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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상)김춘옥 할머니의 고달픈 삶

    “죽기 전에 하루 밤만이라도 따뜻한 방에 자봤으면….없는 사람에겐 추위보다 더위가 낫지요.” 창고같은 허름한 건물에 딸린 어두컴컴한 방 2칸을 월 6만원씩에 얻어 정신이상자인 큰 아들(49)과 작은 아들의 딸(15·중2)·아들(14·중1) 등 세 식구를 데리고 살고 있는 김춘옥(75·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할머니는 눈앞에 닥친 겨울이 걱정이다.말이 방이지 일년내내 불 한 번 땔 수 없는 냉방에서 겨울을 지낼 생각을 하면 아픈 무릎이 더 쑤시고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온기가 있어야 얼어 죽지 않는다.”며 지난해 겨울 이웃주민이 갖다 준 중고 전기장판은 아직 쓸 때가 멀었다.전기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한 겨울 밤,잠시 켜는둥 마는둥 한다. 김 할머니는 3살과 2살 되던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손녀·손자를 데려와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아이들 아버지는 혼자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하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내 교도소에 가 있다. 김 할머니 가정의 고정 수입은 지난 1999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돼 국가로부터 다달이 생계비로 지원받는 40여만원이 전부다.매달 방세와 수도료·전기료로 20여만원,쌀값 15만원,가스비와 아이들 준비물 비용으로 1만원씩이 고정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네 식구가 입에 풀칠을 하기에도 늘 벅차다. 손녀·손자는 가방만 겨우 들려 학교에 보낸다. 속옷은 입혀본 적이 없고 겉옷은 거의 남들이 준 것이다.학원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책 한 권 제대로 사줄 수 없는데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에 가는 손녀·손자가 기특할 뿐이다.학교에서도 딱한 사정을 알고 급식비를 해결해주는 등 신경을 써 주는게 고맙다. 둘째 손자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할 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새 교복 한 벌이 얼마나 좋았던지 할머니 앞에 몇번이나 치켜들어 보이며 자랑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감기나 웬만큼 아픈 것은 참고 견디다 보니 오히려 건강하다.할머니는 애들이 한창 먹을 나이에 뭐든지 잘 먹는데 제대로 먹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에는 쌀이 바닥나 집앞 빈터에 심어 놓았던 호박 하나를 따 죽을 끓여 주었더니 둘이서 눈깜짝 할 새에 다먹어 치우고는 ‘더 달라.’고 졸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6개월째 못내고 밀려 있는 방세가 할머니의 당장 고민거리다.날씨가 추워지자 할머니는 그동안 틈틈이 주워 모아놓았던 종이상자를 방 장판 아래 두툼하게 깔았다. 찬 방바닥 냉기를 최대한 막아야 조금이라도 덜 춥게 겨울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햇볕이라도 쬘 수 있어 괜찮은데 냉방에서 추운 겨울 밤을 새는 일은 여간 힘든게 아니지요.겨울은 왜 그렇게 긴지….” 김 할머니는 지난 겨울 아이들이 “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길래 “너희들이 따뜻한 방에 지낼 복이 되느냐.”고 말해놓고는 한동안 목이 메었다고 한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내 한몸도 간수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할머니는 “애들이 이제 어디가서 심부름을 해도 밥은 굶지 않겠지만 불쌍하게 큰 놈들이라 꿋꿋하게 제 앞가림을 하는 것을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량면 복지담당 간규태씨는 “관내에 이처럼 할머니와 사는 손자가정이2∼3가구 된다.”면서 “다른 농촌지역에도 이혼하거나 어머니가 가출하는 바람에 손자손녀를 데려다 키우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해체 원인·문제점 결손가정 어린이의 증가는 최근 급증하는 가정해체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이어진 경제불황과,이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풍조 등으로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단란했던 가정이 하나 둘씩 산산조각나고 있다. IMF 당시에는 대량 해고에 의한 경제난이 가정해체의 주 원인이었다.지금은 달라졌다.각종 언론매체의 확대보급으로 사회가 급속히 서구화되면서 자녀를 볼모로 한 ‘불행한 결혼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부부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정해체의 주범은 이혼 결혼 5년 만에 이혼한 H씨(36·여)는 “주변의 이목 때문에 참고 살았지만 내 인생을 당당하게 찾는 게 낫겠다 싶어 이혼을 결심했다.”면서 “아이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혼건수는 14만 5324건으로하루 398쌍이 갈라섰다.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은 3.0으로 10년전인 92년(1.2)에 비해 2.5배이상 늘었다.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소장 최중열·39)가 조사한 ‘경남도내 가정위탁 세대 현황’도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이 가정해체를 가져왔음을 보여주고 있다.최 소장이 최근 도내 가정위탁 소년·소녀 691명을 면접,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아버지가 가출하자 엄마도 가출했거나 이혼한 사례가 174명이나 된다.아버지가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하자 엄마가 재혼했거나 가출한 사례는 239명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해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인터넷 채팅에 빠진 중년,장기실업자와 노숙자 같은 사회적 무기력층,3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등으로 언제,누가 또 가정을 버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허술한 사회안전망 사회·경제적 능력이 약하거나,늙고 병든 조부모 손에 맡겨진 아이들은 ‘고아 아닌 고아’로 자란다.대부분 학습능력이 부진하고,소외감과 열등의식으로 교우관계도 원만치 않다. 대구대정신건강상담센터 최웅용(심리학박사) 소장은 “조부모 등 친인척의 손에서 어렵게 자라는 아이들은 경제적·심리적 결핍으로 성장과정에서 반사회적 심리를 갖게 되거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사회안전망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지난 96년부터 할머니(77)와 함께 살고 있는 경북 군위군 G초등교 김영일(가명·13·6학년)·영민(가명·11·4학년)군 형제는 정부가 주는 월 30여만원의 생계비와 양육비 13만원(1인당 6만 5000원)으로 생활한다.김장철이면 김장비 12만원이 따로 나오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신적인 지원은 없다.이 때문에 가정위탁사업은 겉돌고 있는 것이다.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비 지출은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며,선진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 1만달러 시대와 비교해도 절반 정도”라며 “사회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각종 수당제도 등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
  • “부산신항·광양항 조기개발”/장승우 해양 취임식서 밝혀

    장승우(張丞玗·사진 오른쪽)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은 14일 취임식에서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중심기지로 구축하기 위해 부산신항과 광양항을 조기에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장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양항 개발을 위해 충분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지원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국제 물류촉진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수산업의 자생력을 키우고,어업인의 소득원을 다양화시켜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에도 역점을 두겠다.”면서 “어업인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세계무역기구(WTO)협상의 사전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 장관은 특히 “2대 차관직을 떠난 지 5년여만에 돌아와 여러분을 만나니 반갑고 든든하기 그지 없다.”면서 “해양수산 발전이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생활 향상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장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사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반적인 사항외에는 특별한 것은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해양수산부를 만들 때 실무작업을 했고,그런 관계로 차관을 거쳤으며,정권이 바뀌어 해양부 존폐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막았다.”며 해양부와의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강동형기자 yunbin@
  • [씨줄날줄] 황혼 자살

