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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만취해 잠들어 버린 장비, 수중에 술값이 없었다면 사기죄?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만취해 잠들어 버린 장비, 수중에 술값이 없었다면 사기죄?

    황건적의 난이 평정됐지만 유비는 십상시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 공신이 되지 못한다. 그나마 장균이 목숨 걸고 황제에게 진언해 하북성 안희현의 현위로 부임한다. 그로부터 4개월 뒤 황제의 칙사 독우가 유비를 감찰하기 위해 안희현을 방문한다. 독우는 뇌물을 바치지 않는 유비가 못마땅했다. 그래서 “돼지나 말들이 먹는 하잘것없는 음식을 내놨다”며 유비를 모욕했다. 화가 난 장비는 독우를 죽이려 했지만 유비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며 말리는 관우 때문에 참는다. ‘백성을 위해 일어선 것이지 관리가 되어 모욕이나 당하자고 일어선 것이 아닌데….’ 서글퍼진 장비는 연거푸 술을 마시고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린다.조정을 장악하고 있는 십상시부터 관리를 감찰하기 위해 나온 황제의 칙사까지 대부분의 관리는 탐욕스러웠다.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없는 죄도 만들어 관직을 박탈했다. 독우는 ‘유비가 농민을 괴롭힌다’고 없는 죄를 만들어 황제에게 보고한다. 이 사실을 들은 장비는 독우를 버드나무에 묶고 죽기 직전까지 때린다. 그러고 나서 다시 방랑의 길로 들어선다. ‘지극비란봉소서(枳棘非鸞鳳所棲).’ 탱자나무와 가시덤불 속은 봉황이 살 곳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린 장비는 과연 술값을 냈을까? 독우에게 대접할 음식도 변변하지 않은데, 장비에게 술값을 낼 돈이 있기는 한 걸까? 장비의 수중에 술값이 없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을까? ●누군가에게 속으면 무조건 사기죄? 적벽에서 조조와 마주한 주유는 계략으로 채모를 제거한다. 계략을 꿰뚫어 본 제갈량이 두려운 주유는 화살 10만개를 핑계 삼아 군령으로 제갈량을 없애려 한다. 제갈량은 노숙에게 배 20척과 군사 500명을 빌려 안개와 적의 심리를 이용해 조조로부터 화살 10만개를 얻어낸다. 배에 허수아비를 가득 싣고 북을 크게 울려 마치 공격하는 것처럼 조조를 속인 것. 혹시 사기죄가 되진 않을까?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한다. 조조 입장에서는 사기죄를 주장할 만하다. 공격할 것처럼 속여서 아까운 화살을 10만개나 가져갔으니. 그런데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거래 관계에 있어서 신뢰 관계를 보호하는 범죄다. 조조처럼 적을 공격하기 위한 의사로 화살을 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기죄는 실제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통상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것만으로 사기죄를 머리에 떠올린다. ●승부조작, 재산상 손실 없어 사기죄 NO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승부조작도 마찬가지다. 승부조작은 선수가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일부분이라도 정정당당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관중이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믿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보니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에도 사기죄를 머리에 떠올린다. 하지만 승부조작은 법률적으로 사기죄와는 관련이 없다. 기본적인 죄명은 업무방해죄다. ‘위계(僞計)로써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기죄는 피해자에게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성립하는데, 승부조작의 경우에는 관중이나 시청자에게 직접적인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 도박에 돈을 걸어 승부조작으로 돈을 잃었다고 치자. 그러나 이것은 불법의 영역이라 법의 보호 범위 밖에 있어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이처럼 사기죄는 일반인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 2014년 우리나라에서 범죄로 입건된 사람 237만 4372명 중 혐의가 인정돼 기소(기소유예 제외)된 사람은 87만 322명이다. 기소율은 36.6%였다. 사기죄만 보면 38만 7465명이 입건돼 6만 6683명이 기소됐다. 기소율이 17.2% 정도다. 인구 1만명당 고소 사건 수가 일본은 1.6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73.2명으로 45배를 넘는다. 하지만 기소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일단 고소하고 보자는 심리가 수사력의 낭비를 초래해 정작 중요한 사건을 수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장비의 수중에 돈이 있었을까? 만약 돈이 있었다면 술에서 깬 후 술값을 지불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돈이 없는 경우다. 돈도 없이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셨다면 큰 문제다. 술집 주인은 당연히 장비에게 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술을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비 자신도 수중에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술을 주문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이란 재산상의 거래 관계에 있어 상호가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무를 배반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말이든 문서든, 적극적인 행동이든 소극적으로 사실을 알리지 않든 상관이 없다. 술집이나 음식점에서 무엇을 먹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술과 음식을 주문하는 행위에는 스스로 그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암묵적인 의사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주인에게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주문을 한 것은 주인을 속이는 행위다. 하지만 수중에 술값이 없다고 해서 전부 사기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가령 술집 주인과 잘 아는 사이여서 평소에도 외상을 자주 했다면 주인을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아무리 나중에 갚을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처음 가는 술집이었다거나 소득이나 생활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술을 마셨다면 처음부터 술값을 낼 능력이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본인이 아무리 술값을 낼 의사가 있다고 해도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술값을 지불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비가 돈이 있는 줄 알고 술을 주문했는데, 계산하려고 보니 돈이 없는 경우를 보자. 신용카드로 계산하려고 했는데 사용한도를 초과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주인을 속이기 위한 의도,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술집 주인에게는 안타깝지만 술값은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장비의 사례에서는 술집 주인과 장비의 대화로 유추해 볼 때 주인과 장비는 평소에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보인다. 또 장비는 관리로서 월급도 받고 있을 것이므로 술값을 낼 능력이 있다. 게다가 장비가 독우를 혼내 주러 찾아가기 전 같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착실하게 술값을 내기도 했다. 이런 것으로 보아 장비에게 사기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순간의 장난이 범죄가 될 수도 있어 짜장면을 먹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만 남겨 놓고 도망가기. 학창 시절 한번쯤 재미로 이런 장난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평가될까? 수중에 돈이 전혀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돈이 있었는데도 장난으로 도망을 갔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대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는 사람은 사소한 장난일 수 있고 평생에 한두 번 있는 일일지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에겐 아주 큰일일 수 있다. 장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히 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원저 : 요코야마 미쓰데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 [용어 클릭] ■기망(欺罔):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여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것 ■입건(立件):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되는 것. 통상은 혐의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나,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에는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지 않음 ■기소유예(起訴猶豫):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참작하여 기소하지 않는 것
  • [사설] 끝내 승복 않고 법적투쟁 시사한 박 전 대통령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헌재의 탄핵 선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선고 후 이틀간의 침묵을 깨고 밝힌 입장은 누가 보더라도 승복과는 거리가 멀다. 지지자들에게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기에 충분하다. 반년 가까이 나라를 극심한 분열과 혼란에 빠뜨린 책임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 생각이 없다면 헌재의 결정을 존중했어야 했다. 명시적 승복 선언은 지난 4년간 국정을 이끌었던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였다. 그러나 승복하기는커녕 법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암묵적으로 탄핵 불복 운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재에 제출한 최후 변론서에서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이미 선고 승복 입장을 밝힌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최후 변론서 그 어디에도 승복이라는 표현은 들어 있지 않다. 헌재 선고 전 정상참작을 노린 진술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전원 일치 파면 선고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기각이나 각하를 기대했던 박 전 대통령은 선고 뒤 일부 참모들에게 탄핵 여부를 재확인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한 몸이 아니라 국가 장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설령 헌재의 선고가 기대와 다르고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요, 민주주의다. 헌재의 선고에 불복하고 오히려 법적인 싸움을 하겠다고 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대립과 갈등을 키울 뿐이다. 친박 단체의 과격한 시위도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악순환을 끊을 사람은 바로 박 전 대통령이며, 이는 명확한 승복 의사를 밝히는 데서 시작됨을 알고 실천했어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강조했던 법치를 스스로 어기는 모순을 범하고 말았다.
  • 박근혜, 불복시위 중?…‘승복 선언’없이 침묵 중

