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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Out] 우리가 ‘남의 김치’를 먹어야 하는 시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우리가 ‘남의 김치’를 먹어야 하는 시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미국과 중국이 제일 강력한 나라로 보여도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는 딱 7개다.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그리고 독일이다. 주요 7개국인 G7이다. 1975년에 생긴 이 기구는 세계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975년 한국은 이제 막 제조업에 도전하는 시대였다. G7은 서방 우방국들로, 어떻게 보면 전 세계를 다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7은 국제적인 무대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1997년 처음으로 러시아를 초대하면서 G8로 변신했다. 그러고 난 후에 2005년 중국, 남아공, 브라질, 멕시코 및 인도를 초청하면서 ‘G8+5’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이 구도가 4년 만인 2008년 G20과 겹치다 보니 사라졌다. G8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략을 문제 삼아 러시아를 내보낸 뒤 다시 한번 G7으로 재편됐다. G7의 역사를 이렇게 요약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에 미국이 발표를 했다. 원래 6월에 개최하기로 한 회담을 9월쯤으로 미루면서 깜짝 제안을 하나 더했다. 한국과 호주, 러시아와 인도를 G7 회의에 초청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인도, 러시아 같은 강대국과 호주, 한국 같은 선진국을 초청한 것이다. 물론 국제적인 평론가들은 미국이 한국을 초청한 이유를 코로나19 방역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 때문으로 설명한다. 한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처를 통해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는데, 이런 평가는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 한국은 세계적으로 많은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시내 교통체계나 교육체제 등 이미 많은 분야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었다. 이는 한국이 공식적인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많은 분야에서 G7 회원국보다 더 선진화가 됐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의 위상은 이렇게 높아졌는데, 우리의 대외적인 행동이 그처럼 선진화가 됐는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변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나라는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우리가 국가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행동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비교해 예를 들어 보자. 미국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햄버거 먹어 봤어? 우리 햄버거 맛있지?”, “마이클 잭슨 알아? 얘 노래 되게 잘하지?”, “너네 나라 사람들이 얘를 알아?” 같은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 아니면 한국과 분위기가 좀더 비슷한 나라인 이탈리아로 예를 들어 보면 이탈리아인은 외국인에게 “라자냐 먹어 봤어?”, “우리 라자냐 맛있지”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또 이탈리아인은 외국인에게 민요 ‘벨라 차오’를 불러 보라고 시키지 않는다. 그저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그 노래를 즐겨 부른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아직도 외국인에게 김치를 먹이려 하고, 다음에 “맛있냐”고 물어보고,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나 행복해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누구나 자국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그러나 문화 교환을 일방통행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효과를 내겠는가. 1970년대의 한국이면 이해가 되지만 이러한 모습이 선진국으로 위상이 높아져 G7에 초청받은 국가와 얼마나 어울릴까? 이제는 우리가 다른 나라의 김치 같은 대표 음식을 먼저 먹고, 다른 나라의 ‘아리랑’ 같은 민요들을 먼저 부르고, 다른 나라의 전통 의상을 먼저 입어야 한다. 우리가 부족해 남의 나라 것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으로서 어떻게 보면 ‘형’처럼 배려하는 마인드를 잘 보여 줘야 한다. 우리가 먼저 남의 김치(음식)를 먹고 맛있다고 해야 남도 요청하지 않아도 우리의 김치(음식)를 자발적으로 맛있게 먹을 것이다.
  • [글로벌 In&Out] 다문화사회, ‘단군신화’ 등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다문화사회, ‘단군신화’ 등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역사는 참 신기한 현상이다. 역사는 학문의 영역이고, 때로는 수많은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의 기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는 역사를 낭만적으로 접근하고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교리를 뒷받침하는 도구로 활용하려고 한다. 나 같은 사람들은 교훈을 얻으려고 역사에 접근하고 현재를 이해하는 도구로 쓴다. 역사는 인류의 제일 큰 사회적 실험실이다. 그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를 감정이나 정체성, 신념에서 벗어나 분석하면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이렇게 긴 서론을 쓰는 이유는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서다. 한국 TV에 자주 출연한 한 외국인과 대화하다가 ‘단군신화’에서 멈추게 됐다. 그 외국인 친구가 단군신화의 내용을 모른다는 것을 알아챘다. 친구는 모른다고 시인했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한국어도 그렇게 잘하고, 한국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어떻게 단군신화를 모를 수 있나 싶어서 물어봤다. “어학당 다닐 때도 안 배웠어? 나는 단군신화를 충남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배운 거 아니야. 난 어학당에서 배웠어. 4급 때는 가르치던데? 넌 6급 졸업한 거 아니었어?” “응, 4급이나 5급 때 그런 거 배운 적이 없어. 우리 교과서가 다른가 봐.” 이 친구가 진짜로 단군신화를 하나도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 바로 설명했다. 일단은 단군신화를 요약했다. 환인과 환웅 이야기를 하고, 다음에 곰과 호랑이 이야기를 하면서 단군의 탄생을 서술하고, 아사달에서 건국됐다고 하는 고조선의 배경을 알려 줬다. 물론 그 친구의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어디에 쓰여 있어?” “단군에 대한 언급은 ‘삼국유사’, ‘제왕운기’, ‘세종실록’ 그리고 ‘동국통감 외기’ 같은 문서에 있는데, 단군신화가 제일 이쁘게 나온 대표적인 문서는 일연 스님이 집필한 삼국유사야.” 그다음 대화는 왜 일연 스님이 갑자기 삼국유사를 집필했는지로 넘어갔다. 왜냐하면 외국인 관점에서는 당시에 유력한 종교의 스님이 불교적 교리와 어긋난 이야기들을 가지고 책을 냈다는 것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그러다 보니까 대화의 주제가 몽골 제국의 한반도 침략 및 고려시대가 돼 버렸다. 몽골 지배하에서 지식인들이 종교보다는 민족적인 감정이 강해져서 삼국유사 같은 책이 나오게 됐다. 신기한 것은 삼국유사가 몽골 침략이 끝나고 나서 살짝 잊혀졌다가 조선시대 말에 다시 한번 크게 관심받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시대 말에는 주권이 다시 위협받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그 당시에 탄생한 신흥 종교 대종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홍익대학교, 단국대학교 그리고 경희대학교의 성립 배경을 이야기했다. 다음에 개천절이 국경일로 지정된 역사적 흐름을 말해 주니까 그 친구의 눈이 좀 커졌다. 단군신화 하나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물론 나는 단군신화에 속 이야기를 믿지는 않는다. 무슨 곰이 40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참았다고 여성으로 변신해서 한국 여성의 조상이 됐겠는가. 오히려 개인적으로 그 동굴에서 여성으로 변신한 동물은 곰이 아니라 호랑이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군신화가 성경이나 불경 같은 신성한 종교적인 문서는 아니지만, 한국의 공동체를 하나의 국민으로 묶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한국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론은 한국에서 살려고 결심한 외국인은 한국어만큼 한국인을 구성하는 정신적인 요소인 역사나 신화 등을 알아야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의 어학당이나 한국어 교육을 하는 장소들에서 언어 교육 속에 한국의 신화와 역사를 녹여서 교육해야 한다.
  • 신인작가 불공정 계약 개선… “창작자 권익 향상 의도”

    신인작가 불공정 계약 개선… “창작자 권익 향상 의도”

