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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철 식중독 예방 나선 ‘위생감시원’ 광진

    식중독은 여름철뿐 아니라 겨울철에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저소득 가정의 어린이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지역 식당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서울 광진구가 겨울방학에 급식을 제공하는 지역 식당 점검에 나선 이유다. 광진구는 14일까지 겨울방학 동안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식중독 예방 아동급식 협력음식점’ 39곳의 위생점검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10명이 2인 1조로 점검했다. 추운 날씨에도 생존력이 강한 노로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 예방교육도 함께했다. 점검반은 ▲조리시설, 세척시설, 폐기물용기 등 손 씻는 시설 설치 여부 ▲바닥이나 벽, 천장, 폐기물용기, 방풍시설 등의 청결관리 등 ‘조리시설 등 환경점검’ ▲무허가(무신고) 제품 사용 여부, 유통기한 준수 여부, 냉장·냉동고 적정온도 유지 여부 등 ‘식재료 보관 관리’ 등을 집중 점검했다. 또 식당 주인을 대상으로 조리종사자 건강진단 실시 여부를 확인하고 100g당 식육 가격 표시, 원산지 표시제 준수 여부 등 ‘영업자 준수사항’도 확인했다. 아울러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업소를 대상으로 ▲달라지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안내한 뒤 리플릿을 배부하고 ▲식중독 예방을 위한 위생수칙 안내문 업소 내 부착, 식중독 예방 유통기한 표시 스티커 배부 등도 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대부분의 식당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었다”면서 “지역 식당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을 이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숨진 딸의 마지막 흔적 없어져 마음이 아픕니다”…정부 방침에 강제 해지

    “숨진 딸의 마지막 흔적 없어져 마음이 아픕니다”…정부 방침에 강제 해지

    “교통사고로 딸을 잃었는데 딸의 휴대전화 번호마저 강제 해지돼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충북 청주에서 사는 A씨(41·여)는 지난해 9월 교통사고로 당시 19살이던 딸을 잃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자신의 전부였던 딸을 잃은 A씨는 장례식을 치른 뒤에도 딸을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A씨가 의지한 것은 딸이 남기고 간 휴대전화였다. 당시 사고로 휴대전화가 산산조각났지만 A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해지하지 않았다. A씨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가 “딸 휴대전화의 약정 기간이 끝나는 2017년 8월까지 요금을 낼테니 명의변경 및 강제해지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A씨는 딸이 생각날 때마다 딸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런데 지난 2일 카카오톡 친구명단에서 딸이 사라졌다. 딸 이름은 ‘알 수 없음’으로 바뀌었고, 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없어졌다. 놀란 A씨가 이동통신사에 확인해 보니 딸의 휴대전화 번호가 강제 해지됐던 것이다. 3일 뒤에는 딸의 휴대전화가 해지됐으니 남은 단말기 대금 25만원을 독촉하는 안내문이 날라왔다. 딸의 휴대전화가 해지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대포폰 방지’ 정책으로 지난달 15일 시행된 ‘차명폰 직권 해지’ 조치 때문이었다. 사망자 휴대전화나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대포폰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정부 방침에 따라 이동통신사가 해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사는 딸의 휴대전화로만 해지사실을 통보해 A씨는 이를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A씨는 원상복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한 포털사이트에 ‘고객(사망자 부모) 의견 무시한 휴대전화 강제해지’란 글을 남겨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휴대전화는 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며 “그동안 딸이 카카오톡 내용을 볼 수는 없지만 카카오톡을 보내며 위로를 받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강제해지 해놓고 며칠 뒤 바로 단말기대금 독촉장을 보내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원상복귀가 안 되면 소송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회사는 안타깝지만 정부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원상복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강남 치과 폐업…“250만원짜리 교정 66만원에 해준다더니”

    강남 치과 폐업…“250만원짜리 교정 66만원에 해준다더니”

    서울 강남에 있는 유명 치과 원장이 예고도 없이 돌연 문을 닫고 잠적해 환자 수백 명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YTN에 따르면 치아 교정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한 치과가 돌연 폐업해 환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진료비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치과는 진료비를 미리 내면 싸게 해주겠다며 이른바 선납을 권유해왔다. 치과 원장이 지난 9일 갑자기 병원 문을 닫고 잠적했다. 피해 환자는 “많이 싸더라고요. 다 둘러봐도 나만큼 싸게 한 사람은 없더라고요. 아이가 한 달에 한 번씩 가는데 (치과에서) 날짜를 뒤로 미뤘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인근의 다른 치과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붙여 놨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문은 닫은 치과는 석 달 전부터 ‘개업 5주년 할인 이벤트’라며 환자를 끌어 모았고, 정가 250만 원짜리 치아 교정을 66만원에 해주겠다는 광고도 하며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돈을 미리 냈다고 주장하는 환자만 5백여명에 피해 금액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폐업 신고를 받은 강남구 보건소는 진료비를 돌려받기 위해서 민사 소송을 벌이거나 의료분쟁 조정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치과 피해자들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루 만에 회원이 천 명이 넘게 몰리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당 병원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13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6 공직박람회] “다양한 직종 공직체험관·채용 정보 큰 도움”