    박근혜, 불복시위 중?…‘승복 선언’없이 침묵 중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 표명을 나타내지 않아 ‘불복 시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박 전 대통령 쪽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별도의 입장이나 메시지를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탄핵안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국론통합’을 호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헌재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하자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선고 뒤 청와대 관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 등을 만났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근혜계인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이 청와대를 찾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면담을 거부하기도 했다.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민들이 분열된 상황을 초래하고도 사과는커녕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격렬하게 반발하다가 11일 오전 현재 3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박 전 대통령의 침묵이 지지자들을 향한 ‘암묵적 불복 선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그 동안 헌재 심판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또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탄핵반대 집회에 변호사들이 직접 나가 헌재 결정 불복을 부추기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지난 3월 1일 김평우 변호사는 연단에서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절차를 끝내겠다는 헌법재판소 법을 지키고만 있는 것은 시민이 아니라 조선시대 양민이거나 북한 인민들”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광장에 이승만 건국 대통령 동상이 세워지고 헌화가 매일 쌓일 때까지 애국시민들의 집회는 계속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불복’ 운동을 암묵적으로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묵묵부답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까지 저버리는 행위다. 국정파탄의 당사자로서 너무 무책임하다”면서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모습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더 큰 혼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과거에 헌재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적도 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헌재가 세종시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헌재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2004년 10월 2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확인했을 때에는 고칠 줄 알아야 한다. 계속 잘못을 반복해서 완전한 파탄으로 갈 것인가, 잘못을 인정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로 갈 것인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쇼콜라’, 19세기 프랑스를 사로잡은 흑인 광대와 백인 광대 실화

    [지금, 이 영화] ‘쇼콜라’, 19세기 프랑스를 사로잡은 흑인 광대와 백인 광대 실화

    쇼콜라(Chocolat)는 프랑스어로 초콜릿을 뜻하는 보통명사다. 그런데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쇼콜라는 한 남자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이기도 했다. 그의 진짜 이름은 라파엘이다. 하지만 그는 쇼콜라라는 예명으로 사람들에게 불렸다. 유럽에 노예로 여덟 살에 팔려 온 흑인 남성 라파엘에게 관심을 갖는 프랑스인은 없었다. 다들 무대에서 우스꽝스럽게 발길질당하는 흑인 광대 쇼콜라를 구경하며 깔깔대고 싶어 할 뿐이었다. 순진무구한 웃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웃음은 웃는 사람과 웃기는 사람의 위계에서 생긴다. 웃는 사람은 정상인 척, 웃기는 사람은 바보처럼 군다. 웃는 사람은 웃기는 사람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암묵적으로 믿는다.“인간은 웃음으로써 물어뜯는다.” 19세기 중반 프랑스를 산책하듯 살았던 시인 보들레르의 말이다. 그는 웃음의 본질에 대해 쓰면서 웃음은 이렇듯 ‘악마적’이므로 또한 철저하게 ‘인간적’이라고 언급한다. 로슈디 젬 감독의 영화 ‘쇼콜라’를 보는 일이 그렇다. 분명 이것은 100여년 전 실존했던 웃기는 광대에 관한 작품이다. 그러나 관객은 박장대소하지 못한다. 이를 통해 악마적이어서 오히려 인간적인 웃음의 속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식민주의에 기반을 둔 인종차별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감독은 그것을 회피하지 않았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스타가 된 흑인 광대. 이 흥미롭고 놀라운 스토리와 함께 우리의 식민주의 과거를 얼버무리지 않고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포부를 밝힌 대로 그는 ‘자유·평등·박애’의 가치를 내세우던 프랑스가 어떻게 쇼콜라(오마 사이)를 ‘억압·차별·조소’의 대상으로 취급했는가를 낱낱이 보여 준다. 그렇기 때문에 상투적 재현(쇼콜라를 경찰이 고문하는 장면)을 답습하거나, 과잉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쇼콜라가 길에서 절규하는 장면)도 나온다. 관객이 자문하도록 하지 않고, 관객에게 그냥 설명해 버리는 신(scene)도 눈에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장점이 더 많다. 그중 하나가 쇼콜라의 파트너 백인 광대 푸디트(제임스 티에레)라는 인물의 등장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조르주다. 그렇지만 그는 쇼콜라와 마찬가지로 평생을 푸디트라는 예명으로 불렸다. 영화에서 푸디트의 개인사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한데 그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푸디트가 양면적인 캐릭터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공연장에서 그는 식민주의의 대리자를 연기한다. 제국―푸디트는 식민지―쇼콜라를 발로 걷어찬다. 반면 공연장 밖에서 푸디트는 쇼콜라를 돕는 유일한 친구다. 이와 더불어 무대에서는 최고의 익살꾼인 그가 현실에서는 더없이 과묵한 남자라는 사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푸디트의 이중적 모습은 웃으면서 우는 우리네 인생살이와 닮았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보통의 삶. 9일 개봉. 12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김정은 숙부 김평일, 김정남과 유사…다음 암살표적 가능성”

