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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블릭 뷰] 참 나쁜 공무원 안 되려면… 자신만의 대의부터 찾자

    [퍼블릭 뷰] 참 나쁜 공무원 안 되려면… 자신만의 대의부터 찾자

    한때 우리는 서사를 잊어버리고 살라는 충고를 받았다. 대의는 어디에도 없다고. 자신과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서사이고 대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충고에 따라 우리는 거대한 의미의 역사보다는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나의 사생활과 소소한 일상적 기쁨을 지키기 위한 반대급부로 다른 사람의 감성과 은밀함을 침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문제는 이런 노력들이 쉽게, 아주 쉽게 타인의 고통에 냉혹한 무관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음을 인식하지 못한 데 있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내 삶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다는 우연함에 대한 극단적인 위안, 안도감이 주위 동료들의 저항과 고통에 무관심으로 쉽게 변화하지 않았을까. 국정 농단 혹은 공무원의 자세 등과 같은 서사보다는 그저 나에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었기를, 그래서 내 일상에 아무런 변화나 영향이 없이 그냥 흘러가던 대로 흘렀으면 하는 소박하고 소소한 비겁함 말이다. 굳이 이름을 짓자면 ‘악의 평범성’의 한국식 변형이라고나 할까. 공무원의 특성은 맡은 일이나 신분의 공공성에 있다. 공무원은 숨 쉬는 것조차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모든 것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을 문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공공성이고 국민들이 공무원에 대해 갖고 있는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공공 행정에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서 상사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의 상황에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거부행위 그 자체였다. 또 ‘내가 하지 않더라도 또 다른 사람이 해야 했을 것’이라고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가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거부하는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세 사람이 되고 나아가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었을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한 잘못은 어쩔 것인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공무원이 공무원일 수 있는 것은 국민이 공무원을 공무원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충성 대상이 되는 것은 국민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문제들을 발생시켰을 당시 그대로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재의 사고 방식으로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수습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어디에 있을까. 문제는 법규나 제도의 미비에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수많은 법규나 제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법과 제도적 접근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결국 출발점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공무원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젊은 시절 공무원이 되고자 마음먹었을 때의 그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실패 뒤에 남은 결과에 집중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몰두하면 우리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새로운 것의 처음은 언제나 공포와 두려움, 혼란을 동반한다.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만의 대의를 찾아야 한다. 그러한 대의들이 모여 결국 공무원 전체의 대의를 만들어 낼 것이며, 그때 진정한 문제의 해결이 시작된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가 일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동료들에게 지금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생산적인 길로만 연결된다면 재앙도 힘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문체부는 전통적으로 소통과 활력이 넘치는 부서였다. 그래서 더욱 자랑스러운 문체부였다.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던 그 모습을 반드시 되찾자고 부탁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언제부터인가 내가 기대어 위안을 삼고 있는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의 가르침을 모든 공무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아가기도 하며 물러나기도 하며, 때를 만나기도 하고 만나지 못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몸을 깨끗이 하고 의를 행할 뿐이요, 화복은 논할 바가 못 된다.”
  • [재미있는 원자력] 원전의 아름다운 퇴장, 해체의 방정식/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

    [재미있는 원자력] 원전의 아름다운 퇴장, 해체의 방정식/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한때 유행했던 광고 카피가 어울리는 대상이 떠오른다. 바로 지난 6월 가동을 중지한 고리 1호기다.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40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퇴직 후 노년이 아름다운 삶을 꿈꾸지만 막상 그 시기가 다가오면 아쉬움과 두려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원전의 노년도 마찬가지다. 먼 길을 무사히 달려온 안도감보다 ‘해체’라는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앞두고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의 여파로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확보 차원에서 원전을 건설하기 시작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446기가 운전 중이다. 이 중 고리 1호기처럼 영구정지 상태에 들어간 원전은 163기,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다. 원전의 평균수명이 약 30년임을 고려할 때 2020년 이후부터는 해체 대상인 영구정지 원전이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다. 한국에서 원전 해체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부터다. 결국 2015년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가 결정됐고, 2017년 6월 18일 24시에 고리 1호기는 40년간의 운영을 마치고 영구정지됐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원전 해체산업 육성 및 기술 확보를 위한 해체연구소 설립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한국이 원전 해체산업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해체 사업은 원전의 영구정지부터 오염 제거, 시설 철거, 부지 복원까지 15년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운영허가를 종료하고 부지를 녹지 등 다른 용도로 재이용할 수 있게 되면 비로소 해체가 완료되는 것이다. 해체 시에는 원전을 가동할 때보다 더 많은 폐기물이 한꺼번에 나오고 높은 방사선 준위 때문에 고난이도의 기술도 필요하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원천 기술을 가진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한국이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부 유출은 물론 현재 44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 한국의 진출도 어려워져 국가적으로 신성장 동력 창출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이제 원전 해체 기술 확보를 위해 국가 주도로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때다. 특히 우리 기술로 직접 원전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의 검증 및 실용화가 필수이며, 유관 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산업체 능력 배양, 인력 양성, 제도적 보완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런 노력이 충분히 이어진다면 우리 손으로 직접 원전을 해체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 베를린 필과 함께하는 진은숙·조성진…국내 관객과 나누는 ‘최고의 행복’

    베를린 필과 함께하는 진은숙·조성진…국내 관객과 나누는 ‘최고의 행복’

    “베를린 필하모닉처럼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한국에서 제 곡을 연주해주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쁜 일이에요. 최고의 영광이죠.”(진은숙) “어렸을 때부터 베를린 필과의 연주가 꿈이었는데, 올해 꿈을 이뤘네요. 이젠 재초청받는 게 꿈이 됐습니다.”(조성진)세계 최정상 베를린 필이 이달 초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홍콩, 중국, 한국, 일본을 거쳐 다시 베를린으로 이어지는 투어 중이다. 한국 연주회는 19~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베를린 필의 이번 투어가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의뢰로 한국 작곡가 진은숙(왼쪽·56)의 창작곡 ‘코로스 코르돈’이 연주되고, 부상으로 하차한 중국의 랑랑 대신 피아니스트 조성진(오른쪽·23)이 협연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바쁘게 오가는 진은숙은 영광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베를린 필과 여러 번 작업했지만 위촉 초연은 처음이라 영광이에요. 초연 연주도 무척 좋았고, 완벽한 리허설 과정도 즐길 수 있었어요.” 조성진은 카네기홀 리사이틀과 베를린 필과의 협연이 꿈이었는 데 올해 모두 이루게 됐다고 기뻐했다. “(베를린 필과의 데뷔 무대는) 저에게 무척 뜻 깊은 무대인데 무사히 잘 마쳐 끝나자마자 안도감을 느꼈죠.” 진은숙은 겹경사다. 지난달 아시아 최초로 세계적인 권위의 시벨리우스 음악상을 받았다. “너무 대단한 상이어서 수상자 리스트에 끼어도 되는지 의문이에요. 작곡가로 일 할 용기가 더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싶어요. 사실 제가 상복을 타고난 것 같기도 해요. 호호호.” ‘코로스 코르돈’은 우주의 역사, 생성과 소멸을 11분으로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 진은숙은 추상적인 곡이라는 걸 감안하고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제2의 윤이상’이 나오기 위해서 새로운 작품들이 끊임없이 발굴, 연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진은 이제는 큰 무대에서도 긴장감보다 행복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쇼팽 콩쿠르 이후에는 극도의 긴장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어느 정도 단련된 거 같아요. 늘 행복감을 느끼면서 무대에 오르죠.” 국내에서 일고 있는 ‘조성진 신드롬’에 음악이 아닌 스타성을 쫓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고 했더니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어느 연주회를 가든 관객 모두가 프로페셔널하지는 않을 거에요. 음악을 모르면 연주회에 오면 안 되는 것인지, 이런 생각도 드네요. 피아노가 좋고, 위대한 작품을 연주해서 좋고, 관객이 제 연주에 집중을 해주니 좋은 것이지, 관객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앞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항상 발전하는 연주를 하는 게 음악가로서 꿈이죠. 인간으로서는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 그러려면 건강과 함께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깐깐한 출입기자 홀린 광화문 서울청사 인근 맛집

