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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씨 살린 비핵화…북미 치열한 ‘벼랑끝 밀당’

    불씨 살린 비핵화…북미 치열한 ‘벼랑끝 밀당’

    김정은 대외노선 따라 북미협상 좌우 중러와 비핵화·경협 ‘새 카드’ 가능성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벼랑 끝 밀고 당기기’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대외 정책으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측 인력을 전격 철수시켜 한반도를 일거에 긴장 상황으로 내몰면서도 남측 인력은 추방시키지 않으면서 긴장을 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재무부의 대북 제재 강화 조치 하루 후인 22일(현지시간) 추가 제재를 철회했다고 밝히며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가까스로 살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공을 건네받은 김 위원장이 다음달 11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전후로 대외 노선과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북미 협상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추가 제재 철회 발언은 ‘톱다운 방식’으로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발표’에 대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고립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징벌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내 매파 인사들의 주장에도 북한과 핵 협상을 이어 가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 결정도 대남·대미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당분간 남겨둔 조치로 풀이된다. 시설 폐쇄나 남측 인력 추방 조치는 취하지 않았기에 복귀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에 양보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을 경우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자력갱생과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라는 ‘새로운 길’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과 외교적 고립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과 검증을 미국 대신 중국·러시아와 하는 ‘새로운 카드’를 휘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중국·러시아를 비핵화 관련 기술 협력 파트너로 삼고 국제사회에서 비핵화를 직접 검증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대북 제재를 다루는 유엔 안보리에서 중러의 레버리지가 높아지고 대북 제재도 중러와의 경제협력을 통해 어느 순간 무력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이 배제된 비핵화 협상과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당사국인 한국도 ‘비핵화 패싱’을 용인할 수 없기에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긴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고 중러와 제3의 비핵화 길을 갈 뜻을 시사하면 그 자체가 미국과의 협상 카드가 되는 것”이라며 적어도 새로운 압박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북한 개성연락사무소 철수에 北 형님 뵐 꿈 사라져”

    “북한 개성연락사무소 철수에 北 형님 뵐 꿈 사라져”

    북측이 22일 일방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곧 화상상봉이 이뤄질 거라고 기대하던 이산가족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북측의 철수로 당분간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포함해 남북 간 사업이 빠르게 진전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2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 참석해 “현실적으로 북측 인원들이 철수했기 때문에 이산가족의 화상상봉 협의가 어려워 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이산가족들이 2년 2개월만에 금강산에서 21차 상봉행사를 가졌지만 이후 북미 간 교착이 길어지면서 이산가족들은 애가 타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의 북한 반입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서 면제를 받고 최근 미국과도 협의를 마치면서 화상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날 남북 간에 화상상봉 협의를 진행할 개성연락사무소가 공전하게 되면서, 화상상봉과 관련한 협의도 당분간 유보될 수밖에 없게 됐다. 실향민 2세 박기준(66) 씨는 “이산가족 화상 상봉에 대해 기대가 컸는데 북한이 일방적으로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면서 이젠 희망마저 사라졌다”며 “아버님도 북한에 두고 온 저의 큰 형님을 보지 못하고 가셨는데 이제는 어머님도 아들을 못보고 세상을 뜨실까 제일 걱정”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남북 간의 화상상봉은 2007년 8월 이후 약 11년간 끊겼다. 현재 전국 9곳에 화상상봉장이 마련돼 있다. 이산가족의 고령화를 감안할 때 화상상봉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찾기 신청자 중 생존자는 5만 5987명(지난해말 기준)으로 이중 20.6%가 90세 이상이고 80대 비율도 41.1%에 달하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연락 사무소가 조기 정상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북 협의가 너무 늦어 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미국, 중국 해운사 2곳 대북제재

    미국, 중국 해운사 2곳 대북제재

    미국 재무부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이와 함께 북한과의 불법 환적 행위를 의심 받는 선박들의 내용을 담은 ‘북한과의 불법 해상 거래에 대한 주의보’를 갱신해 발령했다. 미국의 대북 관련 독자 제재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의 협상중단 경고 등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북한의 반응 등 파장이 주목된다. 미 재무부는 이날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다롄 하이보 국제 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등 2곳의 중국 해운회사를 제재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다롄 하이보는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백설 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등 방식으로 조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설 무역회사는 북한 정찰총국(RGB) 산하로, 앞서 북한으로부터 금속이나 석탄을 팔거나 공급하거나 구매한 혐의 등으로 제재대상으로 지정됐다. 북한 정권이나 노동당이 그 수익에 따른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미 재무부는 전했다. 재무부는 지난해 초 다롄 하이보가 중국의 다롄에서 북한 선적의 선박에 화물을 실어 남포에 있는 백설 무역회사로 수송했다고 밝혔다. 랴오닝 단싱은 유럽연합(EU) 국가에 소재한 북한 조달 관련 당국자들이 북한 정권을 위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상습적으로 기만적 행태를 보여왔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2차 정상회담 결렬 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협상 중단 검토’를 밝힌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비핵화 실행을 견인하기 위한 대북 압박을 계속 가해나가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아직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실행조치 이행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 등 해상 무역을 봉쇄,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 해운사에 대한 이번 제재는 내주 미·중 간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무역 문제를 지렛대로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공조를 끌어내기 위한 대중 압박 차원도 있어 보인다. 이번 제재로 이들 법인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민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미 재무부는 이들 중국 회사에 대한 제재에 대한 관련 조치로서 국무부, 해안경비대 등과 함께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에 대한 주의보를 갱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23일 발령된 지 1년 1개월여만이다. 재무부는 북한의 유조선과의 선박 대 선박 환적에 연루돼 있거나 북한산 석탄을 수출해온 것으로 보이는 수십 척의 선박 리스트를 갱신했다면서 북한의 기만적 선적 행태와 이러한 행태들에 연루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침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총 67척의 선박 리스트가 갱신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지난해 2월 첫 주의보에 이름을 올린 선박은 석유 불법 환적에 연루된 선박 24척으로, 모두 북한 선적이었다. 이번에 갱신되면서 석유 불법 환적에 연루된 북한 선적 선박은 28척으로 4척 늘었다. 북한 유조선과의 선박 대 선박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제3국 선적 선박이 18척 추가로 들어갔다. 또한 2017년 8월 5월 이래 북한산 석탄 수출에 연루된 선박 49척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북한 선박이 33척이다. 선적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올해 이름을 올린 선박은 총 95척으로 첫 주의보 발령 때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 리스트에는 선박 대 선박 환적 항목과 관련, 루니스(LUNIS)라는 선명의 한국 선적의 선박도 포함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선박 대 선박 환적 전후로 해당 선박들이 정박했던 항구들을 표시한 지도도 공개했다. 한국의 도시 가운데서는 부산, 여수, 광양이 지도상에 표시됐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불법환적 주의보에 포함된 한국 선적 선박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선박은 그간 한미간에 예의주시해온 선박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위반 여부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업계에 미 재무부가 발표한 지침에 대해서 주의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재무부는 이 주의보가 처음 나온 지난해 2월 이래 북한은 선박 대 선박의 환적 장소를 바꿔왔으며,베트남 인근 통킹만에서 석탄 수출을 재개해왔다고 밝혔다. 주의보에는 △북한의 불법 해상 무역을 피해야 할 국가 및 산업 안내 △북한의 대형 선박과의 불법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척의 선박 △2017년 8월5일부터 북한산 석탄을 수출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척의 선박 리스트 등이 담겼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재무부는 북한이 자동화 식별 시스템 마비 및 조작, 선박 바꿔치기, 불법 환적, 화물 기록 위조 등의 기만적 수법을 써왔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오늘의 조치는 국제 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기만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 그리고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협력국들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중차대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는 우리의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역을 가리기 위해 기만술을 쓰는 해운사들은 엄청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가 단행한 가장 최근의 대북제재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사실상 이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인권 유린과 관련한 대북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것이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을 위해 자금 세탁을 한 혐의로 싱가포르 기업 2곳과 개인 1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가했으며 11월에는 북한의 석유수입과 관련해 도움을 제공한 혐의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느 행정부가 일찍이 구사해온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재와 가장 성공적인 외교적 관여를 동시에 하고 있다”며 ‘쌍끌이 노력’을 언급,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단독]루니스 선사 “불법환적 의심 선박은 북한 아닌 중국선박”