    “김정은 숙부 김평일, 김정남과 유사…다음 암살표적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숙부인 김평일(63) 체코 주재 북한 대사가 다음 암살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평일은 한때 김일성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복형인 김정일과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1979년 이후 38년간 동유럽에서 장기간 외교적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21일 홍콩 인터넷매체 홍콩01에 따르면 시사평론가 리여우치는 김평일이 김정남과 유사한 점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평일은 김일성의 후처 김성애의 소생이고 김정남 또한 김정일과 정식 결혼하지 않은 성혜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사망한 김정남이 중국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아온 반면 김평일은 구소련과 러시아의 암묵적 지원을 받는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즉 김정남이 중국 측에 의해 김정은 대안으로 꼽히자 제거됐고, 김평일은 러시아 쪽에 의해 북한 정권 교체의 대안으로 부각될수록 암살대상 첫 순위에 꼽힌다는 것이다. 리여우치 평론가는 현재 김평일은 탈북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힌 적 없고 행동을 조심하고 있지만, 세계탈북자대회에서 김평일을 망명정부 지도자로 추대했다는 설이 나온 만큼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의 탈북자 단체가 북한 망명정부 수립을 추진하면서 김평일 대사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국제탈북민연대 김주일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지난해 10월 체코에 거주하는 탈북민을 통해 현지에서 열린 한 외교행사에 참석한 김평일 대사에게 ‘국제탈북민연대가 망명정부 수립을 위해 당신과 접촉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구두로 직접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김평일 대사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단체들은 최소한 지난해부터 ’북한 망명정부‘ 구성을 추진해 왔으며, 망명정부 지도자로 김평일을 적임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평일은 암살 조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2중, 3중의 조직을 만들어 둔데다 사고 방식이 동유럽 스타일인 그는 러시아의 호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숙청과 김정남의 암살로 김평일이 인식을 바꿔 공격이 최선의 방어로 나설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부친의 복수를 하거나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판할 경우 이 또한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제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남 암살사건와 관련해 “김정남의 죽음이 결국 김정은과 직간접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김정은이 2인자였던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돌연 처형한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특검, 朴대통령 ‘블랙리스트 공범’ 적시

    특검, 朴대통령 ‘블랙리스트 공범’ 적시

    최순실도 공범… 영향력 행사 최씨 “내일 출석 통지에 응할 것” 윗선 지시받은 실무자 처벌 배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해 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을 이 사건의 주도적 역할을 한 공범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김기춘(78·구속)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특검, 최순실 빼돌린 재산 일부도 확보 최순실(61·구속 기소)씨도 직권남용 등 혐의의 공범으로 블랙리스트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최근 최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 직전 빼돌린 재산 일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특검팀의 9일 출석 통지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팀은 7일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권남용 및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 최씨를 공범으로 명시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날 브리핑에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피의 사실이 포함돼 있다”면서 “최씨는 일부 범죄 사실의 공범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당초 특검팀은 이날 공소장의 내용과 지원 배제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데다 피의 사실 공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을 고려, 비공개에 부쳤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해당 공소장에는 이른바 ‘문체부 인사 찍어 내기’ 의혹과 관련, 박 대통령이 직접 인사 조치 지시를 내리고 관여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운용에 부정적이었던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함께 기소된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사표 압력을 가한 강요 혐의가 있다. 특검팀은 두 사안 모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관련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아울러 공소장에는 블랙리스트에 대해 박 대통령이 김 전 실장 등으로부터 수차례 리스트 작성과 관리 현황, 운용 상황 등을 보고받고 암묵적으로 이를 승인한 사실도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수사 사정에 밝은 사정 당국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조직적 관리, 명단에 오른 이들의 지원 배제 사실 등을 박 대통령이 상당 부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안다”면서 “보고를 받고 묵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박 대통령이 김 전 실장과 함께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종덕 “현 정부, 블랙리스트 우선 추진” 앞서 특검팀은 김종덕(60·구속 기소)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등을 기소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현 정부가 우선 추진한 문화·체육 정책으로 블랙리스트 정책을 꼽았다. 그는 또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사임 배경과 관련, “안종범 전 수석이나 현정택 전 수석이 ‘한진해운 사태가 복잡한데 조직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대통령이 걱정한다’는 취지로 말해 이를 전했더니 조 전 위원장이 ‘그럼 내가 관두겠다’고 한 뒤 사표를 냈다”고도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트럼프 환율전쟁에… ‘수출 한국’ 환율 공포

