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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코끼리의 요란한 잠꼬대, 귀엽긴 하지만 민폐도 어지간히

    아기코끼리의 요란한 잠꼬대, 귀엽긴 하지만 민폐도 어지간히

    편안한 잠자리를 찾는 일은 때로는 무척 힘들 수 있다. 어미가 깊이 잠든 곁에서 아기 코끼리가 몸부림을 치며 편한 자세를 찾으려 애를 쓴다. 결국 어미의 목덜미에서 최적의 자세를 취해 잠에 빠져든다. 영락없이 편안한 안식처를 찾은 것 같다. 하지만 낮잠을 즐긴 것뿐이고 이들은 또다른 곳을 향해 옮겨갔다. 아시아코끼리 15마리가 중국 윈난성 남부의 서식지를 벗어나 지난 2일 800만명 넘게 일대에 모여 사는 쿤밍 시에 도착했는데 언제인지 모르는 날에 숲속에서 낮잠을 즐기는 천진난만한 동영상이 촬영됐다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이 쿤밍까지 이동한 거리는 500㎞가 넘으니 피곤도 할 만하다. 멸종위기종인 아시아코끼리는 중국에 300마리 정도가 사는데 주로 윈난성 남부에 서식하고 있다. 암컷과 수컷 성체가 각각 여섯 마리와 세 마리이며, 세 마리는 사람으로 치면 유소년, 세 마리는 새끼다. 이들은 윈난성 남서쪽 시솽반나의 멩양지 자연보호구역을 언제인지 모를 시점에 떠났는데 처음 이들의 이상 행동이 보고된 것은 지난 4월 초 100㎞쯤 이동했을 때부터다. 처음에는 17마리였는데 두 마리는 모짱(墨江)현 근처에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처음에 16마리가 출발했으며 중간에 새끼가 태어났다는, 조금 다른 보도도 있었다. 어쨌든 이들은 두 달이 훨씬 넘게 낮이고 밤이고 농지건 농로건 아스팔트 도로건 상관 없이 걷고 있다. 다짜고짜 코로 문을 열어 먹을거리가 있나 뒤져본다. 왜 서식지를 벗어났는지, 최종적으로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하지만 물어봐서 되는 일도 아니니 사람들은 일단 마을에 큰 폐가 안 되도록 먹이를 제공하며 이들이 안전하게 마을을 지나치도록 돕고 있다. 사람들은 두 갈래로 추측한다. 경험 없는 우두머리 밑에서 무리가 생고생을 한다거나, 새로운 보호구역을 찾아 나선 것이란 추측이다. 과학자들은 야생코끼리가 이렇게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새로운 서식지를 찾는 일은 늘상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간 쿤밍 데일리는 쿤밍 시와 위시 시에 700명의 경찰관과 응급요원들이 10t 가량의 옥수수와 파인애플 등 먹을거리를 적재한 트럭과 코끼리 무리를 뒤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드론까지 띄워 코끼리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길을 일러주고 있다. 주민들에겐 멀거니 구경하지 말고 옥수수를 떨어뜨리지 말고 소금을 뿌리지도 말라면서 떨어져 지켜보고 폭죽 같은 것으로 코끼리들을 놀래키지 말라고 부탁했다. 동물 전문가들은 코끼리들이 걸음을 늦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들 역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대도시에 들어가는 일을 꺼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미 여러 차례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일이 실패했기 때문에 이들은 이 근처 적당한 보금자리가 될 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윈난성 정부는 무리가 “412건의 사고를 쳤다”고 기록했는데 지무 뉴스에 따르면 코끼리가 상아로 찔러보는 바람에 침대 아래 몸을 숨긴 할아버지가 겁에 질린 일이 있었다고 했다. 술찌기처럼 된 곡물을 먹고 술에 취한 것 같은 코끼리도 있었다고, 확인할 수 없는 얘기를 하는 주민도 있었다. 100만 달러 어치 곡물 피해를 입혔다는 보고도 있었다 서식지의 먹잇감이 줄고 농민들과 자주 충돌하게 돼 어쩔 수 없이 코끼리들이 유랑에 나섰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시솽반나 삼림국 관리 리정위안은 글로벌 타임스에 서식지의 먹잇감이 바뀌고 농민들도 코끼리들이 좋아하는 수수와 사탕수수 대신 돈이 되는 작물이나 고무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상대 조직원 살해 후 잠적...19년 만에 잡혔다

    상대 조직원 살해 후 잠적...19년 만에 잡혔다

    상대 조직원을 살해한 뒤 19년이나 숨어 지내던 폭력조직 조직원이 붙잡혔다. 8일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박명희)는 살인사건 피의자인 A(37)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02년 7월14일 상대 폭력조직원 2명을 흉기로 찌르고, 야구방망이로 마구 때려 1명을 사망한 혐의를 받는다. 또 1명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당시 18살의 나이였던 A씨는 통영 내 한 폭력조직의 추종세력으로 활동하다 동료 조직원 7명과 함께 경쟁 조직을 습격했다. 하지만 A씨는 사건 직후 경찰 수사단계에서 살인 피의자로 특정되지 않고 참고인으로 분류돼 조사를 받다가 조사를 받은 직후 종적을 감췄다. 이후 목격자와 피해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검찰은 A씨가 당시 사건 공범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A씨는 종적을 감췄고 검찰은 2002년 A씨에 대해 기소중지(지명수배) 처분했다. 19년 간 종적을 감춘 A씨는 돌연 지난 4월 14일 휴대전화 개통사실이 확인되면서 꼬리가 밟혔다. 검찰은 매년 분기별로 기소중지자에 대해 점검을 한다. A씨 소재도 이 과정에서 단서가 잡혔다. 검찰은 이후 3주 간 휴대전화 발신기지국 위치추적, 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A씨가 숨어있는 곳을 찾아 지난 5월 17일 체포했다. A씨는 도피 기간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 등을 사용하지 않은 채 전국 여러 곳을 전전하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려왔다. 검찰 관계자는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살인사건 피고인에 대한 끈질긴 소재 추적과 검거작업으로 ‘범죄자에게 영원한 안식처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다”며 “철저한 공소 유지를 통해 피고인에게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기 기소중지자에 대한 소재파악에도 계속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공원천국’ 강서… 녹색도시로 변신 중

