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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구(구청장 서찬교) 걸어 다니는 학교통학 버스 등 모두 7건을 올 3·4 분기 창의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걸어 다니는 학교통학 버스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교통 안전교육을 이수한 자원봉사자들이 보호하며 등하교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 보안등 표찰정비, 장애인 보장구 나눔사업 등이 선정됐다. 창의혁신추진단 920-4369. 강북구(구청장 김현풍) 비닐류 분리배출 서울시 시범구로 선정되면서 수거 전용봉투를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전문 수거업체와 계약을 맺고 전용봉투를 제작, 아파트를 뺀 단독주택, 다세대, 연립주택에 가구별로 10ℓ 용량의 봉투 10장씩을 지원한다. 앞으로 4개월마다 10장씩 준다. 주민들이 지정일에 쓰레기를 배출하면 선별 및 압축을 거쳐 처리한다. 위생청소과 901-2311. 양천구(구청장 추재엽) 18일 목동 로데오거리 일대에서 ‘목동로데오거리 축제’를 연다. 오후 1시부터 캐릭터 퍼포먼스, 페이스페인팅, 매직풍선, 레크리에이션 등이 열리고, 청소년 동아리팀의 댄스, 밴드, 힙합, 마술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가수 박현빈, 하동균의 축하무대도 열린다. 고급의류, 각종 할인권 등 푸짐한 경품도 나눠준다. 문화체육과 2620-3404. 중랑구(구청장 문병권) 이달 말까지 중랑구민 합동결혼식 신청을 받는다. 다음달에 열릴 예정인 합동결혼식에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를 대상으로 신청받아 5쌍을 선발한다. 구청 가정복지과, 거주지 동사무소, 중랑구사회복지협의회에 신청하면 된다. 주례는 지역 사회복지협의회장인 이순재씨가 맡을 계획이다. 모든 예식 비용은 무료다. 가정복지과 490-3492. 광진구(구청장 정송학) 구청 정문 앞에 광진구민의 북을 설치했다. 직원들의 청렴도 개선을 위해 지난 8월 전 주민과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상징사업을 공모받아 45건을 선정했다. 북은 민원처리에 불편을 느끼거나 청렴하지 않은 공무원을 발견했을 때 부담없이 두드리는 북이다. 감사담당관 450-7068. 강서구(구청장 김재현) 25일 ‘삼대(三代) 사랑의 삼각끈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3대가 함께 캠프를 통해 효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다. 오는 17일까지 지역 3대 가정 20가구 7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해,25일 김포다도박물관과 강화화문석마을으로 체험 여행을 떠난다. 다도박물관 체험, 명랑가족게임, 화문석 체험 등이 진행된다. 가정복지과 2600-5145.
  • [서울광장] 소프트파워 없이 선진화 없다/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소프트파워 없이 선진화 없다/구본영 논설위원

    얼마 전 한국의 젊은 화가들을 초대해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이 파리서 가진 전시회를 둘러봤다.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으로 사회와 국가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는 일을 일컫는 메세나 활동의 일환이었다. 그럼에도 기업을 홍보한다는 티를 안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국 쇼핑족이 들락거리는, 옆 건물 명품점엔 연말까지 전시회를 한다는 안내판 하나 없었다. 그 게 오히려 고단수 마케팅 전략인지 모르지만…. 이보다 더 인상적 광경을 고흐와 세잔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소장중인 오르세 박물관에서 접했다. 역사(驛舍)를 개조해 만든 낡은 박물관 앞.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의 장사진은 정말 놀라웠다. 흑·백·황인종이 뒤섞인 외국관광객들과 함께 1시간 반이나 긴 줄을 선 후 가까스로 입장했다. 용산의 현대식 국립박물관 앞의 썰렁했던 풍경이 오버랩됐다.“미래는 문화역량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의 시대”라는 조지프 나이 교수의 말이 새삼 와닿았다. ‘선진 일류국가’ 건설을 비전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보름이 지났다. 건국 이후 60년간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반 위에서 선진화란 새로운 신화를 쓰겠다는 꿈이 오롯이 이뤄져 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그런 징후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새 정부가 애당초 선진화를 위한 방법론적 청사진을 어설프게 짰거나, 이를 실천할 인재를 잘못 기용한 탓일 게다. 며칠 전 국무회의는 5개 국정지표와 20대 국정전략, 그리고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지난 2월의 대통령직인수위안에 비해 한반도 대운하가 빠지고, 녹색성장이 국정과제에 추가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여전히 허전하다. 선진화를 향한 로드맵이 부실하기 때문일 게다. 아니, 참여정부의 레토릭이었던 로드맵은 제쳐두자. 이명박 정부가 애용하는 액션 플랜(실행 계획)이라도 있는가. 세계적 국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겠다면서 그 바탕이 될 문화 컨셉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의 지난 10년간 매출액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 총액 못지않다고 하지 않는가. 바야흐로 미국적 신자유주의가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각종 금융 파생상품으로 인해 더 확산된 양상이다. 위기의 본질은 미국 정부가 금융부분을 적절히 규제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는 저물지 않았을지 모르나,‘미국식 모델=세계 표준’이라는 믿음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자유주의 전도사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규제완화는 낡은 생각”이라며 말을 바꿨겠는가. 한때 미국식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최종 승리로 변증법적 역사 발전은 끝났다고 단언했던 그였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숨가쁘게 달려왔다. 압축성장으로 서방국이 수백년만에 이룩한 산업화도 일궈냈다. 하지만 작금의 엄청난 서비스수지 적자야말로 문화 콘텐츠 부족을 웅변한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경제+α’가 절실한 시점이다. 아직도 늦진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대한민국 호를 선진화란 미항에 닿게 할 항로와 항법을 다시 제시해야 한다. 물론 문화나 무형의 국가브랜드, 즉 소프트 파워의 힘을 인식하면서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새로 짜야 한다. 이런 신사고를 실천에 옮길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가수 비, MBC 스페셜 ‘나, 비, 춤’으로 컴백

    가수 비, MBC 스페셜 ‘나, 비, 춤’으로 컴백

    가수 비의 컴백 일정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컴백을 앞둔 비가 5집 정규 앨범 ‘레이니즘 Rainism’의 재킷 이미지를 공개하고 컴백 무대가 될 쇼케이스 일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리 공개된 비의 5집 앨범 단독 컷은 강렬한 매력을 과시하며 한층 더 성숙하고 세련된 앨범 전반의 분위기를 압축해 표현하고 있어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한편 비의 소속사 관계자는 “오는 17일 방송될 ‘비 컴백쇼 ‘나, 비, 춤’’을 통해 컴백 무대가 될 쇼케이스를 선보이게 된다.”고 밝혔다. 팬 천 여명을 초청 비공개로 진행될 이번 쇼케이스는 오는 9일 일산에 위치한 MBC 드림센터에서 화려한 막을 올릴 예정이다. MBC 측은 오는 10일 방송될 ‘MBC 스페셜 ‘비가 오다’와 17일 방송될 ‘비 컴백쇼 ‘나, 비, 춤’’ 등 연속 2주를 비의 스페셜 방송으로 편성했다. 도한 지난 2일 공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5집 앨범 수록곡 ‘러브 스토리’의 1차 영상에 이어, 2차 티저 영상과 음원은 오는 8일 온라인 포털과 음악 전문 포털 사이트를 통해 대공개 될 예정이다. 사진=제이튠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일요영화] 잠수종과 나비

