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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 아침에]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자”/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남도의 들녘은 벌써 황금물결이다.알토란 같이 튼실한 벼들이 높디높아 끝을 알 수 없는 가을하늘의 햇살과 차가운 새벽이슬을 맞으며 안으로 익어가고 있다.들길을 지나며 농부처럼 한손안에 벼이삭 올려 보니 황금빛 윤기가 찰지게 흐르는 것이 손바닥을 간지럽힌다.알 수 없는 환희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온다. 소용돌이치며 몰려오던 검붉은 흙탕물들,나무를 꺾고 기왓장을 들썩이며 울부짖던 그 태풍들도 여름 내내 집을 지키며 살집을 불려온 벼들의 무디고 무딘 살림살이를 어쩌지 못한 것이다.뜰 아래 풀벌레 소리 낭자하게 울려놓고,귀청을 찢듯이 왱왱대던 매미의 끝소리만 남기고 여름은 끝나 가고 가을이 우리곁에 오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지금 어지럽다.주머니가 비어버린 중생들의 몸부림이 산중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진다.‘돈’ 때문에 가족을 잃고,자신의 생을 잃어버린 낙오자들이 도심곳곳에서 유령처럼 활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인 것이다.‘위기론’이 사회 곳곳에 팽배해지고 있다. 얼마전 이곳 일지암에 손님이 왔다.그 손님은 정부의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관계자였다.그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위기’가 아닌 조장된 인위적인 ‘위기’라고 했다.사회내부의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안정화된 국가시스템을 정착시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또 다른 손님도 일지암을 방문했다.그는 잘 나가는 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 CEO였다.그는 현재의 위기는 국가적 위기이며 이렇게 나가다가는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우리의 불황은 국가경영의 위기적 측면에서 오는 심각한 불황이며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또 다른 손님이 왔다.아랫마을 사는 할머니였다.노 할머니 머리에는 햇찐쌀이 들려있었다.“스님 서울서 돈 버는 자식들 좀 편하게 살라고 부처님께 빌러 왔써라잉.어저께 손으로 타작을 해서 부처님께 올릴 찐쌀 좀 맹글어 왔어라.” 그 노 할머니에게는 서울 대처에 나가 살림을 꾸리고 있는 세 아들이 있다.그중 두 아들은 갑자기 기업이 도산해 지금 실업자 신세라고 한탄했다.아들의 먹고 살길을 걱정한 노 할머니가 부처님에게 축원을 하러 온 것이다.그리고 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아직꺼정은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은디.왜 이리 사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것소 스님” 우리에게 지금 짙은 패배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어슬렁거리고 있다.‘위기론’도 아니며,‘위기를 조장하는 것’도 옳은 판단이 아니다.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렇듯이 ‘가진 사람’들은 늘 풍요로웠으며 ‘못가진 사람’들은 늘 빈곤했기 때문이다.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삶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셈이다.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원’도 ‘기술’도 부족한 우리의 삶은 늘 위기였던 셈이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지금 간과하고 있다.5000년이란 긴 시간동안 축적해온 우리의 위기 대응력을 우리 스스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정치 경제 사회학자들의 진단은 늘 틀렸다는 것을 과거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IMF탈출도 그렇고 국가적 재난을 맞아도 그렇다.학문적으로 진단하는 그들은 우리가 가진 ‘대단한 민족성’을 간과하고 있다.우리는 늘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어왔다.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무디고 질긴 우리 민중들의 삶을 지금도 앞으로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우리는 늘 연꽃이 피어나듯 진흙탕속에서 희망을 피워올렸으니까 말이다. 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 [클릭 아테네 2004 D-6] 축구본선 진출국 주전들 부상 잇따라

    ‘떨어지는 나뭇잎도 조심하라.’ 8월의 지구촌을 흥분시킬 채비를 갖춘 아테네올림픽 축구 본선 진출팀들에 비상이 걸렸다.알토란 같은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해 최종 엔트리에서 빠지는 등 전력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곤(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6일 새벽 프랑스 파리 인근 클레르퐁텐에서 열린 마르티니크 라싱 클럽과의 연습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이천수(23·레알 소시에다드) 등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마냥 승리를 만끽할 수 없었다.최근 합류한 와일드카드 김남일(27·전남)이 경기 도중 오른쪽 발등 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정경호(24·울산)가 대체요원으로 아테네행 짐을 꾸리게 됐지만 킥오프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박지성(23·PSV 에인트호벤) 송종국(25·페예노르트)에 이어 세번째로 겪는 전력 누수인 탓에 그 여파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개막전 상대인 그리스도 해외파 공격수가 도중하차하는 아픔을 겪었다.독일 분데스리가 카이저스라우테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오아니스 아마나티디스(23)가 소속 팀 훈련 도중 장딴지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올림픽 본선 출장이 불가능해졌다. 그리스는 188㎝의 장신 공격수로 헤딩과 돌파가 뛰어난 아마나티디스와 유로2004 우승 멤버 디미트리오스 파파도플로스(23·파나타니이코스)의 공격력을 믿고 와일드카드를 수비 보강에 이용한 터라 그 충격이 크다. D조 최강자로 이탈리아(B조) 아르헨티나(C조)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유로2004에서 루이스 피구(32·레알 마드리드)의 교체 멤버로 톡톡 튀는 플레이를 선보인 공격수 에우데르 포스티가(22·FC 포르투)와 중앙 미드필더 티아구 멘데스(23·첼시)를 부상 때문에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비운을 겪었다.예비 엔트리 4명 가운데 공격수 우고 알메이다(20·FC 포르투)와 수비수 주앙 파울로(23·U 레이리아)를 끌어올렸지만 원래 황금 라인업에는 미치지 못한다.아르헨티나의 ‘포스트 마라도나’ 하비에르 사비올라(23·FC 바르셀로나)도 코파 아메리카에서 얻은 부상을 아직 털어버리지 못해 마르셀로 비엘사(48) 감독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김보일의 영화속 수능잡기] ’에린브로코비치’

    [김보일의 영화속 수능잡기] ’에린브로코비치’

    K씨는 지금 완전히 열 받았어.빚을 내서 산 주식이 휴지값이 된 거야.어찌된 사정인지 좀더 가까이에서 들어볼까.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작년에 그 회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들여다 보라고.영업실적이나 자산 가치,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잖아? 그래서 이 회사다 싶어서 빚을 내서 몇 만주를 샀던 건데.아니 이럴 수가 있냐고.십 몇 만원 하던 주식이 휴지값이 되어 버린 거야.알토란 같다던 그 회사 경영상태가 말이 아니란 거야.분식회계인지 뭔지,거짓으로 영업실적이며 자산가치를 부풀려서 발표했던 모양인데,그렇다면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 같이 빚을 내서 주식 산 사람들은 다 뭐냐고.나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어.그런 사람들의 손해는 누가 보상해주느냐고? 분식을 한자로 표기하면 가루 분(粉) 꾸밀 식(飾)으로,시쳇말로 화장발로 예쁘게 꾸몄다는 얘기지.이럴 때,분식회계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무일푼이 된 K씨 같은 사람들이 기댈 방법은 없을까.가령 그 회사의 주식을 산 사람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걸면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한 사람의 원고를 중심으로 집단을 이루어 시민들의 작은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바로 이것이 ‘집단소송제’지. 가령 어떤 특정 지역의 도로 시공이나 설계가 잘못되었다면 이곳에서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하나가 되어 건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있겠지.물론 기업쪽에서야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제도가 달가울 리가 없겠지.하지만 기업으로서도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기업 경영을 전환한다면 소비자나 경영자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겠어.집단소송제는 기업이 질 좋은 물건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고 말이야. 이런 제도가 달갑지 않은 회사가 있었지.영화 ‘에린브로코비치’에 나오는 ‘PG&E’라는 전력회사야.에린은 ‘PG&E사’에서 흘러나온 크롬이 식수원에 흘러들어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주민 650명을 원고로 소송을 제기,미국 민사소송 사상 최대인 3억 33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하지.개인은 약하지만 집단은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거야.인터넷이 무서운 것은 흩어진 개인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물론 인터넷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문제지만. 서울 배문고 교사 desert44@hitel.net
  • [김보일의 영화속 수능잡기] ’에린브로코비치’

