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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시원 안전 정보 QR코드로 챙기는 동작구

    고시원 안전 정보 QR코드로 챙기는 동작구

    소방청의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3035건 가운데 8.3%(252건)가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이에 서울 동작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시원의 도로명주소개별대장에 비상구 위치, 층수, 호수 등을 기재한다고 23일 밝혔다. 비상구 위치와 상세한 주소가 파악되지 않아 재난에 취약한 고시원을 대상으로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조치다. 동작구는 이달 말까지 지역 고시원 93곳을 조사한 뒤 8월까지 상세주소를 직권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고시원 층(429개)마다 안전 QR코드가 담긴 상세주소 안내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위급상황 시 관련 기관과 연계해 신속한 대응·구조가 이뤄지게 하고 주민들에게 안전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구는 또 지난 3월부터는 고시원 거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안전시설이 미비한 노후 고시원 21곳에 간이스프링클러 등 소방 안전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잊지 마세요, 용산 경천애인사 아동원을

    잊지 마세요, 용산 경천애인사 아동원을

    “68년 만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곳이 경천애인사 아동원이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을 통해 고 장시화 목사님, 고 김영옥 대령님의 높은 뜻이 더 많은 분들에게 소개되길 바랍니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성당 앞. 경천애인사 아동원(敬天愛人社兒童園) 터 안내판 제막식에서 아동원 출신 장홍기(87)씨의 목소리가 감회에 젖어 떨렸다. 서울 용산구가 한국전쟁 발발 69주년을 맞아 경천애인사 아동원 터(한강대로62다길 17-5)에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 세워진 서울에서 가장 큰 고아원이었다. 1951년 장시화 용산교회 목사가 삼각지에 있던 병원 인근 건물을 활용해 아동원을 차려 미7사단 31연대 1대대장이었던 김영옥 대령의 후원 아래 4년간 전쟁고아 500여명을 돌봤다. 이후 부지 소유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동원은 해체됐다. 가로 48㎝, 세로 170㎝ 크기의 안내판은 숙명여대 캠퍼스사업단이 고증, 작성한 문안에 당시 사진을 더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기존에 안내판, 표석이 설치돼 있던 문화유산 52곳에 더해 김상옥 의사 항거 터, 함석헌 선생 옛집 터 등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문화유산 48곳을 추가해 명소 100곳에 안내판을 세워 용산을 역사문화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영등포엔 장애·비장애 경계 없다… ‘배리어 프리’ 구축

    영등포엔 장애·비장애 경계 없다… ‘배리어 프리’ 구축

    민원서류 바코드 찍으면 음성으로 안내 전동보장구 급속충전기 22곳 추가 설치서울 영등포구가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을 조성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다음달 말까지 ‘배리어 프리’ 환경을 구축한다고 16일 밝혔다.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것을 의미한다. 구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각종 시설과 제도를 정비해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을 쉽게 하고 알 권리를 충족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구는 이달 중 구청 민원여권과와 18개 동주민센터에 음성변환출력기를 설치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한다. 출력기로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등 민원서류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음성으로 편리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알기 쉬운 장애인 정보 안내서’를 이달 중 동주민센터 및 복지 기관 등에 배포한다. 일반 책과 비교해 글씨 크기가 크고 그림이 삽입돼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지난달 발간한 ‘장애인 복지 시책 책자’ 내용 중 영등포구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선별해 게재했다. 지역 내 영등포공원, 당산공원, 문래공원 3곳 입구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이용 가능한 점자 안내판을 제작해 설치했다. 다음달 말까지는 전동보장구 급속충전기를 구청, 동주민센터, 구립도서관, 복지시설 등 22곳에 새로 설치해 총 35곳을 보유하게 된다. 장애인용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기준 1시간이면 완충되며 최대 2대 동시 충전이 가능하다. 타이어 공기 주입과 휴대전화 충전 기능도 갖췄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앞으로도 무장애 환경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장애인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걸으면서 힐링하자”…노원 둘레산천길 스탬프 투어 운영

    “걸으면서 힐링하자”…노원 둘레산천길 스탬프 투어 운영

    서울 노원구가 오는 17일부터 노원 둘레산천길 ‘스탬프 투어’를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스탬프 투어는 지난해 7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추진한 ‘소확행 100일 아이디어 공모전’ 구민제안 은상 수상작으로, 노원의 자연명소와 관광지를 아우르는 노원 둘레산천길에 스탬프 투어함을 설치해 구간별로 스탬프를 찍는 방식이다. 스탬프 투어함 설치 장소는 노원 둘레산천길의 이야기 안내판 설치 지점인 ‘수락산 초입’, ‘학도암 갈림길’, ‘묵동천 초입’, ‘중랑천 초입’ 및 ‘화랑대 역사관’ 등 총 5곳이다. 5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완주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노원 둘레산천길을 걸으면 수락산, 불암산, 중랑천, 당현천으로 이어지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태·강릉, 화랑대역, 수락산 보루, 불암산성 등의 문화유산·경춘선 숲길, 불암산 자연공원, 천상병 시인 공원, 노원 에코센터 등의 생태·문화 공간 등 구의 특색 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코스는 수락산역에서 덕릉고개를 지나 불암산 갈림길로 이어지는 ‘치유숲길’, 이어서 화랑대역, 태·강릉과 경춘선 숲길을 지나는 ‘시간여행길’, 노원에코센터와 중랑천, 당현천을 둘러볼 수 있는 ‘에코둘레길’과 ‘생태둘레길’ 등 4코스 12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총 연장 27.9km로 완주할 경우 약 14시간이 걸린다. 구는 지난해 수락산보루, 덕릉고개, 불암산성 등 17개소에 거점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다. 또한 QR코드를 활용해 코스 소개 및 주요 거점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모바일 플랫폼 구축도 완료했다. 이외에도 해설사와 함께 역사와 문화 이야기 등을 나누며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대상자가 7인 이상일 경우에 한해 신청 가능하며 무료로 운영된다. 오승록 구청장은 “노원구에는 뛰어난 자연환경과 문화유적 등 볼거리가 곳곳에 있다”면서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해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도 즐길 수 있는 명소를 많이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빠르게 싸게 편하게… 한국 금융 ‘3색 전략’ 캄보디아도 통했다

