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이버 예술가 3인/뉴욕 멀티미디어 예술제 작품 전시
◎최은경·한은미·유현정씨 ‘97서울 니맥스전’ 참가/개성있는 애니메이션·설치작품 기량과시/컴퓨터로 사이버공간 창조 작품세계 선봬
한국의 여성 사이버 예술가 3인이 미국 전위예술 발표의 장으로 유명한 뉴욕 소호의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가 주최한 ‘97서울 니맥스(NYMAX)’란 주제의 멀티미디어 예술제에 참가해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예술제는 지난 94년에 이어 두번째로 뉴욕 거주 유럽출신 작가와 뉴욕·한국의 작가들이 참가,영화 비디오상영과 퍼포먼스 설치 사이버아트 전시와 패널토론으로 진행하는 행사.한국측에선 박철수 감독의 영화와 사물놀이 공연,안은미의 무용,김대한의 타악연주,백남준의 퍼포먼스가 참가하고 있는데 이중 특별전시로 최은경(홍익대 회화과 석사과정)·한은미(뉴욕대 컴퓨터아트 박사과정)·유현정(보스톤대 멀티미디어 디자인 박사과정)씨 등 우리 젊은 예술가들이 개성있는 애니메이션과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예술제 참가 여성작가 3인은 그동안 국내미술계에선 흔하지 않은 여성 테크놀러지 작가들.주로 컴퓨터를 매체로 고유한 사이버 공간을 창조하고 있는 작품세계로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최은경은 지난 87년 홍익대를 졸업한뒤 10년간 컴퓨터예술에 매달려온 작가.이번 예술제에는 오일페인팅과 디지털기술의 접목을 시도한 ‘가상공간내에서의 그림읽기’를 내놓고 있는데 관람객들을 오일페인팅의 창조과정에 참여시키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다.관람객이 컴퓨터 앞에 앉아 커서를 움직이는 대로 작가가 미리 입력시킨 오일페인팅 작품이 형성되는 것으로 관람객은 이를 통해 유화의 물질성과 기계적 드로잉의 메카니즘을 동시에 느낄수 있다.
한은미는 사진 비디오 컴퓨터 등 영상매체에 익숙해 있는 작가로 지난 89년부터 91년까지 옛 소련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삶을 카메라로 기록한 이래 주로 다큐멘터리 작품에 치중해오고 있다.최근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를 주제로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작품화하고 있는 한씨는 이번에도 백남준 작품들의 이미지를 컴퓨터로 재구성,유리블럭이나 액정화면을 사용한대형 구조물에 붙인 ‘97피드백’이란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현정은 일관되게 ‘문’을 주제로 관객참여적인 컴퓨터작업에 천착해오고 있는 신예.‘영혼의 문’‘세대의 문’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 전시에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제로 한 ‘만남의 문’을 소개하고 있다.관람객이 모니터군을 지나가는 동안 센서의 작용으로 모니터가 켜지고 여러가지 형색의 발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사이버 공간 속의 발과 실제 관람객들의 발들이 독특한 만남을 연출한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홍희씨는 “한국의 젊은 여성작가들의 개성있는 사이버 예술이 전위예술의 본고장에 소개될 수 있어 반갑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흐름이 된 사이버 예술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인식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