    ‘구름빵’ 작가·출판사 수익 격차에 도입 계약 외 애매한 상황 땐 법정 공방 소지 기대에 결과 못 미치면 역청구권 명분 AI 창작물 주체·책임 범위도 정리해야1850만원. 지난달 31일 한국 최초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동화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2003년 출판사 한솔수북과 계약한 이후 지금껏 받은 돈이다. 반면 출판사는 단행본 매출로만 20억원을 올렸다.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수백억원 이상 2차 콘텐츠 수익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 체결한 계약 사항대로 이행한 터라 법적 공방에서는 백 작가가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구름빵’ 사례는 신진 작가 처지에선 출판사나 투자사 등과 불공정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는데, 현 저작권법은 이를 보호할 장치가 되지 못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면서 ‘추가 보상 청구권’을 넣기로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에 저작권을 모두 양도하는 매절 계약을 했더라도 이후 성공 여부에 따라 창작자가 추가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체부의 저작권법 개정 연구반에 속한 이영록 한국저작권위원회 정책연구실장은 1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독일과 프랑스에서 통용되는 개념을 저작권법에 도입해 창작자의 권익을 향상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공’의 개념이 무엇인지, ‘불균형’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등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실장은 “과거 독일에서도 ‘중대한 불균형이 있으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현저한 불균형’으로 바꿨다. 개정안에 추가 보상 청구권의 개념을 넣더라도 계약자 간 다툼이 발생하면 결국 법원 판단에 맡겨야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작품이 크게 성공할 것을 가정하고 계약했지만, 정작 결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반대로 출판사가 창작자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저작권법 전면 개정에 들어 있는 인공지능(AI) 창작물에 관한 내용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컨대 AI가 결과물을 내려면 기존 창작물을 입력해 학습하는 ‘복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겨룬 인공지능 ‘알파고’가 기보 수십만장을 습득한 식이다. 기보는 저작권이 없지만, 소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작권을 가진 자료로 학습한 AI가 만든 창작물은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는지도 정리를 해야 한다. 김재현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저작권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와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을 연구반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리할 계획”이라면서 “10월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보완해 올해 안에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글로벌 In&Out] 한국인에게 공격받는 모국어 한국어/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한국인에게 공격받는 모국어 한국어/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지난 칼럼에서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에 대해 썼다. 이번에는 언어, 한국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에서 언어라는 이 두 글자를 들으면 답답하다. 왜 그러냐면 한국인의 고유 언어인 한국어가 여러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받는 위협이 무엇이냐면 순 한국어 단어들이 매일매일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맨 처음 어학당에서 배운 한국어는 매력적이고 미술적인 발음이 있었다. 그러나 생활에서 쓰이는 한국어는 처음에 배운 한국어와 달랐다. 일상에서 매일 고전적인 단어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고, 그 대신 외국어가 남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식민지를 겪은 국가에서 나타나는데, 대한민국처럼 막강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가진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신기하다. 한국인인데 한국어가 아니라 그 단어를 대신한 외국어를 선호한다. 이 현상이 청소년에게 나타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요즘 고위 관료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국어 단어들을 포기하는 현상을 보면 한국어에 큰 위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글쓰는 사람으로서 언어와 언어의 개념이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한 언어는 다른 언어와 교류를 하면서 단어 주고받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연락’이라는 단어 대신 ‘콘택트’를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 ‘연락’은 ‘콘택트’보다 짧고 말하기도 쉽지 않은가. ‘연락’은 한자어라서 그렇다고 치자. ‘돌아온다’는 무슨 죄가 있길래 무시당하는가. 도대체 왜 “언제 컴백했어?”라고 말하는가. ‘돌아온다’처럼 자주 쓰이는 순 한국어 단어는 한자어에 비해 많지 않은데,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오히려 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비판에 대한 주된 답변이 “한국어를 ‘풍부한 언어’로 만들려면 수많은 외래어가 있어야 한다”이다. 이 견해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어떤 언어에 외래어가 많이 들어가면 그 언어는 풍부해지지만, 날것 그대로의 외국어가 함부로 들어가면 그 언어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외국어를 자기 고유언어 체계로 받아들여 외래어가 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번역이 가능한 외국어를, 특히 일상어를 외국어로 대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둘째, 한국어가 풍부한 어휘를 가진 언어가 되게 하려면 한국인들의 외국어 남용이 아니라 다른 작업이 필요하다. 영어가 왜 풍부해졌는가. 수많은 민족이 오랜 시간 모국어처럼 쓰다 보니 그리 됐다. 그러니 한국어도 더 많은 외국인이 쓰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민족과 수많은 나라의 외국인이 한국어로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들어야 한국어의 어휘가 풍부해진다. 즉 외국인들이 자기네 모국어의 문법 구조나 단어 체계에 한국어를 조화시킬 때 한국어가 풍부해진다. 영어 등을 자주 쓰니 잠시 생각이 안 나서 외국어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외국어를 쓴다면 장기적으로는 모국어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말문이 막히면 2~3초 더 생각하고, 가능한 한 모국어 단어를 써야 바람직하다. 모국어는 우리가 귀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모국어는 우리의 명예다. 우리는 모국어를 결혼할 나이가 된 딸처럼 대접해야 된다.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상에게 유산으로 받은 모국어는 다음에 세대에 넘겨야 할 유산이다. 우리가 모국어를 마치 휴지처럼 함부로 대한다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연애편지를 읽어도 이해하지 못할 손자나 손녀들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내가 이런 고민을 한다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선배 한국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서울광장] 포스트 코로나, 정부조직 개편 판 키우자/장세훈 논설위원

    [서울광장] 포스트 코로나, 정부조직 개편 판 키우자/장세훈 논설위원

    코로나19는 국민 일상을 바꿔 놓은 것은 물론 세계 질서마저 재편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차적으로 보건 위기를 낳았고, 그에 따른 경제 충격이 현실화됐으며, 이어 국제관계는 물론 경제·사회구조의 대변동도 예고된다.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최근 이스라엘의 전략연구소인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BESA)는 코로나19 관련 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명성과 지위는 높아지며 이는 많은 외국인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역을 넘어 경제 분야에서도 ‘실험국가’, ‘선도국가’ 이미지를 보여 줄 수 있을까. 또 ‘외교의 신’으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자유 질서가 가고 성곽 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질문이 꼬리를 문다.  실마리를 찾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하반기 정부조직 개편은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아직 질병관리청 신설 방안 외에는 논의된 것이 없다”는 언급은 아쉽지만 기대를 품게 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세계가 주목할 성과를 만든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를 독립기구로 격상시키는 데 이의를 다는 게 아니다. 다만 질병 관리는 규제의 영역, 바이오·의료 산업은 육성의 영역인데 이질적인 두 영역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질병관리청이라는 명칭 자체만 놓고 보면 지원과 육성보단 관리와 규제의 시각이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바이오·의료 분야를 산업 측면에서 왜 주목해야 하는가. 과학기술계에서는 혁명적 기술이 나온 시점과 그에 따른 거대시장이 형성되는 시점 간에 20~30년의 시간 차가 있다고 본다. ‘인간 게놈 지도’가 처음 완성된 시점이 2003년인 만큼 바이오·의료 산업이 꽃을 피울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보는 이유다. 1995년 체신부에서 탈바꿈한 정보통신부가 ‘정보기술(IT) 강국’의 기틀을 다져왔듯 바이오·의료 분야를 주력산업으로 키울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굳이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부터 냉정하게 보자.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니언뱅크(UBS)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적응 준비를 하는 각국의 순위를 매겼는데, 우리나라는 139개국 중 25위에 머물렀다. 당장은 경쟁력 우위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며 정부조직 설계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은 바이오·의료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앞서 지난 대선은 대통령 궐위 상태로 조기에 치러진 탓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정부조직 개편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기반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을 신설했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재부품장비협력관을 설치하는 등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하부조직 개편을 각각 단행했다. 이어 정부조직 관리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각 부처가 실·국 차원의 업무 조정이나 조직 개편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바꿨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정부의 기능과 역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작은 정부’를 고집할 게 아니라면 정부의 역할 강화는 예상 가능한 수순이며, 여기에 부처 시각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방향성도 담아야 한다. 국가권력 비대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규제 조직보다는 지원 조직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를 쪼개 바이오·의료 산업 지원을 전담할 ‘생명의료부’를 만들고 질병 관리·규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일원화할 수 있다. 복지 업무는 인구 문제 대응 중심으로 재편해도 된다. 경제부처들도 바뀐 경제 환경에 맞춰 개편이 필요하다.  이세돌이 2016년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유일하게 1승을 올렸을 때 백 78수는 ‘신의 한 수’로 불렸다. 하지만 알파고조차 예측하지 못한 ‘창조적 한 수’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한국형 방역모델이 성공한 것도 선제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정부와 민간이 소통·협력을 통해 일궈낸 창조적 한 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방역과 별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적, 사회적 대변동에 대비한 정부의 다음 수는 무엇인가. 정부조직 개편의 판을 키우는 게 창조적 한 수 중 하나가 아닐까. 가쁜 호흡을 가다듬고 긴 호흡으로 준비할 때다. shjang@seoul.co.kr
  • [서울광장] 또 4년 후를 기다리며/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또 4년 후를 기다리며/박홍환 논설위원

