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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8) 봉화 도암정 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8) 봉화 도암정 느티나무

    논어(論語)에 “이인위미(里仁爲美) 택불처인(擇不處仁), 언득지(焉得知)”라는 말이 있다. 꼼꼼한 해석은 뒤로 미룬다 하더라도 핵심은 사는 자리가 어질면, 그 안의 뭇 생명들도 슬기롭고 어질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무도 그렇다. 어진 사람 사는 곳이 곧 어진 마을이고, 그 마을에서 자라는 나무는 어진 품새로 자라게 마련이다. 신기하게도 온화하고 공손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의 나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온화하고 공손한 품새를 가졌다. 하긴 같은 하늘, 같은 땅이 키워내는 생명의 결이 사람과 나무에 그리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마을 어귀의 단아한 정자를 품어 안아 경북 봉화군 봉화읍 거촌2리 황전마을은 예로부터 효도를 마을 정신 문화의 근간으로 삼았던 곳이다. 이 마을을 대표하는 선조 가운데, 조선 효종 때의 문신 황파(黃坡) 김종걸(宗傑·1628~1708)이 있다. 300 여 년 전에 이 마을 살던 그는 평범치 않은 효행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효성에 호랑이도 감동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병든 부모를 낫게 해 달라고 산에 들어가 금식기도를 올리던 중에 호랑이가 그를 인도하여 약초를 구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그의 후손이 살고 있는 황전마을이 경상북도 지정 효 시범마을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젊은 사람이 별로 없긴 하지만, 몇 안 되는 젊은 사람들 효성이 지극하고 말고. 어른 모시는 데에는 아마 우리 마을 젊은이들만 한 곳도 없을 거야.” 마을 입구 첫 집에 사는 예천댁(80)의 이야기다. 젊은이라고 해봐야 마흔을 넘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과수원을 일구는 예천댁의 마흔 넘은 아들도 그렇다는 자랑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황전마을은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54호인 도암정이 찾는 이를 먼저 반기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어귀에 단아한 자태로, 지나는 나그네를 부르는 도암정은 앞으로 펼쳐진 길다란 연못과 잘 어우러진 정자다. 푸른 연잎이 싱그럽게 퍼진 연못에는 인공섬이 있고, 그 가운데에 소나무 한 그루가 높지거니 솟아 올라 있다. 도암정 쪽문 바깥으로 난 조붓한 길가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여느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나무이지만, 이 느티나무와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살이를 바라보는 건 사뭇 흥미롭다. ●정자는 노인에게, 나무는 젊은이가 도암정은 1984년에 경상북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저녁 무렵이면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 된다. 거의 같은 시간에 마을의 젊은 사람들도 도암정 앞으로 바람을 쐬러 나오지만, 그들은 정자 안으로 들어서지 않는다. 어른들께 좋은 자리를 내주고, 젊은 사람들은 한데자리에 나와 앉는 것이다. 노인들이 나오기 전에 정자에 들어갔다 해도 노인들의 발 소리가 들릴라치면 곧바로 정자를 양보하고 느티나무로 나와 앉는 게 암묵적으로 지켜 온 ‘도암정 사용법’이다. 겉으로는 느티나무 그늘도 도암정 못지않게 시원하다고 말하지만, 아무려면 한 층 높이 올린 누마루의 편안함을 당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젊은 사람들의 자리는 언제나 느티나무 그늘이다. 나무 앞에는 옹색하나마 시멘트로 만든 긴 의자도 놓았다. 도암정 느티나무는 310년쯤 된 나무로, 도암정을 세운 뒤 풍광을 돋우기 위해 누군가 심은 나무로 짐작된다. 어른 키 높이쯤에서 줄기가 둘로 나뉘면서 자랐는데, 그 부분의 둘레는 5m 가까이 된다. 하늘로 오르면서 뻗은 가지는 도암정의 야트막한 지붕에 닿을 만큼 넓고 풍성하다. 나무 바로 옆으로는 널찍한 바위가 누웠고 다른 쪽으로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바위가 수직으로 늘어서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세 개의 집채만 한 바위를 마을의 풍요를 지켜주는 바위라 하여, 제가끔 쌀항아리, 술항아리, 돈항아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나무 쪽에서 보면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을 막아주는 바람막이 구실을 하는 바위라고 볼 수도 있다. “요 몇 해 사이에 나무가 많이 안 좋아졌어. 저렇게 큰 바위를 이고서도 잘 자라는 나무인데, 오래 살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야. 군에서 가지도 치고, 약도 주면서 정성을 들이긴 하는데, 줄기 속이 텅 비어서 바람만 크게 불어도 툭툭 부러지곤 해.” ●사람의 자태를 닮아 공손히 자라나 황전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오랫동안 지켜온 나무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깊어 예천댁의 미간이 잠시 찌푸려든다. 며칠 전에는 도암정 앞 빈터에서 세계유교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고가(古家) 음악회’를 열었는데, 그때도 느티나무 그늘이 중심이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몇몇 가지가 부러진 탓에 부실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도암정 느티나무는 융융한 자태다. 마을 근처를 지날 때에는 한번쯤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는 나무임에 틀림없다. 단아한 도암정을 품고 솟아오른 느티나무의 품 안에 들고 싶은 욕심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자 쪽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선 나무의 자태가 마치 느티나무 그늘에 드는 젊은이들의 공손한 모습을 닮았다. 사람살이를 오랫동안 지켜온 ‘효(孝)’의 정신이 나무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효의 마을에 오래 살면서 나무도 마을 사람들처럼 넉넉하면서도 공손한 생김새를 배우고 닮은 게 틀림없다. 글 사진 봉화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경북 봉화군 봉화읍 거촌2리 502. 도암정에 가려면 중앙고속도로의 풍기나들목이나 영주나들목을 이용해야 한다. 어느 쪽을 이용하든 영주 시내를 거쳐서 가게 된다. 영주시 동북쪽의 상망동에서 국도 36호선을 이용해 봉화 방면으로 간다. 10㎞ 남짓 가면 봉화농공단지 주변의 봉화교차로에 이른다.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난 지방도로 915호선으로 갈아타고 180m쯤 가다 나오는 농공단지 입구에서 좌회전하여 다시 200m쯤 가면 왼쪽으로 도암정과 느티나무가 보인다.
  • [열린세상] 아! 그리운 황고집 선생님/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아! 그리운 황고집 선생님/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지난 14일은 작가 황순원 작고 1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즈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서 더욱 작가가 그리워진다. 2000년 작가의 장례식장을 지킬 때, 세 명의 여고생이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조문을 왔다. 그들에게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더니, 평소 작가를 존경하던 차에 부음을 듣고 하굣길에 들렀다는 것이다. 작가는 일평생 그 흔한 문인 단체의 감투 하나도 쓰지 않았으며, 문학과 관련이 없는 잡문 하나 쓰지 않았다. 작가의 소설 ‘독짓는 늙은이’에는 자신이 평생 만들어 온 독을 완성하기 위해 가마 속으로 몸을 던지는 송 영감이 나온다. 그 송 영감처럼 작가는 오로지 문학에만 모든 열정을 바쳤던 것이다. 그 결과 “소설가 황순원을 말한다는 것은 해방 이후 한국 소설사 전부를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훌륭한 문학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작가의 제자 중 소설가가 되기 위해 신춘문예에 근 10년을 투고한 이가 있다. 어느 해 그 제자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한 적이 있다. 1월 1일자 신문에 실린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을 보니 자신의 작품이 다른 한 작품과 함께 최종심까지 올랐고 자신은 탈락했는데, 심사위원이 작가라는 것이었다. 평소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 드렸으니 자신의 작품인 줄 뻔히 아실 텐데 어떻게 그러실 수 있냐 하면서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징징거렸다. 몇 년 후 그 제자가 신춘문예로 등단하자 작가는 제자를 불러 “이제야 소설다운 소설을 썼군. 그때 자네를 뽑았다면 아마 자네는 몇 년 못가 사라질 작가가 되었을 거네.”라는 말씀을 하셨다. 제자는 스승의 깊은 배려에 몸 둘 바를 몰랐고, 이후 더욱 정진하여 큰 작가로 거듭났다. 작가는 그렇게 제자들을 문인으로 키웠고, 그들은 지금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언젠가 작가는 60대 이후의 얼굴은 자기 책임이란 말을 했다. 환갑을 넘어선 작가의 얼굴은 순진한 소년의 모습 그것이었다. 그런 아름다운 얼굴은 물질적 탐욕과 권력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고귀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해온 이만이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표로 받들 대가가 부재하는 시대라는 말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지식인, 부패한 교육자, 학연과 지연에 얽매여 온갖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패거리들. 권력욕과 물욕에 사로잡힌 이들의 비루한 얼굴을 보면서 올곧게 문학 외길을 황고집으로 살아온 대가 황순원의 아름다운 얼굴이 더욱 그리워진다. 작가는 살아생전 자주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양평 계곡에서 제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자 중 말석에 있는 내가 흥에 겨워 “선생님 노래 한 곡 부탁드려요.”라고 외쳤다. 평소 노래를 절대 안 하시던 작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평양 가는 기차는 칙칙폭폭…….” 제자들 모두 겉으로는 환호를 했지만, 속으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소설 ‘학’을 보면 전쟁 당시 남쪽과 북쪽을 대표하는 성삼이와 덕재가 등장한다. 성삼이가 덕재를 호송하고 가던 중, 올가미에 묶인 학을 함께 놓아주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면서 덕재를 풀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가 부른 노래에서 이념과 분단의 장벽을 넘어 북쪽에 두고 온 고향으로 학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좌익과 우익,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마치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헛된 이념을 넘어 학처럼 훨훨 날아오르는 작가의 마음을 회복할 날은 언제일까. 그런 점에서 작가야말로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누구보다 먼저 드러내는 예외적 개인이 아니겠는가. 작가의 제자들 사이에는 문학 이외의 분야에서 스승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아마 이 글을 본 제자들이 나를 엄청나게 질타할지 모른다. 그래도 이 타락하고 황폐한 시대에 아름다운 스승님이 그리운 걸 어떡하겠는가. 선생님, 이번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한 못난 제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주말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 싱가포르 대통령에 ‘토니 탄’

