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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평창 하늘 지킨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평창 하늘 지킨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강원도 평창에서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인 만큼, 세심한 행사준비와 함께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불상사에 대비해 우리 군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계 작전을 실시했다. 특히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항공기 납치에 의한 동시 다발적인 자살테러가 발생한 이후,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공중으로 침입을 기도하거나 침투한 공중 세력을 탐지 및 식별 그리고 요격하는 방공작전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극한의 환경에서 평창의 하늘을 지키다 평창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천궁 포대는 작년 9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지원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 천궁은 우리 손으로 만든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2000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2016년부터 실전 배치되었다. 7개월간 실시된 방공작전에서 천궁은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지대에 배치되는 지대공 미사일의 특성으로 인해, 천궁이 전개한 지역은 영하 20도의 기온은 다반사이고 거기에 초속 25m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체감온도가 영하 40도 혹은 50도에 달했다고 한다. 여기에 폭설까지 더해져 하루 평균 적설량이 50cm를 기록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천궁을 완벽하게 유지 관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가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대부터 국산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에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천마를 시작으로 1990년대에는 한국형 휴대용 대공 미사일인 신궁을 개발했다. 그러나 공군 방공 무기의 정점에 서있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미국의 호크(HAWK: Homing All the Way Killer)를 사용했다. 호크는 1960년대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오랜 기간 서방세계를 대표하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국인 미국은 2002년 미 해병대를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호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퇴역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두 차례 성능개량을 실시해 사용했지만, 고도화되는 미래의 방공위협에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2000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호크를 대체할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하게 된다.  러시아 기술이 들어가다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지만 기술의 장벽은 높았다. 결국 러시아 기술이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에 녹아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1년 당시 소련에 경협차관 3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총 14억 7000만 달러를 제공하였으나, 당시 러시아의 사정으로 상환을 미루는 바람에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협상을 벌여 1993년까지 만기가 도래한 4억 5000만 달러를 1998년까지 돌려받기 위하여 현물상환에 합의하였고 러시아 무기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일명 불곰사업이다. 불곰사업으로 우리 군에 T-80U 전차와 BMP-3 장갑차도 들어왔지만 러시아의 무기 기술도 상당부분 들어왔다. 특히 러시아는 지대공 미사일 기술에 있어서 미국과 1, 2위를 다투는 국가였다. 러시아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판 사드로 알려지고 있는 S-400을 개발한 알마즈-안테이(Almaz-Antey)사는, 당시 한국으로의 기술 수출 덕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다기능레이더와 콜드런치 천궁은 10년 간의 탐색개발과 체계 개발을 통해 완성되었다. 탐색개발단계에서는 M-SAM으로 불렸고 체계개발 당시에는 철매-Ⅱ로 알려졌다. 천궁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다기능레이더와 콜드런치가 손꼽힌다. 다기능레이더는 한 개의 레이더로 표적탐지와 추적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적군과 아군을 식별한다. 천궁은 호크와 달리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을 사용한다. 즉 미사일 자체에 소형 추적 레이더를 갖춰 목표물의 예상 비행경로를 알려주면 스스로 날아가 격추시키는 것이다. 다기능 레이더는 미사일에 목표물의 예상 비행경로를 알려주는 유도 기능도 수행한다. 이밖에 미사일은 콜드런치로 발사된다. 콜드런치란 발사관에 내장된 가스 발생기를 사용하여 미사일을 일정 높이 이상으로 쏘아올린 후 공중에서 미사일의 추진기관을 점화하여 비행시키는 방식이다. 다기능레이더와 콜드런치의 핵심기술은 비록 러시아에서 들여왔지만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더해져 정밀성과 안전성이 대폭 증대되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IG 넥스원 포함 협력업체 수백 개 종사자는 수천 명 천궁은 다기능레이더, 교전통제소, 발전장비, 미사일 적재기, 발사대 수대가 한 개 포대를 구성한다.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 기술이 적용된 다기능레이더는 360도로 회전하며 최대 80여km 고도 10여km 떨어진 공중 목표를 탐지할 수 있으며, 40여개의 목표물을 추적하고 이 가운데 수개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다. 발사대에는 8발의 미사일이 탑재되며 미사일은 마하 5의 속도로 비행한다. 미사일 한 발당 가격은 15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천궁의 체계종합을 맡고 있는 LIG 넥스원은 교전통제소 및 미사일의 탐색기, 유도조종장치등을 포함한 미사일의 생산을 맡고 있으며, 이밖에 다기능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그리고 차량은 기아자동차가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협력업체는 수백 개가 연관되어 있고 이와 관련된 종사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국산무기 지난 2012년부터는 천궁 성능개량 사업인 철매-Ⅱ 개량형(PIP) 진행되고 있다. 철매-Ⅱ 개량형은 천궁과 함께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무기체계이다. 천궁과 달리 적의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되었다는 점이 큰 특징이며, 미국의 PAC-3 미사일과 같이 탄도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한다. 지난 2016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유사 무기체계 가운데 가장 최근 개발된 천궁은 최신기술과 소재 등이 적용되었고, 높은 명중률과 운용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호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운용중인 해외 국가들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과 문의를 받고 있다. LIG 넥스원은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 수출확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호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운용중인 해외국가는 10여 개국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별별 이야기] 알마 망원경에서 배워야 할 점들/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알마 망원경에서 배워야 할 점들/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달 말 이틀 일정의 알마(ALMA) 망원경 과학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러 칠레 산티아고를 다녀왔다. 한국과 정반대편에 위치한 칠레는 비행기만 24시간 이상 타야 도착할 수 있다. 과학자문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알마 망원경의 과학적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 제시다. 위원으로서 필자가 제시한 의견이 알마 망원경의 과학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긴 여정의 유일한 위안이다. 알마 전파 망원경은 직경 12m 안테나 54개, 7m 안테나 12개로 구성돼 있다. 알마 망원경은 우주 공간에 있는 분자나 먼지가 방출하는 밀리미터(㎜)나 그보다 짧은 서브밀리미터파(波)를 관측한다. 지구 대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 5000m 고지에 만들어졌다. 알마 망원경은 지금까지 건설된 다른 전파 망원경과 비교해 뛰어난 분해능과 감도를 갖고 있다. 부산에 있는 사람이 서울에 있는 동전 종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알마 망원경은 유럽, 북미, 동아시아, 칠레가 공동으로 건설했다. 한국 역시 건설에 참여한 덕분에 한국 천문학자들도 알마를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알마 망원경을 활용한 가장 유명한 연구 성과는 행성이 생성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지구로부터 약 450광년 떨어져 있는 황소 자리에 있는 ‘HL 타우’라고 명명된 10만년 된 어린 별이 있다. 그 별 주위에는 기체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반이 있는데 그 원반의 여러 틈이 알마 망원경으로 처음 관측됐다. 이 틈은 어린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천문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 발견 뒤 알마 망원경으로 행성이 생성되고 있는 어린 별 주위 원반을 추가로 여러 개 발견했다. 알마 과학자문위원회는 회의 두 달 전 의제가 확정되고 필요한 문서가 회의 전에 미리 배포된다. 알마 프로젝트 과학자나 관련자들이 의제와 관련된 발표를 하고 자문위원들은 심도 깊은 질문을 한다. 둘째 날 오후 자문위원회는 전날 회의 결과에서 도출된 중요한 요청이나 결정 사항을 정리한다. 알마 망원경 대장을 비롯해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리한 내용을 발표함으로써 알마 망원경 운영자들이 위원회 요청이나 결정 사항을 숙지하게 만든다. 회의가 끝나고 2주 내에 위원들은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위원회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다음 회의 때 알마 프로젝트 과학자는 이 보고서 내용의 실행 결과를 자문위원들에게 알려 준다. 알마 망원경 모든 운영자들이 과학자문위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다. 이러한 자문회의 운영은 우리의 과학계가 본받아야 할 자세다.
  •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생명체의 징후 찾아냈다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생명체의 징후 찾아냈다