    꼼수, 위선, 누더기, 졸속, 최악…. 오늘 각 정당이 성적표를 받아 드는 제21대 총선의 선거전을 지켜본 언론 평가는 진영과 무관하게 대동소이하다.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해 50㎝에 육박하는 역대 최장의 투표용지를 만든 일등공신이 됐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허점을 파고든 꼼수였는데도 오히려 ‘형제당’이네, ‘자매당’이네 하며 부끄러움도 잊은 채 드러내놓고 선전했다. “상황이 어렵다고 원칙을 버려서 되느냐”는 당내 쓴소리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군소정당에 국회 문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선거법을 고쳤지만 거대 양당의 의석 욕심 위선에 ‘도로아미타불’이 돼 버렸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했다. 꼼수 창당은 ‘의원 꿔주기’라는 블랙코미디 같은 또 다른 꼼수로 이어졌고 급기야 선거자금까지 빌려주는 해괴망측한 일도 서슴지 않았다. 위성정당까지 급조할 정도니 공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도 없었다. 누더기처럼 기워지거나 졸속으로 채워 넣은 공천장을 유권자들에게 당당하게 내밀고 표를 구걸하는 등 공당(公黨)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혹시나 했던 공천혁신은 역시나 이번에도 말로만 그쳤다. 친문 현역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공천장을 거머쥔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물갈이 비율은 28%에 그쳤다. 미래통합당은 그보다 훨씬 많은 40%의 현역들을 내치며 외연을 넓혔지만 극우보수세력을 의식해 ‘막말 제조기’ 차명진 등을 걸러내지 못해 재앙을 자초했다. 코로나19의 창궐이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한 외래요인이 작용하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총선은 결과적으로 꼼수로 시작해 막말로 끝났다. 공약과 정책 겨루기는 또다시 실종됐다. 최악의 20대 국회에 대한 실망감이 워낙 컸던 탓에 정당들의 뼈를 깎는 쇄신을 약간이나마 기대했지만 각성은커녕 구태를 되풀이한 셈이다. 얼마 전 한 조사에서 국민 절반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포기하듯 답했는데 정치권에 이처럼 희망의 불씨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니 더 뭐라 답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우리 국회가 언제 국민의 박수를 받았는지 기억도 없다. 국회는 늘 ‘역대 최악’이었다. 그래서일까, 당대의 국회의원들은 ‘어차피 다음 국회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심기일전하기보다는 미래를 위안으로 삼아 어영부영 또 그렇게 국민 혈세로 주는 세비만 축낸다. 21대 국회라고 해서 별반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우리에겐 중세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말로 그의 묘비에도 적혀 있다고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내 할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히고,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환경, 다시 말해 인간의 한계를 뜻한다는 학자들도 있다. 의미가 어떻든 지금 우리의 정치환경에 대입해 보면 미래가 아무리 비관적이어도 국민은 또다시 투표장으로 달려가야만 한다.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민주체제의 정치환경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선거 외에 사실상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나 프로 바둑기사들은 대국 후 복기(復棋)를 거르지 않는다. 상대 기사와 교환한 수백 개의 바둑돌을 두었던 순서대로 다시 바둑판에 옮겨 놓으면서 패착과 승착을 확인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세계 최강의 기사인 인공지능(AI) 알파고 역시 천문학적인 반복 학습을 통해 반상을 장악한 것 아닌가. 복기를 게을리하는 하수들은 패착을 계속하며 패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다. 복기는 비단 바둑에만 유용한 게 아니다. 투표에도 복기가 필요하다. 국민의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무기인 투표권을 의례적으로 한 차례 행사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앞으로 4년간 당선자나 지지 정당의 행태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다음 총선에서 그 결과를 반영해 투표한다면 ‘차악’(次惡)이 아닌 최선을 선택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지 후보가 당선된 국민은 웃을 테고, 반대의 경우는 자못 실망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감시와 평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또 4년 후를 기다리며, 국민을 더욱 무서워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그렇다. 엊그제의 사전투표와 오늘 보여 준 준엄한 심판의 힘이 한국 정치의 미래를 바꾸는 원동력이다. 언제까지 ‘역대 최악’이라고 지탄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stinger@seoul.co.kr
  • [글로벌 In&Out]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코로나19 때문에 방청객 위주로 구성된 방송들이 잇따라 취소되다 보니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 중 하나가 필자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1인 방송들이 대세가 됐다. 그 추세를 타고 필자도 최근에 많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얼마 전 출연한 유튜브 채널에서 외국인들의 귀화 과정 위주로 대화를 나눴다. 필자는 귀화한 지 2년째인 터키계 한국인으로서 이 주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았다. 겉으로 봤을 때는 호스트와 서로 웃자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화 아이템들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주제들이었다. 한 유튜브 호스트가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알파고씨, 아무리 귀화한다고 해도 결론적으로 터키에서 태어난 거고 열일곱 살까지 터키에서 살았던 건데 자신을 진짜로 한국인으로 느끼시나요? 혹은 자신이 그렇다고 느낀다고 하더라도, 그거 어떻게 가능해요? 결론적으로 민족이 다르잖아요.” 이 질문이 수많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질문이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들 그 질문을 주변에 있는 ‘외국계 한국인’에게 묻고 싶지만, 실례가 될까 봐 안 물어본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답변을 제대로 하려고 했다. 오늘날 남한 사람들의 민족적 전체성을 만든 몇 가지 역사적·사회적 사건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시작점을 단군 할아버지와 백두산이라고 말하지만, 현대 삶에서는 단군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끼어들어 갈 구멍이 없다. 한국인들이 현재 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역사적·사회적 사건들은 흥선대원군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합리적인 개방 정책을 펴지 못해 현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일제에 침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민족을 배신한 친일파의 모습을 보며 생긴 트라우마가 오늘날에도 정치권에서 매일 언급된다.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됐지만 기쁨을 채 누리지도 못하고 3년 만에 남북이 분단됐고 2년 뒤에는 한민족 최대의 비극인 6ㆍ25전쟁이 발발했다. 이러한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남한 사람들은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욕망으로 한편으로 경제 성장을 제대로 했고, 한편으로도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민주화를 이뤄냈다. 바로 이러한 역사적·사회적 흐름을 알고 이에 공감한다면 한국인으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한국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을 깊이 알고 공감할 수 있다. 이런 답변을 했다. 방송 끝나고 나서 호스트와 계속 대화를 하고 다음에 몇 번이나 만나기도 했다. 호스트는 필자의 그 답변을 듣고 한참 고민을 했다고 했다. “알파고씨, 사실 그날 이후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귀화한 외국인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론적으로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개인이 ‘자신’을 모르면 ‘우리’를 알 수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만들고 세계 각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국민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장들이 생기고 일부 분야에서는 노동력이 부족하게 됐다. 그 결과 한국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고 그중에서 한국을 좋아해 “앞으로 죽으면 무덤은 태어났던 나라가 아닌 지금 살고 있는 땅, 한반도에 있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외국인들이 엄청 까다로운 귀화시험를 거쳐 한국 국적을 갖게 된다. 역사적 지식이 없으면 통과할 수 없는 그 귀화시험을 보고 귀화한 사람들이 가끔 한국인들의 편견에 고통당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가 역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
  • 커제 넘은 신세대 “AI 바둑 닮고 싶다”