    [公슐랭 가이드] 깐깐한 출입기자 홀린 광화문 서울청사 인근 맛집

    # 광화문 가성비 좋은 일식당… 이찌이스시 고급 식당이 즐비한 서울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일대에서 흔하디흔한 것 중 하나가 일식당이다. 하지만 비교적 맘 편하게 수준 있는 초밥을 즐길 곳도 드문 게 사실이다. 청사 인근 한 오피스텔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이찌이스시’는 가격과 맛, 양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일식당이다. 초밥은 잘 숙성된 재료로 만들어 식감이 부드럽고 맛도 수준급이다. 특히 후식으로 나오는 카스텔라 같은 식감의 도톰한 계란구이(다마코 야키)가 일품이다. 깔끔한 플레이팅도 장점. 그럼에도 주변 고급 일식당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가까운 사람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기에도 좋다. 다만 테이블은 딱 3개라 단체로 식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바에는 8명 정도 앉을 수 있으며 주방장이 초밥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매일 집밥이 그립다면… 통의동 청하식당 경복궁 서쪽 마을인 ‘서촌’(西村)은 갤러리와 맛집이 즐비한 세련된 곳이다. 그런 서촌에서도 옛 서울의 정취를 느끼며 가정식 집밥을 맛볼 수 있는 백반집이 있다.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옆으로 끼고 자하문로10길에 위치한 청하식당은 독특한 데이트 장소라기보다 매일 식사를 위해 꾸준히 찾는 기사식당 같은 밥집이다. 고봉밥에 된장국, 밑반찬들은 담백하고 조촐한 집밥을 먹는 느낌이다. 가지무침, 꽈리고추조림, 배추김치, 깻잎장아찌, 시금치무침, 고등어조림 등 철따라 달라지는 밑반찬은 어머니의 손맛을 생각나게 한다. 동태, 닭, 삼겹살, 고춧가루, 쌀, 김치 등 식재료뿐 아니라 참기름, 조미료도 국내산만 쓴다.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제육볶음은 연한 살코기와 쫄깃한 비계가 입맛을 당긴다. 가정식 백반에 후식으로 나오는 요구르트도 별미다. 주차장이 없고 점심시간이면 근처 직장인 등으로 북적인다는 게 흠이다. 찌개류 6000원, 제육볶음 8000원 등이다.# 단호박 라테에 브라우니… 비밀의 화원 ‘카페 스프링’ 카페는 마실 음료뿐 아니라 잠시 쉬어 갈 여유도 함께 판다. 나른한 오후를 견딜 커피 한 잔이 절실한 이에게 카페 스프링은 그런 비밀스러운 공간을 제공한다. 2층 창가 테이블에 앉아 광화문 빌딩을 올려다보면 잠시 잠깐이나마 일에서 격리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허름한 흰 문을 열면 너른 실내에 나무 테이블이 따뜻하게 손님을 반긴다. 단체로 찾기보다 삼삼오오 모여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단호박라테와 청귤에이드는 카페 스프링에서 자랑하는 별미다. 음료를 주문하면 조그만 초코 브라우니를 곁들여 준다. 자리에 앉아 마시는 음료는 비싼 편이지만 테이크아웃 음료는 50% 할인이 된다.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 건너편. 테이크아웃 할인 기준 아메리카노 2500원, 단호박라테 3500원 등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코믹드라마의 슬픔, 시즌 1, 2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코믹드라마의 슬픔, 시즌 1, 2

    나는 지난겨울부터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 속의 드라마가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멜로드라마를 보면 자주 눈물을 흘리곤 한다. 속을 메스껍게 하는 공포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배설 위험이 있는 스릴러는 가끔 본다. 가장 좋아하는 건 웃기다 울리고 긴장 속에 떨게도 하는 코믹 스릴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 지지자들의 사차원적 사고와 행동거지는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멜로와 스릴러와 코미디 모두를 합친 새로운 장르가 출현한 것 아닌가 싶다. 지난 1년간 장기 공연 중인 드라마 제목은 ‘정치보복은 내게서 멈추기를.’ 감독 최순실, 주연 박근혜. 조연은 너무 많아서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후보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연배우가 펼친 이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인기 미드보다 더 예측을 불허한다. 오직 나라 사랑밖에는 모르는 지도자인데, 오랜 절친을 무한 신뢰한 치명적 결함으로 인해 비극의 주인공이 된 대통령. 그분을 도와 나라의 문화융성을 도모하고자 했을 뿐인데, 굶주린 늑대같이 달려드는 불순세력들의 마녀사냥과 그 희생양이 된 대통령의 절친(감독이 연기도 해서 재미가 더해졌다). 드라마가 흥미진진하려면 간교한 계략과 권모술수에 능한 악역들이 빠질 수 없다. 그들은 오랜 세월 여러 정권에서 권력을 향유한 왕 실장, 그에 버금가는 권력 장악의 달인인 정무수석. 이들의 자세와 표정,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탁월한 악역 연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이 창조한 당당한 위선자의 전형이 아닐 수 없고 진정 악인 연기가 드라마를 빛낸다. 여기에 비극적 주군에 대한 무한 충성을 보이고, 주군과 추락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충정 어린 신하도, 상 위의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온갖 악행의 도구 노릇을 하는 어리석은 신하들도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여기까지인 줄 알았다. 기억의 정치라는 성채 안에서 저주에 처한 공주의 비극적 운명으로 시즌 1의 대단원의 막이 내릴 줄 알았는데, 웬걸 드라마는 첫 시즌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를 시작한단다. 첫 시즌이 멜로에 가깝다면 시즌 2는 범죄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국회, 검찰,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무시무시한 권력기구와 기업들까지 등장하며 감청, 정치보복, 선거개입, 언론장악, 경제범죄, 정경유착 등이 모두 등장한다. 국민소통수석이라는 정겨운 직위를 가진 사람이 만든 화이트리스트는 세상을 밝게 만들기 위해 능력과 열정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했단다. 웬만큼 할리우드의 범죄 스릴러에 익숙한 사람도 그 음침하고 복잡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만만치 않다. 시즌 1이 독일과 승마를 재미 장치로 끌어들이더니 이번에는 국정원, 기무사, 청와대 삼각 고리에 중국 베이징 자동차 납품업체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조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지’ 사장과 실소유자라는 역할 분담까지 정말 정경유착과 기업 라마의 면모까지 갖추었다. 정말 “다스는 누구 건가요?” 신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악마를 만들어 인간들 옆에 두었다고 한다. 이들을 우리의 삶으로 내려보낸 신께 감사할 일이다. 내가 웬만한 악행을 저질러도 이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안도감을 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 보통 람들이 이들의 눈에는 미욱하고 미천한 존재, 버러지 정도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돼 울화가 치밀게 한다. 지난 거의 1년간 시즌 1과 2를 보면서 드라마의 겹겹이 복잡한 플롯과 다층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 끝없는 반전과 반전에 경탄하면서도 염증과 분노, 배신감과 서글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게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를 안개처럼 덮고 있는 슬픔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악몽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연극은 끝내고, 내가 평소에 즐기던 텔레비전 드라마를 즐기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 ‘아는 형님’ 서장훈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결혼하는 꿈에 눈물”