    빠르게 싸게 편하게… 한국 금융 ‘3색 전략’ 캄보디아도 통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편과 함께 자동차부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응 킴히엑(30)은 2017년 8월 KB캄보디아은행에서 50만 달러를 빌렸다. 사업 확장을 위해 대출 받을 곳을 알아보다가 KB의 대출금리가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캄보디아 현지 은행의 대출 금리는 보통 연 10%대였지만, KB를 비롯한 한국계 은행을 이용하면 7~8%대로 대출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먼저 KB에서 대출 받아 본 친척이 믿고 써보라고 추천했고, 실제로 써보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면서 “KB에서 대출 받은 이후 사업장을 넓은 곳으로 옮겼고 직원도 더 뽑을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어 “물론 저렴한 금리도 매력적이지만, 현지 은행과 가장 큰 차이점은 지속적인 관리”라면서 “담당 직원이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추가 대출이 필요하진 않은지 상황을 점검해준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이 금융 발전 잠재력이 큰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현지 은행의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확대, 우리은행은 개인 소액대출, KB국민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에 주력하는 ‘3색 전략’을 각각 펼치고 있다. 베트남에 이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캄보디아에서 신남방 시장 영토 확장 경쟁의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법인 형태로, 우리은행은 저축은행과 소액대출회사(MFI)를 인수한 형태로 진출해 있다. 현지 은행보다 낮은 대출 금리,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점은 서로 닮았지만 중점을 두는 영업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지난달 10일 방문한 신한캄보디아은행 본점에서는 하나의 창구에 부부가 나란히 앉아 대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개인의 신용을 입증할 서류가 부족한 캄보디아에서는 이처럼 대출을 받을 때 ‘코바로우어’(co-borrower)라고 부르는 공동차주, 그리고 보증이 보편화돼 있다. 이태경(53)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은 “한국도 1980년대까지는 가족, 친구 간 연대보증이 많았다”면서 “우리도 급속한 금융 발전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캄보디아 고객들의 수요와 앞으로의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해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자본이 60% 넘게 차지하는 캄보디아 금융 시장에서 다른 선진국 은행보다 한국계 은행이 경쟁력 있는 이유다. 2007년 한국계 금융기관 최초로 캄보디아에서 은행업 허가를 받은 신한은행은 영업점을 늘려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영업 전략을 세웠지만, 2017년부터 변화를 줬다. 박태종(48) 신한캄보디아은행 부법인장은 “캄보디아는 베트남과 달리 한국 기업 진출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90% 이상이 현지인”이라면서 “리테일(개인고객) 중심의 적극적인 대출 확대 전략을 추진해 지금은 영업에 활력이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 자산은 2017년 1억 8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 5100만 달러, 올 3월 말 3억 11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개인고객 대출이 2017년 이후 2년 연속 50%대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은 현재 6개인 영업점을 올해 안에 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캄보디아의 경제 발전 단계를 고려해 개인 소액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2014년 현지 소액대출회사를 인수한 뒤 지난해 저축은행 ‘비전펀드’도 인수했다. 현재 소액대출회사는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WFC), 저축은행은 WB파이낸스(WBF)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두 법인을 통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상업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WBF 본점에서 만난 고객 리나 니 엔쥐아이(38)는 “비전펀드 때부터 사용해 왔는데 우리은행에 인수된 뒤 직원들이 더 친절해졌고 서비스도 빨라져서 좋다”고 칭찬했다. 은행에 비해 문턱이 낮은 편인 WBF는 1인당 평균 대출액이 약 1000달러다. 지난해 캄보디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500달러의 67% 수준이다. 금리는 연 16~17%로 은행보다 높은 편이지만 연체율은 1%가 안 된다. 불교 문화가 강해 빌린 돈은 꼭 갚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개인 소액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배경이다. 아울러 현지 통화 리엘이 아닌 달러가 유통 통화여서 환리스크 부담이 없다는 점도 캄보디아 시장의 장점이다. 한국에서는 고객들이 은행에 찾아오지만, 캄보디아에선 고객을 찾아 밖으로 나가야 한다. WBF도 ‘크레디트 오피서’라고 부르는 대출 전담 직원들이 늘 오토바이를 타고 고객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간다. 소팔 소팟(42) WBF 여신심사부장은 “전국에 있는 100여개 영업망과 대출 전담 직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전담 직원들은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현장에서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처리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대출 신청과 심사도 아이패드로 가능하도록 전산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선규(58) WBF 법인장은 “정보기술(IT) 투자는 ‘무제한’이라고 표현할 만큼 전폭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라면서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해 모바일뱅킹 업그레이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과 제휴해 그랩 운전자를 위한 맞춤형 저금리 대출 상품도 출시했다. 그랩은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 승용차 등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프놈펜 시내를 다니다보면 그랩 툭툭에 달린 WBF 광고를 볼 수 있다. 고객을 확보하고 홍보도 하는 일석이조 효과다. 캄보디아 한 호텔에서 일하는 찬 보레이(27)는 “아직 한국계 은행을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프놈펜 시내에서 지점이나 광고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이 알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같은 날 프놈펜 시내에 있는 카페와 식당 등에서는 ‘리브페이’로 결제하면 할인해준다는 안내판을 종종 볼 수 있었다. 7만 8000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금융 플랫폼 리브는 KB캄보디아은행의 자랑거리다. 2016년 출범 당시 가입자수가 1만 1900여명이었던 리브는 약 3년간 급성장했다. 가맹점에 따라 20~50% 할인 혜택을 주는 리브페이는 중국 알리페이, 현지 업체가 만든 파이페이 등과 치열한 경쟁 중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도 리브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주요 고객이다. KB캄보디아은행은 지난해 리브를 통한 해외 송금으로 총 14만 3000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리브로 들어온 대출 신청도 1억 달러에 달했다. 박용진(52) KB캄보디아은행 법인장은 “한국에서도 영업점을 줄이는 추세인 가운데 지점만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캄보디아는 휴대전화 사용률이 높은 만큼 온·오프라인을 같이 가는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캄보디아 국민 중 은행 계좌를 이용하는 비중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면서 “캄보디아 계좌 없이도 리브 앱과 한국 계좌만 있으면 노동자들이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KB캄보디아은행의 창립 멤버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쏨 로타(38) 현지영업본부장은 “직원들끼리 가족같이 지내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오래 다니고 싶다”면서 “캄보디아에는 대출 등 금융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은행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프놈펜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자치광장] 시민 삶에 위로와 치유를 건네다/이원영 서울식물원장

    [자치광장] 시민 삶에 위로와 치유를 건네다/이원영 서울식물원장

    도심 속 오아시스, 미세먼지 청정지대, 한국의 가든스바이더베이…. 지난 1일 정식 개장한 서울식물원은 수식어만 수십 가지를 자랑한다. 작년 10월 개방 이후 7개월 만에 280만명에 이르는 시민이 찾았고, 1만개 넘기기도 어렵다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서울식물원)는 이미 6만건을 넘은 지 오래다. 통상 식물·수목원은 새로 심은 식물의 안정적인 활착을 살피면서 운영을 준비하는 기간을 갖는다. 서울식물원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서울 최초의 ‘대형 온실’ 시범 가동이 절실했다. 임시 개방 기간 관람 인원, 문 열리는 빈도에 따라 온실 안 온·습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하면서 시뮬레이션만으론 알 수 없었던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었다. 또 처음부터 안내 사인을 완벽하게 부착하지 않고, 관람객 동선을 살피며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에 안내판을 시공했다. 관람객 시선과 움직임을 살피며 운영을 꾸준히 보완한 덕분에 안정적인 개원이 가능했다.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식물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국내 첫 도시형 식물원이다. 전체 면적 50만 4000㎡ 중 식물원 구간은 5분의1(10만㎡)로, 공원에 비해 식물원이 작다는 의견도 있는데 대형 공원이 없었던 서남권 주민에겐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녹지를 제공하고 시민에겐 다양한 식물을 선보이기 위해 ‘공원 속 식물원’ 개념을 도입했다. 장기적으론 삭막한 도시에 식물문화를 싹 틔우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한강, 습지와 맞닿은 입지적 이점을 활용해 도시생태계 연구·보전의 전진기지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온실 속 바오바브나무, 벵갈고무나무, 용혈수는 천년을 넘게 산다. 이역만리 떠나온 식물들이 수백, 수천년 뿌리내리고 살아가기 위해선 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영국 큐왕립식물원이나 싱가포르보타닉가든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떠나 도시민의 거대한 자부심이듯 서울식물원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지난달 서울식물원에서 열린 ‘숲과 상상력’ 저자 강연회에서 강판권 교수가 “식물은 제때 피고 질 뿐 사람 기준으로 이르다, 더디다 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식물원도 자기 때에 맞춰 자라 주리라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 준다면 머지않아 시민 삶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대체 불가능한 공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 등산 인증샷 땐 맛집 할인… 경기도 놀러오면 ‘풍성한 혜택’ 있어요