    지구를 품고 있는 우리은하 바깥쪽에서 처음으로 생명탄생의 필수요소인 유기분자가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버지니아대, 국립전파천문관측소, 일본 오사카부립대, 일본 국립천문대, 영국 킬대, 독일 하이델베르그대, 막스플랑크 전파천문연구소, 쾰른대 공동연구팀은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 바깥쪽에 있는 왜소 은하(dwarf galaxy)에서 거대 유기분자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1월 30일자에 실렸다. 왜소 은하는 수십억 개의 별로 구성된 작은 은하로 2000억~4000억개의 별로 이뤄진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 같은 거대은하보다 질량과 크기가 훨씬 작은 은하를 말한다. 이들 왜소은하에서는 별들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화학적 구성이 원시적일 뿐만 아니라 유기물질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탄소나 산소 분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우리은하 바깥에서 생명 탄생의 기본 요소인 유기분자는 발견된 적이 없다. 연구팀은 칠레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 ‘알마’(ALMA)를 이용해 지구에서 16만 광년 떨어져 있는 거대 마젤란 성운에서 유기분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던 중 성운 내 왜소 은하에서 다이메틸 에테르(CH3OCH3)과 포름산 메틸(CH3OCHO)라는 유기물질의 흔적을 발견했다. 마르타 세위로 NASA 박사는 “이번 발견의 의미는 생명의 기본적인 화학 구성요소인 유기물질이 지구가 있는 우리은하가 생성되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우주에서 이미 먼저 형성됐다는 것”이라며 “우주의 탄생과 성장을 화학적 차원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사드 반대’ 중국의 ‘내로남불’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사드 반대’ 중국의 ‘내로남불’

    지난해 12월 초 북해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우스트루가(Ust-Luga) 항구에 정박한 한 화물선에 ‘특별한 물건’이 선적됐다. 이 ‘특별한 물건’은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 위치한 알마즈 안테이(Almaz Antey) 공장에서 갓 출고된 제품이었고, 무려 10억 달러에 달하는 고가품이었다. ‘특별한 물건’을 실은 화물선은 약 한달 반에 걸친 항해를 통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지난 주 중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는 길에 폭풍우를 만났고 배가 심하게 요동치면서 배에 실은 ‘특별한 물건’이 크게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화물선은 뱃머리를 돌려 다시 우스트루가 항구로 돌아갔고, 선적된 물건은 다시 하역되어 수리를 위해 다시 공장으로 향했다. 이 배에 실린 ‘특별한 물건’은 중국이 지난 2014년에 러시아에 주문해 4년 넘게 학수고대하며 기다린 물건이었다. 바로 ‘러시아판 사드(THAAD)’라 불리는 지대공 미사일 S-400 트라이엄프(Triumf)였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는 SA-21 그라울러(Growler)로 부르는 S-400은 지난 2007년부터 배치된 러시아의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다. 전작인 S-300 시리즈가 ‘러시아판 패트리어트’로 불렸던 것과 달리 탐지거리와 사정거리, 요격고도 등 전반적인 성능이 크게 향상된 S-400은 ‘러시아판 사드’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천궁과도 사촌뻘 되는 이 방공 시스템은 적의 항공기는 물론 토마호크와 같은 순항 미사일, 무인 정찰기, 심지어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표적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요격 능력을 가지고 있는 현존 최강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다. 약 10억 달러 수준에 판매되는 S-400 1개 포대는 교전통제차량 1대, 기능별 레이더 차량 4대를 비롯해 발사차량 4~6대 등 10여 대의 차량으로 구성된다. 레이더의 탐지거리와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워낙 길기 때문에 2~3개 포대만 있으면 한반도 전역에 중첩 방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S-400 포대는 최대 700km에 범위 내에서 300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으며, 400km 거리에서부터 단계적으로 교전을 시작한다. 우선 위협도가 높은 70개 표적을 선별해 동시 추적하며, 이 가운데 36개 표적에 대해 각각 2발씩, 최대 72발의 요격 미사일을 유도할 수 있다. 즉, 1개 포대만 있어도 적 2개 전투기 대대를 상대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방공 시스템의 특징은 표적 성질과 임무에 따라 각기 다른 6종의 미사일을 유연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사정거리가 400km에 달하는 대형 미사일인 40N6의 경우 먼 거리에서 접근하는 적의 조기경보기나 폭격기, 수송기 등을 요격할 때 사용한다. 사거리 40~120km인 9M96 계열의 요격 미사일들은 적의 전투기와 순항 미사일, 무인기는 물론 스텔스 전투기와 탄도 미사일 요격까지 가능하다. 중국은 러시아의 S-300 시리즈를 카피한 HQ-9을 생산해 대량으로 배치하고 있지만, 이들 전력만으로는 미국의 신형 전자전기나 스텔스 전투기, 순항 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오래 전부터 러시아에 S-400 판매를 요청해왔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2014년 판매승인이 떨어지자 3개 포대를 주문했고, 내년까지 모든 물량을 인수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중국에 인도되는 3개 포대의 S-400 가운데 1차분은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 연안 지역에, 나머지 2·3차분은 산둥반도와 랴오둥반도 일대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대한해협과 서해 하늘은 사실상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며, 이 일대에서의 타국 군용기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사드 배치 논의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사드를 능가하는 수준의 고성능 장거리 방공 시스템의 한반도 주변 배치를 추진해왔고, 그 이전부터 JY-26 등 고성능 레이더를 산둥반도에 배치해 한반도 상공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던 나라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냉전 시기부터 지금까지 로켓군(舊 제2포병부대) 소속의 3개 미사일 여단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해 놓고 대한민국을 향해 600기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겨냥하고 있는 나라다. 이런 나라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방어용 미사일인 사드를 배치하는 우리나라에게 “사드용 레이더가 중국 북부 지역 일부 상공까지 들여다 볼 수 있으니 이것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는 내로남불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의 이 같은 행태는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그들의 인식이 아직도 화이사상(華夷思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이사상이란 중화(中華) 민족만이 세상의 중심인 천자국(天子國)이고 나머지는 모두 오랑캐(夷)이기 때문에 오랑캐의 소국(小國)들은 대국(大國)인 중국을 받들어야 한다는 극단적 국수주의(Ultranationalism) 사상이다. 지난 수천 년간 동아시아를 지배했던 이 사상에 따라 역대 중국 왕조들은 주변국들이 군사 하나 늘리고 성벽 벽돌 한 장 쌓는 것까지 자신들의 승인을 받으라고 강요해 왔었다.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은 바로 중국의 이러한 구태(舊態)에서 출발한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중국은 자국에게 저자세인 주변국에게는 고압적인 정책을 펴면서도,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전쟁을 불사하고 맞서는 나라에게는 꼬리를 내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사드 보복 경고 한마디에 전전긍긍했던 한국에게는 온갖 무역 보복을 펴며 내정간섭에 가까운 오만함을 보였지만,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베트남이 동원령 선포 검토를 운운하며 중국에 맞서려 하자 압박을 풀고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베트남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체 경제에서 중국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나라였지만 경제적 손실을 일부 감내하고서라도 주권을 지키고자 했던 의지가 중국의 오만함을 꺾고 국익을 지켜냈던 것이다. 사드로 촉발된 한·중 갈등을 해결하려면 중국의 보복 조치 경고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들의 비위를 맞춰줄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당한 요구에 강경책으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 그들이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를 문제 삼는다면 우리 역시 중국의 한반도 미사일 겨냥 실태와 S-400 배치 등을 문제 삼아 강력한 외교적 공세를 취하고,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외교 상식에 따라 한미동맹을 지렛대 삼아 중국을 압박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중국의 이번 S-400 미사일 도입은 한국에게 위협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를 외교적 반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우리 정부당국에 필요할 때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국산 불신vs합리적 재고, ‘천궁’의 운명은?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국산 불신vs합리적 재고, ‘천궁’의 운명은?

