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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Health Issue] ‘재활의학’

    [Weekly Health Issue] ‘재활의학’

    아직도 물리치료와 재활치료가 같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근골격계 질환으로 발생한 신체 사지의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을 돕는 물리치료는 재활치료의 한 분야로 보는 게 옳다. 재활의학은 전인적 치료로 손상된 신체 기능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의학이다. 문제가 되는 신체 부위 치료나 원인 제거에서 나아가 신체의 전체적인 기능을 향상시키는 포괄적 치료 분야인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령화로 복합 기능장애가 있는 노인이 늘면서 재활의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런 재활의학에 대해 대한재활의학회 강성웅(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이사장으로부터 듣는다. ●재활의학이란 무엇인가. 의학의 개념은 ‘치료’에서 시작해 ‘예방’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예방과 치료를 거쳐도 환자에게는 신체·심리·사회적 기능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이런 부분까지 해결하기 위해 재활 전문의를 중심으로 물리-작업치료사·심리사·사회복지사·영양사와 필요한 다른 전문가들이 합동해 환자의 신체 기능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의료 분야가 재활의학이다. ●재활의학의 치료 영역은. 흔한 관절염과 디스크·오십견 등은 물론 스포츠 손상을 치료하는 근골격계 재활, 외상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를 치료하는 뇌손상 재활, 뇌성마비·발달장애 등을 치료하는 소아재활, 척수 손상 재활, 심장·호흡 재활, 근육병 등 신경근육계 질환 재활, 암 재활,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를 개선하는 노인재활 등 재활 치료는 모든 의료 분야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국내 재활치료의 수요와 현황은. 국립재활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며, 이들 모두가 재활치료 대상이다. 그 밖에 통증이나 국소적 마비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모두 재활치료의 대상일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의 증가는 재활치료 대상 증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미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2018년이면 14%가 고령자가 된다. 이들 노년층의 신체 기능 저하를 최대한 막거나 회복시켜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재활치료를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뇌졸중(중풍) 환자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뇌졸중으로 우측 편마비가 온 경우 재활치료를 해도 편마비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활치료를 통해 입원 기간을 줄이고, 보호자 없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호자가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의료비 절감은 물론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줄여준다. 사지마비의 중증 장애를 딛고 최근 연세대를 졸업한 신형진군의 경우도 재활치료의 좋은 사례다. 척수성 근위축증이란 희귀 질환으로 사지마비는 물론 호흡부전으로 인공호흡기 없이 지낼 수 없는 중증임에도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설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재활치료는 직간접적으로 개인과 사회에 도움을 주는 등 계량하기 어려운 긍정적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국내의 재활의학 실상은 어떤가. 국내 재활의학회가 창립된 게 벌써 40년 전이다. 다른 의학 분야에 비해서는 짧지만 회원도 1900여명에 이르고, 지식과 기술 습득에도 적극적이다. 물론 우리 재활의학 수준도 세계적이어서 국내 학회 중 처음으로 세계재활의학회장을 배출했으며, 2007년에는 세계재활의학회 학술대회(ISPRM)를 서울에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 비하면 국내 현실은 아직도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재활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제는 재활치료를 보조적·선택적 치료가 아니라 필수적 치료라고 인식해야 한다. 거의 모든 치료는 재활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를 최소화하고 신체 기능을 극대화하면 의료적·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재활의학의 발전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국민들이 양질의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은 아직도 크게 미흡하다. 필요한 재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서다. 문제는 병원도 경영인데, 낮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수익성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다. 경영 차원의 투자 순위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정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재활치료 인프라를 늘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으로 재활치료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각급 병원들이 재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 재활치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결국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를 장애- 재활치료-사회 복귀의 선순환 체계로 바꿔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운동법과 치료기 등이 범람해 신체 기능을 되레 악화시키거나 경제적 부담을 지우기도 하는데…. 과학적 근거 없이 효과를 부풀려 광고하는 기기들을 함부로 사용할 경우 숨어 있는 원인질환을 악화시켜 보존적 치료로 가능한 문제를 결국 수술까지 하게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당연히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검증된 치료기 및 보장구를 사용해야 한다. ●활성화되고 있는 바이오산업 등이 재활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재활의학은 이런 분야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으나 주로 의공학 분야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 각종 재활기기들이 환자의 삶에 장애가 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런 분야에서 재활의학은 환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연구하여 개발될 각종 재활기기들의 기능을 고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령화에 따른 실버산업에서도 재활의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1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 고발(KBS1 밤 10시) 특급호텔에서 진행되는 결혼이나 각종 행사에 나오는 스테이크. 그런데 일류 호텔에 납품되는 연회장 스테이크 고기가 수상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해당 업체에 잠입 취재한 결과 충격적인 현장이 목격됐다. 고기에 일명 효소라고 부르는 식품첨가물과 물을 주입해 30~50%까지 중량을 늘리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본다. ●VJ특공대(KBS2 밤 9시 55분)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몰디브.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에메랄드빛 바다 위의 섬들이 태곳적 신비로움 발산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피곤한 여행 대신 자연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휴양객에게 최고의 선택이라는 이곳. 왕 대접 부럽지 않은 초특급 VVIP서비스의 향연이 펼쳐진다.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MBC 밤 9시 55분) 갈수록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패자부활전이 시작된다. 멘토스쿨 탈락자 10명 중 1위와 2위만이 살아남게 된다. 탈락자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지금까지 무대 중 가장 극적인 반전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감동, 그리고 숨막히는 대결이 시작된다. 과연 탈락자 가운데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일일드라마 호박꽃 순정(SBS 밤 7시 20분) 준선은 재환의 집에서 쫓겨나 신발도 신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니 허탈해진다. 광운은 재환에게 달려가지만 재환의 얼굴은 단호하다. 재환은 방으로 들어와 쓸쓸히 준선의 화장대를 바라본다. 준선이 쓰던 물건들을 바라보며 사랑했던 여인을 내치고 눈물이 날까 봐 이를 악문다. ●인생 후반전(EBS 밤 10시 40분) 환갑을 앞둔 나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수석 입학한 이장님 조병상씨. 중학교를 졸업한 지 40여년이 지나서 자식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한 후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올해 11학번 새내기가 된 조병상씨, 같은 과 동기들은 그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과 대항 축구시합에서 MT까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그를 만나 본다. ●명불허전(OBS 밤 10시 5분) 사랑 나눔의 실천으로 인술을 펼치는 순천향대 부천병원장 홍대식 원장을 초대하여 다문화가정 의료지원 양해각서(MOU) 체결과 관련해 향후 의료지원 계획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홍 원장의 건강비법과 시청자들의 건강관리 궁금증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통해 암 예방에 대한 조언도 들어 본다.
  • [굿모닝 닥터] 신장암 수술후… 정기검사는 필수

