면 형광처리 황순덕(51·강북구 수요2동)씨는 장애우 전동휠체어는 밤에 잘 분간이 되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높다며 뒷면을 형광처리해 장애우들이 도로를 주행할 때 운전자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다. ●‘고령운전’ 표시 도입을 곽재희(66·서대문구 홍제3동)씨는 고령의 운전자에게 ‘고령운전’이라는 표지를 부착해 경로운전자를 우대하고, 사고도 줄이자고 주장했다. ●교통표지 글씨를 확대하자 김희정(40·서대문구 홍제1동)씨는 남산터널 등의 교통표시가 너무 작아 식별이 어렵다면서 이 교통표지의 글씨를 크게 해 야간운전자가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환경개선과 자원절약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하철 역사 출입구 번호가 헷갈려요 하중호(59·서초구 반포동)씨는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의 출구 표시가 제멋대로여서 승객들이 헛걸음을 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새로 생긴 지하철 역사 출입구 번호를 정비해 승객들이 상식적인 예측이 가능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무료신문 통합 배포 및 수거대 설치 강한충(27·강동구 둔촌동)씨는 무료신문 통합 배포·수거대의 설치를 제안했다. 이들 수거대를 지하철 역사 주변에 설치하면 도로통행을 원활히 하고, 환경개선과 자원절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시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신춘문예-시당선작] 심사평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 온 시편들을 정밀하게 읽고 이에 대해 논의한 다음 다시 최종심의 대상을 다섯 편으로 압축하였다.‘낡은 피아노에는 빗소리가 난다´(송인덕)는 자연스러운 시상의 전개가,‘난초와 칼´(이연후)은 이미지의 선명성이,‘양치하는 노파´(한세정)는 시적 함축성이,‘바닷가 떡집´(김영진)은 진득한 삶의 감각이,‘가벼운 산´(이선애)은 시적 발상 전환이 돋보였으나 각각 그 나름의 약점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시편을 놓고 좀 더 범위를 좁힌 결과 세 편의 시가 남게 되었다.‘난초와 칼´은 이미지의 선명성은 두드러지지만 대립구도가 너무 단순하고,‘가벼운 산´은 시적 발상 전환이 참신했으나 설명적인 부분이 시적 밀도를 약화시켰으며,‘낡은 피아노에는 빗소리가 난다´는 자연스러운 시적 전개가 강점이지만 상식의 틀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엇비슷한 수준의 작품을 놓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심사위원들은 ‘가벼운 산´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참신성과 더불어 그 속에 담긴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밥장수 노파의 손등에서 고통의 향기를 관찰한 시인의 시선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솜씨와 더불어 눈여겨볼 만한 점이라고 하겠다. 삶을 바라보는 독자적인 시선이 시적 구도 속에서 빛날 때 남다른 작품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신춘문예 응모자들은 다시금 되새겨 주기 바란다. 오세영·최동호
  • [씨줄날줄] 時和年豊/육철수 논설위원