    국방부가 한국형 요격 미사일 철매-II 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 일명 ‘천궁 블록2’의 양산을 소요 재검토 후 다시 결정하겠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초 군 당국은 지난 6월 철매-II PIP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내린 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7개 포대를 전력화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지난 26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소요를 재검토한 뒤 양산 계획을 결정짓겠다고 계획을 수정함으로써 양산 수량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송 장관이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개발된 국산 무기를 명확한 설명도 없이 사장(死藏)시키려 한다”거나 “해군 출신인 송 장관이 해군에 SM-3 요격 미사일을 사주기 위해 국산 요격 미사일을 의도적으로 외면한다”는 추측성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적지 않은 수의 네티즌들 역시 송 장관에 대한 비판적 댓글로 언론 보도에 힘을 실었다. 이와 같은 여론 속에 천궁 블록2를 띄워주는 기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보다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거나,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이러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송 장관과 국방부는 졸지에 우수한 국산무기는 외면하고 미국산 무기만 추종하는 ‘악역’이 되어버렸다. 과연 천궁 블록2는 소요 재검토 결정을 내린 국방장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을 ‘악역’으로 만들만큼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뛰어난 구국의 국산 명품무기일까? 천궁, 즉 M-SAM은 세계 정상급 지대공 미사일로 유명한 S-300 시리즈로 유명한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알마즈-안테이(Almaz-Antey)의 기술협력을 받아 국내 개발된 물건이다. 기반이 된 기술이 ‘명품’ S-300 시리즈에 있기 때문에 미사일 자체의 성능은 국내 업계에서 주장하는 대로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부 보도처럼 이 요격체계가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나 러시아의 S-400, 이스라엘의 애로우-2 등 외국의 동급 미사일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PAC-3는 최근 미사일과 레이더가 크게 개량되어 천궁 블록2 대비 2배 가까운 사거리와 더 우수한 명중률을 확보했고, 탄도탄 요격 능력에서 가장 비슷한 수준인 S-400 시스템은 천궁 블록2보다 크게 저렴한 가격으로 중동과 아시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천궁 블록2가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관심을 받는 무기체계이냐가 아니라 천궁 블록2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냐 하는 것이다. 천궁 블록2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함에 있어 분명 필요한 무기체계인 것은 맞다. 당초 계획대로 이 미사일 7개 포대가 전국 각지에 배치되면 기존의 패트리어트 PAC-2/3 미사일과 더불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이 이전보다 향상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천궁 블록2의 소요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봤을 때 재고(再考)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는 크게 상승단계(Boost phase) 요격, 중간단계(Midcourse) 요격, 종말단계(Terminal) 요격으로 구분된다. 미사일이 발사되어 최고 정점고도에 도달하기까지가 상승단계이고, 정점고도에 다다른 미사일이 관성으로 표적 인근 상공까지 날아가는 것이 중간단계, 표적 상공에 접근한 미사일이 지상으로 하강하는 것이 종말단계이다. 이 3단계 가운데 종말단계는 탄도미사일의 속도가 가장 빠르고, 변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요격이 가장 어려운 단계다. 음속의 몇 배에서 수십 배의 작은 표적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가장 정교한 무기체계가 필요하고, 그만큼 요격무기의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가장 성공확률이 낮고 가용 교전 기회 횟수가 적으며 요격자산의 가격이 가장 비싼 종말단계 요격자산으로만 이루어진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성격으로 기획되고 구축되어 왔다. L-SAM(사거리 160km, 요격고도 100km), 천궁 블록2(사거리 40km, 요격고도 20km), 패트리어트 PAC-3 ERINT(사거리 및 요격고도 15km)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완성되더라도 이들은 요격고도가 낮기 때문에 북한의 고고도 핵 EMP 공격에는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며, 1개 포대에 수천억 원을 들여 배치하더라도 배치 지역 반경 수십km 정도의 범위로 떨어지는 1~2발의 탄도미사일만 겨우 막아낼 수 있는 정도이다. 대부분의 요격 미사일은 공군기지에 우선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KAMD(Korea Air Missile Defense)가 아니라 KAMD(Korea Airfield Missile Defense), 즉 한국형 공군기지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사일 양산 비용만 1조 원, 전체 사업비 수 조원을 들여 7개 포대의 천궁 블록2 전력화를 예정대로 추진해 전력화를 완료한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까? 7개 포대의 천궁 블록2가 제공하는 방어면적은 남한 전체 면적의 약 8% 정도에 불과하다. 수 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도 절대 다수의 국민은 이 미사일의 방어구역 내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국방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 대 효과가 낮은 대안은 재고(再考)할 수밖에 없다. 즉, 국방부의 정책 수정은 국산무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급박한 안보 위협에 대응해 비용 대 효과가 가장 우수한 다른 대안을 모색한 결과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천궁 블록2를 양산할 돈으로 해군 이지스함에 BMD(Ballistic Missile Defense) 개량을 실시하고 SM-3 요격 미사일을 구입하면 당장 내후년에라도 사거리 700km, 요격고도 500km 수준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국내 방산업체의 이익과 장래를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천궁 블록2의 개별 무기체계로서의 성능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그것이 당면한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과감히 포기하고 당장 필요한 다른 무기를 구입하는 것이 국민 혈세의 낭비를 막고 직면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2017 결산] 게성운부터 목성의 민낯까지…올해의 우주사진 톱10

