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안전판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 확장성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 여당 주도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 스퇴르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 회원제
    2026-06-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75
  • ‘하버드 MBA’ 성공 보증수표 아니다

    ‘하버드 MBA’ 성공 보증수표 아니다

    1년 학비만 7만 달러가 넘는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수료자들은 과연 선망하던 ‘상류 인생’을 살고 있을까. 1996년 졸업생의 지난 10년 행적을 소개한 뉴욕타임스의 결론은 ‘글쎄요’다.11일(현지시간) 신문이 전한 MBA 수료자들의 삶은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다. 1996년 졸업한 애덤 리치먼(36)은 어느날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함께 졸업한 동기생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사 대표인 그는 동기생 10명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뉴욕에서 만난 96년 졸업생 10명 중 현재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4명뿐이었다.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부도를 맞는 등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5명이나 됐다. 마이클 매든(39)은 “사람들은 하버드 MBA를 나왔다고 하면 무조건 똑똑할 거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MBA가 좋은 건 큰 어려움 없이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버드 MBA 수료자의 ‘실패율’은 일반의 예상치를 웃돈다. 캐나다 맥길대 헨리 민츠버그 교수가 1990년 졸업생 19명을 조사한 결과 10명은 완벽하게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사회적 성공을 누린 이는 5명이었다. 나머지 4명도 실패와 다름없는 인생이었다. 사정은 다른 대학 MBA도 마찬가지다. 꾸준한 경기호황 덕에 미국에서 MBA 학위는 최고인기를 얻고 있다.1970년 2만 6490명에 불과했던 학위 취득자는 2004년 13만 9347명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졸업생들의 현실은 강의실에서 품던 꿈과는 차이가 있다. 올해 초 페이스 경영대학원이 뉴욕증권거래소의 482개 상장 기업을 조사한 결과 최고경영자 중 MBA 학위를 가진 사람은 33.6%(162명)에 그쳤다. 명문대 MBA 출신이 경영실적이 더 좋다는 근거도 없었다. 하버드 MBA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신문은 “개인의 만족도에 상관없이 MBA 학위는 재취업과 전직에 있어서만 ‘안전판’ 구실을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고 전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대부업 이자 상한선 66% 논란

    대부업 이자 상한선 66% 논란

    법정 최고 이자율인 연 66%를 놓고 다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까지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리를 25% 이하로 제한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이 법이 폐지돼 대부업자나 사채업자들은 무한대의 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민들이 ‘금리 폭탄’에 만신창이가 되자 지난 2002년 10월 ‘대부업법’을 제정해 이자율을 66%로 제한했다. 최근 민주노동당 등 일부 정치권은 “66%라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합법화해 제도 금융권에 접근하지 못하는 서민층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자상한선을 30%까지 낮추는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본격 논의된다. 이에 대해 대부업체들은 “현재의 금리도 너무 낮아 업체들이 고사 직전”이라고 항변한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도 “금리를 낮추면 지하 사채업이 더 활개를 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리대금업은 양성화 대상이 아니라 척결 대상이다?” 민주노동당 등은 66%에 이르는 고금리를 법으로 인정해 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이자를 25%로 제한할 당시에는 사채업체 수가 3000여개에 불과했고 최고 이자율도 24∼36%에 그쳤는데,66% 금리를 허용한 결과 등록 대부업체가 1만 6000개, 미등록 업체까지 포함하면 5만개까지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 평균금리도 223%까지 치솟았다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임동현 국장은 “대부업체의 주장대로 한국 대부시장은 자금조달 비용이 제도 금융기관보다 4∼5배 높은 고비용·저효율 시장인데다, 서민들의 피해를 양산하는 시장”이라면서 “수익이 없다고 난리를 치면서 폭리를 꿈꾸는 게 대부업계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재경부와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대부업 영업실태 조사결과’에서는 서울에서 영업 중인 22개 대부업체의 평균 이익률이 4.7%, 최고 이익률은 35.4%에 이르러 이자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렸다. 더욱이 일본이 대부업 최고 금리를 20% 이하로 낮출 예정이어서 일본계 업체의 한국 진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자율 낮추면 사금융 피해 더 심해진다.” 등록 대부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소비자금융협회는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1만 6000여개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200곳에 불과하다.”면서 “이자율을 낮추면 이들까지 모두 지하로 숨어 들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부업법 시행 후 등록했던 업체 2만 4663개 가운데 1만개 이상이 등록을 취소했다. 대부업체들은 법률을 지키는 우량 업체에 대해서는 자금조달 활동을 지원해 스스로 금리를 내릴 수 있도록 ‘퇴로’를 터 줘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정부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명분에서는 정치권과 같은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논리에서는 대부업체와 맥을 함께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66% 금리도 낮은 편”이라면서 “대부업의 최고 금리를 낮추면 결국 이들은 불법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쪽은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일소하는 동시에 사회적인 안전판을 마련해 금융 소외자들을 흡수해야 한다.”는 논리이고, 정부 당국은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 개선해 나가자.”는 입장인 셈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전환기 한국 외교,무엇이 필요한가/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기상도는 ‘흐림’이다. 북핵문제는 2005년 9월,6자회담 공동성명 발표 이후 위폐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논란 때문에 일정기간 휴면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북핵 해법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까지도 포함시켰던 공동성명의 도출로 한때 상당한 탄력을 받았던 한국 외교로서는 다소 맥 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일본이 다시 독도문제로 한·일관계의 뇌관을 건드리면서 한국에 단호한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관계도 위폐 문제와 6자회담 소강상황의 관련성, 미군기지 확장 이전과 관련한 국내 시위와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으로 부산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중국 국방부장 차오강촨(曹剛川)이 한·중 군사협력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중(對中) 경사(傾斜) 태도를 비판하는 논조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그것을 배경삼아 보통국가론의 정책적 실천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북·미관계가 여전히 교착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요컨대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점차 협착(狹窄)해 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착의 상황이 어디 어제오늘만의 일이랴.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자율 공간의 협소화는 한국 외교에 태생적으로 주어진 조건으로 작동해 왔다. 때로는 협착 상황으로 인한 국제정치적 강압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고, 다른 국가와 강력한 동맹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생존의 해법을 찾기도 했다.21세기 초,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한국 외교에 협착의 압박은 다시 현실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환기의 한국 외교,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전환기의 한국 외교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전제는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대립과 갈등구조가 나타나면 그 일차적 피해자는 한반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테면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이 한국 외교의 중장기적 목표여야 한다. 이를 위해 타개할 것은 타개하고, 조성해야 할 것은 조성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유산은 과감히 타개해 나가면서, 지역적 평화와 안정적 환경의 조성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자임하는 의지가 요구된다. 이러한 원칙 위에서 다양한 전략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전략들이 병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외교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협착 구도 속에서도 틈을 찾아야 한다. 한국 외교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보편적 명제를 선창(先唱)해야 한다. 보편가치의 선점전략이다. 협력적 지역 질서를 창출하고 강화하기 위한 협력촉진전략도 한국으로서는 염두에 둬야 할 외교적 과제다. 반면, 지역 갈등이 생기는 경우 평화적 중재의 외교적 의지를 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른바 균형외교의 혜지가 요청된다. 한편, 현실적으로 한국이 원하지 않는 대립적 국면으로 치닫는 경우에 대비한 전략도 강구해 두어야 한다. 전환기 한국 외교의 현장에 한·미동맹의 유지도 그래서 필요하다. 이것은 일종의 안전판과도 같은 것이다. 다만 한·미동맹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적 경직성이나 한·미동맹의 조속한 변경만이 절체절명의 시대적 대안이라는 대항적 경직성에서는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 스펙트럼 양극의 두 대안 모두 동북아 대립질서 형성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연한 병행전략의 지혜가 필요하다. 유연함은 담대하고도 여유 있는 자세에서 나온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라크 美軍 현지언론 매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이 현지 신문을 매수해 미군 업적을 홍보하는 기사를 게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미군 정보작전처는 미군에 호의적인 내용의 기사를 직접 작성, 아랍어로 번역한 뒤 바그다드 지역의 신문사들에 돈을 주면서 게재를 부탁해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사는 미군과 이라크군의 활동 상황을 알리거나 반군에 대한 비난, 이라크 재건을 위한 미군의 노력을 선전하고 있으며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언론인의 이름으로 게재됐다. 미군이 돈을 주고 실은 수십건의 기사들은 대부분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라크 행정부의 일방적 정보만을 전달하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아랍어 기사 작성과 배포는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워싱턴의 ‘링컨그룹’이 맡았다. 링컨그룹은 해당 기사들이 미국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이라크 언론들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당국의 신문 매수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강조해온 “민주주의 원칙과 정치적 투명성, 언론 자유의 신장을 위해서”라는 이라크전 명분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바그다드 주둔 미군 대변인인 배리 존슨 중령은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 국방부 관계자는 “납치와 처형 등 잔악한 행동을 현지 및 국제 언론을 통해 퍼뜨리는 무장단체들에 맞서기 위한 `정보 전쟁´의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워너 의원은 “해외에서 미국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이라크에서의 위대한 성취물 가운데 하나로 급속한 언론사 증가를 꼽을 수 있다.”며 “수백개의 신문, 방송 및 기타 자유 언론이 이라크 국민에게 자유롭게 토론할 안전판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이라크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창출하고 있다고 항상 떠벌려 왔지만 제일 먼저 이런 원칙을 깨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dawn@seoul.co.kr
  • [M&A시장의 ‘큰 손’들] (4) 빅딜현장의 새바람 ‘대한전선’

