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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숲 동물가족 ‘경사’

    서울숲에 사는 꽃사슴과 청둥오리 가족이 늘었다. 서울숲관리사무소는 27일 뚝섬 서울숲에 방사된 꽃사슴이 22일과 23일 연이어 새끼를 1마리씩 낳았고, 청둥오리도 알을 무사히 부화시켜 6마리의 새끼를 얻었다고 밝혔다. 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6일 방사된 꽃사슴 가운데 임신한 두 마리가 각각 암컷 1마리와 수컷 1마리를 출산했다. 사무소 동물관리직원인 김종범(45)씨는 “임신한 꽃사슴이 무사히 출산했다는 사실은 서울숲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꽃사슴보다 더 예민한 고라니도 곧 적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숲에는 꽃사슴 40마리, 고라니 10마리, 다마사슴 8마리 등 총 58마리의 사슴이 방사됐다. 사무소는 새로 태어난 새끼들의 안정을 위해 서울숲 내 생태숲 일부 구간에 대해 시민의 출입을 계속 통제할 계획이다. 또 종전대로 저녁 8시 이후부터는 생태숲을 전면통제한다.야간에도 이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 통제구간에 접근하는 사람을 막고, 야생고양이들로부터 어린 사슴을 보호할 방침이다. 사무소 직원들은 일단 두 마리의 새끼 꽃사슴을 ‘뚝섬’의 앞글자를 따 각각 ‘뚝순이’‘뚝돌이’로 부르고 있다. 사무소는 이번 주말부터 대형 안내판에 새끼 꽃사슴들의 사진을 붙여 시민들 의견을 모아 정식 이름을 지을 예정이다. 또 지난 6일 생태숲에 방사된 직후 연못 주변에 알을 낳았던 청둥오리 암컷도 6개의 알을 무사히 부화시켰다.청둥오리 새끼 6마리는 지난 26일 오후 연못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처음 목격됐다. 서울숲 사무소 관계자는 “주변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알을 낳아 제대로 부화시킬 수 있을지 걱정했다.”면서 “꽃사슴 출산에 이은 겹경사”라고 기뻐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유혹의 심리학/파트릭 르무안 지음

    유혹의 심리학/파트릭 르무안 지음

    한 남자가 있다. 자상하고, 능력있고, 잘 생겼다. 어디 하나 부족한 곳 없는 것 같은데 여자들은 이른바 ‘필’이 안온다며 사귀기를 탐탁지 않아 한다. 여자가 귀엽고 착하기는 한데 남자들이 성적 끌림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처럼 남녀간의 끌림이란 소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그게 과연 무얼까. ●카사노바·팜므파탈을 만드는 요소 프랑스의 정신과 전문의 파트릭 르무안이 저술한 ‘유혹의 심리학’(이세진 옮김, 북폴리오 펴냄)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감각’이다. 끌림을 유도하는 유혹을 시작하고 증폭하며 온갖 감정의 연금술로 화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 본연의 감각들이라는 것이다. 카사노바든, 팜므파탈이든, 인간은 결국 감각과 본능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도 모르는 새 감각과 본능은 ‘사랑’이 우리 가여운 노예(인간)들을 어디로 인도할지 말해준다는 것이다. 어떻게 인간의 유혹을 단지 감각의 산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인간을 이렇게 동물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사랑과 유혹을 다분히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시각으로 보아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이같은 반감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공감으로 바뀌어간다. 인간의 유혹을 오감(五感)을 통해 파헤치려는 저자는 자신의 전문영역인 정신과학은 물론 역사학, 동물행동학, 대중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그 증거들을 찾아낸다. 이를테면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스몬드 모리스의 독창적 실험을 보자. 그는 매혹적인 젊은 여성의 똑같은 사진 두 장 중 한쪽 사진만 눈동자가 좀 더 커 보이도록 조작하고 남성들에게 어느쪽이 좋은지 물었다. 결과는 동공이 팽창된 여자의 압도적 승리였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 아틸리아의 젊은 처자들은 동공을 확대하고 시선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특별한 식물성 안약을 사용했다. 이 약은 동공확대뿐만 아니라 심장박동을 가속화하고, 입술을 바짝 마르게 하며, 손이 가볍게 떨리기도 하는 등, 사랑에 빠졌을 때의 증상을 유발했다. 나이트클럽에서 고막이 터지도록 음악을 크게 트는 이유는 무얼까. 이브 르크뤼비에 같은 작가는 소리는 알코올이나 춤과 마찬가지로 뇌 전두엽의 제어, 즉 지성이나 이성과 단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신경생리학적 관점에 따르면 강렬한 소리는 신경의 흥분전달에 관여하는 콜린성 활동을 봉쇄하는데, 이때 입술이 마르고 갈증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목을 축이기 위해 술을 마심으로써 매상이 오르고, 연애작업도 순조롭게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후각은 어떤가. 나폴레옹은 몇 달간 헤어져 있던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 두 주 후면 돌아갈 테니 몸을 씻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명령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또한 ‘암컷의 열기에서 풍기는 성적 향기의 최면적인 매혹’을 언급했다. 오늘날 겔랑, 샤넬, 랑콤 등 수많은 향수회사들이 떼돈을 버는 이유는 바로 유혹에 있어서의 냄새, 즉 후각의 위력인 것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마신 사랑의 묘약,‘털없는 원숭이’인 인간의 피부 등은 유혹에서 미각과 촉각이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호르몬도 유혹의 중요한 역할 오감 말고도 저자는 유혹에서 중요한 것으로 호르몬을 제시한다. 일종의 육감(六感)인 셈. 사나운 수탉을 거세하면, 그 닭은 더 이상 ‘꼬끼오.’ 소리도 내지 않고, 암탉에 대한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복막의 빈 곳에 고환을 다시 심어주자 예전의 정복자적 태도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유혹을 낱낱이 분해하면 사실 이러저러한 감각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허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유혹이나 사랑에서 감각적 이끌림이 전부라거나,‘우리가 유혹의 노예일 뿐’이라는 체념을 이끌어내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우리의 선입견과 오해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유혹의 개념을 해방시키려는 것이다. 감각과 본능의 기능을 제대로 알고 인간답게 사용할 때, 남성과 여성은 결국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치로 독자들을 유도한다.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참조기 국내양식 첫 성공

    참조기가 칠산 앞바다에서 다시 잡히게 될까. 영광굴비의 원재료인 참조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 양식됐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영광해양수산사무소는 14일 “참조기 인공종묘를 5∼10㎜ 크기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공종묘 생산으로 고급 어종이면서도 양식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참조기의 대량생산 길이 열리게 됐다. 성어 포집과 육상 양식·채란에 참여한 최정배(47) 어촌지도사는 “20㎝ 이상 크기의 성어는 암컷 대 수컷의 비율이 99대1 정도로 수컷이 크게 모자라 수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컷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대량생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상에서 양식된 종묘는 5∼10㎝ 정도 자라면 연안에 방류할 예정”이라며 “‘굴비’ 생산보다는 연안 어자원 확보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참조기는 5∼6월 영광 칠산 앞바다를 지나 연평도 근해에서 산란한다. 그후 8∼10월 제주 남쪽이나 동중국해 등에서 월동하기 위해 다시 칠산 앞바다를 거치게 되는데, 예전에는 연평도로 올라가는 초여름에 알이 밴 참조기를 포획,‘영광굴비’로 가공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시화호주변 야생 고라니가족

    야생 고라니가 시화호와 반월공단 사이 시화호 북측간석지에 집단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운동가 최종인씨는 13일 시화호와 반월공단 열병합발전소 사이 북측간석지 운동장 부지에서 야생 고라니 7마리(암컷 2마리 포함)가 각각의 영역을 확보한 채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라니가 서식하는 운동장 부지는 과거 시화호 간석지였던 곳을 성토한 곳으로 가로 250m, 세로 300m 크기이며 외곽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 곳에는 억새, 클로버, 칡, 자운영 등 고라니가 좋아하는 각종 식물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고 천적도 없어 고라니가 서식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다. 최씨는 “시화호 물막이 이후 주변에 살고 있던 야생 고라니가 이곳으로 모여든 것 같다.”면서 “심각한 대기오염과 악취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반월공단에 야생 고라니가 집단으로 서식한다는 것은 생태학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야생에서 암컷 고라니를 발견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데 운동장 부지에는 암놈 한 마리가 새끼를 밴 상태”라며 “조만간 추진될 시화호 북측간석지 개발(MTB)사업이 진행되더라도 고라니를 보호할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시는 고라니를 보호하기 위해 조만간 이곳을 생태학습장으로 지정, 보호할 계획이다.안산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무안반도 세발낙지 씨 마른다