    [2017 결산] 게성운부터 목성의 민낯까지…올해의 우주사진 톱10

    올 한해에도 미지의 영역인 우주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계속됐다. 지상에서는 ‘역대 최고의 우주쇼‘로 불렸던 개기일식이 북미 대륙을 중심으로 펼쳐졌고 장기간 임무를 펼쳤던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는 '유작'을 남기고 장렬히 산화했다. 또 '태양계 큰형님' 목성은 탐사선 주노에 의해 그 속살을 일부 드러냈다. 최근 해외언론들은 2017년을 결산하는 ‘올해의 우주사진’(The Best Space Photos of 2017)을 선정해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 천체 사진작가들이 촬영해 공개한 사진들에는 우주에 대한 인류의 경외감이 오롯이 담겨있다. 올해 촬영된 우주 사진과 국내에서 인기를 모았던 사진을 일부 가감해 소개한다.   -우주에 뜬 '비행접시' 지난 4월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지구로 보내 온 ‘UFO’ 사진이다. 진짜 UFO처럼 생긴 이 천체는 토성의 위성인 아틀라스(Atlas)로 생긴 모습이 둥글납작해서 비행접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60개가 넘는 토성의 위성들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모습을 한 아틀라스는 가운데가 혹처럼 솟아올랐고, 가장자리가 펑퍼짐하다. 사실 우리 눈에는 만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서구에서는 이탈리아 만두인 '라비올리'(ravioli) 위성이라고도 부른다. 촬영당시 카시니호와 아틀라스와의 거리는 불과 1만 1,000km로, 이는 역대 최단거리다. - 초신성 폭발 후 남은 게성운 NASA와 ESA가 공동운영하는 허블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레이 망원경, 스피처우주망원경 등 총 5개의 천체망원경이 합작해 만든 게성운 사진으로 지난 5월 공개됐다. 게성운(Crab Nebula)은 지구로부터 6500광년 거리에 있으며 지름은 약 5광년이다. 게의 등딱지처럼 생겨 게성운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었으며 사실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이 폭발해 만들어진 초신성 잔해다. 성운 중심에는 지름 30km에 달하는 중성자별인 펄서가 존재하며 1초에 30.2회 자전하면서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세계적인 통신사인 로이터가 선정한 올해의 우주사진이기도 하다.  - '우주의 불꽃' 베텔게우스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천문대 등의 국제 천문학자들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알마’(ALMA)로 포착한 역대 촬영된 것 중 가장 선명한 베텔게우스의 모습이다. 적색 초거성인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좌상 꼭짓점에 있으며 지구와의 거리는 약 650광년으로 별 중에서는 그나마 가깝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베텔게우스의 ‘신상’ 이미지가 볼품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와의 거리 때문에 사실 점 수준으로도 촬영하기는 쉽지 않다. 베텔게우스는 여러 모로 흥미로운 별이다. 먼저 베텔게우스의 크기는 태양의 1400배로 50만배나 밝게 빛난다. 만약 베텔게우스를 우리의 태양 자리에 끌어다 놓는다면 목성의 궤도까지 잡아먹을 정도다. 또한 나이가 ‘불과’ 850만 년으로 젊디젊지만, 조만간 임종을 앞둔 별이기도 하다. 곧 수명을 다해 초신성으로 폭발할 운명으로 어쩌면 현장에서는 이미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오늘 초신성으로 폭발했다면 우리는 650년 후에나 ‘우주의 불꽃놀이’를 지켜볼 수 있다. - 역대 최고 우주쇼 개기일식 미국 현지시간으로 8월 21일 오전 10시 15분(한국시간 22일 새벽 2시 15분)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달이 태양을 완전히 덮는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이날 미국인들은 모두 ‘해를 품는 달’의 진기한 모습을 지켜보며 ‘역대 최고의 우주쇼’를 지켜봤다. 이처럼 미국 대륙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99년 만의 개기일식은 땅 위에서만 주목한 이벤트는 아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최신형 기상위성 GOES16이 촬영해 공개한 사진에는 북미 대륙 위에 덮여 있는 검은 구름 같은 존재가 보인다. 바로 우주에서 본 달 그림자다. 또한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우주비행사 파올로 네스폴리가 촬영한 사진에도 개기일식이 잡혔다. 사진 속 지구 아래편으로 보이는 검은 형체가 달 그림자다. 한때는 저주와 재앙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천체 현상이다. 이는 궤도 선상에 태양-달-지구 순으로 늘어서면서 발생하는데,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와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의 각도가 어긋나 있어 부분일식은 자주 일어나지만 개기일식은 통상 2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 한반도에서의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 예정돼 있으나 그나마 평양에서나 온전히 볼 수 있으며 남한에서는 부분일식으로만 관측된다.   - 목성탐사선 주노가 촬영한 목성의 '민낯' 지난 9월 1일 탐사선 주노가 목성 옆을 통과하는 플라이바이를 실시하면서 8분 간격으로 가스 행성의 민낯을 잡아냈다. 사진에는 목성 표면의 수많은 구름띠와 폭풍 소용돌이가 연출하는 놀라운 형상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 사진은 주노 탐사선과 시민 과학자 제럴드 아히슈테트 션 도런의 합작품이다. 도런은 주노가 보내온 1차 데이터를 색보정해 이같은 목성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진을 만들었다. - 토성탐사선 카시니호의 유작 토성탐사선 카시니호는 지난 9월 15일 오전 7시 55분(한국시각 15일 저녁 8시55분)께 토성 대기권으로 뛰어들어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지난 1997년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지 20년 만에 임무를 모두 마친 것으로 카시니호는 결국 토성의 일부가 됐다. 이렇게 카시니호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산화했지만 최후까지도 주어진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토성 대기와의 마찰로 불타기 전 2분 동안 토성 대기성분 데이터와 사진들을 지구로 전송했기 때문이다. 카시니호가 마지막으로 보낸 데이터는 토성의 대기 속을 찍은 사진으로, 이 사진을 전송한 후 45초 만에 전소됐다. 또 토성을 배경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위성 엔셀라두스의 모습은 마치 고된 임무를 마친 카시니호와 작별인사를 하는 듯 하다. 카니시호와 마지막 작별이 있던 이날 NASA의 전현직 연구원들은 마지막 신호를 뒤로하고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아쉬움을 함께 했다.   - 거대 목성의 달 그림자 적색의 행성 표면에 작은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이 행성은 목성, 작은 그림자는 위성인 아말테아(Amalthea)다. 목성에서 18만㎞ 떨어진 곳에서 공전 중인 아말테아는 지름이 약 240㎞ 정도로 못생긴 감자처럼 제멋대로 생겼다. 이 사진은 지난 10월 NASA가 공개했으며 '촬영자'는 물론 목성탐사선 주노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하! 우주]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고리가 있다?

    [아하! 우주]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고리가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작은 적색왜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다. 물론 4.25광년이라는 거리가 아주 가까운 것은 아니지만, 천문학자가 관측할 수 있는 별 가운데는 가장 가깝기 때문에 집중적인 관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 별 주변에 지구와 비슷한 암석형 행성인 프록시마 b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안달루시아 천체 물리학 연구소(Instituto de Astrofísica de Andalucía)의 귈렘 안글라다(Guillem Anglada)와 유럽 남방 천문대(ESO)의 천문학자들은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알마(ALMA)를 이용해서 프록시마에 먼지 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록시마 b가 별에 매우 가까운 위치에서 공전하는 것과 달리 이 먼지 고리는 지구–태양 거리의 1~4배 정도 거리에 있으며 밀리미터에서 킬로미터 크기 먼지와 소행성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테면 태양계의 소행성대와 비슷한 천체들의 모임인데, 그 질량은 모두 합쳐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얼마 되지 않지만 너비는 수백만㎞에 달한다. 물론 고리가 있다고 해서 토성의 고리처럼 선명하게 눈으로 볼 수 있는 고리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록시마 b 자체가 작고 어두운 별로 지구에서 가까워도 눈으로는 볼 수 없으며 고리 역시 매우 희미해서 현재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으로 간신히 그 정체가 확인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온도도 매우 낮아 영하 230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고리의 발견에 천문학자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소행성대와 카이퍼 벨트 등 고리 모양으로 분포한 작은 천체의 모임을 지닌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프록시마 센타우리 역시 복잡한 행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프록시마 행성계에 대해서 추가 관측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태양계에 행성이 여러 개 있듯이 프록시마 행성계 역시 여러 행성을 거느릴 가능성이 크며 어쩌면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이 하나 이상 존재할 수 있다. 생명체가 사는 외계 행성이 존재하는지, 혹은 먼 미래 인류가 정착할 수 있는 외계 행성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우리의 가까운 이웃 별이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우리 은하 중심부서 태양 10만배 ‘미들급’ 블랙홀 발견

