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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인 사냥? 대박1%·쪽박99% 열정페이”…어느 바운티헌터의 고백

    “코인 사냥? 대박1%·쪽박99% 열정페이”…어느 바운티헌터의 고백

    암호화폐 홍보·대행 업체 김우찬 대표쓸만한 뉴스나 정보 뿌리며 투자 모집수억~수천만원 번 헌터? 그건 옛말 코인 광풍에 휩쓸리듯 시작은 했지만100쪽 백서 번역한 대가 고작 500원“한 개만 터져라는 마음으로 보상 코인을 수집합니다” 블록체인 마케팅사 TEMPi 김우찬(32) 대표는 ‘바운티헌터’다. 직역하면 현상금 사냥꾼. 그는 발행을 준비하는 암호화폐들의 홍보·마케팅을 대행하고 그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다. 김씨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 “해외 코인 업체들의 국내 홍보를 하고 수당으로 코인을 받는 데 그 코인이 대박이 나야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바운티헌터 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까지 번 사람들이 있다”며 “돈 안들이고 코인을 받을 수 있어서 2018년부터 일을 시작했다”며 코인사냥꾼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2017년 비트코인 광풍과 함께 ‘불장(코인 시세의 급격한 상승기)’이 열리면서 수많은 코인 발행 프로젝트가 생겨났다. 당시 투자금이 몰리면서 많은 코인들이 발행됐고 바운티헌터들도 고수익을 거뒀다. 바운티헌터는 단체 채팅방 커뮤니티 관리자(CM), 암호화폐 백서 번역, SNS 인플루언서 등으로 마케팅 분야도 다양하다. 주로 업체가 ‘투자금 얼마를 모았다’, ‘유명 기업·인물과 협약했다’ 등의 뉴스를 각국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한국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돕는 마당발 역할도 한다. 바운티헌터는 업체와 전체 발행 코인 중 일부에 대해 보상 약정을 한다. 하지만 김씨의 코인 사냥은 ‘쪽박’ 수준이다. 김씨는 “지인과 함께 100쪽 짜리 암호화폐 사업계획서(백서)를 번역한 대가로 받은 1000만원 어치의 코인 가치가 현재 500원 정도”라며 “열정페이를 받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대박이 1개라면 쪽박은 99개인 복불복 뽑기가 바로 코인 투자였다”며 “40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받은 코인을 현금화해도 겨우 6달러 정도로 채 1만원이 안된다”고 씁쓸해했다. 그가 받은 코인의 절반은 현금화도 불가능한 수준이다.김씨는 ‘코인 사냥’ 전략을 바꿔 코인 보상에서 현금 보상으로 전환했다. 바운티헌터 저마다 대박을 좇아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벌이다 보니 홍보·마케팅 수준도 부실화되고 있다. 그 역시 이 같은 바운티헌터의 생태계를 우려한다. 블로그 홍보가 꽉잡고 있는 국내에서 바운티헌터는 유망 직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해외에선 사정이 다르다. 전 세계 모집 사이트에서는 이날 기준 295개 업체들이 바운티헌터를 찾고 있으며 지금까지 5724개의 코인 발행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필리핀 같이 달러 가치가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바운티헌터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용돈 벌어볼래?” 그 말에…채굴지옥·코인셔틀에 빠진 10대들

    “용돈 벌어볼래?” 그 말에…채굴지옥·코인셔틀에 빠진 10대들

    SNS 연동 미성년자도 24시간 게임하듯업체는 추천 수당 미끼로 채굴 부추겨상납구조 변질로 신종 학교폭력 우려도“한국에선 지금 거래가 안 되지만 중국에선 제가 모은 코인으로 벤츠랑 아이폰을 산 사람도 많다던데요” 서울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최모(18)양은 매일 밤 스마트폰에 설치한 암호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작동한 후 잠자리에 든다. “제2의 비트코인이 될 대박 코인”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최양이 지난 4월 말부터 채굴로 모은 P코인은 18일 기준 총 173개다. 스마트폰 앱을 열어 하루 한번 버튼을 눌러야 24시간 연속 채굴되기 때문에 최양은 알람까지 맞춰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중국선 코인으로 벤츠·아이폰 산다던데요”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취재 결과 스마트폰이나 학교 컴퓨터실 PC 등에 코인 채굴 프로그램을 설치해 친구나 선후배들에게 “추천인으로 입력해달라”라고 요구하는 중고교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정모(17)군은 “채굴 속도를 높이려면 추천인을 등록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며 “한 명씩 등록할 때마다 채굴 속도가 20%씩 빨라지고 5명이면 100%로 두배가 된다. 친구들에게 무자본으로 돈을 벌수 있다고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양 역시 “처음에는 용돈이 부족해 채굴을 시작했지만 코인 모으는 재미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인 등록을 요구한다”고 했다. 아직 상장된 국가는 없지만 P코인을 채굴하는 학생들은 큰 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최양은 “지금은 P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 정도이지만 상장되면 비트코인 못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충남 당진에 사는 김모(17)양은 “매일 꾸준히 모아 성인이 된 후 현금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인되면 현금화? “데이터 쪼가리 될 수도” 이들을 코인의 세계로 끌어들인 건 다름아닌 코인 발행사들이다. 업체들은 ‘학생들의 용돈벌이가 된다. 누구나 코인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앞세워 미성년자들을 채굴 앱의 회원으로 모집해왔다. 대표적인 코인이 지난해 중고생들을 채굴 경쟁에 내몰았던 ‘B코인’이다. 이 코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만 연동하면 스마트폰이나 PC만으로 초기비용 없이 채굴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학생들은 집, 학교 등 주변 사람들의 스마트폰과 PC로 채굴량 높이기에 열중했다. 뿐만 아니라 피라미드 구조로 지급되는 추천 수당도 학생들을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B코인 홍보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 한 명당 가중치는 0.5점, 한 단계를 건너 뛴 간접 추천에도 0.25점을 준다. 업체는 점수에 따라 채굴 효용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보안전문업체 ‘S2W랩’ 김승회 연구원은 “다단계 구조 등 비즈니스 모델 자체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B코인은 지난해 3월 중소 거래소 3곳에 상장했다가 2개월만에 자진 상장 폐지했다. B코인은 신규 코인으로 교환이 불가능해진 후 업계 은어로 이른바 ‘데이터 쪼가리’로 전락했다. B코인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채굴 서비스가 종료됐고 가중치도 없어진 지 오래”라면서 “다른 사업을 개발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성행하고 있는 채굴 프로그램 방식의 P코인도 B코인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 같은 코인들은 학생들간의 ‘상납 구조’를 만든다. ‘물건이나 돈을 뺏는게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동급생이나 후배들에게 코인을 강압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신분이어서 공식적으로 코인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P2P(개인 간 개인) 장외 거래로 주고 받는다. 포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진들이 추천인 코드를 입력하라고 귀찮게 한다”라는 호소글이 최근까지 게시됐다. 한 암호화폐 홍보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코인을 빼앗거나 상납받아 술과 담배를 사는 데 쓴다는 얘기도 많다”고 전했다. 온라인선 “당했다”… 당국은 “신고는 아직” 미성년자들의 코인 거래는 위험도가 높다. 채굴의 과몰입 뿐 아니라 학교 폭력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나 교육당국은 이 같은 내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주석 서울시교육청 민주생활시민과 장학사는 “코인 갈취나 상납 등과 관련된 신고 내용은 없다”며 “이 같은 상황들이 적발된다면 학교폭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생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희망도 나타낸다. 김양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멋모르고 뛰어들어 코인에 중독되는 것보다 차라리 코인이 어떤 것인지 유의할 게 무엇인지 학교에서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홍남기 “암호화폐 과세”