    [일요영화] 잠수종과 나비

    ●잠수종과 나비(KBS1 밤 1시) 장애를 앓는 이에게 가장 큰 벌은 자신의 몸이 곧 감옥이라는 것이다. 그보다 더 잔혹한 벌은, 머릿속만은 유리알처럼 투명하다는 것. 그것도 누구보다 더 명징한 의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남자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20일만에 의식을 되찾은 그는 온 몸이 마비되는 ‘감금 증후군’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남자는 “죽고 싶다.”고 말한다. 이 남자의 빛나던 예전 인생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마흔 셋의 나이에 프랑스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맺힌 데 없던 삶 말이다. 사랑하는 두 아이와 아름다운 연인, 멋진 친구들, 쾌적하고 풍족한 환경이 이제는 굴레가 되고 말았다. 부족함 없는 삶의 조건들이 어느 순간 끔찍한 ‘포박’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이 남자의 이름은 장 도미니크 보비. 지금 남자가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딱 하나, 왼쪽 눈꺼풀뿐이다. 보비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1년 3개월 동안 20만번 이상 눈을 깜빡여 130쪽짜리 소설을 완성하는 것. 옆에서 알파벳을 하나씩 읊어주면 해당 철자에 눈을 깜빡이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영화는 독특한 화법을 선택했다. 관객의 시선도 주인공의 시선과 똑같이 감금해버리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불편한 시야로 쏟아져 들어오는 현란한 이미지들에 혼란스러워지는 건 잠시다. 소설을 써가면서 어느 순간 보비의 갑갑함은 일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환희로 옷을 갈아입는다. 비참하고 추레했던 주인공의 현실은 이내 유머와 긍정이 넘치는 삶을 향해 훌쩍 날아오른다. 바다 속에 갇힌 잠수종(사람이 물속에 들어가 일할 수 있도록 만든 큰 종 모양의 물건)인 줄 알았던 보비의 삶은 알고보니 나비였던 것이다. 바로 이 영화를 압축한 제목이기도 하다. 믿지 못할 감동 스토리가 실화라는 사실은 영화의 감동을 더해주는 주요 포인트다. 이 영화는 실제로 프랑스 패션잡지인 엘르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자전소설을 뿌리로 삼았다. 화가인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는 감각적인 화면으로 삶을 예찬한다. 보비의 오른쪽 눈이 꿰매지는 과정을 동공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기괴하면서도 경이롭다.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07년 칸영화제와 골든글로브의 감독상을 따냈다. 눈꺼풀 하나만 움직이며 인생의 활력과 비애를 모두 그려낼 줄 아는 배우 마티유 아말릭의 연기는 이 영화를 챙겨봐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원제 Driving Bell and butterfly.111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통사·포털 “무선인터넷으로 유혹하라”

    이통사·포털 “무선인터넷으로 유혹하라”

    “무선인터넷으로 고객들을 유혹하라.” 시장 포화와 통신요금 인하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이동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재편을 원하는 인터넷 포털업체들도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KTF는 26일 월 1만원을 내면 무선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쇼 데이터 완전자유’ 상품을 선보였다.‘완전 자유존’에 접속하면 뉴스, 증권, 뱅킹, 만화 등 10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완전 자유존 외의 다른 서비스라도 월 3만원어치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미 월 1만원으로 10만원어치의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은 SK텔레콤은 월 1900원으로 뉴스, 운세, 날씨, 재테크 등을 제공하는 ‘폰안심 25’ 등 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달 들어서만 8건의 새로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일 정도로 무선인터넷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무선인터넷서비스 ‘오즈(OZ)’와 휴대전화에서도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풀브리우징폰’으로 인기를 끌었던 LG텔레콤은 ‘모바일 웹 콘텐츠 공모전’을 열고 소프트웨어진흥원과 우수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통사들이 무선인터넷에 주력하는 것은 가입자는 크게 늘지 않고 요금인하 압력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풀브라우징폰이 늘면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선인터넷을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보는 것은 인터넷 포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되면 4400여만명(현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새 신규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포털의 절대강자인 ‘네이버’보다는 ‘다음’과 ‘파란’의 움직임이 빠른 편이다. 다음은 모바일 웹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 5월에는 검색, 메일, 뉴스 등 기존 서비스가 모두 들어가면서 용량을 줄여 휴대전화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모바일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도 했다. 모바일 TF는 올 연말쯤 애플의 아이폰용과 풀브라우징폰용 등 2가지의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은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애플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터치용 메일 서비스인 ‘아이팟터치 한메일 익스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지현 다음 모바일팀장은 “휴대전화 등 모바일 웹서비스는 위치정보 등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면서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기에서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KTH 파란은 최근 모바일 포털 ‘파란미니’를 출시했다. 파란측은 다른 포털에 비해 휴대전화를 통해 파란미니로 다시 접속하거나 처음 접속할 때 2배 이상 빠르다고 주장했다. 포털의 첫 페이지를 경량화한 게 속도가 빨라진 주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메뉴나 동영상 등을 줄여 컴퓨터에서 볼 때보다 압축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풀 브라우징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주말탐방] 현대판 라티푼디움…브라질 호리타 농장

