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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깨스트] 안희정 9일 대법 선고… ‘정반대’ 하급심 판결 중 어느 쪽 손 들어줄까

    [판깨스트] 안희정 9일 대법 선고… ‘정반대’ 하급심 판결 중 어느 쪽 손 들어줄까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대법원이 오는 9일 상고심 선고를 합니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에서 판단이 완전히 뒤집혀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 됐는데요. 아예 정반대의 판단이 이뤄졌던 만큼 과연 대법원은 1심과 2심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 관심이 모입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수행·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상대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피감독자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 모두 10차례 성폭력을 가했다는 게 공소사실 내용입니다. 핵심 쟁점은 안 전 지사와 수행비서 김지은씨의 관계에서 ‘위력’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입니다. 1심에서는 모든 공소사실을 무죄로 봤고, 2심에서는 한 차례의 강제추행 혐의를 제외하고 9번의 성폭력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그 판단의 기준이 바로 위력이 행사됐는지였습니다. ●1심 “두 사람 위력관계 맞지만…자유의사 억압은 아냐” 지난해 8월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는 “유력 정치인 및 도지사라는 지위와 그 비서의 관계는 위력에 해당한다”면서도 “피고인이 위력을 일반적으로 행사해 왔다거나 이를 남용하여 ‘위력의 존재’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부족하다”며 위력에 의해 성폭행과 추행을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는 2심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지방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신분상의 특징과 도지사와 비서라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로 인해 피고인의 지시에 순종해야만 하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부적인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에 있음을 이용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판단이 다른 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각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던 것이 결정적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김씨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증거였기 때문입니다. 1심에서는 김씨가 일관되게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해왔다면서도 김씨의 피해 전후 행동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등을 이유로 김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법체계서 처벌 어렵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 요구 높아져 1심 재판부는 선고 당시 “이른바 ‘No means, No rule(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도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 강간으로 처벌하는 것)’이나 ‘Yes means, Yes rule(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성관계 동의 표시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고 성관계를 했을 때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것)’이 입법화되지 않은 현행 우리 성폭력범죄 처벌 법제 아래서 피고인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요. 협박·폭행이 없어도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상하관계에서 일어난 성관계였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1심 선고 이후 ‘비동의 간음죄’ 처벌 조항을 둬야 한다는 요구가 그래서 높아졌죠. 그러나 2심은 김씨의 진술 대부분에 신빙성이 있다며 현행 법체계에서도 안 전 지사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위력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에 대해 “권세의 종류와 피해자의 연령, 경위, 객관적 상황과 두 사람의 관계,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1심이 지나치게 위력의 범위를 좁게 적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2심 “위력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피해자 특수 사정 고려해야” 당시 2심 재판부가 인용하고 강조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이 처음 언급된 판결과 그에 이어 지난해 10월 또 다시 ‘성인지 감수성’이 강조된 판결인데요. 지난 4월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는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은 대학 교수가 자신에 대한 해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해임이 지나치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2심을 뒤집었습니다. 성희롱을 판단할 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해당 행위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우려해 성희롱을 당하고도 가해자와 관계를 유지하거나 신고를 주저하거나 하는 등의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성폭력 경험이 있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소사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판결은 남편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지만 1·2심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자 피해자와 남편이 함께 자살한 사건의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안 전 지사의 2심 재판부는 두 사건의 판단을 인용하며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고 결국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미투 운동’으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은 더욱 자주 사용되고 많이 친숙해졌고, 특히 대법원 판결 이후 어떤 성폭력 사건이든 ‘성인지 감수성’이 아주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특히 안 전 지사의 사건은 상하 위력관계가 뚜렷한 남녀의 관계에서의 사건을 판단하는 데 ‘성인지 감수성’이 어떻게 작용할지, ‘위력’을 어느 범위까지 해석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또 한 번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 안희정 9일 상고심 선고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 안희정 9일 상고심 선고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 선고가 9일 내려진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는 9일 오전 10시 10분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을 판결한다고 2일 밝혔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인 김지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수차례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고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피해자에게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었다”며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성문제 관련 소송을 다루는 법원은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사안을 보는 감수성을 잃지 말고 심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 판례’가 얼마나 영향을 줄지가 이번 상고심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한 달 남은 추석 차례상 민심 잡아라…與 정책 승부수·한국당 집토끼 사수

    바른미래 손학규 퇴진 놓고 내홍 장기화 평화당 잔류·탈당파 호남패권 승부처로 정의당, 與 ‘우클릭’ 비판… 지지층 결집 추석 연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명절 민심 잡기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가족·친지들이 모이는 명절은 정치권에 대한 평가가 활발히 토론되고 평가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에 앞서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마지막 주로 예정된 7명의 장관급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총력 방어해 개혁 세력 대 반(反)개혁 세력 구도를 추석 민심까지 끌고간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중대한 흠결이 드러날 경우 추석 민심 얻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해찬 대표가 앞장선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가 충청권 추석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퇴출 등 내년 충청권 선거를 이끌 인물난에 시달리는 민주당은 인물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를 건 모습이다. 한국당 의원들에게 이번 추석은 황교안 대표 체제에 대한 민심을 듣는 기회다. 부정적 민심이 많을 경우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황 대표에게 당권 도전을 권유한 것도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서다. 추석 민심의 중대성을 고려해 황 대표도 지난 14일 계파색을 다소 걷어낸 당직 인선과 이례적인 광복절 전날 대국민 담화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황 대표는 대규모 장외 집회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원내투쟁으로 추석 전까지 지지율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내홍에 빠진 바른미래당은 추석 민심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4·3 보궐선거 직후 손학규 대표는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이 ‘조건부 퇴진’ 약속을 사실상 번복했고, 당내 진통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둘로 쪼개진 민주평화당 잔류파와 탈당파(대안정치연대)는 추석 연휴를 호남 패권의 승부처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최근 ‘우클릭 행보’를 비판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가족 돌봄은 회생 어렵다… 사회적 돌봄으로 ‘젠더 갈등’ 풀자