    대도무문(大道無門)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이자 좌우명이다.‘바른 길을 가면 꺼릴 게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멋있는 말도 의미 전달이 미흡해서 한바탕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1993년 7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다.YS는 이 글을 일필휘지해서 클린턴에게 선물했다. 클린턴은 당시 박진 공보비서(현 한나라당 의원)에게 그 뜻을 물었다. 박 비서관은 얼떨결에 직역해서 “A high street has no main gate.”(큰 길에는 정문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클린턴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번엔 멋을 좀 부려 “Righteousness overcomes all obstacles.”(정의로움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한다)라고 했다. 그래도 반응이 시원찮자 기지를 발휘해 “A freeway has no tollgate.”(고속도로에는 요금정산소가 없다)라고 했더니, 클린턴은 그제야 박장대소했다고 한다. 뜻이 웅대하고 깊으면 이렇게 의미 전달에 어려움을 겪는 법이다. 새해가 밝았다. 덕담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시화연풍’(時和年豊)이란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시화세풍(時和歲豊)과 같은 의미다. 당선인 측은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이며,‘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국민화합과 경제살리기란 시대정신을 압축했다는 얘기다. 뜻풀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한학자들에 따르면 시화연풍에는 다른 뜻도 숨어 있다.‘시대와 화합하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의미로,‘새 권력에 화합(時和)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年豊).’는 풀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권력이 바뀌었으니 잔말 말고 따라와야 만사가 편하다.’는 메시지도 담겼다는 주장이다. 이 당선인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새 정권이 쿠데타나 불법으로 집권한 게 아닌 만큼, 그리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것저것 뒤져 괜찮은 사자성어 하나 골랐는데,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면 기분이 좋을 리도 없을 테고…. 그러나 그 깊은 의미를 애초에 밝힌 대로 전달할 책임은 이 당선인과 집권측의 몫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경기도 베이징올림픽 캠프 유치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경기도가 ‘훈련캠프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1일 경기개발연구원 이수행 연구위원이 밝힌 ‘중국의 베이징올림픽 개최와 경기도의 활용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올림픽 훈련캠프 유치는 관광객 흡수와 지역홍보 등 높은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어 많은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제주도, 춘천시, 천안시 등에서 훈련캠프 유치에 뛰어들어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경우 베이징과 접근성이 높고 수원월드컵경기장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베이징올림픽 활용에 유리한 조건인데도 현재까지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베이징 올림픽이 8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훈련캠프 관련 시설 확충을 통한 유치는 어렵기 때문에 기존 시설과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 선택과 집중식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과 화성 종합사격장, 미사리 조정경기장 등 도내 체육시설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유치 가능한 분야는 축구, 조정, 사격 등으로 압축된다. 특히 유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이들 종목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축구를 중심으로 한 전략이 필요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판문점과 용인민속촌을 연계한 인천∼판문점, 인천∼용인민속촌, 인천∼판문점∼용인민속촌 관광상품 등을 개발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수원 김병철기자kbchul@seoul.co.kr
  • 정부조직개편 내주 윤곽

    정부 조직개편 작업이 오는 10일 기본틀을 마련하는 것을 비롯해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이달 초 윤곽을 드러내는 등 정권 인수 작업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3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부처 업무보고 결과를 중간 정리해 1월10일까지 자신에게 1차 보고하라는 특명을 내렸다.”면서 “이에 따라 새해 첫날인 1일부터 쉬지 않고 정권 인수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1월 초까지 정부부처 보고를 마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2일 교육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8일까지 정부부처의 업무보고를 끝내기로 했다. 인수위 기획조정 분과 박형준 위원은 “최대한 신속하고 압축적으로 업무보고를 받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 토·일요일을 포함해 1주일 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1차 보고서에는 정부부처 업무보고 내용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과 함께 새 정부가 나아갈 큰 틀의 방향도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정부조직 개편작업의 윤곽이 오는 10일쯤 나올 전망이다. 박형준 위원도 “부처의 업무보고 내용에 정부조직 개편 방향이 들어있을 것이므로 8일까지 업무보고를 들은 뒤 10일까지 1차 보고서를 만드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당선자가 정권 인수 작업에 이처럼 속도를 내는 것은, 새 정부 출범 전에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마무리한 뒤 취임과 동시에 본격적인 이명박식 개혁 드라이브를 걸려는 복안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취임 직후인 4월에 치러지는 18대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물의 결가부좌’ 로 노작문학상 받은 이문재