    [주말탐방] 현대판 라티푼디움…브라질 호리타 농장

    “자가용비행기를 보내주겠다는데 거절했어요. 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요.” 동행한 브라질 교포사업가의 설명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브라질 특유의 펠리펑(보스) 기질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무렵, 소형 아파트와 비슷한 30여m 높이의 곡물저장탱크 4채가 눈에 들어왔다. 광활한 대지 위 곳곳에 자리한 수십 채 창고와 곡식 가공공장,3m 높이 타이어를 장착한 10여대 대형 트랙터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게 했다. 식량난에 전세계가 들썩이던 올 여름, 브라질 초원지대 세하도(cerrado)를 찾았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아르헨티나의 팜파스와 함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서술됐던 바로 그곳이다. ●70년대 황무지 일궈 자수성가 브라질리아에서 다시 북동쪽으로 650여㎞. 바히아(bahia)주의 뭉게구름 아래로 펼쳐진 직선도로를 4시간쯤 달려 바헤이라스에 도착했다. 1550년대 포르투갈 식민주의자들이 아프리카로부터 흑인 노예를 들여와 사탕수수·커피 농장의 노동력을 충당했던 악명 높은 곳이다.1850년 노예매매 금지법이 공포될 때까지 끌려온 흑인노예만 130만명에 달한다. 1970년대 원시림 개발로 재차 농장 개발 붐이 일자, 이곳은 브라질 주요 농장지대로 떠올랐다. 비록 대토지 소유제인 ‘라티푼디움’(latifundium)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무력과 노예 대신 ‘금권’(金權)과 수백명 직원을 부리는 권력형 기업농이 자리를 대신한 셈이다. 흙먼지를 날리며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 인상 좋게 보이는 농장주와 간부들이 차례로 나와 일행을 맞았다. 일본인 이민 2세인 히카르도 로수케 호리타(50)가 주인이다.“1970년대 중반 황무지를 개간해 오늘날 대농장을 일군 자수성가형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농장 이름도 그래서 ‘호리타’(horita)이다. 동행한 교포사업가 한명재씨는 “이곳에는 비슷한 서너 개 대농장이 있는데 면화(목화), 대두(콩), 옥수수 등의 생산량을 조절해 브라질 식량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 농업국가로 대농장 소유주가 과두지배체제를 유지해온 브라질에선 지금도 농산물을 무기로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직원 300명… 재배량 절반이 목화 이곳은 21세기의 라티푼디움일까. 답을 찾기 위해 ‘초록색 공장’을 잠시 둘러보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호리타는 의기양양하게 “한국에서 온 손님을 위해 직접 농장을 안내하겠다.”고 나섰다. 게스트하우스 앞에 세워진 차량은 지프 그랜드체로키. 한국에선 차값만 8000만원이 넘는 ‘귀하신 몸’이다. 유클립투스 나무로 둘러진 ‘본부’를 벗어나자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달려도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한결같다. 수평선 너머까지 광활하게 펼쳐진 목화밭과 옥수수밭, 대두밭. 중간 관리자인 카르도조는 “목화가 5500㏊, 옥수수와 대두가 각각 7000㏊에서 재배된다.”면서 “재배량으로는 면화가 45%, 옥수수가 17%, 대두가 16% 정도다.23%는 유휴지에서 자란 나무 목재”라고 설명했다. 1만 9500㏊에 달하는 농장은 서울시 면적(6만㏊)의 3분의1에 달한다. 목화밭에 매달리는 고정 직원만도 100여명. 수확철이 되면 300명 직원이 팔을 걷어붙인다. 이미 들판에선 사방에 눈꽃송이처럼 하얀 목화가 열매를 터뜨리고 있었다.10여대 재배기가 굉음을 쏟아내며 목화를 거둬들이자 소형 트랙터가 수시로 오가며 컨테이너 모양의 압축기로 목화를 옮겨담는다. 압축기가 가동되면 길이 15m, 높이 3m 크기의 대형 면화 덩어리가 차례로 길섶에 놓인다. 호리타는 “1㏊에 48포대의 목화가 재배된다.1포대가 통상 60㎏에 달한다.”면서 “매년 1만 5840t의 목화를 생산해 전량 유럽으로 수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2만t 용량의 거대 곡물저장탱크와 축구장 1.5배 크기의 창고, 신축 중인 정제공장 등으로 안내했다. 대형 저장탱크에선 트레일러가 정차하면 배출구를 통해 수십t 분량의 옥수수와 대두를 쏟아부었다. ●연구진 10여명이 농장 토질관리 이곳은 농기계만도 100대가 넘었다. 추수기 15대와 농약 살포용 경비행기 5대도 포함된다.300명 넘는 직원이 일하는데 대부분 트랙터와 농기계 엔지니어들이다. 호리타는 “토질 관리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상파울루농대(ESALQ) 연구진 10여명을 연봉 5만∼10만달러씩에 쓰고 있다.”고 자랑했다. 고·중세 대농장에선 노예나 소작농을 부리며 방사형 주거공간을 이뤘다. 영주의 성이 중심 축이다. 이곳에서도 직원용 주택과 이들의 어린 자녀를 위한 탁아소와 유치원, 주유소, 급수탑 등 부대시설이 농장주의 사무실을 중심으로 배치됐다. 전형적인 소도읍이다. 주식회사인 농장의 주식도 호리타와 그의 형이 대부분 갖고 있다. 점심 식사시간,200석 규모의 식당에는 식수대와 간이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유니폼 차림 직원 5∼6명이 대기하며 주문부터 음료수 서빙은 물론 농장주의 일거수일투족에 주의를 기울였다. 위상은 중세 영주 못지 않았다. 호리타는 “경비행기로 남부 파라나주의 저택을 오가며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대의 한 교수는 “브라질의 대농장주들은 아직 건재하고 실질적인 권력은 이들에게 있다. 이것이 룰라 대통령이 농지개혁을 미루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바헤이라스(브라질)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브라질 농업의 한축 호리타 가족, 2차대전 직전에 이주… 2대째 이끌어 호리타의 가계는 브라질 농업의 한 축을 이루는 일본계 이민농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의 부친은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8년 홀로 브라질행 배에 몸을 실었다.1908년 791명의 일본 농업이민단이 처음 도착한 지 30년만이다. 호리타의 부친은 상파울루 인근 목화농장에서 5년간 온갖 고초를 겪은 뒤 가까스로 농지를 마련했다.100년 전 남미 유카탄 반도의 애니깽 농장으로 팔려왔던 우리 선조들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병원이나 호텔에 납품하는 농산물 생산권을 따내 한동안 안정된 생활을 누렸지만 가정을 꾸린 뒤 남부 파라나주로 옮겨 대규모 커피농사에 손을 댔다. 하지만 1973∼74년 찾아온 혹서 탓에 커피가 모두 말라죽자 다시 미개간지인 북부 바히아주로 눈길을 돌린다. 호리타는 “1200㏊의 땅을 사들여 온가족이 손으로 개간하며 차츰 농지를 넓혀갔다.”고 술회했다. 대농장 가장자리에 자리한 나무 숲에는 이주 초기 가족들이 거주했던 집과 창고가 그대로 남아 있다. 빽빽한 나무 뒤로 움막과 다름 없는 허름한 집과 양철 창고 2개 동이 있었다. 호리타는 “이곳에 가끔씩 들러 어려웠던 지난 시절을 회고한다.”면서 “일본계 이민자들은 본능적으로 ‘뭔가 이뤄야 한다.’고 기대한다. 이런 이유로 성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리타는 “일본은 내게 가까운 이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못박았다. ■1920년대부터 한국농업이민 대부분 정착 못해 의류업 종사 1500년 4월22일. 브라질은 포르투갈 탐험대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견된다. 이후 땅주인 인디오들은 착취와 억압의 역사를 갖는다. 브라질공화국은 초기 ‘커피와 우유의 정치’를 했는데, 커피와 낙농업의 주산지에서 번갈아 대통령이 나올 만큼 농업의 영향력이 지대했다. 브라질은 원래 염색재료 나무의 이름이다. 지금은 인구와 면적, 지하자원과 경제규모에서 남미 최대 국가의 이름이 됐다. 인구는 1억 8000만명, 남미대륙의 절반(47.3%)인 851만㎢의 면적은 남한의 85배에 달한다. 시차와 계절도 정반대이다. 지형도 지각변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산맥이 별로 없다. 생태계 보고인 아마존에는 식인물고기 피라냐부터 길이 3m의 화석어 피라루쿠, 아나콘다를 볼 수 있다. 철광석, 아연, 우라늄, 망간, 보크사이트의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온다는 벨렝, 카니발축제가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인구 2000만명의 대도시 상파울루 등도 유명하다. 이런 브라질의 한국 농업이민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국적으로 뿌리를 내린 한인들에 이어 1956년에는 중립국을 택한 전쟁포로 50여명이 정착한다.1963년 103명의 농업이민단을 필두로 1970년까지 6차례에 걸쳐 3000여명이 이주했다. 하지만 대부분 현지 원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고 상파울루 등지로 분산됐다. 아르헨티나·파라과이 등을 통한 불법이민이 이어졌고, 대부분 부가가치가 높은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다. 바헤이라스(브라질)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멋있는 영어’ 강박 버려야 말문 트여

    ‘멋있는 영어’ 강박 버려야 말문 트여

    “깻잎이 영어로 뭔지 아세요?‘a sesame leaf’예요. 참깨의 잎. 알고 나니까 정말 쉽죠. 외국인과 식당에 갔을때 ‘장어(eel)를 간장(soy sauce)에 찍은 다음 깻잎에 싸서 드세요.’라고 말하려고 했죠. 근데 깻잎을 영어로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 전자사전에서 찾아본 적이 있거든요.” 이랜드 스포츠사업부의 조원섭(40) 마케팅 실장은 외출할 때 전자사전부터 챙긴다. 어디서든 영어단어가 막히면 전자사전부터 꾹꾹 누른다. 이렇게 외운 단어는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는다. ●국내 토종파… 영어통역 달인 스포츠브랜드 버그하우스, 엘레쎄, 뉴 밸런스(NB)의 마케팅을 맡고 있는 조 실장은 이 기업들의 회장들이 방한할 때면 ‘전담마크’를 한다. 전공(서울대 사회복지학과 88학번)도 관련없고, 유학·해외연수도 못 가봤지만 기자회견을 할 때면 영어 순차통역을 맡는다. “1994년 처음 이랜드에 입사해서는 채용·홍보 업무를 맡았죠. 영어를 못했지만 불편하지 않았어요. 쓸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99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 이직하면서 영어 관련 업무에 부딪히게 된다. “2000년 봄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처음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발표할 내용을 달달 외워서 갔죠. 다행히 예상질문만 나와서 어렵지 않게 넘어갔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끝나고 참석자들하고 편하게 얘기하는데 전혀 대화가 안 되는 거예요.‘너 어디서 왔니?’ 뭐 이런 질문인데도, 입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조 실장은 충격을 받고 어떻게 하면 말하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영어 관련 책만 토플,GMAT를 비롯,200권을 넘게 산 경험이 있지만 기본 대화도 안 된다는 게 속상했다. ●영어는 소통… 귀부터 뚫어야 “아나운서 출신의 직장 여성 상사가 영어를 아주 잘했는데, 이런 충고를 해주더군요.‘영어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우선 귀부터 뚫어라. 당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의 내용을 하루에 1시간씩 들어라.’당시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의 영어 테이프가 있었는데, 석 달 동안 하루 1시간씩 빼놓지 않고 들었어요. 다음에 들으면서 그대로 받아쓰기를 했죠.” 그랬더니 신기하게 영화를 보면서 자막이 틀렸다는 것도 알게 될 정도가 됐다. 또 회사에서 영어로 회의를 할 때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나 답답하기만 했는데,“내년에 모금목표는 얼마나 되나요?”라는 등 참석자들의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2002년에 이랜드에 재입사하면서부터는 쓰기 공부에 치중했다.“해외 파트너에게 자주 이메일을 보내야 했는데, 처음에는 한 줄도 못 쓰겠더라고요. 즉답을 해줘야 하는 사안이 많았는데, 답장이 늦어지니 바로 클레임이 들어왔죠. 어쩔 수 없이 짧게 짧게 생각나는 대로 써서 보냈죠.‘소통’만 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법을 생각하고 ‘멋있는 영어’를 쓰려고 했던 게 문제였어요.”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영어’ 책을 갖다 놓고 6개월 정도 공부했는데, 얼마 안가 책을 안 보고도 쓸 정도가 됐다.2003년부터는 영어 통역도 맡았다. 워크숍에서 망신을 당한 지 꼭 3년 만이었다. “통역을 하지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제가 누구보다 잘 아는 내용이고, 브랜드 마케팅 전략 등은 몇 번씩 문서로도 읽었던 거고…. 그래도 혹시나 해서 처음 통역할 때는 외국에서 대학 나온 후배를 옆에 두기는 했죠. 다행히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어요.” 조 실장은 영어공부를 위해 CNN이나 미국 드라마를 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했다. 대신 압축된 영어로 표현된 프레젠테이션 대본을 외우는 등 업무 관련 영어에만 치중했다. ●영작문 되면 연봉 2000만원 더 뛰어 “영어로 소통이 되면 정보 헤게모니가 생기고 유리해지죠. 한번은 알고 있는 헤드헌팅 회사에서 제 경력을 물어본 뒤 영어 작문이 가능하냐고 하더군요. 그때는 작문실력이 좀 약할 때였는데, 그쪽에서 ‘영어작문만 되면 연봉이 2000만원은 더 뛸 것’이라고 하더군요.” 조 실장은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원어민 앞에 서면 위축되는 심리만 없어도 영어 말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면서 “50대 이후에는 제3세계를 돕는 사회공헌 마케팅에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성수 사진 이언탁기자 sskim@seoul.co.kr
  • 대기업 투자유도… 中企소외 아쉬워