    ‘공원천국’ 강서… 녹색도시로 변신 중

    구내 도시공원 158개… 서울서 가장 많아 서울식물원 2년 6개월새 1004만명 방문봉제산 둘레길, 무장애숲길·도서관 조성 염창·개화근린공원 내 CCTV 4대 설치도첨단 연구개발(R&D) 핵심도시로 자리잡은 서울 강서구가 대규모 공원 조성 사업을 통해 ‘녹색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강서구는 공원이 시민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는 것은 물론 미래 도시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자원이라고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강서구는 국내 최초의 도심형 식물원인 서울식물원 누적 방문자가 지난달 기준 1004만명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2018년 10월 임시 개방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서울식물원은 유수지를 포함해 50만 4000㎡로 축구장 약 70개 크기와 맞먹는다. 서울식물원은 공원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과 전시온실과 주제정원을 갖춘 식물원 구간으로 구성됐다. 온실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바오밥나무, 인도보리수, 올리브나무, 용혈수 등 열대·지중해 식물 900여종이 전시돼 있다. 또 주제정원에는 솔비나무, 섬시호, 큰바늘꽃 등 우리나라 자생·토종식물 등 2700여종이 식재됐다. 서울식물원은 당초 요트정박장으로 만들어질 뻔한 공간을 노현송 강서구청장의 뚝심으로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노 구청장은 “내년 공원에 들어서는 LG아트센터와 함께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입지를 활용해 녹지와 문화가 어우러진 서남권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강서구는 이미 도시공원이 158개나 돼 서울에서 가장 많지만 공원을 확대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간다. 대표적으로 강서구는 최근 개통한 서울제물포터널 상부에 대규모 친환경 공원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총 면적은 약 11만㎡로 길이는 7.6㎞에 이른다. 이중 강서구와 맞닿은 지역은 약 4㎞다. 강서구 관계자는 “소풍할 수 있는 공간과 공연 광장, 커뮤니티센터 등을 갖춰 시민들이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올 하반기부터 공원조성을 시작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새 공원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공원 정비작업도 열심이다. 주변이 아파트, 주택가로 둘러싸여 접근성이 좋아 이용 주민만 연간 20만여명에 달하는 봉제산 둘레길에는 무장애숲길과 숲속도서관을 조성한다. 봉제산 자연체험 학습원에 자연형 계류를 조성하고 낡은 관람데크와 휴게시설도 정비할 계획이다. 이밖에 염창, 개화근린공원 내 범죄 취약지역에 폐쇄회로(CC)TV 4곳을 설치해 이용객들이 안심하고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노후 화장실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노 구청장은 “녹색도시는 이제 필수적 과제가 됐다”면서 “중장기 전략수립을 통한 꾸준한 예산 투입으로 강서구가 세계적인 녹색도시가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고시원도 3.3㎡당 5000만원… 中 대졸 청년 ‘개미족’ 내몰렸다

    고시원도 3.3㎡당 5000만원… 中 대졸 청년 ‘개미족’ 내몰렸다

    텐센트 등 효과 3년 전 홍콩 GDP 넘어중산층 밀집 15년 만에 집값 30배 폭등우리나라 ‘국평’ 118㎡가 43억원 넘어투기 세력 몰려… 자가 보유율 24% 그쳐위장 결혼 등 통해 대출 늘려 집에 올인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각국 정부들이 쏟아낸 경기부양책과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기조, 민간기업의 재택근무 확산 등이 맞물려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37개국 집값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연간 상승률도 5%를 기록해 20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 젊은 세대의 노동 의욕을 꺾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데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고속성장 중이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광둥성 선전을 24일 둘러봤다.●학군 좋은 지역은 44㎡ 호가가 25억원 한인 밀집지역인 푸톈구 향미후의 둥하이화위안 아파트. 1990년대 말 차범근 전 축구감독이 프로팀 선전핑안을 이끌 때 살던 곳으로 일반적인 중산층 거주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민주택쯤 되는 118㎡(전용면적 84㎡) 아파트 가격이 2500만 위안(약 43억원)을 넘었다. 선전의 4대 명문 중학교 가운데 하나가 근처에 있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푸톈구의 유명 ‘학군아파트’ 궈청화위안은 한술 더 떠 44㎡짜리 매매 호가가 1500만 위안(약 25억원)에 달했다. 그나마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향미후의 대표 주상복합단지인 둥하이궈지의 최고급 펜트하우스(870㎡)는 우리 돈 300억원이 넘는 초고가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약 1130만원)를 갓 넘긴 중국의 집값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곳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정판섭 삼성부동산 대표는 “선전에서 부동산 일을 시작하던 2006년만 해도 둥하이화위안 시세는 70만~80만 위안 정도였다. 아파트 값이 15년 만에 30배 넘게 올랐다”며 “한인 상당수가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임대료가 저렴한) 써커우 쪽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광둥성 광저우와 홍콩 사이에 있는 선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30만명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하지만 1979년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1904∼1997)이 이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자 운명이 바뀌었다. 1990년대까지 홍콩과 마카오 자본으로 경공업 공장을 운영하던 선전은 2000년대부터 미국 전자산업 하청기지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화웨이와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업종을 잘 발굴한 덕분에 선전은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됐다. 지난해 선전의 GDP는 2조 7670억 위안으로 핀란드나 그리스 등 어지간한 유럽 국가보다 크다. 2018년에는 홍콩도 넘어선 상태다.●매년 50만~60만명 ‘차이나드림’ 찾아와 하지만 선전의 고속성장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해마다 50만~60만명의 젊은이가 이곳을 찾아와 ‘차이나드림’을 꿈꾸지만, 주택 공급이 이에 못 미친다. 이를 눈치챈 투기꾼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어 가격 거품을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선전 주민들의 자가보유율은 24% 정도로 경쟁도시인 상하이, 광저우의 절반 수준이다. 이 지역 집들 대부분을 외지의 투기세력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선전의 평균 집값은 전국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1㎡당 8만 위안(약 1400만원)을 돌파했다. 3.3㎡당 우리 돈 4500만원에 육박한다. 선전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하다는 ‘농민방’조차도 도심 매매가는 1㎡당 10만 위안(약 1750만원) 이상이다. 농민방은 ‘지방에서 올라온 농민공이 사는 방’이라는 뜻으로, 10㎡ 안팎 공간에 침대와 TV가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 고시원과 비슷하지만 냉방기기가 없다. 이런 주택이 초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언젠가 재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어서다. 이제 선전은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대)으로 보이던 홍콩까지 뛰어넘을 기세다. 로이터통신은 “홍콩 부동산 가격이 반정부 시위 장기화로 예전 같지 않다. 이 틈을 타 텐센트가 자리잡은 난산 등 선전의 일부 지역 집값이 홍콩을 앞질렀다”고 전했다.●집 한 채만 사면 ‘인생역전’ 사금융 대출까지 선전 도심에 집 한 채만 있으면 누구나 우리 돈 수십억원대 자산가로 등극한다. 이 때문에 집을 사려고 마음먹은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선전 지역 후커우(주민등록)가 있으면 집을 살 때 최대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가령 1500만 위안짜리 집을 사려고 하면 1000만 위안 정도는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현재 선전 시중은행의 30년 만기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연 4.9%다. 1000만 위안을 빌렸다면 이자로만 매달 4만 위안(약 700만원)을 내야 한다. 중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일반인은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그래도 상당수는 맞벌이 부부의 월급에다 사금융 대출까지 ‘영끌’해 버틴다. 이자 상환이 너무 힘들면 그때 팔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사이에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기에 ‘남는 장사’라는 논리다. 일부는 주택 매매 금액을 부풀려 신고하는 ‘업계약서’를 만들다가 적발되기도 한다. 은행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 ‘이자까지 대출로 갚겠다’는 계산이다. 잘만 하면 내 돈 한 푼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다. 최근에는 위장이혼·위장결혼 사례가 들통나 충격을 줬다. 현행법상 선전의 후커우를 가진 부부는 각자 한 채씩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부부가 재산을 늘리고자 위장이혼을 결심한다. 남편 A는 자신의 아파트를 부인 B에게 양도하고 이혼한다. 그는 곧바로 여성 C와 재혼해 아파트 두 채를 새로 산다. 이번에는 C가 A에게 주택을 몰아주고 또 이혼한다. A는 집이 두 채가 된다. 그가 전부인 B와 재결합하면 이들 부부는 대출 가능 아파트 4채를 갖게 된다. 이 밖에도 각 아파트 단지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 가격 이하로는 팔지 말자’고 담합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 모두가 집값 폭등이 만들어 낸 웃지 못할 촌극이다. ●‘개미족’에게 결혼과 출산은 남의 이야기 이제 선전의 젊은이들이 월급만으로 집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선전의 한 소식통은 “대졸 취업자 대부분은 (집을 살 여력이 없어) 시 외곽으로 나가 월 5000위안(약 88만원) 안팎의 원룸에 거주한다”고 전했다. 선전 지역 노동자들의 월평균 소득이 1만 1000위안(약 190만원)임을 감안하면 버는 돈의 절반가량을 집세로 내는 셈이다. 하지만 누구나 저 정도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다. 텐센트 등 일부 고임금 기업을 빼면 상당수가 월 4000~5000위안 정도 받는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들에게는 번듯한 원룸도 사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우준샨(40)은 월 1600위안짜리 농민방에서 살고 있었다. 광둥성에 사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농민방조차 버거운 청년들은 방 하나에 침대 4개를 두고 생면부지인 이들과 나눠 쓰기도 한다. 월 1000~2000위안이면 생활이 가능하다. 중국과 홍콩 등에서 ‘개미족’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90년대 이후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높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어렵게 생활하는 고학력 저소득 계층을 말한다.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기성세대의 욕심으로 안식처를 구하지 못하고 떠도는 중국 청년세대의 모습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 더욱 씁쓸하다. 글 사진 선전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시설보다 가정위탁 선호… 국제기구도 ‘가정보호’ 권장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선진국의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의 대원칙은 ‘원가정 복귀’다. 치료와 교육 등을 통해 가정이 정상화만 된다면 원가정보다 나은 안식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학대 피해 아동을 ‘쉼터’보다는 가정위탁을 통해 보호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보호 대상 아동은 총 4047명이다. 이 중 시설보호로 행하는 아이는 2739명(67.7%), 가정위탁 1199명(29.6), 입양 104명(2.6%), 소년소녀가정 5명(0.1%)이었다. 영국은 지난 19세기부터 보호 아동의 시설보호를 제한했다. 2017년 기준 영국의 경우 시설에 맡겨지는 보호 대상 아동은 12%다. 대부분은 1~2년 안에 보호 조치를 완료하고 가정을 찾을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친부모와 접촉하거나 입양에 나선다. 미국 역시 원가정 복귀-위탁가정-입양 순으로 진행한다. 국제기구도 아이들이 가정에서 보호받는 것을 권장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가족과 분리된 아이라도 가능한 한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하도록 권고한다. 전 세계 90여 개국이 비준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역시 아동 보호의 원칙으로 “시설 보호는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위탁가구를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가정의 참여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위탁가구 200가정을 목표로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달 13일 기준 전국에서 543명이 지원했지만, 최종 선정은 32명에 그쳤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한 명도 선정되지 않았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조각상에 담긴 절절한 모성애…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로하다