    ‘아는 형님’ 서장훈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결혼하는 꿈에 눈물”

    ‘아는 형님’ 서장훈이 꿈에 관련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오는 16일 방송되는 JTBC ‘아는 형님’에는 컴백을 앞두고 있는 그룹 B1A4가 전학생으로 출연한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 뮤지컬, 예능 등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던 B1A4는 이번 방송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형님들을 사로잡았다. 최근 진행된 ‘아는 형님’ 녹화에서 서장훈은 잠에서 울면서 깼던 에피소드를 고백했다. 서장훈은 어느 날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꿈을 꿨다고 밝혔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큰일이다 싶어 너무 무서웠다며 당시 기분을 털어놓았다. 또한 ‘이러다 또’ 라는 생각에 눈물까지 났다고. 그러나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안도감에 행복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형님들과 B1A4는 서장훈은 ‘웃픈’ 사연에 당황하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서장훈이 오열한 사연은 16일 토요일 저녁 8시 50분에 방송되는 JTBC ‘아는 형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지난 발자국/정현종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지난 발자국/정현종

    지난 발자국/정현종 지난 하루를 되짚어 내 발자국을 따라가노라면 사고(思考)의 힘줄이 길을 열고 느낌은 깊어져 강을 이룬다 ― 깊어지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고, 마음이 아니니. 되돌아보는 일의 귀중함이여 마음은 싹튼다 조용한 시간이여. 저물 무렵 파주로 들어오는 자유로 저 너머 서해로 지는 태양을 바라볼 때 ‘아, 오늘 하루도 끝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물져 들어온다. 오늘 하루 나는 어디에 족적(足跡)을 남겼던가. 그 발자취 따라가면 그것이 결국 나 자신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인생은 자신의 방식으로 자기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 길이 근심과 가난의 길일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품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 발자국 따라가면 “사고(思考)의 힘줄이 길을” 연다고 하지 않는가. 산다는 것은 길을 밟고 나아가며 길을 여는 것. 그 길로 나아가지 않았다면 인생도 그 무엇도 없었으리라. 노후가 되면 제 발자취가 나아간 길들을 하나씩 꺼내 반추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장석주 시인
  • “정치색 거둬낸 ‘인간 노무현’ 통했죠”

    “정치색 거둬낸 ‘인간 노무현’ 통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가 6일 누적 관객 184만명을 기록 중이다. 정치 관련 다큐로는 초유의 성적이다. 770개까지 늘었던 스크린 수가 개봉 7주차에 접어들며 1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더위가 물러가기 전 200만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뛰어넘는 다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명), ‘워낭소리’(296만명)밖에 없다.줄곧 다큐만 찍어 왔다는 이창재(50) 감독은 흥행에 무덤덤하다면서도 그보다는 남다른 관객 반응 때문에 뿌듯하다고 했다. 보지 않고 빵점 주는 경우는 있어도 관람한 사람 중엔 부정적인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지만 요즘도 전화가 오면 겁부터 나요. 반대 의견을 가진 분이 워낙 많아 상당히 공격적인 피드백을 예상했거든요. 하지만 나이 든 분에서부터 젊은 학생까지 생각을 바꾸게 됐다는 반응뿐이었어요. 자신의 죽음까지 이용하는 정치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미안하다고요.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 노무현이 굉장히 잘 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다큐는 노 전 대통령 삶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16대 대선 과정이나 대통령 당선 순간이 아니라 이보다 조금 앞선 새천년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지지율 2%의 꼴찌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은 대역전극을 펼친다. “당시 국민경선에서 대의정치가 가장 정확하고 순수하게 구현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전에도, 그 뒤로도 없는 헌정 사상 유일한 사건이라고 봅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정치인을 대선 후보로 만들어 실제 당선시켰던 그때를 조명해 지난 8~9년간 억눌려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우리 스스로 ‘슈퍼파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싶었어요.”원래대로라면 19대 대선 6~7개월 전에 개봉했을 터인 데 몽땅 뒤바뀌었다. 조기 대선 이후 개봉하게 돼 자기만족용으로 비칠까 봐 걱정스러웠다는 이 감독은 그러나,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요즘은 세대 갈등이 심하잖아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는 등 가족 관람객이 상당한데 그간 정치적 어젠다를 놓고 전혀 소통이 없었다가 제 작품이 조그마한 통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처음에 영상 자료를 모으며 아차 싶었다고 했다. 경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군소 후보에 불과해 따로 촬영된 공식 영상이 거의 없었다. 열여섯 차례의 경선 현장을 기록한 영상은 천편일률이었다. “자료를 확인하고는 패닉 상태였어요. 드라마를 이끌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잠수를 타기도 했죠. 기획을 (자료가 많은) 대선으로 바꾸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도 싶었죠. 책임은 자신이 질 테니 마음껏 편집해 보라는 최낙용 PD의 말에 일단 시작하고 보니 이야기가 조금씩 보였습니다.”‘노무현입니다’는 인터뷰 분량이 상당히 많다. 10분씩 계속되는 인터뷰만 무려 네 차례다. 노사모 회원에게 기증받은 자료까지 모았지만 영상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택한 고육책이었는데, 전화위복이 됐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의 먹먹한 마음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옮겨지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누가 돈 내고 인터뷰를 보러 오겠느냐는 내부 의견이 많았죠. 자신이 있기도 없기도 했어요. 그런데 전주영화제 첫 상영 때 관객들이 인터뷰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그제서야 안도감과 희열감에 저도 눈물이 펑펑 났죠. 이 작품을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의 단조로움을 피해 가기 위한 몽타주용으로 봉하마을 사저를 사흘 밤낮으로 촬영하기도 했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변호사 시절의 노 전 대통령을 담당했던 전 안기부 요원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70여명을 서너 시간씩 인터뷰했다. 분량만 200시간이 훌쩍 넘는다. 봉하대통령기념관이 건립되면 모두 기증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큐에 담지 못했던, 세상에 알리고 싶은 숨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옮기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출간 예정이다. “저마다 기억과 인연으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노무현의 사람’이 적어도 열 명은 되는 것 같아요. 너무나 주옥같은 이야기가 많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많은 정책 업적을 남겼고, 노 전 대통령은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다는 말에 절로 수긍이 가더라고요. 속편을 만들라는 권유도 있는데 당분간은 생각이 없어요. 앞으로 꾸준히 나올 거라 보거든요.” ‘노무현입니다’가 지금 시점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반문했다. “사람 사는 세상, 이 말이 언제쯤 나온 것 같나요? 1988년 초선 때 판촉물인 볼펜에 처음 새겼던 문구더라고요. 노 전 대통령은 삶 자체가 가치지향적이었어요.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려고 인생을 던져 정치적인 도전을 시작한 거죠. 최근 10년 새 우리 사회가 경쟁, 성공을 추구했지만 삶은 더 불공평해지고 국가 경쟁력은 더 떨어졌잖아요. 노 전 대통령에게서 교훈을 얻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가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출산 직전 아기 잃은 임신부…가정용 태아 심박기 과신 탓