    가족 돌봄은 회생 어렵다… 사회적 돌봄으로 ‘젠더 갈등’ 풀자

    한국 사회에 변혁의 바람을 몰고 온 ‘미투’ 운동의 진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는 공고하게 이어져 온 남성 중심적 폭력 문화의 민낯을 들춰냈고, 남성 중심 권력 구조에 균열을 냈다. 불법촬영 규탄 시위, 낙태죄 폐지 등 여성 관련 이슈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성폭력 대책과 성평등 정책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발과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 사건은 여혐 대 남혐의 대결 구도로 비화됐고, 역차별을 거론하며 페미니즘에 반기를 드는 남성들도 늘어났다. 서울신문 부설 서울젠더연구소는 출범에 맞춰 국내 대표 여성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71)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해 물었다. 조한 교수는 가깝게는 근대의 근간을 형성해 온 군사주의와 과학기술주의에 대해, 멀게는 긴 인류사를 통해 구축돼 온 가정과 공공 영역 분리에 대해 근원적 성찰을 하지 않으면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교환 영역’(시장)과 ‘재분배 영역’(국가)을 축소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 공존의 원리인 ‘호혜의 영역’을 사회의 핵심으로 삼고 확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담은 지난달 서울젠더연구소장 김균미 대기자가 진행했다.-2018년 미투 운동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면. “한국에서는 2005년에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의 진학률을 추월했다. 그런데 아직도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이나 노리개처럼 여기면서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성들이 남아 있다. 미투 운동은 ‘더이상 그런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단호한 선언이다. 이전의 성폭력 폭로 사건이 피해자를 대변하는 운동이었다면 현재 미투 운동에서는 당사자들이 직접 발언을 하고 나섰다. 이 현상은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의 ‘1·2차 근대’의 개념으로 풀어내면 이해가 쉽다. 1차 근대의 주역은 중세 신분제에서 해방된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산업 역군이자 제국주의 전쟁의 참전자로 1등 시민의 자리에 있었다. 여성들은 그들을 보조하는 현모양처, 가정주부의 자리에 있었다. 2차 근대에 접어들면 남녀 모두가 경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립가능한 개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여성 운동 차원에서 보면 1차 근대에서 여성은 경제·사회적 자립을 위한 동등한 권리 운동을 펼쳤다. 그런데 2차 근대에 가면 개인의 존엄과 자율적 삶을 존중하자는 운동을 벌인다. 서지현 검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는 2차 근대의 대표적 사례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된 여성들이 작은 폭력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회원리 자체의 근원적 변화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최근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백래시(반발·반격)가 심각한데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1차 근대에서 2차 근대로 넘어서는 과도기 현상이다. 2차 근대에 접어들면 여성들도 온전한 독립이 가능해져서 공사 영역에 걸쳐 자율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반면 직장만 있으면 결혼하고 가장으로서 어깨를 펴고 살 수 있으리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성장한 남성들에게는 수난 시대가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일베화 현상’이나 여혐 대 남혐 구도는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나온 병리적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1차 근대적 여권 운동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좌절’과 함께 ‘남성의 좌절’도 다루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되 그간의 발전주의가 파생시킨 문제들을 해결하는 협동적 주체가 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남녀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군대 문제가 꼽히는데 교수님께서는 오래전부터 해결 방안으로 사회복무제를 제시하셨다. “한국의 남성 의무복무제는 성차별 체계의 핵심이다. 최근까지 월급 호봉이나 공무원 채용 시험에 가산점을 주는 보상제도가 있었다. 군대를 가지 않은 존재를 따돌리거나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었다. 공무원시험 시 군 가산점을 두고 여성과 장애인 대표가 위헌 소송을 내 1999년에 승소했는데, 이 즈음에 병역 제도를 2차 근대적 시점에서 개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병사가 총 들고 싸우는 시대도 지났고, 기강을 세우기 힘든 상황에서 군대는 청년 직업훈련소화하고 있다. 냉전 체제는 북한의 개방으로 전혀 다른 지평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훈련은 이제 재난과 재앙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젠더’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려면 일자리와 결혼, 돌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기성 정치인이나 관료, 부모들은 자기 세대의 세계에 갇혀 평생 일자리와 결혼을 전제로 해법을 내려고 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혼자서도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1차 근대는 아내가 돌봄을 맡고 남편이 돈을 벌면서 유지됐다. 2차 근대는 여자가 사회에 나간 반면 남자들이 가정의 돌봄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여자들이 사회에 나가며 만들어진 공백을 메울 것이라 예상했다. 현실은 어떤가. 어릴 때부터 입시 공부와 직장을 얻기 위한 준비만 한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돌봄에 서툴다. 그렇게 성장한 많은 ‘능력 있는’ 여성들은 출산하고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직장에 가고 싶어 한다.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게 돈벌이에 몰두하면서 육아를 맡을 사람을 고용하거나 어린이집에 장시간 맡겨 두려 한다. 그렇게 ‘기획된 가족’의 아이들은 장시간 학교와 사교육 시장에 맡겨져 관리·보호된다.” -돌봄의 공백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보인다. “그간 가족에게만 맡겼던 돌봄을 ‘사회적 돌봄’의 개념으로 풀어내는 것이 바로 여성가족부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1차 근대에서 제기된 생산성, 곧 여성 노동과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2차 근대의 생산성이 핵을 이루는 사회적 돌봄에 바탕을 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거시적 기획을 시도했어야 했다. 사회복무제는 그런 2차 근대적 기획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일 것이다. 남녀 모두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갖가지 위기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아이와 약자를 보호하는 주체가 되는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어린이집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사회복무를 하는 청년 남녀가 참여하게 되면 지혜롭게 풀어 갈 수 있다. 스무살 즈음의 모든 국민들이 천재지변에 대비하고 약자를 돕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사회의 책임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더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족 단위 돌봄을 회생시키려 하기보다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호혜적 관계를 맺고 다음 세대를 함께 키우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새로운 인프라를 만드는 데 세금을 써야 한다.” -‘토건 국가’에서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해 오셨다.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가 쓴 ‘보이지 않는 가슴’이라는 책이 있다.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 굴러간다고 하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가슴’이 있어 가능했음을 보여 주는 책이다. 돌봄은 존재와 존재의 만남, 소통과 이해와 공존의 행위다. 그러나 도구적 합리성이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이 영역을 무시해 왔다. 여성들, 특히 1차 근대에서 열렬한 운동을 했던 페미니스트들도 돌봄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가정주부 시대에 어머니들이 강요받은 비지불 노동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한 것이다. 돌봄 사회에서 말하는 ‘돌봄’은 가족을 넘어선 ‘사회적 돌봄’이다. 사회적 돌봄이 가능한 사회는 결혼을 강요하기보다 동거를 장려하고 의무적 제도가 아닌 실질적 지원을 하는 사회다. 더 나아가 돌봄은 창의의 근원이다. 창의성은 돌봄이 있는 여유로운 환경에서 나온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더 자연스럽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코리빙 스페이스’(co-living space), 자신이 원하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하는 ‘리빙 랩’(living lab), 이들이 모여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창의적 공유지,’ 이런 크고 작은 공동체적 시공간이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성평등 교육은 중요한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무엇보다 남자들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남자들은 소통을 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성장하지 않았나. (그 조직에서)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사실상 그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거다. 그런 이들은 나이가 들면 점점 더 귀가 잘 안 들리는 존재가 돼 간다. 여자들이 처음 공적 영역에 들어갈 때 적극적 조치가 필요했듯이 남자들을 돌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비폭력 대화 등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남자아이들 문제도 심각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부터 제대로 사회화되지 못하고 있다. 존경스러운 남자 모델도 없고, 어머니나 여자 교사와 거리감을 느끼면서 온라인 전쟁 게임에 몰입하거나 남자 패거리 문화에 휩쓸리게 된다. 아버지가 가르쳐 주지 못한 소통과 돌봄의 능력을 키워 줄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적 구도로 접근하면 역효과만 난다. 각자의 경험을 꺼내 놓고 함께 배워 가는 리빙랩과 같은 분위기에서 시대 변화를 배우고 스스로를 알아 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현재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연구할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계몽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국가의 대대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젠더 이슈와 관련한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발족한 서울신문 서울젠더연구소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면. “‘젠더’는 생물학적 성과 구분되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으로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어떻게 구성돼 왔는지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단어다. 남녀로 구성된 사회가 긴 인류사를 통해 왜 이렇게 적대적 사회가 됐는지 거시적 관점을 갖고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연구하고 해결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현재 세계가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이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근대의 원리였던 발전주의적 언어를 넘어 근대를 성찰하는 언어로 시대의 문제를 연구하고 풀어낼 것을 기대한다. 페미니즘은 다음 세대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선언이다. 서울젠더연구소가 남녀와 세대 등으로 나눠진 이들이 같이 모여 의논하고 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 특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2차 근대의 성찰적 페미니즘의 토대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김균미 젠더연구소장 kmkim@seoul.co.kr정리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여성·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는… 연세대 명예교수. 1981~2013년 연세대 사회학과·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일했다. 1980년대 여성주의 동인 집단 ‘또 하나의 문화’와 함께 여성주의적 공론의 장을 열었고, 1990년대에는 서울시립청소년 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를 설립해 청소년 대안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2000년대부터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민관 협력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했다. 곳곳의 마을을 돌봄과 소통이 있는 배움터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사회’,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다시, 마을이다’,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선망국의 시간’ 등이 있다.
  • [인사] 충북 보은군, 충북 진천군, 부산환경공단, 영남일보

