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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8) 다발성 손상이 남긴 진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8) 다발성 손상이 남긴 진실

    2004년 4월 28일 경기 안성시 외곽의 도로변 산자락. 나물을 뜯던 동네 여인들이 뼈만 남은 사람 팔을 발견했다. 바로 옆 헤집어진 흙바닥 틈으로는 백골이 된 머리뼈도 보였다. 주변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굶주린 산짐승들이 누군가의 묘소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추슬러 쏜살같이 산을 내려왔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동네 어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상적으로 묘를 썼다면 그렇게 동물이 시신을 훼손할 정도로 얕게 묻을 리도, 근처에 썩는 냄새가 진동할 리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 감식반은 엎어진 채 매장돼 있는 여성의 시체를 발견했다. 시신은 땅바닥에서 30㎝ 정도 깊이에 묻혀 있었다. 마음이 급한 누군가가 시신을 숨기려 한 정황이 역력했다. 최초 팔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신체의 일부도 발견됐다. 산짐승들 때문에 주검은 비록 여기저기 흩어졌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여성은 억울함을 풀 기회를 얻었다. 여성은 분홍색 반소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키는 170㎝가량. 비교적 큰 체구였다. 하지만 그 이상을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신분증이나 지갑이 없었고, 손가락은 심하게 부패해 지문 채취가 불가능했다. 감식반은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긴 뒤 실종자 명단을 뒤지기 시작했다. ●교통사고·추락사고로 인한 메세레르 골절 시신은 숨을 거둘 당시의 정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인은 다발성 손상. 부러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갈비뼈는 무려 17곳이 나갔다. 부검의는 여성의 왼쪽 다리 뼈와 아래·위 팔뼈를 유심히 살폈다. 부러진 곳은 하나같이 쐐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순간적으로 휘어지던 뼈가 더 버티지 못하고 충격의 반대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갈라진 모습이었다. 메세레르 골절.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신체가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손상이다. 경찰은 일단 그녀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숨진 뒤 이곳에 매장된 것으로 추리했다. 그렇다면 추락과 교통사고 중 어느 것이 원인이었을까. 비밀은 부러진 다리뼈에 숨어 있었다. 부검의는 뼈를 추슬러 부러진 부위의 정확한 높이를 쟀다. 사인이 교통사고였다면 그녀의 다리뼈에는 자동차 범퍼와 부딪칠 때 생긴 골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범퍼의 높이는 차종마다 다르다. 일반 세단형 승용차는 50㎝ 안팎이고 소형 트럭이나 소형 버스는 6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대형 트럭, 버스 등은 이보다 높다. 여기에는 물론 변수가 있다. 급제동 여부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순간 자동차 앞부분이 아래로 숙여지기 때문에 손상 부위가 실제 범퍼의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자리 잡게 된다. 사고 당시 신발의 높이도 변수가 된다. 숨진 여성의 넓적다리뼈는 발바닥으로부터 65㎝ 정도 높이에서 부러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승용차보다는 범퍼가 높이 달린 트럭이나 SUV 등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서 잠깐, 보행자가 차와 부딪쳤을 때 뼈가 견뎌낼 수 있는 강도를 따져 보자.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 세지 않다. 건강한 성인 남자라도 시속 25㎞로 서행하는 경차(약 650~700㎏)와 부딪쳐 뼈가 부러질 수 있다. 경차의 속도가 시속 45㎞까지 올라간다면 부딪힌 사람은 예외 없이 뼈가 부러진다. 물론 뼈가 약한 여자나 노인, 아이들은 더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진다. 여성의 신원이 확인됐다. 열 달 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인근 동네 새댁 A(당시 33세)씨였다. 이가 빠진 모양과 키, 사라질 당시 입고 있던 옷, 나이답지 않게 많았던 새치까지 모든 것이 일치했다. 2003년 7월 초 A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구멍가게 여주인이었다. “아마, 가게 문 닫을 시간이었죠. 밤 10시 20분쯤 남편 끓여 준다며 라면을 사 갔어요. 아… 새댁이 나간 후 ‘쿵’ 하는 소리가 났어요. 무슨 일이 있나 나가 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10개월 전 현장에 떨어진 손톱만한 크기의 증거 강력반 형사들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시신을 숨겼다고 판단했다. 이제 10개월 전 인적 드문 시골길에서 뺑소니를 친 범인을 찾을 차례. 막막해하는 형사들에게 반장은 호미를 하나씩 건넸다. “다들 현장에 나가서 후딱 증거 찾아와.” 산도적 같은 덩치의 강력반 형사들은 투덜거리며 호미를 들고 A씨의 예상 경로를 따라 길가를 뒤졌다. 그렇게 현장 뒤지기를 몇 시간. 한쪽에서 “찾았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께 5㎜, 지름 2~3㎝ 정도의 엄지손톱 크기만 한 플라스틱 조각 3개였다. 그곳에서는 몇년 동안 한 건의 교통사고도 없었다. 경찰은 차량정비 전문가들을 통해 그 조각들이 1991~1996년식 SUV 갤로퍼의 방향지시등 덮개임을 알아냈다. 당시 안성과 충북 진천 등 그 일대의 해당 차종 소유자는 286명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A씨가 사라진 당일의 행적과 차량 보험처리 여부, 방향지시등 교체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한 명씩 용의선상 인물을 좁혀 가는 과정에서 범인이 먼저 움직였다. 최근 방향지시등은 물론 엔진까지 교체한 같은 동네 주민 B(43)씨였다. 그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바로 잠적해 버린 것이었다. 그는 도주 과정에서 가족에게 뺑소니와 암매장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안성 시내를 뒤져 B씨를 검거했다. 그런 독한 짓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날 밤 B씨는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앞에서 오는 대형 트럭의 전조등이 시야를 가리는 순간 차량 오른쪽이 뭔가를 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그는 ‘들짐승이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차를 몰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몇 시간 뒤 다시 돌아와 살펴보니 논두렁에 A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논두렁에서 새댁을 꺼내 차에 실은 그는 차를 몰았다. 우선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은 병원을, 다른 한쪽은 산을 향하는 길이었다. 핸들의 방향에 따라 그의 운명이 바뀌는 자리였다. 잠시 후 그의 차는 산쪽을 향하고 있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28)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28)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

