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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투서와 무고로 망신창이가 된 암 석학의 고뇌

    [단독]투서와 무고로 망신창이가 된 암 석학의 고뇌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했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시련이 저한테 닥치는지 모르겠습니다.”  1년전만 해도 배석철(53) 충북대의대 교수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 연구자였다. 세계 최초로 폐암 발병 원인을 규명했고, 유방암과 위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는 등 암 학계의 석학으로 평가받았다. 보령암학술상, 올해의과학자상 등을 수상하며 주가를 올렸다. 2003년부터는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창의연구과제에 선정돼 ‘암억제 유전자 기능연구단’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0여년간 함께 일해 온 A(여) 초빙교수의 잇단 투서와 고발이 배 교수 연구실을 흔들기 시작했다. A교수는 “배 교수가 10년간 나를 성폭행왔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내 논문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끼워넣어 저작권법을 위반했고, 연구비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한 지역방송이 A교수의 인터뷰를 방영하면서 ‘존경받던 의대 교수’는 순식간에 파렴치범이 됐다.  곧바로 학교 내사와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배 교수가 A교수와 주고받은 10년간의 이메일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대학연구윤리위원회가 ‘문제 없다’고 심의했고, 법원은 1심에서 무혐의, 고등법원 항소는 기각됐다.  만신창이가 된 배 교수를 위해 전·현직 제자들과 동료 교수들이 적극적인 변호에 나섰다. 연구단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교수가 유부남인 W연구원과 특별한 관계였으며, 투서와 고발은 W연구원이 그만둔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진술했다. 지난해 7월, 3년간 연구 실적이 전혀 없었던 W연구원이 연구단에도 알리지 않은 채 해외 유명저널에 자신의 이름으로 3건의 논문을 발표하자 배 교수가 출처를 물었고, 이에 W연구원은 해명 대신 사표를 제출하고 연구실을 떠났다. 충북대의 한 교수는 “A교수가 W연구원의 사직서 철회를 주장하며 대학본부에 난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힘겹게 두 가지 의혹을 풀었지만 연구비 유용 혐의가 배 교수의 발목을 잡았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국립대 연구실 및 거래처 압수수색이라는 강도 높은 수단을 동원해 1년 가까이 수사를 계속한 끝에 이달 초 배 교수를 연구비 유용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연구실 시약 외상값을 갚거나, 계획에 없던 기자재를 구입하는데 재료비를 전용해 사용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창의연구단을 이끌면서 8년간 받은 60억원 중 4억원 가량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연구비 지급 및 감사를 맡고 있는 한국연구재단과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조차 경찰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경찰에서 일부 절차상의 문제는 있지만 관행적으로 용인되거나, 경미한 감사 처분으로 해결될 사안이라는 의견을 냈다.”면서 “연구 현장의 생리를 경찰이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한 유명 교수는 “대형과제를 하면서 시약을 외상 구매하거나 필요한 기자재를 재료비로 구입하는 건 이공계 연구실의 생존 수단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문제 삼는다면 국가과제를 수행하는 모든 연구자가 범법자라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교수는 “제자들이 받을 돈이 줄어들까봐 책임자 연구수당조차 책정하지 않을 만큼 애썼는데, 지금의 결과가 너무 실망스럽다.”면서 망연자실했다. 규정상 창의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는 다른 연구비를 신청할 수 없다. 암억제 유전자 기능연구단 과제는 내년 종료되고, 배 교수는 연구재단에 창의과제의 연결과제인 ‘도약 과제’를 신청한 상태다. 교과부 측은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 때문에 유능한 연구자가 과제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기고] 보험사기는 공공의 적이다/김종국 전주대 교수·전 보험학회장

    [기고] 보험사기는 공공의 적이다/김종국 전주대 교수·전 보험학회장

    ‘일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보험제도는 인류가 고안한 제도 중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보험제도를 악용한 보험 사기범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만인이 알뜰살뜰 모아 놓은 돈이 몇몇 보험 사기범들에게로 줄줄이 새는 것이다. 돈뿐만 아니라 선량한 생명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보험 선진국에서는 보험범죄를 일반범죄보다 무겁게 다스리고 특별조항을 신설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기구로 보험범죄수사국을 설치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감독 당국이 많은 인력 투입과 적극적 홍보 활동을 한 결과, 2010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09년 대비 4.9% 증가한 3467억원이고, 적발인원은 무려 5만 4994명이나 된다. 경기가 안 좋아 생활고에 지친 사람들이 한순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저지르는 생계형 보험사기가 해가 갈수록 증가한다는 점과 사기 유형이 대범화, 기업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얼마 전 고액의 보험금을 타내려고 익사사고를 가장한 살인사건이 한 형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4년 만에 밝혀졌다. 이 보험범죄 피의자는 대범하게도 인터넷에서 대상자를 물색해 위장결혼까지 한 뒤, 휴일사고 보험금을 평일에 비해 1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공휴일인 현충일에 살인을 저질렀다. 이러한 흉포 보험범죄는 최근의 보험사기가 인터넷으로 공범자를 모집하거나 사기 방식을 치밀하게 사전 논의해 예행연습까지 하는 등 조직화, 대범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보험사기는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보험의 근본 속성인 사행성에 그 원인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반인들은 다치거나 암 같은 중병에 걸리거나 죽음에 이르는 등 예견치 못한 불행에 경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으로 보험을 생각하지만, 보험사기를 노리는 사람들은 보험을 적은 보험료를 내고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활용 대상으로 인식한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소설 등에서 사행성을 부추기는 극적인 내용이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포장되면서, 보험사기는 마치 한번 해볼 만한 한탕주의의 한 형태인 양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답답한 부분은 보험사기 급증에도 변변한 처벌조항이 아직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제도의 바탕을 이루는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기가 무엇이냐는 기본적인 정의마저 없는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일반사기보다 보험사기에 더욱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형법상의 사기죄에 준해서만 처벌할 수밖에 없다. 독일형법 제212조에서는 일반적인 고의살인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징역을 형벌로 규정하고 있는 데 비해 보험금을 목적으로 한 살인에 대해서는 211조에서 무기징역으로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265조에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보험범죄에 대한 예방 효과와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형법상의 사기죄와 차별화된 별도의 형벌조항 도입과 보험사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요구된다. 보험범죄는 가중 처벌돼야 하는 사회의 악이요, 공공의 적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 [Weekly Health Issue] 간경변

    [Weekly Health Issue] 간경변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간경화’라는 말이 마치 감기처럼 회자된 적이 있었다. 취약한 보건의식 등 사회구조가 전반적으로 건강을 도외시했던 데다 치열해지는 경쟁사회는 간을 돌볼 여유조차 없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간염과 술, 과로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국민들의 간은 병들어 갔다. 그 수렁에서 벗어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상황은 뚜렷하게 개선되는 추이를 보였다. 그렇다고 지금 흔히 간경화라고 부르는 간경변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간을 혹사하는 습관이 여전한 데다 B형에 이어 이제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창궐할 태세다. 한때 ‘국민병’으로 불렸고, 지금도 수많은 환자를 고통 속에 신음하게 하는 간경변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로부터 듣는다. ●간경변이란 어떤 질환인가. 다양한 원인으로 간이 장기간 반복적인 손상을 받으면 어느 순간 정상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간조직이 섬유화하면서 굳어져 간다. 이 상태를 간경변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간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복수·출혈·혼수 등의 합병증을 초래, 종국에는 생명을 잃게 된다. 그러나 간경변은 정상 회복이 어려운 불치 상태로 알지만 간이 늙어 간다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간경변이 발생하는 경위를 설명해 달라. 간염 등으로 간이 손상되더라도 건강한 상태에서는 간세포가 재생되지만 이런 손상이 장기간 반복되면 간에 치명적인 흉터가 남는데, 이를 섬유화라고 한다. 아울러 재생결절이 같이 생기면서 점차 간이 굳어져 간다. 간 표면이 우둘투둘하게 변하는 이 상태에서는 정상 간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국내 유병률과 발병 추이의 특이성은. 암을 뺀 국내 40대 남성의 사망 원인으로는 간질환이 1위인데, 이는 대부분 간경변과 관련이 있다. 주목할 점은 여성보다 남성, 특히 중년 남성의 발병 빈도가 높은 점인데, 이는 술과 과로 외에 모자감염에 의한 만성 B형 간염이 주요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을 잘 관리해 발병률과 사망률이 감소 추세지만 다른 원인이 있어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 ●간경변 치료의 최근 추이를 설명해 달라. 과거에는 간경변이 한번 진행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불치 개념’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간경변도 잘 관리하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확실히 희망적이다. 게다가 간의 단단한 정도를 측정하는 간스캔을 활용해 초기 간경변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실제로 알코올성 간경변의 경우 금주하면 간경도가 호전되며, B·C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도 잘 치료하면 크게 호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간경변의 원인을 유형별로 짚어 달라. 국내 간경변은 70% 이상이 만성 B형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만성간염이다. 이어 10∼15%는 C형 바이러스성 간염, 10%가량이 술로 인한 간경변이다. 나머지는 자가면역성 간염이나 선천성 대사질환, 약물로 인한 독성간염 등이며,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문제는 술이다. 술로 인한 간경변의 빈도는 실제로 훨씬 높은데, 이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을 가져 간경변으로 진행된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습관적인 음주를 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증상은 어떻고, 자각증상은 무엇인가.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간경변이 진행되어 간기능이 떨어지면 황달과 복수로 인한 복부팽만, 정강이 부위의 부종, 손바닥이 붉게 변하는 수장홍반, 목 부위에 거미 모양의 혈관종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밖에 호르몬대사에 장애가 와 남성의 젖가슴이 여성처럼 부풀거나 젖몽우리가 생기기도 하며, 고환이 위축되는 경우도 있다. 합병증으로 위나 식도에 정맥류가 생겨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볼 수도 있고, 마치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혼미한 경우도 있는데 이를 간성혼수라고 한다. ●검사 및 진단법을 소개해 달라. 문진을 통해 간경변이 생길 만한 습관성 음주나 간염 병력을 가진 경우 진찰 소견을 통해 간경변을 의심할 수 있으며, 간이 단단하게 만져지거나 비장이 커진 경우 등의 진찰소견이 나타나면 임상적으로는 간경변으로 본다. 검사법으로는 혈액을 통한 간기능검사에서 간수치를 확인하면 된다. 간염과 달리 간경변은 AST가 ALT보다 높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또 복부 초음파검사에서 간경변 의심 소견이 나오면 내시경검사로 식도정맥류와 같은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초음파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로 확인한다. 그러나 초기 간경변은 간기능검사나 영상검사상 이상 소견이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최근에는 간의 단단한 정도를 측정하는 간섬유화스캔을 이용하기도 하며, 최종 확진은 간조직생검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임상적으로 판단이 애매할 때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치료 및 이에 따른 예후와 후유증은. 치료는 간경변의 1차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며, 원인이 확인되면 악화를 막기 위해 원인 제거에 중점을 둔다. 술로 인한 알코올성 간경변은 금주가 우선이며, 바이러스성 간염이 원인이면 바이러스의 활동성 여부를 판단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다. 그러나 비활동성인 경우에는 항바이러스제가 별 도움이 안 된다. 자가면역성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은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여 진행을 막기도 한다. 이미 간경변이 진행된 경우에는 합병증 확인 및 예방에 주력한다. 특히 이 경우 문맥(장에서 간으로 흐르는 피)에 문제가 생겨 문맥압 항진증이 생기며, 이로 인해 상부위장관 정맥류나 비장 비대, 복수가 생기기 쉬운데, 이런 상황이라면 합병증 예방을 위해 문맥압을 낮추는 약을 투여하거나 이뇨제를 사용해 복수를 조절한다. 문맥압 항진증이 합병증으로 온 경우 식도·위정맥류 파열로 사망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내시경으로 정맥류 결찰술을 시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뇨제로 조절되지 않는 복수는 주사기로 제거하거나 알부민을 투여해 조절하기도 한다. 이때 세균성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간성혼수의 경우에는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면서 혼수 치료제를 투여한다. 그러나 이런 합병증이 온 경우 대체로 예후가 나쁜 편이므로 나이 등을 감안해 간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9)조직내 유익한 ‘안티’ 감사관

