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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 의학에 끝없이 도전”

    “첨단 의학에 끝없이 도전”

    “어려웠던 시절 보증금 없이 병원을 운영한다고 하니까 다들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냐.’고 걱정했어요.1960~70년대에는 진료비를 내지 않는 환자가 많아 병원마다 보증금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환자들을 믿고 진료를 시작하니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어요.” 1958년 인천 중구 용동 ‘이길여 산부인과’에서 새내기 여의사로 의업(醫業)을 시작한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는 반세기의 시련을 극복해 현재는 국제 규모의 뇌과학연구소, 암·당뇨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원 등을 보유한 재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재단 50주년 기념식을 맞이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지금의 인천 구월동 길병원을 건립할 때 병원을 짓던 업체가 부도가 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국내 유일의 병원을 짓겠다는 열망을 버리지 않아 이만큼 이룬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의 목표는 여느 병원 최고경영자(CEO)와 차이가 있다. 그는 다른 병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기초의과학 분야를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2006년 640억원을 들여 뇌과학연구소를 설립, 세계적인 물리학자 조장희 박사를 초빙했다. 최근엔 하버드대 김영범·최철수 교수 등 22명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암, 당뇨와 관련된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 연구원에는 무려 1000억원이 투입됐다. 이 회장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첨단 의학을 향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최종 목표로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소 거창한 수식어에 대해 그는 “이미 반세기 동안 초석을 다져왔기 때문에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 보증금 없는 병원을 표방한 탓에 사회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평, 백령도 등 의료 취약지역에 병원을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찰나의 과학’ 펨토기술 도약 발판

    차세대 펨토과학기술 연구를 위한 최첨단 시설 `극초단 광양자빔 특수연구동´이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문을 연다. 광주과기원은 내달 3일 펨토과학기술연구센터에서 `극초단 광양자빔 특수연구동´ 준공식과 함께 아시아 11개국,150여명이 참가하는 제4회 아시아고강도레이저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시설은 2003~2013년 총 649억이 투입되는 국가 주도 대형 연구개발 사업으로 핵심시설인 초고출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펨토과학기술은 기존 과학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아주 짧은 시간을 연구하는 영역으로 흔히 ‘찰나의 과학’으로 불린다. 펨토(femto)는 1000조분의1을 뜻하는 말로 1000조분의1초 동안만 빛을 발하는 레이저를 만들면 그만큼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카메라 셔터속도가 빠를수록 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초고출력 레이저 기술은 인간의 눈이나 현미경 등을 통해 관찰할 수 없는 광합성 과정이나,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도는 움직임 등 물리, 화학, 생물학적 초고속 현상의 신비를 벗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종민 석좌교수는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암 치료에 사용하는 양성자 발생기나 고성능 X성능 레이저 장치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이번 센터 완공을 계기로 현재 선진국에 비해 1년 정도 뒤처져 있는 펨토과학 기술력을 단시일내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광주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코끼리다리 국내 치료길 열었다

    이른바 ‘코끼리 다리’로 불리는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인 ‘림프부종’을 국내에서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연세SK병원 림프부종연구소 심영기·소동문 박사팀은 최근 사타구니에 있는 림프절을 필요한 만큼 떼어내 겨드랑이에 옮겨심는 ‘미세 림프절 이식술’로 중증 림프부종 환자 정모(42·여)씨를 치료하는 데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18년전 결핵성 림프선염으로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술을 받은 뒤 오른팔 전체가 퉁퉁 붓고 뻣뻣해지는 후유증을 겪다 지난 7월 중순 약 8시간에 걸쳐 이 수술을 받았다. 정씨의 오른팔 상박부는 수술전 31㎝에서 수술 6주가 지난 현재 29㎝로 줄어드는 등 부기가 가라앉은 상태다. 미세 림프절 이식술은 1990년대말 프랑스 조르주 퐁피두 병원의 콜린 베케어 교수가 개발했다. 림프부종은 혈장단백과 모세혈관 여과물 등을 흡수하는 ‘림프계’가 손상되거나 감염으로 망가져 림프액이 고일 때 생긴다. 팔, 다리에 가장 많이 생기지만 심하면 복부, 눈, 안면부 등 다양한 곳이 크게 붓는 증상으로 발전한다. 이 병은 림프선에 염증을 만드는 결핵 외에도 방사선 치료 등 암 치료술을 시행한 뒤 림프절이 손상될 때 많이 생긴다. 심 박사팀은 정씨의 사타구니에 있는 정상 림프절을 7∼10개 정도 떼어낸 다음,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 기법으로, 림프절을 모두 제거한 겨드랑이 부위에 이식했다. 이 수술은 1㎜ 굵기의 동맥과 정맥 림프관을 정교하게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새로 이식된 사타구니 림프 조직은 림프절 손상으로 막힌 림프관을 생성해 림프액의 원활한 순환을 돕는 통로 역할을 한다. 심 박사는 “프랑스에서는 수술 환자의 92%가 부기가 가라앉았고, 이 가운데 41.5%는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카레가 암 전이 막는 메커니즘 밝혀

    카레가 노란색을 띠도록 해주는 커큐민(curcumin·녹황) 성분의 암세포 전이억제 메커니즘이 재미 한인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커큐민이 3기 이상의 암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루이지애나주립대 의대 정준 교수는 12일 유방암 세포주를 커큐민으로 처리한 뒤 암세포의 운동성과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의 발현과 기능을 관찰한 결과, 커큐민이 암세포 막에 있는 단백질인 ‘인테그린 α6β4(Integrin α6β4)’를 직접 공격해 항암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암 예방 전문학술지 ‘암 예방연구(Cancer Prevention Research)’에 게재됐다. 커큐민은 카레의 노란색을 띠게 하는 성분으로 인도 문화권에서 음식이나 민간의료에 널리 쓰인다.각종 항암효과가 발견돼 이를 암 치료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커큐민이 세포내 신호전달물질(Akt와 NFκB)의 활성을 떨어뜨리거나 암세포의 자연사(apoptosis)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는 여러 차례 보고됐지만 구체적인 작용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농도의 커큐민(농도 5∼20μmol/ℓ)에 유방암 세포를 처리한 뒤 암세포의 운동성과 인테그린 α6β4의 작용 변화를 관찰했다.그 결과 암세포의 운동성과 인테그린 α6β4의 작용은 커큐민 농도에 비례해 억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테그린 α6β4는 암세포에서만 활성화되고 정상적인 세포에서는 기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인테그린 α6β4는 암세포에서만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커큐민 성분을 암치료에 활용하면 정상세포에는 독성이 없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이상적인 항암제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자궁경부암·에이즈 치료제 개발 길 터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인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를 발견한 독일 암연구소의 하랄트 추르 하우젠 박사와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밝혀낸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바레 시누시 박사·세계에이즈연구예방재단의 뤼크 몽타니에 박사에게 돌아갔다. 하우젠 박사의 가장 큰 업적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궁경부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HPV를 규명했다는 점이다. 그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첫 암 예방백신이 개발됐다. 매 2분마다 세계 여성 중 1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1000여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우젠 박사가 연구를 시작했던 1970년대만 해도 자궁경부암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고 생각한 연구자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연구결과 HPV가 70∼9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런 상관관계는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보다 훨씬 밀접하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 의료계에서는 그의 업적을 바탕으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2050년까지 한해 전 세계 자궁경부암 발병건수가 100만건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는 “하우젠 박사는 HPV 16형과 18형이 전체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의 7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이를 근거로 백신을 통한 암 예방이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바레 시누시 박사와 뤼크 몽타니에 박사도 미생물 분야 연구자 가운데 노벨상 수상 ‘0순위’에 올랐다는 평을 받을 만큼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들은 1983년 세계 처음으로 인체에서 HIV를 분리해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샘플을 보냈다가 연구성과를 뺏기는 바람에 양국 정상간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들이 HIV를 발견함으로써 비로소 치료 불가능한 병으로 알려졌던 에이즈의 영역에서도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현재도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각종 진단법과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최신 치료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그들의 공로는 앞으로도 계속 빛을 발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교실 조영걸 교수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난 뒤 이 분야의 진단법과 치료술이 급격히 발전한 것은 오로지 그들의 공로”라고 치켜세웠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패치’ 붙여 간단하게 치료!

