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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처음처럼’/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처음처럼’/강동형 논설위원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이 만들어 가는 끊임이 없는 시작입니다.’ 쇠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지난 15일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그는 20년 20일을 옥살이하는 동안 깊은 사색과 성찰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지성으로 승화시켰다. 처음 세상에 나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를 모은 것이지만 그의 통찰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다. 그가 만든 서체를 ‘쇠귀체’라고 한다. 글씨가 조화롭고 단아하며 서민적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그 글이 가지고 있는 사색의 깊이에 있다. 우리는 소주의 브랜드 이름으로 ‘처음처럼’을 기억하지만 ‘처음처럼’에는 그가 겪은 모진 풍상과 삶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다. 그는 소주 회사 관계자가 찾아와 ‘처음처럼’을 사용하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호사가들은 선생이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뒷담화를 하곤 했는데 후에 안 사실이지만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소주 회사는 매출이 크게 늘자 보답으로 선생이 재직하고 있던 대학에 1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선생은 쇠귀체의 모태는 어머니의 편지였다고 고백했다. 서예 연습을 하다 감옥에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 단아하면서도 사랑이 가득 담긴 서툰 글씨를 모티브로 쇠귀체를 완성했다고 한다. 유명세를 탄 그의 글과 서체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가장 먼저 반기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글씨도 선생의 작품이다. ‘더불어 숲’이나 조정래의 장편소설 ‘한강’의 표지글도 쇠귀체다.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 제목으로도 쇠귀체가 인기다. 선생의 지성은 글에서도 번득인다. 국내 여행기를 모은 ‘나무야 나무야’에서 황희 정승이 노년을 보낸 반구대와 한명회가 세운 압구정을 비교하면서 ‘역사는 우리가 맡기지 않더라도 어김없이 심판한다’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는 옥살이를 하던 목수가 집을 지붕이 아닌 주춧돌부터 그리는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치기도 한다.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더불어 사상’ ‘함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은 정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굳이 하나를 소개한다면 “정치는 국민들이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정권 창출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글이다.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선생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생의 병마가 햇볕을 쬐지 못해 생긴 피부암이라는 게 안타깝다. 선생의 명복을 빈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 한국 독자와 통할까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 한국 독자와 통할까

    1980년대 ‘태백산맥’, ‘혼불’ 등 문학사의 큰 물줄기가 되는 소설을 펴냈던 한길사가 40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 문학으로 돌아선다. 그 첫 번째 선택은 노르웨이 스타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48)의 자전적 소설 ‘나의 투쟁’(전 6권)이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40주년 기념 기획으로 크나우스고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엘레나 헤란테 등 국제적으로 새로운 차원을 여는 실험적인 작가들을 올해부터 소개하려 한다”면서 “한길사가 내는 인문학 책들이 문학과 함께 통합적으로 이해됐으면 한다. 어려운 출판계의 현실에서 스토리의 힘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크나우스고르는 2009년 노르웨이에서 펴낸 ‘나의 투쟁’으로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매거진에서 ‘문학 이노베이터’로 선정되는 등 세계 문단에서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인구 500만명인 노르웨이에서 50만부 이상 팔렸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32개국에서도 출간됐다. 김 대표와 함께 처음 미국의 한 책방에서 이 책을 함께 읽었다는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나의 투쟁’이 우리 문단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수는 “요즘 한국 문단은 ‘소설의 붕괴, 문학의 종말’이라 할 만큼 돌파구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작가가 사회에서 얼마나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작가의 진실성이라는 차원에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실종된 자아와 인간 연대의 고리 등 우리 사회에 던져진 핵심 질문들과 마주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나우스고르는 기승전결로 이뤄지는 기존 소설 작법을 보기 좋게 내던졌다. 자신의 지리멸렬한 일상과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죽음과 같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자해’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밀하게 도려내 서술한다. 이 치밀하고 밀도 높은 ‘기억하기’의 서사는 일견 지루할 것 같지만 날것 그대로의 솔직함과 순간순간 내밀한 곳을 건드리는 각성, 지혜로 시선을 붙잡는다. 김 대표는 “그런 점에서 ‘나의 투쟁’은 소설 쓰기의 새로운 혁명 같은 것”이라며 “문학도들에게도 새로운 교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크나우스고르는 ‘문단의 피카소’로도 일컬어진다. 김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망각의 영역으로 침잠해 버리는 기억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다 들어내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피카소라 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 그의 작업은 속도·압축의 시대를 거친 한국사회에서 내가 누구인지 질문할 수도 없는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나를 움직이고 구성하는 기억은 어떤 것인지, 가족의 삶은 어떤 것인지를 손에 쥐어줄 것”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오늘의 눈] 감동 없는 인재 영입은 ‘정치쇼’/황비웅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감동 없는 인재 영입은 ‘정치쇼’/황비웅 정치부 기자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다 들어주겠다. 전국구든 지역구든 원하는 자리를 주겠다.”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동영 당시 MBC 앵커를 영입하며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는 과정에서 DJ가 참신한 인재 영입을 위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고심 끝에 정동영 전 의원은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함께 영입된 천정배·신기남 의원과 함께 2001년 ‘정풍운동’의 주역이 됐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15대 총선이 인재 영입의 성공 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당시 김영삼(YS) 대통령과 DJ는 사활을 건 인재 영입 경쟁을 했다. 두 사람의 인재 영입 경쟁 기준은 ‘외연 확장을 위한 참신한 정치 신인의 발굴’로 압축된다. YS는 좌파 정당이었던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김문수 의원을 발탁했을 정도로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참신한 인물 발굴에 공을 들였다. DJ 역시 참신한 ‘젊은피 수혈’을 위해 천정배 의원 외에는 일면식도 없던 전문가 그룹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후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거물로 성장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유난히 인재 영입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지면을 장식한다. 지난 10일 새누리당이 1차로 영입한 ‘젊은 전문가그룹’ 6명은 참신성이 떨어지고 이념적으로도 치우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당에 입당했거나 새누리당 소속으로 선거까지 치른 경험이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인재영입=전략공천’이라는 등식을 피하고자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항변하지만, 그렇다면 그렇게 요란하게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야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가칭)의 인재 영입 역시 보여 주기식 ‘정치쇼’에 머물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영입을 발표한 5명의 인사 가운데 3명이 금품·향응 수수 등 비리 전력이 있었다. 더민주에서 지난 6일 여성 영입 인사 1호로 발표한 김선현 차의대 교수는 전공인 미술치료와 관련,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 무단사용 의혹에 이어 표절 의혹까지 불거지자 입당 철회를 선언했다. 참사의 원인은 양측의 빗나간 경쟁의식 때문이다. 안 의원은 더민주의 인재 영입에 대응하기 위해 기본적인 사전 검증도 없이 토끼몰이 식으로 영입 인사를 졸속으로 발표했고, 문 대표 역시 탈당한 인사들의 국민의당 입당 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벤트성 인재 영입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인재 영입이 아닌 ‘보여 주기식 정치쇼’는 국민들에게 선거 피로감만을 더해 줄 뿐이다. 15대 총선 당시와 같이 끈질긴 설득 끝에 당의 미래를 위한 참신한 정치 신인을 발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stylist@seoul.co.kr
  • 박세리·최경주, 응답하라 2016