    ■ 충북 보은군 ◇ 4급 승진 △ 산업경제국장 최원영 ◇ 4급 전보 △ 자치행정국장 안광윤 ◇ 5급 승진 △ 의회사무과 행정운영전문위원 김상식 △ 의회사무과 산업경제전문위원 전욱환 △ 충북도 남부출장소 김인식 ◇ 5급 전보 △ 기획감사담당관 최재형 △ 행정과장 임헌용 △ 지역개발과장 박철용 △ 장안면장 김영숙 △ 내북면장 이창수 △ 행정과 박정규 △ 삼승면장 임봉빈 △ 주민복지과장 구기회 ■ 충북 진천군 ◇ 4급 승진 △ 복지행정국장 이종하 △ 미래도시국장 연주흠 ◇ 5급 전보 △ 진천읍장 임보열 △ 행정지원과장 송현욱 △ 문화홍보체육과장 임승혁 △ 회계정보과장 김평환 △ 친환경농정과장 정성구 △ 보건소장 직무대리 김민기 △ 농업기술센터 소장 신순덕 △ 덕산읍장 신영목 △ 초평면장 손천수 ◇ 5급 승진 △ 전략사업담당관 이관우 △ 축산위생과장 서정배 △ 지역개발과장 김영길 △ 신재생에너지과장 이관희 △ 농업기술센터 기술담당관 이진석 ■ 부산환경공단 ◇ 1급 승진 △ 남부사업소장 김광근 ◇ 2급 승진 △ 위생사업소장 김철우 △ 집단에너지사업소장 윤태원 △ 재활용센터장 최광주 ◇ 3급 승진 △ 자원순환협력센터팀장 안희정 △ 생곡사업소 관리팀장 정원석 △ 환경연구소 분석팀장 송미경 △ 재활용센터팀장 최철호 ◇ 3급 전보 △ 청렴감사실장 황남규 △ 서부사업소장 김성응 △ 강변사업소 관리팀장 김주오 △ 남부사업소 관리팀장 김광규 △ 중앙사업소 관리팀장 정오영 △ 기획혁신팀장 김호영 △ 재정전산팀장 서종록 △ 총무인사팀장 박성배 △ 자원에너지팀장 최승렬 △ 수영사업소 운영2팀장 손석규 △ 녹산사업소 관리팀장 성동섭 △ 녹산사업소 운영팀장 최승주 △ 기장사업소 운영팀장 박두한 △ 명지사업소 운영팀장 이황수 △ 명지사업소 관리팀장 직무대행 이병관 ■ 영남일보 △ 경북본사 총괄국장 김기억 △ 논설실장 이재윤 △ 편집국장 박윤규 △ 광고사업국장 박재일 △고객지원국장 겸 CEO아카데미 부원장 윤철희 △ 교육인재개발원장 장용택 △ 동부지역본부장 장준영 △ 중부지역본부장 허석윤 △ 편집부국장 이창호 김진욱 △ 논설위원 김수영 △ 인터넷뉴스부장 김기오 △ 사회부장 유선태 △ 경북부장 변종현 △ 정치부장 진식 △ 경제부장 조진범 △ 문화부장 이은경 △ 기획취재부장 전영 △ 체육부장 박진관 △ 주말섹션부장 임성수 △ 경북본사1부장 임호 △ 편집위원 배재석 우원태 △ 전문기자 이춘호 김봉규
  • 충청권 ‘간판스타’ 없는 민주당, 내년 총선 혁신도시 지정·공공기관 이전 카드 꺼내나

