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암묵적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긴 줄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네번째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지각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D램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39
  • [한국 기업 비상구 찾아라] (7) 보험

    [한국 기업 비상구 찾아라] (7) 보험

    드러난 경영 실적과 달리 한국 보험업계에 잿빛 전망이 드리우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특히 향후 5년 내 획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와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 7개의 보험사가 잇따라 파산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역마진’(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이 계약자 몫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보다 낮은 상태)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1990년대 덩치를 키우기 위해 고금리 확정상품을 쏟아낸 것이 ‘저금리 시대’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밖으로는 재정건전성 강화가 대세여서 자산 운용에 제약이 많다. 역마진은 보험업계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보험회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4.5%로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4.9%)보다 0.4% 포인트 낮다. 1000원을 투자해 45원을 벌어 고객에게 49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생명보험업계(운용자산 이익률 4.6%,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 5.1%)는 격차가 0.5% 포인트로 손해보험업계(0.0%)보다 더 크다. 생명보험업계의 역마진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1990년대 고객에게 돌려줄 7% 이상의 금리확정형 상품을 쏟아낸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손보업계는 지난 6월 말 현재 금리연동형 상품이 91.7%(모두 4%대 미만)이지만 생보업계는 54.6%에 그친다. 나머지는 금리확정형 상품이다. 특히 생명보험업계의 7% 이상 금리확정형 상품은 21.7%나 된다. 고금리를 보장한다는 저축은행 금리도 요즘 3%대인 현실을 감안하면 생명보험업계가 얼마나 많은 이자를 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운용자산 이익률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생명보험업계는 채권(대부분 국공채) 투자 비중이 57.1%인데 저금리로 인해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고채(5년 만기) 금리는 지난 5년간 4.8%에서 2.5%로 반토막 났다. 이준섭 보험개발원 이사는 “미국과 달리 국내는 장기 투자상품이 많지 않아 자산 운용에도 어려움이 많다”면서 “국공채의 수익률 하락으로 지급 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00년 보험가격 자유화가 도입됐지만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낮출 경우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이를 암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1990년대 저금리 시절에 예정이율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1997년 닛산을 시작으로 도호, 교에이 등 7개의 보험사가 연쇄적으로 파산했다”고 지적했다. 예정이율은 고객이 미래에 받을 보험금을 가정해 상품가입 당시 적용하는 이율로 보장성 보험에 적용된다. 예정이율(3.5~4.0%)이 은행 예금금리(2% 초중반)보다 훨씬 높다. 은행으로 치면 예금금리에 해당되는 ‘공시이율(3.7~3.9%)도 높은 편이다. 공시이율은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에 적용된다. 역마진 피해가 덜한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 상승으로 골치가 아프다. 지난 8월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로 손익분기점인 적정 손해율(77%)보다 15% 포인트 높다.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이어서 손해보험업계는 보장성 보험 등에서 이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환경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재정 건전성 강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 강화와 2018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보험 국제회계기준 2단계’(IFRS4 Phase 2) 국내 도입은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과 RBC 비율 하락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생보사들의 평균 RBC가 104%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RBC 권고 수준을 현행 150%에서 130%로 낮춘다는 방침이지만 2018년 130%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매년 3조원가량의 자본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돈은 더 쌓아야 하고, 수익률은 떨어지고, 고객에게 돌려줄 돈은 갈수록 늘어나는 3중고에 직면했다. 올해 순이익이 대폭 늘어난 보험업계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에 희망퇴직과 자회사 이동 등으로 1000여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한화생명은 직원 300명, 교보생명도 480명을 명예퇴직했다. ING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도 직원 150명과 100명을 각각 구조조정했다. 1990년 영업 개시 이후 단 한 번도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던 신한생명도 지난달 전체 직원의 3%(48명)를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문제는 보험업계의 이번 인력 구조조정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반기엔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성매매 무엇이 문제인가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성매매 무엇이 문제인가

    ‘저는 창살 없는 감옥에 삽니다. 저는 365일 근무예요. 휴일은 없어요. 아파서 하루 쉬면 그날 매상 차이를 제가 내야 해요.’ ‘하루에 한두 번은 손님들의 폭력으로 멍들어요.’ ‘업주가 반을, 또 마담이 반을 가져가요.’ ‘아파도 병원도 못 가게 하고 비싼 주사 이모만 다녀가요.’ ‘업소에 같이 일하는 여성들끼리 연대보증채무자로 강제로 묶여 있어요.’ ‘섬으로 팔아버린다고 협박해서 무서워요.’ (탈성매매여성 수기집 ‘축하해’) ‘2000. 6. 29. 너무너무 우울한 하루다. 이곳에 온 지 오늘로 두 달째. 이제 정말 집에 가고 싶다. 눈물이 마구 흐른다. 거울 속에 내가 형편없어 보인다. 항상 거울을 보며 묻는다. 너 지금 여기 왜 있니? 빨리 집으로 가야지…. 잠들기가 싫다. 눈뜨기도 싫다. 말하기는 더 싫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지금 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 하느님 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성실하게 옛일들을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산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이러다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릴까 두렵습니다. 도와주세요. 새롭게 살겠습니다.’(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희생자 임○○양의 일기) ●성매매 여성 유입연령 18세 이하가 91%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성매매업소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 성매매 여성 5명과 14명이 각각 희생됐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산업 해체 운동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성매매방지기획단이 국무총리 산하에 2003년 구성되고 성매매방지관련법이 2004년 제정 시행됐다. 성매매는 불법이고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행위자는 처벌되고, 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제안이나 유인만 해도 처벌된다. 인신매매나 선불금 등 위계 위력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은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돼 처벌받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여성 중 80%는 폭력을 당하고, 68%는 자살을 시도하며, 59%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여성의 성매매 유입연령은 18세 이하가 91%다. 2007년 ‘전국성매매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업소는 4만 6000여곳, 성매매 여성수 26만여명, 연간 매출 규모는 약 14조원 규모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09년 성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 중 성구매 경험 비율은 45.8%이며, 기혼 47.4%, 미혼 47.5%이다. 주요 성구매 경로는 룸살롱 42.9%, 안마시술소 41.1%, 단란주점 32.5% 순이다. ●성매매 집결지 없애려는 의지 필요 여가부는 ‘세상에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성매매방지 공감대 확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재련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콩나물이나 물건과 달리 사람의 성(性)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데 대한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2013년 성매매실태조사에서 신·변종 성매매 업소의 다양화 및 증가, 집결지 유지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면서 “의사 자격증을 갖추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선정적인 옷을 입고 1시간 동안 귀청소를 하는 것은 의료법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인 만큼 적극 처벌해 왜곡된 성적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매매집결지가 존재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성매매를 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기 때문에 집결지를 없애려는 의지가 필요하며 강원 춘천의 지역사회 대화를 통해 자진 폐쇄한 사례가 확산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가 4대 사회악에서 제외된 것을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단란주점·룸살롱 등 단속 사각지대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10년 동안 시행돼 온 성매매처벌법이 검찰에서 구약식 신청 형태로 법원의 관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거나, 사법부에서 검찰의 구약식 신청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형사재판에 회부된 성매매알선 등 범죄에 대해 대부분 실형선고를 하지 않거나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몰수·추징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재원 국민대 교수는 “성매매는 ‘화폐에 의한 강간’이며, 신·변종업소와 해외성매매 증가도 문제지만 이보다는 기존의 성매매 온상인 룸살롱과 단란주점을 통한 성매매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한국 성매매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룸살롱, 단란주점 등 일반유흥주점 성매매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성접대 문화 공식 폐지 선언 등 ‘성매매 카르텔’을 해체하는 사회 운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우리나라 남성들의 성매매 일상화는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특히 10대 범죄의 온상인 청소년 가출 패밀리 안에서 또래 포주가 10대 여성을 성매매시키고 착취하는 행위가 자행되는데도 성매매가 성행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11년 이후 지역별 성폭력·성매매 발생건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폭력 사건이 많은 지역에서 성매매도 많이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매매가 성폭력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일각의 속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happyhome@seoul.co.kr
  • [독자의 소리] 가혹행위 보고한 지휘관 격려해야