    박세리·최경주, 응답하라 2016

    1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다시 돌아온 골프의 리우데자네이루 메달 사냥은 누가 이끌까. 대한골프협회는 지난해 11월 강화위원회를 통해 골프대표팀 코치 선임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면서 “해외 투어 경험이 있는 세계적인 선수가 코치의 적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오는 25일 총회가 끝난 뒤 강화위원회 일정을 잡고 2월 말, 늦어도 3월 초까지 코치진 선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협회의 표현대로 ‘해외 투어 경험이 있는 세계적인 선수’는 세계 최고의 남자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경험이 있는 스타급을 의미한다. 더욱이 협회의 다른 관계자는 “30대 후반~40대가 유력하다”고 밝힌 터라 이를 충족시키는 후보군은 남자의 경우 최경주와 양용은, 여자는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등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가운데 한국 남녀 골프를 대표하는 최경주와 박세리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둘은 직간접적으로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어떻게든 대표팀에 기여하고 싶다”고 누누이 밝힌 바 있는 최경주는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수석 부단장을 훌륭히 수행했다.박세리 역시 공식 석상에서 직간접적으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골프는 개인종목이다 보니 ‘원팀’을 이루기 어려운 종목이다. 몇 해 전 렉서스컵 때 캡틴을 맡으면서 많이 배웠다”고 은근한 자기 홍보를 하기도 했다. 협회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오철규 사무국장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광범위하게 적임자를 찾고 있다”면서 “올림픽 코치라는 직책이 개인 종목인 골프의 특성상 상징적인 것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발은 오는 7월 11일. 오 국장은 “코치가 선임되더라도 막상 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물론 코스 분석 등은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7월 중순이나 돼야 본격적인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삼성·LG 혁신제품 CES 휩쓸어

    삼성·LG 혁신제품 CES 휩쓸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6에서 압도적 화질의 TV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각각 수십 가지 상을 휩쓸었다. 삼성전자는 2016년형 스마트TV를 포함해 TV(9개), AV(오디오비디오·3개), 생활가전(7개), 모바일(12개), 반도체(5개) 등 모두 38개의 CES 혁신상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의 가전제품 평가매체 리뷰드닷컴 등 유력 언론의 호평도 이어졌다. 리뷰드닷컴은 삼성의 초고해상도(UHD) TV인 SUHD TV의 신제품 KS9500 시리즈를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하고 “더욱 눈부신 밝기와 퀀텀도트 컬러, 새로운 스마트허브로 지난해 SUHD TV의 성공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다른 매체인 테크레이더는 “SUHD TV는 차세대 TV에 대한 개념을 가장 잘 압축한 TV로 현재 다른 어떤 모델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며 ‘베스트 오브 TV’로 선정했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사운드바(HW-K950)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상하좌우에서 천장까지 확대한 3차원 입체 사운드를 구현해 전시 현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적용한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는 리뷰드닷컴의 에디터스 초이스와 매셔블의 ‘베스트 테크 오브 CES’ 등 8개 이상의 어워드를 수상했다. LG전자는 CES 2016에서 선보인 초프리미엄 가전인 ‘LG 시그니처’가 50여개의 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G6)는 CES의 공식 어워드 파트너인 엔가젯으로부터 TV 부문 최고 제품상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2연패다. 엔가젯은 뛰어난 HDR 화질과 세련된 디자인을 높이 평가했다. 리뷰드닷컴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를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했고, 와이어드는 “불가능할 정도로 제품 두께가 얇고 화질이 뛰어나다”며 최고 제품상을 수여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리뷰드닷컴의 에디터스 초이스와 테크레이더,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주는 최고 제품상을 각각 받았다. 이 제품은 냉장고 문을 두드리면 속 내용물을 볼 수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려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LG 시그니처의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이 인정받았다”면서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새 영화] ‘헤이트풀 8’, 타란티노와 팔룡이 나르샤

    [새 영화] ‘헤이트풀 8’, 타란티노와 팔룡이 나르샤

    영화가 시작되면 이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여덟 번째 연출작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50대 중반의 팔팔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 편만 찍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던 타란티노 감독이기에,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디 한번 제대로 즐겨 보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7일 개봉한 ‘헤이트풀 8’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남북전쟁이 막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혹독한 겨울의 미국 와이오밍주. 폭설로 고립된 한 산장에 저마다 꿍꿍이가 있는 인간 군상이 모인다. 백인, 흑인 현상금 사냥꾼 두 명에다가 교수형을 앞둔 여성 범죄자, 신임 보안관, 교수형 집행인, 카우보이, 퇴역한 남부군 장군, 멕시칸 일꾼 등이다. 어느 하나 결코 올바른 구석이 없어 보이는 ‘혐오스러운 8명’은 서로를 까발리고 조롱하고 의심하며 한바탕 심리극을 펼치고, 영화는 피 칠갑의 대단원으로 질주한다. ‘헤이트풀 8’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에 이은 타란티노 감독의 두 번째 서부극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백인우월주의를 신나게 조롱하는 작품이다. 이야기 구조는 그의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과 무척 닮았다. 설원을 가로지르는 마차가 초반부를 장식하는 것을 제외하곤 공간이 산장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영화는 상당히 연극적으로 다가온다. 추리극 요소까지 곁들여져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이 연상되기도 한다. 웬만한 연기파가 아니면 타란티노 감독 작품에 명함도 못 내미는 법. 다섯 작품째 협업하는 새뮤얼 잭슨을 비롯해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 등 타란티노 군단이 대거 등장한다. 주연 8명 중 이름값은 가장 낮지만 미국 남부 특유의 억양으로 구시렁거리는 월턴 고긴스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타란티노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기도 엄지손가락을 세울 만하다. 조곤조곤 긴장감을 유발하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도 일품이다. 모리코네의 광팬인 타란티노 감독은 이전에도 수차례 기존에 발표된 그의 음악을 인용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오리지널곡을 선물받았다. ‘필름주의자’ 타란티노 감독이 울트라 파나비전 포맷을 반세기 만에 부활시켰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수 렌즈를 통해 영상을 65㎜ 필름에 압축해 찍은 뒤 70㎜ 필름으로 프린트해 2.76대1의 화면 비율로 영사하는 방식이다. 과거 단 12편만 이 방식을 사용했다. 대개 스펙터클한 풍광을 담기 위한 포맷인데, 장대한 설원을 보여주는 것은 잠깐이고 영화 공간이 대부분 실내인 작품에 사용했다는 자체가 파격이다. 국내에선 70㎜ 상영관은 사라진 지 오래라 감독의 원래 의도대로 작품을 감상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70㎜ 필름 버전은 187분, 175분짜리 두 가지가 있는데 국내에서 상영되는 디지털 버전은 167분짜리다. 청소년 관람 불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북한 “수소탄 핵실험”] 인공·자연 지진 구분 어떻게