     2004년 4월 28일 경기도 안성시 외곽의 도로변 산자락. 나물을 뜯던 동네 여인들이 뼈만 남은 사람 팔을 발견했다. 바로 옆 헤집어진 흙바닥 틈으로는 역시 백골이 된 머리뼈도 보였다. 주변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굶주린 산짐승들이 누군가의 묘소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추슬러 쏜살같이 산을 내려왔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동네 어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상적으로 묘를 썼다면 그렇게 동물이 시신을 훼손할 정도로 얕게 묻을 리도, 근처에 썩는 냄새가 진동할 리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쇄골모양으로 부러진 뼈…메세레르 골절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 감식반은 엎어진 채 매장돼 있는 여성의 사체를 발견했다. 시신은 땅바닥에서 30㎝ 정도 깊이에 묻혀 있었다. 마음이 급한 누군가가 시신을 숨기려 한 정황이 역력했다. 최초 팔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신체의 일부도 발견됐다. 산짐승들 때문에 비록 주검은 여기저기 흩어졌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여성은 억울함을 풀 기회를 얻었다. 여성은 분홍색 반소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키는 170㎝가량, 작지 않은 체구였다. 하지만 그 이상을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신분증이나 지갑이 없었고, 손가락은 심하게 부패해 지문 채취가 불가능했다. 감식반은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긴 뒤 실종자 명단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신은 숨을 거둘 당시의 정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인은 다발성 손상. 부러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갈비뼈는 무려 17곳이 나갔다. 부검의는 여성의 왼쪽 넓적다리 뼈와 아래위 팔 뼈를 유심히 살폈다. 부러진 곳은 하나같이 쐐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충격에 순간적으로 휘어지던 뼈가 더 버티지 못하고 충격의 반대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갈라진 모습이었다.  메세레르 골절(Messerer´s fracture).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신체가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손상이다. 경찰은 일단 그녀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숨진 뒤 이곳에 매장된 것으로 추리했다.  그렇다면 추락과 교통사고 중 어느 것이 원인이었을까. 비밀은 부러진 넓적다리 뼈에 숨어 있었다. 부검의는 뼈를 추스러 부러진 부위의 정확한 높이를 쟀다. 사인이 교통사고였다면 그녀의 다리 뼈에는 자동차 범퍼와 부딪힐 때 생긴 골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범퍼의 높이는 차종마다 다르다. 일반 세단형 승용차는 50㎝ 안팎이고 소형트럭이나 소형버스는 6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대형트럭, 버스 등은 이보다 높다.  여기에는 물론 변수가 있다. 급제동 여부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순간, 자동차 앞부분이 아래로 숙여지기 때문에 손상 부위가 실제 범퍼의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자리잡게 된다. 사고 당시 신발의 높이도 변수가 된다. 숨진 여성의 넓적다리 뼈는 발바닥으로부터 65㎝ 정도 높이에서 부러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승용차보다는 범퍼가 높이 달린 트럭이나 SUV 등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서 잠깐, 보행자가 차와 부딪혔을 때 뼈가 견뎌낼 수 있는 강도를 따져보자.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 세지 않다. 건강한 성인 남자라도 시속 25㎞로 서행하는 경차(약 650~700㎏)와 부딪혀 뼈가 부러질 수 있다. 경차의 속도가 시속 45㎞까지 올라간다면 부딪힌 사람은 예외 없이 뼈가 부러진다. 물론 뼈가 약한 여자나 노인, 아이들은 더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진다.  여성의 신원이 확인됐다. 열 달 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인근 동네 새댁 A씨(당시 33세)였다. 이가 빠진 모양과 키, 사라질 당시 입고 있던 옷, 나이 답지 않게 많았던 새치까지 모든 것이 일치했다.  2003년 7월 초 A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구멍가게 여주인이었다.  “아마. 가게 문닫을 시간이었죠. 밤 10시 20분쯤 남편 끓여준다며 라면을 사갔어요. 아…새댁이 나간 후 쿵하는 소리가 났어요. 무슨 일이 있나 나가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10개월전 현장에 떨어진 손톱크기의 증거  강력반 형사들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고차량의 운전자가 시신을 숨겼다고 판단했다. 이제 10개월 전 인적드문 시골길에서 뺑소니를 낸 범인을 찾을 차례. 막막해 하는 형사들에게 반장은 호미를 하나씩 건넸다. “다들 현장에 나가서 후딱 증거 찾아와.”  산도적 같은 덩치의 강력반 형사들은 투덜거리며 호미를 들고 A씨의 예상 경로를 따라 길가를 뒤졌다. 그렇게 현장을 뒤지기를 몇시간. 저쪽에서 “찾았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께 5㎜, 지름 2~3㎝ 정도의 엄지손톱 크기만한 플라스틱 조각 3개였다. 그곳에서는 몇년 동안 한 건의 교통사고도 없었다. 경찰은 차량정비 전문가들을 통해 그 조각들이 1991년~1996년식 SUV 갤로퍼의 방향지시등 덮개임을 알아냈다.  당시 안성과 충북 진천 등 그 일대의 해당 차종 소유자는 286명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A씨가 사라진 당일의 행적과 차량 보험처리 여부, 방향지시등 교체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한 명씩 용의선상 인물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범인이 먼저 움직였다. 최근 방향지시등은 물론 엔진까지 교체한 같은 동네주민 B씨(43)였다. 그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바로 잠적해 버린 것이었다. 그는 도주과정에서 가족에게 뺑소니와 암매장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안성 시내를 뒤져 B씨를 검거했다.  그런 독한 짓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날 밤 B씨는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앞에서 오는 대형 트럭의 전조등이 시야를 가리는 순간. 차량 오른쪽이 뭔가를 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그는 “들짐승이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차를 몰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몇 시간 후 다시 돌아와 살펴보니 논두렁에 A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논두렁에서 새댁을 꺼내 차에 실은 그는 차를 몰았다. 우선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은 병원을, 다른 한쪽은 산을 향하는 길이었다. 핸들의 방향에 따라 그의 운명이 바뀌는 자리였다. 잠시 후 그의 차는 산쪽을 향하고 있었다.  유영규기자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흔해서 더욱 잔인한 교통사고 위장 살인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살인현장 속 왠 대변(?)검사…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진실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피가 다르다(?) 혈흔 속 性염색체가 ‘악마의 姓’ 을 지목하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신던 A씨의 갑작스런 사망 왜?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성형수술 자국이 일러준 주검의 주민번호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20대 여성이 남긴 마지막 글씨…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 살인…‘전류반’은 못 숨겼네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 24) 택시에 튄 흙탕물이 살인자를 뒤바뀌 놓다 돈 버리고 납치… 이상한 택시 강도 25) 담배꽁초에 묻은 립스틱 DNA 검사해보니 살인 현장에 남은 ‘그 남자’의 립스틱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범퍼가 남긴 ‘메세레르 골절’
  • “50년전 굶겨죽인 학생2명 암매장”

    “50년전 굶겨죽인 학생2명 암매장”