    [M&A시장의 ‘큰 손’들] (4) 빅딜현장의 새바람 ‘대한전선’

    대한전선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색적인 ‘큰 손’으로 주목받고 있다.50년을 한결같이 제조업에만 몰두하다 지난해부터 ‘빅딜’ 현장에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진로 인수전(戰)에선 M&A의 강자로 떠올랐다. 금융자본과 달리 매수한 기업을 계열사로 편입시켜 제 2의 수익모델로 삼기 때문에 관련 업계가 긴장한다. ●진로 인수 실패해도 3500억원 돈벌이 지난 6월 본계약이 치러진 진로 인수전에서 대한전선은 하이트맥주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받았다.40여개 국내외 금융자본과 기업들이 달려든 입찰에서 대한전선은 하이트맥주와 함께 사실상의 결선 무대에 섰다. 하지만 하이트맥주가 기습적으로 예상가보다 1조원이나 높은 3조 4288억원을 제시하는 바람에 차점자의 고배를 마셨다. 대한전선은 진로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두달 뒤 보유중인 진로 채권을 회수해 3563억원의 순이익이 생겼다고 공시했다.2003년 6월 대한전선은 한 외국계 금융자본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진로 채권을 몰래 매집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액면가의 10∼20%에 불과한 채권을 쓸어모았다. 결국 채권 투자액 3537억원이 불과 2년여만에 두배인 7100억원이 되어 돌아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진로산업에 대한 인수전에서 대한전선은 숙명의 라이벌 LG전선과 맞붙었다. 이때도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보유중인 진로산업 채권 340억원어치를 모두 행사해 200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대한전선은 2조 2320억원 규모의 하이닉스 인수전에도 뛰어들 태세다. ●빈틈 보이면 M&A 대상 대한전선은 올해로 창업 50주년을 맞았다.60년대에 케이블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50년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중견기업이다. 돈 되는 곳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그렇지 못하면 미련없이 손을 뗐기에 가능했다. 잘 나가던 가전부문을 대우전자에 넘겼고, 남들이 탐내는 보험사(한덕생명)를 외환위기 때 털고 현금을 확보했다. 대한전선은 수도권 각지에 4700억원이나 되는 부동산을 소유해 재계에서도 ‘땅 부자’로 통한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2002년 무주리조트를 인수했다. 그때만 해도 재계에선 레저산업에 대한 관심쯤으로 여겼다. 지난해 대한전선이 내의업체 쌍방울마저 인수하자 재계는 긴장했다. 빈틈을 보이면 누구든 공격적 M&A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계열사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15개로 늘었다. 지난 7월 대한전선은 전북 무주의 레저도시개발 단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2015년까지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런 중에도 주식투자를 통해 데이콤(0.30%), 한국기술투자(0.67%),YTN미디어(7.40%) 등 15개 기업의 지분을 조금씩 사들였다. 대한전선의 주가는 지난 8월 평균 1만 3805원으로 1년 전(6926원) 보다 두배 가까이 급등했다. ●한 우물만 파면 망한다 대한전선의 M&A 전략은 순전히 전문경영인 출신 임종욱(57) 사장으로부터 나온다.2003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임 사장은 외부 정보와 두터운 개인 인맥을 활용, 진로 채권 매입 등을 지시했다. 매물 정보가 입수되면 몇개월이 걸리든 치밀한 숙고(熟考)에 들어간다고 한다. 회사 안에 M&A 등과 관련된 특별팀도 없다. 마음이 결정이 되면 외부 전술팀을 용병으로 앞세워 과감한 인수작전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 채권처럼 ‘인수 실패시 안전판’도 확보해 둔다. 대한전선은 가끔 “제조업체의 계열사 확장과 출자가 과거 재벌에 뒤를 잇는 문어발 확장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해 임 사장은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기업 환경이 바뀌면서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면서 “전선 사업을 근간으로 유지하되 수익성이 있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M&A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광장] ‘바보 노무현’도 진화해야/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보 노무현’도 진화해야/이목희 논설위원

    1989년말 5공 청산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전두환씨의 국회 증언과 정호용씨의 의원직 사퇴를 놓고 줄다리기가 격심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여권 고위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충격적 언급을 했다.“친구를 괴롭히려니 가슴이 아프다. 당장 하야 할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라.” 참석 인사들은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실제 하야 절차를 알아본 참모들은 없었다. 버티는 전두환·정호용을 왜 설득하지 못하느냐는 질책이 그런 식으로 표출되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후 민정당과 옛 안기부 간부들이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전두환·정호용을 압박, 뜻한 바를 이뤄냈다. 그 바탕 위에 1990년 초 말썽많은 3당합당이 성사되었다. 노태우씨의 예를 들었지만 ‘정치 9단’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도 어떤 발언·행동을 하면 배경과 진전양상이 대충은 그려졌다. 정치부 기자뿐 아니라 한국 국민 대부분이 빼어난 정치해설가다. 그런데 최근들어 정치전망이 어렵다고 고개를 젓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발언에 추측이 만발하나 정답에 대한 확신은 없다. 노 대통령이 그제와 어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반대급부로 제시했다. 중대선거구제 혹은 정당명부제 도입 정도로 임기의 절반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이었다. 야당 반응은 한마디로 “황당하다.”였다. 대통령의 희망대로 선거구제가 개편되면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각각 몇 석이나마 건질 수 있다. 그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 대부분을 원내 제2당인 한나라당에 넘겨준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총선은 노 대통령의 임기 이후 치러진다. 노 대통령이 양김(兩金)씨 수준의 정치고수라고 가정하면 다음의 추론들이 가능하다. 야당의 수용과 상관없이 문제제기를 계속하면 여권이 정국관심사를 주도하게 된다. 대통령의 지역주의 해소 노력도 부각된다. 올 가을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권 득표에 도움을 받는다. 나아가 정치구조 개편을 자연스레 공론화시킴으로써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 세를 얻게 한다. 개헌이 안 되더라도 대선 직전 정계개편은 유도할 수 있다. 퇴임 후 안전판을 구축하고 영향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정계개편과 연결시키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존 정치고수 패러다임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3당합당 합류 거부, 부산지역 출마, 대선후보 단일화, 열린우리당 창당 등 무모한 시도를 숱하게 했으나 결과는 괜찮은 편이었다. 이런 이미지를 대선 당시 노사모는 ‘바보 노무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띄우기도 했다. ‘바보 노무현’의 순수성인지, 정치고수의 노림수인지 골치아프게 따지지 말아보자. 다만 노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더 큰 바보’에 도전해볼 것을 권고하고 싶다. 이제까지는 지역주의 타파가 정치목표였겠지만 대통령이 되면 시각이 넓어져야 한다. 북핵이 해결되고 남북한이 통일에 가까운 단계에 들어서면 영호남 대립은 작은 문제가 된다. 대통령의 권한을 내놓는 정도의 모험은 큰 곳에 걸어야 한다. 획기적 통일·안보 대안을 제시하고, 한나라당이 받으면 합법 절차를 통해 정권을 넘겨주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선거구제 합의는 경제·교육정책의 틈을 못 메우지만 통일·대북정책 의기투합은 그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클릭이슈] ‘지중화 맨홀’ 안전판 아쉽다

