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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마음껏 달려, 하니

    이젠 마음껏 달려, 하니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지만 휠체어에 의지한 채 15년을 살았던 개 ‘챔프’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 <챔프!>(2006). 다리를 잃은 개를 위해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전용 휠체어를 만들어준 일본인 미우라 씨와 같은 주인공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태어난 지 5개월이 안 된 아들을 품에 안고 인터뷰에 나선 이신영 씨(34세). 그의 주변엔 한 식구나 다름없는 푸들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늘 정신없이 맴돈다. “하얀 푸들이 ‘씨니’예요. 웹디자인 일을 하던 때 이웃 사무실에 살던 녀석인데 자칭 ‘애견가’라는 주인으로부터 엄청난 괴롭힘을 받아 제가 뺏다시피 입양했죠. 그 주인이 어찌나 밉던지 어떻게든 혼내주고 싶었어요.” 그는 생업과 더불어 ‘아름품’이라는 동물 보호 단체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1인 거리 시위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강단 있게 활동했다. 당시 만난 그의 ‘챔프’가 바로 버려진 개 ‘하니’다. 한눈에도 볼품없는 발바리였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다리까지 절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입양을 기다리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아예 그가 데리고 살게 된 것이다. “외출했다 돌아올 때면 금방이라도 뛰어나와 반길 듯한 눈빛으로 엎드린 채 몸을 비벼대곤 했는데 너무 안쓰럽더라구요. 물이라도 제 힘으로 먹을 수 있게끔 스케이트보드에 태워보기도 했지만 마땅한 도구를 찾기는 힘들었어요.”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장애견을 키우는 사람들을 모아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기도 했다. “순전히 제가 외로워서 그랬죠. 우리나라는 장애 동물들을 대부분 안락사시키는데 끝까지 그 생명을 버리지 않고 품에 안고 사는 사람들끼리 위로가 필요했어요.” 수소문 끝에 가까스로 미국에서 제작한 휠체어 견본을 구할 수 있었고 즉시 하니를 위한 휠체어 준비를 시작했다. 공업사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부탁했지만 남는 장사가 아닌지라 모두 거절했고 급기야 좀처럼 잡아보지 않았던 망치와 펜치를 직접 들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고무바퀴를 구해 며칠간 구부리고 조이며 다듬어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하니는 휠체어를 타보지도 못한 채 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모든 게 부질없어졌지만 그는 또 다른 하니를 위해 휠체어 만드는 일을 계속했다. 한국장애동물연구협회 사이트를 개설하여 무료로 선물한 휠체어와 재료비만을 받고 제작해서 보급한 휠체어가 그새 백오십여 대에 이른다. 덕분에 양 손목이 시큰거리는 후유증을 안고 살지만 그동안 휠체어를 받았던 ‘단오’ ‘줄리엣’ ‘반이’ 등의 이름을 되새기면 무척 흐뭇하다. 남편 김재혁(35세) 씨는 아들 지원이가 태어난 날을 잊지 못한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바로 아이가 나올 것 같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집으로 달려갔는데 자기 몸 챙기기는커녕 보내줘야 할 휠체어가 두 대 있다며 포장해서 보내놓고 병원에 가자고 하더군요. 아파서 신음하면서도 휠체어 챙겼던 그날 아침을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이 나요.” 이신영 씨는 이제 산후 조리가 끝나고 아픈 손목이 좀 나아지면 다시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가 없어도 이 일을 대신할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바라요. 돈 남는 장사를 해도 좋으니 미국처럼 휠체어 제품이 정식으로 만들어지기만 해도 좋겠어요.” 앨범 사진 속 하니가 금방이라도 웃으며 힘껏 그에게 뛰어오를 것만 같다. 취재, 사진 이만근 기자 월간샘터 5월호 중에서..
  • ‘안락사’ 의사 케보키안 가석방

    ‘죽음의 의사’로 불려온 잭 케보키안 박사가 8년여만에 복역을 마치고 지난 1일(현지시간) 출감했다.130여명의 시한부 환자의 안락사를 도운 혐의로 미국 미시간주 순회지방법원에서 10∼2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가석방으로 나온 터였다. 케보키안 박사는 출감 후 3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출감은 내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일들 중 하나”라고 말하면서 “나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가석방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이상 안락사를 돕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가석방 조건에는 안락사와 자살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낙태·안락사 허용… 불필요한 고통 없애야”

    “낙태·안락사 허용… 불필요한 고통 없애야”

    “인간의 존엄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인간 중심주의에 빠지게 되는데 이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종(種)차별은 성차별, 인종차별이나 마찬가지로 비윤리적입니다.” 실천윤리학의 세계적 거장인 피터 싱어(61)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가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철학회가 마련한 제10회 다산기념철학강좌 참석차 방한한 그는 21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이 시대에 윤리적으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강연회를 갖는다. 싱어 교수는 강연회에 앞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강연회에서 소개할 내용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주제가 암시하듯 그는 우리 시대의 윤리적 쟁점들을 이번 강연에서 다루려고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 차례의 강연내용은 각각 ‘윤리의 본질’ ‘지구적 기후변화와 빈곤구제’ ‘동물해방’ ‘생명의료의 도덕적 기준’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대목은 ‘빈곤구제’와 ‘동물해방’. 싱어 교수는 “자원은 전 지구인들이 공존하는 데 충분하지만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나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위에 걸맞지 않게 자원배분에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동물해방 운동의 선구자인 싱어 교수는 “동물도 인간처럼 쾌락과 고통을 느낀다.”면서 “‘이익 동등 고려의 원칙’에 따라 동물들의 이익도 동등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팬지를 실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인간 또한 실험용으로 사용될 수 있고,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면 동물 또한 실험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공장식 농장’에서 생산된 육류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는 그와 그의 가족들은 모두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이다. 그는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들인 제레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영향을 받아 이 같은 새로운 공리주의적 윤리관을 정립해 냈다. 생명윤리와 관련해서도 그의 공리주의적 생각은 일관된다.‘인간생명의 신성성’보다는 ‘삶의 질’에 기초한 윤리를 주장한다. 낙태나 장애아에 대한 치료중단, 고통없는 유아살해, 안락사 등을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필요한 고통’은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 태생인 싱어 교수는 1977년부터 호주 모나시 대학에서 가르치다가 99년 프린스턴 대학교로 옮겨 인간가치연구센터의 생명윤리학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실천윤리학’ ‘동물해방’ ‘세계화의 윤리’ 등의 저서는 국내에도 소개됐다. 글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이젠 마음껏 달려, 하니