    [2016 공직박람회] “다양한 직종 공직체험관·채용 정보 큰 도움”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보람에다 안정적인 직업이라 미리 대비하고 싶어서 박람회를 찾았어요.” 주말인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공직박람회’에서 만난 고교생 허모(17)양은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모든 정보를 한자리에서 접하니 좋았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박람회는 9일 시작해 이날 막을 내렸다. 행사를 주최한 인사혁신처는 ‘대한민국 공무원 되기’ 홈페이지(www.injae.go.kr)에 관련 정보를 올린다. 7000여명을 수용하는 7290여㎡(2206평) 넓이의 코엑스 D홀은 인파로 북적였다. 이틀에 걸쳐 연인원 8만 2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인사처는 집계했다. 1~3회 행사를 기획했다는 한 인사처 간부는 “초기엔 잘 알려지지 않아 일부 방문객을 동원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후엔 학교에서, 가정에서 손에 손을 잡고 긴 시간을 머물다 간다”고 소개했다. 입구엔 ‘공직 가치와 명예’라는 제목으로 공무원들이 포부를 밝히는 영상을 올려 손님을 맞았다. 한 일반행정직은 “건전한 자부심에서 나오는 공직자로서의 사명을 떠올리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어린 참가자일수록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직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학교 부스는 교복 차림에 심폐소생술(CPR)을 익히는 학생들로 붐볐다. 한 공무원은 “취업을 눈앞에 둔 사람보다 길게 인생을 설계할 나이에 직업으로 선택하는 셈이니 공직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우호 인사처 인재채용국장은 “올해 박람회 주제를 ‘희망의 씨앗’으로 삼았다”며 “공직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참여시켜 범위를 한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사처가 마련한 ‘대한민국 공무원 되기’ 부스는 소리 없이 인기를 누렸다. 2017년도 직급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 일정과 선발 예정 인원에 대한 사전예고 안내문을 배포한 덕분이다. 예년의 경우 12월 30일에야 일정을 공개하는데, 올해는 20일이나 일찍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어서 분초를 다투는 수험생들에겐 적잖은 시간을 벌도록 도움을 줬다. 면접 특강에서 한 강사는 “잘못 회자되는 비결, 특히 학원을 이용하면 선입견을 갖게 돼 조심해야 한다”며 “진실하고 뚜렷한 국가관을 정립하도록 노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신설 부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간선택제 코너에선 전문 분야 및 채용 규모를 늘렸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쏟아졌다. 경력단절여성이나 육아 등으로 일을 중단한 사람이 경험을 살리기 위해 사정에 맞춰 근무시간을 선택하도록 한 유형이다. 스펙을 대체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안내하는 코너도 공기업 지망생에게 능력 중심 채용을 알리는 역할을 해 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허참(67)은 얼마 전 경기 남양주에 있는 자기 농장을 일반에 오픈했다. 음식을 먹고 노래를 듣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꾸미고 ‘참스팜스’라는 간판을 세웠다. 2층은 일종의 기록실로 만들었다. 자신의 예능 40여년 역사가 담긴 사진, 포스터, 앨범들을 여기에 모았다. 자기 그림 작품들도 여러 점 걸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 여의도 KBS 녹화홀에서 25년 동안 실제로 썼던 ‘가족오락관’ 네온사인이다. “창고에 처박아 두면 그냥 썩는다고, 방송국에서 선물로 주더군요. 그걸 여기 가져와서 전원을 연결하니까 불이 들어오는데, 눈물이 납디다. 그 오랜 시간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내가 널 지켜봐 줄게, 이렇게 다짐했어요.” ●1973년 여동생 결혼 밑천인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 -기차가 덜컹거리며 부산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아무 대책 없는 ‘무작정 상경’의 주인공이 내가 되다니…. 군에서 막 제대한 1973년 어느 날이었다. 지갑 속엔 3만원이 들어 있었다. “오빠가 나중에 돈 벌면 몇 배로 갚아줄게.” 결혼 밑천 삼는다고 고이 모아 온 여동생의 돈이었다. -서울살이는 예상보다도 힘들었다. 집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으니 군대나 고향 친구들 집을 번갈아가며 하루하루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정동 MBC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됐는데, 자전거로 채소나 생선 같은 것들을 배달해 주며 공짜 숙식의 대가를 치렀다. 그러고 있다 보면 코미디언이 됐든, MC가 됐든, DJ가 됐든 뭐라도 하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왔다. 그해 겨울 군대 친구와 함께 종로에 나갔다가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를 지나치게 됐다. 문앞에 탄산음료 ‘오란씨’ 시음 행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잔 얻어먹을 요량으로 안에 들어갔다. (입구에 유난히 코가 큰 사람이 서 있었는데, 쉘부르의 주인이자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PD 겸 DJ로 활동하던 이종환 선생이었다) 무대에서는 이태원, 전언수씨로 구성된 통기타 듀오 ‘쉐그린’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노래를 마친 뒤 객석 손님들에게 경품을 주는 행운권 추첨을 시작했다. 내가 딱 걸렸다. “무대로 잠깐 올라오세요.” 나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 몇 마디에 공연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정신없이 웃던 이태원씨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그게…기억이 안 나네요.” “허 참, 자기 이름도 몰라요?” “앗,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나요? 저는 허참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종환 선생이 나를 불렀다. “여기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월급은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주면 그걸로 족했다. 청소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틈틈이 손님들 신청곡 받아 노래를 틀어주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러다 잠깐씩 무대에 올라 짤막하게 MC를 볼 일이 생겼는데, 차츰 “쉘부르에 명물이 하나 들어왔다”고 입소문이 났다. 날 보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면서 몇 달 후에는 어니언스, 쉐그린, 김정호, 김세화, 권태수 같은 포크 스타들의 공연을 진행하는 정식 MC로 승격이 됐다. 스탠딩 코미디와 노래를 섞은 ‘허참쇼’라는 코너도 만들어졌다. -MBC의 라디오 PD 겸 DJ였던 박원웅 선생이 어느 날 나를 불렀다. “우리 회사에서 ‘청춘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DJ 해볼 생각 없나.” 현기증이 났다. ‘얼마 전까지 자전거에 동태 궤짝이나 채소 꾸러미를 싣고 지날 때마다 그토록 높게 보였던 MBC 사옥. 그곳에 내가 입성한다.’ 나는 그때까지도 쉘부르의 객석에서 소파 몇 개 붙여놓고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는 신세였다. 노래 ‘편지’의 성공으로 형편이 나아진 어니언스 임창제가 물려준 슬리핑백이었다. 방송 DJ를 시작하면서 동대문 근처에 방을 얻은 나는 임창제의 슬리핑백을 의기양양하게 다른 친구에게 물려주고 쉘부르 시대를 마감했다. ●남다른 입담…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서 운명의 MC 제안 -우리 집안의 뿌리는 황해도다. 나도 거기에서 태어났는데, 이듬해 6·25 전쟁이 났고 아버지는 가족들을 데리고 월남을 했다. 어쩌다가 땅끝인 부산까지 와서 부민동에 터를 잡고, 법원 공무원으로 취직했다. 그 덕에 적당히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소고기 반찬을 싸 주면 나보다 못사는 아이가 배급받아온 옥수수빵과 바꿔 먹기도 했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1956년 부민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가 여러 번 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그려 팔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미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었다면 남다른 끼와 말솜씨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소풍 가서 사회자는 늘 내 차지였다. 그래선지 말이나 행동에 남다른 스타 의식이 강했다. 이를테면 아침에 교문에서부터 영화배우처럼 겉멋을 부리며 걸었다. 저 멀리 3층 교실 창문에서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여자애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웅변대회에도 단골로 나갔다. 주위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만들었던 것은 나의 성우 흉내였다. ‘삼국지’, ‘수호지’,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외워 목소리 흉내를 내면 식구들, 친구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국어 시간에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미망인 모씨는~’으로 시작하는 고전 ‘조침문’을 ‘전설 따라 삼천리’의 성우 유기현씨 목소리로 읽어주면 교실은 난리가 났다. -공부는 못했다. 일찌감치 대학을 포기하고 영남상고에 들어갔는데, 막상 졸업을 할 때가 되니 아버지는 “네가 장남인데 대학을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재수를 시작했는데, 길게 하지는 못했다. 공부 의욕도 떨어졌지만 집안 형편이 크게 기울어졌다. 안 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크다. -1972년 군 복무 중 ‘10월 유신’이 선포됐다. 박정희 정부는 전군에 ‘문화선전대 경연 행사’를 열어 유신의 필요성을 병사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사단 웅변대회 선수로 뽑힌 나를 대대장이 불렀다. “이상용, 너는 오늘부터 웅변 대신에 문선대 경연 준비를 해라.” 유신헌법이 뭔지를 내가 알 리 없었다. 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우리 몸에는 우리 옷을 입어야 하는데, 유신헌법이야말로 우리 몸에 맞는 옷이다’를 주제로 코미디를 구성해 연기했고, 사단에서 1등을 했다. 그때부터 MC 겸 코미디 담당으로 예하부대를 돌며 유신 홍보 공연을 다녔다. MC와 코미디언으로서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얼마 후에는 사단 내 방송 DJ도 맡게 됐는데, ‘쌀’을 ‘살’로 발음하고 ‘의사’를 ‘어사’라고 말하는 억센 부산 사투리가 문제가 됐다. 문선대 공연에서야 사투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었지만, 아무래도 방송에선 아니었다. 교정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매일 책과 신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 또한 나중에 사회에 나와 큰 도움이 됐다. ●‘수그려라’가 제 좌우명… 저를 방송인으로 남게 한 건 8할이 ‘노력’ -박원웅 선생의 스카우트로 MBC 라디오 데뷔를 한 이후 몇몇 프로그램이 나를 더 따라왔다. 사람들은 나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말투를 좋아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위기가 찾아왔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요계를 평정할 때였으니 1976년쯤인 듯한데, MBC 라디오의 간부 한 분이 나를 호출했다. “라디오 진행자를 전부 아나운서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 미안하다.” 교통정보 프로그램 ‘푸른 신호등’에서 하차하라는 말이었다. 방 한 칸 신혼살림에 아내는 첫아이를 임신한 상태. 세간이라곤 쌀통 하나뿐이고, 찬장도 없어 사과상자로 대신하고 있던 우리 부부였다. “저, 좀 더 잘하겠습니다. 이거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소용없었다. 다시 실업자가 됐다. 폭음을 하고 들어가 아내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방송하는 사람은 방송국에서 안 불러 주면 끝이다. ‘푸른 신호등’에서 졸지에 잘린 뒤 나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MBC 근처에 신발가게를 차렸다. 동대문 시장에서 패션구두 같은 것을 떼어다 아내와 같이 팔았다. 조용필이나 이은하 같은 스타들이 찾아와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망했다. 장사는 말주변만 갖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었다. 묘하게도 신발가게를 폐업하자 방송 요청이 연달아 들어왔다. 잠깐 동안의 실업자 생활과 신발가게 실패를 통해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에 간단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 -라디오로 주가가 오르면서 TBC ‘7대 가수쇼’ MC로 TV 데뷔를 했다. 운현궁 공개홀에서 남진, 나훈아, 이미자 등 당대의 스타들과 인사를 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시 고려진씨와 짝을 이뤘는데 최초의 남녀 공동 MC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150명 정도의 여성 MC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얼마 후에는 MBC ‘토요일 밤에’와 함께 주말 저녁을 양분하고 있던 TBC ‘쇼쇼쇼’의 MC로 위키리(이한필)의 뒤를 이어 발탁됐다. 쇼쇼쇼에서 나와 최고의 콤비를 이뤘던 정소녀씨를 만났다. ‘허참’ 하면 ‘정소녀’, ‘정소녀’ 하면 ‘허참’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와 같이 MC를 보던 정혜경씨는 내 이름에 이어 자기 이름을 말하는 순서에서 돌연 ‘정소녀’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보기 드문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한창 때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방송을 했다.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다. 수십년을 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서 오는 긴장과 피로, 고독감을 술로 달래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한밤중 방송이 끝나면 심신이 허기져서 무교동 낙지골목 등을 훑고 다녔다. 그렇게 일에 술에 파김치가 돼서 집에 갔다가 새벽에 나오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방송국에서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간 적도 있었다. -나를 대표하는 ‘가족오락관’은 1984년 4월 3일 벚꽃이 한창일 때 처음 전파를 탔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공교롭게 마지막 1237회 녹화일이 2009년 4월 2일이었다. 하루도 어긋나지 않는 만 25년. 나의 청춘과 중장년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사반세기와 좀 더 따뜻하게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은 참 아쉽다. 새로운 포맷의 참신한 가족오락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관두게 됐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KBS는 가족오락관 후속으로 ‘가정오락관’이란 프로그램을 편성했지만, 몇 번 내보내고는 시청자 반응이 안 좋다며 폐지해 버렸다. 지금은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그려라’가 나의 좌우명이다. 남을 존중하고 경청하려고 애쓴다. 남들 앞에 과하게 나서지 않으려 한다. 나는 항상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두고 무대에 오른다. 후배들한테 말한다. 분위기 뜨고 흥겹다고 해서 객석에 마이크 들이대며 반말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방송인으로서 나의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끼’는 타고났을지 몰라도 나머지를 채운 것은 나의 부단한 노력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젊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위해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유머집을 구입해 외우고 또 외웠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을 메모해 암기했다. 교수, 의사, 성악가, 요리사, 언론인 등 자기 분야의 고수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겼다. 그들과의 얘기는 모두가 살아 있는 공부였고, 나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단련될 수 있었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허참은 누구 본명은 이상용. 194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MC’ 중 한 명이다. TBC 동양방송, KBS 한국방송, MBC 문화방송에서 수많은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26년 동안 진행한 KBS ‘가족오락관’은 그의 이름과 동일시된다. 코미디언, 가수,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남상고, 동아대,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TV 프로그램 TBC ‘7대 가수쇼’ ‘쇼쇼쇼’ ‘전국 TOP10 가요쇼’, KBS ‘가족오락관’ ‘도전! 주부가요스타’ ‘왕건오락관’ ‘지구촌 노래자랑’, MBC ‘젊음은 가득히’ ‘지붕뚫고 하이킥’, 대전MBC ‘허참의 토크&조이’, SBS ‘빙글빙글 퀴즈’ ‘잉꼬부부 재치부부’, MBN ‘엄지의 제왕’ ▲라디오 프로그램 MBC ‘싱글벙글쇼’ ‘푸른 신호등’ ‘청춘은 즐거워’, SBS ‘허참의 즐거운 저녁길’ ▲음반 ‘왜 몰라주나’(1976년) ‘추억의 여자·소낙비’(2007년) ▲제29회 한국방송대상(2002년) 제12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2005년) KBS 연예대상(2006년)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오페라하우스는 머리·건물은 몸통… 두 개층 낮은 상가, 주거를 배려하다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오페라하우스는 머리·건물은 몸통… 두 개층 낮은 상가, 주거를 배려하다