    [북한 “수소탄 핵실험”] 인공·자연 지진 구분 어떻게

    폭발로 인한 ‘인공 지진’과 지각운동에 따른 ‘자연 지진’은 어떻게 다르고 각각 어떻게 관측할 수 있을까. 자연 지진과 인공 지진은 지진파의 형태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6일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인공 지진은 폭발 에너지가 초기에 압축적으로 나타나고 사라지기 때문에 지진 발생 초기 P파(종파)가 우세하게 나타나고 S파(횡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 지진은 지각 에너지가 단층운동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초기에 발생하는 P파보다는 나중에 나타나는 S파가 더 뚜렷하다. 최근에는 인공 지진이 발생하면 폭발 에너지의 일부가 대기 중으로 나와 20㎐(헤르츠)의 저주파를 발생시킨다는 데 착안해 ‘공중음파’를 측정해 인공 지진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도 이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지진파는 1분 이내에 감지되고 공중음파는 20분 이내에 감지가 가능하다. 이날 오전 일어난 인공 지진에 대해 한국과 외국의 전문 기관들은 지진 규모를 각기 다르게 파악했다. 미국 지질조사국과 중국지진센터, 유럽지중해지진센터는 규모 5.1의 지진으로 추정했지만 우리나라는 처음에 4.2로 봤다가 4.3으로 상향 조정한 뒤 다시 정밀 분석을 거쳐 규모 4.8로 잠정 확정했다. 이처럼 지진 규모가 다르게 측정되는 것은 관측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핵실험 규모를 추정하는 데 이용되는 인공 지진의 규모 파악은 핵실험 장소의 깊이, 주변 토양 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다. 지하 갱도에서 실험했을 경우는 관측 위치가 멀어질수록 신호가 약해지는 ‘도플러 효과’로 인해 지진파 크기가 최대 수십분의1까지 줄어들 수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지진관측소에서는 자연 지진뿐만 아니라 인공 지진에 따른 지각 내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지진파도 감지한다. 이 관측소들은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폭탄의 파괴력은 물론 지진파 도달 시간 정보를 이용해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핵실험 발생 위치도 찾아낼 수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핵실험 같은 큰 규모의 인공 지진은 지진파형 분석만으로도 지진의 원인을 해석할 수 있지만 소규모 인공 폭발일 경우 자연 지진과 인공 지진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진파는 지구 내부 구조를 통과하는 동안 반사, 굴절, 산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약해지기 때문에 지진파만으로 폭발력을 정확히 추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뉴스 분석] 해운업 ‘부채비율 400%’ 논란

    [뉴스 분석] 해운업 ‘부채비율 400%’ 논란

    정부가 위기에 빠진 해운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부채비율 400%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12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채비율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에만 지원하겠다고 단서 조항을 단 게 화근이 된 것이다. 해운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안을 100% 수용해 자구책을 성실히 이행해 왔는데 난데없이 부채비율 조건을 들고 나왔다”면서 “이미 팔 수 있는 자산은 거의 다 매각해 더 팔고 싶어도 못 판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400%라는 숫자가 대체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탁상공론식 정책을 비판했다. ●정부 “회사채 연장으로 정상화 요원… 유상증자 등 추진을” 4일 정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해운업 지원방안은 ‘선(先)자구계획, 후(後)정상화 지원’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대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자구계획 및 노사 동의를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이상 퍼 주기식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다만 해운업계에는 자구계획안 제출에 그치지 않고 부채비율을 400%로 낮추라는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과 차이가 있다. 당장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국적선사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00%대다. 앞으로 부채비율을 300% 이상 끌어내려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013년 두 회사 모두 1000% 넘게 치솟았던 부채비율을 700%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데만 2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부채비율을 300% 이상 줄이기 위해 알짜 자산 매각, 외자 유치, 유상증자도 했다. 정부가 부채비율 400%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렇다. 회사채 발행 마지노선(부채비율 500%)과 글로벌 선사(머스크, CMA CGM)의 부채비율(200~300%)을 감안했을 때 안정적인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려면 400%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측은 “회사채 연장만으로는 해운업계의 정상화가 요원하다”며 “국적선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부채비율 감축은 필수다.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400% 현실적 불가능… 자금 압박 풀어 줘야 ” 그러나 해운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이사는 “그동안 두 회사가 핵심 영업자산을 내다팔아 약 5조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차입금 상환에 모두 쓰였다”면서 “또다시 자산을 팔거나 증자를 해서 8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며 당장 자금(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올해 두 회사가 갚아야 할 금액(선박금융, 회사채, 은행 차입금 등)만 각각 1조원가량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은 “금리를 4% 이하로 낮춰 주고 원금 상환을 유예시켜 주는 등 자금 압박을 풀어 줘야 해운업계의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文, 인재 영입·조기 선대위 ‘마이웨이’

    文, 인재 영입·조기 선대위 ‘마이웨이’