    최근 일련의 병영 내 군기강 사건에 대해 육군참모총장이 즉시 해당 부대를 해체하겠다고 한다. 전투에서 패배한 부대와 개편으로 해체되는 경우는 있지만 가혹행위로 인해 부대를 해체하겠다는 것은 현재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현재까지 나온 대책을 종합하면 병영현대화 등 시설과 교육훈련 및 내무생활에 관련된 것이 많다. 육군에서 30여년 장교로 근무하고 예편한 예비역으로서 지금의 쇄신안 등 각종 대책이 현실을 도외시한 졸속 대책이며, 과거의 방안과 별 차이가 없어 앞으로도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금 고위 지휘관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창군 이래 수십년간 예하부대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온 사건 사고의 은폐 내지 축소다. 사건을 은폐 내지 축소하다 보니 가해자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책 안에 이런 점이 간과돼 있다. 먼저 현장의 중소대대장들에게 사건 사고 발생 시 정확하고 신속한 보고를 할 수 있는 체제와 가해자를 법테두리 내에서 최고의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는 병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하급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고한 데 대해 격려를, 가해자에겐 군법으로 엄벌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화에서 자란 중소대대장이 차후 상급자로 진급하게 되면 사건 사고를 감추는 일은 없을 것이고 감추지 않아야만 문제의 정확한 해결방안이 나온다. 원만희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 朴측 “퇴진 의사에 당직·당적까지 포함”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계파 갈등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14일 당내에서는 의원 10~15명씩이 모인 그룹별 논의가 열렸고, 대부분의 모임에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결의했다. 박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의원 서명으로 의원총회를 소집해 원내대표직 사퇴 투표에 붙이는 방안도 검토했다. 박 원내대표 사퇴 주장에 동의한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 사퇴 논란을 장외투쟁 카드나 비상대책위원장 외부영입 카드로 피해 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 행보에 대해 “반복적으로 당을 죽이고 개인이 살려고 했다”며 적의를 드러냈다. 이날 두문불출한 박 원내대표는 전날 일부 의원과의 만찬에서 “이래도 반대, 저래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나갈 수밖에 없다”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포함한 전면 퇴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 측근이 “박 원내대표의 퇴진 의사에는 당직뿐 아니라 당적도 포함된다”고 설명하며 박 원내대표의 탈당설도 불거졌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4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에 추대되며, 원내외 당 지도부를 맡게 됐다. 세월호특별법 협상 불발 뒤 중진들로부터 위원장과 원내대표직 분리 권유를 받았다. 이어 보수 성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영입하려는 박 원내대표의 시도 이후 위원장과 원내대표직을 동시에 내놓으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만장일치 추대부터 사퇴 요구까지 42일 동안 계파별 이기주의가 극에 달한 새정치연합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많다. 계파 간 암묵적 합의에 따라 내년 초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할 임무를 맡겼는데, 박 원내대표가 외부인사 영입 등을 통해 계파를 흔들 가능성이 보이자 들고 일어난 게 현 상황이란 시각이다. 황주홍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세월호 장외투쟁을 비판한 바 있지만, 최근 블로그에서 “지금 우리가 하는 모습, 너무 좁쌀들이다. 제1야당이라는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며 한탄했다. 김영환 의원은 “의원들이 정파의 파도타기를 계속하는 사이 지지율은 하락하고, 당은 표류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비대위원장 파동으로 세월호 국회 등원 문제는 실종, 국가정보원 댓글 재판은 묻히고 민생문제는 흘러간다”면서 “박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해결되나요”라고 되물었다. 한편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주도한 박 원내대표의 전면 퇴진이 실현된다면, 여야 및 세월호 유가족 간 특별법 제정 협상이 공전할 가능성 또한 커질 전망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현대차 ‘슈퍼甲 횡포’… 금융당국은 침묵

    현대차 ‘슈퍼甲 횡포’… 금융당국은 침묵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사들이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을 둘러싸고 ‘2라운드’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카드사들에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5일을 마감시한으로 해 1.9%의 가맹점 수수료를 0.7%로 내리는 방안의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대다수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 양측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복합할부금융 갈등에도 정작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선 채 “가맹점과 카드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현대차그룹 봐주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절반가량은 현대차 측에 수수료 인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지난 5일 전달했다. 나머지 카드사들도 내부 검토 중이지만 현대차 방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수수료를 내려주면 다른 대형 가맹점들도 연쇄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며 “카드사들이 암묵적으로 ‘이번에 (현대차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2011년 11월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신용카드 1.75%→1.7%, 체크카드 1.5%→1.0%)를 요구하다 이를 거부한 KB국민카드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금융당국을 향한 업계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영세 가맹점보다 저렴한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하는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고, 새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 것이 바로 금융당국이다. 그런데 정작 현대차의 횡포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내부 분석자료를 통해 복합할부금융의 적정 수수료율이 1.5~1.9%라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일단 최저한도 수준인 0.7%로 수수료를 제시한 뒤 협상을 통해 카드사와 격차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복합할부금융 논란은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독과점 체제가 핵심이며, 이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영역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의 부당한 수수료 인하 요구는 명백히 여전법 위반 사안인데 금융당국이 침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봐주기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포인트 유효기간을 5년으로 못 박으면서 신용카드 1포인트를 1원으로 통일하는 ‘신용카드 포인트 표준화 방안’을 이르면 이달부터 추진할 계획이었다. 포인트 단위를 통합해 중장기적으로 고객이 보유한 카드사에 상관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그림이다. 이에 따라 일부 카드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1포인트=1원’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카드의 반발로 포인트 표준화 방안이 무산된 상태다. 현대카드는 ‘1포인트=0.7원’을 적용 중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성폭력 편견과 진실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성폭력 편견과 진실