    # 양지바른 북향, 시드니 시드니에 가기 전 시드니의 대표적인 무지개떡 건축이 무엇이냐고 현지의 지인에게 물었다.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가면 그 근처가 죄 무지개떡 건축이라고. 한 번 걸음에 보고 싶은 곳 두 군데를 한꺼번에 찾아갈 수 있다니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호주는 대표적인 남반구 국가다. 그중에서도 시드니는 남위 33도 정도에 있는 도시로 북위 37도에 위치한 서울에 비해서는 적도에 조금 더 가깝다. 서울에 가을이 깊어 가고 있을 무렵이라 시드니에는 봄이 한창이었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고 했다. 반바지 반팔 차림의 사람들도 눈에 많이 보였으나 저녁이 되면 아직 상당히 쌀쌀했다. 적도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태양이 북쪽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공간 지각의 혼동은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양지 바른 북향’이라니. 그런데 예상치 않은 곳에서 또 다른 무지개떡 건축을 만났다. 아니, 한두 채가 아니라 한 지역 전체가 그랬다. 다름 아닌 숙소 근처 지역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숙소를 시드니 중심 지역에서 벗어난 쿠지라는 해변에 잡았는데 이 일대가 무지개떡 건축으로 가득했다. 쿠지는 태즈먼해에 면한 시드니 동쪽 해안의 한 지역으로 아름다운 백사장과 깎아 지른 절벽 등으로 유명하다. 리조트 지역이라기보다는 주거지로서의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상가와 유흥가가 형성돼 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밀도가 높지 않아서 대부분의 건물은 3, 4층 내외다. 대부분의 상업 시설이 저층에만 있고 그 위는 주거 기능이 있기 때문에 밤이 돼도 사람들이 별로 시끄럽게 굴지도 않고 비교적 정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주거와 상업이 공존하면 소음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거의 비중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사실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상업 시설 고객의 대부분이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쿠지 해안도 그런 편이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밤에 나다니고 있었지만 다들 적당한 선에서 조심성 있게 행동하고 있었다. # 원주민이 조개껍질 버리던 섬, 베넬롱포인트 시내로 나가 본다. 시드니에는 우리의 교통카드에 해당하는 오팔카드라는 것이 있다. 편의점 등 여기저기에서 구할 수 있으며 잔액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미리 알려 준다. 현금만 있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세상에 급할 것 없다는 태도의 버스 기사가 직접 받아서 거스름돈을 챙겨 준다. 당연히 시간이 좀 걸리지만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 삶의 템포가,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 여유 있다. 가는 길, 버스 도착 시간 이런 것들은 구글 앱으로 다 해결이 된다. 편리하기는 한데 반대로 여행의 고전적인 요소인 길 물어보는 재미가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쿠지 해안에서 오페라하우스 근처의 페리 터미널인 서큘러키까지는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드니의 인구는 350만명.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고 부산 정도다.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베넬롱포인트는 시드니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오랫동안 원주민들이 조개를 잡아 그 껍질을 버리던 섬이었다. 1788년 호주 최초의 총독 아서 필립이 함대를 이끌고 신대륙을 찾아왔다. 그 배에는 1000명 이상의 범죄자들뿐 아니라 말을 포함한 일부 가축도 타고 있었다. 동물들은 이 섬에 방목됐고, 이송된 범죄자들 중 여자들이 조개껍질을 모아 시멘트 모르타르와 섞을 석회를 구웠다. 그 재료를 이용해 정부가 사용하기 위한 2층 건물을 지었다. 1790년대 초 호주의 초기 역사에서 가장 특이한 인물인 원주민 베넬롱이 필립 총독을 설득해 집을 하나 지었고 이에 따라 이 섬에 그의 이름이 붙게 됐다. 그는 영국인과 원주민 간의 가교 역할을 하던 인물이었다. 19세기 초 섬과 반도 사이의 바다를 메우고 땅을 평평하게 고른 후 매커리라는 이름의 요새가 들어섰다. 시드니에 전차가 들어온 이후에는 전차 차고가 됐다. 이후 1957년 세계 건축사에서 가장 떠들썩한 사건 중 하나였던 대대적인 국제 현상 공모를 통해 덴마크의 무명 건축가였던 예른 웃손이 이 신생 국가의 상징이 될 오페라하우스의 설계자로 선정됐다. 그 부지가 바로 베넬롱포인트였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1973년 개관할 때까지 공기는 10년이 연장됐고 비용은 14배가 초과됐다. 건물 하나를 짓는 일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정부가 몇 번 바뀌었고 설계자와의 관계는 지극히 악화됐다. 정부 측은 설계도 끝나기 전에 공사를 진행하고자 했고, 수많은 변경을 요구했으며, 심지어 임금도 체불했다. 결국 웃손은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부으며 중도에 덴마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분노한 그는 평생 호주 땅을 다시 밟지 않았다. 오페라하우스의 공사 과정에서 이 땅이 밟아 온 이런저런 역사적 흔적이 발굴된 것은 기대치 않았던 수확이었다. 여기까지는 마치 소설 같은 사실로, 신생 국가 호주로서는 실로 영욕이 교차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다음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일단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자 그들은 장기간에 걸친 계획을 통해 이 일대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할 만한 도시적 장소로 바꿔 나갔다. 지금의 베넬롱포인트는 해안가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필두로 하여 수많은 건물과 옥외 공간, 도시 인프라가 결합돼 있는 매우 특별한 지역이다. 게다가 그 배경은 세계 최대의 자연 항구인 시드니만이다. 그 변화의 한 축에 복합건축, 즉 무지개떡 건축이 있다. 바다를 향해 돛을 펼친 범선과도 같은 오페라하우스가 머리라면 그 뒤를 길게 따르고 있는 건물들은 몸통에 해당한다. 이 건물들은 모두 주상복합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주변은 일종의 주거지역인 것이다. 동시에 시민들과 관광객이 엄청난 숫자로 몰려드는 도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 오페라하우스를 품은 중심지, 이스트서큘러키 지도를 놓고 이 일대를 들여다보면 그 도시적 상황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일단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서큘러키가 있다. 필립 총독이 배를 이끌고 내렸던 바로 그곳이면서 현재는 시드니만 일대의 다양한 장소를 그물처럼 연결해 주는 페리 선착장이다. 그 동쪽 지역, 즉 이스트서큘러키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쪽이고 반대쪽에는 시드니의 구시가가 가장 잘 남아 있는 ‘더 록스’ 지역, 시드니 현대미술관, 그리고 국제 여객선 터미널 등이 있다. 서큘러키의 바로 남쪽, 즉 내륙 쪽으로는 고가도로와 지하철이 지나가며 그보다 더 남쪽은 고층 빌딩이 솟아 있는 시드니의 중심업무 지역이다. 한마디로 자연과 역사, 교통, 그리고 현대 도시의 활력이 모두 집중된 보기 드문 장소인 것이다. 이스트서큘러키 지역은 고저차가 심하다. 이곳의 주상복합 건물들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지어진 탓에 바닷가 쪽과 반대쪽 입구는 두 개 층의 차이를 갖는다. 즉 언덕에 바로 붙어서 건물이 마치 옹벽처럼 서 있는 상황이다. 앞쪽은 더할 나위 없이 붐비는 도시의 광장이지만 뒤쪽은 널찍하고 조용한 공원이다. 주거와 상업 시설이 공존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건물 사이로 역시 상당히 역사가 있어 보이는 계단이 있어서 이 두 장소를 연결해 준다. 모든 건물의 저층부는 상가와 카페, 음식점 등이며 그 위는 건물에 따라 호텔, 사무실, 그리고 고급 주거 등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 거대한 계획이 아무 탈 없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이스트서큘러키 지역이 본격적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90년대 이후였다. 초기 계획안이 발표되자 시민들의 원성이 들끓었다. 결국 총리까지 동원되는 우여곡절 끝에 - 몇십 년 전 오페라 하우스 때도 그랬듯이 - 건물의 높이가 낮아지고 건축가가 바뀌면서 현재의 안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1993년 3월 시드니가 2000년 올림픽 개회 도시로 선정되면서 이 계획의 중요성은 급격히 커졌다. 저층부의 상가를 구성하는 육중한 콜로네이드 때문에 시민들에게 빵 굽는 ‘토스터’라는 별명을 얻는 등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됐으나, 이제는 시드니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진 상태다. 오페라하우스는 웃손이라는 한 명의 천재로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시를 이렇게 만들어 온 것은 어느 개인이 아니다. 온갖 우여곡절을 포함한 인간의 집단지성이 필요한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도시다. # 잘나가는 오페라하우스, 주민을 배려하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바로 옆, 서쪽 해안은 두 개 층으로 된 테라스 구조다. 바다에 바로 면한 아래층은 여러 개의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항상 엄청난 수의 사람들로 붐빈다. 당연히 소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바로 위층, 즉 지상의 데크는 비록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기는 하지만 소음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곳은 완전히 보행자 지역으로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 곳이다. 이 두 층의 차이는 불과 3미터 내외로, 완만한 계단 몇 단을 오르내리면 쉽게 오갈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복층으로 구성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일반 보행자와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레스토랑의 고객들을 분리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서로 성격이 다른 두 그룹의 사람들이 서로 방해받지 않고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생각은 간단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동시에 이 지역 일대를 정온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래층에서 나오는 소음은 바닷바람에 묻혀, 그리고 데크의 처마에 가려 상당히 완화된다. 물론 물리적인 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람들의 조심성 있는 태도가 아울러 필요하다. 아래층 계단 입구에 붙어 있는 간단한 안내문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배려심, 그리고 이 지역의 복합적인 성격을 잘 보여 준다. 방문객 귀하 이웃을 위해 오페라하우스를 떠날 때 조용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거지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감사합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드림
  • [알쏭달쏭 건강보험 풀이]