    K씨는 지금 완전히 열 받았어.빚을 내서 산 주식이 휴지값이 된 거야.어찌된 사정인지 좀더 가까이에서 들어볼까.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작년에 그 회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들여다 보라고.영업실적이나 자산 가치,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잖아? 그래서 이 회사다 싶어서 빚을 내서 몇 만주를 샀던 건데.아니 이럴 수가 있냐고.십 몇 만원 하던 주식이 휴지값이 되어 버린 거야.알토란 같다던 그 회사 경영상태가 말이 아니란 거야.분식회계인지 뭔지,거짓으로 영업실적이며 자산가치를 부풀려서 발표했던 모양인데,그렇다면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 같이 빚을 내서 주식 산 사람들은 다 뭐냐고.나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어.그런 사람들의 손해는 누가 보상해주느냐고? 분식을 한자로 표기하면 가루 분(粉) 꾸밀 식(飾)으로,시쳇말로 화장발로 예쁘게 꾸몄다는 얘기지.이럴 때,분식회계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무일푼이 된 K씨 같은 사람들이 기댈 방법은 없을까.가령 그 회사의 주식을 산 사람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걸면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한 사람의 원고를 중심으로 집단을 이루어 시민들의 작은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바로 이것이 ‘집단소송제’지. 가령 어떤 특정 지역의 도로 시공이나 설계가 잘못되었다면 이곳에서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하나가 되어 건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있겠지.물론 기업쪽에서야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제도가 달가울 리가 없겠지.하지만 기업으로서도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기업 경영을 전환한다면 소비자나 경영자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겠어.집단소송제는 기업이 질 좋은 물건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고 말이야. 이런 제도가 달갑지 않은 회사가 있었지.영화 ‘에린브로코비치’에 나오는 ‘PG&E’라는 전력회사야.에린은 ‘PG&E사’에서 흘러나온 크롬이 식수원에 흘러들어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주민 650명을 원고로 소송을 제기,미국 민사소송 사상 최대인 3억 33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하지.개인은 약하지만 집단은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거야.인터넷이 무서운 것은 흩어진 개인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물론 인터넷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문제지만. 서울 배문고 교사 desert44@hitel.net˝
  • 이순자씨 “땅 사서 불린 내돈인데” 눈물

    “알토란같은 내 돈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지난 11일 오후 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던 중 30여분동안 펑펑 눈물을 쏟았다.전씨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206억원 중 이씨가 관리했던 102억원이 결국에는 전씨 비자금 아니냐고 검찰이 추궁하자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하며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그러면서 102억원 외에 28억원도 자신의 돈이라는 사실도 추가로 털어놨다. 검찰 수사결과,전씨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206억원 가운데 130억원은 이씨가 직접 관리했고,나머지 76억원은 다른 친인척이 관리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이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130억원의 재산을 불린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지난 83년 전씨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신고했던 재산 가운데 40억원은 자신의 돈이었고,이 돈이 결국에는 130억원대로 불어났다고 주장했다.83년 당시 신고한 40억원은 부동산 투자를 통해 형성했다고 설명했다.이씨는 전씨와 결혼할 당시 받은 패물을 팔아 이태원에 땅을 샀고,이 땅이 2배이상 뛰자 팔고 또다른 부동산을 매입해 되파는 방법으로 40억원의 재산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이 40억원을 청와대 김모 비서관에게 맡겨 관리하게 했다고 말했다.그러나 전씨가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과 자신의 돈 40억원을 섞어서 김 비서관이 관리하는 바람에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나온 뒤에는 아버지 이규동씨에게 맡겨 관리토록 했다.이규동씨는 재테크에 남다른 감각이 있어서,재산을 쉽게 불려줬다는 것이 이씨와 차남 재용측의 주장이다.실제로 재용씨는 지난 달 28일 공판에서 외조부인 이규동씨가 80년대에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를 구입해 재산을 불렸으며,일반기업이 잇따라 도산할 때에는 국공채로 재테크를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규동씨가 지난 2001년 9월 사망한 뒤에는 이순자씨는 자신이 직접 자금을 관리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전씨가 1871억원의 추징금을 못내고 있는데 부인이라도 대신 납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그러자 이씨는 선뜻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130억원을 대신 납부하겠다.”고 말했다.나머지 친인척들이 관리했던 76억원도 친인척들을 설득해 납부토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검찰은 문제의 206억원이 전씨 비자금으로 추정될 뿐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 상태다.검찰이 이씨에게 추징금 대납을 설득한 것도 이같은 상황때문이다.하지만 이씨가 관리한 130억원 가운데 20억원 가량은 전씨가 대통령 재직때 관리했던 비자금과 연결되는 것으로 일부 드러난 상황이어서 수사진전에 따라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대검 중앙수사부는 전씨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자금 가운데 일부가 부인 이씨의 남동생 창석씨에게 유입된 단서를 포착하고 조만간 창석씨를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쌍심지 켠 선거사범 단속] 특진 아른아른…‘한방’ 벼르는 경찰

