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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사치품 공급책 문철명, 미국 법원에 처음 섰는데 철저히 비공개

    북 사치품 공급책 문철명, 미국 법원에 처음 섰는데 철저히 비공개

    말레이시아로부터 자금세탁 혐의로 미국에 넘겨진 북한인 문철명(56)이 처음으로 22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의 반발 등 파장이 일 것을 우려한 탓인지 출정 모습 등이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법무부는 그가 받는 혐의와 수법을 이날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했는데 문씨가 북한의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약 2년의 법적 절차 끝에 북한 국적의 문씨가 미국에 넘겨졌다면서 그가 이날 워싱턴DC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 사건은 미국에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 사건”이라면서 문씨가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공범과 함께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부정하게 접근하는 수법으로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 150만 달러(한화 약 17억원)가 넘는 자금 세탁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씨가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인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다면서 자금 세탁이 북한에 사치품을 조달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문씨와 공범들이 가명으로 된 계좌와 회사를 동원하고 북한 관련이 아닌 것처럼 꾸민 거래를 통해 적발을 피하려 애썼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은폐를 통해 미국 은행들이 북한 기관에 이익이 되는 달러 거래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자금 세탁과 관련해 여섯 가지 혐의를 받는 문씨가 외국 당국에 2019년 5월 14일 체포된 이후 구금돼 있었으며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기소된 건 2019년 5월 2일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이 어디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또 연방수사국(FBI) 미니애폴리스 지국이 수사를 하고 FBI 방첩국이 협조했다면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등에도 지원해줘 고맙다고 했다. 문씨 인도가 여러 기관의 협조를 통해 이뤄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문씨는 미국과 유엔이 부과한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을 속이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제재 회피와 다른 국가안보 위협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 법을 폭넓게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E. 쾰러 FBI 방첩국 부국장은 “FBI의 가장 큰 방첩 과제 중 하나가 해외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고 특히 북한의 경우 그렇다”면서 “외국 당국과 FBI의 파트너십 덕분에 문씨를 미국에 데려와 재판을 받게 해 자랑스럽고 그가 (향후 인도될) 많은 이들 중의 첫 번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문씨가 미국에 인도돼 재판정에까지 섬으로써 말레이시아와 단교를 선언하면서 미국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북한이 앞으로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젤리나 포터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씨의 재판에 따라 북미관계에 어려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느냐는 지적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무고한 북한 주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미국에 인도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말레이시아와의 단교를 선언했고, 말레이시아도 “48시간 안에 대사관 직원들도 모두 철수하라”고 통보해 김유성 대사 대리를 비롯한 직원과 가족 모두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를 거쳐 북한으로 귀국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문 대통령 부부, AZ 백신 접종…G7 정상회의 참석 준비

    문 대통령 부부, AZ 백신 접종…G7 정상회의 참석 준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다. 이날은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첫날로, 문 대통령은 만 68세, 김 여사는 만 66세다. 문 대통령의 백신 접종은 오는 6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뤄졌다. 질병관리청은 공무 출장 등 필수목적 출국 시 백신을 우선 접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유연상 대통령 경호처장, 김형진 안보실 2차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지연 제1부속·최상영 제2부속비서관, 강민석 대변인, 제1부속실 행정관 및 경호처 직원 등 G7 정상회의에 함께하는 필수 수행원 9명도 이날 함께 접종했다.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11명이 함께 접종을 받는 것은 접종 현장에서 폐기량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량도 활용하라는 방침에 따라 접종기관인 종로구 보건소에서 1바이알(병)당 11도즈(회) 접종이 가능하다고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 부부의 AZ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AZ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트럼프와 인터뷰 폭스 앵커 포크너 “장관이 방금 사임”, “아니, 그런 일 없었네요”

    트럼프와 인터뷰 폭스 앵커 포크너 “장관이 방금 사임”, “아니, 그런 일 없었네요”

    미국 폭스뉴스의 흑인 앵커 해리스 포크너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를 연결해 얘기를 주고받다가 정말 아찔한 실수를 했다. 포크너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신임 국토안보부 장관이 방금 전 사임했다고,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다. 그녀는 “지금 막 일어난 일인데요. 우리 제작진과 더블체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한 뒤 (제작진과 의사소통에 쓰이는) 이어피스에 손을 갖다댄 뒤 “ 국토안보부 장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가 사임했답니다. 대통령님. 당신 생각은요”라고 물었다. 짐짓 진실로 믿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래요. 놀랍지도 않네요. 좋아요. 우리 나라에겐 커다란 승리네요”라고 말했다. 바이든 새 행정부의 친이민 정책에 여러 차례 날선 비판을 가해온 그는 마요르카스 장관이 사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와 이런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포크너는 이때 “잠깐만요”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을 끊은 뒤 “잠시만요. 잠시요. 우리 팀이 뭐라고 하는지 듣게 해주세요”라고 말한 뒤 곧이어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사과드립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OK, 승리란 말은 지워주세요”라고 답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포크너는 “다시 한번 제 실수를 바로잡을게요. 그는 사임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한 뒤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마요르카스가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청했다. 폭스 뉴스는 성명을 내 온라인으로 연결해 근무하는 여건에 오디오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성년 밀입국만 月 9300명… ‘바이든 포용정책’ 시험대

