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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이 詩여야 했나… 시인들이 답하다

    왜 이 詩여야 했나… 시인들이 답하다

    문단을 대표하는 원로·중견·신진 시인들이 그들의 자작시 가운데 대표작을 직접 뽑았다. 한국작가회의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출간한 저서 ‘세 겹으로 만나다:왜 쓰는가’(삼인 펴냄)에서다. 수많은 시 중 딱 한 편을 대표작으로 고른다는 건 고역이다. 작가회의 관계자도 “시인들이 무척 어려워하고 민망해했다”고 귀띔했다. 시인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손수 고른 만큼 그 시에 얽힌 사연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강은교(69) 시인은 ‘아벨 서점’을 꼽았다. 아벨서점은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있는 헌책방이다. 시인은 “헌책방은 내 문학의 자궁 같은 곳이자 고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헌책방에서 문학을 시작했다.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많은 책을 읽었다. 서울 혜화동의 헌책방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곳 주인이 릴케의 시집을 선물해 릴케를 처음 알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릴케에 엘리엇까지 결합하면서 문학을 살찌웠다. 아벨 서점 다락방에서 강의를 하며 만난 사람들도 ‘아벨 서점’에 애착이 가게 했다. 그 사람들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물 정도로 열정적이고 순수했기 때문이다. 천양희(72) 시인은 ‘직소포에 들다’를 제일로 쳤다. 그는 1979년 여름, 부안 내변산의 직소폭포를 찾았다. 삶이 힘들어 방황하다 세상을 등지려 찾아갔다. 폭포 소리가 우렁찼다. 그 소리가 ‘너는 죽을 만큼 잘 살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순간 깨달음을 얻고 다시 돌아와 삶을 시작했다. 이후 13년 만에 시를 완성했다. 긴 고통과 정신의 수련 끝에 얻어진 시다. 시인은 “시가 안 쓰일 때면 가슴에 넣어 놨던 그 소리를 꺼내 다시 듣곤 한다”며 “나를 살린 폭포”라고 회고했다. 정호승(64) 시인은 ‘자작나무에게’를 우선순위에 올렸다. 여행지에서 받은 감명을 잊지 못해서다. 키르기스스탄의 거대한 호수 ‘이스쿨’을 찾았다가 자작나무 숲을 봤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생가로 가는 길에서도 자작나무 숲을 접했다. 두 곳에서 자작나무가 갖고 있는 영성·신성을 느꼈다. 시인은 “자작나무에게서 느낀 영성이 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 계기가 됐고 이 나이에 무언가를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시 세계의 변화를 알리는 작품을 대표작으로 뽑기도 했다. ‘농무’를 꼽은 신경림(78) 시인은 “다른 모든 시에도 애착이 가지만 ‘농무’는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한 이후 내 시가 예전 시와 달라진 전환점의 시”라고 말했다. ‘풀의 신경계’를 으뜸으로 든 나희덕(48) 시인도 “‘뿌리에게’로 대변되는 유기체적인 수목(樹木)적 상상력에서 풀의 자유분방하고 불규칙적이고 유동적인 운동성 쪽으로, 내 감각이나 상상력이 변화하는 새로운 지향점을 잘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시인 60명이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낭독하기 좋은 시’에 대한 물음에 직접 3편씩 고른 180편의 시가 담겨 있다. 고은, 신경림 등 원로부터 이성복·정호승·황인숙·안도현 같은 중견 시인, 이설야·유병록·박준 등 신진 시인까지 다양한 성향의 시인들이 참여했다. 소설가 8명과 평론가 4명은 ‘왜 쓰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나름의 답도 내놨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살아 숨 쉬는 그림 글씨 민체…여태명 ‘문자가 내게… ’展

    살아 숨 쉬는 그림 글씨 민체…여태명 ‘문자가 내게… ’展

    문화체육관광부 현판, 국순당 전통주 ‘명작’ 방송 프로그램인 ‘1박 2일’, ‘가족만세’ 등의 글씨를 쓴 여태명(58) 원광대 서예과 교수는 문자 예술가로 불린다. 삐뚤빼뚤하지만 살아 숨 쉬는 글씨를 쓴다. 그의 손끝에서 그림이 글씨로, 글씨가 그림으로 되살아난다. 표정이 살아 있는 그의 글씨는 ‘민체’(民體) 혹은 ‘여태명체’로 명명됐다. 우리의 그림을 민화로 부르듯 한글이 반포된 이후 서민들이 사용하던 서체를 민체로 이름 지은 것이다. 이런 여 교수의 글씨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2014 한국미술상 수상 기념 전시로 ‘문자가 내게 다가왔다’란 제목을 달았다. 최근작 4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에선 한글에 담긴 회화적 요소를 문자, 그림과 아우르는 조화를 실험한다. 본 전시 외에 한국 대표 시인들의 작품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특별전 ‘시를 그리다’도 함께 열린다. 시에 담긴 감성을 수묵채색으로 조화시킨 ‘시를 그리다’에는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외에 김남조의 ‘행복’, 김용택의 ‘사람들은 왜 모를까’,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 등 11편의 작품이 담겼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시골 꼬마 만복이(안도현 지음, 한솔수북 펴냄) 우리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겪었던 어린 시절 얘기를 담았다. 시골에서 태어나 곤충과 어울리고 자연을 접하며 지냈던 엄마 아빠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다. 의성어, 의태어, 반복되는 문장들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80쪽. 9000원.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윤해연 지음, 비룡소 펴냄) 영광이, 봉구, 하운이. 세 아이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하루를 보낸다. 어른들의 옳지 못한 지시로 갈등하거나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반전의 묘미를 살린 구성이 독특하다. 88쪽. 8500원. 안녕하세요?(이지윤 지음, 봄봄 펴냄) 뒷골목, 언덕 꼭대기…. 자녀에게 버림받고 사회와 동떨어져 홀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내가족처럼 돌보는 순이 아줌마의 삶을 다뤘다. 가족, 소외된 이웃을 되돌아보게 하고 사람 사이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다. 36쪽. 1만 2000원.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지렁이가 전하고 싶은 ‘씨앗의 아픔’은?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지렁이가 전하고 싶은 ‘씨앗의 아픔’은?