    [테마로 본 공직사회] (9)조직내 유익한 ‘안티’ 감사관

    조직 내부의 유익한 안티, 감사(監事)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불거진 것도 부적절한 감사(監査) 또는 감사체계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한 차원에서 감사원이 대학재정 감사를 들고나와 또다시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감사체계와 감사관들의 세계를 짚어봤다. 행정기관을 비롯, 공공기관이든 기업체를 비롯한 사조직이든 감사를 담당하는 기구와 사람은 반드시 있다. 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구와 인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사기구에 포함된 감사인력(감사관)들은 대개 조직 내에서 기피인물로 꼽히게 마련이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조직원들은 그들을 피하고 싶어 한다. 조직 내의 안티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동안 공무원 조직에서는 감사인력들에게 인사상 가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 그런 이점도 사라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 사회에서는 조직 내 감사실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일반화돼 있다. 자치단체의 한 감사실 직원은 “동료들을 감시한다거나 조직의 잘못된 점을 파헤쳐야 하는 일이 마음 편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이라는 감사원 식구들도 심정은 비슷하다. 행정부나 모든 공공기관을 감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지만 비리를 찾아내고 같은 공무원들을 의심해야 한다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한 감사관은 “물론 국가 최고 사정기관의 감사관으로서 자부심도 크지만 감사를 하다 보면 인간적으로 힘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들은 자치단체나 지방 소재의 공공기관 등을 감사하기 위해 수시로 장기간 출장 감사를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경력 10년의 한 감사관은 “연중 4~5개월은 여관생활”이라면서 “국가와 조직에 대한 사명감이 없다면 이겨내기 힘든 과정”이라고 말했다. ●슬픈 무용담들 감사관들에겐 남다른 무용담이 있다. 감사를 통해 사회나 감사대상 조직의 커다란 암 덩어리를 제거했다는 자부심에 가득 찬 무용담들이 그것이다. 공직사회의 어두운 면이 감사를 통해 제거되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새출발하는 계기가 됐지만 왠지 씁쓸할 수밖에 없는 슬픈 무용담들이다. “율곡비리 사건 감사 때 감사원에서 떨어진 별이 한 양동이는 충분히 됐다.”는 것은 무용담 가운데 단골 메뉴다. 이 같은 무용담은 감사원이 발간하는 계간지 ‘감사’에 종종 실린다. 2010년 여름호 ‘감사’에서는 그해 전국 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당진군수의 토착비리를 적발하게 된 뒷이야기가 실렸다. 당시 감사를 주도한 감사관은 직무감찰부서에서 20여년간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그는 우연히 건설업을 하는 친구로부터 당시 당진군수의 비리정보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정식 현장감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전 국민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별장을 뇌물로 받은 데다 부적절한 관계의 부하 여직원에게 뇌물로 아파트를 제공하는 등 거의 기행에 가까운 군수의 비리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지역언론을 비롯해 지지자들의 감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지자체는 정도행정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신년호에는 ‘국립대학병원의 운영실태 감사’ 뒷이야기가 실렸다. 의약품 구매방식 개선으로 600억원 이상의 예산 절감을 가져온 데다 의료영상장비의 부실을 지적하는 성과를 올린 감사였다. 의료분야의 전문성 때문에 많은 애로를 겪었지만 ‘사회의 또 다른 감사관’인 제보자들이 있어 무사히 감사를 마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열심히 하다 보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주는 ‘귀인’이 나타나더라.”며 후배 감사관들에게 열정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던졌다. ●여성들의 거센 도전 감사 분야에서도 여성들의 파워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감사업무는 거의 금녀의 영역에 가까웠다. 하지만 사회전반에 퍼진 우먼파워는 감사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직의 경우 전 직급을 망라해 여성 감사관들이 포진해 있고 공기업이나 민간 쪽도 비슷한 추세에 있다. 현재 감사원에는 여성 감사관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 4급 이상의 간부가 6명, 5급 감사관은 무려 42명이나 된다. 이들은 2명은 보직 과장으로 현장감사를 직접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 6급 17명, 7급 35명도 활발한 감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회계사 등 감사에 필요한 전문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거나 행정고시를 통해 감사원에 몸을 담았다. 경남도청과 인천시 부평구, 전북도교육청 등에는 감사책임자가 여성감사관들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40년 만에 최초로 올해 여성 감사를 선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공기업의 감사 책임자도 여성이다. 이 밖에도 공사기업 등에 상당수의 여성 감사관들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국희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감사는 시스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 의회감사에 비해 훨씬 수월한 측면이 있다.”면서 “여성 감사관은 작고 사소한 인간적인 부분까지 배려할 수 있는 데다 공정성이나 객관성이 남성보다 높아 감사업무에 더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파격누드로 명품 티셔츠 모델나선 ‘호날두 여친’

    파격누드로 명품 티셔츠 모델나선 ‘호날두 여친’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6)의 여자친구로 잘 알려진 톱모델 이리나 샤크(25)가 파격적인 누드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연예정보사이트 저스트 자레드에 따르면 이리나 샤크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피부암 예방 캠페인을 위해 누드 촬영을 감행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이리나 샤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군살 없이 탄력 넘치는 몸매를 과시했고, 세계적인 모델답게 특유의 도발적인 눈빛으로 시크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선보였다. 이리나 샤크는 “마크 제이콥스의 피부암 방지 캠페인은 늘 화제를 몰고 왔다.”면서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돼 무척 영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출신의 샤크는 지난 2005년 모델 활동을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떨쳤고 호날두의 연인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는 호날두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받아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한편 샤크가 촬영한 이번 누드는 마크 제이콥스 티셔츠에 ‘Protect The Skin You’re In’(당신의 피부를 보호하세요)이라는 문구와 함께 새겨져 전 세계 마크 제이콥스 매장에서 판매되며 수익금은 암 치료센터에 전액 기부된다. 이 캠페인은 이미 나오미 캠벨, 하이디 클룸, 빅토리아 베컴 등 유명 스타들이 참여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금융상품 백화점]

    ●신한은행 ‘평생플러스+통장’ 공적·퇴직·개인 연금 등 세 가지 연금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입출금 통장이다. 만 50세 이상 고객이 국민·공무원·사학 연금 등의 공적 연금과 퇴직 연금, 신탁·보험·펀드·역모기지론 등 노후를 위한 개인 연금을 이 통장으로 수령하면 최고 연 2.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보이스 피싱’으로 수령 연금을 사기당하면 최고 300만원까지 손실액을 보상해준다. 창구 송금 수수료와 ATM 인출 수수료 등을 면제해준다. 또 월간 입출금 합계 정보를 다음 달 초 통장에 찍어줌으로써 계획적인 자금 관리를 유도한다. ●삼성 ‘리딩섹터 스마트 목표전환펀드’ 주식형으로 운용하다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전환되는 목표 전환형 펀드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도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이 높은 주식형으로 계속 운용된다. 오는 21일까지 SC제일은행에서 판매된다. 목표 수익률 15% 기록 후 최고점 대비 기준가로 50원(최초 원금 대비 5% 수준)이 하락하면 즉시 채권형으로 전환해 수익을 보존한다. 펀드 수수료는 선취 수수료 1%, 연 보수는 1.53%이다. 90일 미만으로 환매할 때 이익금의 70%를 환매 수수료로 부과한다. ●‘LIG 100세 행복플러스보험’ 실손의료비와 입원 일당, 각종 성인병 진단비와 수술비를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 기존 ‘100세 상품’과 달리 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등 3대 질병에 대한 진단비와 각종 질병의 수술비도 보장받을 수 있다.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 등 최대 5명까지 가입할 수 있다. 피보험자가 2인 이상이면 1%, 3인 이상이면 2%의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보험 기간 중 80% 이상의 고도후유장해를 입었더라도 보험 만기 시까지 위험 보장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점도 차별화된 혜택이다.
  • ‘두딸 공개’ 박상민, “아내와 ‘지각결혼’한 이유?”

    ‘두딸 공개’ 박상민, “아내와 ‘지각결혼’한 이유?”

    결혼과 함께 자녀가 있음을 공개했던 가수 박상민이 ‘지각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놨다. 박상민은 15일 방송된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에 출연해 결혼이 늦어졌던 이유를 밝히고 두 딸의 아빠로 살아가는 행복한 일상을 공개했다. 박상민은 지난 3월 두 딸과 지난 6년간 사실혼 관계였던 아내를 공개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갑작스런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놀랐으나 박상민은 “내가 사는 동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아내와 두 딸을 공개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해 “지난 7년간 너무 큰일들이 벌어졌었다.”고 입을 열었다. 박상민은 지난 7년간 장인어른의 암투병과 부친이 3번의 암수술을 받은 것 그리고 모친까지 수술을 받고 그 와중에 가짜 박상민 사건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부동산 사기까지 당해 맘고생을 했던 적도 있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모든 역경을 이겨낸 후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된 박상민은 “드라마 속 장면처럼 아내에게 결혼식 전날 무릎 꿇고 프러포즈했다.”며 “결혼하고 나니 너무 상쾌하고 아침이 더 즐거워졌다.”고 뒤늦은 신혼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 그는 두 딸들을 소개하며 “올해로 7살, 5살인데 너무 예뻐 죽겠다.”고 딸부자 아빠의 행복감을 드러냈다. 한편 MC 조형기는 "몇 차례 박상민의 집을 찾았으나 아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빨리 결혼해야지’라고 말하면 ‘그래야죠’라고 천연덕스레 대답했었다."고 말해 그동안 사실을 숨겨왔던 것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사진 = SBS ‘좋은아침’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오영경 인턴기자 oh@seoulntn.com
  • [12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최근 첨단 방사선 치료기기가 속속 등장하면서 암의 치료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암 치료의 새로운 영역이 구축되고 있다. 방사선 치료에 대한 선입견을 비롯, 수술 및 약물요법, 암의 표준치료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사선 치료에 대한 모든 것을 울산대 의대 최은경 교수에게 들어본다. ●VJ특공대(KBS2 오후 9시55분) 한 가지 맛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풀코스로 즐겨라. 먹는 재미가 배가 되는 별별 코스 요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대한민국 곳곳 화제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특종을 잡기 위한 별별 기자들의 취재기를 소개한다. 또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숨 가쁜 출항 현장, 2010 신(新) 전당포 이야기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성공의 비밀(MBC 오후 6시50분) 국내 양변기 부품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와토스 코리아. 국내 독점적인 시장 구조를 개척한 지금, 제품 개발에 모든 열정을 쏟아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며 양변기 부품 시장 국내 1위의 전문기업으로 탄생시킨 송공석 대표. 좌절과 기사회생의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 그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귀농프로젝트 농비어천가(SBS 오후 6시25분) 드디어 형석의 집 설계도가 나왔다. 형석의 집터를 구경 간 동생들의 천방지축 축하 세리머니까지 이어진 훈훈한 현장을 공개한다. 포도 전지 작업에 돌입한 상주 4형제, 오랜만의 농사일에 마음 뿌듯해하고 내친김에 야생 돼지감자도 캐러 나선다. 배꼽 잡는 상주 4형제의 농촌이야기를 만나본다. ●명의(EBS 오후 9시50분) 갑상선, 병이 아니다. 흔히 갑상선을 ‘질병’으로 알지만 갑상선은 병이 아니다. 다만 갑상선의 형태나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병이 되는 것. 갑상선 암과 더불어 증세가 다양한 갑상선 질환. 상태에 따라 진단과 치료법도 매우 다양한데, 갑상선 질환의 다양한 증상에 맞는 치료법은 무엇인지 갑상선 전문의 송영기 교수에게 들어본다. ●시사토론 우리시대(OBS 밤 12시10분) 아동대상 성범죄 근절 대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 전문가와 함께 토론한다. 토론에는 권익환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 이명숙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장화정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다.
  • [영화리뷰] 평행이론