    충청권 ‘간판스타’ 없는 민주당, 내년 총선 혁신도시 지정·공공기관 이전 카드 꺼내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치적 몰락,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불출마 선언.’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충청권 선거를 이끌 ‘간판 스타’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충청권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민주당은 그간 각종 악재가 겹치며 대구의 김부겸 의원, 부산의 김영춘 의원 같이 충청권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마련하지 못해 총선 전략에 고충을 겪어왔다. 이에 충남·충북·대전·세종 등 4개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과 15명의 민주당 소속 충청권 의원이 똘똘 뭉쳐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 일자리 유치 등 충청권 숙원사업 해결을 통해 내년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 강훈식(충남 아산을)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당정협의회’ 사회를 맡아 “오늘 이 자리는 충청권 공동주제를 논의하고 다가올 21대 총선 승리의 뜻을 다지는 자리”라며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는 충청권의 단합을 위한 중요한 자리”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해찬(세종) 대표와 이인영(서울 구로갑·충북 충주 출신) 원내대표는 당정협의회에 앞서 ‘혁신도시의 씨앗을 뿌리고 일자리의 열매를 맺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배경막에 그려진 충남·충북·대전·세종 지도에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 질 좋은 일자리를 상징하는 꽃을 다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이 대표는 “언론에서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모두 충청권 출신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며 “대통령은 영남이고 총리는 호남이고 당은 주로 충청권인 삼각 축을 가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충청은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민주당의 중심”이라며 “지리적으로도 경부 축, 강호 축의 교차점에 있고 남북 간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는 매우 중요한 경제벨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는 “혁신도시 지정, 공공기관 이전, 일자리 관련 공동주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과제”라며 “올해 말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데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도 “오늘 당정협의에서 우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기준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충청권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접근하는 것”이라며 “당정이 힘을 모아 충청 지역의 현안을 적극 검토하고 함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이시종 충북지사·허태정 대전시장·이춘희 세종시장을 비롯해 어기구(충남 당진) 충남도당위원장, 변재일(충북 청주 청원) 충북도당위원장, 조승래(대전 유성갑) 대전시당위원장 및 민주당 소속 충청권 의원 대부분이 참석한 당정협의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지난 4월 청주에서 진행된 제1차 당정협의에서 논의됐던 ‘2030 충청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충청권 미세먼지 공동 대응, 충청권 광역교통체계 구축 연계, 4차산업혁명 충청권 상생벨트 구축 사업의 추진상황도 재차 언급됐다. 충청권 광역단체장과 의원들은 이날 충남·대전 혁신도시 지정 및 공공기관 이전, 지역인재 채용 역차별 개선, 지역 성장을 견인할 공기업 추가 이전, 국가균형발전 신현을 위한 행정수도 완성도 추가 건의했다. 또 일자리 관련 공동발전 과제로 대전의 융복합 특수영상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 세종의 자율주행실증 규제자유특구 지정, 충북의 태양광·반도체산업 전문인력 양성, 충남의 LG생활건강 일반산단 규제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강조했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참여정부 이래 시작했던 1단계 균형발전사업의 전국 10개 혁신도시뿐 아니라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포함해 충청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보면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을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충청권 출신이 당을 대표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충청권 주민에게 큰 선물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당정협의에 참석한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은 각종 지역 현안을 내년 총선 지방공약으로 확정해달라는 제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세종시를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만들어나가는 일”이라며 “정부 부처 중 여성가족부가 아직 서울에 있는데 함께 일해야 할 부처들이 세종에 있으니 여성가족부도 세종으로 내려와야 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 역시 주된 파트너들이 세종에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앞서 세종으로 내려오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지금 이 자리에서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혁신도시 추가 지정과 지역인재 채용 역차별 해소에 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030 충청권 아시안게임 유치를 추진 중인데 금년 중으로 국내 후보 도시로 충청권을 지정해주시고 내년에 총선 지방공약으로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충남에 화력발전소가 무려 30개가 가동되고 있어 미세먼지 피해를 받고 있다”며 “최소한 30년이 넘은 화력발전소는 조속하게 폐쇄하는 결정을 위해 당에서 큰 역할을 해달라”고 건의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수사권 조정 반발 고위직 물갈이 의지… 검찰 개혁·적폐 청산 완수 적임자 판단