    출산 직전 아기 잃은 임신부…가정용 태아 심박기 과신 탓

    영국의 한 20대 여성은 첫 아이의 출산 직전 황망하게 태아를 잃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태아용 의료기기에 대한 잘못된 사용 때문이었다. 2년 전인 2015년 벌어진 사고였다. 임신 10개월 차였던 비키 맥넬리(29)는 예정일이 일주일 무렵이나 지났을 때 태아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곧장 태아의 맥박을 확인하는데 쓰는 가정용 초음파 기기인 도플러 기기를 이용해 배 속 딸의 심장박동을 확인했다. 그 결과 태아의 심장박동은 매우 안정적이었고, 이에 안심한 맥넬리는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태아의 움직임이 없다는 사실을 느낀 그녀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고 이내 의료진으로부터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태아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 사건의 발단은 도플러 기기에 있었다. 당시 의료진은 맥넬리가 자신의 안정적인 심장박동을 태아의 것으로 착각해 병원에 바로 들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판단했다. 맥넬리가 구입한 도플러 기기는 현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30파운드(약 4만 5000원)에 구입한 것이었다. 해당 기기를 구입했을 당시, 구입처에서는 “임신 10주 이상부터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맥넬리 부부는 이 기기를 이용해 배 속 딸의 심장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고, 들을 때마다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로부터 직접 사용법에 대해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사용법을 배우는 영국 대다수의 가정용 도플러 기기 구매자들과 마찬가지로 맥넬리 부부 역시 동영상 등을 통해 직접 사용법을 익혀야 했다. 맥넬리는 “사고가 있었던 그날, 도플러 초음파 기기를 이용했을 때 약간의 소음이 있긴 했지만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했다”면서 “내가 도플러 기기의 소리를 잘못 알아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면, 아마 딸은 지금 내 곁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맥넬리처럼 아이를 사산한 엄마들을 위한 현지의 한 자선단체는 “조산사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몇 년을 교육 받아야 태아의 각기 다른 심장박동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용 도플러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유튜브 등을 통해서 본 사용 방법에 의존한다. 도플러 기기는 엄연히 의료용 기기이며, 단순히 태아의 심장소리를 듣는 오락기구라고 볼 수 없다”며 정부가 해당 기기의 일반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왕립조산사학회(Royal College of Midwives) 역시 해당 기기가 태아의 심장 박동 모니터기기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맥넬리는 “다른 임산부들에게 해당 기기의 사용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첫 딸을 잃은 사연을 공개했다”면서 “임신한 여성이라면 반드시 태아의 움직임에 평소 주의를 기울이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홈케어 기기가 아닌 곧장 병원으로 향해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지도 상식의 대변혁’ 구글맵은 神의 눈인가

    ‘지도 상식의 대변혁’ 구글맵은 神의 눈인가

    구글 맵, 새로운 세계의 탄생/마쓰오카 게이스케 지음/홍성민 옮김/위즈덤하우스/232쪽/1만 4000원지도는 수천년간 인류가 ‘여기 아닌 어딘가’를 상상하게 했다. 인간의 신념과 가치관이 담긴 지도는 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종이 위에 그려진 지도를 ‘펼치는’ 행위에는 지식을 ‘넓히는’ 의미가 있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육지, 그 한가운데 메소포타미아를 그린 고대 바빌로니아인의 지도는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믿었던 그들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성경 속 동물과 민족들을 그리고 그 바깥에 예수를 세워둔 중세 기독교인의 지도에는 세계를 지휘하는 주인이 신이라는 믿음이 들어 있다.이런 지도의 상식에 혁명을 가져온 주인공이 있다. 2008년 등장한 구글 맵이다. 구글 맵은 터치 한 번, 스크롤 한 번으로 내가 서 있는 ‘지금·여기’를 파헤치는 ‘벌레의 눈’을 갖게 했다가도 단숨에 세계를 조망하는 ‘신의 눈’을 갖게 하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매일 전 세계에서 30억건의 정보 검색이 이뤄지는 구글에서 3분의1은 특정 장소에 관한 검색이다. 이제 구글 맵 없이는 어디 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어떤 유능한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여기’에서 ‘그곳’까지 가는 최단 경로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안에 들어온 구글 맵은 ‘나’와 함께 움직이며 개인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구글 맵을 쓰면 세계 곳곳을 자유자재로 조망할 수 있는 ‘신의 눈’을 가진 것 같지만, 사실은 컴퓨터가 찾아주는 정보를 국소적으로 받아들이는 ‘벌레의 눈’만 갖게 되는 게 현실인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지도의 개인화는 필연적으로 세계로 시선을 ‘줌 아웃’하려는 욕망을 쇠퇴시키고 ‘지금·여기’로의 ‘줌 인’하는 인력을 더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지도가 세계나 사회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미지의 장소를 그려보고 정보를 선별하는 주체적인 ‘탐색’의 대상이었다면, 현재 구글 맵은 수동적인 ‘검색’의 대상으로만 쓰이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구글 맵에 접속하는 이들의 목적은 대개 목적지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해서 사용자는 지도를 면으로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점(현재 위치)과 점(목적지)을 잇는 선(경로)을 ‘좇는 존재’가 된다”면서 “구글 맵이 우리의 세계를 넓히기보다 지금·여기로 세계를 가두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떤 노력도 들이지 않고 즉물적인 욕구만 충족하는 이런 지도의 쓰임을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 비유하는 학자들도 있다. ‘조망하는 지도’가 ‘길을 안내하는 지도’, ‘이야기가 사라진 지도’가 된 셈이다. 이런 변화는 개성이 사라지고 교통·쇼핑의 편리함만 추구하게 된 도시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모르는 곳을 가도 적극적으로 탐험하려는 호기심이나 의지를 발휘하기보다 ‘구글 맵이 알려주겠지’란 안도감에 젖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변화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이 자체가 우리의 ‘새로운 리얼리티’이자 오늘날 도시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맵을 통해 우리는 스크롤 한 번으로 공중에서 세계를 부감하다 인간의 눈높이로 현실에 ‘다이빙’하는 감각을 느끼고, 반대로 ‘점프’하는 감각을 느끼며 세계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게 됐다. ‘지금·여기’에서 뛰어올라 다른 세계를 만나는 건 결국 사용자의 몫이라는 결론이 다소 허무하지만 솔깃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박근혜 영한사전으로 영어공부 왜? 전여옥 “극도의 불안 상태”