    #1 15살 소녀가 집에서 친척 오빠에게 강간을 당했다. 피아노를 치던 엄마에게 딸이 다리 사이로 피를 흘리며 다가가 울며 말한다. “엄마, 나 아파. 오빠가 그랬어. 나 배가 너무 아파.” “니가 조신하지 못하니까 그런 짓을 당하지. 소문 날까 창피하니까 입 다물어.” 이나영이 출연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나오는 장면이다. 딸이 아프다고,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고 말해도 엄마는 딸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는커녕 소문 나지 않도록 다그치는 데 급급하다. 이나영에게는 성폭력을 당한 것 자체보다 강간당한 자신을 다독여주지 않은 매정한 엄마가 상처로 남아 버렸다. #2 “엄마 나 사실 지금까지 아빠랑 그런 일(성폭행)이 있었어. 아빠가 비밀을 지키라고 했어.” “네가 유혹했니?” 자상한 사업가와 현모양처 주부, 공부 잘하는 아이들로 구성된 행복한 가정에서 어느 날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엄마에게 불쑥 던진 말에 엄마가 보인 반응이다. 오랜 세월 피해를 입어 온 여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다큐멘터리 영화로 여성인권영화제에 출품된 ‘잔인한 나의 홈’ 스토리다. 엄마는 이후 남편의 편을 들며 딸의 주장을 의심하고 묵살한다. 피해자가 엄마와 동생을 걱정하면서도 아버지를 처벌하는 것이, 속고 있는 엄마와 여동생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 아버지를 고소, 유죄판결을 받게 한 결과는 엄마의 냉대와 동생과의 연락 두절이었다. 동생은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이야기하면 가족의 행복이 깨질 거야, 무덤까지 비밀이다”는 식으로 피해 여성의 고통보다 가정의 평화를 우선시하고 피해자를 의심하며, 가해자는 빠진 채 피해자들끼리 다투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 이같이 성폭력에 대해서는 잘못된 사회통념이 많다. 편견과 진실을 살펴본다. ●성폭력은 전적으로 가해자 책임 성폭력의 경우 남성의 성충동을 자극한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는 잘못된 사회통념이 존재한다. 남성의 성충동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여성의 심한 노출과 부주의한 행동이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집단강간을 포함한 성폭력 가해자가 대부분 ‘피해자가 유혹했다거나 그렇게 생각하도록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가 미모인 경우 등 이른바 ‘꽃뱀’에게 당했다는 식의 논리는 피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방향으로 본질을 호도할 뿐 아니라 2차 피해마저 유발한다. 이 같은 피해자 유발(책임)론은 여성이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고 올바르게 처신하면 성폭력은 사라질 것이라는 엉뚱한 논리로 이어진다. 이는 남성이 결정하면 여성은 당연히 순종해야 한다는 유교식 남존여비 악습의 잔재다. 우리 사회에는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는 것이라느니, 참지 않아도 된다느니 등 남성의 공격적인 성적 행동을 남성다운 것으로 부추기는 나쁜 경향이 일부 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는지 여부다. 가해자의 의도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자신의 성적 충동이 아무리 강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한다. 살인, 강도와 마찬가지로 성폭력도 책임은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다. 미국 뉴저지주 대법원 판결(1992년)은 피해자가 허락하지 않는 성적 접촉은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폭력성을 내포한 것으로 성폭력임을 인정한 바 있다.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 85%로 가장 많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3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상담 1418건 중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85%로 가장 많고, 모르는 사람 8.1%, 미상 6.9%다. 성인은 ‘직장 관계자’ 29.8%, ‘친밀한 사람’과 ‘주변인의 지인’ 각 11%, ‘학교 관계자’ 10.1%의 순이다. 청소년(14~19세)은 학교(27.8%), 친족(13%), 학원 관계자(9.9%) 순이다. 어린이(8~13세)와 유아는 친족과 친·인척을 합한 성폭력 피해가 각 57.4%, 5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동네사람이 각 8.2%와 14.6%를 기록했다. 성폭력은 여성 혼자서 밤늦게 어두운 골목길을 다니다가 괴한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니 일찍 귀가하고 문단속을 잘해야 한다는 사회통념과 달리, 신뢰를 토대로 형성된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가벼운 성희롱이나 성추행에서 시작해 경험의 연속선상에서 심한 추행과 강간 등으로 진전되기 쉽다. 성폭력은 왜곡된 성문화와,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권력관계에서 생겨난다. 여성, 어린이 등 약자를 골라 차별, 비하, 경시, 상품화하는 문화 속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대부분인 성폭력 가해자는 정신 이상자도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이 94.4%로 압도적이고 남성도 점점 늘어 5.6%다. 성별, 연령별 피해자는 성인 여성 66.5%, 여성 청소년 14.4%, 여성 어린이 8%, 성인 남성 3.3%, 여성 유아 3% 순이다. 61세 이상 노인 대상 성범죄도 5년간 76%나 급증했다. 가해자는 성인 남성 78.9%, 남성 청소년 8.5%, 성인 여성 3.4% 순이다. ●여성이 거절 땐 강압적 요구 말아야 음란물은 폭력적인 성관계를 미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음란물을 자주 접하는 경우 상대방이 싫다고 해도 강압적으로 밀어붙여 성관계를 하는 것이 남성적인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여성들이 처음에는 “안 돼요”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돼요”라고 한다는 식의 유머도 오해를 부추긴다. 데이트 상대든 누구든 싫다고 말하면 싫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명시적 허락이 없으면 암묵적 동의라고 일방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침묵이 사실상 동의는 아니다. 남성이 밤늦게까지 술 먹는 것이 성폭력을 의도한 것은 아닌 것처럼, 여성이 밤늦게까지 술을 먹었다고 성폭력에 동의한 것도 아니다. ●부부도 서로 동의해야 성관계 가능 부부 사이에는 서로 성교 요구에 동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부부간 강간은 있을 수 없다는 사회통념과 달리 부부 사이에도 협박과 폭행 등에 의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 강간을 인정하는 판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가해자가 본인의 행동이 성폭력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 성폭력의 지름길인 만큼, 매사에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언어든 행동이든 타인의 동의를 받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appyhome@seoul.co.kr
  • 유족, 끝내 세월호법 반대… 정국 대혼란

    유족, 끝내 세월호법 반대… 정국 대혼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20일 경기도 안산에서 총회를 열어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타결한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표결로 최종 반대했다. 나아가 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기존 강경안을 4가족 중 3가족꼴로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여야 재합의안보다 오히려 더 강경한 방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야당과의 협의 대신 새누리당 또는 청와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가족의 입장을 대변하며 협상을 주도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며,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지는 양상이다. 세월호법 적용 당사자인 가족들이 합의안에 반대하면서 여야 모두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내상이 더 깊은 쪽은 야당이다. 협상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새누리당은 ‘현행 체계에 따른 법률적 검토’를,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가족 입장 반영’을 담당하는 식으로 사실상의 역할 분담이 이뤄져서다. 특히 지난 1차 여야 합의안에 대한 가족들의 반대로 재협상을 요구한 전력이 있는 새정치연합의 선택지는 매우 좁아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유가족과 정부·여당이 협상하고 야당은 뒷전으로 밀리거나, 정부·여당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가족들의 반대 표결 소식에 ‘패닉’에 빠진 모습이 역력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당과 가족의 특검 추천권을 지키라는 게 그동안 가족들의 요구였는데, 돌연 조사위에 수사권을 주는 안으로 돌아가 버렸다”면서 “특검 추천권을 조정하라면 박 원내대표가 몇 번이라도 무릎을 꿇어야겠지만,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선을 넘은 요구를 하고 있다”며 난감해했다. 박 원내대표도 여당과의 재재협상 여부에 대해 “그것은 못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가족들이 합의안을 부결했다면, 우리 당도 인준을 부결해야 한다”며 강경론에 동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장 의원총회를 소집해 여야 합의안에 대한 추인 여부를 결정짓기보다는 일단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세월호 가족을 설득하는 행보를 이어 가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 개최일로 유력한 25일 이전에 야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압박에 직면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가족 설득에 실패하면 결국 재협상안 추인을 밀어붙이는 게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안”이라고 관측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한 번이냐 vs 두 번이냐 이주열의 ‘금리 인하 고민’

