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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급식 학부모 ‘강제봉사’ 여전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달 17일 강제적인 학부모의 급식배식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암묵적인 강요로 학부모 동원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설문이나 학부모 총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결국 학부모 배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은평구 B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박모(36)씨는 “학부모 총회가 열렸지만 배식원을 둘 경우 매월 2만 7000원씩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에 학부모 배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후 2시에 학부모 총회를 열어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참석하기도 어려웠고 불참시 위임장을 쓰는 대신 ‘결정사항을 따르겠다.’는 전달문에 서명을 해야 하는 등 의견 수렴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 S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권모(38)씨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애매한 설문조사로 결국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B초등학교, 강남구 D초등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는 배식 도우미를 채용, 급식 비용을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있다. 학교측의 입장도 난감하다. 시교육청이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부모 동원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급식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고 있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연은초등학교 신원영 교장은 “제대로 된 개선책이 있다면 누구인들 개선하고 싶지 않겠느냐.”면서 “예산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기 반도 아닌 다른 반에서 봉사하려는 학부모도 없으니 난감할 따름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사설] 학부모 급식 동원 왜 못고치나

    초등학교 저학년 급식에 학부모를 도우미로 강제동원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서울시 교육청은 최근 이 관행이 물의를 빚자 서둘러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내 초등학교에 시달했다. 강제당번은 금지하고 유급인력을 채용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유도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핵심이 빠진 개선방안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암묵적 강요는 여전하고 당번을 못할 경우 하루 2만 5000∼3만원씩 일손을 사보내야 돼 오히려 부담만 늘었다는 것이다. 급식당번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교사로부터 눈총을 받거나 학생들 사이에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로 당번을 맡고 나선다. 그러나 시간을 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나 편부모 가정, 장애인 학부모들은 원천적으로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말이 학부모지 대부분 어머니가 동원됨으로써 여성노동에 대한 평가절하, 왜곡된 성역할 인식 주입 등 교육적 역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일리 있게 들린다.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이다. 따라서 의무교육에 속하는 초등학교 급식에 필요한 보조인력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게 옳다. 예산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유급인력을 채용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시는 애초에 개선방안이 되지 못했다.1997년 급속히 도입된 급식제도 자체도 부담이 큰데 보조인력비까지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노동력을 이용한 사회적 일자리제도를 활용하거나 과도기 동안 급식봉사를 위한 아버지 휴가의 날을 사회적으로 운영해 보는 등 적극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 “만주 고대사는 쥬신족의 역사”

    지난해 한국을 들끓게 했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쥬신사’가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의 주인공은 동양대 김운회 교수. 그는 책으로도 출간돼 관심을 끌었던 ‘삼국지 바로 읽기’에 이어 ‘대쥬신을 찾아서’를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동북공정은 만주에 대한 기억을 둘러싼 싸움이다. 이 싸움에 대한 기존 접근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고구려사지키기와 요동사적 관점, 변경사적 관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3가지 관점 모두 약점을 안고 있다. 고구려사 지키기는 우리 역사를 지킨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과거를 현재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재단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요동사 개념은 만주를 중국·한국과는 별개의 지역으로 상정, 차분하게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었지만 고구려·발해라는 역사적 실체마저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변경사는 근대의 국가·국경·민족 개념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시각을 제공하긴 했지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일 뿐 전체적인 얼개는 없다. 김 교수의 ‘쥬신사’는 이런 시각을 모두 뛰어넘어 ‘쥬신족’의 역사를 내세우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틀은 기존의 상식과 전혀 다르다. 중국이 제시하는 ‘중국VS주변국’이라는 중화주의 사관이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데 반해 김 교수는 이 틀 자체를 ‘몽골-만주-한반도-일본의 쥬신족VS중국의 한족’으로 바꾼다. 즉 만주의 역사는 바로 ‘몽골-만주-한반도-일본’에 걸쳐 있던 쥬신족의 역사라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현재의 중국 땅에 있었다고 해서 모두 중국사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 모두는 중국사가 아니라 쥬신족의 역사다. 지금 현대의 중국은 용케도 청나라를 물려받는 바람에 그 영역이 커진 것일 뿐이다. 이런 김 교수의 접근법은 현재의 국가·국경·민족 개념을 절대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시에 역사적 실체를 모두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 교수 역시 지나친 민족주의적 편향성은 거부하고 있다. 단순히 한민족의 영광이 아니라 쥬신족의 분화를 차분하게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몽골비사’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문헌, 풍속·민담·설화 등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 인종 등에 대한 DNA분석 등을 끌어다 쓴다. 이를 통해 중국이 ‘서융(西戎)’,‘북적(北狄)’,‘동이(東夷)’라 불렀던 흉노·선비·말갈·예맥·숙신·여진·만주족의 뿌리는 결국 쥬신족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들 명칭은 모두 해가 뜨는 나라라는 뜻으로 쥬신은 조선의 옛 발음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色色남녀]두려워말고 배워라

    철학자 쇼펜하워는 ‘에로스는 만물의 근원이며 성관계야말로 모든 행위의 중심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그 ‘중심’이 흔들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아직도 이 땅의 많은 남녀들은 성관계라는 것을 섹스에만 초점을 맞추고 섹스를 생식기의 결합이나 접속정도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축구경기를 단순히 ‘튼튼한 다리들의 발차기’라고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상 속에 범람하는 섹스 속에서 우리는 과연 섹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작년에 35살 미모의 커리어 우먼인 후배가 10년 열애,6년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서로가 첫사랑이었고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었다. 그들 부부는 다행히(?) 아이가 없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들은 최근 몇 년 간 섹스를 하지 않은 채 각 방을 썼다고 한다. 그야말로 운명적 사랑으로 만나 섹스리스(Sexless)커플로 살다 남남으로 헤어진 것이다. 섹스리스 커플은 대략 3개월 이상 섹스하지 않는 부부면 해당된다고 한다. 물론 섹스리스를 보는 관점이 다양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30대 전문직을 가진 섹스리스 커플이 점차 많아진다는 사실에 있다. 아마도 그들은 20대 청춘을 전문직 자격증 따기에 몰두하였고 남보다 자유로운 연애를 할 기회가 적었을 것이다. 체계적인 성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실전 경험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중심적 생활에 익숙한 상태로 결혼을 했기 때문에 부부간의 성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래도 우리 부부는 아무 문제없다.’고 노래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배우자의 성적 무관심과 성적 무지로 자신을 억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문제를 상대에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부부간의 성생활은 백지로 만든 채 가정을 유지하지만 과연 그것이 행복한 삶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아내와의 섹스는 피하면서 포르노를 보고 ‘혼자만의 성생활’을 즐기는 남편 때문에 미치겠다는 여자들도 있다. 정말로 아내를 죽이는(?) 남편이다. 그런가 하면 아내의 무심한 성욕과 섹스회피로 사는 낙이 없다고 가슴을 치는 남자들도 적지 않다. 나도 개인적으로 밝히는 남자보다 섹스에 무지한 남자가 더 무섭다. 내가 보기에 여자를 밝히는 남자는 여자의 성 심리와 신체적 구조 등에 대한 지식이 많아 매너가 젠틀맨이다. 반면에 섹스에 무지한 남자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성향이 있으며 성적 콤플렉스마저 갖추었을 때는 ‘시한폭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섹스리스나 성적 갈등은 섹스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섹스는 오래하거나 횟수가 많거나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하고 싶은’마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려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심갖기, 이해하기, 존중하기, 책임, 주는 것, 이 5가지의 부산물이 섹스이다.’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은 행복한 삶의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 섹스, 아는 만큼 할 수 있고 하는 만큼 느낄 수 있고 느끼는 만큼 행복도 커진다. ●임해리는 15년 독신의 경험을 토대로 ‘혼자 잘 살면 결혼해도 잘 산다’와 ‘SQ를 높여야 연애에 성공한다’를 출간한 자타가 인정하는 ‘연애학박사’.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2)일본의 끝나지 않은 해양 정복욕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2)일본의 끝나지 않은 해양 정복욕