    피부암을 치료할 때 모두 수술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눈과 같이 때에 따라서 수술이 불가능한 부위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암 치료법 중에는 간단하게 패치를 붙여 치료하는 방법도 있는데 ‘홀뮴 요법’이라고 한다. 홀뮴 요법은 ‘홀뮴’(원자번호 67인 금속성 원소)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을 이용해 피부암을 집중 공격하는 치료법이다. 베타선의 조직 침투 깊이는 평균 2.1㎜(최대 8.7㎜)이기 때문에 표피(0.1㎜)와 진피(1.9㎜)를 합쳐 평균 두께가 2㎜인 피부 곳곳에 침투시킬 수 있다. 홀뮴이 들어있는 패치를 피부암이 생긴 부위에 붙인 뒤 1∼2주가 지나면 가렵거나 따가운 증상이 생기는데, 간혹 진물과 딱지가 생기기도 한다.3∼4주까지는 피부암 발병 부위에 색소가 침착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5∼6개월이 지나면 모두 사라진다. 이 방법은 고령이어서 수술이 어려운 환자나 수술이 불가능한 부위에 암세포가 침투한 환자에게 주로 사용한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민걸 교수팀이 1994∼2000년까지 홀뮴 패치를 피부표면에 생긴 기저세포암 환자 5명에게 사용한 결과 모두 완치됐다. 피부암을 일으키는 보웬씨병 환자도 30곳에 패치를 붙인 결과 모두 증상이 사라졌다. 이 연구결과는 1997∼2000년 기간 동안 미국 핵의학회지, 유럽 핵의학회지, 영국 피부과학회지 등에 잇따라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홀뮴 요법은 피부암뿐만 아니라 간암, 뇌종양 등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초기 암환자에게 많이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지는 추세다. 암세포에 직접 홀뮴을 투입하는 치료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53) 피부암

    [한국인의 질병] (53) 피부암

    피부암은 위암, 간암 등 일반 장기에 생긴 암보다 훨씬 예후가 좋고 치료기간이 짧다. 일부 환자는 완치의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민걸(53) 교수는 “피부암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일부는 전이가 되지 않고 쉽게 완치된다.”고 설명했다. 피부암은 암세포가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세가지 종류로 나뉜다. 가장 흔한 암은 피부의 기저세포에서 생기는 ‘기저세포암’과 각질형성세포에서 생기는 ‘편평세포암’이다. 기저세포암 환자는 전체 피부암 환자의 47%, 편평세포암은 25%를 차지한다. 진피 위쪽의 멜라닌이 있는 공간에는 ‘악성흑색종’이 생길 수 있다. 멜라닌은 피부의 색을 결정하는 색소다. 악성흑색종 환자는 전체 환자의 10% 미만이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가장 위험하다. ●암세포 어디 생기느냐에 따라 세 종류로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외선이다. 따라서 얼굴, 손, 목 뒷부분 등에 암세포가 생기는 사례가 많다. 반면 악성흑색종은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악성흑색종이 생기면 점의 일부분에서 색상, 모양이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생긴 점의 크기가 15㎝를 넘으면 주의해서 관찰해야 합니다. 점의 한쪽 색깔이 옅어진다든지 피가 나는 증상은 악성흑색종이 생긴 징후로 볼 수 있죠. 물론 작은 점에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생긴 점은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합니다.” 서양에서는 ‘광선각화증’이 편평세포암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다. 광선각화증은 50세 이상 중·노년에게 주로 나타나며, 손으로 만지면 거칠게 느껴지는 반점이 주 증상이다. 노화가 진행될 때 주로 생기며, 이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10∼15%는 편평세포암을 경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 환자에게는 암세포가 피부 표피에 생기는 ‘보웬씨병’이 편평세포암으로 발전할 확률이 더 높다. 일부 오래된 흉터도 편평세포암을 일으킬 수 있다. ●47% 차지 기저세포암 전이 가능성↓ 주로 ‘검버섯’으로 불리는 ‘지루성 각화증’도 피부암과 관련이 있다. 검버섯은 기저세포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악성흑색종과 쉽게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의해서 관찰해야 한다. 기저세포암은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될 가능성이 0.1% 미만이다. 따라서 수술로 종양 부위를 절제하면 큰 문제 없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편평세포암은 깊이에 따라 수술 뒤 예후가 다르다. 만약 피부에 생긴 종양의 크기가 2㎝ 이상이고 깊이가 4㎜ 이상이라면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한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뜻이다. 입술, 귀, 흉터, 만성 궤양 등에 암세포가 있다면 다른 장기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악성흑색종은 수술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종양의 깊이가 0.75㎜ 미만이라면 5년 생존율이 96%를 넘지만 그 이상은 생존 기간이 급격히 짧아진다. 악성흑색종이 생긴 환자의 36%는 암세포를 온몸으로 퍼뜨리는 임파절이 먼저 공격을 받는다. “악성흑색종은 치료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면역요법이 도입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죠. 면역요법은 인체 면역력을 자연스럽게 증강시켜 암세포를 이겨내는 방법입니다. 이제 연구가 시작돼 많은 연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악성흑색종과 같이 대안이 없는 암에는 효과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피부암을 예방하려면 가장 먼저 자외선에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등의 피부암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오존층의 파괴로 자외선량이 급격히 증가해 피부암을 일으키는 사례가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햇볕에 화상을 입으면 피부암 발생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자외선·큰 점 제거 조심해야” 상처와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도 있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오래 남아 있거나 점이 갑자기 커진다면 암을 의심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육안으로 암을 정확하게 식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50세가 넘어 얼굴, 손 등의 부위에 갑자기 점이 많이 생겼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 악성흑색종은 유전적인 요인도 많다. 유전율이 6%에 달하기 때문에 부모가 암을 앓은 경험이 있다면 어릴 때 점을 미리 빼는 것이 좋다. 악성흑색종 환자의 자녀에게 선천적으로 생긴 점은 향후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자외선에 의한 깊은 주름도 지켜봐야 한다. 깊은 주름은 광선각화증을 일으키기 쉽고 이것이 편평세포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피부병, 반점이, 검버섯 등의 증상도 유심히 관찰해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병원을 한번쯤 찾아 조직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큰 점을 제거할 때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행동은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큰 점은 암세포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환자의 점에 대해 조직검사를 해보면 가끔씩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해요. 그러나 당장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 미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큰 점이 생기면 미리 제거해서 암 발병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메디컬라운지]