    지난 8월 초순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 필리핀의 마닐라.일본측 대표인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재무상은 주최국인 필리핀에 엉뚱한 제안 하나를 내놓았다.일본이 노인들을 수출할 테니 받아달라는 요청이었다.필리핀의 실버타운이나 요양소가 일본 노인들을 받아주면 그 비용을 일본이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장수 국가중 하나인 일본은 늘어나는 노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노인 복지에 매년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하고도 모자라 인건비가 싼 필리핀에서 간호원과 간병인을 수입해다 쓰고 있다.이로 인해 이민자 유입이 급증해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일본이 아예 돈을 주고라도 노인들을 수출하겠다고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이런 고민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유럽연합(EU) 국가들은 대부분 연금제도 개혁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연금을 낼 사람은 줄고,타는 사람은 불어나 연금재정이 파탄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독일에서는 젊은 층은 연금재정의 삭감을 요구하고 노인들은 이에 반대해 심각한 세대간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노인문제는 이들 나라보다 훨씬 심각하다.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전체의 7.2%로 아직 고령화 사회의 초입이지만 오는 2019년에는 이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고령화의 진행 속도 면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다.선진국에서 100∼200년 걸려 일어난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는 30년이 채 안 걸린다. ‘준비 없이 맞는 노인사회’.한국의 노인들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준비가 덜 된 나라에서 급하게 닥친 노인사회를 맞고 있다.가정과 사회에서 경로효친의 전통사상은 빠르게 자취를 감춰 가는데,이를 대체할 새로운 복지 시스템은 미처 갖추지 못했다.자식들은 부양의무를 기피하고,국가는 노인들을 외면한다. 정부의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올 7월까지 1만 2557명의 노인들이 자살했다.하루 7.5명 꼴이다.산업화 시대에 열심히 일했던 개발의 세대가 지금 ‘노인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쓸쓸한 노년을 맞고 있다.이들의 ‘황혼 자살’은 젊은우리들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염주영 논설위원
  • 車문 잠근 채 방화… 실직가장 일가5명 동반자살/생명 앗아간 잘못된 가족관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 동반자살이 늘고 있다.자살 수법도 독극물,투신자살,차량방화 등 점점 엽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 동반자살은 가족에 대한 지나친 애착이 가져오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면서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들의 왜곡된 가족관이 개선돼야 하고 허술한 사회안전망도 하루 빨리 완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가족 5명 동반자살 26일 오전 6시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고랑동 삼화마을 앞 둑길에서 전북 29고39XX호 쏘나타 승용차(소유주 우모·36·전주시 동산동)에서 불이 나 일가족 5명이 숨졌다.사망자는 우씨와 아내 손모(35)씨,두 딸 대윤(9·초교 2년)과 수민(7)양,아들 봉주(4)군 등이다.사망 당시 우씨는 운전석에,아내는 운전석 뒷좌석에 있었으며 아이들은 조수석과 뒷좌석에 각각 타고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우씨는 H사료 직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 부도가 나 놀고 있었고 부인은 B학습지 교사로 맞벌이를 해왔다. 보증금 2400만원의 24평형 임대아파트에 살았던 우씨는 지난해 아버지(65·충남 논산시)가 집을 저당잡히고 2000만원을 대출해준 돈을 받아 생활해 왔지만 99년과 2001년 가입한 S생명 보험료(월 22만원)를 지난 1월부터 내지 못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정모(54·전주시 진북동)씨는 “경적소리가 나 보니 승용차에 불이 나고 있었고 운전자는 머리를 핸들 위에 얹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고자 이모(42·전주시 서신동)씨는 “불을 보고 승용차 문을 열려 했으나 안쪽에서 잠금 장치를 해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감식 결과 부인과 자녀의 시체가 심하게 훼손됐지만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반항하거나 움직인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우씨가 부인과 자녀들을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기 위해 승용차 문을 잠그고 차 안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동반자살 실태 지난 16일 경남 밀양시의 한 여관방에선 사업실패로 수십억원의 부도를 낸 송모(49)씨와 일가족 5명이 농약을 마시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앞서 11일에는 경기도 군포시에서 이모(39)씨가 아내와 아들 2명을 승용차에 태운 채 저수지로 돌진,아들들만 낚시꾼들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청에 따르면,지난해 총 자살자는 1만 3055명으로 1년 전의 1만 2277명에 비해 6.3% 증가했다.올해에도 7월 말 현재 600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자살원인별로는 지난해와 2001년 전체의 14%이던 생계이유 자살비율이 올들어 17%로 증가했다. ●전문가 분석 한양대병원 정신과 안동현(安東賢) 교수는 “가족 동반자살은 부모의 잘못된 가족일체감에 있다.”면서 “부모가 ‘자식은 내 생명의 일부분’이라고 생각,마음대로 생사여탈권을 휘두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주 임송학·황장석기자 shlim@
  • [열린세상] 갈등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시절이 수상하다.한꺼번에 분출하는 온갖 갈등과 더불어 태풍 매미의 습격은 우리 사회의 어수선함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하지만 자기 시대를 태평천하로 여긴 시대는 좀처럼 드물다.그럴수록 갈등을 과장할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온갖 시련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때문이다.그 중에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버티고 있는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와야 하는 시련도 포함되어 있었다. 머리가 여섯 개인 스킬라는 절벽 위에서 긴 목을 늘어뜨려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잡아먹었다.카리브디스는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바다괴물이었다.오디세우스는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해 스킬라가 사는 절벽 쪽으로 붙어서 노를 저어나갔다.운 나쁜 여섯 명이 스킬라에게 희생당한 대신 배에 탄 모든 사람은 무사히 소용돌이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안녕을 구한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이런 전략은 근대 공리주의의 원형이며,이는 우리 시대에도 ‘건전한’ 상식으로 통한다.공리주의는 다수의 복지를 위해 소수의 ‘우연한’ 희생을 정당화한다.여기서 잠깐 다시 생각해 보자.소수는 정말 ‘운 없는’ 사람들이며 다수는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할 만큼 건전한가? 우리사회에서 ‘소수’로 지목된 계층은 노조,농민,신빈곤층,장애인,성적 소수자들이다.다수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조는 시민들의 발목을 붙잡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장애인 ‘성차별’ 고용금지법안을 거론하는 여성 장애인 역시 극소수의 경쟁력 없는 장애여성들의 소란일 따름이다.신빈곤층은 게으른 자들이고,성적 소수자는 비정상일 따름이다. 다수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그들의 논리에 의하면 여성,농민,노동자,장애인,신용불량자,성적 소수자들은 머리가 여섯 개인 스킬라의 재물이 될 ‘운 나쁜’ 희생자일 뿐이다.공익을 위해서,전체의 안녕을 위해서 제거되어야 할 오디세우스의 희생자들처럼.과연 그러할까? 호주제를 예로 들어보자.인구의 절반인여성들이 반세기가 넘도록 질곡을 호소하면서 호주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그러나 전통수호주의자들에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 재혼 여성의 문제일 따름이다.그들에게 호주제 존속만이 가족을 결속시키고 가정을 지킬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붕괴되고 해체되어 완전히 근친상간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라 예단한다. 호주제가 가족을 묶어준다는 것은 환상이다.호주제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도 가족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결혼한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며 기혼여성은 출산을 기피한다.출산율 세계 최하위라는 객관적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던 시대는 지났다.맞벌이로도 생활비와 교육비를 부담하기 빠듯하다.이 위에 여성에게는 양육,가사노동,노인보호 등의 무거운 짐이 포개진다.미래의 여성들은 출산은커녕 결혼마저 거부할지도 모른다. 가족 붕괴는 호주제 폐지 때문이 아니다.일차적 원인은 시장경제의 불안정성에 있다.그런데도 유교적인 윤리는 시장경제의 위기가 초래한 부담을 비시장의 영역인 가정,특히 여성에게 떠넘기는 데 앞장선다.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전통주의자들은 사회 안전망에 대한 요구를 막아버림으로써 자신들이 수호하려는 가족의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자기모순에 빠져버린 것이다.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공리주의의 모순도 이와 다르지 않다.그러므로 가족해체를,사회적 갈등을 막는 길은 갈등을 봉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갈등을 협상하는 데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임 옥 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 추락사 3건 ‘공사장 괴담’/귀신 소문… 조사결과 안전 소홀