    이젠 마음껏 달려, 하니

    취재, 사진 이만근 기자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지만 휠체어에 의지한 채 15년을 살았던 개 ‘챔프’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 <챔프!>(2006). 다리를 잃은 개를 위해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전용 휠체어를 만들어준 일본인 미우라 씨와 같은 주인공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태어난 지 5개월이 안 된 아들을 품에 안고 인터뷰에 나선 이신영 씨(34세). 그의 주변엔 한 식구나 다름없는 푸들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늘 정신없이 맴돈다. “하얀 푸들이 ‘씨니’예요. 웹디자인 일을 하던 때 이웃 사무실에 살던 녀석인데 자칭 ‘애견가’라는 주인으로부터 엄청난 괴롭힘을 받아 제가 뺏다시피 입양했죠. 그 주인이 어찌나 밉던지 어떻게든 혼내주고 싶었어요.” 그는 생업과 더불어 ‘아름품’이라는 동물 보호 단체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1인 거리 시위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강단 있게 활동했다. 당시 만난 그의 ‘챔프’가 바로 버려진 개 ‘하니’다. 한눈에도 볼품없는 발바리였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다리까지 절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입양을 기다리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아예 그가 데리고 살게 된 것이다. “외출했다 돌아올 때면 금방이라도 뛰어나와 반길 듯한 눈빛으로 엎드린 채 몸을 비벼대곤 했는데 너무 안쓰럽더라구요. 물이라도 제 힘으로 먹을 수 있게끔 스케이트보드에 태워보기도 했지만 마땅한 도구를 찾기는 힘들었어요.”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장애견을 키우는 사람들을 모아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기도 했다. “순전히 제가 외로워서 그랬죠. 우리나라는 장애 동물들을 대부분 안락사시키는데 끝까지 그 생명을 버리지 않고 품에 안고 사는 사람들끼리 위로가 필요했어요.” 수소문 끝에 가까스로 미국에서 제작한 휠체어 견본을 구할 수 있었고 즉시 하니를 위한 휠체어 준비를 시작했다. 공업사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부탁했지만 남는 장사가 아닌지라 모두 거절했고 급기야 좀처럼 잡아보지 않았던 망치와 펜치를 직접 들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고무바퀴를 구해 며칠간 구부리고 조이며 다듬어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하니는 휠체어를 타보지도 못한 채 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모든 게 부질없어졌지만 그는 또 다른 하니를 위해 휠체어 만드는 일을 계속했다. 한국장애동물연구협회 사이트를 개설하여 무료로 선물한 휠체어와 재료비만을 받고 제작해서 보급한 휠체어가 그새 백오십여 대에 이른다. 덕분에 양 손목이 시큰거리는 후유증을 안고 살지만 그동안 휠체어를 받았던 ‘단오’ ‘줄리엣’ ‘반이’ 등의 이름을 되새기면 무척 흐뭇하다. 남편 김재혁(35세) 씨는 아들 지원이가 태어난 날을 잊지 못한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바로 아이가 나올 것 같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집으로 달려갔는데 자기 몸 챙기기는커녕 보내줘야 할 휠체어가 두 대 있다며 포장해서 보내놓고 병원에 가자고 하더군요. 아파서 신음하면서도 휠체어 챙겼던 그날 아침을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이 나요.” 이신영 씨는 이제 산후 조리가 끝나고 아픈 손목이 좀 나아지면 다시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가 없어도 이 일을 대신할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바라요. 돈 남는 장사를 해도 좋으니 미국처럼 휠체어 제품이 정식으로 만들어지기만 해도 좋겠어요.” 앨범 사진 속 하니가 금방이라도 웃으며 힘껏 그에게 뛰어오를 것만 같다. 월간샘터 5월호 중에서..
  • “버림받은 개 새 주인 찾습니다”

    용인시는 7일 버려진 동물들로 인한 각종 사고와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유기견 보호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유기동물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광견병 등을 예방하기 위한 동물병원과의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한다. 시는 우선 처인구 관내 동물병원 3곳과 계약을 맺고 연간 300마리 가량의 유기동물들을 관리해 치료한 뒤 새로운 주인들에게 분양한다. 버려진 유기 동물의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해 동물을 안전하게 포획하고 보호 조치를 취한 후 구청 게시판에 주인을 찾기 위한 공고를 한다.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질병 치료가 어려운 유기동물은 안락사시키고, 나머지는 동물 애호가들에게 분양한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버림 받은 개 새 주인 찾습니다”

    용인시는 7일 버려진 동물들로 인한 각종 사고와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유기견 보호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유기동물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광견병 등을 예방하기 위한 동물병원과의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한다. 시는 우선 처인구 관내 동물병원 3곳과 계약을 맺고 연간 300마리 가량의 유기동물들을 관리해 치료한 뒤 새로운 주인들에게 분양한다. 버려진 유기 동물의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해 동물을 안전하게 포획하고 보호 조치를 취한 후 구청 게시판에 주인을 찾기 위한 공고를 한다.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질병 치료가 어려운 유기동물은 안락사시키고, 나머지는 동물 애호가들에게 분양한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로마 검투사 패하면 죽였다고?”

    “로마 검투사 패하면 죽였다고?”

