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알바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CIA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340
  • 알바생 감전사한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이번엔 비정규직 사망사고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 석 달도 안돼 비정규직 직원이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또다시 터졌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31일 지입 차량 운전자 김모(57·부산)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9일 오후 10시쯤 대덕구 문평동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 직원 유모(34)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는 김씨가 이 물류센터에서 택배 화물을 싣기 위해 컨베이어벨트에 자신의 25t 트레일러를 대려고 후진하다가 유씨를 치면서 발생했다. 당시 유씨는 이미 택배를 실은 뒤 주차장에 서 있던 다른 트레일러의 뒷문을 닫아주던 중이었다. 유씨는 두 트레일러의 뒤쪽 부분에 끼어 과다출혈, 장파열 등이 있었다. 유씨는 사고 직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오후 6시 20분쯤 숨졌다. 유씨는 미혼으로 지난해 10월 이 물류센터에 입사해 비정규직으로 일했고, 정규직 전환이 많이 남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8월 6일 아르바이트 대학생 A(23)씨가 택배 컨베이어벨트에 감전된 뒤 열흘 만에 숨졌다. 당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물류센터를 상대로 특별감독을 실시해 안전교육미실시, 감전예방비조치 등 법위반 사항 60건을 적발했다. 과태료 7506만원도 부과했다. 노동청은 유씨 사망사고 직후 기존 택배 운송을 제외한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이 물류센터에 내리고 사고 당시 교통 유도자가 없었던 점 등의 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경찰은 김씨와 유족 간 합의 여부 등을 지켜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사설] 뼈아픈 청년 빈곤, 더는 방치해선 안 돼

    이 시대에 ‘청년’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아픔이자 상처다. 20~30대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를 거쳐 집과 경력에 희망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칠포 세대’를 자처하고 있다. 청년 당사자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지 안타깝고 참담하다. 지난 21일부터 5회에 걸쳐 보도된 서울신문의 탐사기획 ‘청년 빈곤 리포트’는 우리 청년들의 아픈 현실을 다각도로 조명해 큰 반향을 불렀다.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다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한 청년의 절반 이상은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쳤다. 취업이 힘든 청춘들의 삶에서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지난해 19~24세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76.8%로 알바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청년들로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시간과 기회를 상대적으로 뺏기는 셈이다. 청년 빈곤이 가난의 대물림으로 악순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빈말이 아닌 현실이다. 이런데도 청년들의 아우성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하면서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라”는 말을 쉽게 던진다. 최근 정부는 공기관들을 동원해 단기 일자리를 무더기로 풀겠다지만, 제대로 된 일터가 간절한 청춘들에게는 되레 희망고문일 수도 있다. 청년 임대주택을 기피 시설로 몰아가는 이기적인 행태는 가뜩이나 주거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실의의 늪으로 밀어넣는다. 그러니 청년들은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라고 암울한 신세를 자조하며 기성세대에 반감을 쌓는 것이다. 홀로서기조차 어려운 청춘들에게 결혼과 출산의 미래를 설계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청년이 희망을 품지 못하는 국가의 미래는 암흑이나 마찬가지다. 일자리 대책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들의 고통을 우리 사회가 한마음으로 보듬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김유정X윤균상 연기변신...티저 영상 공개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김유정X윤균상 연기변신...티저 영상 공개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배우 김유정이 털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길오솔’로 변신한다. ‘뷰티 인사이드’ 후속으로 오는 11월 26일 첫 방송되는 JTBC 월화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측이 역대급 ‘만찢’ 싱크로율로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청결이 목숨보다 중요한 꽃미남 청소업체 CEO 장선결(윤균상 분)과 청결보다 생존이 먼저인 열정 만렙 취준생 길오솔(김유정 분)이 만나 펼치는 ‘무균무때’ 힐링 로맨스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윤균상, 김유정, 송재림의 퍼펙트 라인업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탄탄한 연기력과 비주얼, 화제성까지 모두 갖춘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김유정의 연기 변신에 관심이 집중된다. 데뷔 후 첫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이는 윤균상과의 ‘로코케미’ 역시 어떤 시너지로 설렘을 증폭할지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차 티저 영상으로 베일을 벗은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청결 무지’ 길오솔의 캐릭터를 소개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부스스한 머리와 무릎 나온 추리닝은 취준생 오솔의 트레이드마크. 흰옷에 튄 김칫국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솔의 방 역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게다가 음식 앞에서 내숭 없는 ‘먹방’까지 펼치는 오솔의 면면은 털털하면서도 당찬 매력을 어필하며 시선을 강탈한다. 한 손에는 김밥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감지 못한 머리에 드라이 샴푸를 뿌리며 바쁜 걸음을 옮기는 능청스런 오솔의 모습은 빅웃음을 유발한다. 티저 영상에는 달라도 너무 다른 김유정과 윤균상이 펼칠 로맨스 역시 예고돼 눈길을 끈다. 청결을 목숨처럼 여기는 ‘완전 무결남’ 장선결은 오솔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일주일째 갈아입지 않은 것 같은 저 무릎 나온 바지. 전날 흘린 김칫국물. 사흘은 감지 않은 저 머리까지!”라고 외치며 눈에 담고 싶지 않은 현실에 동공 지진을 일으켜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어진 영상 속 부스스한 얼굴로 활짝 웃는 김유정을 보며 “그런데 왜?”라는 의아하고 당혹스러운 목소리에선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그려나갈 ‘무균무때’ 로맨스에 궁금증을 높인다. 윤균상은 청소를 인류적 사명이자 숭고한 행위로 여기는 청소 대행업체 ‘청소의 요정’ CEO 장선결을 맡았다. 윤균상은 재력과 눈부신 비주얼, 섹시한 두뇌까지 장착한 ‘무결점’ 매력남 장선결로 ‘新로코킹’ 등극을 예고한다. 2년 만에 컴백하는 김유정은 청결보다 생존이 우선인 열정 만렙 취업준비생 길오솔 역으로 연기 변신에 나선다. 세상의 모든 알바를 섭렵하며 취업의 문을 두드리느라 연애는 물론 청결마저 사치가 된 취준생으로 분해 공감까지 저격할 전망. 팍팍하고 빡센 현실 속 깔끔함은 포기한 위생 관념 제로의 ‘청포녀(청결을 포기한 여자)’ 길오솔이 결벽증을 앓는 상극의 ‘무결남’ 선결이 운영하는 ‘청소의 요정’에 입사하게 되면서 요상하고 뜨거운 인간개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제작진은 “대체 불가 연기력과 비주얼로 ‘길오솔’ 캐릭터에 완벽 몰입한 김유정. 망가진 모습마저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연기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윤균상과 김유정의 ‘믿고 보는’ 커플 케미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인수대비’,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노종찬 감독과 ‘조선총잡이’ 한희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뷰티인사이드’ 후속으로 오는 11월 26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드라마하우스, 오형제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르포] “야! 옷 더러워져, 앉지 마”… 소품만도 못한 보조출연자

