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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학교공사 비리 수사확대

    서울시 학교시설공사 비리에 시의회와 교육청, 학교 등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15일 서울 서부지검 등에 따르면 학교에 창호 등을 납품, 시공하는 업체들이 공사권을 챙긴 대가로 브로커를 통해 시교육청 공무원, 학교 직원 등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직 시의원 2명이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검찰은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학교시설 비리를 수사해 수천만원씩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창호업체 J사 대표와 또 다른 시의원 2명, 시교육청 직원 1명, 브로커 2명 등 모두 6명을 구속했다.검찰은 교육계 인사들에게 뇌물이 집중된 것으로 보고 조만간 시교육청 관계자와 사립학교 교장 등 비리 의혹 연루자들을 대거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업체들은 그동안 따낸 공사비의 10%를 사례비 명목으로 교육청 공무원 등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시교육청은 지난 10월 검찰 조사로 공사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업무를 쇄신한다며 기술직 공무원의 55%(145명 중 79명)를 전보 조치하고 각 지역 교육청 시설과장과 팀장, 사학시설팀 직원을 모두 교체한 바 있다.안석기자 ccto@seoul.co.kr
  • 제2의 김본좌 구속

    2만 6000여편의 음란 동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한 ‘음란물의 지존’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5일 국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유료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음란물 동영상을 대량으로 올린 정모(26)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가 불법 유포한 동영상은 매일 300여편씩 3개월 동안 2만 6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김본좌’로 불리며 2006년 9월 경찰에 붙잡힌 김모(30)씨의 게재 건수 1만 4000여편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정씨는 해외의 개인간 파일공유(P2P) 서비스를 통해 다운받은 음란물을 ‘노모, 맑음’ 등과 같은 은어로 제목을 달아 포르노 검색 차단을 교묘하게 피한 뒤 국내 유명 웹하드에 유포, 1000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정씨가 퍼뜨린 동영상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본 음란 동영상의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증권사 맘대로 돈 굴려 ‘쪽박’ … 계좌확인 안한 고객책임 60%”

    주식 투자를 대행한 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동의 없이 제멋대로 주식을 거래해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더라도 고객이 본인계좌를 장기간 확인하지 않았다면 피해액의 60%를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부지법 민사14부(부장 김대성)는 정모(46·여·회사원)씨가 우리투자증권 직원 주모(47)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인정된 손해액 2670여만원 중 40%인 10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정씨는 2006년 평소 알고 지내던 주씨의 권유로 우리투자증권 거래계좌에 3000여만원을 입금했고 이후 주씨가 에너지 관련 중소업체 B사의 주식을 샀다가 주가 폭락으로 약 2900만원을 날리자 ‘통고도 없이 임의매매를 했으니 피해액을 전액 배상하라.’ 며 소송을 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교사들 “변별력 떨어져 진학지도 걱정”

    2010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8일 각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기쁨과 탄식이 뒤섞였다. 전반적으로 쉬웠던 시험으로 점수는 높게 나왔지만,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학생과 교사들은 향후 진학 원서 접수를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학교의 한 3학년 교실. 웅성대던 교실은 담임교사가 하얀 수능 성적표를 들고 오자 한순간에 침묵으로 변했다. 긴장한 학생들은 성적표를 나눠주는 담임교사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성적표를 받은 고3 학생들 대부분은 본인의 점수가 가채점 결과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며 안도했다. 하지만 올해 수리영역이 쉽게 출제되는 등 평균점수가 올라가면서 예상 표준점수는 반대로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 것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이 학교 장현욱(18)군은 “문제가 쉬운 편이어서 표준점수로 변환하니 오히려 성적이 더 낮아졌다.”며 “서울 소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상위 학과를 지원할 생각이었는데 눈을 낮춰야겠다.”고 말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며 담담한 표정을 짓는 학생도 많았다. 정혁기(18)군은 “표준점수가 입시학원에서 예상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울 필운동 배화여고 고3 교실. 최모(18)양은 성적표를 받자마자 울상을 지었다. 최양은 “수능이 쉬웠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모르겠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1등급씩 더 내려가 암담하다. 표준점수도 많이 안 나왔다.”고 답답해했다. 이모(18)양은 “생각했던 대로 나오기는 했지만 모의고사 때보다 떨어진 것이 아쉽다.”면서 “표준점수는 다 같이 하락했다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각 학교 진학 담당교사들은 “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하며 입시전략 짜기에 몰두했다. 안재헌 여의도여고 진학지원팀 교사는 “고득점 학생이 늘어나 상위권 대학은 눈치 보기 전략과 막판 접수, 하향지원이 심할 것”이라며 “변수가 많아져 점수 배치표만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유선 단대부고 진학부장은 “서울 강남지역 학생은 영어와 수학이 강한데 이번엔 수학이 너무 쉬워 (우리 학생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문식 서울고 교사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시라고 해도 ‘수능조건부 논술전형’은 수능의 영향력이 크다.”며 “등급 하나에 따라 합격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석 이민영기자 ccto@seoul.co.kr
  • 살상용 모의총기 대량유통 적발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모의총기를 불법 제작한 뒤 방위산업체와 인터넷 쇼핑몰 등에 판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7일 K2 소총과 글록 권총, M4소총 등을 본딴 총기를 만들어 서울 문래동의 A방산업체와 개인 등에 200여대를 판 혐의로 제작업자 김모(36)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판매업자 최모(38)씨와 구매자 등 19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김씨 등은 2006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중국과 타이완 등에서 완구류로 속여 수입한 부품들로 모의 총기를 조립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총기 1정당 30만~270만원을 받고 방산업체와 인터넷 쇼핑몰, 개인 등에 팔아 10억여원을 챙겼다. 특히 이들은 방산업체에서 얻은 K2 도감을 토대로 영등포 등지의 주물공장에서 직접 부품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방산업체는 납품 받은 총기에 레이저·시뮬레이션 장비를 달아 훈련용으로 이집트 등에 팔려했다.”고 말했다.경찰의 모의 실험 결과 M4소총과 글록 권총은 강화플라스틱탄을 사용할 경우 5m거리에서 0.5㎝ 두께의 나무판자를 쉽게 뚫는 것으로 나타났다.안석기자 ccto@seoul.co.kr
  • 음주·성매매 ‘풀살롱’ 서울 도심호텔 침투