    광주인화학교대책위는 “1960년대 인화학교가 지체장애인 등을 굶겨 숨지게 한 뒤 암매장했다.”고 17일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근무했던 교사와 학생 등의 증언을 공개하고, 인화학교 법인의 공식 사과와 해체를 촉구했다. 당시 교사로 재직했던 김모(72)씨는 “1964년 당시 인화학교에는 바보 같은 학생 2명이 있었고 학교 측은 이 학생들에게 밥을 조금만 주고 창고 같은 곳에 가둬 뒀다.”며 “이 학생들은 배가 고파 벽지를 뜯어 먹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학교 측이 1964년 10월 7살짜리 남자 아이를 굶겨 숨지게 했고, 이듬해인 1965년 4월에도 이 학교 여자 보육사가 굶주려 탈진한 상태의 6살 여자 아이를 안고 있다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숨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생들이 숨지자 가마니 등으로 싸서 나와 교감, 또 다른 교사 1인이 인근 무등산 자락으로 옮겨 암매장했다.”며 “50여년 전 이들 사건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시신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학교에 근무했던 선생님들도 함께 목격했고 이분들은 현재 나주의 한 복지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화학교 측은 “당시 근무한 교사들도 모두 학교를 떠나서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씨 외에도 많은 졸업생이 나와 수십 년 동안 있었던 인권 유린을 폭로했다. 인화학교 졸업생인 광주농아인협회 강복원 회장은 “1975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인화학교 이사장의 셋째 아들이 재학 중인 청각장애 여학생 2명의 옷을 벗기고 누드화를 그렸다.”며 “그 셋째 아들은 현재 광주의 한 일반학교에서 미술교사로 버젓이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청 인화학교 성폭력 특별수사팀은 이번에 증언한 김씨와 당시 교사 등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또 당시 광주경찰서(현재 광주 동부경찰서)에 이 사건이 접수됐는지를 가리기 위해 관련 수사기록을 찾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당시 15년)가 지난 만큼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광역시 인화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던 경기 하남시 성광학교 이모(여) 교장이 이사회의 사퇴 권고를 받아들여 17일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21일까지 휴가를 떠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 성광학교 학교법인 교산학원은 이 교장의 인화학교 교장 재직 당시의 처신이 논란이 되자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권고사직 결정을 내렸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다리에 사람을…” 멕시코 ‘엽기 마약조직’ 공포

    4년 전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멕시코에서 마약조직 간의 갈등이 점점 더 악랄하게 변질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대 조직원을 잔혹하게 고문한 뒤 번화가에 전시하듯 걸어두는 충격적인 사건이 반복되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멕시코 3대 도시인 몬테레이에서 차량통행이 가장 많은 한 고속도로에는 ‘갱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파란 티셔츠를 입은 청년 한명이 밧줄로 손이 묶인 채 고가도로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신음하고 있었던 것. 고문을 당하고 총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10대 청년은 의식이 있었고, 바로 구출돼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외에도 20대 초반의 남성 2명이 고속도로 근처에서 발견됐지만 잔혹한 고문과 총상으로 사망한 뒤였다. 한명의 손은 휴대폰이 들린 채 테이프로 거칠게 포박돼 있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마약조직 간의 보복전쟁으로 잠정결론 지었다. 특히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은 죽은 이가 상대조직의 ‘정보원’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경고하는 메시지로 파악된다. 이에 앞선 5일에도 남성 2명이 번화한 도로 위 다리에 매달린 채 주검으로 발견된 바 있다. 2006년 당선된 멕시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멕시코에 만연한 마약조직 소탕을 위해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발표한 사망자 수만 3만 5000명에 육박한다. 4월부터 타마울리파스 주와 두랑고 주에서 300구 넘는 집단 암매장 시신들이 속속 발견돼 마약 조직원은물론 무고한 시민들까지 잔혹히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마약조직이 더욱 잔혹해지고 있는 건 멕시코와 미국이 밀수통로를 서서히 봉쇄해 줄어든 남은 통로를 놓고 갱단 사이에서 필사적인 영역 싸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이 성공하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마약 갱단들을 궁지에 몰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살인마’ 유영철 “나 싸이코인것 몰라?” 교도소 난동

    ‘살인마’ 유영철 “나 싸이코인것 몰라?” 교도소 난동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최근 수감중인 서울구치소에서 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 등에 따르면 유영철은 지난 4월초 ‘거실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교도관 3명과 시비를 벌였다.  거실검사는 수형자가 무기류를 소지하거나 외부 물건을 반입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검사로 일주일에 한번꼴로 이뤄진다. 경비교도관 3명이 1개조가 돼 독방 수형자를 방 밖으로 나오게 한 뒤 2명이 방을 수색하고 1명은 수형자를 감시하는 방식이다.  유영철은 이 과정에서 거실검사를 끝낸 교도관 1명을 잡아 독방으로 끌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놀란 교도관 2명이 유영철을 제지했지만 이미 교도관 1명은 독방 안쪽까지 끌려들어간 상황이었다.  유영철은 교도관의 목을 잡고 “내가 싸이코인 것을 모르냐.”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나머지 교도관들에 의해 진압된 유씨는 이후 독방에서 징벌수형방으로 옮겨졌다.  이날 소동은 유영철이 엄격하고 잦은 거실검사에 불만을 품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도 사건이 알려진 뒤 언론 인터뷰에서 “4월초 유영철이 거실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교도관들에게 욕설을 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유영철은 지난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살해한 뒤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사형 미결수다. 유영철은 붙잡힌 뒤에도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100명까지 살해할 생각”이라고 밝히는 등 엽기적인 행각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경찰의 딸 ‘恨맺힌 죽음’ 경찰의 눈물로 달래줬다

    경찰의 딸 ‘恨맺힌 죽음’ 경찰의 눈물로 달래줬다

    지난 17일 경기 하남 남한산성 인근 야산. 수사관들이 30㎝가량 땅을 파내자 마침내 한 여인의 하얀 무릎이 드러났다. 현직 해양경찰관의 딸인 박지선(25·가명)씨였다. 억울한 한(恨) 때문인지, 산기슭의 싸늘한 기온 때문인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시체는 조금도 부패되지 않은 상태였다. 담당 형사들은 지선씨 어머니의 말을 떠올렸다. 한 스님이 “추운 곳에 묻혀 있으니 어서 꺼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밤마다 지선이가 찾아와 ‘사과하라’며 우짖는 바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던 살인범의 모습이 겹쳐졌다. 살인범이 검거된 16일은 마침 지선씨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형사들은 혀를 찼다. 하얀 피부와 큰 눈, 날씬한 체격. 같은 경찰의 딸인 지선씨의 고운 모습에 범인을 직접 체포한 이홍섭(44) 동대문서 강력3팀장도, 팀원들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딸처럼 가슴이 아려와서였다. 살인범과 지선씨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1년전 겨울. 미용실을 운영하던 지선씨가 가게에 쓸 기름을 나르려고 오토바이를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강도·강간 등 전과 3범인 살인범 김진수(33·가명)는 당시 오토바이 판매점 사장이었다. 타지생활에 외로웠던 지선씨는 6개월동안 쫓아다니는 김의 집요한 구애에 마음을 열었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 등으로 싸움이 잦아진 가운데 김은 지선씨를 목졸라 살해했다. 전과자인 김은 사후 처리도, 도주도 능숙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무죄로 풀려나기 쉽다는 것도, 어떻게 하면 추적을 따돌리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시체를 여행가방에 넣은 뒤 동네 4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피해 암매장했다. 지난 2일 지선씨의 가게 건물에 살던 고모가 일주일간이나 보이지 않는 조카를 이상하게 여겨 신고하자 김은 곧 도주했다. 시체를 옮긴 차량 내부를 깨끗이 청소한 뒤 주차장에 뒀고, 휴대전화도 버렸다. 은행계좌에서 돈을 찾지도 않고, 컴퓨터도 쓰지 않았다. 가족, 친지들과의 연락도 끊었다. 말 그대로 ‘아날로그식’ 으로 숨어다니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친구에게 도피자금을 부탁한 뒤 몇 차례나 장소를 옮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다 지방으로 도주하기 직전, 김의 지인들을 철저하게 조사하며 잠복한 경찰에 마침내 꼬리가 잡혔다. 그러나 체포된 뒤에도 김은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순간, 경찰의 지혜가 빛을 발했다. 경찰은 김이 CCTV를 피해 도주했다는 것을 알고, 김이 알지 못한 장소에 가려져 있던 CCTV 테이프를 내밀었다. 물론 촬영 후 닷새가 지나 화면은 저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 팀장은 태연히 “가방을 가지고 도망가던 네 모습이 여기 다 있다.”며 호통을 쳤다. 김은 흔들렸고, 범행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암매장 장소를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뻘인 고기현 반장이 나섰다. 고 반장은 김을 다독이며 눈물로 호소했다. “지선이 이제 좋은 데 보내 주자. 얼마나 춥고 외롭겠니? 잘 묻어 주자.” 결국 김이 장소를 말했다. 외진 산기슭인 탓에 김이 정확한 위치를 헷갈려 경찰들은 딱딱하게 언 땅을 이곳, 저곳 손이 부르트도록 수십 차례 파내야 했다. 그렇게 경찰들의 눈물과 피땀 어린 발품 끝에 지선씨는 한을 풀게 됐다. 그러나 같은 경찰의 딸을 잃은 형사들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 팀장은 자신에게 온 지선씨 아버지의 문자메시지를 말없이 보여줬다.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애, 가슴에 묻어야 하는데 죄스러워서 하늘을 볼 수가 없네요.”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아이들’ 주연 박용우 집중탐구