    싱가포르의 친여당 성향 후보인 토니 탄(71) 전 부총리가 지난 27일 실시된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장기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과 리셴룽 총리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은 유력 후보였던 토니 탄이 재검표까지 가는 초접전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앞으로 인민행동당과 리셴룽 총리의 정국 운영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토니 탄 당선자는 유효표 215만표 중 35.19%인 74만 4397표를 얻어 2위인 탄 쳉 복 전 PAP 의원을 불과 0.34%(7269표) 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신승을 거뒀다. 싱가포르 선거관리 당국은 1·2위 후보 간 표차가 1%에도 미치지 않자 재검표를 실시해 선거 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토니 탄은 싱가포르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가 후계자로 고려했다고 알려질 만큼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국방부와 교육부, 보건부, 통상산업부 등 주요 부처 장관을 두루 역임한 뒤 지난 2006년 부총리직을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는 2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간신히 승리한 것에 대해 “국민이 더 많은 발언권을 희망하고 있고 이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졸 김용삼씨는 어떻게 문화부 감사관이 됐나

    고졸 김용삼씨는 어떻게 문화부 감사관이 됐나

    “학벌 없이도 맡은 업무에서 전문가가 된다면 고위공무원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봅니다.” ●공주사대 합격증 가정형편 탓 포기 1975년 경기도 연천고등학교 상과반을 갓 졸업한 김용삼(54)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은 지방직 5급 을(현 9급)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공주사대에 합격은 했지만 진학을 포기했다. 5남매가 함께 자라 녹록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진학은 언감생심, 생활비에다 손아래 동생 둘의 학비까지 대야 했다. 1981년 군 복무를 마치고 국가직 7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재도전해 합격, 1983년부터 문화공보부 경리계에서 중앙부처 공무원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그 뒤 대전엑스포 놀이마당 관장, 문화공보부 차관 비서관, 게임음악산업과장, 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장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 공직사회의 최고봉인 고위공무원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5월. 여전히 학벌과 학연이 승진의 주요 배경이 되는 현실에서 그는 중앙부처를 통틀어 18명밖에 되지 않는 고졸 출신 국가직 고위공무원 대표주자로 주목받게 됐다. ●고졸인데도 인정받아 자부심 커 김 감사관은 자신이 고위공무원이 된 비결을 딱 두 가지로 꼽았다. ‘업무능력’과 ‘인간관계’. 그는 자신처럼 고졸 출신인 후배들에게 “고졸의 학력 핸디캡을 딛고도 인정받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 왔다.”면서 “업무와 원만한 인간관계로 승부하자는 소신을 갖고 생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직생활 30여년 동안 김 감사관이 좋은 학벌을 동경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석·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며 “서울대 졸업자 등 고시출신 동료들 사이에서 아무 지연도 없는 시골 출신으로, 학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야간대학에 문을 두드려도 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곧 접었다. 보이기 위한 학위를 따기 위해 쏟는 열정을 업무로 돌려 전문가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잘나가는’(?) 분야의 경우 암묵적으로 고시 출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인사 현실도 그에게는 넘기 어려운 큰 벽이었다. ●남들 안 가는 곳서 더 열심히 연구 그는 “남들이 기피하는 신생 분야에 자원해 더 열심히 연구하며 일에 매달리는 것으로 학력의 약점을 극복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1998년 산업자원부·보건복지부 등에 흩어져 있는 게임산업을 문화관광부로 일원화할 때 게임산업담당 사무관으로 지원, 게임산업정책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당시 게임산업 분야는 문화관광부에서는 생소한 분야라 지원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고시 출신’ 간판을 프리미엄으로 단 동료들보다 늘 더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1~2시간 더 늦게 퇴근하고, 기획안을 보고할 때는 1~2개를 더 만들었다. 그는 “게임산업, 음악산업, 국악업무 등에 대해서는 문화부 내에서 누구보다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고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아직도 자문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며 웃었다. 태블릿PC, 스마트폰 같은 최신 기기를 동료들보다 몇발 앞서 익혀온 것은 기본이다. 그의 좌우명도 고등학교 이후 지금껏 한결같다. 김 감사관은 “고 3때 담임선생님께 들은 말씀이 앞으로도 변함없을 내 삶의 원칙”이라면서 “항상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英폭동 원인 제공자는 대처”