    미성년 밀입국만 月 9300명… ‘바이든 포용정책’ 시험대

    “오지 마라. 국경은 닫혔다. 국경은 지켜지고 있고, 우리는 추방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휴일 오전, 미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주요 TV 프로그램을 돌며 이렇게 반복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은 ABC ‘디스위크’ 인터뷰에서 “지금은 올 때가 아니다. 여행은 위험하다”고 했고, NBC에서는 “국경은 폐쇄됐다. 우리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팬데믹의 한가운데 있다”며 코로나19 언급도 잊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요일 아침 마요르카스 장관이 주요 정치 쇼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남쪽 국경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친화적 대선 공약에 기대를 품은 ‘미국행 보따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불법이민 시도는 지난달에만 가족 동반 1만 9945명, 가족 없는 미성년자 9297명 등으로 지난 1월보다 각각 168%, 63% 증가했다고 AP통신은 추정했다. 특히 부모를 동반하지 않는 미성년자의 월경이 급증했다. 가족 동반 입국자는 대부분 본국행이지만, 미성년자는 일단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하고 있어서다. WP는 가족이 없어 보건복지부와 관세국경보호청 등이 보호하고 있는 미성년자의 수를 “1만 5000명 이상”으로 보도했다. 텍사스주는 2개 가족 수용시설 외에 가족 단위 밀입국자들이 호텔에 체류토록 하는 프로그램까지 긴급히 마련했고, 처우 기준이 더 높은 미성년 밀입국자는 수용시설 부족으로 대형 컨벤션센터까지 동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행렬에 미국은 놀랐고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AP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 문제에 장기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장 상황을 관리할 현장 계획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백악관 담당 보좌관이 언론 브리핑에서 “국경은 닫히지 않았다”고 한 지 얼마 안 돼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미 닫혔다”고 번복한 것도 비판받고 있다. CNN은 “남부 국경 위기는 바이든 대통령을 취약하게 만드는 정치적 비상사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준비 부족이 위기를 초래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쯤 되자 전 정부 탓도 들렸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CNN방송에서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민 시스템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체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앞서 ABC와의 인터뷰에서 ‘미성년자의 나홀로 입국’과 관련, “그동안 떠나지 말라고 분명히 얘기했다”면서 최근 이민 급증이 자신의 정책 결과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하기도 했다. 불법 이민 시도가 늘어나자 멕시코도 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지난 1월 하순~2월 중순 멕시코 중부와 남부 6개 주에서 열차 단속을 통해 1200명의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붙잡혔는데, 이민청 전 관리는 “최근 이민자 단속 빈도와 규모는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멕시코의 움직임을 미국의 백신 지원과 연결 짓고 있다. 멕시코가 국경 봉쇄를 발표한 지난 18일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0만회분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서욱 “경항모는 미래 위협 대비·인도적 지원 유연성 확보용”

    서욱 “경항모는 미래 위협 대비·인도적 지원 유연성 확보용”

    서욱 국방부 장관은 경항공모함 건조 추진 계획과 관련해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고 전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항모 추진은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것, 즉 한반도를 위한 범위의 문제이며 인도주의 지원 같은 문제들에서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경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 획득을 추진하면서 수년 내 가장 큰 규모의 군사력 증강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같은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중동의 바닷길을 지키는 것과 같은 국제 안보 체계에 더 많이 참여하라고 압박한 뒤 나온 것이라며 한국으로서는 해외에 더 많은 힘을 투사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항공모함 기술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한국 측과 비공식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제무역부(DIT) 당국자들은 “한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술 분야에 대해 한국 측과 비공식 논의를 시작했다”며 “영국 해군의 새로운 항모 기술이 한국에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1일 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영국 밥콕과 BAE시스템스, 탈레스 등 방산업체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퀸 엘리자베스’ 항모(6만 5000t급)의 첨단 체계와 설계가 한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언급된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이 올 하반기 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연합훈련을 위해 서태평양에 파견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추경 증액 vs 결사반대… 지원금 늘리고 일자리 예산 줄여 타협하나

    추경 증액 vs 결사반대… 지원금 늘리고 일자리 예산 줄여 타협하나

    국회가 22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일자리 대책 등을 추진할 추가경정예산(추경) 세부 심사에 들어갔다. 정부가 제출한 15조원(기존 예산 활용까지 합치면 19조 5000억원)은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지만, 여당은 부족하다며 증액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안이 재정 여력을 최대한 끌어낸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늘리되 일자리 예산을 일부 깎아 전체 규모는 정부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타협을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 넓고, 두터운 추경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청년,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 추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날부터 23일까지 추경예산안조정소위를 열어 추경안에 대한 세부 심사에 들어가는데, 재난지원금 위주로 증액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편성하면서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5등급으로 나눠 100만~5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민주당은 헬스장과 노래방 등 집합금지 조치가 연장됐던 업종의 경우 최대 지원금(500만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행업과 공연업 등 문화관광 분야의 피해 업종에 대해서도 더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고, 지원 대상에서 빠진 농어민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에선 이런 의견들이 반영되면서 정부안보다 3조 9000억원이나 증액돼 예결특위로 올라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어·임업 가구당 1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의결해 1조 2000억원을 늘렸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소상공인 전기요금 감면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자며 6000억원을 증액했다. 이런 증액안은 예결특위에서 대폭 ‘칼질’을 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당의 요구가 워낙 거세 일부는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도 지난 18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핀셋 지원에 누락분이 있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경 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은 홍 부총리가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보통 추경은 국회에서 정부안보다는 소폭이라도 깎이는 게 관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해까지 편성된 7차례의 추경도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국회에서 감액됐다. 유일한 예외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지난해 2차 추경(7조 6000억→12조 2000억원)이다. 당시 홍 부총리는 증액 거부권 행사까지 생각할 정도로 반대했지만 여당의 압박에 밀려 수용했다. 재난지원금을 증액할 경우 일자리 대책으로 편성된 재원(2조 8000억원)에서 일부를 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일자리 예산 상당액이 ‘단기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다며 대폭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도 24일 추경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해 야당 요구를 일부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마러라고의 상왕’ 트럼프, 독자 사이트 열어 SNS 다시 시작