    ‘아이들’ 주연 박용우 집중탐구

    1991년 3월 뒷산에 도롱뇽을 잡으러 간다던 대구의 초등학교 어린이 5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11년이 흐른 뒤인 2002년 9월, 아이들은 차가운 유골로 돌아왔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1986~91년),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1991년)과 더불어 3대 미제로 꼽히는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이 17일 개봉한다. 화성과 이형호군 사건을 각각 다룬 ‘살인의 추억’(2003년·525만명)과 ‘그놈 목소리’(2007년·314만명)가 흥행은 물론, 공소시효 논란을 부각시키는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기에 이 영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조작한 사실이 탄로 나 대구로 좌천된 야심만만한 젊은 PD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특종을 낚아 서울로 복귀할 꿈을 꾸는 강지승 PD(박용우)가 ‘한 아이의 부모가 유괴를 가장해 아이들을 죽인 뒤 집에 암매장했다’는 황우혁(류승룡) 교수의 주장에 솔깃해 하면서 영화의 심박수는 빨라진다. 시사회 이후 평은 엇갈리지만 박용우(40)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특종에 눈이 먼 PD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용의자와 육탄전을 벌이는 가장까지 폭넓은 감정의 진폭을 소화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용우’를 집중 탐구해 봤다. 연기파 배우 박용우 →영화 전반부의 출세에 눈이 먼 강 PD와 후반부의 강 PD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어떻게 이해했나. -이중적인 느낌이라 더 좋았다. 개인적인 욕심을 드러내는 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나의 얘기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딸의 납치를 겪으면서 자신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같은 일을)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걸 느꼈을 때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게 흥미로웠다. →성지루, 성동일, 류승룡, 김여진 등 연기파들이 나온다. 주연의 부담은 덜했나. -장단점이 있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안 해도 되는 건 좋다. 에너지를 축적시키고 있다가 터뜨릴 때에만 터뜨리면 된다. 하지만 신경 쓸 일도 많다. (상대 배우들의) 감정들을 다 받아주고 전체적인 내용을 분석해서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영화를 15편쯤 했다. 가장 몰입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 (10초쯤 생각한 뒤) ‘혈의 누’(2005) 캐릭터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2002년 ‘스턴트맨’이라는 영화를 85%쯤 찍다가 엎어진 뒤로 섭외가 끊겼다. 그러다가 낯설고 개인적으로도 싫어했던 TV 사극 ‘무인시대’(2003)를 찍었다. 아이러니하게 이걸 계기로 영화를 다시 찍게 됐고, 상도 받았다. →신인도 아닌데 ‘혈의 누’가 왜 힘들었나. -캐스팅되면서 각오가 남달랐다. 그때만 해도 배우는 연기로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감독과 대화를 안 했다. 촬영 전날 밤 잔뜩 준비해 감독님을 놀라게 해 드릴 생각을 했다.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자 감독님이 화를 내더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며 호통을 치셨다. 기술시사에서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혼자 튀려고 했던 거다. 4번 타자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헛손질만 한 격이었다. →많은 변화가 있었겠다. -‘혈의 누’ 이후 감독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내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작품을 위해 배우가 존재한다는 걸 비로소 느꼈다. 톱클래스와 주연급 사이 →실제 성격과 가까운 캐릭터는. -과거 시점으로 보면 ‘핸드폰’(미소를 잃지 않는 대형 할인매장 모범 사원이지만 쉽게 상처 입고 돌변하는 이중적인 캐릭터)의 역할과 가깝다.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많았다. 상대의 작은 몸짓에 며칠씩 고민했다. 지금은 ‘혈의 누’ 캐릭터에 가깝다. 살인마란 얘기는 아니다.(웃음) 차분하게 팩트를 갖고 객관적인 사실을 찾아 해매는 부분이 비슷하다. →1997년 데뷔작 ‘올가미’부터 주연급이었는데 톱클래스란 느낌은 안 든다. -죄송하다.(웃음) 폭발적인 흥행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톱클래스 아니라고 해서 마음에 담아두는 건 아닌가. -솔직히 그 질문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다 인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안다. 요즘 톱클래스는 원빈, 강동원처럼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 아닌가.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 거다. 마음속 톱클래스는 따로 있는 거고…. →마음속 톱클래스는 누구인가. -너무 어두운 영화를 고집하는 걸 빼면 량차오웨이(양조위)다. 누구나 그를 톱클래스로 생각할 거다. 깊이 있는 연기자이면서 스타다. 그의 눈빛은 정말 너무 닮고 싶다. →목표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하고 싶다.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나. -‘배설’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안으로 삭이는 것 말고 많이 행동하고 터뜨렸으면 좋겠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한 맺힌 ‘손의 저주’

    한 맺힌 ‘손의 저주’