    “그간 시는 독자들과 괴리감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다시 살아나려면 독자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 점에 염두에 둔 시작(詩作)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제7회 노작문학상을 받은 이문재(47) 시인의 작품집 ‘물의 결가부좌’(동학사 펴냄)가 출간됐다. 표제작과 ‘손은 손을 찾는다’‘산세베리아’‘사막에 나무를 심었다’‘달밤’등 수상작 5편과 대표작 10편 등 모두 15편이 실렸다. 노작문학상은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쓴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는 의미 전달 ‘물의 결가부좌’는 연꽃이 피는 시기 등 시간의 문제를 감수성이 뛰어난 문체로 다루어 현대인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려는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이 시가 전적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쓴 것은 아니에요. 다산 정약용이 젊었을 때 친구들과 연꽃놀이를 하며 시를 지었데요. 연꽃이 필 때 연못에 배를 띄워 연꽃의 향기를 맡았다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옛 문인들은 이렇게 연꽃을 감상했구나.’하는 사실(史實)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시인은 시간의 문제를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어서 연못으로 나가 보아라/ 연못 한가운데 뗏목 하나 보이느냐/ 뗏목 한가운데 거기 한 남자가 엎드렸던 하얀 마른 자리 보이느냐/ 남자가 벗어놓고 간 눈썹이 보이느냐/ 연잎보다 커다란 귀가 보이느냐/ 연꽃의 지문, 연꽃의 입술 자국이 보이느냐/ 연꽃의 단 냄새가 바람 끝에 실리느냐” 모든 것이 변화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의미를 다른 말투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게 시인의 작품 메시지인 셈이다. ●생태주의적 관점서 접근 “개인적으로는 자연 생태학에 관심이 많아요. 생태학의 범위는 굉장이 광범위합니다. 이를 테면 느림의 미학, 즉 걷기 등과 같은 그런 것들이지요.” 지배-피지배, 남성우월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20세기 시각 중심 문화로 훼손된 미각·시각·후각 등 근접 미각을 복원하는 데 힘쓰겠다는 얘기다. 느림의 미학을 중시하는 만큼 시인은 자연히 느슨한 산책을 허용하지 않는 도심의 한복판을 걸으며 현실의 풍경을 세세히 돌아본다는 게 문단의 평이다. 해서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현대적 삶의 중심을 거부하는 모반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목이 ‘물의 결가부좌’인 만큼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지 않느냐는 시각에 대해 시인은 단호히 손사래를 친다.“불교적이 아니고, 근접 미각의 회복 등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보면 됩니다.” 깊고,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에 먼저 손을 내미는 시인의 새로운 다짐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시인의 시어는 맑고 간결함으로 상징된다. 이는 곧 ‘언어경제’라는 말로 통하기도 한다.“시인 김종삼을 좋아합니다. 그의 깐깐한 언어경제에서 비롯되는 인간에 대한 연민 같은 것을 배웠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다보니 압축적인 시어가 내 작품 속에서도 녹여든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지요.” 1982년 ‘시운동’ 4집에 ‘우리 살던 옛집 지붕’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산책시편’·‘마음의 오지’와 산문집 ‘내가 만난 시와 시인’ 등을 펴냈다. 노작문학상 외에도 김달진 문학상·시와시학 젊은시인상·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쓰레기매립장 건립 차질

    구미, 영주, 예천 등 일부 경북 지자체가 쓰레기매립장 건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주민 반대 등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특히 구미는 내년부터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 쓰레기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현 구포동 매립장은 1990년 만들어졌지만 올 상반기에 6만 6000여t 규모를 넘겨 포화 상태다. 구미시는 28일 사용 중인 구포동 쓰레기 매립장 사용이 31일로 끝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쓰레기를 압축 포장해 금전동에 설치된 임시 야적장에 보관해야 한다. 압축포장에 드는 비용만도 연간 34억원에 이른다. 임시 야적된 쓰레기는 새로운 처리시설이 완공돼야 소각 처리된다. 시는 2010년까지 산동면 백현2리에 새로운 쓰레기 처리시설을 완공할 계획이지만 주민들과 토지보상문제 등으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곳 32만 4400여㎡에 1450억원을 들여 하루 100t 처리능력의 소각로 2기, 매립장 6만 8276㎡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영주시도 예천군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2009년까지 하루 처리 용량 100t 규모의 소각로를 공동으로 건설키로 했으나 주민반대 등으로 입지 선정도 못하고 있다. 군위군도 1998년부터 군위읍 내량1리 일대에 쓰레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반대에 부딪혀 10년째 지지부진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쓰레기처리장을 건설하면서 주민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표를 의식을 미루기만 해 쓰레기 대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구미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오늘 선택의 날] 대선 쟁점 어떻게 변했나

