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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부천만화대상 대상작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

    올해 부천만화대상 대상작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

     올해 8회를 맞은 부천만화대상의 최고 영예는 한국 리얼리즘 만화의 계보를 잇고 있는 최규석 작가의 ‘울기엔 좀 애매한’(사계절출판사 펴냄)에게 돌아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11부천만화대상의 대상작으로 최 작가의 ‘울기엔… ’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학 입시 미술학원에 다니는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우울한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실제 미술학원 강사로 일했던 최 작가의 경험이 투영됐다. 세련된 펜 그림에 붓으로 색깔을 입혀 컴퓨터 채색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느낌을 준다. 사계절출판사가 우리 청소년들의 삶을 주제로 기획한 ‘1318 만화가열전’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7월 출판됐다. 최 작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함께 내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특별전을 열고, 축제 메인포스터를 그리는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에서 완결된 작품을 대상으로 만화 관련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만화계 인사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작을 엄선했다. 두 차례 선정회의를 거치며 압축된 5편을 놓고 최종심사가 진행됐고, ‘울기엔… ’과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저승편’(애니북스 펴냄)이 대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김형배 우리만화연대 회장, 오태엽 대원씨아이 본부장,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등 5명이 최종심에 참여했다.  오 본부장은 “잡지나 온라인 연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단행본으로 출간된 ‘울기엔… ’이 기획의 참신함과 사회 현실에 대한 차분하면서도 리얼한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면서 “‘습지생태보고서’ 등 전작을 통해 다져온 창작 역량을 고스란히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적 소재를 신선한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신과 함께… ’는 우수이야기만화상에 선정됐다. 이밖에 카툰상에는 박기소 작가의 ‘박기소의 아이디어’(거북이북스 펴냄)가, 어린이만화상에는 최신오 작가의 ‘영산강 아이들’(거북이북스 펴냄)이 뽑혔다.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역임한 김동화 작가가 공로상 수상자로, 암투병 와중에도 연재를 중단하지 않았던 고(故) 김지은 작가가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외작가상은 ‘꼬마 니콜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장 자끄 상뻬에게 돌아갔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14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폐막식(21일) 때 열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주민투표 본격 격돌] 정치적 배수진 오세훈 서울시장

    [주민투표 본격 격돌] 정치적 배수진 오세훈 서울시장

    오는 24일 치러지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오세훈 시장이 걸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적 거취는 크게 ‘내년 대선 불출마’와 서울시장직 사퇴로 압축된다. 오 시장이 12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 카드를 뽑을지, 아니면 서울시장직을 걸겠다는 뜻을 밝힐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배수진을 치고 주민투표에 임하겠다는 뜻인 것만은 분명하다. 12일 기자회견에서는 일단 서울시장직 사퇴보다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선 불출마 선언은 “주민투표를 발판으로 대선 행보에 나서려 한다.”는 당 안팎의 정치 공세를 차단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시장으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한 여권 대선주자들에게 보내는 협조 요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시장직을 걸거나, 일단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선거운동 경과를 지켜본 뒤 주민투표 직전 시장직까지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직까지 건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모든 것을 걸고 주민투표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에 자신의 거취를 걸었을 때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에 대해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에는 손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현재 오세훈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특히 “우선하는 가치를 관철하기 위한 툴(도구)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겠느냐.”며 “합리적·개혁적 보수를 자처해 온 나로서는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투표 참여 자체가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부재자투표 신고자가 10만 2000명에 달한다. 투표율로 환산하면 35.8%다. 결코 관심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호떡집에 불난 듯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에 패할 경우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자칫 서울시장직을 내놓고 대선 주자로 나서면 여권 대선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친박 진영은 물론이고 김문수 경기지사 측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를 “‘과잉 복지’로 가느냐, ‘지속가능한 복지’로 가느냐의 갈림길에서 유권자의 힘으로 선택을 결정하는 투표”라고 규정했다. 주민투표 이후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주민투표의 순수성을 폄훼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집단이 과장한 프레임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권 잠룡 중 한 명인 오 시장의 거취 표명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대권 경쟁구도를 뒤흔들 변수임에 틀림없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한 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직을 걸면 주민투표가 유권자 정족수(33.4%)를 채우지 못해 투표 자체가 무산되거나 패할 경우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할 한나라당으로서는 오 시장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만 하고 주민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시장직을 수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오 시장이야 시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서울시장을 야권에 빼앗기는 것보다는 총선과 대선에 그나마 부담이 적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특히 서울 지역 의원들로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치를 경우 가뜩이나 힘든 선거를 더욱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 보니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주민투표 총력전’을 언급하며 본격 지원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무상급식 투표 결과를 망국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사슬이 계속 이어지느냐, 아니면 단절하느냐를 판가름할 심판대로 여긴다.”면서 “대통령은 이번 투표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성심껏 도와야 한다는 의중을 갖고 있으며, 여권이 한마음으로 뭉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 참모도 “대통령은 평소 포퓰리즘의 폐해가 후대를 망칠 것이라는 우려를 자주 한다.”면서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투표를 당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도 이날 야권의 투표 불참운동에 대해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직접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한 뒤 “투표 권장으로 당 방침을 바꿔 공당의 소임을 다하라.”며 전날 홍준표 대표에 이어 총력전을 촉구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靑 민정수석 구인난

    “저마다 다 하나씩은 하자가 있어서….” 청와대 핵심 참모는 9일 후임 청와대 민정수석 인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현직 검찰 간부인 복수의 후보군에 대해 인사 검증을 했지만, 각자 크고 작은 흠결을 지니고 있어 최종 선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청와대 참모진에 따르면 민정수석에는 모두 6명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후보 명단이 올라갔지만, 이 대통령도 후임 민정수석을 놓고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민정수석 인선과 관련, ‘사법연수원 13기 이상, 비(非)대구·경북(TK), 비(非)고대’라는 세 가지 인사 기준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현재 후보군 중에서는 정진영(13기·대구) 전 인천지검장이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선(10기·경북) 변호사와 노환균(14기·경북) 대구고검장도 자주 이름이 거론된다. 박용석(13기·경북) 대검 차장, 황희철(13기·광주) 법무부 차관, 최근 사직한 조근호(13기·부산) 전 법무연수원장, 황교안(13기·서울) 전 부산고검장도 후보군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군 중에서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 근무하는 정진영 전 지검장과 김회선 변호사의 경우 고액의 수임료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기 전 민정수석이 로펌에서 7개월에 7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감사원장에서 낙마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노환균 대구고검장은 경북 상주(TK) 출신에다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와 고려대 동문이라는 게 부담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청문회를 거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다소 융통성 있는 인선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단순히 수임료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전관예우’에 해당된다거나 특정 사건에 연루돼 거액을 받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후보군은 줄잡아 6명인데 아직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후보들을 검토하지도 않아 3배수로 압축됐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11일 권재진 법무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민정수석 후임 인선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차기 대법원장 후보 박일환·목영준 압축