    ‘여고괴담’보다 더 무서운 ‘아파트 신축현장 괴담’ 5개월간 3건의 추락사망 사고가 난 아파트 건축현장이 있다. 19일 노동부에 따르면 H개발사가 시공하는 울산시 남구 문수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최근 5개월간 3건의 추락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최초의 사고는 지난 3월 13일 오전 11시 10분쯤 발생했다.건설 근로자 1명이 7층 공사현장에서 추락,사망했다.사고는 꼬리를 물었다.2개월 뒤인 6월 17일 오후 5시 20분쯤 23층 옥상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8월 22일에는 근로자 1명이 23층에서 마감 유리 청소를 하다 추락해 숨졌다. 자연스럽게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귀신이 붙었다.’는 괴담이 나돌았다.그러나 노동부 조사 결과 모두 안전조치없이 작업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추락에 의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높이 2m 이상의 장소에서는 안전망을 치거나 근로자에게 안전띠를 착용토록 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 현장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같은 사업장에서 연간 3건 이상의 사망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는 구속한다는 방침에 따라 현장소장 김모(51)씨를 구속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3건의 불상사는 현장소장이 안전관리를 소홀히한 채 공사를 빨리 하려다 일어난 것”이라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현장소장을 구속했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로또 수익금 250억 빈곤층 지원/3만가구 6개월간 월 10만원

    이달 말부터 로또복권 수익금 250억원이 빈곤층의 긴급생계비 등으로 투입된다. 의료급여 2종 대상자가 병원에 입원할 때 본인부담률이 내년부터 20%에서 17%로 낮아지고,진료비 지원대상에 포함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현행 8종에서 11종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3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재정경제부·보건복지부·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갖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들어오는 로또복권 수익금 250억원을 이달 말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빈곤층 3만가구의 긴급생계비(최대 월 10만원),의료비(2500명,최대 월 300만원),교육비(4000명),주거비 등으로 지원키로 했다. 또 167억원의 예산을 투입,의료급여 2종 대상자(64만 4000명)의 입원시 본인부담률을 현행 20%에서 17%로 내리고,2007년까지 10%선으로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열린세상] 국민건강과 시장원리

    흔히들 건강을 잃게 되면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싸구려 식당의 벽에 허술하게 걸린 아무 의미도 없을 법한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문구도 건강을 잃어본 사람에게는 매우 의미심장한 철학적 의미로 다가옴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이러한 깨달음은 아마 인간사에서 만고의 진리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그래서인지,일찍이 (1877년) 벤저민 디스라엘리는 ‘국민의 건강은 국가의 힘과 행복의 근원이다.’라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가치관이 변하여도 그 중요성에 있어서 건강한 삶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인간사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주장할 수도 있을 법하다. 디스라엘리의 표현처럼 국가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행복하려면 국민이 건강해야 하는데,그때의 국민은 소수의 선택된 계층이 아닌 대다수 국민을 의미한다.즉,국민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골고루 건강하여야 함을 의미한다.그래서 국가마다 대다수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나름대로의 장치를 제도적으로 구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우리나라도 헌법 제36조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기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다.헌법의 건강권에 의해서 우리 사회는 모든 국민의 보건의료에의 공평한 접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보건의료 제도에서 형평성의 개념이 중요시되는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보건의료의 형평성은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우선 의료전달의 측면에서 누구나 쉽게 경제적·지리적·심리적으로 의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그리고 의료보장에 소요되는 재정은 각자의 능력과 처지에 맞게 공평하게 부담하여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즉 바람직한 의료보장 제도는 개인의 유전적 소인뿐만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건강상의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여 개인과 사회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여야 한다. 전국민을 포괄하는 우리네 건강보험 제도는 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 제도적 가치가 충분히 있으며,앞으로 그사회적 역할이 증대되리라 기대된다.그러나 최근 의료계를 중심으로 민간 의료보험의 적극적 도입과 민간 의료기관의 지원 및 육성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으며 정부 일각에서 그러한 주장을 경청하는 분위기이다.서구 선진국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현상들이다. 주지하다시피 민간 의료는 이윤동기를 근거로 자본주의식 접근을 한다.보건의료에 대한 자본주의적 접근이 옳다면 서구 선진국들이 일찍이 자본주의적 접근을 택하였을 것이다.OECD 대부분의 국가는 시장경제에 대한 의존도나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한 나라들이다.그러나 보건의료 제도의 운용 원리로 그들 대부분이 시장원리를 사용하지 않으며,이는 나름대로의 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건의료를 자본주의 논리로 풀어가는 나라로 미국과 싱가포르의 예를 들 수 있는데,미국은 보건의료 제도의 잘못된 선택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으며,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내국민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하면서 주로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이윤추구식 제도운영을 하고 있다.만일 우리나라가 민간 의료보험이나 혹은 민간 의료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의 가닥이 잡힌다면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싱가포르와 같이 국민 모두의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완벽하게 갖추든지,아니면 미국과 같이 국민총생산의 15% 이상을 보건의료에 부어 넣을 각오를 하는 것이다.이 둘 중 어느 것도 현실적으로 택하기 어렵다면 우리의 선택은 결국 다른 서구 선진국의 형태로 귀착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적어도 필자가 아는 한 다른 묘안이 있을 법하지 않다. 양 봉 민 서울대 교수 보건경제학
  • [열린세상] 복지사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지난 8월20일 1시쯤 서울시청 정문에서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서울시로부터 위탁관리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관의 복지운영 예산 현실화를 요구하는 1인 시위대와 서울시장의 우발적 만남이 있었다.서울시장은 시위자가 입고 있는 복지예산 현실화가 씌어 있는 웃옷을 지적하며 “이런 옷을 사 입을 돈이 있으면 운영비를 올려 주지 않아도 되겠네.”라고 나무랐다.이에 시위자가 이 옷은 자신의 월급에서 산 것이라고 사정을 말하자,시장은 “그럼 사회복지사 월급이 많은가 보군.그 돈으로 복지사업이나 하지.”라며 핀잔을 주었다. 서울시는 서울 전 지역에 있는 91개 복지관에 대하여 서울시 예산으로 복지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그러나 이 운영비가 복지관 전체 예산의 40∼50%수준밖에 안 된다.복지관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아동 프로그램으로부터 노인복지 사업까지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하며 지역사회 조직을 통하여 가정의 해체를 방지하고 위기가정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복지관은 설립 초기에는 정부규정 사업을 주로 하였기 때문에 정부지원 운영비로 운영하기에 어렵지 않았다.그러나 복지관 사업이 확대되면서 정부지원 예산 외의 활동비용을 기부와 자부담 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게 되었다.그래서 복지관 운영측에서는 어차피 정부가 할 일을 민간인들이 대신하는 것이고 예산규모 이상으로 일을 열심히 해 재정 규모가 커진 것이므로 정부가 더욱 지원해 주기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이런 실정에서 복지관 운영 예산의 현실화와 직원의 임금 인상을 위한 시위를 하게 된 것이었다.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시위를 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서울 시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다.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와 일반 자선사업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자선사업가로 알거나 무료로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앞의 예에서 보듯이 서울시장까지도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위를 해서도 안 되며,시위에 쓸 돈이나 시간이 있으면 자선봉사나 하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사회복지사는 정규 대학을 나온 전문가들이다.이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적 지식과 윤리를 가지고 있다.사회복지사들이 전문적 지식과 윤리에 따라 일할 때 이들에게 전문가로서 응당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이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그러나 사회복지사들이 시위를 하게끔 만든 사회적 환경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공무원의 3분의2 수준이고 교사의 절반 수준인 낮은 임금을 받는 전문직이 가지는 생활고를 이해해 주어야 할 것이다.또한 공무원도 교사도 공직자로서 윤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만들어야만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우리 사회환경 속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에게 돌을 던지는 일은 잘못된 일이다. 지금 서구는 사회보장 형태가 국가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사회복지를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사회에서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서구에서는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연금과 의료보장 등의 사회안전망을 세워 국민들의 복지욕구를 해결해 왔지만 이러한 방법이 국가재정의 위기를 초래하자 지역사회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중앙 사회복지 체계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복지마저 소홀하게 다루어진다면 국민의 삶의 질은 점점 나빠지게 될 것이다.지역사회복지 활성화는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달려있다.이들이 자신의 직분이 전문직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일할 때 지역사회안전망은 확보될 수 있다.지역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이 선진국의 사회복지사들과 같이 대우를 받고 지역사회복지의 역군으로 일할 수 있도록 모두가 협력해야 할 것이다. 김 성 이 이화여대교수 사회복지학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맞고사는 佛여성들 5일에 한명꼴로 죽는다