    대기업 투자유도… 中企소외 아쉬워

    22일 발표된 ‘대한민국호 미래성장 청사진’은 민(民)·관(官)이 6개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내놓은 합작품이다. 사실상 신(新)엔진 발굴을 책임진 민간기업의 투자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대기업 편중 시비를 막고 중소·벤처기업의 혜택 공유 및 동반 육성 유도도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디지털TV 탈락…선정기준은? 정권 출범 직후인 3월28일 민간 중심의 신성장동력 기획단(단장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을 구성했다. 이어 콘텐츠코리아추진위원회(위원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도 발족했다. 각계 4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자체 분석과 민간 수요조사,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 등을 거쳐 63개 항목을 추렸다. 이어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에너지·환경(6개) ▲수송시스템(2개) ▲뉴IT(5개) ▲융합신산업(4개) ▲바이오(1개) ▲지식서비스(4개) 6대 분야 22개로 최종 압축했다. 서남표 단장은 “성공 가능성, 파급 효과, 경제·사회적 문제해결 측면을 주된 잣대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디지털TV와 홈네트워크 등 참여정부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됐던 일부 품목은 “민간이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기초 연구개발(R&D) 위주에서 사업화 가능성을 보완한 점도 ‘참여정부 성장동력’과는 차이점으로 평가된다. ●‘대기업 프렌들리’ 시선은 부담 신산업분과위원장을 맡은 한민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과거 정권때는 부처간 알력으로 민간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부 간섭이 없었다.”고 전했다. 과거 3개 부처가 주도권을 다퉜던 로봇이 대표적 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민간 참여는 큰 의미”라며 즉각 환영 논평을 냈다. 하지만 그린카·선박 등 수송 분야와 이동통신, 임플란트 등 대기업이 기술 우위를 갖고 있거나 특정기업이 이미 선점한 품목이 대거 포함돼 선정의 적정성 시비와 ‘대기업 프렌들리(친화)’ 지적도 나온다. 특정 기업에 정부 지원이 집중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금지조항에 위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보편적 지원이면 WTO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대·중소기업 공동사업 추진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대기업 혜택 시비를 막겠다.”고 해명했다. ●민간투자 유도 ‘경제엔진´ 핵심 91조원이나 되는 민간 투자분이 차질없이 실현될지가 가장 큰 변수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발전차액제도 개선, 영리형 병원 허용 등 (성장엔진별로)법과 제도를 개선해 민간 투자여건을 적극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선결 과제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우뭇가사리 등을 이용해 만드는 해양 바이오 연료의 경우, 서울시 면적의 3배에 해당하는 양식장(19만㏊)과 995만t의 해조류 바이오매스가 필요하다.‘이산화탄소 회수 및 자원화’는 자원화 과정에서 또 다른 이산화탄소가 엄청나게 배출돼 성장엔진 타당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로봇, 방송·통신융합시스템 등 과거 정권때부터 지속적으로 키워왔으나 성과가 미진한 품목과 신소재등 선진국에 크게 뒤처진 품목이 신성장엔진으로 다시 선정된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극작가 윤영선 1주기 ‘페스티벌’

    극작가 윤영선 1주기 ‘페스티벌’

    극작가 윤영선의 1주기를 기리는 ‘윤영선 페스티벌’이 지난 18일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첫번째 작품 ‘여행’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연우무대를 통해 연극에 발을 디딘 윤영선은 1994년 희곡 ‘사팔뜨기 선문답’으로 등단해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하다 97년 연우를 떠나 연출가 박상현, 이성열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파티’를 결성했다. 이후 2003년 연출가 김동현이 합세해 극단 파티로 개명한 뒤 지난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페스티벌은 극단 파티의 동인인 이성열, 김동현, 박상현 연출가가 각각 윤영선의 대표작 ‘여행’ ‘키스’ ‘임차인’을 무대에 올리기로 의기투합해 이뤄진 것이다. 이성열 연출가는 윤영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시처럼 압축적이고, 간결한 언어 구사와 해체주의에 기반한 실험적인 형식의 시도 등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여행’(10월12일까지)은 일상에 젖어 있던 다섯명의 친구들이 한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겪는 하룻밤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오랜만에 해후한 친구들간의 미묘한 질투와 엇갈린 기억들로 인한 오해 등 중년 남자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3 등을 수상했다. ‘키스’(10월10∼1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는 둘이 하는 키스, 혼자 하는 키스, 여럿이 하는 키스 등 다양한 모습의 키스를 통해 인간의 고독함과 외로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하나의 작품을 세 명의 연출가가 따로 연출해 한 무대에서 보여주는 형식이 독특하다. 영화 ‘왕의 남자’에 나왔던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라는 대사의 원전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는 김동현, 남긍호, 채승훈 연출가가 참여한다. ‘임차인’(10월17일∼11월9일, 정보소극장)은 이사 온 첫날, 집주인 중년여성이 세입자 미혼여성에게 젊은 날의 꿈과 좌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2층집’, 택시기사가 손님에게 가족문제를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하는 ‘택시 안에서’ 등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02)744-730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氣살리기 나섰다