    수년 전, 좌측 옆구리 통증과 함께 혈뇨가 나와 병원을 찾은 30대 남자가 있었다. 검사 결과는 신장암이었다. 다행히 복강경으로 신장 절제술을 받았고, 퇴원 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하는 것으로 치료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환자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였다. 환자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외과에서 그에 대한 진료 의뢰가 왔다. 의아했다. 외과에서 시행한 복부CT 결과를 보니 신장암 재발이었다. 재발한 암이 소장과 대장을 꽉 막아 장폐색이 심했다. 그는 먹지도 못한 채 극심한 복통 때문에 외과를 찾은 것이었다. 대부분의 신장암은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혈뇨나 옆구리 통증, 불편감, 종괴가 만져지는 등의 증상을 느낀다면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암을 찾는 경우가 느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신장암이 발견되어 적절한 수술을 시행했다고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안심은 빠르다. 이 환자처럼 큰 코 다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재발 및 전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환자의 경우 암 병변은 수술로 제거했다. 이후 복통이 호전돼 정상적인 식사는 가능하지만 이후 재발한 신장암 병소가 빠르게 자라 육안으로도 불거진 상태가 보였으며, 경구용 항암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까지 겪고 있다. 물론 이후의 경과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젊은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좀 더 조기에 발견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어디 신장암뿐일까. 모든 암은 항상 재발 혹은 전이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귀찮고 힘들더라도 지속적으로 주치의의 진료를 받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답니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국내 첫 전이재발암 전문센터 오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이 메이저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치료받기 어려운 말기 암 환자만을 전문적으로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 병원은 이를 위해 최근 국내 최초로 ‘가톨릭 전이재발암병원’을 개원했다. 이와 관련, 인천성모병원 가톨릭 전이재발암병원 최일봉 원장은 최근 “국내에는 암 치료 중 가장 어려운 전이·재발암 전문 의료기관이 전무하다.”며 “앞으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기피하는 전이·재발·말기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원발성 암이나 초기 암은 치료 성적이 좋고, 병원의 수익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에 각급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전이·재발암의 경우 의료진의 손이 많이 가는 데다 치료율조차 낮아 일선 병원에서는 환자를 잘 받아주지 않는 편이다. 최 원장은 “메이저병원과 달리 재발·전이암 환자가 내원하면 당일 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면서 “암 환자를 어느 정도만 치료하고 내보내는 게 아니라 이 환자가 병원에서 자연 수명을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돌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특히 말기암 환자 진료를 위해 국내 최대의 호스피스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이곳 전이재발암병원은 방사선수술학과·혈액종양내과·스트레스클리닉·통합의학과·최소침습시술과·한의학과·전문진료팀 등의 협진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기존 치료와 달리 암 환자의 영양·심리적 측면까지 고려하는 맞춤 치료를 적용한다. 병원 측은 또 종양 부위를 태워 없애는 노발리스와 방사선 수술장비인 토모테라피,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가열해 파괴하는 온열치료기, 초음파 암치료기인 하이푸나이프 등의 첨단 장비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최 원장은 “전이·재발암의 경우 치료 가능성은 낮지만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가 틀림없이 있고, 전이·재발암 환자 역시 인간으로서 삶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면서 “새로운 치료 개념을 추구해 기존의 표준화된 암 치료와는 다른 통합의학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37번 진단 끝에 암판정 받은 ‘억세게 운 없는 아버지’

     영국 길링햄주 켄트에 살던 피터 큐라는 2006년 31살의 젊은 나이에 부인 줄리아와 루이스, 아비게일 등 어린 두아이를 남겨두고 눈을 감았다. 그가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느낀 것은 2002년. 계속되는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들은 여러 가지 검사를 한 후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진통제를 먹어라.”라는 처방만을 내렸다. 한 의사는 신장 결석이 확실하다며 레이저 시술을 시도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몇 년간에 걸쳐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10여회 가까이 이어졌지만 그의 통증은 줄어들지 않았다. 총 31명의 의사에게서 37번의 진료를 받은 후에야 큐라는 자신의 병명을 알 수 있었다. ‘신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고작 몇 개월 후 큐라는 세상을 떠났다. 줄리아는 “의사들은 그가 암을 갖기에는 지나치게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능성을 배제해버렸다.”면서 “그는 갔지만, 난 더 이상 그가 병원을 헤매고 다니지 않아야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7일(현지시간) “큐라를 단순히 ‘지나치게 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영국에서 암에 걸린 사람 4명 중 1명은 정밀검사를 받고도 정확한 진단을 듣지 못하고 있다. 대장암,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광범위하게 발병하는 4대암이 아닐 경우 오진 확률은 50%를 넘어간다. 특히 신장암과 갑상선암, 방광암 등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암의 경우에도 초기진단 성공률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  희귀암재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희귀암 발병자 4분의 1은 이미 다른 장기에 전이가 된 말기 단계에서나 발견된다. 데일리메일은 “영국은 유럽내에서 가장 낮은 암 생존률의 오명을 쓰고 있다.”면서 “가장 큰 원인은 1차적으로 환자를 진단하는 주치의와 일반 의원 의사들이 자신의 환자가 암일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4세인 안젤라 스켈핑톤의 경우도 큐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복통으로 지역병원을 찾았고, 무려 10명의 의사가 그를 진단한 후에야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사이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암세포는 스켈핑톤의 간과 림프절에도 퍼진 상태였다. 그러나 병원측은 “암을 초기에 진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현재 정부는 연간 5000명 이상의 암환자를 더 살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여러 가지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시스템보다는 근본적으로 의사들의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힘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47) ‘의학의 미래’ 방사선 치료

