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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폭염 불평등/오일만 논설위원

    장마가 그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엊그제 역대급 늦장마가 들이닥쳐 물난리로 고초를 겪은 터라 변덕스런 여름 날씨가 새삼 와닿는다. 7월 한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지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코로나19로 고통스런 날을 보내는 참에 잠 못 이루는 열대야까지 겹쳐 이래저래 힘겨운 시기를 맞았다. 계절 변화와 순환 과정에서 폭염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그 결과는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33도가 넘는 무더위가 지속되면 폭염주의보나 특보가 내려진다. 그럴 때마다 가급적 야외 활동을 중단하거나 그늘에서 폭염을 피하라고 권고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운 찜통 날씨에 생존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온열환자 중에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해야 하는 공사판 노동자나 논밭에서 김매고 수확하는 농부 등이 유독 많은 이유다. 쪽방이나 비닐하우스 등 제대로 된 냉방기기가 빈약한 곳에서 사는 사회적 약자에게 자연재해가 더 가혹한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 풍요 덕에 에어컨의 혜택을 누리는 경우도 많지만 폭염 아래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한번쯤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 #빨대 반납 #뚜껑 반납… “소비자들 힘으로 기업 바꿨죠”

    #빨대 반납 #뚜껑 반납… “소비자들 힘으로 기업 바꿨죠”

    불필요한 플라스틱 모아 제조사로 보내기업들은 빨대·뚜껑 없앤 상품으로 응답“기업 생산 달라지면 소비 자연스레 줄어”팩에 담긴 우유나 음료수, 바로 사서 마실 수 있는 커피 포장에는 늘 접어 쓰는 빨대가 붙어있다. 요구르트 마개 위에도 뚜껑이 한 겹 더 있다. 제품 보존이나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라지만 제대로 역할을 해 보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비자 모임 ‘지구지킴이 쓰담쓰담’의 허지현(활동명 클라블라우) 대표는 이 안타까운 물건들을 재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넘쳐 나는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커지긴 했지만 기업에서 대량생산하는 기성 제품에는 불필요한 요소가 여전했다.“쓰레기에 담긴 쓰임새에 대한 담론을 고민한다”는 목표를 가진 ‘쓰담쓰담’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평소에 “버리는 것을 줄이고 있는 것을 활용하자”는 목표를 가진 이들은 음료 빨대와 뚜껑을 모아 제조사로 보내기 시작했다. “2~3명이라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 ‘빨대 반납’ 아이디어가 공감을 얻으면서 자발적으로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 2월 매일유업을 시작으로, 1년 5개월 동안 남양유업, CJ제일제당, 한국야쿠르트에 총 4차례 반납 운동으로 이어 나갔다.소비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매일유업 고객최고책임자(CCO)는 “포장재 개발과 빨대 제공에 대한 합리적 방식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손편지 답장을 직접 보냈다. 우유 회사들은 빨대 없는 우유팩을, CJ제일제당은 햄 뚜껑 없는 명절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기업의 생산이 달라지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강조한 허 대표는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제안했기 때문에 기업들도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 모인 플라스틱들은 새로운 제품으로 업사이클링되거나 서울새활용플라자로 간다.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로서 허 대표는 버려진 것을 활용해 직접 소품들도 만든다. 그의 가방 속 물건 대부분이 ‘업사이클링’으로 태어났다. 5년 전부터 수저집을 가지고 다녔다는 그는 “이제는 자연스러운 습관”이라고 덧붙였다. ‘쓰담쓰담’의 5번째 프로젝트는 제과를 비롯한 과포장 줄이기다. 허 대표는 “자원의 소비와 순환과 같은 시대적인 흐름을 이해하며 시민, 기업들과 의견을 나누고 개선 방식을 찾아보려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
  • 인니, ‘머릿니 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 치료제 사용승인…사재기 폭발

    인니, ‘머릿니 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 치료제 사용승인…사재기 폭발

    입소문에 이버멕틴 1000% 약값 올라당국, 사재기에 이버멕틴 온라인 거래 중단인니 식약청 “의사 감독 아래 투약해야”英서 이버멕틴 효과 확인해 임상진행 중매일 1000명 사망…전날 15만명↑ 확진인도네시아 식약청이 머릿니와 옴 등 몸의 기생충을 잡는데 쓰이는 구충제 이버멕틴 등 8종의 성분이 포함된 약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에 쓰도록 긴급사용승인(EUA)을 내렸다.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인터넷으로 이버멕틴을 사재기하거나 약국에 몰리면서 약값이 1000%나 치솟았다. 15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식약청은 13일에 서명한 코로나 치료제 관련 회람을 이날 공개했다. 식약청은 이버멕틴, 렘데시비르, 파빌라비르, 오셀타미비르, 면역글로불린, 토실리주맙, 아지트로마이신, 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계열 소염제) 등 8종의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코로나 치료에 쓰도록 긴급 사용승인했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에 개발된 구충제로 머릿니, 옴 같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는 값싼 약이다. 파빌라비르는 일본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아비간’의 성분이고, 오셀타미비르는 독감치료 성분으로 ‘타미플루’로 잘 알려져 있다.식약청은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약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용됐다”면서 “하지만 이버멕틴 등의 사용은 여전히 의사 감독하에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버멕틴은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8개 병원과 ‘동정적 사용승인계획’(EAP) 지침을 따르는 병원에서만 투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정적 사용승인계획은 불치병, 말기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제가 없을 때 의료당국이 시판 승인 전의 약을 사용하도록 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동안 식약청의 긴급사용 승인 없이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여러 약이 섞여서 사용됐다. 특히 약국에서 파는 구충제 이버멕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가격이 최대 1000%까지 올라 당국이 급히 온라인 거래를 중단시키고 약국 현장 점검을 다니기도 했다.英옥스퍼드대, 소규모 시험으로이버멕틴 코로나 치료 효과 확인 영국 옥스퍼드대가 소규모 시험을 통해 이버멕틴의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했으며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할 때까지는 이버멕틴을 임상시험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인도네시아 식약청은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이는 인도네시아에 델타변이가 퍼지면서 하루 확진자가 6월 24일 2만명, 7월 6일 3만명, 7월 12일 4만명에 이어 전날 5만 4000명을 기록하는 등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 수 또한 이달 1040명을 기록한 뒤 매일 1000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 두 살 안된 딸 던진 남아공 엄마 “생판 모르는 이들을 믿을 수 밖에”