    무안반도 세발낙지 씨 마른다

    ‘세발낙지가 사라진다?’ 서남해안에서는 한여름과 한겨울을 빼고는 사시사철 낙지잡이가 이뤄진다. 한데 올봄 낙지잡이가 영 신통찮다. 지난해 가을에 비해 어획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공급이 달리다 보니 스무마리 1접에, 좀 크다 싶으면 10만원을 넘는다. 무안반도는 천혜의 낙지 서식지다. 영양분이 풍부한 갯벌이 있고 낙지가 가장 좋아하는 칠게가 지천이다. 청계면 구로리 정순환(51) 어촌계장은 “생활하수 등으로 갯벌이 오염됐다고 하지만 올봄에는 유난히 낙지가 없다.”며 “부부가 배타고 나가 온종일 10마리가량 잡는 게 고작이어서 가을까지는 낙지잡이를 접었다.”고 말했다. 또 망운면 송현리 맹신호(54)씨는 “옛날에는 한 번 나가면 200∼300마리는 거뜬했는데….”라며 “낙지잡이도 해걸이를 하기 때문에 가을철 낙지잡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해마다 무안군 6개면에서 낙지잡이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160억원대. 한접에 최하인 4만원꼴로 쳤으니까 실제 소득은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가구당 3000만∼5000만원 벌이는 너끈한 셈이다. 함평만∼탄도만∼청계만을 끼고 있는 해제·현경·망운·운남·청계·삼향면이 주 생산지다. 낙지 특산지인 전남 무안반도에서는 세발낙지를 ‘뻘낙지’로 부른다. 모래나 자갈이 섞이지 않은 끈적끈적하고 차진 갯벌에서 칠게를 먹이로 삼아 쫄깃함과 고소함이 진하다. 겉으로는 ‘뻘낙지’는 부드러운 회색빛이고 다른 낙지는 밝은 검붉은색으로 구별한다. 그러나 중국산은 같은 서해바다라서 눈으로 낙지를 구별하는 게 힘들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낙지박사’ 학위를 받은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완도해양수산사무소 김동수(50) 관리과장은 “세발낙지는 종자가 다른 게 아니고 발이 가늘고 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며 “혹자는 낙지가 펄에 기어나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세발자국과 비슷하다 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국내에서 낙지가 줄어든 이유는 오염보다는 마구잡이 남획으로 씨가 마른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여기다 낙지는 고기처럼 몸 길이가 작다고 해서 못 잡거나 심지어 어획 금지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남획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낙지잡이도 아주 다양하다. 주로 배를 타고 나가 낚싯줄에 낚시를 수백개씩 단 주낙으로 잡지만 야행성인 점을 이용해 횃불을 밝혀 갯벌로 유인해 잡거나 삽으로 갯벌 1m쯤 파고 내려가 끄집어 내기도 한다. 옛날 간척지로 변하기 전 영암군 미암면과 해남군 산이면도 ‘뻘낙지’도 유명했다. 그래서 집산지인 영암군 독천리는 세발낙지 요리의 명소가 됐고 지금도 몇몇 식당이 그 명맥을 이어 번창하고 있다. 김 박사는 “낙지는 태어난 지 암컷은 1년, 수컷은 1년 6개월이면 생을 마친다.”며 “암컷은 알을 낳고 부화되기를 지켜보면서 스스로 녹아 없어진다.”고 밝혔다. 그리고 부화 3∼4개월이면 25∼30g 크기로 자라 나무 젓가락에 통째로 감아 한입에 씹어 먹는 데 안성맞춤이다. 국내 낙지 어획량은 1992년 1만 3492t,1997년 1만 103t,2002년 5271t으로,10년 만에 무려 62%가량 줄었다. 반면 중국산 등 낙지 수입량은 2002년 3만 2506t(5900만달러),2003년 4만 1570t(7900만달러)으로 늘었다. 낙지가 부족하다 보니 중국산 낙지가 시장을 점령했다는 게 식당가의 의견이다. 한 식당 주인은 “국내 생산량으로 추정해 보면 수도권에 공급되는 60∼70%는 수입산으로 보면 틀림없다.”고 전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검은머리멧새’ 군산서 국내 첫 발견

    우리나라에서는 관찰된 기록이 없어 조류도감에도 실리지 않은 희귀조류 ‘검은머리멧새’가 발견됐다. 전북 군산시 산하 금강철새조망대는 3일 지난달 한국자연환경연구소, 호남대학교와 공동으로 어청도에서 야생조류 서식 실태를 조사하던 중 희귀조류인 ‘검은머리멧새’ 암컷 1마리를 발견해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검은머리멧새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일부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조류로 영문판 조류도감에는 ‘black headed bunting’으로 표기돼 있다. 이 새를 발견해 촬영한 금강철새조망대 강정훈(34)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에서 야생조류를 연구하는 일본과 영국의 조류학자들에게 직접 사진을 보여주고 외국의 학자들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자문한 결과 검은머리멧새임을 확인했다.”며 “우리나라에는 관찰기록도 없고 이름도 없어 영문이름을 풀어서 ‘검은머리멧새’라고 일단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검은머리멧새는 참새목 멧새과에 속하는 종으로 크기와 모양이 참새와 비슷하지만 군집생활을 하지 않는 철새다. 반면 이 새의 사촌격인 붉은머리멧새(red headed bunting)는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기록이 있고 조류도감에도 실려 있다. 강 학예연구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어청도는 검은머리멧새 등 희귀조류를 비롯해 100여종의 야생조류가 서식하거나 이동할 때 이곳을 거쳐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 제주시 연동 ‘모수흑돼지전문점’

    [이집이 맛있대] 제주시 연동 ‘모수흑돼지전문점’

    제주산 흑돼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품’이다. 그 명품을, 그것도 도축장에서 예냉을 거친 후 바로 나온 신선한 냉장육 돼지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제주시 연동에 자리한 ‘모수 흑돼지전문점’이다. 제주산 흑돼지의 유명세는 활성탄 및 미생물효소와 미량 광물질을 사료에 첨가해 사육함으로써 육즙이 풍부하고, 연하면서 쫄깃쫄깃하며, 돼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담백하면서 고소한 데서 비롯된다. 여성들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들도 그 맛에 혀를 내두른다. 모수 흑돼지전문점에서는 살코기와 지방이 조화를 이룬 오겹살, 마블링이 훌륭한 목살, 황제살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겨드랑이 부분을 뜬 가브리살, 아삭함과 쫄깃함이 탁월한 턱 아랫부분을 뜬 항정살 등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압권은 단연 이 모든 것을 고루 맛볼 수 있는 ‘흑돼지한마리’다. 이밖에 뼈갈비, 양념갈비, 흑돼지김치찌개 요리도 인기품목이다. 이것들을 소주에 곁들여 먹은 뒤 날치알을 얹어 내오는 돌솥알밥까지 해치우고 나면 그야말로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이 식당의 돼지고기맛이 뛰어난 이유는 60∼70㎏짜리 A등급 암컷 돼지만 쓰기 때문이다. 또한 이틀이 지난 고기는 절대로 내놓지 않는다. 주인 채형석(35)씨는 “문을 연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고집’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크기·외모 콤플렉스’ 가라