    다음 달 24일 퇴임하는 이용훈 대법원장 후임이 박일환(60·사법연수원 5기) 대법관과 목영준(56·〃10기)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2명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검증팀은 금명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 대법관과 목 재판관에 대한 검증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9일 “이들을 포함해 당초 검증대상에 포함됐던 전·현직 대법관 등 7명의 사전 검증이 마무리 단계”라면서 “최종 후보군으로 박 대법관과 목 재판관이 유력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증팀은 개별 검증 내용과 법조계 안팎에서 청취된 인물평 등을 반영,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후보군에 대해 대법관으로서의 역할과 사법부 수장이란 자리가 갖는 상징성, 정치적인 의미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사법의 행정을 총괄하는 박 대법관과 판사로 근무하며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여준 목 재판관이 유력하게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대법원장 후보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양승태(63·2기) 전 대법관에 대해 “아직 양 전 대법관이 후보군에서 배제됐다고 확언할 수 없다.”면서 “양 전 대법관의 귀국 시기 등에 따라 대법원장 지명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관은 퇴임한 지난 2월 히말라야산맥의 안나푸르나 등정과 로키산맥 트레킹을 하며 휴식을 취한 뒤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이석·안석기자 hot@seoul.co.kr
  • [EPL 이슈] ‘4人4色’ 2011/12시즌 맨유의 측면

    [EPL 이슈] ‘4人4色’ 2011/12시즌 맨유의 측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3-2로 제압했다. 비록 프리시즌 성격이 짙은 매치업이었지만 두 팀 간의 라이벌 의식을 감안하면 결코 가벼운 경기는 아니었다. 물론 커뮤니티 실드를 통해 맨유와 맨시티의 새 시즌 전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직 여름 이적 시장이 한창 진행 중인데다 팀 구성이 완벽히 끝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은 것 또한 사실이다. 국내 축구 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산소탱크’ 박지성이다. 이날 박지성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그라운드를 밟진 못했다. 이를 두고 몇몇 언론들은 벌써부터 치열한 주전 경쟁이 시작됐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박지성은 올 시즌도 위기일까? 지난 시즌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 상대였던 베베와 가브리엘 오베르탕이 각각 베식타스와 뉴캐슬로 이적하며 맨유의 측면은 박지성,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애슐리 영으로 압축됐다. 여기에 노장 라이언 긱스와 측면이 가능한 대니 웰백, 톰 클레버리, 대런 플레쳐까지 가세할 경우 최대 6~7명까지 측면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긱스, 클레버리, 플레쳐의 경우 측면 보다는 중앙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긱스의 경우 이미 지난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서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고 플레쳐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측면보다 중앙에서 더 좋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는 클레버리도 마찬가지다. 결국 맨유의 올 시즌 측면 구도는 앞서 언급한 4명(박지성, 나니, 발렌시아, 영)에 의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누가 보다 주전에 가까우며 어떠한 위치에 포진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커뮤니티 실드에서 나니와 영을 선발로 풀타임 출전시켰다. 발렌시아가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박지성이 벤치에 있었지만 교체 출전시키지 않았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영을 출전시킨 이유는 검증을 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그리고 나니는 이날 전술적으로 필요한 선수였다. 맨유 생활 7년 차에 접어든 박지성은 더 이상 검증이 필요 없는 선수다. 즉, 프리시즌 성격이 강한 커뮤니티 실드에 굳이 내보낼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영은 다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맨유에 녹아들지 못했다. 90분 풀타임 출전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나니의 출전은 전술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치차리토가 빠진 가운데 맨유에서 가장 스피드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선수는 나니 밖에 없다. 웰백이 전방에 포진했지만 경험이 부족했고 영은 경기 내내 미카 리차드의 파워에 압도당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크리스 스몰링을 배치한 것도 나니의 수비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즉, 이날 박지성의 결장을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지난 시즌에 비해 측면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른쪽의 경우 나니와 발렌시아의 경쟁이 예상되고 왼쪽은 박지성과 영이 포지션 싸움을 해야 한다.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로테이션의 범위는 확장될 것이다. 퍼거슨 감독에겐 행복한 고민이다. 상대 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명이 지닌 장점은 모두 제각각이다. 박지성은 활동량이 뛰어나고, 영은 크로스가 좋다. 나니는 스피드가 빠르고, 발렌시아는 직선 플레이가 일품이다. 지난 시즌 맨유가 최전방(루니, 치차리토, 베르바토프)의 힘으로 우승을 차지했다면 올 시즌은 측면의 발끝에서 한 해 성적이 좌우될 공산이 크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유 만큼 다양한 측면 자원을 보유한 클럽은 드물다. 새 시즌 맨유의 측면이 기대되는 이유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커피 한잔… 2700원의 허영? 여유?

    커피 한잔… 2700원의 허영? 여유?

    미국 시애틀의 작은 다방을 세계 최대 커피 전문 브랜드로 키운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그는 “커피를 넘어 경험을 판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커피는 비싸다.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중간 컵(톨 사이즈·284~368㎖)의 값은 3000~4000원 선이다. 한 잔 가격이 주 재료인 커피콩(원두)값의 25배가 넘는다. 김밥천국의 참치김밥(약 2500원)보다 비싸고 순두부찌개(4000원)와 맞먹는 값이다. 도시인들은 주식보다 후식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식생활을 하는 셈이다. 밥보다 비싼 커피는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2008년 5월 한국소비자원은 똑같은 스타벅스 커피라도 우리나라와 미국의 판매 가격이 다르다고 발표했다. 당시 환율(1003.08원)을 적용해 계산해보니 서울에서 중간 컵 크기의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3300원을 줘야 하지만 뉴욕에선 2280원만 내면 됐다. 서울이 44.7%나 비싼 것이다. 소비자원은 해외 로열티, 임대료 등의 높은 비용 구조와 소비자의 외국 커피점 선호 성향 등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에는 외국계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미국산, 10g) 원가가 고작 123원이라는 관세청의 조사 결과가 나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의 원가는 얼마나 될까. 커피 전문점 창업 컨설턴트들의 의견을 종합해 에스프레소(공기 압축 방식으로 뽑은 커피 원액) 한 잔의 원가를 분석해봤다.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합쳐 734원이 나왔다. 시중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에스프레소 가격이 2800~3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2000원(73.8%) 이상의 마진이 남는 것이다. 커피 가맹점은 본사에서 원두를 1㎏당 2만원 정도에 사온다. 1잔에 10g 정도가 들어가므로 원두값은 200원이다. 직원당 한달 인건비는 보통 150만원인데 하루에 8시간씩 24일 근무할 경우 분당 인건비는 130원이다.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2분이 소요되므로 최종 인건비는 260원이다. 가맹점의 컵 가격은 개당 100원이 적용된다. 임대료는 월 150만~1000만원으로 지역별 편차가 있으나 월 300만원을 내고 주 6일 영업한다고 생각하면 1잔당 174원이 들어간다. 단, 이 계산에는 2억원에 달하는 창업 비용(가맹비, 설비 구매, 임대보증금, 인테리어비 등)과 공과금, 로열티 등은 빠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 비용을 포함하면 커피 1잔당 마진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커피값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원두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1파운드(453.6g)당 원두값은 지난해 1월보다 85.4%오른 2달러 50센트(약 2700원)를 기록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옥수수(67.8%), 금(39.3%)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원두값 급등은 2000년대 이후 지속된 커피 소비 증가가 원인이다. 세계 원두 생산량은 2000년 705만t에서 지난해 827만t으로 17.3% 증가한 반면 소비량은 158만t에서 795만t으로 10년 새 400% 이상 늘었다. 여기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인구 대국도 본격적으로 커피 소비에 나서고 있어 원두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원두 외에 카페라테, 카푸치노 등에 부재료로 들어가는 우유, 설탕 등도 값이 뛰고 있어 커피값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활 밀착형 분야인 테이크아웃 커피 시장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일감몰아주기 과세기준 지분 3~5%”