    조각상에 담긴 절절한 모성애…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로하다

    여인이 양팔과 다리로 온 힘을 다해 두 아이를 감싸 안고 있다. 가장 작지만 가장 안전한 지상의 안식처, 어머니의 품 안에서 아이들은 편안히 눈을 감고 있다. 고개를 푹 숙인 여인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을 품느라 활처럼 휜 등줄기가 절절한 모성애를 말없이 전한다. ●작품에 반전 메시지 담은 케테 콜비츠 케테 콜비츠(1867~1945)의 청동 조각 ‘여인과 두 아이’다. 동프로이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독일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 건 두 아들의 엄마로서 모성애만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참여 예술가로서 약자에 대한 억압과 불평등, 부조리에 저항하며 공감과 연대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힘썼다. 특히 1차 세계대전에서 둘째 아들 페터를, 2차 세계대전에서 손자를 잃은 비극적 경험을 ‘전쟁 연작’을 비롯한 반전 예술로 승화해 인류애를 실천했다. 조각 ‘여인과 두 아이’(1932~1936), ‘전쟁 연작’(1922~1925) 7점 등 판화 32점을 선보이는 콜비츠의 전시 ‘아가, 봄이 왔다’가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 개관전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콜비츠의 일기에서 따온 제목에는 페터처럼 전장에서 자식을 잃은 비통함과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전쟁의 참상과 죽음의 고통, 이별의 슬픔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들과 아울러 노동자와 농민의 비참한 현실과 저항운동을 표현한 판화들은 시대를 초월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시장에는 담담한 필치로 내면을 성찰한 자화상들, 아이와 엄마의 깊은 결속감을 드러낸 작품들도 걸려 콜비츠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교육·복지 공익법인 티앤씨재단이 기획한 ‘아포브’(APoV) 전시의 하나다. ‘다른 생각’(Another point of view)의 약자인 아포브는 전 세계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 대신 공감과 화합의 사회를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류사 비극 예술로 승화 ‘너와 내가…’展 포도뮤지엄 개관전으로 동시에 열리는 ‘너와 내가 만든 세상’도 티앤씨재단이 지난해 11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네모에서 선보였던 ‘아포브’ 전시다. 왜곡된 정보와 가짜뉴스가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증폭해 전쟁과 집단학살의 비극을 불러온 인류사를 예술로 환기시켜 호평받았다. 제주 전시에선 강애란, 권용주, 성립, 이용백, 최수진, 구와쿠보 료타 등 기존 참여 작가 외에 중국의 장샤오강, 한국의 진기종 작가가 새로 합류해 예술성과 메시지가 더욱 풍성해졌다.장샤오강은 낡은 시멘트로 만든 서랍들로 거대한 벽을 세운 설치작품 ‘기억의 서랍’을 통해 역사의 참혹한 소용돌이를 관통해 왔지만, 어느새 잊혀진 개인의 시간들을 끄집어낸다. 서랍에 부착된 사진들은 2차 세계대전부터 1960년대까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진기종 작가의 ‘우리와 그들’은 서로 다른 신에게 기도하는 3개의 손으로 공존의 의미를 묻는다. 두 전시 모두 내년 3월까지 열린다. 글 사진 제주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우리 삶 속 거리감 詩처럼 담고 싶었다

    우리 삶 속 거리감 詩처럼 담고 싶었다

    “영화는 말보다 이미지로 감흥을 주는 순간이 있어 시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국문학도로서 시에서 받은 영감을 충실하게 영화에 담아 보고 싶기도 했고요.” ●대학동기 박은지 시인 등단작서 영감 최근 화상으로 만난 박근영 감독은 영화 ‘정말 먼 곳’의 모티브를 시에서 찾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는 많아도, ‘동명 시’라는 말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영화 ‘정말 먼 곳’은 우선 신선하다.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정말 먼 곳’을 시나리오에 담았으니. 박 감독은 “화천의 풍경을 보고 영화를 구상했고, 거리감을 주제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대학 동기인 박은지 시인의 등단작이 영화 속 상황과 비슷하다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화천에 터 잡은 성소수자··유사 가족의 삶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는 강원 화천에 자리 잡은 한 유사 가족의 삶을 그렸다. 서울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지친 진우(강길우 분)는 딸처럼 여기는 조카 설이와 터전을 옮겼다. 양떼 목장에서 일하는 진우의 삶이 안정될 즈음, 그의 연인인 시인 현민(홍경 분)이 화천으로 이주하고, 설이 생모인 여동생 은영(이상희 분)이 갑작스레 찾아오면서 일상에 큰 파장이 온다. 박 감독은 “영화가 소외되거나 각자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우화처럼 읽히길 바랐고, 성 소수자와 사회와의 거리감, 개인과 사회와의 거리감, 우리 삶 속의 거리감을 녹여 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안식처 꿈꾸는 이들의 절실함, 詩로 녹여 극 중 현민이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면 불안해졌다/ 우리가 상상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라고 시 ‘정말 먼 곳’을 낭송하는 장면은 안식처를 찾고 싶어 하는 성소수자들의 절실함을 녹였다. 박 시인은 “애초 제가 생각했던 정말 먼 곳은 아예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영화는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 함께 꿈꾸는 것, 삶의 이어짐을 잘 보여 줬다”고 했다. ●한 달간 24시간 대기하며 양 출산 장면 찍어 ‘정말 먼 곳’은 자연의 경이로운 순간을 담아야 했기에 촬영하는 데 인내가 필요했다. 박 감독은 “양이 출산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한 달가량 순번을 정해 24시간 대기한 끝에 촬영할 수 있었다”며 “양이 갖는 신화적 의미와 결부해 절망과 희망의 순환이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이뤄진다고 생각했다”고 벅찬 순간을 회상했다. 박 감독은 “중학생 시절 이와이 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1995)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설경을 보고 감동을 느껴 감독을 꿈꿔 왔다”며 “앞으로도 개인이나 공동체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정말 먼 곳(박은지)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멀다를 비싸다로 이해하곤 했다 우리의 능력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기도 했지만 정말 먼 곳은 상상도 어려웠다  그 절벽은 매일 허물어지고 있어서 언제 사라질지 몰라 빨리 가봐야 해  정말 먼 곳은 매일 허물어지고 있었다 돌이 떨어지고 흙이 바스러지고 뿌리는 튀어나오고 견디지 못한 풀들은 툭 툭 바다로 떨어지고 매일 무언가 사라지는 소리는 파도에 파묻혀 들리지 않을 거야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면 불안해졌다 우리가 상상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의 상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없었고 거짓에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 먼 곳을 상상하는 사이 정말 가까운 곳은 매일 넘어지고 있었다 정말 가까운 곳은 상상을 벗어났다 우리는 돌부리에 걸리고 흙을 잃었으며 뿌리를 의심했다 견디는 일은 떨어지는 일이었다 떨어지는 소리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며 정말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그래야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 영화 ‘정말 먼 곳’ 박근영 감독 “우리 삶 속 거리감 시처럼 담고 싶었죠”