    지난 5일 파리의 페르라셰즈 공동묘지에서는 4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배우 마리 트랭티냥의 장례식이 열렸다.영화 ‘남과 여’의 남자 주인공 장 루이 트랭티냥의 딸로 어린시절부터 영화뿐 아니라 연극과 노래,시 낭송에 걸쳐 두루 재능을 발휘했던 트랭티냥은 리투아니아에서 TV 드라마 ‘콜레트’를 촬영중이던 지난 달 27일 가수인 동거남 베르트랑 캉타(39)에게 머리를 수차례 얻어맞고 뇌출혈 후유증으로 사망했다.트랭티냥의 죽음은 그녀가 프랑스 상류층이나 지식인 사회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졌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자유·평등·박애를 국시로 내걸고 인권을 존중하는 프랑스에서도 가정 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마리 트랭티냥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언론들은 일제히 프랑스에서 가정폭력은 계층을 초월하며,피해 정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성의 권리신장 위원회가 지난 해 6월 발표한 여성권리에 관한 조사결과(ENVEFF) 등 기존의연구결과가 새삼 관심을 모았다.국가 차원에서 실시된 첫 조사의 위원장을 맡은 니콜 페리의 이름을 따 ‘페리 보고서’라고도 불리는 ENVEFF 보고서에 따르면 20∼59세 여성 6970명에게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응답자의 17%가 남편이나 동거남으로부터 구타 등 신체적인 학대를 경험했다.10%는 지난 12개월중 반복적인 폭행을 경험했다. ●유럽연합에서 프랑스가 가장 심각 피해자들은 주먹질(30%),무기 등 위험한 물건으로 구타(30%),목조르기(20%)등을 경험했으며 폭행 피해자의 5.2%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응답했다.심리적인 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다.응답자의 25%는 협박과 욕설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학대를 경험했다. 복지부가 2001년 2월 실시한 조사는 더욱 충격적이다.조사를 주도한 로저 앙리온 교수에 따르면 파리와 파리 근교에서 1990∼1999년 살해당한여성 652명 가운데 절반이 남편이나 동거인에 의해 숨졌다.앙리온 교수는 보고서에서 “가정폭력은 사회적으로 묵인되고 좀처럼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다.”면서 “프랑스에서는 5일에 한명꼴로 여성이 가정폭력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비해 가정폭력 정도가 심각한 편이다.EU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프랑스에서 135만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됐다.반면 노르웨이는 피해자가 1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가해자·피해자 모두 계층 초월 가정폭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일부 저소득·극빈층 가정에 국한되지 않는다.경제적으로 여유있고 문화적이며 교양있는 가정에서도 빈번하다. 앙리온 교수는 보고서에서 “가해자의 신분은 관리직이 67%로 가장 많고 의료관계 종사자(25%)와 경찰·군인 등이었다.”면서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것과 달리 전문지식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많은 권한을 누리는 계층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계층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페리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여성 가운데 학생과 실업자가 각각 11%로 가장 많았지만 8.9%는 관리직 여성이었다.이는 극빈층 여성 근로자(3.3%)를 훨씬 앞서는 수치다. ‘여성 연대를 위한국민동맹’의 마리 도미니크 쉬르맹 회장은 “가정폭력이 저소득층이나 실업자,알코올 중독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고위직·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 폭력을 당한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해 밝히기를 꺼려하는 것일 뿐 모든 계층의 여성들이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해 11월 EU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가정폭력은 유럽 국가 대부분에서 심각한 지경이다.EU가 44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6∼44세 여성의 경우 가정폭력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는 경우는 암이나 교통사고,전쟁 등에 의한 피해 규모를 훨씬 앞질렀다.유럽에서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20∼50%의 여성이 배우자의 폭력에 희생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매년 1만 3000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동거인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계속된 10년 동안 사망한 여성이 1만 4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정폭력은 여성들에게 훨씬 더 위험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올가 켈토소바는 가정내 폭력은 어떤 형태이든 간에 신체적인 공격,성적 학대,강간 등을 포함한다면서 “그러나 욕설과 무시,협박,감금 등 심리적인 폭행은 더욱 더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감과 삶에 대한 의욕을 잃게 한다.”고 밝혔다. 켈토소바는 “어떤 국가에서는 부부간 강간도 범죄로 취급되지만 많은 국가에서 부인에 대한 무제한의 성행위 강요는 남편의 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트랭티냥 사건 계기로 피해신고 급증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유럽에서 400만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다.EU는 이같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고려해 회원국들에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전개하되 가정내 폭력의 가해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나도 그녀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으며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그녀처럼 죽음을 당할까봐 겁이 난다.”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을 위한 민간 구조단체인 ‘SOS여성’의 인터넷사이트와 상설 운영되고 있는 ‘여성의 전화’ 등에는 트랭티냥 사건 이후 상담 메일이나 상담 전화가부쩍 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그동안 침체됐던 여권운동도 가정폭력이 새롭게 이슈화되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여권운동가인 작가 플로랑스 몽트레노는 “여성들에게 친절하고 환심을 사기 위해 달콤한 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200만명의 남성이 부인이나 동거녀를 구타하고 폭행하고 있다.”면서 “남성들은 난폭한 성격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하며,폭력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깨우치도록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otus@ ■가정폭력 피해자 구조센터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에서는 가정폭력을 다루는 특별한 법은 없다.하지만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도 잘 짜여져 있는 편이다. 각지방에서는 공동숙소(CHRS)의 한 형태로 ‘여성의 쉼터’를 운영,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지만 오갈 곳이 없는 여성들이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립 여성·가정 정보 기록소(CNIDFF)의 관리하에 있는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한 정보센터(CIDF)’는 전국에 119개 지역사무소를 두고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여성들이 현대사회에서 제 권리를 찾아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여성의 지위와 권리신장을 위해 교육·홍보하고 원만한 가정생활과 직업안정,창업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CIDF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을 구제하는 일이다. 11개 CIDF가 피해자 구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이곳에서는 가정과 직장에서의 폭행이나 성적인 학대, 매매춘 등으로 희생되고 있는 여성들에게 법적인 자문을 해주고 이들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시민으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여성 연대를 위한 국민동맹’과 같은 여성단체는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에게 상담과 숙소제공 등을 해 주며 다각도로 지원해준다.남편이나 동거인으로부터 폭력의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위해 가정폭력 신고전화도 개설해 수시로 상담에 응하고 있다. 인터넷사이트 ‘SOS여성(www.sosfemmes.com)’은 가정폭력,강간,매춘,동성애,건강,출산 등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e메일 상담란을 통해 피해자들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파리 12구에 있는 ‘여성의 집’(Maisons des Femmes)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정기적인 가정폭력 상담회가 열린다. 남편이나 동거인으로부터 육체적 폭행을 당하거나 심리적인 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들이 터놓고 상담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피해 여성들은 여성문제 전문가와 여성 심리학자,자원봉사 상담자 등과 함께 자신의 처지를 상의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논의한다.약속을 미리 잡으면 무료 법률상담도 받을 수 있다. 법적인 절차를 밟기 전에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의료진이다.의사들은 피해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법적인 절차를 위한 소견서나 진단서를 끊어주지만 간혹 부주의로 피해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이런 경우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며,의사들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구해줄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인터넷사이트(www.sivic.org)도 개설돼 있다.
  • [사설]8·15 경축사 실천 프로그램을