    음주·성매매 ‘풀살롱’ 서울 도심호텔 침투

    “단속정보는 사전에 알 수 있습니다. 2차는 안전하게 위층 호텔에서 하면 됩니다.” 한 건물에서 술을 팔고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이른바 ‘풀살롱’ 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버젓이 성업중이다. 유흥업소가 밀집한 강남을 중심으로 경찰이 단속을 집중하자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심가로 파고든 양상이다. ●경찰 지구대와 150m 거리서 버젓이… 지난 5일 밤 11시쯤 서울 5호선 광화문역과 1호선 시청역 사이에 위치한 A호텔. 20대로 보이는 호객꾼들이 술에 취한 남성들에게 다가가 호텔안 룸살롱인 B업소를 찾을 것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 호텔은 서울지방경찰청과 직선거리로 불과 1㎞, 인근 지구대와는 150여m 떨어져 있다. 호객꾼은 “얼마 전 문을 연 풀살롱이 이 호텔에 있다.”면서 “아가씨 70여명을 데리고 있으며 눈에 띄지 않게 위층 객실로 올라가면 은밀하게 2차(성매매)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또 경찰 단속을 대비해 도망갈 뒷문도 마련돼 있다며 남성 손님들을 안심시켰다. 룸 20개를 보유한 이 업소는 문을 연지 한 달도 안됐지만 찾는 손님이 많아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업소 관계자는 “원래 한 사람당 기본 술 값을 27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몰려들어 가격을 올렸다.”며 “2차를 포함하면 41만원이며, 호텔 객실료는 13만원인데 5만원 정도는 호객꾼 재량으로 깎아 준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호객꾼은 “유명 기업 대표 아들 등도 찾는다.”고 내세우면서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바로 옆 호텔에 다른 풀살롱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로 일본인 관광객 특수 특히 이 업소는 엔화 강세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 특수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업소 관계자는 “갈수록 일본인 손님이 늘고 있으며, 한 번에 300만원 이상씩 쓰고 가는 일본인 관광객도 많다.”면서 “호텔에 묵는 일본인 남성이 자신의 객실에서 2차를 갖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텔측은 “룸살롱은 임대로 들어와 있으며, 호텔 영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불법적인 성매매를 공공연히 알선할 수 있는 이유는 경찰 단속망이 느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달 강남·서초구에서 불법 성매매 업소 7곳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독버섯처럼 번지는 풀살롱 등 신종 성매매 업소는 강남 지역에만 밀집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아직 다른 지역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연말을 맞아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노사정 합의 2R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임금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들끓고 있다. 지난달 25일 노·사·정 6자회의 결렬 이후 협상테이블에서 빠졌던 민주노총이 ‘동투(冬鬪)’를 선언한 것은 물론, 합의안 도출에 참여했던 한국노총도 조합원들의 반발이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민주노총은 6일 서울 영등포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 합의는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야당과 민노총을 배제한 야합에 불과하다.”면서 “7일 한나라당 각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복수노조 유예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은)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면서 “아직 국회 논의가 남아 있는 만큼 총력투쟁으로 합의안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8일 국회 앞에서 수도권 간부들이 참석해 집회를 열고 9일부터 같은 곳에서 산별 연맹들이 시위를 할 계획이다. 12일과 16∼17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18일에는 전국 동시다발 시위, 19일에는 대규모 민중대회를 열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내부결의가 모이면 12월 중순쯤 총파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내분을 겪고 있다. 합의안이 도출된 4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지역조합 간부들이 지도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4~6일 한국노총 홈페이지에는 지도부를 비판하는 조합원들의 게시글이 수백 건 올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개된 합의안이 간략해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조합원들에게 합의문 행간에 숨은 뜻을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노사정 ‘복수노조 유예’ 합의] 대기업·노동계·경제단체 반응

    4일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한 노사정의 협상 타결 결과에 대해 주요 대기업과 노동계, 경제단체 등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경영계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경총을 탈퇴한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날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본협의의 구체적 실행 때에는 반드시 노사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나 복수노조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향후 협상에서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경영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담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시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온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이 힘들게 합의한 사안에 대해 개별 회원사가 따로 의견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공식입장”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SK는 합의 결과를 받아들이며 노사가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찾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노사정 협상을 야합으로 규정, 거세게 반발했지만 한국노총은 2시간의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끝에 노사정 합의안을 추인해 극단의 길을 내달렸다. 민노총은 한국노총을 겨냥해 “수만 노동자의 권리를 팔아버린 한심한 모리배로 전락했다.”면서 “복수노조 시행 유예는 관련 조항을 사문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성토했다. 반면 한국노총 집행부는 이날 오후 내부 진통을 겪으면서 합의안에 대해 추인했다. 경제단체 중에서도 협상에 직접 참여한 경총과 다른 단체들의 반응 사이에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대한상의 박종남 상무는 “전임자 임금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그러나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노사정이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는 다행스럽지만,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관한 구체적인 시행안이 나오지 않아 다수의 기업들이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동환 안석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일정부가 나서면 쉽게 해결할 문제”

    “한·일정부가 나서면 쉽게 해결할 문제”