    두 살 안된 딸 던진 남아공 엄마 “생판 모르는 이들을 믿을 수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판 모르는 이들을 믿는 것 뿐이었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폭동과 약탈이 이어지는 남아공 더반의 한 건물에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자 다음달에야 두 살 생일을 맞는 딸 멜로쿨레를 던져 목숨을 구한 날레디 마뇨니는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당시 절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래에서 딸을 안전하게 받아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LG전자와 삼성전자 공장이 폭도들에게 약탈을 당하는 동영상을 보며 안타까워 했던 우리 국민들로선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모녀의 동영상과 인터뷰다. 엄마가 감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약탈을 하려던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BBC 카메라맨 투투카 존디가 약탈꾼들로 북적이는 더반 시티센터 앞 거리에 서 있다가 이 긴박했던 순간을 담았다. 일층의 가게들을 약탈하던 이들이 불을 질렀고 건물 안에서는 이내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침 마뇨니는 동거남을 찾아와 16층에 머무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아 딸아이를 안은 채 계단으로 뛰어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 동의 아래로 내려왔지만 상가 쪽 입구가 차단돼 아래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어찌어찌해 그녀는 발코니를 통해 2층까지 내려올 수 있어서 그곳에서 아래 사람들에게 아기를 받아달라고 외치게 됐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사람들이 사다리를 갖다대줘 마뇨니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들이 내려와 목숨을 구하고 딸 멜로쿨레를 안은 뒤 20분쯤 흘렀을 때에야 소방차가 도착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남아공에서 몇년 만에 최악의 폭동과 약탈 사태가 빚어진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델타 변이가 주도하는 제3차 감염 파동의 한가운데 있다. 최근 일주일 확진자 수는 1만명 이상이며, 이번 소요의 양대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하우텡주에서 전체 신규 감염의 50% 이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류판매 금지를 포함한 제4단계 봉쇄령이 지난달 말부터 2주간 내려진 데 이어 11일부터 2주 연장됐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령의 하나인 록다운을 1년 4개월째 실시해왔다. 물론 중간중간 감염 파동이 잦아들면 규제도 완화하고 4단계 이전만 해도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허용됐으나 실업 보조기금(UIF) 지급은 지난 3월 이후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11일 봉쇄령 강화에 영향받는 분야에 대한 UIF 지급을 재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 수감을 계기로 그동안 억눌렸던 주민들의 반감이 터져나왔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폭동과 약탈 와중에 72명이 압사 등으로 사망하고 1200명 이상 체포됐다고 AFP 통신이 14일 전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32%가 넘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빈곤층의 절망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남아공 최대 흑인 밀집지인 소웨토를 비롯해 최대도시인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알렉산드라 등 흑인 타운십 여러 곳에서 쇼핑몰과 상가를 겨냥한 약탈이 횡행했다. 남아공 정부 쪽에서는 주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범죄분자들을 부추겨 전국적 소요를 일으킨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국가안보 담당 장관은 전직 대통령과 연루된 첩보 대원들이 SNS 등을 통해 폭력 사태를 조장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12명의 소요 선동자 명단을 추렸고 그중 한 명은 주마 전 대통령의 개인 스파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콰줄루나탈의 더반 한인회 관계자도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마 전 대통령 아들이 배후에서 폭력 사태를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구금되면 나라를 통치불능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프리토리아의 마멜로디 흑인 타운십에서 사역하는 한 한국 선교사는 14일 “원래 도둑질이 기승을 부리는 남아공에서 범죄집단이 혼란을 조장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가세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교민은 “평소에는 괜찮아 보이는 남아공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다”고 개탄했다. 약탈 사태는 그동안 하우텡과 콰줄루나탈에서 주로 벌어졌지만 인근 지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말쯤 소요가 확산될지 진정될지 가늠할 수 있겠다는 전망이 나온다.
  • 타자 블게주는 솔로포 ‘펑’… 투수 오타니는 161㎞ ‘쾅’

    타자 블게주는 솔로포 ‘펑’… 투수 오타니는 161㎞ ‘쾅’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위한 무대같았던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의 진짜 주인공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게레로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 2번 타자 1루수로 나서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활약으로 팀의 5-2 승리를 이끌며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만 22세 119일로 역대 최연소이자 9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된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도 타지 못한 올스타 MVP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온통 오타니에 집중됐다. 역대 최초로 투타 모두 올스타에 선정된 오타니는 선발 투수이자 1번 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마운드보다 타석에 먼저 들어선 오타니는 첫 타석에서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발 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의 2구를 공략했지만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초구에 1루 땅볼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투수로서는 놀란 아레나도를 상대로 시속 100.2마일(약 161.3㎞)의 강속구를 뽐내는 등 1이닝을 삼자범퇴로 틀어막으며 실력을 뽐냈다. 팀이 2회초 선취점을 얻은 덕에 승리 투수가 됐다. 오타니가 물러난 후 게레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레로는 1-0으로 앞선 3회초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때렸다. 5회초 1사 1, 3루에선 2루 땅볼로 타점을 추가했다. 아버지는 2006년 올스타전, 아들은 2021년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기록하며 이들은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기록한 역대 3호 부자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아버지 게레로는 트위터에 “팬 여러분, 여기 여러분의 올스타 MVP가 있습니다”라며 아들의 MVP 수상장면을 올렸다. 아들 게레로는 “아버지께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이 상은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 제자와 茶맹세 아직도 그윽… 민초의 한 머금은 길따라 뚜벅뚜벅