    엄마의 법칙/김륭 지음/노인경 그림/문학동네/116쪽/9500원 ‘나는 지렁이가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꽥꽥거리는 오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흙을 뚫고 나오지 못한 씨앗의 아픔을 전하기 위해 나는 지렁이가 구둣발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야 퇴근하고 돌아오는 옆집 아저씨처럼 뚜벅뚜벅’(지렁이는 우산을 쓰고) 굼실굼실 곁을 지나가는 지렁이에게서 시인은 ‘씨앗의 아픔’을 전하려는 말을 듣는다. 꾸불꾸불한 지렁이의 움직임은 ‘아무도 읽어 주지 않은, 온몸으로 쓴 편지’로 읽어 낸다. 김륭 시인의 새 동시집 ‘엄마의 법칙’에서는 미물의 내면과 공감하는 능력, 관습적인 상상력에서 벗어날 줄 아는 재기, 동심에서만 나올 수 있는 천진한 유머가 빛을 발한다.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을 받은 그의 시집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동화적 서사가 있는 작품, 일상을 동심의 익살로 풀어낸 작품, 대상을 개성적인 관점으로 표현한 작품 등 시적 묘사의 범주가 넓다”(권오삼 시인), “앞으로 우리 동시가 나아가야 할 어떤 지점을 예고하는 것 같다”(안도현 시인)고 평했다. 이처럼 시인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종횡무진하며 구태의연한 일상과 사물, 자연, 동물 등의 존재 의미를 재발견한다. 콩이 콩나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저 혼자서 가슴을 콩닥콩닥,/질문을 해야 한다./팥이나 좁쌀은 생각도 못 하는 질문을/세상 바깥으로 던진 다음/스스로 어둠 속을 솟구쳐 올라야 한다’(콩-변신)고 생각하는가 하면, 매번 잃어버리는 우산은 ‘스스로 떠난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몸만 젖지 말고 마음도 젖어 보라고/그래야 쑥쑥 키가 큰다고’(우산) 말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공동체의 의미가 바래는 현실에 대한 묵직한 통증은 말간 아이의 시선으로 담백하게 걸러 낸다. ‘일 나간 아빠가 돌아오기 전에 슬픔을 다 먹어 치워야 하지만 목이 메요. (중략) 슬픔을 숨길 통조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들어갈 만한 아주 커다란 통조림이어야겠지요. 가끔씩 나는 고등어통조림을 고래통조림으로 읽어요.’(고등어통조림) 초등 저학년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통일 준비와 탈북문학

    [최동호 새벽을 열며] 통일 준비와 탈북문학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월 드레스덴 선언 이후 통일 대박론이 전면에 대두했고 지난 16일 통일준비위원회도 발족됐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과연 통일을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격동하는 동북아시아의 정세 속에서 정치, 경제적 득실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인간적 이해와 소통 없이 추진되는 통일은 새로운 다른 분쟁의 시작일 수도 있다. 분단 극복의 시각에서 광복 이후 70여년의 한국문학을 개괄하자면 월남문학과 분단문학, 그리고 통일문학으로 나눌 수 있는데 통일문학의 전제 조건으로 탈북문학을 설정해야 한다. 월남문학은 1950년대 북에서 남으로 온 월남 작가들에 의해 형성된 문학으로 여기에는 황순원, 선우휘, 최인훈, 이호철 등의 작가와 구상, 박남수, 김규동 등의 시인이 포함된다. 분단문학은 1970년대 백낙청, 임헌영, 염무웅, 구중서 등의 민중문학 평론가들이 선도했으며, 민족 동질론 차원에서 고은, 홍성원, 황석영, 조정래, 안도현 등 많은 문학인들이 여기에 가세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1972년 7·4 공동성명이 분단문학을 거론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이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3대 원칙으로 내세워 통일문학을 공식적으로 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7·4공동성명이었다. 1990년대 이후는 분단문학에서 통일문학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한 시기다. 2000년 남과 북의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이루어진 6·15선언 또한 통일의 시대를 열기 위한 국면 전환에 크게 기여했다. 6·15선언을 계기로 남과 북의 문인이 함께 ‘통일문학’이란 잡지를 발간하자는 제안까지 있었지만 그 실현은 쉽지 않았다. 이 전환기적 과정에 탈북문학을 설정하고 이를 문학사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탈북문학은 월남문학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탈북인 모두 북한의 체제에서 출생하고 주체사상을 배경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월남문학은 분단 이전에 출생하고 성장한 문인들이 주축이었다면 분단문학은 민중문학의 시각에서 사회비판의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며 탈북문학은 북한의 체제에서 현장을 경험한 문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그러나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탈북문학의 범주를 북에서의 경험만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탈북인들이 남한의 시장경제체제하에 독립적 주체로 적응해 가는 과정에 대한 체험도 중요한 소재로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북의 체제를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측면에서의 성과보다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볼 때 이 점이 한국 문학에 기여하는 점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은 남과 북의 체제나 문화, 경제적 이질성으로 인한 갈등과 충돌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 후 독일이 겪었던 갈등과 분쟁도 좋은 선례일 것이나 우리에게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에도 겪어야 했던 한반도에서의 분쟁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신라는 삼국통일 후 백제나 고구려의 잔여 세력과 싸워야 했음은 물론 한반도에 진출한 당나라의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서도 싸워야 했다. 백제지역의 분쟁을 진정시키기 위해 신라의 원효가 변산 개암사에서 ‘화쟁론’을 설법하고 김제로 나가 야단법석을 개최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는 지금 우리가 처한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너무 유사하다. 통일 신라가 진정한 문화의 꽃을 피운 것은 통일 후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다음이다. 앞으로 통일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많은 시련과 난관이 부닥쳐 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한국이 이루어나갈 미래의 찬란한 역사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역사적 사명이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탈북문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두지 않을 수 없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안도현·신경림의 롤모델