    “저게 뭐지? 사람 두개골 아냐?”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강일동의 한 야산. 산책로 공사를 하던 포클레인 기사가 암매장된 유골 하나를 발견했다. 수년이 지난 시체는 이미 심하게 훼손되고 부패된 상태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두 손 만은 육안으로 지문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부검의조차도 “손 부분만 이렇게 썩지 않은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라고 의아해했다. 지문 분석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졌다. 5년 6개월 전 실종된 김모(당시 49·여)씨였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수사가 온전히 남겨진 지문 덕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맺힌 손의 저주였을까. 살해된 김씨는 유일하게 남은 ‘손’으로 범인을 지목했다. 동거남 심모(42)씨였다. 경찰은 김씨가 집안에서 평소 입던 트레이닝복 차림인 점, 동거남과 쓰던 오리털 이불로 둘러싸인 점, 김씨의 딸과 함께 실종신고를 한 심씨의 당시 진술과 다른 점 등을 들어 심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다른 동거녀를 통해 지난 16일 심씨를 경기도 포천에서 붙잡았다. 그는 상습도박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동거녀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오리털 이불과 비닐로 싼 후 검정 케이블 선으로 묶어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털어놨다. 심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다 부도가 난 뒤 2002년 택시기사인 남편과 이혼했다. 위자료 한 푼 없이 집을 나와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에는 마음 터놓을 친구 한명 없었다. 나이 때문에 취직조차 마땅치 않자 가족들 몰래 노래방 도우미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2003년 심씨를 만났다. 고독하고 외로운 생활 속에서 열두 살이나 어린 심씨의 적극적인 구애가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둘은 2003년 12월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심씨의 본색이 드러났다.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김씨의 집에 얹혀 살며 보증금을 200만원, 300만원 곶감 빼가듯 챙겨 갔다. 병적인 도박습성 때문이었다. 뒤늦게 만난 심씨를 포기할 수 없었던 김씨는 화를 내기도 하고 다그치며 그를 말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끔찍한 공포와 죽음이었다. 태연하게 김씨의 딸과 함께 실종신고를 한 심씨는 곧 열두 살이 많은 다른 연상 여성을 찾아 3년간 동거 생활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 여성과의 통화기록을 추적해 경기 포천에서 주차관리와 식당 보조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던 심씨를 검거했다. 서부석 강동서 강력3팀장은 “통상 시체가 3~4개월 만 돼도 다 부패되는데 얼마나 억울하고 한이 맺혔으면 손만은 썩지 않고 남아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줬을까 생각한다.”면서 “아이스박스로 시신을 옮기는 것을 도운 공범을 추적해 피해자의 마지막 남은 원한까지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술자리서 “인생 똑바로 살라” 충고했다고… 동네후배 살해후 야산 암매장

    술자리에서 인생 충고를 했다는 이유로 동네 후배를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30대 남성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4일 초·중학교 후배인 김모(33)씨를 살해한 최모(35)씨와 정모(33)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최씨는 지난 8월12일 오후 11시쯤 서울 부암동 백사실 계곡 근처에서 김씨와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던 중 김씨가 “인생 똑바로 살라.”, “애도 있는데 왜 그렇게 사냐.”고 훈계하자 평소 지니고 다니던 과도로 찌르고 돌멩이로 3~4차례 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최씨를 도와 피해자를 암매장하고 카드를 훔쳐 돈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사건 당일 이들은 서울 홍은동의 한 음식점에서 소주 3병을 마시고 후배들과 어릴 적 함께 살았던 부암동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최근 도박으로 20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이혼하는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던 차에 김씨가 이를 훈계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최씨와 정씨는 범행 직후 일부러 부암동 부근의 PC방에 들르고, 숨진 김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69만원을 인출하면서 알리바이를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한강대교 부근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동생이 일주일 이상 귀가하지 않는다는 김씨 친형의 신고에 따라 김씨 실종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피의자들을 집중 조사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2시쯤 부암동 시체 유기 현장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현장에 나타난 피의자 최씨는 “순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나쁜 승려’

    전남 여수경찰서는 30일 유흥주점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여수 모 사찰의 승려 조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는 지난 25일 오전 9시쯤 여수시 모 유흥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종업원 주모(45·여)씨를 자신의 사찰 숙소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거부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주씨의 시신을 방에 내버려 뒀다가 이날 밤 토막낸 뒤 사찰 인근 야산에 묻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조씨가 범행을 감추려고 시신을 암매장한 것은 물론 핏자국이 묻은 침대 매트리스와 소지품을 태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씨가 이번 사건 이외에 추가 범행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여수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폴란드대통령 부부등 96명 전원 시신수습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와 하원 부의장 등 96명이 타고 있던 대통령 전용기가 10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추락, 전원이 사망했다. 러시아 비상대책본부는 카친스키 대통령의 시신을 수습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로 옮겼다. 앞서 카친스키 대통령 등 폴란드 정부 대표단을 태우고 바르샤바를 출발한 러시아제 Tu-154 비행기가 오전 10시50분쯤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50㎞ 떨어진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인근에 추락했다. 대표단은 소련(현 러시아) 비밀경찰이 폴란드인 2만여명을 죽인 뒤 암매장한 ‘카틴 숲 학살사건’ 7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려다 희생됐다. 폴란드 내각은 긴급회의에서 헌법에 따라 브로니슬라프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토록 결정하고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대선도 앞당겨 실시키로 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 러시아·폴란드 공동 조사단이 비행기 블랙박스 2개를 분석하는 가운데 조종 미숙과 무리한 착륙 시도, 비행기 결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폴란드 국민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조전을 보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폴란드 대통령기 추락] 러와 악연된 ‘카틴 숲 학살’은

    카틴 숲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소련(현 러시아) 비밀경찰이 조제프 스탈린 소련공산당 총서기의 명령에 따라 폴란드 각계 인사 2만 2000여명을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 숲에서 재판 없이 집단처형, 암매장한 사건이다. 1943년 독일군이 시신을 발견하면서 드러났지만 당시 소련은 독일군에 책임을 돌렸다. 1990년에야 비로소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개입을 인정했다.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 측은 공소시효가 지나 관련자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폴란드는 반인륜 범죄로 규정, 공소시효 없이 주동자를 색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악연은 깊다. 동유럽의 강국이었던 폴란드는 1795년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3국에 분할됐다. 1918년 독립했다가 1939년 서부는 독일에, 동부는 소련에 점령당했다. 2차 대전 이후 동구권이 붕괴될 때까지 폴란드는 소련의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와 대립해 온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의 취임으로 양국 관계는 더 멀어졌다.2007년 12월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취임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조금 호전됐지만 카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의 반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7일 러시아 정부가 주최한 카틴 숲 학살추모식에는 투스크 총리만 초대됐고 카친스키 대통령은 사흘 후 비공식 방문하려다 변을 당했다. 이로써 양국간 비극의 역사를 상징하는 ‘카틴숲’은 이번 사고로 또 하나의 악연의 끈을 추가하게 됐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사진]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 사고 관련 사진 보기
  • 단종 영정 승하 552년만에 첫 조성