    제자와 茶맹세 아직도 그윽… 민초의 한 머금은 길따라 뚜벅뚜벅

    올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하면서,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극중 ‘강진 선생’으로 불리는 다산(류승룡 분)의 학자적, 철학자적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대 세상을 호령하던 고관대작(형조참의) 자리에 있다가, 머나먼 전남 강진 땅에 유배를 와 묵묵히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정약용의 인품은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극중 비중에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온 다산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간다는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대통령 다산이 추진한다는 ‘실학21’의 바탕이 된 1표2서(‘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저술한 땅, 강진을 다시 돌아보니 그동안 보고 알았던 것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역사상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산은 그야말로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유학자이면서 실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했으며 행정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법학과 법의학을 두루 전공한 법률가였다. 또한 의학과 지리학, 건축학에 통달한 과학자요, 발명가였다. 게다가 언어학자, 아동 교육자, 걸출한 시인에다 차 전문가, 동서양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이론가이기도 했다. 18세기 말 조선은 만사‘다’통이었다. 다산을 거치면 안 될 게 없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처럼. 아, 공교롭게도 다산과 다빈치, 둘 다 이름 첫 자에 ‘다’자가 들어간다. 마침 다빈치도 유배는 아니지만 1516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앙부아즈 궁에서 살며 ‘모나리자’ 등 역작을 남겼다. 그런 다산이 강진에 내려왔다. 조용한 강진에 유배를 오는 바람에 그의 눈부신 업적이 꽃을 피웠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저서와 서간, 일화, 대한민국 차문화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의 유형(流刑)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랐다. 죄의 경중에 맞춰 2000리, 2500리, 3000리 등으로 올려가며 유배를 보내는 거다. 1리가 400m쯤이니 1000리면 한양에서 직선거리로 전남 완도까지도 갈 수 있다. 조선에선 이런 거리가 나올 수 없는 터라 일부러 여러 지역을 거치며 행로를 늘렸다. 세종이 ‘실정에 맞게’ 600, 750, 900리로 조정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돌고도는 유배길을 떠났다. 유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깡시골인 유배지로 한양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산업이 수혈됐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 때 이름난 관직자는 대부분 유배를 다녀왔을 만큼 유배는 ‘일상’이었다. 정조는 창덕궁 부용정에 인공 섬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하들과 시 짓기 내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벌칙으로 인공 섬에 유형을 보내기도 했다. 블루마블 게임에서 ‘무인도’ 같은 의미다. 그만큼 유형은 고급 관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다. 시에 능한 다산이 ‘인공 섬’에 유배를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산을 친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후, 정말 강진 땅으로 기나긴 유형을 떠나게 됐다. 그나마 강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축에 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유형을 가기도, 여행하기도 딱 적당한 거리다. 프로야구의 옛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군 구장을 강진에 뒀는데 당시 1군 선수가 2군에 내려가면 “유배간다”고 자조했다. 당시 몇몇 선수들은 강진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하며 다산의 후예가 됐다.다산이 처음 도착한 곳이 강진읍의 사의재다. 다산의 인품을 알아본 주막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의 호의로 여기서 4년간 생활했다. 다산은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생각과 외모, 말, 움직임을 네(四) 가지 덕목으로 삼아 마땅히(宜) 바로잡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의 일기에 따르면 1803년 겨울의 일이다. 초가 주막이던 본래 사의재 건물은 사라졌지만 2007년 강진군청은 이를 복원해 한옥체험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남도 강진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의재는 아욱국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다행히 유배지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는 ‘위리안치’는 아니었다. ‘강진 선생’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 제자 이청의 집 등을 전전하다 47세이던 1808년 봄에 귤동리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의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 윤단과 윤규로의 선처 덕분이었다.(해남 윤씨 윤선도는 무려 25년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유배의 왕’이다.) 다산은 산정 초당을 고쳐 다산초당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윤규로의 네 아들과 조카 둘을 가르쳤다. 다산은 18년 유배 기간 중 다산초당에서 약 11년을 머물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저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권에 달한다. 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는 철학, 법제, 종교, 악경, 의술, 천문, 측량, 건축 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애초의 초당은 무너지고 1958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가 현재 초당을 다시 지었다. 다만 원래 초당 건물이 아니라 목조 기와건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초당 뒤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글자 ‘丁石’(정석)이 새겨져 있으며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에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초당 왼쪽에는 작은 연지가 있다. 초당에 관어재(觀魚齋)란 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봐, 연지에 잉어를 키웠을 것으로 유추된다.초당 뒤 가파른 길은 만덕산 백련사로 이어진다. 꿀럭꿀럭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사색의 길’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만남이 이뤄진 길이다. 다산은 차와 바다를 찾아 백련사로 향했고 혜장은 스승과 책을 찾아 초당을 오갔다. 유배 와 제자를 가르치며 산중칩거하던 다산이 다른 철학(불교)을 통해 학식과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대의 학승 혜장 덕분일 수도 있다. 산중 차향은 그렇게 피어나 학문으로 승화됐다.다산은 강진의 아름다운 산(만덕산, 월출산)과 강(탐진강), 바다(강진만) 등 자연을 사랑했다. 특히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백운동 원림과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를 각별히 좋아했다. 월출산의 남쪽 월남(베트남이 아니다) 마을에 이르면 다산의 차를 재배했던 다원이 나온다. 