    아, 우리가 즐겨써 온 그 ‘현해탄’이란 이름 조차도 큐슈 북부의 특정 해변에서 비롯된 것이니, 식민 극복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가슴으로 느낀다. 독도는 이같이 거대한 해류 위에 돌출된 시금석이리라. 독도를 독도 문제로만 국한할 경우, 결코 해양 패권의 세계사적 드라마를 읽지 못할 것이니,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어도 제국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 일이다. 지난 10일. 일본 시마네현의회 총무위원회가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한다는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대통령과 한국 외무부가 아무리 ‘내 마누라론’을 주장하고, 침묵으로 묵살하고, 소극으로 일관해도 일은 끝내 벌어진 것이다. 사실 흥분할 것도 없다. 사태는 예정된 수순을 따랐을 뿐이므로. 주한 일본대사의 당당한 영유권 주장, 아사히신문 경비행기의 독도 진입작전, 게다가 한승조·지만원을 비롯한 국내 극우인사들의 맞불작전까지, 돌이켜 보면 우연은 하나도 없다. 영토분쟁을 표면화시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가기 위한 일본 지도부의 야욕이 마각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19세기 에도막부, 홋카이도 식민화 ‘다케시마’ 주장은 망언이 아니며, 망언은 실제로 없으니 망언이란 말을 써서도 안된다. 체계적이며, 장기지속적인 심대한 해양정책에서 비롯된 국가의지의 또다른 표현일 뿐 결코 돌출발언은 아니다. 일본의 노골적인 행태는 가히 고삐 풀린 망아지 수준이되, 관·민 합동으로 질서정연하게 치고 빠지면서 주연·조연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등 화려한 연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시네마현의 조례 제정을 일본 정부가 만류했다고 하나 전혀 믿을 게 못된다. 양동작전일 뿐이다.‘식민지근대화론’의 미몽에 취해 선전·선동을 일삼던 지식인들을 비롯, 차제에 지난 수백년간 일본이 아시아 바다에 남긴 족적을 단계적으로 살펴 감고계금(鑑古戒今)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19세기에 에도(江戶) 막부는 ‘숲속의 사람들’ 아이누족의 영토였던 북해도, 즉 홋카이도를 식민화한다. 일단의 식민경영 세력이 ‘숲의 섬’을 치고 들어갔다. 그 후 100여년이 지난 오늘, 보호구역에 갇힌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아이누들은 박제화되어 일본에서도 차별받는 2만여명의 혼혈아로 잔존할 따름이다. 일본은 홋카이도에 이어 사할린으로 손길을 뻗친다. 러시아와 북방 4개 도서 반환문제로 시끌벅적하지만, 사실 러시아도 북방 영토에 대해서는 논할 자격이 없는 나라다. 차르 시절, 코사크 기병대를 앞세워 동진을 거듭해 사하·축치·에벤키·캄챠달 등이 살던 시베리아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그들 아닌가. 일본은 이어 남쪽의 류쿠(우리측 사료에는 유구로 기록됨)를 병합한다. 오키나와는 일본이 붙인 이름이고 본래는 류쿠국이었다. 독립 왕국으로 중국은 물론 조선과도 문물교류를 활발히 하며 조공·중계무역에 힘써 문화가 크게 번성한 나라였다. 무역선 활동 범주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 등 서남아시아까지 뻗친 해상국가였다. 그러나 도쿠가와 바쿠후 성립 6년째 되던 1609년 규슈 남부의 번주인 사쓰마한(薩摩藩)은 3000군사로 류쿠를 점령한다. 단, 정략적 입장을 취해 국제무역에서 엄청난 차익을 남기는 사탕수수 같은 경제적 수탈은 감행했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방관·조절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후 류쿠는 일면 일본에 수탈당하면서도 중국에 조공의 예를 갖추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불행한 역사의 시작이다. 사실 사스마한의 점령 이전에도 류쿠는 왜구의 노략질에 시달려 왔으니, 류쿠와 일본의 악연은 해묵은 것이다. 그러던 일본은 1879년 드디어 ‘류쿠 처분’을 단행한다. 이로써 독립왕국 류쿠는 오키나와현으로 강등되어 일본에 병합된 이래 오늘에 이른다. 이처럼 일본의 해양식민화 정책은 전략적 포석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집요하게 기다리며 정확히 잡아먹을 시기를 노리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日정부, 남양군도 침략행위 전면 부정 1874년 청·일전쟁의 전후 보상으로 타이완을 챙긴 것은 교과서에 나온 상식.‘대륙 중국’이 타이완을 팔아넘긴 셈이 되었지만 사실은 그 중국이 타이완을 팔아넘길 자격이 있는지도 되물어야 한다. 타이완에는 푸젠(福建) 등 남부에서 이주해 온 중국인도 많았지만 이른바 타이완 원주민인 토착 타이완족이 살고 있었다. 일본의 타이완총독부가 설치되면서 그들의 운명 역시 아이누처럼 박제화되고 만다. 타이완총독부에서 갈고 닦은 식민경영의 노하우가 이후 고스란히 조선총독부로 전수되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일본의 해양식민화가 홋카이도, 사할린, 류쿠, 타이완 같은 섬 정도에 그친 것은 아니다.1919년 파리강화회의 결과 일본은 사이판, 괌 등이 속한 이른바 남양군도를 자치령으로 분배받는다. 세계열강의 태평양 분할정책에서 그 지분을 챙긴 것. 남양군도는 서태평양 적도 이북의 작은 섬인 미크로네시아의 동쪽 끝 카리바시와 서쪽의 괌을 제외한 엄청나게 드넓은 바다.19세기말 이래로 독일이 지배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일본의 남양제도 위임통치령이 되었고,1947∼1986년에는 국제연합의 위임을 받은 미국의 태평양 신탁통치제도가 되었으니, 태평양은 태평과는 무관한 격동의 바다였다. 일본인들은 남양군도로 들어가 설탕, 술, 수산가공품 같은 사업을 펼쳤으며 한때 사이판의 일본인이 10만을 헤아리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패전 후 최초로 오는 6월 극우인사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대동하고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이판을 찾아 일본군 전몰자들을 추모할 계획이다. 남양군도에 대한 침략행위의 전면 부정이 자행되고 있으며, 그 선봉에 일왕이 선 격이다. 당연히 대표적 극우언론인 산케이는 일왕의 사이판 방문 소식에 ‘감격해 하며’ 이를 전면에 도배하는 충성을 과시했다.