    단종 영정 승하 552년만에 첫 조성

    조선시대 단종(1441~1457년)의 영정이 처음으로 조성됐다.단종은 아버지 문종이 갑작스레 승하해 12세에 조선의 6대 임금이 됐으나 재위 3년 만에 삼촌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넘겨준다(선양·禪讓). 형식은 넘겨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 숙부에게 강제 퇴위당한 것으로, 정궁인 경복궁에서 창덕궁으로 거처도 옮겨야 했다. 그후 사육신이 주도한 복위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2년 후에는 노산군(山君)으로 격하돼 강원 영월로 유배됐고, 4개월 후 사약을 받았다. 단종의 시신은 세조의 어명으로 제대로 수습되지 않았으나, 당시 영월의 호장이던 엄흥도가 몰래 수습해 암매장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후대 임금인 숙종이 단종의 왕위 ‘선양’을 인정해, 사후 241년 만에 단종을 왕으로 복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종에 대한 기록은 쉽게 세상에 나오지 못했고, 관련 유물도 많지 않았다. 생김새 또한 전혀 알 길이 없다. 이번 영정은 몇 줄 안 되는 기록을 근거로 김호석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가 상상력을 동원해 그린 것이다. 김 교수는 “‘기록에 총명하고 성덕이 있었다.’고 돼 있었다.”면서 “이를 토대로 맑고 투명한 도화색으로 얼굴을 그렸다.”고 말했다. 사망당시 17세에 불과했던 단종의 모습은 조선 초기의 높이가 낮은 익선관을 쓰고, 단심(丹心)을 나타내듯 붉은 색 도포를 입고 있다. 코 밑에 아직 수염이 채 나지 않은 앳된 모습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초췌하다. 눈의 형태와 눈빛 탓이다. 원래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인 어진에 나타난 왕의 눈들은 총명함 등을 표현하기 위해 눈꼬리가 치켜올라가 있는데, 단종의 눈꼬리는 그렇지 않다. 불안한 눈빛을 표현하기 위해 오른쪽 눈을 정면상보다 살짝 비틀어서 그린 것도 이유가 된다. 이번 단종 영정 조성은 고미술품 전문화랑인 고도사 김필환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단종의 영정과 함께 단종 관련 자료 100여점도 모아 ‘잊혀져간 단종 역사의 숨결을 찾아’란 전시를 연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28일부터 6월9일까지다. 김 화백이 구성하고 소림 화가가 그린 길이 15m짜리 대형 산수화인 ‘단종산하도’도 처음 선보인다. ‘단종산하도’는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그곳에서 사약을 받을 때까지의 주요 자취를 단종의 시각에서 기록한 산수역사화다. 형 신숙주와 달리 수양대군의 권력 찬탈에 부정적이었던 신말주가 제작을 주도한 시화첩 ‘십로계화상’도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빙의치료 사망’ 무속인 징역형

    ‘빙의(憑依)’ 치료 과정에서 고교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무속인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광주지법 형사2부(부장 구길선)는 24일 폭행치사 및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박모(42)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씨의 범행을 도운 부인 이모(42)씨와 송모(32·여)씨 등 다른 무속인 2명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시체유기만 도운 최모(53)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장씨 소속사 압수수색 ‘또 뒷북’

    장씨 소속사 압수수색 ‘또 뒷북’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당초 압수수색에서 제외됐던 전 소속사 대표 김모(40)씨의 이전 사무실을 22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또 일본에 체류 중인 김씨의 조기 송환과 문서유출 혐의를 받는 전 매니저 유장호(30)씨의 경찰 출석을 종용하는 등 장씨의 자살 경위와 문건 유출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日체류 소속사 前대표 조기송환 주력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0시30분부터 3시간가량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씨 소유의 서울 삼성동 3층짜리 건물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1대 등 44개 품목에 총 201점의 내용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16일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때 이 건물을 수사하지 않았고, 20일 언론에서 이 건물이 로비장소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뒤에야 압수수색에 나서 ‘뒷북 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은 뒤늦은 수사로 인한 증거 인멸 등의 의혹이 일자 “김씨의 사무실이 이전된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전 사무실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해야 할 물품이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의 조기 송환을 위해 도쿄 경찰 주재관과 협조해 소재 파악에 나섰다. 김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수배 중이다. 지난해 12월2일 출국해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장자연 문건’ 유출 경위와 관련해 장씨의 전 매니저 유씨는 이르면 23일 경찰에 출두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인사 소환조사는 계속 미적미적 경찰이 김씨와 유씨 수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장씨 오빠가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유력인사들의 소환 조사는 늦어지고 있다. 경찰은 장씨의 지인, 소속사 직원 및 접대 장소로 추정되는 업소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성상납과 관련한 정황 확보 및 피고소인 소환 계획에 대해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씨 자살 사건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관련 인사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술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심경을 고백한 장씨의 문건에 서명과 지장이 날인돼 있어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추가 증거가 없으면 사법처리는 곤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변호사는 “실제로 유서나 특정 문건 자체만으로 거론된 인물의 기소는 힘든 게 사실”이라며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주변인들의 증언이나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확보하지 않으면 문서의 진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돈 이은주기자 yoonsang@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한국 WBC 첫 결승 진출… “日이든 美든 덤벼라” 헤지펀드 경영자의 피자 배달 [극과극] 한반 3명&식판수 3천개 10대 4명 동거녀 암매장 도로서 돈 줍는 미국인
  • 동거녀 살해 암매장 ‘무서운 10代’

    정신지체 장애인 동거녀를 20여일간 가둬놓고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10대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성남 중원경찰서는 22일 정신지체 2급 장애인 동거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살인 등)로 이모(18·무직)군과 이군의 친구 3명 등 10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군 등은 지난 19일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집에서 동거하던 유모(16·무직)양을 주먹과 흉기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뒤 중원구 금광동의 한 야산에 파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군은 지난 1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유양과 동거하던 중 유양이 한 집에 사는 자신의 친구 김모(18·무직)군과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 지난달 26일부터 20여일간 유양을 방에 감금한 뒤 지속적으로 폭행해왔다. 김군도 친구에게서 의심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유양이 먼저 내게 접근했다.”며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범행은 공원 환경미화원이 21일 청소 도중 잔디로 뒤덮인 야산 일부분에만 풀이 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 등은 암매장 다음날인 20일 유양 통장에서 35만원을 찾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한국 WBC 첫 결승 진출… “日이든 美든 덤벼라” 헤지펀드 경영자의 피자 배달 [극과극] 한반 3명&식판수 3천개 도로서 돈 줍는 미국인 경찰, 장자연 소속사 ‘뒷북 수색’
  • [대한민국 극&극] 미니 학교 충북 보은 회남초교vs최대 학교 서울 강서 신정초교

