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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3총선 D-13/ 선거전 이모저모

    ●각당 지도부 유세. 공식 선거운동 사흘째인 30일 여야 지도부는 전국을 누비며 ‘부동표’ 공략에 열을 올렸다.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취약지역,자민련은 강세지역을 주로공략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경북 영주(위원장 李光熙)와 청송·영양·영덕(위원장 尹英鎬) 정당연설회에 참석,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여권의 TK(대구·경북)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면서 한 표 행사를 당부했다. 서대표는 “김대통령은 전라도의 대통령도,경상도의 대통령도 아닌,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남은 3년만이라도 나라를 위해 그 분에게 힘을 모아드려야한다”면서 “세계가 하나되는 이 때에 지방을 갈라서는 절대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α 의석’이 기대되는 충북 충주(위원장 李源性)와 강원 정선(위원장 金宅起) 등지에서 ‘안정론’을 설파하며 힘을 보탰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은 서울 강북지역 순방에 나서 황학동중앙시장,전농시장,장위시장 등 재래시장과 백화점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현정권은 ‘3·15 부정선거’를 뺨치는 관권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면서 “특히 경찰은 야당 여성 운동원에 대해 알몸 수색을 하는 등 극도의모멸감을 주는 비인권적 방법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민주당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인천 지역에서지원 유세를 펼쳤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온양온천역 앞 광장에서 열린 아산지구당(위원장 元喆喜) 정당연설회에 참석,“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별별 소리를다하고 돌아다니지만 과반수를 못채우고 16대 총선 후 결국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할 것”이라면서 “자민련은 양당을 조절하면서 정치를 더 이상 시끄럽지 않게 하겠다”고 ‘캐스팅 보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충청도에서 이가 빠진 것처럼 한군데라도 빠지면 힘을 못쓴다”면서“충청도가 똘똘 뭉쳐 자민련 후보를 전부 국회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민국당 조순(趙淳)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지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조대표는 고향인 강원도 강릉을 방문,릴레이식 지원유세를 벌인 데 이어 31일 주문진에서 열리는 정당연설회에 참석한다. 장기표(張琪杓)선대위원장도 서울 노원,성북,강북 지구당 정당연설회에서지원 연설을 했다. ●개인 유세. 여야 및 무소속 후보들은 30일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유세전을 펼쳤다. *창원을에 출마한 권영길(權永吉) 민주노동당 대표측의 자원봉사자들은 황사비로 지저분해진 시민들의 차를 닦아주면서 한 표를 호소하는 ‘노력 봉사형’ 작전을 구사했다. 권후보측 자원봉사자 200여명은 29∼30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창원시내상남동,사파동,반송동 등 대형 아파트단지 주차장을 돌며 차를 닦아주고 차유리에 ‘기호 5번 권영길 후보의 자원봉사단입니다’라고 적힌 딱지를 붙여홍보하고 있다. *대전시의회 곽수천(郭秀泉)·김남욱(金南勖)의원과 김정태(金貞泰) 동구의회 의장 등 자민련 소속 지방의회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한나라당 김칠환(金七煥)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김후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총선에서 젊고 패기있는 김칠환 후보를 돕는 것이 낙후된 동구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탈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릉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최각규(崔珏圭)후보측은 20여명의 젊은 선거운동원들이 대학가 등 시내를 돌며 최근 유행하는 테크노댄스를 추며 테크노열풍을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다.무소속 황학수(黃鶴洙)후보는 서민증을 겨냥, 양복을 입지않고 누런색 민방위복장에 ‘황씨 아저씨' 라고 쓴 어깨띠를 하고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경북 포항지역 2개 선거구에 출마한 6명의 후보들은 ‘로고송’ 대결을 펼쳐 흥미를 돋웠다.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후보는 ‘다함께 차차차’ 등 5곡,같은 당 이병석(李秉錫)후보는 ‘세계로 가는 기차’ 등을 개사한 로고송을 선보였다. 민주당 김병구(金柄九)후보는 ‘네박자’ 등 4곡,같은 당 신원수(申元壽)후보는 ‘민주당가’ 등 7곡에 자신의 이름을 개사해 넣은 로고송을 제작중이다.민국당 허화평(許和平)후보는 대중가요 대신 자체적으로 작사·작곡한 ‘내일의 미래 허화평’을 담은 로고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산 서구에 출마한 민국당김광일(金光一)후보는 개인연설회와 거리유세를 하면서 선거운동원들에게 야구유니폼을 입히고 선거운동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후보는 “야구에서 제일 강한 타자가 4번인데 서구에서 제일 강한 후보는4번인 김광일’이라고 기염을 토했다.이 곳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정치적 고향인 점을 고려,92년 대선 때 사용한 로고송을 개사해 쓰고 있다. 총선특별취재반
  • 경찰, 여성피의자 ‘알몸수색’물의

    경찰이 여자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속옷까지 벗기고 몸을 수색해 물의를 빚고 있다. 24일 민주노총 경기동부지구협의회에 따르면 성남 남부경찰서가 19일 자정쯤 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할 예상자를 알리는 민노총 소식지를 돌리던 권모씨(30·여) 등 민주노총 여성조합원 3명을 연행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다음날 오후 1시30분쯤 경찰은 권모씨 등이 변호인을 접견하고 유치장으로 돌아오자 자해용 도구를 찾는다는 이유로 윗옷은 물론 바지와 속옷을 무릎까지 내리게 한 뒤 ‘앉았다 섰다’행위를 강제로 시켰다. 권모씨 등은 “경찰이 비록 같은 여성이지만 단순 피의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등 인권을 유린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라 신체검사를 실시했다”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알몸수색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김삼웅 칼럼] 예술혼과 전문가정신

