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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 에너지 효율 향상은 유비무환의 가장 확실한 수단/김발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In&Out] 에너지 효율 향상은 유비무환의 가장 확실한 수단/김발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재난·안전과 관련해 가장 익숙한 고사성어인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전력과 같은 에너지산업에도 예외 없이 강조돼야 한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겨울은 예년보다 따뜻해 겨울철 최대전력이 지난해보다 낮게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예비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설비 운용에 다소 숨통은 틔었으나,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수요에 대한 과소 예측으로 설비 부족 우려에 대한 논란이 바로 어제 일 같은데 이제는 전력 인프라의 공급 과잉 이슈가 제기된다고 하니, 불확실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수급 문제의 유비무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발전·송변전 설비의 증설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인 만큼 공급 확대보다는 효율 향상을 통한 수요 관리가 수급 문제의 유비무환을 구현하는 데 더욱 절실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들이 효율 향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80년대부터 효율등급 라벨링과 최저효율제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소비자의 고효율 제품 선택과 업계의 기술 혁신을 유도, 궁극적인 에너지 이용 합리화를 기반으로 한 국가 에너지 절감 시책을 추진해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효율 향상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 1992년에 효율등급 라벨링 제도와 최저효율제를 동시에 도입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형광램프 등을 시작으로 현재는 32개 품목까지 확대해 에너지 이용 합리화 정책의 핵심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대부분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 제품으로 과거 10년 전에 출시된 제품에 비해 30~40% 정도 효율이 향상된 것으로 한국에너지공단은 분석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효율 향상은 직간접적으로 전력 사용량을 줄여 발전소의 1차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최대전력 수요도 감소시켜 발전·송배전 설비의 추가 건설을 지연·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수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에너지 절약 효과가 발생하고 있어 가전 분야에서는 에너지 이용 합리화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가전제품 외에 산업·건물기기까지 효율 관리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10월부터 냉동기와 공기압축기에도 최저소비효율제를 적용하고, 다른 공정용 기기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관리 품목에 대해서도 업계의 기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 에너지 효율 혁신전략’(KIEE)을 수립했다. 또 정책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기존 공급 중심의 조직 체계를 개편해 공급과 수요의 조화로운 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에너지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역시 전반적인 효율 향상을 통한 수요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혁신 전략과 조직 개편이 동반될 때 정책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빌렌도르프 조각은 寶珠의 집적” 조형언어기호학 여는 강우방

    “빌렌도르프 조각은 寶珠의 집적” 조형언어기호학 여는 강우방

    “10년 전부터 ‘옛 장인들은 모든 것을 보주(寶珠)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심지어 2만년 전의 신석기 시대 인간들도 그랬다는 것을 확인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1908년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 근교 구석기 시대 지층에서 발굴된 11.1㎝ 높이의 여자 조각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얘기를 꺼내며 강우방(78)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은 지난 22일 소년처럼 눈을 반짝였다. 채색분석 기법으로 분석한 이미지들을 들여다보며 탄성을 자아내는 모습도 영락없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이상적으로 표현한 여성상이다. 커다란 유방에다 허리는 굵기가 이를 데 없고 배는 볼록 나와 있다. 지방이 풍부한 엉덩이에다 성기가 강조돼 생식과 출산, 다산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강 원장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머리와 유방, 둔부, 넓적다리, 종아리 등이 모두 구체(球體)를 지향, 다시 말해 보주로 표현한다. 모자를 쓴 것이 아니고 머리에서 작고 둥근 보주들이 발산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강 원장이 마투라 불상이나 간다라 불상에서 여래의 머리가 보주임을 증명하면서 신을 표현할 때 이미 얼굴을 보주로 표현하고 머리카락을 제1 영기싹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그 전통이 오래 전부터 전수되어온 것을 알았지만 이처럼 구석기 시대에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고 털어놓았다. 인류의 무의식 저밑바닥에 ‘열매는 곧 보주’란 태고의 기억이 DNA처럼 새겨져 면면히 이어져 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인도, 간다라 불상들을 광범위하게 연구했던 강 원장은 불교의 석가여래상이나 마리아상 역시 보주임을 밝혀내고 20년 전부터 인류가 창조한 일체의 조형예술품을 분석해 조형언어가 존재함을 알아내고 해독했다. 우주의 기운이 압축된 소우주이며 인간이 보주의 집적이자 소우주임을 구석기 시대 작은 조각이 웅변하고 있음이다. 그래서 강 원장은 “앞으로는 빌렌도르프의 대모지신(大母地神)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한다. 여래와 보살과 마리아 모두 우주의 기운을 압축인 보주를 표현한 것으로 문자언어의 틀을 뛰어넘어 조형언어로 해석해야만 풀린다는 주장이다. 그의 인식은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100이라 생각하면 문자언어에 의지하여 말하고 기록하고 연구하는 기간은 1%에 불과하며 5000년의 문자언어보다 더 정직하고 광범위한 300만년의 조형언어를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고 했다. 강 원장은 “조형언어란 것이 존재했다는 진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찾아냈고, 그 조형언어를 올바르게 해독한 최초의 사람이라고 감히 자부한다”며 “자연과 조형예술품이 영화(靈化)되는 과정을 이해해 새로이 정립한 이론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자언어에 상대하는 조형언어를 발견해 해독해낸 것은 인류사의 획기적 사건이고, 그 범주 안에서 빌렌도로프의 비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사고까지 엿보는 사상사의 혁명적 시작임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밤늦게 홀로 연구원의 불을 밝히며 조형언어와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 조형언어를 해석하는 채색분석법으로 1만점의 조형예술품을 분석하는 그의 발걸음이 미술사학을 넘어 기호학으로 진입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마침 한국기호학회(오장근 회장)의 춘계학술대회 ‘라이프 스타일의 기호학-1인 컬처와 테크놀로지 일상’ 특별강연에 초빙돼 자신이 발견한 조형언어기호학을 주제로 펼쳐놓게 된다. 오는 27일 오후 1시 서울 자양동 건국대학교 경영관 301호에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며 여느 학술발표회라도 파격이라 할 만한 한 시간이 주어졌다. 이날 여의치 않다면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 세검정에 있는 그의 연구원에서 이어지는 수요 강연을 듣는 방법도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공회전’ 경찰버스 無시동 냉·난방 차량으로… 고시원·산후조리원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경찰버스와 선박의 동력원으로 전기를 쓰고, 낡은 고시원과 산후조리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미세먼지를 줄이고 국민 안전을 챙기는 다양한 이색 사업이 추진된다. ●선박 항만 정박때 연료 대신 육상서 전력 공급 정부가 24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전국 경찰청 소속 버스 가운데 212대를 무(無)시동 냉난방장치를 설치한 버스로 교체한다. 버스 1대당 600만원, 총 12억 7000만원이 반영됐다. 경찰버스는 대규모 집회·시위가 발생하는 도심 곳곳에 시동을 켠 채 정차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전경들의 대기 공간인 만큼 히터나 에어컨을 켜두려고 공회전을 하는 것이다. 당초 압축천연가스(CNG)나 수소 버스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돼 우선 전기공급장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선박이 항만에 정박하면 연료 대신 전기로 가동할 수 있도록 육상전력공급 설비를 갖추는 사업도 포함됐다. 한 발 더 나아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스마트 선박 개발에도 25억원이 신규 투입된다. 국민 안전을 위해 고시원과 산후조리원 등 다중숙박시설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 정부는 2009년 7월 다중이용 업소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중숙박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이 없었다. 이에 따른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에 71억원을 지원한다. ●‘제로페이 ’ 확충 위해 예산 76억 추가 배정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을 위한 아이디어 사업도 눈에 띈다. 우선 수수료가 없는 소상공인 전용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 확충을 위해 76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공공임대주택의 낡은 승강기를 교체하고 배관을 개선하는데 200억원을 투입, 취약 계층의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 저소득층의 냉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년소녀·한부모세대 등 6만 2000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15만 7000원의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한다. 인문사회 분야 시간강사에게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비 총 280억원을 확대 지원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두산중공업·창원시, 국내 최초 수소액화 및 저장장치 개발 사업 추진