    안희정·강금원 수사 통해 ‘소신’ 높이 사 집권 중반기 국정동력 강화 의도 엿보여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59)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것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개혁적 성향의 검찰 고위직을 자연스럽게 물갈이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일찌감치 ‘윤석열이냐 아니냐’의 구도라는 얘기가 돌만큼 윤석열 후보자가 이번 인사의 중심에 있었지만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3년 4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고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한 모습이 국민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후원자’인 고 강금원 회장을 구속한 것도 그였다. 여권 일각에서 ‘검찰총장 윤석열’은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배경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윤 후보자를 마음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으로서 보인 소신 행보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과정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적폐청산·부정부패 척결이 현재진행형이며 국민적 요구라고 인식하는 청와대는 윤 후보자를 ‘끝’을 볼 적임자로 판단했으며 이를 통해 집권 중반기 국정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윤 후보자는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 신망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것”이라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윤 후보자를 지명하면 대대적인 검찰고위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이를 감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고 대변인이 “시대의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수사권 조정 반발 檢고위직 물갈이 의지… 검찰 개혁 완수 적임자 판단

    수사권 조정 반발 檢고위직 물갈이 의지… 검찰 개혁 완수 적임자 판단

    안희정·강금원 수사 통해 ‘소신’ 높이 사 집권 중반기 국정동력 강화 의도 엿보여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59)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것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개혁적 성향의 검찰 고위직을 자연스럽게 물갈이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일찌감치 ‘윤석열이냐 아니냐’의 구도라는 얘기가 돌만큼 윤석열 후보자가 이번 인사의 중심에 있었지만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3년 4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고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한 모습이 국민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후원자’인 고 강금원 회장을 구속한 것도 그였다. 여권 일각에서 ‘검찰총장 윤석열’은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배경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윤 후보자를 마음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으로서 보인 소신 행보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과정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적폐청산·부정부패 척결이 현재진행형이며 국민적 요구라고 인식하는 청와대는 윤 후보자를 ‘끝’을 볼 적임자로 판단했으며 이를 통해 집권 중반기 국정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윤 후보자는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 신망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것”이라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윤 후보자를 지명하면 대대적인 검찰고위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이를 감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고 대변인이 “시대의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선배들 제친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 “무거운 책임감 느껴”

    선배들 제친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 “무거운 책임감 느껴”

    사법연수원 기수 선배들을 제치고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17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여러가지 잘 준비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차차 지켜봐 달라”며 말을 아꼈다. 윤 후보자는 이날 지명 발표 직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많이 도와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그는 검찰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안과 관련한 질문에는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하지 않았다. 현 문무일 총장보다 연수원 5기수나 후배인 점 때문에 적지 않은 검찰 간부들이 옷을 줄줄이 벗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도 “오늘 말씀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차차 지켜봐 달라”고 말을 줄였다. 윤 후보자가 취임할 경우 현재 검찰의 관행대로라면 연수원 19기부터 윤 후보자 동기인 23기까지 검사장급 이상 간부 30여 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 이 때문에 연수원 동기와 선배 일부가 검찰에 남아 조직 안정에 힘을 보태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동기가 전부 남더라도 현직 검사장 가운데 절반 정도인 20여 명이 교체되는 역대급 후속 인사가 불가피하다는게 중론이다. 윤 후보자는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서울중앙지검에 출근해 집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대검찰청은 이른 시일 내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마련해 청문회에 대비할 계획이다. 검찰총장은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오는 18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윤 후보자에 대한 안건이 통과되면 청와대는 국회에 바로 임명 동의안을 제출하게 된다. 국회는 임명동의안을 제출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검찰 내 ‘특수통’ 대표주자인 윤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검찰 본연의 임무인 부정부패 척결 작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한 이후 2년 6개월여 동안 거의 모든 적폐청산 수사에 관여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1994년 서른넷에 검찰에 발을 들였지만 지난 25년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주요 수사 보직을 두루 거치며 탁월한 수사력과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2007년 변양균·신정아 사건, 씨앤(C&)그룹 비자금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을 주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오른팔’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후원자’ 고(故) 강금원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이던 2013년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을 지내며 정권 눈치를 보는 윗선의 반대에도 용의 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는 등 소신 있는 수사를 강행했다. 그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이른바 ‘항명 파동’의 중심에 섰고, 이 일로 수사 일선에서 배제된 뒤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 한직으로 취급받는 곳을 전전했다. 당시 국감에서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면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민주 ‘육룡이 나르샤’

    민주 ‘육룡이 나르샤’

    무죄 이재명·유시민 정계복귀 시사 등 위축됐던 대선 잠룡들 다시 확장세로 이낙연·박원순·김부겸·조국 후보군에 김경수 부활·이인영 포함 땐 최대 8명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계 복귀를 시사함에 따라 다소 위축됐던 여권 내 대선주자 후보군이 다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여권 대선주자군은 ‘인물이 넘쳐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유력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운동’으로 침몰한 데 이어 이 지사도 가족사와 관련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코너에 몰렸고 지난 1월엔 김경수 경남지사마저 ‘드루킹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졸지에 대선주자군이 확 줄었다. 오죽하면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이 지사를 향해 “시중에 ‘안이박김’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김은 누군가”라고 질문한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이박김’ 살생부의 마지막 퍼즐은 결국 김 지사가 법정구속되면서 완성됐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런 릴레이 낙마 끝에 남은 여권 대선주자군은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정도로 쪼그라들었고, 추가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잠룡으로 거론됐다. 그랬던 여권 잠룡의 흑역사는 이 지사의 1심 무죄와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 시사로 급격히 달라졌다. 특히 그동안 정계 복귀 관측을 완강히 부인했던 유 이사장의 변화는 여권 대선주자군 판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유 이사장은 최근에도 ‘대통령 안 나온다고 했는데 나오면 어쩌나’ 하는 말에 ‘그러면 욕하라’고 말하더니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게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는다’고 말했다”며 “발언이 정치를 하는 쪽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아직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되지 않은 김 지사도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대선주자로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여권 지지층 사이에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표차로 승리하며 주목받은 이인영 원내대표도 잠룡 후보군에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초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역임해 ‘학생 운동권’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이 원대대표가 대선주자 반열에 들어섰다면 여권 대선주자 후보군은 8명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이재명 “먼 길 함께한 분들과 손잡고 큰길로 가겠다”

    이재명 “먼 길 함께한 분들과 손잡고 큰길로 가겠다”