    “英폭동 원인 제공자는 대처”

    “지금의 영국 캐머런 정부는 보수당의 뼈대인 구(舊)토리주의적 요소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데도 이런 소동이 난 겁니다. 이건 꼭 캐머런 정부 탓만은 아닙니다. 그 이전 노동당 정부는 좌파임에도 대처리즘의 토대 위에서 움직였다는 점, 그 대처리즘은 영국 보수당의 지적 기반이자 전통인 구토리주의를 무너뜨렸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수주의의 구원투수로 여겨지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실은 영국 보수주의의 파괴자라는 얘기다. 한동안 인구에 회자됐던 ‘제3의 길’도 대처리즘의 변형에 불과하며, 이게 ‘영국 폭동’의 원인(遠因)이라는 설명이다. 고세훈(56)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의 주장이다. ‘국가와 복지’, ‘영국노동당사’ 등 영국 정치경제사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는 그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고 교수가 영국과 복지라는 화두를 틀어쥐게 된 것은 영국이 최첨단 자본주의 사회이자 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극좌로 흘러가지 않은 노동당의 전통이 한가지 원인이었다. 또 한 가지 요인은 기득권 층의 양심적 후퇴, 혹은 묵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이건 완전 사회주의 법안이잖아.”라고 투덜대면서도 국유화 법안에 서명한 총리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헛소리’쯤으로 치부한 존 케인스(1883~1946) 역시 적자재정 편성을 통한 완전고용을 정책목표로 삼았다. 유럽 위기 얘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균형재정을 얘기하는 한국 보수와 다른 면모다. 고 교수는 영국 보수당 역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로 모리스 해럴드 맥밀런(1894~1986)을 꼽았다. “귀족 출신 보수주의자였지만 2차대전 직후 집권한 애틀리 노동당 정부에서 전 산업의 20%를 국유화한 정책을 단 하나도 뒤집지 않았습니다. 영국은 계급으로 찢긴 두개의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여야 한다는 원 네이션 토리즘(One Nation Toryism) 전통을 지켜낸 것이지요.” ●“한국 보수, 공동체보다 이해관계 몰두” 보수주의자가 왜 그랬을까. 계급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시장주의는 보수주의자의 적이기 때문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계급’이라는 용어 자체를 가장 경멸하는 이들이 이른바 보수입니다. 그런데 투표나 정책 선택에 있어서 가장 계급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다름 아닌 그들입니다. 이게 영국과 한국 보수의 차이점입니다. 영국 보수는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관심이 있지만, 한국 보수는 오직 이해관계에 대한 동물적 감각뿐이지요.” 한국에서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복지 논의에 대해 고 교수가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강력한 보수주의 전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처가 영국 보수주의를 파괴했다는 주장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대처는 보수주의 대신 시장주의를 택했다. 여기에는 역설적이게도 당내 민주화 문제가 겹쳐져 있다. 원래 보수당 당수는 귀족 출신에 10~20년간 원내 정치 경험을 쌓은 이들 가운데 당 원로들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이가 추대된다. 식료품집 둘째딸이 보수당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전통의 붕괴 덕분이다. 고 교수는 “전통적인 보수당 정치에서 대처가 일종의 외부자(outsider)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덕분에 대처가 보수당의 오랜 전통인 원 네이션 토리즘을 무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진보진영 강령 대중적 언 어로 순화해야”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물었다. 폭력혁명보다 의회민주주의를 신뢰한 노동당의 전략에 대해 당내 좌익그룹들은 극심하게 반발, 탈당하기도 했다. 스웨덴 사민당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계급 국제연대 대신 ‘국민의 집’ 구호를 내걸었을 때 사민당 내 좌익그룹 25%가 탈당했다. “정체성과 관련해 진보진영이 강력한 원칙을 천명하되, 강령이나 원칙을 조금 더 순화된 언어로, 대중적인 언어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회민주주의 국면에서 일반 국민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변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각의 ‘종북 논란’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치부했다. “어차피 자연적으로 소멸될 얘기인데 너무 과대평가됐어요. 정말 치열하게 논의되어야 할 원칙은 다른 것들인데….” 때문에 고 교수는 ‘인물로 보는 영국 노동당사’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리처드 토니(1880~1962) 같은 이가 있어요. 노동당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가인데 이 사람은 평생 평당원으로 지냅니다. 말년에 노동당에서 공로를 인정해 작위를 주겠다고 제안하는데 이 사람 대답이 걸작이에요. ‘내가 노동당에 무슨 해를 끼쳤기에 이러십니까’ 했답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980년대에 일부 선보이기도 했는데, 토니가 남긴 책 3부작 번역과 인물평전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요.” 하나의 모범을 제시하고 싶다는 얘기다. 그런데 너무 교과서적이지 않을까. “다들 권력의지를 얘기하는데 교과서적 얘기도 있어야지요. 권력의지가 있되 거기에 압도되지 않을 시각과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대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해요.” 그러면서도 한 마디 덧붙인다. “알고 지내는 정치인 몇몇에게 ‘당대에 살려고 하지 마라. 밀알이 돼라’라고 했더니 ‘모든 정치인은 당대를 산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복지는 현장이다] 현 사회복지통합망 문제점과 해결책