    홍남기 “암호화폐 과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암호화폐)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다음달 세제 개편안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신문은 탐사기획으로 연재 중인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에서 암호화폐 거래로 수십억원을 챙겼음에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현실을 파헤쳤다. <6월 16일자 1·4·5면> 과세 방식에 대해선 부동산처럼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홍 부총리는 “올해 세제 개편안에선 특히 여러 세목에 대해 새롭게 과세 체계를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세 등 새로운 과세 체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씨줄날줄] 범죄인 인도 조약/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범죄인 인도 조약/전경하 논설위원

    한국은 1998년 ‘범죄인 인도법’을 제정한 뒤 1990년 9월 호주를 시작으로 80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가 범죄인을 조약국에 넘겨 달라고 청구하는 업무는 서울고검이, 조약국이 범죄인을 넘겨 달라고 한 사건에 대한 심사는 서울고법이 맡는다. 조약국이 범죄인 인도를 요구한다고 해서 법무부가 모두 법원에 심사를 청구하지는 않는다. 2014~2018년 한국 정부에 청구된 범죄인 인도는 39건이지만 법원 심사는 12건이었다. 법원 심사 결과는 정치적 성격을 지닌 범죄를 제외하고는 ‘허가’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고법이 심사한 30건 가운데 1건만 거절됐다. 2013년 1월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른 중국인 류창을 일본으로 넘겨달라는 청구는 거절됐다. 2006년에도 미국 국적 베트남인 응우옌흐우짜인의 베트남 인도는 허락되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는 폭발물 테러의 배후라며 인도를 요청했지만 베트남 공산화에 반대한 인물로 미국에 ‘자유민주주의 베트남 정부’를 세운 점 등이 고려됐다. 이외에 해당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났거나 한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 등에 해당하는 절대적 사유, 범죄인이 한국 국민이거나 범죄인을 넘기는 것이 비인도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등 임의적 사유가 법에 명시돼 있다. 아동 성착취물 공유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였던 손정우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리가 어제 열렸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 브라우저를 써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수억원의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 4월 징역 1년 6개월의 복역이 끝났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재수감 중이다. ‘웰컴 투 비디오’는 한국,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공조해 적발된 범죄로 검거된 이용자 310명 가운데 한국인이 223명으로 72%나 됐다. 성범죄에 관대한 한국 사법체계의 결과가 다수의 이용자를 낳는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증명한 꼴이다. 서울고법의 결정은 단심제로 불복절차는 없다. 재판부가 다음달 6일 송환을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손씨는 한 달 내에 미국으로 송환된다. 손씨는 어제 법정에 출석해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라도 받겠다”고 호소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인 아서 존 패터슨이 범죄인 인도 결정을 받고 신청했던 미국의 인신보호 청원,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씨가 프랑스에서 송환 결정에 항소한 절차 등이 한국에는 없다. 손씨의 사례로 인해 한국 사법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부각됐다.
  •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울먹이며 “한국서 처벌받겠다”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울먹이며 “한국서 처벌받겠다”

    법원, 추가 심문 열기로…송환 여부 7월에 최종 결정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가 자신의 범행을 “철없는 잘못”이라며 한국에서 재판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손씨의 송환 결정을 연기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범죄인 인도 청구 사건 2차 심문에서 손씨는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면서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을 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손씨 “철없는 잘못…가족 있는 한국에서 처벌받고 싶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그는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다시 받겠다”면서 “가족이 있는 이곳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루하루 허비하며 살았는데 정말 다르게 살고 싶다”면서 “아버지와도 많은 시간을 못 보냈는데…”라고 하다가 오열하며 잠깐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수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생후 6개월 된 신생아를 상대로 한 성 착취 영상을 비롯해 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한 각종 자료 25만여건을 유통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지난 4월 복역을 마쳤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재수감된 상태다. 국내 재판 결과와 별개로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아동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손씨의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요구해 왔다. 손씨 측 “범죄자금세탁 혐의 기소해달라”…검찰 “조사 안 이뤄져” 이날 심문에서도 검찰과 손씨 측 변호인은 첫 심문에서 했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손씨 측은 “국내에서 처벌받은 혐의(아동음란물 혐의 등)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실제로 없기 때문에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 대상 혐의인 범죄은닉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현재 단계에서 기소만 하면 범죄행위에 대해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씨의 아버지는 송환을 막기 위해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미국이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며 내세운 자금세탁 혐의를 한국에서 처벌받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하나의 범죄를 이중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기대 아들이 미국에서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범죄인 인도법에 따르면 국내 법원에서 재판 중이거나 판결이 확정된 경우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인 인도가 거절된다. ‘아동음란물 혐의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은 “인도법 취지가 인도한 죄만 처벌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별도의 보증서는 요구되지 않고 보증한 사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손씨의 아버지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아들을 고소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소할 정도로 실체적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사가 완성됐는데 의도적으로 불기소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미국 법무부가 처벌받은 사건은 다시 처벌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아 보낸 공식 확인서를 제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손씨의 송환에 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종 결정을 다음 달 7일로 미뤘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마친 뒤 곧바로 손씨의 인도 여부를 밝힐 예정이었다. 1차 심문에 이어 이날도 아버지 손모씨가 방청석에서 심문 과정을 지켜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미국 송환될까…오늘 인도심사 2차 심문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미국 송환될까…오늘 인도심사 2차 심문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16일 결정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손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번째 심문을 연다. 이날 심문에는 손씨도 법정에 직접 출석한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마친 뒤 곧바로 손씨의 인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과 손씨 측이 의견서를 제출하며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추가 심문기일을 정해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달 19일 열린 첫 심문에서 손씨 측은 자국민 불인도 원칙과 추가 처벌 우려 등을 들어 송환을 막아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미국에서 (이미 국내에서 처벌받은) 아동음란물 관련 혐의 등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보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범죄인인도법에 우선하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서도 인도된 범죄 외의 추가 처벌을 금지하고 있어 그 자체로 보증의 효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가장 큰 쟁점은 손씨의 인도 대상 범죄 혐의인 자금세탁 혐의를 국내에서 추가 기소를 해야 하는지 또는 이미 사법 판단을 받았는지 여부다. 손씨 측은 검찰이 애초 기소할 때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만큼, 해당 혐의가 증거 부족으로 무죄라는 입장이다. 또 손씨의 아버지는 송환을 막기 위해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미국이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며 내세운 자금세탁 혐의를 한국에서 처벌받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하나의 범죄를 이중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기대 아들이 미국에서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검찰은 “범죄인인도법에 따르면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가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라면서 “수사는 거절 사유가 될 수 없고, 검찰은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수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 결과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지난 4월 복역을 마쳤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재수감된 상태다. 국내 재판 결과와 별개로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아동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손씨의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요구해 왔다. 만약 재판부가 이날 인도 허가 결정을 내리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손씨는 한달 내 미국에 송환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법원 판결이 선고되면 판결 취지를 존중해 관련 조약·법률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독] 부자들의 ‘코인 세테크’…은밀한 富의 대물림

