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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 치악산 구룡사 계곡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 치악산 구룡사 계곡

    이번 호부터 매주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이 연재됩니다.진우석(39)씨는 ‘사람과 산’,‘마운틴’ 등 월간지 기자를 거쳐 현재 산악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산악인입니다.잘 알려지지 않은 내나라 안의 트레킹 명소들을 발굴해 소개할 예정입니다.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여주에서 원주로 들어서려면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홀연히 나타난 치악산과 눈을 맞추는 일이다.최고 높이 1288m,폭 26㎞로 펼쳐진 치악산은 이곳이 강원도 땅임을 알리는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호랑이 사라진 산에 금강송이 주인 노릇 치악산은 원주의 진산이긴 하나 그 너른 품은 횡성과 영월까지 걸쳐 있기에 영서지방을 대표하는 큰 산으로 봐야 한다.예로부터 치악산에서 유명했던 것이 호랑이다.산기슭 마을에는 수십 년전까지만 해도 소를 호랑이에게 산 채 제물로 바치는 민속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인직은 1908년 발표한 신소설 ‘치악산’에서 “백주에 호랑이가 득시글거려 포수가 제 고기로 호랑이 밥을 삼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금강산은 문명한 산이요,치악은 야만의 산이더라.”라고 했다.그만큼 산이 깊고 험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는 말이다.덕분에 치악산은 다른 산에 비해 원시적인 자연이 살아 있다. 치악산은 산꾼들에게 악산으로 유명하다.오죽했으면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쳐 치악산’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치악산 북쪽의 비로봉 오르는 길목에는 수려하고 부드러운 길이 숨어 있다.구룡사 입구에서부터 세렴폭포까지 3㎞ 구간이다.이곳은 호랑이 가죽 무늬가 선명한 금강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길이 순해 가족과 연인들의 가벼운 걷기 코스로 그만이다. ●황장목,나라가 찜한 소나무들 구룡사 매표소를 지나면서 산길이 시작된다.길 초입부터 서늘한 공기에 실려 온 향기가 예사롭지 않다.둘러보니 산비탈에 붉은 소나무들이 빼곡하다.길 왼쪽으로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알리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말 그대로 황장목을 베지 말라는 경고를 새긴 돌이다.나라에서 찜한 귀한 나무들이기 때문이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궁궐을 짓는 데 사용했던 속이 붉고 단단한 금강소나무를 말한다.껍질이 붉다고 해서 적송,아름다운 자태 덕에 미인송이라고도 일컫는다. 구룡교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미끈하게 빠진 노송들이 나타나고,구룡사 일주문인 원통문에서 절정을 이룬다.마음에 드는 나무를 골라 안아보고 우러러 큰 키를 가늠해 본다. 원통문에서부터는 느릿느릿 걸어야 제맛이다.청아한 계곡 물소리가 귀를 뚫고 나무를 스치고 가는 바람이 몸을 관통해 사라진다. 부도탑을 지나면 어느덧 구룡사다.본래 절터는 깊은 연못이었는데,의상대사가 아홉 마리 용을 내쫓고 절을 세웠다고 한다.절을 지나면 구룡사계곡 최고의 명소인 구룡소다.의상대사에게 쫓긴 아홉 마리 용 중 하나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다는 곳이다.폭포는 작지만 그 앞의 크고 깊은 소가 신비롭다. 구룡소를 지나면 다시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넓은 터에 자리 잡은 대곡야영장이 나온다.이곳에 텐트를 치고 별을 헤아리는 황홀한 하룻밤을 상상해 본다.길은 구렁이 담 넘듯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좀 쉬었다 갈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이면 세렴폭포에 이른다.4단으로 이루어진 폭포가 아담하다. ●악명 높은 사다리병창을 거치는 비로봉 코스 정상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비로봉에 도전해 보자.세렴폭포에서 정상까지 이어진 능선길이 험하기로 유명한 사다리병창 코스다.응달이 많아 길이 얼어붙기에 반드시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정상에는 신선탑,용왕탑,칠성탑 등 3개의 미륵불탑이 서 있다.1966년 원주에서 과자를 만들어 팔던 용창중씨가 “3도가 보이는 산 정상에 3도의 돌을 이용해 3년 안에 돌탑 3개를 쌓아라!” 는 신의 계시를 받고 혼자서 쌓았다고 한다.탑 너머로 남대봉까지 이어지는 치악산 주릉의 역동적인 흐름이 장관이다.구룡사 입구~구룡사~세렴폭포 3㎞코스는 1시간20분,세렴폭포~비로봉 2.7㎞코스는 2시간20분가량 걸린다. ▲가는 길과 맛집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구룡사행 직통버스가 오전 10시,오후 12시50분,5시10분에 있다.소요시간 2시간20분,1만 2100원이다.원주에서는 원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41번,41-2번 시내버스를 이용한다.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으로 나와 구룡사 이정표를 따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구룡사 입구의 구룡사밤나무집(033-732-8560)은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엄나무백숙과 산채비빔밥을 잘한다.새말은 예로부터 막국수가 유명한 지역이다.새말나들목 근처의 빨간 기와집 우전막국수(033-342-6472)는 원주와 횡성 일대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산악전문작가
  • 강원도 정선 화절령 ‘첫눈 온 풍경’

    강원도 정선 화절령 ‘첫눈 온 풍경’