    누구나 가슴 한편에 초등학교 시절 애틋한 추억 한자락을 품고 있으리라. 회초리를 든 호랑이 선생님, 쳐다보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던 예쁜 짝궁, 함께 벌을 서면서도 연방 키득거렸던 단짝…. 지난해 말 전국 초등학교 수는 모두 5700여개. 이 중 서울 강서구와 충북 보은군에는 각각 70여년 역사를 간직한 남다른 초등학교가 있다. 강서구에 자리한 전국 최대 규모 초등학교 학생수는 무려 2852명. 반면 충북의 한 농촌학교 학생수는 17명뿐이다. 산업화시대 도시화가 빚어낸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농촌 인구 감소 탓이다. ‘극과 극’은 상통한다고 했던가. 사는 곳과 학교 크기는 제각기 달라도 학생들이 저마다 한껏 배움의 나래를 펼치는 모습은 닮았다. 한 학교에 다니면서 서로 얼굴도 모를 만큼 수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서울 신정초등학교. 나름의 체계화된 학습관리와 생활지도로 ‘규모의 교육’을 달성했다. 103명에 이르는 선생님들은 학년부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다양한 방과후 활동은 학생들의 끼를 극대화, 21세기형 인재를 길러내는 밑거름이 된다. 반면 한 학년 학생수가 1~6명에 불과한 충북 회남초등학교는 가족처럼 오붓한 분위기다. 함께 울고 웃으며 진정한 ‘전인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학습 프로그램과 시설도 결코 대도시 학교에 뒤지지 않는다. 예쁘고 아담하게 꾸며진 컴퓨터실, 도서실 등은 17명 학생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열린 공간이다. 서울신문 취재진이 최대·최소 규모의 서울 신정초등학교와 충북 회남초등학교를 찾았다. ■ 미니학교 회남초교 - 형과 동생 합반중 충북 청원~경북 상주간 고속도로를 달리다 회인톨게이트로 빠져나와 대전 방향으로 5분여를 달리면 보은군 회남면 거교리의 회남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옆으로 대청호가 자리잡아 주변 경치만큼은 한마디로 ‘짱’이다. 그림같은 회남초등학교의 전교생 숫자는 겨우 17명뿐. 1학년 2명, 2학년 1명, 3학년 3명, 4학년 2명, 5학년 3명, 6학년 6명이다. 교사는 김금자 교장과 박종순 교감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 한 반에 3명 중 반장 선거가 치열 ‘하늘이 두쪽 나도 1개면에 초등학교 1곳은 있어야 한다.’는 충북도교육청의 지침만 없었다면, 이 학교는 벌써 분교로 격하되고도 남았다. 회남면에는 주민 743명이 모여 살고 있다. 이 학교에는 6학년까지 있지만 학급은 모두 4개다. 1·2학년과 3·4학년이 복식학급으로 각 교실 1곳을 사용하고 5학년과 6학년이 ‘전용 교실’을 쓴다. 1학년생 관우와 효석이, 2학년생 현석이 등 3명이 같은 반이다. 이 반에서 며칠전 반장 선거를 했는데 관우와 효석이가 모두 출마했다. 현석이의 표심에 따라 반장이 결정되는 셈인데 현석이는 효석이의 친형. 결국 피는 물보다 진했다. 현석이가 친동생을 반장으로 지지하면서 관우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3명은 투표가 끝나자 평소처럼 왁자지껄 떠들며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이 학교의 하루는 6학년 담임 배홍열(35) 교사가 시작한다. 배 교사는 아침일찍 출근해 오전 7시30분 학교에서 출발하는 스쿨버스를 타고 전교생들의 등교 지도를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회남면 분저리에서 예진이(3학년)를 시작으로 초곡리, 거교리, 금곡리, 신추리, 신곡리를 돌며 10명을 태우고 학교로 돌아온다. 꼬마 손님을 1차로 학교에 내려준 뒤 다른 방향인 신곡리로 출발해 성규(6학년)를 시작으로 법수리, 남대문리, 죽암리를 돌며 총 7명을 태우고 돌아오면 아침임무가 끝났다. 점심 때가 되면 급식소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스쿨버스를 타고 인근의 회인초등학교에 간다. 급식용 밥과 반찬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이 학교의 급식소는 ‘먹기만 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아침조회도 하고, 졸업식과 입학식, 전교생 발표회도 치르는 소중한 곳이다. ● 화장실 1곳뿐이지만 교사부임 경쟁 치열 학교 규모가 작으니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뒤따른다. 일반 교실은 3개뿐이고 나머지 교실 1곳을 쪼개 도서실과 과학교실로 활용한다. 화장실은 한 곳뿐이어서 교사와 학생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운동장의 크기는 4125㎡(1250평)로 7명이 가까스로 축구를 할 정도다. 보건실은 있지만 보건교사가 없기에 학생들이 아프면 인근 회인초 보건교사가 급히 출장을 오거나 회남면사무소 보건지소의 신세를 진다. 미니 학교라 좋은 점도 있다. 김 교장은 “1학년생들이 2학년 형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니까, 머리가 똘똘한 1학년생은 곁눈질로 2학년 때 배우게 될 공부를 선행학습하는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다. 박 교감은 “벽지학교라 교사들이 인사가점을 받기 위해 서로 부임하려 한다.”면서 “경쟁을 뚫고 부임한 실력있는 교사는 개인교습을 하듯 꼼꼼하게 가르친다.”고 김 교장을 거들었다. 점심 때 배식 시간은 단 5분이면 끝이고 쓰레기도 2주일에 한차례 수거업자를 불러 치우면 그만이다. 글 사진 보은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최대학교 신정초교 - 식판수만 3000개 서울 강서구 화곡2동 다세대·연립 주택이 주변을 빼곡히 둘러싼 곳에 흡사 서양의 고성(古城)을 방불케 하는 큰 건물이 우뚝 서있다. 주황색 벽돌로 지은 6층짜리 3개 동이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학생수가 가장 많은 신정초등학교다. 지난 20일 오전 8시40분쯤 삼삼오오 등교하는 학생들이 주변 골목에서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마치 개미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3월 현재 학생수는 2852명. 교사 103명을 포함, 교직원만 146명이 근무한다. 특수반 2학급을 포함해 모두 82개반이 있다. ● 교실 134개, 양변기 388개, 급식쌀 160㎏ 1933년 양천공립보통학교 신정분교로 출발한 이 학교는 76년 동안 무려 2만 970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생수가 가장 많았던 1981년에는 학생 9319명이 118학급에서 공부한 적도 있다. 당시는 교실에 책상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복도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1972년부터 인근에 양동초등학교 등 6개 학교가 잇따라 생기면서 학생수는 3000명 안팎으로 줄었다. 이 학교의 건물 연면적은 2만 361㎡(약 6159평)로, 축구장 4개를 합친 크기만 하다. 그 안에 교실 82개, 음악실, 행정실 등 134개의 크고작은 공간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이 학교에 새로 전근을 온 교사는 보건실, 방송실, 실습실, 복사실, 도서실 등을 찾아 헤매기 일쑤라고 한다. 또 누가 동료 교사이고, 학부모인지 제대로 구분도 못한단다. 다만 한가지 노하우가 있다면 ‘복도에서 슬리퍼를 신고 있으면 동료 교사이고, 구두를 신고 있으면 학부모로 간주하면 된다.’는 말이 전해온다. 또 어린 학생들이 점심 한 끼에 먹어치우는 쌀은 160㎏ 정도. 학생들이 식사를 마치고 내놓는 식판만 3000개로 두 사람이 오후 내내 닦아도 버거울 정도다. 학교 화장실은 모두 58곳이다. 남녀 양변기는 388개, 소변기는 145개다. 분리 수거를 거쳐도 일주일 동안 쏟아져 나오는 폐지는 2.5t 트럭의 한대 분량이라고 한다. ● 학생 많아도 체계적 관리에 무사고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누구나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하루종일 공부하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다. 김유석 교무주임은 “학생관리나 생활지도를 주먹구구식으로 하지 않고 매뉴얼을 만들어 시스템화했다.”면서 “예를 들어 교장, 교감, 학년부장이 우선 매일 아침 회의를 한 뒤 학년부장이 각 담임교사들에게 전달하는 대기업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다. 오후 회의나 종례의 내용도 단계를 밟아 전 학생들에게 순식간에 전달된다. 학생수가 많으니 여러가지 사고도 빈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체계적 학교관리 덕분에 꼭 그렇지도 않다. 학교안전공제회(단체 상해보험 처리)의 집계에 따르면 신정초등학교의 교내 사고율은 전국에서 하위권이다. 아울러 방과후 운동동아리의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해 전국소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체전에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땄다. 이는 웬만한 시·도교육청의 전체 집계보다 신정초등학교 한 곳이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한 셈이다. 이순권 교장은 “학생수가 많기는 하지만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수는 여느 학교와 비슷한 수준”이면서 “학생관리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면서 영어, 수영, 축구 등 다양한 방과후 활동도 펼쳐 세계에서 가장 크면서도 가장 좋은 명문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한국 WBC 첫 결승 진출… “日이든 美든 덤벼라” 헤지펀드 경영자의 피자 배달 10대 4명 동거녀 암매장 도로서 돈 줍는 미국인 경찰, 장자연 소속사 ‘뒷북 수색’
  • ‘위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위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한국야구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메이저리거 군단’ 베네수엘라를 10-2로 격파하고 결승에 선착한 것. 한국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미국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이어서 각국의 톱클래스 선수들이 뛰지 못했다. 대회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올림픽 챔피언 한국을 ‘다크호스’ 정도로 여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남미, 일본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대부분 나선 이번 대회에서도 국내파를 주축으로 한 한국이 결승에 올랐다. 세계야구계를 뒤흔든 대사건인 셈. 게다가 한국에 완패한 베네수엘라는 현역 빅리거가 18명이나 포진한 ‘준(準) 메이저리그 올스타팀’. 빈약한 저변과 열악한 인프라를 감안하면 기적이나 다름없다. 올초 대표팀 최종엔트리가 발표됐을 때만 해도 4강조차 힘들다고 했다. 3년 전 1회 대회 때 안이하게 나섰다가 자존심을 구겼던 미국과 중남미의 강호들도 이번에 단단히 준비를 했기 때문. 하지만 한국은 어느새 한 단계 도약해 있었다.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을 제패한 김태균(한화)과 추신수(클리블랜드), 이대호(이상 27·롯데) 등은 빅리거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대교체의 주역 류현진(한화·22)과 김현수(두산·22), 윤석민(23), 이용규(24·이상 KIA) 등도 자신감이 넘쳤다. 20대 초·중반이 주축을 이룬 새 대표팀은 매 순간을 즐겼다. 1라운드에서 일본에 2-14, 콜드게임패를 당하고도 털어버릴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1회 대회에서 일본에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던 한국은 23일 열리는 미국-일본 전의 승자와 24일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이미 챔피언이나 다름없는 28명의 태극전사들이 펼치는 위대한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헤지펀드 경영자의 피자 배달 [극과극] 한반 3명&식판수 3천개 10대 4명 동거녀 암매장 도로서 돈 줍는 미국인 경찰, 장자연 소속사 ‘뒷북 수색’
  • 군경, 6·25때 ‘형무소 집단학살’ 576명 확인돼