    “일감몰아주기 과세기준 지분 3~5%”

    이달 말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과세 방안 발표를 앞두고 4일 과세 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조세연구원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과세 방안을 5가지로 압축했다. 지배주주의 가족 또는 친족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 주식을 소지한 대주주에게는 증여세 혹은 배당소득세를, 특수관계 기업과 거래가 많은 수혜 기업에는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거나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안 등이다. ●“거래비율 30%이상이면 과세” 조세연구원은 이같은 방안을 놓고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개최한다. 주제 발표를 맡은 한상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청회에서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과 납세의무자, 과세표준 등 과세요건과 5가지 과세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학계, 언론계,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교수는 과세 대상을 특수관계 기업으로부터 물량을 몰아 받은 수혜 기업의 지배주주와 배우자 및 친족으로 규정하되 수혜 기업의 지분을 3~5% 이상 가진 대주주로 한정했다. 또 정상적인 내부거래와 차별화를 위해 수혜 기업의 매출거래를 기준으로 특수관계 기업과의 거래비율이 일정 수준(예: 30% 이상)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4년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음에도 기업 간 몰아주기 거래를 통해 편법으로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수혜기업 지배주주 등에 대해 주식가치 증가분 또는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방안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배당소득세를 분리과세하는 방안이 있다. 법인세 납부 시 물량몰아주기와 관련해 발생한 영업이익에 할증세율을 곱한 금액을 법인세로 추가로 과세하는 방안과 수혜기업에 몰아준 물량에서 발생한 비용의 일정 부분을 손금불산입하는 방안도 토론 대상이다. 하지만 각 방안이 논란의 여지가 있어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주가가 올랐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영업이익에 과세를 할 경우 주식가치 변동과 무관하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증여세가 아닌 소득세로 과세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각 방안 논란 여지… 결론 쉽지않을 듯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얻은 회사에 대한 과세는 제도 설계가 쉽다는 장점은 있지만 자칫 과세가 아닌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비용에 대한 손금불산입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과징금과 중복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당신의 추억을 보여주세요”

    ‘장롱 속에 있는 빛바랜 사진을 찾습니다.’ 성동구는 주민들이 지역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음 달 16일까지 ‘성동구 근현대 사진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압축 성장의 결과 100여년 만에 도시가 자신의 과거를 대부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데 옛날 사진을 통해 이를 복원하고 추억해 보자는 것이다. 공모전에는 190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성동구를 보여주는 풍경과 동네 모습, 상점 모습, 농경지 등 지역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소장한 사람이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이미 사라진 건축물 등 지역의 시대상을 나타내는 사진도 응모 가능하며, 사진에 대한 설명과 추억을 함께 적으면 가산점이 부여된다. 현재 성동구민이 아니더라도 성동구 사진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응모자 중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3명 등 총 46명을 뽑아 최고 50만원의 상금도 준다. 입선작은 지역 근현대 사진 공모전에 전시되고, 근현대 사진 자료집에도 수록된다. 성동문화원 홈페이지(www.ssdc.or.kr)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성동문화원 사무국에 우편으로 접수하거나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입상자는 10월 4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문의 성동문화원(2286-6234~5).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양승태·박일환 등 7명 ‘차기 법원 수장’ 물망

    양승태·박일환 등 7명 ‘차기 법원 수장’ 물망

    정부가 다음 달 퇴임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후임자 인선을 위해 전·현직 대법관 7명에 대해 강도 높은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장 후보군 검증팀은 검증대상자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평가와 능력, 재산형성 과정 등에 대한 세밀한 검증을 거쳐 이르면 9일 후보군을 3배수로 압축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19일쯤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양승태(63·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관, 박일환(60·5기)·김능환(60·7기)·차한성(57·7기) 대법관, 목영준(56·10기) 헌법재판관, 김용담(64·1기·세종)·손지열(64·사법시험9회·김앤장) 변호사 등 7명에 대한 강도 높은 인사검증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대통령은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8일)가 끝난 후 검증팀으로부터 이들 가운데 3배수 인사에 대해 보고받은 뒤 법조계 안팎의 의견을 청취해 20일을 전후해 새 대법원장을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 가운데 양 전 대법관과 손 변호사 등 일부 인사는 한때 청와대의 대법원장직 요청에 대해 고심 끝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양 전 대법관이 고사했다고 대법원장 후보군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며, 손 변호사의 고사설도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양 전 대법관은 법원 안팎에서 ‘대법원장감 0순위’ 평가를 받아온 터라 정부도 그의 고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검증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추진력과 행정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차 대법관과 목 재판관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이석·안석기자 hot@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사정라인 교체기에/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사정라인 교체기에/이기철 사회부 차장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법무장관으로 로버트 케네디를 꼽는 사람이 많다. 그는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었다. 형이 대통령 선거운동을 할 당시 사무장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법무장관에 기용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 미국 법무장관은 연방 검찰총장을 겸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대명사인 연방수사국(FBI)도 법무부 소속이다. 수사와 기소, 검찰 행정권까지 쥔 막강한 자리에 그가 갔다. 그의 임용을 두고 미국 언론은 ‘젖 비린내 나는 족벌 인사’라며 엄청나게 반대했다. 그러나 대통령인 형의 전폭적 신뢰에 힘입어 그는 당시 남부지방에서 들끓었던 흑백 인종차별 정책을 시정하는 등 성공한 미국 법무장관 가운데 한 명으로 기억된다.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떠오른 게 ‘바비’(로버트 케네디의 애칭)였다. 권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는 ‘누나’ ‘동생’ 하는 사이라고 전한다. 상황이 꼭 같지는 않지만 ‘존 F 케네디-로버트 케네디’의 관계가 ‘김윤옥-권재진’ 구도로 연상된다. 한국적 정서가 더해지면 이 구도가 한층 걱정스러워진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정라인의 최고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만만찮다.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옮긴 회전문 인사의 사례도 없다. 권 후보자가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내년에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건의 처리 방향을 결정할 때 권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 반대의 핵심이다. “법무부 장관도 대통령 비서”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에서 이 같은 우려에 무게가 더해진다.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다. 한 후보자는 서울고검장으로 있다가 지난 1월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보임됐다 이번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낙점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국내 최대 검찰청으로 각종 사건들이 집결한다. 현실적으로 각종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확대 재생산된 사례가 많아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용을 반대하며 우리와 검찰제도가 유사한 일본에선 도쿄지검장이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으로 곧바로 승진한 사례가 없다는 것을 사례로 든다. 서울중앙지검장이 곧장 검찰총장으로 승진하는 구도가 촉발되면 일부 지검장들이 지휘 계통을 밟지 않고 인사권자와 직거래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바람직하지 못한, 검찰이나 국민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검찰총장 직행 관행을 불식하기 위해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을 다른 고검장보다 ‘반 클릭’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론자들의 주장 가운데 귀담아 들을 대목이 많다. 하지만 검찰제도를 일본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차이점들이 있다. 일본에선 60대 전후의 노련한 ‘수사통’이 도쿄지검장으로 임용된다. 대개는 도쿄지검장을 지내는 동안 정년(만 63세)에 걸려 퇴직하거나 일선 고검장으로 간다. 극히 드물게 도쿄지검장 출신의 검사총장도 나오지만 도쿄지검장이 직행하는 경우는 없다. 인사 관행이 이렇다 보니 수사 외풍은 자연스레 차단되고, 사건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는 것이 원천봉쇄된다. 검사총장은 주로 기획통이 보임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라는 전쟁터를 매일 지휘하는 야전 사령관 격이다. 각종 외압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압축하면 매일 치열하게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을 위한 사색과 구상의 시간이 부족하다. 그 결과 위기에 빠져 흔들리는 검찰의 위상을 다잡을 방안,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복안, 사기가 떨어진 검찰에 제시할 비전을 가다듬을 시간이 없다. 그러나 한국 검찰에는 이런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정라인 기관장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곧 시작된다. 대구·경북(TK)과 고려대 편중 인사, 정치적 중립성, 병역 면제와 위장 전입 문제, ‘예스맨’과 개인에 대한 충성심…. 청문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chuli@seoul.co.kr
  • [Weekend inside] 이건희 회장의 미래 새 화두는