    한 번이냐 vs 두 번이냐 이주열의 ‘금리 인하 고민’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4일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정부나 시장의 관심은 ‘인하냐, 동결이냐’가 아니다. ‘한 번이냐, 두 번이냐’다. 인하는 기정사실이고 그 횟수와 폭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지금까지 이 총재가 시장에 보낸 신호는 ‘인하’ 쪽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리면서 “더 떨어질 위험(하방 리스크)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41조원 돈 풀기에 발맞춰 한은의 금리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 뜻이 잘 전달됐을 것이라는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의 말에는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며 암묵적으로 동조했다. 금리 인하 효과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여전하고 한은 안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지만 이달 금통위가 꺼내들 카드는 사실상 정해져 있어 보인다. 인하가 결정되면 지난해 5월(0.25% 포인트 인하) 이후 15개월 만의 금리 변경이다. 일각에서는 정책 공조 효과 극대화 등을 위해 이달에 0.50% 포인트를 확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하지만 하방 위험을 열어놓았다고는 해도 이 총재 스스로 “(하향 조정한) 올해 성장 전망치가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한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빅스텝(0.50% 포인트)보다는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베이비스텝으로 가더라도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인하 횟수다. 금통위가 끝난 뒤 이 총재의 기자회견을 보면 추가 인하 여지를 엿볼 수 있다. 시장의 눈과 귀도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금리 인하가 더 일찍 이뤄졌어야 한다는 실기(失機)론자들은 “한 차례 인하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서 “이 총재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달에 0.25% 포인트 내리면 기준금리는 연 2.25%가 된다. 여기서 한 번 더 내리게 되면 2.0%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과 같아진다. 역대 최저 금리로의 회귀이기도 하다. 2009년 우리나라는 0%대 성장(0.7%)을 했다. 지금은 그래도 3%대(전년동기대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의 금리를 가져가는 게 타당하느냐는 반론과 회의가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조기 금리 인상설마저 다시 꿈틀댄다. 한 차례 인하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진영의 논거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등에 대비해 예·적금 금리를 발 빠르게 내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일 ‘KB말하는적금’ 상품의 금리를 연 2.7%에서 2.5%로 0.2% 포인트 내렸다. 앞서 정기예금 금리도 0.2~0.3% 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에만 예금 금리를 두 차례나 내렸다. 이에 따라 이자가 가장 높던 우리평생파트너예금(회전형)의 금리가 연 2.5%로 한 달 전보다 0.2% 포인트 낮아졌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달 예금금리를 0.1~0.3% 포인트씩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은행 금리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공직 파워 열전] ‘과학 한국의 컨트롤타워’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관

    [공직 파워 열전] ‘과학 한국의 컨트롤타워’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관

    인류 발전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였다. 사람은 도구를 쓰기 시작한 이후에 문명을 쌓기 시작했고 산업혁명 이후에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1945년 광복 이후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것도, 삼성과 현대차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한국의 원동력도 과학기술이었다. 정치, 복지, 국방 등에 비하면 일반인의 주목도는 떨어지지만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4%로 연간 17조원 수준이다. 절대적인 금액으로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에 이어 세계 6위다.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관실은 이 중에서도 핵심인 기초·원천연구개발사업을 총괄한다. 한국의 미래먹거리가 연구개발정책관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기준으로 연구개발정책관실이 대학과 연구소에 나눠 주는 순수 R&D 예산만 1조 5000억원, 수혜 연구자는 40만명에 이른다. 1967년 과학기술처가 설립된 뒤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를 거쳐 미래부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 담당 부처는 유독 부침이 심했다. 다른 부처와 통폐합 및 분리를 반복했고 ‘과학계 홀대’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도 유독 연구개발정책관실만은 과학기술 핵심 부처로 조직과 역할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과학기술 관료 중 내부인 출신으로 장관이 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는 과학기술 분야의 수장은 ‘최고의 연구자’가 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원칙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 이후 과학기술 관료 출신 차관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연구개발정책관을 거쳤다. 이 분야 관료 중 사실상 최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는 차관의 관문이라는 점에서도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권오갑 전 차관은 연구개발정책관 재직 당시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인해 정부 전체가 긴축 재정으로 예산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인 연간 10억원의 연구비를 9년간 지원하는 창의연구사업을 신설했다. 당시 수혜자 대부분이 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성공한 사업이었다. 최석식 전 차관은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건국대 부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상지영서대 총장을 맡고 있다. 정윤 전 차관은 연구개발정책관 당시 우주 분야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우주개발기본계획 수립 및 나로우주센터 구축 등을 추진했다. 그 결실이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다. 2003년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된 과학기술부의 초대 연구개발정책관을 지낸 박영일 전 차관은 ‘국가지정연구실(NRL) 사업’을 신설해 핵심기술 분야의 우수연구실 발굴을 주도했다. 현재 이화여대 대외부총장을 맡고 있다. 이상목 전 차관은 연구개발정책관과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지내고 관직을 떠난 후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특히 대한민국과학대연합(대과련) 결성을 주도, 박근혜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공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양성광 청와대 과학비서관은 부처가 부침을 겪는 동안 조직의 구심점을 맡아 왔으며 과학벨트 수정안 마련 등 굵직한 과학 현안을 해결했다. 이근재 현 연구개발정책관은 7급 공채로 과기부 근무를 시작해 우주기술협력과장, 거대과학정책과장, 과학기술정책과장, 대변인, 기초연구정책관을 거친 ‘과학기술통’이다. 특유의 친화력을 무기로 연구현장 및 부처 간 갈등을 조절하는 데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나에서 우리로-공동체 의식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나에서 우리로-공동체 의식

    #1. 2008년 2월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문을 연 청년 공동체 ‘빈집’. 3명의 백수가 가정집을 임대해 게스트하우스로 시작한 이곳은 현재 주택 6채와 텃밭, 문화 공간인 ‘빈가게’, 은행 ‘빙고’, 학습 장소 ‘빈연구소’를 아우르는 30여명 규모의 생활 공간으로 성장했다. 장기 투숙객으로 불리는 구성원들은 ‘살구’ ‘들깨’ 등의 가명을 쓰며 수개월에서 수년간 원하는 만큼 머물다 떠나 간다. 자치회를 통해 ‘따로 또 같이’ 운영되는 이곳에선 ‘내 것, 네 것을 따지지 않고 공유하기’ ‘환경, 생태에 관심 갖기’ 등 암묵적인 규칙도 존재한다. “음식을 나누고 함께 노래하다 보면 어느새 고민과 추억을 나눌 수 있다”는 설명이다. #2.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마을’은 우리나라 공동체 운동의 산실로 불린다. 1994년 1월, 20여 가구의 젊은 부부들이 공동 육아를 위해 모인 뒤 지금은 8000여 가구 2만여명 규모의 협동조합으로 규모가 커졌다. 마을극장과 마을축제는 이곳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출범 20년째를 맞으며 구성원의 다양화라는 고민도 떠안고 있다. 마을을 기웃거리던 20~30대의 미혼 젊은이들이 “우리가 놀 곳이 아니다”라며 이내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3인의 전문가 마을살이를 말하다 상상만 해도 흐뭇하고 살맛 나는 ‘공동체’란 무엇일까. 주민들이 힘을 합쳐 관계망을 형성하는 ‘마을살이’(마을공동체 운동)는 세월호 사건 이후 흔들리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 가치관을 되살릴 해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와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경제학 박사, 성미산 공동체 운동을 이끈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에게 우리 시대 공동체 운동과 지향점에 대해 들었다. →왜 공동체가 화두인가. -유창복(이하 유):시대가 험하니 공동체나 마을이 화두가 됐다. 결혼을 미루고 홀로 살아가는 젊은이가 늘고 결혼해도 아이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 출산을 포기한다. 노인을 돌볼 가정과 사회의 배려도 한참 부족하다. 가족이 제구실을 못 하니 허덕이면서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이런 점에서 마을공동체는 매력적이다. 함께 모여 수다를 떨며 외로움을 덜 수 있다. 일종의 호혜적 생활관계망이다. →‘마을살이’에 대해 말해 달라. -유:지난 2월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공언했다. 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주변에 하소연할 곳이 있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로 부대끼며 고민해야 한다. 마을살이는 가족의 재구성을 촉진하는 희망이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혈연 공동체가 강조된다. -김서중(이하 김):혈연에 기반한 자연 공동체로의 회귀라는 환상은 위험하다. 종종 형식논리에 얽매여 (전체주의처럼)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쪽으로 흐르곤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적 방식의 공동체, 그것이 추구할 목표다. →공동체의 규모가 커질수록 반작용도 커진다. -김:국가와 같은 큰 공동체에선 다수결을 적용해 소수 의견을 배제하곤 한다. 소수의 희생을 ‘숭고함’으로 포장하는 허위의식도 드러난다. 사실 공동체 내의 갈등 표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석훈(이하 우):우리 사회의 공동체 운동은 진행 속도는 빠르지만 파급력은 크지 않다. 궤도에 올라 안착한다면 협동조합 등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부족한 청년층의 일자리까지 자급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나 국가 주도의 일방적인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공동체 운동이 절실하다. →성미산 공동체 운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우:모범적이지만 정형화된 틀에 갇혔다. 구성원 가운데 큰 부자도 없고 가난한 이도 없다. 자녀를 둔 중산층 부부나 신혼부부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누군가 (비용을) 더 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서울 강북 지역에선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20대 청년들에게 개방적이지 않아 외톨이로 만들기 쉽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공영역을 갖도록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유:성미산 운동은 공동 육아라는 주민들의 필요에서 출발했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정부가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풀어 왔다. 지금 이곳 공동체를 놓고 성공과 실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돼 돌아와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보면서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시대의 공동체란 무엇인가. -김: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해하며 살아가는 ‘관계의 조건’이다.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이 자기 방어력을 상실한 현대사회에서 일종의 보호막이 된다. -우:경제적 매개 없이 공동체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조합 등 경제활동을 하면서 시민의식을 키워야 한다. 큰돈 들이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고 조합을 기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시민사회 의식이 강조되면 자연스럽게 주민자치, 풀뿌리민주주의로 발전한다. -유: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의 역할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면서 스스로 알아서 해 보자는 자각으로 연결됐다. 과도한 역할을 서로 요구하지 않고 주민 스스로 적절히 알아서 일을 나누면 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해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샌드위치 한반도/문소영 논설위원