    두산중공업·창원시, 국내 최초 수소액화 및 저장장치 개발 사업 추진

    경남 창원시와 두산중공업이 손잡고 국내 최초로 수소액화 및 저장장치 개발 실증사업에 나섰다. 창원시와 두산중공업은 23일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서 창원산업진흥원과 함께 ‘수소액화 및 저장장치 실증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이날 협약에는 허성무 창원시장, 정연인 두산중공업 관리부문장, 양치훈 창원산업진흥원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창원시와 창원산업진흥원은 성산구 성주동 시유지를 수소액화 플랜트 부지로 제공하고 예산을 지원한다. 또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와의 연계 등을 지원한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까지 수소액화 플랜트 시설을 건설하고 두 기관과 함께 시설 운영과 유지·보수 업무를 한다. 성주동 부지에 건설될 수소액화 플랜트는 하루 0.5t의 액화수소를 생산해 수소충전소 등 수요처로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소는 압축가스 형태로 유통된다.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는 섭씨 영하 253도의 극저온에서 액체로 바뀐다. 이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보다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어 저장과 운송이 쉽다. 또 수소충전소 저장탱크 크기도 작아져 충전소 건설 부지를 줄여주는 등 운영비가 절감되는 장점도 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수소액화 플랜트는 세계에서 30개의 상용급 플랜트가 운영되고 있다. 시는 세계적으로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은 수소액화 플랜트를 상용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수소액화 플랜트가 없어 핵심기술 국산화 추진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시와 두산중공업은 앞으로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에 따른 수소 수요 증가에 대비해 수소액화 및 저장장치 개발 실증을 통해 국내 최초 상용 수소 액화플랜트 건설 및 운영·유지·보수 기술을 확보하고 수소산업 선도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기계공업 밀집지인 창원은 수소산업 관련 기업이 100곳이 넘는 수소산업 집적지다. 시는 성산구에 수소충전소, 수소생산설비 등 수소에너지의 생산·유통·판매 등 수소 순환시스템을 실증하는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수소충전소 주요 설비인 고압저장 탱크와 열교환기 등을 개발해 수소충전소 4곳에 공급했다. 허성무 시장은 “두산중공업은 기존 주력사업인 발전·플랜트사업 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발전사업 분야에서도 핵심기술과 사업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실증사업을 성공시킬 역량이 충분하다”며 “창원시가 한국 수소산업 확장을 이끌고 수소사회를 견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관리부문장은 “국내 처음으로 수소액화플랜트를 공급하게 되는 만큼 실증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롯데카드 매각 가속도… 제3 인터넷은행 선정 주춤

    하나금융이 인수 땐 카드업계 지각변동 인터넷은행 후보 토스, 자본 성격 변수 당국 “금융자본인지 아닌지 살펴봐야” 롯데카드 인수전이 ‘3파전’으로 좁혀지는 등 매각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반면 제3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들은 주주 구성 문제에서 회의론이 제기되는 등 주춤하는 양상이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 마감 결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하나금융 등 3곳이 참가했다. 앞서 예비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한화그룹과 MM프라이빗에쿼티는 본입찰에는 발을 뺐다.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품으면 대형 카드사의 순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신용카드 기준 점유율 7위인 하나카드(8.2%)와 5위인 롯데카드(11.2%)의 점유율을 더하면 19.4%로 신한카드에 이은 2위권이다. 중복 고객을 빼면 삼성카드(19.3%)와 현대카드(15.5%) 사이로 예상된다. 롯데지주는 향후 1~2주일 동안 인수 후보자들이 낸 입찰 제안서 등을 평가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롯데 측은 롯데카드의 ‘몸값’으로 1조 50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인수자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관계사 편입을 승인받아야 한다. 또 제3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신청한 ‘토스뱅크’는 최대 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를 금융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변수로 부상했다. 당초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간주됐던 비바리퍼블리카는 자체 지분 60.8%를 비롯해 총 80.1%의 지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법이 ICT 기업의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34%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가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아직 비바리퍼블리카를 금융자본인지 아닌지 분류할 단계가 아니지만 진지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키움증권과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 등이 참여하는 ‘키움뱅크’는 주주만 28곳에 달한다. 증자 등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북미 중재 보폭 빨라지는 靑… 정부 “다양한 창구로 北과 대화 중”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공개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박고 ‘공유 가능한 방법론 제시’를 내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에 긍정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비핵화 해법 변화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는 등 ‘시간 게임’을 벌이는 상황이다. 다음달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의 디딤돌을 놓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착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 북미는 물론 ‘중재자’이자 ‘촉진자’인 문 대통령도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청와대의 보폭도 빨라지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비공개 메시지의 존재는 이례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내용은 함구했다.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접촉 움직임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창구를 통해 대화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지난주 북한은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주간이었고 지금 북러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서두르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16~23일)에서 돌아온 뒤 가시적 움직임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공개 메시지가 조기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려면 북한에 대한 ‘동기부여’가 관건이다. 미국 CNN은 “메시지에는 현재의 방침(course of action)에 중요한 내용과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상황으로 이어질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빅딜과 대북 제재 고수로 압축되는 미국 협상 기조의 변화 조건이 담겨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은 물론 오는 25∼27일 중국이 주최하는 제2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다지면서 ‘자력갱생 총력전’의 상징적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북미 대화 조건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일 뿐 시간이 자신들 편은 아니란 점을 알고 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에 대한 갈증이 큰 만큼 대화에 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문 대통령을 통해 대화 의지를 강조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가령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 조치에 합의할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판문점이나 평양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했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는 방식일 수 있는데 북측에는 솔깃한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한 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공존한다. 비핵화의 세부 조건은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서 논의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의지를 북측에 재확인시키고 남·북·미 정상 신뢰를 복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대화로 나오면 북한의 밝은 미래를 도와주겠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면서 “단계적 타결이나 제재 완화 같은 ‘선물’을 줄 거면 직접 접촉을 통해 제시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부 교수도 “기존 입장(포괄적 합의)을 뒤집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車·車·車] 인피니티 ‘더 올 뉴 QX50’ VC터보엔진

    [車·車·車] 인피니티 ‘더 올 뉴 QX50’ VC터보엔진

    인피니티 ‘더 올 뉴 QX50’은 시중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는 다른 심장을 가졌다. ‘두 얼굴의 SUV’라고도 불린다. 인피니티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가변압축비 2.0 VC터보엔진’이 장착됐기 때문이다. 이 엔진은 멀티링크 시스템을 통해 주행 상황에 따라 압축비를 8대1에서 14대1까지 제어한다. 속력을 높일 때에는 8대1의 낮은 압축비로 전환돼 가솔린 차량 본연의 강한 힘을 내고 정속으로 주행할 때에는 ‘디젤’ 차량처럼 14대1의 높은 압축비 상태로 바뀌어 고효율 운행을 한다. ‘단거리 스프린터’와 ‘장거리 마라토너’의 면모를 동시에 갖춘 셈이다. 최고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38.7㎏·m다. 트림별 가격은 ‘에센셜’ 5190만원, ‘센서리 AWD’ 5830만원, ‘오토그래프 AWD’ 6330만원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벤츠의 수소차 개발 ‘벌써 25년’

    벤츠의 수소차 개발 ‘벌써 25년’