    [영화리뷰] 평행이론

    경제학적으로 풀어보자. 사업 아이템이 좋다고 다 뜰 순 없다. 경영이 문제다.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십중팔구 망한다. 제 아무리 참신한 아이템도 미숙한 경영능력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 영화라고 다를까. 독특한 소재라도 이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도루묵이다. 영화 첫 부분에서 ‘우와’라는 함성을 들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뭐야, 저거.’란 야유를 듣게 된다면 아니함만 못하다. 신선한 소재를 식상하게 요리해 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단 얘기다. 영화 ‘평행이론’의 아쉬움은 이 지점에서 나온다.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이 같은 삶을 반복해 산다는 ‘평행이론’은 무척 신선하다. 미스터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처음 본 소재다. 눈길을 끌 만하다. 영화의 시작도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접근한다. 링컨과 케네디의 사례다. 의원에 당선된 해는 각각 1846년과 1946년, 대통령에 당선된 해는 1860년과 1960년, 두 사람은 금요일에 각각 포드 극장과 포드 자동차에서 암살됐고, 암살범은 각각 1839년생과 1939년생이었다. 정확히 100년의 간격을 두고 비슷한 삶을 살아갔다는 것.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 재미있구나 칭찬해줄 만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본격적으로 얘기를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힘이 빠진다. 영화의 주된 골격은 서른여섯의 나이에 부장 판사에 오른 김석현(지진희 오른쪽)이 30년 전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았던 한상준 판사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예견된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거다. 하지만 식상한 반전, 뻔한 공포영화의 기법은 신선한 소재를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누가 범인일지 관객들에게 추적을 원하는 식의 미스터리 공포물은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는 포맷이다. 평행이론도 이런 틀 그대로다. 김석현에 대한 수사기록이 없어진 상태에서, 과연 김석현을 죽이는 인물이 누구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보며 추론하도록 만들지만 결국 범인은 멀리 있지 않았다. 이런 식의 미스터리 공포물에 이력이 난 관객들은 분명 의외의 인물이 나오길 기대했겠지만, 결과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예상 못한 결과가 아니라 예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였다. 또 하나. 성의 없는 공포 영화에서나 사용될 법한, 기분 나쁜 놀램이 여러번 사용된다는 것. 불길한 침묵과 불쾌한 음향효과…. 하지만 갑자기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식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이제 약발이 다해도 너무 다했다. ‘평행이론’이라는 희특한 아이디어, 암 투병 중인 배우 오현경의 투혼 말고는 눈에 띄는 게 별로 없었다. 15세 관람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연휴 무슨 영화 볼까

    연휴 무슨 영화 볼까

    전우치(코미디, 액션/12세 관람가) 감독 최동훈 줄거리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의 손에 넘어가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들은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은 사라진다. 감상 생동감과 재미가 한가득. 나인(뮤지컬/15세 관람가) 감독 롭 마샬 줄거리 희대의 카사노바이자 천재 영화 감독인 귀도(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의 아홉 번째 작품을 준비하던 중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홀로 휴양지를 찾는다. 한숨 돌리며 작품을 구상하려 했지만, 아름다운 여배우 클라우디아(니콜 키드먼)와 유일한 안식처인 아내 루이사(미라온 코틸라르), 치명적인 매력의 요염한 정부 칼라(페넬로페 크루즈) 등 일곱 여인들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녀들로부터 점점 작품에 대한 특별한 영감을 얻는다. 감상 페넬로페 크루즈의 치명적인 매력을 찾아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판타지/12세 관람가) 감독 테리 길리암 줄거리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악마와 거래로 젊음을 얻게 된 파르나서스(크리스토퍼 플러머) 박사. 하지만 그 대가는 잔인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16번째 생일날 그에게 바쳐야 한다는 것.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파르나서스 박사는 또 한번 악마와 내기를 한다. 바로 5명의 영혼을 먼저 사로잡는 것. 이때 등장한 정체불명의 매력적인 사기꾼 토니(히스 레저)는 파르나서스 박사와 함께 딸을 구하기 위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감상 고(故) 히스 레저의 매력이 듬뿍. 앨빈과 슈퍼밴드2(가족, 애니메이션, 코미디/전체관람가) 감독 베티 토마스 줄거리 깜찍한 외모는 물론 타고난 노래와 춤 솜씨로 전 세계를 사로잡아 버린 앨빈, 사이먼, 테오도르. 세계적인 슈퍼스타 자리에 올랐지만 걸피하면 무대 위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등 통제 불능의 악동기질은 친구 데이브의 골칫거리다. 결국 데이브는 이들이 사회성을 배울 수 있도록 학교에 입학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적응모드에 돌입해 학교 친구들을 그들의 매력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감상 귀여움과 깜찍함이 한가득. 셜록 홈즈(액션, 모험, 추리/12세 관람가) 감독 가이 리치 줄거리 명석한 두뇌와 무술 실력을 뽐내는 명탐정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의 동료 왓슨 박사(주드 로)와 함께 여성들을 종교 의식의 제물로 바치려던 비밀 종교집단의 우두머리 블랙우드 경(마크 스트롱)을 체포한다. 블랙우드 경은 결국 교수대에 섰으나, 부활하고 연쇄 살인을 저지르며 런던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결혼을 앞둔 왓슨이 동참을 주저하는 가운데 홈즈는 다시 사건 해결에 나선다. 감상 명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를 액션 영웅으로 새롭게 해석.
  • 못믿을 암 검진

    암 검진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듬해에 암이 발병한 환자가 연간 7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국가 암 조기검진사업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008년 암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7124명에 달했다. 이는 2007년 5대암(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와 2008년 암 건강보험·의료급여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 2007년 5대암 검진에서 음성판정을 받은 사람 가운데 2384명은 유방암, 2147명은 위암, 2101명은 대장암, 354명은 자궁경부암, 108명은 간암이 이듬해 발병했다. 암의 특성상 몇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암 검사에서 음성이었던 환자가 단기간에 암이 발병하는 경우를 ‘위음성’으로 분류한다. 위음성이 나오는 이유는 검사가 불가능한 단계에서 발생한 것과 오진인 경우 크게 두 가지다. 오진 원인으로는 부정확한 검사장비, 판독상 오류, 검사기관 간 덤핑경쟁으로 인한 부실검사 등이 꼽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Healthy Life] (25) 침술

    [Healthy Life] (25) 침술

    침술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효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과학성을 규명하지 못했을 뿐 인간의 지혜가 농축된 결과”라며 신봉론을 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혹의 의술”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미주 등지에서 최근 들어 ‘동양의학의 정수’라는 침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학성을 중시하는 서구인들이 눈여겨보는 침술의 효용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침구과 박동석 교수로부터 듣는다. ●‘도태되는 의술’이라는 관점과 ‘엄연한 과학’이라는 시각 때문에 침술은 경계의 의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한의학이 긴 세월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관념적이 아니라 실제로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한의학에서 침술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중풍을 비롯해 내과·외과·심인성 질환 등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보일 때가 많지만 이를 체계적·과학적으로 정리하고 입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한의학의 장점은 개인의 특성에 맞게 치료한다는 점인데, 이런 특성이 과학화에 어려움을 주었다고 본다. 이런 각성 위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침술의 효과와 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성과도 좋다. ●확인된 성과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골관절염과 류머티즘관절염·강직성척추염·두통·안면신경마비 등 많은 질병 치료에서 침술의 효용이 입증되고 있다. 침술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내용이 서양의학 교재에도 게재돼 있다. ●침술은 어떤 원리를 갖고 있는가. 침술은 경혈(經穴)이라는 체표상의 부위에 침으로 물리적 자극을 가해 질병을 예방·완화·치료한다. 치료 원리는 다양하지만 크게 ‘조화음양(調和陰陽)’ ‘부정거사(扶正去邪)’ ‘소통경맥(疏通經脈)’을 들 수 있다. 조화음양은 인체 기능의 균형을 꾀한다는 뜻인데, 침을 이용해 기(氣)가 경락(經絡)을 원활하게 흐르도록 함으로써 인체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다. 부정거사는 인체의 생리조절력과 면역력을 키워 질병의 원인인 나쁜 기운을 내친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정기(正氣)라는 인체의 정상적인 활동력·저항력과 사기(邪氣)라는 나쁜 기운(세균·바이러스·외부 환경 등)의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생긴다고 본다. 침은 이 과정에서 부족한 기운은 보태고 사기를 제거하는 도구가 된다. 소통경맥은 경락으로 기혈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경락은 몸의 안팎을 연결하는 통로로, 기혈을 운행시켜 인체의 기능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이런 경락이 막히거나 이상이 생기면 생리기능에 문제가 생겨 질병이 오는데, 침으로 막힌 경락을 뚫어 질병을 치유한다. ●침이 인체에 작용하는 경로와 기전을 설명해 달라. 경혈에 침을 놓으면 경락을 통해 병소에 자극이 가해진다. 경락계에는 십이경맥·십이경별·기경팔맥 등 많은 통로가 있는데 이곳을 따라 자극이 병소에 전달된다. 침은 자극 부위의 근육과 신경조직의 말단 등 연부조직을 직접 자극, 근육의 경결을 완화하고, 혈류를 개선하며, 통증을 억제해 준다. ●침의 효능은 무엇이며, 어디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됐는가. 효능은 진통·항염·면역조절 등 무척 다양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안면 신경마비·두통·치통·딸꾹질·위경련·오십견 등 47개 질환에서 침의 치료효과를 공인했고,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침이 수술 후 화학요법에 따른 구역·구토와 수술 통증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으며, 중풍 재활·섬유근통증후군·요통 등의 질환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침의 과학성을 입증하려는 연구가 많은 나라에서 진행돼 골관절염·요통·안면신경 마비·파킨슨병 등에 대한 치료효과 임상보고에 이어 최근에는 암 등 난치병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그런가 하면 경희대 침구학교실에서는 침의 자극이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계통 등을 통해 신경성·염증성 통증을 효과적으로 진통시킨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구미에서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의학협회에서는 침술을 정식 치료방법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독일 의사의 70% 이상이 통증 치료에 침을 사용하고 있다. 서양의학이 세계 의학의 주류임은 틀림없으나 만능은 아니다.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서양의학자들이 침술을 포함한 대체의학 및 전통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침치료에 대한 연구와 임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의학에 밀려 침술 선호도가 점차 위축되고 있다. 침술이 가진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런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많은 연구 결과가 축적돼 침술이 과학적임을 확인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근거가 발굴되리라 본다. ●침 치료가 특히 유효한 질환은 무엇인가. 특히 골관절염·류머티즘관절염·오십견·안면신경마비·중풍 등의 근골격계 통증 및 마비 질환, 심인성 질환 등에서 나타나는 효과가 탁월하다. 한의학의 비증(痺症)에 해당되는 골관절염·류머티즘관절염은 고령화와 함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비증은 빠른 치료 못지않게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환자가 대부분 고령이고 진통소염제 등의 부작용을 감안할 때 침술은 부작용 없이 고통을 경감시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한의학의 견비통(肩臂痛)·견불거(肩不擧)에 해당되는 오십견은 주원인인 담습과 어혈을 제거해 치료한다. 안면마비로 불리는 구안와사는 기혈이 부족하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찬기운이 경락을 침범해 기혈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때는 침술로 바람(風)·찬 기운(寒) 등 나쁜 기운을 없애고 기혈의 조화를 꾀해 치료한다. 한방 침구과와 양방 이비인후과 협진제도를 도입한 우리 병원의 경우 초기에는 한방 집중 치료와 물리치료로 마비 증상을 다스리며, 만성기에는 봉침·전기침·안면성형침 등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인도 억만장자 아닐 암바니 “나를 죽이려고”

    인도 억만장자 아닐 암바니 “나를 죽이려고”