    ‘샌드위치론’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7년 한국 기업·경제의 경쟁력이 위기라고 말해 시작됐다.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발언인데, 이제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널리 쓰인다. 군사대국화가 진행되는 중에 2010년 국내총생산에서 일본을 추월해 주요국가 G2로 올라선 중국과,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펴는 미국이 주된 축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미국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서 평화헌법을 재해석해 집단자위권을 확보한 일본의 ‘도발’이 가세했다. 중국의 굴기가 심상치 않고, 미국은 일본을 통해 환태평양에서의 우위라는 자신의 관심사를 관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적 격랑이 잠잠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탓에 ‘통일’ 한반도의 미래가 걱정이다. 전통적인 동맹관계보다 이해관계를 앞세운 ‘새로운 밀월’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북한이 참여한 ‘6자회담’은 별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사라지나 싶기도 하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3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 후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특히 시 주석은 서울대 특강에서 16세기 조·명(朝明)연합군이 활약한 ‘임진왜란’의 사례를 들어 현재 밀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질세라 일본은 평소 거리를 두던 북한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서 진전을 보면서, 대북 제재를 풀었다. 일본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5일(현지시간) 미국은 “대북 공조 흔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라고 경고했으나,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위안부 등 일본의 반인륜적 과거사 문제에서는 한국의 손을 들어주고, 일본의 협력이 절실한 환태평양 방위를 위해 일본의 평화헌법 재해석 등 재무장에 대해서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일 양국을 모두 품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가 트라우마인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재무장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패권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17세기 명·청 교체기와 비교하거나, 강대국의 등쌀에 국권을 잃어버린 19세기 말 대한제국기를 떠올리며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는 말도 있다.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커버스토리] 맹모삼천 外高

    [커버스토리] 맹모삼천 外高

    “2007년 교육부는 이과 수업을 하거나 해외 대학 진학생의 외국어성적증명서를 부풀린 외국어고를 적발해 공개했습니다. 이후 오히려 외고 입시 경쟁률은 상승했죠. 학부모들이 외고가 대입을 목표로 파행 운영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로 인해 자녀가 이익을 얻으리라고 기대했습니다.” 외고 사례를 통해 한국 교육 경쟁의 특징을 분석한 구난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20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구 교수는 “자녀 교육은 일생에 한 번이고 교육 경쟁 구조를 개인이 깰 수 없다는 생각에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있어 외고의 편법 운영을 희소식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고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과 교육 당국의 외고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 세대(30년) 동안 외고가 명문고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원인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외고 설립을 최초로 검토한 해는 1982년이었다. 영재교육 강화 차원에서 외고와 과학고 설립이 논의됐다. 외국어는 ‘수단’일 뿐 과학처럼 끝없이 탐구할 ‘목적’이 될 수 없다는 반대에 부딪혀 이듬해인 1983년 과학고만 설립됐다. 한 해가 지나 1984년 서울에 대원외고, 대일외고가 문을 열었다. 특수목적고(특목고)가 아닌 각종학교 형태였다. 외고는 1992년에 특목고로 지정됐다. 대원·대일외고와 함께 서울의 명덕·이화·한영외고 등 9곳이 문을 열었다. ‘입시 명문’으로 자리매김한 ‘외고 1.0시대’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추첨으로 진학하는 고교 평준화 체계에서 유일하게 추첨 전 선발 학교인 외고에 우수 학생이 모였다. 대원외고 졸업생 중 서울대 진학자 수는 1989년까지 25명이었지만 1990년 41명, 1991년 93명, 1992년 142명으로 급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인 1996년 이 학교 학생 중 202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1999학년도부터 서울대가 ‘비교내신제 폐지 정책’을 쓰며 외고의 인기에 제동이 걸렸다. 이전까지 우수 학생을 선발한 외고의 특성을 감안해 수능 성적에 따라 내신 등급을 부여하는 ‘비교내신제’를 적용했는데, 이때부터 외고 내신 성적을 그대로 대입에 반영하도록 했다. 내신에서 불리해지자 한 해에 수백명씩 외고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거나 일반고로 전학 가는 학생이 생겼다. 이에 교육 당국은 외국어를 가르치는 대학 어문계열에 한해 비교내신제를 다시 도입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는 외고 내신에 절대평가제를 도입했다. 외고생이 대거 어문계열로 몰리며 서울대 법대 대신 영문학과에서 전체 수석이 배출된 해도 있었다. 한편 내홍을 겪은 외고는 국내 명문대 대신 해외 명문대로 눈을 돌렸다. 고교 졸업 뒤 바로 해외 대학으로 진학하는 유학반을 도입, 대응한 ‘외고 2.0시대’가 탄생한 배경이다. 2000년대 들면서 외고 수가 급증했다. 2001년 교육부가 외고 지정·고시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자 지방자치단체마다 외고 유치 정책을 폈다. 이 시기 광주를 제외한 시도별로 외고가 1개 이상씩 설립되자 교육부는 2007년부터 교육감이 교육부와 협의해 외고를 신설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이미 2007년까지 설립된 외고의 수는 전체 고교의 2% 정도로 늘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외고에 대한 교육 당국의 규제는 강화됐다. 이 중에는 외고 존립에 위협을 끼칠 만한 정책도 있었다. 예컨대 교육부가 고교 내신을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2008학년도 대입 전형안’을 발표한 2004년 6.0대1이던 평균 입시 경쟁률은 이듬해인 2005년 1.1대1로 하락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내신 강화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대학별 고사인 논술 비중을 강화하고, 어학 성적 반영률을 높였다. 외고 입시 경쟁률은 2007년 6.5대1로 즉시 회복됐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어느새 대학 입장에서도 외고생을 선발하는 게 명문대로서 입지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구조가 됐다”며 대학의 외고 선호 현상을 지적했다. 외고와 대학 간 암묵적인 ‘제휴 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명문대 입시에서 외고의 경쟁력이 확고해지며 초·중등 교육에서 평준화 도입 이전 명문고 전성시대에 벌어지던 부작용이 재현됐다. 외고 입시 준비를 위해 중학생이 대학 수준 공부를 하는 선행학습이 유행했고, 유치원 때부터 외고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초·중등 교육 파행과 사교육비 가계 부담을 부르는 주범으로 외고가 지목되자 2009년 보수 진영인 여권에서 ‘외고 폐지론’이 제기됐다. 논의 끝에 폐지 대신 외고 입시 개편이 추진됐다. 2011년 신입생 선발부터 외고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 중학교 영어 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토익·토플 등 공인 어학 성적의 외고 입시 반영이 금지됐다. 이 조치로 인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대입에서 이득을 보는 외고의 선발 효과’가 약화될 것으로 교육 당국은 예상했다. 그러나 영어 내신만 반영해 뽑은 2011학년 대원외고 신입생 중 97명이 2014학년 서울대에 진학하며 당국의 예상은 깨졌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입학사정관제 등이 활성화되며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대입 체제에 맞춰 외고의 교육 과정이 변화하는 ‘외고 3.0시대’를 준비한 덕분이라고 외고는 자평했다. 예컨대 한영외고는 외국어 능력, 교내 수상 실적, 연 50여권에 달하는 독서 기록, 1년 60시간에 이르는 봉사 활동 시간을 갖춘 학생을 선발해 ‘한영글로벌리더’로 인증하고 학생부에 기재한다. 고교가 학생의 실력을 보증하는 시스템이다. 대원외고 학생들은 소논문을 써 교내 논문대회에 나가고, 대학교수를 초빙해 실시되는 토요 인문 강의를 들은 뒤 수료증을 받는다. 이런 활동은 모두 학생부에 기록돼 대학에 전달된다. 당국의 교육 과정을 엄격하게 이수하는 데다 학생들끼리 성적 편차가 큰 일반고에선 엄두를 내기 어려운 활동들이다. 2010년 이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우선 선발 학교가 늘었지만 오랜 전통을 가진 외고가 반사이익을 본다는 평가도 있다. 김학한 특권학교폐지국민운동 정책위원장은 “서울에서 외고, 과학고, 국제고, 자사고 등 전기모집을 하는 고교 비중이 전체 고교의 10.7%를 차지한다”며 “10%면 서울시 내 대학 정원과 비슷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일부 학생만 특목고 입시 경쟁에 참여했다면 이제 중위권 성적 학생들까지 고교 입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고, 일반고는 슬럼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 교수는 “30년 동안 외고 열풍은 평준화 이전 시기 명문고 경쟁에 비해 훨씬 치열하고 장기적인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반고가 슬럼화되면서 외고를 비롯한 전기모집 고교에 가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과 조급함이 열풍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총평했다. 구 교수는 또 “전국의 31개 외고 중 수도권 중심 상위권 외고는 대입에서 유리한 전형을 보장받는 반면, 지방 외고는 점점 무력화되고 있다”라며 우려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先주문 100만부’ 힐러리 회고록의 힘은 [ ]다.