    “검투사들은 패하면 바로 죽음을 당한 것이 아니다. 많은 검투사들이 상처를 치료받고 다시 싸웠다.3년 동안 싸워 살아나면 안락한 은퇴생활을 한 뒤 자연사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사’에 대한 오해가 벗겨졌다. 3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고대 로마의 대도시인 터키의 에페수스에서 검투사들의 집단묘지와 검투사들과 관련된 분명한 글씨가 있는 묘비 3개가 처음 발견됐다. 묘지에서는 수천개의 뼈가 발견돼 검투사들이 어떻게 살았고, 싸웠고, 죽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 병리학과의 카를 그로스슈미트, 파비안 칸츠 두 교수는 발굴된 두개골, 뼈 등에 남아 있는 상처 또는 치료 흔적 등을 토대로 5년간의 연구를 통해 검투사들의 나이, 부상, 사인 등을 추정했다. 두 교수는 분석을 통해 모두 20∼30세인 67명의 유골 흔적을 확인했다. 검투사들이 고가의 치료를 받았음도 추론해냈다. 한 유골은 외과적 절단수술의 징후도 있었다. 특히 검투사들이 원형경기장에서 무사나 맹수와의 결투에서 살아 남을 가능성이 역사 기록(3분의1)보다 높았다. 물론 두개골이 삼지창에 찔린 흔적도 많았다. 두 교수는 복수의 상처 흔적이 한꺼번에 발견되지 않은 것을 통해 결투가 심판의 엄격한 규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추론했다. 역사 기록에는 겁을 먹고 제 기량을 보이지 않으면 “창으로 찔러버려.”라고 군중들이 요구하면서 즉결 처형도 이뤄졌다고 나와 있다. 결투 중 치명상을 입으면 무릎 꿇린 상태에서 약간의 온정을 가미, 안락사 격으로 최후의 일격이 가해졌음도 규명됐다. 검투사들은 원형경기장의 결투에서 3년간 살아남을 경우 자유를 얻어 은퇴한 뒤 검투사 양성기관 강사 등으로 여생을 보냈음을 두개골 중 한 개가 보여주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고대로마는 전쟁포로나 노예, 죄인 등에게 검투사를 시켰다. 그들은 칼을 들고 사람이나 맹수와 싸웠다. 일부는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자유인도 검투사가 됐던 배경이다. 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혼자라고 느껴질 때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혼자라고 느껴질 때

    문득 외로움이 밀려 올 때가 있다. 세상에 혼자인 것 같고 아무에게도 말 못할 먹먹한 가슴으로 잦은 한숨을 쉬고 기운을 놓을 때가 있다. 얼마 전 이른 새벽. 담배만 푹푹 피워 물다 잠도 들지 못하고 뒤척이며 일어나 TV를 틀었는데, 부지불식간에 이런 제목의 단막극이 시작되고 있었다.‘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 그 순간 가까스로 참고 있던 외로움이 봇물 터지 듯 순식간에 밀려들어 왔다. 쪽팔린 얘기로 차마 ‘울음이 터졌드랬어요.’라고는 못하겠고,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세상의 모든 슬픈 노래가 내 얘기 같고, 나만 뚝 떨어져 이렇게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느낌말이다. 갑자기 우울증의 심각함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슬픔과 외로움을 홀로 견디고 있을 당신에게 이 영화를 선물한다. ‘타인의 삶(The Lives Of Others/Das Leben der Anderen,2006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동독에서 시작한다. 나라와 자신의 신념을 맹목적으로 고수하던 차가운 인격의 소유자인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이만을 체포할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그와 크리스타로 인해 감동받고 사랑을 느끼며 인간적으로 끌리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비즐러의 삶에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파문이 일어나고 통일된 독일에서의 비즐러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한 남자가 감시하던 두 남녀를 통해 역으로 사랑과 인간애를 배우게 되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유럽 대륙을 넘어 세계적으로 그 감동을 나누고 뒤늦게 우리 곁에 찾아 왔다. 언제나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 주는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영화 ‘씨 인사이드(The Sea Inside/ar Adentro,2004년)’ 역시 독특한 색깔을 불어넣어 감성을 뒤흔든다. 전신마비자의 억눌린 욕망을 마치 새가 훨훨 날아가는 것 같은 시점으로 보여주는 영화 도입부와 후반부, 꿈 장면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은 딱딱해 보일 것만 같았던 안락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신비감과 독창성을 부여한다. 그저 논란이 되었던 실화를 재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화로서 어둡고 고난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던 라몬 삼페드로의 밝고 쾌활한 성격, 그가 던지는 유쾌한 유머들로 보는 이들의 마음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삶은 자주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흐른다. 속도 또한 발맞추기 힘든 지경으로 쏜살같다. 좌절과 수시로 맞닥뜨리고, 불행은 결코 나만을 비켜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도는 더 간절해지고, 노력은 불가피하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고 있는 현자를 아니꼽게 본 장사치가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새 한 마리를 손에 쥐고 찾아갔다. 그리고 물었다.“이 새가 살겠습니까, 죽겠습니까.” 살겠다 하면 힘을 주어 죽일 참이었고, 죽겠다 하면 날려 보낼 참이었다. 현자는 이렇게 말했다.“그 새는 네 손에 달렸다.” 삶은 ‘내’손에 달려 있다. 시나리오 작가
  • 佛 안락사 지시 의사에 1년형

    |파리 이종수특파원|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프랑스 의사와 간호사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무죄선고가 내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도르도뉴 법원은 15일 4일 동안의 신문을 마치고 2003년 말기 췌장암 환자에게 안락사를 지시한 의사 로랑스 트라무아와 처방전에 따라 치사량의 염화칼륨을 주사한 간호사 샹탈 샤넬에게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두 사람 모두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vielee@seoul.co.kr
  • 佛대선정국 안락사 논쟁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가 ‘안락사 논쟁’에 휩싸였다. 발단은 2003년 8월 남동부 페리귀외에서 의사 로랑스 트라무아와 간호사 샹탈 샤넬이 치료가 불가능한 췌장암 말기 환자 폴레트 드뤼에(65)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인체에 치명적인 칼륨을 주사한 사건.12일 도르도뉴 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은 두 사람의 유죄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법정에서 트라무아는 “환자가 어머니처럼 가깝게 지내던 사이가 아니었더라면 칼륨 주사 처방전까지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의식 상태에 빠진 환자를 본 순간 의사라는 직분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한 협회(ADMD)’ 회원 100여명은 법원 앞에서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앞서 사건이 알려진 지난 8일 전국 2134명의 의사·학자·간호사는 정부에 안락사 합법화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하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대선 후보 진영이 가세하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법 개정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사회당이다. 제1서기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12일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일정한 조건 아래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그 배경으로 “위엄있게 살고 죽을 수 있는 기본권이 확립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안의 민감함을 고려, 집권당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는 신중한 반응이다.그는 “고통과 대면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며 안락사 허용 법안 지지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2005년 통과된 안락사에 관한 ‘레오네티법’은 치료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의학수단에 의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한 안락사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와 벨기에만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vielee@seoul.co.kr
  • 영화 2편으로 본 인생사는 법