    ●간암·간이식법 건강강좌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새달 8일 오후 1시45분부터 지하 강당에서 간이식 건강강좌를 개최한다. 이날 강좌에서 외과 서경석 교수가 나와 간암과 간질환, 간이식법에 대해 소개한다. 등록 마감은 6일까지다.02)2072-3550,0049. ●지멘스사와 장기공동연구협약 체결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최근 세계적인 의료장비 업체인 지멘스사와 장기공동연구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의료장비의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업무협조는 물론 첨단 암치료·진단장비 등의 연구개발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바르는 잇몸질환 치료제 나와 한미약품은 최근 바르는 잇몸질환 치료제 ‘히아로겔’을 출시했다. 히아로겔은 잇몸 조직 구성성분인 ‘히알우론산나트륨’을 함유해 잇몸염증이나 외과적 처치에 의해 손상된 조직을 치료하는 일반의약품이다.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임산부, 어린이, 당뇨병 환자까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양치 후 1일 3∼5회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손가락으로 가볍게 바르면 된다.15g.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녹차 클러스터’ 성공신화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녹차 클러스터’ 성공신화

    |시마다(일본 시즈오카현) 류지영특파원|일본의 상징 후지산(해발 3776m)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즈오카현은 지금 어딜 가도 ‘공사 중’이다. 국도변 절개지와 야트막한 구릉지마다 소형 포클레인의 땅고르기 작업을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해 나무를 심으려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주민은 재미있다는 듯 설명한다.“녹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차밭을 개량하는 거예요.” ■ 40년전 茶부서 구성… ‘브랜드 가치’ 우려내 이곳은 시골길을 달리는 내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차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집 앞 조그마한 텃밭에조차 어김없이 차나무가 심어져 있다. 시즈오카현의 전체 차 경작지는 2만㏊로 연간 생산량이 4만 4000t에 달한다. 우리나라 대표적 녹차 생산지인 전남 보성군(990㏊·연간 1400t 생산)에 견줘 보면 이곳의 위상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가도가도 푸른 차밭… 日생산량 45%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겠지만 차 마시는 일은 정말 건강에 좋은 습관입니다. 녹차 속 카테킨과 데아닌 성분이 암과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때문이죠. 실제 우리 현 나카가와네 지역의 녹차 소비량은 1인당 월 250∼410g(매일 5∼10잔) 정도로 보통의 일본인들보다 5배나 높습니다. 덕분에 이곳의 위암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23.9% 밖에 되지 않아요.” 일본 전체 차 생산량(10만700t)의 45% 정도를 생산하는 시즈오카현 시마다시 언덕에 자리잡은 차박물관 ‘오차노사토’. 안내원 모가와 히로미는 녹차를 사라는 말 대신 따뜻하게 데운 시즈오카 녹차를 건네며 녹차의 효능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곳에는 일본 차를 비롯, 한국 중국, 싱가포르, 티베트 등 전세계 30여개국의 차 90여종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은 언제든 원하는 차를 선택해 시음할 수 있다. 안내원이 건넨 시즈오카 녹차는 한국의 일반적 녹차보다는 조금 더 떫었지만 특유의 감칠맛이 이를 상쇄해 전반적으로 고소한 느낌이었다. 박물관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연못과 일본식 정원이 갖춰진 전통 다실로 향하게 돼 있다. 다실에서는 관람객들이 다같이 무릎을 꿇고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일본 전통 다도를 정립한 센노리큐(1522∼1592년)의 방식에 따라 차를 마시게 된다. 다실 안내원 오이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곳에서 녹차의 우수성을 이해한 뒤 일본 전통 다도 방식으로 차를 마시면 누구든 녹차라는 대상에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돼요. 박물관에 마련된 녹차 판매센터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일본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시즈오카산 녹차를 사 가게 되는 것이죠.” ●지방정부 중심 녹차 네트워크 구축 매년 6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녹차 구입을 위해 이곳 박물관을 찾는다. 박물관과 전통 다실 등이 단순히 시즈오카 녹차 홍보의 장을 넘어 시즈오카산 녹차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고도의 마케팅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덕분에 시즈오카현의 녹차 판매액만 해도 연 700억엔(약 765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일본 최고 수준의 농업소득을 자랑하는 시즈오카현의 경쟁력은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생산자와 민간단체, 연구기관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른바 ‘녹차 클러스터’ 덕분이다. 이미 12세기부터 녹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시즈오카현에서는 40여년 전부터 녹차 전담부서를 만들어 녹차 브랜드 향상을 위해 꾸준히 준비해왔다. ●“건강·예절·전통까지 팝니다” 현재는 녹차 산업의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다업진흥기본계획’에 따라 지자체와 생산자단체,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주체별 협조 체제를 구축해 기계화율을 높일 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도 실현해 가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에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녹차산업에서는 시즈오카현이 그 역할을 맡겠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바람이자 자신감인 셈이다. 시즈오카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좀 더 비싼 값에 녹차를 판매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 ‘건강’과 ‘예절’이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최고 품질의 시즈오카 녹차를 찾을 수 있도록 기술혁신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uperryu@seoul.co.kr ■ 한국 ‘농업 클러스터’ 만들려면 지자체-농가-연구기관 삼위일체 돼야 세계는 이미 ‘농업 클러스터’ 경쟁이 한창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노르웨이 오슬로의 ‘아그로푸드 클러스터’(청정식품),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클러스터’(포도주) 등이 대표적이다. 지자체와 생산농가, 가공업체가 삼위일체가 돼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일관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국인 네덜란드와 덴마크, 그리고 스웨덴 등에서는 이미 클러스터 사업에 힘을 쏟아 상당한 재미를 봤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농업 클러스터의 중요성을 인식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의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일본 시즈오카현을 찾아 보면 일본 녹차의 명성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농약을 쓰지 않는 질높은 녹차 생산을 위해 이미 100여년 전부터 다업(茶業) 시험장을 운영해 오고 있을 만큼 녹차의 세계화를 위해 쏟아붓는 이들의 노력은 상당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에야 첫 녹차전문연구소를 문 열었다. 시즈오카현의 녹차 전문 판매점에 들어가면 녹차를 이용한 아이스크림, 과자, 빵, 비누, 국수 등 100여종이 넘는 관련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클러스터 내 산학연 협업을 통해 수십년간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해 온 결과다. 우리나라의 차에 대한 관세는 현재 514%다. 녹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전망을 마련해 둔 것이다. 하지만 각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로 머지않아 중국·일본에 녹차 시장을 열어 줘야 할 상황이다. 현재 우리 녹차 가격 경쟁력은 중국보다 5배 이상 비싸고, 생산량은 중국의 300분의 1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 모든 게 우리 클러스터가 앞으로 해쳐 나가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신동화 전북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업체와 연구기관, 정부가 지속적으로 연계하고 있는 ‘오리선드 클러스터’(스웨덴·덴마크 소재)의 경우 식품 관련 산업 매출액만 480억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총 22만 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면서 “이를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더라도 우리 농업 실정에 맞는 고유의 식품클러스터에 대한 구상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세계 주요국 녹차산업 현황 中 75% 생산… 가격경쟁력 우위 한국산 품질 日 등에 크게 뒤져 중국은 차 생산량 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세계 차 생산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차는 대부분 아시아와 이슬람 지역에, 우롱차는 일본과 동남아에 수출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의 차 산업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측면에서는 미진한 점이 많다. 반면 일본은 녹차산업의 세계 최강국으로 규모화·기계화·자동화로 우수한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다. 중국·베트남 등에 현지 생산 기반도 확보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저가 공세로 나설 수도 있다. 현재도 녹차 재배와 관련한 각종 첨단설비를 세계에서 가장 앞서 구축함으로써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 가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해외합작·투자사업 등을 통해 본격적인 녹차 수출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양질의 자연환경과 값싼 인력 덕분에 향후 녹차산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향후 최대 녹차 수입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녹차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최근 티백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녹차 자체보다는 탄산음료, 대용차 등 다른 음료에 첨가돼 소비되는 비중이 훨씬 큰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차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일본 등에 비해 가격·품질경쟁력, 상품개발 면에서 크게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유의 차 품종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고 경사지 재배가 많아 중국, 일본에 비하여 단위당 생산성도 크게 떨어진다. 한국 녹차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까지 낮은 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한국 녹차에 대한 전반적 평가에서 향에 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지만, 색깔과 맛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부장(팀장)·박상숙·오상도·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 특파원, 사회부 홍지민기자, 국제부 안동환·이재연기자
  • 최고의 효도 건강 챙기기