    남성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크기 콤플렉스’와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에서 비롯되는 ‘외모 콤플렉스’에 각각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예일대학 크레이그 레이먼 박사는 최근 코네티컷주 뉴헤븐 일대에서 서식하는 ‘모기 물고기’를 이용해 수컷의 생식기 크기가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발표했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암컷들은 평균적인 생식기를 가진 수컷에 비해 보다 큰 생식기를 가진 수컷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교미선택에 있어서도 생식기가 큰 수컷에게 유도됐다. 그러나 생식기가 큰 수컷은 포식자들로부터의 위협에 늦게 반응, 더 쉽게 먹잇감이 됐다. 즉 생식기의 크기에 따라 암컷을 유혹하는 번식능력과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생존능력이 정반대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레이먼 박사는 “동물들의 수정 과정이나 수정 이후의 선택조건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이뤄졌지만 생식기 크기 등 수정 이전의 선택조건에 대한 연구는 부진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교미 선택에서는 큰 생식기가, 자연 선택에서는 작은 생식기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향후 생식기 진화에 대한 방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미국 캔자스대학 코트니 피 박사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칭찬 한마디가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는데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의 칭찬은 신체 또는 성격 등에 상관없이 여성의 사기를 진작시켜 심할 경우 여성들을 우울증까지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 박사는 “여성들이 자신없는 외모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이같은 수치심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특히 부모가 딸에게 하는 칭찬은 우울증 또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성장속도 2배 슈퍼 한우 탄생

    성장속도 2배 슈퍼 한우 탄생

    성장 속도가 일반 송아지보다 2배나 빠른 ‘맞춤형 슈퍼 한우 송아지’가 국내 독자기술로 처음 탄생했다. 특히 황우석 교수팀이 난자에서 핵을 제거할 때 쓴 ‘유리관 펀치’ 기술을 똑같이 사용해 살아있는 한우로부터 가격이 비싼 암송아지를 선별적으로 ‘맞춤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농촌진흥청은 24일 혈통이 뛰어난 암컷 한우로부터 수정란을 채취, 암컷으로 예측되는 수정란만 다른 암소에 이식해 지난 1일 건강한 암송아지 2마리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바란이’와 ‘보란이’로 이름 붙여진 암송아지는 하루에 900g씩 자라, 보통 500g씩 성장하는 일반 송아지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빨라 한우 생산농가의 소득증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수정란의 성을 감별하기 위해 연구팀은 유리관으로 수정란에 구멍을 내 수정란을 다치지 않고 세포를 얻었다. 일본 등 외국은 세포를 얻기 위해 수정란이 훼손되는 ‘절단식’을 채택, 수태율이 30%에 그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손동수 농진청 연구관은 “수정란에서 세포를 분리할 때 쓴 유리관 펀치는 우리만의 독보적인 기술로 황우석 교수팀이 활용한 방법과 같다.”면서 “수태율은 40∼60%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현재 20여마리의 암소가 암송아지를 임신한 상태다. 3∼4개월 된 암송아지의 값은 320만∼340만원으로 같은 연령의 수송아지 값 220만∼230만원보다 100만원 정도 비싸다. 소 한 마리당 평균 5만원의 연구비용을 들여 농가소득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길섶에서] 지네의 모정/이호준 인터넷부장

    전화 속 후배의 목소리엔 공포가 남아있다.“새벽에 지네가 들어와서 난리가 났었어요.” “에이, 서울에 웬 지네야.” 심드렁한 반응에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정말이라니까요. 애들 물까봐 얼마나 놀랐는데요.” “혹시 고향집 다녀오면서 묻어온 거 아냐? 알이라도….” 말을 하고 보니 지네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생각난 김에 자료를 찾아보다가 뜻밖의 내용에 감탄사가 터진다. 낙엽, 흙, 돌 밑에서 서식하는 땅지네와 왕지네는 수십 개의 알을 한꺼번에 낳아 품는다고 한다. 부화까지 3주 걸리는데 그동안 암컷은 알을 계속 핥아줘 곰팡이의 침해를 막는다. 그뿐 아니라 부화 뒤에도 독립할 때까지 수십일 간 먹이를 날라주며 보호한다는 것이다. 새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큰가시고기의 부성애나, 어미의 몸을 파먹고 자란다는 거미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알을 핥아준다’는 지네 얘기는 처음이다. 흉측(?)한 지네에게도 그런 모정이 있었다니. 그렇다고 지네가 새삼스럽게 예뻐 보일 리야 없지만, 사람이나 미물이나 다르지 않은 ‘엄마의 마음’은 항상 경이롭다.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 “할머니 바다사자 짱이에요”

    “할머니 바다사자 짱이에요”

    “이빨은 닳고 눈도 어둡지만 아직도 ‘한 묘기’ 하지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하자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2마리가 지느러미로 경례를 올려붙였다. 이 바다사자들은 스물한살 된 암컷 미순이와 향순이. 바다사자 평균수명이 25년이니 사람으로 치면 고희(古稀)를 넘긴 할머니들이지만 ‘왕년의 대스타’답게 악수하기, 박수치기 등으로 어린이들을 즐겁게 했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더욱 많은 관람객들 앞에서 더욱 신나게 묘기를 펼쳐보일 것이다. 물개, 바다사자, 침팬지 등 공연장을 주름잡던 동물스타들이 나이 들어서도 어린이들의 친구 역할을 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시용 우리로 옮기거나 다른 동물원으로 가서 가벼운 공연을 계속하는 등 노익장이란 말이 꼭 어울린다. ●활기찬 ‘노년’…영원한 팬서비스 멕시코에서 태어난 미순이와 향순이는 한살 때인 1985년부터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공연을 하다 2003년 불곰 4마리와 맞트레이드되어 어린이대공원으로 이적했다. 전성기 때 1000만원을 웃돌던 몸값은 나이 들면서 400만원까지 떨어졌다. 노안(老眼)으로 눈이 가물가물해진 데다 이빨도 닳아서 ‘숫자판 찾기’,‘링 통과’,‘뽀뽀 점프’ 등 고난도의 묘기는 더 이상 할 수 없다. 하루 두 차례씩 건강검진을 받고 꼬박꼬박 비타민제도 먹는다. 하지만 이들이 능청스럽게 사육사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 공연은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바다사자답게 우렁차게 울부짖을 때면 어린 손님들의 박수갈채가 터져나온다. 사육사 박은화(23·여)씨는 “어린이들이 동물과 친해지고 습성을 잘 이해하도록 가벼운 ‘맛보기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나이들어 어린이대공원에 요양온 셈이지만 간단한 공연 등은 이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에서 15년 동안 공연을 해온 물개 영구(17·♂)와 영구의 짝 연순(11·♀)이는 지난해 은퇴해 공연장 옆에 마련된 물개용 풀장으로 옮겼다. 건강상태는 괜찮은 편이지만, 중년에 접어들면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실버타운’에 입주한 것. 하지만 사육사 없이도 ‘점프하기’나 ‘죽은 척하기’ 등 왕년의 솜씨를 뽐내며 ‘팬서비스’를 계속해 이들을 본 관람객들은 좀처럼 우리 앞을 떠나지 못한다. ●무리에 적응 못해 슬픈 최후 맞기도 하지만 공연동물들의 노후가 이들처럼 모두 행복하지만은 않다. 에버랜드 침팬지쇼에서 활약하던 갑식이는 은퇴한 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 있는 무리들 품으로 돌아갔지만 인간에 길들여진 탓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왕따’를 당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해 시름시름 앓다가 지난해 6월 17살로 생을 마감했다.2002년 에버랜드에서 청주동물원으로 간 물개 몰리도 1년 만에 죽음을 맞았다. 물개로서는 한창 때인 8살이었지만, 부검을 해보니 위장에서 조약돌, 나사 같은 이물질이 나왔다. 동물원 관계자는 “물개 같은 기각류(지느러미 다리를 가진 포유류)는 뭐든 넙죽넙죽 받아먹는 특성이 있다.”면서 “관람객들이 장난으로 던진 이물질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 몰리를 마지막으로 청주동물원에서는 더 이상 물개를 들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동물관리팀 이재용 사육과장은 “정말 동물을 사랑한다면 함부로 먹이를 던져주지 않는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서울대공원 “희귀종 레서판다 보러오세요”