    [단독]루니스 선사 “불법환적 의심 선박은 북한 아닌 중국선박”

    미국 재무부로부터 북한과 불법 환적 등이 의심된다고 지목된 ‘루니스(LUNIS)’호 선사가 “유류를 넘겨 준 배는 북한 선박이 아닌 중국 선박”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해당 선사는 지난해 9월 23일부터 10월 15일까지 한국 정부의 합동 조사를 받았고 그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루니스호 선사인 ‘에이스마린’ 관계자는 22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미국 측이 유류를 넘겨 준 것으로 보는 북한 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국기를 달고 있던 B선박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배가 아니라 중국 선박이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는 판정을 받고 작년 10월에 해양수산부에서 출항보류 해제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에이스마린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지난해 상반기 중국과 대만 사이의 공해상에서 B선박에 유류를 공급했다. 루니스호는 1999년 건조된 길이 104m, 폭 19m의 선박으로 어선이나 바지선 등에 유류를 공급하는 선박이다. 또 2017년 9월부터 D사에 2년간 대선 계약을 맺고 임대 중인 상태다. 에이스마린 관계자는 “당시 루니스에 미국의 대북제재 선박 리스트와 외교부에서 나온 리스트까지 받아 본선에 전달했다”며 “원칙대로 선박, 선명을 사진으로 찍고 상대 선박의 중국 국기도 분명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명을 바꾸고 국기를 바꿔 달 경우 북한 선박임을 확인할 길은 없는 상황이다. 통상 공해상에서 선박의 국적 증서까지 확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 측이 아직 불법 환적을 의심하는 상대 선박을 특정해 발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에이스마린이 추정하는 B선박을 의미하는 지도 확인해야 한다. 루니스호가 해당 지역에서 유류를 건넨 선박들이 다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출항보류 해제 통지는 승선 조사 당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을 경우 취해지는 조치다. 정부의 관심 리스트에는 여전히 올라있다는 의미다. 에이스마린에 따르면 루니스에 대한 승선조사는 외교부, 해양수산부, 관세청이 합동으로 진행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당시에 조치를 취할 정도의 조사결과는 없었지만 의심까지 배제할 상황은 아니어서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1일(현지시간) ‘북한 불법 해상운송과 관련한 주의보’를 발표하면서 정제유 및 석탄의 선박 간 불법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및 각국 선박 95척의 명단을 내놨다. 여기에 ‘루니스(LUNIS)’라는 한국 선적, 한국인 선주인 선박이 포함됐다. 미국의 불법환적 리스트 발표는 지난해 2월에 이어 2번째다. OFAC는 “제재 리스트는 아니고 일부 선박은 제재 대상 인물과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해서 OFAC가 제재 대상 인물과 이해관계가 있는 소유물이라고 단정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불법환적 관여 의심 주의보 리스트에 직접적으로 한국 선박의 이름이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루니스는 그간 한미 간에 예의주시해 온 선박이며,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단독]미 ‘대북 불법환적 주의보’ 첫 오른 韓선박에, 정부 ‘합동 조사’ 카드