    ‘네카’, ‘네버스’에 이어 ‘A·B클래스 F-CELL’‘GLC F-CELL’은 수소차·전기차 결합 형태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벤츠는 1994년 4월 13일 유럽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인 ‘네카’(NECAR)를 공개했다. 네카는 ‘새로운 전기차’(New Electric Car)라는 의미를 압축해 담은 명칭이다. 이후 다른 후속 차량과 구분하고자 ‘네카1’로 최종 명명됐다. ‘MB 100 밴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된 네카1에는 50㎾의 출력을 발휘하는 캐나다 발라드 파워 시스템사의 연료전지 12개와 150ℓ 압축가스 주입이 가능한 연료탱크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네카1은 최대 30㎾, 약 41마력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최대 주행거리는 130㎞, 최고 속력은 시속 90㎞에 달했다. 네카1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에너지 전환 효율성이 높았고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벤츠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어갔다. 1996년에는 V클래스 기반의 세계 최초 연료전지 승용차인 ‘네카2’를, 2000년에는 ‘네카5’를 선보였다. 또 1997년에는 연료전지 버스인 ‘네버스’(NEBUS)가 시속 250㎞ 주행에 성공했다.연구를 거듭할수록 연료전지 시스템은 점점 경량화됐다. 2002년에는 A클래스에 한층 작아진 연료전지 시스템을 장착한 연구용 차량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연료전지 차량은 ‘F-CELL’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A클래스 F-CELL’은 2004년 말부터 독일·미국·일본·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도로 주행 시험도 거쳤다.벤츠는 2009년 8월 첫 번째 양산 수소연료전지차인 ‘B클래스 F-CELL’을 선보였고 소량 생산에 돌입했다. ‘B클래스 F-CELL’은 최고 출력 136마력에 최대 토크 29.8㎏·m의 성능을 갖췄다. 또 수소를 3분만 충전하면 최대 400㎞까지 주행할 수 있었고, 영하 25도의 추위도 견뎌냈다. 일반 승용차와 같은 환경에서 총 800㎞ 이상을 달려 연료전지 기술의 실용성도 입증했다. 벤츠는 현재까지 300대 이상의 연료전지차량(연구용 포함)을 만들었다. 이들 차량은 총 1800만㎞를 주행했다. 벤츠는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더욱 새로운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벤츠는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수소연료전지차와 순수전기차 기술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형태로 결합한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GLC F-CELL’ 모델을 공개하며 미래 자동차의 지향점을 알렸다. 쉽게 말해 수소차와 전기차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다. ‘GLC F-CELL’에 장착된 수소연료와 전기배터리 시스템은 엔진룸 안에 모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수소차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 되는 백금의 사용량도 90%까지 줄였다. 4.4㎏의 탱크에 수소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했다. 최대 주행 거리는 약 430㎞에 달했다.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로는 최대 51㎞까지 주행할 수 있었다.벤츠는 2022년까지 130종의 전기 구동화 모델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친환경 자동차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현재 벤츠는 전기차 브랜드 ‘EQ’의 모델에 100억 유로(12조 8300억원) 이상을, 배터리 생산에 10억 유로(1조 2,8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길섶에서] 기억/이순녀 논설위원

    때론 망각이 구원이 되기도 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불행과 고통, 슬픔을 겪고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건 극복해서가 아니라 잊어서일 경우가 적지 않다. ‘시간이 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끝내 잊히지 않는 아픔이 있다. 그리고 끝까지 잊어선 안 될 기억도 있다. 지난 주말, 세월호 천막이 있던 광화문광장에 ‘기억과 빛’이란 이름의 추모 공간이 새로 들어섰다. 생때같은 아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보낸 4년 8개월의 시간이 80㎡ 규모의 목조 건물 안에 압축돼 담겼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희생자 명단과 단체 사진 속 해맑게 웃는 모습의 아이들을 보며 어른이어서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5년이 흘렀지만, 진실은 아직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하지 못한 사회 탓에 허망하게 떠나보낸 안타까운 목숨은 또 얼마나 많은가. 개봉 소식을 듣고도 차마 볼 엄두를 못 냈던 영화 ‘생일’을 마주할 용기를 낸 건 기억에 대한 약속 때문이었다. 상실의 고통 속에서 마른 나뭇가지같은 일상을 겨우 버티던 수호 엄마는 수호를 기억하는 이들로부터 진정한 위로를 받는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 또한 그렇게 오래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리라. coral@seoul.co.kr
  • 임종헌 “썸을 불륜으로 주장” 외교부 재판거래 의혹 반박

    임종헌 “썸을 불륜으로 주장” 외교부 재판거래 의혹 반박

    임,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재외공관 법관 파견 대가 관계 부인검 “행정처가 재판 결과 검토 못할 것 없다면서 그 이유는 말안해”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재외공관 법관 파견 간에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썸을 확대해서 불륜관계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15일 열린 임 전 차장 공판에서는 법원행정처가 법관 파견을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재판거래’가 있었는지를 두고 검찰과 임 전 차장 측 간에 공방이 펼쳐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외교부의 요청을 수용해 법관의 재외공간 파견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예로 검찰은 2015년 6월 임 전 차장이 송영환 당시 주오스트리아 대사에게 보낸 메일을 제시했다. 해당 메일에서 임 전 차장은 법관 파견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면서 공문을 보내달라고 하고,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협의를 위해 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 등을 만났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단순히 법관 파견을 요청해달라고만 할 수 있는데도 강제징용 사건을 언급하며 대법원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임을 적극 상기시켰다”면서 “(대법원의) 외교부 입장 반영과 법관 파견이 대가 관계에 있다는 걸 인식했음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외교부 장·차관, 국장급까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 문제가 대가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나오는 증언으로 입증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어떤 국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 문제를 연계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면서 “남녀 간에 썸만 타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석해서 불륜 관계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외교부 추가설득 방안’ 내용을 보면, 신일본제철 사건에 외교부 입장을 절차적으로 반영한다는 내용으로서 특정 재판을 외교부 설득에 활용한다는 의도가 확인된다”면서 “한 줄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한 줄에 위법성이 지극히 압축돼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처에서 진행 중인 사건의 결론에 대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건 위법 부당성이 매우 농후한 방법”이라면서 “피고인은 검토 못할 것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막상 왜 검토했느냐에 대한 답변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블랙홀 초간단 정리 - 상상 이상으로 기괴한 블랙홀