    ‘마러라고의 상왕’ 트럼프, 독자 사이트 열어 SNS 다시 시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만의 사이트로 곧 다시 인터넷 활동을 시작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극렬 지지자들이 의회를 공격한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SNS) 사이트에서 계정이 사용 정지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제이슨 밀러는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서 2~3달 안에 트럼프의 독자 사이트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대변인이었던 밀러는 “트럼프가 소셜 미디어 세상에 새로운 독자 사이트로 재입성한다”며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장 애용해온 트위터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계정 사용이 정지됐다. 대안이 될 수 있는 극우성향의 플랫폼인 팔러나 갭도 의회폭동 조사의 여파로 심한 견제를 받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며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않았으나 트윗과 유사한 형태의 짧은 성명은 최근 발표한 적이 있다. 밀러는 이런 짧은 성명이 트윗보다 더 우아하고 대통령답다는 평가를 한 기자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러라고에 있는 동안 오가는 몇몇 팀들과 중요한 회의가 많이 열렸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기업이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군데”라고 말했다. 밀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 플랫폼의 운영 방향을 원하는 대로 결정할 것이며 수백만, 수천만명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뿐만 아니라 폭스 시청자들을 흡수할 자체 방송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폭스뉴스는 작년 대선 때 경합주이던 애리조나주에서 조 바이든 현재 미국 대통령의 승리를 박빙승부 중에 가장 먼저 판정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밀러는 “공화당 상원의원 50명 가운데 20명이 전화를 하거나 마러라고에 찾아와 지지를 요청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가 전례 없이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들로 골치를 앓고 있는 멕시코와의 국경을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할 것이란 소식에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에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또 국경을 관리하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불쌍하다”, “답 없다”, “자기만족에 빠졌다” 등 비난을 퍼부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문 대통령 “내일 아스트라 백신 맞는다…안전성 의심 말라”

    문 대통령 “내일 아스트라 백신 맞는다…안전성 의심 말라”

    “AZ 백신 안전성·효과 국제적으로 확인”“가짜뉴스에 특별한 경계심 가져달라”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저와 제 아내는 오는 6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내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가 국제적으로 재확인됐다. 대다수 유럽 국가도 접종을 재개했고, 질병관리청도 65세 이상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올해 만 68세인 문 대통령과 만 66세인 김정숙 여사는 ‘65세 이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첫날인 오는 23일 백신 접종을 한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유연상 대통령 경호처장, 김형진 안보실 2차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지연 제1부속·최상영 제2부속비서관, 강민석 대변인, 제1부속실 행정관 및 경호처 직원 등 G7 정상회의에 함께하는 필수 수행원 9명도 함께 접종한다.문 대통령은 “국민께서는 백신의 안전성에 조금도 의심을 품지 말고 순서대로 접종에 응해주시기를 바란다”며 “백신 접종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며 집단면역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는 아예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민께서 특별한 경계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은 지금까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철저한 사전 준비와 체계적인 접종시스템이 가동되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초기 접종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1차 백신 접종 대상 신청자 가운데 93%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고, 지난 주말부터는 2차 접종을 마친 사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도 원활히 진행돼 2분기에는 접종 대상을 대폭 늘려 상반기 중 1200만명 이상을 접종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 속도를 당초 계획보다 높일 것”이라며 국민의 백신 접종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정면충돌한 미중, 국익 최우선 외교전략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양국 고위급회담에서 정면충돌하면서 신냉전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회담은 신장위구르자치구, 홍콩,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핵심 현안에 대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공동발표문도 없이 막을 내렸다. 양국은 회담 첫날부터 언론을 앞에 두고 상대 정치체계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며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이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고, 중국은 ‘흑인학살’이라는 용어를 써 가며 자국 내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퍼부었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주요 2개국(G2) 외교 사령탑이 서슬퍼런 비난전을 계속 펼친다면 앞으로 한반도,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미중 양국이 보인 외교적 행태가 과거 미소 냉전의 엄혹한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 없지 않다. 미국은 쿼드 정상회의와 국무·국방장관(2+2)의 한일 순방을 통해 중국 견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한 국가 정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여과 없이 보여 줬다. 전문가들은 미중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양극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한국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미중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한다면 미국은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나 남중국해 군사훈련 참가를 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중국은 러시아와 친밀해지면서 중거리 미사일 등을 배치에 주한미군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거나 대북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등으로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안보 동맹국과 최대 교역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끌어가는 한국으로서는 미중의 신냉전 우려 심화가 좋을 리 없다. 또 미국이 반(反)중국 대열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대일본 관계에서 큰 양보를 요구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이 적지 않다. 한국은 영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미중을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실리적 외교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국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토대로 국가의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 목표다. 주변 국가와의 발전적인 관계 설정은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다. 한국의 정치권은 외교안보 문제에서는 진영을 뛰어넘어 국익 극대화를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 합격점 줄 만했나…눈높이 달랐던 한미 2+2 회의[김헌주의 외교통일수첩]

    합격점 줄 만했나…눈높이 달랐던 한미 2+2 회의[김헌주의 외교통일수첩]