    우리 은하 중심부서 태양 10만배 ‘미들급’ 블랙홀 발견

    우리 은하 안에서 처음으로 중간급 규모의 블랙홀이 발견됐다. 최근 일본 게이오 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태양 질량의 약 10만 배에 달하는 블랙홀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에서 약 2만 50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블랙홀은 지금까지 분자가스로 이루어진 구름에 가리워져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발견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블랙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은하들은 그 중심부에 우리 태양 질량의 수백 만 배 심지어 수십 억 배가 넘는 거대한 블랙홀을 품고 있다. 우리 은하 역시 예외가 아닌데 실제 중심에는 태양의 400만 배가 넘는 초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가 얌전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칠레에 위치한 전파망원경 알마(ALMA)로 감지한 새 블랙홀은 궁수자리 A*에 이은 두번째 크기로 아직까지는 학계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연구팀의 주장처럼 중간급 규모 블랙홀이라면 연구 가치가 높다. 블랙홀은 태양 질량과 비교해 '체급'을 나누는데 태양보다 수십 만 배 이상 큰 초질량 블랙홀과 태양보다 3배 이상 큰 항성질량 블랙홀로 구분한다.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미들급'이 바로 중간질량 블랙홀로 블랙홀의 생성과 진화의 비밀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토모하루 오카 교수는 "중간질량 블랙홀의 기원은 여전히 불분명하며 여러 이론이 존재한다"면서 "한 가지 가설은 젊은 성단(星團)의 융합과정에서 '가출'해 형성됐다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질량 블랙홀은 천체 진화의 미싱링크(missing link·진화계열의 중간에 해당되는 존재)이자 초질량 블랙홀 형성의 비밀을 푸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발표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별별 이야기] 나는 별을 만드는 사람이다/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나는 별을 만드는 사람이다/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천문학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뭘 연구하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나는 “별을 만든다”고 답한다. 엄밀히 따지면 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히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우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내는 일은 천문학에서 중요한 연구과제다. 천문학의 연구 대상은 크기와 시간 면에서 실험실의 짧은 시간 동안 어찌해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관측된 현상을 실험이 아닌 컴퓨터로 구현해 낸다. 나 역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태양과 같은 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별은 기체와 먼지로 이루어진 성간운의 중력 수축에 의하여 형성된다. 별과 별 사이란 뜻을 갖는 ‘성간’은 인터스텔라(interstellar)를 번역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별 사이의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진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공간에는 기체와 먼지로 이루어진 성간물질이 있다. 우리 은하 내 성간물질은 별들의 전체 질량의 수 퍼센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 존재한다.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을 통해 성간물질의 분포를 파악하고 있다. 기체와 먼지가 주변보다 많이 분포하는 곳이 존재하는데 그 모습이 구름과 비슷해 성간구름(성간운)이라 부른다. 이런 성간운에서 별이 만들어진다. 성간운 안에 작용하는 강한 자기장과 기체의 난류 운동 때문에 성간운 전체가 중력 수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간운 내의 밀도는 제각각이기 때문에 밀도가 높은 곳은 자기장과 난류의 저항을 극복하고 중력 수축을 하기도 한다. 이때 자전하면서 중력 수축하기 때문에 호떡 모양의 원반이 형성되고 원반의 중심에는 별이, 중심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는 행성들이 만들어진다. 이 시나리오는 현재 태양계의 모습, 즉 ‘태양은 여러 행성들의 궤도 중심에 위치하고 여러 행성들의 궤도면들은 거의 한 평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설명해준다. 칠레에 있는 알마(ALMA) 전파망원경은 태양에서 가까운 ‘바다뱀자리 어린별 TW’와 ‘황소자리 어린별 HL’에서 원반과 행성 형성의 증거를 보여 주었다. 필자는 별 생성 시나리오를 검증하기 위해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계산 연구를 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태양계보다 약 1000배 큰 공간에서 자기장과 자체 중력을 받고 있는 성간 기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풀어 어린 별이 생성되는 장면을 추적한다. 넓은 성간 공간에서 어린 별은 분해할 수 있어야 하며 천만년 정도의 진화를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다. 컴퓨터 계산 결과와 관측 사실을 비교해 별 만드는 시나리오를 좀 더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천문학자의 일이다.
  • [우주를 보다] 포착! 650년 전 베텔게우스 ‘불꽃같은 순간’

    [우주를 보다] 포착! 650년 전 베텔게우스 ‘불꽃같은 순간’

    지구촌 천문학자들이 즐겨 찾는 별 베텔게우스가 최근 가장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 화제다.최근 프랑스 파리천문대 등의 국제 천문학자들은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알마’(ALMA)로 포착한 베텔게우스의 모습을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적색 초거성인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좌상 꼭짓점에 있으며 지구와의 거리는 약 650광년으로 별 중에서는 그나마 가깝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베텔게우스의 ‘신상’ 이미지가 볼품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와의 거리 때문에 사실 점 수준으로도 촬영하기는 쉽지 않다. 베텔게우스는 여러 모로 흥미로운 별이다. 먼저 베텔게우스의 크기는 태양의 1400배로 50만배나 밝게 빛난다. 만약 베텔게우스를 우리의 태양 자리에 끌어다 놓는다면 목성의 궤도까지 잡아먹을 정도다. 또한 나이가 ‘불과’ 850만년으로 젊디젊지만, 조만간 임종을 앞둔 별이기도 하다. 곧 수명을 다해 초신성으로 폭발할 운명으로 어쩌면 현장에서는 이미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오늘 초신성으로 폭발했다면 우리는 650년 후에나 ‘우주의 불꽃놀이’를 지켜볼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이몬 오고르만 박사는 “수십 년간 베텔게우스를 관측해 왔는데 표면뿐 아니라 내부 온도까지 일정치 않다”면서 “자기장에 의해 온도 변동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우리 태양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텔게우스는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별은 아니지만 엄청난 크기 덕분에 알마로 관측하는 데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우주를 보다] 역대 가장 선명한 오리온의 별 ‘베텔게우스’ 포착