    한국영화의 부흥, 아시아의 재발견, 관객 서비스 강화. 올해 부산영화제의 경향은 이렇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국내 젊은 프로듀서들의 다양한 영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투자자를 찾는 ‘KPIF’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영화 관련 펀드를 한자리에 모은 ‘아시아필름펀드 포럼’이 대표적인 한국영화 지원 프로젝트. 아시아 영화 펀딩 및 파이낸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집약적으로 제공한다.총 20편이 소개되는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도 어느 때 보다 많은 미개봉작들이 선보이며,‘미쓰 홍당무’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등 여성 감독들의 약진을 통해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윤종찬 감독의 신작 ‘나는 행복합니다’도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안팎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소설가 고 이청준의 단편 ‘조만득씨’를 각색한 이 작품은 정신병동의 상처받은 인물들의 삶을 통해 행복에 대한 인간의 소망을 조명한다. 한국영화 회고전에서는 스릴러 ‘운명의 손’과 멜로물 ‘자유부인’ 등으로 195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한형모 감독(1917∼1999)과 올해 칸 영화제에서 영화 ‘하녀’의 복원판이 공개되기도 한 김기영 감독(1919∼1998)의 작품이 상영된다.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을 통해 동반 성장을 꾀하고 할리우드에 대응전선을 펴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개막작에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영화 ‘스탈린의 선물’을 선정했고, 그동안 국내의 우수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에 한정됐던 와이드 앵글의 시상부문도 아시아 전체로 확대했다.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개괄하는 ‘아시아 영화의 창’에서는 수년 전부터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온 필리핀의 독립영화들의 성과를 주목하며, 특별기획프로그램에도 ‘아시아의 슈퍼히어로’,‘2008 아시아의 옴니버스영화’,‘아시아 감독들의 뮤직비디오’ 등의 코너를 통해 아시아 영화의 다양성을 집중 조명한다. 비슷비슷한 영화제의 난립 속에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것도 이번 부산의 특징 중 하나.24일부터 시작되는 예매(개·폐막작은 22일)를 미처 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전체 티켓의 30%를 현장 판매분으로 배치했다. 또한 휴대전화로 영화제 관련 정보는 물론 예매도 가능한 ‘모바일 PIFF’를 실시한다. 해운대와 남포동의 일부 호텔과 제휴해 관객용 숙소를 확충하고 순환버스의 운행을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관객 편의에도 눈을 돌렸다. 일반 관객들의 영화 비평을 활성화하는 ‘피프 리뷰 공모전’과 관객심사단을 운영하는 등 참여 프로그램도 대폭 확충한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역대 최다 미개봉작들이 부산에서 첫선을 보이는 만큼 수준높은 작품들로 관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면서 “부산영화제의 초심으로 돌아가 전세계에 한국영화를 알리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겠다.”고 말했다.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베일벗는 광기의 ‘살로메’

    베일벗는 광기의 ‘살로메’

    사랑하는 남자의 머리를 잘라오라고 부탁하는 소녀. 뜻을 이루기 위해 의붓아버지 앞에서 베일을 벗으며 춤을 추는 소녀. 세계문학사에서 광기와 에로티시즘의 상징으로 꼽혀온 열여섯살 ‘살로메’(새달 2∼5일·LG아트센터)가 오페라 무대로 온다. 국립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이 기획한 ‘마이 넥스트 오페라’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이번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에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곡을 붙인 버전.‘마이 넥스트 오페라’는 국내 공연되지 않은 희귀 오페라를 선보이는 기획으로,‘살로메’는 그랜드오페라로 국내 처음 소개된다.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의 모티프가 돼온 ‘살로메’는 의붓아버지인 헤롯왕과 예언자 세례 요한, 이 셋의 들끓는 사랑과 욕망이 빚어내는 극적인 드라마다.1905년 드레스덴국립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음란 공연’으로 낙인찍혀 빈, 베를린, 뉴욕에서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요한에게서 사랑을 거절당한 살로메가 그의 머리를 얻으려 아버지 앞에서 일곱 개의 베일을 벗으며 춤을 추는 장면은 선정적·뇌쇄적 표현의 압축판으로 회자돼 왔다. 연출을 맡은 카를로스 바그너는 이번 공연에서 살로메보다 헤롯왕의 의상으로 파격을 시도했다. 헤롯왕에게 붉은색 속옷만 입힐 예정. 이 때문에 의상노출 문제로 남자 배역이 변경되는 해프닝도 있었다.“비정상적인 의상과 색채로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것”이라는 게 연출자의 변. 살로메도 새롭게 해석한다.“팜므파탈의 이미지가 강한 살로메의 순수하고 종교적인 면에 주목했다.”는 바그너는 “‘일곱 베일의 춤’에서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작은 120인조 오케스트라가 동원되지만, 이번엔 40인조 오케스트라만으로 최대한 묵직한 환상을 살려낼 계획이다. 지휘자 이병욱씨는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는 선율이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고 극이 전환될 때마다 상황에 맞는 변박이나 엇박자로 포인트를 주며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3만∼9만원.(02)586-5282.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문고판으로 만나는 한국 대표 지성들

    한국 대표 지성들의 핵심적 사유와 성찰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문고판 시리즈가 나왔다. 도서출판 생각의 나무가 펴낸 ‘問 라이브러리 총서’다. 대가들이 이 시대에 던지는 진지하고, 깊이있는 ‘물음(問)’을 통해 21세기가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새롭게 조망하려는 시리즈다. 1차분 6권의 저자는 김우창(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장집(고려대 명예교수), 도정일(경희대 명예교수), 장회익(서울대 명예교수),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윤평중(한신대 대학원장) 등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석학들이다. ‘지식과 성찰의 대중화’를 목표로 내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가벼운 문고판이라는 것. 직장인들이 가방 안에 넣어다니며 틈틈이 읽기에 딱 알맞은 크기다. 거장의 심오한 사상을 접하고 싶어도 두꺼운 철학서의 무게감 때문에 지레 겁먹고 물러났던 이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내용마저 압축본인 것은 아니다. 저자 모두 이번 시리즈 발간을 위해 최신 원고를 내놓았다. 가령 김우창의 ‘정의와 정의의 조건’은 “난해하기로 소문난 저자의 모든 글 중에서 가장 쉽고 실제적인 물음의 인문담론”이라는 게 출판사측의 얘기다. 도정일의 ‘시장 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망’은 과작으로 유명한 저자가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이후 14년 만에 펴내는 본격 사회문화비평서이다. 한국 민주정치 이론의 대부로 불리는 최장집의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를 비롯해 장회익의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의 삶’, 강수돌의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윤평중의 ‘극단의 시대에 중심잡기’ 등도 저마다 저자의 오랜 사유와 성찰의 결정체를 담고 있다. ‘問 라이브러리’는 인문학을 주제로 한 H(Humanities)시리즈, 예술에 관한 A(Arts)시리즈, 문학적 산문을 다루는 L(Literature) 시리즈로 구성된다. 앞으로 박명림 연세대 교수, 임지현 한양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8권의 H시리즈,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장 등 2명이 참가하는 A시리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 2명이 나서는 L시리즈 등 모두 12권의 책을 더 낼 계획이다. 각권 6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지식농장’에 승부거는 세계농업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지식농장’에 승부거는 세계농업