    최고의 효도 건강 챙기기

    한가위를 앞두고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효도선물 선호도 조사에서 ‘현금’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노인에게는 건강이 최고의 선물 아니던가. 올해는 의학지식을 잘 활용해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는 효도선물을 준비해 보자. 단 안방 구석에 던져 둘 건강식품은 선물리스트에서 제외하길 바란다. ●효도선물 ‘애완동물’ 정신과 의사에게 효도선물을 문의하면 의외로 ‘애완동물’이라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강아지,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은 불안, 공격성 등의 성향을 줄이고 대인관계를 넓히는 데 효과가 있다.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반응을 살피는 행동은 노인의 고질병인 외로움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애완동물을 이용한 정신질환 치료법인 ‘동물매개치료’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2002년 노인전문병원인 세인트루이스의대 베테랑메디컬센터가 동물을 좋아하는 64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동물매개치료를 시행한 결과 치료 이전보다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세인트루이스대병원 노인의학분과에서 살아있는 개와 로봇 개를 노인에게 제공하자 모든 참가 노인이 외로움을 덜 느꼈다고 답했다. ●애정표현이 필요하다 소형 게임기를 아이들만 찾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부 전문가는 오히려 노인의 인지력 향상에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반복적인 연습으로 인지력이 향상된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실제로 인지력이 향상되는지 연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노인에게 가장 좋은 건강선물은 안부를 묻는 정기적인 전화와 ‘사랑한다.’는 한마디 표현이다. 표현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가족간의 활발한 대화는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잦은 애정표현은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면역력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세라 프레스먼 보건심리학 교수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항체형성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6%나 낮게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강검진 선물도 선택과 집중 효도선물로 건강검진을 권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과 같은 첨단검사는 1회 비용만 100만원이 넘기 때문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노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꼭 필요한 검사항목만 우선 체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노인은 전신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보다 폐암 조기검진에 사용하는 ‘저선량CT검사’가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췌장암과 같은 병을 확인하려면 ‘복부CT검사’를 받으면 된다. 가족에게 병력이 있으면 검사 효과는 더 높아진다. 당뇨 환자는 혈관이 굳는 동맥경화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다. 동맥경화는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미리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간단하게 ‘경동맥 초음파 검사’로 뇌혈관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 가족 중 누군가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다면 이 검사를 한번쯤 받아보는 것이 좋다. 위 내시경은 받아도 대장 내시경은 받지 않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대장 내시경은 암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받는 것이 좋다. 내시경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종양 전 단계인 ‘선종’을 바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값진 검진 선물은 추석 이전이나 이후에 동네병원에 들러 ‘주치의’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다. 가까운 동네병원에 정기적으로 들러 문진(묻고 답하는 진료방식)만 받아도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도움말 경희의료원 정신과 백종우교수, 고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수현교수, 고대 구로병원 건강증진센터장 백세현교수
  •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화산 탐사한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화산 탐사한다

    바닷속 ‘잃어버린 세계’의 탐사가 시작된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는 “영국 국립해양센터(National Oceanography Centre) 과학자들이 카리브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 화산’ 탐사를 최초로 시작한다.”며 “해저 5km 지점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아낼 예정”이라고 1일 보도했다. 사이언스 데일리는 “자메이카와 케이맨제도 사이에 있는 케이맨 바다 밑에 세계에서 가장 깊은 화산이 있다.”며 “아직 아무도 그곳을 탐험을 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존 코플 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국 자연환경연구위원회(NERC)로부터 약 10억원의 후원금을 받아 최신 영국 연구선박인 ‘RRS James Cook’호를 이용해 해저 화산의 탐사를 시작한다. 연구팀은 수중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해저화산의 지도를 작성하고 그곳 해양생태계에 새로운 종(種)이 있는지 찾아볼 계획이다. 코플리 박사는 “해저화산은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라며 “지구 해양 생태계에서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심해는 지구에서 가장 큰 생태계가 있는 곳”이라며 “심해 탐사를 통해 암 치료법과 더 나은 인터넷 광섬유를 발견했다.”며 심해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확한 탐사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코플리 박사는 “탐사과정을 연구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사이언스 데일리 (탐사를 하게 될 ‘Cayman trough’ )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지아 기자 skybabe8@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식이섬유 섭취 2배 늘리면 대장암 발병 40% 줄인다

    식이섬유 섭취 2배 늘리면 대장암 발병 40% 줄인다

    보건복지가족부가 2006년 우리나라 국민 1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식이섬유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1인 하루 평균 19.8g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권장하는 식이섬유 최소 섭취량인 25g에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패스트 푸드와 육류 위주의 식단이 일반화되면서 식이섬유 섭취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은 물론 각종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왜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식이섬유는 위해물질 ‘진공청소기’ 식이섬유는 위장 속을 통과할 때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체내에 쌓인 발암물질이나 유해물질을 함께 흡수해 몸 밖으로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혈당의 흡수를 지연시켜 당뇨병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기능도 한다. 식이섬유가 부족하게 되면 발암물질이나 노폐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체내에 쌓이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식이섬유는 특히 대장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노폐물을 깨끗하게 제거해 발암물질이 대장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유럽 10개국 암 관련 단체 합동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식이섬유 섭취량을 2배로 늘릴 경우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삶을 위한 식단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현미, 고구마, 버섯, 브로콜리, 토마토, 당근 등이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조리할 때는 가능하면 삶거나 찌고 굽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은 지방에서 나오는 독소가 장기적으로 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항병원 대장암클리닉 이인택 과장은 “대장암 발생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면서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장암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키큰 여성이 오래산다

    키큰 여성이 오래산다

    키가 큰 여성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여성보다 오래 산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성주헌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송윤미 교수팀은 1994∼2004년 40∼64세 건강보험 가입 여성 34만 4519명을 대상으로 키와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키가 5㎝ 클수록 사망률이 평균 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역학회지(AJE)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조사 시작 시점인 94년 여성을 키에 따라 149㎝ 미만,149∼151㎝,152∼154㎝,155∼157㎝,158∼160㎝,161㎝ 이상 등 6개 그룹으로 나눴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2004년 이들의 사망률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조사기간에 모두 1만 2016명의 여성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 원인으로는 암이 40.8%로 가장 많았으며 순환기 질환(26.8%), 뇌졸중(16.6%), 심장혈관이 막히는 허혈성심장질환(4.5%) 등이 뒤를 이었다. 키와 사망률의 관계를 질환별로 살펴보면 키가 5㎝ 증가할 때마다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6%가량 감소했다. 쉽게 말하자면 키가 155㎝인 여성은 160㎝인 여성보다 사망위험이 16% 높다는 뜻이다. 키가 5㎝ 클수록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도 16% 감소했으며, 당뇨병과 순환기 질환은 각각 13%, 허혈성심장질환은 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키가 5㎝씩 클수록 5% 증가해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암의 종류별로는 난소암 사망률이 29%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성 교수팀은 2005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키가 5㎝ 커질수록 사망률이 3%씩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활성산소가 간암 전이 일으킨다”