    요즘 경찰들이 모두 바쁘다.수동적으로 움직이던 이전과는 달리 스스로 알아서 뛴다. 베갯머리와 밥상머리에서 부부간의 대화가 부쩍 늘면서 금실이 좋아졌다.아파트 부녀회나 계모임,동네 미장원과 슈퍼마켓에서 귀동냥 한 알토란 같은 소식으로 내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걸핏하면 “술과 친구밖에 모르느냐.”는 핀잔으로 고개 숙였던 일부 고참 형사들도 다져논 끈끈한 인간관계로 얼굴에 화색이 돈다.이번에 홈런 ‘한방’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처럼 일선 경찰관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는 것은 1계급 특진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경찰청 심사를 거치지만 후보자 구속이나 당선무효 또는 이 같은 첩보제공이면 경위·경감으로,후보자 가족이나 일반사범을 2∼3명 구속하면 경장이나 경사가 된다. ●정보망 백태 지난 16일부터 시·군 경찰서에서는 정보·수사·형사과 직원들로 선거사범 수사전담반과 선거 상황실이 간판을 달았다.직원들은 대개 지역 토박이여서 정보수집 자원이 풍부하다.초·중·고 등 학연,가족과 친·인척 등 혈연,면 단위 고향 등 지연을 망라한 이른바 ‘망원’들이 형사 개인당 20∼50명이다. 전남 순천경찰서 김모(45) 경사는 지난해 말 학교 후배가 해준 전화로 상대 입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날렸던 선거운동원을 붙잡았다.목포경찰서 이모(43) 경사는 지난달 부인의 전화를 받고 한 건 올렸다.“아파트 부녀회에서 그냥 식사한다고 해서 친구가 갔는 데 입후 보자가 슬며시 얼굴을 내밀고 지지를 호소 하더라.”고 알려왔다. 또 전남 A경찰서 수사전담반 윤모(41) 경사는 “이번 특진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술값이 좀 들어도 집에서 인정한다고 했다.“친·인척과 선·후배 등 30여명으로 망원을 운영한다.정당 쪽에도 믿을 만한 선·후배와 선을 대 유리알처럼 들여다 보고 있다.”고 전했다.B경찰서 박모(50) 경사는 “정보과 형사가 선거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은 범위에서 정당 쪽에서 일하는 후배로부터 입후보자의 활동 동향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광주서부서 수사과의 한 직원은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나오는 참고인이나 민원실에 오는 민간인들에게 명함을 건네주고 친절을 베풀면서 신고 전화를 주도록 은근히 유도한다.”고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했다.후보자가 7명이나 난립한 광주 북구을 모 정당의 이모(57) 사무국장은 “전화통화 감으로 (정보탐지)의심할 만한 전화를 가끔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일선서보다 얼굴이 덜 팔린 지방경찰청 직원들은 퇴근 뒤 인근 지역으로 원정을 간다.경남 진주시 신안동에서 주점을 하는 최모(46·여)씨는 “요즘들어 낯선 사람들이 2∼3명씩 함께 와 별다른 애기도 없이 맥주를 시켜놓고 옆자리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대구시내 일선경찰들은 수성구 들안길 일대 음식점 밀집지역에서 단체 예약을 점검하고 사우나와 찜질방 등에서 무료 입장권 배부 등에 대해 첩보를 수집한다.대구 달서구에 출마 할 박모(45)씨는 “당선도 중요하지만 선거법에 걸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아무도 믿을 수 없어 가족과 친척,친구만으로 선거캠프를 차리는 후보도 있다.”고 말했다. ●기동수사반 24시간 감시체제 선거사범 수사 전담반을 지휘하는 전남지방경찰청 김진희(51) 수사 2계장은 “선거와 관련해 첩보 수준이나 신병처리를 두고 하루에 2∼3번 청장에게 보고할 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지방청에는 수사전담반과 선거 과열지구만을 전담하는 기동수사반이 2교대로,지방청과 일선 경찰서에는 선거상황실이 24시간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 이번주부터 일선경찰서에서 1주일에 한 번 이상 지역을 바꿔가며 교차단속에 나선다.집단적인 향응제공이나 유인물,명함 배부 등을 적발하기 위해서다. 전북지방경찰청 김모(45) 경사는 “이번에 잘만하면 특진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동료들이 선거사범 단속에 혈안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지역구마다 정당별 경선으로 잡음이 적잖다.특정회사에 수십개의 전화를 설치해 수당을 주고 고용한 도우미를 활용하는 교묘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또 전화 여론조사를 빙자해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그래서 통신이나 온라인을 이용한 홍보나 비방전에 대비해 사이버 수사대는 눈코 뜰새가 없다. 광주동부경찰서는 관내 114개 PC방을 파악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글이 뜨는 즉시 추적에 나선다.이 경찰서는 관내 선거구가 과열되면서 지금껏 경쟁 상대방이 제공하는 정보로 3건을 단속했다. 대전중부경찰서도 인터넷 사이트 검색활동에 주력하고 있다.충남경찰청 강종식 정보 3계장은 “경찰 등 감시 눈초리가 강화되면서 선거운동원들이 2∼3명씩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추세”라고 밝혔다. 전국 정리 남기창기자 kcnam@˝
  • 나눔세상/ 함께 일군 400억 나눔도 함께

    한 병원 주인이 “죽은 뒤 가져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자산가치 400억원대의 재산을 흔쾌히 내놓았다.의료법인 전남 여수 성심종합병원의 명예이사장으로 물러난 박순용(朴順龍·사진·61)씨다. 박씨는 “병원은 직원들과 이곳을 이용해준 지역민들의 것”이라며 16년동안 병원을 튼실하게 키워온 직원들에게 돌려줬다. 여수시청에서 가까운 둔덕동에 자리한 이 법인은 평가액만 잡아도 473억여원이나 부채는 64억원에 불과하다.연간 매출액이 200억여원으로 3년 전부터 해마다 7억원 이상 순이익을 내는 알토란같은 병원이다.지하 1층,지상 5층에 295개 병상이 있는 본관동과 종합검진센터·간호학원·장례식장·어린이집 등 4개 별개동이 있다.이곳에서 전문의 20명,간호사 100여명 등 직원 268명이 일한다. 재단이사장은 유춘식 신경외과 과장,병원장은 정대관 내과 전문의로 바뀌었고 병원 직원 등 7명으로 된 재단이사회에서 중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박씨는 직원들이 당분간 운영 정상화를 들어 재촉하는 바람에 잠시동안 명예이사장을 떠맡았다.서울에서 전기공사 관련 자재업으로 돈을 모은 박씨는 지난 88년 부도가 난 이 병원을 인수하면서 고향(전남 나주)이 아닌 여수와 인연을 맺었다.이후 병원시설 투자에 350억여원을 쏟아 부으면서 친절하고 신뢰받는 의료기관으로 우뚝섰다. 평소에도 그는 좋은 일로 분주하다.해마다 불우이웃돕기와 섬지역 의료사업비 등으로 2억여원씩을 내놓고 중국 조선족 동포학교에도 1000만원을 기탁했다.지금은 달동네에 연탄과 쌀을 대주기 위해 2억여원의 목돈을 마련중이다.틈이 나면 색소폰 연주 실력을 살려 마을 노인회관을 찾아 함께 즐기기도 한다.부인(51)과 1남1녀도 박씨의 고귀한 뜻을 존중해 힘을 실어줬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
  • 아킬레스건을 공략하라/V투어 내일 개막… 탐색전 가열