    뽀드득 뽀드득~.얼마 만에 들어보는 눈밟는 소린가.산자락에 부딪혀 되돌아 오는 경쾌한 울림에 몸이 날아갈 것만 같다.눈이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만 믿고 강원도 정선땅 화절령으로 향했다.오래 전 산골마을 아낙들이 꽃을 꺾으며 걸었다 해서 이름지어진 그 곳.들꽃이 진 자리마다 눈꽃이 화사하게 피어 순백의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화절령이 처음은 아니지만,이처럼 빼어난 풍경과 마주한 것은 처음이다.여행을 할 때 무엇을 보느냐에 못지않게 언제 보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우는 장면이다.도시의 회색빛에 싫증난 당신이라면,언제고 눈오는 날 화절령을 찾을 일이다. 화절령(花折嶺·960m)은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면을 잇는 고갯길이다.산골 아낙들이 무시로 피어난 진달래 등 야생화를 꺾으며 고개를 넘었다고 해서 붙여졌다.‘꽃꺾이재’ 라는 순우리말 이름도 정겹다. ●들꽃 진 자리에 화사하게 피어난 눈꽃 기능적인 면만 강조해 운탄(運炭)길이라 부르기도 한다.주변 탄광에서 캐낸 무연탄 등을 실어나르던 차도를 일컫는 말로,백운산과 두위봉 등 산자락을 타고 100㎞ 가까이 이어져 있다.그 중 일부가 화절령이다.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버려져 있던 길을 2~3년 전부터 하이원 리조트가 보듬고 살펴서 번듯한 트레킹 코스로 조성해 놓았다.얼레지,진달래,처녀치마 등 봄부터 가을까지 산길을 수놓았던 들꽃들은 고스란히 트레킹 코스의 이름으로 남았고,겨울철 꽃이 진 자리는 눈꽃이 대신하고 있다. 하이원 리조트에서 정비한 등산로와 트레킹 코스는 2.8㎞부터 10.4㎞까지 모두 6개다.이 중 눈이 소담하게 쌓인 겨울철에 특히 어울리는 트레킹 코스는 매립지 주차장과 하이원 골프장 등에서 출발해 도롱이못과 전망대 등을 거쳐 하산하는 2개 코스다.모두 10여㎞ 거리에 3~4시간 가량 소요된다. 화절령길은 해발 1000m 고원지대에 길고 완만하게 이어진 게 특징.강원랜드 호텔 아래 매립지 주차장을 들머리 삼아 산행에 나섰다. 옛길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오래된 시간의 크기만큼 호젓한 시간을 내어 준다.눈덮인 운탄길을 걸으며 지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하는 것도 좋겠다.운탄길을 만들 때 심었다는 낙엽송들은 어느새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났다.한 때 이 나무들 옆으로 탄더미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지나갔을 터.나뭇가지 하나하나에 맺힌 눈꽃들이 광원들의 시름섞인 담배 연기처럼 보인다. ●화절미인(花折美人) 도롱이못 운탄길 양쪽에 늘어선 낙엽송이 눈에 쌓인 채 가지를 늘어뜨린 길을 2.5㎞ 정도 걷다 보면 고원지대에서 뜻밖에도 자그마한 연못을 만난다.화절령 눈길산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도롱이못이다.탄광의 지하 갱도가 무너져 내리던 와중에 지표가 함몰되면서 생성된 직경 80m 남짓한 연못으로,흰눈에 파묻힌 정경이 설국의 정원에라도 와있는 듯하다.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본 사람이라면 짐작할 터다.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주인공 4남매 중 막내가 옷장에 숨어 있다 조우했던 비현실적인 눈의 세계,나니아가 느닷없이 낙엽송숲 사이에서 튀어 나온 듯한 풍경이란 것을.이런 이국적인 세계에서라면 영화 속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존재들과 만난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다. 도롱이못이란 이름의 유래가 애틋하다.안내판에 따르면 탄광 함몰사고가 빈발했던 1970년대 화절령 일대에 살고 있던 광원의 아내들은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연못에 올라 도롱뇽의 생사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을 보면서 남편 또한 무사할 것이라 믿고는 가슴 한 쪽을 쓸어내리곤 했다는 것.도롱이못이란 이름도 도롱뇽에서 비롯됐다고 안내판은 적고 있다. 이제껏 동화 속 세상과 같은 아기자기한 풍경을 선보였던 화절령은 도롱이못을 지나면서 도도하고 장쾌한 풍광을 펼쳐 낸다.해발 1300m 낙엽송 길을 한 굽이 돌 때마다 두위봉 등 주변 산자락들이 마루금을 좁힌 채 다가서고,그 아래 고즈넉한 산간마을들의 자태가 두 눈에 선연히 맺힌다.다소 힘이 들더라도 백운산 전망대까지는 올라야 한다.가까이는 백운마을에서 멀리 상동지역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겨울이 내려 앉은 고원지형과 백두대간의 전경을 한 눈에 굽어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눈길 산행을 하려면 아이젠과 스패츠,지팡이 등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하이원 리조트는 아이젠 등 장비가 없는 내방객들의 산행을 돕기 위해 밸리·마운틴 콘도,하이원 호텔 등에 설피 500쪽을 마련해 뒀다.콘도나 호텔 투숙객은 무료,일반인은 소정의 이용료(미정)를 받을 예정이다.트레킹 종착지인 하이원호텔에서 매립지 주차장을 경유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하이원리조트 1588-7789.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영월→사북→하이원리조트.영동고속도로가 정체되면 여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감곡 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곧장 가는 것도 좋겠다. ▲맛집:고한읍내 낙원회관은 ‘맛있는 한우란 이런 것’임을 느끼게 해주는 집.한우를 먹은 뒤 ‘된장 소면’으로 입가심을 하는데,제법 별미다.등심 2만 7000원.591-1700.토박이식당은 생태찌개로 은근히 입소문났다.생태찌개 2만 8000원, 된장찌개 등 6000원.591-7729. ▲주변 볼거리:함백산,만항재,정암사,몰운대,아우라지,민둥산 등. ▲기타 연락처:정선시외버스터미널 563-9265, 정선역 563-7788, 정선군청 문화관광과(jeongseon.go.kr) 560-2361∼3. 글 사진 정선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중구, 금연아파트 2곳 지정

    중구는 2일 신당6동 신당현대아파트와 신당3동 남산타운을 ‘금연 아파트’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녀회와 관리사무소,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다양한 금연활동을 펼치기로 했다.또 금연아파트 관리를 위해 주민들로 이뤄진 자율봉사대도 만들어 순찰과 계도 활동을 벌인다. 금연 아파트 단지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원과 계단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금연아파트 입구에 조형물을 설치하고,놀이터,엘리베이터 등에 금연 아파트 안내판을 부착한다.주민 중 희망 학생이나 가족들을 금연 서포터스로 위촉해 금연아파트 홍보와 책자 배부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연 전문 강사를 초청해 금연 교육을 실시한다.담배에 대한 이해를 돕고,간접 흡연의 해로움을 알려준다.금연 아파트 내의 흡연 주민을 대상으로 6개월 과정의 이동 금연클리닉도 운영하기로 했다. 금연클리닉은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해 보조제를 지급하고,맞춤형 금연 상담을 실시한다.전화 상담과 문자 또는 이메일을 통해 금연을 격려하고 돕는다.6개월 후에는 일산화탄소(CO) 측정과 니코틴 소변 검사로 금연 지속 여부를 확인해 금연 성공자에게 기념품을 나눠준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Local] 광주,무등산 정상 새달 개방

     정비공사로 전면 통제됐던 서석대·입석대 등 무등산 주상절리(柱狀節理)대가 다음달 중순쯤 개방된다.광주시는 27일 무등산 정상 일대 정비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당초 내년 초 예정됐던 개방 시기를 다음달로 앞당기기로 했다.시는 지난 4월15일부터 장불재∼입석대∼서석대에 이르는 0.9㎞ 구간을 전면 통제하고 국비와 시비 11억2500만원을 들여 1.6㎞의 탐방로를 정비하고 2개의 관망대와 안내판 등 15점을 설치했다.그동안 입석대에서 서석대를 거쳐 다시 입석대로 내려와야 했던 동선을 입석대∼서석대∼(군부대)도로,중봉3거리∼서석대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Let’s Go]지리산 숨겨진 비경 의신계곡