    “수급자 한 사람에게 하루에 10명씩 찾아올 때도 있어요. 복지관에서 오고, 재가센터에서도 오고…. 다 도움을 주고 싶다고 오는 건데, 그렇다고 체계적으로 뭘 주는 것도 아니에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제가 직접 필요한 서비스만 받도록 조정했어요.” 서울 종로구청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들려준 일선 현장의 모습은 ‘교통정리’가 안된 우리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는 수요자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사례관리를 강조하지만 일선 담당자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기성복’이나 다름없다.”는 대구시 모 자치구의 급여 담당 계장의 말은 이러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은 맞춤형 아닌 ‘기성복’ 복지 “동 행정은 사실 전체가 복지서비스입니다. 1~2명의 복지직 공무원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죠.” 지난 6월 21일 만난 하을호 대전 가양1동장은 사회복지 전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 동에서 맡던 복지 대상자들에 대한 조사·관리업무는 현재 시·군·구 단위로 이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읍·면·동에는 대부분 1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만 남게 됐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의 구축으로 전산화된 조사·관리 업무를 시·군·구가 맡고, 일선 동 현장은 ‘찾아가는 서비스’ ‘사례관리’에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대전시 사회복지직 공무원 김미현씨는 “예컨대 국민기초생계비 관련 문의는 이제 구 업무이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동으로 찾아와 서비스를 요구한다.”면서 “찾아가는 서비스는 많게는 일주일에 2~3번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참여정부 시절 실시했던 동 주민센터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체계를 2009년부터 개편해 왔다. 주민생활지원서비스는 동 행정을 행정민원담당과 주민생활지원(복지)팀으로 이원화해 복지행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실시했지만 6급 공무원의 승진요인으로 변질되고, 주민생활지원체계를 둘러싼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 간 혼선 등으로 제도는 정착되지 못했다. 실제 대전 동구의 경우 16개 동 가운데 사회복지직렬이 주민생활지원팀장을 맡은 곳은 단 1개동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행정직렬이 차지했다. 동구는 7월 조직개편으로 기존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팀을 해체했다. ●예산부족 탓만 말고 현장에 인력 투입하라 정부의 7000명 복지인력 증원과 ‘희망나눔지원단’ 설치 및 통합사례관리 강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력을 늘린다고 하는데 “예산이 없다.”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곤란하다. 근무평정 제도를 바꾸거나 직제를 개편해 보다 많은 인력이 현장으로 갈 수 있는 행정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서울 도봉구는 올해 5월 1일 조직개편을 통해 복지 업무를 강화했다. 기존 조직을 복지정책과와 노인장애인과, 여성가족과 등으로 바꾸었다. 복지정책과는 행정업무 중심의 주민생활지원과로 바꾸어 기획업무를 강화했다. 또 복지 업무와 공공근로, 일자리, 공무원노조 관리 업무 등을 함께 맡았던 사회복지과는 노인장애인과로 변경해 순전히 복지 업무에만 전담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또 현장의 동 인력을 확충해 복지업무를 더욱 강화했다. 14개 동 주민센터에 복지 업무 담당자를 1명씩 충원했고, 시간제계약직도 16명을 더 늘렸다. 계약직 직원들은 특히 여성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충원됐다. 울산 북구는 근무평정에서 구 총무국과 같이 평가했던 동 주민센터 직원을 따로 나눠 평가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동안은 구와 동 직원을 함께 평가해 연차가 높은 구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승진도 당연히 구 직원 몫이었다. 하지만 구와 동 직원을 나눠 평가하면 동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생긴다. 특히 승진 대상자들이 일선 동으로 가서 근무하고 동에서도 승진할 수 있도록 ‘메리트’를 준 것이다. 구에서 동으로 발령받으면 직원들은 암묵적으로 “좌천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평가방식이 바뀌자 이 같은 인식도 같이 바뀌었다. 오히려 구의 유능한 인력들이 동으로 가도록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실제 민선 5기 출범 직후 4명의 승진대상자들이 구에서 동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구에서 동으로 인사이동한 농소3동 안희수 사무장(6급)은 “승진을 앞두고 동에서 근무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며 “동 행정을 새롭게 경험하게 돼 직급이 올라가도 더욱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달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국 사람과 예산을 계속해서 투입해야 하는 비효율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복지청 신설, 종합복지센터 설치 등의 주장은 이러한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으로 거론된다. 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서비스연구실장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지자체 복지행정이 현금급여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가는 출발선”이라며 “자활·자립의 강화, 일자리 지원센터 등 고용 부문과의 연계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문화마당] 시대의 우울/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시대의 우울/주원규 소설가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최근 반값 등록금 시위에 참가한 어느 대학생의 탄식이다. 이 학생은 투쟁이니 집회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광우병 사태로 인한 촛불집회 때에도 영어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거리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자신을 시위 한복판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대체 그 불안과 공포는 무엇인가. 대학 졸업반인 4학년의 이 학생은 졸업 직전 학기까지 2000여만원 가까이 학자금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소위 비인기 인문계열 학부 출신인 자신은 졸업 후 취업은 막막하지만 대출금 상환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했다. 때문에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전공, 적성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뭐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학생의 아버지는 대기업 조선소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데 벌써 6개월째 임금체불이 되어 노동부와 법원을 오가며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이는 중이었고, 어머니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매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다가 지금은 만성천식이란 병마를 끌어안고 투병 중이라고 했다. 그의 누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정규직 취업은 고사하고 오히려 나이, 학력이 걸림돌이 되어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자신의 가족사를 말하던 중 울먹이던 학생의 얼굴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학생의 말 한마디에서 필자는 시대의 우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대가 극도의 우울증에 빠져 있음을 나타낸 상징적 방증인 것이다. 시대의 우울은 특정 세대에서만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세대가 삶을 걱정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군가들은 이러한 시대의 우울을 과소평가하거나 장밋빛 이슈, 선심성 정책 몇개 늘어놓는 것으로 대충 봉합하려 한다. 정책을 집행하고, 법안을 추진하고, 경제를 선도하겠다며 그야말로 반세기 넘게 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내려오지 않는 그 누군가들에게 시대의 우울은 나약한 인종들의 자기변명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회복 불가능한 중증의 우울증을 유발시킨 보균자임을 좀처럼 시인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무유기, 탐욕이란 전염성 병균의 산파임을 인정하지 않는 암묵적 카르텔로부터 발화된 설익은 정책들은 그야말로 공허하다. 시대의 우울에 대한 근본적 자각이 선행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거세한 상태로 시대의 고통을 해결하려 드는 허망한 발작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시대의 우울이 가져오는 고통, 그 고통의 심연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최소한 그것을 공론화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발발하는 자기반성을 긍정할 수 있을 때 정책의 고민, 법안수립의 고민, 제도의 고민이 진정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문은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기만 한다. 자기반성에 대한 고민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표가 되지 않는다며 도외시한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려 하고 있다. 모두가 미치광이가 되어서야 뒤돌아 볼 것인가. 이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투명해진다. 외치거나 주저앉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주저앉음은 단순한 자포자기가 아니다. 이 사회의 집단적 아픔을 단순한 애국주의나 몇몇 이슈를 통해 물타기하려 드는, 부패한 타성에 젖은 선동적 추진력에 근본적으로 제동을 거는 것이다. 그 주저앉음이 광장이건, 학교건, 파업의 현장이건 상관없으리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외침을 쏟아낼 수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소통의 통로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 얼굴 벌게진 나경원 왜?

    얼굴 벌게진 나경원 왜?