전남 최대 가람이었던 월남사지 앞에 차를 재배하며 제다(製茶)해온 다부 이한영 가문의 생가 다향산방과 다원, 전통차문화원이자 시음장이 함께 있다. 이한영의 선조는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이다. 1830년 해배 후 광주(현 경기 남양주)로 올라간 다산은 제자 중 막내인 이시헌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잘 받았다. 고맙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오직 떡차(餠茶)만 의지하고 있는데 다시 곡우가 되었으니 차를 또 보내 달라”고 했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거칠었다. 반드시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곱게 빻아야 한다. 알아들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목민심서’를 집필한 ‘강직한 공직자’ 다산이었지만 제자에게는 단호하게 차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자와 맺은 다신계(茶信契)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더라도, 제자들은 매년 공부한 글과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시헌은 이 약속을 평생 지켰다. 약속은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전해졌고 마지막으로 이를 지킨 사람이 이한영이다. 평생 차를 위해 살아온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 차로 바뀌어 유통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우리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로,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뜻이다. 그는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한국 전통차의 맥을 이었고,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다시 1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 이현정 전통차문화원장에 이르고 있다. 다산이 즐기던 차가 바로 백운옥판차다. 사제 간의 다신계가 정녕 200여년 지속된 셈이다.생가 옆에는 백운동 원림(園林)이 있다.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 원림이다. 이곳에도 다산의 흔적이 있다. 다산은 평소에도 백운동 원림을 찾았고 1812년에는 초의선사와 함께 백운동 12경을 방문한 후 각각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시(백운동 12승사)를 남겼다. 여기에 초의선사가 그린 그림(백운동도)을 묶은 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홍옥폭,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 정선대, 운당원 등 백운동 12경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람사르 협약 생태습지로 유명한 남포 습지에도 다산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 물길이 만나는 남포마을은 제주, 완도 등 섬과 육지의 교역 중심지로 예부터 번성했는데 다산초당 만덕산에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 다산의 행차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포마을의 옛 이름은 갈대밭이란 뜻의 갈밭마을. “강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포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강진만의 색다른 정취는 그 포구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 등장하는 문구다. 다산은 이곳에서 탐관오리들이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세하기 위해 죽은 이와 갓난아이까지 군적(軍籍)에 올리는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의 횡포를 부렸다. 도저히 군포를 감당할 수 없어 이에 항의하던 한 백성은 “아이를 낳은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 거세하기에 이르렀다. 다산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시아버지는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 호소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크게 포효하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간 방에 피가 흥건하고/ 남편은 스스로 아이 낳은 죄를 한탄하네’ ‘애절양’ 시구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남포호 전망대에 선명히 적혀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3282만㎡(813만평)에 이른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한 에코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급 정보와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덕인지, 강진에는 특이한 맥주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인구 3만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신기하게도 술집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를 팔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심지어 생맥주 체인점에서도 버드와이저를 주문하면 따로 내올 정도다. 20여년 전 강진에는 주류를 공급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고급제품이었던 버드와이저 마케팅을 펼쳤는데, 뜻밖에 이게 먹혀들어 누구나 버드와이저를 즐겨찾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진은 전남에서도 주류소비량이 높은 편이라 주류회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지였다. 이런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버드와이저가 국산 맥주보다 좋다는 이미지를 남겼고 마침내 ‘군민 맥주’로 인정받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싱가폴 슬링’을 찾아 마시듯 무더운 여름날 강진에 간다면 시원한 버드와이저 한 잔 마셔 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다산이 18년이나 살며 많은 흔적을 남긴 강진 땅. 농가체험숙박 ‘푸소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체험, 청정 생태 여행 1번지로 변모한 이 청잣빛 푸른 땅에 스스로 ‘아름다운 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역병으로 우울한 이 여름, 참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강진 여행 체크리스트 무엇을 볼까 이한영전통차문화원은 이현정 원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백운옥판차 등 다양한 전통차 시음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남사지 잔디밭에 앉아 다식을 들며 차 소풍을 즐길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선 민중의 삶을 그대로 녹인 민화를 통해 조상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층에선 성문화를 표현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만날 수 있다.뭘 먹을까 은행나무는 한정식 미향(味鄕) 강진에서도 이름난 한정식집이다. 반찬 그릇 위에 또 그릇이 올라가는 ‘강진한정식이층탑’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해물과 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음식의 면면이 훌륭해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토종닭과 전복, 문어를 넣고 끓인 회춘탕(해천탕)도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설성식당은 한 상 가득 돼지불고기 백반상을 받는 집이다. 조선 중후기 육군 사령부가 있던 병영면에 돼지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불맛 가득한 양념 돼지고기는 물론 각종 곁들임 찬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1인 1만원꼴로 값도 저렴하다.
  • 목축이던 주막선 군민맥주 캬~ 다산 걷던 동백숲서 시름 털털