    “활성산소가 간암 전이 일으킨다”

    활성산소가 간암 세포에 작용해 암세포 전이를 일으키는 과정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정구흥 교수팀은 활성산소가 간암 세포에 작용, 종양 억제유전자의 전사 조절인자에 영향을 미치고 DNA 구조에 변화를 일으켜 암세포 전이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소화기학(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활성산소가 간암세포에서 유전자 전사 조절인자인 ‘스네일(Snail)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키고,DNA 염기에 메틸기(CH3)가 달라붙는 메틸화를 일으킴으로써 종양 억제유전자의 하나인 ‘E-카드헤린(cadherin)’의 발현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포간 결합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는 E-카드헤린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면 간암세포들 간에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암 전이 능력이 커지게 된다. 이는 활성산소가 간암의 전이를 촉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원인 중 3위,40∼50대 남성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질병으로 간암이 진행될수록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5년 이상 생존율이 10% 정도로 매우 낮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스네일 유전자를 억제하거나 활성 산소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항산화제 및 유전자의 변화 억제제 발굴을 통해 간암 전이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세포 손상 막는 항암 메커니즘 규명

    세포 손상 막는 항암 메커니즘 규명

    국내 연구진이 세포가 자외선을 쪼이거나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세포 안에 있던 특정 단백질이 핵 안으로 이동해 DNA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포손상이 바로 암발병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인체 내부의 자연적인 항암 메커니즘을 규명해낸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서울대 약대 김성훈 교수팀은 13일 외부 요인에 의해 DNA가 손상되는 상황에서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인 ‘AIMP2’가 손상된 DNA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 AIMP2는 세포질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단백질합성효소(ARS)들과 결합해 세포 안에서 단백질 합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팀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이 단백질이 폐의 발생과정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파킨슨병과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세포가 자외선을 받거나 DNA를 파괴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세포질 속의 AIMP2가 신속하게 핵으로 이동, 암억제 단백질(p53)과 결합해 DNA 손상을 막거나 회복이 불가능한 세포의 사멸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DNA의 손상이 회복되거나 빨리 제거되지 않으면 결국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AIMP2가 DNA 손상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암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세포의 중요한 생존수단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AIMP2는 DNA 손상에 5분 이내로 반응함으로써 세포 내의 119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이 연구에서는 AIMP2의 기능 손상을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세포에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으며 이는 향후 AIMP2가 새로운 항암제 개발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양파 항암효과 원리 첫 규명

    양파 항암효과 원리 첫 규명

    양파의 암세포 증식 억제과정이 한국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건국대 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와 화학과 허용석 교수팀은 서울대 이형주 교수, 미국 미네소타대 지강동 교수와 공동으로 양파 등 식품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인 ‘쿼시틴’과 ‘미리시틴’의 암 예방 효능과 그 작용 과정을 알아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암학회(AACR)가 발행하는 ‘암 연구(Cancer Research)’ 7월호에 게재됐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의 암 예방 효능은 그동안 항산화 작용을 통한 세포손상 보호 효과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쿼시틴과 미리시틴이 발암 과정에 관련된 특정 신호전달 단백질과 직접 결합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쿼시틴은 발암과정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Raf,MEK)과 직접 결합해 활성을 저해함으로써 암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 효능은 포도의 암예방 성분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리시틴은 발암 관련 주요 단백질인 ‘Fyn’과 직접 결합해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암 발생을 현저히 억제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입증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뇌종양 줄기세포 발생과정 밝혔다