‘위령의 여행’으로 묘사하면서 ‘남양군도’를 지배하던 향수를 노골적으로 되살려 낸 것이다. 팔라우의 수도인 코로(Koror) 외곽으로 빠지다 보면 코발트빛 바다 위에 ‘아이고 브리지’가 떠있다. 머나먼 팔라우까지 징용왔던 한국인들이 기아와 고통 속에 ‘아이고’를 연발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오죽하면 ‘아이고다리’로 명명되었겠는가. 정신대로 끌려온 나이 어린 여성들이 하루에 수십명씩의 일본군을 상대하며 피를 토하고 죽어간 남양군도로 ‘신의 아들’이 ‘위령 여행’을 떠날 것이 분명한 즉, 야스쿠니신사 참배에서 격을 높여 다시 대양으로 진출하는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이른바 태평양전쟁이라 칭한 데서 알 수 있듯 세계대전의 본질은 해양패권의 각축이다. 일본은 실질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사이판과 괌은 물론 필리핀, 팔라우, 티니안, 얍, 뉴기니 같은 섬, 그리고 서진을 거듭하여 인도네시와, 말레이시아 등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식탐을 과시했다. 우리의 인식은 대륙 지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일본의 아시아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해양이라는 거대한 또 하나의 영토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기다리다 덮치기… 집요한 日 해양정책 일본은 세계열강의 해양 재편성에 기초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국제해양법 신질서에 매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남쪽으로 눈길을 돌려 기왕에 문제가 되어온 조어도, 일명 센카쿠열도 문제로 중국과 심각한 해양분쟁을 일으킨지 오래다. 미래의 해양자원을 염두에 넣는다면 일본이 조어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너무도 확실하다. 남쪽으로 눈을 돌려 손톱만 한 바위에 불과한 오키노도리시마(沖鳥島)로 명명하고 자기 영토에 포함시켰다. 해양과학자들까지 동원해 섬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 침대만 한 섬 하나에 290억엔을 퍼부었다. 이로써 자신의 영토(38만㎢)보다도 넓은 40만㎢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게 된 것. 나아가서 태평양 복판에 떠있는 미나미도리까지 영토로 선포했다. 이렇듯 일본은 해양 영토에 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러니 독도가 어찌 그들의 눈독에서 빠질 수 있었으랴. 이런 만행이 대중국 포위전략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암묵적 동의 없이 가능할까. 미국 역시 ‘해양제국’이다. 일제의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이 태평양전쟁에 개입하는 단서가 마련되지만, 기실 일본과 미국이 가쓰라-테프트밀약을 통해 섬 국가인 필리핀과 반도국가인 한반도를 ‘빅딜’하는 국제적 공모에 가담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직·간접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태평양의 섬은 거의 없다. 태평양은 공해가 분명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대주주’행세를 하고 있다. 오키노도리시마와 미나미도리는 남양군도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일본이 만들어낸 ‘바다 땅따먹기’의 야심작이 아니겠는가. 근래 일본 정부는 해양권 확보에 노골적이다. 경제산업성, 외무성, 국토교통성 등이 주동이 된 연락회의가 공개적으로 열린다. 숨길 게 없다는 식이다. 독도 영유권까지 인정받는다면 일본은 전체적으로 405만㎢의 배타적 경제수역, 즉 일본 영토의 10배를 뛰어넘는 방대한 해양영토를 확보하게 된다. 제주도 한경면에는 일본군이 옥쇄를 대비해 만든 거미줄처럼 얽힌 가마오름땅굴이 있다. 버려졌던 이 땅굴은 한 개인의 희생적 노력으로 현재 평화박물관이 되어 있다. 이곳 이영근 관장은 “현재 공개된 굴은 극히 일부로, 모두 바다를 향해 포신을 겨누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땅굴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와 일본군 알트르비행장을 벗어난 송악산 해변에도 미군기를 겨냥했던 동굴들이 줄지어 있다. 태평양전쟁의 구체적인 해안진지가 한반도 곳곳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같은 ‘평화’라도 韓·日 인식 달라 가미카제 특공대가 출격을 감행했던 규슈 남쪽 가고시마현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지란(指宿) 바닷가에도 같은 이름의 ‘평화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소년병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모정을 빙자한 최루성 역사 회고만 존재할 뿐 전쟁 자체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같은 ‘평화’를 거론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인식차는 상상을 초월한다.‘제국의 바다’를 잊지 못하는 일본의 추억만들기가 계속되는 한 ‘현해탄’의 파고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아, 우리가 즐겨 써온 그 ‘현해탄’이란 이름조차도 규슈 북부의 특정 해변에서 비롯된 것이니, 식민 극복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가슴으로 느낀다. 독도는 이같이 거대한 해류 위에 돌출된 시금석이리라. 독도를 독도 문제로만 국한할 경우, 결코 해양 패권의 세계사적 드라마를 읽지 못할 것이니,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어도 제국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 일이다. 해방 60주년, 일본은 20세기형 제국의 바다를 21세기에 다시 ‘신장개업’했다.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우선 청와대와 외무부의 공식 입장 및 향후 일정부터 듣고 싶다. 또 ‘내 마누라타령’으로 일관하면서 질질 끌려다니다 끝내 국제사법재판소 법정마당까지 끌려가 내 영토를 약취당하고 말 것인가.
  • ‘한일 우정의 해’ 금 가나