    서울대공원이 세계적 희귀종인 레서판다(Lesser Panda)를 새 가족으로 맞이했다. 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는 지난달 26일 일본에서 수입한 레서판다 암컷(2살)과 수컷(3살) 한쌍을 3일 오전 공원내 특별전시장에서 처음 공개했다. 붉은판다·애기판다 등으로도 불리는 레서판다는 몸 전체가 붉고 꼬리에 갈색고리무늬가 있어 너구리와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판다과 동물이다. 다 자라도 몸길이 60㎝, 꼬리 50㎝, 몸무게 3∼6㎏에 불과하다. 히말라야 남서쪽 산맥과 중국남부 등 해발 2200∼4800m의 산림지대에 주로 분포돼있다. 참나무·대나무 등이 자라는 가파른 산비탈이 주서식지이며 대나무·과일·곤충 등을 즐겨 먹는다. 다른 곰들과는 달리 겨울잠을 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야생 상태에서의 수명이 평균 8∼10년으로 짧은 편이며 번식률이 낮고 밀렵에 노출돼 있어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5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정도다. 대공원은 앞으로 레서판다의 새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공모할 계획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사랑에도 법칙은 있다”

    “사랑에도 법칙은 있다”

    “사랑에도 법칙은 있다.” 표진인 M&B진클리닉 원장은 이 같은 사랑에도 법칙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 남성과 여성이 살아온 배경, 그들이 속한 세상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분석하면 바로 그 시대의 사랑 법칙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를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표 원장의 생각이다. 표 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보편적인 사람들은 이성의 부모를 닮은 이성에게 끌리게 된다. 이성의 부모를 싫어하더라도 그렇다. 아버지를 싫어하는 딸이 결혼할 때에는 아버지와 닮은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의 패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해 아버지와 비슷한 배우자를 선택하기도 한다. 아버지 때문에 고생한 어머니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정으로 어머니와 비슷한 상황을 자처해 결국 아버지와 닮은 남자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표 원장은 연애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간관계에 부모의 부부관계가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성 친구와 사랑을 하는 방법도 동성의 부모가 이성의 부모를 대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성장 배경 못지않게 남녀 연애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 표 원장은 포유류의 수컷은 최대한 씨를 널리 퍼뜨리려 하고 암컷은 가장 좋은 씨를 받아들이려는 본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여성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고 여성은 상태가 가장 좋은 남성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은 동물과 같이 번식을 위해서만 남녀가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애에 시대와 문화에 따른 남녀 성 역할을 적절히 활용한 기술이 가미되어야 한다. 여성은 남성을 홀릴 만한 매력을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 통념에 따르면 여성에게는 여전히 외모와 몸매, 상냥하고 부드러운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50∼60년대 어머니상은 통하지 않는다. 다소 도발적이며 발랄한 이미지도 좋다. 남성은 여성이 발산하는 매력의 신호를 잘 잡아내야 한다. 여성이 추파를 던지면 이를 잘 파악해서 데이트를 리드하라는 것이다. 표 원장은 사랑은 인간 존재 이유의 가장 근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20·30대 젊은이들이 사회생활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거나 진정한 삶의 이유를 찾기란 어렵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면 내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기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나로 인해 상대가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이 같은 사랑에 관해 아픈 기억들만 가득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표 원장의 주장이다. 여러 차례 연애를 해도 꼭 바람둥이만 만난다든지, 낭비벽이 심한 여자만 선택한다든지, 만날 때마다 차인다든지, 이처럼 연애하는 데 일정한 패턴이 있다면 이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진지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또는 보편적인 남녀 성 역할을 뒤틀리게 바라보고 있거나 성 역할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택해 번번이 갈등하는 것은 아닌지 정신과 상담을 통해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선사예술기행/요코야마 유지 지음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고고학자들은 그 그림이 완벽한 조작이라고 확신했다. 쓰고 지우는 과정도 없이 한 획으로 그어나가야 하는 힘찬 선들은 일생을 연마한 거장이 아니고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걸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팬지를 갓 벗어난 ‘미개한 원시인’들은 파카소와 같은 다시점(多視點) 기법을 사용했으며, 연속 동작으로 애니메이션을 효과를 내는가 하면 암컷을 두고 싸우기 직전 수사슴의 동작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했다. ●세계 동굴벽화 찾아나선 연대측정 전문가의 모험 이런 그들이 과연 미개인이었을까? 그렇다면 현대 거장들의 작품과 맞먹을 걸작들이 왜 하필이면 한 줄기 빛도 스미지 않는 지하 깊숙한 동굴 속에 숨겨져 있었을까? 1만년 전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남긴 삶의 편린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며, 또한 무수한 수수께끼를 던진다. 연대 측정 전문가인 요코야마 유지가 지은 ‘선사예술기행-동굴속 미술관과 그 작가들을 찾아서’(장석호 옮김, 사계절 펴냄)는 이같은 선사시대 동굴 깊숙한 곳에 대한 모험의 기록이다.‘아폴로 11호의 달나라 탐험과도 비견되는 20세기의 모험’이라는 지은이의 말이 다소 과장돼 보이기도 하지만 동굴 구석구석 책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촉각과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새삼 선사예술의 위대성에 찬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책에 따르면 선사예술의 걸작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스페인 칸타브리아 지방 산티아나에 있는 알타미라 동굴과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의 라스코 동굴에 그려진 벽화들이다. 알타미라 동굴의 ‘바이슨’(선사시대 생존하다가 멸종된 들소) 벽화를 보자. 힘찬 터치로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 바이슨 형상은 동굴내 가는 곳마다 그려져 있어 동굴 자체가 거대한 갤러리를 이룬다. 의식적으로 크게 부각시킨 어깨와 등, 거친 듯하면서 세밀하게 표현한 동작은 마치 소가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 책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이중섭의 걸작인 황소 그림들도 여기서 힌트를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라스코 동굴에도 수많은 수소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동굴 입구로부터 17m 지점에 있는 타원형의 넓은 방, 이른바 ‘수소의 방’엔 수소 5마리를 중심으로 말과 사슴들이 웅대한 구성을 보여준다. 라스코의 벽화들은 선사예술의 정점에 있다. 어느 시대건 융성하는 시기의 예술이 보여주는, 발랄한 생기가 넘치고 빛이 나며 역동적이다. 그런 면서도 단정한 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크로마뇽인들이 전성기 이뤄…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책은 이밖에도 피레네산맥 지방의 니오동굴과 베데이야크동굴, 도르도뉴 지방의 퐁드곰동굴, 레콩바렐 동굴 등 프랑스와 스페인, 유럽 여러곳의 동굴 벽화들을 소개한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로라와 요크곶의 바위그림, 일본 홋카이도 지방의 후곳페 동굴벽화, 남아프리카 안트로포모르프의 바위그림 등 여러 대륙의 벽화와 바위그림들을 쫓아간다. 특히 안트로포모르프 그림은 순록의 머리를 한 사람 등 기묘한 모양의 사람들 모습을 그려놓았는데, 분석 결과 인위적인 트랜스 상태에서 본 형상을 그린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같은 선사예술을 창조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예술이 형성된 기간은 매우 길지만 그 전성기를 이룬 사람들은 크로마뇽인들이다. 이들은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동굴 벽에 단번에 선을 그어 달려가는 들소의 힘찬 근육을 표현했는가 하면 안료와 나뭇재를 입에 넣고 씹어 침과 섞은 후 벽에 뿜어내는 방식으로 네가티브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저자는 선사예술의 주인공, 즉 크로마뇽인의 발견과 기원, 생활을 그리고 그들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도 분석한다. 그림을 이렇게 어둡고 깊숙한 동굴속에 그린 까닭은 무엇일까? 발굴 초기에는 그림속의 들소와 사슴이 사냥의 성공을 비는 주술적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선사인들의 식생활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림의 주제와 사냥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평상시 주거의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동굴벽화는 그 아름다움을 위해 그려졌으며, 동굴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전시하는 선사인들의 갤러리였다는 설이 유력해졌다. 저자는 이에 더해 선사시대의 사냥꾼들이 동굴속 매력에 빠져 이런 장소를 일종의 성역으로 삼았으며, 그곳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신성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벽화는 그들의 책이자 서사시였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같은 걸작을 남긴 선사예술이 왜 갑자기 단절되었는가이다. 동굴속 작품 하나하나는 그 훨씬 후의 문명인 이집트나 황허문명의 예술을 훌쩍 뛰어넘어 오늘날 최고의 회화에 필적할 만큼 자연스럽다. 벽화에선 20세기 초기 입체파가 발견한 ‘비틀림 화법’도 발견된다. 과학적 연대 측정 이전에 동굴벽화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집트·황허문명 예술 뛰어넘어 현대회화에 필적 이에 대해 지은이는 나름대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그 이유를 추정한다. 예술의 주인공인 크로마뇽인이 순록 사냥꾼으로 전문화했고, 빙하와 함께 순록이 사라지면서 이들도 함께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지나친 전문화로 순록 사냥 이외의 다른 생존능력을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이며, 아직 풀리지 않은 최대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선사예술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개설서다. 저자의 부지런한 발과 세밀한 눈, 감각적인 손끝을 쫓아가다 보면, 인류역사에서 예술이 걸어온 길과 시간이 얼마나 더디고 장구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독도 경비대와 보낸 2박3일