    군경, 6·25때 ‘형무소 집단학살’ 576명 확인돼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형무소 재소자들이 집단학살을 당한 사실이 국가기관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위원장 안병욱)는 2일 “부산·마산·진주 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민간인 등 최소 3400여명이 육군본부 정보국(CIC),헌병대,지역경찰,형무관(교도관)에 의해 불법적으로 희생됐다.”며 “희생자 중 576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가 이번에 조사한 ‘전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은 한국전쟁 전 발생한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등의 여파로 전국 형무소 20여곳에 수감 중이던 최소 2만여명의 재소자와 예비검속으로 구금된 국민보도연맹원들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돼 암매장되거나 수장된 사건이다.형무소 재소자들에 대한 집단학살 의혹은 그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국가가 조사를 통해 그 실태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부산형무소에서는 1950년 7월26일부터 9월25일까지 3차례에 걸쳐 1500여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살해됐으며,이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148명이다.이들은 부산 사하구 동매산과 해운대구 장산골짜기 등지에서 집단 사살됐으며,일부는 오륙도 인근 해상에서 산 채로 물에 빠뜨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마산형무소에서는 같은 해 7월 5일부터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최소 717명(신원확인 358명)이 총살되거나 마산 구산면 앞바다에 집단 수장됐고,진주형무소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최소 1200명(신원확인 70명)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이 집단 총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또 “부산·경남 지역 형무소에서 희생된 대다수의 재소자들은 정당한 법적절차 없이 살해됐다.”면서 “또 징역 3년 이하를 선고 받은 일부 기결수들도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뒤 헌병대에 인계돼 총살됐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은 헌법이 규정한 일사부재리의 원칙(어떤 사건에 대하여 일단 판결이 내리고 그것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를 위반한 것”이라며 “당시 군법회의는 요식적인 행위였을 뿐 사실상 집단 학살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전시였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이 통치하고 있던 비전투·비교전 지역인 부산·경남 지역에서 단순히 남하하는 인민군에 동조할 것을 우려,형무소 재소자들과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살해한 것은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유족들에 대한 사과 ▲위령사업 지원 ▲민간인 희생 내용 공식간행물 반영 ▲인권교육 강화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진실화해위는 2006년 11월부터 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작했으며,현재 조사 중인 675건은 올해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경찰서 신설 제외’ 의왕시민 반발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치안종합대책을 마련한 가운데 경찰서 신설 계획에서 배제된 의왕시와 시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6일 경기 의왕시에 따르면 의왕지역 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왕경찰서 신설추진위원회’는 지난 14일 백운호수 광장에서 시민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왕경찰서의 조속한 설립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형구 의왕시장은 이날 “대낮에 부녀자들이 납치살해, 암매장되는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나 의왕시에 경찰서가 없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경찰서 신설 등 치안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왕지속가능발전협의회’ 양회욱 사무국장은 “의왕시는 이제 경기지역 31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경찰서 신설 계획조차 없는 지방자치단체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의왕시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청의 종합대책에 의왕경찰서 신설이 제외된 것에 대해 시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의왕시의 경찰관 1인당 치안수요가 1527명으로 전국 평균 507명보다 3배나 많은 점 등을 고려해 어서 경찰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의회도 지난 6일 긴급 임시회를 열어 경찰청이 의왕경찰서 신설을 제외한 것을 집중 성토하고 경찰서 조기개설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왕시는 지난해 3월 경찰서 유치를 위한 ‘지역치안 협의회’를 창설, ‘경찰서 유치기원 1000명 걷기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7월에는 시민의 90%인 10만 316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청와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에 제출하는 등 경찰서 신설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찰서가 없는 의왕시는 현재 부곡지역은 군포경찰서, 청계지역은 과천경찰서, 고천지역은 안양경찰서가 각각 쪼개서 관할, 사건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고천동 고려합섬 부지와 택지개발예정지역 등 7곳에 새 경찰서 부지를 마련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4일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종합치안대책을 발표하면서 2010년 용인 서부, 2011년 안양 만안과 하남, 2012년 부천 오정과 동두천 경찰서를 차례로 개설하겠다고 밝혔으나 의왕시는 제외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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