    지루하기만 한 국어책을 넘기다 보면 나타나 여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한 장의 사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문학소녀들의 애송시로 만들고 마는 흑백 사진 속의 백석은 ‘모던 보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존재다. 1920~30년대 일제시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대다수 이 사진을 모티브로 삼았다. 백석의 사랑은 쓸쓸한 시만큼이나 비극적이었다. 백석은 노천명, 최정희 등 당대 주요 여류 문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백석의 마음은 항상 다른 곳에 있었다. 백석은 이화여고를 다니던 박경련을 보고 한눈에 반했지만, 박씨 집의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었다. 박씨가 조선일보 동료 기자였던 신현중과 결혼하자 백석은 함흥으로 떠난다. 실연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던 백석은 함흥 영생여고보 회식에서 만난 김영한과 사랑에 빠진다. 그는 김씨를 ‘자야’라 부르며 동거까지 했지만 1939년 헤어진다. 김씨는 훗날 법정 스님에게 길상사를 기부한다. 시인 안도현은 스무 살에 백석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백석의 시를 ‘나의 둥지’라고 표현했다. 1989년 발간한 두 번째 시집의 이름을 ‘모닥불’로 하자고 우겼다. 백석을 베끼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이었다. “시를 쓰면서 백석의 어투, 시어는 물론 시를 전개하고 마무리짓는 방식과 세계에 반응하는 시인으로서의 태도까지 닮아보려고 전전긍긍했다”는 것이 다산북스 백상웅 편집자가 전하는 안 시인의 고백이다. 신경림 시인 역시 롤모델로 백석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진보적 성향을 띤 문예지 ‘문학예술’에 ‘갈대’를 발표하며 등단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안도현 시인 30여년 짝사랑 되살린 ‘백석 평전’

    안도현 시인 30여년 짝사랑 되살린 ‘백석 평전’

    안도현(53·우석대 교수) 시인에게 백석의 시는 ‘둥지’였다. 시인은 “백석의 시 ‘모닥불’을 처음 만난 1980년 스무살 무렵부터 그를 짝사랑하기 시작했다”며 “잃어버린 시의 나침반을 찾아 헤맬 때 길을 가르쳐 준 것이 그 둥지였다”고 했다. 그가 30여년간 품고 있던 짝사랑을 되살려 냈다.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 시인들까지 매료시킨 백석 시인의 생애를 담은 ‘백석 평전’(다산책방)을 통해서다. 지난해 7월 절필 선언 이후 시를 쓰지도 읽지도 않았다는 시인은 9일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를 잠시 쉬고 있는 틈을 타 태어나서 제일 긴 글을 썼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백석의 생애를 복원해 내는 데는 ‘백석평전의 표준을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이 큰 작용을 했다. “백석은 등단 이후 남북 양쪽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시인이어서 작품을 포함해 생애의 전모가 드러난 적이 없습니다. 모던보이였다거나 바람둥이였다거나 하는 단편적인 얘기만 알려져 있죠. 그의 작품과 삶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알려진 게 없는 데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 과장된 부분이 많아 이를 바로잡기 위해 그의 생애를 추적해 봤습니다.” 그는 백석의 삶을 조각조각 기워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사실, 자료 등을 다수 찾아내기도 했다. 그간 경쟁적으로 백석의 작품을 발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백석이 쓴 것으로 알려졌던 몇몇 작품이 실제 그의 작품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을 밝혀냈다. ‘조광’ 창간호에 실린 ‘나와 지렝이’, ‘늙은 갈대의 독백’ 등이다. 1939년 ‘삼천리’에 ‘자야’로 알려진 백석의 연인 김영한씨가 게재한 수필 2편의 원본을 새로 발굴하기도 했다. 백석이 북한에서 문학신문, 아동문학 등 조선작가동맹 기관지의 편집위원을 섭렵한 데는 조선작가동맹 위원장을 지낸 한설야의 힘이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도 새롭게 내놨다. 안도현 시인에게 백석 시의 가장 큰 매력은 ‘경계 지우기’에 있다. 그는 “백석은 순수시와 참여시의 이분법을 무화하거나 통합한 시인이자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았으면서도 민족의식을 내장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를 점한 시인”이라고 말했다. 또 1957년 북한 아동문학과들과 나눴던 백석의 논쟁을 살펴보면 김일성 체제하에서도 그는 유일하게 문학의 자율성, 창작의 유연성을 확보하려 애썼다. 안 시인은 이를 지적하며 되물었다. “백석은 어쩌면 북쪽에 남아 있던 마지막 문학주의자가 아니었을까요. 결국 거세되고 말았지만, 그런 태도 때문에 그가 (북한 체제에서) 버텼던 게 아닌가 싶어요.” 2년간의 자료 수집, 취재를 통해 백석의 흔적을 한자리에 모았지만 여전히 그에겐 진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1962년 북한 문단에서 사라진 뒤 199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30년이 넘는 시간, 북한에서도 오지로 손꼽는 양강도 삼수군 협동농장에서 농사꾼으로 살다 간 그의 생애 후반부가 ‘구멍’ 난 상태로 미궁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지금껏 8~9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북한 작가들을 만나 단 둘이 남으면 넌지시 백석에 대해 묻곤 했어요. 그러면 다들 천편일률적으로 ‘말년에 전원생활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이 말만 하고 답을 안 하려 하더군요. 그의 삶의 공백은 분단의 그림자를 거두려는 노력과 함께 차차 풀어야 할 과제이겠지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변희재 발로 차지 마라” 진중권 트위터, 무슨 뜻?…변희재 트위터에는