    커제 넘은 신세대 “AI 바둑 닮고 싶다”

    강자들과 인터넷 대국으로 실력 쌓아 만 19세 나이로 첫 메이저 대회 제패 “약점 없는 AI 바둑, 기술적 성장 계기 매년 1개 이상 세계대회서 우승할 것”현재 세계에서 바둑을 가장 잘 두는 한국의 청년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선배 기사(棋士)는 누구일까. 바둑 세계랭킹 1위인 신진서(20) 9단은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상위권 기사들은 어느 한쪽으로 스타일을 정립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여러 선배 기사의 바둑을 많이 닮고 싶지만 역시 약점 없는 AI의 바둑을 가장 닮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바둑기사들은 대면 훈련으로 실력을 쌓았지만 신진서는 인터넷 바둑으로 성장해 AI를 통해 바둑을 보완하는 신세대 기사다. 그는 “어릴 때 인터넷 대국을 하면서 실력을 많이 쌓았다”며 “많은 바둑기사가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던 시기였고, 강자들과 대국할 기회가 잘 없던 나에겐 마음껏 대국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2012년 프로에 입단한 신진서는 2015년 렛츠런파크배 오픈토너먼트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창호 9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종합 기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신진서는 “입단 초기에는 선배들한테 깨지기 바빴지만 그 우승을 계기로 바둑 기량이 급성장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신진서는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으로 이어진 바둑 전설의 계보에 오를 선수로 꼽혔다. 잠자던 신진서의 잠재력을 결정적으로 깨운 것은 중국 최강 기사 커제 9단의 도발이었다. 커제는 한 대회에서 신진서에게 승리한 뒤 “신진서의 바둑은 부족하다”고 평가했고, 신진서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이기겠다”고 이를 갈았다. 덕분에 신진서는 2018년 말부터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달 열린 LG배에서 마침내 첫 세계 메이저대회를 거머쥐었다. 신진서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매해 1개 이상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은 신진서에게도 충격이었다. 신진서는 “이렇게 노력했는데 기계한테 안 된다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었다”면서도 “AI는 AI고 사람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AI와의 바둑으로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성장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했다. 그런데 첫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한창 탄력을 받은 신진서에게 코로나19는 분위기를 깨는 복병이다. 그는 코로나19로 국내 대회가 마스크를 쓰고 진행되는 데 대해 “겪어 본 적이 없는 사태라서 더 답답하다. 시합 중에 답답해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잠시 벗게 될 때가 있더라”고 토로했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신진서 “이젠 매해 세계대회 우승” 1인자의 당찬 다짐

    신진서 “이젠 매해 세계대회 우승” 1인자의 당찬 다짐

    지난달 LG배 따내며 세계대회 첫 우승“세계 1위 부담감 다 이겨내야할 부분”알파고 이후 AI등장해 바둑 근간 바꿔회의감 들었지만 되려 성장 계기로 삼아“매해 세계대회 우승… 바둑 알리고파”(1부에서 이어집니다.) “이젠 매해 세계대회 우승해야죠.” 신진서 9단은 그동안 세계랭킹 1위에도 세계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것이 늘 꼬리표로 따라다녔다. 그러나 신진서는 자신의 바둑을 꾸준히 개척해왔고 마침내 지난달 LG배에서 우승하며 처음으로 세계 메이저대회 제패를 이뤘다. 더군다나 준결승에서 중국 최강기사 커제 9단을, 결승에선 자신과 국내 최강자 자리를 다투는 박정환 9단을 꺾고 차지한 우승이어서 더 뜻깊었다. LG배의 우승으로 명실상부하게 신진서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잇따랐지만 신진서는 자만하지 않았다. 그는 “커제 9단과 박정환 9단을 이기고 우승한 건 좋았지만 두 사람 이외에도 이겨야할 상대가 너무 많다”면서 “특히 두 기사에게 상대전적에서 그동안 밀렸던 만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바둑이 단단해지면 그때는 진짜 1인자 자리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바둑 최강자는 늘 세계 바둑을 주도했다.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까지 쟁쟁한 선배들로 이어진 최강자의 자리는 2년 전부터 신진서에게 이어졌다. 세간의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느냐고 묻자 신진서는 “부담감은 누구에게나 있고 당연히 이겨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성장을 위해선 가끔 있는 부담감도 다 없애야 한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인간계 최강 기사지만 신진서도 인공지능(AI)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AI는 바둑의 근간을 뒤흔들었고 바둑기사들에게 존재의 이유에 대해 되묻게 만들었다. 신진서 역시 알파고의 출현 당시 “이렇게 노력했는데 기계한테 안된다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었다”고 고백하면서 “그래도 AI는 AI고 사람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또 당시에 실력이 최강자들에 못 미쳤던 탓에 덜 흔들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서는 오히려 AI를 적극 활용했고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다. 인간이 쌓아온 데이터로는 생각하지 못해왔던 수를 연구할 수 있었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실전에 활용할 수 있었다. 신진서의 바둑은 AI와 함께 진화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개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신진서는 “전투와 실리를 좋아하는 성향이었는데 AI의 등장 이후 상위권 기사들은 어느 한쪽으로 스타일을 정립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면서 “여러 선배기사들의 바둑을 많이 닮고 싶지만 역시 약점 없는 AI의 바둑을 가장 닮고 싶다”는 말로 AI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LG배 우승으로 그동안 쌓였던 한을 풀어낸 신진서의 목표는 세계 최강자에 걸맞는 타이틀 확보다. 신진서는 “국내 대회에서도 꾸준히 잘하면서 앞으로는 1년에 하나 이상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또 “앞으로 이세돌 9단처럼 바둑을 많이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우승 전까지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지만 우승을 한 만큼 이제부터 성적도 내면서 바둑을 알리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글로벌 In&Out] ‘사이비’의 재정의, 헌법적 질서를 지키는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사이비’의 재정의, 헌법적 질서를 지키는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출생지로는 중동 출신이다. 그래서 ‘사이비’라는 개념이 매우 까다로웠다. 무슨 말이냐면 어느 종교적인 집단이 세계적인 정통 종교로부터 인정받지 않으면 사이비라 생각했다. 일례로 불교적 색채의 종교 공동체가 조계종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사이비로 판단했다. 기자로서 한국 사회와 역사, 상징적인 장소나 건물들을 많이 취재했다. 서울 종로구의 천도교 중앙대교당이나 전북 익산의 원불교중앙총부도 그중에 하나다. 이 장소들을 취재하면서 종교 혹은 사이비에 대한 생각이 크게 개선됐다. 원불교나 천도교같이 겨우 100년을 넘은 ‘신흥 종교’들은 정통 종교들의 종파가 아니지만, 조직성이나 신도들의 모습은 정통 종교들과 다른 바가 없었다. 불교나 기독교에 비해 젊은 이 종교들에 대해 “현 시점에서 사이비로 보이는 종교 집단들이 미래의 신세대 종교가 되는 것”이라고 그 나름대로 판단했다. 모든 종교가 탄생 과정에서 사이비 취급을 받았다. 기독교의 주인공인 예수도 유대교로부터 사이비 혐의를 받았고, 개신교의 주요인물인 루터 목사도 천주교로부터 사이비 혐의를 받았다. 오늘날 카톨릭도 개신교도 사이비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나름대로 ‘사이비’ 개념을 재규정했다. 한 종교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신자에게 행복을 준다면 사이비가 아니다라고 스스로 판정을 했다. 이러한 ‘혁명적 사고’를 한 후에 일반인이 보기에는 사이비로 보이는 종교 집단이 필자에겐 사이비로 안 보일 때도 있었다. 이런 혁명적 사고는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변하게 됐다. 이제는 한 집단이 사이비인지 아닌지를 그 집단이 속한 나라의 헌법적 질서를 위반하는지 안 하는지를 보고 결정하게 됐다. 한 종교가 아무리 자기 신도들에게 장기적인 행복을 준다고 한들, 자기 신도가 아닌 공동체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사이비’ 정의를 더 까다롭게 하게 한 것이다. 모든 종교는 자기네 천국에 자기네 신도를 보내고 이웃 종교의 신도를 받아 주지 않는다. 어차피 사후 세계와 관련된 일이니까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법은 현실 세계와 관련된 것이다. 기도 시간에 다들 자기네 종교 시설에서 모이고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감염이나 국방과 관련된 비상사태가 터질 때는 한 몸이 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헌법적인 질서다. 감염이나 국방과 관련된 비상사태가 터질 때 국민을 분열시킨다면 그 종교 공동체는 사이비이다. 중국에서 터진 코로나19 사태를 한국 정부가 처음에 너무나 잘 통제하고 있었다. 물론 몇 년 전에 터진 메르스 사태 때 얻은 학습 효과도 큰 역할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한국이 코로나 사태를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31번째 확진자를 통해 한국의 방역이 뚫렸다는 진실이 드러났다. 다른 한편에서는 31번째 확진자 덕분에 이미 뚫린 큰 방역의 구멍을 알게 됐다. 이것을 일반화해서 신천지 신도 모두가 다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구 지부가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 사태가 커지자 이만희 총회장이 직접 나와서 사과하고, 감염증 관련 국가 대응 방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천지 대구 지부 실수와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은 한 스펙트럼에서 양쪽에 위치하고 서로 반대의 현상이다. 이 스펙트럼을 가지고 한 종교 집단이 사이비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다. 감염이나 국방과 관련된 비상사태에서는 구성원들이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면 사이비가 되는 것이다. 반면에 국민 앞에 나올 자신이 있고, 비상사태 때는 국가와 같이 움직일 준비가 된다면 사이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다들 중요해진 방역 문제를 통해 모든 종교 집단의 소속자들은 자신들이 헌법적 가치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잘 판단해 보면 좋겠다.
  • 믿음이 무너진 순간, 냉철한 대비가 살길