    등산 인증샷 땐 맛집 할인… 경기도 놀러오면 ‘풍성한 혜택’ 있어요

    과천, 지역화폐 이용하면 할인율 2배 수원, 카톡친구 화성행궁 등 무료 입장 가평 쿠폰북·시흥 시티투어도 ‘쏠쏠’경기도 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춘 아이디어를 짜내 지역 상권과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과천시는 등산객을 대상으로 ‘스탬프 헬스투어’ 행사를 벌인다고 23일 밝혔다. 주말 관악·청계·우면산 정상에서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자동으로 찍은 스탬프 기록을 보여 주면 가격을 할인해 준다. 앱을 설치하지 않은 등산객은 정상 인증샷을 보여 줘도 된다.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과 재건축 탓에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 과천시가 47개 음식점과 머리를 맞대 만든 아이디어다. 시는 조례까지 제정했다. 산 정상과 둘레길 등 11곳에 안내판을 설치해 행사를 널리 알리고 있다. 시는 6월부터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 모든 종목으로 확대한다. 최근 발행한 지역화폐 ‘토리’ 이용을 유도해 할인율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시는 휴일 등산로에 안내소를 설치해 지역화폐 IC카드 발행을 돕고 두 가지 혜택에 대한 홍보를 함께 진행한다.수원시는 상권과 손잡고 ‘카톡친구 통큰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수원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는 37만여명(2018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공공기관 중 1위다. 이벤트는 이를 활용한 것이다. 수원시와 카톡친구가 확인되면 32곳에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수원화성, 화성행궁,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국궁체험, 한복대여, 궁중복 체험도 1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한다. 영동시장 ‘28청춘 청년 몰’에서는 먹거리 할인혜택을 준다. 남이섬 등 유명 관광지가 있는 가평군도 ‘가평 패스 모바일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지역 관광지와 음식점 할인 쿠폰북인 ‘가평 패스’가 여행객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자 재방문을 유도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추진했다. 모바일을 이용한 무료 티켓 플랫폼이다. 가평과 서울 일대 관광지 숙박시설, 음식점 등 50여개 콘텐츠를 대상으로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제작된 가평 패스엔 식당 숙박, 여행지 등 지역 내 40여개 업체가 참여한다. 의정부시는 군부대 영외 외출이 가능해지자 소상공인 매출 활성화를 위해 장병들을 대상으로 숙박업소 이용에 10%, 음식점에 5%를 할인해 준다. 시흥시는 ‘시흥시티투어’를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오이도, 갯골생태공원 등을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관광상품이다. 이용료가 1만원인데 8000원을 지역화폐 ‘시루’로 되돌려줘 지역 내 먹거리, 체험, 쇼핑 등에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또 여주시는 5월과 9월 연 2회 관광주간에 시에서 운영하는 황포돛배 승선료를 할인하고 신륵사, 명성황후 생가 관람료로 혜택을 준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특파원 생생리포트]‘쓰레기 무단투기를 해야만 등산 가능?’…日관광지 외국어 오역투성이

    [특파원 생생리포트]‘쓰레기 무단투기를 해야만 등산 가능?’…日관광지 외국어 오역투성이

    지난 1월 중국에서는 일본 오사카시 기타구 우메다스카이빌딩 옥상 ‘공중정원 전망대’에 걸린 표지판이 SNS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40층 높이에서 오사카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곳에 ‘당신이 나가라’라고 적힌 중국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던 것. 일본어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적힌 것을 엉터리로 번역한 것이었다. 잘못된 번역에다 명령조의 반말로 돼 있는 표지판에 대해 “일본이 중국어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조의 글들이 중국 내 SNS에서 이어졌다. 이 안내판은 얼마 후 철거됐다.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표지 등에 잘못된 번역이나 부적절한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안내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애써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불쾌함을 줄 수도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관광청이 지난 2~3월 주요 역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대상으로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안내표지의 정확도를 점검한 결과, 모든 언어에서 문제점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오류의 상당수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료 번역기에 의존해 번역한 뒤 해당 언어 사용자로부터 검증을 받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영어에서는 ‘유실물 센터’를 ‘Forgotten center’(잊혀진 센터), ‘소인’을 ‘dwarf’(난쟁이)로 오역한 사례들이 지적됐다. 한국어 중에서는 ‘설탕 적은 커피’가 ‘커피 적은 설탕’으로 둔갑한 사례가 발견됐다. 외국인들에게도 인기있는 도쿄도 하치오지시의 다카오산에는 중국어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돌아가시오’라고 적힌 간판이 등산로 등 30곳에 설치된 적이 있었다. ‘추억과 쓰레기는 함께 갖고 가세요’라는 일본어가 반대로 쓰레기 투기를 권장하는 식으로 오역된 것. 중국인 관광객들의 지적이 이어졌고 현재는 수정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으로 바로잡혔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것은 위험하다는 중국어 안내문구가 ‘스마트폰’ 부분은 생략된 채 ‘걸으면서 주의력을 분산시키면 위험’으로만 적히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22)은 니혼게이자이에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 ‘일본식으로 소와 싸운 면’이라고 중국어로 적힌 메뉴를 보았는데, 어떤 요리인지 몰라 무서워서 주문을 못했다”면서 “모처럼 하는 관광인데 메뉴판에 오역이 있으면 음식을 주문한 후에 말썽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금요칼럼] 돌배나무숲과 고분의 공존을 위하여/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금요칼럼] 돌배나무숲과 고분의 공존을 위하여/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두타산 삼화사라면 강원 동해 무릉계곡에 자리잡은 유서깊은 사찰이다. 창건설화는 절의 역사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전한다. 그런데 안내판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다보면 뜻밖의 사실과 마주치게 된다. 당초 삼화사가 있던 자리는 1977년 시멘트공장 채석장이 됐고, 그 결과 1979년 절을 지금의 터전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문화재 보존에도 시대정신이 있게 마련이다. 개발시대 시대정신은 안타깝게도 산업화가 문화재 보존에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삼화사가 아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많은 신도를 거느린 대찰(大刹)이자, 삼층석탑과 철조노사나불좌상이 각각 보물로, 수륙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유산의 보고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 어디서나 땅을 파기만 하면 나오는 매장 문화유산은 사정이 다르다. 굴착기 삽날에 걸려나오는 과거의 흔적은 공사의 속도를 더디게 하는 원흉일 뿐이다. 한때는 ‘그깟 땅속 문화재의 보존’보다는 ‘먹고사는데 필요한 개발’이 우선이라는 분위기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지금은 21세기다. 적어도 공장을 세운다고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고찰(古刹)을 옮기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수록 매장 문화유산이 여전히 20세기적 위기상황에 머무는 것은 안타깝다. 경북 구미 송삼리 유적도 그렇다. 구미시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관내 무을면 일원 460㏊에 돌배나무를 심고 주변 도로 14㎞에도 돌배나무를 가로수로 심는다는 계획이었다. 올 가을 110㏊를 끝으로 나무를 모두 심으면 내년부터는 돌배의 상품브랜드화를 추진해 주민 소득을 높이고, 꽃이 피는 시기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구미시는 ‘무을 돌배나무 특화숲 조성 사업’이라 이름 붙였다. 문제는 구미시가 기초적인 매장문화재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해 지하 유적을 대거 파괴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송삼리와 무수리, 무이리 등의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39만 8915㎡ 가운데 7만 4310㎡가 훼손된 만큼 보호조치와 원상복구는 물론 발굴조사를 포함한 구체적인 보존대책을 수립하라고 구미시에 통보했다. 구미시의 대책은 그러나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영남고고학회는 ‘구미시 발표에는 재발 방지와 파괴된 유적의 보존을 위한 대책 수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다 봉분에 심어놓은 나무를 보호조치 없이 옮겨심는다면 더 큰 유적 파괴를 불러올 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저지르는 불법적 문화재 파괴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공무원의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사건은 ‘공장을 지으려면 바로 그 땅이 필요하다’는 개발시대 문화유산 파괴 논리와도 양상이 다르다. 돌배나무를 지역 특화 수종으로 만들어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는 사업계획은 나름대로 참신한 문화적 발상이다. 하지만 그 새로운 문화를 기존 문화, 그것도 5세기 수장급 고분군(群)을 파괴한 자리에 만들겠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돌배나무숲과 고대국가의 옛 무덤군이 조화를 이룬다면 훨씬 더 매력있는 관광자원이 아닐까. 구미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부서가 사업을 추진할 때 문화재 부서와 협의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화숲 조성 같은 대형 사업을 하면서 문화재 조사를 선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해당 부서가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최종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구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문화유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중요한 지역 자산이다. 눈앞의 작은 성과에 집착해 이를 파괴하는 정치인이라면 주민들로부터 ‘표의 응징’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나라가 진짜 문화국가 아닌가.
  • 美 대형마트에 퇴역 군인 추모 장소가 마련된 사연