    영화 ‘정말 먼 곳’ 박근영 감독 “우리 삶 속 거리감 시처럼 담고 싶었죠”

    “영화는 말보다 이미지로 감흥을 주는 순간이 있어 시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국문학도로서 시에서 받은 영감을 충실하게 영화에 담아 보고 싶기도 했고요.” 최근 화상으로 만난 박근영 감독은 영화 ‘정말 먼 곳’의 모티브를 시에서 찾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는 많아도, ‘동명 시’라는 말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영화 ‘정말 먼 곳’은 우선 신선하다.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정말 먼 곳’을 시나리오에 담았으니. 박 감독은 “화천의 풍경을 보고 영화를 구상했고, 거리감을 주제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대학 동기인 박은지 시인의 등단작이 영화 속 상황과 비슷하다 생각했다”고 부연했다.지난 18일 개봉한 영화는 강원도 화천에 자리 잡은 한 유사 가족의 삶을 그렸다. 서울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지친 진우(강길우 분)는 딸처럼 여기는 조카 설이와 터전을 옮겼다. 양떼 목장에서 일하는 진우의 삶이 안정될 즈음, 그의 연인인 시인 현민(홍경 분)이 화천으로 이주하고, 설이 생모인 여동생 은영(이상희 분)이 갑작스레 찾아오면서 일상에 큰 파장이 온다. 박 감독은 “영화가 소외되거나 각자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우화처럼 읽히길 바랐고, 성 소수자와 사회와의 거리감, 개인과 사회와의 거리감, 우리 삶 속의 거리감을 녹여 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극 중 현민이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면 불안해졌다/ 우리가 상상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라고 시 ‘정말 먼 곳’을 낭송하는 장면은 안식처를 찾고 싶어 하는 성소수자들의 절실함을 녹였다. 박 시인은 “애초 제가 생각했던 정말 먼 곳은 아예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영화는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 함께 꿈꾸는 것, 삶의 이어짐을 잘 보여 줬다”고 했다. ‘정말 먼 곳’은 자연의 경이로운 순간을 담아야 했기에 촬영하는 데 인내가 필요했다. 박 감독은 “양이 출산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한 달가량 순번을 정해 24시간 대기한 끝에 촬영할 수 있었다”며 “양이 갖는 신화적 의미와 결부해 절망과 희망의 순환이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이뤄진다고 생각했다”고 벅찬 순간을 회상했다. 박 감독은 “중학생 시절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1995)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설경을 보고 감동을 느껴 영화 감독을 꿈꿔 왔다”며 “앞으로도 개인이나 공동체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송파는 ‘수달 안식처’… 성내천을 지켜 주세요

    송파는 ‘수달 안식처’… 성내천을 지켜 주세요

    멸종위기에 놓인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서울에서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송파구는 도심생태하천인 성내천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1급 멸종위기종인 수달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수달은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다. 보호가 필요한 희귀종으로 서울에서 발견되는 일은 드물다. 이번 수달 개체는 성내천 수달지킴이,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등의 환경단체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3개월간 진행한 수달 분포 조사에서 확인했다.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한강 지류인 성내천에서 수달이 서식하는 흔적을 발견했다. 구는 수달이 먹지 않도록 성내천에서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을 지속적으로 수거할 예정이다. 또 수달 보호를 위해 기존 수목과 수풀을 최대한 보존하고, 콘크리트 블록 제거, 친수식물 식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서식환경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앞으로도 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도록 성내천 친환경적 개선, 자연보호 대책 마련 등 생태계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관악은 ‘주민 안식처’… 돌봄센터 다 맡기세요

    관악은 ‘주민 안식처’… 돌봄센터 다 맡기세요

    “식사나 숙소 제공뿐 아니라 방역과 청소, 세탁 서비스까지 지역 돌봄 서비스의 질을 확 올리겠습니다.” 서울 관악구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자칫 커질 수 있는 지역 어르신 돌봄의 사각지대 해소를 넘어 돌봄의 원스톱 서비스에 팔을 걷어붙였다. 구는 지역의 어르신 등을 위한 ‘돌봄SOS센터’의 서비스를 4개에서 10개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구가 지난해 8월 21개 전 동에 ‘돌봄SOS센터’ 설치 이후 서비스의 ‘질’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구는 센터의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간제 근로자를 21개 전 센터에 배치했다. 지난 2월까지 일시재가, 단기시설 이용, 식사 제공, 정보상담 서비스 등 긴급 돌봄이 필요한 주민에게 모두 4370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어 이달부터는 동행 지원, 주거 편의, 건강지원, 안부 확인 서비스 확대 시행 등을 제공한다. 또 상반기 중 방역·청소, 세탁 서비스까지 2개의 서비스를 추가해 모두 10개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 50세 이상 중·장년 주민은 동 주민센터 또는 구의 ‘돌봄SOS센터’를 통해 돌봄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으며, 서비스 비용은 소득수준이 중위소득 85% 이하(한시적으로 오는 6월 30일까지 100% 이하)면 전액 무료로 지원된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다방면의 맞춤형 돌봄 체계를 구축해 코로나19 장기화로 더욱 힘든 취약계층의 긴급한 돌봄 수요에 대처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따뜻하게 냉철하게… 40년 詩인생