    [단독] 부자들의 ‘코인 세테크’…은밀한 富의 대물림

    ‘無稅지대’ 암호화폐40대 초반의 의사 차승원(가명)씨는 올해 자금출처에 대한 국세청 조사를 받았지만 ‘과세 보류’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강남에서 20억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한 게 직접적인 조사의 이유였지만 차씨가 매입 과정에서 관할기관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 내용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아파트 구입에 쓴 종잣돈을 비트코인 매매수익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차씨는 40억원의 비트코인(BTC) 시세차익을 거뒀다. 차씨를 상담했던 세무사는 “차씨가 제출한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확인한 국세청도 딱히 과세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최근 3년간 암호화폐의 현금화를 통해 부동산 매매 등에 나선 투자자들에 대해 국세청이 번번이 ‘과세 보류’ 판정을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 암호화폐의 과세 근거가 미비한 탓이다. 한국은 현재 암호화폐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 ‘무세(無稅) 국가’인 셈이다. 85억원 가치의 건물주가 된 백승주(48·가명)씨도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세청 조사 담당자가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을 본청에 질의하고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기준 없음’이 최종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에서 암호화폐는 ‘가상자산’으로 분류됐다. 국내에서 암호화폐의 자산적 성격이 처음 정의된 것이지만 특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암호화폐 사업자의 의무 사항을 담고 있다. 과세 기준과는 상관없는 법률이다. 이수원 법률사무소 ‘위’ 변호사는 “세금을 매기려면 조세법정주의에 따라 법률로 정해야 하는데 암호화폐는 어떤 소득 유형으로 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만약 암호화폐가 아닌 주식으로 매매차익을 봤다면 어떨까. 원준범 세무사는 “주식의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3억원까지 22%, 그 이상은 27.5%의 세율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암호화폐의 거래 차익에 대해 최고 39%의 세율을 매기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의 현금화를 통해 다른 자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도 과세하고 있다. 미 국세청은 올해부터 소득신고 양식에 ‘암호화폐 거래를 통한 금전적 이득을 봤느냐’는 질문 항목도 새로 마련해 소득 추적과 과세 방침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일본도 암호화폐 시세차익 기준으로 연간 20만엔(약 223만원)을 넘으면 실현된 차익 규모에 따라 15~55%(주민세 10% 포함) 세율을 적용한다. 과세당국은 국내에서 발생한 ‘증여’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7항은 ‘증여재산’에 대해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이라고 정의해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암호화폐가 자산성이 있다는 것이 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조 변호사는 “하지만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암호화폐 지갑 간 거래의 경우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세금 부과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탐사기획부가 국세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국내에서 암호화폐 증여세를 부과한 사례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공공연한 ‘무세 지대’이다 보니 자산가들이 암호화폐를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2017년부터 ‘코인으로 증여해 세금을 줄일 수 없냐’는 문의가 많았다”면서 “상담을 한 증여 규모는 최소 10억원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원화 입출금 내역의 경우 암호화폐 지갑과 연결된 은행계좌에 기록이 남지만 코인 거래는 과세당국이 손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허점을 노린 것이다. 암호화폐 전문가는 “기술적으로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국세청의 소명 요구에 거래 내역 등 투자 정황을 제시하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암호화폐로 증여가 이뤄지면 일일이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암호화폐로 유학비를 송금하는 사례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자녀들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은밀하게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이른바 ‘코인 세테크’도 파다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2021년 세법 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포함시켜 발표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시대 흐름을 좇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주현 법률사무소 황금률 대표변호사는 “국내 암호화폐 과세가 늦어진 것은 무법 상태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과 금융 기득권, 암호화폐를 제도로 편입시켰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기 싫어하는 공무원들의 무책임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면서 “더 늦지 않게 관련 법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암호화폐, 부동산처럼 양도소득세 부과한다

    암호화폐, 부동산처럼 양도소득세 부과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도 세금이 부과된다. 부동산처럼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15일 정부와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사례 등을 수집하며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해 왔다. 암호화폐를 이자나 배당금, 복권 당첨금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금(기타소득세)을 매기는 방안과 주식처럼 거래 때마다 과세(거래세)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지만 양도소득세로 가닥을 잡았다. 기재부가 양도소득세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건 지난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자들의 거래 내역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거래 내역에 근거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 특성상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개인 간 거래(P2P)를 하며 과세를 피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암호화폐 채굴과 암호화폐공개(ICO)도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 대상에 넣는다는 방침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단독] 부자들의 ‘코인 세테크’ 은밀한 富의 대물림