    [Let’s Go]지리산 숨겨진 비경 의신계곡

     오랫동안 용케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켜서 있었다.경남 하동군 지리산 자락의 의신계곡 얘기다.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인 데다 주변에 쟁쟁한 관광 명소들이 즐비해 구태여 사람들이 그곳에까지 눈길을 줄 까닭이 없었던 게다.되짚어보면 지리산의 여느 자락에 견줘 태곳적 풍경을 비교적 온전하게 담아 둘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라 여겨진다.소수의 전문 산꾼들만이 눈길을 주던 그곳,용소와 쿵쿵소 등 비경을 품고 있는 의신계곡을 다녀왔다. ●우람하면서도 교태로운 계곡 풍경  88고속도로를 이용해 의신계곡을 찾아갈 때는 반드시 지리산 나들목을 이용할 것을 ‘강추’한다.지리산 성삼재와 구례,하동 등을 거치는 동안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길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여간 각별하지 않기 때문이다.구례와 하동을 잇는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로며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1023번 지방도로 등 자체로 여행 목적지가 될 만한 명소들이 줄을 섰다.그 길에서 만나는 화개장터 등 지리산 산간마을들은 풍경의 덤. 의신계곡은 지리산의 중심부,벽소령 아래에 있다.행정구역은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화개장터를 에둘러 온 1023번 지방도로가 끝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지리산의 여러 계곡 중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편이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등산코스만 줄잡아 20여개쯤 된다.삼정마을을 거쳐 벽소령으로 향하거나 대성계곡을 끼고 세석평전까지 오르는 등산로가 대표적인 코스.이렇듯 산행 들머리로만 여겨진 탓에 사람들의 시선에서 살짝 비켜서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의신계곡을 즐기는 방법이야 저마다 다를 터다.산악자전거를 타고 한국전쟁 당시 조성됐던 군사 작전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거나,조붓한 임도를 따라 여유있게 등산을 즐길 수도 있다.하지만 의신계곡 특유의 풍경과 제대로 마주하려면 계곡 트레킹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웅장한 바위들과 계곡수가 어우러지며 만들어 낸 빼어난 아름다움은 내 나라 안 어디서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다만 출발 전 의신마을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꼭 출입신청을 해야 한다.출입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트레킹은 의신마을을 들머리 삼아 용소와 쿵쿵소 등을 거쳐 빗점골까지 다녀오는 게 일반적이다.거리는 7㎞ 남짓.왕복 6~7시간 정도 소요된다.중간중간 주변의 임도를 이용할 경우 3~4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의신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왼쪽으로 개인 소유의 암자가 나온다.한 무속인이 의신계곡으로 향하는 길을 막은 뒤 불법적으로 불상 등을 설치해 놨다가 최근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의신마을 주민들이 암자 주변에 우회로를 만들고는 있으나,아직까지는 암자 옆 담장을 넘어서 갈 수밖에 없다.개인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암자에서 한 굽이 돌아가면 거대한 암석군과 만난다.의신계곡 최대의 볼거리 용소다.당당하게 하늘을 이고 선 바위들의 규모도 그렇거니와 계곡수가 서너 굽이 휘돌아가며 만들어 놓은 작은 소와 폭포들이 절묘하고 아름답다.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모습들이다.용소 오른쪽 바위 위편의 소나무를 꼭 기억해 두시라.주민들이 ‘참남배기’라 부르는 곳으로,하산길에 들러 의신계곡 전체를 조망하기 딱 좋다. ●늘 마지막 전쟁터였던 곳  용소에서 계곡길을 따라 20분 남짓 오르면 쿵쿵소에 닿는다.오랜 세월 쏟아져 내린 폭포수가 바위를 깎아 움푹 파인 공간을 만들었고,폭포 소리가 그 공간에 부딪치면서 ‘쿵쿵’ 하는 소리를 내게 된 것.단풍나무가 바위와 계곡수를 덮고 있는,전형적인 늦가을 풍경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쿵쿵소에서 빗점골까지는 임도를 따라가는 게 좋다.빗점골로 향하는 길과 벽소령 등산로가 갈라지는 삼정마을에 들러 숨 한 자락 내려 놓으면 넉넉한 지리산이 가슴 가득 차오름을 느낄 수 있다.  삼정마을 왼쪽편은 빗점골로 향하는 등산로다.오래전엔 삼남의 상인들이 자주 오가던 길이었고,근대에 이르러서는 군사 작전도로로 활용됐던 길이기도 하다.산행을 함께한 의신마을 김형택 이장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빗점골에만 주막이 세 곳이나 운영됐을 만큼 사람들의 내왕이 빈번했다고 한다.   빗점골은 ‘마지막 빨치산’ 이현상이 국군 토벌대에 의해 최후를 맞았던 곳이다.안내판에 따르면 이현상은 무려 6년 동안 빗점골 내 배나무평전에서 수력발전기를 돌려가며 생활했다고 한다.배나무평전 400m 위쪽에 이현상의 아지트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전란의 마지막 전적지가 바로 이곳이었다.지리산 자락까지 몰린 동학농민군과 갖은 전쟁에 참여했던 의병,한국전쟁 당시 군인,빨치산 등이 모두 이곳 산자락에서 최후를 맞이했다.”는 김 이장의 설명이 이어졌다.아름다운 풍경이기는 하나 어딘가 처연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은 아마 그런 까닭이었을 게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또는 대전~통영간고속도로→함양 분기점→88고속도로→광주 방향→지리산 나들목→인월→성삼재→구례→화개→의신마을.   ▶주변 볼거리:칠불사와 쌍계사는 오가는 길에 반드시 들러볼 것.단풍이 곱다.청학동,삼성궁,악양면 최참판댁,하동송림,평사리공원 등도 지척이다.하동군청 문화관광과 880-2375. ▶맛집:섬진강 하면 역시 재첩국.하동원조할매재첩식당이 소문났다.884-1034.개화식당은 참게탕을 잘한다.883-2061.동이주막(882-7069)은 대롱밥,산골산장(883-2028)은 녹차냉면으로 알려졌다. ▶잘 곳:의신마을 40여가구에서 민박을 친다.크기에 따라 3만~15만원을 받고 있다.김형택 이장 884-6463,010-5333-3680. 글 사진 하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청계천하류 테마단지 ‘새 단장’

    청계천하류 테마단지 ‘새 단장’

    청계천의 하류 성동구 지역이 생태하천의 특성에 맞춘 테마단지(조감도)로 개발된다. 상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청계천이 균형을 맞춘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13일 “청계천 하류와 중랑천,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지역특성을 살린 보다 친숙한 수변공간으로 가꿔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성동구가 구상 중인 청계천 하류의 특성화개발사업은 내년 말까지 51억여원을 들여 청계천 고산자교∼중랑천 합류부∼서울숲 앞에 이르는 5.5㎞ 구간을 수변공간 녹화에서부터 레저·문화·휴식공간으로 꾸미는 것이다. ●조각공원에서 X-게임장까지 성동구는 최근 청계천 하류와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인 살곶이체육공원 인근에 총 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각공원을 조성했다.4770㎡의 대지에 표찬용 작가의 ‘약속의 나무’ 등 12점의 대형 작품을 설치했다.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은 방향 및 시간 순서에 맞게 배치해 수변 등 주변의 환경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살곶이 조각공원의 기본 컨셉트는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 모두가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상징물이 되도록 했다. 지난 주말 개최된 주민 한마음 걷기대회에서 많은 시민들이 달라진 청계천과 중랑천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특히 인근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과 X-게임장(game)을 새롭게 조성해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였고, 자전거도로와 보행도로를 구분 설치하여 운동 중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게 됐다. ●건강 넘치는 생태 수변공원 조각공원 주변에는 목재로 만든 야외데크 무대를 설치해 젊은이들을 위한 작은 공연장을 마련하였고, 울퉁불퉁하던 공원의 흙바닥은 화강석으로 포장해 산책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졌다. 또한 산책이나 운동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황토 흙을 깔아 건강까지 고려했고, 인근에 갈대·물억새 등 초화류 5만 300본과 회양목 등 수목 8800주를 심어 시민들이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공간으로 꾸며졌다. 조각공원옆 물놀이장에는 LCD를 이용해 물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물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바닥분수를 설치해 야간의 볼거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동구는 또 중랑천 살곶이공원∼용비교 구간에 휴게광장 1곳과 포켓 쉼터 5곳 등 쉼터도 조성해 보다 친숙한 수변공간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청계천 고산자교부터 중랑천 합류지점까지 5곳에는 종합안내판을 설치하고 이정표도 20곳을 선정, 설치키로 했다. 또 이 구간 400m에는 느티나무 등 4종의 나무 122그루를 빼곡히 심어 가로수 숲길을 꾸밀 방침이다. 살곶이공원 주차장은 잔디블록으로 가꾼다. 청계천 마장2교∼중랑천 합류부 구간 1㎞는 담쟁이, 능소화 등 5종의 덩굴 꽃으로 한층 멋을 부릴 예정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경남 함양군 휴천면 운서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경남 함양군 휴천면 운서마을