    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선언한 3일 문재인 대표는 ‘인재 영입’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또 탈당한 의원의 지역구에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연쇄 탈당’이 예고되는 당내 비주류 진영을 향해 ‘정면 승부’를 선포했다. 새해 첫날 공식 일정을 마치고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렀던 문 대표는 이날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입당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로 복귀했다. 김 의장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에 이어 일주일 만에 공개한 문 대표의 인재 영입 2호 인사다. ‘안철수 신당’이 더민주를 탈당한 인사들 위주로 진용을 갖추는 데 비해, 정치권 밖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차별화를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 공동 창업, NHN게임스 대표이사, 웹젠 대표이사 등을 지낸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정보기술(IT)기업인이다. 김 의장의 주식 평가액은 2231억원으로 현역 의원 재산 1, 2위인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번 영입은 안 의원 탈당 이후 부재하는 IT 전문가를 충원한다는 성격이 짙다. 40대인 김 의장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젊은 피 수혈’에 공을 들이고 영입 결과를 연쇄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표는 “표 전 교수가 정의를 상징한다면, 김 의장은 혁신을 상징한다”며 “특히 경제 혁신에 중점을 둬 벤처 신화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당을 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주역”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표는 탈당으로 당 소속 의원이 비는 지역구에 새로운 인물을 공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밝혔다. 이 때문에 전북 정읍 출신인 김 의장을 더민주를 탈당한 유성엽(정읍) 의원의 지역구에 배치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장은 ‘벤처 창업 1세대’인 안 의원에 대해 “그분이 사장님인 회사는 의사 결정의 투명성 등 부분이 제가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한편 문 대표는 비주류 의원들의 잇단 탈당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표는 “호남 (인사를) 포함한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에 대체로 당내 공감대가 모아졌다”며 “위원장 후보에 대해서는 압축이 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주 내 선대위 구성을 목표로 4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공동선대위원장 물망에 오른 김부겸 전 의원을 비롯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은 모두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신년기획] 코스피 최대 2200선… 美 추가 금리인상 ‘IT·車·바이오’ 호재

    [신년기획] 코스피 최대 2200선… 美 추가 금리인상 ‘IT·車·바이오’ 호재

    미국 월가 사상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피터 린치는 “열에 여섯만 맞아도 잘한 것이다. 열에 아홉은 결코 맞힐 수 없다”고 했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불확실성이 산재한 증시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예언과도 같은 전망을 찾아다니고 전문가들은 각종 데이터와 노하우가 축적된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리서치센터장에게 병신년(丙申年) 새해 증시 전망과 키워드, 투자 전략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새해에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연말 대선, 신흥국 경제 상황 등 대외 변수가 많은 탓에 센터장들이 예상한 증시 흐름도 엇갈린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올해 상반기는 유로존과 중국의 부양책 가능성으로 우호적인 여건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정책 동력이 약화되고 미국 금리 인상 영향 확대로 주가의 추가 상승이 저해될 것”이라며 상고하저(上高下低)를 예측했다. 이상화 현대증권 센터장도 “미국계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미국 금리 인상 본격화와 이에 따른 신흥국의 적응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며 상고하저를 골랐다. 반면 상반기보다 하반기를 낙관하는 전망도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상반기 국내 경기 둔화 지속과 미국 금리정책 불확실성, 일시적 인플레이션 부담, 미국 대선 이슈 등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다 하반기에 해소될 것”이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예측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으로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가 하반기 들어 퇴직연금 등 장기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센터장들이 예상한 코스피 예상 범위는 최저 1700에서 최대 2350으로 낙차가 650포인트나 됐다. 서울신문이 재작년 이맘때 같은 증권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작년 예상치 1850~2400보다 하한과 상한 모두 낮아졌고 폭은 100포인트 커졌다. 유승선 미래에셋증권,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구체적인 주가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안병국 KDB대우증권 센터장이 1700~2150으로 가장 낮게 잡았다. 작년 연중 최저치 1829.81(8월 24일)과 최고치 2173.41(4월 23일)에 비해 어둡게 전망했다. 이창목(1850~2200), 신동석(1880~2240), 이준재(1900~2250) 센터장은 최고점 2200대 초중반의 비슷한 예상을 했고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1900~2350의 약간 낙관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센터장들이 제시한 키워드를 풀이하면 올해 국내 증시에 드리운 여러 위험 요소들이 보인다. 신동석 센터장은 ‘산이 가로막고 물줄기가 끊어져 더 나아갈 길이 없다’는 뜻의 사자성어 산궁수진(山窮水盡)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은 ‘생존’이라는 두 글자로 압축하면서 산업계 구조조정이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녹록지 않은 세계 경제 여건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구조조정의 파도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 쇼크 이후 조선업종을 중심으로 부각된 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철강, 석유화학 등으로 번지며 ‘한계기업’ ‘좀비기업’ 논란이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기계, 운송, 건설, 자원개발 업종 역시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중국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우리 산업에 미칠 파급력이 우려된다. 중국 내 한계기업의 부도가 이어지면 아시아 신흥국의 경기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병국 센터장이 제시한 키워드 ‘서바이벌 게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업종별 주가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낙폭이 과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조정 업종의 비중 확대에 나서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선 센터장은 ‘퀄리티’(질)를 강조하며 종목 선택에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이상화 현대증권 센터장이 키워드로 던진 ‘코리아 온 와이어’는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표현했다. 선진국을 대표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신흥국의 중심인 중국 경제의 방향성이 국내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준재, 박기현 센터장이 제시한 키워드에는 공통적으로 ‘환율’이 포함됐다. 이창목 센터장이 꼽은 ‘미국 통화정책 속도’와 조윤남 센터장의 ‘변동성’ 역시 외부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양기인 센터장은 오랜 기간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를 한 만큼 위기를 잘 넘길 것이라며 ‘유비무환’(有備無患)을 내걸었다. 유망 업종으로는 원화의 상대적 약세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꼽혔다. 특히 정보기술(IT)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환율 수혜뿐 아니라 유가 하락도 호재로 작용하는 자동차 업종도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해 가장 ‘핫’한 업종으로 떠올랐던 제약·바이오와 헬스케어 업종은 올해도 전망이 밝을 것으로 지목됐다.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꾸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약품을 필두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성장 산업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 조용준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 산업과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도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급증한 중국의 소비 수요 덕에 사상 최대의 활황을 맞았던 화장품이 올해도 주목해야 할 업종에 들어갔다. 중국의 수요 증가와 투자 확대가 지속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업종도 전망이 밝다.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반등이 기대되는 건설 업종이나 구조조정 이슈로 부각될 수 있는 철강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기현 센터장은 “은행은 부동산 가격과 금리 상승의 대표적 수혜주이며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중장기 건전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심사평] 새 이야기 방식·강렬한 페이소스 지녀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심사평] 새 이야기 방식·강렬한 페이소스 지녀