    “우리 인생은 예술에 의하여 짧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으니 가야금의 곡조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오히려 우륵의 유음(遺音)을, 석굴암의 조각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오히려 김대성의 수택(手澤)을 찾을 것이다. 혜원(惠園)의 풍속화에는 혜원의 넋이 뛰어놀고 단원(檀園)의 영(靈)이 움직이니 인간은 불후의 예술을 창작함으로 말미암아 불사(不死)의 생명을 향유할 것이다.” 호암 문일평선생의 짧은 글에서 우리는 새삼 ‘예술(가)의 수명’을 느끼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가의 삶은 고달프다. 춥고 배고픔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버나드 쇼는 “참된 예술가는 아내를 굶기고 아이들을 신발도 못 신기고 70세가 되는 어머니에게 살림을 거들게 하면서 자기의예술 이외의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오늘 이땅의 예술가들의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사이비 예술가들은 입시부정, 가짜 그림 유통 등 비리를 통해 배를 불리지만 ‘참된 예술가’들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다. 올해 문화예산이 국가 총예산의 1%수준을 넘었다고 화제가 되어도 음지의문화예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서울 대학로 소극장이 하루가멀게 문을 닫고 헌책방은 이제 ‘희귀업종’이 되었으며 인문출판사들도 폐업이 속출한다는 소식이며 판소리 등 국악계의 어려움도 겹겹이다. ‘문화의 세기’원년을 맞아 정부의 철저한 보호대책이 요구된다. 전문가 대접받는 사회를 우리가 21세기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각분야의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 국가정책으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전설적’인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예술분야는 특히 그러하다. 중국 남조시대 양나라 화가 장승요(張僧繇)는 산수화·금수화를 특히 잘 그렸다. 그의 매 그림이 마치 살아있는 듯하여 비둘기가 놀라 달아났다 한다. 안락사(安樂寺)의 네 백룡 벽화를 그렸는데 그 중 두마리는 눈동자에 점을찍자 곧 하늘로 날아갔다 한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성어는 이로부터 생겼다. 당나라 화가 오도현(吳道玄)은 궁중화가로서 인물화·산수화를 잘 그렸다. 당대인들은 그를 화성(畵聖)이라 불렀다. 어느날 그는 자신이그린 산수도속으로 걸어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 남는다. 신라의 화성 솔거는 황룡사의 노송도(老松圖)를 그렸는데 얼마나 실감나게그렸던지 새들이 착각하고 날아들다가 벽에 부딪혔다고 한다. 이날치(李捺致)는 조선후기의 판소리 명창이다. 쉰 목소리와 같이 걸걸한소리인 수리성으로 성량이 컸으며, 울리고 웃기는 형용동작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새들이 몰려와 어깨와 손바닥에 앉았다고전한다. 왜 전설같은 사람들의 얘기를 하느냐고 힐난할지 모르겠다. 두가지 이유다. 하나는 자신의 예술에 ‘미치는’ 장인정신이 중요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존을 지키면서 민족혼을 잇는 것이 바로 예술인의 본령임을 말하고자함이다. 며칠전 가족과 함께 임권택감독의 ‘춘향뎐’을 관람했다. 임감독의 치열한 ‘장인정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6세 소녀와 19세 소년의 ‘뜨거운’ 정사장면은 아무리 흥행을 위한 ‘양념’이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이 타락하면 최근 여고생이 알몸으로 극중에 등장한 연극 ‘로리타’와 노골적인 섹스장면을 담은 영화 ‘거짓말’에는 비교가 안된다지만 ‘판소리 고전 예술영화’까지 벗기는 것이어야 하는가 생각할 때 우울하기만 했다. 한쪽에서는 원조교제와 10대 윤락녀 단속에 나서고 다른쪽에서는 예술의 이름으로 미성년음란물이 판치게 되면 우리 예술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을 것이며 청소년은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걱정이다. 오지호(吳之湖)화백은 말한다.“만일 예술이 추(醜)와 타협할 때 그것은 우상은 될 수 있으되 이미 예술은 아니다. 만일 과학이 비진리와 타협할 때 그것은 미신은 될 수 있으되 이미 과학이 아닌 것과 같다. 그러므로 예술에는 오직 ‘철저’가 있을 뿐이요, ‘애매(曖昧)’가 있을 수 없다. 거기에는오직 ‘결단’이 있을 뿐이요 ‘준순(浚巡)’이 허용되지 않는다.” (‘예술가와 지조’) 우리 예술인들의 예술혼과 전문가정신이 아쉽다. 김삼웅 주필
  • 唐家璇 中외교부장 방한 결산

    탕자쉬안(唐家璇) 중국외교부장이 2박3일간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12일 하오 중국으로 돌아갔다. 탕 부장의 방한은 두 나라의 협력관계를 더욱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무게를갖는다. 주룽지(朱鎔基)총리와 츠하오텐(遲浩田)국방부장의 내년 중 방한,한·중 외무장관 회담의 연례 교환 개최,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지속 등 양국외무장관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사항은 협력관계가 경제협력을 넘어 정치·군사분야에까지 한단계 격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베이징(北京)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주석이 합의한 ‘동반자적 협력관계’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21세기를 앞두고 마련한것으로도 볼 수 있다.경제적 호혜’관계와 ‘정치적 선린’관계를 거쳐 ‘전략적 동반’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두나라 관계를 상징한다. 특히 ‘주룽지 총리와 국방부장의 방한 합의’는 한차원 두터워진 두나라의 신뢰관계를 보여준다.경제협력의 심화와 함께 진전되고 있는 정치·군사교류는 상호관계의 발전은 물론 한반도 안정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도 불구,중국이 한국과 차원높은 정치·군사교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한반도 안정에 나름대로 역할을 하려는 시사로 볼 수있다.중국 국방부장의 방문은 수교후 처음이며 ‘중국경제의 황제’로 불리며 행정을 총괄해온 주룽지 총리도 개인적으론 첫 방문이다. 탕 외교부장은 11일 경기도 이천방문에서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투숙중인 미란다 호텔 대중탕에서 목욕을 즐기는 등 더욱 가까워진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두 장관이 1박2일,19시간30분동안 동행하면서 알몸으로 온천욕까지 즐긴 파격에 대해 “한국의 대중문화를 직접 접해보고 싶다”는 탕 부장의 희망에 따른 것이었다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오일만기자 oilman@
  • [새 영화] ‘삼양동 정육점’