    목축이던 주막선 군민맥주 캬~ 다산 걷던 동백숲서 시름 털털

    올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하면서,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극중 ‘강진 선생’으로 불리는 다산(류승룡 분)의 학자적, 철학자적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대 세상을 호령하던 고관대작(형조참의) 자리에 있다가, 머나먼 전남 강진 땅에 유배를 와 묵묵히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정약용의 인품은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극중 비중에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온 다산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간다는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대통령 다산이 추진한다는 ‘실학21’의 바탕이 된 1표2서(‘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저술한 땅, 강진을 다시 돌아보니 그동안 보고 알았던 것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역사상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산은 그야말로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유학자이면서 실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했으며 행정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법학과 법의학을 두루 전공한 법률가였다. 또한 의학과 지리학, 건축학에 통달한 과학자요, 발명가였다. 게다가 언어학자, 아동 교육자, 걸출한 시인에다 차 전문가, 동서양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이론가이기도 했다. 18세기 말 조선은 만사‘다’통이었다. 다산을 거치면 안 될 게 없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처럼. 아, 공교롭게도 다산과 다빈치, 둘 다 이름 첫 자에 ‘다’자가 들어간다. 마침 다빈치도 유배는 아니지만 1516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앙부아즈 궁에서 살며 ‘모나리자’ 등 역작을 남겼다. 그런 다산이 강진에 내려왔다. 조용한 강진에 유배를 오는 바람에 그의 눈부신 업적이 꽃을 피웠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저서와 서간, 일화, 대한민국 차문화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의 유형(流刑)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랐다. 죄의 경중에 맞춰 2000리, 2500리, 3000리 등으로 올려가며 유배를 보내는 거다. 1리가 400m쯤이니 1000리면 한양에서 직선거리로 전남 완도까지도 갈 수 있다. 조선에선 이런 거리가 나올 수 없는 터라 일부러 여러 지역을 거치며 행로를 늘렸다. 세종이 ‘실정에 맞게’ 600, 750, 900리로 조정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돌고도는 유배길을 떠났다. 유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깡시골인 유배지로 한양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산업이 수혈됐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 때 이름난 관직자는 대부분 유배를 다녀왔을 만큼 유배는 ‘일상’이었다. 정조는 창덕궁 부용정에 인공 섬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하들과 시 짓기 내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벌칙으로 인공 섬에 유형을 보내기도 했다. 블루마블 게임에서 ‘무인도’ 같은 의미다. 그만큼 유형은 고급 관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다. 시에 능한 다산이 ‘인공 섬’에 유배를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산을 친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후, 정말 강진 땅으로 기나긴 유형을 떠나게 됐다. 그나마 강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축에 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유형을 가기도, 여행하기도 딱 적당한 거리다. 프로야구의 옛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군 구장을 강진에 뒀는데 당시 1군 선수가 2군에 내려가면 “유배간다”고 자조했다. 당시 몇몇 선수들은 강진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하며 다산의 후예가 됐다.다산이 처음 도착한 곳이 강진읍의 사의재다. 다산의 인품을 알아본 주막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의 호의로 여기서 4년간 생활했다. 다산은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생각과 외모, 말, 움직임을 네(四) 가지 덕목으로 삼아 마땅히(宜) 바로잡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의 일기에 따르면 1803년 겨울의 일이다. 초가 주막이던 본래 사의재 건물은 사라졌지만 2007년 강진군청은 이를 복원해 한옥체험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남도 강진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의재는 아욱국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다행히 유배지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는 ‘위리안치’는 아니었다. ‘강진 선생’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 제자 이청의 집 등을 전전하다 47세이던 1808년 봄에 귤동리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의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 윤단과 윤규로의 선처 덕분이었다.(해남 윤씨 윤선도는 무려 25년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유배의 왕’이다.) 다산은 산정 초당을 고쳐 다산초당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윤규로의 네 아들과 조카 둘을 가르쳤다. 다산은 18년 유배 기간 중 다산초당에서 약 11년을 머물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저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권에 달한다. 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는 철학, 법제, 종교, 악경, 의술, 천문, 측량, 건축 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애초의 초당은 무너지고 1958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가 현재 초당을 다시 지었다. 다만 원래 초당 건물이 아니라 목조 기와건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초당 뒤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글자 ‘丁石’(정석)이 새겨져 있으며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에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초당 왼쪽에는 작은 연지가 있다. 초당에 관어재(觀魚齋)란 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봐, 연지에 잉어를 키웠을 것으로 유추된다.초당 뒤 가파른 길은 만덕산 백련사로 이어진다. 꿀럭꿀럭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사색의 길’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만남이 이뤄진 길이다. 다산은 차와 바다를 찾아 백련사로 향했고 혜장은 스승과 책을 찾아 초당을 오갔다. 유배 와 제자를 가르치며 산중칩거하던 다산이 다른 철학(불교)을 통해 학식과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대의 학승 혜장 덕분일 수도 있다. 산중 차향은 그렇게 피어나 학문으로 승화됐다.다산은 강진의 아름다운 산(만덕산, 월출산)과 강(탐진강), 바다(강진만) 등 자연을 사랑했다. 특히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백운동 원림과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를 각별히 좋아했다. 월출산의 남쪽 월남(베트남이 아니다) 마을에 이르면 다산의 차를 재배했던 다원이 나온다. 전남 최대 가람이었던 월남사지 앞에 차를 재배하며 제다(製茶)해온 다부 이한영 가문의 생가 다향산방과 다원, 전통차문화원이자 시음장이 함께 있다. 이한영의 선조는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이다. 1830년 해배 후 광주(현 경기 남양주)로 올라간 다산은 제자 중 막내인 이시헌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잘 받았다. 고맙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오직 떡차(餠茶)만 의지하고 있는데 다시 곡우가 되었으니 차를 또 보내 달라”고 했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거칠었다. 반드시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곱게 빻아야 한다. 알아들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목민심서’를 집필한 ‘강직한 공직자’ 다산이었지만 제자에게는 단호하게 차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자와 맺은 다신계(茶信契)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더라도, 제자들은 매년 공부한 글과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시헌은 이 약속을 평생 지켰다. 약속은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전해졌고 마지막으로 이를 지킨 사람이 이한영이다. 평생 차를 위해 살아온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 차로 바뀌어 유통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우리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로,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뜻이다. 그는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한국 전통차의 맥을 이었고,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다시 1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 이현정 전통차문화원장에 이르고 있다. 다산이 즐기던 차가 바로 백운옥판차다. 사제 간의 다신계가 정녕 200여년 지속된 셈이다.생가 옆에는 백운동 원림(園林)이 있다.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 원림이다. 이곳에도 다산의 흔적이 있다. 다산은 평소에도 백운동 원림을 찾았고 1812년에는 초의선사와 함께 백운동 12경을 방문한 후 각각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시(백운동 12승사)를 남겼다. 여기에 초의선사가 그린 그림(백운동도)을 묶은 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홍옥폭,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 정선대, 운당원 등 백운동 12경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람사르 협약 생태습지로 유명한 남포 습지에도 다산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 물길이 만나는 남포마을은 제주, 완도 등 섬과 육지의 교역 중심지로 예부터 번성했는데 다산초당 만덕산에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 다산의 행차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포마을의 옛 이름은 갈대밭이란 뜻의 갈밭마을. “강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포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강진만의 색다른 정취는 그 포구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 등장하는 문구다. 다산은 이곳에서 탐관오리들이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세하기 위해 죽은 이와 갓난아이까지 군적(軍籍)에 올리는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의 횡포를 부렸다. 도저히 군포를 감당할 수 없어 이에 항의하던 한 백성은 “아이를 낳은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 거세하기에 이르렀다. 다산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시아버지는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 호소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크게 포효하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간 방에 피가 흥건하고/ 남편은 스스로 아이 낳은 죄를 한탄하네’ ‘애절양’ 시구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남포호 전망대에 선명히 적혀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3282만㎡(813만평)에 이른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한 에코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급 정보와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덕인지, 강진에는 특이한 맥주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인구 3만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신기하게도 술집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를 팔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심지어 생맥주 체인점에서도 버드와이저를 주문하면 따로 내올 정도다. 20여년 전 강진에는 주류를 공급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고급제품이었던 버드와이저 마케팅을 펼쳤는데, 뜻밖에 이게 먹혀들어 누구나 버드와이저를 즐겨찾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진은 전남에서도 주류소비량이 높은 편이라 주류회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지였다. 이런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버드와이저가 국산 맥주보다 좋다는 이미지를 남겼고 마침내 ‘군민 맥주’로 인정받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싱가폴 슬링’을 찾아 마시듯 무더운 여름날 강진에 간다면 시원한 버드와이저 한 잔 마셔 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다산이 18년이나 살며 많은 흔적을 남긴 강진 땅. 농가체험숙박 ‘푸소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체험, 청정 생태 여행 1번지로 변모한 이 청잣빛 푸른 땅에 스스로 ‘아름다운 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역병으로 우울한 이 여름, 참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강진 여행 체크리스트 무엇을 볼까 이한영전통차문화원은 이현정 원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백운옥판차 등 다양한 전통차 시음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남사지 잔디밭에 앉아 다식을 들며 차 소풍을 즐길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선 민중의 삶을 그대로 녹인 민화를 통해 조상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층에선 성문화를 표현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만날 수 있다.뭘 먹을까 은행나무는 한정식 미향(味鄕) 강진에서도 이름난 한정식집이다. 반찬 그릇 위에 또 그릇이 올라가는 ‘강진한정식이층탑’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해물과 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음식의 면면이 훌륭해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토종닭과 전복, 문어를 넣고 끓인 회춘탕(해천탕)도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설성식당은 한 상 가득 돼지불고기 백반상을 받는 집이다. 조선 중후기 육군 사령부가 있던 병영면에 돼지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불맛 가득한 양념 돼지고기는 물론 각종 곁들임 찬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1인 1만원꼴로 값도 저렴하다.
  • “몰래 카메라 걸렸다”…다리 밑으로 뛰어내려 장애 얻은 日남성