    노무현 대통령의 어제 8·15 경축사는 우리의 안보 정책과 경제 회생을 위한 대강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었다기보다 그동안 강조해온 안보와 경제에 대한 대원칙을 집대성한 것이다.이제부터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짜고,실천에 나서야 할 때임을 보여준다.일본에 빼앗겼던 국권을 회복한 광복절을 맞아 매우 시의적절한 화두라고 하겠다. 현재 국정은 북핵 위기와 경제 불황,사회 갈등의 증폭으로 크게 표류하고 있는 형국이다.이러한 현실에서 ‘미국의 안보 전략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국방 정책도 덩달아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는’ 자주 국방 정책의 천명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한 사고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노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촉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북한의 개혁과 개방이 핵문제의 최종 해법이라는 현실 인식으로 평가된다.핵포기의 대가로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해 국제 기구와 국제 협력을 끌어들이겠다고 약속한 것은 이 연장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6·15 남북공동선언의 실천 약속도 의미 있다. 그러나 안보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전제되어야 하는 세부 프로그램이다.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경제력,국민 통합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우리는 노 대통령이 안보 문제와 함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선진 노사 문화 정착과 빈부 격차 해소,사회 안전망 재정비 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의 결과로 믿는다. 이제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천명한 안보와 경제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자주 국방을 위한 비용 마련과 한·미 동맹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대미 외교의 최첨병이 되어야 할 것이다.핵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도 보·혁의 틈새에서 어설픈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필요하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기다리는 용기를 갖길 당부한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과제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기초이다.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며 사상누각이다.더 이상 정부가 갈등의 중심에 서있을 것이 아니라 국민 통합과 혁신에 진력할 때이다.
  • ‘천하절경’ 中 후난성 장자제 답사/신선놀던 무릉도원 예로구나