    ‘아킬레스 건을 노려라.’ 80년대 인기 회복을 내걸고 20일 막을 올리는 배구 ‘V-투어 2004’를 앞두고 우승을 노리는 사령탑들의 탐색전도 가열되고 있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은 전술의 기본. 특히 삼성화재의 독주체제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국시대’에서 살아 남아야 할 감독들의 용병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삼성의 아킬레스건은 좌우 ‘쌍포’ 신진식(28)과 김세진(29).신진식은 어깨 부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회 중반까지는 ‘갈색 폭격기’의 폭격을 못볼 것 같다.‘월드 스타’ 김세진은 이미 주포 자리를 후배 장병철에게 넘겨준 상태다. 삼성 신치용 감독은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개를 내두른다.그러나 신 감독이 주저앉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컴퓨터 세터’ 김호철 감독과 한국 최고의 센터 이선규를 영입해 전력이 급상승한 현대캐피탈은 이렇다할 레프트 공격수가 없다.이선규 방신봉 윤봉우로 이어지는 센터진은 막강하지만 공격 루트의 40∼50%를 차지하는 레프트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노진수 감독이 이끄는 LG화재의 약점은 거포 이경수가 군사훈련으로 1차 투어에 나서지 못한다는 데 있다. 초반 ‘쿠데타’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던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중앙을 지켰던 센터 구준회의 은퇴도 노 감독을 고민스럽게 한다. 대한항공은 세터 손영래,레프트 장광균,라이트 김진웅 등 알토란 같은 신인들을 대거 끌어들였지만 박희상 은퇴 이후 한방을 책임질 고참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무 /속 다스리는 ‘천연 위장약’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채소 가운데 하나가 무다.요즘 같은 제철에는 너무나 흔해 무를 ‘그렇고 그런’ 채소로 치부하기 쉽다.하지만 영양은 알토란같이 만만찮다.민속 의학자 김일훈씨는 “토종 무는 인삼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무는 산삼 대용이다.”고 극찬한다.가을 무는 시원한 듯하면서도 단맛까지 돌아 최고로 친다.무는 우리 음식에는 두루 들어가 ‘약방의 감초’격이다. 지중해 연안과 중앙아시아·중국이 원산지로 추정되는 무는 우리가 먹은 지 무척 오래된 친근한 야채다.삼국시대부터 식용해 온 무는 고려시대에는 문헌에 등장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중국에서도 제갈량이 무를 병사들의 군량으로 삼았다고 해서 ‘제갈채(諸葛菜)라고 불렀다.이집트에선 6000여년 전 노예들이 무를 먹고 힘을 내 피라미드를 건설했다고 할 정도로 오래됐다. ●소화를 돕고 위 보호에도 좋아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는 속설이 내려오듯 무는 소화를 돕고 위를 보호하는데 탁월한 작용을 한다.또 동의보감은 ‘무는 음식을 소화시키며 기를 내린다.’고 한다.실제로 무에는 전분 분해 효소인 디아스타아제와 글리코시다제,지방 분해 효소인 에스테라제 등 여러가지 소화 효소가 들어 있어 과식했을 때 소화를 돕는다. 디아스타아제는 속이 더부룩함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위염이나 위궤양을 예방하는 작용도 한다.한마디로 ‘천연 위장약’인 셈이다. 따라서 과식했을 때 생무를 강판에 갈아 즙을 내 마시면 좋다.속이 계속 더부룩할 경우 쌀 죽을 끓일 때 채 썬 무를 넣어 무죽을 먹어도 된다.시원한 맛의 무국도 체한 듯한 속을 말끔히 풀어준다. ●니코틴 등 각종 독성 제거에 효과적 황순원 소설 ‘소나기’에서 두 주인공은 무를 먹다 “지리다.”며 내던진다.이런 무의 매운 맛은 메틸메르캡탄이라는 유황화합물 때문.이 성분은 익히지 않은 무를 먹고 트림을 했을 때 나는 독특한 냄새의 원인이다.김상호 규림한의원 원장은 “생 무를 먹고 트림을 하면 산삼 먹은 것보다 낫다.”며 “무를 먹고 트림을 하는 것은 소화 작용이 잘 이뤄지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하지만 시중에는 ‘무를먹고 트림을 안하면 산삼 먹은 것보다 낫다.’라고 잘못 전해지고 있다.고약한 냄새가 나더라도 트림을 하는 것이 몸에는 좋다. 맛도 별로인 데다 냄새까지 고약한 이 성분은 사실 애연가들에겐 고마운 존재다.폐에서 니코틴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 가래를 제거하고 폐암이 생기는 것을 막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무를 익히면 매운 맛이 없어지는 것은 메르캡탄이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따라서 폐 건강을 위해 무를 먹는다면 무즙을 내 마시는 게 좋다. 무에 들어 있는 옥시다아제라는 소화효소에는 해독 성분도 있다.소화를 촉진할 뿐 아니라 탄 생선을 먹을 때 함께 먹으면 좋다.탄 부분이 발암 물질로 변하는 것을 억제한다.무와 각종 어패류를 함께 요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메밀 국수를 먹을 때 무를 갈아 넣는데 이는 메밀 껍질에 들어 있는 살리실아민과 벤질아민이라는 독성 성분을 무가 해독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무에는 몸안에서 생기는 해로운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카탈리아제라는 효소 등 인체 생리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효소가 많다. ●무껍질도 영양 덩어리 무는 껍질에도 영양이 풍부해 버릴 필요가 없다.섬유질이 풍부하다.섬유질은 크게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눠지는데 무말랭이는 두 가지 모두 많이 함유하고 있다.불용성은 흔히 배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섬유질이다.무껍질에 들어있는 섬유질은 생무의 10여배에 달해 대장암,심장병 같은 질병 예방에 뛰어나다.수용성 섬유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액을 맑게 해준다. 무말랭이에는 칼슘이 많이 함유돼 있다.인과의 비율도 적당하고 무를 햇볕에 말리면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D가 증가해 흡수율이 아주좋다. 아울러 비타민B1,B2,니아신,철,칼륨 등이 풍부하다.비타민C의 경우 생무보다 오히려 많이 들어 있다. 무에는 비타민A가 거의 들어 있지 않다.따라서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당근이나 호박 등과 함께 먹으면 영양을 맞출 수 있다.이종림 수도요리학원 원장은 “당근에는 비타민C를 파괴하는 효소가 들어있으므로 요리할 때 식초를 살짝 뿌리면 비타민을 파괴하는 효소의 활성을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무의 줄기와 잎에는 베타카로틴이 아주 풍부하다.호박이나 브로콜리에 못지 않으며 식물성 섬유도 있어 변비 예방에 효과가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
  • 프로농구 /“난 아직 녹슬지 않았다”노장 정인교, 고비마다 쏙쏙… 3점슛 성공률 38%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사랑의 3점슈터’ 정인교(사진·34·삼성)가 노장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프로농구 원년인 97시즌부터 뛰었으니 올해로 벌써 8시즌째다.이제는 노장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지난 8월 삼성 유니폼을 입은 정인교는 어쩌면 이번 시즌이 농구인생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출전기회가 주어지면 미친 듯이 코트를 누빈다.예상대로 주희정(27) 강혁(27) 등 후배들에게 밀려 출장시간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팀이 치른 9경기 가운데 4경기에만 나섰다.그것도 평균 8분여밖에 뛰지 못했다.평균 득점도 3.2점에 머물렀다.그러나 코트에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불러만 준다면 ‘이 한몸 다 바치겠다.’는 각오다.그리고 아직까지 3점슛은 녹슬지 않았다.올 시즌에 8개를 던져 3개를 성공(38%)시켰다. 비록 정인교가 후보선수지만 위기관리 능력에선 단연 최고다.우승을 노리는 삼성도 이를 고려 경험많은 정인교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삼성은 정인교를 긴요하게 써먹은 덕분에 선두를 질주중이다.지난 6일 열린 오리온스전에서 정인교의 노련미가 빛났다.이날 정인교는 3점슛 2개를 포함해 알토란같은 8점을 올려 역전분위기를 잠재워 2점차의 승리를 이끌었다. 정인교만큼 농구인생의 굴곡을 심하게 겪은 선수도 드물다.최고의 자리에서 말단의 자리까지 경험했다.8시즌 동안 5개팀을 옮겨 다닌 것에서 파란만장한 농구인생을 엿볼 수 있다.97시즌에는 9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3점슛왕에 올라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당시 올린 한 경기 평균 4.33개의 3점슛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정인교는 점차 후배들의 도전에 부담을 느끼면서 기울어졌다.98년 나래에서 기아로 팀을 옮긴 뒤 다시 2000년엔 코리아텐더로 갔다.00∼01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가 됐지만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01∼02시즌에는 연봉 1800만원의 수련선수로 전락했다. 한때 1억 3000만원(97∼98시즌)의 연봉을 받던 정인교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은퇴까지 생각했지만 이를 악물었다.하늘이 도왔는지 지난해 모비스가 그를 불렀고 올핸 다섯번째 팀인 삼성으로 옮겼다. 삼성이 자신의 농구인생에 마지막 팀이 되기를 바라는 정인교는 마지막 남은 땀 한 방울까지 쏟아낼 참이다.“몇 분을 뛰더라도 이를 악물겠다.”는 그의 말이 헛말은 아닌 듯하다. 박준석기자 pjs@
  • [열린세상] 벤처산업의 숙명