    트럼프 환율전쟁에… ‘수출 한국’ 환율 공포

    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달러당 1130원대로 추락했다. 연초 1200원대에서 형성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가 너무 강하다”는 한마디에 급락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조만간 1100원선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도 유독 하락 폭이 커 우리 수출 기업의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9.7원 하락한 1137.9원에 마감해 지난해 11월 8일(113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은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앞서 발표된 지난달 미국 민간부문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12% 오른 데 그쳐 시장 전망치 0.3%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달러 약세(원화절상)로 이어졌다.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연초 이후 원화의 달러 대비 절상률(원화가치 상승, 원·달러 환율 하락)은 4.87%로 신흥 22개국 중 폴란드(5.1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브라질(4.6%)·페루(4.49)·칠레(4.21%) 등 남미 국가보다도 절상 폭이 크다. 같은 아시아권에선 대만(3.84%)이 약간 높았을 뿐 태국(2%)·말레이시아(1.55%)·인도(1.42%)·중국(1.36%)·인도네시아(0.91%)·필리핀(-0.03%)·홍콩(-0.04%) 등은 2% 이하에 그쳤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원화가치가 대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꺼내든 환율조작국 카드가 가세하면서 엎친 데 덮친 형국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가운데 하나는 이 비율이 3%다. 따라서 추가적인 원화절상 압력이 거셀 수밖에 없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국제 교역시장에서 수출 가격경쟁력이 약해져 경상흑자가 줄어들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학계에선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 심지어 900원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외환시장 대책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우리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큰 이유는 정부가 수출 활성화를 위해 외환시장에 암묵적으로 개입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며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수정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獨 재무장관 “유로화 약세는 독일 책임아냐” 美에 반박

    獨 재무장관 “유로화 약세는 독일 책임아냐” 美에 반박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유로화 약세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해온 유럽중앙은행(ECB)의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를 통해 미국과 교역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맹공을 가하고 있지만, 이는 독일이 아닌 ECB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 지역지인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과 인터뷰에서 “그것(유로화 환율)은 독일에 너무 느슨하다(It is too loose for Germany)“며 이같이 비판했다고 FT가 전했다. 유로화의 가치가 적정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ECB에 넘긴 것이다.  그는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가 양적완화에 나섰을 당시, 나는 그가 독일의 수출 흑자를 더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나는 당시 이 정책(양적완화)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정책의 결과에 대해 더이상 비판받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쇼이블레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달 31일 독일을 비난한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의 날선 공격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나바로 위원장은 당시 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판을 한 바 있다. 또 “유로화는 사실상 암묵적으로 독일 마르크화와 같다”면서 독일이 유로화 약세를 이용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하지만 독일은 유로화 환율을 특정 수준에 묶어둘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유로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데는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ECB의 확정적 통화정책의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독일 재무부는 실제로 유로화 약세를 부른 ECB 양적완화 정책의 열렬한 팬은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 유럽을 분열로 내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가 (유럽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청원 “인명진 당 떠나라…대선 후 국회의장 모시겠다고 했다” 폭로

    서청원 “인명진 당 떠나라…대선 후 국회의장 모시겠다고 했다” 폭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사전 협상을 폭로했다. 친박(친박근혜)계 맏형 격인 서 의원은 4일 국회에서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대선이 끝나면 제가 노력해서 복당 후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에 저는 ‘지난번에 한 석이 부족해서 안됐는데 인 목사가 무슨 힘으로 하겠느냐’고 거부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위장 탈당’ 의혹도 제기했다. 인 위원장이 일부 친박 핵심의원들에게 탈당계 제출을 종용한 뒤 나중에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이 서 의원을 겨냥해 “악성종양의 뿌리를 없애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지 하루 만에 나온 반격이다. 이에 따라 인 위원장이 자진 탈당의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6일이 지나면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 분당 사태에 이어 다시 한 번 쪼개지는 ‘핵분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서 의원의 주장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그런 얘기를 해본 적도 없고, 스스로 탈당을 선언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존경받는 8선 의원이면 국회의장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인 위원장을 영입한 정우택 원내대표도 “제가 아는 한 하늘 아래 그런 약속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 “친박 핵심조차 인 위원장 중심으로 가야겠다고 하는데 서 의원의 말씀은 이해가 잘 안간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탈당 거부 속에도 친박계 중진인 정갑윤 전 국회 부의장이 이날 탈당을 전격 선언하면서 인적청산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실제 비박(비박근혜)계가 떨어져 나가 만든 신당과 보수 적통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절박함 속에서 초선과 원외당협위원장이 힘을 보태고 일부 중진의원들도 암묵적인 동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당내 판세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친박계 핵심의 자진 탈당이 없을 경우 위원장직 사퇴라는 압박 카드도 준비 중이다. 8일로 예고한 기자회견이 디데이다. 반면, 인적청산 대상으로 거론되는 친박계 핵심은 인 위원장이 물러날 테면 물러나라는 식으로 여전히 강경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해 첫날 피로 물든 터키… 클럽서 ‘총기 테러’ 최소 39명 사망