    |프랑크푸르트(독일) 류지영특파원|유럽의 관문 프랑크푸르트가 위치한 독일 중서부 헤센 주의 소도시 카르벤. 이곳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에카르트 가우터린(49)은 우리의 여느 농민과 마찬가지로 농산물시장 개방의 여파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농장 규모는 여의도 면적(848만㎡)의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380㏊(약 379만㎡). 남한보다 3.5배나 큰 독일(35만 7021㎢)에서도 이 정도 넓이의 농장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가우터린은 해마다 ‘어떤 농산물을 심어야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농업 경쟁력 상실로 인해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곡물자급률(2003년 현재 147.8%)이 높아 농산물 가격이 저렴한 데다 최근 동유럽, 아프리카, 중국 등에서 저가 농산물이 밀려들면서 더 이상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졌다. 현재 그는 난국의 돌파구를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한 비용절감’에서 찾고 있다.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 직접 제조 “지금 눈에 들어오는 농지 전체가 제 농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한 트랙터, 콤바인, 분무차 등 농기계에 들어가는 연료량만 해도 엄청나죠. 그래서 연료용 바이오디젤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환경선진국 독일에서도 바이오디젤이라는 말이 낯설었던 1990년대 초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바이오디젤 생산창고를 찾았다. 유채기름을 짜기 위한 압착기의 모터 소리와 함께 우리네 방앗간에서 나는 참기름 냄새가 밀려왔다. 유채 1t에서 얻을 수 있는 기름은 약 300ℓ. 짜낸 기름을 필터로 걸러주기만 해도 곧바로 차량용 연료로 쓰기에 충분하고 일반 경유와 연비 차이도 거의 없다고 한다. “대학 수업시간에 엔진 구조를 배우다 ‘석유가 아니어도 차를 움직일 수 있는 연료는 많다.’는 설명을 듣고 바이오디젤을 쓰기로 결심했어요. 당시만 해도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쓰던 사람은 헤센 주에서 제가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유채박사’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죠. 한해 4만ℓ 정도의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는데, 생산원가는 ℓ당 0.7유로(약 1100원)를 넘지 않아요. 시중 경유 가격이 ℓ당 1.5∼2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경유만 쓸 때보다 연간 3만유로(4800만원) 이상 비용절감 효과가 생기죠.” 올해 초부터 그는 더욱 경제적인 디젤 공급원을 찾았다. 바로 주변에 널려 있는 패스트푸드점. 음식을 만들고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수거·정제해 자신의 농기계에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폐식용유를 공짜로 얻을 수 있었지만 유채박사에 대한 소문을 듣고 따라하는 이들이 생겨나 공급이 달리자 요즘은 ℓ당 0.5유로(800원)를 지불한다. 앞으로 필터를 개선해 불순물을 더욱 섬세하게 걸러내게 되면 ‘맥도널드 디젤’ 사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밀짚·분뇨로 난방용 연료도 만들어 “원래는 밀짚을 압축해 연료로 만들려고 설계한 것인데요. 나뭇잎, 잡초, 인분 등 태울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압축이 되더군요. 게다가 이런 원료들은 농장에서 얼마든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라 더욱 경제적이죠.” 지난해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우드칩 제조기 시제품을 가리키며 가우터린은 경제성에 만족했다. 우드칩은 부러진 나뭇가지, 건초 등을 잘게 부순 뒤 작은 알갱이 형태로 압축한 고체연료. 고유가로 난방비가 크게 오르자 올해부터 그는 농장내 온실과 가정의 난방연료를 우드칩으로 모두 바꿨다. “제가 만든 우드칩을 t당 180유로(30만원) 정도에 판매하려고 이웃 주민들과 협의 중입니다. 우드칩 2㎏ 정도가 경유 1ℓ 정도의 열량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경유와 비교해도 75% 이상 저렴한 셈이죠.” 그는 앞으로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위해 지하 150m 이하에서 끌어올린 온수를 난방에 활용하는 지열(地熱)시스템도 설계하고 있다. 농장내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전력을 판매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매년 10만유로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둬 농업 경쟁력을 회복해 나가겠다는 게 가우터린의 생각이다. “제가 만든 시설들을 보기 위해 한국에서도 각 지자체 등으로부터 해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비용 절감 차원의 단순한 노력이 아닙니다. 독일에서 농업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라고 보면 됩니다.” superryu@seoul.co.kr ■獨 농업 교육 어떻게 이뤄지나 현장위주 실습교육 DIY형 인력 양성 |프랑크푸르트(독일) 류지영특파원| “어떻게 바이오디젤·우드칩 생산시설을 직접 만들 수 있냐고요? 제가 천재이거나 특별히 재주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독일에서 정상적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면 누구나 이런 것들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요.” 가우터린은 기자의 질문이 뜻밖이라는 태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 연구 인력들이나 만들 수 있을 법한 바이오디젤, 우드칩 생산기계를 ‘독일 농민’ 가우터린은 별 어려움 없이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러한 창의성의 비결은 바로 이론보다는 현장을 중시하는 독일의 교육제도에 있다. 가우터린은 카르벤 시 인근 기센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다. 독일의 경우 농과대학에 진학하면 실제 농업 현장에서 닥치는 거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 철저한 현장 위주 실습 교육을 통해 농업 외에도 기계공학, 화학, 경영학 분야 등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요구받는다. 가우터린이 스스로 농기계들을 설계할 수 있는 것도 대학 재학 시절에 받았던 공학 자격증 교육 덕분이다. 이러한 교육 과정 덕분에 독일에서는 농과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농업경영인이 돼 전문직으로서 대우를 받는다. 카르벤 시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독일 교민 이문배씨는 “선진농업을 배우겠다고 이곳으로 연수를 오는 한국 농대생 중 상당수는 이론 교육만 받은 탓에 종자 구별법 같은 농업의 기초상식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정귀래(전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충북대 석좌교수는 “우리 농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농업은 평생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신기술을 배워 현장에 접목해야 하는 전문 지식산업이자,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거대한 비즈니스’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uperryu@seoul.co.kr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농가 생산~판매 가능케 법·제도 정비 서둘러야” 김대중 정권 당시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성훈(69) 상지대 총장은 국내 농업의 성공적 기반 확보를 위해 농가 및 협동조합이 생산뿐 아니라 저장, 가공, 수송, 판매 등을 모두 담당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총장은 “현재 김치, 된장, 고추장 등 식품가공 제품은 식품위생법, 도정법, 주세법 등 엄격한 기준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면 진출하기 어렵다.”면서 “대기업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 농민과 경제적·정서적으로 유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농정을 현지인에게 맞겨 지역 특성을 살리고 무한 개방 체제에 대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처럼 전통적인 가공방식을 인정해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한 위생 기준을 적용한다면 마을마다 술이나 장 등 집집마다 다른 제조 방식을 특화한 상품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현재 30조원에 이르는 농가 부채에 대해서도 일부 탕감 등 정부의 결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제 통상 환경 등의 변화로 생겨난 부채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공적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충남 서산에 대규모 간척지를 개발해 세계에서 제일 큰 쌀기업 농장을 만들려다 실패한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의 경우 선진국과 같은 기업농 형태보다는 가정농을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한 다각화된 협동경영방식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한성백제, 송파서 부활한다

    한성백제, 송파서 부활한다

    2000년 전 500년간 동북아를 호령하던 한성백제의 화려한 역사를 재현하는 제9회 한성백제문화제가 서울 송파구 곳곳에서 펼쳐진다. 16일 송파구에 따르면 26∼28일 백제의 옛 도읍인 송파구의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석촌동 백제초기 적석총, 서울놀이마당 등에서 한성백제의 문화를 만끽하는 문화제가 열린다. 특히 서울에서 유일하게 국가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자리매김한 이후 첫 행사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백제의 기상을 떨친 근초고왕 재조명 지난해 소서노와 비류·온조가 주몽을 떠나 도읍으로 입성하는 모습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백제 최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을 주제로 삼았다. 근초고왕은 백제의 13번째 왕으로 30여년간 군림하며 요동, 덕구, 양주에 이르는 서북지역으로 영토를 넓혔다. 일본왕에게 칠지도를 하사하고, 아직기를 일본에 파견해 일본 문화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왕으로 평가된다. 구는 근초고왕 시기의 기상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백제를 생생하게 재현하는 백제체험 테마존 ‘백제부리이야기’에 백제군의 숙영지와 각종 철제 무기를 제조한 철기방을 새롭게 추가했다. 셋째날 거리 퍼레이드에는 근초고왕의 정복행렬과 열병식도 선보일 예정이다. ●2000년전 역사체험 ‘움직이는 박물관´ 구는 문화제의 컨셉트를 ‘이야기가 있는 체험’,‘살아 움직이는 박물관’,‘관람객이 곧 주인공’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이야기가 있는 체험은 근초고왕 집권기에 활동하던 막고해 장군의 군사 선발과 훈련, 금속·공예품 제작기술이 뛰어난 백매순과 노반박사의 활약상 등으로 재미를 더한다. 백제인들의 의식주를 체험하는 백제장터 등은 2000년 전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으로 구성했고,‘관람객이 곧 주인공’에서는 백제화폐로 주막에서 시루떡과 소곡주를 주문하는 백제인의 일상을 느끼고 군사훈련 등을 체험한다. ●區탄생 20돌 기념 공연 계획 공연 마니아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채롭다.26일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에서 열리는 서울올림픽과 송파구 탄생 20돌 기념 공연에서는 백제에서 송파까지의 역사를 소개한 영상과 장윤정, 노브레인 등 초대가수 무대를 볼 수 있다.28일 폐막공연 ‘희망찬 미래, 하나 되는 송파’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초청가수 마야의 무대가 펼쳐진다. 김영순 구청장은 “이번 한성백제문화제는 햇수로 14년째를 맞는 경험을 압축한 짜임새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면서 “백제 시조 온조왕이 초기 집권지인 위례성길을 따라 평화의 문까지 1.5㎞ 구간에서 전문연기자, 군인, 주민 등 2000여명이 참여하는 초대형 거리 퍼레이드는 놓치면 아쉬움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단독]한국 사회를 바꾼 ‘시대적 판결’ 12건