    본심에 올라온 9편의 작품 가운데 단 한 편의 작품만을 제외하고는 제목이 모두 외국어(특히 영어)나 외래어로 된 것이었다. 외국어를 쓰면 안 된다거나 무조건 시류를 거부하는 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의 입구이면서 문패와 같은 제목에서 외국어가 남발되면 작품의 정체성, 개성이 흐려질 염려가 있다. 쓸 이야기는 부족하고 반성 없는 발설의 충동만 느껴지는 작품은 공허하고 겉멋이 들어 보일 뿐이다. 정교하고 압축된 이야기와 강력한 구조, 경제적인 언어를 지향하는 단편소설에서는 공감대와 설득력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강명균의 ‘몰’은 많이 가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고독, 허위의식 같은 이야기가 이미 평범할 대로 평범해져 버린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서사는 현대성의 거죽에서만 머물 뿐 깊이를 갖지 못한다. 차하율의 ‘상자 속의 뱀은 어디로 갔을까’는 특이하고 흥미롭다. 단, 집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주는 신종 직업이 등장하고 해외 선물시장의 치열한 전장이 묘사되는 중반부까지만. 후반부에서는 앞서에서의 이야기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스스로 소거해 나가기 시작한다. 권용주의 ‘론리 플래닛’은 치밀하고 단단한 이야기와 세부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정처도 없고 오갈 데 없는 난민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오래되긴 했어도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하지만 단편소설이라는 짧고 좁은 시공 속에 그런 포괄적인 주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작품을 지루하고 산만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당선작으로 쉽게 합의한 김현경의 ‘핀 캐리’(pin carry)는 독특하다. 일단 이 소설은 평범한 한 남자의 어두운 정열과 ‘일부러 져서 이기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이야기 방식을 선보였다. 구성이 단단하고 초점이 분명하며 인물이 살아 있다. 또한 본심에 오른 다른 작품에 비해 유난히 강렬한 페이소스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계속 소설을 써 나가는 데 긴요한 에너지원이라고 판단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된 분들의 분발을 바란다.
  • [2016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심사평] ‘인간성 상실의 풍경’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려

    [2016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심사평] ‘인간성 상실의 풍경’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려

    극단적 현실 폭로와 재현 작품들이 줄고 회복과 재생 가능성을 사유하는 작품이 많아졌다. 더불어 극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은유적 상상력과 연극적 형식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논의를 거쳐 155편의 응모작 중 4편으로 압축했다. ‘완벽한 하루’는 결혼을 앞둔 동거부부가 맞이하는 하루의 일상을 통해 꿈과 이상은 물론 기본적인 삶조차도 위협받는 젊은 세대의 비애를 로맨틱 코미디의 연극적 틀을 유지하며 설득력 있게 그려 냈다. 그러나 일종의 연극적 환상이 깃든 일상이라 할지라도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내 사랑 안나’는 실패한 가족 관계 속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한 소녀가 자기 삶의 복원을 시도하는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응시하는 진정성이 돋보인 반면 객관적 거리를 통해 보편적 이야기로 확장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아침의 맛’은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와 좀비부자(父子)의 만남이라는 희극적 설정으로 시대의 우울을 포착하고 관계를 전복시키는 연극성이 뛰어났다. 그러나 희곡의 모티브들이 은유와 상징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좀비’라는 존재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찾기 힘들었다. ‘노인과 바닥’은 한 독거노인의 마지막 하루를 통해 끝없이 추락하는 삶의 조건과 인간성 상실 풍경을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이 세계의 또 다른 이면을 보게 하는 문학성이 돋보였다. 다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구도 및 주제 의식이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것을 또 다른 문학적 성취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 마지막까지 ‘아침의 맛’과 ‘노인과 바닥’, 두 작품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연극성인가, 문학성인가의 문제는 희곡의 운명과도 같은 오래된 질문일 것이다. 결국 재기 발랄한 연극성은 더 일찍 무대에서 환영받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이 시대의 절망을 좀 더 큰 틀에서 사유하며 형상화한 ‘노인과 바닥’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문학성 짙은 희곡이 감당해야 할 여러 난관을 견디며, 묵묵히 자신만의 연극성을 벼릴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 [경제 블로그] 윤종규 인사에서 부활한 ‘김정태 법칙’

    [경제 블로그] 윤종규 인사에서 부활한 ‘김정태 법칙’

    아쉬움과 설렘 속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입니다. 기업들의 막바지 인사도 한창입니다. 지난 29일에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누군가는 승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짐을 싸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KB 인사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태 법칙’입니다.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에게서 비롯된 말이지요.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번에 임원들을 상당수 교체했습니다. 지난해 신규 선임된 임원들이라도 1년 만에 과감하게 사업 부서를 전환 배치했죠. 일례로 기존에 경영기획을 담당했던 허인 전무는 이번에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영업그룹을 맡게 됐습니다. 이홍 영업그룹 부행장은 경영기획그룹으로 ‘맞트레이드’됐습니다. 리스크 관리를 담당했던 박정림 부행장이 여신그룹으로 이동하면서 이 자리는 홍보 담당이었던 김기환 상무가 맡았습니다. KB금융 안에서는 2004년 1월 인사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당시 김정태 행장은 윤종규 재무담당 부행장을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으로 보내면서 신기섭 자본시장본부 부행장을 그 자리에 앉혔습니다. 회계사 출신이었던 윤 부행장에게 영업은 비(非)전공 분야였습니다. 김 행장은 당시 자신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윤종규·신기섭·김영일 등 3명의 부행장에게 은행의 주요 업무를 두루 섭렵하도록 전환 배치하며 후계 경쟁을 유도했습니다. 김 행장의 이런 인사 방식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잭 웰치 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후계자 선발 모델과 유사하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웰치 전 회장은 1994년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15명을 선발하고 7년간 검증을 통해 최종 3인의 후보를 압축했습니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1년 넘게 행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 이후 각 사업 부문에서 검증을 통해 앞으로 차기 행장을 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후계 구도를 위한 일종의 테스트인 셈이죠. 고(故) 김 행장이 삼고초려 끝에 국민은행에 영입한 인재가 바로 윤 회장입니다. ‘리틀 김정태’라고도 불리는 윤 회장이 고인의 인사철학을 10년 만에 다시 꺼내 든 셈이지요. 의도한 성과를 거둘지는 더 두고 볼 일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포스코 ‘파이넥스 공법’ 中 이어 인도 진출 협의

    포스코 ‘파이넥스 공법’ 中 이어 인도 진출 협의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의 해외 수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 30일 포스코에 따르면 파이넥스 관련 기술은 현재 중국에 이어 인도에도 기술 수출을 협의 중이다. 파이넥스 공법이란 코크스 제조공장과 소결공장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바로 사용하는 신기술이다. 기존 용광로 대비 투자비와 생산원가 절감에 유용하다. 또 환경오염 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도 기존 용광로 대비 각 40%와 15% 수준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3년 9월 중국의 중경강철과 연산 3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공장 건설을 위한 합의 각서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인도 민영 철강사 우땀갈바메탈릭스와 포항제철소 1파이넥스 및 광양제철소 압축 연속주조 압연설비(CEM) 이전 사업에 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올해의 합격자] (8) 7급 지역인재 기술직렬 이재원씨