    美 대형마트에 퇴역 군인 추모 장소가 마련된 사연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Wal-mart) 매장 내부에 퇴역 군인을 위한 추모의 장소를 마련해 화제다. 최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시 중심에 소재한 월마트 매장 내부 벽면에 퇴역군인들의 사진이 부착,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기념해 퇴역 군인과 그 가족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기획됐다. 이번 행사는 오는 27일 ‘메모리얼 데이’를 앞두고 지난 1일 시작,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실제로 최근 필자가 찾은 호놀룰루 시 키아모쿠 스트릿 소재 월마트 입구에 퇴역 군인을 기념하는 사진과 메시지 등이 담긴 대형 안내판에 눈에 들어왔다. 해당 안내판에는 호놀룰루 시와 하와이 주의 8개 섬에 거주하는 퇴역 군인의 사진을 기념한다는 설명문이 동시에 게재돼 오가는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인근에 거주하는 퇴역 군인과 그의 가족의 경우 해당 군인의 사진을 직접 자유롭게 부착, 이웃에 거주하는 퇴역군인을 소개해달라는 안내문도 동시에 공고됐다. 이를 통해 5월 한 달 동안 이 지역 거주 퇴역 군인들을 기념하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라는 풀이다. 또, 매장 안쪽으로 이어지는 하와이 기념품 판매대 인근에도 또 다른 퇴역 군인 기념 안내판이 설치됐다. 입구에 설치된 것과 유사한 형태로, 이 일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오고가는 기념품 판매대 상단에 부착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이 일대에 거주하는 퇴역 군인과 현직 군인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행사가 시작된 이달 초부터 종료되는 이달 말까지 수백 명의 퇴역 군인들의 사진이 하와이 소재 월마트 매장 내부 벽면에 비치될 전망이다.행사가 한창인 지난 12일 오전, 매장을 찾은 한국 이민 2세 변현경 씨(23)는 “군인과 소방관, 경찰과 같은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직업에 몸담은 분들에 대한 시민들의 감사하는 마음은 매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면서 “월마트 내부에 부착된 퇴역 군인 사진 전시 행사 외에도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인근 알라모아나 쇼핑몰과 타겟, 티맥스 등 다수의 유통 업체에서 이와 유사한 이벤트를 진행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또 다른 고객 정문철 씨(47)는 “군인의 거주 비율이 높은 하와이 주에서의 이 같은 퇴역 군인을 위한 행사는 매우 뜻깊게 받아들여진다”면서 “인근 빅아일랜드 등 다수의 섬에 거주하는 현역 군인들과 그의 가족, 퇴역 군인들 덕분에 현재 미국 사회가 자유를 누리며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하와이 주에 거주, 미국 국방부로부터 급료를 받아 생활하는 직업군인의 수는 약 7만 8000명에 달한다. 이들과 관련한 연평균 방위산업비용의 규모는 미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액수로 기록돼 오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월마트 측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2만 명 이상의 퇴역 군인 채용 사업을 진행, 올해까지 총 10만 명에 달하는 퇴역 군인 재취업 지원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전쟁 참전 용사 및 그의 가족들에 대해 유통 물류센터, 영업지점 등에 채용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cci2006@naver.com
  • 백령의 바다는 북녘을 에돌지 않는다