    박근혜 영한사전으로 영어공부 왜? 전여옥 “극도의 불안 상태”

    전여옥·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황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전여옥 의원은 23일 방송하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전을 가지고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극도의 불안 상태인 것 같다”라며 “단순한 일에 집중하고, 그래서 안도감이나 안정을 찾으려는 자기방어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 접견 시간을 빼고 나머지 시간을 영한사전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봉주 전 의원은 “감옥에서 베스트셀러 1위는 성경책이고 2위는 옥편인데 쓰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며 “영어회화반은 없어도 붓글씨반은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어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수감 생활이 순탄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새 정부 시험하는 듯 또 미사일 도발한 北

    북한이 어제 오후 탄도미사일 한 발을 또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일 만에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발사한 데 이어 불과 일주일 만에 도발을 다시 감행한 것이다. 청와대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과 북한군의 동향 분석, 우리 군의 대응태세 등을 점검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국제사회의 강한 우려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우리의 미사일 개발은 끝났으니 미국은 우리와 담판에 나서라’라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핵은 포기할 수 없으니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김정은 정권의 협박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은 갓 출범한 문재인 정권에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4강 특사 파견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제재 못지않게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 김정은 정권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미사일 도발을 계속 감행하는 것은 이러한 대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만큼 우리 또한 이러한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부정적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 개발에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 MD에 편입되지 않고 우리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다. KAMD 체계가 완료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우리의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미 동맹도 어느 때보다 강화될 수 있어야 하며, 틀어진 중국과의 관계도 하루빨리 복원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도발은 문재인 정권을 시험대에 올린 것과 같다. 국가 안보 문제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일 수 없으며, 정권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문제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 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규탄한 것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국제사회와의 공조와 함께 대화를 통한 설득이라는 투트랙 전략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흙수저들의 마지막 탈출구 공무원…“최소한의 삶 살고 싶어요”

    흙수저들의 마지막 탈출구 공무원…“최소한의 삶 살고 싶어요”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김광균, ‘와사등’ 중에서) “노량진 거리를 걸으면 ‘와사등’이란 시가 생각나요” 강석진씨는 말했다. 이제 스무 살, 만으로는 열아홉이다. 그는 노량진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몇 분을 흘려보내는 것조차 아까워 책을 펼친다. 공무원 수험서다. 그는 원래 뮤지션을 꿈꿨다. 아직 세상에 내보내지 못한 자작곡이 여럿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 참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집안 사정 탓에 가수의 꿈은 일찍이 접었다. 그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공시생 대열에 합류한 까닭이다. 가능한 한 빨리 합격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해야만 한다. ● 노량진의 스톱워치는 쉬는 법이 없다 김유진(25·가명)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노량진으로 왔다. 전공을 살려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1년쯤 되니 회의감이 들었다. 몸을 많이 쓰는 일이라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 “40~50대가 되어도 계속할 자신이 없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보건행정직을 지망하면 관련 자격증이 있는 김씨는 가산점이 붙는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지만, 다른 직렬인 교육행정을 준비 중이다. 학교는 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방학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누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문제집 옆에 놓인 스톱워치가 쉼 없이 돌아갔다.1.8%의 성공률.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청년유니온과 조사한 결과,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1~2명꼴이다. 지원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데 비해 임용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합격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것이다. 2016년 7·9급 국가공무원 지원자 수는 약 29만 명이었다. 같은 해 신규 대졸자 수 51만여 명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 중 합격자 수는 5000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8만여 명은 시험을 포기하거나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극소수만이 살아남는 구조다. ● “나라가 망할 일은 없잖아요” 청년들은 왜 이토록 어려운 시험에 매달리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고용 안정성’ 때문이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자기계발을 하거나 취미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있다. 3년 차 일반행정직 공무원 이미현씨(32)는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온라인마케팅회사에서 4년간 경력을 쌓았다. 일이 제법 익숙해지자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업계 수명은 너무도 짧았다. 선배들은 마흔을 못 넘기고 치킨집을 열었다. 그것은 곧 이씨의 미래였다. 그날이 오기 전에 사표를 내고 노량진으로 발길을 돌렸다.“나라가 망할 일은 없잖아요” 공시생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다. 기업의 존립도, 개인의 생존도 불안한 사회에서 공무원만큼은 나랏밥 먹으니 안전할 거란 뜻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공무원 시험 열풍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이 낮아져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40대 중반이면 은퇴하는 게 현실이다. 그에 비해 공직사회는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 교수는 “난민들이 복지제도가 잘 구축된 유럽으로 떠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원하는 사회로 모두가 진입할 수는 없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만큼 값을 치러야 한다. 이주연(30·가명)씨와 김선욱(27·가명)씨는 연애를 포기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소개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공부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에 둘 다 동의했다. 같은 공무원 학원에 다니고, 쉬는 시간엔 도시락도 함께 먹지만 딱 거기까지 선을 긋는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만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한 사람만 합격하거나 둘 다 불합격할 경우엔 관계가 불편해진다. 인간적인 삶의 모든 조건은 합격 이후로 미뤘다.노량진역 3번 출구 맥도날드는 이른바 공시생들의 ‘성지’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거나 스터디모임을 가진다. 노량진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기 힘들다. 주머니 가벼운 수험생에겐 커피 한잔도 사치인 셈이다. 그래서 1000원이면 충분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다. 고정민(27)씨는 3월에 치렀던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남은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한상준(25)씨와 김근영(27)씨가 모집 글을 보고 맥도날드를 찾았다. “경찰공무원은 대규모 채용이라 그나마 사정이 낫죠” 한고비 넘긴 그들의 얼굴엔 안도감이 돌았다. 그 옆엔 뷔페식 고시식당이 하나 있다. 공시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이다. 한 끼 식사에 4500원이다. 다량의 식권을 구매하면 할인된다. 사장 이상규(48)씨는 단골이 합격해서 막걸리 한 병 사 올 때 가장 기쁘다고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공시생 자체는 늘어도 노량진을 찾는 이들은 점점 줄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준비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고시원비가 평균 월 40만~50만원이다. 과목당 15만~20만원씩 하는 학원비도 부담이다. 요즘은 자구책으로 저렴한 인터넷 강의를 많이 듣는 추세다.● 공정한 경쟁의 마지막 탈출구 청년들은 이 모든 정신적,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흙수저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마지막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불공정한 사회 안에서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이에 시민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점차 ‘안정추구형’으로 변해간다”면서 “과거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시대이기에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시생들에게 원래 공무원이 꿈이었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라고 답한다. 한때는 저마다의 꿈이 있었다. 다만 꿈꾸는 대로 이룰 수 없기에 세상과 타협할 뿐이다. 오찬호씨는 “공무원 시험만이 희망인 현 세태가 10년 뒤엔 과거 속 추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는 “기업문화가 ‘인간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안정된 일자리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면 지금의 기현상은 사그라질 것이라고 봤다. 대안을 좇는 청년들을 탓하기보다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먼저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포퓰리즘 일단 스톱…‘EU 통합’ 다시 속도