    따뜻하게 냉철하게… 40년 詩인생

    연륜이 빚어낸 온기가 깃든 시는 가슴을 따스하게 적셔 준다. 분단과 군사독재로 점철된 현대사를 마주하며 혼을 다해 쓴 시는 억압에 시달려 온 민중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 전통적 서정을 바탕으로 인간 본래의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해 온 곽재구 시인이 등단 40년을 맞아 아홉 번째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를 펴냈다. 곽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은 모순이 존재해 고통과 모순의 창칼을 막아 내는 아름다운 ‘방패’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롯이 시의 길을 걸어온 곽 시인의 눈길은 따뜻하다. “천지사방 꽃향기 가득해라/ 걷다가 시 쓰고/ 걷다가 밤이 오고”(‘세월’)에선 어느덧 노년에 이른 시인이 순박하고 무구한 시심을 가다듬는다. “저녁의 항구에서 모여드는 세상의 모든 시를 읽을 것이다”(‘세상의 모든 시’)라고 다짐하며 “사람은 좀 느리게 살아야 해”(‘기차는 좀 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라고 삶의 여유를 찾을 것을 권한다. 그러나 시인은 냉철한 역사의식도 함께 보여 준다. “돌아오는 저물녘/ 우리는 언제부터 형제가 아니었던가/ 생각하고 생각하였다”(‘형제’)에선 분단 현실로 고통을 겪는 한민족의 동포애를 체감한다. 특히 여행길에서 만난 고려인들의 한 맺힌 삶 앞에서는 왜 그들이 중앙아시아에 버려졌는지 한 번도 묻지 않은 조국의 무정함을 부끄러워한다. ‘저녁의 꽃 냄새’에선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먹잇감이 되지 말자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준다. 이번 시집에는 용오름마을, 소뎅이마을, 파람바구마을, 선학, 초적, 쇠리 등 정겨운 지명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삶의 안식처이자 마음의 고향인 이곳에서 시인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손편지를 띄운다. 시 71편 이외에 시인이 해설 대신 곁들인 산문도 새겨 읽을 만하다. 1980년 5월 광주를 겪은 일은 뭉클하고, 한국 시문학사에 길이 남을 ‘사평역에서’가 세상에 나오게 된 이야기는 흥미롭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미나리’와 함께 가볼까

    ‘미나리’와 함께 가볼까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흥행에 탄력을 얻은 가운데, 다른 영화들이 잇따라 접점 찾기에 나섰다. ‘미나리’를 거론하며 영화 주목도를 높여 보려는 이른바 ‘함께 가기’ 전략이다.우선 골든글로브에서 다른 부문의 상을 받은 영화들이 ‘미나리’를 언급하고 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모리타니안’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제작에 주연까지 맡았다. 골든글로브 영화 부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조디 포스터가 조연으로 열연한다. ‘모리타니안’은 ‘미나리’뿐 아니라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노매드랜드’까지 함께 내세워 ‘아카데미 전초전 골든글로브 수상작을 주목하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퍼펙트 케어’는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로저먼드 파이크와 함께 ‘미나리’의 윤여정, 한예리가 유력 매체들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올랐다고 전했다. 골든글로브에 이어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는 오는 15일 발표되며 시상식은 다음달 25일 열린다.18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파이터’와 ‘정말 먼 곳’은 여러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았다는 사실로 수많은 상을 받은 ‘미나리’와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파이터’는 현재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진아(임성미 분)의 성장을 그렸다.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강길우 분)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담은 영화 ‘정말 먼 곳’은 전주국제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의 초청을 받았다.11일 개봉 예정인 일본영화 ‘유어 아이즈 텔’은 노래를 공통점으로 활용했다. 앞서 배급사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동명의 노래를 영화 배경음악으로 썼다고 홍보했다. 최근엔 ‘미나리’에서 한예리가 부른 ‘레인 송’(Rain Song), 그리고 한국영화 ‘세 자매´에서 가수 이소라가 부른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를 함께 묶어 “세 영화가 명품 OST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고 설명했다. ‘세 자매´는 극장에서 거의 막을 내렸지만, ‘유어 아이즈 텔’ 홍보대행사가 홍보를 맡고 있어 재등장했다. 아예 ‘장르가 다르다’는 이유 아닌 이유를 내걸기도 한다. 17일 개봉하는 로맨스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는 “드라마 ‘미나리’,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액션 블록버스터 ‘고질라 VS. 콩’까지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3월 극장가 라인업이 화제”라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안철수 “LH 조사로는 부족… 고위공직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해야”

    안철수 “LH 조사로는 부족… 고위공직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신도시 부동산 사전투기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 “문재인 정권의 국회의원,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의 부동산 거래를 전수조사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투기이익을 챙긴 자들을 예외 없이 공직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이번에 문제가 된 LH 직원과 가족들의 부동산 거래실태를 철저히 조사해서 일벌백계하라고 하셨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의혹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윗물이 썩었으니 진동하는 썩은 냄새에 아랫물이 성할 리 없다”면서 “집보다 직을 택한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모습에서 이 정권 권력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을 똑똑히 목격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또 “하다하다 이제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투기를 했던 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회의원이 돼 금의환향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의 의원직 사퇴 절차가 마무리되면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로 국회에 입성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겨냥한 것이다. “부패와 몰염치의 바이러스가 공공부문 전체에 퍼졌다”고 진단한 안 대표는 “(부정투기) 이익은 모두 환수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국민을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안 대표는 정부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추진에 대해 “중수청이 생기면 그곳은 범죄자들의 안식처이자 권력자들의 치외법권 지역이 될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부패, 망국의 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을 지키는 것은 윤 총장 개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대다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응원하고 지키는 일,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길섶에서] 흉물로 변한 나무/오일만 논설위원

    봄철을 앞둔 요즘 곳곳에서 가로수 정비가 한창이다. 자동차 매연과 도로의 미세먼지를 줄이고 여름날 무성한 잎으로 안식처를 제공했던 나무들이다. 비쭉 튀어나온 가지들을 잘라내 이쁘게 모양새를 가다듬는 수준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요란한 전기톱 소리와 함께 수십년의 수령을 자랑할 법한 나무들이 순식간에 굵은 몸통만 남는다. 막무가내로 잘라내는 현장을 보는 것 자체가 곤혹스러웠다. 낙엽이 쌓여 하수구가 막히고 무성한 가지로 상점 간판과 가로등 불빛을 가린다는 이유에서다. 말 못하는 나무들이지만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듯한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요 며칠 아파트 산책 길에도 가지가 마구 잘려져 나간 나무들을 목격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부터 은행나무, 벚꽃나무 등 수종을 가리지 않았다. 삭막한 콘크리트 숲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아쉬운 대로 자연의 향취를 느끼게 해 줬던 고마운 존재들 아니던가. 봄철 벚꽃 놀이를 대신했고 한여름 짙은 녹색의 향연을, 만추의 아름다움까지 선사했던 나무다. 수십년의 시간이 공들여 만든 아름다움과 품위가 하루아침에 흉물로 변하다니…. ‘벚꽃 엔딩’을 흥얼거리게 했던 그 나무들이 사라진 지금 을씨년스런 봄을 맞이할 생각에 벌써부터 우울하다. oilman@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샌프란시스코 서점 ‘시티라이츠’ 끝까지 지킨 펄링게티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샌프란시스코 서점 ‘시티라이츠’ 끝까지 지킨 펄링게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서점 ‘시티라이츠’는 1950년대 물질만능·소비지향 사회에 저항한 ‘비트 세대’의 안식처였다. 주인은 시인인 로런스 펄링게티다. 195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고 당시 이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작(詩作) 활동인 ‘샌프란시스코 르네상스’에 동참했다. 문학인들의 모임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1953년 사회학자 피터 마틴과 함께 500달러씩 출자해 페이퍼백(보급판) 책을 파는 이 서점을 열었다. 서점 이름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그는 일간 뉴욕 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무언가를 사야 한다는 곤란함 없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아직 보편화하지 않았던 페이퍼백을 판매하는 시티라이츠는 곧 ‘다른 서점이 무시하는 책을 파는 서점‘이자 ‘저자들의 모임 공간’이 됐다. 펄링게티는 1955년부터 시티라이츠를 통해 출판에도 나섰다. 자신의 시집을 포함해 비트 세대의 ‘지도적 시인’으로 꼽히는 앨런 긴즈버그, 그레고리 코르소, 마이클 매클루어 등의 시집을 냈다. 펄링게티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101. 아들 로렌조는 AP 통신에 아버지가 폐 질환으로 숨졌으며 지난주 코로나19 백신 관련 1차 접종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음달 24일 102번째 생일을 불과 한 달 남겨두고 세상을 등졌다. 최근 몇년 시력이 크게 나빠졌는데도 시티라이츠의 운영시간을 지키고 시 쓰기를 계속해왔다고 했다. 부음을 들은 팬들이 다음날 서점을 찾아 추모했다고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NYT는 고인을 ‘비트운동의 정신적 대부’라고 평가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비트세대는 1920년대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로, 당시 찾아온 ‘풍요의 시대’에 인간이 획일·동질화해 산업사회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에 저항했다. 1919년 뉴욕에서 태어난 펄링게티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도 곧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 뒤 친척 집을 전전하던 그는 부유한 가정에 입양됐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뒤 해군에 입대했다. 그는 1945년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지 몇 주 뒤 일본을 방문했고 이 때의 경험이 스스로를 ‘곧바로 평화주의자로 만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군 복무 뒤엔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석사학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58년 낸 시선집 ‘마음속 코니아일랜드’가 세계적으로 100만권 이상 판매될 정도로 재능있는 시인이었다. 1956년 긴즈버그의 시집 ‘울부짖음’(Howl)을 출판하면서 외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펄링게티는 그해 10월 한 미술관에서 긴즈버그가 ‘울부짖음’을 낭독하는 것을 보고 즉석에서 출판을 제안했다고 한다. 외설물을 출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펄링게티는 1957년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울부짖음’의 주제가 성적이긴 하지만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았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라는 것이 판결의 요지였다. 이 판결은 수정헌법 1조와 관련한 역사적 판결 중 하나로 꼽힌다. 정작 자신은 2013년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를 운동의 일부로 여기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날 비트라고 부르지 말라. 난 결코 비트 시인이 아니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닭장이 아니라 안식처를 원한다/김승훈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닭장이 아니라 안식처를 원한다/김승훈 경제부 차장