    [단독] 부자들의 ‘코인 세테크’ 은밀한 富의 대물림

    ‘無稅지대’ 암호화폐40대 초반의 의사 차승원(가명)씨는 올해 자금출처에 대한 국세청 조사를 받았지만 ‘과세 보류’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강남에서 20억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한 게 직접적인 조사의 이유였지만 차씨가 매입 과정에서 관할기관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 내용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아파트 구입에 쓴 종잣돈을 비트코인 매매수익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차씨는 40억원의 비트코인(BTC) 시세차익을 거뒀다. 차씨를 상담했던 세무사는 “차씨가 제출한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확인한 국세청도 딱히 과세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최근 3년간 암호화폐의 현금화를 통해 부동산 매매 등에 나선 투자자들에 대해 국세청이 번번이 ‘과세 보류’ 판정을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 암호화폐의 과세 근거가 미비한 탓이다. 한국은 현재 암호화폐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 ‘무세(無稅) 국가’인 셈이다. 85억원 가치의 건물주가 된 백승주(48·가명)씨도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세청 조사 담당자가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을 본청에 질의하고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기준 없음’이 최종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에서 암호화폐는 ‘가상자산’으로 분류됐다. 국내에서 암호화폐의 자산적 성격이 처음 정의된 것이지만 특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암호화폐 사업자의 의무 사항을 담고 있다. 과세 기준과는 상관없는 법률이다. 이수원 법률사무소 ‘위’ 변호사는 “세금을 매기려면 조세법정주의에 따라 법률로 정해야 하는데 암호화폐는 어떤 소득 유형으로 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만약 암호화폐가 아닌 주식으로 매매차익을 봤다면 어떨까. 원준범 세무사는 “주식의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3억원까지 22%, 그 이상은 27.5%의 세율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암호화폐의 거래 차익에 대해 최고 39%의 세율을 매기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의 현금화를 통해 다른 자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도 과세하고 있다. 미 국세청은 올해부터 소득신고 양식에 ‘암호화폐 거래를 통한 금전적 이득을 봤느냐’는 질문 항목도 새로 마련해 소득 추적과 과세 방침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일본도 암호화폐 시세차익 기준으로 연간 20만엔(약 223만원)을 넘으면 실현된 차익 규모에 따라 15~55%(주민세 10% 포함) 세율을 적용한다. 과세당국은 국내에서 발생한 ‘증여’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7항은 ‘증여재산’에 대해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이라고 정의해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암호화폐가 자산성이 있다는 것이 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조 변호사는 “하지만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암호화폐 지갑 간 거래의 경우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세금 부과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탐사기획부가 국세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국내에서 암호화폐 증여세를 부과한 사례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공공연한 ‘무세 지대’이다 보니 자산가들이 암호화폐를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2017년부터 ‘코인으로 증여해 세금을 줄일 수 없냐’는 문의가 많았다”면서 “상담을 한 증여 규모는 최소 10억원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원화 입출금 내역의 경우 암호화폐 지갑과 연결된 은행계좌에 기록이 남지만 코인 거래는 과세당국이 손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허점을 노린 것이다. 암호화폐 전문가는 “기술적으로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국세청의 소명 요구에 거래 내역 등 투자 정황을 제시하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암호화폐로 증여가 이뤄지면 일일이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암호화폐로 유학비를 송금하는 사례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자녀들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은밀하게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이른바 ‘코인 세테크’도 파다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2021년 세법 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포함시켜 발표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시대 흐름을 좇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주현 법률사무소 황금률 대표변호사는 “국내 암호화폐 과세가 늦어진 것은 무법 상태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과 금융 기득권, 암호화폐를 제도로 편입시켰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기 싫어하는 공무원들의 무책임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면서 “더 늦지 않게 관련 법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탐사기획부 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 “1년 만에 72억 벌어서 24억 증여… 세금 내란 말 없던데요”

    “1년 만에 72억 벌어서 24억 증여… 세금 내란 말 없던데요”

    이더리움(ETH) 투자자 김상수(가명)씨 부부에게 2017년은 ‘인생 역전’의 해였다. 그는 이더리움에 3000만원을 투자해 1년 만에 72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무려 240배의 수익률. 김씨에게서 24억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증여받은 부인은 현금으로 바꿔 이듬해 21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이들 부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환전·거래·송금 수수료를 뺀 증여세는 한푼도 물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15일 신분 노출을 극히 꺼리는 김씨의 동의를 얻어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암호화폐 투자 과정은. “2016년 12월 이더리움 채굴기를 운영하던 지인 소개로 투자를 하게 됐다. 당시 ETH 시세는 개당 1만원으로, 총 3000만원을 투자했다. 딱 1년 뒤인 2017년 12월 ETH 시세가 240만원까지 상승해 72억원의 수익을 냈다.” -배우자에게 증여한 이더리움 규모는. “총투자금 3000만원 중 1000만원은 아내에게 빌렸다. ETH 시세가 정점이었던 그해 12월 3차례에 걸쳐 아내의 전자지갑으로 24억원어치를 전송했다.” -배우자가 별도의 암호화폐 투자를 했나. “내 설득에 아내가 ‘잃어버린 돈’으로 생각하고 (1000만원을) 투자했다. 수익이 나면서 투자 지분을 따져 아내에게 ETH를 줬지만 처음부터 증여를 상정해 아내가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배우자의 암화화폐 현금화 과정은. “내가 3차례에 걸쳐 ETH를 줬고, 아내 역시 3차례로 나눠 24억원을 두 곳의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했다. 암호화폐 거래 내역과 수익에 대해 과세 당국이나 금융기관의 소명 요구나 문의는 없었다.” -배우자의 24억원 사용처는 어떻게 되나. “아내가 제주도의 한 타운하우스를 12억원에, 땅을 9억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매입 시 과세당국의 자금출처 문의가 없었나. “매입 당시 제주도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어떤 자료 제출 요구도 받지 않았다.” -본인 수익 48억원의 사용처는. “여러 사업을 하다 상당한 손해를 봤다. 하지만 제가 아는 암호화폐 투자자들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들을 샀고, 관련 스타트업 회사에 재투자도 하고 있다.” -현재도 암호화폐 투자를 하고 있나. “여전히 미래가치가 분명하고 희망적인 투자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이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개선하고 있고 전 세계 2000개가 넘는 은행이 암호화폐 송금 업무를 하고 있다. 다수의 소시민들이 합법적으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자 방식이라고 확신한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韓·中 거래소 오간 수억원어치 코인, 외환거래법 위반일까

    韓·中 거래소 오간 수억원어치 코인, 외환거래법 위반일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성기남씨는 2017년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 100억원대 투자 수익을 거뒀다. 그는 2018년 암호화폐 자산가로 방송에 출연했던 ‘아뜨뜨’(닉네임)다. 성씨는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위안화로 수익 가운데 10억원을 현금화해 현지 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과세하지 않았기에 성씨는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도 납부하지 않았다. 우리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내국인 거주자가 미화 5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을 해외로 보낼 때 신고해야 하지만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국내 지갑으로 전송하거나 다시 외국으로 보낼 때도 신고 의무가 없었다. ●“블록체인 국경 없어… 외환 거래 아냐” 다만 중국 정부는 성씨가 아파트를 매입한 이후인 2017년 9월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전면 금지했다. 성씨가 국내와 중국을 오가며 암호화폐를 주고받은 것은 외환거래법에 해당될까. 법조계 의견은 엇갈린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15일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암호화폐끼리 주고받는 건 외환거래법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블록체인은 국경이 없고,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인데 암호화폐를 해외에서 들여온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개념”이라고 말했다. ●“금전적 가치 이동 인정한 판례 있다” 반면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현행법상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최근 암호화폐를 통해 사실상 금전적 가치가 이동됐다고 보아 외환거래법을 적용한 판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성씨는 암호화폐의 장점에 대해 “미국에 10만 달러를 보내 사업대금을 결제하려면 환전과 스위프트망 등을 거쳐야 하고 수수료도 들지만 암호화폐는 실시간으로 송금하고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은 암호화폐와 관련 직간접 송금 거래를 불허하고 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암호화폐 팔아 85억 건물 매입… 국세청 “기준 없다” 無과세