    포퓰리즘 일단 스톱…‘EU 통합’ 다시 속도

    “자국 우선주의 저문다는 신호”…英조기총선·獨선거 가늠자될 듯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에서 유럽연합(EU) 통합을 외치던 에마뉘엘 마크롱(39)이 당선되면서 유럽 각국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극단적인 국수주의와 반세계화를 부르짖으며 EU 해체를 강조한 마린 르펜이 패배하면서 EU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일단 차단됐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르펜의 패배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게 한 요인인 극우 포퓰리즘이 유럽에서 저문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은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가결을 계기로 무서운 확장세를 보였다. 대규모 난민 사태와 극단주의 테러로 인한 불안감, 경제위기에 따른 소득 양극화 등에 대한 반감이 극우 포퓰리즘 득세의 원인이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에서 마테오 렌치 당시 총리가 총리직을 걸고 실시한 정치개혁 국민투표에서 기성정치의 심판을 외치며 부결 운동에 나선 좌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북부리그가 존재감을 나타내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국수주의 반이민 성향의 자유당 노르베르트 호퍼가 패배하고 올 3월에는 네덜란드 총선에서 제1당이 될지 모른다는 예상까지 나오던 극우 자유당이 1당에 오르지 못하고 중도 보수 자유민주당이 1당을 유지해 EU에 안도감을 줬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세를 얻지 못하면서 르펜의 집권 가능성도 점차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EU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프랑스에서 EU 통합을 강조하는 리더가 탄생하면서 서구의 ‘자국 우선주의’ 도미노 현상은 멈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유럽경제공동체(EEC) 등 유럽 통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기구를 이끌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의미가 깊다. 실제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마크롱에게 승리 축하 서한을 보내 “강하고 진보적 유럽이 필요하다는 당신의 생각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극우 포퓰리즘이 세를 완전히 잃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음달 치러지는 영국의 조기 총선과 오는 9월 치러지는 독일의 연방의회 선거 결과를 봐야 한다. 영국 총선은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보수당 정권에 대한 재신임 투표로 볼 수 있다. 브렉시트가 포퓰리트스의 거짓 선동으로 가결됐다며 탈퇴 결정을 후회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마크롱 역시 지난 4월 EU 통합에 찬성하면서도 “EU가 개혁하지 않으면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EU 탈퇴) 가능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EU 통합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가 승리 연설에서 “프랑스와 유럽을 방어하겠다”고 강조해 유로화 가치는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유로화는 이날 전 거래일인 지난주 금요일보다 0.3% 뛴 유로당 1.1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흙수저들의 마지막 탈출구 공무원… “최소한의 삶 살고 싶어요”

    흙수저들의 마지막 탈출구 공무원… “최소한의 삶 살고 싶어요”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김광균, ‘와사등’ 중에서) “노량진 거리를 걸으면 ‘와사등’이란 시가 생각나요” 강석진씨는 말했다. 이제 스무 살, 만으로는 열아홉이다. 그는 노량진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몇 분을 흘려보내는 것조차 아까워 책을 펼친다. 공무원 수험서다. 그는 원래 뮤지션을 꿈꿨다. 아직 세상에 내보내지 못한 자작곡이 여럿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 참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집안 사정 탓에 가수의 꿈은 일찍이 접었다. 그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공시생 대열에 합류한 까닭이다. 가능한 한 빨리 합격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해야만 한다. ● 노량진의 스톱워치는 쉬는 법이 없다 김유진(25·가명)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노량진으로 왔다. 전공을 살려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1년쯤 되니 회의감이 들었다. 몸을 많이 쓰는 일이라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 “40~50대가 되어도 계속할 자신이 없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보건행정직을 지망하면 관련 자격증이 있는 김씨는 가산점이 붙는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지만, 다른 직렬인 교육행정을 준비 중이다. 학교는 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방학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누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문제집 옆에 놓인 스톱워치가 쉼 없이 돌아갔다.1.8%의 성공률.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청년유니온과 조사한 결과,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1~2명꼴이다. 지원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데 비해 임용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합격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것이다. 2016년 7·9급 국가공무원 지원자 수는 약 29만 명이었다. 같은 해 신규 대졸자 수 51만여 명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 중 합격자 수는 5천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8만여 명은 시험을 포기하거나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극소수만이 살아남는 구조다. ● “나라가 망할 일은 없잖아요” 청년들은 왜 이토록 어려운 시험에 매달리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고용 안정성’ 때문이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자기계발을 하거나 취미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있다. 3년 차 일반행정직 공무원 이미현씨(32)는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온라인마케팅회사에서 4년간 경력을 쌓았다. 일이 제법 익숙해지자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업계 수명은 너무도 짧았다. 선배들은 마흔을 못 넘기고 치킨집을 열었다. 그것은 곧 이씨의 미래였다. 그날이 오기 전에 사표를 내고 노량진으로 발길을 돌렸다.“나라가 망할 일은 없잖아요” 공시생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다. 기업의 존립도, 개인의 생존도 불안한 사회에서 공무원만큼은 나랏밥 먹으니 안전할 거란 뜻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공무원 시험 열풍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이 낮아져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40대 중반이면 은퇴하는 게 현실이다. 그에 비해 공직사회는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 교수는 “난민들이 복지제도가 잘 구축된 유럽으로 떠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원하는 사회로 모두가 진입할 수는 없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만큼 값을 치러야 한다. 이주연(30·여·가명)씨와 김선욱(27·가명)씨는 연애를 포기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는 가까운 사이”라고 소개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공부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에 둘 다 동의했다. 같은 공무원 학원에 다니고, 쉬는 시간엔 도시락도 함께 먹지만 딱 거기까지 선을 긋는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만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한 사람만 합격하거나 둘 다 불합격할 경우엔 관계가 불편해진다. 인간적인 삶의 모든 조건은 합격 이후로 미뤘다.노량진역 3번 출구 맥도날드는 이른바 공시생들의 ‘성지’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거나 스터디모임을 가진다. 노량진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기 힘들다. 주머니 가벼운 수험생에겐 커피 한잔도 사치인 셈이다. 그래서 1000원이면 충분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다. 고정민(27)씨는 3월에 치렀던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남은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한상준(25)씨와 김근영(27)씨가 모집 글을 보고 맥도날드를 찾았다. “경찰공무원은 대규모 채용이라 그나마 사정이 낫죠” 한고비 넘긴 그들의 얼굴엔 안도감이 돌았다. 그 옆엔 뷔페식 고시식당이 하나 있다. 공시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이다. 한 끼 식사에 4500원이다. 다량의 식권을 구매하면 할인된다. 사장 이상규(48)씨는 단골이 합격해서 막걸리 한 병 사 올 때 가장 기쁘다고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공시생 자체는 늘어도 노량진을 찾는 이들은 점점 줄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준비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고시원비가 평균 월 40만~50만 원이다. 과목당 15만~20만 원씩 하는 학원비도 부담이다. 요즘은 자구책으로 저렴한 인터넷 강의를 많이 듣는 추세다.● 공정한 경쟁의 마지막 탈출구 청년들은 이 모든 정신적,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흙수저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마지막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불공정한 사회 안에서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이에 시민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점차 ‘안정추구형’으로 변해간다”면서 “과거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시대이기에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시생들에게 원래 공무원이 꿈이었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라고 답한다. 한때는 저마다의 꿈이 있었다. 다만 꿈꾸는 대로 이룰 수 없기에 세상과 타협할 뿐이다. 오찬호씨는 “공무원 시험만이 희망인 현 세태가 10년 뒤엔 과거 속 추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는 “기업문화가 ‘인간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안정된 일자리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면 지금의 기현상은 사그라질 것이라고 봤다. 대안을 좇는 청년들을 탓하기보다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먼저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단독] “꼭 투표” 알리와 인증샷 열기…3㎏ 인형 탈에 5분새 땀범벅