    뼈에 사무치는 애증,그로 인해 망가지는 인생.27일 개봉하는 ‘삼양동 정육점’은 그런 치명적인 운명의 덫에 걸린 다섯 남녀가 펼치는 사랑과 질투,욕망을 그린 영화다. 무대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상징하는 정육점.강간범에 쫓겨 살인을 저지른 여자 신혜(나경미)를 정육점 주인 상현(박경환)과 형사 동천(최철호),약사광호(강태준)가 한결같이 사랑하고 여기에 섹스를 비즈니스로 여기는 보험외판원 여인 명희(이현주)가 뛰어들면서 영화는 치정극의 양상을 띤다. ‘삼양동…’은 신상옥 감독의 아들인 신정균 감독의 데뷔작이다.‘노랑머리’의 감독과 배우를 제외한 모든 제작진이 다시 모여 만들었다.그러나 ‘트리플 섹스신드롬’을 일으켰던 ‘노랑머리’에서 처럼 성묘사가 도발적이진 않다. 감독은 “‘삼양동 정육점’은 섹스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할 수 없는 슬픔,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섹스를 해야하는 슬픔을 다룬 영화다”라고 말한다.이 영화는 ‘노랑머리’와는 달리 나름의 드라마 구조를갖추고 있다.하지만 이렇다할 동기도 없이세상을 향해 무차별 냉소를 퍼붓는 주인공 동천의 인물설정은 왠지 어색하다. 감독은 촬영전에 전체 콘티를 짜 15회 만에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그래선지작품의 완결성이 떨어진다.순 제작비 3억5,000만원의 저예산 영화란 점이 모든 허점을 덮어주는 면죄부가 될 순 없다.감독은 “섹스는 과장된 장식으로부풀린 구경거리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포르노성 알몸연기는 ‘비디오용’ 영화에나 어울릴 듯하다. 김종면기자
  • 표정으로 읽는 한국인의 모습/황규호저 ‘한국인 얼굴 이야기’

    ‘벽화에 등장한 인물들이 말을 탔다.모두가 발걸이를 밟고 곧추선 자세를했다.말을 탄 인물들은 힘이 넘친다.그래서 시위를 당긴 활이 부러질 듯 휘었다.… 천군만마(千軍萬馬)와 같은 위용이 가득하다’ 새 책 ‘한국인 얼굴 이야기’(주류성 펴냄)는 고구려 벽화고분 ‘무용총 수렵도’중의 ‘기마인물상’ 모습을 이같이 설명한다.책은 충북 청원군 두루봉동굴의 구석기인 얼굴에서부터 백제토기의 인물상,키다리 나무장승등 한국인의 얼굴을 사진을 곁들여 150여가지로 나눠 보여준다. 아울러 미술사 고고학 민속학 등을 활용해 당시의 풍속이나 시대상황을 설명한다. 지난 94년부터 98년까지 5년간 대한매일의 전신인 서울신문에 시리즈로 연재됐던 것을 당시 취재기자 황규호 전 서울신문 부국장이 보완해 책으로 펴냈다.값 1만3,000원. 13부로 구성된 글에서 저자는 ‘원시사회의 선사인’과 ‘불상과 보살상에나타난 얼굴표정’,‘조선시대 풍속화에서 그려진 사람들’,‘탈속에 숨겨진얼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이에 대해 “불상과 보살의상호(相好)는 자비로움을 넘어 아기얼굴같은 평화를 주며, 풍속화는 야하고 질퍽한 남정네와 여인의 춘흥(春興)을,괴기망칙한 탈모양의 얼굴은 탈의 힘을 빌린 민중들의 양반을 향한 걸쭉한질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불상에서 아기얼굴을 찾게된 계기와 관련,“경주 남산 선방사곡 본존불 돌부처의 상호를 보는 순간 첫 외손자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밝힌다. 오랫동안 종교 기자로 일하면서 불교에 심취했던 저자로서 자비(慈悲)의 불심을 찰나에 깨달았다고나 할까. 저자는 한국인의 얼굴을 단순하게 예찬하는 데서 한발 나아간다.뒤안에 숨겨진 사유나 사상 따위의 내면적 정신문화를 끄집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테면 흙을 아무렇게나 빚어 뭉뚱그린 것처럼 보이는 신라의 흙인형인토우(土偶)에서 사랑의 표정을 읽고 그 의미를 부여한다.토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알몸의 지모(地母)’이다.젖가슴과 성기가 유난히 눈에 띄는 전라의 여인은 단추구멍처럼 길고 가느다란 눈으로 하늘을 우러러 본다.여인은 무릎을 꿇고 배를 쓰다듬고 있다.토우는 한마디로 탄생과창조의 섭리를 터득한 신라인의 모습인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듯한 환상을 받는다.쉽고 아름다운 저자의 격조있는 글이 독자를 삼매경 비슷한 경지로 빠져들게 하는것이다.물질문명의 고도화로 갈수록 심성이 메말라가는 요즘,우리의 고유한얼굴형상과 그안에 스며있는 정신적 유산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의 정서에 듬뿍 풍요로움을 담아주기에 충분하다. 정기홍기자 hong@
  • [대한광장] 스산한 늦가을에