    [클릭이슈] ‘지중화 맨홀’ 안전판 아쉽다

    지난달 부산과 인천에서 잇따라 행인이 맨홀을 지나다 감전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자 ‘도심속의 지뢰’ ‘문명의 수치’라는 격한 말들이 쏟아졌다. 이들 사고는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전선 지중화(地中化)에 따른 구조적 결함보다는 사후 안전관리 소홀에서 빚어진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사고 직후 정부와 한전측은 맨홀 재질을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교체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장맛비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후 9시 24분쯤 이모(15·고1)양은 인천시 중구 전동의 한 도로에 설치된 맨홀을 지나다 맥없이 쓰러졌다. 주변에는 쇼크를 줄 만한 아무런 시설이 없었음에도 이양은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다. 맨홀 속에 감춰진 전선이 ‘감전사’의 원인으로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쓰러진 이양을 일으켜 세우려던 박모(38·여)씨 역시 감전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앞서 오후 9시쯤 박모(19)군도 같은 장소에서 감전돼 실려갔다. 순식간에 3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다. 지난달 1일에는 고모(23·여)씨가 부산시 동래구 온천1동에서 맨홀을 지나다가 감전사했다. ●맨홀 사고는 지중화 산물 사고가 난 맨홀들은 지중화공사로 뚜껑밑에 전기시설물이 담겨 있는 곳이었다. 지중화란 철탑과 전신주 등 지상에 있는 송전선과 배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것으로 안정성과 도시미관을 위해 80년대 후반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지중화율은 10%. 한전 인천지사 관내(인천·부천·김포·시흥)는 지중화율이 이보다 월등히 높아 30.9%에 이른다. 감전사는 지중화사업 등에 힘입어 2001년 132명에서 2002년 87명,2003년 72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맨홀 감전사고에서 보듯 지중화사업에도 맹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압보다 저압 접속함이 위험 지중화에 따른 저압접속함은 전국적으로 2만 735개, 고압 맨홀은 2만 768개, 고압 핸드홀은 1만 9848개에 달하나 통상 ‘맨홀’로 불린다. 사고가 난 맨홀들은 전압이 낮은 220V(일반용) 또는 380V(동력용)를 다루는 저압접속함으로 전기를 소비처에 배분하는, 일종의 ‘소매상’ 기능을 한다. 저압접속함이 주로 2만 2900V를 다루는 고압 맨홀보다 위험한 것은 맨홀 바로 밑에 있어 전기가 유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접속함은 가로 50㎝, 세로 75㎝, 깊이 65㎝에 불과해 전선이 많으면 맨홀 뚜껑과 닿게 돼 있다. 인천에서 사고가 난 접속함은 2회선 8가닥의 전선이 공간을 꽉 채운 상태였다. 반면 고압 맨홀은 통상 2.5m 깊이에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 물론 정상적인 전선은 절연물질로 감겨 있어 맨홀 뚜껑 등에 닿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테이프 등 절연체에 이상이 생긴 전선이 도체(導體:전기를 전도하는 물질)인 맨홀 뚜껑과 붙게 되면 뚜껑은 전기 그 자체가 된다. 경찰은 “인천 사고 현장검증시 접속함에 있는 전선 이음새에서 이상이 발견됐으며, 여기서 흘러나온 전기가 접속함에 붙어 있던 맨홀 뚜껑을 통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오는 날은 맨홀 접근 삼가야 사고 당일 내린 비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전기가 도체인 물을 통하면 전압은 그대로지만 전류의 세기가 커진다. 인천 사고시 78㎜의 많은 비가 내려 맨홀 밑 접속함은 물론 길 위까지 10∼15㎝의 물이 찬 상태였다. 부산 사고 또한 집중호우가 내린 날 일어났다. 비오는 날은 맨홀 근처에 가는 것도 삼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 특성상 맨홀 위보다 반경 2m 이내가 위험하다.”며 “불가피하게 맨홀 근처에 가더라도 보폭을 넓게 하고 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통신호등, 가로등, 입간판 등 누전 위험이 있는 시설물에는 가까이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맨홀뚜껑 플라스틱 교체 및 안전관리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맨홀 사고가 전기 누출에 따른 것인 만큼 맨홀 뚜껑을 절연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전 배전기자재 구매시방서에는 강도와 내구성이 높은 주철제품을 맨홀 뚜껑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07년까지 맨홀 뚜껑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고강도 플라스틱(FRP)으로 교체키로 했다. 아울러 2006년까지 저압접속함내 전선 접속부를 절연 테이프로 감는 대신 접속부 자체를 응고시키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저압접속함과 뚜껑 사이에 절연 고무판을 설치하는 작업은 지난 3일 완료됐다. 아예 저압접속함의 깊이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중화에 따른 사후 안전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한전이 관리하는 맨홀은 대체로 한달에 한번씩 차량으로 순시하면서 외형만 점검해 왔다. 따라서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는 한 뚜껑을 열어보지 않는다. 정기점검은 고작 1년에 한번이어서 신뢰성을 주지 못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는 각종 도로굴착 공사로 지중 전선이나 저압접속함이 손상돼 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관간의 협조체제 등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열린세상] 꿀벌의 날갯짓/임춘웅 언론인

    암투병 중이면서도 강단에 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수필중에 ‘꿀벌의 무지’라는 글이 있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꿀벌은 몸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꿀벌은 자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연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날갯짓을 함으로써 정말로 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꿀벌이 날게 된 것은 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열심히 날갯짓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인용문은 과학적 타당성 이전에 신화처럼 시사해 주는게 있다. 그러나 분명한 자의식과 용기를 갖고 날갯짓을 계속 함으로써 날게되는 경우도 있다. 날기 어려운 환경과 본시 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날 수 없게 된 몸을 다시 날 수 있게 하는 것도 무지 때문에 날게 되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균형자론을 제기한 이래 수없이 많은 논객들이 나서서 이런저런 해석을 하고 평가를 하며 비판을 해왔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는 헷갈리고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균형자론의 필요성을 설득하려 하는 정부측 인사들마저 해석과 대응이 자주 모호하다. 최근 외교통상부의 모 실장이 언급한 균형자론은 고등수학을 한 사람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것이었고 어떤 청와대 인사는 균형자론이 일본 때문에 나왔다는 알쏭달쏭한 꼬리도 붙이고 있다. 하물며 일반국민이 균형자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저런 해석과 설명보다 균형자론의 실체는 스스로 날아보려는 꿀벌의 의지라고 보면 보다 쉽게 이해될지도 모른다.‘균형자’란 용어선택이 과연 적절했는지, 노 대통령이 말한 균형자 역할이 통일이전에도 가능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그러나 균형자론의 본질은 한국 스스로 날아보려는 꿈이란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그런데 스스로 날아보려는 꿀벌의 의지, 나도 날 수 있다는 꿈이 자꾸만 벽에 부닥치고 있다. 미국은 균형자론만 나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비록 일부이긴 하겠으나 미국사람보다 더 미국적인 한국 사람들은 균형자론의 위험성을 강조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워싱턴에서 열렸던 갑작스러운 한·미정상 회담도 실은 균형자론으로 야기된 한·미동맹의 균열을 수습해 보려는 노력이 아니었겠는가. 이처럼 날아보려는 꿀벌의 용기에 대한 저항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부터 이미 시작됐었다.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과 상충되는 것이다. 그것이 북한의 핵문제로 이어지고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자론에 이르며 미국의 ‘분노’가 하늘에 닿고 있는 것이다. 날갯짓은 노태우 정부 때에도 있었다. 중국, 소련과 국교를 수립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이끌어냈던 북방외교가 그것이다. 날개를 가진 생물이 날려는 것은 본능이다. 그러나 날개를 갖고도 날지 못하는 새도 있다. 타조에겐 꿈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북방외교가 없었고 햇볕정책이 없었으며 균형자론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동북아는 보다 태평했고 한반도의 번영은 보다 성대했을까. 금강산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개성공단에서 남북합작품이 생산되고 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장벽을 더 넘어서야겠지만 두 사업은 현재까지만으로도 이미 성공적이다. 그것들은 반세기 동안 견고하게 남북을 갈라놓았던 휴전선을 무너뜨렸고 남북간 사람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개성공단에 이르는 길을 뚫었을 때 어떤 인사는 북한에 침략로를 열어주었다고 노발대발했다. 우리가 올라가는 길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일까, 답답하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통일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북한이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은 우발적 남북충돌을 막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이 모두 열심히 해온 날갯짓 효과이다. 신념과 끈기를 갖고 날갯짓을 계속해야 한다.   임춘웅 언론인
  • [열린세상] 북측 권호웅 내각 참사께/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사실 지난 주말에 저는 대북 비료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칼럼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우리 정부가 조건 없이 비료지원을 하는 것이 오히려 북핵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였습니다. 그런데 한참 원고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북측 권호웅 참사께서 남측 정동영 장관에게 통지문을 보내 당국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당국간 대화 중단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써내려가던 제 칼럼은 당연히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칼럼 원고가 쓸모없게 된 개인적인 안타까움보다는 10개월 넘게 소강상태였던 남북관계가 정상화된다는 기대와 기쁨이 훨씬 컸던 게 사실입니다. 그간의 사정이야 어찌됐든 북측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결단을 내려준 데 대해서는 모자라지 않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열리는 실무회담에서도 아무쪼록 조그만 의견차이는 뒤로 하고 당국간 대화 재개라는 큰 대의를 위해 조금씩 양해하면서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합니다. 물론 이번 북측의 당국간 대화재개 제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년 공동사설에서 농업을 사회주의 건설의 주공전선으로 규정한 북측의 사정상, 시기를 놓치기 전에 남측으로부터 비료를 받아야 했다는 절실한 이유를 지적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저는 굳이 비료제공이라는 현실적 혜택 때문에 북측이 대화재개에 나섰다고 보는 것은 피차가 조금은 궁색해 보이는 것 같아 썩 내키지 않습니다. 또 눈앞에 닥쳐온 6·15 남북공동행사 등을 원만하게 진행하고 민족공조를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북측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른바 ‘우리민족끼리’ 이념을 널리 선전하기 위해 당국간 대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 북측 내부의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민족관계를 활용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쉽사리 동의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날로 심각해지는 북핵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북측이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물론 이번 대화재개 방침의 진짜 배경이야 권 참사께서 누구보다도 잘 아시겠습니다만 비료지원이나 6·15 행사 때문이라면 남이나 북이나 왠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북·미간 대결이 심화되고 있는 위기상황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한반도의 긴장고조를 일정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화 재개는 의미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실무회담의 합의에 따라 15차 장관급회담 등 끊겼던 당국간 대화가 조만간 열리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만큼 남북은 많은 일들을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만에 남북간 대화 채널이 확보된 만큼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은 북·미의 상호양보를 통해서만 평화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다 알고 있고 이에 대한 이행의지도 있는 만큼 타협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문제는 협상 당사자인 미국의 양보의사가 불투명하고 신뢰구축 의지가 미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측의 안타까움과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원칙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불만족스럽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직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좀더 전향적으로 협상태도를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면, 오히려 북측이 선양보 조치를 취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1년 가까이 공전되고 있는 6자회담 재개에 당당히 나서는 것이 오히려 그 틀 안에서 북·미간 양자대화를 내실 있게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복원의 첫출발이 중단된 당국간 대화의 재개에만 머물지 말고 지금 한반도에 잔뜩 드리워져 있는 북핵위기의 먹구름을 해소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부디 건승하십시오.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 [사설] 남북회담 재개 머뭇거릴 이유없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자카르타에서 만나 남북 당국자간 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남북이 올해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화해와 협력’ 정신을 되살리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예정된 회담은 아니었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최고위급의 만남이어서 상당한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7월 김일성 주석 조문파문 이후 교착된 남북관계가 이를 계기로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남과 북이 당국간 회담을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그동안 툭하면 남북회담이 중단됐던 것은 남북이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뢰는 자주 접촉해야 쌓이는 것이고 사소한 사안마다 명분을 내세우고 트집을 잡는다면 진전이 없을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수록 더 접촉을 늘려야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 최근 북한이 산불진화를 위해 남측 헬기의 비무장지대 진입을 허용한 것이라든가 월북어선을 송환한 것 등은 평가할 만하다. 또 조류독감 퇴치를 위한 협력과 비료지원 요청 등도 교류협력은 중단되어서는 안 됨을 보여준다. 남북대화는 교류협력뿐 아니라 북한핵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도 긴요할 것이다. 북한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도 지난해 6월 이후 중단상황에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해 플루토늄 추출의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측은 6자회담이 불발될 경우 다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6월 위기설도 있어 불안한 상황이다. 시간만 끈다고 근본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물러서고 다가서는 전략적 유연성도 필요하다. 지금은 북한이 다가설 차례다. 시기를 놓쳐 긴장의 끈이 끊어진다면 명분도 실리도 없다. 핵문제를 미국과만 협상하려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남한이 균형자든, 중재자든 역할을 하자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남북대화와 협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것보다 더 나은 안전판은 없다.
  • [재계 집단소송법 초비상] ‘소송 소나기’ 대비 백태