    두어 달 전쯤 ‘망실공비 3인부대’로 불렸던 정순덕, 이홍이, 이은조가 군경의 추격을 피해 1962년까지 숨어 지낸 송대마을 선녀굴을 잠시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곳과 그리 멀지 않은 운서마을 역시 산죽비트, 굴비트, 망바위, 배바위 등 빨치산의 비밀 아지트가 많았던 곳이다. 빨치산 루트의 중심에 선 노장대는 과거 엄천사에 딸린 암자지만 일부에선 지리산의 다른 독바위들과 구별하기 위해 함양독바위(약 1200m)라고도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노장대(동)는 1970년대까지 민가가 있던 마을터이고, 독바위는 다섯 개의 바위군을 일컫는 이름으로 각각 그 위치가 다르다.1472년 지리산을 유람하고 쓴 점필재 김종직의 ‘유두류록’에는 ‘한 여인이 바위 사이에다 돌을 쌓고 그 안에 들어가 도를 닦아 하늘로 올라갔다.’고 독녀암을 소개하고 있는데, 산꾼들은 그 독녀암을 지금의 독바위로 보고 있다. 마을에서 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김종직이 이 일대를 지난 것을 기념한 유두류록 탐방코스 안내판이 두어 개 세워져 있다. ●산 길목엔 김종직 지난 것 기념한 탐방 안내판이… 2000년에 펴낸 ‘휴천면지’에 의하면 운서마을은 송전리와 동강리 사이에 낀 데다 면내의 마을 중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좁은 땅’에 불과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요즘의 운서는 오히려 전보다 가구 수가 제법 증가한 상태다. 약 30호 중 3분의1은 귀농인으로, 굳이 인구로 따지자면 자식들을 객지로 떠나보낸 원주민 노인보다 어린 자녀를 둔 귀농자가 조금 더 많다. 운서리는 자잘하게 운암(가리점), 장동, 소연동, 노장동 등으로 다시 나뉘는데 현재 민가가 밀집된 지역은 지형이 제비집을 닮았다는 소연동뿐이다. 콘크리트 소로가 끝나는 곳이 운암이고, 소연동을 벗어나 드문드문 민가가 들어서 있다. 함양독바위와 선녀굴 연계산행이나 독바위 주변의 폐사지를 찾는 산행객들이 꾸준히 모여 드는 곳이기도 하다. “몇 해 전만 해도 관리가 안 되는 빈집 다섯 채를 군 지원 하에 철거했는데 요즘은 어떻게들 알고 귀농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6년째 마을 대소사를 맡고 있는 김인천(52) 이장 또한 18년차 귀농인이다. 한봉 첫해 25통이던 벌집을 80통까지 늘리는 대성공을 거둔 덕에 여태 남아 있다고. 그때 실패했으면 미련없이 상경했을 것이라 너스레인 그이는 정착자금까지 받아 놓고도 결국 적응하지 못해 떠나는 이들을 보면 이만저만 가슴이 아픈 게 아니란다. ●8년간 귀농인 몰려… 전체 30가구 중 33% 차지 그렇게 정착한 사람들 덕분에 논농사 밭농사가 전부였던 운서마을도 약초, 토종꿀, 곶감 등을 수확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군내 250개 마을 중 단 세 곳을 뽑아 지원하는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에도 최고 점수로 선정돼 작년과 올해 마을 곳곳에 무려 2500그루의 살구나무를 심었다. 꽃이 지면 그만인 벚꽃과는 달리 꽃도 보고 열매도 얻을 수 있는 살구나무로 마을을 꾸며 보겠다는 것. 여든이 넘은 주민들까지 풀을 베고, 퇴비를 주는 등 적극 참여했다니 10년 후쯤이면 살구꽃으로 뒤덮일 운서를 볼 수 있을 터이다. 김이장의 임기는 이제 한 달 남았다. 낙후된 마을을 위해 상수도와 찻길 공사 등을 주도했지만 외지인 출신 이장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지리산자락 300㎞를 잇는 도보 트레킹의 다음 코스가 운서를 거칠 예정인데 그때도 마을 홍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일 김 이장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번잡한 일을 모두 내려두고 오롯이 벌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가는 길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 부산과 대구 등에 함양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88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에서 산내~마천~휴천 방면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는 생초나들목으로 나서 화계 방향으로 이동한다.24번 국도에서 오도재를 넘어 마천~휴천 방면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천 쪽에서 갈 때는 송문교나 한남교를, 생초에서 갈 때는 엄천교를 건넌다. 마을 입구에 노장대 이정표가 있다. 글 황소영 자유기고가
  • 대관령 옛 정취 맛보세요

    강원 강릉시 대관령의 옛 정취를 재현하는 ‘대관령 옛길 정비사업’이 일단락되면서 아흔아홉굽이 대관령 옛길 관광자원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4일 강릉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동부지방산림청과 ‘대관령 숲 문화 명품화’ 사업을 공동 추진하면서 대관령 옛길의 주막(酒幕) 복원, 반정(半程) 전망데크 설치공사를 마쳤다. 대관령 옛길의 초입 주막터로 전해져 오던 자리에 ‘ㄱ’자 통나무 초가집을 복원했다. 과거길에 오른 선비나 영동과 영서를 오가며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목마름과 배고픔을 달래고, 고단한 몸을 쉬어가던 옛 정취가 되살아나게 됐다. 또한 옛길의 중간 위치인 반정에는 강릉시와 동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데크를 설치했다. 또 김홍도의 대관령 그림을 내걸고 벤치와 탁자, 안내판, 안전 난간 데크 등 편의시설을 보완해 옛길을 찾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 특히 주막터에는 3일부터 숲 해설가 2명을 배치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대관령 옛길의 역사와 이야기, 금강소나무 울창한 대관령 숲의 우수성을 전해주고 있다. 시는 주막터 물레방아 설치, 반정내 야생화 식재 등 지속적인 사업을 통해 대관령 옛길을 역사와 문화와 생태의 길로 가꿔 나갈 계획이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울창한 소나무숲과 계곡,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경관을 살려 최고의 명품 숲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관악구 어린이 공원 금연·금주 구역지정

    관악구는 27일 지역 어린이 공원을 금연·금주 공간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우선 700㎡ 이상인 공원 중에서 선봉어린이공원, 남강어린이공원 등 30곳을 지정한다.2010년까지 전체 71개 어린이공원과 아파트단지, 보육시설 내 놀이터, 유치원, 어린이집 등으로 확대한다. 금연·금주 어린이공원으로 지정되면 ▲금연·금주 실천하는 행복한 어린이 공원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금연·금주 청정공원이라는 안내판과 기둥 배너가 설치된다. 또 금연·절주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주민들로 이뤄진 자율감시단을 운영해 예방과 감시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에는 지구촌어린이집과 관악경찰서 협조로 관악구청 앞마당에서 모래내 어린이공원까지 금연홍보 캠페인을 전개했다. 어린이와 교사, 자원봉사자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 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흡연과 폭음의 폐해를 널리 알리고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깔깔깔]

    ●저 또 왔슈 공짜를 좋아하는 구두쇠 맹구. 돈이 아까워 그냥 버티다 도저히 참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안내판을 보니, 초진은 5000원, 재진은 3000원이라 적혀 있다.3000원짜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요걸 어떻게 할꼬?’ 하고 뒷짐을 지고 왔다갔다 하기를 수십번 하다가 갑자기 진료실 문을 벌컥 열더니 “선생님, 저 또 왔슈!”●어떤 노총각 여자가 없어서 장가를 못 간 시골 노총각이 어느날 여자를 구하러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 올라온 노총각은 네온사인이 화려한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골목 쓰레기통 옆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고 있는 예쁜 아가씨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그녀를 자기 숙소로 데려왔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바로 시골에 있는 친구 노총각들에게 급히 전보를 날렸다. “빨리 서울로 오기 바람. 서울에는 쓰레기통에도 여자가 많이 있음.”
  • 창원 람사르생태공원 문 열어

    경남 창원시 람사르생태공원이 준공돼 20일 개장됐다. 람사르생태공원은 경남에서 열리는 람사르총회(10월28일~11월4일)에 전국이 후원·참여하는 것을 상징하는 사업으로, 경남도와 경기도가 지난해 11월 후원협정을 맺어 추진했다. 전체 사업비 8억 2000여만원 가운데 경기도가 6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2억 2000만원은 창원시가 부담해 창원시 대원레포츠공원 안 7000㎡에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생태공원의 전체 모습은 경기도의 지도를 형상화해 조성됐다. 생태공원 주요 시설로 연못과 습지 1700㎡를 비롯해 데크·징검다리·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습지안내판과 람사르 안내간판 등도 설치됐다. 꽃창포·수련·연꽃 등 습지식물 9180그루와 소나무·느티나무·수양버들 등 수목 4000여그루, 초화류 5000여그루를 심어 조경을 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낙성대공원 ‘환생’

    낙성대공원 ‘환생’