    “축구로 따지면 ‘빌드업 과정’이었다. 구체적으로 뭐가 안 나왔다고 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김준형 국립외교원장) “한미가 각자 관심사를 얘기하고 스쳐 지나간 것 같다. 공동성명도 특별한 것 없이 밋밋하다.”(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5년 만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결과를 놓고 전문가 평가는 크게 갈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급히 방한이 추진된 터라 조율 시간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기에 공동성명도 딱 그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이 한국을 배려한 측면도,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있었다. 전자와 후자,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평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무사히 회담을 마친 우리 정부는 스스로 합격점을 주고 싶은 것 같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은 19일 방한 결과를 담은 공동기고문에서 “2+2 협의체는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구체적 결실을 맺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회담이 분명한 성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미 측도 이런 한국의 희망 섞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진 미지수다. 일본과 한국을 거쳐 18~19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에서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인 미국 외교안보팀은 이제 한중일 3국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차분히 복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문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과연 미국이 “역시 한국은 70년 전 전장에서 피로 맺어진 동맹으로 우리와는 이견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기 때문에 일본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 간 차이점을 줄이기 위해 미국이 노력을 할지, 거리두기를 할지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방한 기간 중 한미 간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난 건 2+2 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이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공동성명의 부족한 부분을 기자회견을 통해 최대한 얘기하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방한 준비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은 확인이 됐기 때문에 한국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시간’에 바이든 정부의 어젠다를 분명히 밝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의 ‘입’에서 계속 중국이 언급되자 “회담의 무대는 한국이지만 청중은 중국”이란 말이 나왔다. 반면 정 장관은 “(북미) 싱가포르 합의는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 “우리는 국제사회에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이다’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는)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하에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공동성명에 못박은 상황에서 관련 질문은 외교적 수사로 넘길 수 있었는데도 이를 피하지 않은 것이다.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위 전 본부장은 “우려대로 됐다. 어떤 한계가 노정됐는지 정권 핵심에서 알아야 한다”며 “시간이 별로 없는데 북한이 도발이라도 하면 동아시아 전체의 큰 구도에서 한국이 소외된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기간 ‘한미 간 눈높이를 얼마나 맞추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이번 방한에서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에 대해 얘기를 안 한 것은 맞지만 쿼드가 의미하는 중국 견제에 (회담의) 대부분 시간을 썼을 것”이라면서 “비공식적 협의체를 공식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제적ㆍ능동적으로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미중 양쪽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치기 전에 비핵화 정의부터 차이를 좁혀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우리 정부가 과연 그런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dream@seoul.co.kr
  • 미중 거침없는 말폭탄… 동맹에 노골적 줄세우기 거세질 듯

    미중 거침없는 말폭탄… 동맹에 노골적 줄세우기 거세질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감정의 깊은 골만 확인하고 끝나자 ‘양국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국 두 나라가 ‘경제는 교류하되 정치·외교는 단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생겨나 동맹 및 주요국에 대한 노골적인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관련 공동실무단을 꾸리기로 하는 등 작게나마 소통과 협력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가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이번 회담 성과에 따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하지만 미중은 회담 첫날부터 상대방을 맹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열어 북한과 이란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뒤 발표하는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회담 분위기가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받아쳤다. 특히 온건 성향의 ‘미국통’으로 불리던 양 정치국원은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살해한 미국이 중국에 인권을 강의할 자격이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중국이 더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런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 줬다”고 그를 크게 칭찬했다. 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는 모두 발언을 각각 2분만 하기로 약속하고도 1시간 넘게 상대방을 비난했다. 회담 뒤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불러 재차 상대방을 비난하는 ‘막장’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미중이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회담이었다.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루 길홈은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부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의미한 기싸움’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미소 냉전 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국제질서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CNN 방송은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거친 언사로 전투적인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첫 대결부터 양측이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나왔다. 이제 상대를 압박하고자 각자 파트너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은 중국과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 줬다. 어떻게든 중국을 달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살인자)로 본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는커녕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총자이안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예견됐지만 삐걱거림의 정도가 예상 밖으로 컸다”면서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제임스 친 교수도 “지금 분위기로는 양측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 ‘파투’가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만큼 치유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두 나라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과잉 반응한 것만 빼면 실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신화통신은 21일 중국 대표단 발언을 인용해 “기후변화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양국이 외교관·영사 활동을 촉진하고 특파원 추방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고위급 공방은) 각자가 국내 관중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 준 것으로, 실제 행동은 없었다”며 “냉전 당시와 같은 핵위협은 이제 없다. 지금의 경쟁은 기술·사이버갈등·영향력(확대) 등 그때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그레고리 머호니 화둥사범대 교수는 “앞으로 무역전쟁 등 (경제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을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 측이 알래스카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中 보란 듯… 미중회담 중 인도 간 美국방, 美 보란 듯… 연대 다지려 러 외무 부른 中

    中 보란 듯… 미중회담 중 인도 간 美국방, 美 보란 듯… 연대 다지려 러 외무 부른 中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최초 고위급 회담이 있던 19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사흘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지난 16일 일본, 17일 한국 방문까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함께였던 오스틴 장관은 블링컨 장관의 대중 외교엔 동행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 견제용 안보회의인 쿼드(Quad)를 구성하는 인도로 향했다. 도착 당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면담했던 오스틴 장관은 20일 인도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과 회담했다. 오스틴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갈수록 중요한 파트너인 인도와 군사 정보 공유 등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인도와 중국 간 국경 갈등에 대해선 “양국이 전쟁 직전 상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스틴은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방공 미사일 시스템 ‘S400 트라이엄프’를 도입하려는 인도의 움직임에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스틴은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러시아산 장비 구매를 피해야 한다고 파트너들에게 촉구한다”면서 “아직 S400이 인도에 전달되진 않았기에 (이번에) 제재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인도는 올해 말 S400 도입 착수를 위해 총 8억 달러 중 일부 비용을 러시아에 2019년 지불한 상태다. 한편 미 국무·국방의 한일 방문이 잇따른 가운데 중국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1박 2일 일정으로 불러들였다. 22~23일 라브로프 장관의 방중은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에 따른 미중 고위급 회담 시기와 겹쳐 중국이 대미 견제를 위해 러시아와 전략적 연대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중 이후 23~25일 한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블링컨, 릴레이 탐색전 마무리… 입지 더 좁아진 ‘文 중재자 역할’