    Q)올해 초 건강검진 대상자라는 안내문을 받았는데 아직 검진을 못 받았습니다. 언제까지 검진을 받을 수 있나요. A)국가에서 시행하는 일반 검진과 암 검진은 오는 31일까지 가까운 검진기관에서 받으면 됩니다. 1차 검진에서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판정이 나와 2차 검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내년 1월 31일까지 받으면 됩니다. 만 40세와 66세에 시행하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자는 올해 말까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더 궁금한 사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1577-1000)나 가까운 공단 지사로 문의하세요.
  • 충남 보령서 규모 3.5 지진 발생(종합)

    충남 보령서 규모 3.5 지진 발생(종합)

    충남 보령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13일 밤 9시 52분쯤 충남 보령시 일대 북북동쪽 약 4㎞ 지점 육상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지난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의 여진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며 “아직 현재까지 피해 상황이 조사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국민안전처는 긴급 지진 안내문자를 발송하고 “충남 일대에서 지진동이 감지됐다”며 “여진 등 안전에 주의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령에 있는 한 아파트의 주민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집 전체가 흔들렸다”고 지진 발생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무료 암검진 잊으셨군요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3명 중 2명 이상으로 아주 높다. 따라서 조기 암 검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그만큼 중요하다. 이에 서울 광진구는 올해를 ‘암으로부터 안전한 광진’으로 정해 암 검진 대상자 중 미수검자를 대상으로 개별적인 전화안내와 우편, 휴대전화 문자발송 등 다양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1일 밝혔다. 또 동별 단위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한 암 검진 홍보안내 방송도 추진하고 있다. 국가 5대 암 검진 항목은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며, 올해 검진 안내문을 받은 대상자는 전국 암 검진 지정 의료기관 중 가까운 곳에서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암 검진 대상자는 짝수연도 출생자로 남자는 40세 이상, 여자는 20세 이상이다. 이 중 무료 암 검진 대상자는 의료급여수급권자와 건강가입자 중 보험료를 내고 있는 주민이다. 또 암으로 확진된 경우, 건강보험료 하위 50%에 해당하는 가입자는 본인부담금을 연간 최대 200만원, 의료급여수급권자는 최대 220만원을 3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해마다 암 발생자 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나, 암은 불치병이 아니라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될 수 있는 만큼 암 조기검진에 광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면서 “12월에는 많은 주민이 몰릴 수 있으니 이번 달 검진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등록금 일부 안내 불합격처리된 입시생, 패소

    등록금 일부 안내 불합격처리된 입시생, 패소

    등록금 일부를 내지 않아 불합격처리된 입시생이 등록절차를 충분히 안내하지 않은 학교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모집요강 등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은 본인의 책임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청주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송영환)는 A군이 청주대 재단인 청석학원을 상대로 낸 ‘대학교 신입생 합격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교 측이 사회통념상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고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원고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했다. 201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청주대를 지원한 A군은 지난해 11월 3일 수업료 전액 면제에 해당되는 성적 우수장학생으로 선발돼 최종합격했다. A군은 이후 등록 확인 예치금 30만원과 기숙사비 135만원을 내고 입학식을 기다렸지만 지난 2월 합격 취소 통보를 받았다. 등록확인예치금을 제외한 나머지 등록금 50만원을 납부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A군은 학교 측이 등록절차에 대한 충분한 안내를 하지 않았고. 학교로부터 성적 우수장학생은 예치금만 납부하면 된다는 취지의 안내를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학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4월 학교가 발표한 모집요강에 ‘등록확인예치금을 납부했어도 잔여등록금을 기간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합격이 자동취소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고, 합격생 발표와 함께 ‘잔여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점, ‘2016학년도 신입생등록안내를 참고하고 미납시 불합격 처리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용산구·퀴논시 ‘20년 동행’ 새 길을 열었다