    도덕적 논란 부담… “2·3심 남아” 지적도 민주 “판결 존중”… 한국 “정권 협조 대가”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당시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 지사는 그 기세를 이어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면서 단숨에 차기 유력 주자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이자 현역 지사였던 남경필 지사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경기지사에 당선되면서 차기 행보가 더욱 주목됐다. 지난해 12월 이 지사가 검찰에 기소된 직후 문 대통령 지지자 등을 중심으로 출당이나 제명 조치 등 징계 요구가 거셌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판 이후 결론을 내기로 하고 이 지사의 민주당 당원권 정지만 결정했다. 이 지사가 이날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당원권을 회복 받고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다시 거론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먼 길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서로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시길 기원한다”며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겼다. ‘큰길’은 ‘대권가도’라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아직 섣부른 희망이라는 지적도 있다. 1심이 끝났을 뿐 2심과 3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지사가 사법적 유죄 여부를 떠나 여배우 스캔들 등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가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향후 산적한 현안 해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선주자 반열에 다시 오를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사의 무죄 판결에 대해 여야는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 지사의 지사직 유무가 내년 경기지역 총선에서 영향을 줄 수 있어 긴장했던 만큼 한시름 놓은 상황이다. 이해식 대변인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70여명 의원의 이름으로 법원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는데 무죄가 나올 줄 알았다”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에 협조한 대가로 받은 면죄부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안희정 상고심 ‘성인지 감수성’ 권순일 대법관이 안 맡는다

    안희정 상고심 ‘성인지 감수성’ 권순일 대법관이 안 맡는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상고심 사건이 대법원 2부로 재배당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일 대법원 2부에 안 전 지사의 상고심 사건을 재배당했다. 지난 26일 대법원 1부에 사건을 배당한 지 약 일주일만이다. 이는 당초 주심을 맡았던 권순일 대법관(60)이 안 전 지사와 같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지인 관계라며 재배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위해 예규에 따라 재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성(性)인지 감수성’을 판결에서 처음 언급한 인물이다. 지난해 4월 ‘소속 학과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교수에게 해당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관련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판단의 근거로 활용됐고 안 전 지사 사건의 2심 판단 기준으로도 적시됐다. 대법원 2부의 김상환 대법관은 대법관 후보시절부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로 ‘여성 문제’를 꼽았을만큼 성폭력 범죄에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2부는 친손녀를 8살 때부터 5년여간 수차례 성추행한 할아버지와 이를 알고도 방관한 할머니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확정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안희정 성폭력 사건’ 상고심 주심에 권순일 대법관

    ‘안희정 성폭력 사건’ 상고심 주심에 권순일 대법관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 재판을 권순일 대법관이 맡는다.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 1부에 배당하고 주심으로 권 대법관을 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권 대법관은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한 판결로 유명하다. 권 대법관은 지난해 4월 학생을 성희롱한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을 취소하라는 2심 판결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판단이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권 대법관은 성별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성범죄의 특수성, 즉 피해자의 불리한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피해사실 진술을 꺼리는 점이나 가해자 및 남성 중심의, 그리고 피해자를 의심하는 사회문화 안에서 피해사실을 알리는 진술은 그 의도를 쉽게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였다. 앞서 안 전 지사의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의 주장을 배척해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선고공판 때 “당시 (안 전 지사의) 지위에 비춰 피해자가 7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하게 된 사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면서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고 그대로 수행하기로 한 이상, 그런 행동이 피해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1심에서부터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은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도저히 피해자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면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권 대법관이 제시한 ‘남성 중심의 사회문화에서 피해자의 피해사실 진술은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기준에 입각했을 때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의 주장은 2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정무비서를 지낸 피해자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고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었다”면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김학의 성접대 피해 여성, 윤중천의 꼭두각시였다”

    [단독]“김학의 성접대 피해 여성, 윤중천의 꼭두각시였다”

    “탈출 시도하자, 성관계 장면 찍어 인터넷에 공개 협박… 김학의는 변호인 회유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 여성 이모씨는 윤씨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폭행과 협박이 일상화된 공간에서 이씨는 윤씨에게서 탈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강제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현대판 성노예’와 같은 처지였던 이씨의 충격적인 진술에도 검찰은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며 이씨의 호소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4년 이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원로 정치인’ 박찬종(80) 변호사는 24일 서울신문에 “이씨가 당시 강원도 원주 별장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김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해도 저항할 수 없었던 것은 윤씨에게서 공간적으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윤씨의 노예나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2013년 피해자 이씨를 수차례 조사한 경찰도 공감했다. 이 경찰관은 “이씨가 윤씨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면서 “상습강요 혐의를 적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와 담당 경찰관은 검찰이 이씨에게 ‘왜 원주 별장에서 탈출하지 않았느냐’, ‘왜 그때 고소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친 것은 이씨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윤씨가 권총으로 협박하는 등 이씨가 갇혀 있던 곳은 폭력성과 강제성 그 자체였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김지은씨가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안 전 지사가 담배를 사오라고 하면 안 사올 수 없었던 것처럼 이씨도 윤씨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 상상도 못할 행위를 한 뒤 여성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6~7월쯤 모델 활동을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윤씨를 알게 된 이씨도 같은 수법에 걸려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대질 신문 과정에서도 피해 여성들은 윤씨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등 극도의 두려움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윤씨의 폭행, 협박에 대해서는 피해 여성들의 진술만 있었기 때문에 윤씨의 범죄 사실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씨가 윤씨로부터 벗어나려고 한 것은 1년 7개월가량 지난 2008년 초쯤이다. 김 전 차관이 이씨와 성관계하는 모습이 이씨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직후로 알려진다. 하지만 윤씨는 이씨를 순순히 놓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가 이씨의 나체 사진을 이씨 가족에게 보내는가 하면,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도 했다고 한다. 2013년 ‘김학의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수사가 시작됐지만, 이씨는 한동안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후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하자 이씨의 부친이 평소 알고 지내던 박 변호사 측근에게 부탁해 박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박 변호사가 등장하자 김 전 차관 측이 지인을 통해 박 변호사를 회유한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 박 변호사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정기 출연하고 있었는데, 다른 출연자인 대학교수가 박 변호사에게 김 전 차관과 관련해 “각별히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잘 봐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그 자리에서 대학교수에게 “나한테 그런 노력을 하지 말고 이씨 앞에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김 전 차관에게) 전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떳떳했다면 교수를 통해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을 텐데 그런 취지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2013년에는 이씨의 피해 사실에 상습 강요와 불법 촬영 혐의만 적용됐지만, 이씨가 윤씨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김 전 차관이 인지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특수강간(공소시효 15년) 혐의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학의 특수강간 진술 신빙성 확보 땐 유죄 가능”