    [르포] “야! 옷 더러워져, 앉지 마”… 소품만도 못한 보조출연자

    “야, 너! 그게 옷이라고 입은 거야?”고함에 촬영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20여명의 시선이 동시에 한 사람을 향했다. “내가 분명 드라마 배경이 겨울이라고 공지했지. 넌 겨울에 그렇게 입냐. 다음에 너 코트 입고 다니는 거 내 눈에 띄면 옷 확 벗겨버린다.” 지난 13일 아침 7시 30분, 드라마 촬영을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건물 앞에 20여명의 보조출연자가 모인 자리. ‘반장’이라는 직책의 한 남성은 겨울 코트를 준비하지 못한 보조출연자 A(32)씨에게 면박을 줬다. A씨는 쩔쩔매며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합니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화려한 드라마 속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없는 듯이’ 연기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엑스트라, 보조출연자들이다. 이들의 역할은 주연 배우가 더욱 돋보이도록 자신을 죽이고 자연스러운 ‘배경’이 되는 것이다. 배경에게 이름은 없다. 2006년 보조출연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생긴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이들은 ‘야’, ‘너’, ‘거기’, ‘학생’, ‘엑스트라’(여분)다. 촬영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갑질’당하는 을들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일일 보조출연자로 취업했다.●연기는 주연 배우처럼, 처우는 알바생처럼 보조출연자는 엄연히 보수를 받고 작품에 출연하는 연기자다. 그런데도 모든 과정에서 이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한다. 지난 2일,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서 ‘보조출연 알바’를 검색해 나온 기획사 중 한 곳을 골라 사무실을 찾았다. 근로계약서를 쓰며 “어떤 작품에 참여하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촬영 전날 알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보조출연자가 작품을 고를 수 없고 기획사에서 필요한 인력이 있으면 그때그때 충원하는 시스템이다. 촬영 전날 오후 늦게야 기획사에서 문자가 왔다. ‘(드라마 이름), 오전 7시 30분, 상암동 MBC, 세미정장, 코트, 가방, 겨울’. 어떤 역할인지, 촬영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의상을 챙기는 것도 보조출연자의 몫이다. 장면마다 다른 역할로 보이기 위해 스타일과 색상이 달라야 한다. 촬영 일정을 전날 급하게 알려주니 A씨처럼 촬영 배경에 맞는 옷을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촬영 일정은 로또와 비슷하다.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지 알 수 없다. 아침 7시에 집합해 4시간 만에 해산하는 날은 ‘대박’이고, 서울을 벗어나거나 밤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지면 ‘잘못 걸린 날’이다. 새벽 촬영 일정을 전날 밤 11시에 통보받고, 바로 1시간 뒤 ‘내일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기도 한다. 당일 일정조차 모르는 보조출연자들은 촬영이 길어지면 부득이하게 개인 일정을 취소하기도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간간이 보조출연 알바를 하는 B(28)씨는 “보조출연도 근로계약서를 쓰고 정당하게 하는 ‘일’인데, 당사자가 근무 시간을 모른다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 한 드라마 촬영 때는 아침 6시 집합이라고 해서 갔더니 오후 2시로 일정이 바뀌었다고 하고, 오후에는 다음날 새벽으로 또 촬영이 밀렸어요. 제가 다음날 출근 때문에 새벽 촬영은 어렵다고 하니 현장 반장이 ‘일을 그따위로 할 거면 가라, 대신 중간에 가면 돈은 못 받는다’고 화를 냈어요. 꼭두새벽부터 대기했는데도 정작 돈은 못 받는 거죠.” 실제 기자가 계약서를 쓸 때도 기획사에서는 ‘중간에 촬영을 그만두면 이전 노동 시간에 대한 돈을 일절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여러분은 주연 배우랑 같아요. 김태희, 전지현이 촬영 중간에 자리를 뜹니까? 여러분도 배우라는 책임감으로 일하셔야죠.” 하지만 보조출연자의 계약서상 임금과 현장에서의 대우는 주연 배우와 확연히 다르다. 보조출연자들은 최저시급을 겨우 받는다. 계약서에 따르면 기본 8시간은 최저시급 7530원씩 6만 240원, 이후는 연장수당으로 계산해 기본급의 150%인 시간당 1만 1295원이다. 연장 근로 이후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야근 수당이 적용돼 기본급의 200%인 시간당 1만 5060원을 받는다. 서울 외 지역으로 가면 ‘지역 지원금’이 따로 나온다. 그나마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획사에서는 제작비를 줄이려고 근무시간을 고무줄처럼 줄이고 늘린다. 보조출연자 C(38)씨는 “아침 7시에 소집해놓고 1시간이나 대기하다가 8시에 촬영 버스를 탔는데, 기획사에서 대기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쳐줄 수 없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작은 기획사의 경우 알음알음으로 신청을 받아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계약만 하기도 한다. 보조출연자 D(23)씨는 “처음에는 시급제라고 말해놓고, 일이 끝나니 일당제로 돈을 쳐주더라”면서 “17시간 촬영하고 10만원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열심히 하지 마세요…우린 ‘물건’이에요.” 아침 9시, 집합한 지 1시간 반이 지난 뒤에야 반장이 그날의 촬영 장면을 설명했다. 퇴근길 회사원이다. “너무 빨리 걷지 말고, 휴대전화도 보고 해. 주위 사람이랑 얘기도 하고. 퇴근하는데 기분 좋을 거 아냐! 좀 즐거워 보이게 하라고.” 같은 장면 촬영이 네 번, 다섯 번 이어졌다. 쌀쌀한 공기 탓에 하얗게 입김이 나왔다. ‘컷’ 사인이 떨어질 때마다 주연 배우의 매니저는 배우에게 달려가 발목까지 오는 긴 패딩을 덮어주고 핫팩을 손에 쥐여줬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보조출연자들이 손을 비비며 속삭였다. “우린 뭐 없냐. 주연만 배우지?” 한 장면이 끝난 이후엔 무작정 기다리는 일만 남는다. 그동안 보조출연자에겐 아무것도 통보되지 않는다. 대본도 없으니 다음 촬영이 뭔지, 무슨 역할인지, 언제 시작하는지 알 수 없다. 언제 무슨 역할로 차출될지 몰라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보조출연자들은 차가운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옆에 앉은 사람과 어색하게 수다를 떨거나 꾸벅꾸벅 졸았다. 멍하니 기다리기를 2시간, 기자는 회사원에 이어 미화원 역을 맡았다. 헤어스타일이 단정하고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아서다. 보조출연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평범함’이다.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병풍처럼 자리를 지키는 것. 하루 촬영에 한명이 4~5인 역할을 번갈아 가며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쓰는 날 담당자는 신신당부했다. “진한 화장하면 안 됩니다. 머리 염색도 안 돼요. 너무 밝은 색 머리는 출연 못 해요.”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튀는’ 출연자들은 현장에서 혼이 난다. 기자와 같이 미화원 역을 맡은 B씨도 이날 반장의 호통을 들었다. 진분홍색 매니큐어를 발랐다는 이유다. “엑스트라 하면서 누가 매니큐어를 바르냐? 상식이 없어?” B씨는 손톱이 보이지 않게 계속 손을 말아 쥐고 있어야 했다. 경찰, 간호사, 미화원 등 특정 직업군의 유니폼은 기획사에서 빌려주지만, 옷을 갈아입을 만한 곳은 없다. 비좁은 화장실 칸에서 갈아입고 나오니 반장이 얼굴을 찌푸린 채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빌린 유니폼을 입으면 함부로 앉을 수도 없다. 옷이 구겨지기 때문이다. 미화원 옷으로 갈아입고도 1시간 동안 대기하며 서 있다가, 다리가 아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더니 대번에 반장이 소리쳤다. “너, 바닥에 앉지 마. 옷 더러워지잖아. 네가 세탁할 거야?” 현장에서 보조출연자들은 연기자가 아닌 ‘물건’이다. B씨는 “처음엔 연기가 하고 싶어 알바를 시작했는데, 몇 번 해보니 아무도 우리한테는 신경을 안 쓰는 걸 알게 됐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10시간 대기하면서 수없이 많은 장면을 찍어도 결국 TV에 나오는 건 딱 1초더라고요.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그래봤자 저 사람들한테 우린 그냥 배경용 소품이에요.” 오후 2시, 점심식사를 마치고 보조출연자들이 모이자 반장이 기자를 포함한 몇몇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집에 가도 좋다”는 지시를 내렸다. 오전 촬영에서 화면에 얼굴이 잡혀 그날은 더이상 출연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후련한 마음으로 가방을 싸는 조기 퇴근 조를 향해 부러움으로 가득 찬 다른 이들의 시선이 따라와 꽂혔다. 남은 자들은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다음 장면은 언제 찍을지, 촬영은 언제 끝날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800만원대 카메라·팬심 무장한 ‘찍덕’… 오늘도 기다림과 싸운다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800만원대 카메라·팬심 무장한 ‘찍덕’… 오늘도 기다림과 싸운다