    새봄, 극장가를 감동으로 수놓을 유럽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는다. 스페인에서 안락사 논쟁을 일으켰던 실화 ‘씨 인사이드’와 냉혹한 동독 비밀경찰의 인간성 회복을 담고 있는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다. 할리우드 대작도 아니고 화려한 톱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낯설어하는 관객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일단 한번 보시라. 극장 문을 나설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곱씹게 될 터. 물론 재미는 기본이다.‘놓치면 후회한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깝지 않은 영화들이다. ■ 씨 인사이드 수심 낮은 바닷가에서 다이빙을 하다 목뼈가 부러진 뒤 26년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살아온 전신마비 환자 라몬 삼페드로. 그는 누군가의 손길 없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 그는 “삶은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주장하며 권리를 잃어버린 삶을 ‘끝낼 권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그의 안락사 청원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디 아더스’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스페인을 안락사 논쟁으로 들끓게 만든 실화를 통해 묻는다. ‘죽을 권리, 과연 인정해야 하는가?’ 감독은 라몬이 쓴 ‘지옥으로부터의 편지’를 읽고 매료돼 영화를 결정했다. 하지만 영화는 대놓고 어느 것도 선동하고 있지 않다. 그저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라몬과 주변 인물들의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그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것만 빼면 그리 불행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형수를 비롯한 가족의 헌신적인 돌봄을 받아왔고, 방향은 다르지만 그를 도우려는 변호사 훌리아와 이혼녀 리사의 사랑도 받고 있다. 형수의 말대로 그는 “이 집에서 사랑 빼곤 받은 게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남에게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다면) 웃어서 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뼈아픈 라몬의 말에서 그의 무거운 내면을 읽게 된다. 그가 가진 고통은 그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환상적인 카메라 워킹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따라 유영하는 듯 담아낸 푸른 대지와 산, 바닷가…. 환상에서 깨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그를 바라보는 건 절망이다. 관객은 어느새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의 갈망을 이해하게 되고 그의 마지막 선택을 흐릿한 눈으로 받아들인다. 라몬 역을 맡아 눈부신 열연을 펼친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페인의 국민배우.‘하몽하몽’ ‘당신의 다리 사이’ 등을 통해 ‘섹스 심볼’로 각인된 그의 변신이 놀랍다. 그는 이 영화로 제6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는 15일 개봉,15세 관람가. ■ 타인의 삶 누군가 당신의 삶에 현미경과 청진기를 들이댄다면, 거꾸로 당신이 누군가의 속내를 낱낱이 몰래 들여다볼 수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당신과 누군가는 겉다르고 속다른 삶의 태도에 실망하고 냉소하게 될 것이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초원복국집 사건’이나 ‘엑스 파일’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대화 내용의 몰상식함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은 도청이라는 비인간적 행위를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사랑도, 예술도 설 자리가 없었던 1984년 동독. 체제 유지를 위한 대민 도청이 상상을 초월하던 시절, 그 속에서 비밀경찰 비즐러는 피도 눈물도 없이 임무를 수행해온 기계적 인간이었다. 그에게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라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 그가 남은 물론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 그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에게 빠져들고 급기야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남몰래 그들을 지켜주기에 이른다. 영화는 아무리 얼어붙은 시대라도 역시 사람만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냉혈한에서 휴머니스트로 거듭나는 비즐러 역의 울리시 뮤흐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그는 시종일관 메마른 얼굴에 꿰뚫는 듯한 눈빛 하나로 비즐러의 차가운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비즐러가 스승의 죽음을 애도하는 드라이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표정없이 눈물만 떨구는 장면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비즐러의 숨은 선행을 알게 된 드라이만. 그가 비즐러에게 뒤늦게 감사를 전달하는 마지막 반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는 22일 개봉,15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서울시교육청 ‘통합논술교실’ 지상중계] (9) 논리력과 사고능력 키우기