    “우리 당이 원래 그렇잖아요. 계파 나눠 먹기 하는 당….”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벌게진 얼굴로 불만을 토로했다. 1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다. 이날 비공개 회의를 통해 당직 인선을 마무리짓는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와 한참 입씨름을 벌인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 자리가 논란이 됐다. 지난 12일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결정할 당시부터 친박(친박근혜)계의 최경환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여의도연구소장에 최 의원을, 제1사무부총장에는 이혜훈 의원을 임명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나 최고위원은 오전 공개된 회의에서부터 작심한 듯 “계파 활동에만 전념하는 사람에 대해서 공천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직 인선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 인사에게 당직을 맡겨야 한다는 논리지만 당의 정책 구상과 여론조사 등 핵심 정보를 다루는 자리에 친박계를 인선하는 데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의도연구소장에 심재철 의원, 제1사무부총장에 김성태 의원, 제2사무부총장에 박보환 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남경필 최고위원이 신주류의 핵심인 정두언 의원을 강력하게 천거했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특히 친박계에서는 ‘최경환 카드’를 접어도 전투력이 강한 정 의원이 당 싱크탱크의 리더를 맡는 것이 나쁠 것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제시한 안이 모두 무산되자 나 최고위원은 격분했다. 회의장서 나왔을 때에는 눈가와 코끝까지 빨개진 모습이었다. 그동안 친박 몫으로 주어졌던 제1사무부총장을 놓고는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이 부딪치기도 했다. 원 최고위원이 친이(친이명박)계의 이춘식 의원을 추천했지만 표결에서 밀렸다. 결국 원외 당협위원장이 맡아서 하던 제2사무부총장 자리에 이 의원이 임명됐다. 이날 발표한 당직 인선안은 계파를 적절히 안배한 듯한 형식을 취했지만 그 속내에는 치열한 계파별 셈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당 지도부는 주요 정책 이슈인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도 양분됐다. 서울시당과 일부 지도부가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자는 입장을 표하면서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이 반발했다. 유 최고위원이 “먼저 당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지도부 안에서 먼저 입장을 모으자고 하자 나 최고위원은 “당의 입장은 이미 선별적인 복지를 시행하자는 것”이라며 맞섰다. 원 최고위원도 “당이 소극적으로 엉거주춤할 게 아니라 투표율 제고를 위해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21일 고위당정회의를 하루 앞둔 20일 모여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기로 했지만 이 자리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의제로 삼을지도 결정하지 못한 채 최고위원회의를 마쳤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안정된 중산층 가정의 허위의 식 폭로

    안정된 중산층 가정의 허위의 식 폭로

    ‘빅토리아 시크릿’. 여신급 모델과 화려한 속옷으로 사람들의 눈을 홀리는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은 중의적이다. 겉옷에는 정숙, 순결을 내걸되 속옷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의 태평성대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허위의식을 까발린다. 20일까지 서울 원서동 아트스페이스H에서 열리는 ‘오브제, 오브제, 오브제’ 전시에 걸린 박지혜(30) 작가의 작품 ‘빅토리안 스크랩 콜라주’도 마찬가지다. 정숙, 순결을 강조하는 사회는 당연히 안온한 가정을 상정하기 마련. 가정의 모든 구성원들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적절하게 잘 수행해내야 한다. 그것은 비밀스럽고도 암묵적인 계약 같은 것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그 시절 그림을 스크랩해 콜라주로 구성했다. 노랑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평온한 가정에서 곱게 잘 자랐을 것만 같은 아이들을 한데 모아 뒀다. 작품 크기도 ‘내 집 거실에 걸어 두면 딱 좋을’ 중산층 잣대의 크기다. 고전적인 느낌의 금박 제목 명패까지 박아 뒀으니 한결 뜻이 더 명확해진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손은 2개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한국에서도 열혈 엄마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식 유모차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함께 타고 있다. 평온한 아이들일까, 사육당하고 있는 아이들일까. 빅토리아적 세계관이 품고 있는 이중성에 대한 고발로 읽힌다. 아예 작가 스스로가 빅토리안 스크랩 콜라주에 등장하는 오브제가 되기로 자청한 비디오 작업 ‘깊은 물 속으로 사라진’(Lost in the Fathomless Water)도 같은 맥락 위에 서 있다. 10명의 작가가 참가한 전시의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박 작가를 비롯해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 졸업생들이 주축이라는 점이다. 널리 알려졌듯 골드스미스대는 영국이 현대미술 주도권을 미국에서 되찾기 위해 집중적으로 키운 yBA(영 브리티시 아티스트) 스타들의 산실이다. 젊은 작가들의 감수성을 맡아볼 수 있는 자리다.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을 오브제를 통해 투사하려는 경향도 또렷하다. (02)766-50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나는 빈손이다” 교육비·대출금… 퇴직후 수입 끊기면…

    “나는 빈손이다” 교육비·대출금… 퇴직후 수입 끊기면…

    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진영(49)씨는 월 급여로 380만원을 받는다. 한때 개인연금을 붓거나 저축을 할 때도 있었지만 자녀 교육과 2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 나가느라 모두 해약하고 오로지 국민연금에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20년간 적립해도 노후에 보장되는 수입은 60만~70만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자녀 때문에 저축은커녕 오히려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어서 안정된 노후는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박씨는 “아이 둘을 모두 키우고 나서 집을 줄이든지 새로운 직업을 구하든지 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베이비부머들은 최근까지 국가 경제성장의 한축을 담당했지만 노년기를 앞두고 있어 누구보다 노후생활을 탄탄하게 다져야 하는 세대다. 젊은층과 노년층 사이에 위치해 ‘샌드위치 세대’로도 불린다. 현 노인 세대와 달리 공적연금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어느 세대보다 교육비 지출이 많아 노후 생활을 윤택하게 하려면 많은 수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베이비부머의 현실을 살펴보면 그들이 원하는 안정된 노후생활과 괴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조사에서 조사 대상자 2250명 가운데 연금이나 저축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비율이 6.9%나 됐다. 1개씩의 연금 및 저축을 준비한 비율도 12.9%나 됐다. 그나마 1개씩의 연금 및 저축을 하는 베이비부머의 상당수가 국민연금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베이비부머 가운데 20%는 노후에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연명할 가능성이 크다. 오로지 노후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베이비부머는 47.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퇴직금이 없는 베이비부머도 63.8%나 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베이비부머의 노후생활 안정화를 위해서는 개인보험 가입률 제고 등 노후 안전망 확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또 정년의 상향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60세지만 앞으로 점진적으로 늘어나 65세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정년은 현재 평균 57세로 연금 개시연령인 60세와는 3년, 65세와는 8년의 간격이 생긴다. 아울러 베이비부머에 특화된 직업훈련 등 중·고령자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을 통해 직업훈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 지정 훈련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저조한 고령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건사회연구원은 분석했다. 실제로 2009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고령화연구 패널조사의 일환으로 실시한 고용부 정책 수요조사에서 50대 연령층 가운데 직업훈련을 받은 비율은 재직자 8%, 실업자 9%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암묵적으로 4대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사업장을 최대한 줄이고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감면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령자의 특성을 감안한 고용 서비스 정책도 필요하다. 현재도 일부 노인단체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퇴직한 전문인력을 활용해 임시직이나 자원봉사 등 특화된 직업을 제공하는 정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철호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과장은 “고령자 고용촉진 장려금 등의 제도가 있지만 제도를 악용하거나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사례가 많다.”면서 “앞으로는 법적으로 명문화된 고령자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25兆 브라질 고속철사업 한국컨소시엄 입찰 불참