    새해 첫날 피로 물든 터키… 클럽서 ‘총기 테러’ 최소 39명 사망

    사망자 다수 외국인·69명 부상 IS 추정 테러범 생사·소재 몰라 신년맞이 파티가 열렸던 터키 이스탄불의 한 클럽에서 관광객을 겨냥한 총격 테러가 발생해 외국인을 비롯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민간인 대상 ‘묻지마 테러’가 새해 첫날부터 재연돼 충격을 더한다. 터키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불만을 품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AP·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새벽 1시 45분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안가 관광지 오르타쾨이의 유명 나이트클럽 ‘레이나’에서 산타 복장 괴한 2명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39명이 숨지고 69명이 다쳤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쉴레이만 소일루 터키 내무장관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21명 가운데 16명이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괴한은 클럽 입구에서 특별 경비 업무 중이던 경찰을 사살한 뒤 안으로 들어가 관광객을 무차별 난사했다고 휴리예트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들은 아랍어로 구호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BBC 등 서구 매체는 이번 사건을 ‘산타의 공격’(Santa attack)으로 부르며 상황을 전했다. 이 클럽이 위치한 오르타쾨이 일대는 빼어난 야경으로 새해맞이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사건 당시에도 칵테일 드레스나 정장을 입은 관광객 600여명이 클럽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범의 생사 여부와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테러의 공격 방식을 볼 때 IS의 개입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터키는 지난해에만 최소 15차례의 큰 테러가 일어나 260여명이 사망했다. IS와 쿠르드계 무장조직이 테러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테러는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타깃’ 테러로 전형적인 IS 방식이다. 쿠르드계는 민간인보다는 군인과 경찰을 목표로 한다. IS는 터키가 이슬람 국가임에도 서방 중심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고 유럽연합(EU) 가입도 추진하는 등 ‘탈중동’ 정책에 열을 올린다고 주장하며 테러를 공언해 왔다. 특히 터키가 시리아 내전 개입을 내세워 IS를 공격자 테러로 반격에 나선 상태다. IS와 쿠르드계 무장조직은 공동의 적인 터키를 괴롭히기 위해 ‘2개의 전쟁’ 상황을 만들어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고 관광산업을 무너뜨리는 데 암묵적으로 합의해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테러가 이들의 소행이 아니라 터키의 서구적 연말연시 문화에 불만을 가진 이슬람주의자의 내부 소행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하는 보수화 흐름 속에서 산타클로스와 트리 등 세속적 연말연시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지난달 이스탄불에는 터키 전통 모자를 쓴 남성이 산타클로스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대형 걸개그림이 걸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공격이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자생적 테러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도 폭탄테러 2건이 일어나 최소 28명이 죽고 54명이 부상했다. IS는 자체 선전 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테러 배후를 자처하면서 자폭범 2명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IS는 이라크 정부군이 지난해 10월 자신의 근거지인 모술을 탈환하는 작전을 시작하자 바그다드에서 폭탄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중국-바티칸 수교 임박, 교황청 인정 받은 주교 교단 지도부에 첫 선임

    중국-바티칸 수교 임박, 교황청 인정 받은 주교 교단 지도부에 첫 선임

     중국과 바티칸의 수교가 임박해진 가운데 교황청이 인정한 주교가 처음으로 중국 천주교 교단의 지도부에 올랐다. 29일 폐막한 중국 천주교 제9차 전국대표회의에서 팡싱야오(房興耀) 천주교 애국회 주석과 마잉린(馬英林) 천주교 주교단 주석이 모두 연임했다고 중국 언론이 30일 전했다.  이들과 함께 선거를 통해 선빈(沈斌) 주교 등 17명이 중국 천주교 관변 교단의 두 축인 천주교 애국회와 천주교 주교단 부주석으로 선임됐다. 특히 제1부주석으로 선임된 선 주교 등 3명은 교황청과 중국 정부가 공동으로 추인한 주교이다. 선 주교는 2010년 주교 서품 당시 교황의 임명에 이어 중국 정부의 승인도 받았다. 선 주교는 현재 바티칸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교 협상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천주교는 교황청을 거치지 않고 사제 서품을 진행하는 천주교 애국회와 교황청을 따르는 ‘지하교회’로 나뉘어 있는데, 바티칸은 이번 중국 천주교 대표회의에 지하교회 주교들의 참석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다. 천주교 애국회와 지하교회가 모두 참여하는 ‘중국주교단’이 추천권을 행사하고, 교황이 최종 임명권을 갖도록 하는 주교 임명 방식에 양측이 이미 의견을 모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이 바티칸과 수교를 하면 대만의 외교 고립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바티칸은 대만의 21개 수교국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에 이어 바티칸도 중국에 넘어간다면, 대만 수교국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앙아메리카 가톨릭권이 통째로 대만과 단교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親이명박계 ‘대선 국면’ 세력화 나서나

    親이명박계 ‘대선 국면’ 세력화 나서나

    정병국 등 신당 핵심 멤버 포진 ‘새한국…’ 박형준 연대 가능성 이재오, MB 외곽세력 규합 나서 이동관은 潘 총장 홍보 등 지원 새누리당의 분당(分黨)으로 보수 진영이 재편될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근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보수 세력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전면에 포진해 있어 대선 국면에서 이들의 세력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새누리당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주도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연대를 하지 않고 단일 세력으로는 결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중도 보수의 ‘빅 텐트’를 펼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따라서 보수 진영의 다양한 결사체에서 전면에 있는 MB정부 인사들의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 30명이 새로 꾸린 가칭 개혁보수신당에서는 정병국·주호영 의원이 창당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 의원은 27일 신당의 원내 사령탑으로도 추대됐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주 의원은 초대 특임장관을 지냈다. MB시절인 18대 국회에서 친이 성향으로 꼽혔던 강재섭계의 이종구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정몽준계의 정양석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다. 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신당에서는 친이 직계인 김영우, 권성동 의원도 주축을 이루고 있다. 탈당을 보류한 나경원 의원은 최근 신당의 정강정책·당헌당규팀의 자문위원으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박형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명단에 올렸다 무산되기도 했다. MB의 책사로 불리기도 했던 박 전 수석은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함께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이끌고 있다. 정 전 의장도 개헌을 고리로 중도 보수가 제3지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과 만났다. 개혁신당이 추진되면서 당 안팎에서 신당과 정 전 의장, 박 전 수석의 연대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친박근혜, 친문재인이 아니고 가치를 같이한다면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고 했으니 친이계 인사들과의 연대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최병국 전 의원과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늘푸른한국당의 창당 작업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창당 활동을 통해 과거 MB의 외곽 지지세력이었던 선진국민연대를 다시 규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장관은 나라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에도 참석해 개헌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보수 진영의 최대 관심사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에도 친이계 인사들이 맞닿아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치권에 기반이 없는 반 총장이 MB 인사들의 탄탄한 조직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특히 MB정부의 핵심 인사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최근 반 총장 측의 메시지와 언론 대응과 같은 홍보에 대한 조언을 하는 등 외곽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정부 당시 이 전 수석이 청와대 출입기자였을 때 반 총장이 외교안보수석이었고 대학 동문으로 가까워진 인연이 있다. 이 전 수석은 2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친이계가 세력화를 도모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보수 진영의 다른 대안이 별로 없기 때문에 대선 본선 국면에서 반 총장이 후보가 된다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이 반 총장을 지원하라고 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전 수석은 다만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친이계 인사들이 다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MB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유산도 분명히 있는데 친박이 몰락했다고 해서 다시 친이계가 세력을 키우고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 출신인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반 총장과 행보를 같이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정 전 원내대표도 MB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또 MB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한승수씨가 반 총장의 자문그룹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오늘의 눈] 정치의 시대, 과학거버넌스 고민할 때/유용하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정치의 시대, 과학거버넌스 고민할 때/유용하 사회부 기자