    “몰래 카메라 걸렸다”…다리 밑으로 뛰어내려 장애 얻은 日남성

    일본의 수도 도쿄 도심에서 한 남성이 ‘불법 촬영’을 하다 걸려 도주 중 다리 밑으로 추락했다. 14일 일본 매체 등에 따르면 최근 시부야역 인근 번화가에서 한 남성이 다리에서 추락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이 남성이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갑자기 떨어진 남성에 놀란 시민들이 곧바로 신고했고,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줄 알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 그는 길거리에서 여성의 특정 부위 사진을 찍던 중 시부야역 경비원에게 걸렸고, 이후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던 중 도주를 하면서 사건이 벌어졌다. 남성은 도주 혐의로 가중 처벌을 받을 예정이다. 이 남성은 골절상을 입어 최소 3개월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치료를 받고도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전해졌다.
  • ‘국내 가구 1위’ 한샘, 새 주인은 사모펀드 IMM PE

    ‘국내 가구 1위’ 한샘, 새 주인은 사모펀드 IMM PE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된다. 매각 대상 주식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사진·83)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샘 주식 전부(30.21%)다.한샘은 오너일가 주식을 IMM PE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인수가격은 1조 3000만~1조 7000만원 사이로 추정된다. 하반기 중에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한샘의 대주주는 IMM PE로 바뀐다. 이날 한샘 주가는 창업주 지분 매각 추진 소식에 전날보다 24.68% 뛴 14만 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52주 신고가다. 증권가에서는 유력 후보자인 IMM PE와 한샘 간 경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IMM PE는 온라인 가구 유통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오하임아이엔티의 대주주다. 오프라인 비중이 높은 한샘이 오하임아이엔티를 통해 온라인 가구 시장에서도 몸집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샘 측은 “조 명예회장이 회사의 비전과 미래가치를 인정하는 전략적 비전을 갖춘 투자자를 찾아왔고 IMM PE를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2년 전에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당시 홈플러스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칼라일 등 사모투자전문사와 협상했지만 한샘 측이 인수가를 양보하지 않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테리어 시장이 확대되고 집 꾸미기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내년 인테리어 시장 전망도 좋다. 업계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고령으로 승계자가 없고, 상속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시점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은 1남 3녀를 뒀지만 외아들은 2012년 사망했으며, 세 딸은 한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으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손자가 있지만 아직 10대다. 이밖에도 장녀와 삼녀 남편이 각각 미국 법인장과 한샘 감사를 맡고 있지만 후계와는 무관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실제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2조 6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7% 늘어난 929억 7300만원을 기록했다. 한샘이 2조원대 매출을 회복한 것은 3년 만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이 2조 2466억~2조 39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7%~15.9%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샘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매수 주체의 지분 인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日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열차 사망 사고 발생

    日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열차 사망 사고 발생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14일 일본 TBS방송은 얼마 전 발생한 도쿄 열차 사고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쯤 도쿄도 이타바시구 도부 네리마역에서 31세 여성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철도역 CCTV 등을 종합 분석한 경시청은 사고 원인으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꼽았다. 사망한 여성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경보음은 물론 열차가 다가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현지언론이 경시청 발표 등을 토대로 재현한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여성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건널목으로 진입했다. 경보음이 울리긴 했지만 차단기는 아직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으니 건널목 밖으로 나가라”는 경보음이 울린 후 거의 동시에 차단기가 작동됐으나, 그 짧은 10초 사이 여성은 이미 건널목 반대편까지 다다른 상태였다. 반대편 차단기에 가로막힌 여성은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사실상 퇴로가 막힌 건널목에 갇혀버린 꼴이 됐다.그때까지도 여성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시청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뺏겨 자신이 건널목 밖에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결국 30초 후, 빠른 속도로 달려온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다른 보행자들도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현지언론은 다른 보행자 2명이 사망한 여성과 차단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보느라 위험을 알리지 못했다고 전했다.일본도 여느 나라처럼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스마트폰 이용자 중 10%가 타인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다친 적이 있다. 96.6%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사고가 늘자 일본 가나가와현 야마토시는 지난해 6월 일본 최초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시행했다. 강제성은 없지만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거란 취지에서였다. 이에 따라 기차역 등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 금지 표지판을 세우고 시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 [사설] 내년 최저임금 9160원, 노사 모두 고통 분담해야

    최저임금위원회는 어제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8720원보다 440원, 5.1% 상승에 그친 것이다. 내년 근로자들의 월 최저 급여액(월 노동시간 209시간)은 191만 4440만원에 머문다. 이 결정에 노동자측이나 경영자측 모두가 불만이 가득하다. 노동계는 현 정부가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이 무산됐고, 최소한의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영자측은 동결에 가까운 8850원보다 높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계상황으로 치닫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도외시했다며 불만이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근로자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 수준, 즉 하한선을 말한다. 이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적게는 76만 8000여명에서 많게는 355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런 만큼 가급적 인상률이 높아야 근로자들의 생활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해마다 최저임금 협상 때는 근로자측과 사용자측 모두가 얼굴을 붉히고 타협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각종 경제지표나 통계조사 등을 고려해 볼 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그야말로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다. “대내외 고용 상황,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청와대와 최저임금위원회측의 설명은 그래서 조금이나마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소상공인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은 예상치 못한 4차 대유행으로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격한 임금 인상은 고용을 어렵게 한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년 전에 비해 6만 7000명이나 감소했고,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올해도 고용을 꺼린다는 통계가 이를 잘 반영하다. 노사 모두가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정부는 자영업자 지원책을 적극 찾아야 한다.
  • 불매운동 조짐에 화들짝… 비로소 멈춘 ‘영양 고추아가씨’

    불매운동 조짐에 화들짝… 비로소 멈춘 ‘영양 고추아가씨’

    코로나 4차 대유행에도 대회 강행 시도郡 “최근 사태 악화돼 연기 불가피” 선회 경북 영양군이 결국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는 군이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과 정부의 집합 및 이동 자제 요청에도 전국 규모의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서울신문 보도(7월 13일자 12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이날 보도 이후 영양군청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영양고추 불매운동 여론도 일었다. 이에 영양군이 선발대회의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 영양군은 다음달 27일 영양국민체육센터에서 열기로 했던 ‘제20회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13일 밝혔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대회 개최 논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군은 애초 영양고추의 우수성 홍보 등을 위해 최대한 방역을 하면서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무관중 온라인 형태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수도권 중심의 확산세가 비수도권으로 번지고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양군 관계자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 기미을 보여 행사 개최를 결정했으나 최근 사태가 악화되면서 부득이 연기가 불가피해졌다”면서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고추 수확 시기에 열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배농가들의 마음을 달래려고 했으나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지역에서는 2100여 농가가 1400여㏊에서 연간 3000여t의 건고추를 생산하고 있다.
  • 코로나 검사도 벅찬데… 의료진, 폭염과도 사투