    벤처산업의 붐과 그 이후에 오는 거품의 붕괴는 우리 사회에 많은 고통을 안겨 주었다.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의지를 믿고 알토란 같은 자금을 코스닥 주식과 벤처기업 지분에 투자했던 대다수가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였다.정부도 거품붕괴 과정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달래 줄 속죄양으로 매를 맞았다.부동산 졸부들의 흥청망청한 행태를 답습한 일부 벤처기업인들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이런 경험들이 벤처 육성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를 낳고 있다.벤처기업에 관련된 사람들은 알맹이가 없는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협잡꾼으로 몰리고,벤처기업의 긍정적인 기능이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거품붕괴 후 3년.최근에 미국에서 IT산업 경기회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벤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하지만,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벤처기업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하다.이로 인하여 민간부문의 참여가 부족하고 정부도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벤처에 대한 이런 부정적 선입견은 얼핏 타당해 보일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벤처 붐과 거품 붕괴가 정치자금 조달을 위한 음모나 거액 전주들의 한탕주의로 발생했다고 굳게 믿는 투자자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실제로 매스컴에 보도된 실례들이 있으니 그런 선입견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붐과 거품 붕괴는 벤처투자의 구조적 문제로서,발전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의 붐과 거품 붕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같은 시기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모두가 겪은 세계적인 재앙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일본,타이완,이스라엘 등이 미국의 성공에 자극 받아 벤처육성에 관심을 기울였으나,IT경기 부진과 함께 찾아온 거품 붕괴로 고통을 받고 있다.또 벤처의 최선진국인 미국에서는 과거에도 이런 붐과 거품 붕괴 현상이 있었다.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폭발적 성공은 곧잘 과잉투자를 야기하여 추후에 거품 붕괴에 따른 후유증을 남긴다. 1980년대 초반에 미국 하드디스크 산업에서벤처투자자들이 근시안적 행태로 과잉투자를 했던 것을 상기해보자.당시의 시장 상황을 보면,1977년 2700만달러에 불과하였던 하드디스크 산업전체 매출은 1984년에는 24억달러에 달했다.또한 3년 뒤인 1987년에는 매출규모가 45억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되었다.이러한 시장의 확대는 벤처기업 창업과 자금조달 급증으로 이어졌다.1977년부터 1984년 동안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약 4억달러를 투자하였는데,거품형성이 극에 달했던 1983년과 1984년에 이중 2억 7000만달러가 집중되었다.상장된 벤처기업들도 신주공모나 유상증자를 통해 8억달러를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하였다.이들 하드디스크 벤처기업의 시가총액이 1983년 중반에 54억달러에 이를 정도였다.하지만 거품이 꺼진 1984년 말에는 14억달러로 추락하게 된다. 이때 형성된 투자의 거품은 나중에 과도한 경쟁을 촉발시켜 이익률을 감소시켰다.그 결과 자금공급이 축소되고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지연되었다.기술발전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용이한 자금조달을 통해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선순환 고리가무너지면 경기위축을 초래하는 악순환 고리가 오는 것이다. 우리가 겪은 벤처대란은 정보화 시대 대두에 따른 IT산업의 급속한 성장기회를 인식하고,여기에 참여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다.성장에 대비한 투자를 멈추면 도태를 감수해야 한다.그러나 투자를 집행해도 성장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투자손실,인력감축,공장폐쇄와 같은 고통스러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그것이 성장산업이 안고 있는 숙명이다. 강 대 석 충남대 교수 경영학
  • 해커 취업·결혼정보사이트 노린다

    “쉬우면서 믿을 수 있는 자료가 많은 취업,결혼정보 사이트를 공략하라.” 해킹의 목적이 ‘실력 과시’에서 ‘금전적 이익’으로 바뀌어가면서 비교적 공격이 쉽고 정보가 정확한 사이트들이 해커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그러나 사업에 지장을 미칠 것을 우려,신고하지 않거나 해킹을 당한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사례도 많아 해킹의 피해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해커들,취업·결혼정보 사이트로 몰린다. 이달초 취업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G사는 자체 점검 결과 해커가 관리자 자격으로 4시간이나 머물다가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했다.하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서도 수사기관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회사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 등에 이상이 없어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고 회원 탈퇴가 이어질까봐 그랬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지난달에는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사이트가 해킹당해 30여만명의 회원정보가 빠져나갔다.해커 출신으로 현재보안업체에서 근무하는 B씨는 “실력을 뽐내기 위해 소수의 전문 해커가 뚫기 어려운 전산망을 골라 해킹하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쉬운 곳을 골라 실제 이익을 노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최근 해커들이 구인·구직사이트나 인터넷 결혼정보회사,영세 인터넷 쇼핑몰 등을 집중 공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규모가 작지만 신뢰도가 높은 ‘알토란’ 정보를 담고 있어 그만큼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취업사이트 관계자는 “이력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합격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회원정보의 신뢰도는 다른 업종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말했다.미팅이나 결혼정보사이트도 개인정보가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거짓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보안의식은 후진국 수준 국내 해킹의 증가세는 무서울 정도인 반면 보안의식은 밑바닥에 머물고 있다.정보통신부는 지난해 국내 해킹사고 접수건수는 1만 5192건으로 2001년보다 185%나 늘었다고 밝혔다.올해 5월까지 발생한 해킹피해는 모두 1만 4248건으로 지난해 전체의 94%나 된다. 또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4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자료에서는 응답자의 97.5%가 정보 보안이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정보보안을 위한 위기관리를 하지 않거나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10곳 중 7곳에 달했다. 더욱 큰 문제는 규모가 적은 업체일수록 보안의식이 희박하다는 점이다.인터넷 보안업체인 해커스렙 관계자는 “굳이 수천만원을 들여 방화벽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저가로 임대 사용하거나 보안 패치 등을 업데이트 해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킹은 막을 수 있다.”면서 “문제는 회원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번 접근한 해커들은 다시 해킹을 해 2차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다.”면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신고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 책 / 전형적인 미국인