    늦가을이다.지난밤 바람이 스친다 싶더니 마당에 감나무 잎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바람이 없어도 매일 아침 낙엽의 숫자가 늘고 있어 당연한 자연의통과과정으로 무심했는데 스치는 바람 정도에 저렇듯 무리져 삶을 마감하는가 싶으니 새삼 심상(心傷)해진다. 주황색 잎사귀가 떨어지자 감은 알몸을 드러내며 조금은 수줍은 듯 움츠리는 것 같다.그러나 지난 여름 폭우며 광풍에도 살아남은 자신의 의지를 뽐내듯 쏟아지는 햇살 속으로 싱그러운 윤기를 더한다.마치 자기 삶의 절정을 만끽하듯 우주를 향해 가슴을 활짝 열고 환호성을 터뜨리는 듯도 하다. 문득 인간 삶의 절정은 어느 시기쯤인가 떠올려본다.자기만족의 순간을 절정(絶頂)으로 꼽는다면 개개인마다 그 시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하나의 목적을 두고 꾸준히 탑을 쌓아올린 삶이라면 탑의 꼭지점이 얹혀지는 바로 그 순간이 정점일 수 있겠고,사업이 번창할 때와 가정의 화목과 건강이 유지되면서 사회적 지위와 명예·부(富)가 최고조로 상승할 때를 자기 인생의 절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나름대로 가진 욕망에 따라 절정의 경험은 타인의 보편적인인식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성취욕이 남달리 강하여 미진한 채로 넘어간 지난 세월의 그 어느 때가 바로 자기 인생의 절정이었음을 고희 줄에 이르러서야 깨달았다는 선배와,하루가 온통 절정의 순간이라며 매일매일 살아 있음의 환희를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동료와,주어진 인생 이럭저럭 아프지 않고 살다 가면 되지 무슨 그런 유별한 순간을 탐욕하고 즐기려 드느냐는 낙천적인친구가 있듯이 절정의 경험 형태와 그것의 가치(존재)판단 등은 각각일 수있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인생의 절정기를 분류해 본다면 광풍에 후두둑 떨어져 살아 남지 못한 감꽃이며 풋감들이지 않고 제 힘으로 우뚝 서 기어이 선홍색 결실로 빛나는 저 감들의 모습처럼 인생의 절정기도 결국 주어진 제 연륜을 낙오하지 않고 살아낸 노년의 시기가 아닌가 헤아려졌다. 결혼한 지 한 달도 안된 아들부부가 감잎투성이의 뜰로 나서고 있었다.아들이 기다란 바지랑대로 홍시가 된 감을 골라 따서 제 신부에게 건네주었다.신부가 감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너무 아름답다고 탄성을 발하더니 한입 가득 깨물었다. 서재의 창에서 몸을 비껴섰다.그들이 혹여 뜰을 내다보고 서 있는 필자를발견하면 무안해질까 싶어서였다.장대가 다시 감나무 속으로 솟구친다 싶더니 아들이 감 한 개를 누런 감잎에 얹어들고 들어왔다.“연시예요! 드세요. ” 아들이 그것을 책상 위에 놓아주고 돌아섰다.“고맙다….네 색시도 좀 따주렴.” 아들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예”하곤 방을 나갔다. 사나흘 전인가는 아들이 퇴근길에 따끈한 군밤을 사왔던 모양이었다.무심코 그들 방 앞을 지나면서 들었다.“맛있지? 어서 먹어.어머니도 군밤을 참 좋아하시거든.이거 갖다드리고 올게.” 필자는 놀라서 아들이 방문을 열기 전에 서둘러 몸을 피했다. 당연한 대자연의 섭리로 주체(主體)의 자리(순위)바뀜이 참으로 자연스럽게 미동됨을 감지했다.초조감 비슷한 감정의 회오리가 일면서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은 부정적 심리반응에 스스로 당황했다.머리로만 준비하던 ‘물러섬’의 여유가 어찌할 수 없는현실에 닿으면서 본성적으로 머뭇거려졌던 것이다. 아들은 다시 바지랑대를 높여 홍시를 고르기 시작하고 장대의 자극에 감잎들이 우수수 내리면서 부딪는 소리들을 냈다.정원수보다 유실수가 좋아서 좁은 마당가로 버찌·앵두·살구·모과·석류·대추·감나무를 심어놓고 이른봄 움이 터서 꽃을 피우고 결실에 이르는,생성에서 마감까지의 과정을 거의철마다 경험하면서도 이즈음만큼 실감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늦가을,자연의 섭리대로 어김없이 굴러가는 뜰을 마주하고 서서 어설픈 웃음을 띤 채 주춤대며 서성거린다. 그냥 가슴이 시려서다.기진할 만큼 저릿하고 흡족한 자기만족의 가사(假死)상태,그런 최고의 인생 포만상태는 흔치 않을 것이라 자위하면서도 또한 정점의 순간은 바로 결실을 맺어 주체의 자리가 양도되는 이때려니 긍정하면서도,가슴을 심상케 하는 스산한 기분을 털어내지 못한다. 金 芝 娟 작가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8)한수산’욕망의 거리’

    연행 인사들은 대략 2박3일 내지 4박5일 코스로 전혀 예기치 못했던 혹독한고통을 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우선 당사자인 한수산은 이렇게 털어놓는다. “나는 공항에서 눈이 가려졌고,신원을 알 수 없는 세 명의 건장한 사내들에게 양팔과 허리를 ‘달랑 들려져’ 차에 태워졌고,우박처럼 쏟아지는 폭행속에서 승용차 재떨이에 이마를 처박힌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거기서의 며칠 몇 밤을 이제와서 떠올릴 분노조차 나는 가지고 있지않다.도구만은 기억한다.찢기고 부서져 가는 내 알몸 위로 쏟아지던 몽둥이,물,전기,주먹과 발길,매어달림….”(신동아 1987.12)작가에게 시종 추궁한 것은 ”현 정부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었던 데 비하여 정규웅부장에게는 더 한층 가혹했다.수사관은 정부장을 작가 한수산의 배후 조종인물로 설정하고 그 틀에 맞추려는 낌새였다.어느 필화나 그랬듯이 그 구성요건은 필자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라 배후 조종인물을 가상하고 있다.말하자면 정부장은 반정부적 시각을 가지고 자신이책임지고 있는 신문지상을 통해 한수산으로 하여금 반정부 사상을 사주했다는 식이었다.여기서 끝나면 오히려 간단하다.존재하지도 않는 정부장의 배후 조종세력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을 테고 그 난이도에비례해서 매타작은 더 더욱 심해지기 련이다. 과연 위에 인용한 구절 때문에 이들은 고문을 당해야만 했는지,국가와 사회에 위해를 끼쳤는지에 대한 해답은 곧 필화사건은 원천적으로 불필요하다는인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사건으로 가장 억울했던 인사로는 박정만 시인을 꼽는다.고려원 출판사편집부장으로 작가 한수산을 몇 번 만났다는 사실 때문에 연행된 박시인에게 가해진 고문은 간첩 불고지죄 정도에 해당하는 가혹한 체벌이었다.시인은‘저 쓰라린 세월’이란 시집 ‘후기’에서 ”나를 죽인 것은 5월의 그날이다…광주사태로 민심은 소란하고 힘을 결집할 곳이 없었다.그런데 왜 가십란에도 못 오르는 뭇매가 나를 때리는가.적어도 나는 건강하게 살려고 했던 이 땅의 보통사람에 불과했다”면서 고문의 고통을 시로 읊었다. ”펄펄 끓는 물솥에수건을 적셔/내 몸의 어혈 위에 찜질도 하고…/탕기에선 한밤내 부글부글/죽은이들 끓는 소리/절명하라,절명하라,절명하라/이를 갈다 이를 갈다/가슴도 부글부글 소리를 내고…/분노도 피딱지도 약에 녹아/하나 되고”작가 한수산은 “전화번호부 두께의 책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다양한 “고문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보다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 극복이 더 힘들었습니다”라고 이 사건을 회고했다.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가끔의 폭음과 10여일씩 자취를 감추는 기행을 저지르다가 1988년 9월 일본으로 떠났다.한수산은 이해 5월 28일 교보문고의 ‘작가와의 대화’에서 “일체의 연재를 중단함과 아울러 TV와 영화에 의해 자신의 작품이 영상화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어떤 매스컴에도 얼굴을 내놓지 않겠다는 작가로서는 매우 의미심장한 선언”(이문재의 글)을 한 바 있다. 시인 박정만은 어땠을까.고문 이후 그는 심한 육체적·정신적 공허감으로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데다 병마까지 겹쳐 1988년 10월 2일 타계했는데,누구도 박정만 시인은 고문 후유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소설 ‘욕망의 거리’는 80년 5월의 군부독재가 남긴 가장 비인간적인 필화사건의 한 전범으로 남을 만하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만화로 보는 세상읽기] 김혜린作 ‘광야’