    [올해의 합격자] (8) 7급 지역인재 기술직렬 이재원씨

    공직사회에 다양성을 더하고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2005년 도입된 지역인재 채용제도(7, 9급)로 선발되는 공무원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지역인재 7급 선발 인원은 105명으로 첫해 선발 인원(50명)의 2배를 넘어섰다. 인사혁신처는 계속해서 지역인재 선발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의 추천을 받은 재학생, 졸업생 등이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시험, 수습근무 등 4단계 과정을 거쳐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이 과정은 일반 공채에 비해 필기시험 과목 수는 훨씬 적지만 선발 인원이 워낙 적기 때문에 합격 문턱이 높다. 내년도 지역인재 전형을 노리는 수험생들을 위해 올해 5월, 6대1의 경쟁률을 뚫고 지역인재 7급 기술직렬에 최종 합격한 이재원(24·전남대 건축공학과 4년)씨의 수험기를 싣는다. 지난해 11월, 대학 같은 과 선배를 통해 남들과 다른 경로로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어요. 지역인재 전형은 특히 저 같은 지역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였죠. 저보다 한 해 먼저 합격한 선배를 보며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어요. 언뜻 보면 지역인재 전형이 일반 공채보다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특히 저처럼 기술직렬을 지원하는 이공계 출신들은 정보가 많이 부족해요. 지역인재 채용제도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은 데다 기술직렬 선발인원은 행정직보다 적기 때문에 그만큼 시험 관련 정보가 희소하죠. 또 졸업생이나 졸업예정자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재학생들은 학업과 병행하느라 체력적·정신적으로 한계가 오기도 해요. 그래도 평소 공직에 뜻이 있었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생활은 6개월 정도로 비교적 짧았어요. 시험 준비를 압축적으로 해내야 했죠. 지역인재 전형은 무엇보다 학교의 추천을 먼저 받아야 해요. 선정 기준을 보면 기본적으로 성실성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교내 추천에 뽑히려면 재학 기간 학과 성적 상위 10% 이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토익 700점 이상 등 조건이 있어요. 전체 학점이 반영되는 만큼 취업 시즌에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지역인재 채용제도에 지원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교내 추천자로 선정만 되면 학교에서 많은 배려를 해 줍니다. 다른 지원자들과 스터디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스터디룸도 마련해 줬어요. 수업이 끝나면 그곳으로 달려가 필기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와 면접 준비를 했어요. 지역인재 전형에서는 PSAT가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고 생각해요. 신경을 많이 썼는데도 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아 고민이 많았어요. 게다가 건축공학과 특성상 3학년 겨울방학 때는 6주간 현장실습을 나가야 졸업 자격이 주어지죠. 학교 추천으로 지역인재 전형에 응시한 것이기 때문에 현장실습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죠. 필기시험을 앞두고 현장실습이 끝난 후 한 달의 시간이 주어졌어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스터디를 한 뒤 저녁 시간에는 오답정리를 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터디를 통해 행정직렬 지원자들과 교류하며 각종 시험 관련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최종 면접 때는 필기시험 합격자들이 전부 서울로 가서 준비를 했어요. 지역에서는 확실히 정보를 접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대부분 수험생들이 서울 노량진 학원가 인근에 방을 구해 면접 준비에 전념했는데, 저는 학교 수업을 듣느라 주중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스터디를 하고 매주 주말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로 갔어요. 이틀간 정보를 빠르게 흡수한 뒤 학교로 돌아가는 생활을 6주간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어요. 마지막 단계에서 잘못해서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도 굉장한 압박감을 느꼈죠. 수험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째였던 올 5월 8일, 어버이날에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곧바로 고향인 전남 완도로 내려가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습니다. 정말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최고의 선물을 드린 것 같았죠. 수습 근무는 내년 중반부터 1년간 받게 됩니다. 2월에 학교를 졸업할 예정이고요. 지역인재 채용제도는 지역별 선발 인원이 나뉘는데 광주 지역은 전남대에서 8명의 합격자가 모두 나왔어요. 내년 이 제도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단순히 좋은 기회라고 지원하면 지역인재 전형을 손꼽아 기다려 온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뺏는 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추천을 받더라도 개인이 PSAT 등 시험 준비에 미흡하면 중도에 탈락할 수 있거든요. 끊임없이 적성을 고민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과정을 거쳐 정말 공직에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지원하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감사한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정리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올 한 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안방극장 왕 ★은?

    올 한 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안방극장 왕 ★은?

    올 한 해 안방극장을 빛낸 최고의 탤런트는 누구일까. 지상파 방송 3사는 30, 31일 2015 연기대상을 열고 올해 최고의 연기자를 가린다. ‘그들만의 잔치’, ‘나눠 먹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연기대상은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많은 스타가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이벤트라는 점 때문에 연말 시상식 가운데서도 가장 시청률이 높다. ●MBC, 전인화·황정음·지성 3파전 압축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 것은 30일 밤 8시 55분에 방송되는 MBC 연기대상이다. MBC는 올해 수상자 선정에 공정성을 확보하고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공동 수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신 ‘드라마 10대 스타상’과 ‘베스트 조연상’ 등 수상 부문을 확대해 수상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연기대상은 전인화, 황정음, 지성 등 3파전으로 압축된다. 전인화는 MBC 주말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막장 드라마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독보적인 1인 2역으로 30%를 넘는 시청률을 견인한 1등 공신이다. 거기에 올해 3월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에도 출연했다. 그동안 ‘백년의 유산’, ‘신들의 만찬’ 등 MBC 주말극을 이끌어온 공헌도도 수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동안 침체됐던 MBC 미니시리즈의 자존심을 세워준 두 젊은 배우들의 수상 가능성도 높다. 홍조에 뽀글머리 등 망가짐을 불사하는 연기로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신드롬의 주역인 황정음은 화제성 면에서는 선두다. 시청률 성적표도 좋았고 앞서 ‘킬미, 힐미’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력만 놓고 본다면 ‘킬미, 힐미’에서 1인 7역에 도전한 지성이 단연 눈에 띈다. 수많은 인기 스타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해 캐스팅에 난항을 겪은 역할이었지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성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시청률 가뭄’ KBS, 엄마들 각축에 김수현 가세 31일 밤 8시 30분과 8시 55분에는 KBS와 SBS 연기대상이 맞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시청률 가뭄이 계속된 KBS와 화제작 풍년이었던 SBS의 온도 차는 극명하다. KBS 연기대상은 ‘엄마’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청률 30%가 넘는 인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주말연속극 ‘부탁해요, 엄마’에서 평범하지만 생활력 강한 우리네 엄마 연기를 펼치고 있는 고두심을 비롯해 지난 5월 종영한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열연했던 ‘국민엄마’ 김혜자와 연기 변신을 선보인 채시라도 유력한 대상 후보다. 미니시리즈 가운데는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 ‘프로듀사’가 시청률과 해외 판매도에서 기여도가 높은 가운데 PD 백승찬 역으로 인기를 모은 김수현의 수상 가능성도 높다. ●화제작 풍년 SBS, 대상 후보 가장 많아 한편 SBS는 올 초 방영된 드라마 ‘펀치’에서 시한부 검사 역으로 재기에 성공한 김래원과 카리스마 있는 검찰총장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조재현, 시청률 20%를 돌파한 ‘용팔이’의 주역인 주원 등 대상 후보자가 많다. 게다가 70% 이상 방영돼야 후보작에 들 수 있다는 규정이 올해는 50% 이상으로 완화되면서 대상자는 더욱 넓어졌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열연하고 있는 김명민과 유아인, 1인 4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주말 드라마 ‘애인있어요’의 김현주가 대표적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대출 규제·교통망 개통’ 시장 가늠할 풍향계