    백령의 바다는 북녘을 에돌지 않는다

    평화가 흐르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대한민국 지도를 볼까요. 황해도 바로 아래 백령도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는 남한 땅임에도 북한과 지척입니다. 인천에서 191㎞가량 떨어져 있지만 황해도 장산곶과는 고작 13㎞ 거리이지요. 백령도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꼬박 4시간을 달려야 합니다. 이것도 상황이 나아진 것입니다. 쾌속선이 있기 전에는 인천에서 11시간이 걸리는 머나먼 섬이었습니다. 가는 데 드는 수고로움은 섬의 비경을 마주하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뿌듯함과 연이은 감탄사로 바뀝니다. 바다에서 솟아난 기암절벽의 행렬은 장대하고, 색색의 콩돌이 달그락거리는 해변은 한없이 어여쁩니다. 미려한 자연만큼 여운을 남기는 건 섬 어디서나 시야에 걸리는 북녘입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애써 찾지 않아도 됩니다. 어딜 가나 ‘저 앞이 북한’이랍니다. 북한 앞이라고 에돌아 흐르지 않을 바다를 보며 두 동강 난 땅이 하나가 될 날을 그렸습니다.“대한민국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아래에 있는 전화기의 신호 단추를 누르시면 안전 지역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두무진에 놓인 탈북자를 위한 안내판이다. 백령도와 북한이 얼마나 인접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육지부와 13㎞ 떨어진 섬, 서울까지의 직선거리가 205㎞인 반면 평양까지의 직선거리는 150㎞인 섬 백령도. 섬은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다가 지금은 인천 옹진군 소속이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섬의 인구 분포는 주민 반, 군인 반이다. 그렇다고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다. 백령도 자연이 품은 절경 때문이다.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 효녀 심청의 이야기가 깃든 심청각, 동글동글한 콩돌이 깔린 콩돌해변 등 보석 같은 풍광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바다는 대관절 얼마나 깊고 넓은 자연인가. 얼마나 깊어야 제 안에 이리도 큰 바위를 품을 수 있는가. 그것도 한 폭이 아니라 수십 폭을 말이다. 두무진은 백령도 최고의 비경이다. 해안가에 거대한 바위기둥이 4㎞ 길이에 걸쳐 늘어서 있다. 그 모습이 머리를 맞댄 장군들을 닮았다 하여 ‘두무진’(頭武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 시대 광해군 때 이대기는 두무진을 보고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기록했다. 오늘날에도 백령도를 찾은 이들에게 언제나 핫플레이스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연회장 뒤에는 두무진을 그린 회화가 걸리기도 했다. 두무진의 탄생은 약 10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다에 쌓인 사암층이 열과 압력을 받아 규암으로 변했고, 지층이 지표면에 노출된 후에는 파도와 비바람에 깎이고 쓸리며 오늘날의 모습이 됐다. 기암은 붉은빛 도는 주황색, 흰색, 회색 등 색이 다양한데 풍화가 진행된 부분은 주황색, 새의 배설물이 묻은 부분은 흰색을 띤다. 두무진을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 유람선 투어와 트레킹이다. 같은 풍경을 배에서 보느냐 두 발로 걸으며 보느냐의 차이인데, 각기 다른 감흥이 있다. 기암절벽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려면 유람선이 제격이다. 배를 타는 시간은 40분 남짓. 망망한 바다에서 기암절벽이 위용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에서 감탄이 터진다. 첩첩으로 연이어진 기암을 보노라면 배 아래가 육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30~40m 높이의 기암절벽 행렬은 길게 뻗은 산맥 같다. 봉우리가 뾰족한 산은 바다 위에 끝없이 이어지며 폭이 긴 산수화를 그린다. 선대암, 형제 바위, 코끼리 바위, 촛대 바위 등 기암은 형태에 따라 이름도 다채롭다. 볼거리는 더 있다. 운이 좋으면 코끼리바위 근처부터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제331호)을 볼 수 있다. 백령도에는 현재 300여 마리의 점박이물범이 서식한다. 중국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4월쯤 서해의 먹이를 찾아 백령도로 남하하니, 이즈음부터 점박이물범을 마주할 확률이 훌쩍 높아진다. 유람선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두 번을 본대도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대함이므로.트레킹을 하며 보는 두무진은 그림에 빗대자면 세밀화에 가깝다. 유람선에서 멀찌감치 바라봐야 했던 풍경을 면밀히 들여다볼 기회다. 두무진 포구에서 전망대까지 15분 안팎이니 가볍게 다녀오기 좋다. 두무진 포구의 횟집을 등지고 왼쪽 자갈길을 따라가면 통일기원비를 지나 전망대에 닿는다.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 데다가 기암절벽을 다각도로 내려다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해안가로 난 계단을 내려가면 바위기둥에 아예 둘러싸이게 된다. 가까이에서 보면 시루떡 같은 겹겹의 지층이 더욱 선명하다. 기암 하단부에는 파도에 깎여 생긴 천연동굴이 여럿이다. 청청한 바다와 압도적일 정도로 기기묘묘한 기암절벽, 두무진을 신의 작품이라 찬탄한 이대기의 심정이 헤아려지는 순간이다. 두무진과 황해도 서쪽 끝 장산곶 사이의 거리는 12㎞. 바다에 몸을 박은 바위는 12㎞ 거리에서 북녘을 바라본다. 오랜 세월 한결같기만 한 바위도 파도에 쓸리며 모습을 조금씩 달리한다. 막연하게만 보이는 통일도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지는 날이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백령도를 내려다보면 새 한 마리가 장산곶을 향해 날갯짓을 하는 모습이란다. 통일의 꿈도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날이 있을 것이다.●효녀 심청의 이야기가 어린 곳, 심청각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간 심청. 백령도는 황해도 해주와 함께 ‘심청전’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있고, 백령도 남쪽에 환생한 심청이 타고 온 연꽃이 바위가 되었다는 연봉바위가 있다. 심청각은 인당수가 보이는 백령도 북동쪽에 자리한 전시관이다. 앞마당의 효녀 심청상(왼쪽 아래 사진)은 심청각의 대표 포토존. 뱃머리에 선 심청은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움켜쥔 채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 기세다. 배 아래의 파도는 거칠게 일렁인다. 실제로 인당수는 백령도 사람들에게 예부터 물살이 센 곳으로 악명 높다고. 고은 시인은 ‘백령도에 와서’라는 시에 “여기 와/ 저 심청 인당수의 수평선을 보아라”라고 남긴 바 있다. 심청각 앞은 시야가 탁 트여 파란빛 바다 너머 올곧은 수평선과 장산곶 일대가 눈에 담긴다. 심청각 내부는 아담하지만 심청전 관련 자료를 알차게 모았다. 판본에서 활자본으로 발전한 심청전 소설, 심청전을 주제로 한 국악과 영화 대본, 소설의 주요 장면을 재현한 디오라마 등을 전시한다. 백령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해변이 있다. 사곶해변과 콩돌해변이다. 사곶해변이 이름난 건 모래사장 때문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여느 모래사장과 다르다. 여러 명이 폴짝 뛰어도 끄떡없고 자동차가 달릴 만큼 단단하다. 얼마나 견고한지 2㎞ 길이의 사빈(모래가 평평하게 퇴적돼 만들어진 곳)은 6·25 전쟁 당시 유엔군이 비행장으로 사용했을 정도다. 해변은 규암 가루가 촘촘하게 쌓여 만들어졌다. 규암 가루 사이의 틈이 워낙 작아 이토록 단단한 모래층이 형성됐다고. 이러한 지질의 해변은 이탈리아의 나폴리해변과 백령도의 사곶해변, 전 세계에 단 두 곳뿐이다. 안타깝게도 모래사장 끝부분은 갯벌화가 진행 중이다. 간척 사업을 하며 주변 조류의 흐름이 변했고, 바다로 밀려가지 못한 퇴적물이 모래사장에 쌓이며 갯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백령도에만 있는 사곶해변과 콩돌해변 사곶해변에서는 잠시 시간을 내어 모래의 단단함을 느껴 보길 권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로 모래사장을 달려도 좋고, 해변 산책을 즐겨도 좋다. 금가루를 꾹꾹 눌러 다진 듯한 모래사장이 발에 기분 좋은 묵직함을 전한다. 콩돌해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콩처럼 작은 자갈이 가득하다. 콩돌은 파도와 바람이 보듬은 보석이다. 규암이 잘게 부서지고 오랜 시간 파도에 쓸리기를 거듭하며 둥글게 변한 것이다. 하얀색, 불그스름한 갈색, 보라색 등 색색의 올망졸망한 돌은 바라만 봐도 어여쁘다. 파도가 훑고 간 것들은 물을 머금어 더욱 반짝인다. 콩돌해변의 묘미는 맨발로 콩돌 위를 걷는 데에 있다. 콩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다 보면 둥글게 살고 싶다는 소망도 품게 된다. 날 세우는 법이 없는, 밀려오는 파도에 제 몸을 내주는, 어디 하나 모난 곳 없는 콩돌처럼 말이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사진 장명확(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32) →가는 길: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면 소청도와 대청도를 경유해 백령도에 도착한다. 오전 7시 50분, 8시 30분, 오후 1시, 하루 세 차례 운행하며 백령도까지 4시간 정도가 걸린다. →맛집:백령도는 남북이 분단되기 전에 황해도에 속했던 터라 황해도식 냉면집이 많다. 사곶냉면(836-0559)은 백령도의 대표 냉면 맛집이다. 슴슴한 면수에 메밀면을 말아내는 데,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추는 게 특징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합친 반냉면이 잘나간다. 횟집은 두무진 포구에 몰려 있다. 해당화횟집(836-1448)은 자연산 활어회 전문점이다. 짠지떡은 백령도 별미다. 메밀과 찹쌀을 섞은 피에 김치와 굴을 소로 넣고 반달 모양 만두처럼 빚는다. 부드러운 피와 아삭한 김치의 식감이 조화롭다. →잘 곳:아일랜드캐슬(836-6700)은 백령도용기포신항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다. 숙소 앞 대로변에 대형마트, 주유소, 빵집 등이 모여 있다. 백령하늬해변펜션(010-8998-0025)은 심청각과 가까우며 바비큐장, 노래방, 족구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 [흥미진진 견문기] ‘성북동 비둘기’ 번지 잃고… 아파트만 빼곡히

    [흥미진진 견문기] ‘성북동 비둘기’ 번지 잃고… 아파트만 빼곡히

    서울미래유산 2회차 성북동 투어는 연휴가 시작되는 날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첫 번째 들른 곳은 작곡가 채동선 가옥이었다. 널찍한 도로변을 걷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나무가 우거진 주택 담장이 보였다. 해설사가 정지용의 시 ‘향수’에 채동선이 곡을 붙여 만든 노래를 들려줬다. 노래를 들으며 담장 너머를 들여다보니 오래된 은행나무의 굵기가 그 집의 세월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다시 골목을 지나 김광섭 집터 앞으로 갔다. 이미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어서 흔적은 찾을 수 없었지만 시인이 ‘성북동 비둘기’를 지은 의미 있는 장소였다. 내리막길을 걸어 큰길로 나오니 길가에 정자 같은 조형물이 보였다. 조지훈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방우산장 조형물이라고 한다. 이런 조형물은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성북동이 어떤 곳인지를 잘 알려주는 것 같았다. 실제 조지훈 집터에는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고 ‘승무’ 그림이 그려진 표석만 남아 있었다. 길상사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걸었다. 붉은 목단과 함께 봄꽃이 만발해 있었다. 길상사를 나와 건너편 좁은 언덕길을 오르니 성북동이 아래로 펼쳐져 있고 ‘성북동 비둘기’에 나오는 산 1번지가 멀리 보였다. 채석장이 있던 그곳엔 높은 아파트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보니 돌 깨는 소리에 파란 하늘을 날아오르는 비둘기 떼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널찍한 마당은 찾아볼 수 없는 동네였다. 산비탈을 따라 들어선 성북동은 이런 지붕, 저런 지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찻집으로 운영되는 수연산방은 월북 작가 이태원이 살던 집이다. 한옥의 정취가 물씬 나는 집이었다. 그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어서 가난한 동네 사람의 부탁으로 문패를 써주기도 했는데 문패에 적을 집의 번지가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성북동 산비탈 국유지에 불법으로 집을 짓고 살게 된 사람들에게는 번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는 번지가 없어져 버렸다. 박태원 집터는 언덕배기에 공원이 꾸며져 있었고 집터였다는 안내판만 있었다. 전혜경 책마루 독서교육연구회
  • ‘스페인 하숙’ 유해진, 한국까지 전해지는 따뜻함 [공식]