    [안동환기자의 현장+] 독도 경비대와 보낸 2박3일

    산란기를 맞은 괭이갈매기의 요란한 울음소리가 독도경비대 막사까지 들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무렵 먹구름이 몰려오고 세찬 비바람이 분다. 새벽녘에 강풍과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뱃길마저 끊겼다. 기자가 울릉군으로부터 받은 체류 허가는 24시간. 자연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이곳에서 관청의 허가는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았다. 식사 대용으로 가져온 초코파이도 다 떨어졌다. 지난 19일 만 하루를 기약하고 독도에 들어간 기자는 풍랑에 묶여 21일까지 염치없게 경비대원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내무반에서 생활했다. 밤새 뒤척이다 밖으로 나가자 바닷바람이 온 몸에서 선 잠을 툭툭 털어내준다.“독도야 잘 잤니?” ●대한민국 독도 경비대. 오버! “독도는 ‘전국구’입니다.”2003년 경찰대를 졸업하고 독도에 자원한 성대규(26·경위) 경비대장과 서울 근무를 마다하고 독도에 온 석장준(35·경장) 부대장의 자부심이 배인 말이다. 대장부터 막내 대원까지 37명 모두가 섬 생활이라곤 해 본 적 없는 전국에서 모여든 뭍사람들이라는 뜻일게다. 등대원 3명과 종일 심드렁하게 누워 있는 천연기념물 368호 삽살개 곰이(수컷)와 몽이(암컷)도 외지에서 왔다. 대한민국 동쪽 땅끝. 해발 98.6m 동도(東島) 정상은 사방을 둘러봐도 바다뿐이다. 대원들은 24시간 수평선을 마주한 채 경계근무를 선다. 독도는 울릉경비대 소속인 6개 소대가 2개월씩 돌아가며 근무한다. ‘우리 땅’ 독도이지만 반경 12해리를 지나는 배는 외국 상선이 10척 중 9척꼴로 훨씬 많다. 외국 상선과의 무전 교신은 우리의 독도 주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This is Korea Police Dokdo dispense station.Welcome to Korea.(여기는 대한민국 경찰 독도경비대.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상황실에서 교신을 시도하자 외국 상선은 즉각 국적과 항로를 말하며 화답한다.“Thank you.(고맙다)” 20일 새벽 2시. 온 몸을 때리는 비바람 속에서의 경계근무. 칠흑같은 어둠에 잠긴 적막한 순간이다. 이날 오전 최대 순간풍속은 22.7㎧.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초소 양 옆은 천길 낭떠러지다. 대원들의 가장 큰 적은 일본 순시선도 괴선박도 아닌 험준한 지형과 외로움이다. 근무 중 추락 사고 등으로 사망한 젊은 대원만 6명에 달한다. ●“돌 하나씩만 집어가도 독도는 없어져요.” 지난 3월부터 독도 입도가 허용되면서 경비대는 바빠졌다. 오전과 오후 하루 두차례 독도에 들어오는 인원은 모두 140명. 울릉도에서 출발한 삼봉호가 접안을 할 때마다 경비대의 ‘선박 경계조’가 출동한다. 주 임무는 관광객의 안전을 챙기고 통제구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감격에 겨운 관광객 1명이 해안가에서 검은 돌 하나를 집어들자 석 부대장이 제지한다.“여러분이 돌 하나씩만 가져가도 독도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된 섬 자체가 천연보호구역이다. 토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화산암으로 이뤄진 독도는 풍화작용만으로도 계속 깎여 나가고 있다. 보급선에서 물을 공급받는다는 기자의 잘못된 상식과 달리 경비대는 바닷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계로 걸러낸 식수의 최대 담수용량은 3t. 물탱크를 가득 채워도 경비대의 일주일 사용량에 불과하다. 대원들은 샤워도 순번대로 한다. 한번 사용한 물과 빗물은 그냥 버리는 법 없이 화장실과 청소에 사용한다. ●불어라 “북동풍아….” 독도에 머문 지 사흘째에 불과한 눈썰미로도 파도와 바람 방향만 보고도 배가 뜰지 안 뜰지, 접안이 가능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 독도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지난 3월 24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울릉도∼독도간 유람선 삼봉호(106t·정원 210명)의 운항횟수는 40회. 이 중 23회는 독도 접안에 성공했으나,17회는 실패했다. 삼봉호 선장 송경찬(50)씨는 “북동·북서풍이면 독도가 바람을 막아 접안시설 인근에 파도나 너울(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이 거의 일지 않게 돼 접안이 가능하지만, 남동·남서풍이면 해풍을 막아 줄 아무런 시설물 등이 없어 2∼4m의 높은 파도가 일어 접안이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21일 오후 삼봉호가 독도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에 짐을 꾸렸다. 그러나, 높은 파도에다 풍향은 여전히 접안에 맞지 않는다. 삼봉호의 접안이 불투명해지자 경비대가 체류 시한을 24시간 이상 넘긴 기자를 울릉도로 보내기 위해 인근에 머물던 오징어잡이 배에 연락을 취했다.‘기자 독도 방출 작전’은 파도가 잦은 독도의 반대편에 위치한 옛 접안 시설에서 어선을 타고 바다에서 삼봉호로 옮겨 타는 것으로 계획이 잡혔다. 숨가쁘게 달려간 옛 선착장. 어선은 보이지 않고 입도에 실패한 삼봉호가 우리를 발견했다. 별안간 ‘뿌∼웅’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방향을 튼 삼봉호. 선착장 1m 앞까지 접근하자 몸을 날린 기자를 뱃머리에서 붙잡는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독도야. 인간의 욕심에 상처입지 말고 이 땅의 모든 생명들에게 푸르게 푸르게 생명 그대로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렴.”한 점으로 작아져가는 독도를 향해 기자는 두손을 모았다. ● 76년 접안시설 기념글엔 유신흔적이… 기자는 독도경비대가 주둔하는 동도(東島)의 통제구역에서 독도의 여러 모습을 찾아냈다. 접안 시설인 물량대에서 동도 정상까지 난 외길을 타고 들어가, 독립문 바위 동쪽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옛 접안시설 부근에 새겨진 한 글귀가 있다.‘총화로 단결하여 유신과업을 완수하자.’1976년 7월 18일 울릉경찰서가 접안시설을 준공한 기념으로 새긴 글이다. 뱃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에 유신이라니…. 참담한 마음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독도는 괭이갈매기의 집단 서식지이다. 독도에 마을이 생긴다면 ‘괭이부리말’이라고 부를 성 싶다.4월 산란기를 맞은 괭이갈매기들은 이방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동쪽 계단은 그들의 둥지가 됐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기자에게 괭이갈매기는 여지없이 ‘똥벼락’을 날린다. 그들 나름의 불청객 퇴치법이다. 유난히 상징물이 많은 독도. 경비대 막사 앞에 새겨진 ‘韓國領(한국령)’이라는 글자는 예전 ‘독도의용수비대’가 새긴 것이다. 그러나, 물량대 인근에서 발견한 한 비석은 오랜 세월에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라는 글자만 보일 뿐 누가 세웠는지는 글자가 희미해 분명치 않았다. 괭이갈매기의 텃세를 피해 경비대 막사 지붕에 자리잡은 한 쌍의 비둘기. 동해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는 161㎞,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9.5㎞ 거리에 있다. 통신을 목적으로 훈련시킨 전서구(傳書鳩)로 추정된다. 글 독도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남해안도 ‘조스’공포