    정치의 시대다. 대화술의 1원칙은 ‘처음 만난 사람과는 정치나 종교 같은 이야기는 피하고 날씨처럼 가벼운 소재로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라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만으로도 대화가 대동단결되는 분위기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바닥이요,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정치(政治)는 ‘원칙에 따라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지금처럼 정치 담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회 각 분야에서 제대로 된 ‘정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과학계 인사와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과학계 현안보다는 최순실 국정 농단을 비롯한 작금의 정치 상황을 이야기한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이야기 끝 무렵 이 인사는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차기 정부가 조기 등판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은데 미래창조과학부는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어왔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창조경제를 담당해온 미래부의 존폐는 과학계는 물론 ICT계에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의 거버넌스로는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감안하면 차기 정부에서 미래부의 변화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문제는 과학계 인사 누구나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전체의 목소리로 터져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가치 중립적이고 정치와는 무관하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과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치의 시대에 과학기술계는 정치 담론이 없는 이상한 상황이 되고 있다. ‘1984’ ‘동물농장’의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정치적이란 용어는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보려는 욕망을 말한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다”라고 말했다. 과학계도 마찬가지다. 현재처럼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지원을 연구성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회’가 과학기술인들의 이상이라면 연구실을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과학 거버넌스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연구비를 더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구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회를 위하는 길’과 뒷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진정 고민한다면 지금처럼 행정가 중심이 아닌 과학기술인이 중심이 된 과학기술 거버넌스부터 만들어야 한다. 현장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터져 나오지 않는다면 어설프게 외국 사례를 들먹이는 얼치기 정치인과 행정가들, 그리고 한자리 차지해 보겠다는 욕심 많은 과학자들의 손에 과학기술계가 또다시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누군가 해주겠지’라는 생각에 과학기술자들이 손 놓고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고 다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합집산된 전철을 밟을 가능성만 커질 뿐이다. edmondy@seoul.co.kr
  • [데스크 시각] 트럼프, 상하이 코뮈니케 그리고 조·미 코뮈니케/이제훈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트럼프, 상하이 코뮈니케 그리고 조·미 코뮈니케/이제훈 국제부 차장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미국은 ‘질서 있는 퇴진’을 원했다. 연일 이어지는 반전 시위를 종식하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재선을 꿈꾸고 있었다. 중국 역시 1969년 우수리강을 사이에 둔 소련과의 영토 분쟁으로 더이상 소련이 공산주의 동반자가 아닌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잠재적 적국으로 이에 대항할 협력자가 필요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미국이었다. 한반도에서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을 펼친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세계 인민의 적’이었지만 이제 중국의 안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나라가 됐다. 1971년 4월 이른바 ‘핑퐁외교’에 이어 1972년 3월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마오쩌둥 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은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코뮈니케는 정부 간 회담이나 회의의 경과를 요약해 발표하는 성명으로, 강제성을 갖지 않아 각자 해석 여지가 많다. 실제로 상하이 코뮈니케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각각 설명하고 서로 합의를 이룬 점과 그렇지 못한 점을 제시했다. 양국은 경제, 문화 교류 확장을 희망한다는 내용과 함께 대만에서 미군의 단계적 철수,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원칙에 합의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 입장에 미국이 동의한 것 같지만 주체를 생략해 해석의 여지는 남겨 둔 것이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사이에 이뤄진 전화 통화가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1979년 미·중 수교 후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양국 간의 사실상 합의를 트럼프가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장 아파하는 역린(逆鱗)을 건드려 외교적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공세에 중국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트럼프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이 점증하는 아시아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취한 대중 정책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대선 구호에서 보듯 트럼프는 취임 후 거친 행동으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는 차이 총통과의 전화 통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트위터에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남중국해에 군사기지를 세울 때 미국에 물어본 적 있냐”며 외교적 실수 논란을 일축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0년 지기인 테리 브랜스테드 아이오와 주지사를 주중 대사에 지명해 대중 강온 전략을 사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교 관계나 ‘정치적 정당성’ 등을 따지지 않는 그가 주한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통상 문제 등을 놓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핵 동결을 전제로 전격적으로 북·미 관계 개선을 카드로 꺼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국에 초대해 햄버거를 먹으며 핵 문제를 포함한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주변의 외교안보 참모가 대체로 대북 강경노선을 고수하는 인물들이지만 미국과 북한은 2000년 10월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해 양측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담은 조·미 코뮈니케를 발표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트럼프가 북·미 관계 개선을 레버리지로 삼을 가능성도 점검할 때가 됐다. parti98@seoul.co.kr
  • [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 찾아라] “정치와 분리… 경제부총리 빨리 매듭짓고 힘 실어 줘야”

    [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 찾아라] “정치와 분리… 경제부총리 빨리 매듭짓고 힘 실어 줘야”