    ‘한일 우정의 해’ 금 가나

    한·일 관계의 뇌관은 항상 ‘독도’에 있어왔다. 보다 못한 국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회 문광위는 지난달 28일 ‘한·일 우정의 해 문화교류행사’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쉽지 않은 싸움의 선봉에 섰다. 독도를 국제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정부의 무대응 전략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왔던 정치권이 칼을 빼든 셈이다. 결의안을 제출한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은 “남의 땅을 제 땅이라고 우기는 망언을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형식적 문화교류, 겉으로만의 우정은 지속될 수 없다.”면서 다카노 대사 소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결의안은 또한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 상정의 즉각 철회와 우리 정부의 ‘독도의 날’ 제정 촉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결의안으로 인해 ‘한·일 우정의 행사’ 자체가 백지화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문광위에 참석한 정동채 문화관광장관은 “독도는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영유권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이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무대응 입장을 재확인하며 정부간 행사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호주제 위헌여부 3일 결정

    헌법재판소는 3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781조 1항과 778조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여성계와 유림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호주제 폐지를 포함한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헌재는 크게 합헌, 위헌, 한정위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합헌 결정은 암묵적으로 ‘호주제 폐지가 위헌’이라고 선포하는 것이다. 반면 호주제가 헌법상 남녀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지면 민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플리바게닝 국내외 사례는

    국내에서도 뇌물이나 마약·조직폭력 사건 등의 수사에서 면책이나 약한 처벌을 조건으로 증언을 얻어내는 일이 암묵적으로 있었다.‘거악’ 척결을 위해 ‘소악’은 눈감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1993년의 ‘슬롯머신 사건’ 당시 홍준표 검사(현 한나라당 의원)는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로 불리던 정덕진씨 형제를 ‘처벌을 가볍게 해주겠다.’고 회유, 정치권 및 검찰 고위인사 등 비호세력의 명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의 거부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03년 현대비자금 및 대북송금 사건 수사 때에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다. 권노갑씨와 박지원씨를 수뢰 혐의로 기소하면서 150억원 전달자인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김영완(해외체류)씨를 상대로 면책조건부 증언을 유도해 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이 사건으로는 이 전 회장을 기소조차 하지 않았고,‘자진귀국해 수사에 협조하면 불구속 수사하겠다.’면서 김씨를 회유했다. 수사 책임자가 일종의 ‘플리바게닝’을 시인한 사례도 있다. 검찰은 지난 2000년 신구범 전 제주지사의 30억원 수뢰사건을 수사하면서 뇌물을 건넨 D산업 대표 한모(52)씨를 벌금 2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앞서 한씨는 100억원대의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수배돼 2년여간 해외를 전전하다 갑자기 귀국해 검찰에 출두한 뒤 신씨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은 수배 사유였던 횡령 등은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30억원대의 뇌물공여자가 약식기소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한씨를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당시 서울신문의 의혹 제기로 파장이 확산되자 수사 책임자는 “죄질이 나쁜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감경 조건으로 자백을 받아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미국의 경우 마피아 관련 범죄나 연쇄살인 사건 등에서 플리바게닝과 면책조건부 증언취득 제도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1992년 뉴욕 마피아의 대부 존 고티는 조직의 2인자였던 살바토레 그라바노의 법정증언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라바노는 ‘5년 이하로 감형해 주겠다.’는 검사의 약속을 받아낸 뒤 고티의 살인교사 혐의를 법정에서 증언했다.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진짜 ‘플리바게닝’은 연쇄살인 등 강력사건 재판에서 많이 활용된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발생한 여성 48명 연쇄살인사건(일명 그린리버 사건) 용의자인 게리 리언 리지웨이가 2003년 사형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범행 일체를 인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고무줄 개봉일

    ‘어, 개봉일이 언제 바뀌었지?’ 요즘 영화 기사를 쓸 때 개봉 날짜 때문에 혼란을 겪는 일이 잦아졌다. 시사회때 받은 보도자료만 믿고 기사를 썼다간 자칫 오보를 내기 십상이다. 물론 일주일 이상 개봉일이 앞당겨지거나 연기될 때는 홍보사에서 미리 고지하지만 하루이틀 차이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같은 영화의 개봉날짜가 언론 매체마다 다르게 표기되는 해프닝도 종종 생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주5일제 근무로 주말 개념이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바뀐 이후 금요일 개봉은 영화계의 암묵적인 룰로 정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목요일 혹은 수요일 개봉이 늘면서 이같은 관행은 무색해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엔 상당수 영화들이 수요일에 개봉했다. 연말 기대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영화 ‘역도산’이 실제 주인공의 기일에 맞춰 수요일(15일)을 개봉일로 정하자 경쟁작들이 줄줄이 날짜를 앞당긴 것. 반면 이번주에는 거의 모든 영화가 약속이나 한 듯 목요일(13일)에 개봉했다.‘쿵푸허슬’‘월드오브투모로우’‘키다리 아저씨’를 비롯해 당초 금요일(14일)예정이던 ‘몽정기2’도 슬며시 이 대열에 합류했다. 다음주엔 ‘뉴 폴리스 스토리’‘나를 책임져, 알피’‘베니티 페어’ 등 개봉작들이 모처럼 금요일에 나란히 막을 올린다. 어차피 주말 관객이 대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실질적인 흥행 스코어보다는 경쟁작에 선제 공격을 당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좋게 말하면 마케팅 기법, 나쁘게 보자면 눈치보기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고무줄 개봉일’의 이면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있다. 원래 2월3일 개봉 예정이었던 ‘공공의 적2’는 홍보사의 표현을 빌리면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달 27일로 개봉일을 한 주 앞당겼다. 반면 지난 연말 한차례 연기 끝에 오늘 개봉하려던 캐나다의 비상업영화 ‘스노우 워커’는 극장을 잡지 못해 부랴부랴 2월25일로 개봉일을 다시 미뤘다. 꺼진 불만 다시 볼 게 아니라 이젠 개봉날짜도 한번 더 챙겨볼 일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印尼 ‘쓰나미 부패’ 와의 전쟁