    “변희재 발로 차지 마라” 진중권 트위터, 무슨 뜻?…변희재 트위터에는

    “변희재 발로 차지 마라” 진중권 트위터, 무슨 뜻?…변희재 트위터에는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 부인 강난희 씨의 도시락을 비난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진중권 교수는 30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변희재도 발로 차지 마라, 너희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웃기는 사람이었느냐”라는 글과 함께 변희재 대표가 박원순 후보의 도시락을 비판한 내용이 담긴 본지 기사를 링크했다. 진중권 교수가 쓴 글은 안도현 시인의 대표작 ‘너에게 묻는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또 “변(희재)은 여전히 ‘삶은 고구마도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최고의 식재료로, 1류 요리사의 섬세한 손을 거쳐야 만들 수 있는 럭셔리 음식인데, 8억 빚진 사람이 도시락으로 고구마 먹는 사람은 박원순이 처음’이라고 할 겁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글 역시 박원순 후보의 도시락을 비난한 변희재 대표의 글을 패러디한 것이다. 앞서 변희재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박원순 부인의 도시락- 뭔가 이상함, 집에서 누가 스시를 만들어 먹나요” “스시, 이른바 생선초밥은, 질좋은 생선회 구입과 밥알갱이가 뭉칠 정도로 적당히 밥을 지어야 하는 초일류 요리사들만 하는 고급 요리입니다. 스시 요리를 집에서 직접 해먹는 건 8억 빚진 박원순이 처음입니다”라며 박원순 후보의 도시락을 지적했다. 이 글이 올라온 뒤 일각에서는 도시락은 속 내용물이 초밥이 아니라 월남쌈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변희재 대표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변희재 대표는 “박원순 부인이 사준 도시락이 스시가 아니라 월남쌈밥이란 의견도 있네요. 월남쌈밥을 집에서 도시락으로 해먹는다? 대단한 8억원 빚쟁이 가족입니다”, “박원순 부인이 싸준 도시락 국물 컵은 400개에 10만 2400원하는 종이 특수컵이다”라며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박원순 후보의 도시락 메뉴는 고구마였다고 증언했다. 문제가 된 월남쌈은 다른 이가 가져온 것이라는 것이다. 또 각 언론사들이 찍은 사진에도 박원순 후보가 자신의 고구마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 변희재 대표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농약급식 관련 박원수의 수두룩한 거짓말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보도 한번 하지 않은 언론이 도시락 대해서는 박원순의 말만 듣고 사실 확인 다 한것처럼 써대는군요”라고 적었다. 변희재 대표는 이어 “농약 급식 관련 이미 감사원에서 박원순에 주의조치 내린 보고서 다 공개되어있습니다”라면서 “이런 명백한 사실을 포털과 어용언론들이 은폐하여 서울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다면 이게 얼마나 심객(심각의 오타로 추정)한 범죄행위인지 기자들 정신차리세요”라고도 적었다. 또 “박원순과 어용기자들, 기사를 슬쩍 수정해놓고 저를 음해하는데, 일단 농약급식 거짓말에 집중하되, 고의적 음해 가담한 기자들 모두 법적조치 합니다”라고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 플러스] 檢, 안도현 시인 선거법 위반혐의 대법 상고

    전주지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도현(52·우석대 교수) 시인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안 시인이 대선후보 비방 글을 선거를 며칠 앞두고 올린 점, 삭제하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을 거부하고 글을 계속 올린 점,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익성보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 선거법 위반 혐의 안도현, 항소심서 모두 무죄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 도난에 관여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게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안도현(53·우석대 교수) 시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광주고법 전주 형사1부(부장 임상기)는 25일 안 시인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허위사실 공포와 후보자 비방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 판결로 쟁점이 된 후보자 비방 혐의에 대해 “후보자 비방죄는 인정되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적 이익과 후보자 적격성 판단 자료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공공의 이익이 함께 있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게시물의 내용이 진실이 아니지만 검찰의 허위성 입증 또한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박 후보가 유묵 도난에 관여했다거나 도난 유묵을 소장했다는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범죄 의도에 대한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씨줄날줄] 국민참여재판의 허실/최광숙 논설위원

    미국 법정의 주인공은 배심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와 무죄를 변론하는 변호사의 날 선 공방을 지켜본 배심원단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가에 따라 유·무죄의 판결이 좌우된다. 가장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법정에서 과연 배심원들은 그러한가. 미국 법정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에는 정의로운 배심원이 등장한다. 배심원인 주인공 헨리 폰다는 증언의 허점과 배심원들의 편견을 일깨워 유죄를 주장하던 11명의 다른 배심원들을 설득한다. 그 결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푸에르토리코 청년은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총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가 총기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영화 ‘런어웨이’속 한 배심원은 다르다. 피고와 원고 측 변호인 양측에 거액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인물로 묘사된다. 미국 배심제의 관건은 배심원이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들은 배심원의 학력· 재산· 성향 등을 파악하는 ‘배심원 상담원’(jury consultant)을 고용한다. 상담원은 가상의 배심원을 상대로 모의재판을 열어 증언이나 변호인의 변론에 대한 배심원들의 반응까지 챙긴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증인을 바꾸기도 한다. 그만큼 배심원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우리는 2008년부터 배심원을 재판에 참여시켜 유·무죄 평결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 미국과 달리 강제력은 없다. 최근 법무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정치적·감성적 평결 우려가 있는 사건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대선 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 등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주진우씨와 시인 안도현씨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은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미국의 예에서 보았듯이 배심제는 배심원인 지역 주민의 성향이나 계급 등에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 이어 배상금 소송에서도 패배한 것을 놓고 미 배심원의 ‘애국심 평결’ 논란이 거세게 인 것도 그래서다. 학연·지연 등이 강한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민감한 정치적 사건인 경우 보수와 진보로 갈려 있는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면 배심원의 이념 성향이 평결에 반영되기 쉽다. 어떤 판결이 나와도 보수든 진보든 한쪽으로부터는 ‘불신’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등에서 배심제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것도 이런저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선거법 사건 국민참여재판 제외 추진 논란