    관악산 낙성대공원이 지역 명소로 다시 태어난다. 관악구는 20일 낙성대공원(2만 8878㎡)을 전통 조경에 맞춰 재정비하는 제2차 낙성대공원 성역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낙성대공원은 1974년 고려시대의 명장 인헌공 강감찬 장군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시설이 낡은 데다 접근성도 떨어져 시민 불편이 적지 않았다. 구는 다음달부터 공원 내의 안국사(사당) 정비와 광장 리뉴얼, 주차장 폐쇄, 전통 정원 조성 공사에 들어간다. 예산은17억원이 투입된다. 관악구 관계자는 “일부 장소는 방치 시설처럼 노후화돼 공원으로서의 기능이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면 공원 인지도가 향상돼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공원 조성·등산로 정비 시민근린공원으로 시민을 위한 근린 공원으로 리모델링된다. 노후된 광장 바닥을 전통 양식의 화강석으로 포장해 주민들이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을 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낙후된 화장실과 매점은 새롭게 지어진다. 불필요한 도로포장 구간들을 걷어내 공원 내부까지 숲이 이어지도록 했다. 노후된 철제 안내판도 사라진다. 대신 목재 안내시스템을 설치하고 외국어도 병기했다. 택배 및 대형버스 차고지로 전락한 주차장은 폐쇄된다. 그 자리엔 아담한 전통 정원과 마당이 들어선다. 또 공원 진입부도 새롭게 단장돼 주민들의 이용 편의를 높인다. 낙성대 공원에서 관악산 정상(연주대)으로 향하는 등산로도 정비된다. 기념 공원의 기능도 되살린다. 강감찬 장군 동상이나 광장이 담장 밖에서도 보일 수 있도록 광장 일부 담장을 헐어 공원을 개방한다. 사당과 공원내 조경이 일본식이라는 지적에 따라 다시 꾸민다. 사당내 옥향나무, 측백나무, 노무라 단풍나무 등 일본식 조경 양식을 제거하기로 했다. 또 장애인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계단에 램프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폐쇄회로TV·소화시설 설치로 안전성 제고 이달 말부터 추진되는 1차사업에는 광장과 안국사, 공원 등이 정비된다. 문화재의 관리 강화를 위해 폐쇄회로(CC)TV 및 소화 시설을 갖춘다. 낙성대공원에서 관악산 연주대에 이르는 등산로도 다음달까지 모두 공사를 마치고 완료해 주민들이 자주 찾는 등산 코스로 개방한다. 주차장 폐쇄, 전통 정원 조성 등의 2차 사업이 내년에 끝나면 낙성대공원은 지역 명소로 되살아날 전망이다. 낙성대공원은 관악산 지역 가운데 가장 접근성이 좋다. 낙성대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에 자리잡은 서울시 ‘제3 영어마을’과 관악구 체육센터, 서울 과학전시관, 구립운동장, 덕수공원 등 주변 명소들과 연계한 나들이 공간의 중심지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김효겸 구청장은 “낙성대공원이 갖는 뜻깊은 의미를 많은 시민들과 외국인관광객에게 알릴 수 있도록 수준 높게 정비해서 서울의 전통 명소로 새롭게 가꿔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 거리 디자인을 입는다

    서울 거리 디자인을 입는다

    서울시가 휴지통, 가로판매대 등 공공시설물을 대상으로 ‘우수디자인 인증제’를 도입한다. 서울시는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비롯해 기능성, 경제성, 창의성 등을 심사해 우수 공공디자인 제품에 인증마크를 주는 ‘서울특별시 우수공공디자인 인증제’를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인증제는 간판, 옥외광고물 등 각 분야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온 서울시가 우수한 공공디자인 제품과 아이디어를 발굴, 장려하기 위해 마련했다. 인증 대상에는 앞으로 설치되는 공공시설물 외에 이미 설치된 것도 포함된다. 대상을 종류별로 보면 벤치, 휴지통, 자전거 보관대, 가로판매대 등 공공시설물 10개 분야 41종과 자전거도로·역전광장 등 공공공간 9분야 22종, 공공기관 안내판, 버스 정류장 표지 등 공공시각매체 19개 분야 51종이다. 인증품은 서울의 상징 동물인 ‘해치’가 그려진 마크를 사용할 수 있고, 디자인서울본부 홈페이지에 등재돼 홍보효과도 기대된다. 또 서울디자인 올림픽에 패널이나 현물 전시를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는 우수 공공디자인 선정작을 수록한 연감을 산하 기관과 25개 자치구에 배부해 업무안내서로 사용되도록 할 예정이다. 인증은 매년 2차례 관련 전문가 10인 이상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뤄지며, 시는 인증 유효 기간을 2년으로 한정해 사후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제1차 우수공공디자인 인증 신청은 11월17일부터 12월19일까지이고, 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3월 인증마크를 받게 된다. 신청은 디자인 개발 주체인 디자이너나 제품을 만든 업체가 인증 신청을 할 수 있다. 또 관공서 추천을 통한 신청도 가능하다. 희망자는 서울시 디자인 홈페이지(http:///design.seoul.go.kr)에서 내려 받은 신청서와 작품 설명서, 작품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서울시 디자인본부로 우편이나 직접 제출하면 된다. 권영걸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공공디자인 인증제를 통해 공공디자인의 도입, 설치, 사후 관리까지 하나로 묶는 시스템이 구축됐다.”면서 “디자이너와 해당 업계의 경쟁을 통해 서울시 공공디자인의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우정총국 ‘프러포즈 광장’으로

    우정총국 ‘프러포즈 광장’으로

    종로구가 견지동의 옛 우정총국을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든다. 16일 종로구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현재 견지동 조계사 옆에 있는 우정총국에 ‘사랑의 메시지 창(窓)’,‘편지정원’ 등 새로운 시설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우정사업과 갑신정변 등 근대화운동의 중심지인 우정총국을 관광명소화해 잊혀져 가는 우정총국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고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충용 구청장은 “우정총국에 다양한 체험행사와 시민 참여마당 등으로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1200만 관광객 시대를 열기 위해 인사동과 연계, 서울의 관광명소로 가꾸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홍영식 건의로 1884년 설치 사적 제213호(1970년 10월29일 지정)로 견지동 조계사 옆에 있는 우정총국은 외국시찰을 하고 돌아온 홍영식의 건의로 고종 21년(1884년)에 만든 관청이다. 우정총국 건물이 완공돼 축하연을 여는 것을 계기로 김옥균과 박영효, 홍영식 등이 갑신정변을 일으킨 곳으로 유명하다.2001년 6월 서울시에서 우표와 문호, 유물 등이 보관된 전시관과 시민광장, 전신의 뜰, 우표마당 등으로 꾸몄다. 하지만 홍보 부족과 무관심으로 우정총국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구는 잊혀가는 우정총국의 역사성을 되새기며 종로구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우정사업본부와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의를 하고, 올해 1~5월 서울체신청의 제안 검토를 받았으며 지난 6월, 우정총국 활성화를 위한 실무회의에서 사업추진이 결정됐다. ●조계사·인사동 연계 관광벨트 구축 구는 근대식 우편제도의 역사를 계승하면서 현대 우정업무를 재조명하는 편지나 엽서 등에 관련된 우정상품을 개발해 관광 1등 구 이미지를 높이고, 시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이 참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 대표적으로 우정총국 시민광장에 가족과 친구 등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희망을 담은 엽서를 작성해 벽면에 부착할 수 있도록 ‘사랑메시지 창(窓)’을 만든다. 가로 4m, 세로 1.5m 크기의 이 설치물은 그림엽서 형식으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명물이 될 것이다. 또 우정총국 마당에 커다란 전시판을 세운다. 앞은 엽서 모자이크와 퍼즐로 꾸민다. 엽서는 대사관과 우정총국 방문객들로부터 받을 예정이다. 뒷면은 국내·외 아름다운 시(詩)를 새겨넣을 계획이다. 이 밖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편지를 써서 붙일 수 있는 ‘편지하우스’와 외국어 종합안내판, 홍보 리플렛도 새로 제작한다. 또 우정문화체험프로그램과 세계 우표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주요택 관광과장은 “우정총국을 새롭게 만든다는 의지를 갖고 이번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조계사, 인사동까지 연결되는 문화·역사 관광벨트를 구축해 관광 명소로서의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주말탐방] 수능 기원 팔공산 갓바위 부처를 찾다