    광야는 거센 바람입니다.거센 바람을 맞고사는 젊음은 단단해질까요,부서질까요? 젊음은 욕망,치열한 욕망입니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보셨습니까.차라리 시달린다고 해도 좋을 그 치열함.그렇게 치열하게 그렇게 빨리 어디로 가는 걸까요? 김혜린의 ‘광야’는 일제라는 거대한 몰락의 시기에 한반도에서 태어나 생존을 걸고 자존을 찾아갔던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방황하는 젊음의 막막함이 왜 그렇게 사무치는지. 거대한 몰락이 운명처럼 덮칠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 타입이십니까? 조용히 적응하십니까,몰락을 견딜만큼 단호해지거나 당당해지십니까? 혹시 서로 상처내고 상처받으면서 미쳐가지는 않으십니까? 서로 신경질적으로 미쳐갈 것 같은 그 이상한 시대에서 사람들은 단지 살아남기에 필사적이고,살아남기보다 당당해지기를 원하는 젊음의 고뇌는 순결하기까지 합니다. “때로는 빨래가 되고 싶다./뇌도,심장도,내장도 없이/깨끗한 알몸/유쾌한깃발같은 빨래./펄.럭! 펄럭펄럭/줄을 벗어나 날고있는/파아란 하늘에 눈부시게 하얀 빨래.” ‘광야’에는 제암리학살사건때 가족을 모두 잃은 정옥이 나옵니다.원래는부드럽고 섬세한 여자였을 정옥은 안스러울 정도로 강해져 있습니다.미련없이 사랑을 버리고 선교사가 내준 행운(?)을 잡아 미국으로 뜨는 이 여자는이별의 예감에 캄캄해진 사랑 앞에서 오히려 단호합니다.이 기회를 꼭 붙들고 싶다고.그네들이 선심쓰듯 던져주는 동냥그릇이라해도 악착같이 붙들고싶다고.죄많은 이웃 일본의 패망을 보기위해 절대 착하지도,순하지도 않을거라고. 정옥의 미국행은 꿈도,희망도 아닙니다.따뜻하고 예쁜 집을 지을 수 없는막막한 광야를 견디기 위해 사랑도 버리고 꿈도 버리고 선택한 거친 길인 거지요. 애초부터 이들의 사랑이 불행의 색채를 띠고 있다고,그렇지만 지금 이 목마른 곳에 온전히 행복하기만 한 사랑이란 게 대체 어디 있겠느냐고 속깊이 친구를 위로할 줄 아는 인물이 바로 김산입니다.조금 더 기다리면 김산이 김산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을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그 김산은 경찰망을피해 만주땅으로 떠납니다. 남은 사람은 불안하고 떠나는 사람들은 정처없습니다.그 불안,그 방황을 아시지요? 그때와 같은 강압은 없지만 그보다 더 교묘한 우민화가 치밀하게 진행되는 시대 아닙니까? 누나의 분내를,마주 잡고싶은 따뜻한 손을,머리결 고운 소녀를 뒤로하고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그때 그 사람들이었다면,권력의이름으로,자본의 이름으로,경쟁의 이름으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몰이하는이 무서운 사회에 적응하느라 그리운 것들이 무엇인지를 아예 묻어버리고 사는 시대가 우리의 시대인 것은 아니겠지요.섬세하고 여린 것들이 비틀리고비틀리는 시대라면 여전히 무서운 시댄거지요. [이주향 수원대 교수]
  • “벗은 광고를 보고싶다”

    보해양조의 여성누드 광고가 네티즌들의 사전심의를 통과했다.85%의 압도적인 찬성률이었다. 보해양조는 지난 7월 남성누드 광고가 ‘외설’논란을 일으키자 이번에 제작한 여성 누드광고에 대해서는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뒤 네티즌들에게 게재 여부를 물었다. 지난 7일부터 마감날인 13일 정오까지 투표에 참여한 네티즌은 모두 6만1,988명.이 가운데 85%인 5만2,876명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반대는 15%(9,112명)에 불과해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났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네티즌에게 사전심의를 의뢰하면서 그들의 뜻을 100%반영하겠다고 공언한만큼 여성누드 광고를 조만간 게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해의 여성누드 광고는 알몸의 젊은 여성 4명이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마시고 있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그러나 포장마차 뒤에서 비닐막에 비친 모습을 찍은 만큼 이전의 남성누드 광고에 비해서는 덜 ‘외설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추승호기자 chu@
  • “콜렉터는 벗는 연극이 아닙니다”

    “우리는 결코 ‘미란다’를 하지 않는다.우리가 하는 연극은 ‘콜렉터’다. ”존 파울스 원작의 연극 ‘콜렉터’가 오랜만에 제 모습대로 무대에 오른다. 나비를 채집하는 남자 클렉이 미란다라는 여인을 납치,감금해 사랑을 강요한다는 줄거리로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공연돼 온 작품이다. 작가의 의도는,하층 계급의 남자가 상류층 여자에게 보이는 편집증적인 사랑을 통해 계급간 갈등과 화해·용서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난 94년 ‘미란다’라는 제목으로 탈바꿈해 외설연극의대명사가 된다.미란다가 탈출을 노려 알몸으로 클렉을 유혹하는 장면에 초점을 맞춰 남녀 연기자의 전라출연,파격적인 성행위 묘사에 치중했다.그 결과극단대표와 여성연기자가 사법처리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연출을 맡은 극단 녹색무대 송수영대표는 “‘콜렉터’라는 걸작이 ‘벗는연극’의 표본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서글펐다”면서 “이번 무대에서 그 작품성을 알려 명예를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여주인공이 벗는 장면도 전라여야 흐름에 맞긴 하지만오해의 소지를 없애려고 상체만을,그것도 뒷모습으로 보여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클렉과 미란다 역은 중견연기자인 이상용 구양숙이 맡는다.대학로 마당세실극장(02-742-8836)에서 31일까지.평일에는 오후7시30분,토·일요일 오후6시,월요일에는 쉰다.극단 녹색무대,우리극단 마당. 이용원기자 yw
  • 문화재에도 분단의 아픔이…