    [이광식의 천문학+] 블랙홀 초간단 정리 - 상상 이상으로 기괴한 블랙홀

    이론과 간접 증거로만 존재했던 블랙홀을 인류가 마침내 확인했습니다. 세계 8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여 만든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인 ‘사건지평선 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으로 블랙홀을 포착함으로써 1세기 넘게 추적해온 블랙홀의 실체를 드디어 파악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로써 1915년 발표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다시 한번 검증에 거뜬히 통과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즉, 물체의 질량이 주변 시공간을 휘게 하며, 질량이 클수록 시공간의 곡률은 더욱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천문학 최대의 화두인 블랙홀이란 과연 무엇일가요? 초간단 정리해보겠습니다. 상상 속에서 태어난 ‘검은 별’(Dark stars)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천체라 할 수 있습니다. 물질밀도가 극도로 높은 나머지 빛마저도 빠져나갈 수 없는 엄청난 중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물체를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중력의 감옥, 블랙홀. 모든 연령층, 모든 직업군을 아우르면서 블랙홀에 대해 크나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이 괴이쩍은 존재는 최초로 인간의 상상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1783년, 천문학에 관심이 많던 영국의 지질학자 존 미첼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뉴턴의 중력 법칙과 빛의 입자설을 결합하여, '별이 극도로 무거우면 중력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빛마저도 탈출할 수 없게 되어 빛나지 않는 검은 별이 될 것이다' 이것이 블랙홀 개념의 첫 씨앗이었습니다. 미첼은 이런 생각을 쓴 편지를 왕립협회로 보냈습니다. '만약 태양과 같은 밀도를 가진 어떤 구체의 반지름이 태양의 500분의 1로 줄어든다면, 무한한 높이에서 그 구체로 낙하하는 물체는 표면에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빛이 다른 물체들과 마찬가지로 관성량에 비례하는 인력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구체에서 방출되는 모든 빛은 구체의 자체 중력으로 인해 구체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시 과학자들은 이론적인 것일 뿐, 그런 별이 실재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이러한 ‘검은 별’ 개념은 19세기 이전까지도 거의 무시되었는데, 그때가지 빛의 파동설이 우세했기 때문에 질량이 없는 파동인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블랙홀 등장, 백조자리 X-1 그로부터 130년이 훌쩍 지난 1916년, 아인슈타인이 우주를 기술하는 뉴턴 역학을 대체하여 시간과 공간이 하나로 얽혀 있음을 보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직후, 검은 별 개념은 새로운 활력을 얻어 재등장했습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을 구부러진 시공간으로 간주하며, 질량을 가진 천체는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는 이론입니다. 독일의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별에 적용해서 방정식의 해를 구했습니다. 그 결과, 별이 일정한 반지름 이하로 압축되면 빛마저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이 생기게 되고, 그 중심에는 모든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 특이점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어떤 물체가 블랙홀이 되려면 얼마만한 반지름까지 압축되어야 하는가를 나타내는 반지름 한계치입니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수학적 해석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 연구는 보여준다”면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뒤 핵물리학이 발전하여 충분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자체 중력으로 붕괴한다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고, 이 예측은 결국 강력한 망원경으로 무장한 천문학자들에 의해 관측으로 입증되었습니다. 1963년 미국 팔로마산 천문대는 심우주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천체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검은 별의 에너지로 형성된 퀘이사임을 확인했습니다.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검은 별이 2세기 만에 마침내 실마리를 드러낸 것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블랙홀’이란 이름조차 없었습니다. 대신 ‘검은 별’, ‘얼어붙은 별’, ‘붕괴한 별’ 등 이상한 이름으로 불려왔죠. ‘블랙홀’이란 용어를 최초로 쓴 사람은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로, 1967년에야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되었으며, 블랙홀의 실체가 발견된 것은 1971년이었습니다. 그 존재가 예측된 지 거의 200년이 지나서야 이름을 얻고 실체가 발견된 셈입니다. 197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X-선 관측위성 우후루는 블랙홀 후보로 백조자리 X-1을 발견했습니다. 강력한 X-선을 방출하는 이것이 과연 블랙홀인가를 놓고 이론이 분분했는데, 급기야는 과학자들 사이에 내기가 붙었습니다. 1974년 스티븐 호킹과 킵 손 사이에 벌어진 내기에서 호킹은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이 아니라는 데에 걸었고, 킵 손 교수는 그 반대에 걸었습니다. 지는 쪽이 성인잡지 ‘펜트하우스’ 1년 정기 구독권을 주기로 했죠. 1990년 관측자료에서 특이점의 존재가 입증되자 호킹은 내기에 졌음을 인정하고 잡지 구독권을 킵 손에게 보냈는데, 그 일로 킵 손 부인에게 엄청 원성을 샀다고 합니다. 2005년에는 우리은하 중심에서도 블랙홀이 발견되었는데, 최신 관측자료에 의하면 전파원 궁수자리 A*가 태양 질량의 430만 배인 초대질량 블랙홀임이 밝혀졌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에 자문역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킵 손은 나중에 블랙홀 존재를 결정적으로 입증한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의 블랙홀 중력파 검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블랙홀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호킹은 노벨상을 받지 못해 안타깝게도 킵 손에게 두 번이나 패배한 형국이 되었습니다.블랙홀 존재, 어떻게 알 수 있나? 블랙홀은 엄청난 질량을 갖고 있지만 덩치는 아주 작습니다. 그만큼 물질밀도가 극도로 높다는 뜻이죠. 예컨대 태양이 블랙홀이 되려면 얼마나 밀도가 높아야 할까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해 공식으로 구해보면, 70만㎞인 반지름이 3㎞까지 축소되어야 하며, 밀도는 자그마치 1cm^3에 200억 톤의 질량이 됩니다. 각설탕 하나 크기가 그만한 무게가 나간다는 얘기죠. 지구가 블랙홀이 되려면 반지름이 우리 손톱 정도인 0.9cm로 작아져야 합니다. 이처럼 초고밀도의 블랙홀은 중력이 극강이어서 어떤 것도 블랙홀을 탈출할 수가 없습니다. 지구 탈출속도는 초속 11.2㎞이며, 빛의 초속은 30만㎞입니다. 블랙홀의 중력이 너무나 강해 탈출속도가 30만㎞를 넘기 때문에 빛도 여기서 탈출할 수가 없는 거죠. 따라서 우리는 블랙홀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강력히 빨아들일 때 방출하는 X-선 복사로 그 존재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두터운 먼지와 가스로 뒤덮여 있어 X-선 방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때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스쳐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블랙홀이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물질이 함입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제트 분출은 아주 먼 거리에서도 볼 있습니다. 1958년에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핀켈스타인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사건 지평선이란 외부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자유롭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블랙홀의 중력에 대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서 원래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계를 말합니다. 말하자면 블랙홀의 일방통행 구간의 시작점이죠. 어떤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갈 경우, 그 물체에게는 파멸적 영향이 가해지겠지만, 바깥 관찰자에게는 속도가 점점 느려져 그 경계에 영원히 닿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블랙홀은 특이점과 안팎의 사건 지평선으로 구성됩니다. 특이점이란 블랙홀 중심에 중력의 고유 세기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시공간의 영역으로, 여기서는 물리법칙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즉, 사건의 인과적 관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 특이점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안팎의 사건 지평선으로, 바깥 사건 지평선은 물질이 탈출이 가능한 경계이지만, 안쪽의 사건 지평선은 어떤 물질이라도 탈출이 불가능한 경계입니다. 블랙홀, 화이트홀, 웜홀 1964년, 이론 물리학자 존 휠러가 최초로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대중에게 선보인 데 이어 1965년에는 러시아의 이론 천체물리학자 이고르 노비코프가 블랙홀의 반대 개념인 ‘화이트홀’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만약 블랙홀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면 언젠가 우주공간으로 토해낼 수 있는 구멍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이 화이트홀 가설의 근거입니다.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되는 셈이죠. 이렇게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 시공간의 구멍을 웜홀(벌레구멍)이라 합니다. 말하자면 두 시공간을 잇는 좁은 통로로, 우주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웜홀을 지나 성간여행이나 은하 간 여행을 할 때,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우주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거죠. 웜홀은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할 때 이미 파먹은 구멍으로 가면 더 빨리 간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름지어진 거죠. 하지만 화이트홀의 존재가 증명된 바 없으며,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되어서 웜홀을 통한 여행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입니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도 웜홀 여행이라면 사양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블랙홀의 현관 안으로 들어갔던 물질이 다른 우주의 시공간으로 다시 나타난다는 아이디어는 그다지 놀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무수한 공상과학 스토리가 탄생했습니다. ‘닥터 후(Doctor Who)’, ‘스타게이트(Stargate)’, ‘프린지(Fringe)’ 등 끝이 없을 정도죠. 이런 얘기들은 하나같이 등장인물들이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 또는 평행우주를 여행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우주는 수학적으로 성립되는 가공일 뿐으로, 그 존재에 대한 증거는 아직까지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시간여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엄청난 속도로 여행하거나, 또는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외부 관측자의 눈에는 시간의 흐름이 아주 느리게 보일 것입니다. 이것을 중력적 시간지연이라 합니다. 이 효과에 의해 블랙홀로 낙하하는 물체는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고, 사건의 지평선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한대가 됩니다. 즉 사건의 지평선에 닿는 것이 외부에서는 관찰될 수 없습니다. 외부의 고정된 관찰자가 보면 이 물체의 모든 과정은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물체에서 방출되는 빛도 점점 파장이 길어지고 어두워져서 결국 보이지 않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운동하는 시계의 시간은 느리게 갑니다.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는 블랙홀 근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었죠. 우주 비행사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에는 실제로 어떤 것이 있을까란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블랙홀 내부를 이해하기 위해 끈이론, 양자 중력이론, 고리 양자중력, 거품 양자 등등 현대 물리학의 거의 모든 이론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막을 수 있었던 비극… 우리 사회가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부채”