    “○○○ 오늘 예쁘다.”, “○○○ 여기 좀 봐줘.” 지난 26일 오전 7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 입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위키미키’, ‘우주소녀’, ‘에이프릴’, ‘공원소녀’, ‘NCT127’, ‘스트레이키즈’, ‘골든 차일드’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남녀 아이돌그룹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입구에 모인 팬들과 취재진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 대면서 공간은 아침인데도 대낮같이 밝아졌다. 그들의 손에는 일명 ‘대포’ 렌즈가 장착된 전문가용 DSLR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내 아이돌’의 모습을 어떻게든 더 좋은 화질로 찍어 남기기 위해서였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포토존에서 밤을 새운 팬도 있었다.●‘찍덕·홈마’로 진화한 오빠부대 남자 가수를 좋아하는 여고생 팬, 일명 ‘오빠부대’는 1980~90년대에 전성기를 이뤘다. 지금은 ‘팬클럽’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특정 가수를 사랑하고 그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흐뭇해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가장 변한 점이라면 바로 ‘카메라’다. 최근 망원렌즈를 장착한 DSLR 카메라로 아이돌 가수의 출퇴근, 공항 입출국, 공연 모습을 찍어 공유하는 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10~20대 사이에서 ‘찍덕’(사진 찍는 덕후),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라고 불린다. 유난히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팬들이 가수의 모습을 찍어 팬클럽 카페에 올렸던 것이 ‘찍덕’의 시초다.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용량이 큰 높은 화질의 사진을 누가 빨리 인터넷에 올리느냐를 놓고 경쟁이 후끈하다. 찍덕 중에서도 사진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홈마’가 탄생했다. 홈마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자신의 서명을 새긴 사진을 올리며 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한 손에는 ‘대포’ 카메라, 한 손에는 사다리. 여의도에서 만난 ‘찍덕’의 모습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았다. 한 신인 여자 아이돌그룹의 홈마인 이모(19)씨는 카메라 가격을 묻는 질문에 “보디와 렌즈 2개, 나머지 부수 장비를 다 합치면 출고가로 800만원”이라고 답했다. 이씨의 카메라는 ‘오막포’라고 불리는 ‘캐논 EOS 5D MARK4’였다. 보디 가격은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3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급 망원렌즈는 ‘백사투’라 불리는 캐논의 ‘EF 100-400 F4.5-5.6 L IS Ⅱ USM’과 ‘새아빠’라 불리는 ‘EF 70-200mm F2.8L IS ll USM’으로 가격은 각각 200만원대다. 무게를 모두 더하면 10㎏을 가뿐히 넘긴다. 이씨는 “백사투는 공연장에서 멀리 있는 아이돌을 당겨 찍을 때 좋고, 새아빠는 밝은 렌즈라 인물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면서 “팬이라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아 뒀던 돈과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 그리고 대학 합격 선물로 아버지께서 보태 주신 돈으로 장만했다”면서 “넉넉하지 않은 홈마들은 대부분 더 좋은 장비를 마련하려고 알바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홈마가 되려고 독학으로 여기까지 왔다”면서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한 명의 팬이라도 더 생기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찍덕이 갖출 첫 번째 덕목은 ‘팬심’ 찍덕들은 장비에 투자하는 돈보다 한 컷을 찍기 위한 ‘기다림과의 싸움’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가수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쉽게 뛰어들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악 프로그램 출퇴근 모습을 찍는 것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정해져 있기에 경쟁도 더 치열해 밤샘 대기는 예삿일이다. 추운 겨울에는 사다리가 대신 줄을 서는 것으로 찍덕 간에 합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방송국 관계자가 사다리를 싹 치워 버리는 날에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시작으로 다시 줄을 서야 한다. 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몇 시에 도착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견뎌 내야 할 부분이다. 오전 7시 전후 출근길과 오후 7시 전후 퇴근길까지 12시간을 버티는 찍덕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한 찍덕은 “팬 사인회에서 만난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아이돌 가수가 저를 알아보고 ‘사진 잘 보고 있다’, ‘예쁘게 찍어 줘서 고맙다’고 말해 줬는데, 그 한마디에 힘들었던 것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고 말했다.가장 좋은 각도에서 예쁘게 나온 사진을 찍었다고 다가 아니다. 인터넷에 먼저 올리기 위한 2차전이 벌어진다. 자신의 ‘최애’ 아이돌의 모습을 찍은 찍덕은 사다리나 바닥에 앉아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서너장 고른다. 이어 카메라의 액정 화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는다. ‘프리뷰’(예고용) 사진으로 일종의 ‘맛보기’다. 화질은 떨어지지만 사진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다른 팬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면 팬들도 그 홈마의 홈페이지를 떠나지 않고 고화질 원본 사진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BTS의 팬 서모(28)씨는 “홈마가 올린 사진으로 월드투어 중인 BTS의 모습을 안방에서 편하게 고퀄(높은 품질)로 볼 수 있었다”면서 “홈마들이 해외 일정을 따라다니며 꾸준히 사진을 올려 준 덕에 52일이라는 공백기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신 촬영해 촬영본 파는 ‘대리 찍사’도 홈마들은 한 번에 보통 200장 내외의 사진을 찍는다. 이 가운데 3~4장만이 포토숍 수정 과정을 거쳐 홈페이지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이런 사진이 쌓이면 홈마들은 포토북이나 달력을 만들어 팬들에게 판매한다. 이런 ‘굿즈’(기획상품)의 가격은 1만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하다. 홈마의 명성이 높을수록 굿즈 가격도 올라간다. 일부 홈마들은 미공개 사진을 판매용 포토북과 달력에 포함해 팬들의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리 찍사’도 생겨났다. 성능 좋은 고가의 카메라가 없거나 사정상 촬영하러 나갈 수 없는 팬들을 위해 대신 현장에 나가 촬영한 뒤 사진 파일을 한꺼번에 되파는 사람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방식을 ‘데이터 판매’라고 부른다. 대리 찍사로 용돈벌이를 한다는 김모(18)씨는 “가장 비싸게 팔아 본 데이터는 인기그룹 ‘워너원’의 사진으로, 하루 촬영분에 80만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이돌 가수 사진 팔이’가 활발해지자 팬들 사이에서는 “홈마의 소득이 월 수백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한 홈마는 “사진을 팔아 얻는 수익이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홈마는 유명세를 탄 상위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최근에는 ‘아이돌 사진으로 번 돈을 아이돌에게 다시 쓰자´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 굿즈를 팔아 번 돈으로 지하철 전광판에 아이돌 가수의 생일 축하 광고를 내는 방식이다. 팬들 내부에서도 일종의 ‘자정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 240만원에 내준 시력…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청년들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 240만원에 내준 시력…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청년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속담은 누군가에겐 저주다. 어떤 일이든 가장 급하고 필요한 사람이 그 일을 서둘러 하게 된다는 것으로 결론짓는 탓이다. 그렇게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일수록 아쉬운 사람이 삽을 들기 마련이다. 물론 아쉬운 사람들마저 망설일 때가 있다. 그런 일에는 수당이 붙인다. ‘위험 수당’ ‘야근 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수당이 붙으면 다시 빈자들의 줄서기가 시작된다. 대학을 중퇴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김영신(31)씨도 3년 전 그렇게 줄을 섰다. 대기업 스마트폰 재하청 공장에서 야간근로를 하던 그는 산재로 시력을 잃었다. 김씨가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일하게 된 것도 돈 때문이었다. 2015년 1월 마트 보안요원을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던 김씨는 하루 8시간(오후 8시~오전 5시)씩 주 6일 동안 야간 근무를 서면 한 달에 240만원을 주겠다는 구인 글을 봤다. 야간근무로 두 달만 고생하면 새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생활비를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원서를 넣자마자 전화가 왔다. “당장 오늘부터 일해줄 수는 없나요”. 그 길로 부천으로 향했다. 밤새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빼곤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레이저 기계가 스마트폰 부품에 문양을 새길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만 하면 됐다.그렇게 3주 뒤, 알람 소리에 잠이 깼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밑에서 잡아 당기는 듯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눈이었다. 몇 시인지 보려 해도 휴대전화 속 숫자를 읽을 수 없었다. 오른쪽 눈은 암흑처럼 캄캄했고, 왼쪽 눈은 겨우 형체만 보였다. 종합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들은 하나같이 원인을 알 수 없다고만 했다. 그나마 희망은 있었다. “통상 이러다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오시는 분들이 85%입니다”. 김씨는 자신이 나머지 15%에 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20개월간 통원 치료를 하며 집에서만 지냈다. 그러던 2016년 추석 무렵, 김씨는 이모부의 소개로 만난 한 노무사로부터 충격적인 얘길 들었다. 김씨 외에도 5명이나 되는 청년 파견노동자들이 김씨와 같은 일을 하다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그 중엔 뇌손상을 입은 사례도 있었다. 그제야 김씨는 자신이 실명한 원인이 3주간 일했던 공장의 작업환경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2016년 초 인천·부천 일대 공단에서 발생한 ‘메틸알코올(메탄올) 중독 산업재해’의 최초의 피해자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김씨는 “제품 제작 과정에서 알코올이 튀기도 하고, 알코올이 담긴 드럼통을 옮기면서 내용물이 옷에 묻거나 해도 다 날아가겠거니 하고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실상은 그게 공업용 메탄올이었고, 얇은 마스크와 다 떨어진 장갑이 아닌 원활한 환기 장치와 안전 장비를 갖추고 다루어야 하는 물질이었단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처음 일을 시작하던 날을 떠올려봐도 공장 직원들은 손을 기계에 넣지 않도록 주의하란 말 외에 따로 해준 말이 없었다. 공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했다. 그 중엔 사장과 사장의 가족들도 있었다. 메탄올 중독 산업재해를 조사한 노동건강연대의 정우준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기업이 하청 노동자들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인력으로 보고 적절한 안전설비를 마련하지 않고, 사전에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탓이 크다”면서 “정부 당국도 파견직을 확대하고, 열악한 하청 공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기업의 무책임을 방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3개월 전부터 서울 관악구 실로암 복지관에서 바리스타 수업을 듣고 있다.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소재 한 도서관에 있는 카페에 출근한다. 한때 꿈이었던 바리스타 일을 이렇게 시작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제 겨우 31살. 새로운 시작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 건 사고를 당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사고 전에도 녹록지 않은 삶이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단다. 김씨는 “친구들을 따라 대학에도 진학했었지만 돈벌이가 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고, 군대 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겠다고 결심했다”면서 “그나마 벌이가 괜찮은 편인 야간 술집 서빙이나 마트 보안요원을 했지만 오래할 일들은 못 돼 그만뒀다”고 떠올렸다. “돈을 벌려고 선택한 일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고개를 떨군 건 김씨만이 아니다. 그를 비롯한 메탄올 산재 피해자들은 노동건강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업주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언제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재해자 가운데 청년의 수와 비중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년 재해자는 4732명으로 전체 재해자 4만 8125명 중 9.8%를 차지했다. 청년 산업재해자는 2015년 8368명(9.2%)에서 지난해 9848명(9.7%)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눈을 낮춰 힘든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시선과 압박에 사고 발생 위험이 큰 직종으로 스며들고 있다”면서 “단기 알바생이나 파견 근로 청년을 헐값에 일을 시키려다 보니 4대 보험을 보장해주지 않아 산재 피해를 겪고도 합당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조업이나 택배업 외에 정보기술(IT)나 미디어업종 등에서도 많은 청년이 과로 등 질병에 노출돼 있다”며 “그럼에도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3962일 만에 메날두 사라진 엘클라시코, 마르셀루가 왕노릇?

