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부는 변화의 바람/안병준 국제부장(데스크 시각)
지구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선·후진국을 막론하고,이 바람은 거세다.희망과 기회의 바람이다.
23일 실시된 이란 대통령선거는 온건개혁파인 모함마드 하타미 후보가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당선했다.예상을 뒤엎은 결과로,정치적 변혁이 예고된다.이란 대통령 권한은 그다지 크지 않다.그러나 눈여겨 볼 대목은,그가 도시인·청년층·여성·지식인 등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그것은 이란 국민들이 현정권에 많은 불만을 품고 있었음을 뜻한다.엄격한 회교국가인 이란의 대선은,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첫 경선이라는 점에도 큰 의미가 있다.
몽골에서는 지난주 인민혁명당의 나차긴 바가반디가,현직 대통령인 푼살마긴 오치르바트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했다.바가반디는 유목민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뛰어 넘은 민중의 대변자다.그의 득표율은 61%를 넘는 놀라운 것이었다.오치르바트는 급속한 시장경제 개혁을 추진해왔으나,불과 30% 만의 득표를 기록한 뒤 추락했다.
이에앞서 지난1일 실시된 영국 총선 역시,집권 보수당의 참패로끝난 바 있다.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한 것은 「지극히 감동적인 승리」였다.특히 보수당 정권 18년은,사회가 안정돼 있었고 경제도 호황이었기 때문에 영국 총선은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자이르의 반군 지도자 로랑 카빌라는 모부투 세세 세코 정권을 무너 뜨렸다.그는 모부투의 32년 독재 청산에 나섰다.자이르의 정권교체는 내전에 의한 것으로,민주적 절차를 밟았다고 할 수는 없다.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새 희망이 움트고 있다.자이르 국민들은 제2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찬양했다.
정권교체 또는 정계개편이 예고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25일 실시되는 프랑스 총선은 유럽통합·실업·사회복지문제 등을 놓고 우파연합과 사회당이 박빙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그야말로 「이슈 선거」이다.용이냐,지렁이냐 하는 「우물안 개구리」들의 경쟁이 아니다.또한,어느 쪽이 승리하든 총리는 바뀐다.
○각국서 의외선거결과
인도네시아는 29일 총선을 실시한다.여기도 장기집권 골카르당이 위협을 받고 있다.최대 야당인 통일개발당이 또다른 야당인 민주당과 제휴했기 때문이다.민주당 당수는 지난해 정부의 야당파괴 공작에 따라,이번 총선에도 출마가 금지된 바 있다.이때문에 발생한 총선소요로 벌써 100명 가까운 시민이 사망했다.껍데기 뿐인 축제인가,수확 거둘 축제인가? 인도네시아 총선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캐나다와 알바니아 총선이 6월에 실시된다.내각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대만에서는,집권 국민당과 제1야당의 합작이 도모되고 있어 정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다양한 욕구표출 결과
이같은 권력의 변화와 변혁 가능성들은,다음과 같은 요인들에서 비롯됐다.
△실업과 인프레가 증가하고 빈부격차가 커진데 대한 국민들의 불만(몽골) △장기집권에 따른 변화 욕구(영국·인도네시아·대만) △권력 집중과 사욕 채우기,다당 정치경험 결핍(자이르) △엄격한 회교율법에 의한 신정에 대한 불만(이란) △냉전 종식의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근시안적 국가이익에 매달림(프랑스) △야당 파괴공작에 대한 반발(인도네시아) △범죄 척결정책의 실패(대만) 등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새로운 정권 창출세력들은 경세제민이라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세계화는 인류로 하여금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게 만들었다.지구촌 많은 나라의 국민들은 21세기를 바라보며,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이 선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것은 흑인·백인·황색인 등 인종을 초월한다.불교·기독교·가톨릭·회교 등 종교도 초월한다.지구촌에 부는 새로운 바람은 희망과 기회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