    |장자제(중국) 글·사진 임창용특파원| ‘人生不到張家界,百歲豈能稱老翁(인생부도장가계 백세기능칭노옹)?’ 장자제(張家界)에 가면 가이드로부터 귀가 아플 정도로 자주 듣는 말이다.사람이 태어나서 장자제에 가보지 않았다면,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란 뜻.워낙 과장된 수식어구가 많은 곳이 중국이기는 하나 장자제의 절경을 경험한 이들은 대체로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중국의 최고 경승지중 하나로 꼽히는 후난(湖南)성 서북부의 장자제.한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평정한 책사 장량이 후일 토사구팽 당해 이곳에 숨어들었다가 원주민들에게 성씨를 부여하고 문자를 가르쳐주고 농사법을 전수한데서 마을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의 실제 무대인 이곳엔 수백미터 높이의 암석 봉우리군과 협곡,호수 등이 어우러져 찾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무릉원 경치구로 명명된 장자제는 지난 82년 개방된 이후 현재도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장자제의 중심인 위엔자제(元家界)와톈즈산(天子山),바오펑후(寶峯湖)를 돌아보았다. ●톈즈산 무릉원(武陵源) 시내 중심의 호텔에서 버스로 10여분쯤 가니 톈즈산 입구다.이곳에선 보통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른다.시간이 넉넉하다면 천천히 걷는 산행을 즐겨도 되지만 3박4일 둘러보아도 모자란다는 장자제 절경을 많이 보려면 시간을 아낄 수밖에 없다.장장 5㎞에 달하는 케이블카 탑승료는 편도 60위안 정도.케이블카는 제법 빠른 속도로 암석 봉우리군 위를,때로는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연상케 하는 협곡을 따라 올라간다.마치 거대한 수석 전시장 위를 지나가는 느낌.발아래 보이는 수백미터 협곡 바닥을 보다가 아찔함 때문에 이내 고개를 드는 사람이 많다.케이블카에서 내리니 해발 1250m 정상이다.동·남·서쪽 방면 모두 암봉이 숲을 이루어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그 사이로 깊은 협곡이 뻗어 있어 마치 천군만마가 포효하며 달려오는 듯하다.무릉원의 수많은 봉우리중에서도 걸출함을 뽐내는 것이 어필봉과 선녀봉.어필봉(御筆峯)은 각기 높이가 다른 세개의 암석 봉우리가 꼭 붓을 붓통에 거꾸로 꽂아놓은 것 같고,선녀봉(仙女峯)은 선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모양을 닮았다. ●위안자제 지난해부터 일반에 공개된 코스로 장자제 풍광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텐즈산 관람후 순환버스를 타고 20분쯤 가니 위안자제 입구다.이곳은 거대한 협곡의 중간쯤에 위치한 돌산의 정상 가장자리를 따라 관람로를 냈는데,한 바퀴 돌면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관람로 바로 옆 수백미터 아래로 보이는 협곡이 장관이다.쇠파이프로 안전망을 쳐놓았지만 도무지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수직 절벽이 가파르고 높다. 관람로 중간중간 노점상이나 사진사 등이 진을 치고 있다.우리돈 1000원을 내면 생수 2병을 준다.장자제 절경을 담은 사진집도 2000∼3000원에 파는데,잘 흥정하면 1000원에도 살 수 있다.위안자제 관람후엔 케이블카 대신 327m 높이의 전망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위쪽 3분의2 부분은 암벽에 붙여서,나머지 아랫 부분은 암석 속으로 설치돼 있다.승강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기막히게 아름다운데,불과 몇분만에 내려오는 게 영 야속하기만하다.탑승료는 상행 53위안,하행 43위안. ●바오펑후 무릉원 시내에서 버스로 10여분쯤 가면 쑤오시(索溪)협곡 입구다.협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길을 꺾어 가파른 계단을 300여개쯤 올라가니 무릉원의 수경(水景)중 최고라는 바오펑후로 이어진다.협곡 입구에서부터 가마꾼들의 호객행위가 극성이다.우리돈으로 1만원을 내라고 하는데,덥석 탔다가는 낭패보기 일쑤다.2인1조인 가마꾼들은 중간에 가마꾼 1인당 1만원이라느니,날씨가 너무 더워 돈을 더내야 한다느니 해서 원래의 요금보다 2∼3배를 챙기기 때문이다. 바오펑후는 계곡을 막아 생긴 인공호수.최고 수심은 72m,길이가 2.5㎞나 되지만 댐 길이는 수십미터에 불과하다.그만큼 협곡이 좁고 높다는 의미다.마침 안개에 싸인 호수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갖가지 모양의 암봉과 절벽이 병풍처럼 호수를 감싸고 있고,수면 중간중간 솟아있는 암봉 위엔 푸른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한다. 호수 감상은 전기배터리를 쓰는 무공해 유람선을 타고 한다.오염을 막기 위한 중국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호수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배에선 유람선이 지나갈 때 마다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투자(土家)족 처녀나 총각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투자족은 장자제시에 사는 20여 소수민족중 하나로,시의 총 인구 150만명중 60%를 차지한다.노래와 춤을 잘 하지 못하면 시집을 못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무를 좋아하고,빨래 방망이질,다듬이질 등의 풍습이 우리민족과 비슷하다. sdargon@ 가이드/ 한국관광객 몰려 원화도 받아요 ●가는 길 정기항로는 직항편이 없다.따라서 베이징이나 상하이,청두 등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장자제로 들어갈 수 있다.베이징,상하이에서 국내선 사정이 여의치 못해 당일로 장자제로 들어가기는 어렵다.보통 하루 묵으며 시내관광을 하고 다음날 들어간다.청두에선 장자제행 비행기가 많아 당일 장자제로 들어갈 수 있다.1시간 소요.아시아나항공 및 중국항공이 주 4회 인천∼청두 코스를 운항한다. 일부 여행사가 운영하는 전세기를 이용하면 창사를 경유해 바로 장자제로 들어갈 수 있어 시간을크게 절약할 수 있다. ●환율 및 시차 1위안 160원 정도.요즘은 한국 관광객이 몰리면서 장자제 일원 대부분의 상점에서 한국돈을 받고 있다.굳이 환전하지 않아도 된다.오히려 달러화는 잘 받지 않거나 돈가치를 턱없이 낮게 계산하므로 주의해야 한다.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먹거리 및 쇼핑 특별히 입맛을 당기는 먹거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대부분의 음식이 기름기가 많아 몇끼 먹으면 질리기 쉽다.그나마 투자족이 즐겨먹는 돼지고기 요리는 먹을 만하다.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야채와 함께 훈제하는데,쫄깃한 고기맛과 야채향이 어우러져 제법 입맛을 돋운다.장자제 시내 또는 무릉원 숙박단지 인근 야시장에서 먹는 돼지고기 꼬치구이 맛도 괜찮은 편.1000원어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과일이 싸고 싱싱하다.특히 복숭아가 먹을 만하다.주먹만한 게 한국돈으로 150원 정도.한 입만 베어물어도 단물이 입에 흥건히 고인다. ●호텔 장자제 시내에 5성급은 없고 4성 ,3성급 호텔 4곳이 있다.상룡국제주점,장자제국제대주점 등이 규모가 크고시설도 깨끗한 편.게시된 요금은 매우 비싸지만 의미가 없다.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3만∼4만원부터 10만원 이상까지 요금 차이가 많이 난다. ●여행상품 우림여행사가 전세기(중국 남방항공)를 이용해 창사를 경유해 바로 장자제로 들어가는 상품을 운영중이다.장자제엔 국내공항만 있어 창사에서 입국수속을 받은 뒤 같은 비행기에 다시 올라 장자제로 들어간다. 바오펑후∼텐즈산∼위엔자제∼황룽둥(동굴 이름)을 둘러보는 3박4일(매주 일요일 출발) 패키지는 49만9000원,창사의 동정호 및 악양루 관람이 추가되는 4박5일(수요일 출발) 상품은 69만9000원이다.(02)771-8366.
  • “노동운동 도울수 없다”盧 “대형노조 강경투쟁… 힘으로 대응 고심”

    노무현(얼굴) 대통령은 13일 노조와 관련,“지금은 노동운동을 도울 수 없는 상황이 돼 있다.”면서 “(노조의 불법행동에 대해)정부로선 법과 힘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경북 포항의 포스코에서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국회의원 시절을 포함해)그동안 노동자들의 지위향상을 위해 많이 도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일부 대형 기업(사업장)의 노조가 정치투쟁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서 “일부 ‘노동귀족’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민노총이야말로 대규모 기업들로 돼 있다.”면서 “(이들은)협력업체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월급을)두배,세배 받으면서 뭉쳐서 노동운동을 앞장서 밀고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도 해야 하는데,(일부 대형 기업들의 노조에서는)대책없이 계속 강경투쟁만 한다.”고 일부 노조를 비판했다.또 “노동운동은 노동자 전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사회 빈민층과 서민들의 주거문제,사회안전망 등 생활안정에 관한 문제들을 노조가 주장해야 하는데 지금 운동은 그렇지 않아 참으로 난감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최근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나는 히딩크 체질이라 초장에는 물을 좀 먹다가 나중에는 잘 나가는 체질”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지지율이 40%대니,20%대니 하는데,(나는)물을 많이 먹어도 끝장을 보는 사람”이라면서 “내가 뒷심이 있게 해야 정부도 나아지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경주에서 ‘2003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행사’ 관련자 등과 오찬을 갖고,“검찰은 대통령의 정당한 명령을 결코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검찰에 대해 ‘정당한 명령’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과 권력을 바탕으로 이를 갖고 해나갈 것”이라며 “요즘 좀 시끄럽게 보이더라도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나보다 더 지친 사람들보고 용기”/ 벼랑끝 삶 ‘희망 어깨동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지난달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네 모자(母子)의 죽음 이후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처지에 놓인 ‘벼랑끝 계층들’이 온라인에 모여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새 삶의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인터넷 ‘다음’ 카페에는 지난달 18일 ‘엄마,죽기 싫어요(cafe.daum.net/ummalove)’란 모임이 개설됐다. 이 모임에는 현재 빚독촉으로 아내와 세 자녀를 잃은 당사자인 남편 조모(34)씨를 포함,남녀노소를 막론한 4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소외된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타는 사연과 주위의 격려 이 카페에 마련된 ‘안타까운 사연·사건들’과 ‘하늘로 보내는 편지’ 등의 코너에는 과거 가족과 친지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이들은 주위의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서로 위로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초은’이라 밝힌 한 여학생은 3년 전 사고로 동생을 잃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올려놓았다.이 학생은 “그때 동생만 홀로 떠나 버린 뒤 ‘차라리 나도 죽었으면…’하는 생각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젠 너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 갈 것”이라고 썼다. 최근 부모의 이혼으로 자살을 생각했다는 한 초등학교 여학생은 ‘친구의 아버지께’라는 글을 통해 “얼마 전 아버지의 자살로 혼자가 된 친구가 나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고 썼다. 중학교 1학년이라 밝힌 여학생은 “좋지 않은 집안 환경을 탓하며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나 하나 없어져도 슬퍼할 사람 몇 명 없다고 생각해 늘 칼을 갖고 다니며 자살연습도 했다.”며 마음속 고민을 털어놨다. 가정 문제로 아이들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한 가장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애절한 글을 올렸다.이 가장은 “몰래 아이들을 찾아가 학용품을 사주고 나오는데 애들이 너무 말라 있어 가슴 아팠다.”면서 “천륜인데도 자식들을 못만나는 것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참사랑’이라 밝힌 주부는 “남편의 실직으로 카드빚에 내몰린 지금의 처지를 극복하기가 너무 힘들다.”면서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의 사연을 보고 앞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은 인천 일가족의 자살처럼 돈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시련에 빠진 친구의 가슴 아픈 사연을 올려 놓았다.이 학생은 “친구야,꿈을 잃지 말고 너의 꿈을 이루어가.”라며 격려했다. 11살이라 밝힌 어린이는 “얼마 전 아빠가 자살로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죽음이 또다시 생겨나지 않기를…” 회원들은 오프라인 모임까지 계획하며 이같은 죽음의 재발을 막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한편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을 호소하고 있다. 이 모임의 운영자인 김용훈(36)씨는 “벼랑끝에 몰려 극단적인 죽음의 길을 택한 고인의 가족·친지는 물론 비슷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모여 이같은 불행을 우리 스스로 막아 보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결성했다.”면서 “사회적 차원에서 이를 막을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임영숙 칼럼] 그들을 알고 있습니까?