    3962일 만에 메날두 사라진 엘클라시코, 마르셀루가 왕노릇?

    호날두도 메시도 없는 엘클라시코를 누가 빛내게 될까? 3962일 만에 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프로축구 사상 가장 유명한 라이벌 대결이 28일 밤(이하 현지시간) 펼쳐진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9년 동안 450골, 네 차례 챔피언스리그 등 1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는 지난 주말 세비야를 4-2로 따돌리면서 팔을 부러뜨려 부목을 댄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2007년 12월 둘이 처음 엘클라시코 그라운드를 함께 누빈 뒤 처음으로 둘 다 없는 엘클라시코다. 11년 전에는 훌리오 밥티스타의 결승골로 레알이 이겼다. 일단 둘의 난자리가 너무 커보인다. 메시는 역대 엘클라시코 최다 골(26)과 도움(14) 기록을 갖고 있고, 호날두는 2012년에 최다 연속 경기 득점(6) 기록을 작성했다.여덟 시즌 연속 적어도 40골 이상 뽑던 호날두가 사라지면서 지난 시즌까지 73경기 연속 득점으로 세계 기록 타이를 작성했던 레알은 리그 최근 네 경기를 1무3패로 죽을 쒔다. 네 경기 가운데 유일한 득점을 레프트 풀백 마르셀루가 뽑을 정도. 벌써 무득점 경기가 넷이나 된다. 지난해 리그와 챔스리그 더블을 차지했을 때 리그 48골을 합작했던 호날두와 알바로 모라타,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모두 떠났고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마리아노 디아스 메히아(스페인)만 보강됐다. 물론 어느 감독이라도 중용할 만한 개러스 베일, 이스코, 마르코 아센시오, 카림 벤제마 등 공격 자원은 넘쳐난다. 하지만 골 결정력이 뛰어난 이들이 아니다. 바르사도 메시의 대안을 찾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메시의 결장이 확정된 직후 이를 메울 방법을 묻는 취재진에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했다. 며칠 뒤 풀백 호르디 알바도 “누구도 메시를 대체하지 못한다”고 탄식했다.하지만 상대적으로 바르셀로나는 쉬운 답을 갖고 있다. 네이마르 대신 시즌 전에 영입한 우스마네 뎀벨레를 비롯해 하피냐, 무니르 엘하다디 등이다. 최근 세 경기를 통해 뎀벨레는 공을 오래 끌고 확실히 보장될 때만 내달리며 쓸모 없는 크로스와 과욕에 넘친 슛을 남발하는 약점을 보여 루이스 수아레스를 화나게 만들었다. 뎀벨레 대신이라면 2015년 메시 대신 엘클라시코에 선발 출전해 수아레스의 선제골을 도와 4-0 대승에 힘을 보탠 세르지 로베르토를 떠올릴 수 있다. 보르도에서 데려온 브라질 윙어 말콤도 생각할 수 있는데 두 차례 교체 출전 경험뿐이라 불안하다. 시즌 두 차례 선발 출전에 그친 하피냐와 노장 중앙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 4-4-2 포메이션에서 수아레스와 짝을 이룰 젊은 공격수 엘하다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확신을 주는 메시의 대안이 없다는 점은 레알과 마찬가지다.이렇게 길게 살펴본 영국 BBC는 최근 레알의 세 골 가운데 두 골을 터뜨린 마르셀루가 이번 엘클라시코에 호가호위할 주인공으로 꼽았다. 근거가 흥미롭다. 마르셀루의 커리어 경기당 평균 패스 횟수는 51.8개였는데 최근 네 차례 엘클라시코 가운데 세 경기 평균은 41개로 확 떨어졌다. 하나의 예외는 지난 시즌 2-2로 비겼을 때 66개로 오히려 늘었는데 메시에 공간을 내주는 바람에 바르샤에 두 골이나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시의 공간 활용을 막기 위한 부담이 줄어 레알의 공격에 적극 가담하게 되고 뎀벨레가 맞춤하게 달려주는 것이 레알이 바라는 최상의 경기 플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어느 쪽이 메시의 부재란 갑작스런 변수에 잘 대처하느냐가 승리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헌법재판소(최은진 지음, 수류산방 펴냄) ‘오빠는 풍각쟁이’를 부른 아리랑 소리꾼 최은진의 책으로 만든 3집 앨범. ‘청춘 블루스’, ‘아주까리 수첩’ 등 근대 가요 7곡과 ‘헌법재판소’ 등 신곡 포함 모두 10곡을 수록했다. 근대 예술인들을 조명한 음악사적인 해설과 황현산·김인환·윤후명 등 가깝게 지낸 문인들의 글을 함께 담았다. 288쪽. 2만 8000원.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창비 펴냄) ‘맨스플레인’(man+explain)이란 단어로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페미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리베카 솔닛의 신작.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미국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에서 드러난 여성혐오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344쪽. 1만 5000원.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백영옥 지음, 아르테 펴냄) 1년에 500여권의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인 백영옥 작가가 차곡차곡 모은 인생의 문장들을 소개한 에세이.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라며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고, 기쁘면 마음껏 그 기쁨을 즐기라고 작가는 전한다. 256쪽. 1만 5000원.세계시민 교과서(이희용 지음, 라의눈 펴냄) 재외동포 743만명에, 해마다 7000개의 새로운 성씨가 생겨난다는 한국. 다문화 시대에 이주민과 다문화 이슈를 역사적으로 톺아보고 재외동포라는 거울로 비춰본 책이다. 2012년부터 연합뉴스 한민족센터에서 일한 이희용 고문이 2016년 5월부터 2년여간 매주 연재했던 칼럼을 묶었다. 256쪽. 1만 5000원.내 몸 안에 준비된 의사(김재호 지음, 신세리 펴냄)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낫는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현대 의학은 얼마나 충족해 주고 있을까. 의학 전공자도, 의사도 아닌 저자가 환자의 입장에서 우리 몸속 수십조개 세포의 유전자가 몸에 생기는 문제들을 치유하는 ‘자연치유’와 이를 잘 작동시킬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대해 설명한다. 336쪽. 1만 8000원.비탄의 문 1·2(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문학동네 펴냄) ‘모방범’, ‘화차’ 등의 미스터리 소설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온라인상의 범죄 흔적을 찾아내는 알바를 하는 대학 새내기 미시마 고타로가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과 만나 이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각 516쪽, 508쪽. 각 1만 5800원.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청년 절반이 현재 알바 중… 최저임금 올랐지만 평균 월급은 86만 8864원