    [Weekly Health Issue](47) ‘의학의 미래’ 방사선 치료

    방사선이 생명을 지키는 시대가 됐다. 흔히 대량살상이 가능한 거대 무기로 떠올리게 되는 방사능과는 밀접하면서도 뚜렷하게 구별되는 방사선은 의료 분야에서 ‘미래의 대안’으로 불릴 만큼 적용 범위가 확대, 세분화되고 있다. 암을 예로 들자면 오늘날 거의 모든 암치료 분야에서 방사선의 효용에 기대지 않는 경우가 드물 정도이다. 그러나 방사선의 의료적 효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이런 방사선에 대해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금기창 교수로부터 듣는다. ●방사선이란 무엇인가. 방사선이란 방사선 원소가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선형으로, 흔히 알파·베타·감마선 등으로 구분한다. 이런 방사선은 물질에 대한 투과력이 높고, 속도가 매우 빨라 이런 특성을 의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사선의 치료 원리와 의학적으로 활용된 경과를 설명해 달라.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이래 100여년 전부터 방사선을 암 치료에 적용해 왔다. 암세포는 증식 속도는 빠르지만 회복 능력이 정상세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고(高)에너지의 방사선을 조사하면 아예 파괴되거나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게 된다. 1900년대 초 레거드는 동물 불임실험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불임을 위해 숫양의 고환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한꺼번에 조사했을 때 나타나는 피부궤양이 같은 선량을 수일에 거쳐 분할 조사했더니 나타나지 않았고, 불임 효과에도 차이가 없었던 것. 이를 통해 처음으로 방사선 분할 조사의 이점이 밝혀졌다. 이후 정상 조직의 손상 없이 암세포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는 치료법이 개발됐고, 그 활용 범위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치료를 위한 방사선의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나. 방사선 치료는 방법에 따라 외부 방사선치료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내부 방사선치료로 나눈다. 외부 방사선치료란 선형가속기로 만든 고에너지의 X-선이나 전자선을 환자의 체내 종양에 도달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으로, 3차원 입체조형 치료나 토모테라피, 래피드아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내부 방사선치료(근접치료)란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동위원소를 인체 조직에 직접 삽입하는 치료법으로, 주로 자궁경부암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방사선의 유효성과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질환을 소개해 달라. 암 치료에 있어 방사선이 갖는 이점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삶의 질 측면에서 그렇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방암·두경부암·방광암·하부직장암 등의 경우 외과적으로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수술치료가 많았다. 이런 치료는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수술로 인한 신체기능과 미용상의 상실을 감수해야 했고, 이 때문에 우울증을 겪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유방암의 경우 과거에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유방 전체를 들어냈지만 최근에는 미용적 측면을 고려, 종양만 도려낸 뒤 방사선 치료를 가해 유방을 보존하는 방식이 보편화됐고, 하부직장암도 직장을 전부 제거한 뒤 복부에 인공 항문을 만들었던 예전의 방법 대신 최근에는 수술 전에 방사선 및 약물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인공항문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처럼 방사선 치료술이 발달함에 따라 지금은 거의 모든 암에서, 그리고 암의 초기부터 진행기까지 다양한 병기에서 방사선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특정 암의 치료와 관련, 현재 방사선 치료가 기존 치료법의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가. 비인강암과 초기 후두암·입술암은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 비인강암 1∼2기는 방사선치료만으로 90%의 완치율을 얻을 수 있고, 조기 후두암 역시 방사선 단독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할 뿐 아니라 목소리까지 보존할 수 있다. 이 밖에 자궁경부암·전립선암 등도 초기부터 방사선치료가 완치 목적의 치료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짚어 달라. 방사선 치료는 조사된 부위의 암세포만 파괴하는 국소치료이기 때문에 원격전이의 경우 치료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약물치료와 같은 전신 부작용이 없고,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방사선이 들어간 국소부위에만 국한된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발성이나 원격 전이가 생길 확률이 높은 암이나 병기라면 적절하게 약물치료를 병합함으로써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얼마든지 보완·상쇄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도 짚어 달라. 방사선 치료는 총 선량, 1회 선량, 조사 범위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결정된다. 따라서 뇌종양을 치료할 때는 수개월 동안 머리가 빠지기도 하고, 안구 종양 치료 때는 백내장이, 두경부 및 식도암 치료 때는 구강건조증과 식도염이, 복부 암 치료 때는 설사 및 복통이, 폐암의 경우에는 방사선 폐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들은 방사선치료 설계과정에서 대부분 예측 가능하며, 우수한 장비와 치료 경험, 정밀한 치료설계 등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현재 의료분야에서 치료목적으로 활용되는 방사선 기기는 어떤 것들인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고, 종양에 고(高)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의 최신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IMRT)는 여러 방향에서 80∼150개의 방사선 조각을 암 조직의 모양에 맞춰 3차원 방식으로 조사해 치료하는 기기이고, 여기에 치료 때마다 영상을 찍어 암 부위를 확인한 뒤 치료하는 토모테라피, 레피드아크 등도 활용되고 있다. 방사선 수술의 일종인 감마나이프와 사이버나이프는 고선량을 한꺼번에 조사하기 때문에 적응 범위는 좁지만 치료기간이 짧아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 양성자치료는 체내 일정한 깊이에 있는 종양에 최대의 에너지를 조사할 수 있어 소아 고형암이나 뇌종양 등에서 뛰어난 치료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스티브 잡스 세번째 병가… ‘애플’의 미래는