    ‘先주문 100만부’ 힐러리 회고록의 힘은 [ ]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은 힐러리가 쓴 것이 아니다? 10일(현지시간) 출간돼 화제를 몰고 다니는 힐러리 전 장관의 두 번째 회고록 ‘힘든 선택들’ 뒤에도 ‘유령작가’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회고록과 고스트라이터(유령작가)를 연결해 보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명인들과 유령작가들 간 암묵적인 동의와 거래에 따른 대필의 세계를 소개했다. WP에 따르면 힐러리 전 장관은 ‘힘든 선택들’을 쓰기 위해 3명으로 구성된 ‘유령작가팀’을 고용, 도움을 받았다. 국무장관 시절 그를 보좌했던 댄 슈워린 전 상원의원과 작가 이단 겔버, 역사학자이자 힐러리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테드 위드머가 그들이다. 이들의 이름은 본문에는 잠깐 나오지만 표지 등 저자 소개 항목에서는 볼 수 없다. 힐러리 전 장관이 1996년 펴낸 ‘마을이 나서야 한다’(It Takes a Village)와 2003년 출간한 첫 번째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도 모두 유령작가의 작품이다. 힐러리 전 장관의 대변인 닉 메릴은 대필에 대한 질문에 “출판사에 물어봐라”며 함구하다가 계속된 질문에 “내가 말하면 책을 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시인했다. 정치인과 기업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유령작가 고용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책은 내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글솜씨도 없기 때문”에 대필을 의뢰한다. 최근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티모시 가이트너 전 미 재무장관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린 인’(Lean In)도 각각 언론인과 TV작가 출신 유령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출간됐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퓰리처상 수상작 ‘용기 있는 사람들’(Profiles in Courage)과 말콤 엑스의 자서전도 유령작가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대필업체 관계자는 “대필료는 권당 1만 5000달러(약 1530만원)에서 시작해 50만 달러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힐러리 전 장관은 이번 회고록의 선인세로 1400만 달러(약 142억원)를 받았으며, 사전 주문도 100만부에 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위기의 KB… 회장·행장 ‘동반 중징계’ 사전통보

    금융감독원이 9일 KB금융 ‘내분 사태’와 각종 금융 사고에 대한 부실 관리 책임을 물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사실상 내분 사태를 촉발한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와 국민은행 사외이사 6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오후 늦게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KB금융 제재 대상자에게 징계 수위를 사전 통보했다”면서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당사자의 소명을 거쳐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징계는 내분 사태뿐 아니라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 일본 도쿄지점 부당 대출 등 최근에 발생한 모든 금융 사고에 대한 부실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이다. 중징계로는 문책 경고와 업무집행 정지, 해임 권고 등이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중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은 불가능해진다. 중징계는 암묵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을 빼고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자진 사퇴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제재 확정 이후 자진 사퇴를 선택할지, 아니면 임기를 채우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도 기관 경고를 통보받았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걸려 최근 추진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KB금융 측은 “징계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명확하게 소명해 책임 범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기본을 지키자] 요람에서 무덤까지 연줄문화 청산하자