    블링컨, 릴레이 탐색전 마무리… 입지 더 좁아진 ‘文 중재자 역할’

    ‘바이든 시대’의 한미·북미·미중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의 리트머스지로 여겨졌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등의 방일·방한과 미중 고위급 회담까지 ‘탐색전’이 일단락됐다. 특히 지난 18~19일 미중 회담에서 전례 없는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국이 북한을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여지는 줄고, 북으로선 미국과 맞설 기회가 생긴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평화프로세스 복원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양대 강국이 충돌 일변도로 나아가면 한국은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패권적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를 게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 인권 등 자유주의적 가치를 내세우고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동맹과의 연대로 중국을 굴복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한국 외교의 압박은 커졌다. 북한 인권을 공개 언급하는 등 대화의 ‘허들’도 높였다. 중국도 무역 전쟁만 펼쳤던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홍콩, 대만, 신장 등 외부 세력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핵심이익’을 거침없이 침해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레이트 게임’을 치를 각오를 하고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1일 “미국의 자세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먼저 양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권 문제 등 쓸 수 있는 건 다 쓰겠다는 것”이라며 “중재하는 처지에선 곤란한 상황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획기적 변화는 어렵다. 오히려 북한에 도발할 명분이 주어지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중국 영향력을 인정하고, 미중·북미 간 탐색전이 진행형이란 점에서 중재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를 미국은 인권을 명분으로 거부했지만, 비핵화와 기후변화 협력까지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중국 태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도 무엇이 우선순위가 될지는 미정”이라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미중 거침없는 말폭탄… 동맹에 노골적 줄세우기 거세질 듯

    미중 거침없는 말폭탄… 동맹에 노골적 줄세우기 거세질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깊은 감정의 골만 확인하고 끝나자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국 두 나라가 ‘경제는 교류하되 정치·외교는 단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강화돼 동맹 및 주요국에 대한 노골적인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토니 블링컨(오른쪽) 국무장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양제츠(왼쪽)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가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이번 회담 성과에 따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미중은 회담 첫날부터 상대방을 맹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열어 북한과 이란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뒤 발표하는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회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은 신장과 홍콩,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동을 문제 삼았고, 중국은 ‘흑인 학살’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미국 인권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광범위한 주제에서 힘들고 단도직입적인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도 “대화가 대결보다 낫기 때문에 회담에 성의를 다한 것뿐”이라고 전했다.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희망을 접은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는 모두 발언을 각각 2분만 하기로 약속하고도 1시간 넘게 상대방을 비난했다. 회담 뒤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불러 재차 상대방을 비난하는 ‘막장’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미중이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회담이었다.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루 길홈은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부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의미한 기싸움’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미소 냉전 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국제질서의 양극화를 우려했다.CNN 방송은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거친 언사로 전투적인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첫 대결부터 양측이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나왔다. 이제 상대를 압박하고자 각자 파트너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바이든은 중국과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줬다. 중국을 달래 뭔가 합의를 이끌어 낼 생각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살인자)로 본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는커녕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총자이안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예견됐지만 삐걱거림의 정도가 예상 밖으로 컸다”면서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제임스 친 교수도 “지금 분위기로는 양측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 ‘파투’가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만큼 치유를 위해서는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두 나라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과잉 반응한 것만 빼면 실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고위급 공방은) 각자가 국내 관중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것으로, 실제 행동은 없었다”며 “냉전 당시와 같은 핵위협은 이제 없다. 지금의 경쟁은 기술·사이버갈등·영향력(확대) 등 그때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그레고리 머호니 화둥사범대학 교수는 “향후 몇 주간 공개적인 대응 움직임은 보이지 않겠지만, 무역전쟁 등 (경제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은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 측이 알래스카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강펀치만 날린 미중… 신냉전 가속화되나

    강펀치만 날린 미중… 신냉전 가속화되나

    공동성명도 없이 갈등의 골만 재확인경제는 교류, 정치는 단절 ‘체제 경쟁’“美蘇냉전 연상… 국제질서 양극화 우려”기후변화 실무단 등 일부 협력 모색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감정의 깊은 골만 확인하고 끝나자 ‘양국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국 두 나라가 ‘경제는 교류하되 정치·외교는 단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생겨나 동맹 및 주요국에 대한 노골적인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관련 공동실무단을 꾸리기로 하는 등 작게나마 소통과 협력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가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이번 회담 성과에 따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미중은 회담 첫날부터 상대방을 맹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열어 북한과 이란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뒤 발표하는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회담 분위기가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받아쳤다. 특히 온건 성향의 ‘미국통’으로 불리던 양 정치국원은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살해한 미국이 중국에 인권을 강의할 자격이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중국이 더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런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 줬다”고 그를 크게 칭찬했다.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는 모두 발언을 각각 2분만 하기로 약속하고도 1시간 넘게 상대방을 비난했다. 회담 뒤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불러 재차 상대방을 비난하는 ‘막장’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미중이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회담이었다.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루 길홈은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부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의미한 기싸움’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미소 냉전 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국제질서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CNN 방송은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거친 언사로 전투적인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첫 대결부터 양측이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나왔다. 이제 상대를 압박하고자 각자 파트너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은 중국과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 줬다. 어떻게든 중국을 달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살인자)로 본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는커녕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총자이안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예견됐지만 삐걱거림의 정도가 예상 밖으로 컸다”면서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제임스 친 교수도 “지금 분위기로는 양측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 ‘파투’가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만큼 치유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두 나라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과잉 반응한 것만 빼면 실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신화통신은 21일 중국 대표단 발언을 인용해 “기후변화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양국이 외교관·영사 활동을 촉진하고 특파원 추방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고위급 공방은) 각자가 국내 관중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 준 것으로, 실제 행동은 없었다”며 “냉전 당시와 같은 핵위협은 이제 없다. 지금의 경쟁은 기술·사이버갈등·영향력(확대) 등 그때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그레고리 머호니 화둥사범대 교수는 “앞으로 무역전쟁 등 (경제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을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 측이 알래스카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강펀치만 날린 미중, 신냉전 가속화되나