    [우주를 보다] 역대 가장 선명한 오리온의 별 ‘베텔게우스’ 포착

    지구촌 천문학자들이 즐겨찾는 별 베텔게우스(Betelgeuse)의 역대 가장 디테일한 이미지가 포착됐다. 최근 프랑스 파리천문대 등 국제 천문학자들은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알마(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로 포착한 베텔게우스의 모습을 공개했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베텔게우스의 '신상' 이미지가 볼품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와의 거리 때문에 사실 점 수준으로도 촬영하기는 쉽지 않다. 적색 초거성인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좌상 꼭짓점에 위치해 있으며 지구와의 거리는 약 650광년으로 별 중에서는 그나마 가깝다. 베텔게우스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별이다. 먼저 베텔게우스의 크기는 태양의 무려 1400배로 50만 배나 밝게 빛난다. 만약 베텔게우스를 우리의 태양 자리에 끌어다 놓는다면 목성의 궤도까지 잡아먹을 정도.(사진 아래 참조) 또한 나이가 ‘불과’ 850만 년으로 젊디 젊지만, 조만간 임종을 앞둔 별이기도 하다. 곧 수명을 다해 초신성으로 폭발할 운명으로 어쩌면 현장에서는 이미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오늘 초신성으로 폭발했다면 우리는 650년 후에나 '우주의 불꽃놀이'를 지켜볼 수 있는 셈이다.   연구에 참여한 이몬 오고르만 박사는 "수십 년 간 베텔게우스를 관측해왔는데 표면 뿐 아니라 내부 온도까지 일정치 않다"면서 "자기장에 의해 온도 변동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우리 태양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텔게우스는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별은 아니지만 엄청난 크기 덕분에 ALMA로 관측하기에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진=ESO/NAOJ/NRAO)/E. O’Gorman/P. Kervella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별별 이야기] 은하 역사를 알기 위한 망원경 경쟁/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은하 역사를 알기 위한 망원경 경쟁/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3월 미국 천문학회 학술지에 우주 나이가 6억년이었을 때 은하를 ‘알마’(ALMA)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현재 우주의 나이인 138억년을 100살이라고 한다면 우주의 나이가 4살 때의 은하를 발견한 것이다. 지구 나이가 45억년이니, 이 은하는 지구가 있기 훨씬 이전에 존재했다. 천문학자들은 빛의 속도를 이용해 과거를 본다. 빛은 1초 동안 약 30만㎞를 이동한다. 태양 표면에서 출발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분이다. 그러니 우리 눈에 들어온 태양의 모습은 8분 전의 것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행성인 해왕성의 경우 우리는 약 4시간 전 모습을 보고 있는 셈이다. 만화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250만년 전 모습이다. 이번에 학술지에 발표된 은하는 약 130억년 전에 출발한 빛이 지금 지구에 도달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멀리 떨어진 은하의 거리를 알 수 있을까? 거리를 알아야 은하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간다. 이 사실은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밝혀내 ‘허블 법칙’이라고 불리며 현대 빅뱅 우주론의 근간이 됐다. 허블 법칙에 따라 은하의 속도를 알면 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은하의 속도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쉽게 측정한다. 기차역으로 접근하는 기차의 기적 소리는 멀어져 가는 기적 소리보다 작게 들린다. 이는 멀어져 가는 기적 소리의 파장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천체에서 오는 특정한 파장이 얼마나 길어졌나를 재면 그 천체가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천문학이 궁극적으로 답하려고 하는 질문은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이다. 이를 위해 천문학자들은 멀리 보기 경주를 하고 있다. 멀리 볼수록 더 오래된 과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생성 초기를 봐야만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같은 밝기의 천체라도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어두워진다. 2013년에 완성된 알마 망원경은 지름이 12m인 50개 안테나를 동시에 사용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어두운 천체들을 관측하고 있다. 현재 지상에 건설된 가장 큰 망원경은 직경이 10m 정도이다. 2022년 완공 예정인 거대한 마젤란 망원경의 직경은 25.5m나 된다. 두 거대 망원경 사업 모두 한국이 참여하고 있다. 멀리 보기 경주에 동참한 한국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기원에 관한 좋은 연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확신한다.
  • 햄버거 먹는 아기별? 별의 성장 포착

    햄버거 먹는 아기별? 별의 성장 포착

    별의 일생은 인간의 일생과 어딘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별 역시 태어나고 성장하고 나이가 든 후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조용히 사라진다. 물론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을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별의 일생은 너무 길어서 우리는 그 과정을 목격할 수 없지만, 과학자들은 다양한 시점에 있는 별을 관측해서 그 비밀을 풀고 있다. 별의 일생 가운데 가장 관측이 어려운 시점은 바로 별의 탄생이다. 별은 가스 성운에서 중력에 의해 가스가 뭉쳐 형성된다. 문제는 가스 성운 안쪽에서 생성되는 작은 별을 관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종 과학자들은 가시광보다 파장이 긴 전파망원경을 이용해서 아기별을 관측한다. 미국과 대만의 천문학 연구팀은 아직 생성된 지 4만 년에 불과한 젊은 은하계인 HH212 내부에 아기별 IRAS 05413-0104을 관측했다. 두꺼운 가스와 먼지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광학망원경으로는 관측이 어려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망원경인 알마(ALMA)를 사용했다. 이번 관측 결과는 아기별 주변에 존재하는 강착 원반(accretion disk)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토성 주변의 고리처럼 별 주변의 가스와 먼지 역시 별의 적도 주변으로 원반 모양의 디스크를 형성한다. 아기별은 이 디스크에서 물질을 흡수해 커지는 데, 이를 강착 원반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해왕성 궤도보다 더 먼 거리까지 펼쳐진 강착 원반의 모습을 실제로 포착했다. 흥미롭게도 먼지와 가스의 디스크가 마치 햄버거 모양 (사진)으로 포착됐다. 가운데는 아기별이 있고 주변의 강착 원반이 있는데, 물질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아기별의 자기장이 강착 원반의회전을 방해해서 더 많은 물질을 흡수하도록 돕는다고 보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는 태아처럼 아기별은 이렇게 물질을 흡수해서 언젠가는 다 자란 별인 주계열성이 될 것이다. 비록 이 별 역시 생자필멸의 이치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러므로 더 소중한 일생을 살게 될 것이다. 사진=아기별에서 나오는 제트와 강착 원반의 이미지. ALMA (ESO/NAOJ/NRAO)/Lee et al)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아하! 우주] 태양계에서 가장 어둡고 희미한 천체

    [아하! 우주] 태양계에서 가장 어둡고 희미한 천체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끝인 해왕성과 명왕성 궤도 밖에도 많은 얼음 천체가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카이퍼 벨트나 오르트 구름 같은 얼음 천체의 모임이 있다는 사실은 혜성의 주기로부터 예측되었던 일이지만, 최근에는 실제로도 많은 천체가 발견되어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천체일수록 어두워서 관측이 매우 어려워 현재까지 발견한 천체들은 지구 - 태양 거리의 100배 이내 (150억km)에 위치한 것이 대부분이다. 궤도가 분명하게 확인된 천체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먼 거리에서 발견된 것은 에리스로 현재 태양 - 지구 거리의 96배 정도 거리에 있다. 이보다 조금 더 먼 장소에서 발견된 천체로 V774104라는 후보 천체가 있으나 아직 궤도가 확실히 확인되지 않아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확인된 태양에서 두 번째로 먼 천체는 2014 UZ224로 태양 - 지구 거리의 91.6배 (약 137억km)에 있다. 먼 왜소행성(distant dwarf)이라는 뜻의 디디(DeeDee)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천체는 아무리 강력한 망원경으로 봐도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제 천문학자 팀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인 알마(ALMA,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이용해서 디디의 모습을 포착했다. 워낙 춥고 어두운 천체라서 다른 파장보다 밀리미터파에서 관측이 더 쉽기 때문이다. 비록 해상도가 낮아서 작은 얼룩처럼 보이지만 (사진) 과학자들은 이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디디의 표면 온도는 30K (영하 -243.15도)에 불과하다. 비록 에리스보다 태양에 약간 가깝지만, 표면 온도는 에리스보다 더 낮다. 동시에 매우 어두워 받은 태양 빛의 13% 정도만 반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표면이 얼음 대신 어두운 물질로 덮여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온도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아직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은 디디의 지름이 630km 정도로 에리스의 2300km보다 훨씬 작다는 점이다. 크기가 작고 표면까지 어두워 현재까지 태양계 외곽에서 발견된 천체 가운데 관측이 가장 힘든 천체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디디처럼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더 먼 장소에도 비슷한 왜소 행성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9번째 행성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망원경보다 더 강력한 차세대 망원경이 건설되면 지구 - 태양 거리의 100배 이상 먼 거리에 위치한 어두운 천체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아하! 우주] ‘별 충돌’ 현장 잡았다!