    봄철이면 전북과 충남 서해안을 공포로 몰아넣던 톱니 이빨의 식인상어(조스)가 전남 남해안에도 나타나 어민들에게 경계령이 내려졌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25일 “24일 낮 12시쯤 여수시 남면 소리도 0.5마일 해상에서 조모(46·여수시 돌산읍)씨가 쳐놓은 정치망에 몸길이 4m, 무게 3t 가량의 백상아리 암컷 1마리가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에도 소리도 앞에서 조씨의 그물에 백상아리 암컷과 엇비슷한 크기의 수컷 1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해안에서 식인상어가 나타나기는 지난 95년 이래 10년 만이다. 죽은 상어는 마리당 35만∼36만원에 팔렸다. 만약 이 정도 크기의 고래라면 2000만∼3000만원을 웃돌아 고래가 그물에 걸릴 경우 어부들은 횡재로 여긴다. 여수해경은 식인상어 출현해역에서 경비함정 순찰을 강화하고 어민들을 대상으로 패류 채취나 야간작업을 일절 금지시켰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지리산 반달곰 겨울잠 깼다

    지리산 반달곰 겨울잠 깼다

    지난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들여온 새끼 반달가슴곰들이 석달여 만에 겨울잠을 끝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1일 “지난 1월초 지리산에서 동면에 들어간 반달곰 6마리 가운데 ‘제석’이 등 수컷 3마리는 겨울잠에서 깨어나 동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암컷 3마리는 아직 동면굴 안에 머물고 있다.”면서 “이달 중순 이후부터는 암컷도 굴에서 빠져나와 점차 활동반경을 늘린 뒤 먹잇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4월 하순이 되면 새끼곰 6마리가 모두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대공원 동물가족들 ‘베이비 붐’

    대공원 동물가족들 ‘베이비 붐’

    돌고래가 힘차게 물 위를 뛰어오르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섰다. 캥거루와 새끼사자 등 지난 겨울 만났던 대공원 어린 식구들은 모두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다. 잔점박이 물범을 시작으로 호랑이·늑대 등 많은 동물가족들이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암컷을 둘러싼 수컷들의 세력 다툼도 뜨겁다. 이번 주말에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대공원에서 대자연의 숨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 돌고래처럼 힘차게 일상 속에서 뛰어올라보자.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동물 가족 이제는 봄이다. 지난 3월 몇 차례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진해 군항제 등 봄맞이 축제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결 가벼워지고 화사해진 거리의 옷차림에서도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동물 친구들은 어떻게 봄을 맞고 있을까. 지난해 겨울의 초입에 들러봤던 서울대공원을 다시 찾았다. ●봄은 ‘출산의 계절’ 봄이 되면 꽃과 나무의 꽃망울이 피어나고 새순이 돋아나는 것처럼 동물들에게도 새생명이 태어나는 계절이다. 겨우내 실내 사육장에서 여느 계절보다 가깝게 지내다보니 절로 ‘눈이 맞은’ 동물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보통 동물들의 발정기가 2∼5월에 집중되기 때문에 봄에 새끼를 낳거나 임신을 하는 동물들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올해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동물은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된 잔점박이 물범. 따뜻한 바닷가에 주로 사는 잔점박이 물범은 다 자라면 몸길이 1.4m에 몸무게 90㎏ 정도로 바다표범 가운데 가장 작은 편이다. 지난 2월 암컷 한 마리가 먼저 태어났고 뒤이어 지난달 수컷 한 마리도 태어났다. 멸종 위기에 처해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을 한 팀버늑대의 출산도 관심을 모은다.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 종보전팀은 지난 1월 인공수정에 성공한 암컷이 하루빨리 몸을 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베리아 호랑이, 사자, 코요테 등 16종 28마리의 암컷이 임신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음 달까지 ‘베이비붐’이 계속될 예정이다. ●내가족 지켰건만….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동물원 들소사에 있는 마콜(소과 동물) 수컷은 소중한 가족을 지키려다 뿔을 잃어버린 뒤 가족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생김새가 비슷한 히말라야타알이 이웃해 있는 암컷 마콜에 구애를 하자 화가 난 수컷 마콜이 뿔로 위협을 하면서 히말라야 타알을 견제했다. 그러던 어느날 흥분한 수컷 마콜이 튼튼한 나무우리를 뿔로 들이받아 뿔이 뽑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뒤 한달 정도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우리로 돌아간 수컷 마콜은 아끼던 가족으로부터 냉대와 공격을 받게 됐다. 뿔도 없고 한달여 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 암컷과 새끼가 수컷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도권 쟁탈도 치열 주도권 쟁탈도 치열하다. 겨우내 부쩍 자란 새끼 동물들이 아버지 세대 동물들에 도전을 하는 까닭이다. 유럽 들소가 바로 그 경우다. 지난해 봄 부쩍 자란 ‘장남’ 유럽 들소는 힘이 부치는 ‘아버지’ 들소를 밀어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1.5m에 이르는 우리를 껑충껑충 넘어다니기까지 했다. 결국 동물원측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장남’들소를 보다 튼튼한 우리에 따로 격리 수용하기에 이르렀다.1년 넘게 ‘독방 수용’처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기동물들 겨우내 무럭무럭 지난 겨울 만나봤던 아기동물들은 겨우내 튼튼하게 잘 자라나 있었다. 어미로부터 버림받아 인공 포육장에서 작은 바구니를 침대삼아 자라던 아기 캥거루 ‘캥숙이’는 ‘루사’라는 이쁜 새이름을 갖게 됐다. 또 ‘루미’라는 비슷한 처지의 동생을 만나 겨우내 함께 컸다. 두 아기캥거루는 이제 우유를 떼고 풀과 당근 등으로 구성된 이유식을 먹고 있었다. 사육사 한효동씨는 “두 녀석 모두 건강하게 자랐기 때문에 다음달 말쯤 무리로 되돌려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공 포육장에 함께 있던 아기 사자 남매도 다리가 튼튼해지고 덩치도 듬직해졌다. 서로 장난을 하는 모습도 ‘동물의 제왕’답게 늠름하고 힘이 넘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최고스타 자리를 놓치지 않는 아기 오랑우탄 보미는 10일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한 아역탤런트 조정은양과 잠실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두산의 홈경기에서 시구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봄엔 식물들도 활짝 서울대공원에는 동물들과 함께 식물들도 봄맞이 소식을 전한다.5일까지는 토피어리, 야생화, 난초 등이 전시되는 ‘봄맞이 웰빙식물전’ 행사가 열린다. 좁은 공간에서도 키울 수 있는 화초들이 전시, 판매된다.4월에는 ‘허브축제’와 ‘장미축제’도 열린다.11월까지는 서울대공원 삼림욕장에서 숲해설가가 함께하는 삼림욕 프로그램인 ‘파란하늘과 푸른숲으로의 여행’도 진행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몸값 왕’은 10억짜리 로랜드 고릴라 “호랑이가 비쌀까, 돌고래가 비쌀까.” 서울대공원이 보유한 296종 2372마리의 동물 가운데 가장 ‘몸값’이 높은 동물은 어떤 것일까. 정답은 나이지리아·카메룬·콩고 등 서아프리카 낮은 지대의 열대우림에서 건너온 ‘로랜드 고릴라’. 현재 로랜드 고릴라는 1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전세계적으로 5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희귀하거나 지능이 높을수록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또 사람 나이로 20∼30대에 해당하는 동물들이 새끼나 늙은 동물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특별히 관리할 필요도 없고 번식을 통해 새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능이 높은 오랑우탄이나 돌고래 등이 1억 5000만∼2억여원선의 높은 가격에서 거래된다. 재두루미나 황새 등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조류도 1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이들에 비해 호랑이나 사자는 3000만원 선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들소나 사슴류 역시 1000만∼5000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파충류도 1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근친교배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동물원들은 동물을 교환하거나 매매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서울대공원의 경우 10여마리를 팔거나 교환했다. 매매거래의 경우 전체 몸값의 10∼20%정도가 운송료와 보험료로 포함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덩치 크지만 시선만 제압하면 ‘OK’ “코끼리를 예뻐해주시는 만큼 우리 막내 사육사들도 예뻐해주세요.”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생기 넘치는 곳은 코끼리가 있는 대동물관이다. 동물원 78명의 사육사 가운데 ‘홍일점’인 김진아(23·서울 성북구 정릉동)씨와 ‘막내’인 박광식(26·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씨가 20대 특유의 생기발랄함을 맘껏 발산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내 첫 여자 코끼리사육사”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김씨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한 여자 코끼리 사육사”라고 소개한다. 중부대 애완동물자원학과 00학번인 김씨는 지난해 4월 대학 졸업 직후 대공원 코끼리 담당으로 취업했다.“대학 재학중 대공원으로 실습왔을 때 담당했던 코끼리를 잊을 수 없었다.”는 김씨는 “코끼리는 덩치가 커 먹이나 배설량이 엄청나지만 일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오전 7시쯤 출근해 배설물을 치우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준 뒤 적당한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김씨의 오전일과.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오후 2시와 4시 관람객들을 위해 설명회를 하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면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코끼리를 다시 사육장에 넣고 먹이를 충분히 준 뒤 퇴근하면 온몸은 녹초가 된다. 김씨는 “코끼리의 덩치가 커서 항상 몸조심을 해야 하지만 코끼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시선만 제압하면 별 문제 없다.”면서 “이젠 먹이를 주지 않고 불러도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 만큼 친해졌다.”며 웃는다. ●박씨,“공부하는 사육사 될 것” 박씨는 올 1월 입사해 김씨의 후배지만 사육사 경력으로만 보면 훨씬 선배다. 에버랜드에서 사육사로 1년6개월가량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서울대공원은 다른 동물원과는 달리 한 동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점이 좋다.”는 박씨는 사육사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도 갖고 있다. 상지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부 때부터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동물원 사육사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바쁘고 힘든 일과시간을 쪼개 축산기사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또래라 손발이 척척 둘은 같은 또래라 마음도 잘 맞고 손발도 척척 맞는다. 박씨는 “선배들을 대할 때처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점이 많아 좋다.”고 설명한다. 김씨 역시 “아무래도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어 의지가 된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입사선배’인 만큼 ‘하극상’은 용서할 수 없다.”며 웃는다. 박씨가 김씨를 오토바이 뒤편에 태우고 지나갈 때면 다른 사육사들은 부러운 듯 시샘을 한다. “어이, 너무 둘만 붙어 다니지 말라고.”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 제주시 신제주 ‘꽃게마을’