    ‘대출 규제·교통망 개통’ 시장 가늠할 풍향계

    올해는 지난해 뿌려 놓은 부동산 정책의 수혜를 입은 해였다. 가히 ‘청약 전성시대’였다. 지난 10월 누적 주택 매매거래량(100만 8000건)은 2014년 연간 거래량을 넘어섰고 청약경쟁률은 11.5대1로 2년 전(2.9대1)보다 크게 높아졌다. 전국 아파트 신규 공급 물량은 연말까지 역대 최대인 50만 가구에 달했다.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의 영향이 컸다. 청약순위 간소화 등 청약제도 완화, 재건축 연한 완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올 들어 본격 시행되면서 저금리 기조 속 전세대란과 함께 신규 분양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내년 부동산 시장은 다시 고삐가 조여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규제와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저금리 시대 종언을 예고한 만큼 부동산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정책, 제도, 개발 이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내년 시행되는 각종 부동산 정책 및 제도를 잘 알아두면 내 집 마련에 좀더 유리할 수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제도는 크게 대출 규제와 교통망 개통에 따른 호재로 압축된다. 정부는 지난 14일 이자와 함께 원금을 나눠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 대출규제 가이드라인을 수도권은 내년 2월, 지방은 5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택구입용 대출을 받거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를 초과하는 고부담대출의 경우에 해당된다. 다만 분양을 통해 대출이 진행되는 집단대출(중도금·잔금 포함)은 예외규정으로 둬 주택 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기존 집을 팔고 신규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대출 규제로 인한 기존 주택 매각의 어려움으로 신규 분양을 망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겠다며 주택담보 대출 요건을 강화한 7·22 가계부채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은행 등 금융권이 주택담보 대출심사를 할 때 담보물의 가격보다 소득 등 상환 능력을 중점적으로 보고, 이자만 내고 원금은 갚지 않는 거치 기간은 현행 3~5년에서 1년 이내로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 3~4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해외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정부의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내 집 마련 시 무리한 대출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내년 7월에는 LTV·DTI 규제 완화도 종료된다. 2014년 8월 금융위원회는 DTI를 수도권은 60%로, LTV는 전 금융권과 전 지역을 70%로 상향시켰다. DTI의 경우 이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50%를, LTV는 수도권에서 50~70%, 비수도권에서는 60~70%를 적용했다. LTV·DTI 규제 완화는 행정지도 성격이 강해 1년 단위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내년 4월에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 여러 개발공약과 정책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를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집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부동산 거래·신고도 내년 초 서울 서초구에서 시범 운영돼 2017년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내년에는 새롭게 뚫리는 교통망도 풍부하다. 주변 지역들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눈여겨볼 만하다. 내년 2월에는 신분당선 연장선 정자~광교구간(12.8㎞)이 개통된다. 그러면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강남까지 30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같은 달에 수원~인천 복선전철 전체 52.8㎞ 구간 가운데 수인선 송도역~인천역 7.4㎞ 구간도 개통될 예정이다. 이 구간이 개통되면 지난 2012년 6월 오이도역~송도역 13.1㎞ 구간과 함께 인천 구간 20.5㎞ 구간은 모두 뚫리게 된다. 상반기 중에는 수도권 고속철도(KTX) 수서~동탄~평택 구간이 개통 예정에 있어 경기 남부지역에서 서울 강남까지 20분 이내 도달이 가능해진다. 성남~여주 복선전철도 개통을 앞두고 있어 경기도 광주, 이천, 여주 등의 지역에서 경기 남부권 및 강남권 진출이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내년 11월에는 제2영동고속도로도 뚫린다. 경기도 곤지암~강원도 원주 56.95㎞ 구간이다. 기존 서울에서 원주까지 15㎞가 단축되고 시간도 강남까지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어 원주는 서울 생활권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에는 울산~포항 고속도로도 53.68㎞ 전 구간이 개통돼 기존 60분에서 30분대로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이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포항의 철강산업과 울산의 자동차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지역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말에는 2022~2025년 개통 목표로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이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아 서울 전세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는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매매를 갈아타거나 신규 분양을 받는 현실적인 내 집 장만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급과잉 우려 지역은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가계대출 규제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며 신규 공급 물량도 지역에 따른 쏠림현상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에도 입지여건이 우수하고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물량이 제법 나온다. 삼성물산은 서울 광진구 구의1구역에 재건축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전용면적 59~145㎡, 854가구 중 502가구)를 분양한다.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이 도보권이며 천호대로·올림픽대교 등을 통해 강남 및 도심권으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롯데건설이 내년 1월 강원 원주시 기업도시에 분양하는 ‘원주 롯데캐슬 더 퍼스트 2차’(전용 59~84㎡, 1116가구)는 내년 11월 개통 예정인 제2영동고속도로의 수혜가 기대된다. 인천~강릉 KTX 노선 서원주역도 2017년 개통 예정에 있어 교통여건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같은 달 경기 평택시 용죽지구에 내놓는 ‘비전 아이파크 평택’(전용 75~103㎡, 585가구)은 차로 10분 거리에 KTX 신평택역(가칭)이 2016년 상반기 개통될 예정에 있어 강남까지 2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하다. GS건설도 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반포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자이’(전용 59~155㎡, 607가구 중 153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이 있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내년 상반기 개통되는 KTX 수서역을 통해 지방으로 가기 수월하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날개 없는 선풍기’ 공공조달… 과실주에도 사카린 허용