    “막을 수 있었던 비극… 우리 사회가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부채”

    2014년 4월 16일 고등학생 등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는 유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트라우마가 됐다. 봄만 되면 당시 생각이 떠올라 우울하고, 힘겹다고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5주기인 올해는 유족의 삶을 다룬 영화 ‘생일’이 개봉해 흥행하는 등 계기가 생기면서 나와 우리의 삶에서 세월호는 어떤 의미였는지 재차 생각해봤다는 이들이 많다. 회사원 정지석(37)씨에게 세월호 참사는 해상도 높은 한 장의 사진처럼 마음에 남아 있다. 워낙 큰 충격을 받았던 터라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놓은 듯 세세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 외근 나가기 전 구내식당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떴다”면서 “안도했는데 나중에 보니 300명 넘는 사람이 희생돼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살면서 몇 번 울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오열하는 유족들이 TV 카메라에 비칠 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잠시 잊고 살던 세월호 참사가 다시 떠오른 건 아이를 얻은 뒤였다. 생의 전부 같은 어린 자녀를 잃은 부모의 애끊는 심정에 그제야 온전히 이입됐다. 그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 탓에 가족을 잃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비극”이라면서 “힘겹더라도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박정민(27·여)씨는 영화 ‘생일’을 보고 당시 기억이 떠올라 울었다. 박씨는 “참사 당시에는 동료들과 너무 안타까워했는데 이후 관심을 크게 갖지 못했다”면서 “영화를 보며 ‘나도 세월호를 단순한 이슈처럼 소비하고 지나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죄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 이후 유치원에서도 선박 사고 때 탈출 교육을 하는 등 재난교육이 강화됐고 학부모들도 생존수영 교육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세월호 참사가 남긴 숙제를 우리 사회가 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상오(29)씨는 ‘생일’ 속에 압축적으로 담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고 슬퍼졌다고 했다. 그는 “죽은 아들을 잊지 못해 몇 년째 절규하는 엄마, 오빠 잃은 트라우마 탓에 갯벌에 들어가지도, 생선을 먹지도 못하는 동생, 처음엔 함께 울었지만 점점 지쳐 짜증 내는 옆집 학생, ‘보상금 받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묻는 무심한 친척 등 모두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대한민국이 조금 더 정직해지기 위한 아픔이었다고 평가했다. 원칙과 룰을 어기는 것을 당연시하던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참사 이후 조금 달라졌다는 것이다. 잊고 살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어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시민도 많았다. 회사원 이진희(36·여)씨는 다큐멘터리나 사회성 짙은 영화는 꼬박꼬박 챙겨보지만 세월호를 다룬 영화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 뉴스로 접했던 세월호 참사 소식은 영화보다 더 현실감이 없어 보이는 비극이었다. 그는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민(38·여)씨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 유족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세월호 참사 전후의 진상을 둘러싼 의혹이 남아 있는 데다 유족들은 사회로부터 진정성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5년간 시스템이 조금씩 바뀌어왔지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부채”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모양은 액션캠, 성능은 디카… ‘브이로그 시대’ 널 공유하겠어!

    모양은 액션캠, 성능은 디카… ‘브이로그 시대’ 널 공유하겠어!

    유튜브가 블로그 시대의 막을 내리고 ‘브이로그’ 시대를 열었다. 브이로그는 ‘영상’(Video)과 ‘블로그’를 합성한 말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에 일상, 영화, 게임, 뷰티, ‘먹방’, 리뷰 등 동영상을 올리며 ‘1인 미디어’를 자처하는 브이로거들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세계 카메라 시장 3위인 소니가 브이로거를 겨냥한 신제품을 출시할 정도다. 소니가 최근 브이로그 촬영에 알맞게 출시한 카메라 RX0 M2(마크2)를 전자·정보기술(IT) 리뷰 전문 유튜버인 정지훈씨에게 써 보게 했다. 유튜브 채널 ‘정곰전자’에서 75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정씨는 주 2~3회씩 꾸준히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제품 형태는 고프로로 대표되는 ‘액션캠’과 비슷하다. 손에 잡는 봉 형태의 거치대에 끼워,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기 좋게 만들어졌다. 정씨는 제품을 개봉한 뒤 “단단하다는 첫 느낌을 받았다”면서 “내구성이 상당한 고프로나 소니의 ‘X3000’ 따위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내구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소니코리아는 제품이 2m 높이에서 낙하한 충격과 200㎏의 무게를 견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씨는 “방송용 카메라의 묵직한 무게감과 더불어, 충격으로 인한 제품 보호를 위해 설계된 단단함이 적절히 섞인 느낌”이라면서 “무게는 측면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손끝에 전해지는 단단한 질감은 무게감을 상쇄하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초소형 카메라 중 뷰파인더에 ‘틸트’ 기능이 탑재된 제품은 처음 경험해 봤다”고 말했다. 틸트 기능은 뷰파인더 각도를 상하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걸 말한다. 틸트 기능이 있으면 촬영자가 키보다 높은 위치나 바닥에 가깝게 낮은 위치에 카메라를 두고 찍을 때도 뷰파인더를 잘 볼 수 있다. 정 씨는 “몸을 온전히 내놓고 찍을 수 없는 절벽이나 옥상에서 저 아래 바닥 면을 찍어야 하는 ‘직부감샷’ 등을 찍을 때 상당히 도움이 되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이 보통 액션캠과 달리 웬만한 콤팩트디지털카메라 수준의 매뉴얼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정씨가 높게 평가한 부분이다. 그는 “많은 브이로거들이 액션캠을 쓰지 않는 이유는 감도(ISO), 셔터 스피드, 조리개 값 등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라면서 “액션캠 대신 쓰는 하이엔드 콤팩트디지털카메라는 무게감과 즉각적인 반응성, 동영상보다는 스틸 사진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브이로거용 카메라는 녹음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면 시끄러운 곳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씨는 촬영 중 바로 옆에 마을버스가 지나가자 방금 전 했던 말을 다시 녹음했다고 한다. 경험상 버스 소음에 말소리가 묻혔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씨는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그 부분을 다시 녹음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았다”면서 “생각보다 버스 소음은 작고, 목소리가 선명하게 녹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이로그에서 사진, 영상 등은 부차적인 문제이며 정말 중요한 것은 음성 녹음인데 이 제품은 그 간 경험했던 수많은 카메라 중 발군의 녹음 기능을 지원한다”면서 “수많은 주변 소음은 최대한 억제되고, 음성은 최대한 양질로 녹음이 되며, 카메라 앞에서 말하든 뒤에선 말하든 녹음 품질이 일정했다”고 말했다.정씨는 “놀라운 화질은 확실히 인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깔끔하게 찍히고 현장의 생동감과 영상의 선예도(선명도) 역시 훌륭해서, 마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로 찍은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스마트폰으로 4K(3840×2160) 해상도로 촬영이 가능하다고 해도, 1인치 이미지 센서를 당해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품이 4K로 다양한 전문 영상 압축 기술을 지원한다는 점에 정씨는 적잖이 놀랐다. 그는 “제품은 고도의 영상 압축을 동반하는 ‘AVCHD’ 코덱뿐 아니라, 무압축에 가까운 고화질 코덱인 ‘XVAC’를 지원한다”면서 “정말 놀라운 것은 영화, 드라마 제작 때나 필요한 ‘s-log2’(로그) 촬영까지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그 촬영은 보이는 모든 상황의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영상 포맷”이라면서 “영화 ‘매트릭스’의 유명한 ‘불릿 타임’ 영상도 로그 촬영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찍을 수 있다고 보면 쉽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물론 정씨는 제품 단점도 여러 개를 꼽았다. 우선 그는 “촬영한 내용을 현장에서 모니터링할 때 음향이 다소 끊어진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면서 “대다수의 액션캠과 달리 제품은 카메라 자체에서 녹음된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일 수 있지만 소리가 끊어져서 재생되기 때문에 처음 사용할 땐 녹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액션캠과 하이엔드 콤팩트디지털카메라의 단점은 빼고 장점만 담았지만, 각각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진 못했다는 점도 정씨가 꼽은 단점이다. 그는 “제품은 콤팩트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을 그대로 줄여놓다 보니 상황에 따라 자동 초점 기능은 수월하지 않았다”면서 “액정표시장치(LCD) 뷰파인더가 너무 작아서 초점 등을 잘못 맞추고 찍었을 때 현장에서 이를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현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시때때로 상황을 담아야 하는 브이로거들에게는 다소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정씨는 덧붙였다.접사 기능이 없다는 점, 4K 촬영 시 초당 60프레임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도 정 씨가 꼽은 단점이다. 그는 “사람 눈으로 봤을 때, 30프레임과 60프레임 사이에 큰 차이를 못 느끼지만,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는 차이가 크다”면서 “고만고만한 화질로 승부 하는 마당에 초당 프레임이라도 높아야 할 텐데, 지원이 안 되니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액션캠인 줄 알고 접근했는데 성능이 하이엔드 콤팩트디지털카메라라서 한 번 놀라고, 셔터를 누를 때 고정되는 초점, 접사 기능 부재 등 미흡한 부분에서 두 번 놀랐다”고 총평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 이렇게 까다롭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떤 브이로거에게든 권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브이로거인 정씨는 주로 ‘아이폰X’를 카메라로 쓴다고 한다. “큰 카메라는 비싸고 부담스러우며, 운용도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액션캠으로 하자니 광각이 기본으로 세팅돼 있고 화질 저하 문제도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그는 RX0 M2에 관해 “브이로거 입장에서 이런 단점들을 상쇄하고 자신이 만들어갈 이야기를 담아 내기에 충분한 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진, 동영상 모두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촬영할 수 있으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다 잘 담아주는 아주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문화마당] 익숙한 봄, 낯선 하루/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익숙한 봄, 낯선 하루/강의모 방송작가