    법무부가 배심원들이 불공평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국민참여재판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법조계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반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국민참여재판의 대상과 절차 등을 규정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개정안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치료감호 사건 등 법정형과 관계없이 합의부가 맡도록 해당 법령에 별도로 규정된 사건을 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안도현 시인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에게 적용됐다가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린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 등은 앞으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될 수 없게 된다.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는 배심원단의 지역감정이나 정치적 견해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개정안은 또 법원이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할 때 검사가 배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했다. 반대로 피고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검사가 참여재판을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개정안이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지난 3월 의결한 국민참여재판의 최종 형태와 다르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제외하는 조항과 검사의 배제신청 권한에 대해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대법원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한 국민사법참여위원회의 최종안을 존중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를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20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국회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2013년 문학계 결산] ‘이야기의 힘’ 강했지만 ‘부익부 빈익빈’ 심화

    [2013년 문학계 결산] ‘이야기의 힘’ 강했지만 ‘부익부 빈익빈’ 심화

    2013년 문단의 키워드는 단연 ‘이야기의 힘’이라 할 정도로 소설이 득세했다. 소설 강세 기류는 대작들이 쏟아져 나온 올여름부터 본격화됐다. 7월 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40만부)가 독주한 가운데 정유정의 ‘28’(18만부)이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조정래의 ‘정글만리’(전3권)가 돌풍을 일으켰다. 30~50대 남성 독자들까지 끌어당기며 100만부를 팔아치웠다. 국내 문학에서 밀리언셀러가 나온 것은 2008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5년 만이다. 신경숙, 김영하, 정이현 등 국내 중견작가들뿐 아니라 댄 브라운,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해외 인기 작가들의 신작도 ‘소설 특수’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이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형 작가, 자본력을 내세운 일부 소설에 국한된 외적인 풍요에 그쳤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신인작가의 등장에 대한 장벽은 더욱 공고해지고 시 등 다른 문학장르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는 등 쏠림이 심해 문단 내부로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과 정치는 긴장 관계를 거듭했다. 지난 5월 한국시인협회는 근현대사 인물 112명에 대한 시를 엮은 시집 ‘사람’을 출간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박정희, 이승만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들을 찬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책을 전량 회수하는 소동을 겪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안중근 의사의 유묵 소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은 지난 7월 절필을 선언했다. 이에 문인 217명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은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을 예찬하는 비평과 함께 실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유신, 1987년 민주화 항쟁을 언급한 이제하, 정찬, 서정인 작가의 소설 연재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파문을 일으켰다. 문인들의 기고 거부, 여론의 비판 등이 이어지자 현대문학은 작가들에게 사과하고 양숙진 주간과 편집위원 전원이 사퇴하는 것으로 진화에 나섰다. 젊은 작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신속한 연대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등 세상과 소통했다. 현대문학 파문 직후 페이스북에 보이콧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문인 74명이 성명을 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학평론가의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인기를 끄는 ‘사건’도 있었다. 황현산(고려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의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가 문인들 사이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9쇄(1만 5000부)를 찍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990년대 전위의 아이콘 백민석 작가의 귀환도 화제였다. 분노·폭력의 에너지가 들끓는 작품들로 주목받았으나 절필을 선언하고 문단을 떠난 그가 10년 만에 소설집 ‘혀끝의 남자’로 돌아오면서 파괴력 있는 작가를 기다리는 문단의 기대감을 높였다. 출판사들의 잇단 팟캐스트 출범은 문인, 평론가들을 마이크 앞에 불러 앉혔고 문학 비평을 새로운 매체로 옮겨가게 했다. 지난 7월 출범한 문학동네의 ‘문학동네 채널1-문학 이야기’를 비롯해 올해 창비, 푸른책, 북스피어 등이 출판계 팟캐스트 열풍에 합류했다. 올해 문단은 큰 상실도 겪었다. ‘영원한 문청’ 최인호 작가가 지난 9월 침샘암으로 영면했다. 지난 5월에는 황석영, 김연수 등 국내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책이 사재기 파문에 휘말렸다. 이를 두고 한 문인은 “작가들에겐 열패감을 안기고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임을 방증한 사건이었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20대부터 겨울 달동네에 12년째 ‘온기’… 연탄 배달부 장희남씨