    암호화폐 팔아 85억 건물 매입… 국세청 “기준 없다” 無과세

    24억 이더리움 송금 부부 증여세 제로 현금으로 증여했다면 5억4300만원 내야 과세 구멍… 불로소득·편법 증여 변질 美·日선 2년 전부터 양도소득세 부과 ‘모든 사람이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지만 한국의 암호화폐만큼은 ‘무세(無稅) 지대’다. 대중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국내 암호화폐가 과세 기준의 부재로 무과세소득과 편법적인 증여 수단으로 변질된 것으로 나타났다.부동산 중개업자인 백승주(48·가명)씨는 2017년 암호화폐 채굴업체 관련 투자자 유치 수당 등으로 받은 비트코인(BTC) 시세가 급상승하면서 100억원대 부자가 됐다. 그는 2018년 1월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5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333개를 현금화해 85억원짜리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 추가로 35억원을 대출받았고, 부동산 취득세로 4억 5000만원을 납부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백씨에게 건물 매입 자금 50억원 출처에 대한 소명 자료를 요구했다. 백씨는 지난 5년간의 소득 내역과 BTC 거래 내역 등을 제출했고, 두 달여간 네 차례 국세청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백씨에 대한 ‘과세 보류’를 최종 결정했다. 사실상 세금을 물릴 수 없다는 의미다. 그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조사했던) 국세청 관계자도 혼란스러워했다”며 “비트코인 수익이 양도소득세인지 근로소득세인지의 기준도 애매하다며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고 15일 밝혔다. 40대 직장인 김상수(가명)씨는 2017년 12월 24억원 상당의 이더리움(ETH)을 배우자의 전자지갑으로 송금했다. 김씨 부부는 2016년 12월 당시 개당 1만원이던 ETH 3000개를 매입해 1년 만에 240배 오른 72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김씨 부부가 상호 간 증여한 세금은 ‘0원’이었다. 부인은 ETH를 세 차례에 걸쳐 현금화해 2018년 제주도의 고급 타운하우스(12억원)와 땅(9억원)을 매입했다. 김씨는 “제주도 부동산을 매입했던 당시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이 의무 사항이 아니었고 관할 세무서도 별도의 소명 자료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준범 세무사는 “현재 배우자 간 비과세 증여 한도는 6억원으로, 만약 김씨가 부인에게 현금으로 24억원을 증여했다면 5억4300만원 정도의 증여세를 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2018년부터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분류해 소득세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다음달 암호화폐에 대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단독] 클릭 몇 번에 돈세탁 끝… 코인 굴리는 사채시장

    [단독] 클릭 몇 번에 돈세탁 끝… 코인 굴리는 사채시장

    ③ 세금도 감시도 없는 ‘무법 지대’“비트코인 거래소 계정만 있으면 자본금 없이 돈 벌 수 있어요.” 암호화폐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손모(29)씨는 지난해 ‘비트코인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를 알선해 주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손씨의 계좌로 돈을 보낼 테니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해 지정한 전자지갑에 전송하면 수수료로 수십만원을 제공한다는 제안이었다. 손씨가 직접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싶다고 하자 제안자는 연락을 끊었다. 손씨는 이후 지인이 같은 방식으로 암호화폐 구매 대행을 했다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할 뻔했다”고 말했다. 명동 사채시장부터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 다크웹에 이르기까지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인 자금세탁은 ‘페이퍼 컴퍼니’(유령 법인)를 활용한다. 자국에서 추적이 어려운 해외에 유령 법인을 세우고 허위 거래장부 등을 작성해 합법적인 수익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하지만 자금을 해외 법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1차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행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 및 이용등에관한법률)에서 금융기관은 일정 규모 이상의 돈이 이동하는 등 의심 거래가 발생했을 때 금융정보분석기구(FIU)에 보고해야 한다. 자금세탁 과정이 복잡한 만큼 대규모 범죄조직이나 재벌 등 자산가들이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이 같은 과정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단순화된다. 최근 소규모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나 개인들도 자금세탁에 쉽게 접근하게 된 배경이다.15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한 결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 추적을 회피할 수 있는 방식은 해외 거래소 계정이다. 국내 거래소에 보관하던 암호화폐를 해외 거래소로 이동할 경우 범죄 자금이라도 추적이 어려워진다. 국내 거래소의 경우 수사기관 등에 협조해 경로 추적이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비협조적인 데다 현재의 국제 공조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박성원 법무법인 이로 변호사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암호화폐라도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면 가처분 신청 등 국내 사법기관의 법적 조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자금세탁 추적을 회피하는 또 다른 수단은 거래자들이 직접 만나 현금화하는 ‘장외거래’(OTC)다. 암호화폐 OTC 시장은 국내에서도 베일에 쌓여 있다. 이른바 ‘달러 아줌마’로 불리는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최근 암호화폐도 거래되고 있지만 그 규모나 자금 이동은 추적이 어렵다. 블록체인 보안전문업체 S2W랩의 이지원 상무는 “기술적으로는 모든 암호화폐가 추적이 가능하지만 OTC로 넘어가는 순간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OTC는 거래자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대부분 브로커를 중간에 낀다. OTC 브로커로 활동한 A씨는 서울신문과 만나 “2017년 암호화폐 위탁판매 의뢰를 받고 홍콩에 가 OTC를 진행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홍콩 HSBC 본사 앞에 정장 차림의 한국인이 노트북을 들고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모습이 흔했을 정도로 OTC 브로커들이 많았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OTC를 통한 자금세탁 추적이 어려운 이유는 암호화폐의 실소유주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거래기록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지만 은행계좌처럼 소유주의 신분은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은행 계좌 등과 연결돼 있는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하지 않는 한 해당 암호화폐의 주인은 알 수 없다. 이런 점을 활용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은 유료 회원의 가입비를 받는 암호화폐 주소를 처음에는 가짜를 사용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유도했다. 하지만 결국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는 단계에서 경찰에 발목을 잡혔다. 이 상무는 “암호화폐는 현금화 전까지 온라인상 거래는 추적이 가능하고 OTC 거래도 마지막 현금화를 위해선 거래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거래소를 법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모니터링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해 6월 총회에서 자금세탁 규제안을 권고했지만 국내의 암호화폐 세탁 범죄는 여전히 법 밖에 놓여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보고(CTR), 불법재산, 자금세탁 의심거래 보고 가운데 암호화폐 관련한 내용은 별도 관리도 되지 않고 관련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내년 3월부터 적용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에 화폐 거래자 양측의 정보를 거래소가 모두 수집하는 의무인 ‘트래블룰’을 넣는 등 강도 높은 자금세탁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1년 만에 72억 벌어서 24억 증여… 세금 내란 말 없던데요”

    “1년 만에 72억 벌어서 24억 증여… 세금 내란 말 없던데요”