    [Weekend inside] 이건희 회장의 미래 새 화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프트 기술 ▲S(Super)급 인재 ▲특허를 삼성의 3대 미래 과제로 제시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인재 확보, 경쟁업체들과의 특허 전쟁 해결 등 삼성이 풀어야 할 현안을 압축한 해법이라는 평가다.   ●선진제품 비교전시회 찾아  이 회장은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진행된 ‘2011년도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를 찾아 삼성과 경쟁 제품들과의 경쟁력 현황을 점검했다.  그가 행사장을 찾은 것은 2007년 전시회 이후 4년 만이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경영진 20여명이 수행했다.  이 회장은 전시회를 둘러본 뒤 삼성 사장단에 소프트 기술과 S급 인재,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년, 10년 후를 위해 지금 당장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 기술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품 수를 줄이고 가볍고 안전하게 만드는 등 하드웨어도 경쟁사보다 앞선 제품을 만들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하드웨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들이 S급 인재를 뽑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그는 “지금은 특허 경쟁의 시대로 기존 사업뿐 아니라 미래 사업에 필요한 기술과 특허는 투자 차원에서라도 미리미리 확보해 둬야 한다.”고 지시했다.   ●”경쟁업체들과 차별화”  현재 삼성은 삼성테크윈 비리와 삼성전자 에어컨 자발적 리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애플·오스람 등과의 특허전쟁, 정보기술(IT) 경기 침체 등 여러 가지 대내외적 악재가 겹쳐 어수선한 상황이다.  은둔형 경영자로 불렸던 이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일주일에 두 번꼴로 출근하며 ‘위기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우선적으로 삼성전자 제품의 원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기술(소프트웨어·디자인·서비스 등)을 화두로 꺼냈다.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하드웨어 성능이 뛰어난 ‘갤럭시 시리즈’로 위기를 돌파하기는 했지만, iOS(애플), 안드로이드(구글), 윈도7(마이크로소프트)처럼 제조업체를 지배하는 운영체제(OS)는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칫 구글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급 소프트웨어 인력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글로벌 톱 클래스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는 삼성이 안고 있는 오랜 과제이기도 하다. 애플의 부상으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문화를 바꿔서라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발전시켜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는 기존 업체들과의 특허전쟁에 대비해 미리 특허 확보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임원은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인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 IT 트렌드를 분석해 제시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용어클릭] ●선진제품 비교전시회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삼성과 일류 기업의 제품과 기술력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매년 또는 격년 단위로 열리고 있는 행사로, 삼성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월드 베스트’ 제품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행사는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려 356개 모델(경쟁사 183개 모델 포함)을 전시했다.
  • [열린세상] 평창 올림픽 관건은 지역발전 소프트웨어/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평창 올림픽 관건은 지역발전 소프트웨어/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평창 올림픽 유치성공의 낭보가 들린 지 3주가 지나간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평창 올림픽 유치에 대해 적지 않은 담론이 있었다. 쾌거를 달성한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 자부심, 그리고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달뜬 전망이 담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마냥 샴페인 무드에 젖어 있어도 될까. 기우(杞憂)인지 몰라도 걱정이 많다. ‘성공적인 글로벌 이벤트 개최’라는 절체절명의 사명도 동시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 유치는 끝이 아니고 또 하나의 시작이다. 하계 올림픽과 달리, 동계 올림픽은 설원과 자연 속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지역발전으로 승화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래서 머리가 더 무겁다. 지역발전의 관점에서 동계 올림픽 성적표를 보자.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국가나 지역발전에 좋은 점수를 받은 경우는 1998년 릴레함메르를 제외하고는 손에 꼽기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평창 올림픽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즉 ‘방법론’에 대한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다. 동계 올림픽은 지역발전의 파급효과가 큰 이벤트다. 평창 올림픽은 개최지뿐 아니라 강원도의 지역발전과 재정, 국토발전이나 국가재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때문에 2018년 2월까지 추진해야 할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지역개발의 방향과 내용을 어떻게 ‘틀’로 짜느냐가 중요하다. 교통망이나 경기장 등 인프라에 투자하는 20조원이 넘는 돈은 지역발전의 ‘성과’가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선, 올림픽 ‘유치 모드’에서 올림픽 관련 ‘지역개발 모드’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 알펜시아와 강릉의 압축적 컨셉트는 올림픽 유치에는 유리하나, 지역발전의 파급에서는 불리하다. 모드전환의 핵심은 인프라 투자와 지역발전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다. “지역 경쟁방식으로 진행되는 올림픽 유치가 낭비적인 투자를 유발하기 쉽다.”는 지역정책 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경구(警句)가 기우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방향에서 실용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시설투자와 시설의 이용, 추진체계, 재원대책, 특별법 제정 등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평창 올림픽의 성패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 창출’과 흑자를 위한 ‘시설 운영’에 달려 있을 것이다. 매력 형성의 으뜸은 단연 지속적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이다. 강원의 발전 테마인 관광과 연계한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 대관령 음악제, 평창 의야지 마을, 강릉 경포대, 모래시계 촬영지, 빼어난 경관 등 문화, 환경 자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올림픽 개최지의 핵(核)으로 꼬치구이처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울과 제주가 마지노선인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다. 거주자의 매력 창출을 위해서는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변화하는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 수요 충족, 강원의 향상된 접근성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올림픽 이후 남게 되는 시설 운영에 대한 발상 전환도 필요하다. 동계올림픽을 치른 세계의 다수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국제이벤트 개최시설의 유지관리 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시설을 설치하고, 올림픽 이후의 시설운영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 13개 경기장에 민간의 이름을 달아 주는 ‘공설민영’(公設民營) 방식을 통해 민간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활용하여 수익창출과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지자체나 국가의 재정부담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은 그동안 비어 있던 국토 동측의 성장거점이 되는 형국이다. 평창 올림픽은 강원도뿐 아니라 또 하나의 국가 성장동력이 되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아이디어와 지혜의 결집은 빠를수록 좋다.
  • [테마로 본 공직사회] (12) 공공기관장 공모 허와 실