    17대 대선을 관통한 쟁점은 크게 ‘참여정부 실정론’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의혹으로 압축된다. 올해 초에는 전자에 힘이 더 실려 있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며, 이를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았다. 범여권에서도 경선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이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참여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경선 막판 노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다. 정동영 후보는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계승하겠다.”면서도 사실상 ‘과’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선출되면서 한나라당과 통합신당간 ‘BBK 공방’이 본격화됐다. 특히 통합신당 후보 선출 직후 시작된 국정감사는 ‘BBK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BBK 사건이 주요 쟁점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7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불안한 후보론’을 제기하며 출마 선언을 했다. 역시 BBK 사건이 그 핵심에 자리잡았다. 이회창 후보 출마로 이번 대선이 과거 선거와 같은 양자 구도가 아닌 3자 구도가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범여권 단일화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과 함께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대선 정국에서 정책·비전·이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BBK 사건이 대선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무혐의를 골자로 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치 검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통합신당은 이를 계기로 ‘부패 대 반부패의 대결’로 선거구도 전환을 꾀했다. 선거를 사흘 앞둔 16일 이명박 후보가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나머지 후보들은 일제히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구도가 ‘이명박 대 반이명박’으로 바뀌면서 ‘이명박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김연아ㆍ박태환ㆍ원더걸스 올 10대 히트상품에

    원더걸스와 사극, 김연아 등이 올해 10대 히트상품으로 뽑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해 17일 발표했다. 자체 분석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후보상품 68개를 고른 뒤 인터넷 회원 1만 142명의 설문조사를 거쳐 최종 10개 상품을 압축했다. 문화상품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정보기술(IT) 상품이 대거 탈락한 점도 눈에 띈다. 연구소측은 “닌텐도 위(Wii)나 애플 아이폰은 혁신제품이 아니라 개선형 제품”이라며 “그 정도로는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소비자 기호를 충족시킬 수 없음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연구소가 선정한 10대 히트상품. (1) UCC 직접 제작한 동영상. 인위적 재미보다는 각본 없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UCC 홍수를 이뤄냈다. (2) 차이나펀드 부동산 투자가 막힌 시중 부동자금들이 중국 등 해외 간접투자 상품에 대거 몰렸다. (3) 김연아·박태환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와 수영 박태환 선수가 국가대표 틴(10대) 스타로 떠올랐다. (4) 사극 대조영, 태왕사신기 등 민족적 자존심을 일깨우는 사극이 강세를 보였다. (5) CMA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 월급통장은 은행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6) 무한도전 MBC 개그 프로그램. 즉흥 대사(애드립) 등을 통해 출연진의 진솔한 모습을 여과없이 전달했다. (7) 옥수수 수염차 광동제약 식음료. 건강과 미용(다이어트)을 중시하는 웰빙 바람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8) 원더걸스 10대 소녀들로 구성된 댄스그룹. 복고풍 댄스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9) BB크림 미용크림. 전문병원에서 주로 쓰였으나 입소문을 타고 여성 소비자층을 파고들었다. (10) 와인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급속히 대중화됐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아메리칸 갱스터