    믿음이 무너진 순간, 냉철한 대비가 살길

    바둑을 아는 이들에게 2016년 3월 9일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하루였을 것이다.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계 바둑 1인자 이세돌의 대국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불계패로 무릎을 꿇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대국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과연 몇 수 만에 인공지능이 황당한 착수를 남발하다 자멸할 것인가였다.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바둑판에서 일어나는 그 무궁무진한 변화를 컴퓨터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계산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믿음의 토대 위에서 내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돌을 던진 건 인간이었다. 당시 수많은 이들이 진리라고 믿었던 현실 세계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리얼리티 쇼크’는 이처럼 자신이 믿었던 것과 현실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별안간 깨닫게 되는 여러 순간들을 담고 있다. 왜 세계가 갑자기 무너져내리고 있는지 10가지 핵심 키워드를 꼽아 분석했다. 저자가 꼽은 첫 번째 쇼크는 소셜미디어다. 초기 소셜미디어는 기존 미디어를 대체할 도구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17년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족을 대량 학살할 때 페이스북을 활용했던 사례에서 보듯 문명의 이기가 반문명의 첨병으로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저자는 소셜미디어의 작동 과정과 악성댓글, 집단 공격, 가짜뉴스 등 여러 부작용을 사례를 들어 파헤친다. 중국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지금까지 세계화, AI 기술 개발 등을 중국처럼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은 자유 경제와 사회, 민주주의 등이 서로 보완하며 발전한다는 믿음을 깨고 ‘권위주의적 지도층과 디지털자본주의가 결합하면 풍요를 얻는다는 등식’을 던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책은 이 밖에도 인공지능, 건강, 기후, 난민, 통합, 우경화, 경제, 미래 등을 쇼크로 꼽고 있다. 저자는 “리얼리티 쇼크란 수십 년 동안 확고하게 믿어왔던 것들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치부터 개인의 일상까지 모든 부분에서 일어나는 균열과 변화에 냉철하게 대비해야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변화와 복잡한 현실에 맞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生의 막바지에서 민족 문화의 시작을 고민하다