    [단독] “꼭 투표” 알리와 인증샷 열기…3㎏ 인형 탈에 5분새 땀범벅

    통풍 안 되고 2㎝ 눈구멍 ‘답답’ “투표율 높았으면” “힘내세요” 대부분 시민들 손 흔들며 격려“꼭 투표할게요. 함께 사진 찍어 주세요.” “더운데 힘내세요.” 지난 29일 오후 3시부터 한 시간가량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투표 독려 캠페인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캐릭터인 ‘알리’를 향한 시민들의 격려와 인증샷 요구가 이어졌다. ‘민주주의를 알린다’는 의미로 ‘알리’라고 불리는 인형탈은 쓴 건 기자였다. 대통령 선거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대선 열기를 체감하기 위해 인형옷을 입고 탈(3㎏)을 썼다. 이 시간 동안 시민들은 속속 알리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고는 사전투표를 마치고 황금연휴를 즐기겠다거나 ‘정책투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어느 때보다 투표열이 높다고 한 선관위 관계자들의 말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인형탈 아르바이트는 키가 너무 크면 귀여워 보이지 않아 탈락이다. 2~3시간 일을 하면 4만원 정도를 주기 때문에 고소득 일자리에 속한다. 하지만 양쪽 눈 위치에 뚫린 2㎝ 크기의 구멍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벤치나 물건, 행인과 부딪히기 일쑤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24도로 꽤 더운 날이었다. 역시 5분도 안 돼 온몸에 땀방울이 맺혔다. 다행히 탈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어 퀴퀴한 냄새는 거의 없었지만, 관리를 못 한 경우에는 악취까지 겹쳐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된다.알리의 임무는 5월 4·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5월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본투표가 열리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손을 흔들거나 인형탈 아래에 양손으로 꽃받침을 만드는 기본적인 포즈로 홍보를 진행했다. 간혹 인형탈을 치고 지나가는 짓궂은 장난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손을 흔들어 주거나 “더울 텐데, 힘내라”, “투표하겠다”, “파이팅”이라는 격려를 건넸다. 아이와 함께 인증샷을 찍은 배청아(30·여)씨는 “다음 대통령은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후보자별로 정책을 비교해 본 뒤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4일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황금연휴를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주혜영(15)양은 “아직 어려서 투표권이 없지만 탄핵 이후에 치르는 선거인 만큼 어른들이 꼭 투표했으면 한다”며 “다음 선거부터 이런 캠페인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았으면 좋겠다”고 똑 부러지게 의견을 전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80.7%였던 투표율은 16대 70.8%, 17대 63.0%, 18대 75.8%를 기록했다. 인근에서는 시민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마술공연, 사전투표 날짜와 시간을 맞히는 퀴즈 등이 열렸다. 공연을 지켜보던 이억자(64·여)씨는 “투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는다. 선거일에 정말 시간 낼 틈이 없다면 사전투표도 할 수 있다”며 “바쁘다고 투표를 안 하는 건 핑계”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시민들이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따져 보고 한 표의 가치를 생각했으면 한다”며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을 희망으로 이끌어 갈 적임자를 선출하는 아름다운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제는 무거운 탈을 벗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커졌다. 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동심이 깨질 수 있으니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절대 탈을 벗으면 안 된다”는 선관위 직원의 당부가 이어졌다. 반팔 티셔츠를 입었어도 온몸에는 땀이 흥건했고, 탈이 머리를 조여 왔다. 행사가 끝나고 탈을 벗었지만 두통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캠페인 도중 만났던 대학생 정다빈(25·여)씨의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무거운 인형탈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줄 대통령을 뽑고 싶습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름 없는 여자’ 오지은, 행복 뒤 찾아온 배신 ‘역대급 시련의 서막’

    ‘이름 없는 여자’ 오지은, 행복 뒤 찾아온 배신 ‘역대급 시련의 서막’