    [단독]미 ‘대북 불법환적 주의보’ 첫 오른 韓선박에, 정부 ‘합동 조사’ 카드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북한 불법환적 주의보에 한국 선적으로 처음 포함된 ‘루니스’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합동 조사에 나선다. 유엔 대북제재를 준수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적극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철저하게 후속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그간 한미가 긴밀한 공조하에 해당 선박에 대해 10개월 이상 주시한 것으로 안다”며 “대북제재 준수 방침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관세청도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통상 북한산 석탄이나 정제유 불법환적이 의심되는 선박이 감지되면 해당국에 사전에 통보한 뒤 공조한다. 루니스의 경우도 이미 지난해 한국에 알렸고, 양국은 긴밀한 공조 속에서 해당 선박을 사전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에 따라 루니스를 불법환적 주의보 리스트에 올린만큼 정부는 본격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불법환적은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루니스의 상대 선박이 북한으로 들어갔는지를 파악하는 게 조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공조 조사 카드를 꺼낸 건 대북제재의 국제공조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 서 있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도 국제공조 틀 내에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국회에서 수차례 밝혔다.실제 지난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패널보고서에서 한국 선박이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불법 반입한 사례가 명시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조사를 통해 북한산 석탄 1만 3000여톤(21억원 어치)을 중국과 베트남산으로 위장해 불법 반입한 수입업자 등 3명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21일(현지시간) ‘북한 불법 해상운송과 관련한 주의보’를 발표하면서 정제유 및 석탄의 선박 간 불법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및 각국 선박 95척의 명단을 내놨다. 여기에 ‘루니스(LUNIS)’라는 한국 선적, 한국인 선주인 선박이 포함됐다. 미국의 불법환적 리스트 발표는 지난해 2월에 이어 2번째다. 루니스는 1999년 건조된 길이 104m, 폭 19m의 선박으로 국제해사기구가 부여한 식별번호는 9200859다. OFAC는 “제재 리스트는 아니고 일부 선박은 제재 대상 인물과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해서 OFAC가 제재 대상 인물과 이해관계가 있는 소유물이라고 단정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미국 정부의 불법환적 관여 의심 주의보 리스트에 직접적으로 한국 선박의 이름이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대북제재 국제공조의 고삐를 죄기 위해 한국 선박을 포함시켰다는 일부 견해도 있지만, 그간 한국이 대북제재 공조에 적극 참여해 왔고 미국 재무부가 유엔 결의안 기준에 따라 리스트를 발표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한국 선박, 처음으로 미 ‘대북 불법환적주의 리스트’ 올라

    한국 선박, 처음으로 미 ‘대북 불법환적주의 리스트’ 올라

    ‘루니스’ 선적 선주 모두 한국…“대북제재공조 강조” vs “사전 인지 사안”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북한 불법환적 주의보에 한국 선적의 선박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2017년 유엔 대북결의안으로 시작된 불법환적 리스트 발표는 지난해 2월에 이어 2번째다. 이를 두고 미국이 한국의 대북 경협 과속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정부는 “이미 한미공조로 인지했었고,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북한 불법 해상운송과 관련한 주의보’를 발표하면서 정제유 및 석탄의 선박 간 불법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및 각국 선박 95척의 명단을 내놨다. 여기에 ‘루니스(LUNIS)’라는 한국 선적 선박이 포함된 것이다. 이 선박의 선주 역시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OFAC의 문서에는 루니스를 비롯해 토고, 시에라리온, 파나마, 싱가포르, 러시아 선적의 선박 등이 북한 유조선의 선박간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다고만 설명했다. 루니스는 1999년 건조된 길이 104m, 폭 19m의 선박으로 국제해사기구가 부여한 식별번호는 9200859다. 다만, OFAC는 “제재 리스트는 아니고 일부 선박은 제재 대상 인물과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해서 OFAC가 제재 대상 인물과 이해관계가 있는 소유물이라고 단정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지난해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패널보고서에서 한국 선박의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불법 반입한 사례가 적시된 바 있다. 정부는 조사를 통해 북한산 석탄 1만 3000여톤(21억원 어치)을 중국과 베트남산으로 위장해 불법 반입한 수입업자 등 3명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불법환적 관여 의심 주의보 리스트에 직접적으로 한국 선박의 이름이 오른 것은 처음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 재무부의 리스트는 원칙적으로는 자동적으로 적발된 것을 올린다”며 “하지만 여러 여건 상 볼 때 대북제재 공조의 고삐를 죄려는 의도를 아예 배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루니스는 그간 한미 간에 예의주시해 온 선박이며,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나가겠다”며 “미 재무부가 발표한 지침에 대해서도 국내 업계에 주의 촉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황성기 칼럼] 북미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

    [황성기 칼럼] 북미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 북한의 비핵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청산 약속이 진짜냐 가짜냐가 드러나는 시간이다. 올해 말로 예상했던 시한은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과 북한 외무성 부상 최선희의 날 선 공방으로 바싹 앞당겨지게 됐다. 강 대 강 대치가 길어지면 북미가 비핵화와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미국 조야의 대북 회의론이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고, 북한 정권 내부에서도 트럼프 회피론이 비등할 것이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은 관전자들에겐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톱다운 방식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미의 리얼한 담판에 흥분했고, 협상 카드를 다 들여다봤다. 테이블에 깔린 양쪽 카드의 값어치를 계산해 보는 재미도 누렸다. 카드가 공개돼 협상의 폭이 줄어든 반면 마지노선이 드러남으로써 협상을 촉진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지금의 상황은 쪽박 깨지기 직전이다. 볼턴이 예사롭지 않다. 초강경 매파를 내세운 트럼프의 속셈이 북한을 압박하려는 데 국한된 건지 의심이 든다. 볼턴은 전형적인 일괄타결론자다. 미 행정부에 주된 기류로 자리잡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총대도 메고 있다. 트럼프가 채찍을 든 볼턴을 대북 교섭의 악역으로 내세운 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세팅될 때까지인지, 협상을 깨는 책임을 북한에 돌리기 위한 수순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북한이다.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해결을 ‘술책’이라고 모욕하는 볼턴을 피해 갈 방책이 없다. 북한 방식을 받아들일 때까지 ‘전략적 인내’를 미국에 써볼 수 있겠으나 최선희의 3월 15일 기자회견으로 그 카드는 버렸다. 영변 하나만으로는 미 행정부와 의회의 벽을 넘을 수 없어졌다. 미국으로부터 ‘똑같은 조랑말’이란 조롱을 당하지 않으려면 영변, 핵·미사일 실험발사의 영구 중단 약속 외에도 굵직한 하나를 더 내놔야 한다. 워싱턴도 마찬가지다. 리용호 외무상이 읽어내린 ‘2016년 이후 5개 유엔 제재의 민생 부문 선 해제’는 김정은의 마지노선이다. ‘최고존엄’이 설정한 마지노선을 물리는 일은 어렵다. 미국이 민생 부문 해제조차 내놓지 못하겠다면 판을 걷어차인다. 자력갱생의 ‘새로운 길’은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예고된 상태다. 최선희의 3·15 발언을 두고 ‘트럼프·김정은이 사이 좋다 했으니 판은 안 깰 것’이라 낙관하는 것은 희망고문이다. 미국이 더 물러설 데 없는 북한을 몰아 세우다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될 수 있다. 5개 제재 해제에 대해 트럼프는 “제재의 전부”라고 했다. 트럼프식 무지다. 4차 핵실험 직후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 등이 북한을 옥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개 제재는 종횡으로 촘촘한 미국 단독의 제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남한의 대북 제재인 5ㆍ24 조치를 풀어도, 유엔 제재가 있어 경협이 불가능하듯, 유엔 제재를 풀어도 미국 제재가 버티고 있어 북한 경제를 돌리는 마지막 족쇄로 작용한다.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로 나오는 첫걸음인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은 유엔 제재와 관계없이 미국 법인 브렌트우즈협정법에 의해 원천봉쇄되는 것을 트럼프는 모르는 듯하다. 북한은 미국 제재를 꿰뚫고 있다. 리용호가 ‘제재의 일부’라 항변한 것은 사실에 가깝다. 부시 대통령 때부터 대북 정책에 관여해 온 볼턴이 그 사실을 모른다면 거짓말이다. 거짓말의 의도는 장사도 모르는 ‘북한식 계산법’으로 몰기 위한 게 아닐까. 최선희가 영변의 가치를 후려치는 ‘미국식 계산법’ 운운한 데 대한 치졸한 복수로 보인다. ‘간 보기’로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다. ‘하노이 교훈’은 자명하다. 미국은 북한의 살라미식 판매에 구매의욕을 못 느꼈다. 북한도 ‘도 아니면 모’의 미국식 빅딜에 신뢰 부족을 이유로 주춤했다. 다시 만나자 기약한 트럼프와 김정은이다.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고 싶은 김정은, 잘사는 나라의 기회를 주겠다는 트럼프의 의기투합이 깨지기 전에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2020년 말 비핵화 달성이란 북미 공통의 목표는 확인됐다. 빅딜과 스몰딜을 절충하는 길 말고는 없다. 비핵화 로드맵을 그려 놓고,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식이다. 진실은 곧 드러날 것이다. 교묘히 테이블을 엎어도 누구 책임인지 분별할 만큼 관전자들은 똑똑하다. 동창리를 폐기 못 하면 조용히라도 있으면 한다. 로켓 발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처럼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돌린다. 슬슬 만나자고 서로가 손 내밀 때다.
  • ‘포스트 하노이’ 한국 촉진자 역할 도울 러·중·일 껴안기