    [김문이 만난사람] 20대부터 겨울 달동네에 12년째 ‘온기’… 연탄 배달부 장희남씨

    ‘연탄의 일생’이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시 한 구절이 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그러면서 시인 안도현은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언덕길을 오르는 것이라네’라고 읊었다. 그렇다. 연탄을 실은 트럭들은 어디론가 찾아가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가 돼 준다. 또 온몸을 불태운 연탄재는 눈 내려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마음 놓고 걸어갈 길을 만들어 주고는 생을 마감한다. 장희남(40)씨는 이러한 온기를 트럭에 싣고 연탄 배달을 하느라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요즘 연탄을 찾는 사람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달동네와 삶의 외진 곳에서 한 장의 연탄이라도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밤낮없이 찾아간다. 20대 후반 나이 때부터 시작해 12년째 ‘온기 배달’을 하고 있다. 흔히 연탄 배달부라고 하면 50대 이후이거나 ‘실직한 아버지’의 몫으로 여기기 십상인데 어떻게 팔팔한 20대 나이 때부터 흔들림 없이 일을 해 왔을까.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길가에서 그를 만났다. 원래는 서울에서 하나뿐인 이문동 연탄공장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연탄을 실은 트럭이 길동 화훼단지에 배달을 나갔다가 갑자기 고장 나는 바람에 인터뷰 장소가 급히 변경됐다. 배터리 교체를 위해 작업을 하던 장씨와 잠시 인사를 나누면서 트럭이 자주 고장 나는지 물었다. “무거운 중량의 연탄을 싣다 보니 차가 자주 고장 납니다. 연탄 한장 무게가 3.5㎏입니다. 연탄을 한 차에 가득 실으면 보통 2000장 정도 되는데 무게가 7t 넘게 나갑니다. 하루에 여러 차례 실으니까 차에 무리가 많이 가죠. 또 연탄 배달을 하는 곳은 경사가 심한 달동네라든가 도로 포장이 잘 안 된 곳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부속이 금방 노후돼 고장이 자주 납니다.” 그래서 약간의 이상 신호만 있으면 바로바로 수리해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장씨는 말한다. 예를 들어 7t이 넘는 연탄을 적재한 트럭이 홍제동이나 상계동의 빙판길을 올라가다가 중간에 멈춰 서 버리면 자칫 뒤로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바짝 긴장을 하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올라간다고 했다. 작년에도 달동네 빙판 경사길을 올라가다가 골목에서 튀어나온 자가용 때문에 중간에 멈춰 선 아찔한 순간이 있었단다. 또 한 번은 차바퀴가 맨홀 뚜껑에 걸리면서 차체가 기울어져 2000장의 연탄이 길바닥에 쏟아져 버린 경우도 있었다. 차바퀴를 빼내고 깨진 연탄재를 손과 삽으로 다 주워 담느라 하루 일을 고스란히 망쳤다. 연탄 배달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또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연탄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나오는데요, 그걸 실을 때가 힘이 듭니다. 다른 연탄차들이 뒤에 계속 기다리고 있어서 최대한 빨리 실어야 하거든요. 한 차 싣는 데 보통 30~40분 걸립니다. 연탄을 4장씩 가슴으로 안아서 차에 싣는데 한 번도 허리를 펼 수가 없어 육체적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3~5트럭분(연탄 1만장 정도)을 실으니 허리가 멀쩡한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허리 디스크 진통 주사를 맞아 가며 일을 한다고 말한다. 또 영하의 추운 날씨에는 연탄이 얼음덩어리처럼 꽁꽁 얼어 버려 운반하는 데 고충이 더 많다는 것이다. “보통 연탄을 연탄집게로 한 손에 4장씩 집어서 고객님들 창고에 적재합니다. 연탄은 겨울 한철에 때는 거라서 보통 500~1000장씩 주문합니다. 그것도 연탄 창고가 차에서 가까우면 좋은데 도로 사정이 열악한 달동네가 많다 보니 계단을 수백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그러고 나면 눈이 펑펑 오는 날씨에도 온몸이 땀범벅이 됩니다. 마음속으로 달관의 자세를 유지해야 반복적으로 해낼 수 있지요.” 연탄 주문량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나고 있는 추세란다. 그 이유에 대해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기름보일러에서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는 가정도 많고, 또 영업 매장이나 사무실에서도 전기요금 부담으로 인해 온풍기를 연탄난로로 바꾸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나름대로 분석을 했다. 연탄 주문은 가정집, 식당, 회사, 공장, 화원 등으로 다양하며 지역별로는 도심과 외곽 지역, 농·산촌, 섬마을 등에서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가끔 ‘사랑의 연탄’을 주문하는 경우에는 신 나게 달려간단다. 그동안 연탄 배달을 하면서 생긴 인연이나 에피소드가 많겠다는 생각에 몇 가지 사례를 들려 달라고 했다. “고객 한분 한분이 인연이자 에피소드입니다. 전화로 어느 동네의 어떤 할아버지, 어떤 미용실 누나라고 하면 저는 금방 알아챕니다. 연탄 주문하시는 분들은 대문을 활짝 열고 배달을 맡기시는 거라서 서로의 신뢰로 치자면 다른 배달 업종과는 차원이 다르지요. 연탄은 새까만 물건이지만 단순한 연탄이 아닌 정을 배달한다고 생각합니다. 연탄 때는 분들 대부분이 어려운 서민층이지만 잘사는 사람들보다 인심이 훨씬 좋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서울 변두리 쪽방에서 혼자 기거하는 할머니가 고생한다며 새로 밥을 짓고 뜨끈한 된장국을 끓여 주던 모습은 매년 겨울이면 생각난다고 말한다. 또 자신의 밭에서 자란 배추로 직접 김장을 담갔다고 하면서 김치를 한 통 싸 주는 아주머니, 귀한 약초를 선물하면서 힘내라고 격려하는 할머니 등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12년 세월만큼이나 많다고 했다. 하지만 씁쓸한 경험도 있다. 연탄이 더럽다고 피해 가는 사람도 있고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가면 연탄가루 묻은 신발과 옷 때문에 냉대를 받기도 했다. 어떤 계기로 연탄 배달을 했을까. 솔직하고 털털하게 털어놓는다. “청소년기에는 방황을 많이 했고 학업은 등한시해서 대학은 못 갔어요. 20대 초반까지 어영부영 이런 일, 저런 일 기웃거리다가 20대 중반쯤 시설물 유지 보수 업종에서 일을 했습니다. 철없을 때라 얼마 벌지 못한 돈도 유흥비로 많이 썼죠. 그렇게 정신 못 차리고 있다가 29살 때부터 연탄 배달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원래 작은아버지가 연탄 배달업을 꾸준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아버지가 병에 걸렸다. 화물차 운전을 하던 아버지가 나서서 연탄 배달 일을 도왔다. 그러나 아버지 역시 몸이 성한 상태가 아니었다. 이때부터 장씨도 연탄공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뛰쳐나가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부모님과 작은아버지를 생각하고 연탄 일 하나라도 제대로 해 보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 “연탄 배달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너무 피곤해서 고속도로 한편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지요. 꿈에 작은아버지가 나타나서 ‘희남이 너 연탄 일 잘 배워서 열심히 벌고 아껴 써라’고 말씀하시고는 사라지셨어요. 놀라 잠에서 깼는데 잠시 후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작은아버지의 유언을 따라서라도 꾸준히 연탄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그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연탄공장으로 출근해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다가 트럭에 연탄을 싣고 미리 약속된 장소로 배달을 나간다. 도로 정체가 생기는 출근 시간 때를 피해야 한 곳이라도 더 배달을 할 수 있다. 배달을 마치면 다시 공장에 와서 연탄을 싣고 배달을 나간다. 식사는 제때 해 본 적이 없다. 퇴근은 밤 10~11시다. 입은 옷은 모두 연탄가루로 새까맣다. 집에 돌아와 목욕하고 늦은 식사를 하고 거래 장부를 정리하면 밤 12시가 된다. “연탄은 사치품이 아니라 생필품입니다. 연탄을 늦게 배달하면 병약한 노인이 추위에 돌아가실 수도 있고, 영업을 못 하는 분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배달 약속은 최대한 목숨처럼 지켜야 합니다. 연탄 시즌에는 잠을 편히 자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착실히 돈을 벌어 지난 8월에는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부인에 대해서는 “생활력이 강하고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 주는 사람이다. 바쁠 때면 연탄 배달까지 도와준다”며 웃었다. 연탄 배달 일을 하지 않는 여름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건물 외벽, 다리 등의 금이 간 곳, 옥상 같은 곳의 보수나 방수 공사 등을 한다. 그런데 요즘 건축 경기가 나빠 사정이 좋지 않다”고 대답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연탄 배달을 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돈도 벌고 마음속으로 느끼고 얻은 것도 많으니까요. 겨울철이 다가오면 힘든 일이 또 시작되는구나 하는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합니다.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이런 말을 하죠. ‘화투패를 들면 혈액 순환이 쫙 된다’고. 연탄집게로 연탄을 들면 생기가 돌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오늘의 눈] 대학인문학 몰락·거리인문학 호황에 관한 단상/이천열 사회2부 부장급