    문화재에도 남과 북으로 갈린 이산가족이 있다.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금동미륵반가상이 그 한 예이다.일제 말기인 1940년 평양 평천리 유적지에서 출토된 이 금동반가상은 고구려 반가상으로는유일한 것으로 국보 118호로 지정돼 있다. 연꽃 잎을 두른 둥근 의자 위에 앉은 일반적인 반가(半跏)사유상으로 뺨을짚었던 오른손이 없는데다 불상 앞부분이 녹이 슬고 불에 탄 자국이 남아있는 등 흠집이 많지만 길게 네모진 얼굴의 입술 양옆에는 보조개가 살짝 패어있다. 그러나 부리부리한 눈과 꽉 다문 입에서는 고구려 무인의 씩씩한 기상을 엿볼 수 있다.상반신은 알몸으로 가냘프며 상의(裳衣)를 입은 하체는 두다리와 의자를 덮어 아름다운 무늬를 남겼다.정제된 인체미가 청수(淸秀)한분위기를 빚고 있는 불상으로 고구려 불상의 특징을 잘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문화재소장자 김동현씨가 소장해오다 해방이 된 뒤 서울로 옮긴 것이지만광배(光背)가 없어 완전한 짝을 이루지못하고 있다.고즈넉히 머리를 숙이고있는 불상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 왠지 허전하고 쓸쓸하다. 경희대박물관장을 지냈다 현재는 소식이 끊어진 채병서씨는 평양박물관에서금동반가상의 광배를 봤다고 말한다. 김동현씨도 불상만을 입수,불상이 광배와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어쨌든 분단의 아픔은 문화재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평남 평원군 덕포리 원오리 절터에서 1937년 출토된 흙으로 만든 부처들도이산가족일 가능성이 높다.당시 원오리 절터에서는 수많은 흙부처들이 나왔는데 발굴자중 한 명이 한 박스의 부처를 중앙박물관으로 옮겼다. 최근 북한이 펴낸 조선유적 유물도감에 따르면 원오리 흙부처중 상당수가목부위를 결합해 놓은 것들이 많다.짝이 맞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박물관 정양모 관장은 “언젠가 통일이 돼 우리가 갖고 있는 부처와 맞추어 보면 많은 것들이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태순기자 stslim@
  • 美여골키퍼 스커리, 대표 6년 ‘철벽 수문장’

    여자월드컵 우승과 함께 세계최고의 수문장으로 떠오른 브리아나 스커리(28)는 6년째 ‘대표팀 밥’을 먹어온 부동의 주전.토니 디시코 감독이 “역대미국 골키퍼 가운데 으뜸”이라고 찬사를 늘어놓는 스타이다. 스커리는 27개의 슈팅을 맞아 3골만 내줘 중국의 가오 홍(32·6경기 2실점)에 이어 실점률은 2위이지만 팀 공헌도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축구가 있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는 그는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남긴 일화로 유명하다.“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애선즈(조지아주)의 거리를 알몸으로 뛰겠다”는 호언을 우승 뒤 실천에 옮긴 것.이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매사추세츠대학에 재학 중이며 95년 스웨덴월드컵과 98년 굿윌게임에 나간경력이 있다.당당한 체구 탓에 골문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빈틈을 안 준다며동료들은 그에게 ‘거대한 벽(Wall)’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키 172.5㎝에몸무게는 ‘비밀’이라고. 송한수기자 onekor@
  • 李富榮·姜昌熙총무 ‘사우나정치’ 눈길

    최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와 자민련 강창희(姜昌熙)총무의 만남이잦다.국회 의원회관 지하 사우나·헬스실에서 ‘알몸’으로 만나는 모습이자주 목격되고 있다.특검제 정국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이들의 만남이관심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6일 아침에도 이곳에서 만나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이 총무는 ‘특검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재역’을 맡은 강 총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입장이고,강 총무 또한 야권을 추스려나가기 위해선 이 총무의 협조가긴요한 시점이어서 회동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이 총무는 국회 정상화와 함께 이신범(李信範)의원의 국회윤리위 제소 취소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총무는 이번 임시국회 개회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오전에도국회 헬스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강 총무를 찾아가 의사일정을 협의했다. 강 총무는 거의 매일 이곳을 찾다시피한다.헬스실 관계자는 “강 총무는 아침에 이용하지 못하면 오전 중 짬을 내 들른다”고 귀띔했다.반면 이 총무는가끔씩 들르는 편이나 강 총무를 만나면서부터 횟수가 잦아졌다고 전했다. 둘이 이처럼 가까워진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이미 총무로 머리를 맞대기 전 15대 전반기 국회 정보통신과학기술위에서 같이 활동하며 신뢰를 쌓았다는 것이다.당시 강 총무는 상임위위원장으로 있었다.그 뒤 강 총무는 공동정부가 출범하면서 과학기술부장관으로 입각했다가 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총무는 “인간 강창희를 좋아한다”는 한마디로 모든 평가를 대신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金成勳 농림부장관