    스티브 잡스 세번째 병가… ‘애플’의 미래는

    시가 총액 기준 세계 2위의 기업인 애플의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또다시 병가를 냈다. 2003년 췌장암 진단 이후 세 번째다. 2009년 간 이식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잡스가 병가를 공식 발표한 지난 17일(현지시간) 세계적으로 애플 주가는 6%가량 떨어졌다. 이날 ‘마틴 루터 킹 데이’를 맞아 하루 휴장했던 나스닥에서 애플 주가는 18일 개장 직후 5%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잡스는 지난 2009년 간 이식 당시 5개월간 쉬겠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잡스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0월 새 매킨토시 발표회 때가 마지막이다. 잡스는 지난 2003년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종양을 제거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다른 기관에 전이되기 쉽다. 흔히 간에서 재발할 확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잡스가 2009년 간 이식 원인이 암 전이 때문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다. 또 다른 기관에 암이 전이됐을 수도 있다. 혹은 신체 거부 반응 등 간 이식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신체 거부 반응은 보통 이식 후 6개월 내에 나타나지만 수년 뒤에 겪을 수도 있다. 잡스의 한 지인은 잡스가 암 수술과 간 이식 이후 체중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음을 전했다. 물론 체중 감소는 암 재발이나 간 이식 외에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잡스는 CEO직을 유지하면서 중요한 결정에는 계속 참여하되 일상적인 운영은 앞서 두번의 휴직 때와 마찬가지로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에게 맡겼다. 2009년 쿡이 잡스 대신 운영을 맡았던 6개월 동안 애플의 주가가 70% 상승했을 정도로 그의 회사 ‘운영’은 인정을 받은 상태다. 더구나 이미 2011년 한해 계획이 정해져 있어 단기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찰스 골빈은 “애플이 충격을 받으려면 3~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장기화될 때다. 일단 애플의 위상은 2년 전과 다르다. 당시 주가는 주당 85달러, 자산가치는 500억 달러였다. 하지만 지난 14일 애플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348.48달러를 기록했고, 자산 가치도 2940억 달러에 이르렀다.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엑손모빌 다음이다. 이런 거대 기업을 CEO 쿡이 계속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경영 능력은 검증됐지만 잡스와 같은 ‘선견지명’을 갖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냐는 것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46) 여성성 위협하는 유방질환