    서둘러야 했다. 여행지에서 맞는 첫날 아침처럼. 허나 늦었다. 내 방 내 침대였으므로. 설렘으로 잠을 설친 탓이기도 했다. SNS를 가득 채운 여행 사진들이 눈물나게 부럽던 차, 하루 일을 비우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멀고도 가까운 도심으로. 여행지에선 보통 평소에 가지 않는 곳을 찾는 법. 이날의 주제는 미술관 산책으로 잡았다. 미술은 내게 너무 먼 영역임에도 뇌운동과 신체운동, 보는 것과 걷는 것의 비중을 같이 둔 선택이었다. 최근 만난 책에서 이런 문장이 격려의 글로 읽힌 덕분이기도 했다. ‘예술에서는 느끼는 게 중요하고, 예술은 느낌으로 말하고, 느낌을 통해 말하며, 느낌에 관해 말합니다.’ (조경진, ‘느낌의 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보러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갔다. 평일 오전인데도 관람객이 꽤 많았다. 그림은 많이 보았으되 솔직히 무엇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한 사람의 오랜 생애를 작품의 변화로 보는 게 좋았다. 순간의 느낌에 집중하고 노력해 온 장대한 세월을 압축해 하나의 세계로 만날 수 있다니. 전시장 복도 작은 공간에선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었다. 좁고 불편한 자리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그의 젊은 날이 어떠했든 내겐 고향 들판에 이젤을 세우고 슥슥 풍경을 그려 내는 주름 가득한 그의 손이 가장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는 말했다. ‘시각을 재충전하려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내 손이 오래된 기술이고 거기에 신기술을 더한다’고. 한 시간 가까이 다큐멘터리에 집중하느라 점심시간을 놓쳤다. 여행자답게 맛집을 검색하고 30여분을 헤맨 끝에 슴슴한 이북식 만둣국으로 배를 채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다시 힘을 내서 성곡미술관까지 씩씩하게 걸었다. 환경운동가 크리스 조던의 ‘아름다움 너머’ 전을 보았다. 그가 만든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진은 실체를 감추고 있다. 사진을 확대하면 수십 수만 개의 비닐봉지, 페트병 뚜껑, 농약을 먹고 죽은 새들이 보인다. 끔찍한 반전이다. 이 전시회의 마지막 동선도 다큐멘터리 감상이었다. 8년 동안 촬영했다는 ‘앨버트로스’ 상영 시간이 1시간 30분 남짓, 꼼짝도 못하고 영상에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해변을 가득 채운, 세상에서 가장 긴 날개를 가졌다는 앨버트로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은 환상적인 그림이었다. 그러나 바다에서 잡아챈 먹이가 플라스틱 잡동사니인 줄 모르고 새끼 입에 넣어 주는 부모새. 뱉어 내지 못한 그 쓰레기들 때문에 때가 돼도 날지 못하고 죽어 가는 어린 새들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고 말았다. 부끄럽고 처연한 심정으로 전시관을 나오다 이 글 앞에 멈췄다. ‘애도는 슬픔이나 절망과는 다르다. 애도는 사랑과 같다. 애도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 또는 이미 잃은 것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애도에 마음의 자리를 내준다면, 이는 우리를 진정한 생명의 근본으로 이끌 것이다.’ 애도를 채워 촉촉해진 마음으로 뒷마당을 바라보니 하얀 목련이 활짝 웃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뻐근한 다리를 주무르며 하루의 느낌을 노트에 적었다. 왠지 이날만큼은 컴퓨터를 켜지 않고 손글씨로 적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짧은 나들이였지만, 거장의 80여년 삶을 따르고, 앨버트로스의 우아한 날개에 얹혀 태평양을 건넌, 넓고도 깊은 여정이었다. 잠자리에 들며 기도했다. 오늘의 느낌들이 순간의 감상에 그치지 않고 더욱 진중한 생각으로 여물어지기를.
  • [프로농구] 어우모?… ‘유의 전쟁’서 통할까

    [프로농구] 어우모?… ‘유의 전쟁’서 통할까

    대학 선후배로 유능한 ‘장수 감독’ 대결 유재학, 챔프전 트로피만 다섯 번 들어 유도훈, 첫 결승… 젊은 빅맨으로 승부남자프로농구(KBL)가 올 시즌 마지막 ‘유의 전쟁’을 벌인다. 오는 13일 1차전을 벌이는 2018~19 KBL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에서는 장수 사령탑으로 꼽히는 유재학(56) 현대모비스 감독과 유도훈(52) 전자랜드 감독, 두 지도자의 대결이 눈에 띈다. 두 감독은 용산중과 연세대 4년 선후배 사이지만 챔프전에서는 우승을 향한 치열한 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유씨 성을 가진 KBL의 두 명장이 챔프전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재학 감독과 전자랜드는 인연이 깊다. 그는 전자랜드의 전신인 대우와 신세계에서 6시즌 동안 사령탑을 맡았다. 1998년 당시 역대 최연소인 서른다섯 살에 감독을 맡았다. 2004년 현대모비스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감독 경력을 꽃피우게 된 기반이 전자랜드였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하위권을 전전하며 약체 이미지가 강해졌다. 그랬던 전자랜드를 ‘봄농구’ 단골손님으로 만든 주인공이 유도훈 감독이다. 유재학·유도훈 감독은 KBL을 대표하는 장수 사령탑이다. 감독 자리는 ‘파리 목숨’이라 말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15시즌째 한 팀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09년 11월 전자랜드의 감독 대행을 맡은 유도훈 감독도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뒤 9시즌 연속 사령탑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출범 23시즌째인 프로농구에서 10년 넘게 한 팀의 사령탑 자리를 지킨 것은 유재학 감독이 유일하고, 유도훈 감독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한 팀에서 오래 버틴다는 것은 ‘유씨 감독’들이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서로 인연이 많은 두 감독이지만 역대 챔프전에서의 행보는 엇갈렸다. 이번이 7번째 챔프전 진출인 유재학 감독은 5번의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길어 올렸다. 이번 챔프 3차전에서는 KBL 최초 플레이오프 1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 달성도 예약돼 있다. 반면 유도훈 감독은 아직 사령탑으로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이번이 감독으로는 챔프전 데뷔다. 이번 시리즈는 관록과 패기의 대결로 압축된다. 현대모비스에서는 양동근(38), 함지훈(35), 문태종(44)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반면 전자랜드에서는 35세인 정영삼·정병국이 최고참이다. 강상재(25), 정효근(26), 이대헌(27)으로 이어지는 전자랜드의 젊은 빅맨들이 현대모비스의 라건아(30), 함지훈을 상대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재학 감독은 10일 열린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시즌 시작 때 목표가 우승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유도훈 감독은 “처음 올라왔지만 몇 년 동안 꿈꾼 순간이다. 우승은 우리가 하겠다”고 맞섰다. 봄을 달굴 열전이 시작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은평, 깨끗한 세상만들기 앞장