    쓰나미 최대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 이재민들을 위해 전세계에서 밀려드는 구호품들이 일부 빼돌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쓰나미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만연한 부패를 일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콕에 거점을 둔 아시아 인권감시단체 ‘포럼-아시아’는 5일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 아체주(州) 일부 관리들이 생존자들에게 구호품을 팔고 있다고 밝혔다고 6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포럼-아시아는 아체에서 활동하는 회원과 협력자들이 “반다 아체의 술탄 이스칸다르 무다 공항 관리들이 (구호품)라면을 500루피아(약 50원)씩에 팔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인도네시아 정부군이 운영하는 일부 배급소들의 경우 이재민들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구호품을 주지 않았고 구타를 하기도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공개했다. 구호품 비리 의혹이 잇따르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구호품을 유용할 경우 중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뇌물 제공은 기름칠’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을 만큼 부패가 만연해 정부의 엄중처벌 방침이 가시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수하르토 독재 시절 공무원들의 월급을 박봉으로 묶어놓는 대신 뇌물 수수를 암묵적으로 묵인한 뒤 급속히 증가한 부패 악습이 최근의 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다. 아체 주지사도 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5월 반군과의 대치를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해임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대표적인 부패 관리로 알려져 있다. 현지 사회운동가들은 매년 인도네시아 정부 예산의 30% 이상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으로 미뤄 피해 복구에 사용될 10억달러 중 30%가량이 빼돌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이 6일 보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SBS 조건부 재허가

    6개월여를 끌어오던 SBS 재허가추천 문제가 ‘조건부’ 재허가 추천으로 결론났다.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말로 허가유효기간이 만료되는 SBS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추천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지난 90년 SBS 출범 당시 방송허가 대가로 SBS측이 약속한 사회환원 부분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아 어정쩡한 타협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가 SBS에 제시한 재허가추천 조건은 ▲매년 기부금 공제 뒤 세전 이익의 15%를 공익재단에 출연하고 ▲사회환원 미납금 300억원을 3년에 걸쳐 내겠다는 계획을 준수하고 ▲방송허가 당시 태영이 내기로 한 300억원 가운데 아직 내지 않은 69억원을 낼 것 등 4가지다. 이 조건의 이행은 SBS가 매년 방송위에 보고해야 한다. 방송위는 이날 전체 회의를 통해 “90년 허가 때 여러 자료를 검토해 보면 (사회환원 약속이)SBS의 사업권 획득에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IMF 위기 직전인 97년까지 SBS가 수익의 15%를 사회에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켜왔다는 점을 들어 “실제적으로도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방송위는 그러나 SBS 출범 당시 사회환원 약속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조항이 없어 이 약속은 ‘암묵적’이라고 결론지었다. 여기에는 문화관광부나 방송위가 2001년 재허가 당시에는 SBS의 사회환원 약속 이행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방송위 성유보 이사는 “2001년 재허가 당시 관련 서류 등을 검토했으나 그때 관계자들은 사회환원 약속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SBS는 90년 출범 당시에 했던 사회환원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 올해 재허가 추천 과정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SBS는 뒤늦게 수익의 10% 사회환원,300억원 출연 등을 내걸었지만 원래 약속이 15%였고 출연금 액수는 600억원대로 추정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표준형 국민’으로 살아가기/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표준형 국민’으로 살아가기/육철수 논설위원

    헌에는 국민의 4대 의무가 명시돼 있다. 국방·교육·납세·근로의 의무다. 대한민국 땅에서 국민 대접 받으며 살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도리는 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구일 것이다. 기자의 경우, 현역으로 군대갔다 와서 예비군 훈련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직장민방위대에서 활동 중이니, 이쯤이면 국방의 의무는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의무교육 이상 받았고 소득세·양도소득세 꼬박꼬박 다 냈으니 교육·납세의 의무도 그만하면 됐고,20년 가까이 직장생활하며 나름대로 성실히 일했으니 근로의 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헌법이 요구하는 ‘표준형 국민’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결격사유가 거의 없다고 자부했는데, 요즘 사회 분위기로는 이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 이른바 개인의 ‘색깔’도 요구받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색이 다르면 대화가 껄끄럽고 다양한 인간관계의 형성에 벽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색깔’은 양극사회에서 요구받는 또 다른 중요한, 암묵적 잣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권이나 정책에 대한 호불호, 투표성향, 정치·경제·사회적 시각, 특히 미국과 북한에 대한 관점이 개인의 색깔을 가늠하는 주요 요소들이 아닌가 싶다. 말이 나왔으니 기자의 색깔도 한번 가려보자. 비밀투표를 원칙으로 하는 나라이니 지지성향을 밝히기는 곤란하고,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때는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반대로 기울었으니 결국 친정권 쪽에 선 것이며, 수도이전에는 반대했으니 반정권 쪽에 선 셈이다. 호주제·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나, 요즘 논란거리인 과거사 규명,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언론법 개정 등 소위 ‘4대 개혁법안’에 대해서는 여권과 생각을 약간 달리한다. 기업에는 일부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으나 대체로 우호적이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기자와 같은 성향의 정치인들이 많은 것을 보면 색깔이 분명치 않을지 모르나, 기자는 ‘중도보수’로 자평한다. 언젠가 노 대통령이 모대학 강연에서 “별 놈의 보수 다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을 땐 그래서 세게 열받았다. 돌이켜보건대, 이 땅에서 표준형 국민으로 살아가기란 쉬운 것만도 아니었다. 군인 출신 대통령 때는 군대식 무거움에 짓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바빴고, 민주투사 출신들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이념논쟁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변호사 출신 대통령을 모셨더니 사사건건 법리 논쟁거리여서 골치아픈 헌법책 들여다보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최근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더 생겼는데, 서울 강남(송파구)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살림에 착실하게 저축해서 정착지가 된 것인데, 여권 일각에서 걸핏하면 강남주민을 들먹이니 마음이 썩 편치 않다. 여당의 모 국회의원이 그제 국회 상임위에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이 대부분 강남에 살아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투로 말했다는 부분에선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강남에 사는데 뭐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공개적으로, 시시때때로 적개심을 표출한다면 그것이 과연 선량으로서의 도리인지 되묻고 싶다. 암울하고 어려웠던 시기에 목숨걸고 민주화 투쟁을 한 많은 인사들이 참여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서 그들의 소신을 펼치고 있다. 모든 것이 민주화된 마당에 마땅히 사라졌어야 할 집단시위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착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여성&남성] 통계로 본 가정폭력