    [주말탐방] 수능 기원 팔공산 갓바위 부처를 찾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30일 가까이 앞둔 지난 15일 대구 팔공산은 며칠 전부터 내려간 기온과 산바람으로 옷깃을 여밀 정도로 쌀쌀했다. 하늘이 청명해 완연한 가을 날씨다. 갓바위로 오르는 등산길은 여느 때와 다름 없지만 행렬 속에는 얼굴에 긴장 기가 역력한 아줌마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대학입학 시험철을 맞아 지극정성을 들이려 오르는 이들이다. 해마다 이때쯤 한국 사람 모두가 치른다는 대입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팔공산과 갓바위의 풍경이다. 갓바위 정상. 이들의 행렬은 갓바위의 절 앞 공터에서 멈춘다.‘누구에게나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 부처다. 땀을 식힌 이들은 어김없이 의관을 정제한다. 대부분 40대 중반∼50대 여성이지만 남성도 더러 있다. 여러 광경이 특이한 듯 일반 등산객들은 내내 호기심 어린 표정들이다. 부지런한 학부모라면 한번은 이곳을 찾아 자녀의 고득점을 기원한다고 보면 된다. ●오르는 길 3곳… 행정구역은 경산 갓바위를 찾는 데에는 3개 등산길이 있다. 대구 도심에서 가까운 능성동 집단시설지구에서 관암사를 거쳐 오르는 길과 팔공산 동쪽의 약사암 길, 갓바위 관리를 맡고 있는 북쪽의 선본사 길 등이다. 선본사와 약사암에서는 30분 정도 걸리지만 능성동 집단시설지구에서 오르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능성동 집단시설지구에서 갓바위까지는 약 2.1㎞. 가파른 경사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오르기가 만만찮다. 또한 찾는 이들이 헷갈리는 것이 갓바위의 행정구역상 위치다. 경산이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대구 갓바위로 알고 능성동 길을 많이 택한다. 능성동 집단시설지구 쪽을 선택해 올랐다. 예감대로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은 차로 빽빽하다. 자녀의 ‘수능 대박’을 바라는 모정을 실은 승용차들이다. 대형버스 주차장에는 부산·울산·대전 등에서 온 관광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갓바위 ‘부처님’이 부산·경남 쪽을 향하고 앉아 있어 이 지역 사람들이 찾아와 빌면 효험이 크다는 속설 때문에 부산·경남을 오가는 관광버스가 많다. 이 때문인지 20여곳에 이르는 갓바위 집단시설지구 식당 가운데 제일 큰 곳의 상호가 ‘부산식당’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철민(54)씨 부부는 “수능을 치르는 고3 아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후회 없이 발휘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하기 위해 갓바위를 찾았다.”고 말했다. 주차관리원은 평소에도 등산객이 많지만 최근 부쩍 늘었다고 대학입시철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주차관리원도 해마다 이때쯤이면 전국에서 온 승용차가 눈에 많이 띈다고 말을 거들었다. 집단시설지구 상가 앞에서 만난 이모(50·여·대구 수성구)씨는 “딸아이의 수능을 앞두고 집에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성(至誠)이면 부처님도 감동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몇 번 더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에서도 올라와 ‘합격엿´ 붙이기도 수능 시험일이 다가오면서 갓바위로 오르는 길가의 좌판 풍경도 달라졌다. 더덕이나 산나물, 과일을 팔던 좌판에 ‘갓바위 합격엿’이 등장했다. 부모들은 너도 나도 합격엿을 사간다. 갓바위에서 자녀의 합격을 염원하며 붙이려는 엿이다. 등산길이 많이 붐볐다.“다른 길은 어떠냐.”고 한 학부모에게 물었다. 인근 지역에서 온 등산객이어선지 요즘은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산을 오른 지 20여분. 관암사에 닿았다. 관암사는 대한불교 태고종의 사찰로 신라시대 창건됐으나 조선시대 없어졌다가 1962년 옛 절터에 재창건됐다.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터에다 화장실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관암사를 지나면 가파른 돌계단이 시작된다.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는 평지가 없고 급경사의 돌계단이 계속된다. 한참을 오르자 자그마한 애자모지장굴이 보였다. 정상인 갓바위에 가깝다. 이곳에는 손바닥만 한 수백개의 동자상이 모셔져 있다. 웃는 모습, 찡그린 모습, 장난치는 모습 등 참으로 다양하다. 등산객에게는 보는 재미를 준다. ●자녀 사진과 기도문 앞에 두고 소원빌어 갓바위가 있는 해발 850m 정상. 갓바위부처로 알려진 5.6m 높이의 관봉석조여래좌상이 있다. 갓바위부처 바로 앞의 260여㎡ 널찍한 공간은 기도를 올리는 이들로 가득하다. 아들이나 딸의 사진과 기도문을 앞에 두고 갓바위부처를 향해 절을 올리는 어머니들의 엄숙한 모습은 대학입시철 한국 사회의 자화상 그대로다. 기도문에 아들·딸의 학교 학반, 원하는 대학 이름까지 쓴 부모도 보인다. 십수년 간 자식을 키운 간절한 모정에 가슴 찡한 감동이 와닿는다. 갓바위부처 앞에 어머니들이 밝힌 분홍색 촛불 수백개의 ‘띠초’가 줄지어 불빛을 밝히고 기도와 절뿐 아니라 주위 석벽에 소원을 담아 동전을 박아 두는 사람도 있다. 동전이 떨어지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속설 때문인지 떨어지고 떨어져도 꼭 붙여놓고 자리를 뜬다. 대전에서 왔다는 최명희(49·여)씨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한다. 긴장하지 않고 열심히 시험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했다.”고 말했다. 윤종현(51·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해 108배를 드렸다. 부처님 힘으로라도 성적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본사 종무소 측은 “수능을 앞두고 평소보다 두배의 인파가 찾고 있다.”며 갓바위의 분위기를 전했다. 밤과 새벽에 갓바위에 올라 기도를 하는 사람만도 200∼300명에 이른다. 갓바위는 팔공산 정상에 있어 또 다른 산행의 만족감을 준다. 갓바위 앞에서는 수많은 봉우리로 된 팔공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탁 트인 전망이 인근 대구와 경산시민들이 찾기엔 더없이 좋은 등산 코스다.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이날 자식의 수능 고득점을 비는 학부모들의 갓바위 염불소리는 팔공산 자락에 퍼졌다. 앞으로 한달 가까이 갓바위부처를 향한 이들의 염불소리는 산 아래로, 아래로 퍼져나갈 것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자치단체들 ‘갓바위 명당’ 마케팅 치열… 오르는 방향에 따라 지역 이미지 달라 갓바위가 전국적인 명당이 되자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의 홍보전도 치열하다. 어느 쪽에서 오르느냐에 따라 지역 이미지가 달라지고,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는 대부분의 사람이 갓바위가 대구 팔공산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본다. 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10년째 갓바위축제를 열고 있으며 올해는 팔공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29일부터 5일간 축제를 갖는다. 동구는 관광객 등 외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투어에도 어김없이 갓바위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같은 동구의 태도에 경북 경산시는 반격하고 있다.‘경산 갓바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경산시청의 대표전화번호 끝자리를 ‘803’이 들어가는 811-0803으로 변경했다. 또 팔공산 경산 갓바위, 선본사 유래 전설 등을 담은 팸플릿을 제작, 배부하고 있다. 문화관광 해설사와 홍보 도우미를 관광객이 많은 주말과 공휴일에 갓바위 주차장에 배치, 안내하고 있다. 갓바위 정상(대구 경계)과 갓바위 중간 계단, 갓바위 입구(회차장) 등 3곳에 갓바위 안내판을 제작, 설치해 경산 갓바위를 알리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국제관광박람회 등 각종 박람회에도 참가해 팔공산의 갓바위가 대구 팔공산이 아닌 경북 경산시 와촌면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 갓바위가 경산의 관광지임을 전국 관광객에게 알렸다. 경산갓바위축제도 대구 동구보다 한달 이상 빠른 지난달 19일과 20일 치렀다. 한편 대구 동구의 관암사와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의 선본사는 갓바위 부처의 소재지 및 소유권을 놓고 5년여 동안 다투다 1971년 1월 대법원 판결 끝에 이겨 지금은 선본사가 관리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신라 선덕여왕때 의현대사가 만들어… 불상과 좌대는 암봉 다듬은 한덩어리 갓바위부처는 팔공산의 남쪽 봉우리 관봉 정상에 있는 석불 좌상이다. 이 불상의 특이점은 모자다. 불상 머리에는 두께 15㎝, 지름 180㎝의 판석이 올려져 있어 마치 갓을 쓴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갓바위라 불리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이 불상의 소속 사찰인 선본사 기록에 의하면 신라 선덕여왕 7년(638년)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것이다. 산 정상에 있는 암봉을 그대로 다듬어 불상과 좌대가 한 덩어리가 되도록 했다. 갓은 만들 당시 것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불상과 석질은 같지만 조각술이나 전체 균형 등으로 미루어 부처상 위에 판석을 올리는 양식이 유행했던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영험이 있는 다른 부처상과 마찬가지로 왼손 바닥에 작은 약호를 받쳐 든 약사여래불이다. 보물 제431호로 지정돼 있으나 경북도가 지난해 문화재청에 국보로 승격해 달라고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갓바위부처가 기울어져 있다는 논란이 수년째 계속된다. 갓바위부처가 좌상을 기준으로 남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육안으로 보기에도 기울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2001년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측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그 결과 1도 기울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도는 “부처상 앞 참배단 신축공사가 기울게 한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선본사 종무소 관계자는 “갓바위부처가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한 착시현상”이라며 논란거리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Seoul In]