    강펀치만 날린 미중, 신냉전 가속화되나

    공동성명도 없이 갈등의 골만 재확인바이든 “블링컨, 자랑스럽다” 힘 실어경제는 교류, 정치는 단절 ‘체제 경쟁’“美蘇냉전 연상… 국제질서 양극화 우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깊은 감정의 골만 확인하고 끝나자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국 두 나라가 ‘경제는 교류하되 정치·외교는 단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강화돼 동맹 및 주요국에 대한 노골적인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토니 블링컨(오른쪽) 국무장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양제츠(왼쪽)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가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이번 회담 성과에 따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미중은 회담 첫날부터 상대방을 맹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열어 북한과 이란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뒤 발표하는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회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은 신장과 홍콩,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동을 문제 삼았고, 중국은 ‘흑인 학살’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미국 인권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설리번 보좌관은 “광범위한 주제에서 힘들고 단도직입적인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도 “대화가 대결보다 낫기 때문에 회담에 성의를 다한 것뿐”이라고 전했다.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희망을 접은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는 모두 발언을 각각 2분만 하기로 약속하고도 1시간 넘게 상대방을 비난했다. 회담 뒤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불러 재차 상대방을 비난하는 ‘막장’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미중이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회담이었다.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루 길홈은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부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의미한 기싸움’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미소 냉전 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국제질서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CNN 방송은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거친 언사로 전투적인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첫 대결부터 양측이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나왔다. 이제 상대를 압박하고자 각자 파트너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바이든은 중국과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줬다. 중국을 달래 뭔가 합의를 이끌어 낼 생각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살인자)로 본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는커녕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총자이안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예견됐지만 삐걱거림의 정도가 예상 밖으로 컸다”면서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제임스 친 교수도 “지금 분위기로는 양측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 ‘파투’가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만큼 치유를 위해서는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두 나라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과잉 반응한 것만 빼면 실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고위급 공방은) 각자가 국내 관중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것으로, 실제 행동은 없었다”며 “냉전 당시와 같은 핵위협은 이제 없다. 지금의 경쟁은 기술·사이버갈등·영향력(확대) 등 그때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그레고리 머호니 화둥사범대학 교수는 “향후 몇 주간 공개적인 대응 움직임은 보이지 않겠지만, 무역전쟁 등 (경제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은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 측이 알래스카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뉴스분석]美 ‘연쇄 탐색전’ 이후… 깊어지는 ‘중재자 文’의 고민

    [뉴스분석]美 ‘연쇄 탐색전’ 이후… 깊어지는 ‘중재자 文’의 고민

    ‘바이든 시대’의 한미·북미·미중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의 리트머스지로 여겨졌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등의 방일·방한과 미중 고위급 회담까지 ‘탐색전’이 일단락됐다. 특히 지난 18~19일 미중 회담에서 전례 없는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국이 북한을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여지는 줄고, 북으로선 미국과 맞설 기회가 생긴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평화프로세스 복원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양대 강국이 충돌 일변도로 나아가면 한국은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패권적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를 게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 인권 등 자유주의적 가치를 내세우고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동맹과의 연대로 중국을 굴복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한국 외교의 압박 요인은 커졌다. 북한 인권을 공개 언급하는 등 대화의 ‘허들’도 높였다. 중국도 무역 전쟁만 펼쳤던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홍콩, 대만, 신장 등 외부 세력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핵심이익’을 거침없이 침해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레이트 게임’을 치를 각오를 하고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1일 “미국의 자세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먼저 양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권 문제 등 쓸 수 있는 건 다 쓰겠다는 것”이라며 “중재하는 처지에선 곤란한 상황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획기적 변화는 어렵다. 오히려 북한에 도발할 명분이 주어지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중국 영향력을 인정하고, 미중·북미 간 탐색전이 진행형이란 점에서 중재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를 미국은 인권을 명분으로 거부했지만, 비핵화와 기후변화 협력까지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중국 태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도 무엇이 우선순위가 될지는 미정”이라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간 ‘대북 정책의 완전한 조율’이란 표현을 두고 일각에선 미국 승인 없이는 남북 간 독자적 움직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청와대가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민석 대변인은 “한국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북정책을 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외교통일수첩]순두부찌개로 속이 좀 풀리셨나요