    매맞는 남편의 이야기가 종종 소개되곤 하지만 통계에서 나타난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분명 아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은 모두 1만 3141명이다. 이 가운데 아내학대가 83.8%인 9985명을 차지한다. 남편학대가 2.2%인 242명, 노인학대가 1.5%인 202명, 아동학대가 0.7%인 92명이었다. 이것도 신고된 숫자만을 파악한 것이어서 실제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폭력의 수단은 손이나 발을 쓰는 단순폭력이 84.5%인 1만 110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흉기를 이용한 폭행도 1128건 8.6%나 됐다. 전체 가정폭력사범 가운데 2.2%인 285명이 구속되고 나머지 1만 2068명은 불구속처리됐다.‘가정사’라는 이유로 흉기를 사용하더라도 사법기관에서조차 암묵적인 용서가 이뤄지는 일이 아직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피해자의 43.5%인 5714명이 상처를 입었고 이 가운데 908명 6.9%는 전치 2주 이상이었다. 전치 4주 이상으로 장기입원을 해야 하는 피해자도 97명이나 됐다. 그럼에도 가해자의 92.1%는 전과가 없어 가정폭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가장이 저지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폭력의 발생원인은 가정불화가 44.5%인 5854건, 음주가 22.1%인 2905건, 성격차이가 14.1%인 1851건, 빈곤이 10.2%인 1339건, 외도가 9.1%인 1192건이었다. 가해자를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44.1%인 579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가 30.9%인 4067명,50대가 15.3%인 2013명,20대가 6.1%인 804명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은 결혼 10∼15년차 부부가 28.8%로 가장 많았고,5∼10년차가 23.6%,15∼20년차가 16.4%의 순이었다. 하지만 신혼 초기부터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부부도 15.7%나 차지했다. 가정폭력은 피해당사자가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거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참고 견디는 특징을 보인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대부분은 5년 이상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이금형 과장은 “심지어 아내를 감금해 폭행하는 등 폭력의 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지만 남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서 “사회적인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가정폭력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부는 가정폭력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부터 전국 6000가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말까지 이루어지는 이번 조사에서 가정폭력의 발생 정도 및 빈도, 유형, 원인을 밝히고 대처방법 등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정부­전공노 정면충돌로 가나

    정부­전공노 정면충돌로 가나

    공무원노조법 입법을 둘러싼 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간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전공노는 노동3권이 빠진 정부안을 거부하면서 총파업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정부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원천봉쇄하고 가담자를 모두 사법처리, 중징계하겠다고 못박았다. 총파업 찬반투표가 실시되는 9∼10일 전국에서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어떤 방법으로든 막겠다” 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과 김승규 법무부장관은 4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전공노 총파업을 “공무원으로서 불법으로 파업하겠다는 행태는 국민과 정부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지었다. 이에 따라 총파업과 관련된 집단행동에 대해 “주동자는 배제징계하고 가담자는 형사처벌까지 포함해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전공노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유급노조전임자를 인정하는 방식 등으로 전공노를 사실상 묵인·방치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특별교부세 지원 중단, 정부시책사업 선정 때 배제 등 범정부 차원의 행정·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 장관은 이날 오후 소집된 시·도 행정부시장·부지사 회의에서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총파업 찬반투표와 관련된 모든 집단행동을 원천봉쇄하기로 하고, 연루 공무원을 현장에서 바로 연행하기로 했다. 불응하면 공무집행방해 행위로 엄벌할 방침이다. 집행부 전원에 대해서도 검거에 착수했다. 최기문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지방경찰청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지휘관은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력한 대처를 지시했다. ●전공노 “총파업 성사시키겠다” 전공노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를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전공노 정용해 대변인은 “이미 전공노의 활동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지 오래”라면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전공노와 제대로 대화조차 하지 않은 정부는 강경대응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공노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총파업 찬반투표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다. 지난해 총파업 찬반투표 당시에는 경찰의 원천봉쇄와 투표함 수거로 총파업 투표가 부결됐었다. 파업 찬반투표가 일반적 투표 원칙인 ‘재적 조합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아니라 ‘재적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공노는 정부가 찬반투표행위부터 막겠다고 나선 것도 이 점을 노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쉽게 당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투표 전에 기관장 면담 등을 통해 각 지자체에 압박을 가하고 사수대를 결성, 투표소를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전공노 관계자는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외에도 찬반투표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방안들이 모두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왜 책임을 떠넘기나” 전공노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노조전임자를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 지목된 지자체들은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전공노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데 대해 행자부가 ‘인기영합적’이라고 규정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는 “유급전임자는 한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지목된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도 “단체협약이란 것은 없고 합의서나 협의서 정도는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의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확실하게 대응해야 할 곳은 지자체가 아니라 중앙정부”라면서 “중앙정부가 흐지부지 대처하고는 지자체들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전공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자체 탓만 하며 교부세 지원을 끊겠다는 것은 행자부가 오히려 지역주민들을 볼모로 삼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조태성 유영규기자 cho1904@seoul.co.kr
  • 中기업 해외기업사냥 본격화

    중국 기업들의 본격적인 해외기업 사냥이 시작됐다. 이번 주 시행된 중국정부의 자국기업의 해외투자 규제완화 조치로 중국기업들의 해외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행보가 더욱 빨라지게 된 것이다. 19일자 파이낸셜 타임스는 올해 중국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44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건당 평균 투자규모가 아직 1억달러 미만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기업사냥’이 보다 대형화되고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영국 부품업체 MG 로버와 함께 폴란드의 대우자동차를 사들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SAIC는 3억 5900만달러로 쌍용자동차 지분 49%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SAIC가 대우 및 쌍용의 인수에 성공하면 쌍용의 스포츠유틸리티(SUV) 및 대형차 생산기술과 대우의 중소형 차량관련 디자인 및 생산기술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게 돼 미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항저우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인 완샹은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부품업체를 사들였다. 완샹의 기업사냥 최대 목표 역시 SAIC와 마찬가지로 기술력 확보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선진국들의 경계심과 기술장벽이 높아지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 기업을 통째로 사들여 ‘노하우’를 전수받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연구·개발기술의 확보외에 해외에서 제조업체를 사들이려는 이유에는 새로운 시장개척과 원가 절감도 포함돼 있다.SAIC는 동유럽에서 지명도가 있는 대우의 상표로 시장 석권의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제조업체 말고도 자원과 중간재에 목마른 중국기업들은 세계 각지에서 유전 및 광산 매입과 각종 금속분야 기업들에 대한 지분참여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시장진출에 앞서 각지에 하청기업군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 덕에 세계적인 M&A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지역의 사냥 대상을 물색하며 ‘차이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 전문가는 중국경영자들이 아직 인수·합병에 대한 경험이 적어 협상 막바지에 불발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중국정부의 암묵적인 지원에 힘입은 초대형 국영기업들의 해외기업 사들이기가 곧 세계기업 판도를 흔들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이번 주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적격성 평가를 철폐하는 등 투자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서울광장] 교육마저 이념에 휘둘리나/손성진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육마저 이념에 휘둘리나/손성진 논설위원