    “진술 엇갈렸어도 진술 태도 따라 판결” 檢진상조사단 건설업자 윤중천씨 소환 문재인 대통령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김 전 차관이 형사처벌을 받으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성폭행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증거가 없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 사건에서 공소시효가 남은 건 특수강간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시효가 늘었지만, 이전 범죄에 대해서는 개정 전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유일한 물증인 동영상 촬영 시점은 2006년 8~9월로 추정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한 말처럼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해도 직접 증거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범행 시점이 2006년일 경우 개정 전 특수강간 공소시효인 10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3년 수사 당시 특수강간 범행을 2007년 4~5월, 2008년 3~4월 두 차례로 특정했다. 물증은 없었고,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2007년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2008년 범행은 개정 후 특수강간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돼 아직 남아 있다. 관건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에서 같은 진술을 두고 1심은 신빙성이 없다고, 2심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안 전 지사 재판처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면 기소, 나아가 유죄 판결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진술이 엇갈렸다고 하더라도 법정에서 진술 태도를 보고 재판부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사건 당시 핵심 상황에 대해 진술이 유지되면 신빙성이 있는 걸로 본다”며 “강간 당시 촉감, 기분, 냄새 등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을 보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당시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 확인되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김 전 차관 수사는 2013년 무혐의 종결됐고, 이듬해 피해 여성의 고소로 수사가 재개됐지만 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직권남용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이날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소환 조사했다. 윤씨는 김 전 차관과 함께 특수강간 피의자로 입건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고 사기 등의 혐의로만 구속기소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안희정에 ‘거짓 증언’ 고소당한 김지은 측 증인 무혐의 결론

    안희정에 ‘거짓 증언’ 고소당한 김지은 측 증인 무혐의 결론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이 ‘모해위증’(모해할 목적으로 허위진술)으로 고소한 김지은 측 증인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0일 “1심에서 안 전 지사 측이 검찰 측 증인에 대해 모해위증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결과가 최종 통지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9일 안 전 지사의 1심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구모씨는 안 전 지사의 경선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한 바 있다. 구씨는 “안희정 전 지사가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 (자신과 관련한) 기사를 막아주면 부인 민주원 여사 인터뷰를 잡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증언했다. 또 “언론사 간부가 실제로 기자에게 기사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기자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기사가 나갔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안 전 지사에게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면서 서울서부지검에 구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공대위는 “피해자를 위해 증언한 조력자에 대해 안희정 지지자 등은 악성 댓글과 실명 및 직장 유포 등 공격을 지속해왔다”며 “전형적인 역고소 공격, 모해위증 고소, 댓글 공격, 언론을 통한 피해자에 대한 허위 이미지 만들기 등은 위력의 다른 형태들”이라고 지적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안 전 지사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서강대 교수, 강의 중 “여자 조심해야” 발언 논란

    서강대 교수, 강의 중 “여자 조심해야” 발언 논란

    “‘버닝썬 무삭제 영상’이 잘리기 전에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줬다.” “우리 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정말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이 강의 중에 뱉은 말들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서강대에 붙은 대자보를 통해 알려졌다. 19일 서강대의 한 건물에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甲(갑) 교수님께 올리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乙(을)’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쓴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에는 ‘학생 을은 1명일 수도, 혹은 10명, 132명일 수도 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갑 교수님은 한 분일 수도 혹은 네 분, 그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글도 적혀 있다. 대자보 작성자는 로스쿨의 한 교수가 수업 중에 한 말들을 소개했다. 문제의 교수는 강의 중에 “‘버닝썬 무삭제 (유출) 영상’이 잘리기 전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줬다”면서 “평소 집에 버스 타고 가는데 그 날은 집에 택시를 타고 갔다. 잘릴까 봐 빨리 틀어봤더니 위에는 해가 돌고 있고 아래에서는 무를 자르고 있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작성자는 “약물을 이용한 ‘강간’ 피해자이자 ‘디지털 성범죄 피해 사례인 ’버닝썬 유출 영상‘을 농담 소재로 삼은 교수의 유머는 괜찮지 않다”면서 “피해자가 실재함에도 성범죄 피해를 희화화하는 2차 가해였다”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또 로스쿨 교수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가 수업 도중 ’안 지사가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발목이 잡혀 안타깝다’면서 ‘우리 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정말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이 나온 강의실에는 여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작성자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여자가 아닌 ‘왜곡된 성 의식’과 위력의 행사였다”고 강조했다. 대자보에는 이외에도 로스쿨 교수가 ‘흑누나, 흑형이라는 단어는 (흑인을)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니 괜찮다’고 말하고, ‘로스쿨은 전문 자격증을 따러 오는 곳인데 돈을 주며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었다. 서강대 로스쿨은 대자보에 언급된 사안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관료·전문가 중심 중폭 개각, 국정운영서 성과내는 계기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4선 중진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영 의원과 박영선 의원을 각각 행정안전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내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문화부 차관을 지낸 박양우 중앙대 교수가,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정호 전 국토부 2차관이, 통일부 장관에는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조동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문성혁 세계해사대학교(WMU) 교수가 각각 지명됐다. 7개 부처 가운데 5곳의 수장을 정통관료와 관련 학계 출신으로 선택해 정책적 전문성을 최우선시했다.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민이 체감할만한 정책성과를 거둬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개각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진념·박영선 의원의 기용이다. 전문직 출신들로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되지 않으며, 중도층까지 끌어안을 인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통합·탕평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평가할만하다. 진 의원은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아 ‘원조 친박’으로 불렸으나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지급 정책에 반대해 장관직을 던졌다. 그 소신탓에 2016년 20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자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4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캠프에서 의원멘토단장을 맡았지만, 대선후보가 문 대통령으로 결정된 뒤 당 선대위 통합정부추진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박 의원은 국회 정무위에서 금산분리법 완화에 반대했고 당내 재벌개혁특위 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추진력 등을 인정받았다. 역대로 보면 정부가 정치이념을 초월한 중립지대 전문가들을 등용했을 때 국민통합과 정책수행력이 강화됐다. 일부에서 우려했던 코드 인사나 인연, 보상 측면의 인사 색깔이 옅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올 한해 문재인 정부는 안팎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하고,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위기를 맞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 이번 개각이 전문성을 최우선한만큼 새롭게 임명된 장관들은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길 바란다.
  • “2018년 한국은 ‘미투’의 한 해” 김지은·이경희 코치 성평등 디딤돌상 수상