    ‘포스트 하노이’ 한국 촉진자 역할 도울 러·중·일 껴안기

    “중일도 찾아보고 미국과도 계속 만날 것” 관련국 참여, 북미 대화 재개에 도움 판단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중·러·일 등 북핵 관련국의 대북 행보가 빨라지면서 정부도 이들이 향후 촉진자 역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양한 채널로 협의에 나섰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러시아 방문길에 오르며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 고위급 접촉이 많았다”며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을 만나 북미 협상 결렬 이후 한반도 상황에 대해 협의한다. 특히 이 본부장은 “여러 나라와 긴밀히 협의하고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때”라며 “중일도 찾아보고 미국과도 계속 만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중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한 데 대해서는 “플레이어지만 중요한 플레이어”라고 답했다. 그는 20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본부도 찾는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1일을 전후해 각각 미국과 중국을 찾아 대북 정책 관련 고위 관료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적극적 행보에는 북핵 관련국의 참여가 북미 대화 재개를 도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북한은 중러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 지난 17일 북러는 경제·인도주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인 지난 12일부터 5일간 베이징을 찾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북한을 답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들 국가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안정이라는 목표로 수렴될 수 있도록 한국의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993년 유엔 안보리가 외교적 대화를 강조하는 대북 결의안으로 북미 대화를 촉진한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커지는 양극화·외국 이주민 혐오… 한국도 ‘외로운 늑대’ 주의보