    25兆 브라질 고속철사업 한국컨소시엄 입찰 불참

    12일 새벽 2시(한국시간) 마감된 25조원 규모의 브라질 고속철 사업 입찰에 한국 사업단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동안 업계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브라질 정부가 입찰 조건 변경을 고려하다가 다시 입찰을 강행하자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잠정적인’ 입찰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현재 브라질 정부가 내건 수주 조건으로는 어떤 컨소시엄도 채산성이 맞지 않아 참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추후 입찰 조건이 수정되면 참여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과 프랑스 등 다른 컨소시엄의 입찰 포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11일 국토해양부와 브라질 고속철 사업단에 따르면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현대로템 등 한국 사업단 측은 최근 이사회에서 브라질 고속철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국토부에 통보했다. 사업단 측은 “지난 6월 현지를 방문해 브라질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입찰조건 변경에 대해 암묵적인 답변을 들었으나 조건 변경이 되지 않은 채 일정이 그대로 강행돼 입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조건으로는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브라질 고속철 사업은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 510㎞(9개역)를 고속철로 잇는 사업이다. 추정 사업비가 25조원을 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우리는 정부 차원에서 수주를 위해 지원해 왔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의 까다로운 입찰 조건 때문에 지난해 11월과 올 4월 등 그동안 두 차례나 입찰이 연기됐고, 이번에도 입찰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사업방식은 브라질 정부가 70%의 사업비를 조달하고 나머지 30%는 민간 컨소시엄이 부담하는 식이다. 다만 건설사가 참여하는 토목공사는 80% 이상을 브라질 건설사가 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어서 사업 참여를 검토해 온 국내 대형 건설사 4곳이 컨소시엄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오데브레시 등 브라질 5대 건설사들도 브라질 정부가 제시한 380억 헤알(약 25조 8000억원)로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며 최소 550억 헤알(약 37조 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 건설사는 이런 이유로 사업참여를 미룬 상태다. 한편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육상교통부 장관이 고속철 사업과 관련, 뇌물 수수 혐의로 경질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아 입찰이 무산될 경우 추후 고속철 사업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KIA구장’ 명칭권 엇박자

    광주시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곧 신축에 들어가는 광주야구장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와 KIA 구단은 지난해 12월 야구장 건립을 위한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1000억원 대의 야구장 건립 비용은 KIA의 모그룹인 현대기아자동차가 300억원, 스포츠토토 지원금 300억원과 정부 지원금, 광주시의 예산 등으로 충당된다. 기업이 전용구장 건립에 직접 참여하면서 대구 등 다른 도시도 ‘광주의 사례’를 면밀히 살피는 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공청회에서 한 패널이 구장 명칭권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광주시가 이 의견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시와 구단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KIA의 투자 조건에는 구장 장기 임대와 명칭권 사용이 포함돼 있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KIA의 한 관계자는 “광주시·한국야구위원회(KBO) 등과 함께 야구장 신축 문제를 논의했던 당시 시가 먼저 장기 임대와 구장 명칭권 사용을 우리에게 줄 것처럼 하며 투자를 유도했다.”면서 “모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300억원 지원을 약속하면서 명칭권 사용 등을 전제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시 관계자는 “지금껏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며 “설계안의 윤곽이 나오는 9월쯤 이런 논의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KIA 측은 향후 구장 명칭권과 장기 임대 조건에 대한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300억원의 투자를 철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새 광주야구장을 둘러싼 논란은 깊어질 전망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허남주 칼럼] 강용석은 억울하다

    [허남주 칼럼] 강용석은 억울하다

    강용석 의원은 억울하다. 지난해 7월, 대학생 토론회 뒤풀이에 참석했다가 ‘웃자고 한 농담 몇 마디’로 천하의 파렴치한으로 몰려 버린 지난 1년이 억울할 것이다. 자신보다 더한 말을 하고도 잘 살아 있는 선배 의원들이 얼마나 많으며, 어젯밤에도 술자리에서는 그보다 더 질펀한 말들이 오갔음을 익히 아는데 자신에게만 유독 가혹한 현실이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강 의원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이겨내고 법률가가 되고, 국회의원이 된 성공의 한 표상이라 한다. 그런 그가 왜 따옴표로 옮기기도 구차스러운 그런 격 낮은 농담 따위를 대중 앞에서 했을까. 자신의 사회적 역량이나 기대치와 달리 초라한 자연인으로서의 자신을 내보인 이유가 뭘까. 어쩌면 그날 저녁, 그는 낭만을 즐기지 못한 자신의 대학시절에 대한 아쉬움에다 젊은 의원으로서 우쭐하는 기분까지 더해져 농담의 수위 조절에 실패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재수가 없어’ ‘잘못 걸린’ 것으로 축소해석하고 싶을 게다. 많은 남성들의 암묵적 동의가 그러하듯. 하지만 여성으로 보는 시각은 다르다. 성희롱쯤은 찡그린 웃음으로 넘겨야만 했던 수많은 개인적 경험에 비춰볼 때 강 의원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은 없어져야 한다는 하나의 계기이자 상징으로 보고 싶다. 그 썰렁하고 추잡스러운 농담과 성희롱을 어디서든 늘어놓는 저급함은 더 이상 용서돼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로 해석하고 싶다. 이제 강 의원은 스스로 원했던 일은 아니지만 이미 시대적 책임을 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성희롱은 절대로 해선 안 될 행동임을 우리 사회에 알린 인물이 된 셈이다. 그래서 강 의원은 억울함에서 벗어나 분노해야 할 때다.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품위 있는 우스개를 익히지 못한 자신에게 화를 내야 하고, 자신의 말이 일파만파로 넘실댈 때 진작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못한 미욱함에도 화를 내야 한다. 그리고 빨리 본회의에 상정해 제명 처리하지 않고 ‘의리’를 보여주느라 미적댄 대한민국 국회에도 분노해야 한다. 성희롱은 분명한 언어적 성폭력이며 이는 여성뿐 아니라 상당수의 남성들에게도 불쾌감을 준다. 그럼에도 강 의원의 교훈만으로는 부족한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의식의 뿌리가 워낙 깊은 탓인지 여전히 춘향전을 폄훼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발언도 있고, 경만호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의 여성차별적 얼빠진 건배사도 있다. 또 성희롱을 막아야 할 경찰이 여경과 동료 여성들을 성희롱해 처벌을 받은 사례도 뒤이어 나왔다. 최근 발표된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실태보고서’는 10년째 한국을 인신매매국 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성매매가 존재하고 불법체류자가 적지 않긴 하지만 인신매매국 규정은 부당하고 불쾌하다는 게 우리의 인식이다. 그것과는 다르다는 항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왜곡된 성의식의 무서운 현실에 놀라게 된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0년 한해 동안 6살부터 15살까지 어린 여자아이들 중 2832명이 성폭력을 당했고, 37명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의과 대학생들이 친구를 성추행하면서 별 죄의식도 없었고, 음주운전을 피하려고 부른 대리기사의 성희롱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된 여성이 재판에 회부되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성희롱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여전히 농담은 윤활유라고 생각하고, “무서워 말을 못하겠다.” “뭐가 성희롱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사람에겐 분명한 잣대를 권한다. 내 딸이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기분 나쁘지 않다면 그것은 성희롱이 아니다. 딸이 없거나 나이든 남성을 위해서는 손녀로 바꿔도 좋겠다. 인생은 덧없이 짧다 해도 벌 받기에는 그지없이 긴 법이니까. 최근 젊은 아버지들은 임신 중 아들보다 딸을 더 원한다고 한다. 내 딸이 안전한 사회에서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농담이란 이름의 추악한 음담패설은 제발 잊어주시길 바란다. hhj@seoul.co.kr
  • 푸틴 러 총리의 전속 ‘미녀 사진사’ 알고보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최근 모델 출신의 미녀 포토그래퍼를 고용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미스 모스크바 선발대회에 출전 경력이 있는 야나 라피코바를 자신의 공식 사진사로 채용했다. 올해 25세의 젊은 나이인 라피코바는 현재 러시아의 한 통신사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그녀가 얼마만큼 뛰어난 사진기술을 가졌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라피코바는 관능적인 외모와 빼어난 몸매의 소유자로, 얼마 전 속옷 차림의 셀프카메라 사진이 한 언론사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최근 카티야 슈투키나 라는 미녀 사진사를 공식 채용했다. 슈투키나는 푸틴 총리의 공식 사진사와 달리 유명 언론인 이즈베스티야지의 베테랑 사진기자다. 러시아 정부의 사진 편집부 측은 “카티야는 미인일 뿐 아니라 실력도 뛰어난 진짜 프로”라고 칭찬했지만 라피코바에 대해서는 “아는 사진사들에게 모두 물어봤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푸틴이 그녀를 고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경쟁적으로 미녀 사진사를 기용한 것은 두 사람의 영향력을 알리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내년으로 다가온 러시아 총선에 누가 후보로 나갈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녀 사진사를 시작으로 한 암묵적인 기선제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러시아 역사상 대통령이나 총리가 여성을 사진사로 기용한 적은 예전에는 단 한번도 없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삼성發 쇄신 회오리 재계 몰아치나