    전문가들은 대통령 탄핵 이후 정부·여당·야당 ‘3각 협치’의 첫걸음은 경제부총리를 빨리 세우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이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정작 위기를 헤쳐 나갈 국내 경제리더십은 부재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치권도 ‘경제부총리 결론’의 시급성에 공감하는 기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왕에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임종룡(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정책 연속성 면에서 유효한 대안”이라는 주장과 “청문회로 시간을 허비하느니 차라리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그대로 유임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임종룡 카드든, 유일호 카드든, 아니면 여야 합의로 새 인물을 추대하든 2004년 탄핵 사태 때보다 더 확실한 힘을 경제부총리에게 실어 줘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11일 “새 인물을 뽑는 것보다 정책 연속성 면에서 임 위원장을 부총리로 선임해야 정책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기업 구조조정 및 가계부채 대응에 실기한 책임에서 임 위원장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부총리행(行)의 최대 걸림돌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 위원장이 부총리가 되면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경쟁입찰 과정 없이 금융위 임의결정에 따라 차은택이 단장으로 있던 ‘아프리카픽처스’에 광고영상 제작을 의뢰한 일, 해운업 구조조정 실패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면서 “최순실 게이트 흙탕물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만큼 차라리 유일호 경제팀을 유임시켜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게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경제팀이 새로 꾸려지게 되면 조기 대선에 따른 새 정권 출범 전까지의 사실상 ‘시한부 순장조’여서 그 누구도 선뜻 맡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탠다. 그럼에도 여야 합의로 새 인물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론도 만만찮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 위원장이 부총리가 되면 후임 금융위원장도 새로 뽑아야 하는데 현안 막기에도 바쁜 금융위가 후속 인사 등에 신경 쓰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은 “제대로 된 경제사령탑을 뽑으려면 몇 개월짜리 단명 부총리가 아닌, 새 정권 출범 후에도 유임시킨다는 암묵적 국회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미국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 데다 경제 상황이 2004년 탄핵 때보다 어려운 만큼 경제팀에 좀더 큰 권한을 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처 국장급 간부 A씨는 “(누구를 세우든) 정치권에서 감 놔라 팥 놔라 간섭하고 흔들지 말고 지금까지 추진해 온 경제정책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어차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부총리 역할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공백 없는 경제정책 추진과 새 정부로의 무난한 이양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탄핵 정국] 특검 앞둔 총수들 “미르·K 관련 청탁 안 해”… ‘뇌물죄’ 피하기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 6일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9개 대기업 총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임박한 특검 수사를 앞두고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연금의 ‘대가성’이 인정되면 뇌물 공여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지고, 사전 보고까지 받았다면 그 책임의 소재가 총수에게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뇌물 의혹 수사 과정에서의 특검과 이 기업들 간 팽팽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회 공헌이건 출연이건 어떤 경우에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말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대가성을 부인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사면 등 대가를 바라고 출연했느냐는 물음에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다. 기업별로 할당을 받아서 할당 액수만큼 낸 것으로 사후에…(파악했다)”라고 답했다. 재벌 총수들이 피하고자 한 것은 형법 130조인 제3자 뇌물공여죄 적용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처벌토록 규정한 조문이다. 현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출연금을 요구할 때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범죄 혐의는 ‘제3자 뇌물죄’로 변경되고, 출연 기업들의 신분도 ‘피해자’에서 ‘뇌물공여자’로 바뀌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 측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독대 과정 자체가 이미 암묵적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청와대와 정부에 꾸준히 민원을 제기해 왔고, 일부 회사는 수사·세무조사·사면 등에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혜택 또는 불이익 회피를 기대하며 큰돈을 내놓았으므로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한 뇌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롯데그룹 등은 사정이 더 복잡하다. 최씨나 딸 정유라(20)씨 개인에게 혜택을 제공하거나 추가 출연 요구에 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그룹은 검찰이 최씨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할 때 다른 기업들과 달리 공소장에서도 빠졌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죄 적용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가 검찰의 직권남용 혐의 적용에 대해 “구멍이 많다”고 평가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 때문에 박 특검이 기업의 자금 출연에 대해 뇌물죄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선발된 특검보, 파견 검사들이 기업 수사나 특수수사에 전문화됐다는 점에서도 향후 특검 수사가 기업 수사 쪽으로 방점이 찍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최순실 국정조사 출석 총수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대가성’ 부인

    최순실 국정조사 출석 총수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대가성’ 부인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이 정부의 특혜를 바라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것은 아니라고 거듭 항변했다. 향후 ‘최순실 게이트’를 다룰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뇌물 공여 혐의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를 증인으로 채택된 대기업 총수들은 정부의 정책 이행을 위해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이므로 공익적 성격이 있고 적법 절차를 거쳤으므로 이를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LG는 ‘대통령이 한류나 스포츠 융성을 통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민간 차원의 협조를 바란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발혔고, SK는 ‘문화·체육 분야 지원을 체계적으로 할 공익 재단 필요성에 공감’해서 기금을 출연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문화 교류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에 도움이 되고 (중략) 정관상 절차를 준수’했다고 밝혔다. 결국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익적 차원에서 두 재단에 기부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임박한 특검 수사를 앞두고 뇌물 공여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할 경우 형법상 뇌물 공여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회 공헌이건 출연이건 어떤 경우에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말했고,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도 대가성을 부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사면 등 대가를 바라고 출연했느냐는 물음에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다.(중략) 기업별로 할당을 받아서 할당 액수만큼 낸 것으로 사후에…(파악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 간에 이뤄진 일련의 독대 과정에서 암묵적인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삼성이나 한화 등이 사실상 최순실(60·구속기소)씨나 그의 딸 정유라(20)씨 개인에게 혜택을 제공한 일이랄지, 롯데와 SK 등 주요 기업이 추가 출연 후 숙원 사업이 해결된 일 등을 둘러싸고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나 대가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지원했고, 최씨 측에 319만 유로(약 43억원)를 추가 지원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한화 그룹이 8억 3000만원짜리 네덜란드산 말 두 필을 구매해 정유라에게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가 지난해 11월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후 올해 2·3월 박 대통령은 SK 최태원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을 독대했다. 이 만남 직후에 K스포츠재단은 두 기업에 각각 80억원, 75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고 롯데는 지난 5월쯤 70억원을 K스포츠재단 측에 입금했다가 지난 6월 초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일관성’을 국가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할 때다/구천서 한중경제협회 회장

    [In&Out] ‘일관성’을 국가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할 때다/구천서 한중경제협회 회장