    사할린 강제징용자의 우편저금 반환 소송 원고단을 이끄는 등 전후 보상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온 다카키 겐이치(高木健一) 변호사가 3일 사할린동포지원사업소가 있는 경기 안산시를 찾았다. 안산에는 사할린에서 돌아온 징용자들이 많이 모여 산다. ●“하토야마 정권기에 문제 풀어야”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취임한 지금이 우편저금 반환 문제를 해결할 최적기”라면서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편저금은 일제시대 사할린으로 강제 노역을 떠났던 한국인들이 1942~45년 일본의 강요로 반납한 일종의 ‘미지급 임금’이다.<서울신문 8월14일자 1·6면> 하토야마 총리는 중의원이었던 2004년 8월 직접 안산을 찾아 사할린 문제의 책임 있는 해결을 약속한 바 있다. 다카키 변호사는 “하토야마 총리의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가 1956년 일·소공동선언을 체결해 사할린의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일부 한국인들이 사할린에 남았고, 때문에 하토야마 총리는 사할린 한인 문제를 조부가 남긴 숙제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사할린 문제에 관심 있는 인물들이 하토야마 정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분위기도 우호적이다.”고 덧붙였다. ●“기금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 특히 다카키 변호사는 “가능하다면 정치적 해결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100억~200억엔 상당의 보상금을 주고 이를 기금으로 만들자는 의미다. 우편저금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고, 한·일협정의 입장차로 지루한 법정공방이 계속된다면 해결이 원만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기금은 피해자 가족과 후손들에게도 혜택을 주며,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다카키 변호사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를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나 원폭 피해 문제와 달리 사할린 문제는 한·일 정부가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양국의 외교적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이며 다른 외교 문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해외사용 신용카드 국내서 복제

    동남아 여행객의 신용카드 정보를 빼내 복제카드를 만든 뒤 골프숍과 고급 의류점 등에서 사용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H·S·K·H 등 국내 유명 카드사들의 카드가 불법 복제돼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서울 영등포경찰서는 3일 해외 여행객들의 신용카드 정보로 위조카드를 만든 뒤 사용한 혐의로 김모(4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박모(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태국에 거점을 둔 복제카드 조직으로부터 태국 여행객 신용카드의 정보를 이메일로 전달받아 카드를 복제한 뒤 사용했다. 태국 여행객이 물품 등을 구입하고 카드로 계산할 경우 범죄조직과 연결된 계산대 직원이 일반카드기와 복제카드기(일명 스키머)에 동시에 긁어 빼낸 정보를 국내에 있는 조직에 이메일로 보내 복제카드 기기인 리드 앤드 라이트(Read and Write)로 복제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는 수법이다.이들은 지난 8월 태국 푸껫 등을 여행한 사람들의 카드를 복제했으며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경찰과 카드업계는 이들은 서울 강남 지역 대형 골프숍과 고급 의류점, 가전매장 등을 돌며 환가성(현금으로 전환) 높은 물품을 구매한 뒤 되팔아 현금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집에서 위조된 복제 신용카드 30장과 노트북 2대, 골프채 80개 등을 압수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카드정보 유출건수는 17건, 카드사용 액수는 5000여만원이지만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용건수와 사용액은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3000여건의 카드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카드업계 쪽은 S카드 1300만원, H카드 800만원, K카드 500만원, 또 다른 H카드 400만원 등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경찰은 이들이 달아난 총책의 지시를 받고 범행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총책을 잡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은 신용카드 사용을 주의해야 하는 국가인 만큼 여행 뒤 반드시 카드 거래정지, 재발급 등으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국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99% 복제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최근에도 포스(POS) 단말기를 통해 카드정보가 해외로 유출돼 복제·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안석기자 ccto@seoul.co.kr
  • 가출뒤 돌아오지 않는 이 급증… 올 1만 3062명

    #1. 11년간 과일가게를 운영하던 A(54)씨는 지난달 초 가족 몰래 집을 나갔다. 현재 건설현장 등을 전전하며 간신히 끼니를 잇고 있다. 그가 가출한 이유는 사업 부진으로 갚아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빚 독촉 등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 A씨가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자 부인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A씨는 “빚을 갚지 못할 바에야 집에 안 들어가는 게 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2. 중학생 B(14)군은 친구 2명과 함께 4월 가출했다. 하루 종일 길거리를 배회하다 밤에는 찜질방이나 목욕탕을 찾아 잠을 잤다. 돈이 떨어지면 학교 근처에서 학생들의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B군은 “부모님 잔소리를 듣느니 집을 나온 것이 오히려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가출했다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올해 들어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청소년보다 성인의 경우 가출했다가 귀가하지 않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성인 가출자 10명 중 3명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가출한 사람은 14~19세 청소년 1만 3074명, 성인 3만 4645명 등 4만 771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가출자(5만 4650명)보다는 소폭 줄어들 것으로 경찰청은 예상했다. 하지만 전체 가출자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는 달리 가출한 뒤 집에 돌아오지 않는 ‘미귀가자’의 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가출 후 미귀가자 수는 2006년 5610명, 2007년 6550명, 2008년 7732명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10월 말 기준으로 1만 3062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성인 미귀가자는 1만 1341명으로 전체 성인 가출자의 32.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성인 미귀가자가 7104명인 점을 감안하면 성인 미귀가자는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인 미귀가자의 급증은 지난해 말부터 심화된 경제 불황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경찰은 분석한다.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성인 가출의 원인은 실직, 빚 독촉 등 경제적 이유와 가정폭력 때문인 경우가 많다.”면서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집 나간 사람이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가정불화로 가출한 경우 경찰이 소재를 파악하고도 일부러 가족에게 알리지 않기도 한다. 가정주부인 C(37)씨는 지난 9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딸과 함께 가출했다. 경찰은 남편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고, 여성 쉼터에 C씨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그러나 남편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C씨가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것”이라며 귀가를 한사코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주의 확산과 가족 결속력의 약화’가 성인 가출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한다. 표창원 경찰대학교 교수는 “성인 가출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방어심리로 나타나는 도피”라면서 “자신의 어려움을 논의하고 의지할 대상이 없어진 것도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섭 안석기자 newworld@seoul.co.kr
  • [철도파업] 철도노조·통합전공노 압수수색 왜?