    인도의 억만장자 아닐 암바니의 출근용 헬리콥터를 추락시키려던 음모가 사전에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고향인 뭄바이에 살고 있는 암바니는 극심한 교통혼잡을 피해 헬리콥터로 출근하곤 했는데 지난달 23일(이하 현지시간) 누군가 헬기의 엔진에 자갈 등을 집어넣은 것이 우연히 발견돼 경찰에 고발하면서 파문이 시작됐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그런데 엔진 이상을 발견한 정비사 바라트 보르게가 닷새 뒤 갑자기 자살하면서 사건이 기묘하게 뒤틀리고 있는 것. 그의 주검은 뭄바이 외곽의 철로 변에서 열차에 치여 숨진 것처럼 보이게 발견됐는데 그의 옷 주머니에선 경찰 앞으로 남긴 메모가 발견됐다.메모에는 자신이 속한 회사 간부로부터 경위를 추궁받았지만 ”어떤 얘기도 그들에게 하지 않았다.”라고 적혀 있었다.경찰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가족들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살해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촌 삼바지 보트레는 “군대에서 20년이나 있었던 사람이다.그런 일로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암바니 가문은 여러 세대 전부터 야심만만했던 토호 출신으로서 형제끼리의 다툼,발리우드 스타들과의 염문,그리고 많은 재산에 걸맞은 호방한 생활 태도 등으로 끊임없는 뉴스를 양산해왔는데 이번에 헬리콥터 암살 기도가 또 터진 것.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온갖 얘깃거리를 기사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암바니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 중의 하나인 릴라이언스 운송회사의 수석 조종사 RN 조시는 누가 헬리콥터 엔진에 자갈을 집어넣었던지 헬리콥터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헬기는 이륙할 수 있었겠지만 자갈이 기어박스 안에 들어갔더라면 동력을 차단해 추락시킬 수있었다는 것이다.조시는 “업계 라이벌 등이 아닐 암바니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시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짓은 암바니가 타고 다니는 헬리콥터를 관리하는 회사 내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로 의심받고 있다.뭄바이 경찰국의 수사 책임자인 라케시 마리아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암바니의 아버지 디루바이 암바니는 인도 최초의 자본가 중 한 명이며 향신료와 섬유 업체가 주축인 릴라이언스 그룹을 창업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재산을 더욱 키웠다.1977년 인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봉헌을 하기도 했던 그는 25년 뒤 사망했는데 당시 암바니 재벌은 석유화학,플라스틱,정유업체를 거느린 인도 최대의 사기업으로 성장했다. 형 무케시가 석유화학과 정유업체를,그리고 동생 아닐이 발전과 통신,금융업을 나눠 상속받았는데 형제끼리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형제는 자신들의 기업 지배력을 확장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둘다 포브스의 세계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무케시는 195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돼 7위를 차지한 반면 아닐은 101억달러로 34위를 차지했다. 아닐은 그 중 한명과 결혼하기 전에 여러 발리우드 스타들과 염문을 뿌렸으며 형제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지난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초빙해 프로덕션 회사를 합작하기로 해 발리우드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오랜동안 형제끼리의 경쟁이 가열돼 왔지만 누구도 암살을 기도한다고 형제를 고발하는 일은 없었으며 이번 헬리콥터 음모에도 의심 선상에 오른 이로 무케시의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뭄바이가 속한 마하라슈트라주의 최고 보안 책임자인 자얀트 파틸은 사건의 배후에 “라이벌 기업”의 이름은 없다고 지난달 29일 밝힌 바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메디컬 팁]

    ‘암 백신의 현황과 미래’ 포럼 한국과학기자협회는 27일 오후 5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암 백신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 암 예방의 전기가 될 것으로 주목되는 암 백신의 개발 현황과 전망을 조명함으로써 암 백신 개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단백질효소 ‘텔로머라이제’를 타깃 항원으로 한 암 백신 연구경험 및 펩타이드 백신의 임상 사례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효과 등에 대한 토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성모병원 홍보대사 최인호씨 서울성모병원(원장 황태곤)은 소설가 최인호(64)씨를 최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가톨릭 신자(세례명 베드로)인 최씨는 1963년 데뷔후 ‘바보들의 행진’ ‘별들의 고향’ ‘상도(商道)’ ‘해신(海神)’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과 깊게 교감해 온 중견 작가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침샘암 수술을 받고 집필을 중단했다가 7개월 만에 암을 극복하고 소설 연재를 재개해 건재를 과시했다. 병원 측은 최씨의 모범적인 신앙생활과 투병 의지, 그리고 작품으로 드러낸 품위가 가톨릭과 서울성모병원의 이미지에 어울려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통합수면센터 오픈 삼성서울병원은 별관 4층에 통합수면센터(센터장 홍승봉)를 확장, 설치하고 본격적인 수면장애 진단 및 치료를 시작했다. 통합수면센터는 기존 3개의 수면검사실을 6개로 늘리고 이동형 수면검사기 2대, 불면증 치료를 위한 광·인지행동치료실과 바이오피드백실, 수면무호흡 전용치료실, 수면의학연구실 등을 갖췄다. 센터에서는 불면증·수면무호흡증·기면증·하지불안증후군·몽유병 등 사건수면·시차 증후군 등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하게 된다. (02)3410-1403. 분당서울대병원 ‘유헬스 연구센터’ 개소 분당서울대병원은 유비쿼터스 의료 구현을 수행할 ‘U-Healthcare 연구개발센터’를 최근 개소하고 ‘유-헬스케어 전용 혈당기기 및 전송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제2형 당뇨병 환자가 가정에서 측정한 혈당을 실시간으로 전송 받아 환자 상태를 평가, 실시간으로 혈당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시스템으로, 빠른 시일내에 이를 실용화할 방침이다. 앞서 병원 측은 2005년부터 각 진료과 교수와 간호사 등을 위원으로 하는 U-Healthcare TF팀을 결성, 준비작업을 수행해 왔다.
  • [18일 TV 하이라이트]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인수의 대학병원 후배인 재욱은 의료사고를 내고 대흥리로 내려온다. 바로 인수를 찾아가지 못하고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재욱. 결국 수면부족과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마침 매운탕 배달을 나갔던 길수가 재욱을 보건지소로 데려온다. 재욱이 대흥리로 오게 된 사연을 들은 종아는 재욱을 위로한다. ●소비자 고발(KBS2 오후 11시5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식 먹거리이자 대표적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삼겹살. 과연 믿고 먹을 수 있을까? 시중에서 국내산으로 팔리고 있는 삼겹살 40여개를 수거해 원산지 위반 여부와 가짜 삼겹살 여부를 확인해 본다. 점점 더 교묘해져 가는 원산지 위반 수법과 가짜 삼겹살의 실체를 파헤친다. ●태희 혜교 지현이(MBC 오후 7시45분) 선경 때문에 화가 나 집을 나가겠다고 하는 용녀를 말리다가 선경은 그만 용녀의 바지를 벗기는 실수를 저지른다. 용녀는 집을 나와 미선네 부동산에 머무르고 미선은 영업에 방해 되는 용녀가 부담스럽다. 학부모 반 대표를 맡게 된 희정은 귀찮은 반 대표 자리를 떠넘길 사람을 찾던 중 국진을 발견한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5분) 우발사고인 것처럼 가장해 보상금을 뜯어가는 교통사고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험사기꾼들은 특히 불법유턴이나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이나 좁은 골목길을 운행하는 여성운전자를 노리는 것이 특징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교통사고 보험사기의 실태를 취재한다. ●다큐10+(EBS 오후 11시10분) 생명을 얼려 일시정지 상태로 만들었다가 몇 년 후 다시 해동시켜 사용하는 냉동 수정란은 윤리적으로도 아직 미해결된 과제이며, 과학적으로 완전히 안전한지에 대한 검증도 몇 세대를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화학치료로 인해 임신능력을 잃은 암 환자들에게는 냉동 수정란이 유일한 희망이다.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분단을 주제로 한 작품이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생명력을 가진다는 것은 흔치 않은 현상이다. 6년 동안의 집필로 완성되고, 대하소설 최초로 200쇄가 출간된 ‘태백산맥’은 해방 직후 분단 상황에서 좌우의 이데올로기를 문학적으로 절묘하게 관통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를 만나본다.
  • [희망 만들기] 암 투병 한부모 가장 장금님씨