    [이집이 맛있대] 제주시 신제주 ‘꽃게마을’

    왕게(kingcrab)찜이 맛있는 계절이다. 암컷이 4∼5월이면 알을 낳게 돼 지금이야말로 알이 밴 상태가 그만이고, 인절미처럼 쫄깃쫄깃한 육질 맛도 제철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에 있는 제주시 신제주 구 신한백화점 뒤편에 있는 ‘꽃게마을’에 가면 왕게찜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수컷 킹크랩은 이등변 삼각형, 암컷은 원형에 가깝다. 이 집에서는 게의 본맛을 즐기게 하기 위해 살아있는 킹크랩을 바로 삶는다. 물에 적당히 불을 조절하면서 두번 삶아 내온다. 채반 위에 풍성히 쌓여 게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킹크랩찜과 수북한 알덩어리는 보기만 해도 침이 저절로 고인다. 다리살은 맨 끝마디를 부러뜨린 후 당기면 살 전체가 통째로 빠져 나온다. 다리를 가위로 세로로 길게 잘라 포크로 꺼내 먹어도 재미있다. 게의 껍질에 담아내는 비빔밥도 맛있다. 껍질의 밥과 참기름, 깨, 김, 쪽파와 비빈 후 다시 몸통에 담아낸 비빔밥은 조개국물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말만 잘하면 자연산 미역에 성게를 얹어 왕게찜과 함께 먹는 호강도 누릴 수 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4)영산강 그리고 홍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4)영산강 그리고 홍어