    이더리움(ETH) 투자자 김상수(가명)씨 부부에게 2017년은 ‘인생 역전’의 해였다. 그는 이더리움에 3000만원을 투자해 1년 만에 72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무려 240배의 수익률. 김씨에게서 24억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증여받은 부인은 현금으로 바꿔 이듬해 21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이들 부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환전·거래·송금 수수료를 뺀 증여세는 한푼도 물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15일 신분 노출을 극히 꺼리는 김씨를 오래 설득한 끝에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암호화폐 투자 과정은. “2016년 12월 이더리움 채굴기를 운영하던 지인 소개로 투자를 하게 됐다. 당시 ETH 시세는 개당 1만원으로, 총 3000만원을 투자했다. 딱 1년 뒤인 2017년 12월 ETH 시세가 240만원까지 상승해 72억원의 수익을 냈다.” -배우자에게 증여한 이더리움 규모는. “총투자금 3000만원 중 1000만원은 아내에게 빌렸다. ETH 시세가 정점이었던 그해 12월 3차례에 걸쳐 아내의 전자지갑으로 24억원어치를 전송했다.” -배우자가 별도의 암호화폐 투자를 했나. “내 설득에 아내가 ‘잃어버린 돈’으로 생각하고 (1000만원을) 투자했다. 수익이 나면서 투자 지분을 따져 아내에게 ETH를 줬지만 처음부터 증여를 상정해 아내가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배우자의 암화화폐 현금화 과정은. “내가 3차례에 걸쳐 ETH를 줬고, 아내 역시 3차례로 나눠 24억원을 두 곳의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했다. 암호화폐 거래 내역과 수익에 대해 과세 당국이나 금융기관의 소명 요구나 문의는 없었다.” -배우자의 24억원 사용처는 어떻게 되나. “아내가 제주도의 한 타운하우스를 12억원에, 땅을 9억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매입 시 과세당국의 자금출처 문의가 없었나. “매입 당시 제주도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어떤 자료 제출 요구도 받지 않았다.” -본인 수익 48억원의 사용처는. “여러 사업을 하다 상당한 손해를 봤다. 하지만 제가 아는 암호화폐 투자자들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들을 샀고, 관련 스타트업 회사에 재투자도 하고 있다.” -현재도 암호화폐 투자를 하고 있나. “여전히 미래가치가 분명하고 희망적인 투자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이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개선하고 있고 전 세계 2000개가 넘는 은행이 암호화폐 송금 업무를 하고 있다. 다수의 소시민들이 합법적으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자 방식이라고 확신한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단독] ‘돈스코이호‘ 사기범과 공모해 수백억원 가로챈 법인 대표

    [단독] ‘돈스코이호‘ 사기범과 공모해 수백억원 가로챈 법인 대표

    150조원 규모의 금괴를 실은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홍보하며 투자금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과 공모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법인 유니버셜그룹 대표가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정식)는 사기 혐의로 유니버셜그룹 대표이사 김모(62)씨를 지난달 19일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의 첫 공판기일은 다음달 8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돈스코이호 사기 사건’ 주범들과 공모하고 2018년 10월~지난해 12월 금광 및 리조트 개발 명목으로 암호화폐 ‘TSL코인’, ‘유니버셜코인’ 등을 판매해 투자자들로부터 약 11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해 김씨를 구속하고 지난달 1일 검찰에 송치했다. ‘돈스코이호 사기 사건’이란 2018년 7월 신일그룹이 “150조원 상당의 보물이 실려 있는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근처 해역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언론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한 뒤, 자사가 발행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를 구매하면 인양 수익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고 사람들을 속인 사건이다. 그러나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부근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돈스코이호는 신일그룹의 발표와 달리 2003년도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동아건설이 공동 탐사작업을 통해 이미 발견한 상황이었고, 당시 배에서 금괴·금화 등의 보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발견 당시 외교상의 문제와 인양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현재까지 인양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또 암호화폐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사이버머니(특정 기업에서 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발행하는 화폐) 수준의 포인트였던 신일골드코인을 상장해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일그룹 관계자들은 돈스코이호 인수 계획을 내세워 2018년 4월~7월 피해자들로부터 약 89억 7600만원을 가로챘다. 이 사건 사기 혐의로 2018년 11월 기소된 김모(53) 전 신일그룹 부회장은 올해 1월 징역 5년형이 확정됐고, 허모(59) 전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2018년 12월 기소된 류모(50) 전 신일그룹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상고를 취하해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전체 피해 규모, 향후 피해 회복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힌 바 있다. 신일그룹은 나중에 회사명을 SL블록체인그룹으로 바꾼 뒤 가상화폐 ‘TSL코인(트레저 SL코인)’을 발행했고, 그 후에는 유니버셜그룹으로 사명을 바꿔 ‘유니버셜코인’이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발행했다. 그런데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해 2월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사 중 유니버셜그룹에서 발행한 TSL코인을 상장하거나 상장 검토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없다. 투자나 자문 등도 이루어진 바가 없다”면서 투자를 주의할 것을 안내한 적이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3개월마다 위기 투자금 돌려막는 ‘꾼’들의 3·6·9 법칙

    3개월마다 위기 투자금 돌려막는 ‘꾼’들의 3·6·9 법칙

    “코인 사기꾼들끼리는 ‘3·6·9법칙’만 버티면 오래간다고 자신합니다. 위기가 3개월, 6개월, 9개월 주기로 오기 때문입니다.” 경력 5년의 암호화폐 컨설턴트는 9일 “코인 사기란 게 사업으로 버는 돈이 없기 때문에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마다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꾼’들도 3개월마다 플랜을 미리 짜 놓는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금융 피라미드 범죄 사기는 뒤늦게 투자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돌려막기식이 일반적 구조다. 보통 3개월 정도 돈을 돌리고 나면 자금이 동나는 위기를 맞는다. 이때 꾼들은 “다른 코인으로 ‘스와프’해 주겠다”, “더 좋은 코인으로 바꿔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달래면서 일명 ‘설거지’를 한다. 본래 코인시장에서 스와프란 서로 다른 코인을 교환해 주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러나 코인판에서 스와프는 세탁 수단이자 추가 투자금 모집 수단으로 변질됐다. 피해자 박모씨는 “먼저 투자한 돈이 아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스와프했지만 10원 한 장 건지지 못했다”면서 “코인판에서 스와프는 사기꾼들이 피해자들을 두 번 등쳐 먹는 수법”이라며 분개했다. 꾼들은 스와프 과정에서 추가 금액까지 뜯어낸다. 코인 사기를 당한 류모씨는 “ 기여도가 있어야 돈을 옮겨 준다고 해서 300만원을 더 투자했는데 결국 한 푼도 되찾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 들어 코인판의 사업 아이템은 첨단을 달린다. 개인 제트기 공유, 탄소배출권 할당, 피카소 그림 공유나 노아의 방주 테마파크 사업까지 기상천외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열린 투자설명회. 코인 투자를 강연하던 A사 업체 대표는 “차량공유업체인 우버처럼 제트기를 공유하는 시대를 열겠다”며 “저희가 발행한 코인이 하루 만에 1원에서 1.6원까지 올라 이미 수익률이 60%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A사는 설명회를 연 지 한 달 보름 만에 돌연 “사업 주체인 C씨가 회사 정책을 위반했는데 횡령 정황이 의심된다”며 투자 유치 철회를 공지했다. 대표가 60% 수익을 자랑했던 암호화폐 거래소도 문을 닫았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털린 순간 수백번 돈세탁… 수억짜리 코인 증발했다