    [단독]한국 사회를 바꾼 ‘시대적 판결’ 12건

    1988년 12월27일 여성 노동자의 인권을 향상시킨 판결이 나왔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1981년 직원 정년을 43세에서 55세로 높이는 규정을 마련했다가 이후 일부 착오가 있었다며 여성이 대부분인 전화교환원의 정년을 43세로 다시 낮췄다. 대법원은 사실상 여성전용 직종인 교환원의 정년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른 분야에 견줘 낮게 정한 것은 남녀차별금지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판결했다. 2005년 7월21일 관습법 하나가 깨졌다. 제사 등의 목적으로 이뤄진 종중(가문)은 성인 남자만 구성원으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여성에게도 그 지위를 인정했다.1999년 모 종중은 종중 소유 땅을 팔아 그 돈을 나눠주며 성별 및 나이에 따라 차등을 뒀다. 기혼 여성들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가 뒤늦게 며느리들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받게 됐다. 대법원은 양성 평등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2006년 6월22일 소외된 삶을 살아온 성전환자들에게 획기적인 판결이 나왔다. 여성으로 태어나 성전환 수술을 받은 A씨가 호적 성별란을 고쳐 달라고 정정신청을 내자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남녀 구별에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성전환수술까지 받아 정신적·육체적으로 바뀐 성을 갖춘 경우에 호적정정을 허가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26일 사법 60주년을 맞는 대법원이 ‘시대의 판결’을 뽑아 전시한다. 이날 기념식 등에 맞춰 문을 여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내 법원 전시관을 통해서다. 법원도서관에서 우리사회에 큰 획을 그은 판결을 1차로 추렸고 전시관 태스크포스(TF)팀이 엄선을 거듭해 16일 현재 14건으로 압축했다. 이 가운데 12건이 최종 확정돼 전시관 내 ‘체험의 장’의 한 부분을 꾸미게 된다. 큰 액자 형식으로 만들어져 책장을 넘기듯 볼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상 방문객이 대부분 학생 등인 점을 고려해 삶에 밀접하고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눈높이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성공한 쿠데타’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며 헌정질서 수호 의지를 드러낸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내란사건도 의미 깊은 판결로 뽑혔다. 공공기관의 수해방지 및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망원동 수해 손배 사건도 있다. 유명 백화점에서 여성의류의 실제 가격을 할인 가격으로 속여 판매한 것을 ‘사기’로 규정한 백화점 변칙세일 사기 사건도 목록에 올랐다. 변호인접견이 제한된 상태에서 나온 자백은 효력이 없다는 것을 명시한 걸개그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진술거부권을 알려주지 않은 채 확보한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신이십세기파 사건은 피의자 인권을 강조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적법한 압수수색 절차에 따르지 않고 얻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 김태환 제주지사 사무실 압수수색 사건, 범죄 예방 책임이 있는 수사기관이 검거 명목으로 범죄를 유발·권유하는 것은 불법행위임을 명시한 필로폰 함정수사 사건으로 관행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 밖에 사회 통념을 넘어서는 학생 지도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것을 판시한 교사의 체벌 행위 유죄 인정 사건, 소리바다 저작권법 위반 사건, 인터넷 게시글 관련 명예훼손 사건, 운전면허증 부정사용행위 유죄 인정 사건 등이 의미 있는 판결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잘못이 있었던 판결도 보여주고 스스로 교훈을 삼는다면 사법 60주년이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스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해온 불교계가 10일 대구 동화사에서 ‘대구·경북 불교지도자 간담회’를 갖고, 추석 전까지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등 4대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당초 선언한 대로 추석 이후 지역별 범불교도대회를 강행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해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 등 불교 4개 대표 종단 최고지도자와 대구·경북 교구본사 주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범불교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원학 스님은 “그만하면 됐다는 의견과 대통령 유감 표명 내용이 이뤄진 게 없다는 의견이 엇갈렸다.”며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불교계의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어 청장은 이날 오후 동화사를 전격 방문했다. 어 청장은 동화사 대웅전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에게 다가가 “큰스님 저 왔습니다.”라며 두 손을 잡았으나, 지관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회의장으로 향했다. 어 청장은 경내에 머물다 회의가 끝난 오후 7시쯤 지관 스님이 다른 스님들과 공양(식사) 중인 선열당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제지하는 스님들과 1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지관 스님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어 청장이 찾아오겠다고 먼저 연락이 왔지만 사퇴를 요구한 마당에 방문을 한다고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란 입장을 전했다.”면서 “방문을 받아들일지는 앞으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종교 편향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깊은 유감’ 표명 이후 불교계의 동향은 ‘정중동의 갈등’으로 압축된다.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을 놓고 강·온 양측의 평가가 엇갈려 불교도의 집단행동 방향을 놓고 적지 않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범불교도대회를 사실상 주도했던 젊은 재가신자 단체들과 조계종 중앙종회 초선의원 그룹은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도 불구,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종교편향 사례를 폭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범불교대책위와 조계종 집행부의 입장은 이와 사뭇 다르다. 정부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즉각 간담회며 회견을 열었던 이전과 달리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한 논평이나 언급을 아꼈다. 이처럼 불교계에서 강·온의 입장이 교차하지만 범불교도대회에서 요구했던 ▲대통령 사과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공직자 종교편향 근절 입법조치 ▲시국 관련 국민대화합조치 등 4가지 요구사항은 일괄적으로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은 한결같다. 그런 만큼 정부가 이 대통령 유감표명 후 불교계를 만족시킬 만한 실질적인 대책을 어느 선에서 내놓을지가 향후 불교계의 향배를 결정할 주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대구 한찬규기자 kimus@seoul.co.kr
  • 예향 광주, 미술에 취하다