    삼성發 쇄신 회오리 재계 몰아치나

    #사례1 최근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 A사에서 ‘잘나가던’ 상품기획자(MD)가 파면됐다. 파면 직전에 우수 사원으로 사보에까지 실렸던 직원이었다. 그러나 이 MD는 지난해 말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패션용품을 납품받고, 이를 다시 매장에서 중소기업이 되사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기획한 상품이 완전 판매되면 회사에서 지급받는 1억원 정도의 성과급에 눈이 멀어서였다. 결국 해당 중소기업은 억울함을 유통업체에 호소했고, MD는 결국 덜미가 잡혔다. #사례2 3년 전 대형 건설사의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견 건설업체 B사의 한 부장급 팀장이 10억원 정도의 회사돈을 사실상 ‘횡령’한 게 들통 났다. 프로젝트를 위해 사들인 대형 부지의 기존 건물 철거 과정에서 철거업체와 짜고 비용을 부풀린 뒤, 이를 다시 철거업체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행’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없이 사표를 내는 것으로 사건이 흐지부지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질타하고 ‘청렴 경영’을 재차 강조하자 각 계열사가 사이버 감사팀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기존 윤리경영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10일 삼성테크윈 일부 임직원의 비위 사실이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의 감사에서 적발돼 최고경영자(CEO)가 그만두는 사태가 알려진 뒤 삼성 계열사의 사이버 감사팀에 협력업체의 부정사례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는 사이버 감사팀 인원을 보강하고 윤리강령이나 행동규범을 위반했는지 철저하게 파헤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02년부터 사이버 감사팀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도 감사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사이버 감사팀에 지난 3년간 접수된 제보는 ▲2008년 323건 ▲2009년 417건 ▲2010년 472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중 임직원 부정과 관련된 사항은 13% 정도다.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당분간 외부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면서 “일탈행위를 한 임직원에 대한 각 계열사의 중징계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내부 단속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건설, 유통 등 그동안 협력업체와의 문제가 많다고 지적됐던 업종의 기업들이 내부 감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건설업계도 분주하다. 대우건설 윤리감사팀 관계자는 “윤리경영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제보자 보호를 원칙으로 한 내부고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 임원은 “지금까지 임원들이 개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넘어갔던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삼성발 감사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삼성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는 기업들도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충격 요법이 아닌 그룹 및 각 계열사에서 독립성을 부여받은 진단 조직인 ‘LG 정도경영TFT’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감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 공기업 시절에는 (협력사와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겠지만 1998년 민영화 시작 이후 명절선물 안 받기 운동, 축하란 기부 등 우리 식의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국내 10대 기업 관계자는 “최근 삼성의 문제가 밖으로 터뜨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지 모르겠다.”면서 “내부 긴장감 조성을 통해 재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을 무마하고, 후계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한나라 1인1표제 없던 일로