    커지는 양극화·외국 이주민 혐오… 한국도 ‘외로운 늑대’ 주의보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에 있는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이 사건은 계획적인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다. 용의자들은 테러리스트 워치리스트(테러 위험인물 명단)엔 없었다”고 밝혀 충격을 준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함께 ‘테러 청정국’으로 꼽히는 곳이다. 국제 관계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GTI)에 따르면 한국과 뉴질랜드의 테러 영향력은 0.286점(10점 만점)으로 ‘매우 낮음’ 수준이다. 전체 163개국 중 공동 114위다. 이번 뉴질랜드 총격 테러는 테러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한국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회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자생적 테러’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발달한 인공지능·로봇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테러리즘의 가능성도 떠오른다. 서울신문은 18일 한국 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테러리즘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재난 테러리즘 ●정치적 폭력에서 무차별적 학살로 테러리즘은 인간이 ‘계획한’ 재난이다. 일반적인 자연·사회 재난과는 결이 다르다. 특수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도가 담겼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8~2017년) 세계 각국에서 3만 427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11만 1103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인명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진다. 2017년엔 1978건의 테러가 발생해 8299명이 사망했다. 테러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가장 많았던 해는 2013년(4096건)과 2015년(1만 7329명)이다. 초창기 테러리즘은 정치적 성격이 강했다. 테러의 대상과 목표가 명확했다. 살상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도 크지 않았다. 정치적 요구 사항만 쟁취하면 테러는 성공한 것이었다. 정치학적인 의미로 테러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보수주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1729~1797)다. 프랑스혁명(1789~1794)을 분석한 버크는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등 당시 나타났던 여러 유형의 폭력을 테러리즘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테러리즘은 관점에 따라 정치적 대의를 위한다는 나름의 정당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엔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은 추상적인 목적을 내세우며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학살도 서슴지 않는다. 마치 살상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테러의 개념이 정치적 폭력에서 무차별적 학살로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9·11테러’다. 2011년 9월 11일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민간 항공기 4대를 납치해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에 자살 테러를 감행했다. 납치된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266명을 비롯해 인명 피해만 3500명이 넘는다. 사상자 수도 엄청났지만 무엇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 조직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이 충격을 줬다. 테러의 대상이 일부 정치 세력이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인들은 경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1년 1373호 결의에서 테러리즘을 ‘민간인을 상대로 사망·중상을 입히거나 인질로 잡는 등의 행위로 특정 집단에 공포를 야기해 대중이나 정부, 국제조직에 특정 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의도를 가진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국제 테러 조직 소탕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9·11테러의 원흉으로 지목된 빈라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1년 사살됐다. 빈라덴은 죽었지만 아직도 세계 각국에선 테러리즘이 끊이지 않고 있다.첨단기술 활용 ●4차 산업혁명, 테러리즘 위협 커져 기술의 발달로 테러리즘도 진화하고 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사이버테러는 첩보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만큼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항공·철도·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을 장악할 수 있다.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고 순식간에 국가 기능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이다. 전자기파(EMP)로 전력 공급을 차단하거나 용량이 큰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전송해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온라인 폭탄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수법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방송사와 농협 등 은행의 전산망이 마비됐던 ‘3·20 사이버테러’가 있다. 방송사 직원들은 회사 내부망 접속이 차단됐고, 은행들은 창구를 비롯한 모든 거래가 중단됐던 초유의 사태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내부에서 사용 중인 인터넷 주소(IP)가 백신 소프트웨어 배포 관리 서버에 접속해 악성 파일을 뿌린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해커들만 쓰는 악성 코드의 흔적을 미뤄 봤을 때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초연결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전에 없던 테러리즘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연결은 더욱 촘촘해졌다. 새로운 방식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돼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낙관론자들은 내다본다. 하지만 이런 초연결사회의 허점을 노린 새로운 형태의 테러리즘이 파고들 여지도 크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됐기 때문에 간단한 공격만으로도 연쇄 작용이 일어나 사회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테러 조직이 사이버공간을 조직 선전과 확대의 수단으로 삼는 것 역시 초연결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2016년 3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슈퍼컴퓨터 알파고의 대국은 인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달해 언젠가는 인류를 지배할 거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하면서 인류를 제압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테러 조직이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경고한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뇌파를 분석해 인간의 뇌를 해킹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숫자를 본 사람들의 뇌 반응을 분석해 은행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한 실험도 있다. 음파를 분석해 특정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위조해 보이스피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는 미래 로봇산업의 명암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로봇 슈트를 장착한 주인공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정의의 사도로 악당을 무찌른다. 하지만 아이언맨이 상대하는 악당들 역시 첨단 기술을 동원한 로봇 슈트를 장착해 시민들을 위협한다. 앞으로 로봇을 활용한 테러리즘도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일부 정부와 군수업체들은 로봇병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최첨단 무인 로봇 공격기인 ‘리퍼’와 ‘프레데터’ 등을 배치했다. 로봇 전문가인 노엘 샤키 영국 셰필드대 명예교수는 “로봇 제작 비용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무인 로봇병기를 만드는 데 그렇게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생적 테러 ●한국 사회 고용 참사와 저성장의 늪 한국은 비교적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인에 대한 테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얀마 아웅산 테러(1983), 칼(KAL)기 폭파 사건(1987), 이라크 김선일씨 피살 사건(2004), 샘물교회 탈레반 피랍 사건(2007)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국내에선 2008년 7월 탈레반 연계 세력의 불법 활동이 적발됐고, 지하드(성전)를 선동하는 이슬람인이 포착되기도 했다. 2009년 8월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거점 지역인 ‘칸다하르’로 마약 원료 물질을 밀수출하던 일당이 국내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2015년 11월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는 세계 동맹국’이라면서 자신들이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정한 60개국 중엔 한국도 포함됐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월 ‘IS·알카에다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시리아 내 알카에다 계열 무장조직의 우즈베키스탄인 다수가 터키를 거쳐 한국으로 가게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엔 “한국에 있는 일부 우즈베크 이주 노동자들이 급진화됐으며 시리아 아랍공화국으로 향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쓰였다. 이 외에도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터졌던 연평도 포격 사건(2010) 등 무력 도발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테러방지법은 2016년 제정됐다. 숱한 진통을 겪었다. 법에서 정의하는 테러의 개념이 모호해 시민들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테러 위험 인물 관련 정보 수집 행위가 자칫 민간인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테러방지법의 주요 내용은 대테러 활동을 총괄·조정할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테러 예방·대응을 위해 관계 부처가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들었다. 테러로 발생한 사망·부상자에 대한 위로금, 재산 피해 복구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은 최근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용 악화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사회에 불만을 품고 우발적인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수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된 테러단체가 아니라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다. 외로운 늑대는 테러의 방법 등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예방도 어렵다. 최근 증가하는 외국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피해 의식 역시 자생적 테러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다양한 형태의 불만 세력과 사회 반체제 세력들이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불만을 테러로 강력하게 표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공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경찰의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민간 경비업체와의 협력도 늘려야 한다”면서 “평소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민방위훈련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희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SNS에서 사진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얼굴인식 기술로 용의자를 추적·검거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적극적인 공보 활동으로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을 차단해 혼란과 공포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테러 피해자들이 무사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38노스 “영변·풍계리 가동 징후 없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15일(현지시간) 북한 영변 핵단지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북한이 지난해 말 이후 영변 핵시설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판단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38노스는 “지난 12일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5㎽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가 가동 중이라는 확실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38노스는 이어 “지난달 11일과 21일 사이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서쪽 부분에서 발견됐던 흰색 유조선 트레일러는 그대로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3월 7일쯤 원통형 금속 물체로 보이는 차량 또는 소형 트럭이 주변에서 포착됐지만 이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2일 발표한 대북 제재 연례 보고서에서 “영변 원자로는 지난해 부분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을 뿐 여전히 가동하고 있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13일 “유엔 보고서는 지난해 11월까지의 활동을 근거로 한 것이라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 것이 맞다”고 시점에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폼페이오 “김정은과 대화 지속 기대…최선희 협상 가능성 열어놔”