    [희망 만들기] 암 투병 한부모 가장 장금님씨

    ‘통장 잔액 -500만원, 카드 빚 1억원, 사채 5000만원, 현재 지갑에 든 돈 3000원….’ 1년 6개월째 암 투병 중인 미혼모 장금님(42)씨의 재산 현황이다. 그는 유방암 2기로 한창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이라곤 중학생 외아들(14)뿐이다. 아이 아버지는 14년 전 장씨의 돈을 몽땅 갖고 달아났다. 장씨는 마포구 합정동 반지하 단칸방 친구집에서 아들과 같이 얹혀 지내고 있다. 5일 장씨를 만났다. 장씨는 “잠잘 곳조차 마련해 주지 못하는 애미 만난 탓에, 우리 애 혼자 컸어요. 그런데도 반에서 4등이나 해요. 쟤 봐서라도 저 일어나야 해요, 쟤한텐 저밖에 없잖아요.”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장씨가 사는 6.6㎡(2평) 남짓한 방은 군데군데 벽지가 찢겨 떨어졌다. 침침한 등, 신발장도 없는 현관…. 장씨는 넉넉지 않은 친구집에 얹혀 사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 그는 “형편이 나아지는 대로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한다. ●아이 아빠에게 수억원 사기 당해 장씨는 전남 강진 시골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용사로 성공할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아이 아빠를 만나면서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아이 아빠가 장씨를 속이고, 수억원을 가로챈 뒤 종적을 감춰버렸다. 장씨는 졸지에 미혼모 ‘빚쟁이’가 됐다. 장씨는 미용실에서 ‘눈물밥’을 먹으며 돈을 모았다.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악착스럽게 일했다. 빚을 거의 갚고 한숨을 돌릴 무렵인 2007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한 달만에 재발해 여태 투병하고 있다. 유방암이 임파선까지 전이됐다. 수술 뒤로는 가위 들 힘이 없을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다. “전, 꼭 살아야 해요, 아니 살 거에요.” 엉치등뼈, 허리까지 타는 듯한 고통은 하루가 갈수록 심해졌지만 살아야 한다는 장씨의 의지는 더 강해졌다. 아들 때문이었다. 합정동주민센터는 장씨를 기초수급자로 정하고, 매월 70만원의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장씨의 병원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위를 놓아 수입도 없다. 장씨가 맞는 항암주사 ‘허셉틴’의 1회 비용이 200만원 가까이 든다. 이 약은 의료보험 수혜 대상이 아니다. 순전히 장씨가 다 부담한다. 장씨는 이 주사를 지난 1년 6개월간 3주에 한번씩 맞았다. 종합검사, 초음파검사 비용까지 병원비로만 월 520만원이 든다. ●비싼 항암치료비에 눈물만 다시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금까지 병원비로만 1억 5000만원이 나갔다. 암 투병 중이라 식이에도 신경써야 하지만 워낙 어려운 형편이라 밥과 김치로만 식사를 때운다. 장씨는 “병원에서 이제 주사를 두 세번만 더 맞으면 병세가 좋아질 수 있다고 했는데…, 당장 수중에 있는 돈은 3000원뿐”이라고 말했다. 장씨의 동기는 7남매로 형제가 많지만, 여러차례 병원비를 빌린 탓에 사이가 소원해졌다. 이젠 친척들과의 소식도 끊기다시피 했다. 신연숙 합정동 주민생활팀장은 “아이 때문에 살려고 애쓰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 목이 멜 지경”이라면서 “모자가 시련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웃들의 따뜻한 도움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합정동주민센터 322-3631. 글ㆍ사진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5일 항암 치료중인 장금님씨가 친구집인 마포구 합정동 반지하 단칸방에서 자리보전하고 있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등장인물: 어머니,아들,딸,아버지(1인1역),외교통상부 관계자,무장단체 요원들,기자들,시민들,각 단체 대표들(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시민단체장),동시통역사(이상 1인다역) ▶시간 및 공간: 현대,대한민국 ▶무대: 이 극은 장면의 전환이 많다.따라서 기본적으로 빈 무대를 사용하며,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분위기를 상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품들을 사용한다. 1장 방 세 개짜리 반 지하방의 거실.한밤중.붉은 색,취침등이 켜져 있다.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잠시 후,다시 울리는 전화벨.거실 한 구석에서 토막잠을 자던 어머니,잠에서 깨어 전화기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손을 뻗는다.어머니,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전화벨이 끊어진다.잠시 후,다시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딸이 방문을 열고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나온다. 딸 에이 씨! 어머니 그들일까? 딸 시끄러워.빨리 받아. 어머니,쉽게 전화를 받지 못한다.아들,방에서 나온다.어머니,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 여보세요? 외교통상부 (소리)여기 외교부인데요! 어머니 (말을 자르며)어디요?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요! 어머니 무슨 일이시죠? 외교통상부 (소리)조금 전에 주 파키스탄 대사관에 이 전화번호하고,김만수씨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무장단체의 메시지가 전달됐는데요.저희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을 해야 해서요.김만수씨 집에 계시면 좀 바꿔주시죠. 어머니 제 남편요?그럼요.지금 방 안에서 자고 있는걸요.잠깐만요. 어머니,남편의 방 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어머니 나와서 전화 좀 받아봐요! 정적.아무런,인기척이 없다.어머니,남편의 방문을 다시 두드린다. 딸 그냥 열어! 어머니 항상 잠겨 있잖니. 딸,아버지 방의 문고리를 거칠게 돌린다.쉽게 열린다.어두운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아버지의 방은 파키스탄 어느 민가로 전환된다.환영처럼,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무장 단체 요원들.무장 단체 요원 중 한 명이 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에서 다른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으려 하는 도중,무대 밝아진다.거실,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머니 언제 없어진 걸까?(사이)너하곤 종종 얘길 하지 않았니. 아들 옛날 얘기예요. 딸 정확히 3년 전이야!내가 연기학원을 그만둔 날이었으니까. 아들 저녁을 먹는데 느닷없이 ‘난 파산했다.’고 말했죠. 딸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지. 어머니 ‘양심적으로 갚으려고 했는데.이젠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랐구나.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얘기했어. 아들 침묵.한참 후에 엄만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살죠?’라고 물으셨죠. 어머니 니 아빤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니?’라고 대답했고. 딸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들 그 이후,우리가 있을 땐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어머니 산 입에도 거미줄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딸 우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도. 아들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딸 어쩌다 가끔 소리는 들려왔어. 아들 아직 살아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들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방 너머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어머니 한참을 누군가와 애기하는 듯했지. 아들 알 수 없는 중얼거림. 딸 끙끙 앓는 신음소리. 어머니 다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아들 무서운 비명소리. 딸 귀신이 곡하는 소리. 어머니 깊은 한숨소리. 아들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소리가 시작되었죠.우리가 들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 아주 서툰 연기였지. 아들 동정을 바랐겠죠.아니면 자기 역시 힘들다는 걸 알리고 싶었거나. 딸 TV 볼륨을 높이면 더 크게 소리를 내.소리를 죽이면 멈추고.마치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아들 우리의 일과에 맞춰,늘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났죠. 침묵.소리,사라진다. 딸 유령 같았어.살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아들 방 안에서 도대체 뭘 했던 걸까요? 어머니 시간을 죽였겠지. 딸 바깥의 상황을 살피며 어떡하면 더 불쌍하게 보일까 궁리했든가. 아들 우리가 나가고 나면? 어머니 밥을 먹거나,TV를 보거나.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기듯이. 아들 외출은? 어머니 가끔 신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긴 했는데.먼지가 그대로인 걸 봐서는 멀리 다녀온 것 같지는 않더라. 침묵. 어머니 신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였더라? 아들 (사이)이주 전쯤 이었을 거예요.아버진 누군가와 얘길 하고 있었어요.누군가와 비밀스런 대화를 하듯,‘이브라힘!’이라는 말을 반복했죠.미친 게 아닐까 의심했어요.제 인기척이 느껴지자 급하게 전화를 끊더라고요.그러곤 다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죠.늘 그랬던 것처럼.갑자기 짜증이 밀려 왔어요.그래서 제가 한마디를 했죠.(사이)에이! 씨발.조용해지더군요.평화가 내려앉은 것처럼. 어머니 네가 좀 심했구나. 아들 씨발.아버지가 즐겨 내뱉던 단어죠.침묵을 제외한 유일한 단어. 딸 아빤 언제나 화가 나 있었어. 아들 늘 긴장해야 했지요. 어머니 말을 안 하니까 더 불안했지. 딸 그래도 얼굴엔 다 쓰여 있었어.알아서 기어라! 아들 복종과 침묵의 룰.일종의 계약이었죠. 딸 누구 맘대로? 아들 아빠 맘대로. 딸 왜? 아들 그야,이 집의 가장이니까. 사이.어머니,갑자기 하품을 한다. 어머니 이러면 안 되는데….자꾸 졸음이 오는구나. 딸,크게 하품을 한다. 어머니 니 아빠가 지금 잡혀있는 곳이 어디라 했지? 아들 파키스탄요. 어머니 거긴 어떤 곳이니? 아들 끝없는 모래사막 주변으로,깎아놓은 듯한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요. 어머니 경치가 무지 좋겠구나. 딸 이런 홀가분한 기분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아. 아들 신경 써야 할 무언가가 없다는 거. 딸,바닥에 눕는다.하품이 전염된다.아들 역시 하품을 한다.아들도 바닥에 눕는다.어머니도 하품을 한다.어머니,졸음을 참는다.어머니,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뒤진다. 아들 왜요? 어머니 오늘이 이자 내는 날이구나. 딸 에이-씨.기분 잡치게 그딴 소린 왜 해. 어머니 미뤄달라고 사정 좀 해볼까? 아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아들과 딸,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고민한다. 어머니 근데 니 아빠는 왜 거길 간 걸까?(사이)진짜 아버질 죽일까?(사이)이자는 어떻게 마련하지? 무대 천천히 어두워진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밝아지는 무대.그 소리에 잠에서 깨는 어머니.조심스럽게 현관으로 걸어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애쓴다.누군가 밖으로 난 거실의 창문을 열려는 시도를 한다.어머니,아들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간다.어머니,아들을 앞세워 걸어 나온다.현관문과 거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이번엔 확실하지? 아들 그냥 아무도 없는 척해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딸,부스스한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딸 (소리를 지르며)에이-씨!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머니와 아들,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딸을 바라본다.조금 전보다 더 격렬하게 현관문과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딸 뭐야? 어머니 그들. 딸 아빠,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고 해. 아들 그럼 우리가 갚아야 돼. 딸 왜? 아들 가족이니까. 딸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해.아버지는 우릴 버리고 떠났다.그래서 우리도 기억에서 아버지를 죽였다.그러니까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딸,현관문을 벌컥 연다.일제히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아들,딸을 밀쳐내고 문을 닫는다.딸,화장실로 뛰어간다. 어머니 뭐였니? 아들 기자들. 어머니 왜? 아들 인터뷰하러. 어머니 뭘? 아들 우리. 어머니 왜? 아들 테러리스트에게 가장을 인질로 잡힌 가족,극적이잖아요. 딸,화장실에서 나온다.세수를 하고 나온 얼굴이다.급하게 화장품을 바른다. 딸 에이 씨,쌩얼이었는데.인터넷에 엽기사진으로 돌아다닐 게 분명해. 아들 이 상황에 그딴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니? 딸 내 미래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니까. 아들 미친년! 어머니 (소리를 지르며)그만. 아들과 딸,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갑자기 굳게 닫혀있던 창문 틈 사이로 머리 하나와 마이크가 불쑥 들어온다. 기자1 김만수씨는 왜 파키스탄에 간 겁니까? 어머니 (당황해서)몰라요. 기자1 짐작 가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어머니 정말 몰라요.한 달 간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으니까. 기자1 암중모색! 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2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2 와신상담!그렇다면 어떤 큰 결심이 있으셨단 얘기군요.최근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말이나 행동은 없었나요? 어머니 늘 신음소리와 한숨소리뿐이었죠. 기자2 고뇌에 찬 인간의 탄식!집에선 주로 어떤 생활을 하셨죠? 어머니 유령처럼 살아있다는 작은 흔적만 남겼어요. 기자2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1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1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수양!그리고요? 어머니 가끔 TV를 봤어요. 기자1 어떤 프로그램이었죠? 어머니 동물의 왕국. 기자1,안간힘을 다해 버틴다.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3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3 저희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이군요.인터뷰를 종합하면 김만수씨는 한 달 동안의 칩거를 통해 생태계의 문제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그 뜻을 펼치고자 파키스탄에 가신 거네요? 기자3의 얼굴이 사라진다.창 밖에서 기자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무대 점점 어두워지고,주변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증언한다.증언자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모습이 다양하게 재현된다. 여성 그 아저씨,특별했어요.전 한 무리의 고양이들이 아저씨네 집 창문 앞에 모여 있는 걸 자주 봤어요.‘야옹!야옹!’고양이들이 선창을 하면,‘야옹!야옹!’아저씨는 화음을 넣었죠.합창하듯이.무언가 교감이 이루어지는 듯했어요.그걸 지켜보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청년 마치 축지법을 연마하는 도인 같았어요.매일 아침,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수련이 시작되죠.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제 창문 앞을 스쳐 지나가요.‘사-삭!사-삭!’지면과 발바닥의 마찰이 없는 것처럼.잠시 후 다시 ‘사-삭!사-삭!’제 창문 앞을 스쳐지나,집으로 들어가면 수련이 마무리됐죠.아저씨 손에는 언제나 수련의 징표가 들려있었죠.요 앞 지하철역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요. 무대 밝아오면,거실에 심각하게 앉아 있는 가족. 딸 에이 씨!아빠가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대잖아.내 미니홈피는 온통 악플로 도배야.(엄마에게)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들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 되지. 딸 진실이라 해도 안 믿어. 아들 거짓말이라도 해서 믿게끔 만들어야지. 딸 난 결백하다,자살이라도 해야 겨우 믿을 걸? 아들 이런 건 어때?예를 들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서 파키스탄에 갔다고 하든가,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갔다고 하든가.그러면 악플 달 이유가 없는 거잖아. 딸 (비아냥거리며)아빠가 틈만 나면 욕을 퍼붓든 두 가지네. 아들 조작하면 어때?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머니 있잖니….아버지 말이다.예전에 교회를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구나.결혼하기 전에.해병대에서. 딸 (화를 내며)그게 뭐 어쨌다고! 아들 해병대와 교회!완벽한 알리바이야!(사이,아들 부산을 떤다)엄마는 아빠 서랍장에서 해병대 군복을 찾으세요.그리고 넌 십자가 목걸이 가져오고.빨리!지금부터 우리 집 가훈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예수천국 불신지옥!’