    교육문제를 놓고 이런 극심한 대립을 보인 때가 일찍이 있었는가. 고교등급제 얘긴데, 이 교육적 소재를 놓고 온나라가 둘로 갈라져 물과 기름 같은 편가르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보란 없고 국가보안법 논쟁이 무색할 정도로 난리법석이다. 찬반 논리에만 집착하는 꼴은 개혁입법을 놓고 갈라져 다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망각했고 교육적 고려란 안중에도 없다. 고교등급제 논란은 불쑥 튀어 나온 게 아니다.1998년부터 해마다 입씨름을 벌였고 논란 끝에 ‘하지 않기로’ 했던 제도다. 서울대도 빠지지 않았지만 교육부의 강제 금지로 논란은 잠복했다. 모든 대학은 물러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2년 2월 일부 사립대가 은밀하게 시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목고의 경쟁률이 치솟는 현상도 벌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6개 외국어고의 경쟁률이 사상 최고에 이르자 “고교등급제 때문에 특목고 인기가 높아졌다.”고 태연히 밝히기도 했다. 그뒤에도 사립대들은 등급제를 해왔을 것이고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여기서 두가지를 생각해보자. 온나라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양상이 보혁 논쟁과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6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고교등급제가 누차 도마에 올랐을 때 여론은 비판이 주류였다. 지금 찬성 논조를 펴고 있는 한 보수 언론도 당시에는 평준화에 위배된다며 전교조와 같은 목소리로 반대했었다. 그러면서 강남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 옳으냐고 반문했다. 그런 태도를 하루아침에 바꾼 까닭은 무엇인가. 논쟁거리만 생기면 어느 한쪽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세를 키우려는 목적으로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교육마저 이념의 희생양이 되고 만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부의 직무유기다. 고교등급제를 고시로 금지한 교육부는 언론과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에도 실태가 어떤지 알려고도 하지 않다가 이제야 금시초문인 것처럼 조사를 한다, 어쩐다 난리를 피웠다. 지난해에도 학부모들은 특히 지방 학생들이 수시모집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는 대학은 제재해야 한다는 민원을 여러 경로로 제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무반응이었다. 학부모들은 겉으로는 금지하면서도 사실상 묵인하는 교육부를 원망했다. 대학들은 속이고 감추고, 교육부는 어영부영하고, 언론은 오락가락하는 사이 피해는 학생들만 보았다. 지방 학생들은 아예 수시모집은 포기했다는 말이 들린다. 암묵적인 등급제를 믿고 특목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념과 떼내서 생각할 또 다른 문제가 만 30년이 된 평준화다.‘하향식 교육평등론’이라고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일이다. 교육기회의 균등은 우리 헌법에도 보장된 민주국가의 기본 명제다. 보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헌법 제31조 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혹자는 ‘능력에 따라’라는 규정을 평준화 반대나 고교등급제의 근거로 제시하는데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이다.‘능력에 따라’란 뛰어난 학생을 더 뛰어나게 가르칠 뿐 아니라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차별없이 적합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학력격차를 평준화 실패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맞지 않는다. 평준화를 포기하면 학력격차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벌어지고 고착화될 것은 뻔하다. 교육은 교육적으로 생각해야지 이념과 결부지어서는 곤란하다. 이성을 잃은 논쟁은 결론에 이르기도 어려울 뿐더러 결론을 얻더라도 올바른 해답이 아니다. 냉정을 찾아 우리 교육의 현실과 진로를 교육적인 견지에서 진지하게 되짚어야 한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마약음료 먹여 ‘중독’ 손님취향 성형 강요

    지난 1999년 서울 미아리에 있는 성매매업소를 탈출한 이모(21·여)씨는 이틀만에 붙잡히는 바람에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폭행당했다.업주가 “이걸 마시면 나을 것”이라며 권하는 음료를 마신 이씨는 이후 폭행을 당할 때마다 이 음료로 통증을 달랬다.얼마 뒤 업주는 이씨에게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이씨가 마신 것은 진통제가 아니라 필로폰이었다는 것이다.이씨는 3년 뒤 가까스로 이 업소를 도망나왔지만,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는 금단현상에 괴로워하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결국 티켓다방을 다시 찾았다. ●성매매 피해여성들 ‘지옥생활’ 성구매 남성과 성매매알선자의 처벌 근거를 명확히 한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과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이 23일부터 시행된다.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대체하는 이 법으로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워지는 피해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서 성매매행위를 엄중히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법 시행을 꼭 1주일 앞둔 16일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단속보다도 업주와 성구매자로부터 받은 학대와 모욕,성매매로 얻은 질병 등이 더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 재활지원센터 ‘다시함께센터’를 찾은 피해여성들의 절박한 하소연을 들어봤다. ●피임기구 사용막아 성병감염 예사 다시함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문을 연 뒤 접수된 상담건수는 모두 6018건이다.센터를 찾은 피해여성의 상당수는 잦은 유산과 성관계 등으로 질병을 앓고 있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현재 서울 7곳의 지원센터와 쉼터에는 60∼80명의 여성이 재활교육을 받고 있다. 아버지의 잦은 폭행으로 집을 나와 성매매업소에 들어간 김모(21·여)씨는 “임신하면 업주가 조산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게 했다.”면서 “결근비가 하루에 몇십만원이라 유산을 한 다음날도 손님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취업사기를 당해 일본의 업소로 넘겨졌던 장모(24·여)씨는 “마담이 손님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얼굴을 고치지 않으면 ‘살벌한 곳’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억지로 눈과 코를 성형수술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피해 여성들은 성매매만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다.업주들은 여성들을 몸종 부리듯 온갖 잡일에 동원하면서도 인간적인 대우는 전혀 해주지 않았다. 생활고로 섬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기 시작한 신모(24·여)씨는 “청소나 설거지 같은,업주의 집안 일은 물론이고 업주 아들의 학부모 급식당번에 조상 산소 벌초까지 대신했다.”면서 “여름에는 물값이 많이 나온다고 거머리가 우글거리는 우물물로 목욕을 하게 했다.”고 치를 떨었다. 단속이 심해지고 남성용 피임기구인 콘돔이 불법 성매매의 증거품이 되는 일이 잦아지자,업주들은 성매매여성 보호를 위해 콘돔을 사용한다는 암묵적인 룰마저 깨고 있다.이에 따라 피해여성들은 임신과 유산,성병 감염 등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속보다 재활이 우선돼야” 한목소리 강릉의 룸살롱에서 성매매를 하다 매독에 감염된 신모(25·여)씨는 “업주가 ‘2차(성매매)에 나가 콘돔을 쓰다 단속에 걸리면 입장이 서로 난처해진다.’며 콘돔을 사용하려면 손님 술값을 다 우리보고 물라고 했다.”면서 “병에 걸린 손님이든 아니든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울먹였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단속을 넘어 피해여성들의 재활을 위한 지원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유영님(51·여) 공동대표는 “질병치료와 자활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는 성과만 재촉한다.”면서 “피해여성들이 능력을 계발하고 자기애를 되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면서 기다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기술직 “펜 잡아도 잘해요”