    한나라당이 오는 7·4 전당대회에서 적용할 규칙을 7일 확정했다. 현행 당헌·당규대로 여론조사 30%와 1인 2표제를 유지하기로 결정,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론을 냈던 여론조사 미반영과 1인 1표제는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막판까지 계파별 신경전을 치렀던 전대 규칙 문제는 소장파와 친박계가 역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은 소장파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의 암묵적 동의가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국위에서도 친이계 의원들은 비대위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비대위 결정 사항에 대해 정치적 셈법을 따진 결과 당권 주자별 유불리를 따지는 수준을 넘어 1인 1표제가 가져올 수 있는 극한의 계파 간 충돌상황까지 상정해 완충지대의 필요성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친이·친박·소장파 모두에게 덜 불리한 상황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당헌·당규 개정안을 처리한 전국위에서 위임장 표결 과정에 대해 반발이 일어 전대 규칙 논란은 여전히 확산될 조짐을 남겨 뒀다. 이날 총 430명(위임장 266명 포함)이 참석한 전국위에서 이해봉 전국위 의장이 위임장을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쪽으로 표를 계산해 비대위안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위임장을 냈던 일부 전국위원들은 위임장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의 법적 소송 가능성도 내비쳤다. 비대위도 번번이 결정 사항이 틀어지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비대위는 8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회의를 갖고 위임장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동시에 일부 비대위원들은 ‘비대위 무용론’을 제기하며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도 전해졌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지방시대] 교육감 선거방식 개선돼야/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교육감 선거방식 개선돼야/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교육자치제가 출범한 1991년 이후, 교육감 선출제도는 여러 차례에 걸쳐 바뀌었다. 교육위원회에 의한 간선제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인과 교원단체 선거인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또 학교운영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 방식을 거쳐 2007년부터는 주민직선제로 변경됐다. 그 결과,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최초로 16개 시·도에서 교육감이 선출됐다. 그러나 ‘1인 8표제’ 도입으로 인해 교육감 선출은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주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선거 전부터 ‘로또선거’ ‘줄투표’ 등 잡음에다 과다한 선거비용 등의 논란이 일었고, 선거 후에는 진보와 보수성향의 단체장이 갈등을 빚었다. 현 직선제는 주민 대표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문제점도 많다. 첫째, 선거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후보자의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은 선거구역이 같은 해당 시·도지사 선거와 같다. 올해 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38억원 이상이 들었고, 경기도의 경우에도 4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둘째, 교육행정과 일반자치단체의 행정은 밀접히 연계돼야 하지만,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이념적으로 충돌하게 되면 협력관계는 기대할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셋째, 지금과 같은 동시선거에서는 교육감 후보자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며, 이는 정확한 정보 없이 투표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넷째, 영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고, 프랑스에서는 아예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육감 선거는 미국의 일부 주 외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데, 이마저도 2008년 기준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한 14개 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민직선제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자가 짝을 이뤄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나, 이보다 느슨한 형태로 두 후보자가 정책적 연계를 맺고 출마하는 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현실적으로 정치와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교육감 선거에 정당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당들은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이는 노동계와 교육단체·시민단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유권자가 교육감의 교육이념을 보고 투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우리는 이미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 갈등을 경험했다. 현재도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간 정책이념의 차이에 따른 충돌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소모적인 행정비용과 피해는 교육수요자들의 몫이다. 교육감 선거가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면서도 벗겨보면 어느 선거 못지않게 가장 정치적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볼 때, 러닝메이트 제도나 후보자 간 정책연계 표방형은 설득력 있고, 타당하다. 헌법에서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행정-교육 간 협력체계를 수월하게 다질 수도 있다. 결국 이는 교육수요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김정일 방중 이것이 궁금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일 전격 방중한 뒤 엿새째 머무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둘러싼 세 가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김정은 함께 갔나?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김 위원장과 동행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25일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김정은이 함께 방중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차례 방중 때에도 김정은을 데리고 갔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결국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후계 구축과정에 큰 문제가 없으며, 이미 중국의 암묵적인 ‘승인’을 받은 상황에서 꼭 데리고 갈 필요가 없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왜 기차 타고 강행군?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 첫 방중 때부터 이번까지 7차례 방중에 모두 특별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김 위원장이 비행기가 아닌 기차만 타면서 그가 고소공포증이 있어 기차를 탄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김 위원장은 고소공포증 때문이 아니라, 비행기보다 기차가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자신이 고소공포증이 아니라, 기차를 타야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02년 러시아 방문 시 인터뷰에서 “외신들은 나를 고소공포증 환자로 묘사하고 싶어 하지만, 비행기를 타면 외교관·정치인밖에 만날 수 없지만 기차 여행을 하면 온갖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김 위원장의 ‘기차 사랑’은 중국 측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방문지 일정에 따라 교통 통제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기차를 타고 수일간 강행군을 함으로써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주위의 시선을 끄는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개혁·개방 생각 있나? 지난 22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 초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양저우(揚州)·난징(南京) 등을 ‘주마간산’식으로 훑고 지나가면서 과연 개혁·개방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려고 했다면 벌써 했지, 지금까지 중국의 발전을 몰라서, 직접 보지 못해서 늦은 것은 아니다.”며 “베이징으로 올라간 만큼 중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더 받아내려는 정치적인 목적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현 감사방식은 이공계 교수 누구라도 온전 못해”

    지난달 10일 연구인건비 유용사건으로 고민하다 자살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태관(54·생명과학과) 교수의 부인 손모(53)씨가 11일 학교 전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섭섭함을 토로했다. 손씨는 오전 교수와 학생 등 카이스트 전체 구성원에게 ‘총장님을 비롯한 모든 카이스트인들께’라는 이메일 편지를 발송했다. 손씨는 “이 사건을 개인의 일로만 돌리기에는 남편이 너무 가엾고 안타까운 점이 너무 많다.”면서 “지금과 같은 연구환경에서 이런 식의 감사를 받을 경우 이공계 교수라면 그 누구라도 온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조차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서남표 총장에게 “남편은 올해의 카이스트인으로 뽑힐 만큼 훌륭한 연구성과를 거뒀다.”면서 “그런 교수를 연구비 유용이라는 문제로 걸어 교육과학기술부와 세상에 알리는 것이 총장과 카이스트가 도덕적이고, 이 정도 교수까지도 철저히 조사한다고 보여주는 방식이냐.”고 섭섭해했다. 이어 “총장과 교과부의 긴장관계가 이 사건에 조금의 영향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따진 뒤 “빈소를 찾은 총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는데 이 모든 일을 제 남편 개인의 일로 돌리고 넘어가야 하느냐.”라고 캐물었다. 손씨는 또 총학생회에 대해서도 “교수와 학생들 간 동의 아래 관행적이고 암묵적으로 집행된 연구비 사용 문제를 제도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 없이 특정 교수를 지목하여 문제제기만 해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손씨는 “나와 아이들은 평생을 안고 갈 상처를 입었지만 카이스트를 원망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글을 끝맺었다. 한편 카이스트는 이날 고 박 교수와 홍순형 신소재공학과 교수, 이해신 화학과 교수팀이 초고강도 전도성 섬유를 제조하는 방법을 담은 논문이 독일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고 발표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사설] 언제까지 후진국형 입양정책 고집할 건가

    해외입양은 지난 역사가 아니다. 1년에 1000여명, 하루 3명이 여전히 해외입양길에 오른다. 세계 5위다. 국가 경제규모 12위, 경제원조를 받다 원조를 하는 위대한 역사를 이룬 나라,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입양 현실이다. 지난 60년간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은 20만명.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아이들을 배 곯리지 않고 따뜻한 가정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의 국격을 내세우면서도 입양문제에서만은 후진성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더욱이 한 사람의 여성이 불과 1.21명을 출산, 저출산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입양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의식과 맞닿아 있는 치부다. 이른바 미혼모의 아기 90%가 해외입양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입양은 미혼모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암묵적 인식이 그 밑바탕에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법적·정책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범주에 이들의 자리는 없다.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명칭에서 보듯 입양을 촉진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입양 아동과 부모의 소외를 방치해선 안 된다. 어쩔 수 없는 입양이라도 가정법원의 허가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입양인에겐 추후 자신의 입양정보 접근권을 부여하는 등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국제입양협약에도 가입해야 한다.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은 부당한 국제입양을 막고 입양아동의 안전을 위해 1993년 체결됐다. 현재 78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이 국제협약 가입을 한사코 미루는 것은 안전망이 절실한 국민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일은 여섯번째 맞는 입양의 날이다. 더 이상 해외입양은 안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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