    [재계 집단소송법 초비상] ‘소송 소나기’ 대비 백태

    ‘죄를 짓고 자수하면 얼마나 정상 참작을 해줄까.’ 증권집단소송제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이런 원론적인 ‘물음’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과거 수십년간 쌓여온 분식회계를 털기 위해, 혹은 처벌을 낮추기 위해 기업들이 ‘고해성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그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죄는 죄’라며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법 취지에 맞게 처벌 수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집단소송제를 둘러싼 기업들의 대응과 향후 행보, 정부의 고민, 시민단체의 ‘면죄부’ 주장 등을 살펴본다. 상장사 주식·공시 담당자 250명은 22일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어떤 회사가 증권집단소송이 되는가.’,’증권집단소송 어떻게 대비할까.’라는 주제를 놓고 뜨거운 논쟁과 토론을 진행했다. 증권집단소송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상장사협의회가 마련한 모임이었다. 분식회계로 곤욕을 치렀던 현대상선은 지난 18일부터 회계담당자의 실수나 조작을 방지하는 새 회계시스템을 가동 중이다.LG화학도 본사 및 사업장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제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올해 시행되는 증권집단소송법에 따른 ‘후폭풍’이 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소송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소송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 안전판 ‘미리미리’ 국내 대기업들은 우선 ‘돈 쌓기’에 나섰다. 등기 이사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 제기 등 법적 분쟁에 대비해 가입한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험금 한도를 대폭 올린 것. 삼성전자는 2003년 1000억원이 한도이던 이사 배상책임보험의 책임 한도를 지난해 1500억원으로 올렸다. 현대자동차는 500억원에서 700억원,SK㈜는 100억원에서 200억원,KT는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각각 늘렸다. 집단소송에 대비한 재벌 오너의 등기이사 퇴임도 눈에 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최근 삼성에버랜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또 삼성물산, 제일모직, 호텔신라, 삼성SDI, 삼성전기 등기이사에서도 조만간 사임할 전망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변호사는 “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일 경우 이사회 의사록 등을 통해 잘못을 입증할 수 있지만 등기이사가 아니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문서로 남아 있지 않으면 책임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률 전문가 영입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김광년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이자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위원을 지난달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재선임했으며, 현대상선도 올 주총에서 강보현(전 고등법원 판사)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두산은 법무팀을 신설했으며, 삼성은 향후 5년 안에 변호사 300명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내 교육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LG전자는 공시 관련 부서의 교육을 강화, 막연한 장래사업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거나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예측 정보를 발표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공시 유관부서뿐 아니라 사내 모든 조직 책임자들에게 공시 관련 업무 규칙을 숙지토록 했으며 기획팀, 재무팀, 홍보팀 등 공시 유관부서마다 공시 담당자를 따로 선정했다. 퇴직 임원 관리도 활발하다. 집단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는 내부자 고발을 사전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말 SK그룹의 전직 임원 모임인 ‘유경회’ 송년행사에 참석, 유대관계를 돈독히 했다. 삼성은 전직 사장단 출신 모임인 ‘성대회’를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별도 사무실을 제공하고, 전담 비서를 배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LG도 전직 임원 모임인 ‘LG클럽’에 비용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이왕 맞을 매라면 먼저 맞자” 기업들은 분식회계에 대한 ‘고해성사’를 앞세워 집단소송 빌미를 차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2003년 말 대차대조표상 재고자산 항목 가운데 하나인 미착품 잔액 880억원 중 719억원이 과대 계상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과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실을 밝혔다. 대한항공의 이런 조치는 지난 3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으로 기업이 과거 분식회계를 2년간 정산하는 경우 증권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앞서 기아차도 현대모비스 주식을 평가하면서 지분법이 아닌 시가법을 적용, 장기투자증권 9972억원을 과다계상하는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지난달 초 자진공시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분식회계 ‘자수’는 정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과 기아차의 이번 고백에 대한 금융·사법당국의 대응 수위가 다른 기업들의 고해성사 활성화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대한항공과 같은 과거 분식 수정을 자진 공시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보다는 나중에 분기나 반기 등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웅 변호사는 “올 초에 이뤄진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는 7∼8월에 금감원 조사나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진다.”며 “그 결과에 따라 8∼9월에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안미현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③반발하는 어민들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③반발하는 어민들