    미국이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하자 수많은 미국인들은 도덕적 결백성을 상실했다고 했으며,1929년 경제대공황이 일어났을 때는 더이상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고들 했다.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미국인들은 한때 자랑스러워하던 국가의 모든 가치들이 더럽혀졌음을 안타까워했다.그러나 최근 발생한 9·11테러는 미국인의 가치를 짓밟지 않았고,오히려 국가의 가치체계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이며 미국인은 누구인가. 최근까지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를 지낸 한스 디터 겔페르트가 쓴 ‘전형적인 미국인’(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 펴냄)은 시대 분위기에 편승해 오만한 ‘아메리카 제국’과 그 국민을 무작정 비판하기보다는 그 실체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럽 국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혹은 이를 거부하고 싶을 때는 으레 과거를 들여다보곤 한다.그러나 신생국 미국은 신세계의 하얀 종이와 같은 자화상밖에 볼 게 없었다.유럽에서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경쟁을 벌이지만 미국에서는 하나의 자화상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그래서 미국은 한편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지만,다른 한편으로는 독특하게도 보수적이면서 개혁적인 모습을 보인다.저자는 이런 점이야말로 미국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지배해온 가장 오래된 전통은 청교도주의다.청교도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인들은 죄의식을 갖고 있는 까닭에,인디언들도 그들보다 더 오래된 원시민족들을 쫓아버린 침략자였다는 사실조차 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하지만 그같은 의식도 이른바 ‘명백한 운명론’의 핵심을 이루는 신념을 흔들어놓지는 못했다.오늘날까지도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특별한 임무,즉 암흑에 싸인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빛을 전해야 할 임무를 띠고 있다고 믿는다.미국인들은 인디언들에게 행한 부당한 행동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는 하지만,국가의 집단적인 무의식 속에는 과거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행동이 옳았다는 이데올로기가 살아 있다.비록 유대인들처럼 자신들을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미국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점점 그 점을 확신하고 있다. 전체 미국인의 96퍼센트는 신을 믿거나 신적인 존재를 믿는다.15개의 침례교와 10개의 루터교,9개의 장로교 등 다양한 교파가 있다.그런 만큼 이들이 공유하는 것은 어차피 근본적인 것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때문에 미국인의 신앙에는 애초부터 근본주의 성향이 자리잡게 됐다.오늘날 기독교인들의 40%가 다윈의 진화론을 학교에서 추방하려 하는 창조주의자라는 사실은 미국이 과연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인지 의심스럽게 한다.더욱 우려할 만한 것은 숙명론을 믿는 핵심 근본주의자들 중에는 폭력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를 불신한다.미래에 대한 청사진보다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조지 W 부시는 이런 점을 충분히 알고 활용했다.대통령 선거전을 펼치며 부시는 마치 믿을 수 없는 사기꾼 집단이라도 되듯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냉소적으로 내뱉곤 했다.그 자신도 권력의 핵심인 그곳의 수장이 되려는 싸움에 뛰어들었으면서도 말이다.보수주의자인 부시는 기독교 우파 쪽에 서 있으면서도 유권자들과 매스컴에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피하며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알토란처럼 챙기는 정치적 기술을 발휘했다. 권력을 쥔 자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은 퓰리처 상을 수상한 역사가 게리 윌스의 ‘필요악:정부에 대한 미국인의 불신의 역사’(1999)에 잘 드러나 있다.미국민들은 정치가들을 직업적으로 실패한 사람이나 부패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간주한다.기본적으로 정부를 불신하고 경멸하기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하다.그러나 그들은 국가적인 위기에 맞닥뜨리면 기꺼이 대통령의 뒤에 서고,성조기 아래 모인다.9·11사태 이후 거의 모든 집에 성조기를 달아놓은 것을 본 사람이면 1933년 이후의 독일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이같은 ‘국가적 최면상태’는 이라크전이 한창인 지금 미국 전역을 덮고 있는 노란 리본으로 재현되고 있다.미국에서 노란 리본은이제 애국심의 상징이 됐다.그러나 저자는 미국과 독일 두 나라 국민의 애국심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독일의 애국심은 국가 지도자에 완전히 복종하는데 있었지만,미국의 애국심은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에 대한 불신을 접고 전체를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미국의 애국심에는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같은 성향이 없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이 책은 유럽인의 시각에서 씌어졌지만 반미적이라든가 반세계적,반제국주의적인 데 기울지 않는다.미국의 ‘자가당착’을 그 역사와 문화 등 무형적인 것을 통해 객관적으로 설명한다.자유·청교도주의·계몽주의·낙관주의·개인주의 등 미국인들의 본질적인 가치관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형성됐고,그런 가치관이 현재의 모습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가를 살펴보게 한다.1만1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설연휴에 온가족 함께 따끈따끈한 비디오를

    가족의 참뜻 일깨워주는 ‘릴로와 스티치' 첨단 테크놀로지 상상 활짝 ‘마이너리티…'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가문의 영광' 알토란같은 설 연휴.자투리 시간을 메우기에 변함없이 좋은 아이템은 역시 비디오! ‘따끈따끈한’최신 비디오를 남 먼저 볼 수 있다면 그 기분도 근사하지 않을까.개봉관에서 놓친 화제작들이 최근 설 연휴를 노리고 줄줄이 등장했다. ●아이 엠 샘(휴먼드라마) ‘코리나 코리나’의 제시 넬슨 감독.숀 펜이 지능장애를 앓으면서도 어떻게든 딸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눈물겨운 부정을 멋지게 소화했다. 생모가 도망간 뒤 어렵게 딸을 키우던 샘은 사회복지기관이 딸을 강제로 입양시키려 하자 일면식도 없는 변호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깍쟁이 이미지에서 점점 샘의 감정을 이해하는 여 변호사는 미셸 파이퍼. ●K-19 위도우 메이커(재난액션) ‘폭풍속으로’‘블루 스틸’등 스케일 큰 작품으로 알려진 여류감독 캐서린 비글로.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가 배경.미국에 맞서 소련도 핵잠수함을 건조하지만,대서양 항해도중 방사능 폭발의 위기에 봉착한다. 승무원들은 3차 대전의 비극을 막기 위해 사투한다.100%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었으되 소련군을 세계평화를 지킨 영웅으로 설정한 대목이 매우 독특하다.해리슨 포드가 원칙주의자인 소련군 함장으로 변신. ●릴로와 스티치(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개봉작이 없는 이번 연휴에 일찌감치 ‘찜’해 둘만한 흥행 애니메이션. 어린 소녀 릴로와 말썽꾸러기 외계 생명체 스티치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작품. 깜찍한 릴로의 캐릭터와 원색의 배경그림이 인상적.가족의 참뜻을 일깨우는 과정에 훈훈한 감동이 피어난다.크리스 샌더스 감독. ●트리플 X(첩보액션) ‘분노의 질주’를 연출한 롭 코언 감독.빈 디젤·새뮤얼 잭슨 주연.아찔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스킨헤드족 신세대가 주인공으로 나와 분위기가 확 바뀐 첩보물.정부의 골칫덩어리인 반정부 영웅 XXX(트리플X)는 뜻밖에 미 CIA로부터 비밀요원으로 뛰어달라는 협박성 제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데….스노보드를 타고 설원을 누비는 추격전이 압권. ●마이너리티 리포트(SF)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첫 만남이란 사실만으로도 영화팬들을 흥분시킨 화제작. 2050년대 미래사회의 범죄예방 시스템이 중심 소재.미래의 범행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점검하던 특수경찰 존(톰 크루즈)은 뜻밖에 자신이 범죄 예상자로 등장하자 이를 막으려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동료경찰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충격적인 반전,자기부상 자동차 등 첨단 테크놀로지에 관한 상상이 만개한다. ●몽정기(코미디) 한국영화계에 본격 섹스코미디의 계보를 세운 정초신 감독의 흥행작.10대의 성적 호기심과 환상을 솔직하게 그린 한국판 ‘아메리칸 파이’.학창시절 짝사랑한 선생님을 찾느라 교직을 택한 교생 유리(김선아),그를 짝사랑하는 중학생 제자들,볼품없고 무뚝뚝한 노총각 선생님 병철(이범수)의 유쾌한 삼각관계가 줄거리.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설정도 감상포인트. ●가문의 영광(코미디)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남부러울 것 없는 조폭 ‘쓰리제이’집안에서 아쉬운 점은 딱 한가지,집안에 ‘가방 끈 긴’ 사람이 없다는 것.막내딸(김정은)의 신랑감으로 서울대 수석졸업자(정준호)를 붙잡으려고 온 식구가 매달렸다.조폭 집안의 큰아들로 망가지는 연기를 불사한 유동근의 변신이 뭣보다 볼만하다. ●밀애(멜로)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고 시골로 내려간 미흔(김윤진)은 옆집 의사 인규(이종원)와 사랑에 빠지지 않고 육체적 관계만 즐기는 시한부 게임에 들어간다.모처럼 스크린 주인공을 꿰찬 이종원과 김윤진이 불륜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캐릭터를 ‘온몸으로’연기했다. 황수정기자 sjh@
  • 은행상품 안내문·약관 인터넷 공시