    生의 막바지에서 민족 문화의 시작을 고민하다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올해 여든여덟. 그의 말마따나 ‘생의 막바지´에 있는 한국의 지성 이어령 박사의 책이 새로 나왔다. 신간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는 그의 삶의 대미를 장식할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주제는 ‘탄생’으로, 문화 유전자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비밀을 담고 있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실에 질문을 던지고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동서양을 누비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다니며 답을 찾아낸다. 예컨대 태명에 관해 설명할 때, 과거 태명 ‘개똥이’와 요즘 태명 ‘쑥쑥이’ 등을 비교한다. 태명은 한국에만 있는 풍습인지 궁금증이 생긴 저자는 인터넷을 검색해 영국에서 거주하는 주부의 블로그에서 이야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서양 문화권에는 원래 태명이 없었지만, 초음파 촬영 기술이 발전하면서 ‘요다’나 ‘타이거’와 같은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태중 아이를 한 살로 보는 우리식 관점을 통해 우리가 태아에 유독 관심이 많고, 태명에도 집착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한국인 특유의 ‘연결’을 강조한다. 아기를 안고 자며,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등 최대한 엄마와 밀착함으로써 엄마 배 속의 환경과 일체가 되려 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굶는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는 저자는 자신을 ‘21세기의 패관(稗官)’이라 자청한다. 술청과 저잣거리, 사랑방을 드나들며 이야기 꾸러미를 기록으로 챙겨온 조선시대 패관처럼 온갖 텍스트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채록해 재구성했다. ‘꼬부랑 할머니’ 동요를 시작으로 모두 12개 고개를 넘으며 이야기판이 벌어진다. ‘태명 고개’를 시작으로 ‘배내 고개’, ‘출산 고개’, ‘삼신 고개’, ‘기저귀 고개’, ‘어부바 고개’, ‘옹알이 고개’, ‘돌잡이 고개’, ‘세 살 고개’, ‘나들이 고개’, ‘호미 고개’, ‘이야기 고개’마다 3~5개 이야기(꼬부랑길), 모두 53개의 꼬부랑길로 구성했다. 첫 저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시작으로 지난 60년 동안 무려 100여권의 저서를 냈지만, 이번 책은 특히 힘들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지난 10년 동안 무리한 집필로 머리 수술을 받았고, 암 선고를 받은 뒤 두 차례 큰 수술을 겪은 후 나온 산고의 결과다. 한편, 저자는 후속으로 ‘알파고와 함께 춤을’, ‘젓가락의 문화 유전자’, ‘회색의 교실’(가제)을 올해 안에 출간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글로벌 In&Out] 유튜브에서 탈락할 유튜버들은 누군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유튜브에서 탈락할 유튜버들은 누군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지난달 칼럼에서 유튜브와 기성 언론을 비교하고, 새 매체 유튜브는 어디로 가는가에 내 나름대로 답변했다. 압축된 글을 쓰다 보니 전달 내용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터넷 댓글에서 확인했다. 다시 요약하면 새 매체 유튜브는 기성 언론을 개혁하고, 유튜브의 다소 무질서한 모습은 조만간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튜브가 질서화하는 과정에서 모든 유튜버들은 살아남을 것인가? 이번 칼럼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방송사는 대중에게 사랑받은 예술가들 위주로 방송 영상물을 만들고, 광고주들은 그 제작물을 많은 사람들이 볼 것이라고 추정되는 만큼 광고를 게재한다. 여기서 나오는 돈의 일부가 예술가들에게 출연료로 가고, 나머지는 방송사에서 인건비나 운영비로 처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가는 예술의 질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유튜브도 비슷한 구조다. 유튜브는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 그 돈의 55%를 콘텐츠 제작자인 유튜버에게 준다. 예술가와 그 예술을 좋아하는 대중 사이에는 직접적인 돈거래가 없다. 예술가와 대중 사이에는 불편한 관계가 생길 일이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유튜버들이 유튜브로부터 받은 광고료가 부족하다며 채널의 일부 콘텐츠를 유료로 바꾼다든가, 채널의 구독수를 이용해 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이런 방법들은 유튜버와 그 채널의 구독자 사이에 불편한 관계를 만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기 구독자의 자본을 목표로 삼고 유튜브 채널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한 유튜버들이 이 과정에서 몰락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는 여러 유형의 채널들이 있다. 분류하자면 첫째, 엄청난 자본력이 있는 채널이다. 이미 대규모 자본으로 콘텐츠를 생산한 기업, 즉 방송사나 외주업체들의 채널로 유튜브 시장에서 밥그릇 문제가 없는 채널들이다. 둘째, 단체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채널들로 애초 끈끈한 조직 분위기를 유지하는 만큼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오래갈 채널들이다. 셋째, 취미나 학문용으로 비디오 블로그를 찍은 채널들로 현재 골프TV나 바둑TV처럼 갈 것이다. 마지막 유형은 1인이 매일 주제를 무작위로 정해 찍은 비디오 블로그로 구성된 채널들이다. 이 채널들이 제일 빨리 몰락할 위기에 있다. 한 채널이 오직 한 유튜버에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주 새로운 주제를 찾아서 영상을 찍는 것이 힘들다. 언젠가 그 한 명의 상상력은 고갈돼 갈 것이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유튜브 시장은 끊임없이 생산해 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중간에 중단하면 그 채널에 큰 불이익을 준다. 그리고 유튜버들에게 기성 미디어에서 방송 섭외가 오면 그들은 채널 운영이나 전통 미디어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럴 때는 전통 미디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사실 1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에겐 다른 문제가 더 있다. 필자가 유튜브를 그만둔 유튜버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일상을 즐길 수 없다는 증언을 많이 듣게 됐다. 신기한 현상을 목격하면 무조건 그것을 촬영해야 하니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삶의 재미를 잃게 되고, 공과 사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족과 아름다운 바닷가에 갔는데,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 즐기지 못하고 유튜버로서 촬영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고 그 순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촬영하다가 가족과 싸운다든지 하는 바람직하지 않는 상황들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인터넷 시청자 시장은 시청자의 15% 정도를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에 빼앗겼다. 유튜브도 그 나름대로 진보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질서적인 플랫폼으로 변해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몰락하는 유튜브 채널이 적지 않다. 아직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
  • “도시재생 곳곳에 ‘혁신창업공간’ 조성…청년·기업 일하는 환경 만들면 지역 변화”

    “도시재생 곳곳에 ‘혁신창업공간’ 조성…청년·기업 일하는 환경 만들면 지역 변화”

    佛 ‘스테이션 F’·英 ‘테크시티’ 모델로 서울의 도심 창고·준공업지역 등 활용 지방은 공공기업·혁신도시 대학 연계 올 노인 임대주택 8000가구 신규 공급“예전엔 도시재생을 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낡은 집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집만 새로 짓고 골목에 상점 몇 개 들어온다고 동네가 바뀌지 않습니다. 지역에 청년들과 기업들이 모여서 창업도 하고 연구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지역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LH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도시재생과 지역균형발전을 꼽았다. 이를 위해 그는 “도시재생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에 아파트가 아닌 ‘혁신창업공간’이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변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LH의 공공 디밸로퍼(개발자)로서의 역할 강화와 3기 신도시 건설에 매진해 왔다. 그는 “지난해 여러 법안이 통과되면서 LH가 공공개발을 진행하기 위한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면서 “올해부터 도시재생과 지역균형발전 사업을 통해 전국 곳곳에 혁신창업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도시재생을 통해 만들고 싶다는 혁신창업공간은 뭘까. 변 사장은 “청년과 벤처사업가들의 창업과 연구개발(R&D)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간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선 모형이 없다”면서 “한국만의 모델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해외에서 찾는다면 노후한 철도정비창고를 개조해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가 된 프랑스 파리의 ‘스테이션 F’나 인공지능(AI) ‘알파고’를 탄생시킨 영국 런던의 ‘테크시티’ 같은 곳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지역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면서 “결국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지역의 일자리와 기업을 많이 만들어 자생력을 키워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창업공간 조성 프로젝트는 이미 수차례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변 사장은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하라면서 창업공간으로 주어진 곳은 교통이 불편한 도심의 외곽이었다. 학생들과 기업들이 찾아오기 쉬운 곳에 그런 시설이 들어서면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서울의 경우 제조업이 빠져나간 준공업지역과 도심의 창고 등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인적 자원이 풍부한 서울의 경우 혁신창업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지방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지방은 공공기업들이 이전한 혁신도시의 대학들과 연계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지방 이전 공기업들이 지역의 벤처가 만든 기술이나 제품을 적극적으로 써주면, 지역 인재나 벤처들이 모두 서울로 가려고 하는 경향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도시재생과 지역균형발전 외에 그는 노인주거 문제 해결도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LH는 올해 욕실 안전손잡이 등 노인 편의시설을 갖춘 임대주택을 8000가구 신규 공급할 계획이다. 변 사장은 “노인주거 시설에 안전손잡이를 달고 문을 여는 방식을 바꾸면 낙상 등 노인 관련 사고가 크게 줄고 관련 의료비 지출도 절감할 수 있다”면서 “현재 세대나 사업별로 나눠져 있는 복지전달체계를 임대주택을 플랫폼으로 삼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꾼다면 고령화에 따른 관리·복지비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열린세상] 특이점 과학기술 혁신이 오고 있다/이은우 건양대 교수