    경찰이 1일 철도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통합공무원노조)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노동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 대처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자칫 파업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다중포석으로 풀이된다. 당초 사태 추이를 관망하던 검찰과 경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철도노조 파업 비판발언 직후 ‘신속한 수사’‘엄정 대처’ 로 진로를 틀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새벽 여의도동 전국공무원노조 본부를, 용산경찰서는 한강로 철도노조 본부와 서울지방본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특히 당국은 압수수색 물품을 분석도 하기 전에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했다. 행정안전부가 고발한 공무원노조에 대해서는 위원장 선거의 위법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검경의 의지를 감안하면 고강도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거전담반을 편성해 철도노조 집행부를 즉각 검거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당국의 강공 드라이브는 단순히 이들 두 노조만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여러가지 측면을 감안한 ‘다목적 카드’로 봐야 할 것 같다. 우선 철도노조의 파업이 국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파업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짙다. 동투(冬鬪)를 예고한 민노총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결국 정부와 노동계가 충돌하면서 연말 노동운동의 전운은 한층 짙어졌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20대 조감독 자살로 본 영화스태프 현주소

    20대 조감독 자살로 본 영화스태프 현주소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동 한 호텔에서 젊은 영화 조감독 김모(27)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년 개봉 예정인 ‘방자전’의 스태프로 일했던 그이지만, 거듭된 생활고와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했다. 김씨는 영화밥을 수년째 먹었지만 희망을 보지 못했다. 영화 속의 화려한 주인공과는 달리 스태프의 현실은 김씨처럼 암울하다. 젊은 영화인들은 “유명 배우가 출연한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조차 희망이 없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더 이상 ‘할리우드 키드’는 없습니다.” 독립영화 제작자인 조모(30)씨는 영화 스태프를 한국식 ‘도제 시스템’ 속에서 소모되는 일회용품에 비교했다. 조씨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영화판 밑바닥부터 일하는 건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스태프들은 영화가 기획돼 제작 참여가 결정된다고 해도 불러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언제 시작하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제작이 취소되면 그대로 ‘없던 일’이 되고 만다. 최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스태프 4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영화스태프들의 평균 연봉은 1020만원 수준이다. 하루 13~15시간 이상의 노동에 야간촬영도 밥 먹듯 하지만 야근수당은 꿈도 못 꾼다. 영화스태프 최모(36)씨는 “저임금으로 생활이 불가능해 영화를 접고 웨딩촬영기사, 회사원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영화사들이 제작비를 줄이면서 스태프의 생활고는 더욱 심해졌다. 올해 전국 100개관 이상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39편으로 지난해 59편에 비해 크게 줄었다. 최씨는 “지난해 3편을 찍었는데 올해는 1편밖에 못했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또 “계약금의 절반을 촬영이 끝난 뒤 받는 경우도 있지만 촬영이 갑자기 중단되면 임금을 못 받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홍태화 영화산업노조 조직국장은 “배급사와 제작사간 수익배분구조가 9대1 까지 악화되면서 손해가 고스란히 스태프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2030] 크리스마스 솔로탈출 명암