    [Weekly Health Issue] (46) 여성성 위협하는 유방질환

    최근 들어 암 등 유방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호르몬 노출과 유전성 외에 육류 및 가공식품 위주의 서구형 식생활과 출산 및 수유 기피 등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방은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부위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유방이 훼손된다면 성적 정체성 역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유방을 노리는 질환(암)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박찬흔 센터장으로부터 듣는다. ●유방질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을 말하는가 대표적인 유방 질환은 섬유선종과 섬유낭성 질환 그리고 유방암이 있다. 섬유선종은 20대 여성에게 잘 생기는 흔한 질환으로, 유방의 기질과 상피조직이 증식하는 양성종양을 말한다. 주위 조직과 분리되어 잘 움직이고, 둥글고 단단하며,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음파나 침생검(바늘 조직검사)으로 쉽게 확인되며, 수술도 어렵지 않다. 섬유낭성 질환은 유방에 생긴 멍울이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로, 여성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정상 유방에서도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질환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생리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유선 조직이 가장 발달한 30∼40대에 흔하다가 이후 점차 줄어 폐경 후에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유방암과 함께 흔한 유방질환으로는 유방염증과 농양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암이 문제일 텐데,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나 암이 생긴 세포에 따라 유관암과 소엽암으로 구분하며, 암의 침윤 정도에 따라 침윤성과 비침윤성(상피내암)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유방암이 해당되는 침윤성은 암세포가 기저막을 통과한 경우로, 주변의 혈관과 임파관을 침범, 겨드랑이 임파선 등 전신으로 퍼지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암세포가 뼈·폐·간·뇌 등 다른 장기로 퍼진 원격전이라도 화학요법 및 표적치료 등으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상피내암인 비침윤성은 암이 유관의 기저막을 통과하지 못한 0기 단계로, 국내 유방암의 12% 정도를 차지하며 수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상피내암의 다른 형태로, 암세포가 유관을 따라 유두에 습진성 병변을 일으킨 경우를 파제트병이라고 하는데, 유두에 생기는 피부습진과 혼동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의 원인은 무엇인가 환경 및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의학적 판단이다. 특히 유방암 발생에 연관성이 크다고 여겨지는 것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이 직접 유방암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유관세포를 자극해 증식·분화시키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12세 이전의 이른 초경이나 55세 이후의 늦은 폐경, 30세 이후의 첫 임신, 오랜 기간 피임약이나 여성호르몬을 투여한 경우라면 위험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유방암은 유전적 소인이 강해 전체 환자의 5∼10%가 가족성 유방암에 해당된다. 실제로 어머니나 자매가 유방암인 경우 약 2∼3배,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일 경우 발병률은 8∼12배나 높아진다. 특히 가족력을 가진 여성에서 암유전자인 ‘BRCA1’,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이 여성이 평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60∼80%로 높아진다. ●병기별 증상을 설명해 달라 유방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통성 혹이다. 그 밖에 통증을 느끼거나 한쪽 유두에서 혈성 분비물이 보이는 경우, 유두 함몰이나 겨드랑이에 혹이 만져지는 경우 등이 있다. 특히, 유방 부위가 붓거나 궤양·함몰이 나타나는 경우, 또는 피부가 귤껍질처럼 보이는 것은 암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나타내는 증상들이다. 유방암 병기는 암 크기와 겨드랑이 임파선 전이, 그리고 전이 여부에 따라 1∼4기로 구분한다. 1기는 종양 크기가 2㎝ 이하이면서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경우로, 유방에서 통증 없는 종괴가 만져지는 정도이며, 완치율이 매우 높다. 2기는 종양이 2∼5㎝이며 임파선 전이가 심하지 않은 경우로, 비교적 커다란 종양이 만져진다. 3기는 종양이 5㎝ 이상이거나 그보다 작더라도 겨드랑이 임파절 전이가 있는 경우로, 유방과 겨드랑이에서 종괴가 만져지며, 더 진행되면 피부부종·피부궤양·피부색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4기는 뼈·폐·간 등 전신전이가 있는 경우로, 가장 예후가 불량하다. ●어떻게 검사, 진단하는가 기본적으로 자가검진, 전문의 진찰, 유방촬영술이 기본이며, 필요하면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유방암의 가장 기본적 선별검사인 유방 촬영은 40세 이상 여성은 연 1회 시행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치밀유방이 많고, 서구에 비해 젊은 환자가 많아 초음파가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이 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나오면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과 보조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등이다. 수술적 치료로는 암덩어리가 커서 유방과 겨드랑이 임파선을 넓게 제거하는 전절제술과 유방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는 보존술, 겨드랑이 임파선 전이를 확인하는 보존적인 감시임파절 생검술 등이 주로 사용된다. 또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보조 항암요법이나 항호르몬치료, 방사선치료 및 최근에 개발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수술 후 보조치료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치료제는 환자의 나이·병기·악성도·호르몬수용체 유무·HER2 암유전자 발현 유무에 따라 결정하는데, 일반적으로는 국제 및 한국유방암학회의 치료권고안을 따른다. ●각 치료법의 유효성과 부작용, 합병증 등을 짚어 달라 전절제술은 광범위한 절제술로, 수술 후 통증이 보존술에 비해 심하며, 팔의 부종, 팔운동 장애 및 감각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 수술 후 신체 균형이 맞지 않아 비특이적인 통증과 자세변화 등이 수반되기도 한다. 보존술은 방사선치료를 더할 경우 치료효과는 전절제술과 비슷하나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도 더 들며, 방사선치료로 인한 피부염·식욕감퇴·빈혈·폐렴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감시임파절 생검술은 신경 손상이나 팔의 임파부종등의 합병증은 방지할 수 있으나 임파부종을 완전하게 막기는 어렵다. 또 수술 후 보조치료의 경우 항암치료에 따른 탈모나 구토·설사·위염 등이 수반될 수 있으며, 골수 억제로 빈혈·백혁구 감소 및 패혈증을 겪기도 한다. 대표적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의 경우, 자궁내막암과 정맥혈전증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강북삼성병원 제공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5년된 암치료 환자 병원비 부담 커져…의료실비보험·암보험 더욱 필요 !

    암은 여전히 고액의 치료비가 드는 질병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경우 평균수명(남성 76세,여성 83세)까지 생존할 때 남성 3명 가운데 1명, 여성 4명 중 1명인 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가암등록 통계사업을 통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암발생률을 산출한 결과 2006년 15만3237명에서 2007년 16만1920명으로 암발생율이 5.6%나 증가했다. 이는 2005년 14만858명에 비해 2006년 5.1%, 2007년 11% 증가된 수치로 암환자발생률이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암환자의 상대생존율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면서 암이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암등록본부가 밝힌 1993~207년 암발생자의 생존율에 따르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3~1995년 41.2% , 1996~2000년 44.0%, 2001~2005년 53.1%, 2003~2007년 57.1% 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암은 0기(전암단계)에 발견하면 93%, 1기는 75.8%, 3기는 306%,4기이상은 7.2%가 10년이상 살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환자들이 치료의 끈을 놓치 않아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오래 생존하는 암치료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책적·사회적 지지 시스템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5년을 넘어 10년이상 살고 있는 이들도 늘 암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완치의 의료적 기준에 따라 제도적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9월1일부터 적용되는 ‘암환자 산정특례제도’는 암으로 확진 받은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하면 5년간 병원비의 5~10%만 본인이 부담하는 제도이다. 5년이 지나면 특례대상에서 제외된다. 2005년 9월1일부터 처음 등록한 암환자는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았다면 올 9월부터는 일반환자처럼 병원비의 30~60%정도를 내야한다. 각종 검사비와 합병증 치료비도 지원받을 수 없다.  실제 암환자들은 5년간 암이 완치된 것처럼 보여도 혹시 모를 재발과 전이여부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드는 고가의 검사를 받고 있고, 또 합병증 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개별적인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이런 상황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의 공공보험과 더불어 개인보험 성격인 암보험 또는 의료실비보험 가입이 꼭 필요한 시기라고 보험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보험사들이 암보험의 손해율이 2006년 106.6%, 2007년 110.8%, 2008년 119.5% 로 상승하다보니, 2006년도부터 대형보험사들이 암보험 판매를 중단해왔다. 그러나 최근 암보험 수요가 크게 늘자 보험사들이 속속 암보험 상품을 새로 내놓고 있다.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이 최근 암보험 신상품 등을 출시했고, 지난해 9월 판매중단한 동양생명 암보험도 비갱신형으로 바꿔 지난달 출시했다.  필요한 보험을 일일히 알아보시기 힘드시다면 보험비교사이트(www.wiseinsu.co.kr)를 활용하면 손쉽게 보험상품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보험관련 전문판매업체에서 실시하는 무료상담(080-801-0100)을 이용하시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험은 아플 때 가입하기 어렵다. 흔히 보험이 아파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듯이 건강할 때 가입해야 하는 것이 보험인 것이다. 또 보험은 강제보험이 아닌 선택이다. 꼭 필요한 보험이라면 건강할 때,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 또는 의료실비보험을 추천한다.  출처 : 와이즈인슈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굿모닝 닥터] 암 완치자 관리 위한 프로그램 도입해야