    5일은 무역의 균형 발전과 무역입국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제정한 ‘무역의 날’이다. 우리 정부는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1964년 이래 본격적인 산업화를 통해 경제 발전과 무역 활성화를 추진했고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이자 돈독한 경제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어떠한가. 한때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죽(竹)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미지의 국가였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던 중국은 1971년 4월 10일 미국 탁구선수단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역사적인 ‘핑퐁 외교’의 전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죽의 장막은 점차 걷혔고 덩샤오핑이 주장한 ‘흑묘백묘론’을 통해 개혁·개방이 점진적으로 추진됐고 가파른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요 2개국’(G2)이란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우뚝 서 있다. 지금 중국은 ‘중국이 힘을 기를 때는 향후 50년간 미국과 싸우지 말라’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대신 장쩌민의 ‘화평굴기’, 후진타오의 ‘대국굴기’, 시진핑의 ‘주동작위’를 국가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아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TPP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중국이 세계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당 부분을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4.9%로 1위였다. 수입 부문에서도 21.5%로 1위를 기록해 상호 의존도를 여실히 보여 줬다. 상호 의존과 교역 규모는 지난해 12월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더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중 경제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등장했다.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결정이다. 북한은 올해에만 두 번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무수단 미사일 등 추가 위협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드는 우리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안보 선택지임이 자명해 보인다. 수습되는 듯했던 사태는 다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인해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론을 동원한 여행·관광·문화 분야 타격, 비관세장벽, 투자·서비스 등 FTA 추가 협상에서 비우호적 입장 견지와 같은 암묵적인 사드 제재가 계속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상호 의존도와 끊임없이 진행되는 교류를 고려할 때 이 갈등은 표면적인 데 그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정책 시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정책이 있다 해도 그 정책이 효과를 내기 전에 방향을 바꾼다면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대중국 기조도 이런 관점에서 견지돼야 한다. 정권에 따라 대중·대외 정책이 변화되는 것이 아닌 100년을 내다본 중장기적인 정책이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전술과 전략은 정권이나 단기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고려돼야 한다.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중국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사드 보복, 경제 보복과 같은 마찰적 외교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양하고 동북아 평화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역내 동반자로서 한국을 변함없이 대우해야 한다.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맥이 흔들림 없이 이어져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돈독히 해 나가야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수십억 인구의 공통된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 차은택 기소에 박 대통령 또 공범 적시…‘광고사 강탈’은 ‘관련자’

    차은택 기소에 박 대통령 또 공범 적시…‘광고사 강탈’은 ‘관련자’

    검찰이 27일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를 구속기소한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이 또 ‘공범’으로 적시됐다. 차은택씨의 공소장에 적힌 범죄 사실에 박근혜 대통령은 크게 두 부분에 등장했다. 하나는 범죄를 공모한 공범으로, 다른 한 부분은 상당히 관여한 관련자로 나왔다. 공범으로 적시된 범죄는 최순실씨가 지분 80%를 실소유한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KT 등의 광고 일감을 몰아주게끔 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⓵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차은택씨와 최순실씨가 추천한 인물들을 KT 임원으로 임명하게 하고, ②“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안종범 전 수석은 KT 회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VIP 관심사항이다. 플레이그라운드가 정부 일을 많이 하니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달라’는 취지로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차은택씨가 옛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다 실패한 혐의(강요미수)에 대해서는 공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포레카 김영수 대표를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한 사실은 확인했다. 당시 포레카 인수전에 차은택씨 등이 뛰어들었지만 실패하고 ‘컴투게더’라는 중소업체가 인수했다. 그러자 최순실씨는 ‘이렇게 나오면 세무조사 등을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버린다고 전하라’고 차은택씨에게 지시했다. 이를 전달받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컴투게더 측을 만나 “저쪽에서는 막말로 묻어버리라는 얘기도 나오고 세무조사를 해서 없애라고까지 한다”고 협박했으나 지분 강탈에 끝내 실패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포레카가 최순실씨 쪽으로 넘어가도록 암묵적인 지시는 했을지 몰라도 실제 협박이나 강요까지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혹은 협박이 존재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송성각 전 원장의 행위에 연루됐다는 점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과연 이 정도로 (컴투게더를) 협박하라고 지시했는지는 사실 의문”이라면서 “공범이라고 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부분은 추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확인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 직접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숨길 수 있는 권리(대니얼 솔로브 지음, 김승진 옮김, 동아시아 펴냄)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학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의 논쟁 지점은 안보 대 사생활 논쟁에서 ‘숨길 게 없다면 두려워할 것도 없다’는 안보강화론자들의 주장을 분석하고 오류를 짚는다. 이 논리는 사생활이란 잘못을 숨기는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로, 사생활의 개념을 협소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생활이 개인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생활을 희생한다고 더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안보 조치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308쪽. 1만 5000원. 강간은 강간이다(조디 래피얼 지음, 최다인 옮김, 글항아리 펴냄) 제목은 당연한 명제이지만 여전히 문명 사회에서 피해자는 부인되고, 힐난받으며 호도당한다. 강간 피해자들의 절박한 생존의 분투는 사회에 의해 ‘암묵적 동의’로 둔갑하고, 가해자를 단죄하고 삶을 재건하는 과정에서조차 피해자는 역비난과 무지의 폭력이라는 2차 가해에 시달린다. 법학자인 저자는 강간 가해자의 범행과 사실 부정, 피해자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강간 부정은 반복돼 온 사회적 현상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데이터가 말하게 하라’는 신념에 따라 신뢰 가능한 데이터를 동원하고, 폭력의 특징과 그 배후의 여성 혐오, 2차 가해를 고발한다. 저자는 강간은 여러 사람의 공조 속에 탄생한다고 지적한다. 340쪽. 1만 5000원. 존 나이스비트 힘의 이동(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허유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세계적 미래학자인 저자가 ‘메가트렌드 차이나’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서방 선진국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변방의 세계가 새로운 경제 동맹을 맺으며 세계를 다중심 구조로 재편한다는 향후 50년 동안의 지구촌 미래상을 조명한다. 나이스비트는 2030년 무렵 아시아 국가가 경제력, 인구, 군비 지출, 기술 투자 규모에서 북미와 유럽 국가를 넘어 세계 중산층 인구의 64%가 아시아에 거주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아울러 도시 간 경쟁과 갈수록 커지는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360쪽.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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