    서울 강서구의 ‘나홀로 아파트’에 살았을 때다. 빌라를 허물고 지은 건물로, 12층 높이에 원룸(2~5층)과 아파트(6~12층)가 섞여 있었다. 원룸은 16가구, 아파트는 14가구였다. 총 30가구인데 주차 공간은 고작 8면이었다. 아파트와 원룸 입주자 간에 주차를 두고 연일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건물주가 원룸 입주자들의 경우 주차하지 않는 조건으로 세를 놨다며 원룸 입주자들의 주차를 막았고, 원룸 입주자들은 그런 조건을 들은 적이 없다며 차를 댔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가 ‘주차 지옥’이었다. 인근 나홀로 아파트와 원룸 건물 상황도 비슷했다.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매일 주차대란이 빚어졌다. 늦은 밤이나 아침 출근 시간 때 차를 빼라는 경적 소리와 고성은 다반사였다. 도로나 골목 불법주차도 일상이었다. 화재 때 소방차 진입은 언감생심이었다. 집 주변 일대는 과거 저층 주거지(빌라)와 모텔이 밀집해 있었다. 2011년을 전후해 모텔을 허물거나 빌라 두세 채를 묶어 12~15층 높이의 나홀로 아파트와 원룸을 지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원룸과 아파트가 섞인 나홀로 아파트와 원룸 건물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집과 집 사이의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서 늘어섰다. 건물주들은 주차 공간 확보 같은 건 내동댕이쳤다. 정부에서 서민과 1·2인 가구 주택 공급이라는 미명 아래 주차 공간 확보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원룸에 사는 20대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은 자가용을 타지 않고 대중교통만 이용할 것이라는 전제와 아파트 입주민들이 모두 다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작용했다고 한다. 주택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젊은층의 소비 경향을 도외시했다. 요즘은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하는 ‘마이 카’ 시대다. 홀로 사는 직장인들 중에는 빚을 내서라도 외제차를 모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탁상공론도 이 정도면 4차원을 넘어 고차원 수준이다. 자치구에서는 70%까지 완화했다고 하는데, 30가구에 주차 공간 8면(26.6%)도 가능했던 것을 보면 꼼수가 판을 쳐도 되는 법의 허점이 있었던 것 같다. 전철역까지 걸어서 10분, 초역세권을 자랑하는 곳인데도 주민 만족도는 처참했다. 주민들은 “주차 공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건물들을 어떻게 죄다 허가해 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는데, 딴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일대 나홀로 아파트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공인중개사들도 하나같이 ‘주차 공간 부족’을 들며 난색을 표했다. 집값이 내려가는 곳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올 들어 기존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전환했다. 서울에 주택을 대폭 공급하겠다며 역세권·빌라촌 고밀개발을 꺼내 들었다. 2·4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들 지역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 아래 주차장 의무를 완화한다는 점이다. 빌라촌 고밀개발은 나홀로 아파트 같은 주택을 줄줄이 짓겠다는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과 다름없다. 서울의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의 주차장 확보율은 70%를 밑돌고 있다. 자동차 10대 중 3대는 불법 주차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인사는 “주택이 부족하다고 하니 일단 집 수치부터 늘려 놓은 것”이라며 “주차 같은 삶의 질과 관련된 대책은 우선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올해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몇 해 전 빌라촌 재개발 지역에서 살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장 급하다고 해서 주택 공급 수치를 부풀리는 데만 목을 매서는 안 된다. 전쟁터 같은 ‘닭장’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안식처’를 공급해야 한다. hunnam@seoul.co.kr
  • 모래사장 갖춘 인피니티풀에 히노키 욕조까지…‘카시아 속초’

    모래사장 갖춘 인피니티풀에 히노키 욕조까지…‘카시아 속초’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기약이 없어진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유명 리조트 못지않은 이국적인 경관과 고급스러운 시설 등을 갖춘 프리미엄 호텔들이 국내에서도 연이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휴양지로 꼽히는 강원도 속초시에도 이국적인 프리미엄 호텔이 조성된다. 반얀트리 그룹의 레지던스 브랜드 ‘카시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카시아 속초’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1987년 설립 이후 ‘영혼의 안식처’를 표방해온 반얀트리 그룹은 세계 유수의 여행지를 대표하는 글로벌 체인이다. 전 세계 24개국에서 47개의 호텔과 리조트, 60개의 스파, 70여개의 리테일 갤러리, 3개의 골프 코스를 운영하면서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최고의 휴양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반얀트리 그룹이 강원도 속초시에도 깃발을 꽂는다. 지난해 7월, 반얀트리 그룹은 ‘카시아 속초’ 위탁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강원도 속초에서도 글로벌 체인의 이국적인 서비스와 부대시설 등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시아 속초’는 동해 일출을 가장 먼저 감상할 수 있는 자리에 조성돼, 전 객실에서 이국적인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독특하면서 창의적 설계로 유명한 김찬중 건축가가 책을 모티브로 통합 디자인을 구현한 외관은 건물 자체로 눈길을 끈다. 전 객실은 바다 조망이 가능한 스위트룸으로 구성하며, 객실마다 히노키 욕조와 발코니를 배치했다. 특히, 침대에서 욕조와 발코니, 바다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공간 배치는 동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지상 4층에 마련된 야외 인피니티 풀에는 모래사장이 더해져, 막힘 없는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전용 해변처럼 꾸며진다. 그 외 부대시설로는 국제회의가 가능한 400석 규모의 연회장과 1000m 광천수를 활용한 고급 스파와 사우나, 어린이를 위한 키즈풀과 인도어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더불어 세계적 아트북 출판사인 ‘애술린(Assouline)’ 라이브러리 라운지도 계획 중이다. 반얀트리 그룹의 수준 높은 혜택도 국내 처음으로 누릴 수 있다. ‘카시아 속초’ 계약자는 생추어리클럽 네트워크에 속한 해외의 반얀트리·앙사나·카시아·라구나 호텔과 리조트를 예약할 때 ‘이용 가능한 최상 요금(Best Available Rate)’에서 할인을 적용 받을 수 있으며, 호텔 내 스파 시설과 레스토랑 요금도 할인된다. 푸켓·빈탄·랑코에 있는 리조트에서는 골프 요금도 할인 받을 수 있다. 보유한 숙박권을 해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혜택도 제공한다. 반얀트리, 앙사나, 카시아, 라구나 소유주에게만 제공되는 교환프로그램(The Exchange Programme)은 연간 사용권 30일 중 최대 15일을 교환소에 맡기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반얀트리 그룹의 다른 호텔이나 리조트를 예약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카시아 속초’는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에 지하 2층~지상 26층, 총 717실로 조성된다. 특히 연면적 12만 560㎡, 높이 99m 규모의 대규모로 지어져 동해안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시공은 한화건설이 맡았으며, 2023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날치 콘서트·클래식 연주… 문체부 ‘집콕 설 특별전’