    뇌종양 줄기세포 발생과정 밝혔다

    정상세포가 변이해 뇌종양 줄기세포로 바뀌는 과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일 고려대 김형기(40) 교수팀이 뇌종양 발생의 원인인 종양 줄기세포의 발생 과정과 특성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의 재발 가능성을 극복하는 맞춤형 항암제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해외 저명 학술지(Genes & Development) 8월호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암조직을 유지하는 종양 줄기세포를 파헤쳤다. 이미 분화된 정상 뇌세포에 있는 세포분화 억제인자인 ‘Id4’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인자인 사이클린 E의 발현이 증가해 정상세포가 종양세포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Id4’에 의해 신경 줄기세포 특성을 유지하게 만드는 신호기전인 ‘재기드1-노치1’(Jagged1-Notch1) 신호가 활성화되면서 종양 줄기세포로 바뀌게 되는 것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확인했다. 김 교수팀은 “일반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는 기존 암치료 기술보다 암의 발병과 유지·재발에 관여하는 종양 줄기세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기존 표적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기후가 바뀌면 인간도 변해야”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기후가 바뀌면 인간도 변해야”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류지영특파원|“아! 전력·수도회사 누온 (Nuon)요? 이곳에선 공포의 대상이죠. 네덜란드도 수도·전기사업이 민영화되면서 물값, 전기값이 엄청 올랐어요. 석 달에 한 번씩 나오는 누온사의 전기·수도요금 고지서만 보면 손이 다 떨려요.”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였다는 네덜란드의 ‘호수냉방 시스템’을 취재하기 위해 찾은 암스테르담. 기자가 시스템을 운영중인 전력회사 ‘누온’에 대해 묻자 지역주민 요한 휴이버는 손사래부터 친다. 그래도 자산운용그룹 ABN암로, 정보기술(IT)기업 KPN 등 세계적 글로벌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앞다퉈 이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하자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호수바닥 차가운 물로 여름더위 식힌다 “설마 ‘한낮에만 에어컨 켜기’나 ‘바람 부는 날에 창문 열어두기’ 같은 유치한 방법은 아니겠죠?”휴이버의 질문에 기자도 크게 웃었다. 암스테르담시와 누온이 어떤 방식으로 냉방시스템을 운영하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해답은 인근 호수 바닥의 차가운 물 “이곳을 보시려면 먼저 안전모와 안전신발, 귀마개를 착용해야 합니다. 대충대충 하시면 그냥 돌려 보냅니다.” 암스테르담 남부의 IT신도시 소우다스에 자리잡은 누온의 호수냉방 시스템용 열교환 공장.7300㎿급으로 가정용 냉장고 9300대 분량의 냉기를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규모다. 책임자 야르노 반 베스트리넨은 전면이 유리로 된 공장 내부로 기자를 안내했다. 내부는 굵고 긴 수십개의 파이프라인이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2006년 8월부터 인근 누에미르 호수에서 끌어올린 차가운 물로 인근 주요 건물과 컴퓨터 서버 등을 냉방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호수냉방 시스템의 비밀은 호수 내 30m 깊이에서 퍼올린 섭씨 4∼5도의 차가운 물에 있습니다. 호수 맨 밑바닥의 물은 계절에 관계없이 늘 섭씨 4∼5도를 유지합니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도록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죠. 우리는 이 물을 시간당 4350㎥ 정도 끌어옵니다. 그러면 인근 빌딩을 순환하고 돌아온 18도 정도의 냉각수(시간당 1450㎥)와 이곳에서 만나 열교환을 합니다. 그 결과 빌딩용 냉각수는 다시 6도의 차가운 물로 바뀌고, 차갑던 호수의 물은 실온(18도 정도)으로 변해 호수로 돌아가게 되죠.” 이곳에서 냉각기를 가동하는 경우는 호숫물이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한 섭씨 6도에 미치지 못할 때뿐이다. 덕분에 누온은 냉방시스템 가동을 위한 전력 사용량을 기존의 10%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연간 20만유로(3억 2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5%(연간 5만 3000t)나 줄였다. “전력 사용량이 10분의1로 줄었다면 당연히 고객에게 청구하는 건물 냉방비도 10%만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베스트리넨 소장은 “우리도 장사꾼인데 그렇게 깎아주면 뭘 먹고 사냐.”며 웃는다. ●ABN암로 등 세계적 기업들 채택 “호수 밑바닥의 차가운 물을 실온 상태로 만들어 호수로 다시 돌려 보내는 방식이라 호수 생태계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기존 빌딩 어디에나 냉각수용 파이프라인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구조도 간단하고요. 무엇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어 앞으로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도 전력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소우디스 지역은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고 여름철 냉방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네덜란드 최초의 지역이 되겠죠.” 암스테르담시 공무원 빌럼 판더르후번은 기자에게 자신들의 호수냉방시스템의 혁신성을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암스테르담시는 이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신재생에너지 정책들을 통해 소우다스 지역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을 다른 지역보다 4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현재 ABN암로 등 인근 16개 기업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자와 헤어지기 전 베스트리넨 소장은 무공해 에너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누에미르 호수가 제공할 수 있는 냉방 에너지량은 60MWth(MWth 는 열 또는 에너지 단위. 전기에너지로 환산시 약 12MWh) 정도로 아직도 여력이 충분합니다.ABN암로 같은 빌딩 수십개는 충분히 냉방할 수 있는 양이죠. 우리는 그동안 자연이 주는 무공해 에너지의 위대함을 너무 모르고 살아왔던 거죠.” superryu@seoul.co.kr ■ 日선 생활폐수 등 ‘하수 열’도 에너지원으로 호수 심층수나 지하수, 바닷물 등 자연수를 이용한 냉난방 방식은 현재 전세계 친환경 에너지 활용의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심지어 하수 등 이용 가능한 모든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된 이 방식은 특히 일본에서 기후변화 대응수단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 도쿄돔 주변 지역에서는 생활폐수 등 하수의 열까지도 지역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도쿄 하코자키 지구에서는 하천수와 지하수를 열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온도변화가 적고 수량이 풍부한 바닷물을 이용한 냉난방도 시도 중이다. 미국 뉴욕주의 코넬대도 암스테르담과 같은 방식의 호수냉방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1만 6000t의 호숫물을 냉방에 이용하기 위해 5800만달러(약 580억원)를 들여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 결과 연간 5600만TOE(TOE는 석유 1t을 태울 때 얻는 열량)에 해당하는 화석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다. 전력사용량도 연간 2000만㎾h가량 아낄 수 있게 됐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서 적용 가능할까 초기 건설비·법규가 걸림돌 한국도 암스테르담에서처럼 도시의 호수들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도 네덜란드의 사례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지만 많은 건설비와 제도상의 미비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선 이 시스템은 늘 섭씨 4∼5도의 심층수를 얻을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호수만 있으면 한국의 도시 어디에나 구축이 가능하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장용진 대리는 “분당이나 일산에 있는 정도의 호수라면 시스템을 운영할 만한 심층수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면서 “기존 호숫물을 끌어다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지열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보다 경제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초기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도시내 지하 파이프라인 등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부경진 신재생에너지연구실장은 “호수냉방시스템은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책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분당·일산 등의 기존 도시에 적용하려면 큰 공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도상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선진국은 호수 심층수를 법규상 ‘지열에너지’에 편입해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미활용 에너지’로 분류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호수 심층수가 지열에너지에 편입될 경우 자칫 기존 지열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경제성이 높은 호수 심층수를 하루빨리 지열에너지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호수냉방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신도시 추진단계에서부터 이를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푸른아시아 윤전우 정책팀장은 “한국도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경기 뉴타운 등 향후 신도시 건설에 자연수를 활용한 냉난방 방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면서 “부족한 재원은 일본이나 유럽의 사례에서처럼 민간 신재생에너지 펀드 등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44) 두경부암