    어민들은 고테구리 어업이 불법이지만 수십년 넘게 생계를 유지해온 생업인데 정부가 전업 등에 필요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단속만 해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어민들은 전업을 하거나 자구책으로 영어조합설립과 수산양식장 조성, 조업구역 확대, 어업허가권 변경 등 정부 지원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지역 어민들은 수자원 보호를 위해 고테구리업을 포기하고 전업을 고려하고 있으나 해안쓰레기 수거와 같은 생계지원 사업이 극히 형식적이고, 전업자금 지원 역시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어민총연합 전 회장 정남준(69 부산 서구 암남동)씨는 “부산은 주로 통발업 허가를 갖고 있는데 이 방법으로는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부산앞바다 실정에 맞는 연승업으로 허가를 바꿔줄 것”을 주문했다. 경남 통영지역 어민들은 영어조합 법인을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사천지역 어민들은 수산양식장 및 어장 피해의 주범으로 떠오른 불가사리 퇴치를 위한 퇴비공장과 대형양식장 면허를 각각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비의 일부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 지역 어민들은 어선과 어구에 대해서만 보상키로 한 정부방안에 강력하게 반발해오다 최근에는 감척 배에 대해 시가수준으로의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또 ▲새우조망허가 및 조업구역 확대▲인공어초 사후관리사업 용역을 영어조합법인에 발주▲현재 10t 미만인 낚시어선을 20t 미만으로 상향 조정해줄 것과 실뱀장어 안강망어업을 끌망어업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어민 총연합회 여수지구회 이영춘(51·여수시 돌산읍 우두리)회장은 “소형기선저인망 어선을 갖고 있는 어민들은 위판실적이 없어 일반감척 보상기준처럼 3년치 어업손실을 받을 수 없다.”며 “감척 대상 어선에 대해 시가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800여척의 소형기선저인망이 있는 전남 여수지역은 관광낚시어선, 체험관광단지 개발, 수산물 가공공장 유치, 관광숙박시설 확대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정부의 차별화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 다대어민회 박상규(55)회장은 “고테구리가 불법어업이지만 어민들은 정부의 묵인아래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배를 뺏는 것처럼 정리해서는 안 된다.”며 “어민들이 전업을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뒤틀린 ‘활어회 문화’ 불법어로 부채질 전남 여수시내 어느 횟집과 식당에서도 세코시(뼈코시)가 나온다. 세코시는 아직 덜 자란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노래미·광어·돔·농어·숭어 등을 뼈째로 썬 것. 된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진하게 배어나와 술 안주로 그만이다. 활어회보다 값이 싸고 “믿고 자연산을 먹는다.”며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다. 일부 양식장에서 빠져 나온 돌돔이나 도다리 새끼도 있지만 세코시 재료는 자연산으로 보면 맞다. 여수시청 앞 횟집의 남자 주인은 “요즘 고테구리 단속으로 수족관에 고기가 없을 정도여서 값이 큰폭으로 올랐다.”며 “하지만 우리 집은 자연산 아니면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집에서는 도다리 세코시를 1인분에 3만원 받다가 물량이 달리는 바람에 얼마 전부터 4만원으로 33%나 올렸다. 자연산 치어를 선호하는 뒤틀린 활어회 문화가 귀중한 어족자원의 남획을 부추기고 있다. 수요만 있다면 공급은 물불을 안 가리기 마련. 산란기인 금어기에 연안으로 모여드는 어린 고기는 표적 대상이다. 소형기선저인망뿐 아니라 연안에서 조업이 금지된 대형기선저인망과 트롤어선 등도 가세해 1㎝ 이하 치어까지 모조리 쓸어담고 있다. 이들과 연계해 ‘자연산’ 치어만을 전문으로 식당이나 횟집, 회센터에 공급하는 중간상들은 점조직으로 활동한다. 고테구리로 모아 온 치어 운반선을 인적이 뜸한 곳에 대고 활어차로 옮긴다. 좀 크다 싶으면 횟집으로 넘기고 더 작은 것은 양식장으로 넘기기 때문에 이문이 쏠쏠한 편이다. 이런 까닭에 살벌한 단속에도 “돈이 된다.”며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린다. 적발된 어선의 절반 가까이가 소형기선저인망이다. 목포해경 직원은 “지난해 뜰망으로 치어만을 잡은 어부를 잡아 여죄를 추궁했더니 100번 이상 조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고테구리 조업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무전기 이용은 기본이고 바람 부는 밤에 어로작업을 하는 것이 철칙이다. 특히 도피로 확보와 판매망 점조직은 안전판 역할을 한다. 잡혀서 벌금을 무느니 그물을 끊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고 새 그물을 사는 게 오히려 더 싸다는 얘기다. 전남도청 단속직원은 “지난해 말 여수와 고흥반도 사이에서 고테구리 배를 적발했다.”며 “그러나 바람이 세고 날이 어두워 단속선에서 보트를 내려 쫓아가니 양식장 사이로 달아나 버렸다.”고 털어놨다. 수백만원 벌금을 물게 된 김모(56)씨는 “고테구리로 잡은 고기를 트럭으로 옮겨 싣다가 대기중이던 해경에 적발됐다.”며 자신의 재수없음을 탓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육지에서 적발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어민들이 신고한 덕분”이라고 어민들의 신고를 당부한다. 안강망 선장 김모(50대 초반)씨는 “조업을 마치고 들어오는데 완도 청산도 근방에서 고테구리 배들이 단속망을 피하면서 조업하는 무전 내용을 여러번 엿들었다.”고 귀띔했다. 여수시내 몇몇 횟집 주인들은 “병어나 삼치·농어·돔 등은 냉동했다가 회로 치거나 이를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육질이 쫄깃쫄깃해진다.”며 “선어회가 활어회보다는 깊은 맛이 더 난다.”고 강조했다. 생선회의 원조격인 일본에서도 활어보다는 선어회를 즐긴다고 하는데 우리들만 유달리 활어회를 고집하고 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정영훈 해양부 어업지도과장 해양수산부 정영훈 어업지도과장은 소형기선저인망어선(일명 고테구리) 정리특별법 시행과 관련,“어장을 보호하고 영세어민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지원금 수준 등은 전문가·어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특별법이 제정된 배경은. -고테구리 어업은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배를 사들여 정리하려는 것이다. 고테구리 어업을 금지한 수산업법에 따라 단속하다 보니 영세어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반발도 컸다. 이에 따라 특별법을 통해 정부 예산으로 어민들의 배를 사들이고 이들의 어업활동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어민들은 보상가가 낮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데, 보완할 점은 없는가. -처음에는 배만 감정가만큼 보상하려고 했지만 입법과정에서 어민들의 의견을 반영, 어업허가 폐지에 따른 지원금을 최고 2000만원까지 더 주게 된 것이다.5t짜리 배의 경우 배 감정가 2000만원에 지원금 2000만원까지 최고 4000만원을 받는다. 배를 정부에 팔지 않고 보유하면서 합법어업으로 전업할 경우 5000만원까지 융자해준다. 또 고테구리 어업을 못하게 된 어민들이 해안 쓰레기수거사업에 참여하면 1인당 하루 3만원씩 준다. 특별법에 따른 보상금은 전문가와 어민 대다수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일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예산이 없어 5년간 연차 정리할 경우 완전 근절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나. -5년 한시법이지만 올 4월부터 1년간 신청을 받기 때문에 1년내 대부분 정리가 될 것이다. 폐기처리 등 사후관리를 위해 5년이란 시한을 둔 것이다. 올해는 기존 예산 전용을 통해 집행하고 내년에는 국회에서 새 예산안에 반영할 것이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지자체와의 예산 분담비율 문제는 현재 협의 중으로, 사업 수행을 위해 원만히 해결될 것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고테구리어업 소굴’ 오명 듣던 부산 다대포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법어로인 고테구리어업의 소굴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부산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 연안. 지난해 8월 정부의 소형기선저인망(고테구리)에 대한 단속이 실시된 이후 된서리를 맞았다. 전성기(?)였던 지난 1995,96년도에는 고테구리 어업에 종사하던 배만 무려 400여척에 달했을 정도로 다대포는 불법어업의 전진기지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부산 미식가들에게는 ‘자연산 활어를 맛보려면 다대포로 가라.’ 는 말이 돌 정도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자연산 고기가 넘쳐나는 등 불법어획물이 판을 쳤다. 횟집들도 ‘자연산 전문 취급’이라는 글귀를 내걸고 손님을 끌어왔다. 특히 겨울철이면 불법으로 잡은 ‘돌가자미회’맛을 보기 위해 먼 외지에서도 손님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97년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경기가 나빠지고 단속이 강화되자 고테구리업도 서서히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성기때의 4분의 1수준인 99척이 남아 있으나 이중 일부만 허가를 받은 자망업을 할 뿐 거의 다 배를 매달아 놓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어민 오학갑(47·부산 사하구 다대동)씨는 “바다에 고기가 나지 않아 정상적인 조업으로는 고기가 안 잡힌다.”며 “기름값과 인건비 빼고 나면 적자.”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어민들 대부분은 이곳보다 다소 사정이 나은 포항, 울산 등 외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주인 잃은 텅빈 배들만이 정리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횟집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고 있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업소가 여러곳 생겨나는 등 지역 경제도 꽁꽁 얼어붙었다. 양식활어는 집 가까운 횟집에서도 손쉽게 먹을 수 있어 구태여 멀리 다대포까지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 S횟집 주인 김모(48)씨는 “경기불황 등 여파도 크지만 자연산 횟감의 공급 감소로 인해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무엇이 문제인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무엇이 문제인가