아버진,신의 부름을 받고 귀신을 잡기 위해 파키스탄에 간 거야! 무대 점점 어두워진다,해병대 군복을 입은 해병전우회장(이하 해병)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해병 김만수 해병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호랑이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잡아요.네!김만수 해병은 귀신처럼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로 붙잡힌 겁니다.세계 평화를 위한 김만수 해병의 희생을 우리가 헛되이 하면 되겠습니까?테러리스트를 쓸어버리고 김만수 해병을 구합시다,여러분! 이에 질세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띠를 두른 한 기독교 단체 대표(이하 기독교)가 성명서를 발표한다. 기독교 할렐루야!김만수 신도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홀로 미개한 땅 파키스탄에 간 것입니다.배고픔과 병으로 죽어가는 파키스탄을 어린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사탄과 악마의 소굴로 몸소 걸어 들어간 것입니다.김만수 신도,죽으면 천국 갑니다.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다 죽은 자,반드시 하나님의 땅에서 영생을 누립니다.하지만 김만수 신도는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하나님의 뜻으로 사는 자는 사탄의 총칼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간증해야 합니다,여러분! 암전. 2장 무대 밝아지면,다시 거실.아버지의 방문에는 빛바랜 해병대 군복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군복엔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다.아들과 딸,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들 아버지는 언제나 해병대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며 사셨지만,단 한 번도 저희들에게 그것을 강요하시진 않았습니다.저희에겐 언제나 관대하셨죠.그래서 저희 가족은 교회에 나가지 않은 거고,저도 해병대에 가지 않은 겁니다.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하셨습니다.항상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세계평화와 전도에 자기 한 몸을 바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죠.(동생에게)그렇죠? 딸 (대답하지 않는다) 아들 감사합니다.여기까지 하죠. 일상의 거실로 되돌아온다. 딸 오빠,거짓말 진짜 잘하더라. 아들 다 우릴 위해서야.(답답하다는 듯)그래,너 연기하고 싶어 했잖아.그냥 지상 최대의 연속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거라 생각해. 딸 지상 최대의 사기극이겠지. 아들 사기라니?이건 아버지,어머니,그리고 너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라고. 딸 그럼 오빤? 아들 나는 예비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팔고 있잖아.법조인으로서의 내 인생은 오늘로 끝이라고.후회는 안 해.가족을 위해 나 스스로 포기한 거니까. 딸 그토록 바라던 게 이루어졌네. 아들 신문에 니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릴 걸.졸지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가 되는 거지.넌 그냥 내 계획대로만 따라와.그럼 모든 게 잘 될 테니까. 딸,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아들,자리에 눕는다.TV를 튼다.TV에선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아들,잠시 웃는다.그때,TV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 소리 뉴스 속봅니다.조금 전 파키스탄에 납치된 김만수씨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입수되었습니다.인질범들의 구체적 협상 조건이 담긴 테이프가 몇 시간 전 알 자지라 방송국에 우편으로 전달되었다는 사실이 알 자지라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무대 어두워지면,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몸엔 폭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매달려 있다.폭탄을 두른 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인질 석방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다.외교통상부 관계자,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무장단체 요원이 나온다.동시통역사가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과장된 무장단체 요원의 몸짓을 따라하며 통역을 하는 동시통역사.가족들도 토론의 장에 불려 간다.이들은 토론에 참여한 방청객으로,패널의 말을 듣고 반응한다. 동시통역사 우리는 김만수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탈레반 인질 10명의 맞교환을 요구한다. 외교통상부 인질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철칙입니다.테러리스트의 석방이라니요?국제사회의 비난이 불 보듯 뻔합니다. 해병 일단 교환합시다.교환하고 나서 아예 싹쓸이해 버리자고요.해병 1개 연대면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독교 하나님은 김만수 형제를 사랑하십니다.잘못된 길로 빠진 테러범들도 사랑하십니다.일단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고,테러범들이 하나님 앞에 참회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몸에 감긴 폭탄을 터뜨리겠다. 기독교 오,지저스!당장에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십시오. 해병 저런 사지를 찢어죽일 놈들. 외교통상부 인질 맞교환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미국 정부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기독교 세계는 모두 하나님의 나라입니다.미국도 하나님의 나랍니다.우리는 형제입니다.형제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면 미국은 어떤 조건도 내세우지 않을 겁니다. 해병 미국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나랍니다.국민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군사작전도 불사합니다.안보문제라면 해병 전우회라도 특공대로 보냅시다.해병대는 예비역도 귀신 잡습니다. 무장단체 요원,황당한 표정이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협상시한은 내일 낮 12시!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무사 생환을 촉구하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손뼉을 치며,찬송가를 부른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우리가 구해옵시다.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반동에 맞추어 ‘팔각모 사나이’를 부른다.) 상대에게 질세라,목청 높여 노래한다.무장단체 요원,어이없다는 표정이다.가족들,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아 제지당한다.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다만……. 모두 숨을 죽인 채,통역이 되기를 기다린다. 동시통역사 미화 100만달러를 지불한다면,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 ‘와~’,기독교 단체와 해병전우회가 서로 끌어안고 환호한다. 기독교 기적입니다!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해병 저 놈들,겁먹은 거야!해병대의 패기에 얼어버린 거야! 그때,시민단체장(이하 시민단체)이 나타난다.젊은 여성이다. 시민단체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낭비할 순 없습니다! 해병 지금 사람 생명보다 돈이 중요해! 기독교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이 중하다 말씀하십니다. 시민단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합니까!외교부 예산에서 마련하시겠습니까?아니면 국방예산에서 마련할까요?종교인에게 세금을 거둘까요? 침묵. 해병 솔직히 100만달러면 바가지 아니야? 기독교 목사님들,항상 베풀기 때문에 배고픕니다. 해병 정부가 나서서 협상금 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협상금을 낮추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 협상금,우리 깡으로 깎아봅시다.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시민단체 잠깐!왜 팔각모 사나이죠?여해병도 있는데!이건 남녀 차별이에요! 서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쁘다.참다 못 한 어머니,토론장으로 뛰어들어 말한다. 어머니 사람 목숨 가지고 지금 뭣들 하시는 거예요!그 돈,우리가 갚을 테니,일단 살리고 봐요! 침묵. 외교통상부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미화 100만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무장단체 측에 공식적으로 통보합니다.단,추후 김만수씨 가족에게 협상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 일체를 청구하되,도의적 차원에서 이자는 받지 않겠습니다.이상.기자회견을 마칩니다. 가족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다.어머니를 노려보는 딸과 아들. 딸 에이- 씨! 아들 도대체 왜 나서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요! 침묵. 아들 젠장 무덤에 들어가서도 청구서 받게 생겼군. 딸 둘이 알아서 잘 해봐.그 돈 갚느라 내 청춘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아들 니 청춘은 금값이고,내 청춘은 똥값이냐? 딸 오빤 장남이잖아. 어머니 니들은 걱정 말아라.내가 갚으마.일을 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 뭐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놓은 거 있어? 그때,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아무도 문을 열려 하지 않는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마지못해 딸이 현관문을 연다. 딸 에이 씨!누구야! 얼굴을 내미는 검은 양복의 대부업체 직원. 대부업체 여기가 김만수씨 댁이죠? 아들 인터뷰 안 해요.그냥 가요. 아들,문을 닫으려 한다.대부업체 직원,필사적으로 문을 막아서고 안으로 들어온다. 대부업체 (주머니에서 계약서를 꺼내 들이밀며)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아들 약속 취소합시다. 대부업체 그러면 법적인 문제가……. 아들 기자양반.기자 양반이 양심이 있어야지.아무리 특종이 밥 먹여 준다 해도,당사자가 원치 않는 취재를 하면 쓰겠어! 대부업체 기자라니요?전 희망캐피탈에서 나왔는데요,김만수씨 대출금 관계로. 아들의 표정이 굳어진다.대부업체 직원 얼굴에 미소를 띠고,친절하게 말한다. 대부업체 경황이 없을 줄은 압니다만,국가에서 청구한 돈을 먼저 갚으시느라 연체 이자가 산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되시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찾아왔습니다.상환일은 앞으로 삼일.만약에 그 기한 내에 갚지 못하시면,김만수씨의 협상금 중 일부를 차압할 계획입니다.뭐,확실히 돈을 갚으시겠다는 약속만 해주시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일주일정도 기한 연장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암전. 3장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를 하는 아파트의 베란다이다.의자 위에 올라가 창과 창틀을 닦는다.매우 힘겨워 보인다.허리가 아파 쉬는 어머니.크게 하품을 한다.어머니,다시 창을 닦는다.창을 닦는 속도가 느려지고 어머니,꾸벅꾸벅 존다.그 모양이 위태롭다.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어머니.초겨울 낮의 나른한 햇살에 평화롭게 잠든 어머니.잠시 후,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누군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휴대전화가 울린다.휴대전화 소리에 놀란 어머니,균형을 잃고 창문 밖으로 떨어질 뻔한다.다시 균형을 잡고 전화를 받는 어머니. 어머니 여보세요. 아들,무대 오른쪽에 나타난다. 아들 나예요! 어머니 웬일이니.아침밥은 챙겨먹었니? 아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어머니 잠깐만…….누가 왔나보다.조금 있다가 다시……. 아들 문 열면 안 돼요. 어머니 왜? 아들 경찰이에요. 어머니 경찰? 아들 아래를 봐요. 어머니,아래를 내려다본다.무대 왼쪽,고개를 쳐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는 일군의 사람들. 어머니 어디 구경거리라도 있니? 아들 엄마. 어머니 나를 왜? 아들 자살하려는 줄 아니까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기요!전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들 미쳤어요?당장 죽을 것처럼 행동하세요. 어머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하니. 아들 우리를 살리는 거짓말이니까요.아버지 얘기를 해요.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해서,돈을 모으는 거예요. 딸,무대 왼쪽에 나타난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내려와 제발! 사람들,딸을 쳐다본다. 어머니 (창 밖을 내다보며)저 아래서 소리 지르는 애,미애 아니니? 딸,실신한다.사람들,딸의 얼굴에 물을 붓고,뺨을 때린다. 어머니 어머,쟤 왜 저래.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들 연기하는 거예요. 어머니 내려가 봐야겠구나. 아들 가만히 계세요.제가 그러라고 시킨 거예요.극적 효과를 위해서.모든 게 제가 짠 시나리오예요.얘기를 시작하세요.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사람들 관심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으니까요.일단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어머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지. 아들 (화를 내며)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좀 하세요.이게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고 희망이에요.(사이)저는! 어머니 (작은 목소리로)저는. 아들 크게!그래서 저 사람들한테 들리겠어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사람들,딸을 내팽개쳐 둔 채,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아들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사이.사람들,웅성거린다. 아들 저는 죄인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죄인입니다. 아들 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아들 이젠 우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이젠 우세요. 아들 (화를 내며)진짜 울라고요! 어머니의 실수에 사람들 동요한다.실눈을 뜬 채 상황을 지켜보던 딸,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 사람들,딸을 쳐다본다.어머니,우는 시늉을 한다. 아들 더 크게 울어요. 어머니,대성통곡을 한다.사람들,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좋아요.사람들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자 이번엔 발을 하나 밖으로 빼세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뭐 하세요!빨리요! 어머니,발을 하나 뺀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사람들 웅성거리며,눈을 가린다. 아들 아주 좋아요!어,잠깐….저게 뭐지?큰 일이에요.옥상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려와요.(사이)그냥,뛰어내려요.안전 매트 때문에 죽지는 않을 거예요! 어머니 여기서? 아들 여기서 끝나면 해프닝이지만,뛰어내리면 충격이 돼요.남편들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려 한 어머니를 보며 잠시나마 사라졌던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겠지요.주부들은 가슴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남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거고요.그리고 그런 기회를 준 어머니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지갑을 열겠지요.따지고 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어머니!빨리요!그들이 와요! 어머니,뛰어내린다.딸,비명을 지르며 실신한다.암전. 4장 거실.어둠 속,아들과 딸이 나란히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아들 얼마야? 딸 기다려. 딸,조심스럽게 클릭을 한다. 아들 (손으로 자릿수를 셈하며) 9억 5천 백……. 딸 7십 4만 5천원. 아들 (환호하며)됐어.성공이야. 딸 (아들을 기쁘게 끌어안으며)지금도 계속 들어와. 아들 (감격에 겨워)고생 끝났다. 딸 이게 다 오빠 아이디어 덕분이야. 아들 니 연기가 큰 몫을 했지.(비명 지르며 쓰러지는 흉내를 내며)아! 딸 근데 솔직히 아깝다.협상금을 다 모은 걸 알게 돼도,사람들은 계속 돈을 보내줄까? 아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계좌추적 해 보는 것도 아니고. 딸 더도 말고 한 5억만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 아들 우선 집 한 채 사고,작은 가게 하나 내고,남으면 차 한 대 사고…. 딸 왜 집하고 가게야?그냥 똑같이 반으로 나눠. 아들 가게해서 돈 많이 벌면,너 시집갈 때 한 몫 단단히 챙겨줄게. 딸 그럼 가게는 내가 할게. 아들 널,뭘 믿고. 딸 오빤,뭘 믿고? 어머니,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아들,어머니를 보며 반가워한다. 아들 다녀오셨어요. 딸 다녀오셨어요. 어머니,말이 없다.