    털린 순간 수백번 돈세탁… 수억짜리 코인 증발했다

    #얼마 전부터 보험설계사라는 심현송(50·가명)을 작업하고 있다. 그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재테크 정보를 지켜보다 카톡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러시아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인 ‘페이어’(Payeer)를 운영 중인 대표라고 소개했다. “고수익 투자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고 떠보니 관심을 보인다. 나는 그에게 ‘거래소 재정거래’(거래소 간 코인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 매매) 참여를 제안했다. 심씨는 10분 만에 투자금의 10%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에 투자 참여를 원했다. 나는 그의 컴퓨터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해 내가 지정한 전자지갑 서비스에 가입을 시켰다. 심씨는 투자자 5명이 모은 1억 8000만원(4월 시세 기준)어치의 이더리움을 내가 지정한 전자지갑에 전송했다. 이제 지갑에서 돈을 꺼내 유유히 사라질 차례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과연 나를 뒤쫓을수 있을까.(*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한 디마 시점으로 본 사기 수법)9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우크라이나에 근거지를 둔 것으로 알려진 ‘디마’는 올 들어 ‘야로´, ‘야릭´ 등으로 이름을 수시로 바꿔가며 포털 사이트의 투자·재테크 카페를 중심으로 코인 탈취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심씨는 “디마가 ‘메타마스크´라는 특정 지갑 서비스에 가입시켜 이더리움을 넣게 하고 자신이 만든 사이트로 돈을 보내면 7~10%의 수익을 얹어 돌려주는 방식을 제안했다”며 “지갑 서비스에 가입시킬 때 지갑 비밀번호를 바꿀 수 있는 12개의 암호 키를 탈취해 돈을 빼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황종태(53)씨는 지난달 21일 디마의 카톡을 받았다. 주변 지인들과 3억원어치의 1000이더를 모았지만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최종 투자를 결정하자´는 주변의 충고에 마지막 순간 투자 결정을 뒤집었다. 황씨는 “직접 페이어 본사에 메일을 보내 확인했지만 그런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디마의 투자 제안에 응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3월 당시 시세 기준으로 1억 60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탈취당하는 피해를 본 곽정훈(44·가명)씨도 범인을 디마로 지목했다. 곽씨는 “디마가 암호화폐로 결제가 가능한 ‘골드카드’를 만드는 사업을 한다며 자금 증빙을 해달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까지 가서 직접 그를 만나 샘플카드도 받았다”며 “눈앞에서 직접 결제가 되는 걸 확인했을 때 디마의 말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샘플카드는 단순히 현금이 충전된 기프트카드였다. 곽씨는 디마에 대해 “30대 초중반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성이었다”고 떠올렸다. 곽씨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는 “피해자의 카카오톡 IP를 조회한 결과 상대 주소가 우크라이나 등 해외 국가로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이 블록체인 보안 전문업체인 웁살라시큐리티에 의뢰해 디마의 전자지갑에 대한 자금을 추적한 결과 그가 탈취한 암호화폐들은 일주일 새 1000건이 넘는 거래로 세탁돼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사법기관의 감시망을 피해 해외 거래소들로 탈취된 코인들이 빠져나갔다는 건 사실상 더이상의 추적이나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걸 나타낸다. 자금 세탁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마는 단시간에 수백건씩 비정상적인 거래를 일으켜 자금을 섞는 ‘믹싱 앤 텀블링’ 방식으로 세탁했다. 곽씨 사례의 경우 탈취 직후 이틀 동안 175건의 거래를 거쳐 자금 세탁이 이뤄진 반면 심씨의 자금은 540건의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자금 세탁 과정에서 바이낸스(중국)와 크라켄(미국) 등 특정 해외 거래소와 스마트컨트랙(거래의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당사자 간에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블록체인 기술) 주소가 반복해서 사용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박정섭 웁살라시큐리티 연구원은 “스마트컨트랙에도 해킹 자금 일부가 들어가 코인 상장(ICO) 등에 재투자하는 식으로 세탁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돈도 상품도 아닌 암호화폐… 그놈들 잡아도 처벌 어렵다”

    “돈도 상품도 아닌 암호화폐… 그놈들 잡아도 처벌 어렵다”

    “암호화폐가 돈인지 상품인지 개념 정의가 되지 않은 현실이 범죄 수사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김현수 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를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다 보니 일선 경찰에서도 수사의 어려움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피라미드 사기 범죄를 처벌하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무등록 다단계 업체가 ‘재화’나 ‘용역’을 파는 데 한해 처벌 가능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현재로선 재화나 용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유사수신은 원금 보장과 확정금리를 제시하며 ‘금전’을 모으는 행위를 가리킨다. 유사수신행위 처벌은 금전에 한해 가능하기 때문에 암호화폐로만 수익을 보장할 경우 현행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김 팀장은 “암호화폐 교환을 금전거래로 볼 수 있는지 뚜렷하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방문판매법상 ‘사실상 금전거래’라는 항목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이 인증한 국내 1호 금융피라미드 사기 전문수사관으로 경제법을 전공한 법학 박사다. 2017년 1500억원대의 암호화폐 사기 사건을 수사해 필리핀에서 직접 피의자를 검거한 바 있다. 김 팀장은 “사기를 치려면 첫 번째가 정보를 독점하는 것인데 암호화폐는 이 점 때문에 사기꾼들에게 각광받는다”면서 “대중들이 환상을 갖고 있지만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가 없는 현실도 사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반년 코인 투자해 새 벤츠 뽑았어요”… 집안 기둥 뿌리 뽑힙니다

