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무에 몰리는 면담요청/나윤도 뉴욕특파원(오늘의 눈)
한승주 외무장관이 4일 하오(한국시간 5일새벽)갈루치 미핵전담대사의 예방을 끝으로 4박5일 동안의 유엔방문 일정을 모두 끝내고 보스턴의 하버드대학을 경유,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유엔에 머무르는 짧은 기간동안 공식 외무장관회담만 22차례 가졌으며 각국 외무장관 및 대사를 위한 한차례씩의 만찬과 오찬,그리고 개천절 리셉션등을 통해 이번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외무장관들과 대화를 나누는 강행군을 치렀다.
한장관의 바쁜 일정,또 그의 기조연설에 대한 각국대표 및 기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국제무대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 취재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한장관의 일정 조정을 맡은 유엔대표부의 한 외교관은 과거에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 외무장관들이 많았는데 이번 경우는 반대로 면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아 바쁜 일정에 끼워넣기가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회담내용들도 과거에는 쌍무관계가 주의제였던데 반해 PKO문제,국제적 개발문제,유엔개혁문제등 글로벌한 주제로 다양화돼가고 있음도 지적했다.
또 한장관이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동안 유엔본부 3층에 있는 프레스룸에는 수십명의 각국 기자들이 생중계되는 그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몇몇 일본기자들은 한장관이 안보리 확대를 주장하면서 일본의 상임이사국 포함을 적시하지 않은데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연설이 끝난후 유엔 공보관실에 연설원문을 요청하는 기자들도 제법 있었다.
국제정치학자 출신 외무장관답게 한장관의 연설문 또한 쉬우면서도 설득력있다는 평이다.그가 이번에 준비해온 연설문은 세가지로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관 한국축제 폐막연설,유엔총회 기조연설,하버드대학 아르코 포름 연설등이다.공통된 주제는 탈냉전 이후의 변화에 관한 것으로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설은 한반도 전망에 관해,기조연설에서는 국제정세 및 인류공영 과제에 관해,하버드대학 연설에서는 사회주의체제의 붕괴등에 관해 나름대로의 논리를 전개해 나갔다.한데 꿰보면 훌륭한 한편의 국제정치학 강의록도 될 수 있다.
그는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학자출신 장관으로서의 지나온 소감을 묻는 질문에『많이 배웠다』고만 간단히 말했다.미사여구 보다는 진솔한 어휘 하나,몸가짐부터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기는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다.한장관 취임초 그의 체구에 비해 너무 커보였던 장관의자가 요즈음에는 딱맞아 보이듯 경제력 13위의 한국의 국제적 위상 역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