    청년의 삶에 아르바이트는 고정값이 됐다. 늦어지는 취업으로 부모에게 기댈 수 없는 청년들은 편의점이나 카페, 음식점에서 주로 일한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9~24세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76.8%로 나타났다.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거나 초단기간 일자리가 많다는 특성상 아르바이트 규모나 노동 실태에 대한 통계는 미흡하다. 서울신문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의 소득과 노동 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8월 13일부터 31일까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과 공동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청년 응답자(만 19~34세) 5627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은 50.1%(2819명)였다. ●56.3% 아르바이트가 유일한 소득 현재 알바 중인 응답자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7930원으로 조사됐다. 알바천국이 올 상반기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진행한 아르바이트 노동실태조사(평균 시급 8069원)보다는 낮은 수치였고, 올해 최저임금(7530원)보다는 400원 많았다. 조사에 응답한 청년들은 월급 기준으로 평균 86만 8864원을 받고 있었다. 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 용돈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가 유일한 소득인 경우가 56.3%(1586명)였다. 이들이 하루 평균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은 6시간(22.1%)과 5시간 미만(21.7%)이 많았다. 이어 10시간 이상(16.3%), 8시간(15.9%), 7시간(14.5%), 9시간(9.5%) 순이었다. 대학생 장선기(21)씨는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긴 알바는 학기 중에는 할 수 없다”며 “알바를 하면서 수업을 듣고 과제, 팀플(조별 과제)까지 하면 정말 시간이 없다”고 전했다. ●59.6% “용돈 벌기 위해”… 24.6% “생계 유지” 대부분의 청년은 현재 1가지 아르바이트(88.7%)만 하고 있었지만, 2가지(9.9%), 3가지(0.8%), 4가지 이상(0.6%)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서’(59.6%),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24.6%)라는 답변이 많았다. 이어 ‘자기계발 비용을 보태기 위해’(5.7%), ‘사회생활을 경험하기 위해’(2.9%)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생존수단으로 자리잡은 아르바이트 자리조차도 최근에는 줄어드는 추세다.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 1~9월 아르바이트생 채용 공고(850만 4462건)는 지난해 같은 기간(972만 7912건)보다 13% 정도 감소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알바를 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알바와 학업을 동시에 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옮겨 갈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일단 눕자” 브로조비치 혁명적 PK 수비벽에 메시도 깜놀

    “일단 눕자” 브로조비치 혁명적 PK 수비벽에 메시도 깜놀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 밀란의 미드필더 마르첼로 브로조비치(크로아티아)가 혁명적인 프리킥 수비 방법을 고안해냈다. 브로조비치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누캄프를 찾아 벌인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3차전 도중 루이스 수아레스의 프리킥을 드러누워 막는 신공(?)을 선보였다. 대다수 팀이 그저 수비벽을 서다 껑충 뛰거나 팔을 제외한 신체를 이용해 막는 데 반해 그는 아예 처음부터 작정하고 드러누워 버렸다. 수아레스는 껑충 뛰어오른 수비벽 아래로 킥을 집어넣으려 했는데 갑자기 드러누운 브로조비치의 등에 자신의 킥이 맞고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을지 모른다.더욱 놀라운 것은 어깨 탈골 때문에 결장한 리오넬 메시의 반응이었다. 어깨와 팔을 붕대로 감은 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메시는 깜짝 놀라면서 누군가와 ‘그가 어떻게 한거지’라고 묻는 것 같은 표정을 하며 연신 즐거워했다. 브로조비치의 똑똑한 헌신에도 인터 밀란은 전반 32분 시즌 첫 골이기도 한 하피냐의 선제골과 후반 38분 호르디 알바에게 추가골을 내줘 0-2로 완패했다. 그나마 수문장 사미르 한다노비치(슬로베니아)가 아홉 차례나 선방한 덕에 실점을 줄였다. 2승1패(승점 6)가 된 인터 밀란은 3연승(승점 9)의 바르셀로나에 이어 조 2위를 지켰다. 3위 토트넘(잉글랜드)이 후반 막판 통한의 동점골을 얻어맞고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과 2-2로 비겨 승점 1로 저멀리 있어 16강 진출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분명하다. 여러 축구 팬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반응 중 하나만 소개한다.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범죄 해결사’와 ‘직원 감시자’ 사이… CCTV의 두 얼굴

    ‘범죄 해결사’와 ‘직원 감시자’ 사이… CCTV의 두 얼굴

    주차장 살인사건·새마을금고털이 추적 등 각종 범죄 주요 증거 포착 순기능 있지만 “일거수일투족 감시… 심각한 인권침해” 어린이집 교사·알바 등 ‘정신적 학대’ 호소폐쇄회로(CC)TV가 지닌 ‘두 얼굴’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강력 범죄 해결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종업원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발생한 서울 강서구 아파트 주차장 살인사건에서 경찰은 현장 CCTV를 통해 숨진 40대 여성의 전남편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같은 날 체포했다. 이날 경북 경주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의 용의자도 CCTV 추적으로 3시간 30분 만에 붙잡혔다. ●구하라 남친 폭행 진실공방 때 결정적 증거도 발달장애 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 강서구 교남학교 교사는 고소 대상이 아니었는데도, CCTV 16대가 지난 3개월 동안 기록한 영상을 통해 12건의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아이돌그룹 ‘카라’ 출신의 방송인 구하라(27)씨의 쌍방폭행 사건에서 경찰이 전 남자친구에 대해 강요·협박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데에도 구씨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릎을 꿇는 영상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의 피의자도 CCTV 영상을 통해 인상착의 확인이 가능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서는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피의자 김성수(29)를 국민적 공분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그러나 CCTV가 긍정적인 면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CCTV가 아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교사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아동학대 의혹을 받다 지난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보육교사 사건과 관련해 6년차 보육교사는 “아동학대보다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이 보육교사를 향한 학부모의 정신적 학대”라면서 “학부모들은 걸핏하면 CCTV를 열람하겠다고 나온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유치원 교사 변모(32)씨도 “아이의 몸에 작은 상처라도 있으면 CCTV를 열어 보겠다고 찾아오는 학부모 때문에 다른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전했다. 카페나 음식점 직원들도 CCTV는 공포의 대상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장모(25)씨는 “사장님이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가게 CCTV를 확인해 손님이 없을 때에도 편한 자세로 쉬지도 못하고 카메라 눈치만 본다”고 털어놨다. ●공공장소 CCTV 작년 95만대… 年 10% 증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CCTV가 해킹과 개인정보 침해에 무방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정보인권보고서’를 인용해 “개인정보 침해 사례 10건 가운데 8건이 CCTV 관련 사생활 침해”라고 밝혔다. ‘2018 행정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공개된 장소에 설치한 CCTV 대수는 지난해 기준 95만 4261대로 집계됐다. 2012년 이후 연평균 10%의 증가 추세다. 공공, 민간 영역의 CCTV를 모두 더하면 1000만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야간 알바생 62% ‘폭행·폭언 피해’…“손님이 섬뜩해졌다”

    “저도 당하면 어떡하죠.”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심야에 PC방, 편의점 등에서 혼자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떨고 있다.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알바생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에서 7개월째 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씨는 “피의자 김성수(29)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했다. PC방을 찾는 흔한 손님의 모습과 겹쳤기 때문이다. 김씨는 “얼마 전 한 손님이 컴퓨터는 사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만 공짜로 충전하기에 주의를 줬더니 무섭게 노려봐 섬뜩했다”면서 “다음날 뉴스에서 PC방 살인사건이 터진 걸 보고 혹시나 내가 피해자가 됐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모(21)씨도 “편의점 안에는 폐쇄회로(CC)TV가 있긴 하지만 새벽에 혼자 있을 때 술에 취한 ‘진상’ 손님이 찾아오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포감이 몰려온다”고 전했다.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이 지난해 전·현직 편의점 노동자 4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손님에게 폭언·폭행을 경험한 알바생은 전체의 54.5%에 달했다. 근무 형태별로는(복수응답 허용) 야간 근무자가 62.6%, 주간 근무자가 49.8%로 집계됐다. ‘폭행 경험률’로 범위를 좁히면 야간 근무자 12.2%, 주간 근무자 6.0%씩이었다. 근무 중 성희롱 등 성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12.9%로, 10명 중 1명꼴이었다. 알바생에 대한 안전교육도 부실했다. ‘알바천국’이 지난 8월 야간 아르바이트 유경험자 36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신고 및 대응 요령’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을 받은 알바생은 28%에 그쳤다. 알바노조는 23일 ‘피살된 PC방 알바 노동자를 추모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알바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PC방이나 편의점 점장이 알바생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야간 영업점의 긴급 신고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 D급 청춘을 위하여] 학자금·생활비 빌렸는데…채무 노예로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 D급 청춘을 위하여] 학자금·생활비 빌렸는데…채무 노예로