    폼페이오 “김정은과 대화 지속 기대…최선희 협상 가능성 열어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화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한 데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이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선희 부상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난밤 최선희 부상의 발언을 봤다. 그는 협상이 확실히 계속될 가능성을 열어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에 대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바람”이라면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계속 (대화)하길 기대한다. 그는 북한이 지명한 나의 카운터파트”라고 강조했다. 최선희 부상은 앞서 한국시간으로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며 미국의 협상 태도를 비난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협상 지속’ 발언은 북한이 지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최선희 부상의 ‘대화 중단 가능’ 기자회견을 통해 대미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데 대해, 북미 고위급회담 등 협상의 문을 열어둠으로써 북미 간 긴장이 고착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선희 부상이 북한의 핵·미살일 시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이것만 말할 수 있다. 하노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그(김 위원장)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건 김 위원장의 약속이다. 북한이 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충분한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최 부상이 자신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비타협적 요구’를 했다고 비난한 것과 관련, “그 부분에 대해서는 틀렸다. 나는 거기(하노이 정상회담장)에 있었고 나와 김영철의 관계는 프로페셔널하며 우리는 세부적인 대화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선희 부상이 미국에 ‘강도 같은 태도’라고 비판한 것에는 “(북한의 그런 비판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내가 (과거) 방북했을 때도 ‘강도 같다’고 불린 기억이 나는데 이후로 우리는 아주 전문적인 대화를 계속했다. 우리가 계속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7월 3차 방북 직후 북한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맹비난하자 “북한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맞받아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말했듯이 그들(북한)이 내놓은 제안은 그들이 대가로 요구한 것을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국제사회의 제재도 거론하며 “이같은 제재의 요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이라고 부연하며 “이것이 유엔 안보리가 제시한 요구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나 ‘빅딜’을 직접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후속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가 어떤 급에서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화가) 진행중”이라면서도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제재 문턱 넘은 이산가족 화상상봉…실무 준비 착수할 듯

    제재 문턱 넘은 이산가족 화상상봉…실무 준비 착수할 듯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 면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화상상봉 절차가 본격적으로 착수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는 워킹그룹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응 방향을 포함해 남북·북미관계 동향 및 남북협력 등 북핵·북한 관련 제반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협의에는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의에서는 남북 이산가족화상상봉 관련 장비·물자의 대북반출에 필요한 미국 내 제재면제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상상봉 장비의 대북반출에 대해선 미국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면제 결정까지 이미 완료됐지만, 미국 내에서 의회 승인을 받는 기술적 절차가 남아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 면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11년여 만의 화상상봉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지난 8일 제재 면제를 정식으로 승인받은 데 이어, 미국의 독자제재도 면제받게 되면서 정부는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화상상봉 시설을 정비하고 상봉 규모와 일정 등을 결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정부는 화상상봉 물자 구매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지출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절차를 진행하고 서면 심의를 통해 다음 주 의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북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의 복구와 상시 운영,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을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적십자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화상상봉 장비의 제재 면제를 위한 대미 협의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3개월 이상 지연됐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안보리 “北제재로 김정은 궁지에… 남포항, 불법환적 허브”

    안보리 “北제재로 김정은 궁지에… 남포항, 불법환적 허브”

    석유류 50만배럴 이상 몰래 수입했지만 선박 간 환적 등 제재 우회로 공급엔 한계 “金전용차 롤스로이스·벤츠도 제재 위반”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유엔 제재 전문가가 진단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단장인 휴 그리피스는 이날 대북제재위 연례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요구한 것은 ‘제재 해제’였다”면서 “이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북한의 제재 회피 노력에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그들을 파고들고 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엔 등의 대북 제재가 실질적으로 북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리피스는 또 “유엔 안보리의 포괄적 (대북) 제재에는 허점도 있지만 김 위원장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그들(북한)은 제재를 우회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석탄·석유 제품을 수십 년 동안 선박 간 불법 환적 방식으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북제재위는 이날 발표한 총 378쪽에 이르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 수법으로 석유류 밀수와 석탄 수출에 나서고 있고, 지난해 북한이 몰래 수입한 석유류 양은 허가된 50만 배럴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남포항은 불법 활동의 ‘허브’”라며 “남포항에서는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목격된 롤스로이스 팬텀과 메르세데스벤츠 리무진 등 김 위원장의 고급 전용차들도 “명백한 제재 위반 사례”라면서 “(입수 경위 등을 알 수 있는) 차대 번호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측이) 차량식별번호 및 제원 등에 대한 정보를 한국 정부가 보유했을 경우 제공 가능한지 문의해 왔다. 하지만 해당 정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중국 기업들이 대북 제재 완화에 대비한 준비를 계속할 수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유엔의 대북 제재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안보리 “北 핵·미사일 프로그램 온전…제재회피 더 정교해져”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온전’하며 북한이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금수품목을 불법거래하는 등 제재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연례 보고서는 관련 절차에 따라 15개 안보리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공개됐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제재해제 요구를 미국이 거절하면서 협상이 ‘노딜’로 끝난 가운데 북한의 제재위반 내용이 발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제재위는 북한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는 지난해 2월과 3월, 4월에 며칠간, 또 9월과 10월 사이에 부분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면서도 영변 핵단지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 회원국은 9~10월 원자로 가동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이 기간 사용 후 핵연료봉의 인출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2월부터 8월까지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수로를 위한 땅파기 공사와 기존 방류시설 주변에서의 건물 신축 모습이 포착됐는데 한 회원국은 신축 구조물에서 지난해 6월 중순 냉각수 방류를 확인했다고 제재위에 통보했다. 제재위는 영변 핵시설내 실험용 경수로 서쪽에 새로운 건물을 확인했는데 위성사진은 방사화학실험실이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제재위는 우라늄 농축 시설과 채굴광산에 대한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우라늄 농축 시설 가능성이 있는 ‘강선’에서는 대형 트럭의 주기적인 움직임 외에 중대한 변화는 없으며 우라늄 광산이 있는 평산에서는 지난해 토사 더미를 치우는 장면이 목격돼 우라늄 채광이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특히 전문가 패널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위해 은밀하게 원심분리기를 구매한 아시아의 단체(기업)나 개인들에 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재위는 또 선박 간 이전 방식을 통한 북한의 정유제품과 석탄 밀거래가 대량으로 증가했다면서 이런 제재위반이 대북제재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8월 18일까지 최소 148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정제유를 밀수입했고 이는 연간 수입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초과한 것으로 미국은 북한이 더 이상 정제유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북한 정찰총국이 유럽연합(EU)에서 폐쇄된 계좌의 자금을 아시아 금융기관 계좌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제재위는 지적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재위는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LX 570 등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있어 “명백한 제재위반”이라고 밝혔지만, 북측으로 흘러 들어간 경위는 밝혀내지 못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10명 중 7명 “北미사일 안 쏠 것”… “북미협상 곧 재개 vs 지연” 갈려