    [기본을 지키자] 요람에서 무덤까지 연줄문화 청산하자

    주부 김현선(38)씨는 주말마다 7살짜리 아들을 서울 강남의 한 사설 축구교실에 보낸다. 강동지역에 사는 그는 애초 집 근처 축구교실에 아이를 등록시키려 했지만 “‘친맥’(친구 인맥)을 관리해줘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알고 보니 5~6살 된 이웃 아이들도 강남지역 문화센터의 블록(교육용 놀이)교실이나 수영장에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씨는 “아이들이 영악해서 초등학생만 돼도 집안 배경을 따져 친구를 사귄다더라”면서 “평생 갈 인맥인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좋은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친구를 사귀도록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맥에 의존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연줄 문화’는 요람에서 황혼까지 이어진다. 일부 젊은 학부모들에게 자녀 인맥관리의 시작은 초등학교, 혹은 이전부터 시작된다. 교육·경제 수준이 높은 데다 학부모 네트워크가 끈끈한 강남지역의 산후조리원이나 어린이집 등에 강북이나 분당에서 원정을 오는 경우가 많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부 윤모(42·서울 석촌동)씨는 “중·고교 때 조기 유학을 가거나 대학 학부를 외국에서 나오는 건 인맥을 만드는 데 도움이 안 돼 요즘 부모들은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사립 초등학교와 중학교, 외국어고 또는 자립형 사립고 등을 나오고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한국에서 사회생활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사회적·경제적 배경을 가진 부모를 둔 아이들끼리 그룹과외를 해 인맥을 쌓거나 부유한 집안의 자녀가 몰리는 종교 시설에 아이를 일부러 보내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선·후천적으로 마련된 연줄은 구직과 취업 이후 힘을 발휘한다. 한 취업 전문가는 “대기업의 서류 전형 등에서는 연줄을 동원하기 어렵지만 면접 단계까지 가거나 인턴 등을 통해 구직을 시도하면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 이후에도 유력인사의 자녀로 알려지면 후견인을 자처하는 상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형은행에 다니는 김모(33)씨는 “여전히 출신 학교나 출신지 등을 따져 자신의 ‘라인’을 만들고 관리하는 임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해피아(해양수산부 관료+마피아) 논란에서 보듯 퇴직 뒤 재취업에도 패거리 문화는 힘을 발휘한다. 김재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행정고시로 해마다 300명가량을 뽑으니 인사 적체가 심하고, 현직에 계속 남는 후임자는 퇴직하는 전임자가 (공공기관 등) 좋은 곳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길을 봐주는 암묵적 계약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또 공기업에서도 ‘갑’인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출신이 기관장 등으로 오면 외풍을 막아줄 수 있다고 보고 오히려 ‘낙하산’ 인사를 환영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성장과 효율에만 매몰된 탓에 ‘연줄’을 무기로 활용하는 관행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연고주의에 의지하는 것이 단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정해진 법규나 규칙을 뛰어넘으려다 보니 연줄을 동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는 “사회시스템이 낙후한 탓에 연줄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기업을 비롯한 조직에서 인사평가 때 성과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다 보니 학연·지연 등 연줄에 의존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전문 “스승의 날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전문 “스승의 날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전문’ 연세대학교 교수들은 스승의 날 하루 전인 14일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겸허히 반성하고 참회하고자 한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며 무능한 대처를 보인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문 전문.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며 우리 연세대학교 교수 일동은 비탄한 심정으로 참회하고 성찰하는 마음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꽃다운 나이에 어른들의 구조를 믿고 기다리다가 숨을 거둔 단원고등학교 학생들, 이들과 함께 끝까지 곁에 있다가 유명을 달리한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참담함과 비통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아들딸의 시신을 붙들고 통곡하는 부모님들, 아직 시신조차 만나보지 못한 채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부모님들의 처참한 심정에 가슴깊이 동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분을 망각하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도록 방치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포함한 청해진해운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온 해경을 포함한 정부당국의 책임도 결코 이에 못지않게 엄중할 것입니다.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일부 언론의 태도와, 무기력하게 대처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정치권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켜 왔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대처 및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은 한 치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이번 참사를 철저히 파헤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희들이 보기에,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은 물질적 탐욕에 젖은 나머지 생명의 가치를 내팽개친 황금만능주의,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중심주의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 및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기력한 국가와 황폐해진 사회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세월호의 비극을 전국민적인 참회와 반성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합니다. 먼저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문을 탐구하는 우리 교수들부터 진지하고 겸허하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켜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며 이에 편승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뉘우치고자 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책임을 진 모든 이들도 우리의 반성과 참회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국민의 안전·자유·행복의 보장에 소홀했던 현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은 스스로 철저히 반성하면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기업들 또한 공정경쟁을 왜곡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자신들을 돌아보고 정경유착이라는 낡고 잘못된 관행과 결별해야 합니다. 언론은 갑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고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왔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감시를 올바로 수행해야 합니다.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구조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격려하던 어린 학생들은 엄중한 역사적 숙제를 안기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들의 죽음 앞에 대한민국의 모든 어른들은 근본적인 참회와 성찰에 기초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으로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탐욕과 비리, 생명경시 풍조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석에서 말끔히 제거될 때까지, 그리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반성과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이들에게 엄숙하게 약속해야 할 것입니다. 어린 아들딸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들의 아픔과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간절히 빕니다. 2014. 5. 14 연세대학교 교수 일동 강상현, 강승혜, 강정한, 고광윤, 권수영, 권영준, 기하서, 김갑성, 김경모, 김도형, 김동노, 김동현, 김동환, 김명섭, 김성보, 김성태, 김세익, 김시호, 김영희, 김왕배, 김용민, 김용준, 김종철, 김준일, 김준환, 김철, 김충선, 김태환, 김택중, 김학진, 김학철, 김현미, 김현숙, 김혜림, 김호기, 나윤경, Linda Kilpatrick-Lee, Michael Michael, 마광수, Mandel Cabrera, 문상영, 문정인, 문창옥, 박경수, 박상영, 박상용, 박애경, 박준성, 박찬웅, 방연상, 백경선, 서상규, 서현석, 서홍원, 설혜심, 손영종, 손창완, 손호현, 송인한, 송현주, 신동빈, Anthony C. Adler, 안춘수, 양재진, 양혁승, 여인환, 오홍석, 원재연, William L. Ashline, 유현주, 윤대희, 윤태진, 윤혜준, 이경원, 이덕연, 이동귀, 이삼열, 이상길, 이원용, 이윤석, 이윤영, 이재원, 이종수(법전원), 이지현, 이진호, 이태정, 이태호, 이한주, 이희경, 장원섭, 전광민, 전수진, 전지연, 전현식, 정석환, 정애리, 정의철, 정종락, 정종열, 정종훈, 정희모, Jen Hui Bon Hoa, 조문영, 조용수, 조재국, 조현수, John M. Frankl, Joseph Hwang, 차혜원, 최건영, 최우영, 최윤오, 최종건, 최종철, 최준호, Carl Sobocinski, Krys Lee, Tae Lee, Terence Murphy, Pearl Kim Pang, Paul Tonks, 하연섭, Hans Schattle, 한균희, 한승헌, 한웅, 허대식, 현승준, 홍길표, 황금중 (외국인교수 15명을 포함한 총 131명)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전 업그레이드] 대안 없이 원전 모두 폐기하는 건 무리…안전 위험 땐 땜질 수리 아닌 해체 필요

    [안전 업그레이드] 대안 없이 원전 모두 폐기하는 건 무리…안전 위험 땐 땜질 수리 아닌 해체 필요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래 에너지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로 귀결돼야 한다는 점에 예외 없이 동의한다. 그렇지만 모든 원전을 폐기하자는 논리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당장 원전을 폐기하고 나면 그 빈자리를 메울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다. 단 노후 정도가 심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특정 원전을 유지하는 것이 국민 안전을 해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땜질식 수리가 아닌 해체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낡은 원전을 해체할지 수명을 더 연장할지를 결정하는 순간에 정부가 경제성만을 강조한다면 선택은 늘 수명연장일 수밖에 없다”면서 “원전사고는 곧 대재앙이라는 점에서 결단의 순간 국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원자력 분야에서는 해체공학 분야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수는 원전의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이 더욱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고리 1호기의 경우 상당 부분 시민단체의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봤지만, 결과적으로 과학적인 판단은 내릴 수 없었다”며 “당시 보안을 이유로 해체와 수명 유지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후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지진, 해일, 홍수 등 극한 상황을 가정해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유럽의 기준에 못 미친다”면서 “주요 안전설비와 사고평가방법 등의 취약성을 파악해 조치와 대응 방안을 찾기보다는 단순히 원론적인 능력을 설명하고 설비를 보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른바 원전 전문가들 사이의 ‘암묵적 카르텔’이 깨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 원전 전문가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계의 분위기를 꼬집었다. 그는 “위험성을 지적이라도 하면 이단아, 배신자로 찍히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면서 “스승과 제자, 용역과 피용역자 등으로 얽히고설킨 학계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에 해외학자 성명서까지…세월호 참사 학계 비판 잇따라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에 해외학자 성명서까지…세월호 참사 학계 비판 잇따라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해외학자 성명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대한 학계의 비판이 잇따랐다. 연세대학교 교수 131명(외국인 교수 15명 포함)은 스승의 날 하루 전날인 14일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겸허히 반성하고 참회하고자 한다”며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포함한 청해진해운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사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온 정부당국의 책임도 결코 이에 못지않게 엄중할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 원인과 대처,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은 한 치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물질적 탐욕에 젖은 나머지 생명의 가치를 내팽개친 황금만능주의,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중심주의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 및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세월호 참사와 함께 국민과 유가족들에게 참담함을 안겨준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와 관련해서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일부 언론의 태도와, 무기력하게 대처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정치권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언론은 갑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고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왔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감시를 올바로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는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켜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며 이에 편승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한다”며 “스승의 날을 맞이해 우리의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뉘우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외 학자들도 성명서를 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남태현 미국 샐리스버리 대학 교수 등 5명의 학자들은 13일(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경종: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와 민주적 책임 결여가 근본적 문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번 성명에는 교수 577명과 박사후 연구원 163명, 독립적 학자 334명 등이 참가했다. 특히 노마 필드 시카고대 교수, 낸시 에이블먼 일리노이대 교수 등 외국인 교수 130여명도 성명서에 서명을 해 눈길을 끌었다. 특정 사안에 대해 1000명이 넘는 외국 학자들이 서명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 교수들은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비도덕적인 선장과 선원들의 일탈적 행위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최근 진행되고 있는 규제 완화와 민영화, 무능력과 부패에서 비롯된 미비한 구조 노력의 결과”라며 “사회 총체적인 비리와 부실이 신속하게 개혁되지 않는 한 이런 비극은 앞으로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적시했다. 첫째, 생존자·희생자와 이들 가족에 대한 적극적인 치유와 정당한 배상을 요구했다. 둘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가장 기본적 의무임을 인식하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특히, 관련 관료들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데 실패한 청와대와 대통령도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독립적인 특검 및 특별법 도입을 요구했다. 넷째, 무분별한 공적규제 완화와 민영화 정책을 철폐하고, 사람의 생명과 안전, 삶의 질을 기업 이익과 정부 편의 위에 놓으며, 경제적 이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섯째, 방송 장악과 언론 통제를 위한 일체의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언론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성흔 배트 던지기 미국서 화제된 이유 알고보니…