    개인회생·파산 패스트트랙 제도 이용 344명 청년 분석 “남들 하는 거 다 하려고 하니 그렇지, 요즘 것들은 아낀다는 생각이 없어요.” “돈이 없으면 막노동이라도 해야지.” “빚을 지는 건 젊은 애들의 정신이 썩어서 그런 겁니다.” 빚(Debt)진 청춘을 향한 시선은 차갑다. 같은 상황이라 해도 비난이 복리로 붙는다. 과연 이런 비난은 합당할까. 서울신문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4년 6개월간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회생·파산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용한 청년(만 35세 이하) 344명의 특징을 분석했다. 또 법원에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한 청년들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빈곤한 청년들이 어떤 경위로 개인회생이나 파산에 이르렀는지 역추적하기 위해서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법무법인 로움과 신용회복위원회, 법무법인 율림, 법무법인 드림, 회생지원 모임인 희년함께 등 파산한 청년들과 접점이 있는 곳으로부터 도움받았다.장지희(가명·26·여)씨는 지난해 11월 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2200만원까지 불어난 빚을 더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2011년 전문대라도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알바를 뛰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등록금은 고사하고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다. 결국 1년여 만에 자퇴하고 중소 의류업체에 판매사원으로 취직했다. 당시 장씨의 월급은 최저임금이 조금 넘는 150만원. 경제능력이 없는 어머니에게 생활비 50만원을 보내고, 대출 원리금 32만원을 내면 68만원이 남았다. 그러다 2015년 1월부터 회사의 경영위기로 3개월간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생활비 명목으로 쓴 카드값이 300만원이 됐다. 퇴사를 결심했지만, 수입이 끊기면 빚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대환대출(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뒤 이전의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것)을 부추기는 브로커에게 넘어가 카드 값과 이전의 학자금 대출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재취업을 준비하던 5개월 동안 연이율 30%에 육박하는 이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재취업을 위해 다녔던 전산회계학원비도 장씨가 감당해야 했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도 나오지 않았다. 성실히 일해도 빚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장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신문이 신용회복위원회 개인회생·파산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용한 청년들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급여소득자(53%·182명)였다. 무직 93명(27%), 일용직 39명(11%), 자영업자 16명(5%), 학생 5명(1%) 순이었다. 특히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만 신청이 가능한 개인회생의 경우 무직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전체의 84%(173명)가 급여소득자였다. 백명제 변호사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는 달리 놀고먹는 이른바 백수 청년의 개인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파산신청 역시 20~30대의 경우 장애 등을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하는 처지가 아니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회생·파산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용한 청년 10명 중 8명(78%·269명)은 ‘생활비 부족’으로 빚을 졌다. 이어 사업파탄(4%·14명), 점포 운영 실패(4%·13명), 사기피해(3%·11명), 채무보증(3%·10명) 순이었다. 유흥이나 무절제한 소비 등으로 빚을 졌을 거라는 생각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소녀 가장인 김슬기(가명·25·여)씨는 2013년 대기업 파견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문대를 갓 졸업한 파견직 여성에게 회사가 허락한 돈은 월 158만원 정도. 암은 죽은 아버지에겐 암세포를, 남은 가족 3명에게는 병원비를 전이했다. 가족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늘 적자였다. 지난해 7월 김씨는 ‘파견 계약을 만료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당장 생활비가 문제였다. 다행히 6개월 뒤인 올 1월 새 직장을 구했지만 그사이 빚은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렸다. 김씨는 “나 같은 적자인생은 평생을 일해도 지금의 빚(3700만원)을 갚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1월 개인회생을 신청한 정씨는 3월부터 조정된 채무금을 갚아 가고 있다. 가난한 청년들은 학자금이나 생활비 때문에 제2금융권에 손을 내미는 경우가 많다. 빨리 갚으면 그만이라고 다짐하지만 정작 이들에세 허락되는 노동의 대가는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청년 개인회생·파산 신청자의 월 소득은 절반 이상(52%)이 100만~200만원에 그쳤다. 통상 최저임금(157만 3770원) 수준이다.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는 40%(137명)나 됐지만, 200만원 이상 버는 이는 8%에 그쳤다. 반면 빚을 진 청년들의 의식주를 포함한 월 지출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68%(234명)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평균 지출(177만 185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버는 돈으로 이자 갚기도 벅찬 상황이다 보니 자산이 형성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청년들의 재산은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90%(310명)에 달했다. 반면 갚아야 할 빚은 3000만~1억원이 51%(17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0만~3000만원(19%·64명), 1000만~2000만원 17%(59명) 순이었다. 빚에 허덕이는 현상은 가정형편이 특별히 어려운 일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30세 미만 가구주의 48.1%가 빚을 지고 있다.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014년 1481만원, 2015년 1506만원, 2016년 1681만원, 2017년 2385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대비 2017년 연령별 부채 증가율은 20대가 61%로 가장 높았고, 30대 31%, 40대 23%, 60대 이상 17%, 50대 7% 순이었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자 중 개인회생 신청자는 2016년 7165명, 2017년 9863명, 올 6월 기준 1만 531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파산 신청자도 같은 시기 721명에서 963명으로 늘었다. 전체 개인회생과 파산 신청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대의 파산신청은 484명에서 780명으로, 회생신청은 628명에서 72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개인 파산신청은 5만 6938명에서 4만 4508명으로 21.8% 줄고, 회생신청은 5만 6932명에서 4만 3935명으로 22.8%로 감소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 D급 청춘을 위하여] 밥 굶고 알바 3개 뛰는데…빚은 그대로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 D급 청춘을 위하여] 밥 굶고 알바 3개 뛰는데…빚은 그대로

    ‘가족의 빚’ 떠안은 24세 박수정씨의 개인회생 스토리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기는커녕, 빚을 떠안아야 하는 청년들이 있다. 연대보증(대부업 제외)이 사라졌고 상속권을 포기하면 돼 부모의 채무를 자식이 떠안는 일이 드물어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을 외면할 수 없는 모질지 못한 청춘들은 가족을 짊어진다. 가족 구성원 중 자신만이 유일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엄마의 병원비, 동생의 학자금까지 이유는 다양하지만 늘어가는 빚의 무게만큼 한숨도 근심도 쌓여간다. 아버지의 사기 피해와 생활비, 교통사고 치료비로 총 4000만원의 빚을 졌다가 개인회생에 들어선 박수정(가명·24·여)씨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본의 아니게 난 어린 나이에 철이 들었다. 돈 때문인 듯하다. 초라한 부모의 모습을 확인해야 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500만원을 급히 갚아야 할 때 엄마는 내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는 대신 돈을 빌려볼 수 있겠느냐고, 최대한 빨리 갚아주겠다고 했다. 다시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걱정 마. 그렇게 할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지만 그렇게 답했다. 엄마의 눈물을 멈출 방법은 그뿐이라고 믿었다. 2013년 4월, 그날 이후 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빚쟁이가 됐다. 내 나이 스무 살이었다.엄마는 우리 집이 처음부터 가난했던 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난 가난한 기억밖에 없다. 전북에서 서울로 왔을 때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아버지 친구가 공짜로 내어준 단칸방에서 살았다. 딱 한 사람이 지낼 수 있는 방에서 엄마, 아빠, 오빠, 나, 여동생 다섯 식구가 지냈다. 가난은 일상이었다. 지금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집에서 산다. 그렇다고 부모님께서 일을 안 하신 건 아니다. 성실했다. 아버지는 생수 배달을 하셨고, 엄마는 꾸준히 식당 일을 나갔다. 그러나 월 300만원 수입은 다섯 식구가 살기엔 언제나 빠듯했다. 공부에는 큰 소질이 없어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조바심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고 3이 되니 다들 가는 대학을 나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2년제 유통정보학과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너무 비쌌다. 학기당 360만원 하는 등록금을 우리 집이 감당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대학은 꼭 가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고졸인 나를 기다리는 건 대부분 비정규직 일자리였다.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일했다. 다른 아르바이트 월급은 70만~80만원이었지만 야간에도 일해 120만원 정도를 벌었다. 당시 아빠는 가난한 가족의 탈출구를 찾고 계셨다. 친구가 제안한 카센터 사업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저기 돈을 끌어다가 친구에게 건넸다. 친구는 그 돈을 가지고 도망갔다. 아빠와 엄마는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코딱지만 한 집에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기 시작했다.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 중 나뿐이었다. 당시 동생은 고등학생이었고, 오빠는 이제 막 입대한 군인이었다. 인터넷에서 대출 방법을 찾다가 저축은행이라기에 연락했다. 대부중개사였다. 나이가 어려 저축은행으로는 대출 한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대부업체를 소개했다. 그곳에서 880만원을 빌렸다. 연 이율이 27.9%였다. 3개월 뒤엔 8.9%로 전환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3개월 지나 전화해 보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 빌린 돈 중 500만원은 이미 카드빚으로 갚고 330만원은 밀린 생활비로 쓴 뒤였다. 착실히 갚고 있다고 믿었다. 월급 120만원 중 70만원을 엄마한테 주면, 엄마는 29만 7000원은 대출금으로 썼다. 돌이켜보니 이자만 월 21만원이어서 원금 상환은 거의 안 되고 있었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2016년 9월 찾아온 교통사고 때문이다. 택배 기사로 일하던 아빠가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골절로 수술만 5번 했다. 병원비로만 1차로 2400만원 나왔고 그해 12월 대부업체 등에서 2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아빠가 쓰러진 이후엔 알바를 뛸 수밖에 없었다. 2014년 말부터는 패밀리레스토랑을 그만두고 대형마트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다른 일보다 월급이 많아서 선택한 일이다. 몸은 고되어도 한 달에 140만원 정도 벌었다. 주말에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했다. 친구네 어머니 식당에서 알바가 필요할 땐 월차를 내 일했다. 월 200만원 가까이 벌었지만, 대부분 빌린 돈을 갚는 데 썼다. 대부업체 4곳, 캐피탈 2곳, 저축은행 1곳, 카드사 2곳에서 빌린 대출금은 총 4000만원이었다. 월 이자만 80만원, 원리금까지 같이 갚으면 월 130만원이 빠져나갔다. 빚은 빛의 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밥을 굶기로 한 것은 그맘때다. 버는 돈이 뻔한 상황에서 아낄 수 있는 건 먹는 걸 줄이는 것뿐이었다. 아침 외에는 종일 먹지 않다가 저녁 늦게 680원짜리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영양실조에 걸렸다. 50㎏이 넘던 몸무게는 한때 30㎏ 후반까지 내려갔다. 친구들 모임은 물론 회식도 못 갔다. 직원들끼리 2차를 가면 회비를 내야 하는 게 겁났다. 버스 타면 10~20분 걸리는 회사를 늘 걸어 다녔다. 지각해서 욕먹는 것보다 차비 나가는 게 더 무서웠다. 배고픔도 육체적 고단함도 참을 수 있었지만 밀려오는 서러움은 견딜 수 없었다. 숨어서 몰래 우는 버릇이 생긴 것도 그때다. 출근길 거리에서 노숙자를 보면 겁이 났다. 미래의 내 모습 같았다. 지난 8월 서울회생법원에서 개인회생 인가 결정을 받았다. 빚이 4000만원인데 34만원씩 총 36개월(1224만원 변제) 갚는 걸로 결정됐다. 작은 희망이 생겼다고 할까. 그래서 지금은 알바도 그만두고 빚을 갚고 남은 돈 140만원 중 20만원은 저축을 하고 있다. 생애 첫 저축이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이건 꼭 말해주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했다. 열심히 살았음에도 빚을 진 청춘들, 네 탓이 아니라고. 조금은 당당해도 된다고 말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동아방송예술대학교, DIMA 드론 비행교육장 개소