    [열린세상] 특이점 과학기술 혁신이 오고 있다/이은우 건양대 교수

    올해는 2020년대를 여는 첫해이자 12지가 처음 시작되는 쥐의 해이기도 하다. 최근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조만간 우리 인류에게 새로운 특이점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본래 특이점(singularity)이란 특정 물리량들이 정의되지 않거나 무한대가 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블랙홀의 중심, 빅뱅우주의 최초점 등이 특이점의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기술부문 이사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05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2045년이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통제할 수 없는 특이점이 올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암이나 치매의 정복과 인간수명의 한계 극복,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인류 생활패턴의 획기적 변화 등 특이점 혁신이 머지않은 시간에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전망된다. 이미 우리는 특이점 시대에 진입해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세상과의 연결이 차단되는 공포를 느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돼 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번호, 관심 영역, 금융정보, 가족 관계, 심지어 개개인의 일상의 모든 기록과 영상정보도 알고 있다.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이용하는 역할을 하는 나와 나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알려주는 스마트폰이라는 아바타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중독, 가짜뉴스 범람 등의 부작용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은 신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수단이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사피엔스의 인류세는 종언을 고하고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반으로 인간이 호모데우스로 진화하고 있다. 백년 전만 해도 신이 아니면 불가능했던 일들이 첨단 과학기술에 의해 끊임없이 가능한 일이 돼 가고 있다. 인간이 신으로 진화하는 특별한 특이점 혁신의 시작 단계에 이미 진입해 있는 것이 아닐까. ‘인공지능을 우리의 일상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1월 7일 2020년 새해 벽두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ㆍ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세계 160개국 4500개 첨단기업이 부스를 차려 인공지능, 로봇, 미래 자동차, 5G 등 신기술 혁신을 겨루는 각축장이었다고 한다.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전시장엔 관람객이 몰려들어 혁신의 ‘퍼스트 무버’로 글로벌 위상을 과시했으며 우리나라 180여개의 중소중견 기업과 K스타트업들도 우수한 기술력을 세계에 선보였다고 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펴낸 ‘과학기술혁신정책전망 2020’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 총연구개발비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연구개발에 작년 대비 18%나 늘어난 총 24조 2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약 76조원은 민간이 부담할 전망이다. 새해 첫 대통령 업무보고가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를 대상으로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과학기술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 경제성장을 이끌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라고 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강국, 인공지능강국 방안 등을 보고했다고 한다. 지난 6일 ‘2020년 정부R&D사업합동설명회’가 숭실대 한경직관에서 열렸다. 배포자료를 얻으려는 긴 줄과 1500여석의 강당을 꽉 메운 과학기술자들의 열기가 그 큰 강당을 가득 채우고도 남음 직했다. 2020년 벽두부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CES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며 정부R&D사업합동설명회도 성황을 이루고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도 과학기술 분야가 맨 먼저 하는 등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나라 안이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과학기술 분야만이라도 정부는 민간의 의견을 존중하고 연구현장 중심의 협력을 크게 강화해 나가며 그 중심에 있는 과학기술인을 격려하고 지원해 특이점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그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사전 노력에도 앞장서 주기 바란다.
  • [글로벌 In&Out] 유튜브 천하에서 언론시장은 어떻게 될까/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유튜브 천하에서 언론시장은 어떻게 될까/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최근 일주일 사이 한국의 유튜브 세계에서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소셜미디어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 ‘알릴레오’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대안언론들이 가짜뉴스를 생산했다고 맹비난했다. 진 전 교수의 공격이 아주 날카로워서 그런지 JTBC 손석희 사장이 진 전 교수와 유 이사장 등을 JTBC에 초대해 토론회를 열었다. 필자는 이 지식인들이 서로 언쟁할 줄 알았다. 둘은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와 전통 언론을 가지고 토론을 했다. 이를 계기로 유튜브 1인 미디어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 매체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시간을 갖게 됐다. 두 번째는 ‘아임뚜렛’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조작 사건이다. 열린 지 한 달도 안 된 ‘아임뚜렛’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틱장애가 있는 한 젊은이의 일상생활을 담은 영상들이 방송됐다. 짧은 기간에 이 채널은 몇십만명의 구독자를 얻고, 큰 호응을 받았다. 많은 시청자가 틱장애가 있는 ‘아임뚜렛’ 채널의 주인을 좋아했고, 그의 영상들을 재미있게 보면서도 동시에 짠한 마음이 들어 틱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됐다. 그러나 알고 보니 ‘아임뚜렛’ 채널의 주인은 틱장애가 없었다. 모든 것이 조작이었다. 이 젊은이는 그사이에 8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두 사건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시청자들이 유튜브를 신뢰하는 마음이나 호감이 많이 흔들려 있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매체 유튜브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을 기자이자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답변하고 싶다. 역사를 보면 같은 패턴의 반복이 눈에 뚜렷하게 보인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거기서 다시 한번 질서로 가는 흐름. 통일에서 분단으로, 거기서 다시 한번 통일로 가는 움직임. 바로 옆 나라 중국을 보자. 진시황이 중국을 천하통일했지만 이후 분열됐다가 다시 통일됐다를 반복했다. 신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사상, 새 종교가 탄생할 때도 그렇다.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기존 권력이나 절대적인 힘은 의미가 없어지고, 위협받는 상황이 형성된다. 새로운 사상이나 종교가 탄생했을 때 전통 세력이 만들어 놓은 질서의 반박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같은 역사적인 패턴으로 언론의 역사를 보면 비슷한 흐름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비싼 인쇄기 덕분에 언론은 오직 중앙정부에만 있었다. 그러나 인쇄기가 대중화해 19세기 이후 민영 신문사들이 탄생했다. 그래서 독자는 수많은 신문 중에서 선택할 권한을 얻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다 보니 글을 진정성 있게 쓰고, 지식적으로 풍부한 신문사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사라졌다. 라디오가 출현하자 신문의 필요성이 도마에 올랐다. ‘라디오 듣지 누가 신문 읽겠는가’라는 질문이 그 당시에 논쟁거리였다. 라디오 때문에 신문사들이 살아남으려고 디자인을 바꾸고 사진을 도입해 그 나름대로 개혁을 했다. 결국 라디오로 장난을 친 회사들과 동시에 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신문사가 함께 없어졌다. 신문은 이제 텔레비전의 탄생으로 다시 한번 위협을 받았다. TV의 위협으로 라디오들이 더 재미있는 방송을 하고 신문사도 컬러를 도입해 개혁에 나섰다. 기존 매체는 본격적으로 변화했고,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텔레비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로 내부 규칙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전환점이다. 인터넷언론 때문에 신문사, 라디오, 텔레비전이 다 위기다. 기존 매체는 개혁하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들은 그 나름 질서를 만들면 된다. 인터넷 시청자 시장은 시청자의 15% 정도를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 빼앗겼다. 유튜브 같은 1인 매체 플랫폼들의 무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 역사는 계속 반복된다.
  • “한돌보다 中 절예” 세돌, 끝까지 쎈돌

    “한돌보다 中 절예” 세돌, 끝까지 쎈돌

    “한판 잘 즐기고 간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바둑은 인생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다른 길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바둑이 인생의 전부라기보다는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풍운아’ 이세돌 9단에게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국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을 상대로 세 차례 치른 은퇴 대국은 커튼콜과 같은 무대였다. 이 대국을 끝으로 그는 30년간 잡아 온 바둑돌을 내려놓았다.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하지는 못했다. 2점을 미리 깔고 두는 1국 접바둑에서 이겨 2국은 맞바둑(호선)으로 뒀지만 무릎을 끓었다. 다시 접바둑으로 돌아간 최종 3국은 181수 만에 불계패. 늘 승부사로 통했던 이세돌은 그래도 웃을 수 있었다. 그는 “오늘도 졌지만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지막 순간이 행복해서 정말 기쁘다. (바둑을 둬 온)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여섯 살 때 아버지(1998년 작고)의 가르침을 받으며 바둑돌을 들었던 비금도 소년은 그렇게 고향에서 어머니, 형, 누나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적인 바둑 여정을 마감했다.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또 32연승을 달리며 ‘불패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2000년, 3단으로 나선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꺾고 첫 세계대회 타이틀을 거머쥐며 이창호 9단의 최저단 세계대회 우승 기록(5단)을 갈아치웠던 2002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와 5번기를 겨뤄 한 차례 승리하는 등 AI를 이긴 유일한 인간 기사로 남게 된 2016년 등이 주마등처럼 스치지 않았을까 싶다. 세계 18회, 국내 32회 등 모두 50개 대회를 정복했다. 조훈현(160회), 이창호(140회)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공식 집계된 상금만 해도 98억원이다. 그는 바둑판 바깥에서도 이슈 메이커였다. 1999년 대국료 없는 승단 대회 보이콧, 2009년 중국리그 진출 관련 갈등으로 인한 휴직계, 2016년 상금 일률 공제 반대에 이은 한국프로기사회 탈퇴 등이 이어졌다. 결국 한국기원은 올해 7월 ‘기사회 소속 기사만이 한국기원 주최·주관·협력·후원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정관 규정을 신설했고, 이는 이세돌의 은퇴를 앞당기게 했다. 7월 이후 대국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놓고 이세돌은 “정말 유감이고 우울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 인생 마지막 상대였던 한돌에 대해 “초반, 중반 선택이 좋지 못했던 것 같다. 한돌은 접바둑으로 따지면 강하다고 인정하기 그렇다. 중국의 인공지능 ‘절예’와 비교해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아닌 좋은 후배 기사였으면 한돌이 쉽게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2016년 말부터 은퇴를 떠올렸다는 이세돌은 프로기사로서 지난 24년 5개월간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장소를 찾아 한국, 중국, 일본을 돌며 은퇴 투어를 하고 싶었다고 기자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중국, 일본에 가서 바둑을 둘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럴 거면 은퇴를 안 한다. 공식 대국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다만 “세상일은 모르니 50살이 되면 다시 바둑을 둘까 모르겠다. 최소한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바둑 팬들에게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그동안 부족했거나 실수한 부분은 어렸고 젊었을 때이니 너그럽게 봐주기를 바란다. 좋았던 점으로 기억해 주면 감사드리겠다. 나쁜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은 좋지 않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은퇴 대국 끝내고 다시 앉아 ‘복기’…천생 바둑인 이세돌