    [2030] 크리스마스 솔로탈출 명암

    드디어 12월,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돌아온다. 길거리에는 이미 캐럴이 울려퍼지고, 꼬마 전구로 장식된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인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금·토·일요일로 이어지는 황금 연휴. 바지런한 연인들은 크리스마스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겠지만 ‘방콕 계획’을 세우는 싱글족도 많다. 솔로는 연말만 되면 더 외롭고 서러운 법. 크리스마스 솔로 탈출 계획을 세우는 2030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렇게 하면 성공 Step 1 송년 모임을 공략하라 직장인 이모(33·여)씨의 연말 스케줄은 두 가지 색으로 구분된다. 회사 회식은 검은색, 동창 모임이나 파티 일정은 붉은색으로 표시해 둔다. 올해도 붉은색이 칠해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매년 12월이면 열리는 송년회에서 솔로 탈출에 성공한 경험이 많다. 모임을 따로 열기 위해 음력으로 쇠는 자신의 생일도 일부러 양력으로 바꿨을 정도다. 생일파티를 12월에 하면 친구들과 클럽에서 놀면서 남자를 만날 기회도 많고 생일선물로 남자친구를 소개받을 수도 있기 때문. 이런 방법으로 이씨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동창 모임도 빼놓지 않는다. 현재의 친구가 미래의 연인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각종 사교모임에서 열리는 솔로들을 위한 파티에는 반드시 참석한다. 주최 측이 졸업앨범을 보고 대상자를 선별해 여는 파티여서 신뢰할 수 있다. 이씨는 “메일로 오는 초대장에 남자들의 직장, 출신대학 등의 정보가 들어있다.”며 “미리 정보를 파악해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를 찍어놓고 파티에 참석하면 커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Step 2 소개팅·헌팅에 시간·돈 투자해라 대학생 홍모(26)씨는 지난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지 않기 위해 소개팅을 10번쯤 받았다. 봄부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10~11월 두 달 동안 소개팅 비용으로 아낌없이 투자했다. 홍씨는 “약간 과장하자면 하루도 빼먹지 않고 미팅과 소개팅을 했다.”면서 “군대에 있어서 쓸쓸했던 지난해를 만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개팅이 다섯 번을 넘자 홍씨도 슬슬 지쳤다. 그럴 때마다 아무나 만날 수 없다고 되뇌였다. 결국 열 번째. 지난달 22일 종로에서 만난 소개팅녀와 가까스로 커플에 ‘골인’했다. “처음에는 돈이 부담스러웠지만 열명을 만나서 인연을 찾았으면 성공한 거죠.” 늦깎이로 맥주 회사에 입사한 최모(31)씨는 취업 준비로 공부하느라 연애도 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싱글인 입사 동기와 함께 찾은 술집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옆 테이블에 최씨의 이상형이 앉아 있었던 것. 번듯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평소 농담을 잘하고 재밌다는 얘기를 듣던 최씨는 용기를 냈다. 게임에서 졌다는 핑계로 옆 테이블에 접근하는 데 성공, 합석할 수 있었다. 마침 상대는 대학 4학년생으로 취업 이야기를 통해 가까워질 수 있었다. 힘을 얻은 최씨는 재밌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매너 있는 모습으로 점수를 땄다. 늦은 시간 택시를 태워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안부 문자를 보내면서 가까워진 그들은 얼마 후 동반 솔로 탈출에 성공했다. 최씨는 “일단 맘에 들면 가벼운 만남이 되지 않게 진심으로 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34·여)씨는 연말이면 헌팅으로 솔로 탈출을 한다. 평소에는 헌팅을 거절하지만 크리스마스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헌팅을 기다리게 되는 것. “크리스마스 때 혼자 거리를 걷는 게 두렵다 보니 헌팅으로라도 남자를 만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말에 50일 정도 만나고 헤어지면 그만이다. 상대도 비슷한 생각이어서 서로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Step 3 꽃다발은 기본… 먼저 고백해보세요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4년 전 재수생 시절, 재수학원의 같은 반 여학생 홍모씨를 좋아했다. 하지만 김씨는 고백할 시기를 미뤘다. 홍씨의 수능시험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수능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김씨는 강남역을 함께 거닐다 다짜고짜 “사귀자.”고 고백했다. 그런데 홍씨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실망한 김씨는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그런데 홍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앞으로 나가 보니 홍씨는 빨간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김씨는 “나는 빈손으로 고백했는데 여자친구가 꽃다발을 들고 와서 굉장히 미안했다.”면서 “연말 들뜬 분위기가 고백을 하고 받아주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마모(22·여)씨는 추위를 많이 탄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 속 추위는 더 심해진다. 지난해 마씨는 용기를 내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 상대는 가을학기에 복학한 6살 많은 선배. 선배는 날카로운 외모만큼 무뚝뚝했다. 마씨는 선배와 친해지기 위해 동선을 파악했다. 선배가 가는 자리라면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였다. 수업이 끝나도 학과 학생회실에 앉아 있다가 집에 갔다. 지난해 12월6일, 술 취한 선배는 술집 문 앞에서 말없이 마씨를 껴안았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같이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면서 “올 크리스마스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 이렇게 하면 실패 Step 1 과도한 소개팅은 독 대학생 서모(26)씨는 지난해 연말 솔로 탈출에 성공할 뻔했다. 솔로 탈출을 위해 사흘이 멀다하고 소개팅을 한 보람을 찾는 듯했다. 학교 친구를 재촉해 급히 만난 이모(22·여)씨는 연말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귀엽고 착해 보였다. 이씨와 두 번째 만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영화를 본 것까지는 좋았다. 영화, 재즈 등 공통 관심사가 많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나도 곧 거리의 커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죠. 그런데 기대는 몇 시간 만에 사라졌어요.” 서씨와 이씨는 함께 건널 수 없는 ‘술’이라는 강이 있었다. 이씨는 술을 너무 좋아했다. 영화를 보고 함께 한 술자리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술에 대한 이씨의 애정과 달리 서씨는 술을 전혀 못했다.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가 핑핑 도는 체질 때문에 대화가 갑자기 끊겼다. 결국 서씨는 술을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이후로 이씨의 연락은 끊겼다. 서씨는 “원래 이상형이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급하게 만나다 보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혼자 지낼망정 소개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찬바람 불고 흰 눈이 온다고 아무나 만나다가는 혼자 지내는 것보다 못한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회사원 최모(32·여)씨는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혼자인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남자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지난 크리스마스를 회상했다. 최씨는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두고 소개팅으로 남자를 만났다. 소개받은 남자는 외모부터 성격, 옷차림까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연락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24일 벌어졌다. 명동에서 만나 길거리를 거닐던 중 남자가 갑자기 최씨에게 키스를 한 것이다. “적당히 시간 때우다 헤어지려고 했는데 봉변을 당한 기분이었다. 혼자 거리로 뛰쳐나와 보니 커플들 사이에 나만 혼자였다.” 최씨는 씁쓸하게 혼자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Step 2 조급해 하지 말아라 여행사에 다니고 있는 류모(28·여)씨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동기모임, 친구와 점심약속, 거래처와의 만남 등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모든 일정을 광화문의 한 호텔 안에서 해결한다. 금융계 종사자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많이 드나들기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남자를 만나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호텔에서 보내는 12월을 스스로 즐기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다 보니 마음은 다급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아요. 운명적인 남자가 언젠가는 찾아올 거라 믿거든요.” 회사원 장모씨(35)는 인맥이 넓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솔로 탈출을 원하는 주위 친구들의 소개팅 요청을 쉴새 없이 받는다. 친구와 선후배들이 편안한 인상과 재치 있는 말투로 상대를 편하게 할 줄 아는 장씨의 ‘어장관리’ 능력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장씨도 크리스마스에는 정작 혼자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들과 모임을 갖는 것을 선호한다. 장씨는 “평소 연락 안 하던 이성이 연말에 만나자고 하면 ‘크리스마스 땜빵’이 될 확률이 높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재밌게 놀다 보면 이성친구 없이도 크리스마스를 잘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Step 3 인터넷 급만남은 믿지 마라 고시생 조모(27)씨는 이성 교제의 수단으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시간과 돈을 많이 써야 하기기 때문에 가난한 고시생에게는 부담스럽다. 고등학교 때 채팅으로 여자친구를 사귄 경험도 있다. 하지만 조씨의 믿음은 2006년 크리스마스 때 깨졌다. 그 해 갓 군대에서 전역한 조씨와 친구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두 애인을 데리고 만나자.”며 서로 경쟁적으로 이성을 찾아 다녔다. 다른 친구들은 몇 번씩 소개팅을 하고 길거리에서 헌팅을 하는 등 고군분투하는 동안 조씨는 혼자 여유를 부렸다. 인터넷 채팅으로 연락을 하던 이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친구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 나타난 그녀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긴 생머리에 청순한 스타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조씨는“서로 한번도 만나지 않은 채 온라인과 전화로만 정을 쌓아 온 것이 실수였다.”면서 “그 날 이후로 온라인으로 이성을 만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돌이켰다. 이민영 안석 최재헌기자 min@seoul.co.kr
  • 서울 CCTV 노후화 심각