    [아하! 우주] ‘별 충돌’ 현장 잡았다!

    ​​오리온자리서 벌어진 별들의 불꽃놀이​​ 별들의 충돌 현장을 잡은 놀라운 사진이 공개되어 우주 마니아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충돌이 일어난 곳은 오리온자리이고, 충돌한 별들은 둘 다 비교적 젊은 별이며, 충돌 현장을 잡은 것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알마전파망원경(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이다. 두 별은 충돌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엄청난 잔해와 광휘를 내뿜었다. 이 같은 별의 충돌은 우주에서 흔한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충돌 현장을 잡은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보통 별의 폭발은 늙은 별이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폭발로 마감하는 초신성 폭발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이때 내뿜는 빛은 온 은하가 내뿜는 빛과 맞먹을 정도로 우주 최대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그러나 이번 오리온 대성운에서 일어난 두 별의 충돌은 초신성 폭발과는 다르게 별의 죽음과 탄생 사이클에 대한 다른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구에서 1350광년 떨어져 있는 오리온 분자 구름 1(OMC-1·Orion Molecular Cloud 1)은 유명한 오리온 대성운 복합체의 일부로, 별들의 탄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별들의 우주 분만실이다. 별들의 탄생은 우리 태양 질량의 수천 배 되는 성운이 자체 중력 붕괴를 일으켜 뭉쳐질 때 이루어진다. 성운은 99% 이상이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가스가 뭉쳐져 밀도가 최고조에 이르면 그 중심부는 압력이 높아감에 따라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온도가 일단 1000만 도에 이르면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수소 핵융합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핵에너지가 만들어지고 가스체에 반짝하고 불이 켜지게 되어 최초의 빛을 우주 공간으로 발산하는데, 이것이 바로 ‘스타 탄생’이다. 이렇게 태어난 원시 별은 우주 공간에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더 큰 원시 별이 만든 중력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원시 별들이 그들의 분만실에서 탈출하기 전에 아주 가까이 서로 만나는 경우, 격렬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약 10만 년 전, OMC-1 안의 깊숙한 곳에서 몇 개의 원시 별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중력으로 서로 끌어당기다가 마지막으로 500년 전 이윽고 결렬한 충돌을 일으켰다. 이 충돌이 발생시킨 에너지는 태양이 1000만 년 동안 생산하는 에너지와 맞먹는 것으로서, 엄청난 빛과 잔해들을 뿜어내 주변의 원시 별들과 가스들을 우주 공간으로 내팽개쳤다. 수천 가닥의 먼지와 가스 흐름이 초속 150km의 속도로 뻗어 나갔다. 이같이 별들이 태어나자마자 최후를 맞기도 하지만, 여기서 나온 물질들은 또 다른 별들을 잉태하는 데 사용된다, 이것이 바로 별의 환생이다. 오리온성운 안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별들이 태어나고 있다. 이 성운 속에 태어났거나 태어나고 있는 별들의 수는 3000개가 넘는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com
  • [아하! 우주] 태양보다 100만 배 밝은 초신성

    [아하! 우주] 태양보다 100만 배 밝은 초신성

    30년 전 발견된 놀라운 초신성 하나가 허블 망원경을 포함한 손꼽히는 망원경들을 사로잡았다.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과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알마 전파망원경(ALMA·Atacama Large Millimetre/submillimetre Array)도 문제의 초신성을 끈질기게 관측했다. SN 1987A로 불리는 이 초신성은 대마젤란은하 부근에 위치하는데, 이는 “수백 년래 발견된 초신성 중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라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측은 밝혔다. ‘타이태닉’이란 별명을 가진 이 초신성은 1987년 2월 23일에 발견된 것으로, 태양 밝기의 100만 배나 되는데, 이는 400년래 발견된 초신성 중 가장 밝은 것이다. 초신성이란 거대 질량의 별이 항성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대폭발로 생을 마치는 것으로, 새로운 별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늙은 별의 죽음이다. 초신성이란 별이 없던 곳에서 엄청 밝은 별이 나타난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로버트 커시너 연구원은 “SN 1987A는 30년 동안 관측할 만한 가치가 있는 천체인데, 별의 진화에서 최종 단계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천문학자들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이 초신성의 충격파가 별이 폭발하기 전 방출한 가스 고리 너머로 진출하는 중요한 단계를 막 넘어섰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현상은 별에서 방출된 고속의 항성풍이 그전 적색거성 단계에서 나온 느린 항성풍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스 고리 바깥으로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카리 프랭크 박사는 “이 변화에 관한 자세한 과정은 종말에 이른 별이 어떻게 별의 생애를 끝내게 되는가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려주리라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찬드라 망원경으로 진행된 SN 1987A 연구를 이끈 대표 저자다. 이 같은 초신성 폭발은 다른 별과 행성의 생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별이 폭발하기 전 중심부의 핵융합으로 생명 기본 구성물질인 탄소, 산소, 질소, 철 같은 원소들을 벼려서 켜켜이 내부에 쌓아둔 것을 폭발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흩뿌린다. 이러한 잔해들이 다른 별과 지구 같은 행성들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며, 여기에서 생명이 싹튼 것이다. 초신성에 관한 연구는 이러한 별과 생명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믿고 있다. 허블 망원경은 여러 해에 걸친 관측으로 1987A 초신성의 가스 고리가 가시광선을 방출하면서 빛나며, 그 지름이 무려 1광년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가스 고리는 적어도 별이 폭발하기 이전부터 약 2만 년 동안 존재해온 것으로, 폭발에서 나온 자외선으로 몇십 년간 에너지를 공급받아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가스 고리 속의 중심 구조는 지름이 반 광년 정도로 팽창되었으며, 중앙에 보이는 두 잔해 덩어리는 시간당 3000만 km의 속도로 서로 멀어져가고 있다. 1999~2013년의 찬드라 데이터는 X선을 방출하면서 확장하는 가스 고리가 더욱 밝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최초의 폭발에서 나온 충격파가 고리에 에너지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관측에서 이 가스 고리는 더는 밝아지지 않고 있는데, 고리의 저에너지 X선 에너지 총량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진의 좌측 하단에 있는 고리는 흐릿해지기 시작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폭발의 충격파가 가스 고리의 얇은 부분을 지우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는데, 이 같은 과정이 계속 진행되면 이윽고 고리의 시대는 마감된다. 2012년부터 시작된 ALMA의 관측 데이터는 초신성 잔해가 선대의 별이 남긴 물질로 새로운 우주먼지를 만들고 있을 보여준다. 이 발견은 초기 우주에서 이와 비슷한 경로로 우주먼지가 생성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초신성 폭발에서 중성미자를 발견하고,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혹시 없을까 싶어 고리 중심부를 뒤지고 있는 중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아하! 우주] 별의 탄생 촉진하는 ‘블랙홀의 트림’

    [아하! 우주] 별의 탄생 촉진하는 ‘블랙홀의 트림’