    ‘집콕’이 불가피한 이번 설 연휴 이날치의 미니콘서트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연주가 집으로 찾아온다. 몸이 찌푸둥하다면 홈트 영상을 만날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14일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이 제공하는 비대면 공연·전시·행사 등을 집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집콕 문화생활 설 특별전’(Culture.go.kr/home)을 운영한다. 전통·민속, 가족·어린이, 공연·영상, 전시·체험 등 주제별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100여종을 제공한다. 문체부는 이 가운데 국립국악원의 ‘2021 새해 국악연주’를 비롯해 한류 아이돌이 설·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모꼬지 라이브’ 등을 추천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동네 설화 이야기’, 과학교양 프로그램 ‘북극곰 살리기 대작전’은 어린이들과 함께 볼만하다. 국립중앙극장의 ‘판소리 외길 20년’, 김해시립예술단의 코로나 극복 응원 공연 ‘우리함께’ 등도 진행한다. 한국과 독일의 문자 이야기를 주제로 한 국립한글박물관의 ‘문자혁명’ 전시, 제주 생태 전시 ‘생명 속의 안식처’ 등도 추천했다. 영화관 가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다양한 영화 기획전도 준비했다. 한국 퀴어영화를 소개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의 ‘퀴어영화를 찾아’, 향수를 자극하는 ‘우수 한국고전영화’도 즐길 수 있다. 세계 유산 서원을 주제로 한 웹 드라마 ‘300살 20학번’, 조선왕실의 군사의례를 소개하는 ‘군사의례 특별전’도 영상미를 볼 수 있는 콘텐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버림받고 찾은 안식처… 또 갈 곳 잃은 220마리 [김유민의 노견일기]

    버림받고 찾은 안식처… 또 갈 곳 잃은 220마리 [김유민의 노견일기]

    ‘애교쟁이’ ‘순해요’ 도살 위기의 유기견들을 구조해 하나 하나 특징을 써놓고 정성껏 돌보고 있는 보호소가 있다. 철창 안에 한, 두마리 총 220여 마리의 유기견들은 사람에게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사람을 좋아한다. 봉사자가 오면 철창에 몸을 꼭 붙이고 서 있다. 쓰다듬어 달라는 표시다. 김포 양촌읍 양곡리에 위치한 아지네마을은 지자체 보호소가 다 하지 못하는 역할을 개인이 사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는 보호소다. 2010년 박정수(75) 소장이 도살 위기의 유기견을 구조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안락사 없이 운영해오고 있다. 14년간 유기동물을 돌본 공을 인정받아 2018년 행정안전부 ‘대한민국국민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것도 이 때다. 그런데 김포시는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이 무허가 불법건축물이라며 보호소에 철거명령을 내렸다. 민원이 접수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이유다. 200여마리가 넘는 유기견들은 한 순간에 갈 곳을 잃었다. 동물보호법 제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유기동물 관리, 동물복지에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김포시는 무조건 번복은 없다는 입장이다. 후원자와 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하는 등 아지네마을 지키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원인은 “아지네마을이 앞으로도 동물구조와 보호에 힘쓸 수 있게, 지금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가족을 찾아주는 보호소의 임무를 다할 수 있게 철거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호소했다. 70대 소장님의 사비로 버틴 보호소악의적 민원에 한 순간에 철거 위기청원인은 “아지네마을 주변에는 어떤 민가나 주거시설도 없다. 소음이나 냄새, 배설물에 관한 어떤 민원도 단 한 차례 접수된 적이 없었다”면서 “아지네마을에 한 번이라도 와봤다면 10여년간 어떻게 관리되어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어떤 피해도 야기하지 않은 아지네마을이 악의적인 민원에 의해 철거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갓 태어난 강아지까지 죽이는 유기견보호소의 안락사 시설에 눈물을 훔치며 지자체 후원금 하나 없이 70대 연로한 소장님의 사비와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는 곳”이라며 대안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이 철거명령만 고집하는 지자체에 유감을 표했다. 박정수 소장 역시 “이전 비용도 개인이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옮길 곳을 찾기도 힘들다. 유기견 대부분이 대형견이라 입양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을 정도로 잘 관리하던 시설인데 갑자기 철거하라고 하면 유기견들은 갈 곳이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아지네보호소 봉사자들 역시 “아지네마을처럼 이렇게 깔끔하게 관리하는 보호소는 드물다. 철거를 고수할 게 아니라 보호소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저렴하게 임차가 가능한 지역 내 대체부지를 찾아주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220여마리의 유기견을 보호중인 대전 유성구의 ‘시온쉼터’도 같은 상황이다. 관할 지자체는 개발제한구역에서 ‘허가 없이 축사시설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2018년부터 보호소 측에 지속적인 철거 명령을 내려왔다. 지자체의 업무를 대신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진 곳들은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합당한 방안을 마련해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청원자는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지자체의 위탁보호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설보호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한나네 보호소’ 또한 무허가건축물과 관련 법 위반 등의 이유로 철거와 사용중지명령을 받았지만 청와대 청원을 통해 동물보호시설로 인정받으면서 명령이 취소되어 지금까지도 수많은 유기견들을 보호하고 구조하는 데 힘쓰고 있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동물의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진심으로 쓰겠습니다.
  • 고시원비로 ‘금쪽같은 내 방’… 월세 청춘들 미래를 공유하다