    국내 기업을 옥죄는 17가지 기술규제가 내년에 풀린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공공조달이 허용되고 음료·소주·건강기능식품 등에 허용되는 사카린나트륨 사용이 과실주에도 허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4일 제361차 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경제 4단체, 업종별 협회·단체, 관계부처와 협력해 선정한 기업에 부담을 주는 17개 기술규제 개선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업계는 복잡한 행정 절차의 간소화, 이중 시험비용 경감, 저품질 수입제품에 대한 국산제품의 경쟁력 확보 등으로 연간 수백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과도한 기준 규제완화 사례로 내년 6월까지 소음이 적은 소형 풍력설비의 이격 거리 기준이 기존 50m에서 타워 높이의 2배 수준인 10~20m 수준으로 완화된다. 날개 지름 크기를 일반 선풍기로 제한해 아무리 신제품에 효율이 높아도 공공조달이 불가능했던 날개 없는 선풍기 등도 공공조달이 가능해진다. 기술혁신속도를 법 제도가 못 따라간 대표적 사례다. 신규 사업자의 참여를 막았던 친환경 산업용 목재팰릿(파쇄·건조·압축해 만든 목재연료) 보급사업의 참여 기준도 시공 실적 비중을 낮추고(30→25%), 다른 보일러 시공 실적도 인정해 주기로 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건설기계 배출가스 검사서류도 간소화될 예정이다. 우산·선글라스·접촉성 금속 장신구 등에 대한 제조 연월일 표시 등이 완화된다. 또 국제 선박엔진 대기오염인증을 받았음에도 국내에서 중복 성능시험을 받게 하는 형식 승인을 없애기로 했다.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에어컨 등 냉난방기기의 최저 에너지소비효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해 저품질·저효율 외산제품들의 무분별한 수입·유통에 대응할 예정이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아베 “내가 책임진다”… ‘책임·사죄’ 언급 등 일괄 타결 시도

    아베 “내가 책임진다”… ‘책임·사죄’ 언급 등 일괄 타결 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오는 28일 열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단숨에 최종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측이 모든 쟁점을 해결한 상태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압축된 쟁점들을 놓고 장관들이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국 국장급 접촉에 이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의 지난 22~23일 거듭된 협의 이후 각료급 회담이 열리면서 타결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 총리실 관계자는 25일 “양측이 몇몇 문제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기시다 외무상에게 방한을 지시하면서 “내가 책임진다”고 말한 것으로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한국 측은 당초 쟁점을 더 좁히고 해결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측이 동시 발표라는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자국 언론을 통해 외무상 파견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밀어붙이는 데 한국이 끌려가는 상황이 된 셈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남은 쟁점들은 실무선에서 타개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측에 유리한 완벽한 해결보다는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상황에서 합의의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 높은 단계의 합의냐 낮은 단계의 합의냐, 아니면 합의 미루기냐 등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교도통신은 이날 “기시다 외무상이 회담에서 위안부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확인을 요구할 태세여서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은 정부가 강제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일본이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한국은 이에 반박하는 형태가 된다면 위안부 강제성을 두고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가 준비하는 대책에는 피해자 지원 기금 설립, 총리 등 책임 있는 당국자의 사과, 주한 일본대사의 면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 지원을 위해 1억엔(약 9억 7000만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새 기금 설립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새로운 기금은 아시아여성기금 후속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형태다.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해 아베 신조 총리나 책임 있는 당국자가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죄 표현은 전쟁 때 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을 언급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일본 측에 ‘책임’은 ‘법적 책임’이기보다는 ‘도의적 책임’을 의미하는 쪽이 강하다.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들과 면담하며 사죄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일본이 한국 측에 제시한 요구 조건들도 만만찮다. 우선 협상이 타결되면 다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확약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해결’을 언급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고,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추진되는 소녀상 설치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등재 포기도 포함됐다. 일본 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한국 측에서는 협상 타결 후 기념관 등으로 자발적으로 옮기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런 것은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또 피해자들과 관련 민간단체들의 역할과 입장도 큰 변수다. 한국 정부 지도자들만의 결단으로 가능하지 않다. 일본에 비해 한국 정부가 훨씬 무거운 짐을 진 형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블라터 8년 자격 정지 ‘사실상 퇴출’

    블라터 8년 자격 정지 ‘사실상 퇴출’

    제프 블라터(7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축구계에 8년 동안 발붙이지 못하게 됐다. 나이를 따졌을 때 사실상 축구계에서 퇴출된 것이다. 또 내년 2월 차기 FIFA 회장에 도전하려던 플라티니 회장의 꿈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FIFA 윤리위원회 심판위원회의 한스 요아힘 에케르트 위원장은 21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7일부터 진행된 일주일 동안의 평결 과정을 마무리하며 이 같은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2011년 플라티니 회장의 자문에 대한 수고비로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건넨 블라터 회장이 이해 상충과 성실 의무, 금품 제공 등에 대한 윤리위 규정을 위반했으며 플라니티 회장 역시 이해 상충, 성실 의무 규정을 어겼다고 평결했다. 나란히 90일 자격정지 처분 중인 블라터 회장에게는 5만 스위스프랑(약 5916만원), 플라티니 회장에게는 8만 스위스프랑(약 9466만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물론 윤리위에 대한 항소 및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가 남아 있지만 둘의 축구계 퇴출은 되돌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플라티니 회장의 출마 역시 시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힘들어졌다. 블라터 회장은 윤리위 기자회견 한 시간 뒤 예전에 FIFA 본부로 쓰였던 취리히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내가 왜 8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되묻고는 “나와 FIFA를 위해 싸우겠다”고 결기를 보였다. 이어 “나와 플라티니에게 ‘거짓말쟁이’란 오명이 덧씌워졌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라며 “내가 41년 동안 온 힘을 바쳐 일한 FIFA의 ‘펀칭백’(샌드백)이 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지난 18일 FIFA 윤리위 청문회 출석을 보이콧했던 플라티니 회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블라터 회장에 견줘 훨씬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또 회장 선거에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바레인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프랑스 전직 외교관 제롬 샹파뉴, UEFA 사무총장인 스위스 출신 지아니 인판티노,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치인 토쿄 세콸레 등 다섯 명만 나서게 됐는데 사실상 두 이슬람권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는 전망이 많다. 파리 테러로 악화된 유럽의 반이슬람 정서를 뚫고 얼마나 표를 결집시킬지가 승부의 관건으로 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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