    10명 중 7명 “北미사일 안 쏠 것”… “북미협상 곧 재개 vs 지연” 갈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안갯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특히 북한 동창리 장거리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10일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 10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과 북미 관계 파국 가능성, 재협상 및 3차 북미 정상회담 예상 시점, 비핵화 빅딜 예상 내용 등 4가지를 물었다. 그 결과 10명 중 7명이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혔다. 10명 중 5명이 이르면 한두 달 안에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낙관했으며 올 하반기 재개 등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은 2명이었다. 다른 2명은 협상이 장기간 교착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3차 북미 정상회담 시점은 이르면 다음달 개최를 예상한 시각도 1명 있었으나 다수는 올 하반기나 내년 봄 등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은 2명이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북미 양측은 포괄적 로드맵에 합의한 뒤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였다.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가능성은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북한이 회담 결렬 책임을 다 져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강화에 동참하고, 미국에서 군사 옵션이 나오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시위는 할 수 있어도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고 대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북한이 지금 미사일·로켓 시험 발사로 협상의 판을 깰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협상의 판을 깨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대한 압박 수준을 최대로 높인 뒤 협상을 재개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단으로 미사일·로켓 시험 발사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북미 관계, 파국으로 가나 재협상 복귀하나 전문가 대부분은 북미가 2차 회담 결렬 이후에도 대화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협상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수주 안에 협상하기를 희망한다고 한 것은 대화의 동력이 상실될까 우려한 것”이라면서 “북한도 다음달 경제건설 집중노선으로의 전환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성과를 내야 하는데 손에 잡히는 게 없는 만큼 대화의 동력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미가 3월 말에는 대화 재개의 시점을 찾고 4월에는 어떤 형태로든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협상을 바로 하기엔 준비가 안 돼 있기에 북중 관계를 진전시키며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려 할 것”이라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음달 조기에 방북을 한다면 5~6월쯤 북미 협상이 재개될 수 있지만, 시 주석의 방북이 늦어진다면 북미 협상도 뒤로 밀릴 것”이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미 협상이나 정상회담 재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보다는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달렸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에 대해 진정성을 더 보여 주지 않는 한 협상으로 가는 길은 멀다”고 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예상 시점은 2차 회담에서 최고지도자 간 담판에 의한 톱다운 방식의 한계가 노출됐기에 시간이 걸릴 거라는 예상이 다수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2차 회담에서 초조함을 노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린 인상을 준 만큼 북한도 톱다운 방식의 기조를 유지할지 검토할 것”이라며 “북미 모두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충실한 실무 협상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은 북미 회담 결렬 언급은 자제하면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복구하는 상반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북미 협상을 재개할지 새로운 길을 택할지를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결정할 것”이라며 “3차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평양에 특사를 파견하고, 김 위원장을 만나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서 돌아오자마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보이는 등 조속한 협상 재개를 미국에 압박하는 모습”이라며 “북한은 4월 안에 협상을 재개하고 최대한 조속히 3차 정상회담을 하길 원할 것”이라고 했다. ●3차 회담 북미 비핵화 빅딜 내용 예상 홍민 실장은 “북미가 비핵화 조치의 첫 단계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서 전체 핵물질 시설의 폐기에 합의하되, 폐기 이행은 영변 핵시설부터 해서 단계적으로 하려 할 수 있다”며 “북미가 서로의 체면을 세워 주는 방식으로 합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이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만큼 3차 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 외에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등이 논의될 것”이라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 추가 우라늄농축시설 폐기를 받는 대신 2차 회담에서 해제를 요구한 5개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중 의류 수출 금지 등 민생경제와 밀접한 두세 개만 해제해 달라고 하거나, 정유제품 수입 90% 차단 조치를 50% 차단으로 완화해 달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열수 실장도 “북한은 영변 외 추가 핵시설을 폐기, 미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품목별로 해제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며 “결의 전체를 해제하기보다는 북한의 수출이 금지된 석탄, 철광석, 수산물을 품목별로 차례대로 해제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만하다”고 했다. 반면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야당인 민주당 등 조야 전체가 한목소리로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하기에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앞두고 큰 배팅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북한이 미국과 합의를 하려면 미국이 요구하는 영변 핵시설 폐기 외 플러스 알파 조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유엔 안보리,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 반출 제재 면제 승인

    유엔 안보리,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 반출 제재 면제 승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관련한 제재 면제를 인정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한 장비의 대북 반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제재 면제 신청을 승인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대북제재위는 전원동의(컨센서스)로 운영되며, 이번 제재 면제 요청에 대해 어떤 이사국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면제 대상은 화상 상봉을 위한 카메라를 비롯해 관련 장비와 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은 서울과 평양에 마련된 상봉실에서 통신망으로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기존 설비는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사용하지 않아 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화상 상봉은 비록 간접적이긴 하지만 이산가족들의 상봉 기회를 확대하고,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이들이 많아진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지난 2005년 처음 실시된 이후 그 동안 7차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특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대북 제재 완화 등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 없이 끝난 가운데 대북제재위가 남북의 인도주의적 교류 협력 사업에 대해 제재 면제를 인정한 것이라 주목된다. 대북제재위는 지난해 11월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 조사에 대해 대북 제재 면제를 인정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글로벌 In&Out]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려면/피터 워드 북한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려면/피터 워드 북한전문 칼럼니스트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을 앞두고 긍정적 분위기였다. 미국에선 평양주재 연락소를 설치하고 종전선언을 하며 부분적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가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잇따랐다. 모종의 ‘작은 합의’(small deal)일진 몰라도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비핵화의 첫 단계로,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정상국가로 인정되는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보도로 나온 이런 구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대로 된 것으로 볼 수가 있었다. 따라서 ‘작은 합의’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같은 대북협력사업 재개 등이 현실성이 높다는 식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합의는 무산됐고, 지난 4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스몰딜이 아니라 ‘빅딜’(big deal)로 진행됐던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핵무기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전체가 포함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넘게 중재자로 나섰지만, 빅딜만 가능하다면 북미 협상 과정은 마비될 공산도 커졌다. 불확실한 미래가 남은 것이다. 북한은 안보상 완전한 비핵화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미국은 제재 완화를 실행하기 전에 각종 대북 비핵화 조치의 실행(시설 사찰, 폐쇄, 폐기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이 두 나라의 협상을 유도해 왔던 문 대통령은 이제 오로지 지속적 화해만 응원해 줄 수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경색된 북미 협상이 재가동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의회 눈치와 내년 대선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미 간의 이간을 충분히 좁힐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현재 북한은 자급자족적 경제모델을 추구하는 가운데 주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자재를 구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암암리에 제재에 어긋난 거래를 점차 더 많이 할지도 모른다. 대미 협상에서 제재 완화가 안 된다면 한국에서 거론된 경제협력 사업들이 무산될지도 모른다. 미국과 한국만 대북 제재를 지키고, 대북 제재의 의지가 미흡한 중국은 다른 행보를 할 수도 있다. 중국 해관에서 나온 수치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수출은 현재 제재 실행 전의 수준으로 거의 회복했다. 북한은 여러 나라와 골고루 무역을 하는 것이 중국과 같은 대국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핵은 생존의 동아줄인 만큼 중국에 대한 과도한 무역 의존도를 참고 핵을 지켜려고 할 수도 있다. 중국과 북한 간의 협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2016년 1월 북한 핵실험 이후 실행된 유엔안보리 제재 전 투자와 무역 수준으로 완전히 되돌아가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도 북미가 합의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면 중국이 미국에 협조하는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중미 간의 무역분쟁이 격화된다면 북중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문 대통령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현’과 같은 구상은 실현될 수 없어질 뿐만 아니라 남북대화도 교착될 위험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선택 및 협상 태도 탓에 남한은 ‘코리아 패싱’에 노출될 수 있다.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등 한미 합동훈련을 종료한다고 한미 국방장관들이 지난 4일 공표했다. 남북, 북미협상의 군사적 걸림돌은 일부 제거된 것이다. 그래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협의해 트럼프 행정부가 수용할 만한 비핵화 합의를 유도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북미 실무진끼리는 ‘스몰딜´ 차원에서 일부 합의를 이뤄냈지만, 북미 정상이 재회한 자리에서 논의된 ‘빅딜’은 합의를 내지 못한 탓이다. 코리아 패싱을 피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중재 노력이 훨씬 정교해져야 한다.
  • 美 가장 아픈 ICBM카드 만지작… 김정은, 강경론 회귀 ‘촉각’

