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보고서 목록’ 언론에 공개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대량살상무기 보유실태 보고서를 미국이 먼저 입수하면서 그 내용목록이 9일 CNN,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9쪽 분량의 목록에 따르면 이라크 보고서는 핵무기,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미사일 등 각 분야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 과정과 시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2461쪽에 달하는 핵무기 분야에는 프로그램개발 과정,핵물질,연료 이용,주요 장비 위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핵무기 외 다른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물품 조달,외국의 기술지원,기업 및 개인들과의 관계 등도 보고돼 있어 이라크에 무기계획을 제공해온 나라와기업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면 무기 비축 및 은닉을 위한 훈련교범 역할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미국의 행동을 “유례없는 강탈행위”라며 강력 비난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함께 검토하도록 제공된 원본 1부를 미국이 독점한 데 대한 항의도 터져나왔다.미하일 웨베 시리아 대사는 “미국의 행동은 안보리의 통합 원리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안보리는 당초 핵무기 관련 기술의 유출을 우려,유엔 무기사찰단이 1차 검토를 한 뒤 15개 이사국에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하지만 미국은 그같은 결정을 뒤집었다.
보고서 검토에 들어간 미국은 원본을 가져간 지 약 18시간 만에 복사본을만들어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나머지 상임이사국에 전달했다.
미국은 1∼2주 이내에 중앙정보국(CIA),국방부 등 해당기관들의 잠정적인 검토결과들을 취합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이 보고서를 이라크에 군사공격을 가하기 위한 구실로삼을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동맹국들에 전달했다.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한 외교관은 미국이 9일 “이라크가 제출한 보고서를 퍼즐의 조각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방아쇠로는 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