    ‘스페인 하숙’ 유해진, 한국까지 전해지는 따뜻함 [공식]

    배우 유해진이 안방극장에 재미와 힐링을 선사했다. 지난 3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에서는 유해진이 차승원, 배정남과 함께 영업 7일 차를 맞은 가운데, ‘이케요’의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유해진은 이른 아침부터 먼지 한 톨까지 사수하는 특유의 깔끔함으로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를 마쳤다. 이어 조식을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친근하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것은 물론, 다시 먼 길을 떠나는 순례자들을 배웅하고 응원하며 힘차게 하루를 맞이했다. 순례자들이 모두 떠나자 유해진은 설비부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차승원이 부탁했던 와이파이존 팻말을 만들고자 나섰고, 순식간에 새 브랜드 ‘샘나’의 ‘샘나와이파이’를 완성했다. 또한 손님의 아이디어인 기부함 시스템, ‘나누기’까지 뚝딱 만들어내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품들과 함께 ‘금손’임을 재입증했다. 유해진은 ‘샘나와이파이’와 ‘나누기’에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또 다른 제품 만들기에 돌입했다. 자리를 비운 사이 다녀갈 손님들을 생각해 영업시간 안내판 제작에 나선 것. 이번에도 눈 깜짝할 사이 안내판이 완성됐고, 유해진은 ‘이케요’의 NEW 라인 ‘이케요’ 시큐리티를 탄생시키며 뿌듯함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하면 유해진은 100km를 걸어오느라 지친 손님을 위해 방까지 짐을 들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서툰 영어 실력이지만 말동무가 되어주고 넘치는 위트와 센스로 웃음을 주는 등 단 한 명의 순례객이라도 정성을 다하는 최고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 안방극장까지 따뜻함으로 물들였다. 한편, 유해진이 출연하는 ‘스페인 하숙’은 매주 금요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소확행 빚는 봄…쪽빛에 물든 봄

    소확행 빚는 봄…쪽빛에 물든 봄

    가정의 달 5월, 거창하고 고단한 여행보다는 가족·연인·친구와 함께하는 가벼운 나들이가 어울릴 것 같은 계절이다. 유명 관광지로 손꼽히지는 않지만 2500만 수도권 주민이라면 언제든 부담 없이 가볼 만한 고장이 있다. 자가용으로는 금방이고, 경강선 전철을 타고도 갈 수 있는 경기 이천이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자연경관이나 보물급 유적·유물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까닭에 농촌·공예·먹거리·문화 등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관광코스가 발달했다. 완연한 봄날, 이천에서 추억을 만들고 ‘소확행’을 찾아보면 어떨까.●국내 최대 도자예술촌 ‘예스파크’ 지금 이천에 방문한다면 예스파크는 반드시 들르는 게 좋다. 이천 최대 축제인 도자기축제가 오는 12일까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재작년까지 설봉공원 등지에서 열리던 도자기축제는 지난해 신둔면에 예스파크가 개장하면서 축제 장소를 옮겼다. 지난해엔 완벽히 정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서둘러 축제가 열린 측면이 있다면 올해는 이천 도자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예스파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천시가 10년간 총사업비 752억원을 투입해 만든 국내 최대 도자예술촌이다. 40만 5900㎡(12만여평) 규모의 마을에 220여명의 공예인이 모여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자기가 중심이 되지만 금속공예·조소·가죽·퀼트 등의 공방도 있다.안내판을 따라 예스파크 안으로 들어가면 가지런히 정비된 도로 옆으로 단정한 이층집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파주의 헤이리 예술마을과 비슷한 형태인데 최근에 완성돼 좀더 쾌적하고 깔끔한 인상이다. 축제 기간이라 공방들이 문을 활짝 열고 방문객을 맞는다. 거리에는 축제 부스가 줄지어 늘어섰다. 예스파크에 입주해 있지 않은 지역 공예인들도 초청돼 저마다 부스를 열었고 각지의 특산품이나 세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이벤트 부스도 마련됐다. 예스파크 내 카페거리 앞에는 알록달록 푸드트럭이 모여들어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공방 물레체험… 전통·디자인 자기 한자리에 축제의 주인공은 당연히 도자기다. 저렴한 가격의 실용적인 식기부터 작가들의 개성이 듬뿍 담긴 디자인 제품, 전통 예술혼이 느껴지는 작품까지 모두 모였다. 앙증맞은 도자기 장식품이 눈길을 빼앗고 예쁜 그릇들이 구매욕을 자극한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는 느낌의 종합선물세트다. 25년 동안 도자기를 빚어온 이창화(52) 작가는 “인프라가 잘 돼 있어서 작업을 하는 데 편하다. 공예인들이 모여 있어 서로 도울 수 있고 정보 교환도 용이하다”며 예스파크에 입주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그릇과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국내에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국내 최대 도자예술촌인 만큼 도자기를 빚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1~2시간 동안 물레 체험을 하고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좀더 제대로 도예를 배워 보고 싶다면 예스파크 내 게스트하우스에 2~3일간 머물면서 빚은 도자기에 채색을 하고 가마에 넣어 굽는 과정까지 체험할 수 있다. 목공예·가죽공예·종이공예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평생 쌓은 기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는 이천시도자기명장 이향구(67) 작가는 이웃집 어른처럼 소탈하게 그의 공방을 찾는 초보 체험객들의 도자기 만들기를 손수 돕는다.●쪽물에 담근 손… 하늘빛으로 배어들다 물레를 돌리면서 묻은 진흙을 씻어낸 뒤 이번에는 쪽물에 손을 담가 본다. 예스파크에서 차로 20분가량, 이천 시내에서는 30분가량 떨어진 마장면 ‘쪽빛나라’에서는 천연쪽염색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쪽빛 바다라는 표현에 자주 등장하는 쪽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영어로는 인디고라 불리는 염료 자원이다. 3월 초에 파종한 뒤 모종과 본밭에 심는 과정을 거쳐 7월 중순쯤이면 베어낸다. 2~3일간 쪽잎을 물에 담가 색소를 우려내고 조개껍질가루를 넣어 침전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거기에 막걸리 등을 넣고 2~3일 발효시키면 쪽염색을 위한 준비가 끝난다. 쪽물 준비까지 오랜 노력이 들어가는 데 비해 염색 자체는 금방이다. 쪽염색에 적합한 천을 쪽물에 넣고 손으로 천천히 자근자근 주무르면서 색이 잘 배길 돕는다. 몇분 뒤 천을 빼내 공기 중에 펼치고 색을 낸다. 내고 싶은 쪽빛의 정도에 따라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한다. 무늬를 만들고 싶다면 천을 다양한 방법으로 묶은 뒤 염색하면 된다. 염색을 끝내고 나면 손도 쪽빛으로 파랗게 물드는데 한두 번 씻어서는 비누로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화학약품을 쓰지 않은 천연염색은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하니 너무 조급히 씻어내려 하지 않아도 좋다. ●산수유마을 등 수확의 기쁨까지 이천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체험 코스가 마련돼 있다. 산수유마을, 대벌체험장, 꾸메숲버섯나라, 각종 농원 등에서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안옥화음식갤러리와 단드레한과 등에서는 맛있는 먹거리체험을, 비틀즈자연학교 등에서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생태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시내 인근의 대표적인 휴식처 설봉공원에서 문화예술과 함께 여유를 느껴 봐도 좋다. 동양화가 월전 장우성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2007년 개관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는 월전 상설전과 함께 다양한 기획전이 열린다. 오는 6월 말까지는 전통 수묵채색화를 현대와 접목시키려 노력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벽계 송계일의 ‘자연의 본질을 찾아서’ 전시가 열린다. 글 사진 이천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여행수첩 →잘 곳 :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은 아늑한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인 국내 최초 메모리얼리조트다. 삶과 죽음이 아름답게 공존한다는 콘셉트로 2017년 문을 열었다. 호텔 뒤편으로 예배당 등 건축물이 있고 앞쪽으로는 1만여㎡의 너른 정원이 수려하게 꾸며져 있다. 스페인풍으로 지어진 건물과 일일이 손으로 빚은 듯한 느낌으로 섬세하게 디자인된 정원이 아름답다. 종종 야외결혼식이 열리는 정원 한편에는 카페와 티하우스가 조용히 자리 잡았다. 더블룸, 트윈룸, 패밀리룸 등 모두 72개 객실이 있다.
  • [현장 행정] ‘강풀만화거리’ 감성 다시 그리는 강동구청장