    “반년 코인 투자해 새 벤츠 뽑았어요”… 집안 기둥 뿌리 뽑힙니다

    ‘월 400~500% 수익, 저도 반년만에 벤츠 뽑았어요.’, ‘400만원 투자로 3000만원 수익 달성.’ 고수익 보장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유혹하는 사업이 사기인지 ‘찐’ 사업인지 구별할 방법은 무엇일까. 법조계와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수익률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업체는 사기 확률이 100%라고 경고한다. 이지은 법무법인 리버티 변호사는 9일 “어떤 투자이든 허황된 수익을 내세울 땐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지인 따라 무작정 투자도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암호화폐 사업자가 코인 발행 시 작성하는 사업계약서인 ‘백서’는 기본으로 확인해야 한다. 블록체인 마케팅 업체 TEMPi 김우찬 대표는 “백서를 읽어 봐서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사업과 벗어난 내용만 있을 경우 투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백서에는 암호화폐 사업 목표와 계획 등이 담긴다. 사기 업체의 짜깁기 백서도 주의해야 한다. ‘후원수당’, ‘매칭수당’, ‘롤업수당’ 등을 거론하며 회원 모집 시 보상을 약속하는 사업은 금융피라미드 사기의 확률이 높다. 다단계 사업이 무조건 사기는 아니다. 다단계 회사는 설립 조건이 까다로울뿐더러 현행법상 공제조합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업체 측에서 후원수당을 거론한다면 공제조합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박성원 법무법인 이로 변호사는 “사기 업체 대부분이 대규모 사업설명회를 연 다음에 소규모 그룹 식으로 나눠 다시 설명하는 형식을 취한다. 소개한 사람은 수당을 받고 투자자들은 계약서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면서 “이 같은 형식의 사업설명회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약청 인증을 받았다’, ‘국내 항공사와 협약을 맺었다’는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대기업, 유명인을 거론하며 사업을 선전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해당 기관이나 파트너로 거론된 대기업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블록체인 컨설팅사 관계자는 “투자설명회에서 외국 업체와 파트너 협약을 맺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주고 명의만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업체 대표나 경영진의 이력도 꼼꼼히 따지고, 업체나 대표가 거론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가 신뢰할 만한 매체인지 살펴야 한다. 자체 코인을 만들어 자체 거래소에 상장 혹은 상장 예정 식의 광고 업체는 피해야 한다. 코인 업계 관계자는 “20분이면 코인을 만들 수 있다. 거래가 있는 것처럼 차트를 만드는 것도 수수료 몇 만원만 내면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체 거래소를 만든다는 업체는 무조건 투자 후보에서 제외하라”고 조언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코인 브로커 강남팀·홍대팀, 오늘도 청춘의 지갑 노린다

    코인 브로커 강남팀·홍대팀, 오늘도 청춘의 지갑 노린다

    강남팀·홍대팀으로 불리는 숨은 기획자카톡·인스타 등 통해 20~30대에 접근 신규 코인 언급하며 수십배 수익 약속 15억 피해 A씨 “이름 바꿔 활발 영업”“자신들을 홍대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역마다 강남팀, 강북팀도 따로 움직인다고 했어요.” 암호화폐 투자금 모집책으로 활동했던 A(33)씨는 2017년 그들을 처음 만나 1년여간 코인 사기 작업을 했다. 20~30대 남녀 각 2명으로 구성된 홍대팀은 A씨에게도 거래소 상장을 앞둔 신규 코인(암호화폐)을 대량 확보해 주겠다고 자신했다. ‘불장’(코인 시세 급등기)이 절정을 달리던 시점으로 최대 수십배 이상의 수익을 장담했다. 하지만 신규 코인은 약속한 물량의 4분의1밖에 받지 못했다. 지인들 돈까지 모아 홍대팀에 차용증 없이 넘긴 15억원은 휴지 조각이 됐다. A씨는 사기로 형사고소했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결별한 후 지금까지도 홍대팀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암호화폐 금융사기 사건에는 현재도 여러 개의 ‘홍대팀’이 활동하고 있다. 주 표적은 20~30대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벤처캐피탈(VC)사’ 혹은 ‘총판’으로 부른다. 홍대팀, 강남팀은 VC끼리 부르는 명칭이다. VC들은 현재도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홍대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에서 2030을 코인판에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400여개로 난립 중이다. A씨가 계약서나 차용증 없이 15억원을 건넬 수 있었던 건 홍대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 때문이었다. A씨는 “불장기에 상장된 코인들마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 데다 홍대팀과 작업하면서 이들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 어치의 코인 수익을 나도 챙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비트코인을 필두로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VC의 영업 양상도 바뀌었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촉이 체계화됐다고 말한다. 다단계 암호화폐 투자 업체인 ‘T사’의 VC들은 주로 텔레그램 방 운영자로 코인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청년들을 접촉한다.서울신문이 블록체인 보안전문업체 S2WLAB과 피해자들이 제보한 T사 관련자들의 전자지갑 주소 3개를 추적한 결과 투자금 일부가 국내 대형거래소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갑 3개의 거래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발생했다. 3개 지갑에 이더리움(암호화폐)으로 분산된 거래자금 규모는 현 시세로 118억원어치였다. 그러나 VC들이 암호화폐를 현금화했는지의 여부는 거래소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금융사기 피해자들의 투자 금액이 국내 거래소에 남아 있다면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판결 결과에 따라 일부라도 피해 금액을 환수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수익 유혹에 전자지갑으로 코인 전송 “이거 다른 데 새나가면 우리 프로젝트 망하는건데, 진훈씨니까 믿고 알려 주는 거야. 절대 다른 곳에 이야기하면 안 돼.” 대기업 해외 영업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팀장으로 이직한 김진훈(38·가명)씨는 거래소의 공동대표였던 최모(30)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시세 조작을 준비 중인 신규 코인을 미리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최씨가 말한 대로라면 최소 두 배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봤다. 김씨는 지난해 6월 1500만원어치의 이더리움 40개를 최씨가 알려준 전자지갑으로 전송했다. 그러나 김씨가 받은 코인은 상장 이후 폭락해 큰 손해만 봤다. 김씨는 “대표라는 사람이 설마 직원에게까지 사기를 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돈도 잃고 결국 직장도 퇴사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는 업계에서 소문난 ‘VC’ 출신이다. 김씨는 최씨를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로 인당 5만~10만원에 달하는 음식값을 척척 계산하면서 돈이 많다는 사실을 넌지시 노출했다. 김씨가 회식 자리에서 2차로 초대된 대표의 강남 아파트에는 명품백 10여개가 놓인 진열장이 있었다. 김씨는 “수천만원이 넘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고급차인 포르셰를 타고 다녔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의식 중에 ‘너도 나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세조작 투자는 피해 보상받기 어려워 대표 최씨는 그동안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을 자랑하곤 했다. 김씨는 “정보만 있으면 대표처럼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에 빠진 순간 최씨가 투자 정보를 흘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표가 한 말을 토씨 하나까지 기억한다. “나도 친구들도 수천만원씩 투자했어요. 오늘이 투자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김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현재도 거래소 대표인 최씨에 대한 고소(사기 혐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사건 이후 만나게 된 피해자들이 모두 최씨로부터 ‘너에게만 주는 정보’라는 똑같은 말을 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VC들의 먹잇감은 20~30대 젊은층이다. 오히려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 습득이 빠르고 그만큼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강렬한 자신감과 자기 확신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VC들은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미래를 앞세워 청년층을 현혹한다. 구태언 변호사는 “암호화폐 투자사나 거래소의 시세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투자하는 것은 투기나 도박과 마찬가지”라며 “피해를 입어도 법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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