    [강유정의 영화in] 아메리칸 갱스터

    누가 영화를 만드느냐에 따라 관습적인 장르도 개성을 갖는다.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아메리칸 갱스터’는 그런 점에서 갱스터 영화 이상의 질감을 보여준다.1960년대 미국, 베트남 전쟁을 경제적 호황의 기회로 잡았던 미국, 당시 미국은 과도기의 정점이었다. 리들리 스콧은 이 변화를 갱스터의 계보에서 찾아낸다. 시슬리 출신의 마피아가 중심세력이었던 뉴욕에 새롭게 등장한 검은 힘, 할렘으로 기울어진 무게중심에서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다. 1930년대 뉴욕을 그린 영화들은 이탈리아 출신의 마피아를 중심으로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을 조형해냈다. 그런데 1960년대는 다르다. 할렘에서 성장한 프랭크는 흑인이 마피아의 하수인이 아닌 새로운 갱스터의 주체로 서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스승격이라고 할 수 있을 사업가 범피의 운전수로 시작해 그로부터 여러 가지 사업 원리들을 전수받는다. 범피와 거래를 했던 마피아들로부터 믿을 수 있는 조직원을 꾸리는 방법도 벤치마킹한다. 개인보다 가족, 독립보다 연대를 주장하는 흑인들에게 가족을 기반으로 한 마피아식 범죄단 구성은 손색이 없다. 할렘을 범죄의 중심, 마약의 핵심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프랭크는 스스로 그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된다. 직접 베트남으로 가서 마약 공급책을 만나고 저렴한 가격에 순도 높은 마약을 챙겨온다.‘블루 매직’이라는 브랜드명까지 단 마약은 마치 코카콜라처럼 10달러라는 우스운 가격에 팔린다. 박리다매 시스템으로 확장된 할렘식 마약산업은 단기간에 마약업계를 재편한다. 갱스터가 판을 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어둠의 도미노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갱스터가 마약을 팔아 돈을 벌 때, 하급 관리부터 고위공직자까지 모두 그의 ‘돈’에 연루된다.‘아메리칸 갱스터’의 현실 역시 다르지 않다. 갱스터 영화의 매력이라면 우리가 ‘사회’라 부르는, 비열한 거리의 속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점일 테다. 결국 프랭크는 수감되고, 최초의 흑인 갱스터 집단은 정리된다. 하지만 그게 과연 끝일까? 영화는 완결된 결말을 제시하지만 여전히 할렘은 범죄로 넘쳐난다. 뉴욕엔 프랭크를 대신한 다른 두목이 거리의 질서를 재편하고 그 갱스터의 은행 계좌에 기댄 경찰도 존재한다. 갱스터의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도 그다지 다르지는 않다. 영화평론가
  • [단독]삼성 특검 후보 3명 압축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 후보에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 유성수 전 대검 감찰부장, 정진규 전 서울고검장 등 3명으로 압축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2일 청와대로부터 삼성 특검 추천 요청을 받았으며, 오는 17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후보 3인을 확정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추천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3인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낙점해 특검으로 임명하게 된다. 정홍원 전 원장은 사시 14회의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들어 2004∼2006년 중앙선관위원을 지냈으며, 정진규 전 고검장은 사시 15회로 공안·기획통이다. 유성수 전 부장은 노 대통령과 같은 사시 17회 동기다. 정의구현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부적절한 특별검사가 임명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규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S돋보기]축구협 능력을 보여주세요