넋이 나간 사람 같다.어머니,외투를 벗어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 (은밀하게)어머니한테는 돈 얘기 하지마.괜히 신경 쓰시게 하지 말자고. 딸 남은 돈,모두 돌려주라고 할까봐 그러지? 아들 그렇게 되면 어머니나 너한테도 안 좋은 일이잖아. 어머니,옷을 갈아입고 나온다.아들,어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힌다. 아들 (어깨를 주무르며)피곤하시죠. 어머니 일은 잘 처리됐니? 딸 아직 많이 모자라요. 아들 그래도 협상금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한 시름 놨구나. 딸,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큰일이다.일,그만 나오라는구나.협상금은 해결됐다고 해도,당장 사채 갚을 일이 막막하네. 아들 걱정마세요.이제 일 그만두셔도 돼요.어머닌 이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잖아요.잡지 인터뷰도 줄을 이을 거고,방송출연 요청도 쇄도할 거예요. 침묵. 어머니 남 속이는 일은 그만하자. 아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어머니 나중에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니. 아들 용서하겠지요.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이면,모두 용서되는 시대니까요. 침묵. 어머니 뉴스에 니 아버지 소식은 없었냐? 아들 만날 똑같은 뉴스의 반복이죠.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침묵. 어머니 니 아버진 벌써 죽은 게 아닐까? 아들 아버진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의지가 강한 분이잖아요.평생을 자기 뜻대로만 살아오신 분이에요.심지어는 우리들까지도 자기 뜻대로 만드셨죠. 어머니 그래서 걱정되는구나.테러범들한테까지 제 고집 부릴까봐. 아들 걱정하지 마세요.(사이)도장 좀 주세요.일단 돈 좀 찾아서 아버지 협상금부터 보내야겠어요. 어머니 네 침대 밑에 있어. 아들 제 침대요? 어머니 거기가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침묵. 아들 그럼 쉬세요. 어머니 법아. 아들 네? 어머니 아니다. 어색한 침묵.아들,자기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자신의 주머니에서 카드 명세표를 꺼내 본다.한동안 아들 방을 쳐다보다,고개를 푹 숙인다.그때,방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딸 큰 일 났어. 아들,자기 방에서 뛰어나온다.딸,TV의 전원을 켠다. 소리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무장단체에 피랍된 김만수씨와 관련된 새로운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었습니다.이 동영상은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된 테이프의 원본으로 보이는데요.아마도 누군가가 테러범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무대 어두워지면,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두 명의 무장 단체 요원들. 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의 다른 요원,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아버지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무장단체 요원,칼을 떨어뜨리고,성명서를 읽던 무장단체 요원의 말이 꼬인다.그 순간,아버지가 피식하고 웃는다.갑자기,해병전우회장과 시민단체장이 무대 위에 난입해 설전을 벌인다. 해병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에 미소라?이게 바로 해병대 정신입니다. 시민단체 돈 뜯어내려고 연기하다 실수하니까,지들끼리 히히덕거리는 거 아닙니까.이건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정부가 얼마나 물러 터졌으면,이런 사기를 칩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악입니다. 시민단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아직도 사기꾼을 우상화하실 작정입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깡입니다. 시민단체 속아서는 안 됩니다.어젠 김만수 부인이 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이더군요.누가 봐도 어설프지 않습니까?실제 자살하려는 사람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아요!김만수 부인이 떨어진 건 의도된 거라고요.뒷조사를 해봤더니,김만수씨 빚이 조금 있더군요. 해병 그게 뭐요?요즘 은행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시민단체 다 사채빚이라는 게 문제지요.여기 증거자료가 있습니다. 해병 뒷조사는 불법 아니에요?정의니 어쩌니 떠들어 대더니 다 가식이구먼? 시민단체 (당당하게)어쨌든지 결과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습니까!이건 다 정부의 무능 때문이에요.정부가 일을 확실하게 했다면,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뭐,가족은 진실을 알겠죠.내일 12시,외교통상부에 나와서 가족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것을 강력하게 건의합니다. 해병 네,해병대 정신으로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세요. 두 사람,사라진다.가족들,둘러앉아 있다. 딸 에이- 씨.좀 어떻게 좀 해봐.다 오빠가 벌인 일이잖아. 아들 (화를 내며)나도 지금 생각중이야. 어머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돈 돌려주자. 아들 미쳤어요? 어머니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니까,용서해 줄 거야. 아들 그럼 나랑 미애는?평생 빚쟁이한테 시달리면서 살라고? 딸 차라리 죽어버리지! 침묵. 아들 일단 아버지가 왜 웃었는지만 밝히면,어머니가 벌인 자살소동에 대한 의심은 사라질 거예요.아버진 도대체 왜 웃었을까? 딸 저번처럼 그냥 모른다고 할까? 아들 오히려 더 의심할걸? 딸 모르는 게 사실이잖아. 아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거짓을 말해야 믿는 게 사람들이잖아.(사이)이건 어때?아버지는 무서우면 웃는 버릇이 있다. 딸 그러면 해병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말하겠지. 아들 그럼 이건?아버지는 지금 납치범들의 행동을 비웃는 것이다.웃음은 의지의 표현이다. 딸 그러면 시민단체에서 의심하겠지.그렇게 의지가 있는 사람이 사채를 끌어다 썼느냐고. 아들 (화를 내며)에이- 씨! 사이,가족들 생각한다.딸,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문갑 위,작은 액자를 들고 온다. 딸 이게 언제지? 어머니 아버지 생일파티 같구나. 딸 여기 날짜가….내가 여덟 살 때네? 아들 난 케이크 자르는 칼을 들고 있고. 딸 난 그 앞에서 편지를 읽고 있고. 아들 아버진 웃고 있어. 어머니 얼마 후,니 아버진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지.그 친구를 잡겠다고 전국을 헤매다가 정작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보지도 못했고. 아들 그때부터였어.아버지가 웃지 않은 건.아버진,그때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딸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머니 마지막으로 웃었던 그때를? 그때,아들 휴대전화의 벨이 울린다.아들,전화를 받는다. 아들 여보세요. 무대 한 쪽,이브라힘의 모습이 나타난다.한국어를 제법 구사한다. 이브라힘 안녕하세요. 아들 누구시죠? 이브라힘 이브라힘이다. 아들 (잘 못 알아듣는다)누구요? 이브라힘 만수형님 같이 일하던 이브라힘이다.집에도 몇 번 갔다. 아들 이브라힘? 이브라힘 그래 이브라힘이다.지금 옆에 누구 있냐? 아들 가족들요. 이브라힘 노 폴리스? 아들 네. 이브라힘 만수형님,나랑 같이 있다. 아들 뭐라고요? 이브라힘 걱정 말아라.만수형님 다 좋다. 아들 무슨 소리예요?아버지가 왜 당신이랑 있죠? 이브라힘 믿어라.내가 만수형님 목소리 들려준다. 이브라힘,수화기에 녹음기를 가져다 댄다.아들,전화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전환한다. 아버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모든 건 다 내가 꾸민 일이다.대충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구나.협상금이 전달되면,나는 협상금의 3분의1을 이브라힘 몫으로 떼어주고,나머지를 해외 계좌에 송치해 둔 채 한국으로 들어갈 거다.그 돈이면 내가 진 빚 갚고도 넉넉히 남으니까,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사이)일단 이브라힘한테 빌린 돈으로 그럭저럭 지낸다.솔직히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잠자리도 불편해 죽겠다.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구나.(사이)메시지 받거든,그곳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브라힘한테 좀 전해라.꼭! 어머니,전화를 끊어버린다.긴 통화대기음,암전. 5장 외교통상부 내의 작은 방.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가족이 앉아 있다.긴 침묵. 어머니 지금 몇 시니? 아들 7분 남았어요. 딸 시간, 뒤로 미뤄. 아들 무슨 꿍꿍이냐고 더 의심할 걸? 딸 그럼 빨리 결정하든가?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난 아까 결정했어. 어머니와 아들,딸을 쳐다본다. 딸 난 우릴 속였다는 게,용서가 안 돼. 아들 그래서? 딸 협상금 주지 마. 어머니 그럼 아빤? 딸 어떻게 되겠지. 아들 이브라힘이 순순히 보내줄까? 딸 알아서 해결하겠지. 어머니 그래도 그럴 순 없다. 딸 왜? 어머니 니들 아버지니까. 딸 아버지다워야 아버지지.다 늙어서 그나마 엄마 대접 받고 살려면,엄마도 결정 잘해.어떡할 거야? 엄마,충격을 받은 듯 무너진다. 딸 에이-씨!시간 없어.빨리 결정해!아니면 나가서 내 맘대로 말한다! 딸,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아들 아버지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딸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난 더 이상 그렇게는 못 살아.그나마 아버지한테 빚이 있었으니까,우리가 숨이라도 쉬면서 살았던 거 아니야?아마 빚 갚고 나면 그 빌어먹을 가장의 권위를 내세워서 다시 우리 숨통을 조일 거야.우리가 빚이라도 진 것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청구하겠지. 아들 그래도 아버지는 돈은 잘 벌어 왔잖아.그걸로 우리도 한동안 먹고살았고. 딸 결정적인 순간엔 아버지 편드는 걸 보니까,오빠도 별 수 없는 남자구나. 아들 누구 편을 들어!솔직히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나보다 몇 배는 많았잖아. 딸 돈을 주니까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하지만 지금은 그게 사랑이 아닌 건 알아.난 그냥 먹이를 주면 반사적으로 꼬리를 흔드는 개랑 다를 바 없었어. 아들 네 허영심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하니까,그래서 꼬리친 건 아니고? 딸 마약이라도 발라 놓으셨는지,끊어버리기엔 너무 달콤하더라고. 아들 그 돈이 아깝다.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장사를 했으면 재벌 됐겠다. 딸 나도 더러워서 진즉에 독립하려 했어.근데 빌어먹을 집구석이 당장에 원룸 마련해줄 돈 한 푼 없는데 어떻게 해!우리 협상금 나눠 갖고,여기서 다 갈라서자.아빠야 그냥 납치범들한테 죽었다고 생각하면 되지.사실 우리한테 아빤 죽은 거나 다름없었잖아.그리고 엄마한테 한 가지 충고하는데,이 새끼한테 밥 얻어먹을 생각 하지도 마.말하는 본새가 아빠랑 똑같아. 어머니,딸의 뺨을 때린다. 아들 그 년 잘 맞았다!계집애가 주둥아리를 함부로 나불대더라고.어디 오빠한테 대들어! 어머니,아들의 뺨을 때린다. 어머니 이놈의 종자들 다 지긋지긋해.애비나 새끼나 다 돈 생각뿐이야.돈이 가족보다 중요해?(사이)그럼 나도 이참에 엄마 딱지 버리고,돈 한 번 밝혀볼까?(사이)앞으로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해.토 달면 알몸으로 확 내쫓아버리는 수가 있으니까,조심해! 어머니,아들의 전화기를 빼앗아든다.이브라힘에게 전화를 한다. 어머니 여보세요?이브라힘?나야.김만수 아내.남편한테 전해.협상금이고 뭐고 땡전 한 푼 보내 줄 수 없으니까,알아서 오든지 거기서 살든지 맘대로 하라고. 뭐?난 모르는 일이니까,빌려준 돈은 알아서 받아! 무대 한 쪽,단상이 마련되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어머니,아들의 가방에서 협상금이 담긴 통장을 꺼내든다.그리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다. 어머니 우선 제 남편 일과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저희 가족은 남편이 왜 목에 칼이 들어온 순간에 웃었는지 모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솔직히 전 남편의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예전에는 먹고사는 게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먹고살 만하니까 더 잘살아 보겠다고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욕심 부리다 쫄딱 망해먹고 나선 가족 볼 면목이 없다고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남편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를 두고 말이 참 많았습니다.듣고 있으면 하나같이 다 그럴듯합니다.근데 자기들 맘대로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 합니다.하긴 그게 직업이니까,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그래도 이건 아닙니다.먹고사는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합니까?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해서 다 용서가 됩니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통장을 단상 위에 놓는다. 어머니 남편은 지금 무장단체에 붙잡혀 있는 게 아닙니다.같이 일하던 파키스탄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한 대가로 사기극에 가담해 달라고 협박한 모양입니다.네,베란다 사건은 다 쇼입니다.남편이 진짜로 붙잡힌 줄 알고, 사기를 친 겁니다.다들 엄청난 돈을 보내주셨더군요.‘이 끔찍한 땅에도 아직까지 온정이란 게 살아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남편의 협상금에 보태라고 보내주신 돈,여기 그대로 있습니다.한푼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다들 찾아가세요.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제가 국민여러분을 기망했으니 책임을 져야죠.저를 사기 미수죄로 처벌하십시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욕 하실 분들,실컷 욕하십시오.하지만 저도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욕 좀 해봅시다.자기만 배불리 먹겠다고 돈 떼어 먹은 최동렬,돈 제때 갚지 못한다고 인질 협상금까지 차압하겠다는 희망캐피탈,니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에필로그 어머니와 가족,거실에 둘러앉아 있다.어머니,상 위에 장부를 펼쳐놓고 있다.그 옆에서 아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놓고 있다. 아들 일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사기 미수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거,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어요. 딸 덕분에 떼인 돈도 받아낼 수 있었고,사채이자도 탕감 받을 수 있었고.정말 연기가 죽여줬어요. 어머니 니들만 잘난 줄 알았지?니들이 누구 배에서 나왔는데! 아들과 딸,웃는다.어머니의 표정은 냉담하다. 아들 근데 아버지는 왜 안 돌아오세요? 어머니 그 인간 고생 좀 할 거야.이브라힘한테 돈 부쳐주면서 그랬지.그 인간 정신차릴 때까지 한 달 정도 파키스탄에서 일 좀 시키라고 했거든. 딸 그래도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머니 그 인간이 한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그건 그거고,계산을 마저 끝내 볼까? 아들 근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어머니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는 거,이게 너희들 사고방식 아니니?싫으면 집 나가시든가. 아들 어디까지 했죠? 어머니 부부생활 항목. 아들 섹스를 하는데 들어가는 노동 비용을 20~24세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 어머니 니 아버진,평균에도 못 미쳤다.최저로 계산해. 딸 (자판을 두드리며)시간당 최저 임금은 삼천 칠백 칠십 원이야! 아들 그럼 반올림해서 시간당 사천원.칼로리 소모가 보통 노동의 10배는 될 테니까 시간당 4만원을 잡고……. 어머니 1시간까지 가본 적은 없는데?보통 30분 안에 끝났어. 아들 그럼 최저 임금의 이분의 일인 이만 원에 한 달 평균 20회 정도 관계를 맺는다고 치고……. 어머니 스무 번은커녕 열 번도 채 안 됐어. 아들 그럼 열 번으로 계산하면 40만원,그 대가로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성매매를 하기 위해 지불하는 최소비용 회당 7만원……. 어머니 내가 칠만 원짜리밖에 안 돼 보이니?십만 원으로 해. 아들 거기에 엄마가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오만 원 정도 더하고……. 어머니 난 절정에 다다른 적이 없었어.기껏해야 다섯 번에 한 번 정도? 아들 그럼 쾌락의 비용을 만원으로 계산하고,모두 더하고 빼면 대략 한 달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오십만 원,일 년이면 육백만 원.어머니가 결혼한 지 30년이 됐으니까……. 어머니 솔직히 너 중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관계를 안 했다. 아들 그럼 14년치만 계산 하면,총 팔천사백만 원. 어머니,장부에 기재한다. 어머니 자,다음 항목은 가사 노동에 대한 미지급분에 대한 피해보상 청구. 딸 (자판을 두드리며)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시급 이만 오천 원에서 5만원 사이래. 어머니 시급 사만 원 정도가 적당하겠구나. 아들 하루 평균 15시간의 가사노동을 했다고 가정하고……. 어머니 깨어 있는 동안은 다 가사노동 아니야?난 평균 5시간도 채 못 잤어! 아들 그러면 계산이……. 어머니 이리 내.넌 대학까지 나온 놈이 뭐 그렇게 계산이 느려.들인 돈이 아깝다.이러다 너랑 미애 청구서는 오늘 안에 만들지도 못하겠네. 암전.
  • 민영 실손의보 ‘전국시대’