    동아방송예술대학교, DIMA 드론 비행교육장 개소

    동아방송예술대학교가 드론 비행교육장을 개소했다. 인공지능과 함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핵심 기술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드론 촬영기술교육을 위해 마련된 DIMA 드론 비행교육장은 드론 운용에 아무런 장애가 없도록 탁 트인 공간의 넓은 평지에 1,600여 평의 규모로 조성되었다. 교육장이 들어선 알바트로스 랜드에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종합촬영소의 야외촬영장과 휴게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 교육과 휴식을 위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19일에 개최된 개소식에는 최용혁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학생대표와 대한상공회의소 무인항공교육원 유윤종 교수부장(에어픽쳐 대표), JY무인항공 하태웅 대표, JY무인항공 김영순 촬영감독, 무인멀티콥터 지도조종사 남홍석 교관(대한상공회의소 충남인력개발원) 등이 참석했다. 드론 비행교육장은 동 대학 부속기관인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며 재학생을 대상으로 드론 촬영 교육과 국가자격증인 드론조종사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권준원 평생교육원장(엔터테인먼트경영과 교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블루칩으로 각광받고 있는 드론 교육을 통해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융합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며, 향후 교육 대상을 지역민으로 확대해 지역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하반기 극장가 달굴 외화 기대작… 믿고 보는 배우·감독 총출동

    하반기 극장가 달굴 외화 기대작… 믿고 보는 배우·감독 총출동

    올 하반기 외화 기대작들이 속속 몰려온다. 눈을 즐겁게 할 판타지 영화부터 새로운 영웅들이 등장하는 액션물까지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는 행동파 마법사 조나단(잭 블랙)과 엘리트 마법사 플로렌스(케이트 블란쳇)가 조나단의 조카 루이스와 함께 세상의 운명이 걸린 마법 시계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매일 밤 무언가를 찾아 집을 돌아다니던 조나단이 자신을 수상하게 여기는 루이스에게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이 집에 숨겨진 시계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끄는 엠블린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했다. 2016년 개봉한 ‘신비한 동물사전’의 다음 이야기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전 세계의 미래가 걸린 마법 대결을 그린다. 주드 로가 선의의 마법사인 젊은 덤블도어를, 조니 뎁이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 역을 맡아 대립한다. 한국 배우 수현은 피의 저주를 받은 말레딕투스를 연기한다. 전작에 이어 데이비드 예이츠가 연출을,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K 롤링이 각본을 맡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11월 28일 스크린에 걸린다. 베일에 가려진 해커 리스베트가 전 세계를 위협하는 국제 해커 범죄 조직에 맞서 거대한 디지털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액션 스릴러다. 2016년 영화 ‘맨 인 더 다크’를 통해 ‘서스펜스의 새로운 거장’으로 주목받은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퍼스트맨’에서 닐 암스트롱의 아내 자넷 암스트롱을 연기한 배우 클레어 포이가 리스베트로 분한다. 영화 ‘킹스맨’의 주역 태런 에저튼이 새로운 영웅으로 변신한 영화 ‘후드’ 역시 11월 28일 개봉한다. 허세 충만한 스무살 귀족 청년 로빈(태런 에저튼)이 후드를 쓴 동료들과 함께 세상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의 액션물이다. 로빈은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후 권력자들의 횡포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눈으로 확인한다. 전쟁의 상처를 지닌 리틀 존(제이미 폭스)을 만나 ‘팀 후드’를 결성한 두 사람은 훈련을 반복하고, 로빈은 세상을 뒤바꿀 영웅 ‘후드’로 다시 태어난다. ‘쏘우’, ‘컨저링’ 시리즈를 선보이며 할리우드의 ‘호러 아이콘’으로 꼽히는 제임스 완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히어로물 ‘아쿠아맨’은 12월에 관객을 맞는다. 땅의 아들이자 바다의 왕, 심해의 수호자인 아쿠아맨의 탄생을 그린 액션물이다. 인간인 등대지기 아버지와 아틀란티스의 여왕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육지와 바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쿠아맨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제이슨 모모아가 아쿠아맨을, 엠버 허드가 물을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 메라 역을 맡았다. 인간과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아틀란티스의 전설적인 왕 아틀란의 삼지창을 찾아 메라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모험이 펼쳐진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경찰 “PC방 살해범 동생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

    경찰 “PC방 살해범 동생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

    PC방 이용객이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현장 폐쇄회로(CC)TV가 지난 17일 방송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현장에 있던 살해범의 동생이 범행을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형은 알바생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동생이 이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동생을 살인의 공범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부분은 형이 흉기를 휘두르는 동안 동생이 피해자의 팔을 잡고 있는 영상 속 모습이다. 형이 흉기를 가져온 사실을 알고, 동생이 피해자의 팔을 잡아 범행을 도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형은 맨손으로 피해자를 폭행하다 피해자가 넘어진 후 주머니 속에서 흉기를 꺼냈다”면서 “동생이 피해자의 팔을 붙잡은 것은 흉기를 꺼내기 전이기 때문에 동생이 살인을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CCTV와 목격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동생은 형이 흉기를 꺼낸 뒤 흉기를 든 손을 피해자 반대방향으로 끌어당기는 등 형을 말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생도 경찰 조사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을 잡아서 말리려고 했다”며 형의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해자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1층으로 나온 뒤 동생이 형에게 피해자의 위치를 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가 지하에서 1층 출입구로 올라오고 동생이 형을 따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영상 사이에 2분여 시차가 있어 이같은 해석은 무리”라며 “흉기를 집에서 가져온 형이 피해자의 위치를 찾으려고 직접 돌아다닌 점으로 볼 때 동생이 알려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생과 형이 휴대전화로 연락한 흔적 등 범행을 공모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찰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인 만큼 거짓말 탐지기 등을 통해 동생이 형의 범행 계획을 사전에 알았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카넬로 알바레스 5년간 11경기 스트리밍 중계 4127억원에 계약