    [테마로 본 공직사회] (12) 공공기관장 공모 허와 실

    공공기관장 공모를 보면 정부 인사의 투명성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도 이 같은 비난 여론을 감안, 기관장 계약경영제 도입과 공기업 선진화 방안 추진 등 나름대로 개선을 했다. 하지만 민간인 출신 기관장 탄생 등 일부 개선책에도 불구하고 ‘낙점인사’ 논란은 여전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연말까지 117개 기관장의 임기가 끝난다. 특히 이달부터 9월 사이에만 75개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현 정부의 마지막 기관장 인사로 누가 선임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공직 사회의 움직임을 과거 정부와 비교해 살펴본다. ●매립지공사 사상 최대 11대1 경쟁률 환경부 산하기관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공모에는 11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과거에는 큰 관심이 없던 데다 지원자도 3명 안팎에 그쳤다. 지원자들 부류도 다양하다. 고위공무원과 현직 교수, 폐기물 협회 관계자, 전 인천시와 서울시 구청장과 부구청장 등이 응모했다. 특히 현 사장도 응모해 인선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매립지가 인천시 관할 구역에 있다는 점과 공유수면 매립면허권이 서울시에 있다는 점에서 두 지자체를 대표한 후보들도 적임자임을 내세워 응모한 것으로 보인다. 매립지공사는 이달 초 신임 사장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압축된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 후임자 선정에 진통을 겪고 있다. 조춘구 현 사장의 임기는 지난 20일로 종료됐으나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전병성 전 기상청장과 조 현 사장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입김이 세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전 전 청장은 환경부에서 환경전략실장까지 역임했고, 현 정부 들어 기상청장을 거쳐 배경 또만 만만치 않다. 조 사장 역시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한국환경자원공사 전무이사, 감사 등으로 환경부와 인연이 깊다. 환경부 산하기관은 수도권매립지 외에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공모도 마감했다. 여기에도 8명이나 응모해 예비시험인 면접에서부터 경쟁이 치열했다는 전언이다. 환경부 정책기획관, 물환경정책국장을 거쳐 최근까지 소속 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에 재직했던 윤승준 원장의 발탁이 확실시된다. 이 외에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임기도 이달 말로 만료됨에 따라 공모가 진행 중이다. 벌써부터 내정자 이름 등이 거론되면서 공모가 형식적인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흘러 나온다.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은 지난 13일 이사장 공모에 들어갔다. 현 조현용 이사장의 임기는 다음달 7일이다. 브라질 고속철도 건설사업 등 현안을 앞두고 있어 조 이사장의 유임설이 제기됐지만 교체가 확정되면서 공모에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국토해양부 전 간부인 K씨가 내정됐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경제부 산하 20여명도 잇단 교체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장들도 잇따라 임기가 만료돼 수장 교체가 유력하다. 한국전력과 에너지관리공단, 금융 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투자공사, 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등의 수장들 임기가 끝나가기 때문이다.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은 연임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도 연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은 다음 달 26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쌍수 사장 후임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이재훈·김영학 전 지경부 2차관과 이현순 전 현대기아차 부회장, 김주성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에 바뀌게 될 기관장의 임기는 다음 정부까지 일정 기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항간에는 그동안 챙겨 주지 못한 사람들이나 내년 총선을 앞둔 보은 인사나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점 때문에 공모자들의 면면도 정권 초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현 정부 초기인 2008년 한국전력 사장 공모에는 22명이나 응모했다. LG전자 부회장 출신인 현 사장을 비롯, 전직 관료나 학계 출신 등 다양한 부류에서 지원자들이 몰려 들었다. 코트라(KOTRA) 사장직도 마찬가지였다. 재계와 민간기업인, 무역 전문가 등 총 49명이나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갓 출범한 정부가 공기업 기관장에 민간 기업인이나 전문가들을 우대한다는 것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퇴직자 들러리 세우기도 최근 마감한 한전 후임 사장 공모 마감 결과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을 포함해 3명이 응모했고, 코트라 응모자도 9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공모 열기가 식은 것에 대해 “후임자를 내정한 상황에서 공모제에 들러리 서는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내정설이 파다한 가운데서도 공모에 응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전직 한 공직자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기관장 공모는 2배수가 최소 요건이고, 단독 응모는 재공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기관장 자리는 거의 다 내정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내정된 사람만 응모하면 어색하기 때문에 들러리를 세우게 된다는 것. 그는 이 때문에 “부처 총무과에서 기관운영계획 등 필요한 관련 서류를 다 준비해 놓고, 들러리 설 사람은 학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만 떼오면 된다.”며 “해당 기관은 면접 날 나오지 않을까봐 차량을 보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들러리는 그 부처를 떠난 사람들이 서게 된다.”고 밝혔다. 중앙대 황윤원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장을 뽑을 때면 공모라는 절차를 거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임명이나 다름없다.”면서 “과거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엽관제’처럼 업적이나 공적이 아닌 정부에 대한 충성과 공헌도에 따라 내정자가 정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 정부가 필요한 사람을 꼭 앉혀야 한다면 형식적인 공모제를 없애고 정부가 임명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처종합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名품, 狂풍] “명품 두르면 주위 시선이 달라져…내가 대단한 사람 된 느낌 들어요”

    [名품, 狂풍] “명품 두르면 주위 시선이 달라져…내가 대단한 사람 된 느낌 들어요”