    21세기의 중요 화두 중 하나인 ‘문화다양성’을 놓고 국제사회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급속한 세계화 과정에서 문화적 위기를 느낀 나라들은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올인하고 있고, 산업적 측면을 중시하는 일부 경제 강대국들은 이를 강력 저지코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논쟁의 중심엔 유네스코가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01년 문화다양성 진흥을 표명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문’을 채택한 데 이어, 그 선언의 실천적 규약을 담은 ‘문화다양성 협약(가칭·The Protection of Cultural Contents and Artistic Exrpressions)’ 마련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협약 초안 마련에 이어 같은 해 9월엔 초안 심의를 위한 1차 정부간 전문가 회의, 지난 2월 초 2차 정부간 회의를 열었다. 오는 5월엔 3차 정부간 전문가회의가 개최되며, 이르면 오는 10월 열리는 제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그러나 막상 협약의 각 조항에 대한 심의에 들어가면서 이해를 달리하는 국가들간 의견차가 크게 드러나면서 과연 계획대로 오는 10월 협약이 채택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2차 정부간 전문가회의의 경우 여러 조항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그중 6조와 8조, 그리고 19조가 특히 그 간극이 컸다. 당사국의 국내적 권리를 내용으로 하는 제6조에 대해서는 EU와 캐나다 등의 국가군이 문화 다양성 보호를 위한 규제 및 재정적 조치, 보조금 지급 등 당사국의 권리를 강화한 원안을 지지하였으나, 미국, 호주 등의 국가들은 이에 대한 수정 및 삭제를 내용으로 한 의견을 제기했다. 제8조에선 대부분의 개도국들이 정부간 위원회 제소 등 취약한 문화적 표현에 대한 당사국의 보호조치를 규정한 원안을 주장했으나 미국, 일본 등 이 조항을 삭제하자고 주장한 측의 입장이 대립되었다. ●당사국 국내적권리 “강화” “약화” 대립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대립은 제19조를 놓고 일고 있다. 이 조항은 다양성 협약과 타 국제 규범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어 협약 전체의 실효성 여부를 가를 수 있는 핵심조항이기 때문이다. 특별법적 성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항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했으나 구체적 문안과 관련, 옵션 A와 B를 놓고 국가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옵션 A는 기존의 타 국제협약이 문화적 다양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문화다양성 협약이 기존협약에서 파생되는 당사국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반면 옵션 B는 문화다양성 협약의 어떤 조항도 기존의 국제협약에 따른 당사국의 권리나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B가 포함된 협약이 채택될 경우 실효성 없이 선언적 또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수도 있는 것이다. 세계화 속에 문화적 정체성의 위협을 느낀 약소국들, 즉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국가군은 A안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반면 문화를 주로 상품, 즉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상품을 파는 입장에 있는 미국, 일본 등 일부 경제 강대국들은 B안을 지지하고 있다. ●약소국들 “문화다양성 침해” 우려 선진국 대열에 있기는 하나 미국문화에 종속 위협을 느껴온 캐나다와 EU도 A안을 지지한다. 그러나 2차회의에선 1차 회의 때보다 그 지지 강도가 떨어졌다고 한다.2차 정부간 전문가회의에 참석했던 문화관광부 박종택 사무관은 “‘문화다양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에 대한 정의나 해석, 운용이 너무 복잡할 것을 우려해 EU, 캐나다 등이 입장 변화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미국이 탈퇴함으로써 협약의 효용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오는 10월 열리는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어떤 옵션이 포함된 문화다양성 협약이 채택될지 점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협약 자체가 채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일본이 경제적으론 막강하나 유네스코에선 하나의 국가에 불과하다.”며 “A옵션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협약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박종택 사무관은 “국제협약이 표결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러나 어떤 형태든 대부분의 국가에서 협약 자체엔 반대하지 않고, 이번에 채택이 안 될 경우 2007년 총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돼 채택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한국, 어느쪽이 유리할까 우리 정부도 문화다양성 협약과 관련,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과 ‘산업적’ 측면이 충돌하는 대표적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우선 영화의 경우 ‘스크린쿼터제’ 논쟁에서 알 수 있듯 적극적으로 지켜야 하는, 즉 A옵션을 채택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영화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예외조항을 두어 스크린쿼터제를 통해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예외적 특혜를 없애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형편에서 A옵션이 포함된 협약이 채택되면 우리 영화 보호를 위한 국제법적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달리 수출 비중이 높은 게임업계는 옵션 B나 19조 조항 삭제를 원하고 있다.A가 포함될 경우 나날이 늘고 있는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한류 바람을 타고 수출이 수입의 두배에 달하고 있어, 당장은 B옵션이 유리해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꼭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개방과 함께 미국의 방송프로와 뉴스 등이 봇물처럼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 박종택 사무관은 “현재 굳이 산업적 측면에서 따져 보면 옵션 A 또는 B 채택에 따른 이득과 손실이 반반 정도”라며 “선택이 결코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우리 정부는 A,B안을 절충한 ‘제3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EU나 캐나다도 이젠 A안보다는 제3안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아직 제3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포함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문화다양성 협약이 기존의 협약과 동등한 위상을 갖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18일 열린 국회 상임위(문광위)에서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A옵션 채택을 주저하고 있다.”며 “세계 문화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A옵션을 채택해 문화다양성을 지켜내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미국, 일본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문화다양성은 물론 문화산업의 보호를 위해 A옵션을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삼열 유네스코한국委 사무총장 “생태적 다양성이 자연에 필수적이라면 인류에겐 문화다양성이 꼭 필요합니다. 문화란 한 사회와 집단의 성격을 나타내는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징의 총체이니까요. 결국 문화다양성은 한 집단의 자원을 넘어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이삼열(64) 사무총장은 따라서 “급속한 지구화 과정에서 위협받고 있는 문화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해 이젠 국제적 규범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몇가지 쟁점을 놓고 국가들간 의견 차이가 있지만 오는 5월 열리는 제3차 정부간 회의에서 오는 10월 총회에서의 협약 채택 가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협약은 엄밀히 말하면 문화다양성 협약이라기보다는 원제목에 있는 대로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보호에 관한 협약’이라고 그 범위를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로선 협약 채택을 반대 또는 약화하려고 하는 국가들과 지지하는 국가들간 이견을 좁히는 작업이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이들 국가간 이견에 ‘보호주의’와 ‘자유유통주의’라는, 세계의 문화를 보는 커다란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문화란 본디 자유롭게 유통하면서 창조와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고,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호해야 할 인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 반면 문화의 보호 또한 자민족 고유의 권한, 나아가 정체성 보호라는 측면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현재 유네스코는 이 두 가지 개념을 함께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의 적용은 각 나라의 입장이나 우선 순위의 차이에 의해 종종 상당한 대립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미국은 협약의 채택을 반대 또는 약화하려는 의견을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며 “2003년 유네스코에 재가입한 이유도 이 협약과 관련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문화다양성 협약이 미국의 문화적 파워를 약화시킬 수 있는 법적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의 경우 문화상품과 서비스 교역상대와 관련해 지역별 또는 분야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탄력적 정책운용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기업들 약탈적 M&A 노출”

    “기업들 약탈적 M&A 노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 달라. 공격과 방어 수단이 동등하게 주어졌을 때 경쟁이 가능하지, 지금처럼 공격자에게 치우쳐 있으면 국제 투기펀드의 ‘물 좋은 놀이터’로 전락할 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내놓은 ‘국내 인수·합병 관련제도의 실태와 보완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국내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노출된 만큼 이를 막을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발표한 ‘주주 행동주의의 국내외 비교와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외국계 자본의 이익 챙기기가 1970∼80년대 미국 주식시장에서 성행한 약탈형 주주 행동주의와 닮은꼴”이라며 향후 그린메일(경영권을 담보로 보유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행위) 가능성을 경고했다. ●“방어 수단이 없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국내기업의 안정적 경영 환경을 위해 ▲의무공개 매수제 재도입 ▲제3자 신주인수권 배정요건 완화 ▲차등 의결권주 발행허용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측은 “외환위기 이후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장치들이 상당 부분 폐지돼 힘의 균형이 깨졌다.”면서 “공격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방어 수단을 보완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주주 및 경영자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과도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국내 금융 및 산업자본이 외국자본에 잠식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본이동 자유화 규약이 허용하는 범위와 외국인 직접투자 촉진제도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핵심기술이나 정보를 가진 기업은 외국자본의 인수를 아예 금지한 미국의 ‘엑슨-플로리오(Exon-Florio)법’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국내 기간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약탈형 투기펀드 판친다.” 대한상의도 외국계 자본의 주주 행동주의가 약탈형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적절한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상의측은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들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한 주요 기업이 53개, 단일 외국인 지분율이 5% 이상인 기업이 150개에 달하는 등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언제든지 수익률 게임을 벌일 수 있는 포석을 마친 상태”라며 “이들 기업의 약점을 잡아 앞으로 그린메일을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버린자산운용이나 헤르메스 등의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M&A 위협이나 부당한 경영간섭 등의 기업 흔들기를 통해 반대 급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장치 등의 관련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굿이어나 월트디즈니 등이 기업 사냥꾼들의 부당한 주식 되팔기의 희생양이 되다 ‘포이즌 필(독소조항)’이나 ‘황금낙하산(CEO해임시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해 경영권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 등과 같은 다양한 경영권 방어장치가 도입되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약탈형에서 기업가치 제고형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면서 “국내에서도 이같은 안전판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새 경제부총리 이용섭씨 급부상