    [서울시교육청 ‘통합논술교실’ 지상중계] (9) 논리력과 사고능력 키우기

    오늘 중점적으로 다룰 내용은 바로 제시문에 대한 공포에 대한 것이다. 제시문을 볼 때 느끼는 공포감을 어떻게 타파할 것이냐의 문제다. 여러분이 제시문을 볼 때 어려워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고1,2,3을 거치면서 계속 봤던 글이 수능인데 이보다 수준이 높은 어휘가 나오면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자까지 들어가면 치명적이다. 두번째는 논술 지문이 수능에 나오는 지문 분량을 넘어가는 순간 두려움을 느낀다. ☞ 서울시교육청 논술강의 녹취록(9회) 바로가기 그럼 어떻게 하면 제시문과 친해질 수 있을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일단 기출문제 제시문에 익숙해 져야 한다. 둘째, 글을 문장, 문단 단위로 요약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림이나 통계, 도표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나씩 보자.2007학년도 성균관대 논술문제다.(지문1 참고) 이런 글이 나왔을 때 어려워하는 이유가 뭔가. 이미 이론은 배웠다. 그런데 이런 이론을 말로 풀어놓은 걸 보고 이 이론을 찾아내야 하는데 못 찾는다. 문제부터 막 풀려고 하지 말고 제시문을 편안하게 읽어 봐라. 우선 이 내용이 내가 배운 무슨 과목의 내용과 관련 있는가를 따져 봐라. 그냥 편안히 읽는 훈련이 상당히 중요하다. 여러분 스스로 이 내용이 어떤 교과와 관련 됐는지 역으로 추적하는 연습을 하면 (효과가)기가 막힌다. 내가 장담한다. 다음에는 더 무식한 방법이다.(지문2 참고) 자, 이 글의 요지가 뭔가. 얘기해 보라고 하면 머리에서 스팀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런 훈련을 해야 한다. 전체가 세 문단, 첫번째 문단은 4개의 문장으로 돼 있다. 이 각각의 문장을 여러분의 말로 축약해 봐라. 이때는 어구가 아니라 주어와 술어가 있는 완성된 문장으로 축약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4개의 문장을 다 축약했으면 다시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 이게 바로 문단의 요약이 된다. 두번째 단락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문단의 요약문을 연결하면서 앞뒤 문장이나 문단이 뭘 얘기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이런 식의 공부는 이미 여러분이 하고 있다. 바로 영어 과목에서다. 영어는 직역을 한 뒤 의역하고 자연스럽게 의미 축약을 한다. 그런데 국어는 이렇게 공부하지 않는다. 한글이니까 그냥 읽어나간다. 그렇게 하지 말고 국어는 물론 사회나 과학 시간에도 이런 식으로 줄이는 훈련을 자꾸 해야 한다. 다음으로 여러분은 도표가 나오면 상당히 싫어한다. 하지만 진짜 재미있는 것이 도표다. 도표 자체가 글이다.(지문3 참고) GDP 알지? GDP가 죽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이 옆에 다른 표를 하나 더 붙였다. 우리나라 절대 빈곤율을 계산해 보면 수치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거의 비슷하다. 나라가 발전하는데 절대 빈곤층은 왜 그대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또 따져보자. 과거의 절대 빈곤층과 지금의 절대 빈곤층이 느끼는 고통은 같을까, 다를까? 왜 다른가. 상대적 빈곤 때문이다. 예전에는 절대 빈곤감만 느꼈지만 이젠 상대적 빈곤감까지 느낀다. 이런 문제를 찾아낼 줄 알면 된다. 이런 내용을 차례로 인과 과정을 따지면서 이야기하면 아주 체계적이고 부드러운 글이 나온다. 다음을 보자.(그림1 참고) 뭐가 보이나. 천사와 악마. 이게 왜 중요한가. 흰 부분에 초점을 맞출 때와 검은 부분에 초점을 맞출 때 다르다. 두 개를 동시에 보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것을 가지고 가르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검은 부분과 흰 부분을 넘나들며 설명해야 한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바로 관점의 전환이 자유로워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수업 시간에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터 얘기가 나오면 여러분은 한결같이 ‘기업 이기주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악을 써 댄다. 하지만 너희 집 앞이라면? 당장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 이기주의고 뭐고 간에 안 된다고 한다.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생각을 하려면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관점을 전환시켜서 봐야 한다. 자신이 관점을 전환시키면서 그 관점에서 통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 일반적인 법칙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연습을 많이 해야 풍요로운 글이 나올 수 있다. 사진을 보자.(그림2 참고) 1908년 캘리포니아의 소녀 노동자다. 느낌이 어떤가. 불쌍하다. 또? 자본주의. 이 사진을 보면 여러분은 ‘초기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하면서 얘기를 한다.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논술을 잘 하려면 감정도 풍요로워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남을 보고, 어떤 현장을 보고, 감동받고, 고민하고, 눈물을 흘리고, 이런 것이 있어야 글도 잘 써지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것 없이 차가우면 글도 차갑고 보는 재미도 없다.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느껴야 한다. 여러분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나 사진, 글들을 보면서 자기가 마음으로 느끼는 훈련도 굉장히 중요하다. 평소 이런 것들이 갖춰지면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훨씬 더 많이 발전한다. 다시 돌아가 여러분이 어떤 글이든지 제대로 분석하면 그 글에 대한 반박이나 옹호의 글을 편하게 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의 기본은 글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지겹고 짜증나지만 반복할수록 시간이 줄어든다. 이게 핵심이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렇게 질문한다.‘어떻게 하면 될까. 이런 걸 언제 하느냐. 연습할 시간이 없다.’ 딱 한 가지만 말하겠다. 학교에서 언어 영역 공부할 때 비문학 지문이 나오면 1∼5번까지 답안만 보지 말고 (지문을) 요약해 봐라. 이를 완성된 문장으로 쓰고, 이와 같은 게 있으면 그게 답이다. 답이 틀렸다면 국어 선생님께 어디가 틀렸는지 물어봐라. 실력이 빨리 오른다. 이렇게 하면 수능 성적도 바로 오르고, 논술 성적도 오른다. 이렇게 공부하는 방법을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통일시켜야 한다. 여러분이 쏟을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돼 있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려면 공부 방법을 하나로 모아가야 한다. 사회 교과도 마찬가지다. 교과서를 읽을 때 밑줄 친 것을 외우려고 하지 말고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앞뒤 맥락을 살피면서 소설책 보듯이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다음주에는 통합논술교실 지상중계 마지막회로 그동안 강의에 참여한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조언하는 ‘통합논술의 오해와 진실’ 좌담회가 이어집니다. ●지문1 사익(私益)과 공익(公益)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을 어떻게 규정하고 양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아담 스미스(A.Smith):공익은 정당한 사익의 합이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합리적 자기 이익의 원리 <각 개인은>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였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상인들은 말 몇 마디만 해도 그런 허풍을 떨지 않는다. 각 개인은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해서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도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2007학년도 성균관대 수시1학기 ●지문2 노직이 주장하는 소유권 이론에 의하면, 최초의 사유재산권은 자원에 대한 노동력 투입에 의해서 창출된 가치를 소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권리는 문자 그대로 절대적인 권리이고, 자기 자신의 동의 없이는 절대로 양도될 수 없는 권리이다. 이러한 절대적 사유재산권은 자신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그와 동일한 타인의 절대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전이될 수 있다. 자유교환의 결과로 어느 특정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았다면, 설령 그 결과가 사회 전체의 복지 증가에 이바지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유교환을 간섭하거나 규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노직에 따르면, 개인의 독립성은 자기이익의 증가를 위하여 자유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동기적 합리성과 인지적 합리성을 소지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이성과 존엄성을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고 추정되는 무생물이나, 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고 믿어지는 저급동물과는 자유계약을 맺지도 않고, 그들에게도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상대방과 자유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대한 이행을 요구하고, 예상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 입장은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이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매춘, 도박, 자살, 안락사, 자발적 노예계약 등과 같은 소위 말하는 “피해자 없는 범죄”의 부도덕성을 부인하고, 정부개입의 부당성을 주장한다. 노직의 이러한 극단적인 자유시장경제 옹호론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바도 없지 않다. 그러나 조직 폭력배들에 의한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것은 노직의 입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킨다. 왜냐하면 노직이 도덕적으로 허용한 것은 자발적 매춘, 노예계약에서의 바로 그 자발성이지, 어떠한 형태의 비자발적 계약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
  • [현장 행정] 용산구 동물보호소