    [오늘의 눈] 대학인문학 몰락·거리인문학 호황에 관한 단상/이천열 사회2부 부장급

    ‘탕 탕 탕’ 대략 10년이 넘었다는 것뿐 대학 캠퍼스에서 총성이 울린 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른다. 총성과 함께 철학과가 죽고, 국문학과가 쓰러졌다. 캠퍼스에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대학은 “우리 대학 전체가 죽을 판이다. 어쩔 도리가 없다”고 변명했다. 학생들은 “내가 선택한 학과 공부를 하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이른바 ‘인문학의 몰락’은 오래전 그렇게 촉발됐다. 그 즈음부터 “벚꽃 지는 순서(남쪽부터)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수히 입에 오르내렸다. 2018년부터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추월한다는 예측 통계도 대학의 위기감을 부추겼다. 그 이후 인문학에 대한 저격이 잇따랐고, 저격 대학은 계속 늘어만 갔다. 올해는 대전에서 유난했다. 배재대는 국문학과를 외국인 교육을 위한 한국어문학과로 바꿨다. 지난 5월 9일자 서울신문에 이 기사가 난 날 안도현 시인은 “‘굶는 과’로 불리던 시절에도 국문과 폐지는 꿈도 꾸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100년 후, 아니 50년 후 무슨 꼴이 일어날지 모르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배재대는 대신 공무원법학과 등 전문대나 있을 법한 실용 학과를 신설했다. 한남대는 철학과를 점집을 연상시키는 ‘철학상담학과’로 변경했다. 학생들은 소크라테스와 맹자의 영정을 들고 ‘철학의 죽음’ 장례식을 치렀다. 지난해 말 제자들의 취직을 걱정하던 대전 모대학 서예한문학과 교수의 자살은 이 지역 인문학과의 불운한 전조였다. 사회는 갈수록 실용적인 인재만을 요구한다. 권력과 거대 자본은 개인에게 비판 능력 대신 볼트와 너트처럼 사회의 부속품이 되기를 강요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소외되고 배 고플 뿐”이라고 으르고 꼬드긴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제한 등을 무기로 대학을 윽박 질렀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대학은 기업처럼 현실사회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문학과부터 없앴다. 균형 있는 학문의 전당이 아닌 단순 취업 통로로 전락한 것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인문학과 취업률을 대학평가에서 빼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선 대학들은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 때만 그렇지 대학평가에서는 여전하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그 사이 인문학은 거리로 내몰렸다. 정부와 기업 등 너도나도 인문학 열풍이다. 수많은 자치단체가 인문학 강좌를 연다. 영락없이 ‘골라, 골라’를 외치는 저잣거리 풍경이다. 일부 생색내기도 엿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인문학이 시대의 변화를 이끈다”고 목에 힘을 주지만 인문학을 굳건히 키울 어떤 계획도 없어 보인다. 대학 캠퍼스는 좋은 세상과 삶이 어떤 것인지 하는 고민보다 냉혹한 생존 경쟁에 몸부림 치고, 거리 곳곳에 열정과 깊이 없이 인문학을 치켜세우는 깃발만 공허하게 나부낀다. 이런 흐름이 걱정돼서, 혹은 국립대인 충남대 말고는 철학과가 전멸한 대전처럼 가고 싶은 거주지 대학의 학과가 사라져 고민하는, 며칠 전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아이들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 아이들이 확신을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인문학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보완책을 세워 내놓을 때다. 실용적인 인재들만 우리 사회를 굴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sky@seoul.co.kr
  • 기사님들 연탄셔틀 5만장… 이웃사랑 ‘후끈’