    최근 미국 서부여행을 다녀온 K씨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싹쓸이 쇼핑행태를 경험하고 혀를 내둘렀다. LA~라스베이거스 관광버스에 함께 탄 여성 관광객들이 갑자기 여행일정을 바꿔 유명 아웃렛을 방문하도록 가이드에게 거세게 요구했고, 가이드가 마지못해 이를 수용했다. 가이드는 유명 아웃렛에 버스를 댔고, 관광객들은 남은 오후 일정을 아웃렛에서 보냈다. K씨가 도착한 아웃렛에는 이미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 10여대가 줄 지어 서 있었다. 관광객들은 유명 브랜드의 의류와 가방 등을 싹쓸이 쇼핑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회사원 이진희(27·여·가명)씨.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는 평소에 봐뒀던 명품 가방, 옷 등을 꼭 사온다. 이렇게 모은 것이 하나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인 명품 가방 7개, 선글라스 3개, 지갑 3개, 시계 3개 등등이다. 이씨의 명품 사랑은 대학교 4학년이던 23살 때부터 시작됐다. 이씨의 아버지는 사회에 진출하는 딸에게 축하한다며 60만원 정도 하던 펜디의 바게트백을 선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씨는 비싼 명품 가방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펜디 백을 메고 다니자 친구들이 “명품 백 있으니 사람이 달라보인다.” “나도 한번 들어보자.”는 등 부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명품이 사람을 더 가치있게 보이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이씨는 돈을 모아 명품을 사기 시작했다. 이씨는 “명품을 들면 주위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명품 사랑의 이유를 고백했다. 직장생활 4년차인 이씨는 결혼준비를 위한 저축은커녕 명품 구매에 쓴 카드 돌려막기에 급급하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카드 부도를 가까스로 막고 있다. 그래도 이씨는 명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게임 중독만큼 무서운 게 명품 중독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명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꾸준하게 팔리는 이유는 한마디로 압축하면 이씨의 경우처럼 ‘자기 과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자기 과시를 위한 명품 소비는 ‘베블런 효과’와 관련 있다. 비싸면 비쌀수록 소비가 더 늘어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충남대 심리학과 전우영 교수는 “자신이 ‘부’를 가졌다는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기 위해, 나의 취향이 이렇게 ‘고급스럽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명품을 산다.”며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나도 명품이다’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명품 구매 열풍은 세계적 현상이란 주장도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미국에서 1940년대 신흥 부자들이 등장하면서 명품 소비가 크게 늘어난 적이 있다. 신흥 부자들이 이렇게 값비싼 물건을 살 정도로 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곧 명품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명품의 가격이 높은 것은 교묘한 상술 때문이라는 게 연세대 경영학과 오세조 교수의 지적이다. 오 교수는 “명품 제조회사가 처음엔 희소가치를 위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다 나중에는 가격을 내려 많은 사람이 사게 만든다.”며 “이런 순환구조 때문에 소비자들은 명품에 더욱 열광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걸레스님’ 중광 타계 10주기 특별전

    ‘걸레스님’ 중광 타계 10주기 특별전

    “밤에 한지 한 트럭을 배달해 두면 하룻밤 새 다 써버렸답니다. 단순히 기이한 게 아니라 그처럼 극한적인 몰입과 수련 끝에 저런 작품들이 나왔다고 봐야하는 겁니다. 그런데 2002년 타계 뒤 너무 빨리 잊혀진 감이 있습니다.”(이동국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스님 중광(重光·1935~2002). 아니 걸레스님 하면 퍼뜩 떠오를지 모르겠다. 수십년은 더 된, 비루하게 누빈 옷을 걸치고 다니면서 입만 열면 남녀 성기를 뜻하는 ‘X’, ‘X’ 같은 육두문자를 수시로 내뱉었던 기이한 인물. 그래서 1977년부터 영국, 미국 등에서 전시회를 열기 시작했으나 정작 한국에서는 예술가로서 조명된 적은 없는 인물. 이 인물을 재조명해보자는 취지의 전시가 8월 2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만행’(卍行)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힘찬 필치로 녹여낸 달마·학 작품들 “원래 지난해 기획된 전시인데 작품들이 워낙 광범위해서 차라리 한 해 더 늦추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올해 전시에 이르렀다.”는 박물관 측 설명처럼 전시된 작품은 전통적인 묵화에서부터 문학, 조각, 도예, 유화, 영화, 행위예술 등 다양하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달마와 학을 그린 작품들. 하룻밤 새 트럭 한대 분량의 한지를 다 써버렸다는 사람답게 힘찬 필치로 대상을 압축적으로 잡아낸 솜씨가 보통 아니다. 제주 출신답게 말, 바다, 새 등을 소재로 한 제주 풍경화도 녹록지 않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스스로 세상을 깨끗이 하는 걸레임을 자임했다는 것은 깊은 골짜기에서 수도하는 선이 아니라 산에서 내려온 선을 지향했다는 뜻”이라면서 “달마 작품 가운데 외눈박이가 있는데 이는 속세에서 펼치는 선 수행의 한 방법으로 본인의 예술을 강렬하게 의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로 영화감독 김수용 특강 마련도 부대행사도 있다. 8월 6일 오후 2시에는 원로 영화감독 김수용(82)이 ‘나는 왜 허튼 소리를 만들었나’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김 감독은 1986년 중광의 일대기가 담긴 책 ‘허튼 소리’를 영화로 만들었다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불교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10여곳이 잘려 나가자 이에 항의하면서 감독을 그만두기도 했다. 영화는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 김수용 회고전에서 완전 무삭제판으로 다시 상영됐고, 이번 전시 기간에도 상영된다. 5000원. (02)580-13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세계경제위기 온다” 공감… 7시간 진통 끝 ‘악수’

    “세계경제위기 온다” 공감… 7시간 진통 끝 ‘악수’

    독일과 프랑스 양국 정상이 7시간에 걸친 회담 끝에 그리스의 2차 구제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긴급 정상회의 직전에 전해지자 회의장 주변에서는 그리스 부채위기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21일(현지시간) 정오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핵심 쟁점은 채권자 고통분담의 방식과 구체적인 수준으로 압축됐다. 국제금융센터는 회의 직전 “단일한 방안보다는 채권 만기 연장과 유럽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그리스 국채 매입을 포함한 조기환매(바이백) 등이 혼합된 종합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합의안을 내놓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양국은 그리스 구제 방안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신경전을 벌였다. 독일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지난 20일 직접 베를린을 찾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를 만나기 직전 “독일의 이기주의는 범죄 수준”이라는 강경 발언을 내놓았을 정도다. 20일 오후부터 시작된 양국 정상의 회담은 자정을 넘겨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을 만큼 진통을 거듭했다. 그러자 막판에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합류해 “24시간 안에 그리스 추가 구제 방안을 합의하지 못하면 전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합의를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누구도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은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리스 채권 바이백에 투입해 현재 3500억 유로 규모인 그리스 부채를 20%가량 줄이는 방안, 유로 은행에 거래세를 새로 부과해 약 500억 유로를 조성하는 방안, 710억 유로를 그리스에 추가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민간 채권단이 향후 8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30년 만기 국채로 교환(채권 스와프)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안이 실행되면 그리스 부채를 900억 유로가량 더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유로 금융권도 유로존 정상회의에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여기에는 은행에 새롭게 과세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금융권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은행 과세를 통해 그리스 2차 지원의 재원을 마련하려는 구상이 그리스 채권에 덜 노출된 은행에는 불공평한 것이라며 과세 실행에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정상회의 전망이 밝아지자 21일 뉴욕증시는 큰 폭의 상승세로 시작했다. 오전 10시 5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35.09포인트(1.07%) 오른 1만 2707.09에서 거래되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여야 의원이 말하는 해법]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이슈대결 타협으로 조율하는 경험 쌓아야”