    [한국인의 질병] (44) 두경부암

    뇌 아래에서 가슴 윗 부분 사이를 가리켜 ‘두경부’라고 한다. 이곳에는 호흡기관과 소화기계가 모두 모여 있어 숨쉬고, 먹고, 말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이 부위에 암세포가 생기면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두경부암센터장 노영수(54) 교수를 만나 두경부암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두경부암학회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새로 두경부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1700∼2000명 수준이다. 암환자 순위로는 7위. 남성 환자만 따져보면 5위에 해당한다. “두경부암은 60대 이상 환자에게 많이 생기는 병입니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환자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지요. 국내 환자가 연간 3000∼4000명씩 늘어난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환자 연간 3000~ 4000명 늘어 두경부암은 발병 부위가 넓은 만큼 분류도 다양하다. 암세포가 있는 위치에 따라 크게 비강·부비동암, 비인두암, 구강암, 구인두암, 하인두암, 후두암, 타액선암 등 7가지로 나눈다. 갑상선암을 따로 분류하지 않고 두경부암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코 안에 암세포가 생기는 비강·부비동암, 비인두암 등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위여서 환자가 조기에 암을 발견해내기가 어렵다. 반면 구강암이나 후두암은 육안으로도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후두암이 생기면 목소리가 변한다. 또 인두암은 주로 목구멍에 통증을 일으킨다. 목에 혹이 만져지면서 발견하는 사례도 많다. 두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흡연과 음주가 꼽힌다. 반면 20∼30대 젊은층, 비흡연자에게 두경부암이 생기면 유전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가 두경부암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요. 환경적인 요인은 역시 흡연과 음주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두경부암은 부위마다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비인두암은 항암제와 방사선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해 수술이 필요없다.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70∼90% 수준이다. 구강암은 수술이 필요하며,1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 이상이다. 그러나 4기로 넘어가면 30∼40%로 낮아진다. 최근에는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도 적용해 치료효과가 더 높아졌다. 대부분의 두경부암은 암세포가 다른 기관으로 옮아갈 위험이 비교적 낮다. 따라서 1∼2기에 발견하면 5년 이상 생존율이 70% 이상이다. 두경부암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하인두암’이다. 하인두암은 주로 과식과 음주로 인해 생긴다. 치료가 잘돼도 3∼4년 안에 위장에 암세포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공격적인 암으로 분류한다. 수술에 성공하면 코에 삽입하는 식이용 튜브를 7∼9일 안에 제거한다.2주가 지나면 완전 회복이 가능하다. 다른 암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미리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1·2기 발견 땐 생존률 70% 과거에는 암이 발생한 부위를 무조건 잘라냈지만 최근에는 ‘기관보존’의 개념으로 항암요법을 먼저 사용한 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사례도 많다. 또 수술 뒤에 잘라낸 부위를 부분적으로 복구하는 ‘기관재건술’도 많이 시행된다. 재건술을 받으면 잘라낸 부위를 70∼80% 복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관재건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발성 및 연하(음식물이 쉽게 넘어가도록 하는 기능)장애,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기관재건술을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두경부암은 진단과 치료, 재건, 치료 후 재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이 참여한다. 이비인후-두경부 외과, 성형외과, 진단방사선과, 내과, 병리과, 방사선종양과, 재활의학과 등 치료에 참여하는 진료과들의 협진 체제가 필수적이다. 특히 기관재건술을 담당하는 성형외과와의 협조체계가 중요하다. “만약 후두에 암이 생겼다면 후두를 잘라내고 난 뒤 다시 재건하는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환자가 말을 못하겠죠. 두경부암은 절제술뿐만 아니라 재건술의 수준도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합니다.” 두경부암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구강암은 주로 입안에 궤양이 생기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한달 이상 궤양이 아물지 않으면 구강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목이나 코 부위에 통증이 계속되거나 이물감이 있으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두경부암 재활요법 - 후두 절제 환자, 식도로 말할 수 있다 두경부암 치료를 받는 동안 목이 따끔거리거나 맛, 냄새의 변화로 입맛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러나 충분한 영양섭취는 체중 감소를 막고 건강한 조직을 재생하는 데 필수적이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구강건조증이 생겨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선택하고 삼키기 쉬운 죽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수술을 받은 뒤에는 음식을 삼키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후두암 때문에 후두를 완전히 절제한 환자는 정상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절제 부위를 재건할 수 없으면 성대로 발성하는 대신 다른 기관을 이용해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식도발성법’이다. 이 방법은 식도로 공기를 넣었다가 트림하듯 내뱉으면서 말소리를 내는 것이다. 식도만 이용하기 때문에 위생적이지만 능숙하게 목소리를 내려면 수개월간 집중적으로 발성훈련을 해야 한다. 기도와 식도에 각각 작은 구멍을 낸 다음 연결 기구를 삽입하는 ‘기관식도발성법’도 있다. 삽입하는 기구는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말을 할 때는 식도괄약근을 진동시키는 기능을 한다. 말을 할 때 엄지손가락으로 기구의 구멍을 막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식도발성법에 비해 손쉽게 배울 수 있다. 단 기구에 이물질이 끼면 소리를 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청소를 해야 한다. 방사선치료 직후나 수술 범위가 너무 넓을 때는 괄약근의 진동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때는 인공적으로 ‘전기후두’를 만들어 진동을 일으킨다. 말할 때마다 전기후두를 턱 밑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서 입모양만 움직이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전기후두는 때때로 충전지를 갈아줘야 하고, 어디를 가든 휴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로봇 이용하면 수술 7시간 단축 고난도의 수술이 필요했던 두경부암에 대한 로봇수술법이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구인두암, 후두암, 하인두암 등은 제거한 조직을 부분적으로 재건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시간이 길고 환자가 장기간 입원해야 할 때가 많았다. 보통 수술시간은 10시간 이상이 걸리며, 수술 후에도 2주일 이상 입원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이용한 ‘경구강 로봇수술’은 수술 후에도 기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고 회복이 빨라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빈치 로봇은 사람과 달리 팔을 360도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손으로 작업하기 어려운 부위의 종양도 쉽게 떼어낼 수 있다. 또 구강에 직접 팔을 집어 넣어 작업하기 때문에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시간은 손으로 할 때보다 6∼7시간 짧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원효의 화엄사상 해설이나 조선 말기 실학자 최한기의 기(氣) 철학에서 주로 사용됐다. 정치적으로는 ‘총괄하여 관할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재해석해 도입한 개념이다. 요즘 한국 지식사회의 최고 화두는 ‘통섭(統攝)’이다. 대학들은 앞다퉈 통섭을 표방한 학과를 설립하고, 석학들은 지식의 통합을 외치고 있다. 통섭이 ‘새로운 변화’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4년 전 일개 학설로 한국에 소개된 통섭은 이제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가야 하는 방향으로 대접받고 있는 셈이다. 통섭이 왜 국내 지식사회의 주제어로 떠올랐고, 그것은 왜 필요한 것일까. 통섭을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은 통섭이 ‘한국적 특수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 이과의 구분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별개의 학문으로 생각한다. 서양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편의상의 학과 구분이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고, 결국 그것은 유연하고 복합적인 사고를 갖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학자들은 인간과 기계, 우주, 생명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과학적 방법과 인문학적 방법으로 동시에 고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1933년부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교류가 시작됐고, 일본도 학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슈퍼대학원’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물론 특수한 학과가 오히려 인기를 끌 정도로 ‘전문성’이 강조되는 한국사회에서 통섭을 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령화, 산업 변화의 가속화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섭적 사고를 갖춘 인간상이 필요하다. 한 예로 평생 직업의 개념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직업을 찾기 위해 매번 새로운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폭넓은 사고를 갖고,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사람을 키운다면 그만큼 새 길을 모색하고 목표를 세우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자들이 ‘통섭형 사고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통섭은 학문의 벽을 허무는 일에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대학사회는 같은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같은 구분은 오히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장애로 작용할 뿐이다. 특히 다른 학문에 대한 관심과 기본적인 개념의 이해는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미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인간사회를 기본으로 연구하거나, 기계공학자 대신 음악 전공자가 음향기기를 만든다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미분방정식으로 경제를 예측하는 대신 자기공명영상을 도입해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의 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MIT에서는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전자기기가 오페라의 막을 올리고 공연을 한다. 여러 학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아리스토텔레스 통섭의 원조 통섭은 인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지식의 경계’를 넘어서려고 했던 모든 노력을 통섭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종 학문에 ‘광범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식의 경계가 없던 시절인 만큼 그의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 결과 수많은 분야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원조’로 떠받들어진다. 박지원, 홍대용, 최한기 등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들도 인문사회과학을 배워 자연과학에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통섭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200여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서양의 다빈치와 조선의 정약용이 약속이나 한 듯 기중기(거중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통섭적 사고가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환경과는 상관없이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통섭은 ‘자연을 흉내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인간사회를 바꾼 수많은 도구와 아이디어가 자연에서 비롯됐다. 기업들은 동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연구해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현실에 존재하는 통섭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MIT 미디어랩은 1985년 ‘함께 모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됐지만, 매년 수백건 이상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 공장’으로 발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국내 연구 현주소 2005년 최재천 교수 등 윌슨의 ‘컨실리언스’를 번역 학문적 기반 아직 취약… 대학들 전면도입 움직 통섭의 개념이 국내 학계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과학철학자 장대익 박사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섭’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한 2005년의 일이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받은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이자 생태학자인 윌슨은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섬 생물지리학과 사회생물학이라는 두 개의 학문을 개척했다. 