    동창리 철거 시설 중 지붕·문짝 달아 작년 9월 평양선언서 무조건 폐기 언급 북미협상 판 깨고 핵개발 가능성은 낮아 폼페이오 “평양에 협상팀 파견 희망”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는 징후가 있는 것으로 5일 확인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가정보원은 5일 국회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는데, 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직후 나온 정보여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허를 찔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계속 비핵화 협상의 의지를 보일지 아니면 강경론으로 돌아설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시점에 터져 나온 정보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의 징후로 “북한이 지붕과 문짝을 달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문제는 이 복구의 징후를 포착한 시기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인지 이후인지를 국정원이 밝히지 않은 점이다. 다만 국정원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하고 전문가 참관하에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때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과,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시설을 다시 미사일 발사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대로라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의 상황처럼 들린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라면 북한이 하노이선언 합의 결렬에 불만을 품고 미국을 향해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ICBM은 미국이 가장 아파하는 것으로 이것을 만지작거림으로써 미국에 합의 결렬의 대가를 암시하려 하는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차해서 미사일을 다시 쏘면 미국 국민의 안보 불안 여론이 고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침으로써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는 미국의 상응 조치에 달려 있다고 말했지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건을 달지 않고 폐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동창리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 등의 상응 조치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한다고 하더라도 북미 협상의 판을 깨고 핵개발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판을 깨기엔 양측이 너무 멀리 왔기 때문이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존스타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앞으로 수주 안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다시 돌아갈 것을 희망한다”면서 “우리는 (2차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으며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5일 “(김 위원장이) 세계의 커다란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제2차 조미수뇌회담과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에 대한 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돌아오시는”이라고 보도하며 미국에 대한 비난을 삼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날 출국하는 등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도 본격화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이산 화상 상봉 장비 안보리 제재 곧 면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면제 결정 절차를 곧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4일 “유엔 안보리가 이산가족 화상상봉실 개·보수를 위한 전자기기와 광케이블 등의 대북 반출에 대해 조만간 대북 제재 면제 절차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유관국들은 대북 제재 면제에 거의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 면제를 최종 결정하고 통보하면 남한 정부는 북한과 장비 반출 일정 등을 협의한 뒤 화상상봉실 개·보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화상상봉은 서울과 평양 등에 마련된 상봉실에서 통신망으로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기존 설비는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사용되지 않아 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상봉실 개·보수가 이뤄지면 정부는 적십자 실무접촉 등 북측과의 협의를 거쳐 화상상봉 행사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상상봉은 대면상봉과 마찬가지로 대상자 선정과 생사 확인 등 준비에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아무리 일러도 다음달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화상상봉은 대면상봉 행사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 현실과 이산가족들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점을 고려해 상봉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으며, 2005년 처음 실시된 이후 그간 7차례 진행됐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북한, 기존 농축시설 계속 가동 징후”

    “북한, 기존 농축시설 계속 가동 징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집행이사회에 북한 핵프로그램과 관련, “기존에 알려진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이 계속 가동 중인 징후들을 포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북한 영변 상황을 설명하면서 작년 12월 이후 5MW(e) 원자로는 작동 징후가 없으며 재처리 활동도 관측하지 못했지만 이미 보고된 우라늄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은 계속 가동 중인 징후가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0년 11월 미국 핵물리학자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를 초청해 영변 핵 단지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주면서 2000대의 원심분리기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핵무기 1기 제조에는 고농축 우라늄 25㎏ 정도가 필요하고, 이런 양을 생산하려면 원심분리기 750~1000개를 1년 가동해야 한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북한 핵시설에 (IAEA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활동의 본질과 목적을 특정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IAEA 이사회 결의안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IAEA는 2009년 4월까지 북한에서 요원들을 상주시키며 검증 활동을 해왔다. 4명의 검증 요원들은 당시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판하는 의장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자 추방됐다. 이후 IAEA는 위성사진 등을 통해 북한 핵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측에 영변 외 다른 핵시설의 목록 작성과 신고를 요구했으나 북한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제2차 북미회담 결렬 후 북한 ‘강선’ 발전소에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가 수년간 작동돼왔다고 보도했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에는 집행이사회에 영변에서 움직임이 관측됐고 원자로 부품 조립,부품 공급 활동과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아마노 사무총장은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북한에서 핵 검증과 사찰 업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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