    [여야 의원이 말하는 해법]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이슈대결 타협으로 조율하는 경험 쌓아야”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정치 불신이 심각한 이유를 문제해결 방식의 미숙함에서 찾았다. 안 의원은 “우리 국회는 여전히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타협이나 다수결이 아닌 극한 충돌로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정치 불신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압축성장을 해온 한국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면서 “압축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사회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책무)를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민들은 사회지도층을 편법을 동원해 성공한 사람들로 보고,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인들을 불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압축성장을 거치며 더디고 느린 타협과 화합의 문화가 아니라 빠르게 승패가 결정되는 대립의 문화가 형성됐고, 그 절정판이 정치권에서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대립의 정치 문화는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더 확고해졌다.”면서 “독재 대 반독재, 민주 대 반민주라는 구도는 모든 정치 현안을 적을 몰살해야 내가 사는 전쟁 구도로 내몰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 의원은 이 같은 대결구도가 최근 완화되고 있다는 데서 희망을 찾았다.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극한 대결을 펼치던 정치가 이슈 대결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무상급식, 성장과 분배 논란, 반값 등록금 등 정책 문제를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논리 대결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대결을 이분법으로 해결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조율하는 경험을 쌓으면 정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7) 당나라 고문(古文)운동의 리더 한유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7) 당나라 고문(古文)운동의 리더 한유

    세상에 백락이 있은 연후에 천리마가 있으니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준마가 있더라도 노예의 손에 모욕을 당하다 (보통 말과 함께) 마굿간에서 나란히 죽어 끝내 천리마로 일컬어지지 못한다.(중략) 천리마를 채찍질하되 그 도로써 하지 아니하며 이를 먹이되 능히 그 재주를 다하게 하지 못하며, 울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채찍을 들고 말에 임하여 말하되 “천하에 좋은 말이 없노라.”하니 슬프도다. 참으로 말이 없느냐, 참으로 말을 알아보는 자가 없느냐?(‘잡설·雜說 중’) ●천리마, 백락을 찾아 나서다 송대(宋代)의 문장가 소식이 “문장으로써 8대 동안의 쇠미한 풍조를 진작시키고 도의로써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천하를 구제했다.”고 칭송했던, 당대(唐代) ‘고문(古文)운동’의 리더이자 송대 ‘신유학’(新儒學)의 계보를 논할 때 맨 앞자리에 놓이는 사상가 한유(韓愈·768~824). 그러나 한유의 청년 시절은 곤궁하고 암울했다. 당나라 대종 연간에 태어난 한유는 조실부모하고 형님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의지할 가문도 어른도 없었던, 실질적인 소년가장이었다. 집안을 일으키고 세상에 이름을 남길 방법은 과거(科擧) 합격을 통한 출세밖에 없었다. 그러나 과거를 보려 해도 추천이 있어야 했고 명문가의 자제들은 특채로 임용되었다. 한유는 자존심을 내던지고 재상의 집 근처에 머물며 자신의 추천을 부탁하는 편지를 연거푸 보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한순간도 자부심을 버리지 않는다. 스스로 천리마임을 자처하고, 세상에 그 천리마를 알아주는 이가 없음을 탄식한다. 천리마는 여기 있으나 백락은 여기 없구나! 그럴진대 천리마가 스스로 백락을 찾아 나서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유가 살았던 시대는 당나라가 경제, 문화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성당 시절에서 중당으로 넘어가던 때였다. 이 전환의 결정적 계기는 755년에 일어난 안사(安史)의 난이었다. 대규모 용병을 지휘하며 세를 키워가던 군벌의 잦은 반란으로 정치는 불안했고 유랑민이 속출했다. 당 제국은 일시에 혼란에 빠졌지만, 귀족들은 조정의 관직을 세습하면서 도교의 양생술이나 불교의 마음 수행에 빠져 백성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 했다. 도대체 세상을 걱정하고 경영하는 자는 누구인가. 이런 탄식 속에서 한유는, 마음을 다스리고 뜻을 바로 하는 것이 천하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유학의 도(道)를 종주(宗主)로 삼아 스스로를 ‘유학자’로 정립한다. 당시의 사상적 조류는 불교와 도교였으며, 유학의 도는 쇠미해진 옛날의 도[古道]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한유는 이 유학의 도(道)야말로 백성을 구제하고 시대를 쇄신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신념하에, 어찌할 수 없는 신분의 특권을 인간의 능동적인 배움으로 뛰어넘고자 스승 되기를 자처했다. 그는 “옛날 성인은 보통 사람을 능가하는 데도 스승을 찾아 물으러 다녔고 지금의 사람은 성인보다 한참 부족한데도 스승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사설·師說)라고 말하며 스승과 제자로 이어지는 배움을 강조한다. 벼슬길에 나아가면 성인의 도를 실천하고, 물러나면 성인의 도를 전파하는 것이 유학자였기 때문에 제자를 키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장유(長幼)와 귀천(貴賤)에 상관없이 누구든 배우면 성인의 도에 이를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의 견고한 귀족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한유에게 유학은 고리타분한 ‘옛 학문’(古之學)이 아니라 가장 혁신적인 ‘현재의 학문’(今之學)이었던 것이다. ●뿌리를 길러 열매 맺기를 기다리시오 새로운 사상은 새로운 글쓰기를 낳는 법. 한유가 귀족주의에 대항한 또 다른 방법은 글쓰기를 혁신하는 것이었다. 당대 글쓰기의 조류는 성당 시절의 화려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변려문(?儷文) 형식이었다. 변(?)은 두 마리 말이 나란히 수레를 끈다는 뜻이고, 려(儷)는 한 쌍의 남녀라는 뜻으로, 글을 쓸 때 글자와 성조(聲調)를 고려하여 나란하게 대구를 맞춰 쓰기 때문에 변려문이라 한다. 변려문은 한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중국 문학의 예술성을 한껏 높이는 글쓰기였다. 그러나 미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변려문은 당시의 어지러운 현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귀족들의 자족적인 글쓰기가 되고 말았다. 한유는 변려문의 알맹이 없는 공허함을 비판하면서 성인의 도를 드러낼 수 있는 고문(古文)으로 문풍의 변혁을 꾀한다. 한유의 주장은, 내용은 없고 화려하기만 한 지금의 글(時文)을 배척하고 누구나 읽을 줄만 알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예전의 문장을 쓰자는 것이다. 고문이란 당나라 이전 선진(先秦), 양한(兩漢) 시대의 산문적 글쓰기를 지칭한다. 맹자(孟子) 이후로 단절된 성인의 도를 계승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자부하던 한유에게 고문은 옛 성인의 도가 담긴 모범적 글쓰기였다. 따라서 그의 ‘고문 운동’은 단순한 문장의 개혁을 넘어서, 귀족주의적 세계관에 대항하는 사상투쟁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유의 고문 운동은 중소 지주층, 과거 수험생인 젊은 지식인 계층에게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남에게 보여주었을 때 남이 비웃으면 나는 기뻤고, 칭찬하면 근심했다.”라고 할 정도로, 한유는 전력을 다해 당시의 문장과 거리를 둔다. 그 결과 한유의 문장은 전고(典故)도 없고 성운(聲韻)도 없는 기이한 것이 되었다. 한유 문장의 특징을 한 글자로 요약하면 ‘기(奇)’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변려문의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독창적 글쓰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유는 고문의 담백한 문체와 명징한 내용 전달을 본받으면서도, 시를 산문처럼 쓰기도 하고, 글자를 반복해서 리듬감을 살리는가 하면, 참신한 소재를 글쓰기의 주제로 삼는 등 자신만의 파격을 감행한다. 그가 내세웠던 ‘유학의 도’는, 전통과 혁신이 통일된 글쓰기 속에서 효과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존의 문장을 답습하는 것은 사유 자체를 답습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귀족적 질서에 종속되어 살 텐가.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써라! 한유의 고문 운동은 자기 시대 안에서 자기 시대를 극복하고자 했던 한 지식인의 처절한 ‘반시대적 고찰’의 산물이었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운다(不平則鳴) “대개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게 된다. 초목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바람이 흔들면 소리를 내고, 물은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움직이면 운다. 만물이 뛰어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가 그것을 쳤기 때문이고 그것이 내달리는 것은 무엇인가가 그것을 막았기 때문이고 그것이 끓어오르는 것은 무엇인가가 데웠기 때문이다. 소리를 내지 않는 쇠나 돌을 무엇인가가 치면 소리를 낸다. 말에 있어서 또한 이와 같아서 사람은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을 하게 된다. 노래하는 것은 생각이 있어서이고 우는 것은 가슴에 품은 것이 있어서이다.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마음에 편안하지 못한 것이 있어서일 것이다(不平則鳴).” 한유는 평생 소리를 냈다. 청년 시절의 불우함, 유학자를 자처하며 많은 사람들과 논쟁하는 과정에서 시달렸던 비방, 두 번의 유배 생활, 생계를 위해 써준 묘지명 때문에 무덤에 아첨했다는 불명예까지, 그야말로 “평정을 얻지 못한” 한평생이었다. 56세에는 장안의 행정과 사법을 담당하는 장관인 경조윤의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한유는 평생토록 시대의 부침 속에서 민감하고도 과감하게 “소리를 냈다(鳴)”. 깊은 울림을 주는 그의 문장에 공명(共鳴)한 이들은 새로운 지식인 계층을 형성했고, 그가 내세운 ‘도’(道)는 훗날 후학들이 걸어가는 길이 되었다. 백락이 없음을 한탄하던 천리마의 고성(高聲)은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진다. 우리는 천리마인가, 백락인가. 천리마가 되지 못할 바에야,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세상 모든 소리(鳴)에 귀 기울이면서, 그 안에 담긴 ‘불평심’(不平心)과 공명해야 하지 않을까. 홍숙연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외국인도시 길을 묻다] ‘이민자 천국’ 스웨덴 말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서쪽으로 약 500㎞ 떨어진 말뫼시는 ‘다문화 도시’로 유명하다. 특히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이주해온 인종들이 모여 독특한 혼합 문화(Mix Culture)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 인구 3명 가운데 1명(28만명 중 10만 6000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다문화·다인종 도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로 압축되는 완벽한 복지를 바탕으로, 이민에 관대한 말뫼시는 ‘이민자의 천국’으로 손꼽힌다. 중앙역에서 버스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항구도시 베스트라 함넨은 1990년대 말 조선업의 쇠퇴와 함께 도시기반 개선을 통한 친환경지구로 구축된 신시가지다. 해변과 곧바로 맞닿은 산책로에는 유럽인뿐만 아니라 남미, 아시아계로 보이는 다양한 외국인들이 개를 데리고 함께 거닐거나, 몇몇은 웃통을 벗고 잔디밭에 누워 선탠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와 함께 정치적인 이유로 이민자 사회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인종차별과 이민자 추방을 표방하는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SD)이 의회로 진출, 도시 분위기가 이민자들에게 냉랭하게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말뫼 도심에서 ‘이민자 척결’을 외치며 총기를 난사해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 유럽 전체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스웨덴 이민국 관계자는 “차별 감시센터 같은 이민자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분위기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최근 유럽에 부는 이슬람을 비롯한 소수 이민자에 대한 반정서는 당분간 사그라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뫼(스웨덴)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삼성 ‘품질경영’ 고삐 죈다