윌슨이 주창한 컨실리언스는 르네상스 회귀로 집약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모든 학문이 언젠가는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컨실리언스는 19세기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이 처음 만들어냈다. 라틴어의 ‘컨실리에르(consiliere)’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컨(con)’은 영어로 ‘함께’라는 뜻을,‘살리에르(salire)’는 ‘뛰어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결국 휴얼과 윌슨의 ‘컨실리언스’는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결론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 교수와 장 박사는 컨실리언스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원효대사의 화엄 사상에서 통섭이라는 말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들의 통섭은 방법론과 지향점에서 윌슨 것과 다르다. 윌슨이 자연과학으로의 통합을 강조한 데 반해, 이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통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의 상당수가 무조건적인 생물학 중심의 학문적 통합보다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통섭이 ‘학문간의 벽을 허물자.’라는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나 지향점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은 취약하다. 올 초 서울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기계적으로 학과가 통합되는 것을 물리학적 통합, 두 학문이 새 학문을 만들어내는 것을 화학적 통합으로 정의한다면 통섭은 생물학적 결합으로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가설과 학문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인 외국과 달리,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움직임은 다소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인위적인 벽 허물기가 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통섭의 시대’ 다시 주목받는 다빈치식 사고 통섭을 언급하는 학자들은 통섭형 인간의 표본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꼽는다. 다빈치식 사고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경험을 통한 증명정신,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감각, 모호한 것까지 포용하는 묘사법, 과학과 예술의 조화, 건강한 육체와 정신,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에 다양한 분야를 엮어내는 연결 습관 등으로 집약된다. 시대와 환경을 뛰어넘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 셈이다. 과연 다빈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고방식이 그로 하여금 위대한 업적을 쌓게 만들었을까. 다빈치식 사고를 가진 수많은 사람을 키워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를 바라보게 할 수는 없을까. 이탈리아 각지에 숨어 있는 다빈치의 발자취를 찾아, 왜 그가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빈치·피렌체·밀라노(이탈리아) 박건형특파원|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잡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 앞 광장. 거대한 성당 두오모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꼭 지나야 하는 이곳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동상 아래에 적혀 있는 ‘과학과 예술의 혁명가(AL Rinnovatore Delle Arti E Delle Scienze)’라는 문구는 다빈치를 설명해주는 가장 짧은 수식어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추앙받는 다빈치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헌사다. ●거대한 박물관이 된 다빈치 고향 5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탈리아 곳곳에는 다빈치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다빈치는 이탈리아인들의 영웅이자 정신적 지주다. 수도 로마 공항의 공식 명칭은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기차의 이름 역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다. 공항 곳곳에 다빈치의 작품을 형성화한 조형물들과 그의 동상을 목격할 수 있다. 암흑의 중세를 벗어나 인문학의 부흥을 이끌어낸 르네상스의 핵심도시 피렌체를 지나 피사 방향으로 65㎞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빈치에 도착했다. 나지막한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고, 사방 어느 곳에나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만이 가득한 특별할 것 없는 시골마을이 바로 다빈치의 고향이다. 마을 중심지의 가장 높은 곳에는 3m가 넘는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도’ 조형물이 다빈치의 고향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빈치는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에 따라 기하학적으로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원 안에 사람의 몸을 그렸다. 이 비례도의 원본은 베니스 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공개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빈치가 빈치에 살았던 기간은 태어난 이후 피렌체에서 베르키오의 도제로 들어가기 전까지 16∼17년간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그의 생가는 세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집 내부에는 다빈치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글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빈치의 흔적은 벽난로와 책상뿐이었다. 생가를 지키고 있는 빈치 시청의 알베르토 로카티는 “다빈치는 세르 피에로와 카테리나라는 하층계급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면서 “다빈치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빈치의 왕성한 학구열이 어린 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반사작용이란 설도 있다.”고 소개했다. 마을의 중심지 폭이 채 500m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빈치지만, 마을 전체가 거대한 다빈치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성당 옆에 자리잡은 다빈치 박물관에는 그가 설계한 물레와 기중기 등의 원리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다빈치 아이디어 박물관은 다빈치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됐으며 후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체험관이다. 박물관 학예사인 세르지오 페오네는 “다빈치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사고가 다방면으로 발달해 있었다.”면서 “이 박물관의 첫 번째 전시물도 플라톤의 흉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빈치가 스케치한 작품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작업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상점에서는 티셔츠나 엽서 등 흔한 기념품 대신 다빈치가 고안한 시계와 헬리콥터 모형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학문과 예술 꽃피운 피렌체, 밀라노 다빈치 연구자들은 그의 생애를 크게 제1차 피렌체 시대(1466∼1482), 제1차 밀라노 시대(1482∼1499), 제2차 피렌체 시대(1499∼1506), 제2차 밀라노 시대(1506∼1513), 그리고 로마ㆍ앙부아즈 시대(1513∼1519) 등 다섯 시기로 구분한다. 말년을 제외하면 그의 성과가 대부분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이뤄진 셈이다.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에는 다빈치의 작품 중 가장 오래된 1473년의 데생이 걸려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빈치는 보티첼리, 크레디, 페루지노 등 베로키오 산하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로키오의 도제로 있는 동안 다빈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건축, 도형 연구, 광학론, 원근법, 기하학, 자연과학, 음악 등을 폭넓게 익혔다. 이때 배운 원근법의 결실이 바로 1495∼1497년에 다빈치가 완성한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최후의 만찬’이다.15분에 단 25명의 관람객에게만 공개되는 이 불후의 거작은 성당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크고 장엄했다.‘최후의 만찬’ 전문 가이드인 실비아 솜바루는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미술사학자, 구조학자, 역사학자, 광학자 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면서 “지금도 이 그림 연구로 연간 수십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성당 길 건너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 과학기술박물관이 있다. 온통 과학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진 박물관 전시물 중 다빈치가 고안한 각종 기계들이 단연 인기다. 피렌체 시내에도 다빈치의 기계를 실물 크기로 재구성해 전시·체험할 수 있도록 한 두 곳의 박물관이 있다. 두 도시의 대형 서점에는 다빈치 관련 서적들이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탄생 555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도시 전역이 다빈치 기념물로 꾸며지기도 했다. 빈치시의 다빈치 박물관장 알레산드로 베조시는 “다빈치의 지식은 대부분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빈치가 ‘단순한 천재’였다면 그저 동경의 대상이자 신화적인 존재에 머물렀겠지만, 다빈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닮고 싶은 존재’ ‘배워야 할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kitsch@seoul.co.kr ■다빈치는 어떻게 만능학자가 되었을까 호기심·증명정신 겸비 ‘노력하는 천재’ 해부학자, 건축가,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의상·무대디자이너, 요리사, 해학가, 엔지니어, 발명가, 지리학자, 지질학자, 수학자, 군사과학자, 음악가, 화가, 철학자, 물리학자, 이야기꾼…. 다빈치는 인간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여러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에도 다빈치 박물관이 있고 대부분 진품을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소장하고 있다. 평생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얼마나 방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탄생한지 55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빈치는 지식인들이 꿈꾸는 ‘만능인’(Universal Man)의 표상으로 꼽힌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지능의 다양성에 대한 이론에 따르면 천재는 논리·수학(스티븐 호킹, 아이작 뉴턴), 언어(윌리엄 셰익스피어, 에밀리 디킨슨), 공간·기술(미켈란젤로), 음악(모차르트), 신체·운동감각(무하마드 알리), 사회적 대인관계(엘리자베스1세, 마하트마 간디), 자기 인식적 대인관계(틱낫한, 테레사 수녀) 등 일곱가지 척도 중 하나에서 특이성을 보인다. 그러나 다빈치는 일곱가지 분야에서 모두 천재성을 나타냈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현대 사회에서 다빈치가 다시 각광받는 것은 그가 거의 모든 학문에서 특이성을 보인 이유가 단순한 천재여서가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노력하는 천재’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용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가 해부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정확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고, 물의 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좋은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유체역학에 대한 연구는 비행기 설계로 이어졌고, 노년에는 이 모든 기계의 원리를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근원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빈치의 사고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교육법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이클 겔브가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생각하기’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교육서적 목록에 올라 있다. 겔브는 “다빈치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재다능하고 균형잡힌 인간, 예술과 과학 양쪽을 모두 편안하게 포용할 수 있는 인간을 이상형으로 삼았다.”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다빈치식 사고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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