    홍성흔 배트 던지기 미국서 화제된 이유 알고보니…

    홍성흔 배트 던지기 미국서 화제된 이유 알고보니… 두산베어스 홍성흔의 독특한 배트 던지기가 미국 네티즌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배트 던지기(bat flip)가 암묵적으로 금지됐기 있기 때문이다. 야구 칼럼 사이트인 블리처리포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14일(한국시간) 홍성흔의 배트던지기 타격 장면을 올렸다. 또 다른 팬 사이트인 ‘데드스핀’에도 이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한국 프로야구 배트던지기 동영상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타격 후 배트를 던지는 ‘배트던지기’ 동작은 메이저리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플레이오프나 대기록이 걸린 경기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LA 다저스의 쿠바 출신 외야수 야시엘 푸이기 등 배트 던지기 동작을 주로 사용하는 선수들이 없지는 않기 때문에 종종 상대팀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 반성하고 참회”(전문 포함)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 반성하고 참회”(전문 포함)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연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함께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에 대학교수도 동참했다. 연세대학교 교수들은 스승의 날 하루 전인 14일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겸허히 반성하고 참회하고자 한다”며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연세대학교 교수 131명(외국인 교수 15명 포함)은 이날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포함한 청해진해운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사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온 정부당국의 책임도 결코 이에 못지않게 엄중할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 원인과 대처,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은 한 치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물질적 탐욕에 젖은 나머지 생명의 가치를 내팽개친 황금만능주의,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중심주의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 및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세월호 참사와 함께 국민과 유가족들에게 참담함을 안겨준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와 관련해서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일부 언론의 태도와, 무기력하게 대처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정치권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언론은 갑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고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왔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감시를 올바로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는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켜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며 이에 편승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한다”며 “스승의 날을 맞이해 우리의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뉘우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연세대학교 교수들의 성명’은 김왕배(사회학과)·김종철(법학전문대학원)·김호기(사회학과)·방연상(연합신학대학원)·윤혜준(영문학과)·이종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교육자로서의 입장을 밝히자는 뜻을 나누면서 준비했다. 이들은 성명서 국문본과 영문본을 완성한 후 연세대 전체 교수들과 공유해 참여 교수들의 서명을 받았다. 다음은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문 전문.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며 우리 연세대학교 교수 일동은 비탄한 심정으로 참회하고 성찰하는 마음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꽃다운 나이에 어른들의 구조를 믿고 기다리다가 숨을 거둔 단원고등학교 학생들, 이들과 함께 끝까지 곁에 있다가 유명을 달리한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참담함과 비통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아들딸의 시신을 붙들고 통곡하는 부모님들, 아직 시신조차 만나보지 못한 채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부모님들의 처참한 심정에 가슴깊이 동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분을 망각하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도록 방치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포함한 청해진해운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온 해경을 포함한 정부당국의 책임도 결코 이에 못지않게 엄중할 것입니다.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일부 언론의 태도와, 무기력하게 대처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정치권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켜 왔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대처 및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은 한 치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이번 참사를 철저히 파헤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희들이 보기에,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은 물질적 탐욕에 젖은 나머지 생명의 가치를 내팽개친 황금만능주의,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중심주의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 및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기력한 국가와 황폐해진 사회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세월호의 비극을 전국민적인 참회와 반성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합니다. 먼저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문을 탐구하는 우리 교수들부터 진지하고 겸허하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켜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며 이에 편승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뉘우치고자 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책임을 진 모든 이들도 우리의 반성과 참회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국민의 안전·자유·행복의 보장에 소홀했던 현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은 스스로 철저히 반성하면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기업들 또한 공정경쟁을 왜곡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자신들을 돌아보고 정경유착이라는 낡고 잘못된 관행과 결별해야 합니다. 언론은 갑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고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왔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감시를 올바로 수행해야 합니다.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구조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격려하던 어린 학생들은 엄중한 역사적 숙제를 안기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들의 죽음 앞에 대한민국의 모든 어른들은 근본적인 참회와 성찰에 기초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으로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탐욕과 비리, 생명경시 풍조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석에서 말끔히 제거될 때까지, 그리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반성과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이들에게 엄숙하게 약속해야 할 것입니다. 어린 아들딸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들의 아픔과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간절히 빕니다. 2014. 5. 14 연세대학교 교수 일동 강상현, 강승혜, 강정한, 고광윤, 권수영, 권영준, 기하서, 김갑성, 김경모, 김도형, 김동노, 김동현, 김동환, 김명섭, 김성보, 김성태, 김세익, 김시호, 김영희, 김왕배, 김용민, 김용준, 김종철, 김준일, 김준환, 김철, 김충선, 김태환, 김택중, 김학진, 김학철, 김현미, 김현숙, 김혜림, 김호기, 나윤경, Linda Kilpatrick-Lee, Michael Michael, 마광수, Mandel Cabrera, 문상영, 문정인, 문창옥, 박경수, 박상영, 박상용, 박애경, 박준성, 박찬웅, 방연상, 백경선, 서상규, 서현석, 서홍원, 설혜심, 손영종, 손창완, 손호현, 송인한, 송현주, 신동빈, Anthony C. Adler, 안춘수, 양재진, 양혁승, 여인환, 오홍석, 원재연, William L. Ashline, 유현주, 윤대희, 윤태진, 윤혜준, 이경원, 이덕연, 이동귀, 이삼열, 이상길, 이원용, 이윤석, 이윤영, 이재원, 이종수(법전원), 이지현, 이진호, 이태정, 이태호, 이한주, 이희경, 장원섭, 전광민, 전수진, 전지연, 전현식, 정석환, 정애리, 정의철, 정종락, 정종열, 정종훈, 정희모, Jen Hui Bon Hoa, 조문영, 조용수, 조재국, 조현수, John M. Frankl, Joseph Hwang, 차혜원, 최건영, 최우영, 최윤오, 최종건, 최종철, 최준호, Carl Sobocinski, Krys Lee, Tae Lee, Terence Murphy, Pearl Kim Pang, Paul Tonks, 하연섭, Hans Schattle, 한균희, 한승헌, 한웅, 허대식, 현승준, 홍길표, 황금중 (외국인교수 15명을 포함한 총 131명)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