    용산구·퀴논시 ‘20년 동행’ 새 길을 열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거리의 시계탑은 ‘2시 20분 40초’에 멈춰 있다. 고장 난 듯 보이지만 사실 시계는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시계탑은 이태원 복판 보광로 59길에 ‘베트남 퀴논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붙이면서 설치한 조형물이다. 꾸이년(퀴논)시는 베트남 중남부 해안도시로 1996년 용산구와 우호교류를 시작했다. 12일 퀴논길에서 만난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과 꾸이년 두 도시(2시)가 20년간 우정을 쌓았으니(20분) 미래 40년(40초)을 향해 함께 나가자는 의미로 시계 바늘을 맞췄다”고 말했다. 구는 15일 ‘로데오 패션거리’로 알려진 이 거리 330m 구간을 ‘베트남 퀴논길’로 꾸몄다. 두 도시는 우호협력 20주년에 맞춰 용산에는 ‘퀴논길’을, 꾸이년에는 ‘용산거리’를 만들기로 약속했었다. 퀴논길은 문화·소통·자연·화합 등 4가지 주제로 꾸며졌다. 도로 바닥 곳곳에 베트남 국화인 연꽃을 그려넣었고 거리 중앙에는 베트남 전통모자인 ‘논’을 본뜬 조형물을 설치했다. 퀴논길과 연결된 골목들에도 ‘신 짜오’(안녕하세요), ‘호아빈‘(평화) 등의 이름을 붙였다. 또 어두웠던 골목 벽면에는 꾸이년의 풍경을 묘사한 벽화도 그렸다. 꾸이년은 사실 한국에 우호적인 곳이 아니었다. 베트남전 때인 1965~72년 우리 파병군인 맹호부대의 주둔지이자 최대 격전지였던 탓이다. 구는 1996년 꾸이년시와 우호교류를 시작했고 이듬해 자매결연까지 맺어 관계 회복 노력을 시작했다. 이후 앙금을 걷고 우정을 키웠다. 베트남 저소득층과 라이따이한(베트남에 사는 한국계 혼혈아)에 집을 지어주고 한국어 교육과 저소득층 장학사업, 백내장 치료기기 지원사업 등을 벌였다. 성 구청장은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3번째 경제교역국이자 결혼 이주여성이 많이 건너오는 사돈의 나라”라면서 “베트남 관광객이 한해 15만명이나 한국을 찾는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특구가 없었다. 퀴논길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퀴논길에는 베트남어 안내문 등을 설치해 베트남 관광객이 음식점이나 노래방, 숙박시설 등의 이용을 돕는다. 구는 오는 15~16일 열리는 이태원지구촌 축제에 맞춰 퀴논길에 우체통을 설치하고 이곳에 베트남 관광객 등 외국인이 엽서를 써 넣으면 무료로 모국까지 우편배달 해주기로 했다. 성 구청장은 “자매결연은 많은 도시와 맺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 우호관계가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용산구와 꾸이년시의 우정이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포토] 갤럭시 노트7 단종…휴대폰 매장 안내문 보니

    [서울포토] 갤럭시 노트7 단종…휴대폰 매장 안내문 보니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을 발표하고 국가기술표준원이 갤럭시노트7 사용ㆍ교환ㆍ신규 판매를 모두 중지하라는 권고를 내린 11일 경기도 파주의 한 휴대폰 매장에 ‘삼성 노트7 판매 중단’ 문구가 부착돼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서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생산 중단은 단종을 공식 의미한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 [김영란법 시행 첫날] 공무원 “속 편하게 구내식당서 먹겠다”… 민원인 방문도 거절

    [김영란법 시행 첫날] 공무원 “속 편하게 구내식당서 먹겠다”… 민원인 방문도 거절

    세종청사 내 구내식당 ‘북적북적’ 종로 한정식집 골목은 파리 날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시행 첫날인 28일부터 많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종합청사 구내식당은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며 몸을 사린 공무원들로 크게 붐볐고, 미리 1인당 3만원 이하의 영란식단을 마련한 식당들은 그럭저럭 손님들을 맞았지만, 실제 수익은 크게 떨어졌다며 답답해했다. 간식마저 마음대로 학교에 가져갈 수 없다는 아이의 말에 부모는 당황했고, 대학들은 기업에 취업유예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통상 4학년 때 취업을 하면 수업을 듣지 않고도 출석이나 학점을 주는 관행이 부정청탁으로 해석돼 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상담전화가 폭주했지만 국민권익위는 그간 전화로 설명을 하는 것과 달리 공식적으로 서면 질의를 할 경우만 유권해석을 하겠다고 밝혀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부세종청사관리소에 따르면 청사 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사람은 6654명으로, 최근 3개월간 하루 평균 이용자(6270명)보다 6.1%(384명) 포인트 증가했다. 법 시행 일주일 전인 지난 21일 점심 이용자가 6464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법 시행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이용자가 늘어난 셈이다. 오전 11시 30분, 기업과 업무 관련성이 높은 산업통상자원부(청사 13동) 구내식당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 대기하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방문증을 달고 있는 외부인들도 꽤 보였다. 공무원들이 아예 민원인의 청사 방문을 거절하면서 산업부 청사 1층 안내데스크를 찾은 사람은 평소의 절반 정도인 100명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시각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내자동의 한정식집 골목은 말 그대로 텅텅 비었다. 1인당 3만원 이하 세트메뉴를 도입한 식당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고객이 유지된다고 수익도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4명이 방문해 영란메뉴를 선택하면 술을 무료로 주는 종로구의 한정식집 주인은 “가게를 찾는 손님은 크게 줄지 않았는데 가격을 낮추니 매출은 절반이 넘게 떨어졌다”며 “우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종업원을 30% 이상 줄였고, 병맥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생맥주 기계를 들여놨다”고 설명했다. 양주를 팔던 서초동 법조타운의 고급술집에는 소주와 맥주 그리고 간단한 마른 안주로 구성된 1인당 3만원짜리 ‘스페셜 세트 메뉴’가 등장했다. 많은 학교들은 학부모에게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안내문을 보냈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커피 한 잔을 주는 것도 직무 연관성 때문에 법 위반이 된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41)씨는 “아이에게 간식을 싸 주었더니 담임교사가 간식을 금지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교사도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기분이 씁쓸했다”고 말했다. 가을소풍이나 가을운동회 등에서 교사에게 음식물을 제공할 수 없는 부분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각 대학은 4학년 때 취업을 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 출석처리하거나 학점을 주면 불법 편의제공에 해당된다. 교육부에 의견을 밝힌 78개 대학 중 36개는 학칙을 개정해 출석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고 28개 대학은 원격강의, 야간수업, 주말수업을 고민하고 있다. 13개 대학은 아예 기업에 채용을 유예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가 어렵게 취업한 학생들이 임용을 취소당할 판이라며 극력 반발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김영란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에는 평소보다 3배나 많은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관련 안내를 전담하는 상담사 7명은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가 펴낸 매뉴얼에 따른 상담으로, 이날부터 김영란법과 관련한 유권해석은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질의를 해야 한다. 국민권익위는 질의가 접수되면 14일 이내에 서면으로 답변하게 된다. 종전까지 전화로도 가능했던 질의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현장의 혼란은 보다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여기자협회는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에 없는 규정을 국민권익위가 확대·유추해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세운 공익언론재단의 기자 해외연수 지원을 금지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대문구도 청소녀에게 생리대 지원

    서울 서대문구가 서울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생리대’ 지원에 나선다. 서대문구는 구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청소녀들에게 일명 ‘드림박스’를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대상은 서울시 생리대 지원사업에서 제외된 ‘저소득 한부모가정의 12세(2005년생)에서 19세(1998년생) 여성 청소년 자녀’ 115명이다. 드림박스는 4개월분의 일회용 생리대, 순면생리대, 위생팬티, 파우치로 구성된다. 청소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꿈(Dream)과 선물 드림(Give)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정했다. 순면생리대는 청소년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포함했다. 이를 위해 서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가 후원계좌(우리은행 1005-402-36 5524)를 개설해 다음달 9일까지 모금운동을 벌인다. 이 후원금으로 ‘드림박스’를 준비하며 부족하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을 활용한다. 구는 오는 30일까지 홈페이지에서 드림박스 신청을 받는다. 이를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안내문을 우편 발송했다. 구는 개개인에게 맞는 물품을 제공하고 전화통화에 따른 불편함을 줄이고자 인터넷으로 신청받기로 했다. 구는 지원 대상 115명 외에 동주민센터 복지공무원 등을 통해 추가 대상도 발굴할 계획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드림박스는 오는 10월부터 택배를 이용해 청소년 가정으로 보낼 계획”이라며 “청소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자존감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지진 불안에 떠는 한반도] “1988년 이후 아파트 5.5~6.0 내진”… 그래도 불안한 시민들