    [현장 행정] 용산구 동물보호소

    # 이야기 하나 서울 용산구 후암동 삼광초교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배회하던 강아지를 데리고 남산동물병원을 찾았다. 동물병원에서 버려진 개·고양이를 신고받아 치료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주성일 수의사는 데려온 강아지를 검진했다. 다행히 질병이 없었다. 예방접종을 마치고 강아지를 예쁘게 단장했다. 목욕하고, 털을 깎으니까 귀여운 애완견으로 변신했다. 강아지 사진을 ‘용산구 수의사회 유기견센터’에 올렸다. 며칠 후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50대 여성이 “같이 살던 강아지가 죽어서 다시는 애완견을 키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예쁜 아이가 버려진 것이 마음 아파 용기를 냅니다.”는 글을 남겼다. 강아지는 새로운 주인의 품에 안겼다. # 이야기 둘 20대 부부가 강아지를 구입하려고 용산구 보광동 보광동물병원을 찾았다. 안성택 수의사가 얼굴이 주먹만한 조그마한 강아지를 보여줬다. 혀로 손을 핥으며 장난을 걸었다. 꼬리도 살랑살랑 귀엽게 흔들었다. 애교덩어리였다. 부부는 “얼마냐.”고 물었다. “무료입니다. 정성껏 키워주세요. 길 잃은 아이인데 우리 병원에서 검진하고 예방접종까지 마쳤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언제라도 데려오세요.” 안 수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부는 기쁜 마음으로 강아지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유기동물 대부분이 안락사 6일 용산구에 따르면 서울시수의사회 용산구분회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가 호응을 얻고 있다. 우용균 용산구청 지역경제과장은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줄이고 입양을 늘리기 위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종합적인 유기동물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소에서는 버려진 개나 고양이가 있다는 신고를 받으면 동물사랑 119팀을 출동시킨다.119팀은 유기동물을 포획해 가까운 동물병원(18곳)에 데려간다. 동물병원은 건강검진·예방접종을 마쳐 원하는 주민에게 동물을 보낸다. 입양 신청은 동물보호소(02-778-7582)와 인터넷 카페 용산구 수의사회 유기견센터(cafe.daum.net/animalshelter)에서 받는다. 원래 주인이 찾아오면 동물을 돌려준다. 지난해 용산구에서는 유기동물 556마리(개 296마리, 고양이 256마리, 기타 4마리)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옛 주인이나 새 주인을 만난 개는 19마리(6.4%)이고, 고양이는 11마리(4.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폐사하거나 안락사 당했다. 서울시 전체에서도 지난해 유기동물이 1만 6016마리 발생했지만, 입양은 6.2%(1054마리), 주인 인도는 4.5%(721마리)에 불과했다. ●동물보호소 애용해 주세요 그러나 용산구가 올해부터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3월1일 현재 유기동물 55마리(개 45마리, 고양이 8마리, 기타 2마리) 가운데 39.5%인 39마리가 새 주인을 만났다. 버려진 동물이지만, 수의사가 건강검진을 마쳐 건강하다고 소문이 나자 입양 문의가 쏟아졌다. 고양이의 경우 불임수술을 실시한 뒤 방사하기도 한다. 구청은 동물 위탁관리·수술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동물사랑 119팀(019-467-6798)은 휴일이나 심야에도 활동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동물이 있다고 신고받으면 30분 이내에 출동해 당직 동물병원으로 이송, 응급처치를 실시한다. 구청은 개나 고양이를 희망하는 보육원이나 노인복지시설에 기증할 계획이다. 서울수의사회는 기증 동물에 사료를 지원하고 지역 동물병원은 치료·관리를 맡겠다고 나섰다. 주 수의사는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수의사들이 뜻을 같이했다.”면서 “생명사랑을 실천해 동물에도, 사람에게도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보람있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故김형칠선수 탔던 애마 ‘벤더버그’ 안락사 않고 내년초 귀국 ‘제2의 삶’

    호주산 거세마인 ‘벤더버그 블랙’(12)은 썩 괜찮은 말이었다.2002년 7월 초 5만 2000호주달러(약 3840만원)의 몸값에 한국 땅을 밟은 뒤 곧바로 출전한 부산아시안게임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주인과 찰떡 호흡을 뽐내며 은메달을 합작했다. 그러나 ‘벤디’란 애칭으로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이 말은 지난 7일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뜻하지 않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빗줄기 속에서 열린 종합마술 경기 도중 앞발이 장애물 끝에 걸려 공중제비를 돌았고, 그 탓에 주인인 고(故) 김형칠 선수를 먼저 떠나보냈다. 이후 벤디의 뒷다리가 부러져 현지에서 ‘안락사’를 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말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유족들도 “어차피 다리가 심하게 부러졌다면 고인과 함께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국내외 언론들도 ‘안락사’를 기정사실화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주인과 말을 순장시키느냐.”며 대한승마협회를 거세게 비난했다.●“벤디, 안락사 안 시킨다” 안락사 위기에 놓였던 벤디에게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날아 들었다.‘벤디의 재활이 가능해 안락사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벤디를 정밀진단한 튀니지 출신의 이네스 올파 벤트 투자니(아시안게임 수의분과위원장) 박사는 “엑스레이 촬영 결과 뒷다리 골절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관절에 실금이 갔을 뿐이어서 재활을 통해 보행이 가능할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벤디는 카타르승마협회장인 셰이크 하마드 빈 알리 알 타니 소유의 ‘마장(馬場)’으로 옮겨졌다. 치료와 재활은 투자니 박사의 손에 맡겨졌고, 비용은 알 타니 회장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고 김형칠 선수의 유족들도 “벤디가 돌아온다면 고인이 살아돌아온 것처럼 기쁠 것”이라며 반겼다. 승마계도 크게 환영했다.‘인마일체’를 중시하는 승마계에서 말을 안락사시키는 예가 좀처럼 드물기 때문이다. 시합용으론 어렵더라도 재활을 통해 초보자용 승용마로라도 거듭나게 하는 것이 관례다.●용인 금안회 마장에서 새 삶 승마협회 박원오 전무이사는 “국내로 돌아오기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컨테이너에 실어 비행기로 수송해야 하는데 24시간 이상 서 있을 정도로 벤디의 근력이 회복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벤디는 치료와 재활을 마친 뒤 내년 초 경기도 용인의 ‘금안회’ 마장에서 고인 대신 운영을 맡은 형 성칠씨 부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제2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경기용 말로는 재기하기 어렵지만 자연사하는 그 날까지 편안하게 지내도록 한다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유족들은 생각한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선수단 충격 종합마술 포기