    ‘이름 없는 여자’ 오지은이 배종옥과 서지석에게 뼈아픈 배신을 당했다. 인생을 뒤흔들 역대급 시련의 시작이었다. 28일 방송된 KBS 2TV 저녁일일드라마 ‘이름 없는 여자’(극본 문은아, 연출 김명욱, 제작 팬 엔터테인먼트) 5회분에서는 아들 구해성(주승혁)의 백혈병이 재발하자 손여리(오지은)에게 살려내라 말하는 홍지원(배종옥)과 아이를 임신한 여리가 대립했다. 그리고 김무열(서지석)은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려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리를 배신했다. 3년 전 여리 덕분에 나았던 해성의 백혈병이 재발했다. 오진일거라며 절규하던 지원은 여리가 있어 안심했다. 하지만 여리는 무열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 고민 끝에 일단 해성부터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 그런 여리에게 화가 난 지원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우리 해성이 목숨이랑 바꿀 수 없어. 넌 해성이 살려야 돼! 그게 네 존재 이유야!”라며 숨겨둔 본색을 드러냈고, 집을 나가려는 여리를 가뒀다. 자신이 입양된 진짜 이유에 대해 알고 충격을 받은 여리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우선 집에서 탈출해야 했다. 간신히 집을 나온 여리는 지나가는 차를 세워 도움을 청했다. 차주는 위드그룹 회장 구도영(변우민)의 이복동생 구도치(박윤재)였다. 위급해 보이는 여리를 외면하지 못한 도치의 도움으로 무열의 집으로 간 여리는 임신 사실도 알리지 못한 채 그를 보고 안도감에 쓰러졌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무열의 뒤로 지원이 와있었다. 무열이 엄마의 사채 지옥에서 벗어나기 여리를 배신한 것. 그는 갑자기 들이닥친 사채업자들과 시비가 붙어 위드그룹 입사 면접도 놓쳤고, 오히려 폭행죄로 고소당해 경찰서 신세를 져야 했다. 억울한 무열에게 구해주(최윤소)가 찾아와 도와줄 테니 여리 말고 자신에게 오라고 제안했다. 사실 이날 일은 무열을 궁지로 몰기 위해 해주가 사채업자와 거래해 꾸민 일이었다. 결국 무열은 사랑하는 여리를 버리고 해주의 손을 잡았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시간도 잠시,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여리는 이 역대급 시련 앞에 어떤 선택을 내릴까. ‘이름 없는 여자’ 월~금 저녁 7시 50분 KBS 2TV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말에 속지 말고 행적을 보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말에 속지 말고 행적을 보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공개 토론의 목적은 청중의 이해와 지지를 얻고자 함이다. 그렇다면 토론의 성공 여부는 화자(話者)가 청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과 화법을 얼마나 적절하게 구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는 ‘수사학’에서 다양한 영역의 토론에 필요한 설득의 기술을 제시했다. 토론에서 청중의 공감을 얻으려면 청중이 어떤 일, 어떤 사람에 대해서, 어떤 아비투스(habitus)에서 어떤 정념을 느끼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특정 사회적 위치나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하는 행동 양식이나 판단 등 아비투스에 따라 화자의 메시지는 다른 내용과 수준으로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는 선거 토론에도 유추 적용해 볼 수 있다. 선거 입후보자들의 토론에서는 청중이 어떤 정념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까. 아마 분노, 두려움, 신뢰가 아닐까. 대개 ‘우리의 행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혹은 우리의 행위를 지지하지 않거나 일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욕망을 방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게 된다.’ 또 한편으론 ‘분노나 증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큰 해를 입힐 수 있을 경우에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하게 된다.’ 특히 자신의 이익이 타인의 처분에 맡겨져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더욱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반면에 ‘두려워할 만한 것들이 멀리 있거나,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 일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은 안도감을 준다.’ 신뢰는 분노나 두려움의 대립 항이다. 그렇다면 청중은 분노나 두려움을 일으키는 화자를 거부하고 자신에게 안도감과 희망을 갖게 해주는 화자에게 신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청중 정념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선거 토론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쟁자에게 청중이 최대한 분노와 두려움을 느끼도록 공박하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은 청중이 안도감과 신뢰를 느끼도록 하는 답변과 해명에 주력해야 하리라. 입후보한 토론자들은 수사학의 원리를 알든 모르든 간에 본능적으로 이런 원칙에 부분적으로는 충실한 듯싶다. 각자 상대방을 흠집 내는 온갖 수사를 잘 퍼부어 대는 것을 보면. 문제는 이들이 각자의 신조와 정강에 따라 제기하는 안보, 일자리, 복지, 교육, 안전, 양성평등의 정책 이슈들이 청중, 즉 국민에게 얼마나 소구력이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느냐이다. 국민의 분노와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간파하고 이에 응답하는 이가 토론에 승리할 것이다. 특히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안도감을 주는 이가 신뢰와 지지를 받을 것이다. 하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거짓과 위장하는 말의 성찬에 현혹되지 말자. 변덕 심한 그들의 말보다 정책 이슈에 대한 과거 행동과 메시지를 살펴보라. 진정한 신뢰는 화자의 총체적인 에토스(ethos)에서 나온다.
  • 코스피 6년 만에 최고치…‘박스피’ 탈출 준비 완료

    코스피 6년 만에 최고치…‘박스피’ 탈출 준비 완료

    佛 대선 ‘프렉시트’ 우려 완화 외국인 나흘 연속 순매수 행진 삼성전자 종가도 최고가 경신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완화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로 코스피가 약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지루하게 이어져 온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서 벗어나 조만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3.11포인트(1.06%) 오른 2196.85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5월 3일(2200.73) 이후 5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해 5월 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역대 최고 기록(2228.96)에 30여포인트 차로 근접했다. 프랑스 대선 결과에 대한 안도감으로 유럽과 미국 증시가 상승한 영향을 받아 소폭 오름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65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나흘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투자자와 개인이 각각 2000억원과 3000억원어치 이상을 팔아 치웠지만,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7만 3000원(3.54%) 오른 213만 5000원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장중 한때 213만 7000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21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213만 4000원)도 갈아치웠다. 현대차(2.12%)와 SK(2.49%), SK이노베이션(3.34%) 등도 강세를 보였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환율보고서와 대우조선해양 리스크, 프랑스 대선, 북한 리스크 우려에도 증시가 잘 버텼다”며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 추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코스피 6년 만에 2190선 터치..사상 최고치 찍나

    코스피 6년 만에 2190선 터치..사상 최고치 찍나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완화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로 코스피가 약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지리하게 이어져온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서 벗어나 조만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3.11포인트(1.06%) 오른 2196.85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5월 3일(2200.73) 이후 5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해 5월 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역대 최고 기록(2228.96)에 30여 포인트 차로 근접했다.프랑스 대선 결과에 대한 안도감으로 유럽과 미국 증시가 상승한 영향을 받아 소폭 오름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65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나흘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투자자와 개인이 각각 2000억원과 3000억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웠지만, 흐름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7만 3000원(3.54%) 오른 213만 5000원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장중 한때 213만 7000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21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213만 4000원)도 갈아치웠다. 현대차(2.12%)와 SK(2.49%), SK이노베이션(3.34%) 등도 강세를 보였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환율보고서와 대우조선해양 리스크, 프랑스 대선, 북한 리스크 우려에도 증시가 잘 버텼다”며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 추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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