    [지진 불안에 떠는 한반도] “1988년 이후 아파트 5.5~6.0 내진”… 그래도 불안한 시민들

    아파트 출입구 안내문·방송 울산선 재난문자 관련 간담회도 “우리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됐나요?” 22일 울산지역 구·군에 따르면 최근 울산과 인접한 경주에서 지진이 계속되면서 아파트 등 건물의 내진설계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하루 수백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마비까지 생기고 있다. 국내에서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 법령은 1988년 6층 이상이나 연면적 10만㎡ 이상 건물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200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으로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 확대됐다. 송민호(38·울산 북구)씨는 “1999년 지어진 아파트에 사는데 내진설계가 됐는지 몰라 관리사무소와 구청에 물어봤다”면서 “내진설계가 됐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진도 얼마까지 견디는지를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 건축허가 담당자는 “아파트 내진설계를 묻는 전화가 하루 100건 이상 폭주해 다른 업무를 못 볼 정도”라며 “내진 등급은 전문 설계사가 설계 도면을 보고 값을 환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를 포함한 고층빌딩은 보통 5.5에서 6.0 규모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북구 P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의 내진설계 관련 문의가 폭주하자, 아파트 출입구에 ‘2000년 지어져 내진설계됐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수차례 안내방송도 했다. 관리사무소는 안내방송 때 각종 낭설과 괴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방송과 안내문자 등 재난재해 지침에 따라 움직여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시는 각종 재난 발생 때 신속한 재난 상황을 문자로 전파하기 위해 이날 5개 지역방송사 관계자와 ‘재난문자 방송 협조관련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 서울시는 아파트나 주택, 건물이 내진설계가 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서 ‘건축물 내진 성능 자가 점검’ 서비스 (goodhousing.eseoul.go.kr/SeoulEqk/index.jsp)를 하고 있다. 문제는 건축 허가일자와 연면적, 용도, 층수까지 정확히 알고 각자 기입해야 내진설계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게다가 아파트 연면적까지 정확히 알고 검색했다고 해도, 결과는 단순히 ‘내진설계 적용대상 건축물’인지 아닌지만 알 뿐이다. 지진 규모 얼마까지 얼마나 견디는지는 알 수 없다. 2005년 준공된 마포구 공덕동의 한 대형 브랜드 아파트를 검색하자 ‘허가 당시의 건축법 및 구조설계 기준에 따라 내진설계되었습니다’라고만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진설계는 통상 규모 6.0까지 견디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반도 강진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탓에 내진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법 시행령에는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주는 설계자로부터 구조 안전 확인서류를 받아 착공신고 때 관할기관에 제출하라고만 되어 있다. 일반 시민이 진짜 내진설계가 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서울 광화문 한 직장인(52)은 “진짜 내진설계된 빌딩에서 일하는지 여부가 궁금하다”면서 “내진설계 수준을 정보공개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시 건축물 63만 4707동 중 내진 대상 건물은 29만 5058동, 이 중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물은 7만 9128동으로 26.8%이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서울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우리 아파트는 내진설계 됐나요?

    우리 아파트는 내진설계 됐나요?

    “우리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됐나요?” 22일 울산지역 구·군에 따르면 최근 울산과 인접한 경주에서 지진이 계속되면서 아파트 등 건물의 내진설계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하루 수백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마비까지 생기고 있다. 국내에서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 법령은 1988년 6층 이상이나 연면적 10만㎡ 이상 건물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200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으로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 확대됐다. 송민호(38·울산 북구)씨는 “1999년 지어진 아파트에 사는데 내진설계가 됐는지 몰라 관리사무소와 구청에 물어봤다”면서 “내진설계가 됐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진도 얼마까지 견디는지를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 건축허가 담당자는 “아파트 내진설계를 묻는 전화가 하루 100건 이상 폭주해 다른 업무를 못 볼 정도”이라며 “내진등급은 전문 설계사가 설계 도면을 보고 값을 환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를 포함한 고층빌딩은 보통 5.5에서 6.0 규모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북구 P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의 내진설계 관련 문의가 폭주하자, 아파트 출입구에 ‘2000년 지어져 내진설계 됐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수차례 안내방송도 했다. 관리사무소는 안내방송 때 각종 낭설과 괴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방송과 안내문자 등 재난재해 지침에 따라 움직여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시는 각종 재난 발생 때 신속한 재난 상황을 문자로 전파하기 위해 이날 5개 지역방송사 관계자와 ‘재난문자 방송 협조관련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 글·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23일 금융노조 총파업 고객 대응 요령

    23일 금융노조 총파업 고객 대응 요령

    오는 23일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긴 대기시간, 일부 업무 제한 등 다소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총파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설명이나 서류 작성에 시간이 많이 드는 펀드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는 이날 가입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은행 측은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10만명 가까운 은행원들이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라 어느 정도의 고객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23일 은행 및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하다”며 대고객 안내문을 배포했다. 은행들은 총파업 당일 입출금 등 일반적인 업무는 가능하지만 신규 대출, 만기 연장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는 가급적 총파업 이전에 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펀드나 방카슈랑스는 은행 직원이 자격증이 있어야 판매가 가능한 만큼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상품 등 긴 상담이 필요하면 사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고, 특히 23일 당일 주택구입자금으로 잔금을 치러야 할 경우엔 계약에 차질이 없도록 영업점에서 사전 안내를 받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지점의 모든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직원수가 줄어드는 만큼 영업점 점심식사 교대시간(오전 11시 20분~오후 1시 20분)과 가장 붐비는 시간대(오후 3~4시)는 피해야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총파업 당일인 23일 기업 거래나 월세, 주문 등 기일에 맞춰 송금해야 할 일이 있으면 영업점 방문보다는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에 대비해 보안카드 등 보안매체나 공인인증서 갱신 여부도 사전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2] 그랜드 바자르, 골레스탄 팰리스, 그리고 밀라드 타워