    공직의 직렬 고유분야가 허물어지면서 기술직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중앙부처 대부분이 직제를 복수직화하면서 예상됐던 일이지만 최근에는 내부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되던 보직의 벽도 무너져 기술직의 행정직 잠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대전청사의 경우 특허청은 행정직이 독점해왔던 심판원장(1급)에 2002년 처음으로 기술직이 배출된 후 지난 4월 공학도 출신의 행정직이 임명됐다. 그러면서 행정직이 다수를 점했던 국장급인 심판장(13명)은 기술직이 7자리를 차지했다. 산림청과 철도청도 기술직의 역할 확대가 주목된다.국장 4자리 중 기술직이 3자리를 차지한 산림청은 조만간 있을 인사에서 행정직이 늘 차지했던 연수부장(국장급)도 기술직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청은 신설된 경영관리실장과 4개 영업파트 중 고속철과 광역철도사업본부장에 기술직을 배치했다.고속철 개통 및 내년 공사 전환을 앞두고 전문성 제고란 해석이지만 영업분야에 기술직을 임명한 것은 파격으로 평가된다.이에 따라 본청 국장 12자리 중 기술직이 8명이나 된다. 조달청은 지난해 4월,54년 만에 첫 기술직 차장을 배출한 데 이어 계약업무와 함께 각종 소송 등을 맡는 시설국 계약과장에 기술직을 배치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고시원 성수기 맞아?

    고시원 성수기 맞아?

    1년여 동안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살고 있는 사시수험생 김모(29·여)씨.최근 뜻하지 않게 방값을 깎게 됐다.생활비 부담 때문에 집에서 통학하고 싶어 주인에게 방을 빼겠다고 했더니 월세를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낮춰줬다.물론 이런 사실을 주변에는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다. 신림동 고시원들이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방학을 맞았지만 정작 파리만 날리고 있어 울상이다.여름방학이 성수기인 까닭은 지방학생들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 대거 상경하기 때문이다.수도권에서도 꽤 많은 학생들이 몰려오는 데다 서울에 사는 수험생들도 2∼3개월씩 고시원에 살다 간다.수험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시설이나 가격 조건에서 인기 좋은 고시원은 방학 2∼3개월 전부터 예약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올해 여름방학은 완전히 다르다.지방 수험생은 자취를 감춰버렸고 서울이나 수도권 수험생들도 먼 거리를 통학하는 경우가 늘었다.경기불황에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탓이다.E고시원 장원준(34)씨는 “최근에는 방학이라고 오히려 수험생들이 빠져나가 30∼40%대던 공실률이 60%대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시원들마다 비는 방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고 있다.문제는 가격을 함부로 내릴 수만은 없는 처지라는 것.신림동 고시원 가격은 매우 정밀하게 계층화돼 있다.방의 넓이나 건물 내 위치,내부 시설 및 주변 환경에서의 미세한 차이가 1만∼2만원씩 월세에 반영된다.더구나 고시원들이 몰려 있다 보니 일종의 ‘암묵적 공정가격’까지 정해져 있는 형편이다.이러니 답답한 나머지 가격을 내리면서도 가격 내린 사실을 쉬쉬하기 바쁘다.얼마전 부산에서 신림동 고시원으로 옮긴 지방 수험생 주모(31)씨는 “서울을 오갈 수 없어 부동산을 통해 월세를 알아봤는데,실제 주인과 통화하자 가격이 10만원 이상 쑥 내려갔다.”고 말했다.다른 방 수험생에게는 월세를 밝히지 말아달라는 주인의 신신당부도 뒤따랐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클릭 아테네2004 D-4] 이봉주 마라톤 코스 적응훈련

    |아테네 특별취재단|“난코스임에 틀림없습니다.그러나 자신있습니다.” 에게해의 태양이 아직 떠오르지 않은 신새벽.마라톤평원에서 아테네 중심가로 이어지는 대로의 언덕을 ‘한국 마라톤의 자존심’ 이봉주(34·삼성전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달려 왔다.얼굴에선 연신 땀방울이 흘러내렸지만 자신감은 가득했다. 이봉주가 9일 새벽 5시10분(현지시간)부터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코스 중 ‘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15∼33㎞ 구간을 직접 뛰며 금메달 가능성을 타진했다.이봉주는 이날 이 구간을 1시간2분만에 주파했다. 이 구간에는 급경사로 이루어진 무려 7개의 오르막이 도사리고 있다.각각의 오르막은 1.5㎞ 이상 계속돼 탈락자가 속출할 전망.특히 터널이 있는 30∼32㎞의 마지막 오르막은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마지막 오르막에 오른 뒤 1㎞의 내리막에서 한껏 속도를 내는 것으로 훈련을 마친 이봉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든 코스”라면서 “스피드보다는 지구력이 승부를 가를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인환 감독은 “이번 마라톤 경기는 하루종일 햇볕에 달구어진 아스팔트가 지열을 최대로 내뿜는 오후 6시부터 열린다.”면서 “오늘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오 감독은 또 “우승기록이 2시간13분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막판 오르막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회 당일 오후 6시의 기온은 섭씨 29∼30도로 예상된다.마라톤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인 8∼10도를 훨씬 웃도는 것.이봉주는 스피드보다는 지구력이 더 뛰어나 일단 경쟁자들보다는 코스와 날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봉주는 “모두다 똑같은 조건이지만 한 번 해볼 만한 기회”라고 말했다. 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대회 직전 직접 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공식적으로는 뛸 수 없으나 차량 흐름이 적은 새벽에 뛰는 것은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다.케냐,일본 등에서 온 경쟁자들도 대부분 실제로 뛰어봤다고 한다. 이봉주는 이날 적응훈련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3차례 답사를 했기 때문에 코스를 완전히 익혔다.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지난 5일까지 계속한 고지대 훈련으로 오르막 공략에 자신감도 붙었다.이봉주는 하루 30㎞ 이상을 뛰는 도로 훈련을 11일로 마치고 오는 20일까지는 5㎞를 빠르게 달리는 스피드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이후에는 식이요법으로 최종 몸상태를 만든다. “2살 난 아들 우석이를 생각하면서 뛰면 힘든 줄도 모릅니다.마라톤의 발상지이자 가장 힘든 코스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 우석이의 이름을 걸고 도전하겠습니다.” 이봉주의 발이 그 어느 때보다 가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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