    기사님들 연탄셔틀 5만장… 이웃사랑 ‘후끈’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안도현 시인은 ‘연탄 한 장’에서 이렇게 읊었다.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게 연탄이다. 연탄 한 장은 단순한 연탄이 아니라 반가운 선물이기도 하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3일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 ‘중계본동 104마을’에 연탄 5만장을 건넸다. 1000가구 가운데 600여가구가 난방용 연탄을 사용하는 곳이다. 유한철 이사장 등 임직원 30명은 직접 손수레와 지게를 이용해 연탄을 날랐다. 우선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영세 독거노인, 조손 가정 등 10가구에 200장씩 2000장을 직접 배달했다. 333가구가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다. 조합이 연탄 나눔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서울연탄은행의 ‘따뜻한 겨울나기 사랑의 연탄 300만장 보내기 운동’에 후원이 저조하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조합은 이를 계기로 앞으로 서울연탄은행과 함께 사회공헌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혹한기를 앞두고 후원 부족으로 연탄을 제때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편 2004년 설립된 서울연탄은행은 지금껏 20만가구에 사랑의 연탄 2800장을 지원했다. 또 연탄 보일러 교체사업, 에너지 빈곤층 가구 조사, 지원 가구 심의, 사랑의 쌀 나눔, 영세 어르신 나들이, 신나는 지역아동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사설] 감성에 휘둘리는 국민참여재판 새 틀 짜야

    전주지법이 그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받은 안도현 시인에 대해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죄는 인정하되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법리와 배심원 평결 사이에서 어정쩡한 제3의 길을 택한 셈이니 법원 판결이 언제부터 타협과 절충의 대상이 됐느냐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안 시인은 지난 대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트위터에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올려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만큼 애당초 이번 재판은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었다. 문 후보가 전북 지역에서 86.25%의 몰표를 얻은 걸 감안하면 이 지역 배심원들의 공정성도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하다. 배심원 평결이 정치적 편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제고하는 게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라면 정치적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게 옳은지 따져볼 일이다. 국민참여재판은 당초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사건과 부패범죄 등에 한해 시행됐다. 그러다 지난해 7월부터 대상 범위가 형사합의부 사건 전체로 확대되면서 부쩍 파열음이 늘고 있다. 정치적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이 여론과 감성에 휘둘릴 가능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법의 중추인 법관마저 정치색 짙은 판결을 일삼는 형국이고 보면 정치 사건일수록 외려 평균적 국민의 상식적 잣대가 필요한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특정 지역의 민심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 같으면 법원에 재판지 변경 신청을 하거나 재판부가 참여재판을 거부할 수도 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요컨대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은 도입 5년 만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핵심이라 할 정치적 사건을 무조건 배제해 제도 자체를 형해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배심원 선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평결 방식을 바꾸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은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위한 긴요한 플랫폼으로 뿌리를 내려야 마땅하다.
  • “안도현 일부 유죄”… 법원, 배심원 무죄평결 뒤집어

    “안도현 일부 유죄”… 법원, 배심원 무죄평결 뒤집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52·우석대 교수) 시인에 대해 일부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은택)는 7일 열린 안 시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선고공판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 후보자 비방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각각 선고했다. 다만 비방 혐의에 대해 죄는 인정하지만 처벌하지 않겠다며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날 판결은 배심원의 무죄평결을 받아들일지가 최대 관건이었으나 재판부는 일부를 수용하고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유무죄에 대한 배심원의 의견은 법적 평가가 아닌 양형 부분에서만 효력을 갖는다”고 전제하고 “후보자 비방죄와 관련해 ‘죄는 되나 처벌하지 아니한다’에 가장 근접한 형인 선고유예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안 시인과 검찰은 재판 결과에 불만을 드러내며 모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시인은 “국민참여재판에서 전원 일치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해 굉장히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 처지가 재판관이 쳐 놓은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다”며 재판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도 “사실 오인 및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총 14시간가량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으나, 재판부는 일부 유죄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선고를 열흘 연기했었다. 한편 안 시인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던 지난해 12월 10∼11일 “사라진 안중근 의사의 유묵 소장자는 박근혜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공직선거법 위반’ 안도현 시인, 일부 유죄…배심원 ‘무죄’와 달라(2보)

    ‘공직선거법 위반’ 안도현 시인, 일부 유죄…배심원 ‘무죄’와 달라(2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도현(52·우석대 교수) 시인에 대해 일부 유죄가 선고됐다. 전주지법 형사2부(부장 은택)는 7일 재판을 열어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판단과 재판부 견해가 다르다”면서 7일로 선고를 연기한 바 있다. 안도현 시인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소장하고 있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됐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도현 “나는 법이라는거미줄에 걸린 나비”…항소 의사 밝혀

    안도현 “나는 법이라는거미줄에 걸린 나비”…항소 의사 밝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52·우석대 교수) 시인이 7일 일부 유죄 판결을 받자 “(나는) 재판관이 쳐놓은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다”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안 시인은 재판 직후 전주지법 1호 법정을 나오면서 “국민참여재판에서 전원 일치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해 굉장히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이제 법마저도 언어유희로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기소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물타기 차원이었으며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법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이제 국민이 믿게 될 것인가”라며 지적했다. 안 시인의 변호인은 “이번 판결은 재판장이 배심원 평결을 배척하겠다는 것이고 이 공소사실은 국민참여재판에 회부된다면 부산이건 서울이건 어디서든 똑같은 배심원 평결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안에 관련해선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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