    “2018년 한국은 ‘미투’의 한 해” 김지은·이경희 코치 성평등 디딤돌상 수상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여성들이 성평등 실현 촉구를 위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들을 대표해 활동한 여성들에게 상도 수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상대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김지은씨와 체육계 미투를 이끈 이경희 리듬체조 코치는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로 선정됐다.8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제 35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는 여성운동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성평등 디딤돌 등 지난 한해 성평등을 위해 애써온 여성들에게 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여성운동상은 피해자를 넘어 여성인권운동가로 생을 마친 고 김복동 할머니에게 돌아갔다. 김 할머니는 1992년 위안부 피해 사실 증언 이후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법조계 미투 운동의 시초가 된 서지현 검사가 받았다. 지난 한 해 여성운동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았다. 성평등 디딤돌-미투 특별상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을 고발한 김지은씨와 스포츠계 미투를 촉발한 이경희 코치 등 11개팀이 받는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김지은씨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었고 이경희 코치는 체육계의 견고한 성폭력 은폐 구조를 깨뜨리기위해 싸워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주최측은 성평등 걸림돌 8개팀도 선정했다. 여기에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부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2018년 한국은 ‘미투’의 한 해”였다며 “여성들은 굳은 결의로 차별과 폭력이 일상이 돼 온 현실을 고발하고 성차별과 성폭력이 발생하는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것을 외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투운동은 용감한 여성들이 만든 거센 변화의 물결이자 빛나는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文정부 ‘3·8’ 개각] 의원 줄이고 전문가 포진…성과 내고 총선 대비

    [文정부 ‘3·8’ 개각] 의원 줄이고 전문가 포진…성과 내고 총선 대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단행한 7개 부처 개각은 취임 이후 최대 규모다. ‘문재인 정부 2기’를 끌고 주요 공약·정책 성과를 내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 이날 청와대는 ‘2기 개각’에 대해 “문재인 정부 중반기를 맞아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데 인사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됐던 국회의원 출신 김부겸 행정안전, 김현미 국토교통, 김영춘 해양수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친정인 민주당으로 복귀해 20대 총선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명균 통일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이로써 18개 부처 중 정부 출범부터 장관은 법무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 3곳만 남게 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장관 인사발표 브리핑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발탁했다는데 (개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집권 2년차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 부진과 공직기강 해이, 특별감찰반 의혹 등 국정 운영에 힘이 빠지는 징후들이 포착됐다. 이런 시점에 인적 쇄신을 계기로 긴장감과 일하는 분위기를 다시 불어넣고 국정 동력을 살려 정책 성과를 내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번 개각에 담겼다는 해석이다. 앞서 1기 부처 수장들은 정부 출범 직후 당청 협력을 위한 정치인 출신이 다수였다. 이에 비해 2기 내각은 교수, 관료 출신 전문가 그룹을 전진 배치해 정책 성과를 최대한 끌어내는데 염두를 둔 것으로 보인다.7개 부처 중 5곳 수장이 비정치인 출신으로 정책 전문성을 앞세웠다는 평가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김연철 통일연구원장는 노무현 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 이 분야 대표 전문가로, 경제협력·제재 완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 정책에 맞춤형 인사라는 평가다. ‘LG전자-카이스트(KAIST) 6G 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은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가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에, 노무현 정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문성혁 세계 해사대 교수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낙점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입각이 점쳐졌으나, 결국 박양우 전 문화부 차관에게 돌아갔다. 탕평 측면도 고려됐다. 진영 행정안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비문재인계’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인 박 후보자는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캠프에서 의원멘토단장을 맡았다. 당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당내 재벌개혁특위원장, 더불어경제실천본부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특히 ‘원조 친박근혜계’인 진 후보자의 입각은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4선인 진 후보자는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출신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지급 정책에 각을 세우다 6개월 만에 장관직을 전격 사퇴한 뒤, 20대 총선 때 ‘진박 감별 공천’에서 배제 당하자 탈당해 민주당 입당했다.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직접 영입, 본래 지역구였던 서울 용산에 전략공천해 당선됐다. 진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보수·진보 2개 정부에서 모두 입각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의 입각은 문재인 정부가 보수 진영까지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편, 진영, 박영선, 우상호 등 당 출신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던 3명 중 2명만 내정된 것은 여소야대 지형 속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한 개혁 입법, 총선 대비 여당의 무게감 확보 등 필요성에 당청이 인식을 같이 한 결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강기정 정무수석 간 면담 등을 통해 이런 의견이 청와대로 전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총선은 문 대통령이 임기 3년을 채운 시점에서 정권 재창출 여부를 가늠해 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진영, 박영선 후보자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선 “박·진 의원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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