    코로나 검사도 벅찬데… 의료진, 폭염과도 사투

    두꺼운 방호복에 고글까지 ‘땀범벅’선별검사소마다 천막 쳤지만 역부족찜통더위에 검사받는 시민들도 지쳐“코로나19가 아니라 찜통더위가 더 무섭습니다.” 전국의 코로나19 검사소 등의 의료진들이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등 고온다습한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3일 하루 평균 900여명을 상대로 검사가 진행 중인 인천 부평역 임시선별검사소에는 검사가 개시되기 전부터 긴 줄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검사를 받으려고 선별검사소를 찾은 사람들도, 두꺼운 방역복과 마스크 등을 착용한 의료진도 무더위로 지칠 데로 지쳐 가고 있다. 선별검사소마다 천막으로 그늘을 만들고 대형 선풍기 등을 돌리고 있지만 폭염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검사를 맡은 한 의료진은 “얼음 조끼를 입고 냉풍기도 돌아가지만 더운 날씨에 검사하다 보니 방호복 안은 땀으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인천 송도 미추홀타워 임시검사소와 인천 서구 검암역 임시선별검사소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광장에서도 폭푹 찌는 듯한 날씨 속에 순서를 기다리는 긴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 현장을 찾은 이재준 고양시장은 ‘안타까운 마음’에 차마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시장은 “폭염에 방호복과 고글까지 착용한 의료진을 보면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면서 “코로나19의 방역 의료진을 위한 지원 대책을 최우선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이날 오전 11시 찾은 대구 국채보상공원의 야외 임시선별검사소는 햇볕을 가리는 그늘막이 설치됐음에도 10분쯤 서 있으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대구 지역 기온은 오전임에도 이미 32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낮 최고기온은 35도를 훌쩍 넘었다. 손에 든 작은 메모지로 연신 부채질을 하던 20대 직장인은 “너무 더워 땀도 나고 짜증이 난다”며 “직장 때문에 지금 선별검사소를 찾았지만, 기다리기에 지친다”고 말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돈 부산 사하구 보건소 앞도 코로나19 재확산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시민들을 안내하는 의료진은 얼음팩이 들어간 조끼를 입은 채 돌아다니면서도 연신 구슬땀을 훔쳤다. 5분만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땡볕에 의료진은 틈이 날 때마다 선풍기 등 냉방기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사하구 보건소 관계자는 “폭염에 방호복을 입고 2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면 누구도 버티기 힘들다”면서 “폭염 기간에는 에어컨, 선풍기보다 의료진을 확충해 휴식시간을 확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라크 코로나 병원 또 화재…최소 50명 사망

    이라크 코로나 병원 또 화재…최소 50명 사망

    이라크 남부 도시 나시리야의 코로나바이러스 병원 화재로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다쳤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알후세인 병원에서 벌어진 화재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망자들은 심한 화상을 입은 채로 발견됐고, 부상자들도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는 전기 합선이나 산소 용기 폭발 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보건 당국은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불이 난 병원은 70병상 규모로 지난 4월 문을 열었으며, 가연성 자재로 지어져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많은 환자들이 치솟는 연기로 기침을 하는 동안 의료진이 불에 탄 병원에서 검게 그을린 시신들을 들고 나왔다”고 참상을 전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화재 진압 후 병원 내 피해자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연기가 자욱해 불에 탄 일부 병동에는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로이터에 “거센 불길 탓에 병동 안에 많은 환자들이 갇혔고, 구조대가 접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환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는데, 병원 내 허술한 안전관리를 놓고 시민들의 분노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이라크에서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원 치료 중이던 코로나 환자들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앞서 지난 4월 수도 바그다드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도 산소 용기가 폭발해 최소 82명이 숨졌다.
  •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코로나 우려에 결국 [서울신문 보도 그후]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코로나 우려에 결국 [서울신문 보도 그후]

    경북 영양군이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하려다가 코로나19 확산이 크게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행사를 결국 연기했다. 영양군은 다음달 27일 영양국민체육센터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제20회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13일 밝혔다. 군은 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대회 개최 논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군이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과 정부의 집합 및 이동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서울신문 보도(7월 13일자 12면)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날 보도가 있은 후 군청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고,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영양고추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은 애초 영양고추의 우수성 홍보 등을 위해 최대한 방역을 하면서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무관중 온라인 형태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수도권 중심의 확산세가 비수도권으로 번지고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올해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전체 예산 4억 3000만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해당 기획사에 이미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군 관계자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 기미을 보여 행사 개최를 결정했으나 최근 사태가 악화되면서 부득이 연기가 불가피해졌다”면서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고추 수확 시기에 열어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울 겪고 있는 재배농가들의 마음을 달래려고 했으나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양지역에서는 2100여 농가가 1400여㏊에서 연간 3000여t의 건고추를 생산하고 있다.
  • 서울대,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망발한 학생처장 사의 수용

    서울대,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망발한 학생처장 사의 수용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에 직장 내 갑질이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에 대해 ‘죽은 사람을 이용하는 행태가 역겹다’는 취지의 반박 글을 올렸던 구민교 학생처장이 결국 보직에서 물러났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학생처장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며 “개인의 의견이 대학본부의 입장으로 오해되는 등 혼란이 계속되자 학생처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오늘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한 치의 거짓 없는 공정한 인권센터 조사에 대한 의지를 학내 구성원과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학내 인권센터에 직장 내 갑질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공식 사과 등 어떤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구 처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고 썼다. 이후 논란이 되자 “유족이나 다른 청소노동자가 아닌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해명한 뒤 “유족들이 상처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과격한 발언에 여론은 더욱 악화했고, 구 처장은 12일 학교 측에 학생처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외부 정치세력이 우리 학내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고 언급해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구 처장이 말한 ‘외부 정치세력’은 직장 갑질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노총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이 사망 전 서울대로부터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 총장은 “고인의 산업재해 신청과 관련해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며 “인권센터 조사 결과에 따라 미비한 부분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시설관리직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근무 환경과 인사 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업무 표준을 정립하겠다”고 전했다. 서울대 기숙사에서 일하던 50대 청소노동자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정원 196명인 기숙사 건물 관리를 홀로 맡았으며, 평소 동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상사의 부당한 지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 해변서 구조된 고래, 며칠 후 같은 자리로 돌아와 사체로 발견