    카넬로 알바레스 5년간 11경기 스트리밍 중계 4127억원에 계약

    WBA·WBC 미들급 챔피언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28)가 라이브 스트리밍 중계 사이트 DAZN과 3억 6500만달러(약 4127억원)에 계약하는 대형 잭팟을 터뜨렸다. 5년 동안 자신이 등장하는 11경기의 라이브 스트리밍 중계를 이 사이트에 맡겨 스포츠 역사에 가장 수지 맞는 계약을 맺었다고 영국 BBC와 미국 ESPN 등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알바레스는 12월 15일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슈퍼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려 로키 필딩(영국)과 맞붙는데 이 경기부터 계약이 적용된다. 알바레스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필딩과의 경기 미디어데이 도중 이같이 밝히며 “이 역사적인 계약의 일부가 됨으로써 스스로를 더 잘 준비시키고 팬들에게 나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렇게 복싱이란 스포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 혜택이 팬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목으로 시야를 넓히면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잔카를로 스탠턴은 2014년에 13년 동안 3억 2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는데 알바레스 계약은 이를 넘어섰다. 스탠턴의 계약 직후 경제잡지 포브스는 스페인 프로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연봉 수입 8400만 달러를 13년 합쳤을 때보다 훨씬 적다고 전했다. 그러나 알바레스는 DAZN이 사전 구독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면 5년 동안 주당 100만 파운드 이상 챙겨 다섯 체급 챔피언을 지낸 플로이드 메이웨더(41·미국)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게 된다고 BBC는 전했다. 메이웨더는 지난해 8월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와 대결을 통해 2억 7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포브스는 추계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은 건당 페이퍼뷰 요금을 결제하는 방식보다 월간 9.99달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바레스는 지금까지 미국 케이블 채널 HBO와 긴밀히 연결돼 있었지만 HBO는 올해 말까지만 복싱 생중계를 할 것이라고 이미 선언했다. 지난달 15일 겐나디 골로프킨과의 재대결을 승리한 것이 그의 마지막 경기였는데 HBO에 대략 1억 2100만 달러의 수입을 안긴 것으로 추정된다. DAZN의 모기업은 퍼폼 그룹인데 호주와 독일, 일본, 스위스 등을 시장으로 삼다가 올해부터 미국으로 옮겼다. 지난달 앤소니 조슈아가 알렉산데르 포베트킨과의 IBF·WBO·WBA 헤비급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을 때 처음으로 복싱 경기를 미국에 스트리밍 중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공병 왜 안바꿔줘” 편의점 알바생에 흉기 휘두른 70대 남성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왜 공병을 안바꿔주느냐”며 흉기를 휘두른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공병을 바꿔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편의점에서 주방용 흉기를 휘두른 A(71)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5시 25분쯤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주방용 식칼을 휘둘러 20대 아르바이트생 B씨의 이마에 2㎝ 길이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자주 공병을 보증금으로 바꾸던 편의점에서 공병 교환을 요구했으나 B씨가 “공병이 가득차 바꿔줄 수 없다”고 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편의점에 다시 돌아와 B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B씨가 받아들이지 않자 흉기를 한 차례 휘둘러 B씨에 상처를 입혔다. 경찰은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몸 싸움 중 상처를 입은 B씨는 병원에 실려가 이마를 다섯 바늘가량 꿰맸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살해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면서 “오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에 관련 범죄나 주취 범죄 이력은 없다”고 덧붙였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여든에 40대 아들 뒷바라지… 노인 빈곤 부르는 청년 빈곤

    여든에 40대 아들 뒷바라지… 노인 빈곤 부르는 청년 빈곤

    # “한 달에 많이 벌 때는 300만원도 벌었지.” 서울 강북에서 둘째 아들과 함께 사는 유모(80)씨는 수도 배관공으로 일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금세 풀이 죽은 표정으로 “이놈의 몸뚱아리가 요새는 말을 안 들어”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4년 전 뇌졸중 진단을 받은 뒤로 마비 증세가 오면서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푸념이다. 아내는 17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둘째 아들(46)은 어릴 때 똑똑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삼수까지 했는데도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서 의욕을 많이 잃었다며 아쉬워했다. 번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아들은 끝내 배우자를 구하지 못했다. 그렇게 집에 눌러앉았다. 유씨는 14일 “매달 나오는 노인연금과 큰아들이 보내주는 용돈 10만원 가지고 근근이 버틴다”면서 “용돈을 더 받으면 좋겠지만 큰아들도 손주들 공부시킨다고 빠듯한데 용돈을 더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 일찍이 남편과 사별한 박모(69·여)씨는 두 아들을 힘겹게 키웠다. 평생 공사장에서 고된 일을 해 허리가 90도 가까이 꺾였지만 그렇게 번 돈으로 경기 의정부에 전용면적 84㎡(약 25평) 규모의 아파트도 샀다. 고등학교 졸업한 뒤 곧바로 취업을 했지만 안정된 직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두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러던 중 큰아들(42)이 뒤늦게 장가를 가면서 박씨는 둘째 아들(39)과 함께 집에서 쫓겨나오다시피 했다. 며느리가 “어머니, 시동생과 한 집에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둘째 아들과 함께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아파트 건설 현장에 나간다. 일감이 없는 날에는 파출부 일을 한다. 박씨는 “자식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한 죽을 때까지 일만 할 팔자”라고 하소연했다.취업에 실패하고 부모의 품에 사는 ‘캥거루족’이 고령화되면서 부모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청년 빈곤이 부모 세대의 빈곤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청년빈곤의 다차원적 특성과 정책대응 방안’(2017)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가처분소득 기준, 농·어가 제외)은 46.7%인 반면, 청년(19~34세)의 빈곤율은 7.6%로 나타났다. 노인 빈곤율은 전체 빈곤율(13.8%)에 비해 32.9% 포인트 높은 반면, 청년 빈곤율은 6.2% 포인트 낮았다.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절반(빈곤선)을 밑도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이 수치에 따르면 노인 빈곤율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청년 빈곤율은 아직 염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들이 많을수록 청년 빈곤율이 낮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맹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부모 동거 여부에 따라 청년 빈곤율을 계산한 결과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빈곤율(2016)은 5.7%인 반면, 따로 떨어져 사는 청년 빈곤율은 10.1%로 나타났다.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들은 부모 소득을 공유하면서 빈곤율이 낮게 나온 것이다. 김문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빈곤이 지표상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부모한테 주거, 경제력을 의존하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부모들도 덩달아 노후 빈곤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남녀 1514명(단기계약직, 취업준비생, 취업포기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자금 등 채무가 있나’라는 질문에 42.3%(640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부채 규모는 ‘100만~500만원 미만’이 12.4%(187명)로 가장 많았지만, ‘200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자도 6.3%(96명)나 됐다. ‘부모의 노후 대비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소일거리는 해야 한다”는 답변이 35.9%(544명)로 가장 높았다. “부모 건강 등의 이유로 자녀가 부양해야 한다”는 답변도 8.0%(121명) 나왔다. ‘취업 후 부모에게 용돈을 드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월 20만~30만원을 드릴 계획”이라는 답변(23.7%, 358명)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될 시기에도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가정이 적지 않다. 최모(78·여)씨는 서울 용산 미군 부대에서 건설 잡부로 일하다 기지 이전으로 경기 평택으로 가게 된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평택에 갔다. 며느리는 두 자녀 교육 때문에 서울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해서 최씨가 아들을 따라간 것이다. 최씨는 평택 변두리의 다가구 주택에서 세 들어 살며 아들이 출근하면 인근 양계장에 가서 허드렛일을 한다. 최씨는 “다른 친구들은 모여서 등산도 가고 맛집도 찾아다니는데 나는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자녀의 부모 의존이 심해지면 가족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취업을 못 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가족 간 갈등을 꼽은 답변(23.2%, 351명)이 불안·압박감 등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집에 있는 모습을 싫어하셔서 아침 일찍 집을 나와야 한다”면서 “갈수록 잔소리가 늘어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너한테 들어간 돈이 지금까지 얼마인 줄 아느냐”, “너 독립해서 단 둘이 살면 관리비, 생활비 적게 드는 좁은 집으로 옮길 수 있다”면서 빨리 취직하라고 압박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젊은층의 취업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으니 부모님 세대도 부담이 될 것 같다”면서 “부모님 세대가 안쓰럽다”고 했다. 다만 그는 결혼 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이유로 결혼 전까지 독립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청년 빈곤이 심각한 또 다른 이유는 부모 세대의 빈곤으로 옮아 가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아들과 재수 학원에 다니는 딸을 둔 이모(54)씨는 자녀한테 들어가는 돈이 한 달에 500만원 넘게 들자 결국 적금을 해지했다. 20년 된 가전제품도 망가지기 전까지는 버리지 않고, 외식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허리띠 졸라 모아 둔 적금을 자녀의 앞날을 위해 깬 것이다. 이씨는 “자녀들이 독립하면 손 떼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자식이 힘들어 보이면 또 도와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산층에 속한 부모 세대는 자신들의 노후는 건사할 수 있었는데 자녀들의 대학, 취업 지원에 노후 자산을 쏟아부으면서 힘들어졌다”며 “빈곤 노인층이 늘어나면 사회적으로 복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