    [외교통일수첩]순두부찌개로 속이 좀 풀리셨나요

    블링컨 장관, 방한 기간 북·중 비판모두발언, 기자회견 통해 전부 공개첫 공동성명 의미 퇴색, 시각차 확인중국 빠진 성명에 中언론 “긍정 평가”정의용·서욱 공동기고..장밋빛 일색“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순방지에 한국이 포함된 것은 한미동맹 중요성, 굳건함을 재확인한 것이란 평가다.” 미 국무·국방장관의 동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방한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2015년 2월 국무부 부장관 취임 직후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했고, 2015~2016년 부장관으로서 총 다섯 차례 방한하는 등 한미동맹과 한미관계 발전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방한 첫날인 지난 17일 작심한 듯 북한과 중국을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 자치권을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켰으며 신장과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에 영유권을 주장한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코로나19 장벽을 뚫고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에 고무돼 있던 우리 정부는 무방비 상태로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접해야 했다. 회담에 앞서 양국 장관의 모두발언은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적당히 순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튿날인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블링컨 장관은 “북한 주민들이 압제적인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 “중국은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회의 직후 양국의 공동성명에서는 “공유 가치에 기반하고 신뢰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미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는 것처럼 돼 있는데 기자회견에서 양국 장관은 서로 다른 얘기만 늘어 놓았다. 양국이 합의한 공동성명보다 기자회견 발언이 더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고, 한미 간 시각차만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공동성명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최초로 발표하는 공동문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던 외교부의 설명도 무색해졌다.인권, 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민주당 기반의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 틈바구니 속에서 외교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안마당’에 와서 연일 ‘북·중 때리기’에 나선 것은 한국을 동맹국으로서 배려한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 직후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자 간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한 접근법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반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블링컨 장관은 5년 전 한국에서 맛 본 순두부찌개를 다시 먹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며 중국과의 고위급 협의를 위해 알래스카로 떠났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19일 화상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한일 순방에서 북한과 중국 등 도전과제를 놓고 아주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며 “성공적 방문”이라고 자평했다. 공동성명에 ‘중국’이 언급되지 않은 것만으로 한국 입장에선 성과일까.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의 외교정책의 기조라는 것이 어떠한 특정국을 배척하거나 배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의도가 그런데 그것을 미국이 수용해서 그 공동성명의 형태로 나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중국 언론에선 한미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거론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의 합리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에선 한국이 대(對)북한·중국 정책과 관련해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2+2 기자회견에서 미측은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런 문제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적지 않다”고 봤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방한 성과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은 공동기고문에서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 협력할 때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2+2협력체가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구체적 결실을 맺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밋빛 전망보다는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손님’을 맞았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이번 회담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복기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고난의 행군’ 중국 드론업체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고난의 행군’ 중국 드론업체들

    중국의 드론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1위 드론업체 다장촹신(大疆創新·DJI Technology)은 미국의 제재로 핵심 인력들이 ‘탈출’하고 있고 미 뉴욕 나스닥에 상장된 이항(億航·EHang)은 공매도 투자업체의 “공장·계약·주가 모두 가짜” 보고서 파문 탓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중국 드론업체들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장촹신의 미국내 주요 인력이 수개월째 빠져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는 센터장이 퇴사한데 이어 나머지 직원 10여명은 해고됐다. 지난해 말에도 DJI 핵심 관리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회사를 떠났고 팔로알토와 버뱅크, 뉴욕 등에 있던 200여개 팀 중 3분의 1은 해고되거나 퇴사했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내세워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점점 높이면서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TikTok)의 모회사 즈제탸오둥(字節跳動·ByteDance) 등과 마찬가지로 DJI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DJI의 시장 지배력이 점점 잠식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비행기 드론(Drone)은 민간·군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덕분에 주목받는 차세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DJI 등을 보유한 중국은 이미 전 세계 드론 생산의 90% 이상을 선점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이 드론 시장을 장악하게 된 배경엔 DJI의 역할이 지대하다. DJI는 현재 전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글로벌 드론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현재 DJI의 기업가치는 무려 1600억 위안(약 27조 7616억 원)에 이른다. DJI의 창업자 왕타오(汪滔) 회장은 ‘드론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드론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태어난 왕 회장은 초등학교 때 헬리콥터 만화책에서 읽은 모형 헬기와 비행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모형 헬기는 당시 중국 직장인 평균 월급의 7배에 이를 정도로 비쌌다. “열심히 공부하면 모형 헬기를 사주겠다”는 부모의 ‘달콤한’ 제안에 성적을 올려 모형 헬기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모형 헬기는 어린 그가 조종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생각 만큼 매력이 없었다. 이때 간단히 조종할 수 있어야 헬기의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친 왕 회장은 누구든 쉽게 조종할 수 있는 헬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3년 홍콩과학기술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비행제어시스템이나 로봇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를 시작하면서 창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이후 홍콩 로봇 경진대회에서 1등 수상 상금으로 대학 동기 두 명과 함께 2006년 DJI를 창업했다. 당시 드론 시장은 부품을 직접 조립해야 하는 DIY제품 시장이 대세였다. 왕 회장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조립이 필요없는 완제품을 출시하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업실 책상 옆에 간이침대를 놓고 잠자며 매주 80시간씩 강행군하며 드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덕분에 DJI는 2013년 카메라가 달린 일체형 드론 ‘팬텀’을 출시했고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부품 조립 없이 상자에서 꺼내 그대로 날릴 수 있는 본체를 가진 팬텀은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사용하던 드론산업의 판도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2011년 420만 달러에 불과하던 DJI의 매출은 2013년 1억 9000만 달러(약 2146억원)로 30배 이상 급증했다. DJI는 이후 전작의 기술을 보완해 ‘팬텀2’ ‘팬텀3’ ‘팬텀4’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드론시장의 저변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20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DJI는 현재 1만 4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드론 기술을 활용해 중국 내 광범위한 인권 탄압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로 DJI를 거래금지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국가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기술이나 상품 수출에 제한을 둔 것이다. 이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나 기관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로미오 더셔 DJI 미국지사 공공안전 담당 총괄도 회사를 떠났다. 그는 미 정부 기관에 DJI의 비(非)군사적 드론 기술을 제공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더셔 전 총괄은 퇴사 이유에 대해 “내부 파벌 경쟁으로 회사가 본래 목표를 잃어갔고, 2020년에는 더 심해졌다”며 “회사가 유능한 인재를 여럿 잃었다”고 털어놨다. DJI의 내부 문제는 중국 직원과 미국 직원 간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은 DJI 내부 싸움이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버금갈 정도라고 전하기도 했다.미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DJI의 미국 사업도 곤경에 빠졌다. 지난해 미국의 비군사용 드론 시장은 42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 중 DJI는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 90%, 기업 시장에서 70%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가 화웨이, DJI 등에 미 기업이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미 내무부가 국방부가 승인한 드론만 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 드론 업체 4곳과 프랑스 업체 1곳만 포함됐고 DJI는 빠지는 바람에 험로를 예고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E) 기술기업, 즉 유인드론 업체인 이항은 공매도 투자업체 울프팩 리서치의 보고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2014년 4월 후화즈(胡華智)가 창업한 이항은 2016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세계 최초로 유인 드론 ‘이항184’를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가짜계약·기술조작 등의 이유로 미 공매도 투자업체의 표적이 된 것이다. 울프팩 리서치는 지난달 16일 보고서를 통해 “이항이 생산과 제조, 매출, 사업 협력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며 이항의 주요 계약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미 나스닥의 이항의 주가는 지난 한달 사이 63% 이상 폭락했다. 공매도 보고서 발표 직전 124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8일 현재 45달러로 수직 하락했다.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항은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대표 모델인 ‘이항216’의 첫 베이징 시범비행을 성공시킨 데 이어 비행 가능거리를 대폭 늘린 새로운 드론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이항이 선보일 신형 드론은 1회 충전시 비행거리가 400㎞에 이른다. 기존 모델인 이항216보다 스펙이 크게 향상됐다. 이항216은 무게 450㎏과 높이 1.77m, 적재중량 220㎏짜리 2인용 ‘드론택시’다.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서울에서도 시범 비행을 성공시켜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항216의 항속거리는 50~70㎞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에 새롭게 내놓는 모델은 비행 가능거리가 이항216보다 1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400㎞ 비행이 가능한 이 드론이 출시된다면 중국의 ‘드론택시’의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아직 기술 초기 단계인 이항216은 주로 관광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드론은 택시 활용에 더 유용한 까닭이다. 이항은 지난달 23일에는 베이징에서 첫 시범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항216 두 대는 당시 영하 14도의 매서운 날씨 속, 얼음으로 뒤덮인 옌치(雁栖)호 위로 5회의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항216은 저온과 사막 고온, 짙은 안개, 태풍 등 기상 악조건 속에서의 모든 테스트를 마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경호처 과장, 신도시 땅 매입...청와대 “수사참고자료 전달”(종합)