    지구에서 약 57억 광년 거리에 있는 ‘봉황자리 은하단’. 그 중심의 한 은하에는 거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블랙홀은 주변 가스를 흡수하면서도 그중 일부를 마치 ‘트림’하는 것처럼 고속으로 분출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위성이 관측한 데이터에서는 이른바 ‘전파제트’로 불리는 이 천문 현상이 호스트 은하 양쪽으로 거대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거품은 플라스마로 이뤄진 희박한 가스로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데 그 온도가 너무 높아 별의 탄생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식어서 수축하는 과정’을 발견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헬렌 러셀 박사가 이끄는 천문학 연구진이 알마 우주망원경을 사용한 최근 관측 조사에서 해당 거품의 측면을 따라서 저온의 분자 가스가 가늘고 길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저온 가스는 은하의 양쪽에 8만2000광년에 달하는 길이에 걸쳐 있으며, 총질량은 무려 태양 100억 개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가스는 거품에 의해 은하 중심부에서 밀려나고 있거나 거품의 표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셀 박사는 “거대질량 블랙홀에 의해 형성된 거품의 구조와 은하의 성장에 필요한 별의 재료인 가스 사이의 관계를 알마 망원경의 관측으로 직접 확인했다”면서 “이번 연구는 이런 블랙홀이 앞으로 별 형성 활동을 어떻게 제어하고 연료가 되는 물질을 호스트 은하가 어떻게 얻는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사실, 블랙홀이 강력한 전파제트를 형성하려면 별의 재료가 되는 가스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별의 탄생 현장이 흐트러져 별의 탄생이 멈춘다는 게 지금까지의 생각이었다. 이론적으로는 은하의 중심에 전파제트와 같은 열원이 없으면 별이 맹렬한 기세로 형성되겠지만, 실제 관측에서는 이런 은하는 그다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활동성 은하핵(AGN, 활발하게 활동하는 천체)이 발하는 전파제트와 빛이 열원이 돼 별의 탄생을 방해한다고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동 연구자인 캐나다 워털루대의 브라이언 맥나마라 교수는 “이번 관측으로 거대질량 블랙홀이 거품을 밀어내고 주변 가스를 가열해 은하의 성장을 제어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가스의 온도를 충분히 식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셀 박사는 “이번 결과는 대부분의 거대질량 블랙홀이 60억 년이 넘는 우주 역사 동안 어떻게 폭발적인 별 형성의 폭주를 억제하면서 그와 동시에 은하의 성장을 제어해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LM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국내 연구진, 아기별 원반 소용돌이 구조 최초 확인

    국내 연구진, 아기별 원반 소용돌이 구조 최초 확인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별에서 나타나는 소용돌이 형태의 나선팔 구조를 최초로 관측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권우진 박사팀이 포함된 국제연구진은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알마’를 이용해 아기별 원반에 형성된 나선팔 구조를 실제로 관측하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30일자에 발표했다. 천문학계는 이번 관측 성공이 행성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쓰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파 간섭계’(ALMA·알마)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남미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해발 5000m 고원에 건설한 현존하는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국립천문대와 협약을 맺고 2013년부터 천문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알마로 지구에서 450광년 떨어져 있는 뱀주인자리(Ophiuchus)에 위치한 아기별 ‘엘리아 2-27’의 원반을 관측해 대칭적으로 뻗어나가 있는 나선팔 구조를 최초로 발견했다. 태양과 같은 항성(별)은 차갑고 밀도가 높은 분자들이 엉켜있는 분자구름에서 중력 수축현상으로 만들어지는데 아기별은 중력수축으로 막 탄생한 별을 말한다. 아기별들은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원반을 갖기도 한다. 이 원반의 질량이 충분히 크면 중력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면서 나선팔이 만들어진다. 나선팔 공간에서 행성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별의 나선팔 구조가 행성의 생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며 “이번에 발견한 나선팔 구조의 형성과정과 그 공간에서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혀내기 위한 추가 관측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하! 우주] 차가운 제트를 뿜어내는 블랙홀

    [아하! 우주] 차가운 제트를 뿜어내는 블랙홀

    블랙홀은 이름 그대로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강력한 중력을 지닌 천체다. 따라서 검은 구멍이라는 명칭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이기도 하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블랙홀 주변에서 일종의 고리 같은 강착 원반을 형성하면서 수백만 도로 뜨겁게 가열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서 생성된 자기장의 힘으로 강착원반의 수직 방향으로는 강력한 물질의 분출인 블랙홀의 제트(jet)가 발생하는데,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에서는 아주 강력한 제트를 볼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블랙홀이 물질을 강력하게 방출하는 것이다. 생성 기전으로 인해 블랙홀의 제트는 보통 매우 뜨거운 상태다. 수백만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곤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물질은 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 칼머스 대학의 수잔 알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알마 (ALMA)를 이용해서 지구에서 7천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1377의 거대 질량 블랙홀을 관측했다. 이 블랙홀 역시 주변에서 많은 물질을 끌어들이면서 제트를 방출하고 있는데, 연구팀은 이 은하의 제트가 다른 블랙홀과는 다소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제트는 시속 80만km의 속도로 대략 60광년 지름에 500광년 정도의 길이였는데, 뜨거운 플라스마를 뿜어내는 대신 비교적 차가운 가스를 방출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블랙홀의 제트에서 일산화탄소 분자의 파장을 감지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블랙홀의 제트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분자이므로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조사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블랙홀의 제트가 차가운 이유는 막대한 양의 가스를 뿜어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블랙홀 중심으로 막대한 가스가 유입되었고 이 가스가 제트로 분출하면서 에너지가 분산되어 온도가 낮아진 것이다. 대신 분출하는 가스의 양은 엄청나게 많아져 천문학적으로는 짧은 시간인 50만 년 정도 시간 동안 무려 태양 질량의 200만 배에 달하는 물질을 분사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블랙홀 주변의 가스가 고갈되면 이 차가운 제트는 다시 일반적은 뜨거운 플라스마의 제트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블랙홀이 멀리서도 관측이 가능한 밝고 뜨거운 제트뿐만이 아니라 차가운 고밀도 가스를 분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보통은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천체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블랙홀의 진실은 일반적인 상상보다 훨씬 복잡하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우주를 보다] 131억년 전의 산소를 찾아내다

    [우주를 보다] 131억년 전의 산소를 찾아내다

    빅뱅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우주 초기에는 수소와 헬륨, 그리고 미량의 리튬 이외에는 다른 원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합성됐다. 생명을 이루는데 필요한 산소와 탄소, 그리고 행성을 이루는 데 필요한 많은 무거운 원소들은 사실 별의 중심부에서 생긴 것이다. 과학자들은 최초의 1세대 별이 탄생한 것이 빅뱅 직후 4억 년 이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아주 무거운 별이 탄생했다가 수백만 년 이내에 초신성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주변으로 산소를 비롯해서 더 무거운 원소를 배출했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으나 130억 년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 실제로 관측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국제 천문학 연구팀은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알마(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이용해서 무려 131억 광년 떨어진 은하 SXDF-NB1006-2를 관측했다. 131억년 전의 은하라는 이야기는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131억 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로 사실상 131억 년 전의 우주를 관측한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131억 년 전 산소 원자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양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131억 년 전 우주의 산소 농도는 현재의 10% 수준이었는데, 우주 초기에 무거운 원소가 별로 생성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적은 양은 아니다. 동시에 연구팀은 이 은하의 원소들이 ‘재이온화’(reionization) 되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최초의 원자가 생성된 후 우주는 한동안 별이 없어 중성화 된 가스만 있는 어두운 상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별이 생성되고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로 다시 재이온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초기 우주는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들 재료도 부족하고, 생명체의 원료가 되는 산소, 탄소 같은 원소도 매우 부족했다. 하지만 핵융합을 통해 서서히 무거운 원소가 농축되면서 마침내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넘치는 행성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131억 년의 장대한 서사시는 덧없이 짧은 인생을 지닌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대 과학은 지금 그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사진=NAOJ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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