    은퇴 대국 끝내고 다시 앉아 ‘복기’…천생 바둑인 이세돌

    끝까지 심혈을 기울인 대국…놀라운 1승 거둬“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전성기 불패소년인공지능에 승리 거둔 인류 유일 프로기사로 이세돌(36) 9단은 21일 고향인 전라남도 신안에서 인공지능 ‘한돌’과의 최종 3국을 끝으로 30년간 쥐었던 바둑돌을 내려놓았다. 은퇴 대국이었던만큼 이세돌은 긴 시간 심혈을 기울여 수를 뒀다. 출발 당시 90%-10%였던 승률 그래프는 어느덧 70%-30%, 50%, 80%가 넘는 차이를 보이며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된 듯 했지만 이세돌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어 은퇴를 결심했다”면서도 은퇴 대국 상대로 인공지능 한돌을 택한 이세돌의 선택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날 3국과 지난 2국에서 불계패했지만 1국에서는 흑으로 2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인공지능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뒀다. 이세돌 은퇴 대국을 현장 지휘한 김효정 K바둑 이사(프로 3단)는 “이세돌은 너무 천재여서 프로기사들도 스타처럼 바라보던 기사였다”고 그를 기억했다. 이세돌의 어머니 역시 “아쉽지만 세계적 인물이 된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건강하게 살길 바란다”고 그를 응원했다.이세돌은 1995년 7월 제71회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기사가 되고 24년 4개월만에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2000년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세돌은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라는 어록을 남길 만큼 전성기 시절 ‘불패소년’으로 불렸다. 통산 18차례 세계대회에서 우승했고 국내대회에서 32차례 우승하며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이후 ‘세계 최강’ 계보를 이어받은 것이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해 1승 4패로 패했지만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류 유일의 프로기사로 남게 됐다. 이미 한돌의 실력 우위가 인정된 상황이었지만 이세돌은 한돌과 자신의 실력 차를 알아보려고 평범한 대국을 하지 않았다. ‘치수 고치기’ 대국을 선택했고, 졌지만 이세돌다운 바둑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앉아 ‘복기’했다. 천생 바둑인이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속보] ‘은퇴’ 이세돌, AI 한돌과 최종 대국에서 패배

    [속보] ‘은퇴’ 이세돌, AI 한돌과 최종 대국에서 패배

    이세돌이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최종 대국이자 은퇴 전 마지막 대국에서 불계패했다. 이세돌은 21일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NHN 바둑 AI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최종 3국에서 흑으로 2점을 깔고 덤 7집반을 주는 방식으로 대국을 시작했지만 180수 만에 불계로 패했다. 1국에서 흑으로 2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을 펼쳐 불계승한 이세돌은 2국에서 한돌과 호선으로 대결했으나 불계패했다. 이번 대결에서 이세돌은 기본 대국료로 1억5000만원을 받고, 1승당 5000만원의 상금을 추가로 받는다. 1995년 7월 제71회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기사가 된 이세돌은 지난달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24년 4개월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통산 18차례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세돌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을 벌여 승리를 거둔 인류 유일의 프로기사로 남았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어게인 1국” 이세돌, 한돌과 21일 마지막 대국…‘신의 한수’ 또 나올까

    “어게인 1국” 이세돌, 한돌과 21일 마지막 대국…‘신의 한수’ 또 나올까

    이세돌, “이세돌답게 두겠다”…‘신의 한 수‘로 피날레 장식할까 한돌, 접바둑 학습량 부족 극복이 관건 지난달 은퇴 선언한 이세돌 9단이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에서 한국판 ‘알파고’로 불리는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마지막 대국을 펼친다. 이세돌은 이 대국을 끝으로 25년 프로기사 인생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세돌은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리조트에서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최종 3국에 나선다. 앞선 두번의 대국에서 한돌과 1승1패를 기록한 이세돌은 3국에서는 다시 2점 접바둑을 둔다. 접바둑은 한돌의 실력 우위를 인정하고 이세돌이 바둑판 화점에 2점 먼저 깔고 시작하는 바둑이다. 마지막 3국은 ‘AI 킬러’ 이세돌이 또한번 한돌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국은 지난 18일 이세돌이 한돌을 이겼던 1국과 같이 2점 접바둑 방식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1국에서는 이세돌이 절묘한 흑 78수로 한돌을 무너뜨리는 이변을 일으켰다. 78수가 두어진 뒤 한돌이 ‘장문’을 파악하지 못하는 큰 착각을 일으키면서 흑돌을 공격하던 백돌의 요석 3점이 오히려 죽여 버렸다. 순식간에 승률이 곤두박질친 한돌은 몇수를 더 두다가 92수 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19일 열린 2국 ‘호선’(互先) 대결에서는 1국에서 허망한 패배를 당한 것과 달리 본래 실력을 보여줬다. 한돌은 초반 좌상귀 접전에서부터 우세를 점한 이후 좀처럼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시종 상대방을 압도한 끝에 12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한돌을 개발한 NHN 측은 1국 패배의 원인으로 ‘2점 접바둑의 학습량 부족’을 꼽았다. NHN 관계자는 “한돌이 2점 접바둑을 학습한 기간이 2달에 불과하다”며 학습량 부족으로 AI가 접바둑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3국의 승부는 이세돌이 또다시 접바둑에 약점을 가진 한돌의 약점을 파고 들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렸다.이세돌은 3국을 앞두고 “마지막이니만큼 이세돌답게 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이세돌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국에서 78수 이후 나온 한돌의 착각이 아니더라도 당시 바둑 흐름이 이세돌이 유리하게 흘렀다는 것이다. 이세돌은 ‘묘수’로 꼽힌 78수에 대해 “프로라면 누구나 그렇게 두는 당연한 수 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현장 해설을 맡았던 프로기사들은 “바둑 국가대표실에서 인공지능을 돌려봤는데 한돌이 아닌 다른 인공지능들도 78수를 예측하지 못했었다”면서 “국가대표들 사이에서도 예상이 쉽지 않은 수였다”고 설명했다. 21일 한돌과의 대국을 끝으로 바둑계를 떠나는 이세돌이 다시한번 ‘신의 한 수’로 피날레를 장식할 지 주목된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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