    최근 연세 암센터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1995년 이후 등록된 암환자 중 10년 이상 생존한 암 완치자 300여명을 초청한 행사였다. 이들은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부인암 등의 판정을 받고 10년 이상 생존한 사람들로, 연세 암센터는 참여자들의 핸드프린팅을 남겨 이를 전시하기로 했다. 암 환자들에게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암 환자들을 위한 자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장기 생존자들을 위한 자리는 거의 없었고, 특히 10년 생존자를 모은 자리여서 의미가 각별했다.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5년 생존율을 암 완치 판정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조기진단과 각종 치료법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눈에 띄게 높아져 국내 5년 생존율이 미국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진단과 치료의 혁신이 일군 성과다. 드디어 10년 생존율을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연세 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병기별 10년 생존율은 0기 93%, 1기 75.8%, 2기 56.9%, 3기 30.6%, 4기 7.2% 등이다. 이중 4기 환자가 10년 이상 장기 생존한 경우를 눈여겨 볼 만하다. 인류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그렇게 바라던 암 정복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뻐할 일은 아니다. 이제는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된다. 암은 재발할 수 있고, 전이될 수도 있다. 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다시 건강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관리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몇 년 전 미국 임상암학회는 암이 곧 당뇨병·고혈압·심장질환처럼 만성질환군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암 전문가들 생각도 틀리지 않다. 그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이제는 암 완치자들의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 맞춤형 관리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 때다. 금기창 연세대의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 증상 느껴 병원 가면… 절반이상 이미 3~4기

    증상 느껴 병원 가면… 절반이상 이미 3~4기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 병원을 찾아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3∼4기 진행형 암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4기 암은 전이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완치율도 떨어진다.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김영진)는 9월 ‘대장암의 달’을 맞아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서 2005∼2009년 사이 대장·위내시경검사를 받은 51만 9866명의 암 진단 양상을 분석, 최근 발표했다. ●대장암이 위암의 2.7배 분석 결과, 조기검진의 척도가 되는 건강검진센터 방문 환자들의 경우 대장암 진단율이 0.37%로 위암의 0.19%보다 2배 가량 높았다. 하지만 병기 추적이 가능한 환자 33만 206명을 대상으로 3∼4기 진행암의 비중을 보면 대장암이 20.9%로 위암의 7.7%에 비해 2.7배나 많았다. 이는 대장암이 위암에 비해 정기검진으로 발견할 확률은 높지만, 검진이 늦어지면 위암보다 더 빨리 진행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학회 관계자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의 조기검진 중요성이 위암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환자를 병기별로 보면 대장암의 경우 1기 39.8%, 0기 24.9%, 2기 14.4%, 3기 12.9%, 4기 8.0% 등의 순이었으며, 위암은 1기 85.0%, 3기 4.3%, 2기 4.0%, 0기·4기 3.4% 등으로 나타났다. ●몸이 느끼는 이상 증세는 진행암 증표 특히 몸에 이상 증세를 느낀 뒤 병원을 찾은 사람 10만 895명 중 3∼4기 후기진행암으로 진단받은 비율이 무려 51.6%에 달해 전체 진단환자의 절반을 넘었다. 1기 조기암은 19.9%에 그쳤다. 위암은 같은 상황에서 3∼4기 후기진행암이 28%, 1기 조기암이 61.3%여서 대조적이었다. 대장암이나 위암 모두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대장암 20.9%, 위암 7.7%)에 비해 3∼4기 진행암 진단율이 2∼3배나 높았지만, 1기 조기진단율만 놓고 보면 대장암이 훨씬 빨리 악화됨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결과다. ●0∼1기 완치율 90∼100% 대장암은 암세포가 점막층에 국한된 0기일 경우 간단한 대장내시경 수술만으로도 완치율이 거의 100%에 달하며, 1기도 완치율이 90% 이상이나 되지만 후기로 갈수록 완치율이 낮아 4기의 경우 완치율이 5%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회 김남규 이사장(연세대의대)은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적어도 50세 이상 성인의 경우 5년마다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하며,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용종, 염증성 장질환, 유전성 암 등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젊어서부터 검사를 받는 게 좋다.”권고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고가항암제 새달부터 보험적용 확대