    중구(구청장 정동일) 21일 장충단공원에서 중구 자원봉사 박람회가 열린다. 자원봉사단체 30개팀과 봉사자 200여명을 포함해 1000여명이 참가한다. 발마사지, 수지침, 수지뜸, 빵만들기, 이·미용, 심폐소생술 등이 시연된다. 자원봉사 유공자에 대한 표창도 진행된다. 밸리·스포츠 댄스, 가요무대, 신명두르림 풍물패, 비보이 등의 무대 공연도 열린다. 종로구(구청장 김충용) 18~19일 ‘대학로 가을맞이 특별행사’가 열린다. 전자현악팀 ‘스페이스 캣’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명륜동주민센터 문화교실의 어린이 밸리댄스 비보이 ‘서클 매스’ 공연 혜화동주민센터 문화교실의 전통무용 인디밴드 공연 초대가수 ‘노브레인’의 공연이 펼쳐진다. 문화체육과 731-1158. 송파구(구청장 김영순) 어머니학교와 어린이학교가 18일부터 12월20일까지 1·3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30분까지 5주간 보건소에서 진행된다. 맞벌이 부부도 참여할 수 있는 토요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 용인송담대 유아교육과 김경미 교수, 학생 등 20여명이 어린이학교 스태프로 참여한다. 회당 참여인원은 어머니와 어린이 각 50여명이다. 보건위생과 410-3364. 양천구(구청장 추재엽) 오는 21일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9회 양천예술단 무료 정기 공연을 연다. 공연에서는 타악퍼포먼스, 민요, 설장구, 사물놀이 등 우리 전통문화의 멋을 마음껏 발산하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가 펼쳐진다. 선착순 무료 입장이다. 문화체육과 2620-3407. 도봉구(구청장 최선길) 오는 12월 12일까지 구청 주요 민원부서 37개 직원들과 점심간담회를 연다. 간담회는 그간 각종 공약사업의 추진, 발전계획 및 현안 처리에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서로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한 차원 높은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총무과 2289-1031. 구로구(구청장 양대웅) 주민 건강을 위해 공원 건강걷기 안내판 설치사업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구로본동 화원어린이공원(120m 코스)과 고척2동 고척근린소공원(540m 코스)에 걷기코스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에는 코스를 따라 한 바퀴와 두 바퀴를 돌았을 때의 칼로리 소모량, 올바른 걷기 자세, 걷기운동의 효과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아 놓았다. 지역보건과 860-3270. 강서구(구청장 김재현) 만 15~18세 비취학 청소년과 만40세(1968년생), 만66세(1942년생)에 해당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시작한다. 획일적인 검사위주의 기존 검진과 달리 이번 검진은 1,2차로 나눠 진행된다. 1차 진단은 암 검진 등 생애주기에 적절한 맞춤형 건강진단,2차 진단은 의사와 검진결과, 개인별 건강위험 평가 등을 가지고 상담을 한다. 의약과 2657-0167.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42)경남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42)경남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

    지리산 남부능선 한자락, 해발 약 500m에 위치한 단천마을은 예부터 붉은내~밝은내~박달내로 불리다가 요즘은 달리 ‘박달나들’로 통한다. ‘화개면지’는 ‘박달나무가 많은 시냇가 마을’이라고 지명 해석을 하고 있는데, 박달나무 단(檀)자를 써서 단천이 되었다는 게 그 이유다. 이후 박달 단자와 더불어 붉은 단(丹)자를 같이 쓰고 있으며, 이는 ‘늦가을 맑은 계류에 물든 단풍색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마을 입구에도 지명과 연관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선 ‘화개면지’와는 조금 다르게 이름 첫 자인 ‘단’의 뜻을 단군과 결부시킨다. 박달이란 것은 밝은 산이란 뜻이고, 이는 곧 단군을 의미한다는 것. 실제 함께 사용하던 붉은 단자를 제하고 지난 2000년부터는 공식적인 행정명칭에 박달 단자만 쓰고 있다. ●박달나무가 많은 시냇가 마을 겨우 20여가구 남짓, 주민을 다 합쳐 50명도 채 안 되는 산마을 이름에 굳이 단군까지 끌어들인 것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주민들에겐 그것이 또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단천마을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가 있다. 사람들은 그저 “지리산에서 홀연히 사라진 최치원이 이곳에서 신선이 되었음을 알리는 글씨”라고 하여 ‘득선처’라 부르는데, 마을 주민이자 경상대 교수인 손병욱씨는 그의 저서 ‘서산, 조선을 뒤엎으려 하다’에서 이 글자를 “민초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혁명을 준비한 서산대사의 암호”라고 설명하고 있다. 옥편에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글자들은 ‘인왕이면서 선왕인 단군이 천명을 중흥시킬 것이다.’로 해석되며, 단군의 천명을 받은 사람이 묘향산 단군굴에서 수행하며 단군의 신위를 모신 서산대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물론 그 각자의 뜻풀이에 대해선 다른 견해도 많다. 바위에 새겨진 글자의 진실과는 상관없이 박달나들 곳곳엔 도깨비소, 독아지소, 용추폭포 등 절경이 가득하다. 다만 마을 입구 정자에서 시작해 삼신봉(1289m) 부근으로 닿는 단천골 등산로는 비법정탐방로로 묶여 공식적인 산행이 금지돼 있다. 지역 특성상 민박집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옛집이 대부분이며 빈집처럼 보이는 곳도 가끔씩 외지에 나가 있는 주인들이 머물다 간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마당을 갖고 있긴 해도 마을 전체를 놓고 보면 그 형상이 꼭 도심의 달동네 같다. 진입로 왼쪽은 산이고, 집들은 우측으로 한두 채씩 들어선 게 고작이니까. 마을회관을 지나서야 길 양쪽으로 늘어선 집들이 보이지만 그 길이라는 것도 택시 한 대 겨우 드나들 만큼 비좁은데다 계단식 논처럼 켜켜이 키를 높이며 이어진 게 전부다. ●용추폭포·도깨비소 등 명소로 그 집들 끝 제일 높은 곳에 이종수(88)·김순귀(87) 부부가 산다. 이종수 할아버지는 무려 13대째 단천에 살고 있다. 지금의 집은 한국전쟁 당시 강제로 마을을 떠나 있다가 7년 만에 돌아와 다시 지은 것이란다.70년을 함께 산 부부보다는 연식이 적지만 아직도 아궁이에 가마솥을 올린 흙집이다. 김 할머니가 시집올 때만 해도 가마 안에서 엎어질 만큼 첩첩산중이었던 마을엔 고맙게도 올 3월부터 하루 두 번씩 버스가 다닌다. 리어카에 실려 병원을 다녀야 했던 노부부에겐 “시방은 만고 좋은 시절”이란다. 글 사진 황소영 자유기고가 # 가는길 경남 하동군 화개면까지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부산 사상 서부터미널을 이용한다. 자가용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장수IC, 88고속도로 지리산IC,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19번 국도를 따른다. 화개장터를 지나 의신 방향으로 직진하다 단천교를 건너면서부터 속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 이후 우회전해 약 2km쯤 오르면 마을에 닿는다.
  • 을지로 ‘설악松’ 가로수 거리로