    삼성 ‘품질경영’ 고삐 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 참석, 부정부패에 이어 품질과의 전쟁에도 나선다. 최근 삼성테크윈 부정·비리 사건을 계기로 임직원 ‘정신 재무장’을 강조해온 이 회장이 이번 행사를 통해 품질 경영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18~29일 수원디지털시티서 열려 17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18~29일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열리는 ‘2011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 들러 삼성 제품의 현주소를 살핀 뒤 소니, 파나소닉, 샤프, 제너럴일렉트릭(GE), 노키아, 애플, 휼렛패커드(HP) 등 경쟁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거나 벤치마킹할 부분을 찾아 보완하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삼성과 일류 기업의 제품과 기술력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이 전시 행사는 매년 또는 격년 단위로 ‘철통 보안’ 속에 열린다. 이 행사는 삼성이 전기·전자 및 반도체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전시회 이후 4년 만에 행사에 참석한다. 그는 이전까지는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행사를 참관했으나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등에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09년에는 불참했다. 이 회장은 이번 행사 기간 삼성전자 수뇌부와 함께 전시장을 찾아 일부 1등 제품에 자만하지 말고 품질 경영에 더욱 매진하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문제땐 그냥 안넘길 것” 현재 삼성전자는 대내외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인 애플이 스마트폰 특허 전쟁을 계기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핵심 부품의 거래처를 타이완, 일본 업체 등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LCD 역시 ‘부동의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해 내놓았던 3차원(3D) 입체영상 TV 역시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최근 산업용 공기압축기를 자발적으로 리콜하고, 삼성전자 역시 에어컨 6만대에 대해 핵심 부품을 교체해주며 사실상 ‘리콜’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김연아 에어컨’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최신형 스마트 에어컨 제품에서 하자가 속출하자 구입자 사이에 환불 모임까지 생겨나는 등 제품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이 회장이 삼성테크윈 문제에서 분노한 것은 부정을 알고도 덮으려 했다는 것”이라며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제품 하자 문제 역시 품질에 이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려 했던 것으로 밝혀지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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