    항암제 중 새로 개발돼 그동안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2군항암제’도 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암치료 보장성을 확대해 매년 늘어나는 암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암치료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내달부터 암치료의 보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로써 지금까지 전액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했던 비급여 항암치료제 중 상당수가 급여로 전환돼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2개 이상의 2군 항암제를 동시에 투여할 때도 내달부터 모두 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현행 2군 항암제 병용요법의 경우 두 종의 항암제 중 비싼 항암제는 일부 보험 적용이 됐지만 저렴한 항암제는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해 왔다. 특히 유방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허셉틴’과 ‘졸라덱스’의 경우 각각 림프절로 전이된 환자와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인 환자만 보험이 적용되는 등 제한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이런 적용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된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치료비가 1000만원에 이르는 전립선암 3세대형 냉동제거술, 300만원 상당의 신장암 고주파 열치료술, 20회 시술에 1500만원이 드는 세기변조 방사선치료 등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도 현재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대장암 수술 후 현재 격주로 1회 2군항암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 이모(56)씨는 “지금까지 수술비 등 치료비가 1200만원 이상 들었으며, 이후에도 회당 50만~60만원씩 하는 항암치료를 12회에 걸쳐 받아야 해 큰 부담이 됐다.”면서 “ 암 자체가 부담인데다 비싼 치료비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보험 대상이 확대된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조치를 반겼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PSA 재검진군, 암 발견율 낮아

    전립선특이항원(PSA)검사를 두번 이상 받는 재검진군이 초진군에 비해 암 발견율이 2.4배나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비뇨기과학회(이사장 백재승)와 대한비뇨기종양학회(회장 장성구)는 전립선암 예방을 위한 블루리본 캠페인의 일환으로 2007년에 이어 올해 다시 강릉·대구·전주지역에서 2차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규 검진군 2364명의 전립선암 발견율은 3.14%였으나 재검진군 1252명의 전립선암 발견율은 1.29%로 60%가량 낮았다고 최근 밝혔다. 이들 중 재검진자는 강릉 544명 등 모두 1252명으로, 전체 참여환자의 34.6%였으며 이들의 평균 PSA 수치는 1.89ng/㎖로 신규 검진군의 2.14ng/㎖보다 낮았다. 올해 역학조사는 3∼4월에 강릉·대구·전주지역의 55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지역별 참가자는 강릉 1119명, 대구 1625명, 전주 872명 등 모두 3616명이었다. PSA검사란 혈액용 진단키트를 활용하는 검사법으로, 전립선암 조기 발견에 주로 이용된다. 일반적으로 PSA 수치가 3ng/㎖ 이상이면 암 위험군으로 분류돼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한종 교수는 “이번 역학조사에서 재검진군 환자의 PSA 변화 추이를 관찰한 결과, 암이 발견된 군에서의 PSA 수치 증가율이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면서 “이는 조직검사 대상을 결정할 때 PSA 수치 변화 추이를 고려해야 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의 단일 의료기관에서 1997∼2009년 사이에 전립선암 환자 1672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 중 국소전립선암의 비율이 1997∼2000년 57.6%였던 것이 2007∼2009년에는 79%로 급증했으나, 원격전이암은 39.2%에서 7.9%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료가 가능한 국소전립선암의 진단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학회 관계자는 “그러나 국소전립선암의 비율이 높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내에서 악성도가 낮은 고분화도 암의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악성도 높은 저분화도 암이 전체 환자의 36.3%로 미국의 5.7∼11%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암 성장·전이 억제 혈관치료제 개발

    암 성장·전이 억제 혈관치료제 개발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의 성장과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됐다. 암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8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KAIST 고규영 교수팀은 암세포의 혈관 성장인자로 알려진 VEGF(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 외에 또 다른 인자(Ang2·안지오포이에틴-2, 혈관신생 촉진인자)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 두 가지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혈관성장 차단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의학계에서는 VEGF가 암 혈관 성장에 중추적인 구실을 하는 것으로 인식, 이를 억제하는 항암제인 아바스틴(Avastin·VEGF에 대한 암 치료제)을 개발해 암 환자들에게 투여했다. 그러나 항암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이 증상이 더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많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팀은 VEGF 억제제 투여시 Ang2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두 인자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혈관성장 차단제를 제작해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기존의 치료 제재보다 암 성장과 전이를 각각 2.1배, 6.5배 더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고 교수는 “이중 혈관성장차단제 개발 성공으로 암 치료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적은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 “난소암, 대장암, 뇌암 같은 혈관성장 인자가 많은 암에 효과가 높은 만큼 이르면 3~4년 안에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논문은 17일 암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캔서셀(Cancer Cell)’ 지 표지논문으로 선정됐으며, 국내 연구진이 이 학술지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된 것은 처음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굿모닝 닥터] 한쪽 코 계속 막히면 비인강암 의심을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잘 어울리는 것이 비인강암(비인두암)이다. 간단한 검사기기로 입이나 코를 통해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이 있지만 척수, 뇌 등 중요 기관에 둘러싸여 수술이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매년 1000명 정도 새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홍콩 영화배우 성규안이 이 암으로 숨졌는데, 특히 중국 남부와 양자강 하류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인강이란 코 뒤쪽 공간으로, 목젖 바로 위에 해당하며 엡스타인-바르바이러스(EBV)가 주요 발생원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적인 코의 염증, 비위생적 환경, 음식물을 가열할 때 생기는 다환 탄화수소, 젓갈 등 염장식품도 원인이어서 국내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 비인강암은 병소가 깊고 중요 기관들에 싸여 있어 수술이 어렵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나, 림프절로 전이되면 목에 멍울이 잘 생긴다. 환자들이 목에 멍울이 생긴 뒤에 병원을 찾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멍울 외에 목구멍이 가렵거나 이물질이 붙어 있는 느낌이 들 때, 코를 풀 때 피가 자주 섞여나거나, 한쪽 귀가 잘 안 들리고 한쪽 코막힘이 계속될 때는 병원을 찾아 검사하는 것이 좋다. 비인강암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고, 발견해도 진행된 경우가 많으며, 수술이 어려워 주로 방사선치료를 적용한다. 토모테라피나 라이낙을 이용한 세기조절방사선치료는 비인강 주변에 있는 뇌간이나 척수를 보호하며 암을 치료하기 때문에 수술보다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약물치료를 병행해 치료 효과가 더욱 좋아졌다. 다른 암처럼 비인강암 역시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엡스타인-바르바이러스가 중요 원인인 만큼 구강 위생과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며, 목과 코, 귀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금기창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 여성 암 사망원인 1위 폐암, 왜 ?