    을지로입구역에서 을지로3가까지 속초시의 ‘설악 소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진다. 중구는 다음달까지 서울의 대표적 간선도로인 을지로입구역에서 을지로3가까지 속초시가 기증한 설악 소나무 100그루를 심는다고 15일 밝혔다. 이미 ‘속초의 거리’로 조성된 을지로3~6가 구간의 소나무 150그루를 포함해 을지로 전구간(양방향 4.4km)의 가로수가 설악 소나무로 뒤덮인다. 을지로는 주로 버즘나무와 일부 은행나무 등의 가로수가 심어져 있었다.1개 노선에 2가지 이상의 수종이 섞여 있다 보니 통일성이 없고 조화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 잎과 줄기가 무성해 각종 교통안내판과 신호등을 가려 불편을 주기도 했다.구는 지난달까지 1153그루의 소나무 가로수를 심었다. 이 가운데 530그루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31억 5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하기도 했다. 올해 말까지 을지로를 비롯해 남대문로, 광희고가도로 철거 구간, 왕십리길 등에 모두 300그루의 소나무를 추가로 심을 계획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박재범 칼럼] 잠실에서 만난 충격, 밀라노 디자인

    [박재범 칼럼] 잠실에서 만난 충격, 밀라노 디자인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지난 10일부터 월말까지 열리는 서울디자인올림픽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신문보도를 보고 꼭 찾아보리라 다짐했던 터였다.‘디자인이 국가경쟁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디자인은 모든 분야였다. 패션은 기본이고 플라워·가든·보석·푸드뿐 아니라 도시까지 포함하고 있다. 행사는 콘퍼런스, 전시 등과 각종 축제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해외도시관도 여럿 문을 열었다. 이미 40여만명이 관람했다. 외형적으로는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럼에도,3시간가량 행사장을 샅샅이 돌아보았음에도 갈증이 났다. 왜 그럴까. 미국 필라델피아 플라워쇼 등을 봤기에 눈높이가 높아진 탓인까. 아니면 뉴욕이나 베이징 등을 소개한 패널 등에 생동감이 없었기 때문일까. 뭔가 2% 부족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성급했다. 밀라노관을 보면서였다. 밀라노관은 세계 디자인의 메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직도 밀라노관이 행사장 귀퉁이에 설치된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다른 해외전시관은 안내와 설명이 없었으나 밀라노관만 안내판이 서 있었다.‘디자인 수도임을 자임한다. 이는 오로지 경쟁을 통해 이뤄졌다. 세계가 밀라노에서 나온 디자인을 보고 인정한 결과다.’ 밀라노의 이런 당당함은 어디서 나왔는가.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는 원래 굴뚝 도시였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은 물로 전기를 일으켜 화학 기계 등의 공업을 일궈냈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50여년 전쯤 완전히 사그라졌다. 프랑스 파리 디자이너들의 하청을 받아 짝퉁을 만들어 먹고살았다. 그런 처량한 신세에서 세계최고의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밀라노관은 세계 아이디어 경쟁무대가 된 과정을 솔직히 보여준다. 건물 몇 채를 아름답게 짓고, 길거리를 단장한다고 디자인이 완성되는 게 아님을 웅변했다. 학교·연구소·기업·매체·이벤트·전시관·시상식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자인을 만들고, 알리고, 팔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산업클러스터이다. 40여년 전 밀라노의 변화를 추진한 사람 중 하나가 이번 밀라노관을 디자인한 알레산드로 만디니라고 한다. 세계 5대 아키텍터로 꼽히는 그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은 당시 “가짜를 만들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먼저 디자인스쿨과 전문잡지를 선보였다. 클러스터의 단계를 하나씩 밟았다. 이들의 노력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페라가모·미초니·조르조 아르마니·베르사체·프라다·막스 마라 등의 디자이너에 의해 보상받았다. 파리의 이브생 로랑·샤넬·루이 뷔통·크리스티앙 디오르 등을 넘어섰다. 밀라노가 파리를 능가한 또 하나의 이유는 파리와 달리 패션 하나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디자인을 확대한 덕분이었다. 페라리 자동차, 몰테니 가구 등 산업디자인이 그것이다. 밀라노관은 이런 긴 역정을 순간순간 바뀌는 영상물 속에 담아놓았다. 한국은 현재 40년 전의 밀라노와 비슷한 처지에 빠져 있다. 과거의 산업 틀에 갇혀 헤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운하가 꺾인 공허함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과연 한국에는 40년 전 현실 타개의 꿈을 꾼 밀라노의 디자이너와 그들을 믿고 지원한 정부가 있을 수 없는 것일까. 국가적 컨셉트의 빈 공간을 채울 대안을 잠실의 밀라노관은 시사해준다. 박재범 수석 논설위원 jaebum@seoul.co.kr
  • [서울광장] 소프트파워 없이 선진화 없다/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소프트파워 없이 선진화 없다/구본영 논설위원

    얼마 전 한국의 젊은 화가들을 초대해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이 파리서 가진 전시회를 둘러봤다.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으로 사회와 국가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는 일을 일컫는 메세나 활동의 일환이었다. 그럼에도 기업을 홍보한다는 티를 안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국 쇼핑족이 들락거리는, 옆 건물 명품점엔 연말까지 전시회를 한다는 안내판 하나 없었다. 그 게 오히려 고단수 마케팅 전략인지 모르지만…. 이보다 더 인상적 광경을 고흐와 세잔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소장중인 오르세 박물관에서 접했다. 역사(驛舍)를 개조해 만든 낡은 박물관 앞.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의 장사진은 정말 놀라웠다. 흑·백·황인종이 뒤섞인 외국관광객들과 함께 1시간 반이나 긴 줄을 선 후 가까스로 입장했다. 용산의 현대식 국립박물관 앞의 썰렁했던 풍경이 오버랩됐다.“미래는 문화역량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의 시대”라는 조지프 나이 교수의 말이 새삼 와닿았다. ‘선진 일류국가’ 건설을 비전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보름이 지났다. 건국 이후 60년간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반 위에서 선진화란 새로운 신화를 쓰겠다는 꿈이 오롯이 이뤄져 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그런 징후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새 정부가 애당초 선진화를 위한 방법론적 청사진을 어설프게 짰거나, 이를 실천할 인재를 잘못 기용한 탓일 게다. 며칠 전 국무회의는 5개 국정지표와 20대 국정전략, 그리고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지난 2월의 대통령직인수위안에 비해 한반도 대운하가 빠지고, 녹색성장이 국정과제에 추가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여전히 허전하다. 선진화를 향한 로드맵이 부실하기 때문일 게다. 아니, 참여정부의 레토릭이었던 로드맵은 제쳐두자. 이명박 정부가 애용하는 액션 플랜(실행 계획)이라도 있는가. 세계적 국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겠다면서 그 바탕이 될 문화 컨셉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의 지난 10년간 매출액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 총액 못지않다고 하지 않는가. 바야흐로 미국적 신자유주의가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각종 금융 파생상품으로 인해 더 확산된 양상이다. 위기의 본질은 미국 정부가 금융부분을 적절히 규제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는 저물지 않았을지 모르나,‘미국식 모델=세계 표준’이라는 믿음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자유주의 전도사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규제완화는 낡은 생각”이라며 말을 바꿨겠는가. 한때 미국식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최종 승리로 변증법적 역사 발전은 끝났다고 단언했던 그였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숨가쁘게 달려왔다. 압축성장으로 서방국이 수백년만에 이룩한 산업화도 일궈냈다. 하지만 작금의 엄청난 서비스수지 적자야말로 문화 콘텐츠 부족을 웅변한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경제+α’가 절실한 시점이다. 아직도 늦진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대한민국 호를 선진화란 미항에 닿게 할 항로와 항법을 다시 제시해야 한다. 물론 문화나 무형의 국가브랜드, 즉 소프트 파워의 힘을 인식하면서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새로 짜야 한다. 이런 신사고를 실천에 옮길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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