    날씨가 무덥고 몸이 나른해지는 여름이 깊어지면 일에 지친 심신의 피로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절로 생긴다.이럴 땐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읊은‘여름 산에서’(夏日山中)라는 시를 떠올리곤 한다. ‘백우선 부채질 귀찮아/숲속에 알몸으로 들었다/망건도 벗어 돌벽에 걸어두고/정수리를 드러내 솔바람에 씻는다’(란搖白羽扇 裸袒靑林中 脫巾掛石壁 露頂灑松風).무더운 여름날 산중에서 바람따라 물결따라 넉넉함을 가짐으로써 더위를 이겨내는 선현들의 의연함을 엿볼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우리의 휴가문화는 어떠한가.같은 기간에 수많은 사람이 산과 바다를 찾아가 먹고 마시고 떠들고 즐기는 소비오락성 행락이 줄을 잇는다.그보다도 더한 것은 나라경제 사정일랑 아랑곳없이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미지의 세계를 찾아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의소용돌이 속에 직장을 잃은 실직자가 주변에 수두룩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도 온전히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너무 대비된다. 이런 시기에는 해외보다 국내에서의 생산적인 휴가를 권하고 싶다.그 중에서도 산과 계곡,바다와 섬,그리고 소박한 인정이 함께하는 농어촌에서 도시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 그런 휴가를 권하고 싶다. 지금 농어촌에는 400여개의 민박마을과 70여곳의 자연휴양림,300여개의 관광농원이 있다.이런 곳에서는 울창한 산림과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푸른 숲,기괴한 바위산,그리고 하얗게 펼쳐지는 백사장과 푸른 파도가 휴가의 좋은 벗이 될 수있다. 아이들과 더불어 길섶에 핀 야생화의 이름을 맞혀 보거나 반딧불을 따라 냇가를 산책할 수도 있다.썰물로 열린 바닷길을 건너 마침내 다다른 섬에서 수평선 너머로 숨는 해를 지켜볼 수도 있다.순박한 농어민의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고, 우리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농업과 농촌의 참모습을 이해한다면 더더욱‘좋을씨고’이다. 휴가에서 돌아와 무엇인가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한 느낌이 우러나와야 진짜 휴가다운 휴가다.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푸근함을 느끼게 하는 휴가가 산휴가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경관 속에 포근하게 자리잡은 자연휴양림과 관광농원,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농어촌 산골마을이나 갯마을의 민박을 이용해 보자.그곳에서 일주일만 농어민과 살아보면 도시와 농어촌이 하나되는 일체감과 생명산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참으로 보람 있는 휴가가 아닌가. 김성훈 농림부장관
  • 金江龍 정신감정 이뤄질까

    최근 구치소에서 알몸으로 드러눕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계속하고있는 고위층집 절도사건 용의자 김강룡(金江龍)씨에 대해 검찰이 정신과 전문의에게 정신상태 분석을 의뢰함에 따라 정신감정 실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신감정 결과는 김씨에 대한 공소유지는 물론 앞으로 있을 1심 재판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신감정의 결과는 크게 ‘심신상실’,‘심신미약’ 두가지로 분류된다. 검찰은 수사중인 피의자가 심신상실인 것으로 판명되면 보통 기소를 포기하고 치료감호 처분만 청구한다.재판이 진행중인 피고인이 심신상실로 판명되면 무죄선고 후 일정기간 치료감호 처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심신미약이라도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만 선고형량에서 감경받게 된다. 김씨는 절도미수 혐의에 대해 이미 기소가 된 상태다.따라서 김씨가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으로 판정되더라도 재판은 진행된다.그러나 심신상실이면 무죄선고를,심신미약이면 감형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신감정은 변호인단도 신청할 수 있으나 현재 한나라당변호인단은 김씨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감정을 신청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검찰도 무죄선고 또는 감형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정신감정을 먼저 신청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결국 상황에 따라 재판부가 직권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담당검사에게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검사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상행동이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 [사설]도둑 장단에 춤춰서야

    추경예산안 심의와 부정선거 의혹을 다루기 위해 19일 소집된 국회 행정자치위가 ‘고관집 전문 털이’사건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끝나고 말았다.한나라당은 이 사건의 은폐·축소 의혹과 현정부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졌고,공동여당은 한나라당이 신빙성도 없는 범인의 주장을 빌미로 정치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맞 받아쳤다.우리는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됐을 때 검찰 수사로 사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는 사건을 결코 정쟁거리로 삼지 말라고 여야에 대해 당부한 바 있다.사건이 지닌 중대성 때문이었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절도 용의자 김강룡(金江龍)씨의 주장은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김성훈(金成勳)농림장관은 도둑을 맞은 사실 자체가 아예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한나라당이 문제 삼고 있는 12만달러도 그렇다.범인 김씨가 유흥가에서 달러를 뿌리고 다닌 것은 유종근(柳鍾根)지사 사택을 털기 이전부터의 일임이 드러났다.김씨는 또 현직 장관 세사람의 집을 털어 금괴 12kg과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김씨의 동거녀는 금괴나 달러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중증(重症)의 필로폰 금단(禁斷)증상으로 알몸소동을 벌이기도 한다는 김씨가 “어떤 장관집 변기는 금테를 둘렀더라”고 주장하는 마당이고 보면 김씨의 주장은 아무래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김씨의 주장을 거르지도 않고 곧바로 언론에 ‘중계’해왔다.김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현정권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되는가.한나라당은 정부를 공격할 호재로 착각한 나머지 ‘범인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춘꼴’이 된다.그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게다가 유지사는 “12만달러를 은닉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하고,“한나라당이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정치공세의 책임을 지고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공직에서 물러날 것”을 제의하고 나왔다.국민들이 보기에 매우 합당한 제의로 생각된다.피차 공인(公人)으로서취할마땅한 도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여야가 이 사건을 둘러싼 정치공방을 즉각 중단하고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검찰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이점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 언론의 여자선수 보도태도

    ┑쾰른DPA연합특약┑여자 선수들은 경기력이 우선인가,성적 매력이 우선인가-.여자 운동선수를 취급하는 언론의 보도태도가 선수들의 업적보다 성적 매력에 좌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에 비친 여자 운동선수들’이란 주제로 최근 독일의 쾰른에서 열린한 세미나(독일스포츠과학연구소 주최)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여자선수들에 대한 기사가 남자선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경기력 보다 성적매력을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명중 9명이 남자인 체육담당 기자가 여자선수들을 볼 때 먼저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게다가 매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테니스 선수의 치마나 체조선수의 다리를 부각시키는 등 여자선수를 성적 상대로 취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자선수 자신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다.‘피겨스케이팅의 여왕’으로 많은 팬을 지녔던 카트리나 비트가 플레이보이지에 자신의 알몸사진을 게재한것이 좋은 예다.요즘같은 TV시대에는 얼굴이나 몸매가 받쳐주지 않는 선수는 기량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못하는게 현실이다.이 세미나에서 여성 참석자들은 남자들에만 초점을 맞추는 독일언론들의 보도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여자 운동선수들에 좀더 ‘공정하게’ 보도해줄 것을 촉구했다.
  • 만물상(시조시인 李根培씨 답사기:1)