    [테헤란 여행기 2] 그랜드 바자르, 골레스탄 팰리스, 그리고 밀라드 타워

     9월 11일. 지금 돌아보니 9·11 테러 기념일에 난 이란 테헤란 관광을 했구나 싶다.  전날 조금씩 써뒀던 온라인 속보 둘 올리고 오늘은 허재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과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오전까지 별 얘기가 없다. 어찌해야 하나 망설이다 무작정 나서기로 했다. 오늘 안되면 후발대로 오는 기자에게 떠넘기면 되니, 그에게 그럴 수도 있다는 카톡 남기고 아침 먹은 뒤 오전 8시 호텔을 나섰다. 테헤란 와서 업무 외의 일로 밖에 나서는 게 처음이다. 둘이 택시 뒷좌석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마주 보며 낄낄댔다. 역시 나오니 공기가 다르다고.  뮤지엄 가려 했더니 호텔의 택시 서비스 아저씨는 오후에나 문 연다며 그랜드 바자르를 추천한다. 40여분 달려 도착했더니 테헤란 남쪽인 것 같다. 이 아침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미로같은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봤는데 없는 게 없는 곳같기는 한데 물건들이 너무 조악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시계, 중동 부호들의 상징 같은 것이니까. 입구는 하나인데 들어가면 수많은 가게들이 모여 있다. 심지어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는 곳까지 있다. 중동을 무대로 한 첩보영화를 촬영할 만한 훌륭한 보석 가게들도 즐비했다.  1시간 남짓 바자르를 돌았는데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를 알 수가 없다. 어디서 좀 쉴까 하는데 옆에 꼬마기관차 같은 버스가 지나간다. 가만 보니 그냥 타고 내린다. 기사에게 물었다. 이즈잇 프리? 아니란다. 노머니란다. 이란에서 이런 일이 많았다. 우리가 묵는 호텔은 올림픽 호텔인데 호텔 직원들이나 택시 기사들 모두 ´올람픽´이란다. 그런데 우리 같으면 손님이 올림픽이라고 말하면 얼른 아 올람픽 호텔이구나 알아먹겠는데 페르시아의 맹주답게 이 나라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서인지 전혀 다른 두 단어로 인식한다. 수십번 올림픽이라고 외치면 그제야 아 올람픽! 이런 식이다. 이란 가서 ´프리´라고 말하면 안된다. 노머니라고 말하며 살짝 말꼬리를 올려줘야 한다!!!  여튼 탔다. 지하철 역이 근처인지 사람들이 나와 우리 버스가 가는 방향의 반대로 걸어온다. 아까 우리가 봤던 인파는 일도 아니다. 그것의 세 배, 네 배는 족히 되는 것 같다. 거리에 가만 앉아있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실업률이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여튼 이 버스는 어떻게 공짜로 운행될까? 외국인 관광객이 아직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시장 보러 오는 사람들의 편의를 돌볼 정도로 정부가 여유있는 편이 아니어서다. 이런 형편에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보면 호메이니옹의 인민 사랑은 정말 간단치 않은 것 같다.  20여분쯤 탔을까. 이따금 멈춰서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던 버스가 조금은 한적한, 관공서 타운 같은 곳으로 들어선다. 멀리 분수가 보이고 약간 격조 있어 보이는 공원 같은 곳이 있어 내렸다. 우리에게 집요하게 말을 걸던 꼬마들이 우리보고 돈을 달라고 허튼 농을 해댄다.  골레스탄 팰리스였다. 며칠 전 인터넷 검색해 이란 유명 관광지 30선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 상당히 높은 순위로 소개됐던 곳이다. 티켓 창구의 안내문을 보니 관람할 수 있는 방으로 섹션을 나눠 각기 다른 가격을 붙였는데 종일 모든 방을 돌아볼 수 있는 티켓이 80만리라였다. 우리는 메인홀을 비롯해 4개의 홀을 볼 수 있는 15만리라 짜리 티켓과 도자기 컬렉션을 구경할 수 있는 15만리라 짜리 티켓 두 종류을 끊었다.  메인홀은 유리로 상하좌우를 모두 꾸몄는데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궁전과 비슷한데 조금 더 정교한 맛이 있었다. 동서양 여러 나라의 국왕이나 사절로부터 선물받은 도자기 컬렉션도 있었는데 한국 아주머니들이 보면 훌륭한 구경거리가 될 만했다. 1시간 30분쯤 제대로 봤다. 다른 건물들을 돌아보는데 메인홀을 비롯한 몇몇 건물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보수되지 않아 유치하거나 조악한 곳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한 건물 지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밖에도 몇 개의 의자를 갖다놓았고, 무엇보다 지하로 들어가니 시원하고 제법 고급스럽고 품위있어 커피 한잔 마시자고 했는데 주인이 준비가 안돼 있다며 거의 화를 내듯이 쫓아낸다. 속으로 욕을 퍼부어줬다.  우연히 들어간 곳치곤 굉장히 만족스러운 볼거리였다고 서로 흐뭇해 했다. 조금 걷는데 지하철역이 눈에 띄었다. 동료는 뭐하러 가느냐 했는데 내가 여기 또 언제 와보겠느냐고 등을 떠밀었다. 그런데 지하철역 구내에서 걸어 나오는 인파가 너무 대단해 좀처럼 진입할 수가 없을 정도다. 서울의 동역사(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는 일도 아니다. 엄청 많은 이들이 타고와 바자르에 간다.  가장 싼 티켓을 왕복으로 두 장 달라고 했다. 역무원은 뭐 이런 녀석들이 다 있나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꼭 파리 지하철역이다. 모든 게 비슷했다. 거의 파리 10구역의 리퓌블리크 역을 옮겨온 것 같다. 세 정거장을 가기로 했는데 가면서 보니 환승역이다. 테헤란 시내 지하철 노선은 다섯 개인 것으로 지도에 나와 있었는데 환승역에서 내리면 인파 때문에 힘들 것 같아 네 번째 역에서 내렸다. 훨씬 한적했다. 정말 뜻하지 않게 반미운동의 근거지로 유명한 대학 근처였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승객도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 학교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여대생 둘과 수위가 안된다고 했다. 내가 여자대학이냐고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날렸고, 그녀들은 웃으며 그런 건 아니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해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란다. 사진만 찍게 5분만 입장시켜 달라고 했는데 영 말이 안 통해 그만뒀다.  이곳 주변을 돌아다니니 자유의 여신상 얼굴이 해골 바가지로 돼 있는 것도 있었고 주먹 그림과 함께 ´DOWN WITH USA´ 구호가 선명한 포스터도 눈에 띈다. 외벽에 반미 항쟁 때의 주역들 얼굴 그림이 들어가 있는 건물도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상당히 인상적이다.  허기가 밀려와 식당을 찾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한곳에 모여 있지 우리처럼 곳곳에 산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모든 타운이 그런 식이다. 예를 들어 청계천처럼 공구상, 인사동처럼 골동품상, 낙원동처럼 먹거리 타운 식이다. 케밥집도 한둘 눈에 띄었지만 위생에 문제가 있는 곳으로 보여 들어가지 않았다. 호텔 레스토랑은 안 그래도 질리게 먹는데 이날만은 피하자고 동료는 말했다.  그렇게 들어간 피자집에서 피자(1만 5000토만, 15만리라)와 햄버거(1만 토만, 10만리라), 콜라 둘(3000토만, 3만리라)을 시켰다. 30만리라니 9달러쯤 된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 무척 덥다.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 아무래도 장고 끝에 악수 둔 것 같다고 걱정할 때쯤 음식이 나왔다.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먹을 만했다. 특히 햄버거는 양도 양이지만 빵맛이나 내용물이 상당히 괜찮았다. 피자도 흔하게 도우를 쓰지 않고 와플 바닥같은 빵에다 버섯 등 보잘것 없는 재료만 토핑했는데도 맛이 좋았다. 흙속의 진주를 찾아낸 느낌이다. 한끼 식사로 훌륭했다.  식당에서 확인해보니 허 감독 인터뷰가 확정돼 4시까지 대표팀이 묵고 있는 랄레 호텔로 가야 했다. 뭐 다른 소일거리를 찾았다가 시간도 애매해지고 무엇보다 약속에 늦어 결례를 할까봐 랄레 파크를 먼저 가서 둘러보기로 했다. 택시를 집어 타고 가격부터 흥정했다. 나중에 실랑이를 벌일까 싶어서였는데 처음에 30만리라 부르던 기사가 일행이 20만을 외치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택시에서 내려 입구를 못 찾아 약간 헤매다 랄레 파크에 들어섰다. 박한 단장이 일본에 귀화한 미국인 선수 데몬 브라운과 함께 거닐었다는 그 공원이다. 여기는 공원보다 종합 스포츠타운 같은 곳이었다. 근처 체육관에서 세계군인배구대회가 열려 길 한 가운데 배구 네트를 달고 훈련하는 이들이 있었고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고 탁구대도 놓여 있어 누구나 즐기고 있었다.   허 감독 인터뷰의 예정시간이 30분이어서 34분 진행하고 마치려 했는데 본인이 작심한 듯 더 애기를 늘어놓아 55분 가까이 진행했다. 호텔에서 남은 것 정리하고 보니 5시, 아직 해 지려면 2시간 남짓 남아 밀라드 타워 올랐다가 시간이 애매할까 싶었다. 시내에서 시간을 더 보내기로 하고 길 건너 쇼핑센터 들러 이 나라의 음악이 담긴 CD를 사려 했으나 파는 가게를 찾지 못했다. 과일 좀 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중해 과일의 탁월함이란 말할 것도 없으니.  어느 대로변 가게에서 포도를 고르니 둘이 한 번에 먹기에 양이 너무 많아 절반이면 얼마냐고 물었더니 자슥이 거의 화를 내듯이 그렇게는 안 판단다. 성질머리하고는 뭐 같다. 신선제품인 과일이 안 팔리면 지만 손해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게 지나니 과일 가게가 보기가 어려워 이 나라 청과상들은 자신들 외에는 아무도 영업하지 못하게 하는 신통한 재주가 있구나 생각했다.  어느 사거리까지 걸어가 젊은 녀석이 모는 택시가 보이길래 밀라드 타워 가자고 했더니 거의 쌍수를 든다. 머리를 록스타마냥 요란스럽게 꾸몄는데 길을 잘 모르는 듯 운전하면서 구글링을 해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여튼 택시비를 내고 나니 리라화가 동났다. 티켓 창구에서는 달러는 받지 않는다며 환전해 오라고 했는데 가보니 문 닫았다. 누군가 슈퍼 가면 환전해준다고 해 가 사정을 설명했더니 노프라블럼이란다. 둘이 40달러인가를 모아 환전했는데 1200만리라가 훨씬 넘는 거액을 손에 쥐어준다.  밀라드 타워 입장권은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높이인 스카이돔까지가 20만리라이고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오픈 옵저베이션 데크가 10만리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수증을 챙겼는데 페르시아숫자로 표시돼 있어 정확하지 않다.  당연히 우리는 스카이돔을 끊었다. 동료는 그 전부터 이곳 사람들이 지나갈 때 요상한 냄새가 난다고 얘기했는데 난 이날 스카이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섰다가 처음으로 그 냄새를 맡았다. 한 애기 엄마에게서 나는 게 너무 분명해 뒷사람에게 양보하고 줄 뒤쪽으로 갔다. 다행히 그 아주머니가 먼저번 엘리베이터로 올라가고 우린 뒤 엘리베이터로 편안하게 오픈 들렀다가 스카이돔까지 올라갔다.  오픈 옵저베이션 데크는 파리 시내 백화점 옥상 전망대와 너무 흡사하다. 사회주의 정권인가 싶을 만큼 테헤란 시내가 구획화된 게 눈에 띈다. 통제된 경제체제란 것을 웅변하고 있다. 이윽고 노을이 지고 있다. 스카이돔의 여자 안내원이 손님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다가와 영어로 소개하는데 동료는 잘 못 알아듣겠다고 불평한다. 어느 여행객은 그 여인네들의 사진까지 블로그에 올렸던데 상당히 예쁜 얼굴들이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강인해보이는 구석이 있다. 난 그들에게 카메라 렌즈를 들이댈 용기가 없었다.  남자 안내원이 이 나라 말로 10여분 장황하게 설명한다. 내벽 위쪽에 장식된 페르시아 문화와 전통에 대한 설명인 것 같은데 우리야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신나게 소개를 마친 그는 다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고 했는데 우리는 야경을 보겠다며 이따 따로 내려가겠다고 해 남았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 보는데 눈으로 보는 만큼 활달한 조망이 담기는 것도 아니어서 이 짓을 하려고 1시간 가까이 기다렸나 싶었다.  여튼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단도 걸어 내려와 전망 좋은 카페에 들러 나 혼자 호두 케이크를 사먹었다.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는데 양이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동료는 낮에 먹은 햄버거와 피자 때문에 저녁 생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쳐 레모네이드를 상당히 비싸게 마셨다. 30분 정도 얘기를 나누고 다시 고속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니 3층 정도부터 박람회를 내려오면서 구경하게 만들었다. 나름 돈을 잘 쓰도록 잘 디자인된 타워였다. 어린이 박람회 같은 행사였던 것 같은데 나름 이곳에서는 첨단 제품과 문화를 맛보는 행사였던 것 같고 바깥 마당 한켠에서는 유명 가수의 공연인 듯 500명 정도가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멀리 작은 불꽃 잔치가 펼쳐지는데 우리가 있는 지역은 그런대로 공기가 맑아 말간 밤하늘을 구경할 수 있는 반면, 멀리 도심 상공에는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매연과 남쪽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먼지바람이 합쳐진 결과로 보였다. 택시 흥정해 40만리라에 호텔 돌아와 곧바로 24시간 와이파이 구입하고(첫날 6000리라 불렀는데 우리는 달러와의 환산이 제대로 안돼 2달러를 건넸다. 이 사람들 계산이 흐린 척하며 현지 사정에 어두운 우리를 속이는 것 아닌가 싶었다. 다음부터는 꼬박꼬박 6000리라를 만들어 구입했다) 씻고 잠자리에 들  려 했는데 홀딱 벗은 채 복층의 침대 올라 휴대전화에 와이파이 번호를 입력했더니 안된다. 다섯 번인가 하다 안돼 안되겠다고 포기하고 옷 다시 입고 로비 내려와 비즈니스센터 들러 아가씨에게 얘기했더니  너만 그런게 아냐  이런다. 그래서 왜 안되는데 라고 물었더니 어깨를 으쓱거리고 만다. 이란 여성들의 콧대 높음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같은 중동의 여느 여성들과 사회적 지위랄까 사회경제적 활동의 참여 폭은 비할 데 없이 이란 여성이 높다.  리셉션 가보라고 해 갔더니 일본인 심판이 너도 그러냐며 힐쭉거린다.  리셉션의 남정네는 미소가 묘한 친구다. 약간 게이의 향취를 풍기는 미소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 영어 전달력이 남다르다. 그리고 표정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붉은 종이에-우리네는 이 색을 메모지로 잘 이용하지 않을텐데- 방 번호와 새 비번을 입력하고는 돌려준다. 메모지를 잊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다시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오른발 발톱 언저리에 물집이 잡힌다. 간만에 조금 걸었다는 흐뭇함이 설핏 잠기운과 함께 덮쳐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오늘 롯데 채용 마감…검찰 출석한 신동빈 회장의 채용안내문은 “정정당당”