    청와대는 새 경제부총리 후보에 이용섭(54) 현 국세청장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재경부장관을 지낸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압축된 후보군에 포함된다.”면서 “하지만 이 국세청장도 유력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지난 2003년 국세청장에 임명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와 이헌재 경제부총리 낙마 과정에서 호된 홍역을 치른 청와대 측으로서는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사실이 또 다른 시행착오를 줄일 안전판으로 보는 듯하다는 얘기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노 대통령은 이날 투명사회협약 체결식에서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적용대상을 국무위원으로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며 입각 대상자들에 대한 입법부 차원의 검증을 강조했다. 이 청장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학다리고와 전남대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을 시작해 재경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등을 지냈다. 이 청장은 국세청장으로 지명된 이주성 후보자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국세청장을 그만두게 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외국인 연일 “팔자” 공세 증시 ‘흔들흔들’

    외국인 연일 “팔자” 공세 증시 ‘흔들흔들’

    연초부터 기세 좋게 치솟던 주가가 최근 ‘이상 기류’에 휘말리고 있다.9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이틀 동안의 하락세는 벗어났으나 시장주변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5일째 IT중심 팔자 주문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오전에 990선까지 밀렸다가 오후들어 회복되면서 전날보다 8.51포인트(0.85%) 오른 1008.79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후반에 하락폭을 좁혀 전날 종가와 같은 481.98로 마감됐다. 전반적인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5일째 국내 증시의 주력인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팔자’ 주문을 쏟아냈다.1454억원을 순매도해 지난 3일부터 누적 순매도액은 4390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삼성전자(-0.4%),LG전자(-1.5%), 하이닉스(-1.1%), 삼성SDI(-3.0%) 등 기술주들이 모두 힘을 못썼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본격적인 ‘셀 코리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데 다른 부담감 때문에 차익실현을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을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국면일 뿐, 매수세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앞으로 대형주가 장세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곧바로 한 단계 도약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코스닥, 벤처육성 차질 우려로 휘청 코스닥은 지수가 500선을 돌파한 이후 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난 7일 이헌재 부총리의 사퇴는 가격조정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닥시장은 기관이 주도해 적절한 시점에 자동으로 거래하는 프로그램 매매가 적고, 유가증권시장보다 투자심리적 요소에 더 흔들리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부총리의 사퇴로 정부의 시장친화적 정책이 후퇴할지 모르고, 벤처육성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코스닥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줄기세포관련주’의 일부가 주가띄우기를 한 것으로 드러나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등 악재들도 수두룩하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신임 부총리가 결정되고 정책기조가 확실해질 때까지는 코스닥사장이 방향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도 “프로그램 매수세가 주가하락의 안전판 노릇을 하는 유가증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1000선 안팎에서 움직이겠지만 이같은 안전판이 없는 코스닥시장은 추가적인 지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적립식펀드에 거액 유입…주식저축 ‘새 재테크’

    적립식펀드에 거액 유입…주식저축 ‘새 재테크’

    저축 수단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는 대신에 주식투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올 들어 증권시장의 호황으로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은행에 푼돈을 조금씩 저축해봐야 은행수수료에도 못 미치는 낮은 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5초에 한 개꼴 가입 주식투자를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주가하락의 위험을 피해 자신이 직접 거래를 하기보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판매하는 간접투자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상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2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적립식 주식투자에 유입된 자금은 26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달 유입금액이 1000억원을 넘지 못했다. 적립식 투자상품의 신규계좌수도 1주일에 2만 5000여개씩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 영업시간만 따지면 5초에 한개꼴로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적립식 투자상품의 누적 계좌수는 80만개를 넘어섰다. 누적금액은 1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에 은행 예금은 3조 664억원이나 줄었다. 이 때문에 은행들도 예금유치보다는 적립식펀드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우증권 김성주 애널리스트는 “은행 예금의 88%가 연수익률 4.4% 미만이어서 은행권의 자금이탈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투자하면 수익 발생 적립식 주식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주가지수 등락과 상관없이 대체로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상품은 매월 일정액을 주식에 투자하는데, 주가가 비쌀 때에는 적게 사고, 가격이 쌀 때에는 추가로 많이 사기 때문에 투자기간의 주식 평균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비용 평균화(cost average)’ 효과를 노렸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면 일시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3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면 반드시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994년 국내에 첫 적립식 투자상품으로 소개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개인연금 주식형펀드’는 최근 1개월간의 수익률(지난해 12월말 기준)이 -1.09%였다. 하지만 6개월전까지 소급하면 2.75%,1년간은 4.27%,3년간은 47.3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불확실한 상황 적립식 투자상품에 대한 열기는 증시주변의 자금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올 들어 1조 6571억원이 증가해 지난 21일 현재 9조 7881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증시 자금수급에 안전판 역할을 해 현재의 주가지수가 쉽사리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지지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주가지수가 오르는 것만을 믿고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섣불리 직접투자로 돌아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적립식 투자상품이라고 해서 은행에 적금을 붓듯이 무작정 투자해선 소기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가등락에 따라 월 불입액을 수시로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투자신탁운용 이해균 본부장은 “코스닥지수 등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앞으로 더 오를지, 떨어질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면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위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적립식 주식투자 상품이란 적립식 주식투자 상품은 ‘아름다운실버채권혼합’ 등 배당주,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적립형 랩알부자’ 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랩(Wrap)형 펀드,‘엔터프라이즈’ 등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펀드 등이 있다. 보통 월 10만원 정도를 3년에 걸쳐 매월 불입하면 금융기관에서 알맞은 종목을 골라 분산 투자해 수익을 돌려준다. 금융기관에 맡긴 자금의 일부를 적립기간 중에 인출하거나 추가 적립도 가능한 투자 방식이다. 상품의 종류에 따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비율이 다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좋은도시 만들기] (5)미국의 도시개발