    서울 CCTV 노후화 심각

    최근 서울 구로동의 한 폐쇄회로(CC)TV에 오토바이 날치기범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인근 은행에서 수백만원을 찾아 나오던 한 여성의 가방을 낚아채 달아나는 모습이 다 촬영됐다. 그러나 정작 범인의 얼굴과 오토바이가 흐릿하게 찍히는 바람에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관내 한 경찰관은 “휴대전화 카메라에도 못 미치는 화소수를 지닌 오래된 CCTV는 사실상 ‘눈뜬 장님’이나 마찬가지”라며 “첨단 고성능 CCTV로 교체해야 범죄 예방 및 범인 검거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지역 범죄예방용 CCTV가 늙어 가고 있다. 6개 가운데 1개는 내구 연한이 다된 것으로 나타나 성능 보완 및 교체가 필요하다. 특히 내년에도 1000개 안팎의 CCTV를 설치할 예정인 가운데 ‘질’과 ‘양’을 놓고 경찰과 구청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29일 본지 조사 결과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범죄예방용 CCTV는 모두 3366대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CCTV는 2002년 7대로 시작해 2005년 247대, 2007년 480대, 2008년 588대가 설치됐고, 지난해에는 무려 1129대가 추가됐다. 구청별로는 강남구가 552대로 가장 많고 도봉구(51대)가 가장 적다. 문제는 CCTV 설치가 늘고 있지만 교체가 필요한 노후 CCTV의 수도 급증하고 있는 것. 현재 서울 지역에 설치된 전체 CCTV 가운데 4년 이상 된 CCTV는 558대로 16%에 이른다. 내년이면 581대의 CCTV가 추가로 노후화 단계에 접어든다. 전문가들은 범죄예방용 CCTV의 내구 연한을 최대 4년으로 잡고 있다. 일부에서는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CCTV의 특성상 수명이 2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한다. 경찰도 노후화된 CCTV를 화소수가 높은 고성능으로 교체해야 강력범 검거 등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5~6년 전에 설치한 것들은 성능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지자체 사이에 CCTV 설치 붐이 일 전망이다. 용산구 80대, 중랑구 68대, 광진구 53대, 동대문구 50대 등 구별로 적게는 수십대에서 많게는 백대 이상 CCTV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올 들어 ‘강호순 사건’ 등 강력 사건의 범인 검거에 CCTV가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우리 동네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청들은 노후화된 CCTV 교체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예산 때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대당 설치비용이 1500만~3000만원에 이르고 KT회선 사용료를 포함한 연간 관리비가 1대당 600여만원 들어가는 CCTV를 연식이 지났다고 무조건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CTV 설치 대수가 치안강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CTV를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증거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CCTV의 성능 개선과 효과적인 운용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지만 순찰강화 등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석 최재헌기자 ccto@seoul.co.kr
  • 가장 존경받는 역대 경찰청장은 이무영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역대 치안총수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뽑혔다. 27일 임준태 동국대 교수(한국경찰연구학회장)가 10년 이상 재직한 전국 경찰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존경하는 역대 경찰청장을 꼽으라.’는 항목에 이 전 청장이 49.9%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허준영 전 청장(한국철도공사 사장)이 43.0%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어청수 전 청장과 강희락 현 청장 등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이 전 청장과 허 전 청장이 근무여건개선(37.8%)과 경찰위상확립(21.7%), 수사권조정(17.2%), 조직관리(12.6%) 측면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한편 같은 설문조사에서 경찰관 3명 가운데 1명은 경찰청장과 지방청장만 개방을 허용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역주행 사고’ 자전거운전자 이례적 실형

    도로에서 자전거로 역주행하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50대 남성이 법정구속됐다. 자전거 사고에 벌금 이상의 형이 내려진 것은 이례적인 판결로, 갈수록 증가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안전운전을 강조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이석재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모(52)씨에 대해 금고 4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판사는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차에 해당하며, 운전자는 중앙에서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피고는 이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운전하다 피해자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이어 “중간에 내려 자전거를 끌고 보행하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중상을 입었지만 배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지난 7월15일 오전 9시15분쯤 구로3동의 한 2차선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 마을버스에서 내리던 이모(52·여)씨를 치어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부끄러운 정치판 뺨치는 총학선거