    오늘 롯데 채용 마감…검찰 출석한 신동빈 회장의 채용안내문은 “정정당당”

    20일 오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에 출석한 가운데, 같은 날 마감하는 롯데그룹 채용 안내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 채용사이트(job.lotte.co.kr) 첫화면에는 ‘정정당당-더 맑고 공정한 세상을 위한 롯데와 지원자의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신 회장의 인사글이 게시돼 있다. 인사글은 “롯데는 성별, 학연, 장애여부, 국적, 출신지역 등과 관계없이 열정과 역량을 갖추면 희망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맑고 열린 세계를 지향합니다. 롯데는 앞으로 인재선발에 관하여 공정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습니다”고 쓰여져 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채용과 관련된 내외부의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겠으며, 선발 전형과정 중 청탁이 발견될 경우 관련 지원자를 성적과 관계 없이 전형과정에서 무조건 탈락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이라며 인사과정에서 청탁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6시 서류접수를 마감하고 다음달 12일 전후로 서류전형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후 인적성검사, 면접, 건강검진 등의 전형을 차례로 진행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롯데 수사팀은 이날 오전 신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해외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특정 계열사의 알짜 자산을 헐값에 다른 계열사로 이전하는 등의 배임 혐의를 받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력범죄부터 경범죄, 추태까지... 제주도는 지금 中 관광객 때문에 몸살

    중국인 관광객 첸모(50)씨가 지난 17일 제주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을 살해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범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도내 중국인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2011년 58건에서 지난해 260건으로 4년 만에 5배 가까이 폭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279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무단횡단 또는 쓰레기 투기, 노상방뇨 등 경범죄도 심각한 수준이다. 외국인 경범죄 적발 건수는 지난해 1267건에서 올해 8월까지 3750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뿐만 아니라 웃통을 벗고 공공장소를 활보하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끄럽게 떠드는 등 추태도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민 강모(37·여)씨는 “다른 나라에 와서 관광하려면 적어도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켰으면 좋겠다”면서 “티셔츠를 반쯤 걷어올려 배를 드러낸 채 관광지를 다니거나 아예 웃통을 벗어젖힌 중국인들이 부지기수”라며 불괘해했다. 최근에는 용두암 주변에 자연석을 중국인들이 무단으로 가져가 논란이 일었다. 이경용 제주도의회 의원은 “용을 숭상하는 중국인들이 용두암 자연석을 가져갔다가 적발되는 일이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한 상자 분량의 돌이 적발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식점과 주점 등에서도 중국인 추태는 이어진다. 지난 9일 제주시 연동의 한 음식점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50대 여주인을 집단 폭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다른 일반 음식점에서도 소량의 음식을 시킨 뒤 함께 나온 밑반찬에다 편의점에서 사 온 즉석밥인 ‘햇반’으로 공짜 식사를 때우려는 중국인들로 인해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길거리에 각종 오물을 버리고 공중화장실에서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나와 다른 이용자들을 곤욕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일부 중국인들은 신발을 신은 채 양변기 위에 올라가 용변을 보기도 한다. 용두암 등 도내 대표적인 관광지 화장실에는 양변기 사용법에 대한 안내문이 중국어로 붙어 있다. 성추행 등 성범죄도 적지 않다. 지난해 4월에는 40대 중국인 관광객이 공항 검색대 여직원을 성추행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여름철 물놀이하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다 검거되는 중국인들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은 중국인 관광객의 무질서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단속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지난해부터 관광지나 비행기 기내에서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자국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지만, 이들의 추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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