    마더 테레사가 만난 한 가난한 어머니의 이야기다.마더 테레사는 세계 최악의 빈민가로 꼽히는 인도 콜카타의 슬럼가에 들어가 반세기동안 나환자,무의탁 노인,고아 등 버림 받은 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아 생전에 이미 ‘살아 있는 성녀’로 일컬어졌던 가톨릭 수녀다. (어느날 저녁,어떤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여덟 자녀를 둔 한 힌두교 가정에서 며칠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다는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그들에겐 먹을 게 전혀 없었습니다.나는 한끼 식사로 충분한 쌀을 가지고 그 집으로 갔습니다.그들은 몹시 허기져 보였고 아이들의 눈은 툭 불거져 나와 있더군요.말할 수 없이 비참한 모습이었습니다.내가 쌀을 건네자 아이들의 어머니는 그것을 반으로 나누어 가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잠시 후에 그녀가 돌아오자 나는 어디에 갔었느냐고 물었습니다.그러자 그녀는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그들 역시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들이란 식구수가 같은 옆집의 이슬람교인들이었습니다.그 어머니는 굶주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습니다.그리고자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얼마 되지 않지만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 살려줘.죽기 싫어.죽기 싫어.”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환청처럼 계속 귓가를 맴도는 가운데 떠오른 마더 테레사의 이야기다.똑같이 가난한 두 어머니의 행동이 왜 이토록 다른 것인지 당혹스럽다.인도의 가난한 어머니는 눈이 툭 불거지도록 굶은 자신의 아이들이 먹을 쌀을,역시 굶주리고 있는 옆집의 아이들에게 나누어 먹였다.그러나 한국의 가난한 어머니는 아파트 14층 계단에서 7살,3살짜리 두 딸을 창문 밖으로 내던지고,5살짜리 아들을 품에 안은 채 자신도 뛰어 내려 자살했다.무엇이 한 어머니에게는 굶주림 속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하고 다른 어머니에게는 자식들을 죽이고 자살할 수밖에 없는 절망의 낭떠러지로 내몬 것일까. 우리 사회는 분명 콜카타의 빈민가보다 풍요롭다.그러나 그 풍요의 그늘속에서 상대적 빈곤층의 상실감은 증폭되고 자살에 이르도록 절망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늘어나고 있다.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건수가 총 1만 3055건으로 2001년에 비해 6.3% 늘었다 한다.하루 평균 36명,1시간에 1.5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실직이나 사업실패에 따른 자살,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할 30대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한다.자살한 사람의 가족이나 주위 친구들은 매우 정상적인 사람으로 죽은이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자살한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혀 모른 것이다. 마더 테레사는 묻는다.가난한 이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여러분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까?바로 우리 자신들의 가정과 단체에,자기가 외톨이고 사랑받지 못하며,무엇인가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부끄럽다.아이들을 죽이고 자살한 인천의 30대 주부가 일으킨 어떤 사회적 반향과 분석도 이 질문 없이는 공허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아무리 촘촘하게 잘 짜여진다 해도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없다면 콜카타의 빈민가보다 못할 것이다. 국가가,또는 한 개인이 우리 사회 빈곤층의 문제를 모두 풀어 줄 수는 없다.그러나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마더 테레사와 콜카타의 어머니는 바로 그 마음으로 가난속에서 풍요로운 사랑을 펼쳐 보였다.평범한 우리들도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주필ysi@
  • [열린세상] 죽음 권하는 사회