    [S돋보기]축구협 능력을 보여주세요

    축구판이 시끄럽다. 새 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진통이 아니라 중심을 잡아야 할 대한축구협회가 제대로 할 일을 못해서다. ●미포조선 승격 보류…승강제 잡음 되풀이 올해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정상에 올라 프로축구 K-리그 승격 자격을 얻은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지난해 고양 국민은행에 이어 또 사실상 승격을 접었다. 노흥섭 단장은 12일 “내년에는 K-리그에 올라가기가 어렵다.”면서 “내년 시즌이 끝난 뒤 승격하는 조건부 유예를 요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유예 이유에 대해선 14일 내셔널리그 이사회에서 밝히겠다고만 했다. 미포조선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정몽준 협회장이 지난 5일 “승격 문제는 축구계의 큰 흐름과 원칙 안에서 봐야 한다. 현실을 감안하면서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 승격이 현실화될 거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물거품이 된 셈. 이번 파문은 지난해 국민은행 사태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파문의 중심에 정 회장이 있기 때문이다. 승격을 마다하는 이유들은 모두 협회의 중재와 조정능력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울산 현대와 연고지가 겹쳐 서울로 옮길 경우 분담금 75억원, 연간 70억원의 운영비가 부담스럽다. 밀어주기식 승격의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미 지난달 K-리그 드래프트가 끝나 신인 수급도 어렵다. 일부에선 14일 이사회까지, 혹은 그 이후에라도 극적 타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승격이 끝내 무산될 경우 지난해처럼 내셔널리그의 제재도 별다른 약효가 없을 게 뻔하다. 내년 시즌까지 승격 자격이 유지되느냐도 새로 이사회에서 논의돼야 한다. 정 회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상황이다. ●해외파 영입 과정에 위신 추락 정 회장은 5일 “제라르 울리에 프랑스축구협회 기술고문과 마이클 매카시 울버햄프턴 감독 둘로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가 압축됐다.”고 확인하며 “훌륭한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하게 됐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직후 매카시와 울리에는 한국행에 등을 돌려버렸다. 기술위 차원의 치밀한 준비도 부족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유럽은 물론, 각국으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또 “국내에는 적임자가 없다.”고 밝혔다가 6일 심야회의를 거쳐 허정무 전남 드래곤즈 감독을 선임, 국내 감독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런데도 협회와 기술위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허 감독 체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엄호물로 활용하는 인상이다. ●“선거보다 본분에 충실해야” 영국의 프리랜서 축구기자 존 듀어든은 지난 10일 한 포털에 기고한 ‘축구협회가 저지른 10가지 실수’란 제목의 칼럼에서 “정 회장은 새로 친구가 된 이명박 후보보다 가삼현 협회 사무총장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 회장은 한국축구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다. 그러나 현재 그의 본분은 정치인인지, 기업인인지, 아니면 축구인인지 매우 모호하다.”면서 “한국축구를 이끄는 수장은 전적으로 축구에 매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허 감독은 12일 정해성(49) 수석코치, 김현태(46) GK코치, 박태하(39) 코치를 선임해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쳤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中 짝퉁 자동차부품 몰아내자”

    “中 짝퉁 자동차부품 몰아내자”

    |상하이 김태균특파원|지난 10일 중국 상하이 송장기술개발구 안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상하이기술시험센터. 현지에서 판매되는 차량 광택용 왁스들이 시험대 위에 즐비하다.‘짝퉁(가짜)’ 광택제를 가려내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왁스칠을 했더니 자동차 페인트가 벗겨졌다.”는 소비자들의 신고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이곳 김병수 부장은 11일 “잘못된 용품을 사용해 차가 손상될 경우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탓하지 않고 애꿎은 자동차 제조회사에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종합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중국에서 가짜 부품과 피말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짜들은 직접적으로 현대모비스의 부품판매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여 제조업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중국 내 가짜 부품은 오일필터·에어필터 등 비교적 단순한 것부터 엔진 실린더·피스톤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통상 정품의 70∼80% 정도 성능을 내는 ‘고급 가짜’는 정품의 절반 수준,50% 정도의 성능을 내는 ‘저급 가짜’는 3분의1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실험결과 정품 범퍼는 3.3t의 압축강도까지 견뎌내지만 가짜는 1.5t에서 깨졌고 브레이크패드는 정품이 2.9t의 하중을 견뎌내는 반면 가짜는 1.9t에 부러져 버렸다. 중국 당국이 상하이모비스에 사고가 난 현대차·기아차의 부속품에 대해 정품인지 가짜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월 20∼30건에 이를 정도다. 상하이모비스 최진식 차장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나서고 있지만 가짜 생산이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기대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이날 상하이에 국내업계 최초로 자동차용품 전문매장 ‘모비스 카페(Carfe)’를 세운 이유 중 하나도 가짜를 몰아내려는 것이다. 연건평 470평 규모의 상하이 카페는 2000여종의 부품·용품을 갖추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정품을 보급하는 중심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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