    경호처 과장, 신도시 땅 매입...청와대 “수사참고자료 전달”(종합)

    靑 “직원 중 신도시 관련 거래 4건”경호처, 직원·직계존비속 3458명 조사과장급 직원, 2017년 신도시 토지 매입형은 LH 근무...“부모님 봉양 위해” 해명대통령경호처 과장이 2017년 3기 신도시 지역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경호처 자체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청와대는 또 3건의 의심 사례를 확인하고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관련 사안을 수사 참고자료로 전달하기로 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청와대 행정관 이하 전 직원과 배우자, 직계가족 토지거래 내역 전수조사’ 결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관계자 중 공적 지위 또는 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3건의 의심 사례가 있어 심층 조사를 실시했지만 공적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정 수석은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특수본에 수사 참고자료로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조사에 따르면 1999년 입직한 환경정리 담당 기능직원은 2018년 5월 신도시 인근(경기 부천) 지역에 구입한 실거주 빌라 외에 2017년 4월 주택 1채를 구입해 지난해 5월 매각했다. 또 배우자 명의로 2018년 6월 아파트 1채를 더 구입해 임대했다. 해당 주택들은 신도시 사업지구 1.5km 밖에 있으며, 각각 1억 5000만원 미만의 소형 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2월 정부 부처에서 파견돼 근무 중인 행정요원의 모친은 2013년 12월쯤 신도시 지역(경기 하남) 인근 토지 111㎡를 매수했다. 이 사안은 개발계획 공람일인 2018년 12월부터 5년 전에 구입한 것이어서 조사 대상은 아니지만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공개됐다. 또 2019년 12월 군에서 파견돼 근무 중인 안보실 행정관의 부친은 2009년 신도시 사업지구(경기 고양 인근) 내 토지 918㎡를 구입했다. 이 역시 개발계획공람일인 2019년 5월 기준으로 10년 전에 매수한 것이고 직접 영농 중인 토지이지만 유일하게 사업지구 내에 속한 토지 거래라는 점을 감안해 공개됐다. 이와 별도로 경호처가 직원 본인, 직계존비속 3458명에 대해 별도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과장급 직원 1명이 2017년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근무하는 형의 배우자 등 가족과 공동으로 3기 신도시 지역(경기 광명)의 토지 413㎡를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경호처는 이 직원을 지난 16일 대기발령 조치했다. 사실 관계 확인과 위법성 판단을 위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도 관련 자료를 전달하기로 했다. 이 직원은 가족과 퇴직 후 부모님 부양을 위해 공동명의로 매입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11일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과 배우자, 직계 가족의 신도지 토지거래 내역 조사 발표 이후 8일 만에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명거래는 조사 단계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것은 수사 단계에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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