    부끄러운 정치판 뺨치는 총학선거

    #1.성균관대는 최근 총학생회 선거를 다음달로 미뤘다. 한 후보가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뒤 다른 후보마저 경고 누적으로 탈락, 후보가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됐다. 성대는 지난해에도 후보가 성추행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2.경상대는 총학 선거가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이미 투표한 학생이 다시 투표하는 이중투표가 일어났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보가 법원에 선거효력무효소송을 냈기 때문. ●비방·이전투구… 진흙탕 싸움 대학 총학생회장을 뽑는 선거가 이전투구로 얼룩지고 있다. 성추행 논란과 사전선거운동, 대리투표 등 기성 정치권 ‘뺨치는’ 행태로 학생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 25일 총학생회 선거를 치른 이화여대는 후보 3명 가운데 2명이 후보자격을 상실하거나 사퇴하는 파행을 겪었다. 후보 측은 선관위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성토했고, 선관위는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반박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대학생 김유빈(20)씨는 “모 후보가 특정 정당에 가깝다. 공약으로 내건 사업을 모 정당이 후원한다는 등의 소문이 선거 때마다 무성하다.”면서 “겉으로는 실용주의를 표방하지만 정치적이기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전대는 지난 12~13일 치러진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연임된 회장과 중앙선관위원장이 학칙을 위반했다며 제적하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지난 3월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연임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기준인 성적제한 규정 등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고쳐 상대 후보가 출마하지 못하도록 사전작업을 벌였다. 학교 관계자는 “학칙 개정건은 학생자치권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외면… 투표기한 연장도 총학 선거의 이 같은 타락 양상으로 학생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 대부분은 투표율이 낮아 고심하고 있다. 지난 17~20일 실시한 서울대 총학 선거의 투표율은 37%로 유효 기준인 50%를 넘지 못해 25일까지 투표기한을 연장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졸업사진 파일 돈내라” 사진관 얌체상술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문모(27)씨는 증명사진이 필요해 2007년 졸업앨범을 찍은 사진관을 찾았다. 문씨는 이미지 파일을 요구했지만, 주인은 “원칙적으로 파일을 고객에게 줄 수 없다. 사진이 필요하면 돈을 내면 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학교 졸업앨범을 제작한 사진관들의 도를 넘는 상술에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디지털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곧바로 온라인 등으로 이미지 파일을 주고 받는 것이 일상화됐지만, 졸업 앨범을 찍은 일부 사진관들은 학생들의 이미지 파일 제공 요청을 거부하고 돈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25일까지 졸업앨범 촬영을 진행하는 모 대학의 졸업사진 대행업체는 선심을 쓰듯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액자를 신청하면 파일을 함께 줄 수 있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용을 요구했다. 업체 관계자는 “A4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액자를 신청하면 3만원, 보다 큰 크기는 4만원”이라면서 “액자를 추가할 경우 서비스로 파일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앨범 가격이 5만 7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10만원 안팎의 돈을 지불해야 사진 파일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학교와 사진관 간에 ‘사진 촬영 이미지나 수정한 인쇄 파일을 학생에게 양도하지 않는다.’는 사항이 계약에 없다면 학생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라고 말했다.안석기자 ccto@seoul.co.kr
  • [뉴스다큐 시선] 연탄을 담은 풍경들[동영상]