    ◎병풍 같은 금강 연봉에 ‘전율’/온정리 호텔·공연장 신축공사 한창/실향민은 비경보다 고향땅에 더 설레 ●꿈같은 동해 뱃길,밤새 뜬 눈으로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내 나라의 산과 물이 두 동강으로 허리 끊긴 지 53년,5백년보다 더 멀고 아득한 저 너머의 세월,거기 통곡의 날들이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고 있는 것을. 1998년 11월18일 새벽 무슨 기적이라도 일어나듯이 하늘에서는 듣도 보도 못하던 유성우(流星雨)라는 불비가 폭죽인 듯 터지며 쏟아져 내렸고,금강산의 선경이 아니라 거기 감추고 겨레의 숨결을 보고 싶어서 첫 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아니 그보다는 북녘 땅에 고향을 두고 반세기 동안 발을 구르며 살아온 그 북녘의 산천을 밟아 보는 일이 눈감기 전에 이뤄질 날이 있을지 마음조이던 사람들이 동해항으로 몰려들고 있다. 처음이라 혼잡스러우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미 형성된 각 조의 명단에 의해 패찰용 임시여권인 ‘금강산 관광증명서’를 목에 걸고 오후 1시부터 통관 및 승선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오후 5시30분,실로 역사적인출항식을 보기위해 갑판에 나와 폭죽이 터지고 수천개의 풍선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환송에 손을 흔들었다. 멀리 강릉·속초 등 동해연안의 불빛들을 뒤로하고 파도를 가르는 뱃길에서 고향을 찾는 이들은 밤잠을 못이루었고 이문구 이문열 박범신을 비롯한 문인들과 언론인들은 감회를 삭이는 술잔에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이윽고 19일 새벽,뜬 눈으로 밤을 새운 이들은 창가에서,갑판 위에서 장전항의 불빛들에 눈을 부볐고 가까이 병풍처럼 둘러선 금강연봉을 보면서 꿈이 아닌 현실에 몸을 떨었다. ●선경(仙景)에 첫발을 내딛고 내 나라를 오가면서 밟아야 하는 입국절차를 마치고 문을 나서니 새로 단장한 관광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내가 들어 있는 ‘나’조의 첫 코스인 만물상을 향해 버스는 떠난다.온정리(溫井里)는 이름 그대로 온천이 솟아나는 곳,그러나 일제하에서도 국내외 관광객들이 붐볐다는 그 영화의 자취는 없고,현대가 벌이고 있는 호텔·공연장 등의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일행은 버스가 한하계(寒霞溪)를 끼고 오르는 동안 좌우로 펼쳐지는 관음연봉(觀音連峰)·수정봉(水晶峰)·곰바위 등 그 신의 작품들의 연출에 눈을 떼지 못하고 “저것 봐! 저것 봐!”라고 연신 탄성을 지른다. 풍악(楓岳)의 계절은 지나서 황홀의 단풍은 모두 옷을 벗고 산은 개골(皆骨)의 알몸이 되어 오히려 나무들의,돌의 한 무늬로 남아 있고 청옥의 물빛이 초겨울의 투명한 기운을 뽐내며 흐른다. 금강산 절경을 마디마디 시조로 노래한 이은상 선생이 ‘금강이 무엇이뇨. 돌이요 물이로다’라고 읊었는데 그 돌이요,물인 까닭을 만나보니 알 것 같다. 바로 장전이 고향인,1·4후퇴 때 옷이 없어 어머니의 저고리를 입고 맨발로 남녘 땅에 왔다는 한일환씨(63세)는 어려서 본 산세며 계곡의 모습을 더듬으며 비경의 아름다움보다는 고향땅을 밟는 감회에 창 밖을 향해 눈을 적신다. 100구비가 넘는 가파른 갈지(之)자 길을 버스로 40여분 오른 다음에야 삼선암·귀면암에 오르는 비탈길을 등반한다.제법 차가운 바람에 볼이 시렸지만 일행은 산을 오른다기보다는 언제 또 볼까 싶은 비경들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면서 한편으로 그림으로,사진으로 보던 명소들을 가슴에 새기느라 서로 말을 잊는다. 바위마다 갖가지 동물들의 이름이 붙어 있고,이름에 담겨 있는 전설들은 만물상(萬物相)이 곧 삼라만상의 축소판임을 실감케 했다.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여기가 어딘가 싶게 금강산은 숨겼던 얼굴을 내밀고 돌 넘어서 돌,골짜기 넘어서 골짜기,봉우리 넘어서 봉우리….나는 신선이 된 듯 둥실 떠오른다.
  • 은반 요정 獨 비트 누드잡지 ‘불티’(뉴스 인사이드)

    ◎‘플레이보이’ 10장 게재/美 전역 순식간에 매진 【로스앤젤레스 DPA 연합】 동독이 배출한 가장 에로틱한 여인,스케이트계의 가장 섹시한 여자로 불렸던 전 동독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카타리나 비트(33)의 알몸 사진이 실린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12월호가 불티나게 팔려 화제. 6차례 유럽챔피언과 4차례의 세계챔피언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2차례나 금메달을 딴 비트의 누드사진은 ‘불과 얼음’이란 제목하에 모두 10장이 실렸다.이 잡지는 미국 전역의 신문 가판대에 등장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다. 또 수백통의 E메일과 팩스가 잡지 발행인 앞으로 쇄도했는데 이들중 대다수는 비트의 누드사진을 사용할 권리를 사려는 세계 각국의 출판업자들이라고. 베를린 태생의 비트는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에서 “전세계에 걸쳐 큰 반응을 얻게 되리라 생각해요.멋진 일이죠.난 이 사진들이 자랑스러워요.물론 나의 경기 모습을 본 팬들중 일부는 충격을 받을 것으로 확신해요”라고 밝히고 있다. 비트는 과거에도 누드사진을 찍으면 엄청난 액수의 대가를지불하겠다는 제의들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해왔다.그러나 이번에는 그녀가 직접 나섰다.“10년 전이라면,이렇게 하지 않았겠죠.그때만해도 누드사진들에 대해 달리 생각하고 있었거든요.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도 달라졌죠” 한편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한 신문가판상인은 “지난 2년 동안 이처럼 불티나게 팔리는 잡지를 기억해낼 수 없다”며 잡지의 인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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