    [좋은도시 만들기] (5)미국의 도시개발

    외국은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도시를 개발해왔다. 개발의 원칙도 잘 지켜지고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하우도 앞서 있다.2부에서는 외국의 선진 사례를 통해 우리 도시와 주택의 오늘을 조명해본다. 미국의 경우 도시개발은 민간 사업자 주도로 이뤄지지만, 정부와 주민이 방관하지는 않는다. 정부와 주민은 난개발을 막고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국토계획을 세우지만 허술해서 난개발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미국에는 거의 없다. 재건축·재개발조합 주민들이 재산증식에만 관심이 있지 지역사회 문제를 등한시하는 한국 풍토와 대조적이다. ●공공부문이 개발 전과정 지속 관리 뉴욕 맨해튼 남단의 낡은 부두시설을 없애고 12만 2000평의 ‘배터리파크시티’(Battery Park City)라는 최첨단 주상복합단지를 꾸미는 데는 뉴욕시와 이곳을 종합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BPCA(배터리파크시티공사)가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곳은 아직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BPCA 레티샤 레모로 부사장은 “뉴욕시는 합리적이지만 강력한 규제를 마련하고,BPCA는 이를 근거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개발업자와 건축가에 의한 예측가능한 개발이 가능했다.”면서 “1969년에 확정된 종합개발계획을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적용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개발계획에는 심지어 건물 출입구의 위치까지 포함, 단지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했다. 또 뉴욕시로부터 2069년까지 토지를 장기임대한 BPCA는 상업·주거용지의 경우 개발업자에게 재임대했지만, 공원과 도로 등 공공용지(전체의 49%)에 대해서는 개발권을 틀어쥐고 난개발 가능성을 차단했다. 제임스 사바너 운영국장은 “개발업자들은 이곳에서 얻은 이윤에 대한 세금을 BPCA에 납부하고,BPCA는 재정계획을 세워 세금을 재투자하는 ‘작은 정부’로서 기능한다.”면서 “앞으로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사후관리가 이뤄지도록 (BPCA의) 역할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즉 공공부문이 개발계획에서 공공환경 개발, 재정집행,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지원을 맡는 셈이다. 이같은 방식은 보스턴 ‘찰스타운 네이비야드’ 재개발에도 적용됐다. 공공환경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둔 보스턴재개발공사(BRA)에 의해 지난 1974년 미해군조선소가 이전한 뒤 버려진 땅에 불과했던 12만 8700평이 최고급 주거단지로 탈바꿈했다. ●주민들 반대보다 대안제시 지역주민들의 자치기구인 ‘커뮤니티 보드’(Community Board)나 시민단체가 재개발에서 맡은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재미건축가 박건석씨는 “한국에서는 개발이익이 지주와 대행업자(건설업체)에 집중되고, 사회적 비용은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면서 “미국에서는 커뮤니티보드와 시민단체가 개발업자에게 집중될 이익을 주민들에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가 빈민가였던 뉴욕 70번가 일대를 재개발한 ‘더 트럼프 플레이스’(The Trump Place). 빈민들이 쫓겨날 것을 우려한 이 지역 커뮤니티보드는 개발에 반대했고, 결국 시민단체가 중재에 나서 트럼프의 개발 동의를 전제로 허드슨강 유역정비사업을 추진토록 했다. 이같은 합의를 바탕으로 뉴욕시는 1992년 사업을 허가했으며 1998년부터 21∼5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7개동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허드슨강변을 말끔히 정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줬다. ●업체·주민 환경개선비용 분담 박씨는 “정부는 커뮤니티보드의 역할을 존중하고 개발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커뮤니티보드는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구심점”이라고 말했다. 뉴욕의 대표적 범죄지역이던 타임스퀘어 인근 42번가 도심재개발도 지역주민인 상인들이 환경개선비용을 분담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포르노상영관 등 150여곳의 성인전용시설을 없애는 데는 1995년 개관한 청소년용 뉴빅토리극장이 촉매제가 됐다. 여기에는 지역시민단체와 재개발계획을 세운 건축가, 극장 소유주인 디즈니사 등의 협력이 뒷받침됐다. 뉴욕·보스턴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특별취재팀 ●북유럽팀 이상일 논설위원(특별취재팀장), 김세용 건국대 교수 ●서유럽팀 이동구 기자, 이정형 중앙대 교수 ●미 국 팀 장세훈 기자,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 ■ 보스턴 중앙간선도로·터널사업 “대형 공공투자사업이 장기간 추진되면 노동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깊이 파는 공사라고 해서 ‘빅딕’(The Big Dig)으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 중앙간선도로·터널 건설사업은 구상에서 완료까지 35년이 걸리는 대규모 도시재개발사업이다. 사업을 담당하는 MTA(매사추세츠 유료도로공사·Massachusetts Turnpike Authority) 덕 핸체트 홍보책임자는 장기간 이뤄지는 공공투자의 효과로 이같은 점을 주저없이 꼽았다. 핸체트는 “공사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연장되면서 처음 책정됐던 공사비의 6배에 달하는 146억 2500만달러(16조원)가 투입됐다.”면서 “하지만 하루 평균 30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시 인구가 57만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업자를 5∼10%가량 줄일 수 있는 적지않은 숫자다. 또 일용직 노동자들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공사 근로자 매튜 딘디오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덜면서 이곳 노동자들끼리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등 지역사회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공사계획을 탄력적으로 수정, 적용할 수 있는 점은 부수적인 효과”라고 설명했다. 빅딕사업의 핵심은 보스턴 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고가도로 2.5km 구간을 철거하는 대신 용량이 더 큰 지하터널을 뚫어 교통량을 흡수한다는 데 있다. 또 고가도로 철거로 생긴 260에이커(32만여평)에 이르는 지상공간에는 공원과 녹지를 조성하게 된다. 지난 71년 처음으로 논의를 시작해 84년부터 설계에 들어간 뒤 91년 공사에 착수, 지난해 1월 터널이 개통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상공간에 대한 공사는 오는 2006년 말쯤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확정적이지 않다. 핸체트는 “59년 개통 당시 ‘하늘의 고속도로’(The Highway In The Sky)로 불리던 고가도로가 10여년만에 상습정체구역으로 바뀌고 주변지역이 슬럼화되면서 ‘녹색 괴물’(Green Monster)이라 일컬어졌다.”면서 “얼마나 빨리 마치느냐의 시각으로 사업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유형은 비슷하지만, 사업기간 등 접근방식에서는 사뭇 차이가 있다. 뉴욕·보스턴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개발권양도제’ 허와 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유명한 ‘티파니’는 화려하지만 불과 5층짜리 건물이다.1837년 잡화점에서 시작, 세계 최고의 보석점으로 거듭난 티파니는 뉴욕 맨해튼 5번가와 49번가가 만나는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다. 만일 티파니의 사장이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면 그 자리에 인근의 트럼프타워(68층)와 비슷한 초고층 건물을 짓는게 낫다. 그러면 오래된 티파니 건물은 망가질 것이다. 땅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개발 압력과 역사적 건물을 보전하려는 상충되는 두 요구를 수용할 방법은 없을까. 그 묘수가 바로 TDR(개발권양도제,Transferable Development Rights)이다.1970년대 미국에 도입된 TDR는 토지 소유권과 개발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티파니의 땅주인은 5층 이상으로 건물을 올릴 수 있는 개발권한을 부여받지만 행사하지 않고 건물을 그대로 보전한다. 그 대신 개발권을 티파니 옆쪽 땅에 팔아 부동산 개발이익을 얻는다. 이처럼 TDR는 역사적 건물이나 자연환경 보전에 도움이 되지만 간혹 악용되기도 한다. 뉴욕 센트럴파크 남서쪽 80층짜리 주상복합 쌍둥이 건물 ‘타임워너센터’는 TDR행사의 대표적인 사례다.2000년 11월 착공,17억달러(약 2조원)를 들여 최근 완공된 타임워너센터는 연면적 84만㎡(25만평)에 200여가구의 최고급 아파트를 비롯, 호텔,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 있다. 주변 건물의 개발권을 사들여 높이 지은 것이다. 또 이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55층짜리 주상복합건물 ‘트럼프타워’(Trump International Hotel & Tower)도 마찬가지다. 주민 수잔 베커트는 이 건물에 대해 “You’re fired.”(최근 한 TV 리얼리티쇼에 출연하고 있는 드널드 트럼프에 의해 유행어가 된 표현으로 ‘너는 해고야.’라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는 “TDR는 허용된 용도와 규모로만 개발할 수 있는 기존 용도지역제를 보완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개발밀도에 대한 지역별 한계가 명확해야 하고, 개발권을 어떻게 할당하고 규제할 것인지 충분한 사전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보스턴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美 새 외교진 對北강경책을 우려한다

    부시 2기 행정부의 새 국무장관으로 콜린 파월이 물러나고, 콘돌리자 라이스가 등장하고 있다. 상원 인준절차가 남았지만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부시행정부내 온건파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파월의 퇴장과, 강경론자인 라이스의 등장은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이 더욱 힘에 의존하는 일방주의적 경향을 보일 것임을 예고한다. 이에 따라 우리도 미국 새 외교팀의 대북정책이 지금보다 강경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 파월장관은 그동안 부시행정부안에서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소위,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독주를 견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행정부내 강온파간의 알력은 때로 정책 차질까지 불러, 대북정책에서 효율적인 정책집행의 저해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서 파월장관은 북한핵문제 대처 등에 있어 강경파들의 독주를 막고, 대화와 외교적 방법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등 안전판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파월의 퇴장과 함께 제임스 켈리 차관보 등 기존 대북협상라인의 전면교체가 확실시됨에 따라, 대북정책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당장 대북 무력사용을 주장하거나,‘당근’을 버리고 일방적으로 ‘채찍’만 드는 정책으로 급변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끝까지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거나, 핵개발을 고집할 경우, 대응방식은 이전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 그렇다고 부시 외교팀의 이런 변화에 우리가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는 북한과 부시행정부를 상대로 우리 정부가 할 일이 그만큼 더 많아졌다는 말도 된다. 북한의 핵보유는 절대 용인하지 않으면서,6자회담 틀안에서 핵문제를 푼다는 데는 한·미간에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 한·미간에 불필요한 갈등의 소지는 피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새외교진이 어떻게 짜여지든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 中 사유재산권 법제화 착수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이 사유재산권 보호를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2003년 3월 헌법개정을 통해 ‘사유재산권 침해 불가’를 명문화한데 이은 시장경제 활성화 후속조치다.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는 18일 개막하는 제10기 전인대 6차 상무위원회에서 동산과 부동산을 망라한 사유재산권 법안을 심의키로 했다고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가 17일 보도했다. 이번 사유재산권의 법안에는 ▲국가는 법에 근거한 사유재산권 및 승계 보호 ▲사유재산권 수용, 이용시 보상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헌법은 사유재산권의 보호를 제정했지만 구체적인 법안이 성안되지 못해 실제적인 법 집행에서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미흡했었다. 제9기 전인대가 지난 2002년 심의한 바 있는 이 사유재산권 관련 법안은 9권,1209항의 방대한 분량이어서 이번 전인대에서도 3∼4회의 독회로는 심의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중국 법안 사상 최대 분량의 하나인 이 사유재산권 법안은 1차 심의후 내년 3월 개최되는 제10기 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사유재산 법안은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개인간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기위해 작성됐으나 아직 전인대에서 정식 통과되지 못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정부는 사유재산권 법안 제정 이외에 기존의 민법과 상법, 부동산·증권 관련법 등에 사유재산 불가침 정신을 살리기 위한 광범위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정부는 사유재산권 불가침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시켰지만 이번 법제화를 통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불안해하던 민영 기업과 민간 기업인에 대해 확실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중국은 지난 1999년 사영기업을 국유산업의 부속물이 아닌 경제의 핵심 요소로 선언하는 헌법 개정을 단행했고 이후 사적 부문이 중국 경제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히 높아가자 사유재산 보호라는 보다 진일보한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oilm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