    고 김형칠 선수가 낙마 사고로 숨졌다는 비보는 메달 레이스에 열중해 있던 한국 선수단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곧바로 선수촌에서 이에리사 총감독, 부단장 등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장례 절차와 운구 방법 등을 논의했다. 정현숙 단장도 메인미디어센터를 찾아와 국내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회견을 준비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정 단장은 “선수를 보호하지 못해 가족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대회조직위원회와 국제승마연맹이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한다.”고 밝혔다.탁구 혼합복식 결승전 준비에 열중하던 현정화 여자대표 감독은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여러 경기장에 흩어져 있던 선수들도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장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도하의 하마드 종합병원에는 승마 대표팀 선수들과 대한승마협회 직원 10여명이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지켰다.선수들은 7일과 8일의 종합마술 경기는 포기하고 11일과 12일 열리는 개인 및 단체 장애물 경기에만 출전하기로 했다.●김형칠이 탄 ‘분더버그 블랙’은 4년간 동고동락한 자신의 애마. 넘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에 승용마로서 제 몫을 할 수 없게 돼 어쩔 수 없이 안락사 과정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결국 김형칠은 끔찍이 아꼈던 애마와 운명을 함께 하게 됐다.
  • [씨줄날줄] 품위있는 죽음/황진선 논설위원

    웰다잉(well-dying), 즉 품위 있는 죽음은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다. 웰빙은 자신의 경제력에 따라 다른 사람을 흉내내 해결할 수 있지만, 웰다잉은 다르다. 죽음은 대부분 거부감과 두려움에 떨며 고스란히 개인적으로 겪어내야 하는 고통이다. 우리처럼 급속하게 고령화로 치닫는 사회에선 갈수록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05년 6월 창립된 ‘죽음학회’ 회원들은 잘사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는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들은 ‘좋은 죽음’이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맺혔던 것을 다 풀어서 여하한 감정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호스피스는 환자에게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을 베풀지만, 연명의술(延命醫術)을 권하지는 않는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면서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완화되도록 도움을 준다.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은 지구촌 곳곳에서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의 ‘테리 시아보 사건’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15년째 급식 튜브로 연명하는 식물인간 아내 테리(사망 당시 41세)의 튜브를 제거해 달라는 남편의 소송에 미 연방대법원은 친정 부모와 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네덜란드는 2003년 환자가 자발적으로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갖추는 조건으로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조화로운 삶’의 저자인 미국의 자연주의자 스코트 니어링의 죽음은 인구에 회자된다. 그는 1983년 99세의 나이로 죽기 얼마전 이런 유서를 작성했다.“죽을 병이 오면…나는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음식을 끊고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사람들은 마음과 행동에 조용함, 위엄, 이해, 기쁨과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누기 바란다.” 지난 8월2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70대 여인 변사 사건은 15년동안 뇌졸중으로 투병하던 아내를 간병하며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74세 남편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도 스코트 니어링처럼 자신의 의지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는 없는 것일까.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세상을 바꾼 법정/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지음

    1955년 미국에서 매카시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 존 헨리 폴크는 라디오 DJ로서 공산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하지만 방송연예계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격분했고, 이에 대항하다가 그 자신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폴크는 변호사를 구해 소송에 나섰고,6년간의 재판 끝에 결국 승소를 이끌어냈다. 재판은 공판중심주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최종 판결은 배심원이 내렸다. 당시 이성이 마비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같은 판결이 내려질 수 있었던 것은 공판중심주의란 틀에서 변호인이 엄청난 세력을 등에 업은 원고측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배심원들이 양심과 상식에 의거, 판결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법정’(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지음, 금태섭 옮김, 궁리 펴냄)은 미국사회에서 공판 중심주의와 배심제 하에서 이루어진 판결이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둘러싼 안락사 논쟁, 매카시 광풍속의 언론자유 투쟁, 여성의 투표권 행사를 가져온 사건 등 세상에 변화를 가져온 8가지 판결들을 선별해서 그 최종 변론을 모아놓았다. 역사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시초는 대부분 작고 일상적 사건이었다.1872년 여성운동가 수전 B 앤서니는 선거에서 투표했다는 죄로 경찰에 체포됐다.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던 당시, 수전은 여성 참정권을 부여하는 헌법개정안을 위해 싸웠고, 이는 재판으로 이어졌다. 앤서니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의 투표행위가 위법하다는 유일한 이유는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정권을 빼앗긴 사람은 노예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원고측과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수전은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미국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지위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재판 50년 뒤 비로소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1975년 벌어진 카렌 앤 퀸란의 안락사 논쟁은 지금도 유사한 상황에서 길잡이로 작용하는 사건이다.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 카렌에 대해 가족은 ‘치료법을 주지 못하고 깨어날 가망성이 없는 사람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산소호흡기 떼기를 거부하는 주치의측과 법정 공방을 벌여 승소했다. 이 판결 이후 안락사를 희망하는 생전 유언과 생명유지장치를 거부하는 사전 지시가 가능해졌으며, 병원과 의료시설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됐다. 책은 이밖에도 19세기 스페인 선박에서 선상반란을 일으킨 뒤 미국땅을 밟은 노예들을 둘러싼 재판에서 이들을 위한 변호인으로 나선 존 퀸시 애덤스 전 대통령이 탁월한 변론으로 승소를 이끌어내는 이야기,18세기 초 영국 식민지 시절 뉴욕에서 잡지를 발간해 무능력한 총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선 사람의 변호인으로 나서 무죄판결을 받아낸 해밀턴의 빼어난 변론 등이 소개된다. 현재 우리 법조계도 공판중심주의와 배심제가 화두다. 사법의 민주화로 일컬어지는 이러한 공개된 법정 중심의 재판이 이룩되면 전관예우, 유전무죄·무전유죄 같은 논란도 많이 줄어들지 모른다. 이 책이 보여주는 배심제에서 이루어진 판결과 변론 중심의 생생한 재판과정이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우리 사법체계에도 중요한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美 살인이냐 안락사냐 논쟁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아쳤던 지난해 고령 환자 등 이송이 어려웠던 환자들을 병원측이 안락사시킨 혐의를 둘러싸고 미국이 들썩이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 검찰은 당시 고령의 환자들을 안락사 시킨 의사와 간호사 2명을 2급 살인혐의로 지난 17일(현지시간) 체포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검찰은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의 의사인 애너 푸(50)와 간호사인 로라 부도(43), 셰릴 랜드리(49) 등 3명이 환자 4명에게 모르핀 등을 과다 주입한 혐의를 적용했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 넉달 동안 지금은 비어 있는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에서 지난해 여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헤치고 있다. 카트리나 직후 34명이 사망한 이 병원에서 14명이 치사량의 약물이 투입된 징후를 보였다. 이 중 4명은 살해됐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이들 4명은 고령에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이송이 힘든 환자들이었다. 이전에 모르핀이나 미다졸람 같은 진정제가 투여된 기록도 없었다.검찰은 살해됐다고 주장한 환자들의 신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들 중 한 명은 몸무게가 172㎏에 몸이 마비된 남성이었다. 환자 34명이 사망한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는 지난 몇달간 분노와 의심의 대상이었다. 루 안 사부아 제이콥은 “허리케인이 오기 바로 전날인 지난해 8월28일 어머니(92)에게 병문안을 갔는데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혈액검사 결과도 좋았다.”면서 “간호사들을 비난하진 않겠지만 그들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결정을 내렸다. 그들이 환자들을 안락사시킬 권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진술서에 따르면 제이콥의 어머니는 현기증 치료약인 줄 알고 모르핀 등의 진정제를 과하게 맞고 사망했다. 찰스 포티 루이지애나주 검찰총장은 “이것은 안락사가 아니라 명백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포티 총장은 “환자들이 살해되지 않았다면 허리케인을 대피해서 살아 남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락사 동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간 지 3일 뒤 메모리얼 메디컬센터는 1.5m높이의 물에 둘러싸였고, 기온이 38도에 육박하는 찜통 같은 무더위가 닥쳤다. 뉴올리언스 정부는 어떤 살아 있는 환자도 남겨져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냉방기는 작동되지 않고, 물도 끊기고, 약도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은 헬리콥터와 보트를 요구했지만 도움의 손길은 도착하지 않았으며 약탈만 횡행했다. 의료진은 대규모의 원조가 뉴올리언스에 도착하기 하루 전인 지난 9월1일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지 결정했다. 살인죄로 체포된 피의자들의 변호사는 “그녀는 허리케인에도 불구하고 5일이나 병원에 남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루이지애나주는 환자와 병원과 모든 시민들을 포기했다. 그녀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어머니가 안락사당한 폴레트 왓슨 해리스는 “의료진은 환자들이 처참한 상태에 있다고 해서 그들의 생명을 끝낼 권리는 없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이기적이었다.”고 말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제1·2당 양분 50:50 선거 늘어난다