    은평, 깨끗한 세상만들기 앞장

    서울 은평구가 지난 4~5일 제8회 불광천 벚꽃축제 행사장에서 주민들에게 올바른 폐기물 분리·배출 방법을 알리는 홍보 부스를 차려 ‘자원순환도시 은평 만들기’에 앞장섰다. 은평구는 지난해 1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으로 폐기물을 소각, 매립하던 정책에서 생산·소비 단계에서의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사용으로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최우선으로 설정한 정부 방침에 발맞춰 전국 최초로 385명의 ‘자원순환도시 은평추진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축제에 차려진 홍보 부스에서는 자원순환도시 은평추진단이 발대식에서 결의한 자원 재활용 실천 결의문을 홍보물로 배부해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폐기물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는 동영상을 상영하고 한번 쓰고 버리는 휴지 대신 거듭 활용할 수 있는 손수건을 나눠주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는 폐기물 처리 시설인 하남유니온파크에서 가져온 인고트(스티로폼을 녹인 것), 고형 연료(비닐을 압축해 만든 연료)를 주민들에게 보여주며 올바른 분리와 배출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음을 알렸다”며 “주민들의 인식 개선을 도와 깨끗하고 쾌적한 ‘자원순환도시 은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獨뮌헨서 인천에 있는 굴삭기 조종…두산, 5G 건설장비 유럽시장에 첫선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한 건설장비들이 유럽시장에 첫선을 보인다.  두산그룹과 현대건설기계는 8일부터 14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건설기계 전시회인 ‘바우마 2019’에 참가했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이 자리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LG유플러스와 함께 유럽시장에 처음으로 5G 기반 건설기계 원격제어 기술을 소개했다. 독일 뮌헨 전시장에 설치한 5G 원격제어 관제센터에서 약 8500㎞ 떨어진 한국 인천의 굴삭기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 건설기계 전시회에서 국가 간 880㎞ 원격제어를 실제 장비로 시연한 바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굴삭기에 부착한 센서로 작업 현장의 넓이와 깊이 정보를 3차원으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3D 머신 가이던스’ 솔루션도 선보였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한국의 통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건설기계 제품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2∼4t급 미니굴삭기 5개 기종과 소형 로더 8개 기종, 이동식 공기압축기 등 모두 30개 제품을 출품했다. 대표적인 예가 소형 건설장비인 1t급 전기굴삭기 ‘E10e’이다. E10e는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친환경 제품으로 동급 디젤엔진 제품과 동일한 출력과 성능을 갖췄으며 1회 충전으로 최대 4시간 연속 작업할 수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모디 ‘안보’vs 간디 ‘민생’…‘100억달러 총선’ 달아오르는 인도

    모디 ‘안보’vs 간디 ‘민생’…‘100억달러 총선’ 달아오르는 인도

    하층민 출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판 북풍(北風)’으로 재선할 것인가, 정치 귀족 가문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가 친서민 정책으로 막판 대역전을 할 것인가. 9억명 표심의 향방은 이번 주부터 6주간 100억 달러(약 11조 4000억원)짜리 ‘세계 최대 민주주의 축제’로 불리는 인도 총선거가 끝난 뒤 공개된다. 인도 총선은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전국 29개 주에서 진행된다. 1차전이었던 2014년 총선에서는 모디가 간디 총재에 압승했다. 그가 이끈 인도국민당(BJP)은 과반인 282석을 차지했다. 단일 정당이 하원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것은 1984년 이후 처음이었다. 인도 하원 전체 의석은 545석이다. 이 중 2석은 대통령이 지목한다.언어와 민족이 매우 다양한 인도는 마하라슈트라, 웨스트벵골, 델리, 타밀나두, 안드라프라데시 등 지역 정당이 장악한 주가 많지만 결국 전체 판세는 연방의회 집권 BJP와 INC의 대결로 압축된다. 양당이 각 지역 정당과 연대해 각각 BJP가 주도하는 국민민주연합(NDA)과 INC의 통일진보연합(UPA)으로 세력 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기 이번 총선에서도 쉽게 이길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제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 농민들은 모디 총리가 제조업만 챙긴다며 등을 돌렸다. 인도의 실업률은 45년 만에 최고치인 6.1%를 기록했다. 악재가 겹친 가운데 BJP는 지난해 12월 정치적 텃밭인 마디아프라데시 등 3곳의 주의회 선거에서 완패했다. 지난 2월 14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모디 총리는 인도 경찰 40명이 숨진 이 사건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고 같은 달 26일 공습을 감행했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공격한 것은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양국은 하루 뒤 공중전을 벌였다.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안보 이슈가 선거판을 집어삼켰다. 인도인들은 파키스탄을 공격한 모디 총리를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주춤했던 지지율이 치솟았다. 인디아TV는 8일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NDA가 이번 총선에서 275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직 프리미엄’이 더해져 모디 총리의 승리 확률이 높아졌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31일 개국한 ‘나모 TV’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모디 총리의 이름을 따 만든 이 채널은 하루 종일 모디 총리의 유세 연설 등 총리의 정보만 전달한다. 모리 총리의 지지자들은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나렌드라 모디 총리’까지 제작했다. 당초 지난 5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INC의 반발로 연기됐다. 이외에도 모디 총리를 영웅화한 책 등이 출간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디 총리는 공고한 신분제 카스트 제도 하위 계급인 간치(상인) 출신으로 총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모디 총리는 기차와 거리에서 차와 음료 등을 팔다가 정치계에 입문했다. 이후 구자라트주 총리 등을 거쳐 연방정부 총리에까지 올랐다. 이대로 모디 총리의 재선을 낙관해도 좋을까. 변수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층민이었던 모디 총리가 하층민들의 이익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받는 등 이번 총선으로 시험대에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불가촉천민 ‘달리트’가 1억표다. 지난 선거에서 달리트는 자신이 하위 계급 출신임을 강조한 모디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달리트들은 더는 모디 총리와 그의 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총리가 된 후에 달리트가 당하는 폭압을 모른 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이어 “파키스탄과의 대립은 달리트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디 총재는 모디 총리가 외면한 하층민에 집중했다. 간디 총재는 인도 명문가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다. ‘네루-간디’ 가문은 자와할랄 네루 초대 인도 총리, 네루 초대 총리의 외동딸 인디라 간디 총리, 네루 총리의 손자 라지브 간디 총리 등을 배출했다. 간디 총재는 네루의 증손자다. 다만 마하트마 간디와는 무관하다. 간디라는 성은 인디라 총리가 페로제 간디와 결혼하면서 붙은 것이다. 간디 총재는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에 월 6000루피(약 1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인도의 1인당 월 국민소득은 20만원 미만이다. 그는 “인구로는 2억 5000만명, 가구 수로는 5000만 가구가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간디 총재가 지난해 말 주의회 선거에서 ‘농민 부채 감면’을 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한 경험을 되살리고 있다, 모디 정부의 일자리 문제와 농촌 빈곤, 방산 비리 등 약점도 집중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은 전국 29개 주에서 지역별로 7차례(4월 11일·18일·23일·29일, 5월 6일·12일·19일)에 걸쳐 치른다. 개표는 다음달 23일 하루 만에 끝난다. 하원의 윤곽도 이날 나온다. 하원 과반을 획득한 정당에서 총리가 나오고 정권을 잡는다. 유권자는 8억 7500만여명으로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선거 규모가 큰 만큼 정부 지출이 상당하다. 인도 전역 100만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군경 등 1000만명의 선거 관리 요원을 투입한다. 인디아투데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9년 총선에서는 정부가 유권자 1명당 15.5루피를 썼으나 2014년에는 관련 비용이 1인당 46.4루피로 늘었다. 2014년 총선 당시 인도 정부의 전체 지출은 총 387억 루피”라고 전했다. 개별 후보자의 비용까지 합산하면 전체 선거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뛴다. CNN 등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인도 총선은 전 세계 역사상 최대로 기록된 2016년 미국 대선 비용 65억 달러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면서 “2014년 인도 총선 비용은 50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두 배(1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체 선거 비용을 최소 70억 달러로 내다봤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일까. 치열한 경쟁과 부정 선거 풍토 때문이다. 이번 선거 입후보자만 8000명이 넘는다. 이들 후보는 당선을 목표로 선거 운동원의 일당, 교통비, 식대는 물론 현수막, 마이크, 폭죽 등 선거 전반 비용을 부담한다. 후보자들은 금품까지 살포해야 한다. 현지 설문에 따르면 인도 정치인 90%가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선거 유세장에서는 각 후보자가 평소 서민들이 맛보기 힘든 치킨카레 등이 든 박스나 현금을 나눠주는 일이 흔하다. 지난 선거 때 일부 선거구에서는 유권자에 염소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비도 급증했다. 각 후보는 홍보요원, 댓글부대 등을 운영하는데 이 비용이 2009년 선거 3600만 달러에서 2014년 7억 2000만 달러로 빠르게 늘었다. 이 와중에 SNS를 타고 확산하는 ‘가짜뉴스’ 문제가 대두됐다. 페이스북은 지난 1일 인도 총선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 수백개를 폐쇄했다. 페이스북은 이들 계정 배후에 파키스탄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가짜계정은 28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에 파키스탄군, 인도 정부, 카슈미르 분쟁 지역과 관련한 거짓정보를 흘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 거대한 민주주의 축제를 보려는 관광상품이 나와 관심을 끈다. 로이터통신 등은 최근 타지마할 등 인도 관광 명소는 물론 총선 후보자 유세 현장을 체험 가능한 여행 상품이 나왔다고 전했다. 인도 전역의 35개 관광회사가 참여했고, 3500여건 이상의 예약이 완료됐다. 로이터는 “일반 관광객보다는 각국 정치인, 정치학 전공 학생, 언론인, 연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강용석 2심 무죄·석방…“도도맘 진술 신빙성 부족”