    EBS ‘명의’는 16일 오후 9시50분 방송에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김영태 교수와 함께 여성 암 사망원인 1위인 폐암에 대해 알아본다. 2008년 폐암학회가 20~30대 일반 여성 4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대다수가 폐암을 흡연자 혹은 남성이 주로 걸리는 암으로 인식했다. 여성 암 사망원인 1위를 묻는 항목에서 49.1%가 유방암을 꼽았고, 폐암이라고 답한 여성은 5%에 그쳤다. 그러나 실제 여성 암 사망원인 1위는 폐암이다. 여성 10만명당 15.2명이 폐암 때문에 사망하며 폐암 발생 환자의 3분의1이 여성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폐암은 남성의 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잘못된 인식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늦게 폐암을 발견하는 일이 많다. 여성 비흡연자도 폐암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여성이 남성보다 발암물질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여성 폐암의 69% 이상을 차지하는 ‘선암’은 흡연과는 무관하며 음식을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선암은 주변부에 발생해 다른 폐암보다 늦게 발견될 가능성이 크고 전이가 잘 되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지만 초기에만 발견한다면 수술과 항암요법을 통해 치료 성공률을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김 교수는 “폐암은 6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비흡연 여성일지라도 60세 이후에는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갑상선암 여성보다 남성에 치명적”

    갑상선암은 대표적 여성암으로 꼽히지만, 남성에게 발생할 경우 더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갑상선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1002명을 분석한 결과, 성별로는 남성(229명)보다 여성(773명) 환자가 월등히 많았다. 환자의 연령대는 10∼90대로 다양했으며, 이 가운데 30∼50대 여성이 57.2%로 절반을 넘었다. 또 질병의 중증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입원일수를 보면 통상 방사성동위원소 치료에 소요되는 1박2일 또는 2박3일인 환자가 76.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암이 전이됐거나 커서 3박4일 이상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도 23.0%나 됐다. 중증도를 살필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동위원소 ‘옥소’의 사용량도 일반적 수준인 180mCi(밀리큐리) 이내로 충분한 환자가 76.9%였으나 200mCi가 넘는 환자도 23.1%나 됐다. 특히 옥소 사용량이 200mCi를 넘은 환자 가운데 남성이 29.8%(69명)로, 조사 대상자 전체의 남성 비율 22.9%보다 높았다. 그만큼 남성에게서 갑상선암이 더 잘 악성화되는 셈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제 장례식 준비하며 살아온 삶 되짚고 싶었습니다”

    “제 장례식 준비하며 살아온 삶 되짚고 싶었습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여성 팸 허먼센(48)은 유방암 환자다. 이제 그에게 남은 삶은 길어야 한두 달. 그는 자신의 장례식을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삶을 정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유방암 시한부 뉴질랜드 여성 직접 관 준비 그는 2006년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왼쪽 유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픈 것처럼 느낌이 좋지 않았다. 2008년 정기검사에서 재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욱이 암세포가 뼈와 간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그때는 2월이었는데 의사가 다섯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죠. 그래도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두려운 마음보다 오히려 힘이 나” 유방암이 자신의 삶에 대단히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그는 장례식 때 그것을 표현하기로 했다. 한 친구가 나무로 관을 짜 줬고 예술가로 활동하는 다른 한 친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용감한 여성’을 기리기 위해 관에 유방 30쌍을 그려 넣었다. 이 관을 처음 봤을 때 그는 “두려운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내 안에 있던 힘이 밖으로 뻗어 나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어머니는 벌써 아들을 암으로 잃었고 이젠 딸도 떠나보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오빠는 대장암으로 50세에 숨졌다. 자신과 쌍둥이인 동생 역시 2006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친구들은 관을 ‘수면상자’라고 부르고 있다. 곧 세상을 떠날 친구가 직접 장례 채비에 나선 만큼 불가피한 상황을 조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건강검진때 발견된 위암 90%가 ‘조기암’

    건강검진을 통해 악성 종양(암)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최근 10년 동안 2배로 늘어난 가운데 암으로 진단 받은 10명 중 9명이 조기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암 발견의 중요성이 확인된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소장 최재원)가 2000∼2009년 이 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38만여명의 암 발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2000년 181명에서 2009년 404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9년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404명 중 위암은 46명이었으며, 이들의 상태를 확인할 결과, 전체의 89.1%인 41명이 조기 위암이었으며 나머지 5명(10.9%)은 진행성 위암이었다. 즉, 증상이 나타나기 전 건강검진을 통해 위암을 발견한 환자 10명 중 9명이 조기 위암으로 밝혀진 것이다. 조기 위암은 암세포가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에만 있어 전이가 없으며, 내시경절제술이나 복강경수술 등으로 완치가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이에 비해 암세포가 점막하층을 지나 근육층이나 장막까지 침범한 진행암은 쉽게 림프절이나 간·폐 등으로 전이될 수 있어 대부분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의 최근 3년간 악성종양 진단 현황(인구 10만명당 암 발생률)을 보면, 2009년 982.8명이던 것이 2008년 1063.2명, 2007년 818.1명 등으로 지난해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2007년 신규 암 발생률 329.6명을 크게 앞섰다. 최재원 소장은 “단일 병원 건강검진에서 국내 전체 신규 암 발생률의 3배나 되는 암을 찾아앴다는 것은 조기암 진단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의 첫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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