    [현장 행정] ‘강풀만화거리’ 감성 다시 그리는 강동구청장

    “승룡이네집이 자리한 강풀만화거리는 엔젤공방, 성내시장, 주꾸미 골목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흐르는 강리단길’의 중심입니다. 오늘 이곳을 가장 잘 아시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최대한 구정에 반영해 만화거리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문화의 거리’로 빚어 내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 강풀만화거리에 ‘현장 해결사’가 떴다. 강풀만화거리의 거점인 복합문화공간 승룡이네집에 ‘현장 구청장실’을 연 이정훈 강동구청장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현안별로 직접 주민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 구청장실’로 지역사회의 호응을 이끌어 낸 이 구청장은 이날 ‘강풀만화거리 활성화’를 위해 20여명의 주민과 머리를 맞댔다. 동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주민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요구 사항에 그는 “지역의 발전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여러분들의 진심이 느껴져 더없이 좋은 자리였다”며 “빠른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해 큰 박수를 받았다.특히 이 구청장은 능수능란한 행사 진행자처럼 주민 한 명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의견을 묻고 정성껏 답하며 격의 없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강풀만화거리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명신희(46)씨는 “주말에 많은 분들이 거리를 찾지만 막상 와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고 주차공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구청장은 “최근 강풀만화거리 활성화를 위한 용역 연구가 완료돼 앞으로 5년간 여러 활성화 계획을 추진할 예정인데 주차장 건립도 포함돼 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이곳을 만화를 뿌리로 한 문화의 도시로 키우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승룡이네집에서 베이킹 수업에 참여했다는 주민 김아람(43)씨는 “처음에 제대로 된 안내판이 없어 승룡이네집을 찾기가 어려웠고 만화거리에 대한 안내서도 없어 이곳을 제대로 활용하며 즐기기가 어려웠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에 이 구청장은 “올여름이 오기 전 강풀만화거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코스 개발, 지도 제작 등으로 찾는 분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완료된 용역 연구에 따르면 구는 강풀만화거리를 문화의 거점으로 부상시킬 ‘웹툰 비엔날레’ 운영도 검토 중이다. 거리의 벽화가 강풀의 만화 ‘순정만화’ 시리즈의 주요 내용으로 구성된 만큼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4개의 코스도 개발한다. 각각 15~20분간 걸으며 강풀 만화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골목’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웹툰카페, 만화도서관 등이 자리한 승룡이네집뿐 아니라 천호대로 지하보도 ‘오르락내리락’은 웹툰 전시장으로, 2022년 이후 들어설 성내동 생활문화센터는 웹툰 체험장으로 활용하며 거점 공간도 더 늘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석기 서울시의원, 주민안전 위해 망우공원 둘레길 등 정비

    1973년 매장이 종료된 망우공원은 1995년 주민을 위한 산책로를 조성했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대규모 이장을 마쳤고 2018년에는 공모를 통하여 웰컴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망자만의 공간에서 시민 삶의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이번 공사는 별도로 긴급하게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노후 시설물과 산책로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전석기 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4)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중 망우공원의 노후 된 시설물과 위험한 산책로 현황을 확인하고 2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원활한 정비와 보수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전 의원은 “서울시 중랑구와 구리시에 걸친 망우공원이 오랜 기간 망자들의 넋을 위해 이용되어 왔으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기능이 우선적으로 주민을 위한 친화적인 공원으로 재탄생 되어야 한다고” 하며 “망우공원의 약 5km의 산책길과 등산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증가하고 있어 주민들의 안전과 편안한 이용을 위해 긴급한 보수와 정비를 구상하고 기획했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또 전 의원은 “현재 설계 중인 웰컴 센터가 주민 친화적인 건축물로 탄생할 수 있도록 건축분야의 오랜 경력과 전문성을 살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망우공원 기반시설 정비 사업은 20여개의 표지판 및 안내판 정비와 산책로 야자매트 및 목재계단 설치, 급경사로의 보행데크 및 핸드레일 설치 등 주민의 안전한 공원이용을 위한 공사가 대부분으로 올해 7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헬싱키에서 대서울을 생각하다

    헬싱키에서 대서울을 생각하다

    지난 달, 핀란드의 헬싱키 대학에서 서울에 대해 강연했다. 인구 63만명의 헬싱키 시민들에게 인구 2500만명의 수도권, 즉 대서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울시 송파구의 2010년도 인구가 64만명이니, 송파구 규모의 도시가 고민하는 문제와 서울시-대서울이 고민하는 문제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런 한편, 헬싱키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앤듀 로기 선생과 함께 일주일간 헬싱키 시내 및 교외 지역을 찬찬히 살피면서 두 도시 사이의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첫 번째는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핀란드의 시층(時層)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헬싱키의 삼문화광장”이었다. 헬싱키 항구의 광장에는 핀란드에 상당한 자치권을 부여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부인인 알렉산드라가 1833년에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비석이 서 있다. 헬싱키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기념물인 이 비석은 핀란드 독립 후에도 파괴되지 않았는데, 이 비석 바로 뒤에는 러시아에 앞서 핀란드를 지배한 스웨덴의 대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일본·중화민국의 건물을 모두 볼 수 있는 명동이나 정동의 삼문화광장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러시아인들이 묻힌 러시아 정교회 묘지와 핀란드의 국부(國父)인 만네르헤임 원수를 비롯한 스웨덴?핀란드인이 묻힌 히에타니에미 묘지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광경도, 한국인·일본인·중국인 묘지가 공존하는 인천 부평의 시립승화원을 연상시켰다.이처럼 식민지 시기의 역사를 증언하는 유적은 헬싱키 곳곳에 남아 있었고, 스웨덴-러시아-핀란드의 세 문화는 대서울에서보다 좀 더 평화롭게 공존하는 듯 했다. 이는 여전히 스웨덴계 핀란드인이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한편, 소련-러시아의 위협이 이어져 온 핀란드의 파란만장한 근현대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헤이몰란 탈로라는 이름의 건물도 서울의 조선총독부-중앙청-국립중앙박물관 건물과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1910년에 완공된 헤이몰란 탈로는 1911~31년에 국회의사당으로 쓰였고, 1917년 12월 6일에는 이곳에서 독립선언서가 서명되었다. 핀란드의 건국을 상징하는 이 건물은 1969년의 어느 밤에 몰래 헐렸다. 혹시라도 보존운동이 일어날까 두려워해서 하룻밤 사이에 헐어버렸다고 하며,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핀란드 시민들은 그 뒤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을 보존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의 조선총독부-중앙청-국립중앙박물관 건물은 1926년에 완공되어 45년까지 20년간 일본의 한반도 지배 거점으로 이용되었다. 경복궁 일부를 헐고 세워진 탓에 보존하기에는 위치가 너무 나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헤이몰란 탈로와 마찬가지로 이 총독부 건물에서 1948년 5월 10일에 제헌국회가 열렸고, 1950년 9월 28일의 서울 수복 때에도 이 건물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그리고 1995년에 철거될 때까지 중앙청 및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여 역사의 일부였다. 식민지 시대 20년이지만 현대 한국에서 50년이나 썼다.오늘날 조선총독부-중앙청-국립중앙박물관 건물의 자재 일부는 천안 독립기념관에 놓여 있다. 그곳에는 “조선총독부의 철거 부재를 폐허의 공간에 전시하여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연출·전시”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한반도를 식민 통치한 일본인들을 군사적으로 몰아내지 못한 원한을 엉뚱하게 건물에 푸는 것이 한국 시민의 자긍심을 살리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1948년 5월 10일 제헌국회 선거 포스터에 그려진 대한민국 건국의 현장을 더 이상 실물로 볼 수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글 사진: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 “남북 경계선 없어지길”…처음 열린 고성 DMZ 평화의 길