    예향 광주, 미술에 취하다

    광주는 지금 미술잔치로 온도시가 통째로 들떠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제7회 광주비엔날레는 11월9일까지 긴 전시 여정에 들어갔다. 참여작가는 세계 36개국 127명.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대면한다는 건 짜릿한 즐거움이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도 잠시. 막상 작품들의 홍수에 맞닥뜨리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해진다. 비엔날레 관람 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감상포인트를 찍기가 버거운 게 사실이다. 꼼꼼히 뜯어보기로 한다면야 하루해가 짧다. 하지만 바쁜 세상. 미리 개괄적인 정보를 갖고 핵심만 콕콕 찍어보는 순발력을 발휘하면 당일치기 관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요 행사장을 중심으로 관람지도를 그려본다. # 비엔날레 전시관 중외공원에 있는 메인 전시공간.1층 전시장 초입에서부터 눈이 즐겁다. 박제동물들을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은 설치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힘 숀펠트의 ‘네 명의 음악가’. 고전동화 ‘브레멘의 네 명의 음악가’를 비틀어 재현한 것으로, 의사소통 과정에서 빚어지는 오해와 착각을 은유했다. 내용을 알고보면 흥미 두 배인 볼거리. 전시장을 돌기 전에 알아둘 기본정보가 있다. 올해 비엔날레는 특정 주제 없이 최근 해외에서 열린 주요 기획전들의 일부를 옮겨놓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일관된 주제의식 아래 작품을 둘러볼 수 없어 감상이 산만한 것이 흠이다. 기획자(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의 취향에 따라 세계 여러 곳의 기획전들을 모자이크해 놓은 탓에 난해한 현대작품들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세계 화단을 주도하는 대형 작가들의 이름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거꾸로, 수십개 기획전의 묘미를 한자리에서 압축해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최고 스타급인 독일 작가 한스 하케의 작품은 꼭 챙겨볼 것. 물결치는 거대한 흰 천이 전시장을 압도하는 ‘넓고 흰 물결’, 닳아빠진 소파를 동원해 빈부문제를 환기시키는 ‘빈국에서 부국으로의 이동’은 전시장의 꽃이다. # 거장을 만나는 광주시립미술관 메인 전시관 뒤편의 시립미술관에는 대형 작가가 버티고 있다. 건물을 잘라 조각과 행위예술을 넘나드는 ‘아나키텍처’란 장르를 개척한 미국 출신의 세계적 거장 고든 마타-클락의 작품이 와 있다. 지난해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회고전 일부를 옮겨왔다. 주택을 절반으로 자른 화제작 ‘둘로 쪼개기’를 비롯해 회화, 영화, 사진, 작가의 메모장 등이 두루 소개된다. # 대인시장,“미술은 살아 있다∼” “미술은 살아 꿈틀대는 생물”이라고 웅변하는 ‘복덕방 프로젝트’(기획 박성현 큐레이터)가 한창이다. 퇴락한 재래시장 곳곳의 빈 점포들이 생기와 기발함으로 중무장한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붉은 비닐포대에 바늘과 실로 사람 형상을 수놓은 마문호의 ‘열망:천 개 만 개 꽃을 피우다’, 버려진 홍어 생식기를 탁본 석고작업해 소외계층들의 현주소를 은유한 박문종의 ‘1코 2애 3날개 4속살’ 등이 그들. 시장사람들의 왁자한 일상언어들과 버무려진 미술현장의 묘미가 기대 이상이다. # 한숨 돌리며 찾는 의재미술관 메인 전시관, 시립미술관, 대인시장까지 밀도 있게 돌고 나서 쉬엄쉬엄 완상하면 좋겠다. 성(性)관음증의 인간욕망을 적나라하게 투사한 일본작가 고헤이 요시유키의 사진이 특히 흥미롭다. 작품에 대한 큰 기대를 갖지는 말 것. 의재 허백련의 유작들 사이사이에 출품작들이 끼여 있어 다소 산만하다. 하지만 비엔날레 관람을 차분히 마무리하기엔 더없이 맞춤한 공간이다. 걸어 내려오는 무등산자락의 초가을 공기가 달다. 광주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일요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일요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펀치 드렁크 러브(KBS1 밤 12시55분) “당신은 쇠망치로 머리를 박살내고 싶을 만큼 예뻐요.”“당신의 눈동자를 빨아먹고 싶어요.” 연인들이 주고받는 사랑의 밀어라기엔 너무도 살벌하고 기괴하다고? 그러나 이 영화가 ‘매그놀리아’,‘데어 윌 비 블러드’를 만든 천재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의 로맨틱 코미디란 사실을 염두에 두면 당장 기대감이 앞설 것이다. 30초 간격으로 전화를 해대는 누나 7명의 등쌀에 잔뜩 졸아든 소심남 배리(아담 샌들러). 덕분에 어릴 적부터 ‘게이 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산 그는 자기표현에도, 연애에도 너무나 서툰 사회부적응자다. 문 손잡이를 파는 회사를 운영하는 그의 유일한 낙은 비행기 마일리지를 주는 푸딩을 미친듯이 사들이는 것 정도. 어느날 황량한 도로변에 차 한대가 오르간을 덜렁 내려놓고 사라진다. 그 오르간을 사무실에 들여놓는 순간, 배리의 인생은 마법처럼 변한다. 정말 뜬금없이 레나(에밀리 왓슨)라는 여자가 찾아와서는 오랫동안 그를 사랑해 왔노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에서 순탄하게 고리를 엮는 사랑이란 없는 법. 한때 배리가 이용했던 폰섹스 회사에 신상정보가 노출되면서 악덕업자 ‘매트리스맨’이 돈을 뜯어내려 협박을 해온다. 자기 의지로 뭣 하나 제대로 해본 게 없는 남자가 뜻밖의 사랑을 만나며 펼치는 거침없는 질주본능. 그리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랑의 경이로운 힘. 이게 바로 제목처럼 기습적 한 방을 얻어맞은 듯 어찔해지는 영화의 매력이다. 앤더슨 감독은 이야기 전개뿐만 아니라 영상과 음악에서도 비범한 감식안을 자랑했다. 온갖 일상의 소음을 세밀하게 집어넣어 색다른 성정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강렬한 색감과 명암이 비춘 인상적인 미장센으로 감성보다 재기가 앞선 로맨스물을 만들어냈다.2002년 제5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힘이다. 배리가 협박꾼 ‘매트리스맨’에게 뱉어내는 말은 이 영화를 한마디로 압축해 보여준다.“내 평생 처음 사랑이 왔어. 내게는 네가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있다구.” 원제 Punch-Drunk Love.95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확~바뀐 ‘뮤지컬 대장금’ 경희궁서 만나요

    확~바뀐 ‘뮤지컬 대장금’ 경희궁서 만나요

    지난해 시장에서 혹평을 받았던 창작뮤지컬 ‘대장금’ 이 고궁 버전으로 거듭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경희궁 숭정전 무대에 오를 ‘대장금’은 인기리에 방영됐던 동명드라마 54부작을 압축한 작품. 지난해 초연 땐 뮤지컬의 장르적 속성을 무시한 채 드라마를 그대로 극에 들여와 평면적인 전개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문화재단의 고궁뮤지컬 프로그램 네번째 작품인 ‘대장금’의 새 버전은 이런 점에 주목, 이야기와 음악, 캐릭터 등 극의 구성요소를 모두 해체하고 다시 쌓아올렸다. 이를 위해 빠른 극 전개와 세련된 무대화법을 구사하는 연출가 이지나씨도 영입했다. 2시간30분짜리 극은 1시간40분으로 대폭 줄어든다. 기존에 없었던 인물도 추가됐다. 조선의 개혁 정치가 조광조가 등장해 오겸호의 모략에 휘말리며 드라마의 한 축을 이룬다. 장금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지난 공연에선 장금의 전 생애를 에피소드로 나열했다면, 이번에는 운명의 질곡에서 벗어나 일개 나인에서 정삼품까지 오르는 한 여인의 성공과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대장금’의 또 하나의 관건은 음식이다. 그러나 무대에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장금이와 금영의 요리솜씨를 가리는 ‘어선경연대회’에서는 도마소리 등 청각을 동원해 음식에 대한 연상효과를 살려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움직임에도 역동성을 더했다. 중종과 민정호가 우리 민족 고유의 구기경기인 격구를 하는가 하면, 테크노·힙합 등의 현대적인 안무도 곁들여진다. 장금이 역은 가수 리사와 난아, 민정호 역은 고영빈, 김영철이 나눠 맡는다. 조정석과 강태을이 조광조로 출연한다.3만∼5만원.(02)738-8289.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회장님 ‘메시지’… 그룹총수 비전제시 러시

    회장님 ‘메시지’… 그룹총수 비전제시 러시

    ■취임 10주년 맞은 최태원 SK회장 “강점 살려 향후 50년 도전” “앞으로의 50년을 패기있게 도전하기 위해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현실화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취임 10주년을 맞아 31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다. 1998년 9월1일 ㈜SK(현 SK에너지) 회장에 취임해 “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이냐(Deep Change),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라고 일성(一聲)을 던진 지 꼭 10년. 그는 1일 SK에너지 공장이 있는 울산의 롯데호텔에서 1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등 전·현직 SK맨 300여명이 참석한다.“회장의 뜻에 따라 조촐한 내부행사로 준비했다.”는 게 SK측의 설명이다. 그의 10년 키워드는 행복경영, 투명경영, 글로벌 경영으로 압축된다. 취임 당시 자산 34조원의 재계 서열 5위였던 그룹 규모는 자산 72조원 3위로 커졌다. 순익은 10년새 5배(9000억원→4조 5000억원) 늘었다.‘소버린 사태’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SK에너지의 사외이사 비율은 70%나 된다. 지난해 7월에는 ‘제3의 창업’에 비견됐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최 회장은 “우리의 경쟁상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라며 끊임없이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신입사원 만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2010년 세계 5위 달성”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2010년까지 총 600만대 이상의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 세계시장 점유율 9%(세계 5위)를 달성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29일 제주 해비치리조트에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다.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13%, 전체 세수의 17%, 전체 고용의 9%를 차지하는 중추산업”이라면서 “현재 자동차 산업은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신성장동력이자 첨단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주역으로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견인하는 초일류 자동차 회사를 만들자.”고 독려했다. 지난해 말 현재 현대·기아차의 생산대수는 396만대로 세계6위다. ■최고경영자전략회의 간 허창수 GS회장 “대우조선 반드시 인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재확인했다.“실패란 있을 수 없다.”며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허 회장은 지난 29일부터 이틀동안 경기 청평 GS칼텍스연구소에서 최고경영자전략회의를 열었다. 해마다 이맘때 개최하는 회의이지만 허 회장은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05년 3월 그룹 출범 직후부터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해 왔다.”며 ““(모든 계열사 임직원이)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반드시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고객의 니즈(욕구)에 충성하는 것은 우리의 변함없는 소명으로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산업의 문화화’에 관심을 가지고 서비스와 제품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단순한 트렌드나 스타일을 넘어 종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포맷과 콘텐츠로 대응해 달라는 주문이다. 안미현 홍희경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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