    [뉴스다큐 시선] 연탄을 담은 풍경들[동영상]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그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詩, ‘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시인은 말합니다, 조선팔도 거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득바득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연탄차라고. 불이 붙으면 그대로 재가 될 때까지 뜨겁게 더 뜨겁게 자신을 태우는 연탄. 세상을 얼릴 듯했던 겨울 새벽 추위를 모두 몸으로 견딘 것처럼 연탄은 회색빛 재로 변해 버렸습니다. 연탄보일러가 데운 한 칸 방의 온기, 연탄불에 구운 노릇노릇한 고구마의 달콤함….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기만 한 연탄에 대한 기억을 아직도 간직한 이들이 있습니다. 연탄재처럼 부서져 가는 기억의 마지막 끝을 일상인 양 잡고 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글 사진 안석기자 ccto@seoul.co.kr 제가 태어난 곳은 서울 시흥동의 연탄공장입니다. 오늘(21일)은 날씨가 좀 풀려서 그런지 공장 너머 지하철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장은 아침부터 트럭 행렬이 이어지면서 휴일인데도 평일보다 더 시끌시끌합니다. 저는 지금 25t짜리 대형 트럭을 타고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러는데 저와 제 친구들이 가는 곳이 부자 동네인 강남이라네요. 저도 이제 ‘강남물’ 좀 먹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 제가 어디로 가는지 함께 따라오시죠. ●서울 시흥동 연탄공장 이야기 제 고향 ‘고명산업’은 서울에 2개뿐인 연탄공장 중 하나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11월은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지요. 하루 연탄 생산량은 30만장 수준입니다. ‘얼마 안 되네.’라고 생각하시나요? 무려 100대가 넘는 차량이 온종일 눈코 뜰 새 없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직원분들은 누가 오가는지도 신경도 안 쓰고 일만 하십니다. 제 아버지(?)는 1978년부터 이 공장에서 근무한 신희철 전무입니다. 아버지가 일을 시작했던 1970~80년대만 해도 서울에 연탄공장이 무려 19개나 있었답니다. 그때는 서울의 하루 연탄 소비량이 2000만장이나 됐다고 합니다. 당시 이 공장의 하루 연탄 생산량도 지금의 두 배가 넘는 60만~70만개 수준이었죠. 1970년대 석유파동 때는 하루 100만장까지 찍어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서울 지역 하루 연탄 소비량은 얼마나 될까요. 아버지 말로는 70만장 정도에 불과하다네요. 이 공장은 1990년대만 해도 과거 삼천리연탄(현 삼천리E&E)의 시흥 공장이었습니다. 연탄산업이 사양길을 걷던 1997년, 본사가 시흥 공장을 폐쇄하기로 하자 아예 당시 직원들이 공장을 인수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답니다. 공장을 새로 열 당시만 해도 10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한때 60명이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외환위기로 석유 대신 연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자 직원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 현재는 27명이 공장에 몸담고 있습니다. 직원 평균 연령이 60살이 넘을 정도로 평생을 연탄과 함께 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새 직원을 고용하면 되지 않냐고요? 모르시는 말씀. 요즘 젊은이들은 연탄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올 들어 경제가 어렵다 보니 사무실에 석유난로 대신 연탄난로 놓는 분들도 많지요. 그런데 아마 이런 인기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네요. 정부 아저씨들이 무연탄 수급 불균형 해소라는, 한번 들으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정책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랍니다. 쉽게 말해 공장에 지급하던 보조금도 줄이고 가격을 자율화한다는 얘기입니다. 벌써 1일부터는 연탄의 공장도 가격이 개당 403원에서 483원으로 올랐답니다. 시설농가 등에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지요. 여하튼 저는 이제 강남으로 갑니다. 트럭에서 잠깐 잠이나 자야겠네요. ●거여동의 연탄 이야기 “47, 48, 49, 50…. 아니다, 49개까지 옮겼지. 다시 합니다, 49, 50, 51….” 어, 이게 무슨 소리야. 벌써 도착했나. 밖을 보니 20대 청년들과 10대 학생, 50대 아저씨가 함께 나란히 줄을 지어 연탄을 옮기고 있습니다. “연탄 200개를 옮기려면 아직도 멀었다.”면서 일행을 재촉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언뜻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두 남자가 함께 연탄을 들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부자(父子) 사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어린 친구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걸 보니 부자 사이는 아니군요. 분명히 강남으로 간다고 했는데 여기는 강남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튼 연탄 특유의 냄새가 아침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을 전체로 번졌습니다. 아! 이제 알았습니다. 여기는 송파구 거여동. 서울에서 가장 연탄을 많이 때는 동네입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은 ‘따뜻한 한반도사랑의 연탄나눔운동(한반도연탄나눔운동)’의 무료연탄배달 행사에 온 분들이라는군요.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학생 동아리 단체 ‘케피터즈’ 등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허허, 저렇게 연탄 나르면 안 되는데, 몇 명은 처음 연탄배달을 하는 분들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연탄 몇 번 나르다 보면 땀이 저절로 흐를 겁니다. 자, 이제 제 차례가 됐습니다. 저는 어디로 갈까요. 저의 새로운 안식처는 홀로 사는 김융래(71) 할아버지의 집입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신의 단칸방 옆에 차곡차곡 쌓이는 연탄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는군요. 아마 5월까지 연탄을 써야 한다며 머릿속으로 연탄 수를 세고 계신 듯합니다. 김 할아버지를 비롯해 한 가구당 들어가는 연탄은 200~300장 수준입니다. 추울 때는 하루 3~4개, 날이 풀리면 1~2개의 연탄을 쓰지만 대부분 어르신들은 날이 조금이라도 풀릴 때에는 한 장이라도 아끼신답니다. 그래야 봄 사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추위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웃 주민인 안귀래(80) 할머니도 연탄을 쓰십니다. 안 할머니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데요. 몇몇 분들이 연탄을 받지 못하신다고 한숨을 쉬시네요. “지난번에는 연탄 없는 집에 우리 집 연탄을 나눠주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집이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안 할머니의 고운 마음에 저도 갑자기 뭉클해집니다. 올해 한반도연탄나눔운동과 함께한 단체는 지난해 300여개에서 500여개로 늘었다고 합니다. 참가자도 3만 2000명에서 5만명으로 늘었다는 것이 원기준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기업체 등의 후원금이 줄어들고 있지만, 봉사활동 참가자가 많아지니 그래도 힘이 되는 소식 아닙니까? 한반도연탄나눔운동은 봄·여름 사이 전국을 대상으로 저소득층 연탄사용가구 실태조사를 한 뒤 9월부터 본격적으로 연탄 배달을 시작합니다. 원 사무총장의 표현을 빌리면, 연탄봉사활동은 ‘사회적 효도’입니다.. ●노원구 월계2동 연탄가게 이야기 아 참, 말이 나온 김에 얘기 하나 더 할게요. 동네 연탄가게 혹시 보신 적 있으세요? 요즘에는 공장에서 직접 배달을 해 연탄가게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연탄을 살 일도 거의 없을 테구요. 제 친구 가운데 재개발이 예정된 노원구 월계2동의 연탄가게로 간 애들이 있습니다. 가격이 530원 정도에 팔린다니 저보다는 비싸게 팔리는 친구들이죠. 주인 김문국(53)씨가 구멍가게와 연탄가게를 함께 운영한다고 하는데요, 평생을 그곳에서 사셨다고 합니다. 김씨 연탄 창고에는 지금도 1000장 남짓한 연탄이 쌓여있습니다. 많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200장씩 나눠 갖는다고 계산하면 다섯 사람 정도 분량밖에는 되지 않는 양입니다. 제가 호황을 누리던 1960~70년대에는 하루에 수 백 장이 팔리는 것도 예사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오히려 짜증을 낼 정도였다고 합니다. 경사가 가파른 동네까지 배달을 나가다 보면 웬만한 공사판 노동일보다도 고됐기 때문이지요. 김씨가 연탄배달 나갈 일이 크게 줄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인근에 주공상계19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때부터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일대의 연탄 판매량은 갈수록 급감했고 지금은 단골 빼고는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제가 김씨의 연탄가게에 갔으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봄이 될 때까지 새 주인도 못 만나는 신세가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여하튼 저는 이제 담담히 재가 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모두 따뜻한 겨울 보내십시오. 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연탄의 역사 1966년 석유에 밀려 하향기 1990년대 초 폐광시대 맞아 탄광매몰 사건이나 연탄가스 중독사고는 1970~80년대 일간지의 사회면을 장식한 단골메뉴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연탄무료배달 소식 정도만 간간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연탄전성시대는 갔다. 우리나라 연탄공장의 효시는 대한제국 시기에 일본인이 평양에 설치한 공장이다. 광복 후에는 대성산업이 연탄공장의 맹아(萌芽)였고, 삼표·삼천리연탄 등 3대 메이저사가 1960년대를 대표했다. 이후 연탄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1963년 말 전국의 연탄공장 수는 400여개에 달했다. 그러나 업체 간 과열경쟁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고 불과 2년 뒤인 1965년에는 3분의1 수준인 130여개로 공장 수가 줄었다. 정부도 1966년부터는 에너지 정책 중심을 석탄에서 석유로 옮기기 시작했다. 1969년에는 석유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37.4%를 차지해 처음으로 석탄을 추월했다. 1973년 석유파동으로 연탄 소비량이 잠시 늘기도 했지만 내리막길을 걷는 연탄의 소비감소 추세를 막지 못했다. 1980년대 후반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연탄의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1990년대 초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시대를 맞았다. 현재 에너지 소비에서 연탄·무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1% 수준이다. 난방보다는 고깃집 등 음식점 연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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