    “남북 경계선 없어지길”…처음 열린 고성 DMZ 평화의 길

    “분단 이후 처음 열린 길을 밟게 돼 영광이죠.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남북의 경계선이 없어져 군사비용이 건설적으로 쓰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7일 일반인에게 처음 개방된 강원 고성 ‘DMZ(비무장지대) 평화의길’에서 만난 송해숙(73·여·서울 서초)씨는 탐방로 중간에 지뢰 폭발사고의 잔해로 남은 굴삭기가 인상 깊었다며 평화의길을 처음 걸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분단 후 70년 가까이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강원 고성 동해안 DMZ 일대가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처음 공개됐다. 북한 초소와 불과 1.2㎞ 떨어진 금강산전망대(717OP)에서는 기존 통일전망대보다 한층 더 가까이 북녘 땅을 내다볼 수 있다. 해안철책을 따라 걷는 2.7㎞ 도보 코스가 포함된 7.9㎞ 길이 A코스는 1회 20명씩, 차량으로 금강산전망대까지 왕복 이동하는 7.2㎞ B코스는 1회 80명씩 하루 2차례 운영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200명씩 평화의길에 다녀올 수 있다.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의 A코스에는 벌써 58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려 16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오전 10시 30분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동해안을 향해 난 철문의 빗장이 풀리자 연두색 조끼를 입은 일반인 탐방객들이 안내요원을 따라 입장했다. 나무데크로 만든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높은 철조망 너머로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평화의길 도보 코스는 매끈하게 조성된 산책로는 아니다. 군인들이 경계 임무를 하며 오가던 길이 탐방객들을 위해 조금 다듬어졌을 뿐이다. 시멘트 벽돌과 보도블록이 얼기설기 놓인 길옆에는 모래에 뿌리내린 민들레가 곳곳에서 생명의 씨를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고라니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가기도 했다. 철책을 따라 내려가자 철로가 깔린 통전터널이 나왔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강원 양양~강원(북한) 안변 구간 철도는 남북 간 협의에 따라 2007년 한 차례 기차 운행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로 다시 쓰임새 없는 철로가 됐고 2006년 준공된 남한의 최북단 기차역 제진역도 오가는 사람 없는 쓸쓸한 역으로 남았다. 이중으로 서 있는 해안철책을 따라 걷다 대리석 표지석과 파란 칠로 표시된 남방한계선에 다다랐다. ‘귀하는 지금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하는 비무장지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남방한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더 걸어가자 이번에는 ‘지뢰’ 주의 안내판 뒤로 널부러져 있는 굴삭기가 보였다. 2007년 해안초소에 전봇대를 설치하기 위해 온 민간의 굴삭기가 지뢰를 밟고 파괴돼 잔해로 남았다. 권성준 안내해설사는 “남북에 지뢰 200만발이 매설돼 있는데 10년간 56억원을 들였지만 그중 6만여발밖에 제거하지 못했다”며 분단의 비극을 환기시켰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기념해 설치된 소망 트리에 탐방객들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글귀를 적어 걸었다. ‘평화가 경제다’고 쓰인 문 대통령 글귀 곁에 메시지를 건 김종연(30)씨는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썼다”고 말했다. 약 1시간 도보 코스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금강통문을 둘러봤다. 이어 버스는 ‘평화의 길’의 하이라이트인 금강산전망대에 닿았다. 북서쪽으로 머리에 눈을 인 금강산 채하봉이, 북쪽 바다 쪽으로는 아홉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구선봉과 선녀와 나무꾼 설화가 탄생했다는 감호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두 손을 꼭 붙잡고 평화의길을 걸은 김한주(49)·변주영(49·여)씨 부부는 “평화 분위기가 지속돼 많은 분들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꼭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의 길’ 예약 신청은 한국관광공사 웹사이트 ‘두루누비’, 행정안전부 DMZ 통합정보시스템인 ‘디엠지기’에서 받는다. 고성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부산 블록체인·세종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 첫 관문 통과

    부산 블록체인·세종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 첫 관문 통과

    강원 디지털헬스케어·전북 홀로그램도부산의 블록체인과 세종의 자율주행 등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가 추진하는 10개 사업이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위한 우선 협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규제특례심의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위한 1차 공식 협의 대상을 확정·발표했다. 부산 블록체인, 대구 사물인터넷(IoT웰니스), 울산 수소산업, 세종 자율주행,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충북 스마트안전제어, 전북 홀로그램, 전남 e모빌리티, 경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제주 전기차 등이다. 규제자유특구는 지역 단위로 적용되는 규제 샌드박스(유예)로, 최종 대상 지역은 오는 7월 이들 10곳 중에서 확정된다. 이 중 부산은 국제금융센터와 항만 등 지역인프라를 활용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북의 홀로그램 사업은 도로 안내판부터 속도 제한 표지까지 홀로그램 방식으로 제작한다는 구상이다. 현행법은 도로교통 안전표지판의 경우 홀로그램으로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세종의 자율주행 사업은 BRT 버스에 자율주행 기능을 담는 게 핵심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는 신재생에너지, 신종 이동수단,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육성을 고려해 10곳을 선정했다”면서 “7월에 특구로 지정되면 내년 예산에도 반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정 지원도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확정된 1차 협의 대상에서 광주 저속 자율주행차, 대전 바이오메디컬, 충남 수소산업, 경남 무인선박·생명의료기기 등은 빠졌다. 다만 박 장관이 ‘지역 협력형 특구’ 지정 가능성을 거론한 만큼 일부 사업은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다. 자율주행차, 수소경제, 블록체인, 바이오헬스케어 등 4대 업종에 한해 여러 지역을 묶어 하나의 특구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박 장관은 우선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 경남의 무인선박 사업과 관련해 “울산과 충남 등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협력형 특구를 고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지역특구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만큼 특구에 들어가려는 기업들의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특구에 참여하려면 해당 지자체에 요청해 특례 적용 기업에 이름을 올리거나 특구계획을 수립해 시·도지사에게 제안을 하면 된다. 수도권 소재 기업도 다른 지역의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할 수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안양시 대표적 관광명소 ‘안양예술공원’ 외국인 핫플레이스로 급부상

    안양시 대표적 관광명소 ‘안양예술공원’ 외국인 핫플레이스로 급부상

    경기도 안양시는 지역 대표적 명소인 ‘안양예술공원’이 외국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주말 안양예술공원에는 태국인을 태운 관광버스 8대를 비롯 홍콩 고교 수학여행단 등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주 무대인 안양예술공원은 세계 유명 작가의 예술작품이 즐비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곳에서 촬영한 태국 인기 락밴드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계에 소개되면서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안양예술공원을 찾은 한 태국인 대학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돼 방문했는데, 멋진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젠 안양예술공원이 외국인에게 필수 방문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시는 관광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정을 펼쳐 이 열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먼저 6월에 관악역에서 안양예술공원에 이르는 지역에 외국어로 표기한 안내판과 공원입구에 상징적인 조형물을 설치해 외국 관광객의 편의를 개선할 방침이다. 앞서 6개국어로 적힌 안양예술공원 안내 책자를 발간한 데 이어 주요 APAP 작품 위치와 교통·음식정보을 담은 리플릿도 3개국어로 제작 배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안양지역 관광코스 개발을 위해 다음달 여행작가와 SNS인플루언서를 초청해 팸투어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여행전문가와의 현장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안양시 대표적인 관광자산 안양예술공원의 지난해 방문객 수는 60만 3857명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인근 지자체 유명 관광지인 ‘광명동굴’은 지난해 관광객 수가 116만 739명(외국인 4만 7748명)을 기록, 안양예술공원보다 2배 정도 많았다. 과천시 서울대공원은 215만 9578명(외국인 1만 7470명)으로 3배를 훨씬 웃돌았다. 관광도시 조건을 두루 갖춘 안양시가 100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광콘텐츠 개발과 홍보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글·사진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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