    하나의 큰 충격이었다.충격을 넘어 우리의 냉가슴을 후벼내는 아픔이자 슬픔이었다.개인의 아픔과 슬픔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비참한 장면이었다.꽃잎처럼 떨어져 나가 돌 같이 단단한 시멘트 바닥 위에 납작하게 추락하는 생명체들을 상상해 보았는가.금쪽 같이 아끼며 사랑하는 어린 아들 딸들을 높은 고층 아파트에서 손수 집어 던지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가.그것도 죽기 싫다면서 목메어 애걸하는 고사리 같은 손을 억지로 떼어내고 뿌리치면서 말이다. 지난 17일 인천에서 30대 주부가 극심한 생활고를 비관해 14층 아파트에서 어린 딸 두명을 차례로 창문 밖으로 던진 뒤 자신도 다섯살 된 아들을 품에 안고 투신해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졌다고 한다.그 주부는 가출한 남편 대신 애들 3명을 키우면서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결국 가난에 찌든 고통이 한 가정을 비극의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며칠 전에도 광주에서 11살짜리 5학년 초등학생이 아버지의 폭력이 무섭고 두려워서 10층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하였다.그 초등학생은 아버지의 무자비한 학대로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던 중 자신의 잘못으로 아버지에게 다시 돌려보내겠다는 말을 듣고 그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특별한 복지시설이나 사회안전대책 없는 극단의 처지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가난과 폭력,공포,죽음의 위기 앞에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비정한 원시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죄 없는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도덕하다고 한다.거창하게 눈길을 끄는 정치적인 구호나 사건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하찮은 일상에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3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사회,부당한 부자의 대물림과 억울한 빈곤의 악순환이 묵인되는 사회,상위계층 1.6%의 소비가 국내 소비 전체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비율이 선진국의 5분의1도 안 되는 3% 수준인 우리의 현실. 외환위기 이후 최근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개인 파산자도 작년에 비해 4.4배 증가했다고 한다.경계를 뛰어넘는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와 구조조정의 그늘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근래 우리 나라에서 하루 평균 36명의 자살자가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생활고 등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한다.소위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늘진 계층은 계속 죽음의 행렬로 내몰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제 치하 어두웠던 시대 ‘술 권하는 사회’를 썼던 현진건은 그의 소설 ‘빈처’에서 가난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부부를 해피 엔딩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주인공 ‘나(K)’의 아내는 친정 아버지 생일 날 막상 입고 갈 마땅한 옷이 없었다.쓸 만한 세간과 비단 옷 등은 모두 전당포에 잡혀 있었고 허름하게 걸치는 무명 옷만 남아 있었다.세속적 가치를 외면했던 남편의 무능함 때문에 가난의 질곡을 벗어날 수 없었다. 장인 집에서 보았던 은행원 남편을 둔 부유한 처형의 모습과 한없이 초라한 행색의 아내.그러나 처형은 겉모습만 화려하게 보일 뿐 안으로는 주색잡기에 빠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가진 것 없더라도 의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고마움과 사랑으로 가득한 아내의 눈과 주인공 ‘나’의 눈에 눈물이 넘쳐 흐르면서 끝맺는다.가난과 그것을 이기지 못한 죽음까지도 개인의 무능으로만 돌리는 우리 사회에서 소설 ‘빈처’는 행복을 찾는 지혜를 암시하고 있다.죽음 권하는 사회에서 그 행렬을 벗어나는 지혜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신 일 섭 호남대 교수 역사문화학
  • ‘老動’ / 노동은퇴 연령 男67.1세·女67.5세 대부분 임시직·무급… OECD중 최악

    우리나라 노인들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년퇴직’이 늦어 그만큼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하지만 ‘일하는 노인’의 대부분은 임시직이나 무급 노동에 종사하고 있어 노동력을 혹사당하고 있다.연금제도 등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탓이다.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빨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재정경제부가 번역·출간한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사람이 일을 그만둔 나이(노동력 탈퇴연령)는 평균 남자 67.1세,여자 67.5세로 밝혀졌다. 일본은 남자 69.1세,여자 66세였다.OECD 회원국 가운데 남자는 일본이,여자는 한국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한국 남자 노인의 노동력 탈퇴 연령도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 그외 다른 나라의 남녀 노동력 탈퇴연령은 각각 ▲미국 65.2,64.2세 ▲독일 60.5,60.8세 ▲프랑스 59.3,59.8세 등이었다. 같은 1위라고는 해도 질적으로는 판이하다.일본의 경우 ‘수명연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퇴직연령 상승’이지만,우리나라는 ‘열악한 사회복지제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노동력 장기 혹사’에 가깝다. 안미현기자 hyun@
  • 김부총리 “정규직 해고 유연해져야”

    김진표(사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정규직 근로자들의 해고가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다음달 15일 전후로 예정된 정부의 노사문제 대책 발표에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여 재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 날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간담회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에 맞춰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하는 대신 재정을 통한 최저생활 보장 등 정책적 노력을 함께 기울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이에 앞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주문한 바 있다. 김 부총리는 “불충분한 사회안전망과 전직(轉職)훈련 부족 등이 정리해고를 어렵게 한다.”면서 “관련 정부대책을 8월께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전임자 임금 지원이나 파업기간 임금지급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또 “경제가 하반기에는 점차 회복돼 연간 3∼3.5%의 성장률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수준인 5%선을 회복할 것”이라면서 “무리한 내수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
  • 말말말˙˙˙

    최근 벼랑끝 계층 자살 사건의 원인은 사회안전망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며,실업과 비정규직화로 인해 일하는 빈곤층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개인적 차원의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 할 수 있다. -이태수 현도 사회복지대 교수,23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 [열린세상] 경제위기와 노·사·정 충돌

    최근 우리경제는 거센 풍랑 속에 엔진이 꺼지는 배와 같다.파업대란과 가계부채 등으로 앞이 안 보이는 불안 속에 소비 실종,기업 탈진 등 경제 동력이 멈추고 있다.실제로 우리 경제는 기력을 잃은 상태이다.생산 소비 투자 등 3대 경기지표가 IMF 불황이후 최악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소비경기를 반영하는 도·소매 판매 증가율은 -4.6%로 5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경제동력의 근간인 설비투자는 21개월만에 최저치인 -8.9%를 기록했다.감소해서는 안 되는 산업생산도 급기야 -1.9%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대열에 합류했다. 경제가 이와 같이 좌초상태에 빠지자 실업과 빚의 2중고를 겪는 국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노·사·정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과 주장만 내세우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참여정부는 주요 경제운영 방향으로 재벌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분배기능을 강화하여 공평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이런 맥락에서 노사간의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비정규직의 차별해소,주5일 근무제 도입,사회안전망과 근로자 복지 확충 등의 노동정책을 제시했다.이러한 정부정책은 반(反)기업정책으로 인식되어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왔다. 경제의 침체와 불안이 심각한 상태에서 재벌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근로자들의 이익을 강화한다면 이는 경제침체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소득을 떨어뜨려 개인 파산을 확산시킨다는 논리이다.더 나아가 재계는 파업이 확산되자 국내 투자를 멈추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 논리까지 내놓았다. 한편 정부정책에 대해 노조는 자신들의 위상과 이익의 강화 차원에서 임금인상 및 근로여건 개선과 함께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비정규직 철폐,노조 경영참여 등 정책적 분야의 요구사항까지 제기하고 있다.이에 따라 과거와는 내용이 다른 파업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정부는 두산중공업·철도청·화물연대·조흥은행 파업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한 강경대응은 물론 무노동 유임금,해고의 경직성,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에 있어서 노동조합에대한 특혜를 없애겠다는 정책까지 제시했다. 이렇게 되자 노·사·정간 불신이 커지면서 집단적 대결의 조짐이 보인다.정부가 철도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자 충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현 상황에서 이해집단간 싸움을 확대한다면 이는 좌초상태의 경제를 스스로 침몰시키는 것이다.경제를 기득권의 보호나 투쟁을 위한 인질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재계는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에 나서고 성장동력을 살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경제위기를 빌미로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고 노조공격에 주력한다면 이는 기업의 기본 소임을 망각한 반국민적 처사이다.노동조합도 마찬가지이다.기업은 노사가 함께 살려야 하는 공동운명체이다.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이는 기업을 망치고 자신들도 망치는 파괴행위가 될 수 있다. 노동귀족이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노동자들 사이에 격차가 크다.실직자들은 아예 자신들의 처지를 알릴 길도 없다.근로자들의 평등한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생산성을 높여 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도 사는 노동운동을 펼쳐야 한다.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정부는 기업들의 불법비리행위를 차단하고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투명하고 공평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데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동시에 규제를 혁파하고 불안요인을 제거하여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무슨 일이 있어도 정부가 우왕좌왕하여 풍랑 속에 배를 침몰시키는 역사적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경제를 살리는 데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정치권이 경제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불안을 과장하거나 상대방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면 경제는 희망이 없다. 이 필 상 고려대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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