    강용석 2심 무죄·석방…“도도맘 진술 신빙성 부족”

    자신과 불륜설이 불거진 유명 블로거의 남편이 낸 소송을 취하시키려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된 강용석(50) 변호사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강 변호사는 163일 만에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이원신 부장판사)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강 변호사에게 5일 무죄를 선고했다. 강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24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유명 블로거 ‘도도맘’ 김미나씨의 남편은 2015년 1월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며 강 변호사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강 변호사는 같은 해 4월 이 소송을 취하시키기 위해 김씨와 공모한 뒤 김씨 남편 명의로 된 인감증명 위임장을 위조하고 소송 취하서에 남편 도장을 임의로 찍어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돼 2016년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항소하지 않아 형은 확정됐다. 1심은 강 변호사가 미필적으로나마 권한이 위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소송 취하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판단하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강 변호사에게 미필적으로도 이와 같은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김미나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주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미나씨가 강 변호사에게 들었다고 하는 소송 취하 방법에 대한 설명 내용은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또 “김씨가 남편과의 대화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강 변호사에게 2시간 동안 설명했다고 하지만 문자메시지의 특성상 압축해 설명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구체적으로 알렸다고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씨가 남편의 신분증을 소지한 경위 등에 대한 진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도 신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재판부는 “마찬가지로 소송 취하를 절실히 원했던 김미나씨가 남편과의 대화 내용을 ‘취하에 동의한 것’이라고 유리하게 생각하면서 강 변호사에게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의 남편이 강 변호사와의 합의가 결렬된 다음 날 소송 취하에 응했다는 것이 이례적임에도 법률가로서 부주의하게 김씨의 말만 믿은 잘못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미필적 고의까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본인의 의사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다면 소송 취하의 효력이 없는데도, 법률 전문가인 강 변호사가 의심스러운 상황을 알고도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적으로 아무런 실익이 없고,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김미나씨가 범행을 자백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러 강 변호사의 가담 정도를 높임으로써 자신의 가벌성을 낮추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일부 방청객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강원산불]강원도·4월 4일·강풍…‘데자뷰 같은 악몽’

    [강원산불]강원도·4월 4일·강풍…‘데자뷰 같은 악몽’

    양양 산불, 909억원 피해…이재민 418명건조한 양간지풍 탓 봄철 산풍 위협 커져4일 저녁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작한 산불이 영동지역을 덮쳐 큰 피해를 안겼다. 이번 산불을 보며 14년 전 양양 산불의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발생일과 지역, 확산 원인 등이 똑같기 때문이다. 2005년 양양 산불도 이번 산불과 같은 날짜인 4월 4일 밤 발생했다. 강풍이 화재를 빠르게 확산시켰던 점도 닮은꼴이다. 당시 불은 식목일인 이튿날 오후 순간 최대 풍속 32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낙산사로 옮겨붙어 천년고찰을 집어삼켰다. 원통보전(법당), 고향당, 무설전, 요사채, 종무소, 범종각 2동, 조계문, 흥련암 등 지방 유형문화재를 포함해 건물 여러동이 전소됐다. 당시 불은 4월 6일까지 이어져 973㏊가 타는 등 909억원 피해가 났다. 168가구 418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건축물 166채가 소실됐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악몽같은 4월 산불은 또 있었다. 1996년 3762㏊를 태운 고성 산불과 2000년 고성·삼척·동해·강릉·울진 등의 2만 3794㏊를 태운 사상 최대 동해안 산불도 4월 발생했다. 2017년에는 5월에 삼척과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양양과 간성 사이 국지적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양과 강릉 사이 ‘양강지풍’(襄江之風) 때문에 영동지역이 산불 위협에 취약해진다고 말한다. 봄철 강한 편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영동지역에서 더 강하고 건조한 국지풍이 돼 산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영서지역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역전층을 만나 압축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진 강한 바람을 만든다. 강원도 현장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고성·속초 250㏊,강릉 옥계 250㏊,인제 25㏊ 등 525㏊(525만㎡)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집계했다. 여의도 면적(290㏊)보다 크고,축구장 면적(7천140㎡) 735배에 달한다. 강릉은 110㏊로 파악됐으나 집계 과정에서 피해면적이 250㏊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확인된 인명피해는 고성 사망 1명,강릉 중상 1명과 경상 33명 등 35명이다. 재산피해는 고성·속초 지역이 주택 125채,창고 6채,비닐하우스 5개 동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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