    제1·2당 양분 50:50 선거 늘어난다

    ‘50대 50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선거에서 제 1당과 2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대등하게 나눠 갖는 정치적 양분 상태, 정치적 교착국면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11월 독일 총선과 지난 4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사상 유례 없는 접전이 펼쳐진 데 이어 지난달 치러진 체코 총선에서도 좌·우파가 100석씩을 나눠가졌다. ‘좌파 바람’이 거센 라틴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2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은 예비개표 결과 우파인 펠리페 칼데론 국민행동당 후보와 좌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간 지지율 차이는 1%포인트 남짓.2월 코스타리카 대선과 지난달 페루 대선에서도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대혼전이 빚어졌다. ●2000년 미국 대선후 확산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정치세력간 힘의 균형상태가 이어지면서 집권당의 권력행사가 제약받는 비정상적인 정치적 교착국면이 펼쳐지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신문이 지적한 대표적 사례는 2000년과 2004년 대통령선거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미국.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격돌했던 2000년 대선은 재검표 소동과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무려 45일간 당선자 발표가 미뤄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로마노 프로디의 좌파연합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우파연합이 맞붙은 이탈리아 하원선거에서도 불과 0.1%P차로 뒤진 베를루스코니측이 승복을 거부하면서 1주일 넘게 정치일정이 중단됐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불과 4석차로 운명이 갈린 집권 사민당과 제1야당인 기민·기사연합이 연립정부의 주도권을 두고 2개월 넘게 줄다리기를 벌였다. 체코 역시 독일과 비슷한 상황이 1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원인 미주와 유럽,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정치적 양분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있지만 모든 경우를 아우르는 공통된 원인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적 성장동력이 고갈돼 가는 유럽에서는 ‘좌파의 보수화’와 ‘우파의 급진화’에 따른 정치적 수렴의 결과 이 같은 교착상태가 초래됐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균형은 시장주의 확대의 부작용으로 계급분할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또 다르다. 이라크전쟁과 낙태·안락사·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에서 드러나듯 정치적 균열의 핵심에는 국가 정체성과 대통령의 역할, 사회적 보수주의와 관련된 관점들의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다. 더 타임스는 “미국에선 가치관을 둘러싸고, 유럽·중남미에선 경제적 비전을 놓고 정치적 논란이 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차이”라고 진단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속리산 생태계 파괴의 주범 들고양이 새달 대대적 포획

    ‘속리산 들고양이를 잡아라.’ 들고양이들이 국립공원 속리산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다람쥐와 토끼는 물론 잘 날지 못하는 꿩과 새알을 마구 먹어치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속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측은 20일 “덩치가 집고양이보다 큰 들고양이가 갑자기 산속에서 뛰쳐나와 관광객이나 주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며 “삵 등 산에 천적이 거의 없어 최근에 개체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들고양이는 사찰 주변이나 야영장을 가리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 등을 뒤져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지난달 금강유역환경청이 법주사, 화양동 등 4개 지역에서 들고양이 서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육안과 카메라에 포착된 것만 21∼46마리에 달했다. 금강환경청은 주민과 전문가들로 ‘고양이 포획협의회’를 구성, 오는 26일 회의를 갖고 퇴치방안을 논의한다. 협의회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쥐를 잡을 때 쓰는 트랩을 이용하거나 수렵관련 단체들과 함께 엽총으로 들고양이를 포획하는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금강환경청 관계자는 “잡은 들고양이는 학계에 실험용으로 제공하거나 안락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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