    고시원비로 ‘금쪽같은 내 방’… 월세 청춘들 미래를 공유하다

    가족 중심으로 계획된 아파트,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사무공간, 공장에서 찍어 낸 듯 도식화한 공원 등. 개발시대를 거치며 우리가 일군 도시의 모습이다. 도시 과밀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등으로 우리 삶의 공간도 이제 변화에 직면했다.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지속가능한 가치를 더하는 공간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건축 오디세이’는 시대와 소통하는 실천적 도구로 자리한 건축을 찾아 그 기능과 가치를 탐구해 본다.통계청의 ‘2020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2%(614만 7516가구)다. 이 중 2030 세대가 3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재정적 자립이 완전하지 못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다 보면 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저성장 시대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서울 숭인동의 ‘맹그로브’는 함께 살면서 성장하는 ‘코리빙’(co-living)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이 겪는 실질적 주거 문제 해결 서울 6호선 지하철 창신역을 나와 파출소, 우체국, 슈퍼마켓, 대중사우나 등을 지나 왼쪽으로 꺾는다. 채석장을 바라보며 골목을 오르다 보면 왼쪽 코너에 영어로 ‘mangrove’라고 쓴 세로 간판이 걸린 6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는 도심 속 1인 가구의 균형 잡힌 건강한 일상을 위해 디자인된 공유주택입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24명이 자기다움을 지키며 즐겁고 안전하게 살아갑니다.’ 창문에 적힌 글이 이 건물의 정체성을 말해 준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1층 현관으로 들어갔다. 체온 체크와 QR코드 인증을 하고 나서 만나는 곳은 카페와 코워킹 공간이다. 창밖으로 마당도 보인다. 서가에는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큐레이팅해 놓았다. 서울시내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역세권에 원룸 수준의 주거비로 이런 시설을 누릴 수 있다니 정말 매력적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공유주거 전문 스타트업 MGRV가 운영하는 ‘맹그로브’에는 보다 큰 철학과 포부가 담겨 있다. “공간을 매개로 좀더 포용적인 사람들이 많은 사회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비즈니스로 구상했습니다. 함께 살면서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나는 코리빙은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실질적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서 삶의 지평을 넓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MGRV의 조강태 대표는 “라이프 스테이지별로 처한 문제가 다르고 풀어 나가는 방법도 다른데 도전과 좌절이 많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들의 휴식과 성장을 돕는 공간이 되도록 수요자 입장에서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 살아 보며 느낀 문제점, 디자인에 반영 ‘맹그로브’라는 브랜드에 그 철학이 담겨 있다. 맹그로브는 열대와 아열대 지방의 습지에서 자라는 나무다. 물에서 육지까지 뻗어 가는 뿌리, 풍성한 가지와 잎이 다종다양한 생물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임팩트 투자 전문 HGI에서 부동산팀이 분사해 만든 MGRV의 회사명도 맹그로브의 영문자에서 따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짓고, 공사비와 운영비를 감안해 임대료를 책정하지만 맹그로브는 입주자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정하고 출발했다. 역세권이면서 주요 업무지구와 15분 내외의 거리에 있는 조용한 동네를 대상으로 1호점 사업지를 물색했다. 8개월간 고객 조사를 하고, 다른 유형의 주거 모델을 분석하고, 국내외 코리빙에서 실제 살아 보면서 수요자의 입장이 돼 48가지 문제를 도출해 건축가와 머리를 맞대고 그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디자인을 맡은 TRU건축사무소의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건축을 통해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고, 특히 이들의 성장을 돕자는 게 너무 놀라웠다. 맹그로브의 실험에 동참하고 싶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MGRV는 1인 가구 시대를 겨냥해 300실 이상 되는 공유주거를 개발 중이다. 24명이 거주하는 맹그로브 숭인점은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거 모델의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한다.조 교수는 “코리빙에서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 경험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아주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려면 그 선을 어디까지, 어떻게 그을 것인지를 한참 고민했다. 맹그로브에서는 개인과 공공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입주자들은 건물 동쪽 측면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서 지하 1층으로 들어간다. 지하 1층에는 개인용 신발장, 공용 공간인 주방과 세탁실, 텔레비전과 소파가 설치된 휴게실이 있다.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다른 입주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조용히 집에 들어가 쉬고 싶을 때는 카페와 독서실, 코워킹 공간이 있는 1층 입구를 이용하면 된다. 개인실은 두 개의 방 사이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는 더블스튜디오(9.99m²×2), 방에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춘 스튜디오(14.16m²) 그리고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콤팩트룸(9.77m²) 등 세 가지 타입이다. 가장 작은 콤팩트룸의 경우 가운데에 ‘워터팟’을 두어 2개의 샤워실과 2개의 화장실을 6명이 공유하도록 했다. “청년층을 위한 주거의 핵심은 저렴한 양질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이 됐다. 물을 쓰는 곳인 샤워실과 화장실, 주방과 세탁실을 함께 사용하면 건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개인실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대신 개인실 시설, 공용 공간의 설비와 운영, 관리에 최대한 신경을 써 주면 만족도는 훨씬 높아진다. 조 교수는 “개인실에서 화장실과 샤워실을 밖으로 뺀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험이었지만 동선이 겹치지 않게 디자인돼 있고, 관리팀에서 항상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콤팩트룸은 그야말로 딱 한 사람이 들어가 살기 적당한 크기이지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매트리스에 신경을 썼고 효율적인 수납이 가능하도록 1인 주거공간에 최적화된 가구를 개발했다. 큰 트렁크나 긴 외투 등을 넣을 수 있도록 개별 캐비닛을 복도에 설치해 개인실에 모자라는 수납을 해결했다.●사생활 보장하면서 외부와 소통 놓치지 않아 가장 실험적인 공간이 ‘워터팟’이라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은 함께 이용하는 주방이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식탁에 앉아 있는 다른 입주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혼자 먹기도 하지만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의외로 많이 사용하게 되고, 커뮤니티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실제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조리하는 사람과 식탁에서 식사하는 사람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부엌의 조리대가 있는 공간은 한 계단 아래로 바닥을 낮췄다. 부엌의 조리시설은 모두 같은 것을 한 쌍씩 갖춰 놓았다. 공용주방 뒤편에 개별 플라스틱 박스를 넣은 선반(팬트리)을 설치해 각자 식재료와 부식을 보관하도록 했다. 직접 살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아주 미세한 부분들은 일본의 코리빙 브랜드 소셜아파트먼트를 답사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주거와 삶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게 놀라웠습니다. 조리기구를 두 개씩 놓는 것, 신선식품 저장고를 작게 만드는 것, 파스타를 세워 놓을 수 있도록 부식 박스의 높이를 맞춘 것 등은 일본의 코리빙에서 배운 아이디어들이죠.”공동 세탁실에는 미니 세탁기, 세탁기, 건조기가 설치돼 있다. 폐쇄된 공간에 세탁실이 있으면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데 창을 만들어 식당 쪽과 소통하도록 했다. 북쪽에 방을 배치하지 않고 계단실 공간을 만든 것도 도전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구석진 곳에 운동실이나 요가실을 설치하지만 이곳에서는 4층과 5층 계단실 옆으로 체력단련실과 요가실을 배치해 시원하게 트인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면서 운동할 수 있게 했다. “계단실은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 외부에서 보면 마치 등대처럼 보여요. 이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어두운 밤 골목을 혼자 다니기가 어려웠는데 건물이 골목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이 왔다 갔다 하고 소비를 하면서 주변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입니다. 사회적 의미로 코리빙을 보면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가 봤다. 사방에 노출 콘크리트로 높은 벽을 쌓고 사이사이에 공간을 터 놓았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외부와 소통을 한다는 물리적 표현이다. 옥상에서는 명상과 요가 등 다양한 단체 액티비티가 진행된다.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 나선형 층계를 올라가 작은 루프톱 공간으로 가면 된다. 외벽 마감재로 사용한 것은 회색 톤의 시멘트 블록과 시멘트 벽돌이다.어린 시절 동네를 떠올릴 때 기억나는 까칠까칠한 시멘트는 시간의 흐름을 읽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과도 잘 어울리는 겸손한 재료다. 조 교수는 “맹그로브를 채우는 알록달록한 색깔들의 바탕색 역할을 충실하게 하도록 건물 전체 톤을 회색으로 맞췄다”면서 “젊은이들이 함께 살면서 스스로 성장하도록 배경을 잘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함혜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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