    민영 실손의보 ‘전국시대’

    민영 실손 의료보험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손해보험사만 진출했던 시장에 생명보험사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손보사들은 기존 상품의 업그레이드로 맞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기 전에 유사보험의 계약자 정보 공유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좋지만… 민영 실손 의료보험은 계약자가 병원과 약국에서 낸 실제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그동안 생명보험사들은 암 진단에 몇천만원 형식으로 정액형 의료보험만 팔아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교보생명이 실손 의료보험 특약을 내놓았다.LIG손해보험은 21일 100세까지 상해는 물론 질병 치료비도 실손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그동안 질병 치료비는 80세까지만 보장됐다. 실손 의료보험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폭도 넓어졌다. 생보사 상품은 실제 치료비의 80%를 보장하고 3년마다 계약이 갱신된다. 손보사 상품은 치료비의 100%를 보장하고 3년 또는 5년마다 계약이 갱신된다. 받은 보험금이 많아질수록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생보사 상품은 치명적질병(CI)이나 종신보험에, 손보사 상품은 통합보험에 특약 형태로 붙는다. 생보사 상품이 치료비가 연간 3000만원 한도이고 손보사는 사고당 3000만원 한도다. 통원치료비는 생보사가 한 회당 10만원 한도인 반면 손보사는 하루당 조제비를 포함해 10만원 한도로 상품별로 장·단점이 있다. ●중복가입 확인 시스템 마련 시급 상품이 늘어나면서 중복가입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손·생보사는 계약자의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동시 가입할 경우 가입을 제한하거나 보험금 지급시 보험료 비중에 따라 회사들이 나눠서 비례보상한다. 그러나 유사보험은 계약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중복가입이 확인되더라도 금융감독원의 감독 영역 밖이라 비례보상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유사보험 사이에서도 중복가입 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번에 여러 상품에 가입,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중복가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자에게만 책임을 미루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중복가입이 확인되더라도 민원 발생을 우려, 해당 보험금을 다 줘야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와 불필요한 의료행위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액형과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보험사 상품으로도 실손형에서 쓴 치료비를 받고 정액형에서 수술비나 진단비 항목으로 다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즉 자신이 쓴 돈 이상을 받게 되는 셈이다. 실손형에 정액형 수술비나 진단비 중 한가지 항목만을 붙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버킷 리스트’

    [강유정의 영화 in] ‘버킷 리스트’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9일 개봉)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이다. 스무 살이었던 한 남자는 멋진 자동차 사기,100명의 하나 꼴로 아름다운 여자와 데이트하기, 부자되기와 같은 목록을 적는다. 이제 그 남자가 육십이 넘어, 말기암이라는 선고를 받는다. 그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은 흥미롭게도 추상적이면서 낯선 것들로 교체된다. 장엄한 것을 직접 눈으로 보기와 같은 문구로 말이다. 같은 방에 입원한 남자가 묻는다.“대체 장엄한 것을 직접 본다는 게 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이라면 스카이 다이빙하기, 최고급 머스탱으로 질주해 보기 뭐 이런 게 되어야 하는 거 아니오.”라고 말이다. 영화 ‘버킷 리스트’는 초로에 접어든 남자들의 로망이 담긴 작품이다. 어느 새 아이들도 다 크고, 아내가 이성이 아닌 친구처럼 가까워져 있을 때, 아이들을 위해 평생 자동차 밑바닥에서 수리를 했건만 남은 건 견뎌야 하는 쓸쓸한 오후뿐일 때, 그때쯤이면 남자는 혹은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나온 날을 후회할까. 아니면 아이나 아내가 없었더라면 누릴 수 있었던 자유에 대해 아쉬워할까.‘버킷 리스트’는 이 아쉬움을 영화적 대리만족으로 달래 준다. 개인용 비행기로 스카이 다이빙을 하고 이집트 여행을 다녀 오는 동안 그들이 놓쳤던 삶의 일부가 실현되는 것이다. ‘버킷 리스트’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가족’하나를 결여한 남자(잭 니콜슨)와 가족 하나를 건졌지만 젊은 시절의 버킷 리스트를 폐기처분해야 했던 남자(모건 프리먼)를 통해 두 가지 판본을 제시한다. 다른 판본인 서로의 삶은 ‘가지 않은 길’의 결과처럼 보인다. 부자에게는 엄청난 규모의 병원이 남지만 대수술 이후 돌봐 줄 지인 하나가 없고, 평범한 남자는 여전히 가족들의 복잡다단한 사연에서 놓여 날 수는 없지만 따뜻한 저녁 식사가 남는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환자가 병원을 탈출해 즐거운 일탈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와 닮아 있다. 다르다면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주인공들이 이른 죽음을 선고받은 젊은이이었던데 비해 ‘버킷 리스트’의 그들은 이미 노년이라는 사실이다. 젊은이들이 너무 빨리 자신을 호출한 신에게 질문을 던졌다면 그들은 조금 일찍 다가온 친구처럼 죽음을 바라본다. 낯선 사람 도와 주기, 눈물 날 때까지 웃기,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영구문신 새기기와 같은 것들로 채워진 리스트들은 어쩌면 남자의 두꺼운 피부 밑에 숨어 있는 소년을 느끼게 한다. 결국 이 목록들은 아버지나 사장이 원하는 삶이 결국 남자 아이의 꿈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 준다. 소년으로 살기,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일지도 모른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인생의 일회성과 죽음의 필연성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버킷 리스트’가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영화평론가
  • 영화 ‘식코’로 본 美 민영의보

    영화 ‘식코’로 본 美 민영의보

    “그날이 찾아왔다.‘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꼭 실현하겠다.” 미국의 차기 대권주자인 버락 오바마(46·민주당) 상원의원의 이같은 공약에 미국 국민들은 환호했다. 취약계층에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모든 국민에게 공적 의료보험의 혜택을 골고루 나눠 주겠다는 것은 이라크파병 철회, 조세 감면과 함께 오바마에 힘을 실어준 핵심 공약이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한국에선 정 반대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출범한 새 정부는 ‘민영보험 활성화’와 ‘의료영리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재원의 조달과 관리, 의료서비스 제공을 모두 민간에 위임한 미국에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미국 보수세력을 강력히 비판해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새 영화 ‘식코’(Sicko)가 이를 생생히 전해 준다. 영화에 따르면 1971년 당시 부통령이었던 닉슨이 “사기업이 건강유지기구를 운영하면 더 적은 지출로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카이저 종신보험이 운영하는 민간의료보험 조직(HMO)이 탄생한다. 이후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의약품 현대화를 내세워 약가를 인상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이같은 행보는 이어진다. 영화에 따르면 법안에 협조한 의원들은 어김없이 퇴임 뒤 민영의료보험사 고위 간부로 영입됐다.2억 5000여만명의 미국 민영의료보험 가입자는 응급상황 처치, 암 등 중증질환의 수술, 약 처방을 받기 전 민영의료보험사의 사전 승인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미국내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없다. 매년 200여만명은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 신장암 환자는 병원에서 “신장 이식과 신약 처방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지만 민영보험사가 “신장이식은 위험하며 신약이 적합하지 않다.”고 거절해 끝내 사망한다. 민영보험사인 ‘휴매나’의 전 의료고문 린다 피노 박사는 의회에 출석,“50만달러를 아끼려 한 환자의 수술을 거절했고, 결국 그는 사망했다.”면서 “많은 환자에게 치료를 거절할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다.”고 증언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영부인인 힐러리가 건강보험체계를 개혁하려 했지만 강경 이익단체와 연계된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게 영화의 주장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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