    보험·투신권과 달리 은행권이 정기예금 이자 등 금융상품 정보의 인터넷 비교공시를 회피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금융상품의 안내문과 약관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대상에 은행과 증권사도 추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연내에 규정을 개정,시행할 예정이다.현재는 보험·투신·카드사만 인터넷 공시 의무대상이다. 하지만 약관이 개정되더라도 은행이 정기예금 이자나 대출금리 등 소비자들이 정작 궁금해하는 ‘알토란 정보’를 인터넷에 비교공시할 지는 미지수다.상품소개 등 단순정보만 공시할 가능성이 높다.그동안 감독당국이 이자율 비교공시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경쟁 심화와 고객 이탈을 우려한 은행권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은행권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최고·최저 이자율만 알리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터넷 공시 의무대상에 은행권을 포함시킨다고 해서 이자율 비교공시까지 의무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은행권의 적극적인 고객편익 제공노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보험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험료 비교공시를 하고 있다. 금감원은 각 금융권역별로 일일이 나뉘어 있는 인터넷 비교공시 사이트를 금감원 홈페이지(fss.or.kr)에 연결시켜 고객들이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세계 축제경영/아비뇽·니스·베네치아… 세계10개도시 축제 답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따분한 일상을 뒤집고자 꿈꾸었다.그 꿈은 힘있는 자에겐 발칙하게 보였지만,없고 약한 이들에겐 일상을 이어갈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그것이 상징이란 옷을 입으면 예술이었고 생활에 자리잡으면 축제였다.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술마시다 보면 어느새 취하고,급기야는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뒤엉켜 소동을 벌이는 광란의 잔치.비록 찰나에 불과하고 깨어나면 다시 틀에 박힌 일상이 어김없이 찾아오지만,그래도 그 순간만은 좋았다. 눌린 감정을 발산하며 모든 걸 잊고 다시 출발하게 만들어주는 축제도,시간이 흐르면서 제도로 자리잡았고 요즘엔 비즈니스로 떠올랐다. 지방자치가 되면서 우리사회에도 지역축제가 급증했다.2001년 문화개혁시민연대가 발행한 ‘지역축제 실태조사 및 개혁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역축제는 800가지에 육박한다.하지만 그 수적인 풍성함에 비해 알맹이는 대부분 빈약하다.이런 척박한 현실을 메워줄 좋은 안내서가 나왔다.김춘식(천안대)·남치호(안동대) 교수가 함께 지은 ‘세계 축제경영’(김영사 펴냄)이 그것. 저자들은,자신이 기획과 운영에 참가한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을 살지게 하고자 지구촌의 유명한 10개 도시 지역축제 답사에 나섰다.그들이 3년 동안 현장을 누비며 발품을 판 곳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땅이다.아비뇽,니스,베네치아,에딘버러,잘츠부르크….나라 이름보다는 연극·카니발·음악제 등 축제장르로 더 유명한 곳이다. 지은이들은 흥겨움이 넘실거리는 이 도시들의 예술감독이나 기획위원 등 축제관계자들을 만나 나름의 역사적 배경,성공비결 등을 묻고 배웠다.책 곳곳에 들어 있는 이런 알토란 같은 정보들은 자기가 속한 축제를 보란 듯 키워보고 싶은 국내 축제준비인들의 갈증을 해갈해준다. 10개 도시마다 간단한 지리적 배경이 독자를 맞이한다.이어 뜨거운 축제 현황과 역사,운영 특징 등이 이어진다.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이 책이 갖는 미덕은 마지막 코너인 ‘축제에서 배울 점’이다.이는 지은이들이 직접 현장에서 축제분위기를 호흡했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그 결과 아비뇽페스티벌에서는 ‘연극 대중화의 기수’장 빌라르라는 축제전문가의 헌신성을 발견한다.니스 카니발에서는 변장과 가면쓰기 등 다양한 숨김으로 ‘일상성의 단절’을 가능케 한 지혜를 찾아낸다.참여의 흥겨움과 비즈니스적 성공이라는,두마리 토끼를 일군 저력을 발굴하려는 지은이들의 발길은 뮌헨 맥주축제,베네치아 카니발 등으로 쉼없이 이어진다. 아쉬운 점도 있다.축제경영에 관한 설명보다는 일반적 해석에 너무 무게를 둬 전문성이 떨어진다.예컨대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는가 등의 실제적 정보가 모자라 ‘축제경영’이라는 제목을 뒷받침하기에는 허전하다. 그렇다고 ‘축제읽기’의 재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오늘도 여전히 일상은 비루하고 또 탈출을 꿈꾸는 이들이 있기에 간접체험의 길잡이로 충분하다.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의 노래처럼 축제는 계속될 것이기에.1만 8900원. 이종수기자 vielee@
  • Anycall프로농구/TG신종석,동양 박지현 우린 실력으로 말한다

    ‘허명보다는 실력으로 말한다.’ 프로농구 무대에선 모든 게 이름이 아닌 실력으로 판가름난다.02∼03시즌개막 이전까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KCC가 정규리그 중반을 지나도록 바닥을 기는 것이나,꼴찌 후보로 지목된 코리아텐더가 꾸준히 상위권을 넘나드는 이유 모두 실력으로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KCC가 선수들의 명성에 의존했다면 코리아텐더는 실력을 쌓은 것이다. 팀뿐 아니라 선수도 마찬가지다.명성에선 스타급에 뒤지지만 실력과 팀 기여도에서만큼은 이들을 오히려 앞서는 ‘알짜배기’ 선수가 의외로 많다.TG의 신종석(193㎝)과 동양의 박지현(183㎝) 등이 대표적.두 선수 모두 공동 2위를 달리는 팀의 숨은 보배다. 노장 허재(37)의 백업요원으로 출장하는 신종석은 완벽에 가까운 팀 플레이로 제 몫 이상을 하고 있다.22일 여수에서 열린 코리아텐더와의 원정경기에서 보여준 플레이가 이를 잘 말해준다. 코리아텐더와의 앞선 두 차례 홈경기에서 모두 패한 TG의 설욕전으로 관심을 끈 이날 경기에서 신종석은 초반 상대 골밑을 과감하게 파고 들며 잇따라 득점하는 등 전반을 55-41로 크게 앞서는 데 앞장섰다.35분46초를 뛰며 알토란 같은 18점을 쏟아부어 91-79로 압승을 거두는 데 한몫을 했다. 동양의 신인 포인트가드 박지현의 활약도 이에 못지 않다.박지현은 주전 플레이메이커 김승현의 대타요원. 김승현이 코트 폭력사태로 1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뒤 처음 가진 LG와의 지난 7일 경기.박지현은 깔끔한 게임 조율을 하면서 25점을 몰아 넣어 “과연 해내겠느냐.”는 코트 안팎의 우려를 단숨에날려 버렸다. 이후에도 김승현이 손가락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경기에서 ‘구멍’을 확실히 메웠다.김승현보다 5㎝나 큰 데다 드라이브인과 수비력에서는 오히려앞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22일 모비스전에서도 상대 게임메이커 전형수를 틀어 막으며 팀의 86-68 승리를 이끌었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스타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는 신종석과 박지현 덕에 겨울코트는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문경은 홍사붕 “꼴찌탈출 선봉”/프로농구