    봄 바다에 진달래 꽃빛이 드리울 무렵이면 홍어의 북상이 시작된다. 한류성 어족인 홍어가 남쪽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면 봄이 완연하다는 증거이다.‘자산어보’에도 ‘동지 후에 비로소 잡히나 입춘 전후라야 살이 두껍고 제맛이 난다.2∼4월이면 몸이 쇠약해져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흑산도 홍어’를 입에 달고 산다. 당연히 흑산도를 홍어문화의 본산지로 안다. 홍어 주산지가 흑산도임은 분명하지만, 홍어 식도락문화의 본향은 영산포다. 잡힌 홍어들이 배에 실려 구비구비 영산강 뱃길을 따라 일주일여를 올라와 옛 남도의 물류거점이었던 영산포에 닻을 내리면 어느새 홍어는 ‘푸욱∼’ 발효되어 예의 ‘썩은 홍어’가 되고 만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먼 뱃길을 따라 올라오는 사이에 자연발효돼 독특하고 절묘한 맛을 연출하는 것. ●1915년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등대 설치 영산포는 흑산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흑산도 앞 영산도 사람들이 왜구들을 피해 몰려와 살면서 ‘영산포’라는 지명이 붙었기 때문이다. 섬과 강변, 바다와 강은 이렇게 하나로 연계되었다. 정작 흑산도 사람들은 ‘싸하게 썩힌’ 홍어보다 생물을 좋아한다니 역시 홍어 원조는 영산포임에 틀림없다. 사실 홍어는 백령도 근해에서도 많이 잡힌다. 그러나 경기 일원에는 판로가 없다. 제값을 받으려면 백령도에서 잡은 홍어도 영산포까지 가져와야 했다. 뱃길로 보름여, 혹은 차에 실어 먼 길을 내려오다 보면 그 새 홍어는 삭아 제 살에 다른 맛을 들이곤 했으니,‘실크로드’에 견줄 서해안의 ‘홍어길’이 아니겠는가. 오늘날 영산강은 이름만 옛 강이로되 사람도, 풍광도 옛것이 없다. 하구언이 막히면서 물길이 끊겨 ‘끝발 날리던 포구’의 영화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조운선이 진을 치고, 남도의 숱한 어선들이 모여들어 도회를 이뤘던 영산포에는 홍어뿐 아니라 흑산도·낙월도 등지에서 올라온 소금과 온갖 해산물이 철철이 산을 이뤘고, 이 ‘갯것’들은 ‘염질’을 거쳐 광주 등 내륙의 대처로 팔려나갔다. 등대는 바다의 상징이다. 누구나 그렇게 아는 등대가 이곳 영산포에는 바다가 아닌 강에 서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 등대이다.1915년에 설치됐는데, 그 시절 얼마나 많은 배들이 몰려들었으면 여기에 등대를 세웠겠는가. 그 관록의 강변에는 지금도 홍어집들이 즐비해 옛날의 영화를 증언하고 있다. 필자가 영산포에 들어선 날, 마침 한 방송국의 홍어문화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은 영화배우 오정해씨와 조우했다. 목포에서 태어나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오씨는 ‘장군의 아들’을 촬영했던 이곳 옛 거리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었다.“일제시대에 지어진 이런 건물들을 잘 보존해서 교훈으로 삼어야 쓸 것인디, 자고 나면 없어지고 해서 정말 안타깝지요.” 이곳 선창의 창고 건물이나 가게터들은 근대 백년의 확실하고도 소중한 증거들이지만 그 노쇠함이 도도한 개발 붐을 버텨내지 못한다. 천만 다행으로 ‘영산포선창 근대거리’를 조성하는 계획이 입안되고 있다. 나주시 김종순 학예사는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인 영산포거리 보존은 영산포뿐 아니라 남도 포구문화의 핵심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토종 홍어 빈자리 칠레산이 대신 옛적, 일제는 널디 너른 나주평야의 쌀들을 영산포에 모았다가 일본으로 실어냈고, 지금도 남아 있는 정미소 건물은 이런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개항과 더불어 왜인들이 이곳에도 몰려왔으니, 영산포는 영산강 하구의 목포와 쌍벽을 겨누던 침략의 대상이기도 해 당시 동양척식회사의 문서고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이제 흑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홍어는 거의 없다. 그나마 올해는 예기치 못한 풍어로 뜻밖에 홍어 맛을 보기는 하지만 값이 비싸 범접이 쉽지 않다. 그런 탓일까.‘민주당 홍어’라는 말에서 읽히듯 홍어는 정치권에서도 고급 선물용으로 으뜸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홍어 두 마리를 선물로 보낸 일화가 홍어의 위상을 웅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 목포 인근이라는 사실과 결부되어 ‘홍어정치’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아마도 물고기 중에서는 가장 높고, 크게 노는 게 홍어 아니겠는가. 토종 홍어의 빈자리를 칠레산 등 수입산이 채운다. 칠레 홍어를 처음으로 들여다 판 사람은 ‘영산강 지킴이’로 불리는 양치권(영산강홍어 대표)씨. 부산으로 유학을 떠나 수산대학을 졸업한 양씨는 20여년 전인 지난 83년에 원양어선을 타고 칠레까지 진출해 그곳 홍어를 알게 됐다. 주변에서 그를 ‘홍어잡이와 보급, 홍어식도락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평하거니와 남도문화의 중심 먹을거리에서 전국구 음식으로 퍼져나가는 홍어 붐의 배경에 양씨의 숨은 노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냄새도 못맡던 사람들이 홍어의 진미를 알고 찾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라며 넉넉하게 웃는다. 하구언 때문에 막힌 것은 물길만이 아니다. 국산 홍어 자체의 수급도 막히고 말았다. 이제 흑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홍어는 거의 없다. 잡히지 않는 홍어가 수급조차 안 되니 눈길은 자연히 칠레 등 외국으로 돌릴 밖에. 말이 칠레산이지 전문가들이 우리 홍어와 맛이 가장 닮은 것을 용케 골라 수입하기 때문에 때깔도 그렇거니와 삭혀 놓으면 맛까지 흡사하다. 물론 살 씹히는 맛이야 우리 것을 따를 수는 없지만…. 홍어를 칠레에서만 들여오는 건 아니다. 아르헨티나·미국·뉴질랜드산도 한 자리를 잡고 앉으니 홍어어물전만큼 세계화에 일찍 눈뜬 곳도 없다. 물론 수입산도 맛이 제각각이다. 예부터 오방풍토부동(五方風土不同)이라 했다. 풍토가 다른 데 맛이 같을 수 없다. 홍어는 남도 사람들의 관혼상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식이다. 오죽하면 “홍어 빠진 잔치는 잔치도 아니여.”라는 말이 나왔을까. 전라도와 무관한 서울 사람들의 혼례식에까지 홍어가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문화 전파의 힘이 강력함을 의미한다. 홍어문화는 전라도 특유의 것이되 20세기 후반부터 차츰 북상하여 이제는 가히 전국구로서 손색이 없다. 문화변동의 중요 사례로 역사에도 기록해 둘 일이다. ●홍어요리의 제왕 ‘홍탁삼합’ 알싸한 맛 그만 홍어는 정말이지 버릴 게 없다.‘애’라고 부르는 내장은 날것으로도 먹지만 요즘 철에 보리 새싹을 뜯어넣고 끓여낸 홍어탕은 맛의 고향이라는 이곳에서도 ‘맛을 못보면 한 철 땡친다.’고 할 만큼 선호도가 높다. 보리싹이 어우러진 홍어탕은 쑥국, 냉잇국과는 또 다른 격조의 식도락이다. 연한 뼈가 오독오독 씹히는 튀김에 무침과 전, 찜, 회, 탕, 심지어 새로 개발된 탕수육까지 홍어요리의 지평은 자꾸 넓어진다. 그러나 이런 것을 모두 제압하는 것이 바로 ‘홍탁삼합’이다. 홍어에 막걸리와 묵은 김치, 기름 뺀 돼지고기 수육을 곁들이는 삼합의 도도한 취흥은 어떤 음식도 따를 수 없는 홍어문화의 절정이다. 군동내 풍기는 묵은 김치와 익힌 돼지고기를 곁들여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 절정의 중심에는 홍어와 ‘환장하게 잘 맞는’ 김치가 있다. 진한 젓갈로 맛을 내 겨우내 곰삭힌 김치맛이 삼합의 묘미를 보장하는 것인지라, 같은 홍어라도 다른 곳 김치에 싸먹으면 그 맛이 영 아니다. 그 홍어식도락은 홍어 삭힘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푹푹 찌는 두엄더미 속에 묻어 사나흘 푸욱∼ 썩힌 홍어의 아린 맛과 특유의 향내는 홍어식도락의 절정이다. 외국인들이야 이 냄새와 맛에 저절로 나가 떨어지지만 그 ‘치명적’인 향내야말로 홍어를 가장 홍어답게 하는 것이니, 누가 그 절차에 시비를 걸겠는가. 썩은 두엄더미 속에서 썩혔어도 세상에 홍어먹고 탈났다는 이가 없으니 이 절묘한 과학성과 문화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홍어의 발효과학은 아직 미궁이다. 분명한 것은 다른 물고기보다 10배나 많은 요소가 발효 과정에서 암모니아로 변하면서 알칼리성으로 숙성된다는 점. 현장의 발효실에 들어서니 마치 온 몸을 소독하는 기분이다. 양치권씨는 코를 내두르는 필자에게 “만병통치실에 들어온 소감이 황홀하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친다. 홍어가 내뿜는 기운이 워낙 강해 이곳 일꾼들은 피부병을 모르거니와 홍어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 뒤 속쓰림이 없는 것도 홍어의 강력한 알칼리성 때문이다. 홍어. 요즘의 ‘웰빙’ 개념에 딱 들어맞는 발효식품이다. 홍어를 민간에서 천식과 관절염, 골다공증 등에 좋다고 여긴 것도 강한 냄새와 뼈까지 씹어먹는 섭생 특징에서 비롯됐으리라. 최근에는 홍어가 항암성분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까지 제시돼 잘나가는 판에 날개를 단 형국이다. 영산포 사람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남도 사람들은 덜 익은 홍어를 즐기는 반면 서울사람들 중에 간혹 옛 맛을 잊지 못하는 팬들은 남도 사람들도 코가 얼큰할 만큼 쏘는 맛이 강한 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진짜 강력한 맛을 본바탕보다 서울 사람들이 선호한다니 맛의 유전인자가 갖는 강력한 이동성의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하구언 없는 영산강의 진짜 봄을 꿈꾸며 전라도 속담에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란 말이 있다. 그토록 귀하고 맛있는 홍어가 왜 ‘만만한 것’으로 비유됐을까. 솔직히 필자도 홍어를 찾아나서면서 그 대목이 가장 궁금했다. 수컷의 생식기는 한 쌍으로 꼬리 양쪽에 길게 늘어져 있는데, 이게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그래서 어부가 숫놈을 잡으면 우선 홍어거시기부터 잘라 버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되었단다.‘자산어보’에 ‘수놈에는 양경이 있다. 그 양경이 곧 척추이다. 모양은 흰 칼과 같은데, 그 밑에 알주머니가 있다. 두 날개에는 가는 가시가 있어서 암수가 교미할 때에는 그 가시를 박고 교합한다. 낚시를 문 암컷을 수컷이 덮쳐 교합하다가 함께 잡히기도 한다. 결국,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어 음(淫)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적었다. 실제로 암수가 붙은 채로 끌려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놈들은 갑판 위에서도 떨어질 줄을 모른단다. 그래서 어부들은 ‘그 꼴이 거시기 해’ 수놈의 양물을 싹둑 잘라 버리니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아니겠는가. 낚시를 문 암컷을 덮치는 수놈, 그 처절한 섹스의 미학을 홍어가 연출하는 셈이니, 과연 놀라운 섭리라 하겠다. 하구언 때문에 바닷길이 막힌 강변을 따라 걸었다. 봄빛이 완연하다. 그 옛날, 얼음이 녹으면 겨우내 잠자던 배들도 이곳 영산포로 뱃머리를 돌렸으리라. 하구언 없는 영산강의 진정한 봄은 과연 언제쯤 맞을 수 있을까. 한 쪽에서 일고 있는 ‘하구언 없애기’야말로 영산강에 대한 축복이며, 생태환경에 대한 각성이 없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증표가 아닐까. 홍어에만 글을 받쳤지만 어찌 영산강에 홍어문화만 있었을 것인가. 남도 사람들의 온갖 애환을 실어나른 영산강 뱃길문화의 복구야말로 바다와 강이 만나는 문화 다원성의 값진 복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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