    해변서 구조된 고래, 며칠 후 같은 자리로 돌아와 사체로 발견

    고래가 좌초한 곳은 무덤으로 선택한 장소였을까? 이런 의문을 갖게 하는 사건이 멕시코의 한 해변에서 최근 발생했다. 좌초한 고래가 구조대의 필사적인 노력 끝에 바다로 돌아갔지만 동일한 장소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멕시코 소노라주(州) 푸에르토 페냐스코의 엘미라도르 해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문제의 고래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6시쯤. 푸에르토 페냐스코의 동물보호국과 소방대는 해변에 거대한 고래가 좌초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달려간 소방대와 구조대가 발견한 고래는 긴수염고래(balaenoptera physalus)로 길이 10m, 몸무게 5톤가량의 엄청난 덩치였다. 소방대와 구조대는 즉각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고래에게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젖은 천을 덮어주고 바닷물을 퍼날라 지속적으로 뿌려줬다. 그러면서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길을 파기 시작했다. 고래가 좌초한 곳은 바다에서 약 120m 지점으로 모래보다는 돌이 많은 곳이다. 소방대와 구조대는 고래를 바다로 밀기 위해 돌을 치우고 바다까지 연결되는 수로를 냈다. 구조대가 길을 내기 위해 치운 돌만 약 10톤에 이른다. 같은 날 오전 9시50분쯤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70여 명이 바다를 향해 고래를 밀었다. 고래를 구조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구조작업은 영상으로 남겨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돼 큰 화제가 됐다. 멕시코 네티즌들은 고래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구조대원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고래는 바다로 돌아가고 구조대는 환호했지만 기쁨과 보람은 3일을 넘기지 못했다. 고래가 구조된 동일한 장소에서 9일 또 다시 비슷한 덩치의 고래가 발견된 것. 구조대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고래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놀랍게도 죽은 상태로 발견된 고래는 7일 구조돼 바다로 돌아간 바로 그 고래였다. 푸에르토 페냐스코의 환경보호국 관계자는 "구조대가 확인한 결과 죽은 고래는 7일 구조한 바로 그 고래였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힘들게 바다로 돌려보냈는데 불과 3일 만에 이렇게 같은 장소에서 죽은 상태로 발견되다니 허탈하다"며 고래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푸에르토 페냐스코 당국은 고래를 발견된 곳에 묻어주기로 했다. 한 대원은 "어쩌면 이곳이 고래가 선택한 무덤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래가 원할 것 같아 발견된 해변에 땅을 파고 사체를 묻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 [길섶에서] 대법관의 정원/임병선 논설위원

    10년째 가꾸는 정원이라는데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입장권 팔려고 꾸미는 꽃밭이 아니란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큰 병과 싸우는 아버지가 아내, 두 딸과 함께 “시간을 이겨내려” 비지땀을 쏟는 곳이었다. 그 아버지는 지난 11일 새벽 세상을 떠난 이홍훈 전 대법관이다. 평생 칼과 저울을 들어 정의를 재단했던 그가 호미와 삽을 들고 꽃과 풀을 매만졌다. 진보 성향의 판결로 유명했던 그가 ‘법조의 재야’로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만드는 일보다 고향인 전북 고창에 정원을 꾸며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 것이 조금은 놀랍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싶었다. 그러다 그는 큰 병을 얻었고, 희귀병과 싸우는 딸과 함께 꽃 돌보는 일에 빠졌다. 하루를 인생의 전부라 여기며 살았다. 그 정원의 꽃들을 사계절의 모습과 함께 엿본 것은 지난 식목일 다음날 한 지상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큰딸과 작은딸이 아버지의 등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 세상 어느 부부보다 살가워 보이는 부부, 나직하고 정감 넘치는 그의 목소리에 먹먹했다. 그 프로그램 말미에 ‘그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자막이 떠 응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비보를 들을 줄 몰랐다. 안타깝다.
  • “청소만 해도 힘든데 시험 보는 것이 갑질”

    “청소만 해도 힘든데 시험 보는 것이 갑질”

    청소노동자의 시선으로 본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비극최근 일터에서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생전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업과 학교 등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분노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복장을 점검하고 시험을 치게 했다면 갑질”이라면서 “업무량도 혼자 맡기에는 너무 과했더라”고 입을 모았다. 청소노동자 이모(59)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여학생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이씨의 죽음에 기숙사 안전관리 팀장의 갑질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건물의 영어 이름이나 건설연도를 묻는 쪽지시험을 보고 회의 시간에 드레스코드를 지정하는 등 스트레스를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서울대 교수는 “갑질이 아니라 외국인 학생들에게 정확한 응대를 할 수 있도록 직무교육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의 쇼핑몰에서 5년째 일한 60대 청소노동자 박미숙(이하 가명)씨는 “영어나 중국어 건물명을 왜 알아야 하느냐”면서 “청소만 해도 힘든데 시험을 치른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에서 일하는 최진희씨도 “청소 업무 외에 별도 시험을 보는 것 자체가 갑질”이라고 분노했다. 청소노동자의 복장을 점검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은 황당해했다. 서울 시내 사립대 기숙사를 청소하는 김혜숙씨는 “청소나 회의를 할 때 회사가 주는 반팔 티셔츠와 앞치마를 입는다”면서 “복장이 중요하다면 사측이 유니폼을 지급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숨진 이씨가 196명을 수용하는 승강기도 없는 4층짜리 기숙사 건물을 혼자 맡은 건 명백한 중노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400여명이 사는 A 사립대 기숙사는 3명이, 250여명을 수용하는 B 사립대의 기숙사는 2명이 업무를 나눠서 한다”며 “코로나19로 기숙사에 배달 쓰레기가 늘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2016년까지 연세대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오피스텔에서 일하는 이명희(75)씨는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끌고 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터지기 쉬워 천천히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더 아프다”면서 “어떻게 명문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소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청소노동자가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 공간 보장을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21일부터 12일 오후 2시까지 19만 6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한편 고인과 관련해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은 이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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