    프로농구 SK 빅스의 ‘맏형’ 문경은과 홍사붕이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며투혼을 발휘하고 있다.31세 동갑내기이자 팀의 최고참인 이들은 지난달 30일 SK 나이츠전과 1일 LG전에서 연승을 이끌며 꼴찌 탈출의 희망을 안겨주고있는 것. 먼저 분위기를 띄운 건 나이츠와의 경기에서 막판 대활약을 펼치며 6연패를끊는 데 앞장 선 홍사붕.빅스는 6연패,나이츠는 2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이날 경기에서 홍사붕은 연장 첫 득점을 깨끗한 3점포로 장식하며 흐름을 빅스쪽으로 돌려놓은 뒤 4점 차로 앞선 연장 종료 2분전 또 알토란 같은 3점슛을 성공시켜 사실상 승리를 이끌었다. 1일 LG전에선 문경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주특기인 3점슛을 6개 던져 5개나 성공시키는 등 26점을 따내며 팀의 82-81,승리를 이끌어낸 것.전날 나이츠와의 경기에서 팀이 6연패를 끊을 때 3점슛을 6개나 던지고도 단 한개도 성공시키지 못한 문경은은 이날 2쿼터에 그동안 막힌 슛이 봇물처럼 터졌다. 16-29로 뒤진 2쿼터에 3점슛 2개를 포함해 15득점하며 단숨에 47-47로 균형을 맞췄고,4쿼터 초반에도 3점슛 2방을 잇따라 꽂아넣으며 역전승의 바탕을마련했다. 이 둘의 활약으로 빅스는 올시즌 처음으로 2연승를 달리며 4승13패를 기록,KCC와 함께 공동 9위로 올라서면서 중위권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무엇보다 두 ‘맏형’의 분투는 후배들이나 용병들에게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K-리그/ 성남 골 폭죽 ‘2연패 골인’

    성남이 울산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프로축구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성남 일화는 17일 적지에서 열린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리네가 2골을 쓸어담고 샤샤,김상식이 한 골씩을 보태 홈팀 포항 스틸러스를 4-1로 완파,승점 49(14승7무6패)로 자력우승의 샴페인을 터뜨리며 상금 1억 5000만원을 차지했다.93∼95시즌 3연패를 포함,다섯번째 정상을 밟은 성남은 이로써 자신들이 지닌 프로축구 통산 최다우승 기록(4회)을 경신했다. 성남이 질 경우 역전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던 울산 현대는 유상철이 혼자 4골을 폭죽처럼 쏘아올려 부산 아이콘스를 4-2로 대파하고 8연승을 달렸지만 승점 47(13승8무6패)에 그쳐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전북 현대의 에드밀손은 팀이 우승권에서 탈락했으나 14골로 득점왕에 올랐고,울산 이천수는 9도움으로 최고 도우미의 영예를 안았다.이천수는 이날 유상철의 4골 중 3골을 도와 김대의와 같은 9도움을 기록했으나 출장 경기 수가 적어 영예를 안았다. 성남의 2연패 원동력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대형스타가 없다는 점.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선수도 별로 없고,전북 김도훈처럼 3억원대 연봉을 자랑하는 토종은 아예 없는 구단이 바로 성남이다.용병 샤샤가 연봉 30만달러(약 3억 6000만원)를 받고 있을 뿐 토종 최고인 신태용이 2억 5000만원을 받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같은 토종스타 부재가 오히려 우승에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특히 국내에서 월드컵이 열린 올해의 경우 성남은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것.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대표가 한 명도 없어 리그 내내 최상의 전력을 유지했다.성남 김영진 부단장조차 “대표팀 차출 선수가 거의 없어 안정된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시인했다. 성남이 리그 기간 동안 선수를 차출당한 경우는 부산아시안게임 때 수비수 김영철을 올림픽대표팀에 내준 것뿐이다.그러나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대표팀과 달리 소집기간이 짧았다. 김대의가 오는 20일의 브라질전을 앞두고 성남 출신으로는 올해 국가대표‘1호’가 됐지만 운좋게도 정규리그가 끝난 뒤여서 전력 손실과는 거리가멀다. 더구나올해처럼 4강 플레이오프 없이 페넌트레이스 성적만으로 우승팀을 가린 경우 차출 인원이 없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이익을 누렸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김호곤 신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소집은 되도록 프로구단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하겠다.”고 공언했다.그 자신이 부산 감독으로 송종국,이민성 등 알짜들을 대표팀에 징발당하고 어려움을 겪은 데서 나온 말이다. 물론 성남 우승엔 차경복 감독을 비롯,노장 터줏대감인 신태용 등이 말썽꾸러기 샤샤 등을 다독거리며 조화를 이룬 것도 디딤돌이 됐다.그러나 이영표 최태욱의 안양,이운재 최성용의 수원 등 알토란 같은 주전들을 장기간 빼앗긴 팀에 견줘 한결 유리한 레이스를 펼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해옥기자 hop@
  • K-리그/ 선두 ‘안개속’

    막판 뒤집기는 가능할까. 종착역을 향해 치닫는 프로축구 정규리그 선두 싸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라운드에서 승승장구,일찌감치 우승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 1위 성남 일화(승점 37·10승7무5패)가 3라운드 최근 5경기에서 승수를 보태지 못해 2연패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반면 5경기를 남겨 놓은 2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33·8승9무5패)를 비롯해 3∼5위인 안양 LG(9승5무8패),울산 현대,포항 스틸러스(이상 8승8무6패) 등은 극적인 역전우승을 노리며 마지막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성남 추월을 노리는 팀 가운데 선두주자는 울산.4년 만에 돌아온 유상철이 3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면서 더욱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유상철 덕분에 지난 3경기에서 전승,승점 9를 챙긴 울산은 8위에서 단숨에 2위권으로 도약했고 현재의 상승세만 유지한다면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유상철은 월드컵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천수 현영민 등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 연패를 당한 안양은 지난 27일 선두 성남을 잡아 알토란 같은 승점 3을 올리면서 울산,포항과 나란히 승점 32를 기록,성남과의 승점차를 5로 좁혔다. 안양은 이날 득점 2위인 브라질 용병 뚜따(9골) 대신 선발 출전,결승골을 터뜨린 진순진과 특유의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선두권 진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전남은 노장 대열에 들어선 김도근의 막판 투혼에 희망을 건다. 지난 26일 부산전에서 미드필더와 공격수 자리를 오가며 선제골을 넣어 팀을 2위로 끌어 올리는 등 신병호 외에는 이렇다 할 스트라이커가 없는 팀의 허점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 특히 올시즌 초반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지만 수술까지 뒤로 미룬 채 출장을 강행,팀 사기를 끌어 올리는 역할까지 해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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